CINELAB2021-11-30 16:54:47
12월, 넷플릭스에 이 영화가 공개된다고?
넷플릭스 12월 공개 예정작
영화 <싱크홀>이 티빙,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 개봉한 이후 순위권에 계속 머물고 있는 지금,
영화 <싱크홀>을 뒤이어 <인질>,<모가디슈>등 올해 개봉한 대작들이
넷플릭스 12월 공개 예정 기대작 반열에 올랐는데요.
어떤 작품이 있는지 함께 보시죠!
N 파워 오브 도그 - 제인 캠피온
드라마,멜로/로맨스,서부ㅣ127분
12월 01일 공개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 권위적이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목장주. 그가 동생의 새로운 부인과 10대 아들을 잔인하게 조롱하고 괴롭힌다. 오랜 세월 숨겨져 있던 비밀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까지.
* 오스카상 수상에 빛나는 제인 캠피온의 서부 영화로, 베네틱트 컴버배치, 키얼스틴 던스트, 제시 플레먼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인질 - 필감성
액션,스릴러ㅣ94분
12월 01일 공개
출처 :다음 영화
synopsis : 서울 한복판에서 증거도, 목격자도 없이 대한민국 톱배우 '황정민'이 납치된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 속 살기 위한 극한의 탈주가 시작되는데..
N 싱글 올 더 웨이 - 마이클 메이어
드라마,멜로/로맨스,코미디ㅣ100분
12월 02일 공개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 크리스마스에 혼자 부모님 집에 가기 싫은 피터. 절친에게 남자친구인 척 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가족이 짝을 찾아줄 주선자로 나서면서 피터의 계획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감정도 함께.
N 더 홀 트루스 - 위시트 사사나티엥
공포,미스터리,스릴러,드라마 ㅣ127분
12월 02일 공개
출처 : 넷플릭스
synopsis : 할머니 집 벽에 이상한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발견한 남매. 그때부터 섬뜩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숨겨져 왔던 가족의 끔찍한 비밀이 하나둘씩 드러난다.
N 언포기버블 - 노라 핑샤이트
드라마 ㅣ112분
12월 10일 공개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 긴 수감 생활을 거쳐 가석방된 루스 슬레이터. 사회에 다시 적응하려 하지만 그녀를 쉽게 받아주는 곳은 없다. 루스에게 돌아오는 것은 편견에 찬 차가운 눈초리와 용서받지 못한 과거뿐. 과오를 만회할 길이 있을까? 유일한 희망은, 어린 시절 헤어져야 했던 여동생을 찾는 길 뿐이다.
N 신의 손 - 파올로 소렌티노
드라마 ㅣ135분
12월 15일 공개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 1980년대 나폴리, 축구를 사랑한 소년 파비에토는 어느 날 가족에게 비극이 닥치면서 영화감독으로서의 꿈을 발견하고, 불확실하지만 희망이 깃든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 영화 신의 손은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의 자전적인 성장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포함하여 2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
모가디슈 - 류승완
액션,드라마 ㅣ121분
12월 15일 공개
출처 : 다음 영화
synopsis : 대한민국이 UN가입을 위해 동분서주하던 시기, 1991년 모가디슈에서는 일촉즉발의 내전이 일어난다. 그 곳에 고립된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가족들은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텨낸다. 그러던 어느날 밤, 북한 대사관의 일행들이 도움을 요청하며 문을 두드리는데..
씨네랩 에디터 Ria
Relative contents
-
- 스타워즈 영화 랭킹 Star Wars Film Ranked
조지 루카스가 구상한 [스타워즈 9부작] 혹은 [스카이워커 사가]은 한마디로 '다스 베이더의 비극'라는 거대한 서사시다. 그 비극을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파토스(Pathos, 연민을 자아내는 힘, 측은지심)'을 자아내기 때문에 전설의 위치에 올랐다.
마블과 DC를 포함한 대부분의 장르물이 그렇듯이 [스타워즈] 역시 개연성을 지닌 영화는 아니다. 지난 42년간 [스타워즈]는 MCU처럼 독창적인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았다. 무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이전에 팬들에 의해 대중문화 최초로 ‘확장세계관(EU)’를 정립했다. 그런데 [시퀄 3부작]은 [스타워즈] 특유의 ‘설정 놀음’을 간과했다. 특히 캐슬린 케네디 루카스필름 대표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그랬다.
◆평가 기준
1순위 시리즈로써 의의
2순위 공유 세계관 기여도
3순위 단일 작품으로써 완성도
#11 : 에피소드 9: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Episode IX: The Rise Of Skywalker, 2019)
디즈니는 ‘스카이워커 사가의 종결’을 홍보했지만, 9편의 실제 임무는 ‘브랜드 관리’다. J.J. 에이브람스의 최우선 과제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라스트 제다이]에 대한 팬들의 반발을 잠재우는 것이다. 거기다 자신이 던져놓은 7편의 떡밥을 회수하는 이중고에 시달린다.
따지고 보면 라이언 존슨이 8편에서 7편의 떡밥을 싹 무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런데 제작을 맡은 밥 아이거 디즈니 회장이 ‘팬 서비스’를 핑계 삼아 8편의 아이디어를 깡그리 쓰레기통에 버린다. 속편이 나올 때마다 전편을 부정하는 [시퀄 3부작]은 구체적인 청사진 없이 팬들의 반응만 살피며 돌려 막기 하다 보니까 캐릭터, 설정, 세계관, 스토리 전부 일관성을 잃어버린다. 거기다 캐슬린 케네디가 꺼내 든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 자신이 2014년 4월 25일에 폐기한 레전드에서 가져왔다. 캐슬린 케네디의 '빈곤한 상상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느라 포스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만능키)' 되고, 레이는 '메리 수(천하무적)' 화 되어 시리즈 전통을 더더욱 망가뜨린다. 이게 다 라제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전부 다 수습하려고 노력하면서, 9편은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면 시퀄 3부작 내내 기존 시리즈에 대한 지나친 오마주를 하면서 전통 파괴를 일삼는 모순을 매번 일삼았다. 그렇기 때문에, 도통 [시퀄 3부작]의 주제가 무엇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세 편 모두 제각각 따라 놀며 [시퀄 3부작]의 정체성과 주제를 전부 잃어버렸다.
이렇게 된 근본적인 문제는 빈곤한 상상력과 방향성의 부재다. 이것이 디즈니가 '새로운 스타워즈'를 내세우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을 의존하는 [시퀄 3부작]의 한계다. 고로 창의적인 비전이 결여되었을 뿐 아니라 제작진이 [스타워즈] 시리즈 자체를 오독하고 있다는 말밖에 더 되겠는가? 실로 안타깝다.
#10 : 에피소드 8 : 라스트 제다이 (EPISODE VIII - THE LAST JEDI, 2017)
당연하게도 시리즈물은 단 한 편의 완성도로 평가할 수 없다. 라이언 존슨은 우리가 익히 알던 스타워즈의 영웅 서사를 해체시킨다. 영화 전체에 걸쳐 낡은 스타워즈를 새롭게 갈아엎지만, 5편 [제국의 역습]처럼 하는 일마다 죄다 실패하는 통에 다 보고 나면 허무하다. 왜 [제국의 역습]을 레퍼런스한 [라스트 제다이]는 감흥이 적을까? 비극은 공포와 연민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완수한다. [제국의 역습]은 '부살(父殺·Patricide)' 모티브를 차용해 루크에게 감정 이입하게 되지만, [라스트 제다이]의 성장 자체가 없는 레이에게 어떻게 연민과 공포를 가지겠는가?
