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데일리] "소년은 거리에서 무엇을 발견했는가"...
제26회JIFF 국제경쟁부문 <거리의 소년 사니> 후기
제목 : 거리의
소년 사니 (KIX)
감독 : 발린트
레베스, 다비드 미쿨란
국가 : 프랑스, 크로아티아, 헝가리
장르 : 다큐멘터리
연령 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91분
시놉시스 : 한
소년의 성장을 담은 연대기적 영화. 사니의 어린 시절 장난기 가득한 모습부터 성인이 된 후 사회에 순응하게
되고 냉혹함을 맞닥뜨리는 12년 간의 여정을 따라간다. 개인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시선을 통해 현대 부다페스트의 빈곤한 노동계급 가족의 초상을 목도한다.
OVERVIEW
“거리의
모든 사람들이 중요하다. 우리가 멍한 눈으로 바라보며 스쳐 지나간 사람들.”
영화는 길거리서 영상을 찍던 젊은 헝가리 감독이 ‘사니’라는 어린 남자아이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다큐멘터리 장르이기에 ‘사니’와의
만남 자체가 짜인 각본이 아니라 정말 순전히 우연이었습니다. 본 영화는 촬영 방식도 영화 <애프터 썬>에서 선보였던 캠코더 촬영의 흔적이 엿보입니다. 촬영 자체가 굉장히 리드미컬하며 빠른 속도감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치안
상황이 좋지 않은 헝가리의 외곽 지역의 날 선 모습이 거칠게 흔들거리는 화면과 맥락을 이어갑니다.
특히 영화 초반부 계속해서 이어지는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촬영하는 장면들은 어딘가 위험한 돌발 상황이 터질 것 같았죠. 반대로 정직하게 고정된 샷이 많이 없기에
멀미에 약하신 분들이라면 다소 관람이 힘드실 수 있습니다. 장르와 상관없이 <REC> 같은 페이크 다큐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겁니다. 하지만 본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실제로 발생한 사건과 12년간의
이야기를 담은 진실의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객관적인 상황에서 빈민가를 관찰한 일종의 실험이라고도 느껴졌습니다. 형을 따라다니며 장난을 치던 순수한 ‘사니’는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문제는
나뭇잎이 우거진 나무가 아닌, 달콤한 열매와 희망의 씨앗을 품지 않는 방향으로 자란다는 점입니다. ‘사니’는 자신이 처한 환경 내에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고
노력합니다. 그래서 영화 <가버나움>과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함께 떠올랐습니다. 당장 한 침대에서 여섯 식구가 밤을 보내는 열악한 가정 상황, 조언과 응원보다는 웃으며 멸시와 협박을 일삼는 일그러진 사랑의 부모님, 아이들이
태어나지 말아야 했다고 설명하는 어른들, 통보와 검거 외 실질적인 도움은 존재하지 않는 아동복지국 등
‘사니’는 유치원을 다닐 시기부터 이미 냉혹한 현실 속에 놓여 있었습니다.
서리가 끼기 시작하면 푸른 잎은 말라비틀어지거나 기운 없이
늘어지기 마련. 영화는 12년이란 긴 세월을 근거로 ‘사니’의 처음 모습에서 볼 수 있었던 환경적, 심리적 증거를 낱낱이 소개합니다. 어린아이는 눈사람처럼 계속해서
지켜보고 눈을 추가해 주지 않으면 어딘가 녹기 시작한다고 느꼈습니다. 만약 ‘사니’가 좀 더 나은 환경이나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다면 빈부의 격차나
삶의 질이 더 어려워지지 않았겠죠. 무엇이 ‘사니’를, 헝가리 사회의 작은 남자아이를 변하게 했는지 영화를 관람하시고
확인해 보시죠.