라이언 존슨이 전통에만 기반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미래주의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따르는 건 좋다. 해체하기에 앞서서 우선 시리즈의 본질을 제대로 통찰했어야 했다. 아니면 아예 과거와는 선을 긋고 전혀 다른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덧붙여서 차라리 [라스트 제다이]를 첫 번째 영화로 내세워 [시퀄 3부작]에 걸쳐 차근차근 진행되었다면, 훨씬 순조로웠을 것이다. 결국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일부터 저지르는 8편은 J.J. 에이브람스를 포함한 스타워즈 팬들에게는 40년 동안 쌓아왔던 공유 세계관에 대한 '반달리즘'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라이언 존슨은 제다이와 시스로 구분 짓지 말자고 계속 설득하지만, 정작 '저항군 VS 퍼스트 오더' 선악구도를 완전히 극복하지 못했다. 또, 영화 내내 탈영웅 서사를 부르짖지만, 결국 시련과 고초를 한 번도 겪지 않는 완전무결한 레이의 영웅 서사를 보면 자기모순처럼 읽힌다. 거기다 서스펜스에 약한 라이언 존슨의 약점이 겹치면서 저항군을 계속 위기로 몰아넣지만,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 긴박감이 전혀 와닿지 않는다. ([나이브스 아웃]을 보면 그는 미스터리에 강점이 있는 감독이다.) 전부 라이언 존슨이 별다른 설득 없이 시리즈의 요소들을 본인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고 변용한 결과였다. 왜 그랬을까?
포스트모더니즘의 거두, 자크 데리다는 흔히 '선과 악' 같은 이항대립 체계를 종언한 철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 가르침대로 라이언 존슨 역시 제다이와 시스의 대결을 종식시키고 싶었을 테다. 그러나 사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의 경계, 울타리를 이야기할 뿐 종언을 고하지 않았다. 데리다는 이항대립을 해체하되 이항대립 그 자체가 종결될 수는 없다고 봤다. 왜냐하면 성경을 포함한 서구인의 사고체계 전부를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언 존슨도 그런 포스트모더니즘의 맹점에 빠졌던 것이다.
결국에는 괜찮은 완성도임에도 불구하고, 후속작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그 즉시 기록 말살 형에 처해진다. 이제 루카스 필름 내부에서조차 ‘흑역사’로 공인된 셈이다. 그러나 조만간 재평가 받을지도 모른다. 현재 라이언 존슨이 집필하는 구 공화국 시점의 신규 3부작(10,11,12편)이 2022년 12월, 2024년 12월, 2026년 12월 개봉 예정으로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케빈 파이기가 제작하는 스타워즈 작품 역시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어 동일한 프로젝트로 예상된다.
#9 : 에피소드 7 : 깨어난 포스 (EPISODE VII - THE FORCE AWAKENS, 2015)
첨 볼 때는 클래식 느낌이 나서 반가웠다. 다시 보니 [깨어난 포스]는 [에피소드 4·5]을 리뉴얼했을 뿐 아니라 개봉 당시 과대평가보다 실제 완성도가 떨어지고, 의미 없는 서사가 많았다.
물론 당시에는 이러한 구멍들이 차기작을 위한 떡밥으로 간주하고 넘어갔었는데, 라이언 존슨의 8편 [라스트 제다이]이 떡밥 자체를 무시하고, 세계관 자체를 붕괴시키는 바람에 에이브람스가 직접 연출한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망가진 세계관을 수습하고, 설정 구멍을 막는데 급급하게 되었다.
문득 왜 에이브람스가 ‘떡밥의 제왕’이 되었을까? 가 궁금해진다. ‘쌍제이 특유의 떡밥 투척’은 독창성이 부족하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약점을 가리기 위해서다, 맥거핀(떡밥)을 많이 설정해서 재빨리 흥미를 유발하고, 연속된 위기를 통해 긴장감을 조성하며 돌려 막기일 뿐이다. 7편과 9편에서 쌍제이의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데, 새로운 맥거핀이 파생될 때마다 또 다른 플롯 포인트가 생긴다는 점이다. 무언가 흥미로운 떡밥을 던지긴 하는데 전체적인 흐름은 전진된 게 없다. 게다가 쌍제이가 캐릭터들조차 도구적으로 정보와 아이템을 주는 용도로 쓴다. 아마 데이지 리들리조차도 레이가 어떤 역할인지 잘 몰랐을 것이다. 3편 내내 자꾸 설정이 바뀌니까 말이다. 핀과 포 다메론도 마찬가지다.
디즈니가 안정된 돈벌이를 위해 ‘추억 팔이‘에 안주한 결과, 시리즈로의 신규 관객 유입에 실패한다. 진부한 [시퀄 3부작]으로 스타워즈를 처음 접한 세대들에게 "개연성도 부족하고 재미없는" 시리즈로 받아질 수밖에 없다. '영혼 없는' 팬 무비를 누가 좋아하겠는가?
시퀄과 프리퀄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다. [깨어난 포스]에서 레이가 모아 온 고물을 수거하는 배급소 주인 '운카 풀럿'은 뚱뚱한 구두쇠 정도로 단편적으로 묘사한다. 반면에 [보이지 않는 관계]의 부품가게 주인으로 나오는 '와토'는 어떤가? 이방인 '콰이곤 진'을 경계하지만 장사치답게 흥정을 건다. 자신의 노예인 아나킨의 포드 레이싱 재능을 인정해서 포드를 제공해준 적이 있으며, 경주 도박을 하기도 한다. 또, 자바 더 헛을 두려워하고, 세불바가 아나킨에게 해코지 못하도록 단속한다.
루카스는 '단역'이라고 해도 그 전후 배경와 상호작용을 미리 설정해둔다.
그렇기에 루카스의 형편없는 연출력에도 불구에도 [스타워즈]가 확장세계관의 선구자로 매김 할 수 있었다. 간과하기 쉽지만, 조지 루카스 세계관과 캐릭터를 설정할때 입체적 사고로 그린다.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하려면 인문학적 상상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지라 언뜻 별 관계가 없는 대상과 우리는 밀접하게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명시적으로 표시되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와 관습이 있지 않은가? 제임스 카메론도 조지 루카스처럼 인류학적·미학적 맥락을 철저히 따진다. 그는 [아바타]를 제작할 때 나비족 언어와 종교, 규범, 문화, 지리까지 미리 설정한 다음에야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6편 [제다이의 귀환]에서 은하 제국이 멸망하고, 들어선 신 은하 공화국이 어떤 과정으로 붕괴되었는지 7편 [깨어난 포스]가 전혀 설명하지 않아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즉, 정체불명의 퍼스트 오더가 왜 위협적인지를 관객 입장에서 와닿지 않기에 [시퀄 3부작] 내내 ‘긴장감의 부재’에 시달려야 했다. 이런 부실한 세계관 구현이 2020년 현재 [시퀄 3부작] 관련 작품보다 이전 [프리퀄 3부작] 혹은 [클래식 3부작]에 기반한 미디어 믹스 및 파생상품이 더 많은 이유다.
#8 : 솔로 : 스타워즈 스토리 (SOLO: A STAR WARS STORY, 2018)
크리스 밀러 & 필 로드의 급작스러운 해고로 말미암아 캐슬린 케네디가 싹 다 갈아엎도록 지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워즈] 간판을 떼고 보면 괜찮은 하이스트 무비다. 다만, 구원투수로 등판한 론 하워드가 산으로 갈 뻔한 작품을 겨우겨우 수습한 티가 난다. 예를 들면, 항공권이 없는 한은 제국군에 의해 수배령이 내려지지만, 정작 제국군 입대 담당관은 그에게 성을 붙여준다. 이렇듯 얼렁뚱땅 넘어가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도 베테랑 론 하워드가 촉박한 제작 기한 내에서 균열을 최소화했다.
해리슨 포드를 닮지 않은 엘든 이렌리치는 차분하게 연기를 잘했고, 까칠한 드로이드 L3-37과 도널드 글로버의 랜도 칼리시안은 씬 스틸러다. 그럭저럭 즐길만하지만, 애초부터 3부작으로 기획되어서 그런지 속 시원한 기원담을 들려주지 않는다. 꽁꽁 싸맨 채 이야기를 진행시키려다 보니 자꾸만 여타의 SF 영화들이 연상될 뿐 특별한 인상을 안겨주지 못한다. 문제작 [라스트 제다이]의 여파까지 겹치면서 프랜차이즈 최초로 적자 흥행을 기록하게 된다. 이 사단의 원흉인 캐슬린 케네디는 어쩔 수 없이 한 솔로의 속편 계획과 [오비완 케노비], [보바 펫]의 앤솔로지 시리즈를 취소한다.
그러나 [더 만달로리안]에 앞서 시리즈 최초로 '암시장의 밀수와 범죄'를 조명한 공로는 인정해야 한다. 자바 더 핫이 이끄는 핫 카르텔, 코렐리아 행성에서 제국 전함이 건조되는 장면, 우주 공항의 묘사, 코악시움 광산의 묘사, 츄바카와 우키 종족의 묘사 등 [시퀄 3부작]이 등한시했던 세계관 구현에 노력했다.
#7 :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 (EPISODE I - THE PHANTOM MENACE, 1999)
[프리퀄 3부작]의 밑바탕을 깔기 위한 거대한 예고편에 불과하다. 포드 레이스 장면과 다스 몰과의 검투신만 보거나 [보이지 않는 위험]을 통째로 건너뛰더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상상력이 결여된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보이지 않는 위험]의 세계관 확장이 긍정적인 평가로 돌아섰다. 살다 살다 [프리퀄 3부작]을 응원하는 날이 오다니
무역협상, 분리주의 연합 등 진지한 정치적 담론, 자자 빙크스의 고통스러운 CG 슬랩스틱, 부재한 주인공, 처참한 대사, 느슨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클래식 3부작과는 확연히 차별화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바로 로마 공화정이 제국화되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결함으로 인해 자신과 주변인이 파멸로 치닫는 셰익스피어리언 비극을 시리즈에 훌륭하게 이식시켰기 때문이다.
또, [클래식 3부작] 과는 이질적이었던 디자인이 클래식의 변영에 지나지 않는 진부한 디자인을 선보인 [시퀄 3부작]으로 말미암아 지금에 와서는 과감한 도전으로 재평가를 받았다.
끝으로 미디클로리언을 통해 '기(氣)'에서 착안한 포스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려고 했다. 이 개념으로 노예 신분인 아나킨을 '선택받은 자'로서의 정당성을 부여한다. 8편 이전부터 누구나 포스를 가질 수 있다는 '포스 에브리웨어' 설정은 이미 존재했었다.
#6 :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EPISODE II - ATTACK OF THE CLONES, 2002)
[클론의 습격]은 조지 루카스의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사와 형편없는 연출, 헤이든 크리스텐슨의 발성 문제가 겹치면서 '역대 최악의 로맨스 영화'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러나 영화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100% 디지털 촬영으로 완성된 첫 블록버스터이며, 이 영화를 기점으로 영화 산업은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요다와 두쿠 백작의 라이트세이버 결투, 제다이 기사단와 분리주의 연합의 드로이드 간 전투 등으로 액션을 강화했으며, 의회를 장악한 팰버틴 의장이 무역 연합에 대항하고 분리주의자들로부터 은하 공화국을 방어할 목적으로 비상 권한을 부여받는다거나 보바 펫과 클론 트루퍼를 결부 짓는 아이디어 자체는 괜찮은 편이다. 그러나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법이다. 루카스의 탁월한 기획력에 비해([시스의 복수]을 위해 아껴둔) 드라마의 부재를 막을 캐릭터 묘사에 실패하면서 시리즈 사상 가장 지루하다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조지 루카스가 프리퀄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동기인 '클론 전쟁'의 개전만을 알린다는 점이다. 추후 전쟁의 진행 상황은 [클론 전쟁(2003/2008)]로 대체됐다. 있으나 마나 한 ‘제다이의 결혼 금지 규율’ 따위보다 '클론 전쟁' 자체에 포커스를 뒀다면, [에피소드 1·2]가 이리 허무하게 낭비되지 않았을 터,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2편의 숨은 장점은 비극의 단초인 ‘하마르티아(Hamartia)’를 제공했다는 데에 있다. '하마르티아’의 글자 그대로의 의미는 ‘화살이 과녁을 맞히지 못하고 빗나가다’ ‘길을 잃고 헤매다’이지만, 하마르티아는 주인공이 지닌 결함으로, 아나킨은 금혼 계율을 어기고 파드메와 결혼하고, 제다이답지 않게 어머니에 대한 복수를 감행한다. 이것이 아나킨의 하마르티아다. 그의 판단 실수는 '비극'이라는 커다란 기계를 작동시킨다. 마치 브레이크 페달이 고장 나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된 자동차의 결함처럼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2편의 빌드업이 있었기에 3편에서 극적으로 반등할 수 있었던 것이다.
#5 : 에피소드 6 : 제다이의 귀환 (EPISODE VI - RETURN OF THE JEDI, 1983)
놀란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2012)]처럼, 3부작을 마무리 짓는 일은 어렵다. [제다이의 귀환]은 전편 [제국의 역습]이 근사하게 던져놓았던 기대감을 충족시켜야 하는 의무가 있고, 지금까지 끌어온 시리즈의 결말을 내야 하는 힘겨운 미션이 남아있었다. 그럼 [스타워즈]의 주제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파우스트]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과 동일하다. 메피스토펠레스의 유혹에 넘어간 인간이 어떻게 타락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결국 자신의 구원을 가능케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제다이의 귀환]라는 제목은 아나킨이 메피스토펠레스(팰 버틴)을 원자로에 던져버리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걸 의미한다. 가면을 벗어던지고 아들의 얼굴을 마주함으로써 부자간의 화해가 이뤄진다. 여기서 그리스 비극과 [스타워즈]의 차이점이 발견한다. 그리스 비극은 신이 정한 운명론에 의존하지만, 팰버틴에게 끌려다니던 다스 베이더가 자신의 의지로 다시금 아나킨 스카이워커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타락한 영웅이 스스로 선택해서 악의 굴레를 벗어나는 것이 바로 '포스의 균형'이다.