앞서 설명하듯 영화 속 촬영된 모든 상황은 실제 상황입니다. 노숙자가 자신의 부모를 욕하며 스스로의 탄생을 모욕하는 것부터, 주인공 ‘사니’가 빨간 불에도 보드를 타며 무단횡단 하다가 이름모를 행인에게
혼나는 것까지 말이죠. 진실은 이따금 사실보다 더 무겁게 현실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사니’가 실존하는
사람, 지금도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나아가 그것은 단순히 ‘사니’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법을 초월한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영화는 아이가 절대 자신의 운명과 현실의 냉혹함을 비교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설령 참혹한 내일이 다가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이겨내는 힘을 어릴 때부터 길러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니’의 늦둥이 여동생이 공갈을 물며
엄마의 욕을 재창하는 장면에서 소위 ‘아이들은 다 기억한다’는
명제가 가슴 깊이 찔러 들어왔습니다. 부모를 욕하기엔 그들도 나이만 다르지 동일한 입장이었습니다.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지만, ‘사니’의 부모들도 밝은 미래를 위한 투자나 공부보다 젊은 시절 결혼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부의 승계보다 가혹한 가난의 악순환에 부모는 더욱 속수무책일 뿐이었습니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 장면은 대부분 ‘물’과 연관된 장면들이었습니다. 어린 ‘사니’는 들어가지 말라는 말에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보이는 연못에
머리까지 푹 담급니다. 카메라맨, 감독님은 입안에만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라고 하죠. 소년 ‘사니’는 락커같은 머리 스타일로 친구와 함께 자유롭게 강가에 몸을 던집니다. 못된
형, 친구들과 모여 어두운 밤 사이 담배를 피기도 합니다. 청년 ‘사니’는 인생의 동반자라고 믿는 여자 친구와 함께 강변에서 모닥불을
지피며 진솔한 대화를 나눕니다. ‘사니’에게 물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제 생각에 물 속은 평화이자 죽음이었을 겁니다. 차가운 현실을 잊게
해주는 장치이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자연의 선물이었을 겁니다. 동양 철학적으로 ‘사니’는 스스로 물이 많이 필요한 사주였을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사니’는
성인이 되어 일어나기 시작하려는 직전 ‘불’에 크게 당합니다. 어린 시절 익숙했던, 많이 했던 장난으로부터.
상영 후 ‘다비드
미쿨란’ 감독님과의 GV 중
감독님은 ‘사니’와의 만남이 2011년 졸업 작품용 단편 영화를 찍기 위해 거리를
걷다가 만났다고 하셨습니다. 당시 21살의 청년이었던 감독님
자신도 ‘사니’처럼 영화에 있어서 굉장히 순수하고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하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영화 초반부 스케이트 보드를 타며 촬영하는 장면이 탄생하기도 했고요.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사니’처럼 자신도, 영화도 점점 촬영 기법이나 방식이 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12년간 영화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Q. 카메라는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었을까? 또 어른인 당신이 옆에 있었는데, 그것
마저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었지 않을까? (이탈리아
관객의 질문)
A. 그것은
‘사니’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다른 대답이 나올 것이다. 물론 내가 아이들의 감독자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린 그냥 같이 함께 그들과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또 카메라 앞에서 아이들에게 연기를 찍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아이들에게 영향을 준다면 촬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함께 같이 있고, 당연히
좋은 영향을 주고 싶었다. 내 생각에 ‘사니’는 나아지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갑작스러운 사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거리에서 스쳐 지나간 작은 인연을 떠오르게 해주는 영화
‘거리의 소년 사니’였습니다. ‘사니’가 과연 어떤 12년간의
역사를 보여주는지, 스케이트 보드와 낙서를 좋아하던 꼬마 아이가 어떻게 방화범이 되어 가는지, 궁금하시다면 영화를 통해 확인하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상영시간표]
2024.05.02
13:30 CGV 전주고사 7관(124)
2024.05.06
17:00 CGV 전주고사 7관(545)
2024.05.09 10:00
CGV 전주고사 7관(805)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 2024.05.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