더욱이 6편은 분명히 4편 [새로운 희망]의 아이디어를 재탕하고, 인물 간의 갈등구조가 할리우드 영화답게 안전하다.
그것이야말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게 [배트맨 비긴즈]을 참고하라는 교훈으로 받아졌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제다이의 귀환]는 클래식 3부작이 남긴 수많은 질문에 대답함으로써 무용담을 장중하고 우아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루크와 레아를 중심으로 레전드 확장 세계관(EU)이 진행되고, 팬들로 하여금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악당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뒤에 팬들의 소원은 마침내 이뤄진다.
#4 :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 (ROGUE ONE: A STAR WARS STORY, 2016)
드디어 디즈니 스타워즈가 재탕을 멈추고, [스타워즈]의 감춰진 이면을 파헤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저항군 특공대들의 희생을 다룬다. 원래 [스타워즈] 자체가 제2차 대전 전쟁 영화들에게서 착안한 작품이었다. 은하제국 군복은 나치 독일과 매우 유사하며, 저항군은 연합 군을 연상시키지 않은가? [로그 원]은 한발 더 나아가 ‘레지스탕스‘의 이미지를 덧입힌다.
다시 말해 스타워즈 특유의 유치한 가족영화의 틀을 버리고, 본래 스타워즈 세계관에 지니고 있던 2차 대전 특공대를 내세운다. 그러면서도 [스타워즈 6부작]과 연결성을 중시한다. 무엇보다 가렛 에드워즈의 장단점이 다 발휘됐다. 무미건조한 캐릭터 구축과 초반부의 산만한 드라마가 아쉽지만, 스펙터클하게 규모를 살리는 연출이나 사실성을 강조한 서사구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요즘 미드 [만달로디안]가 호평을 받는 이유는 [로그 원]과 동일하다. 기존 스타워즈 설정을 존중하면서도 세계관을 확장하려는 참신한 시도가 병행되었다는 점이 성공 비결이다.
#3 :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 (EPISODE III - REVENGE OF THE SITH, 2005)
조지 루카스의 여전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이야기의 본질에 다가선다. 아나킨은 한 개인이 막을 수 없는 불행이 연달아 닥치며 타락하게 되고, 공화국 역시 멸망하게 되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정심을 가지게 한다. [프리퀄 3부작]을 통해 ‘제다이 vs 시스’로 세계관이 확장하게 되면서 클래식 3부작의 ‘부자간의 골육상잔'은 수 천 년간 이어진 제다이와 시스의 대립 중 하나로 재정립한다.
시스 로드인 황제가 제다이 기사단의 '선택받은 자'를 회유하며 시스의 복수를 완성한다. 스타워즈 팬들은 아니킨 스카이워커가 다스 베이더가 되는 결말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창시자가 새롭게 공개한 사실들에 놀람과 감탄을 금치 못했다. 스승과 제자의 처절한 혈투는 물론이고, 요다가 황제 암살에 실패하면서 은거한다거나 오더 66에 의한 제다이 기사단이 몰락하고, C3P3와 R2D2가 기억을 잃는 과정, 오비완이 포스의 영이 되는 법을 요다에게 전수해준다거나 파드메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들쑥날쑥한 [프리퀄 3부작]을 매끄럽게 마무리하면서도 [클래식 3부작]에서 빠진 빈틈을 세심하게 메웠다.
또, 시리즈 최초의 배드 엔딩에도 불구하고, 라이트 세이버가 누군가에 전해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서사와 액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룬 유일한 스타워즈 작품이며, 밝고 유쾌한 [클래식 3부작]과는 180도 다른 어둡고 진지한 [프리퀄 3부작]을 성공적으로 완결 지었다.
만약 ‘현자 다스 플레이거스의 비극’이 없었다면 9편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의 황제 클론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될 만큼 확장 세계관과 캐릭터 정립에 큰 기여를 한 작품이다.
#2 :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 (EPISODE IV - A NEW HOPE, 1977)
대중문화를 영원히 바꾼 영화다.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정의 내리고, '콘텐츠 산업'으로의 패러다임을 바꿔, 부가상품을 대중화시킨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영화산업 역시 [스타워즈]를 기점으로 현실의 영역에서 ‘판타지의 영역’으로 넘어가게 된다.
국내에서 [스타워즈]가 유치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그러하다. 원래 조지 루카스가 어릴 적 즐겨본 코믹스 [플래시 고든], 구로사와 아키라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동양의 '기(氣)' 개념을 서양식으로 재해석한 포스 등의 철학적 우화, 전쟁영화, 갱스터, 호러, 뮤지컬, 서부극의 요소를 섞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이자 밝고 경쾌한 어드벤처 SF 영화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이 복합장르 전략은 이후 영화 제작의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스타워즈]는 조지프 캠벨의 원형 신화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칼로 총알(빔)을 막거나 우주가 배경인데 18세기 라인 배틀을 펼치는 광경이 의아할 것이다. 이는 시대와 문화권에 구애받지 않는 원형 신화를 차용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5편부터 '다스 베이더'를 그리스 비극처럼 그리면서 시리즈로써 환골탈태한다. 이때부터 할리우드 극작술에 '원형 신화'가 도입된다.
#1 : 에피소드 5 : 제국의 역습 (EPISODE V - THE EMPIRE STRIKES BACK, 1980)
루소 형제의 말마따나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이 관객의 예상과 기대를 배반한 용기는 [제국의 역습]에서 배웠다. 당시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모두 "도대체 뭘 본 거지?" 싶었다고 한다. 악에게 패배한 주인공, 어긋난 로맨스, 새드 엔딩은 상업영화의 오래된 금기들이었다.
전편 [새로운 희망]이 한 편의 독립된 영화로서 완결성을 갖춘 반면에 [제국의 역습]은 어떻게 이야기를 확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선례로 여전히 남아있다. 스타워즈 9부작의 밑그림은 여기서 출발했다. 한편 팬들은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 사이의 설정 구멍을 메우며 [확장 세계관 (EU)]를 만들고 놀았다. 바로 ‘원 소스 멀티 유즈의 기원’인 것이다, 이것이 ‘스타워즈’를 신화로 만들었다.
Copyright(C) All Rights Reserved By 輝·
* 본 콘텐츠는 블로거 영혼아이 TERU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 [JIFF 데일리] 남겨지는 사진과 사라지는 기억
※씨네랩 크리에이터로 초청받아 시사회 참석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토마스 회프커와의 사진여행 스틸컷 / 출처: 씨네랩 제공]
토마스 회프커 작가님의 커리어와 시대의 흐름까지사진에 문외한인 나로써는 처음 들어봤지만 “매그넘 포토스”라는 유명 사진 스튜디오에 소속되신 역사적인 사진작가분의 다큐멘터리었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과거 사진들을 보여주는데, 무하마드 알리 옆에서 동행하며 사진을 찍으셨던 일화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대단한 위치에 계셨던 분인지 실감했다. 또한 영화의 스토리가 작가님의 마지막 사진 여행임과 동시에 작가님의 일생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보니 중간중간 작가님이 지금까지 찍어오신 많은 사진들이 나온다. 그래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과 동시에 사진전을 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이전에 비비안 마이어 전시를 보러간 적이 있었는데, 당시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라는 다큐멘터리는 보지 않고 갔다가 전시회 먼저 보고 영화는 나중에 봐야지 하고 미뤄둔 적이 있었다.이번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니 작가님이 전시회를 하신다면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이참에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영화 속에서는 작가님의 지금까지 커리어에 대해서 차근히 말해주곤 하는데, 처음 포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당시 찍었던 사진들이 보여진다. 아무래도 저널리즘의 특성상 미국 내에서 이뤄졌던 다양한 사건과 역사가 등장하고 현 시점의 미국이 대비되면서 나타난다. 이러한 영화 흐름은 마치 작가님의 커리어를 비춤과 동시에 미국의 역사를 함께 보여주면서 시대적인 흐름과 변화도 보여주었다.사진 작가라는 직업이 사진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그 이야기까지 함께 그려내는 직업이라는 점이 영화에서도 보여지는 것이다.이후 그의 사진이 변하는 과정을 보여진다. 처음에는 사건에 집중하던 모습에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모습과 분위기를 담아내는 것으로 넘어가고 마지막에는 자연을 찍은 사진까지 등장하면서 마치 나이를 먹어감과 비슷한 커리어를 보인다. 그것이 실제로 작가님이 나이를 들어가심에 따라 가지게 된 변화인지 단순한 우연인지, 편집에 의한 연출인지는 모르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마지막 사진 여행을 떠나는 지금의 모습에 너무 어울리는 서사로 다가왔다.마지막 여행과 사진작가의 삶작가님은 알츠하이머를 3년 간 앓으면서 많은 기억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마지막 여행을 떠나신다. 이전에 알고 지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제는 떠나버린 사람들을 추모하지만 대부분은 기억하지 못하시는 장면들이 나온다.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이제는 떠나간 이전에 친했던 동료 “폴”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다. 작가님은 아내와 함께 폴을 추모하지만 끝내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사실 그가 찍은 사진은 기억이 나지만, 그에 누군지에 대해서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이 대화는 이전에 아침을 먹으면서 했던 대화와 묘하게 연결되는데, 사진이라는 것은 10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기억을 잃어가면서 사람은 잊혀지기도 하지만 그가 찍은 사진만은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처럼 작가님이 지금 알츠하이머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많은 것들을 기억 못하겠지만 찍으신 사진만큼은 우리에게 남아서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또한 사진작가라는 직업조차도 사진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그 사진을 찍은 작가님들은 기억에 남지 못한다는 점이 이 다큐멘터리가 그러한 인물을 그리고 있음과 동시에 그 인물의 기억도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남은 것과 사라지는 것에 대해서 반복되는 이야기를 남기는 것만 같았다.<토마스 회프커와의 사진여행> 상영시간표
-
- 진실하게 일상을 담는 카메라
남자 친구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던 박강아름은 <박강아름의 가장무도회>를 만들었다. 촬영 중 성만과 인연이 닿아 부부로서의 삶을 약속하기에 이른다. 아름은 프랑스에서 새로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싶었고 성만은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프랑스에 적응한 아름과 다르게 성만은 낯선 타지에 적응하지 못했다. 말은 통하지 않았고 성만이 할 수 있는 일은 가사 노동뿐이었다. 결국 주부 우울증이 생긴 성만을 위해 아름은 집에서 운영하는 ‘외길식당’을 제안한다. 외길식당을 찾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아름에게 결혼과 가족의 진정한 의미를 고민하게 했고 자신의 삶 속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 다시금 카메라를 든다.
<박강아름 결혼하다>는 싱글을 졸업한 박강아름 감독이 가족으로서 새 출발을 담고 있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시작한 새 출발이지만 매번 즐거운 일만 있을 순 없다. 특히 사적 다큐멘터리를 다루는만큼 박 감독의 작품은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자 한다. 타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감정까지 카메라의 담는 그녀의 모습에서 영화는 솔직함을 넘어선 진실함을 느끼게 된다.
박강아름 감독은 <박강아름 결혼하다>로 30대의 자신을 보였으며,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자녀 보리와 반려견 슈슈의 이야기인 ‘슈슈와 보리’라는 차기작 또한 준비하고 있다.
-
- 한 입 베어 물어 보면
SYNOPSIS.
퇴근 후 뱀파이어 웹툰을 그리는 웹툰 작가이자 비정규직 웹디자이너 ‘정서’(나애진). 남자 친구 ‘경현’(강봉성)과의 결혼을 앞두고 서울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지만 계약금 준비가 쉽지 않다. 이에 엄마 ‘미영’(박현숙)은 이혼할 때 ‘영주’(안석환)에게 받은 차용증이 붙은 색소폰을 건네주고, ‘정서’는 아버지 ‘영주’가 있는 강원도 동해시의 묵호항 벌교횟집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가깝지만 먼, 낯선 가족들의 욕망에 휘말리게 되는데…
POINT.
✔️ 다양한 배우들의 연기가 맛깔나는 작품. 주연 나애진 배우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배우상을 시상헀으며, (대단한 거 알았지만 역시나 너무나도) 대단한 안석환/박현숙 배우의 호연도.
✔️ 그리고 이 호연은 촘촘하게 설정된 캐릭터와 미술이 있기에 가능. 저기 어디 사는 누구처럼 느껴지는 캐릭터들.
✔️ 묵호라는 공간을 훌륭하게 활용한, 좋은 로컬시네마
✔️ 음악감독 김사월. 상서롭고 신비롭게 퍼지는 음악과 중간중간 색소폰 소리, 엔딩크레딧에서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사운드까지 모두 좋았습니다!
✔️ 어쩌면 우리가 '한국 독립영화'에 기대하는 건 바로 이런 영화 같기도!
✔️ 영화는 1월 15일 개봉합니다.
혈연이라는 말의 무게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현들 중에 '피가 당긴다'는 말이 있다. 대충 피가 물보다 진하다는 어감에 더해, 그래서 어쩔 수 없을 만큼 속절 없이 끌린다는 어감으로 쓴다. (비록 구글 검색 결과는 고혈압이 나왔지만... 종종 들어본 말이다. 나만 들은 건 아니겠지?) 그런가 하면 부모자식처럼 혈연으로 가까운 사이를 더러는 '피붙이'라고도 한다. 늘 그렇다. 피라는 단어는 끈끈한 단어들과 접착력이 좋다. 비록 실제 피는 매우 주의해서 섞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런 점에서 가족영화에 뱀파이어라는 소재를 작게나마 붙이는 것은 생각보다 좋은 조합이다. 보통 뱀파이어물에 가족을 작게 붙이는 형태에 더 익숙한 우리에게 상당히 생소한데도 말이다. 가족은 사랑과 돌봄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여야 하기에 많은 경우 간과되지만, 사랑 없이 돌봄의 역할만 부여하는 것은 결국 고혈을 빨아먹는 행위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영화에서 뱀파이어는 정서가 업무 전후 시간에 틈틈이 그리는 웹툰에 등장한다. 포털에 웹툰을 연재하며 언젠가 웹툰 작가로 대박 날 꿈을 꾸는 동시에, 디자인 회사에서 비정규직 자리를 간당간당 유지하고 있다. 익숙한 사회 초년생의 모습이다. 청약을 발판 삼아 결혼을 준비하고, 지금 하는 일과 양립 가능한 파이프라인을 찾고... 그러나 무엇 하나 녹록하지 않은 모습이.
어찌저찌 피붙이라는 말에 걸치기는 하지만, 혈연 관계가 애매한 새 가족이 섞여 있고, 그나마 그들을 보지 않은 시간도 꽤나 길었다. 그 어색한 관계 위에, 영화는 가족 구성원들이 가진 각자의 욕망과 각자의 계산을 촘촘하게 보여준다. 이들은 아무튼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고, 그걸 거부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자기 속내를 언제 드러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래서 어쩐지 이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은 조금 촌극처럼 보인다. 이는 정서의 예비 남편인 경현까지 등장하면서 극에 달한다.
가짜처럼 뻣뻣한 법적 '진짜'와
어떻게 보면 정해진 듯 자연스러울 수도 있는 광경이다. 청약이 당첨된 아파트를 위해 계약금을 마련해야 하고,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은데, 그러려면 부모님이 각자의 자리에서 쌓아 온 역사를 관망하게 되고, 다소 현타가 오기도 하고... 그러다가도 친구들 앞에서는 또 자랑처럼 이야기하고. 아무튼 돈은 필요하니까 예비 신부를 달래 가며, 한우와 과일을 사서 재빨리 달려오는 남자친구의 모습까지.
그러나 이러한 장면들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자꾸 불화한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혈연을 기반으로 한 아빠-정서의 관계 혹은 엄마-정서의 관계, 혼인이라는 법적 안정성을 기반으로 하는(혹은 했던) 아빠-엄마의 관계, 아빠-새엄마의 관계, 경현-정서의 관계가 각각 뱀파이어 이미지와 맞물리면서 다소 차갑게 느껴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서로가 서로에게 차용증을 보내는 게 자연스러운 엄마와 아빠도 그렇다. 아빠와 헤어지고 열심히 일하면서 정서를 키운 엄마의 역할은 누가 보아도 톡톡했을 것이고, 아빠 또한 나름대로 용돈이나 다른 방법들로 정서와의 혈연을 자연스럽게 연장해 나간다. 이들은 딸에 대해 의무가 있음을 알고 있고 또 가끔은 권리를 요구하기도 하지만, 세 사람 사이의 관계는 차용증 때문인지 다소 역할극처럼 뻣뻣하다.
경현과 정서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 사람은 마루와 강아지 같은 부드럽고 희망적인 일상어들을 사용해 미래를 설계하지만, 아파트 하나만 빠지면 훅 위태로워질 관계를 간신히 지탱하고 있다. 여기에는 정규직-비정규직의 차이, 안정적 삶을 위해 회사를 버티고는 있지만 사실 그 안에서 포기한 각자의 꿈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점 등이 하중을 보탠다.
진정성 있는 '가짜'와
애초에 별로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는 관계로 시작했고, 서운하면 "가짜 언니"를 운운하고, 멀리 산 시간이 있어 서로 신뢰가 깊지 않음에도, 오히려 정서-정해 자매의 관계 쪽이 좀더 가족의 바이브를 풍긴다. 이들을 가족으로 묶어낸 것은 공간을 공유했다는 것 하나 뿐이다. 심지어 같은 시간에 존재하지도 않았는데도 이들은 공간을 공유한 상대의 시간을 미루어 보며 친근감을 느낀다.
정서가 고향 집에 두고 간 것들을 정해도 먹고 자랐다. 정서가 본 영화 제목에서 거북이 이름을 따 오고, 오래된 만화책을 쌓아 놓던 언니가 그린 웹툰에 좋아요를 꼬박꼬박 누른다. 담배나 남자친구처럼 아직은 부모님 눈치를 보아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언니의 그림자를 느끼며 살았다. 정서 또한 자신이 거쳐 온 시간과 중간중간 닮아 있는 정해가 아주 먼 존재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얼핏 대조적인 것 같지만 사실 둘 다 각자의 삶에 매여 있는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도움을 구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동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오르는 모습을 보면, 제법 괜찮은 자매의 모습처럼 보인다. 가족을 가족으로 만드는 건 무엇일까. 혈연은 중요한 요소지만 혈연이 다는 아니라는 문장은 이제 진부하지만, 여기서도 명확히 느껴진다.
내 안의 '진짜'와 '가짜'
사실 피를 빼앗기기도 하고 내어주기도 하는 뱀파이어는, 피의 이동 방향만 놓고 보면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 가족 또한 마찬가지다. 촌극처럼 뻣뻣한 장면을 연출하는 관계가 있고,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녹아든 면을 보여주는 관계가 있지만, 전자가 절대악이고 후자만이 진짜인 것은 아니다. 가족은 그냥.... 그런 것이다. 늘 진심이기만 한 관계는 없다.
여기에는 우선 정서의 내부에도 '진짜'와 '가짜'가 오가고 있는 존재라는 것, 이 사회에서 사는 우리 모두 실은 진정성을 품을 때와 적당히 뻣뻣할 때가 있는 존재라는 이유도 있다. 자본이 사람을 얽어매고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이 첨단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기가 진짜 원하는 모습도 아니라 그냥 '남들 다 그러고 사니까' 정도의 감각을 갖기 위해서 자아의 어떤 부분을 버려야만 충족될 수 있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정서의 가족에서는 차용증이라는 형태로 매우 명백히 드러났고, 그만큼 아빠의 욕망이 유난히 두드러지지만... 사실 그 감정 자체는 낯선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만한 것들이다. 오랜 친구, 결혼을 약속한 연인, 가족의 관계에서도 이는 온전히 예외가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자아는 영영 버려지지 않는다. 지금은 환멸밖에 남지 않은 정서의 아빠와 엄마 사이 같지만, 어렸던 정서에게 아빠가 남긴 색소폰 연주 CD에 얽힌 추억을 말하는 엄마는 분명 빛바랜 사랑과 오랜 상처까지 스산하게 끌어안고 사는 사람이었다. 오래 전에는 사랑만을 가득 끌어안고 있었을 사람. 지금은 욕망의 폭주 기관차처럼 살고 있는 아빠는 뿌리 없는 삶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또한 생선 머리를 단숨에 잘라 피가 배지 않도록 회를 치는 기백을 정서에게 물려준 사람으로서, 그 열정을 사랑으로 승화했던 시간이 있었으리라.
자본주의 사회의 차가운 은빛 단면이 우리의 살갗에 끊임없이 느껴지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은빛 살구라고 하지만, 은행에는 고소한 속살이 있듯이. 그래서 나는 이 영화의 결말과, 이어지는 엔딩 크레딧에 강렬하게 깔리는 사운드가 마음에 들었다. 그게 마치 정서의 은행 속살 같아서. 김치찌개에 먹는 밥 두 그릇 같아서.
어린 시절을 묵호에서 보낸 정서의 그림에는 곰치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등장한다. 졸업 작품을 큰 돈 들여 구매하는 아빠나 물고기 위에 기어이 매직펜으로 정서의 이름을 적게 만드는 엄마나, 둘 다 정서의 마음 가까이에 있지 않은 건 매한가지지만, 정서의 물고기들은 붉은 피를 넘어서 푸르게 생동할 것이다.
*온라인 무비 매거진 씨네랩을 통해 시사회에 참석하여 감상 후 작성하였습니다.
-
- <앰뷸런스>의 질주에 담긴 치유의 드라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암에 걸린 아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윌(야히아 압둘 마틴 2세)'. 그러나 보험이 적용되지 않은 막대한 치료비를 구할 길이 막막해지자 그는 외면한 채 지냈던 이복형 '대니(제이크 질렌할)'를 찾아간다. 배 다른 동생의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들은 대니는 역으로 그에게 한 가지를 제안한다. 자신이 계획한 은행 금고 털이에 참여하라는 것. 이에 함께 자랐지만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형제는 오랜만에 한 팀을 이룬다. 그러나 우연에 우연이 겹치면서 계획이 엉망이 되자 두 형제는 앰뷸런스를 강탈해 탈출을 시도하고, 부상당한 경찰을 치료하기 위해 앰뷸런스에 타 있던 구급대원 '캠(에이사 곤살레스)'을 인질로 삼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LA 도심을 질주하기 시작한다.
<진주만>과 <트랜스포머> 시리즈, <6 언더그라운드>를 만든 마이클 베이는 할리우드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스타 감독이다. 카메라 워킹, 구도, 공간감과 조명 등을 이용해 관객의 시선을 붙들어 놓는데 탁월한 그의 영화는 설령 이야기의 흐름이 이상하고, 논리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더라도 언제나 보는 재미가 있다. 2005년에 공개되었던 동명의 덴마크 영화를 리메이크한 그의 신작 <앰뷸런스>도 마찬가지다. 제이크 질렌할,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에이사 곤살레스와 같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 작품은 격렬한 액션과 휘몰아치는 추격전으로 중무장하고 있다. 그러나 <앰뷸런스>가 유달리 인상적인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마이클 베이 감독에게서 기대하지 않았던, '앰뷸런스'라는 소재의 특성을 살려낸 드라마와 캐릭터가 바로 그것이다.
우선 <앰뷸런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액션이다. 최소한의 도입부와 마무리를 제외한 러닝타임이 앰뷸런스를 쫓는 추격전으로 가득하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때 흥미로운 것은 마이클 베이 감독의 변화, 혹은 초심으로의 회귀가 자아내는 재미다. 사실 베이 감독은 난장판을 뜻하는 단어 'Mayhem'과 그의 이름 'Bay'를 합친 'Bayhem'이라는 별명을 지닐 정도로 폭발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유명하다. 그의 히트작인 <트랜스포머> 시리즈나 가장 최근작인 <6 언더그라운드>에서는 폭발하는 장면이 너무 많아서 눈이 피로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앰뷸런스>에서는 폭발씬의 비중이 크지 않다. 대신 영화를 가득 채운 것은 베이 감독의 또 다른 전매특허인 카 체이싱이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찍을 때도 매번 한 차례 이상 선보였던 그의 카 체이싱 시퀀스는 계속되는 폭발과 액션, 화려하나 어지러운 CG의 향연 속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번에도 그의 특기는 빛을 발한다. 특히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구도와 장면을 더한 점이 인상적이다. LA 도심 상공과 지상을 1인칭 시점으로 자유롭게 오가면서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추격전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하고, 앰뷸런스나 다른 차들에 직접 타고 달리는 듯한 속도감을 체감시키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걸음 더 발전한 카체이싱 액션에 집중한 덕분에 폭발씬의 비중이 적은 <앰뷸런스>는 전작들에 비해 피로감이 덜할 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된 폭발 그 자체의 임팩트를 더 강렬하게 선보인다.
이러한 <앰뷸런스>의 액션은 구급차 안에서 운전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캐릭터와 그들의 드라마가 단단하게 받쳐주기에 더욱 빛난다. 특히 액션이 이동수단으로서의 앰뷸런스에 주목했다면, 드라마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수송하는 앰뷸런스의 기능을 조명하기에 더욱 그렇다. 구급차를 타고 거친 추격전을 펼친 끝에 세 주인공이 제각기 자신의 상처와 트라우마를 치유받는 이야기이기에 그들의 앙상블은 인상적인 것이다.
실제로 본격적인 사건의 시작인 은행 침입이 시작되기 전에 영화는 그들이 품은 상처를 짧지만 확실하게 짚어주고, 앰뷸런스가 병원으로 향하는 마무리는 그 상처가 어떻게 치유됐는지를 간명하게 드러낸다. 일견 프로페셔널한 구급대원인 캠의 경우, 그녀는 의사를 꿈꿨지만 꿈을 포기해야만 했던 과거를 품고 있었다. 한 맺힌 과거 때문인지 캠은 다른 대원들과 일절 교류를 하지 않고, 본인이 목숨을 구한 이들에 대해서도 직업적인 관심 그 이상은 결코 주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는 납치된 앰뷸런스 안에서 수술 집도를 통해 직접 생명을 구하는 경험이라는, 냉소적인 태도를 버리고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날 분기점을 마주한다.
이복형제인 윌과 대니에게도 마음의 흉터가 있다. 범죄 조직을 운영하던 양부로부터 벗어나고자 군 입대를 선택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했던 윌.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아내의 암조차 치료하지 못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대니가 계획한 은행털이에 가담한다. 한편 오랜 기간 자신과 연을 끊고, 아내와 조카조차 만나게 하지 못한 이복동생에게 말 못 할 서운함을 느끼던 대니. 그에게 은행 강도 침입은 자신의 사업 수단이자 동시에 뒤틀린 방식으로나마 윌과의 관계와 가족애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였다. 이렇듯 세 주인공이 제각각 어떤 방식으로든 필요한 치료를 받는다는 점에서 구급차가 보여준 136분간의 질주는 모두에게 해피 엔딩은 아니어도 충분히 치유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치유의 드라마는 감정적으로 영화의 서스펜스를 조성하는 주요한 동력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의 상처와 치유라는 맥락에서 살펴보면, 앰뷸런스 안에서 펼쳐지는 인질극은 자신의 상처를 승화시켜서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고 싶어 하는 이들과 상처를 분노로 폭발시키고자 하는 이들 간의 갈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갈등이 중심에는 윌이 위치한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형의 위험한 계획에 휘말린 윌은 자신과 가족의 미래, 그리고 형제지간까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경험을 한다. 동시에 그는 부상당한 경찰관, 의도치 않게 인질이 됐지만 그저 옳은 일을 하려는 캠과도 감정적 관계를 맺는다. 그러다 보니 윌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세 주인공의 심경 변화는 액션 못지않게 흥미를 자아내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앰뷸런스>가 어디까지나 리메이크 작품이기에 마이클 베이 감독도 전작들과 달리 단단한 드라마를 보여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스케일도 작고, 각본도 단순한 가운데에서도 영화의 구성이나 연출력이 진일보한 점을 고려할 때, 원작이 있다고 해도 캐릭터성과 드라마를 적절히 살려낸 것은 충분히 유의미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영화는 사소한 설정으로도 순간적으로 위기를 조성하고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뛰어난 연출력을 과시한다. 예를 들어 캠이 의사들과 화상통화로 응급수술을 진행하던 중 화상 연결이 갑작스럽게 꺼지고, 그로 인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속출하면서 극의 흐름이 요동치는 식이다.
또한 인물의 특징을 상황적 맥락과 결부시키기도 한다. 대니의 경우, 무엇이든 저지르며 일을 키우는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특성을 지닌 인물이다. 영화는 그런 그를 앰뷸런스에 탄 사람들을 압박해오는 상황에 집어넣으면서 아이러니한 장면들을 만들고, 덩달아 상당한 긴장감도 조성한다. 당장 경찰에게서 벗어나야 하지만 경찰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는 인질로 잡힌 부상당한 경관을 치료해야 하고, 그로 인해 오히려 구급차의 속도를 늦춰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대니와 윌을 압박한다. 또 그 경관을 치료하기 위해 대니는 자신이 캠을 인질로 잡고 이용하는 와중에도 그녀에게 의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물론 <앰뷸런스>는 단점들도 많은 영화다. 일단 완급 조절에 실패하고 있다. 영화 내내 카체이싱 액션이 쉴 틈 없이 몰려오는 데다가, 평범한 대화 장면에서도 화면 전환이 매우 많고 카메라의 움직임이 과하다 보니 분명 피로감이 적지 않다. 단순한 각본을 2시간 11분이라는 비교적 긴 러닝타임으로 다루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덜하다는 게 위안일 뿐이다.
초반부의 범죄극에서 중반부 인질극으로 넘어갈 때 잔뜩 조여진 서스펜스에 순간적으로 구멍이 나기도 한다. 이전까지는 대니와 윌, 그리고 캠에게만 포커스를 맞췄다가, 그들을 쫓는 경찰에게까지 초점을 넘기다 보니 극의 흐름이 늘어지는 것이다. 경찰의 대사나 분량이 베이 감독 특유의 과한 유머로 점철된 것도 문제를 악화시킨다. 또한 응급 구조 요원이 구급차 안에서 응급수술을 집도하는 것처럼 언뜻 생각해 보아도 납득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전개도 몰입을 방해한다.
그러나 위의 단점들은 다행히도 <앰뷸런스>를 즐기는 데 결정적인 방해가 되지 않는 듯 보인다. 우선 기본적으로 전격전을 펼치듯 직선적인 에너지로 무장한 영화이기에 강렬한 액션을 기대할 경우 단점이 오히려 장점도 될 수 있다. 또한 영화의 선택과 집중이 탁월하기도 하다. 당장 범람하는 액션 사이사이에 깊숙이 스며든 세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그들과 함께 앰뷸런스의 뒷문을 열고 순식간에 드라마의 끝을 맞이할 수 있다. 이렇게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예상치 못한 선물, <앰뷸런스>의 매력은 뇌리에 깊이 남는다.
A(Acceptable, 무난함)
줄어든 스케일과 제작비에 반비례해서 늘어나는 만족도
-
- 가장 먼 곳에서 느끼는 아늑함.
연인과 헤어진 날 아침, 손녀 세이지가 찾아와 임신 중단 수술을 위한 돈을 빌려달라고 찾아오지만 엘이 가진 돈은 43달러뿐이었다. 당장 오늘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소식에 돈을 마련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잠깐의 외출에도 찾아오는 불합리한 모습을 마냥 지켜만 보지 않는 엘의 거침없는 분노가 때론 무례하게 비치기도 하지만 방관 없는 당당함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강한 외면과는 달리 조금씩 불안정한 엘의 마음은 6개의 에피소드와 자신과 연결되어 있던 사람들로 인해 조금씩 단단한 마음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했다. 철저히 자신에 대해서 부정했던 시간을 지나 자신으로 당당할 수 있었던 현재의 모습이 세이지와 함께하는 여정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처음에는 마냥 불친절하고 퉁명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세이지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느껴지는 따뜻함이 인상적이었고 뭔가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세이지에 당당함을 불어넣어 주는 모습을 보며 왠지 나도 힘이 났다. 특히 세이지의 임신에 책임을 회피하려고 하던 녀석을 혼내주는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폭력의 순간이든, 대화를 통한 재회의 순간이든 남은 평생 매일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될 일을 인정하는 자세를 잘 드러낸 영화였다. 어른의 모습이 완벽함을 갖추기도 어렵겠지만 자기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어 불안감보다는 단단함을 가진 사람이 어른의 모습이라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다. 회피하고 싶었던 순간을 당당히 마주하는 엘의 모습을 통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움을 채워가고 있었다. 우리가 보통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조금 다른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불안정한 모습도 어른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낙태 시술소가 있었던 곳에는 카페가 들어서고 그곳에서 낙태라는 말을 했다는 것만으로 그 공간에 있을 수 없게 하고,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이는 책임을 회피한다. 또, 낙태 시술소 앞에 있는 여자가 낙태를 반대하는 시위를 펼친다. 그리고 이런 상황들이 모여 홀로 남는 여성을 홀로 걸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끌지만 영화의 상황과 엘은 그 상황에 젖어들지 않고 같이 걸어나간다. 정상과 비정상을 가르는 정상에서 정상을 외친다.
-
- [존 오브 인터레스트] 끝장리뷰 | 벽, 담벼락, 담장(wall) 상징 | 결말해석 | 헨젤과 그레텔 분석 | 사운드와 이미지, 옆모습(측면 숏), 열화상카메라 의미
[존 오브 인터레스트](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벽, 담벼락(wall), 결말해석
Chapter 2 사운드와 이미지, 옆모습(측면 숏), 헨젤과 그레텔
00:00 존오브인터레스트
01:07 닮은 영화들
03:01 wall
06:43 결말해석
07:50 사운드, 이미지, 옆모습
08:59 핸젤과 그레텔
10:52 별점 및 한 줄 평
11:15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오브인터레스트 #존오브인터레스트리뷰 #존오브인터레스트해석 #존오브인터레스트후기 #존오브인터레스트영화 #영화존오브인터레스트 #조나단글레이저 #TheZoneofInterest #TheZoneofInterestMovie #TheZoneofInterestReview #산드라휠러 #JonathanGlazer #SandraHuller #크리스티안프리에델 #ChristianFriedel
-
-
- 넷플릭스 <정이> 공식 티저 예고편
2023년 1월 20일, 곧 공개 예정. 크로노이드사의 야심작 AI 전투용병
-
- 왓챠 <채플웨이트> 15초 예고편
저희 집에 놀러오세요. 오늘부터 열려있으니 겁내지말고 오세요? 스티븐 킹 소설 원작, 〈채플웨이트〉! 왓챠시 왓챠동에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지금, 왓챠! ▶︎ https://wcha.it/3FkMlf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