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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dong2022-01-09 22:19:34

불편한 냄새를 킁킁 맡아 우리에게 다가오는 영화

<경계선>,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난 남자치고는 목소리가 높은 편에 속한다. 그래서 살면서 이런저런 에피소드에 부딪히는데, 역시 목소리와 관련된 것이라면 '전화상으로는 여자인 줄 알았다'는 말일 것이다. 이게 특히 기분이 나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목소리 높아서 살면서 장애가 생길 일이 몇 개나 있겠어? 당연히 없지. 그냥 남들이랑 다르다 뿐이지 그게 사는데 문제가 있고 그런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남들과 다름'에 대해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쓸 말이 많아진다. 그냥 단순히 목소리가 높은 축에 속하지 않아도 타인과 우리를 를 구별하는 사례는 한 200만 개쯤 나올 수 있다. 습득력이 늦거나. 외모가 남들이랑 다르거나. 취향이 좀 다르거나. 이 외에도 살아오면서 각자가 겪는 페널티는 지천에 깔려있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살면서 평범한 게 쉬웠나요?'라고 묻는다면 어려웠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전 세계 인구의 한 85%쯤 될 것이라 생각한다. 평범함이라는 단어의 뜻은 '뛰어나거나 색다른 것 없이 보통이다'라고 한다. 그럼 평범하게 사는게 쉬워야 정상 아닌가? 왜 우리는 이렇게 남들과 달라서 삶이 어려운 걸까? 가끔 보면 답답하다. 남들과 달라 얻는 이점도 있을 텐데. 세상이 이런 우리의 모습을 찾는다면 좋을 것 같은데. 인스타그램을 켜면 남들은 행복하게 사는 모습만 보인다. 그럼 안으로 마음의 뱡항이 꺾인다.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져본 우리에게 우화 같은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저 멀리 덴마크로 날아가 보자.

 

 

 

 

 

 

1. 무엇에 관한 이야기인가요?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쓸 수 있을 것이다. 또, 그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시 혐오에 관한 영화라는 점이다. 첫 장면. 주인공 티나는 출입국 사무소에서 일하는, 남들과 심각하게 다른 사람이다. 왜 다르냐고? 딱 처음 보자마자 보이는 특징이 있다. 외모가 솔직히 못생긴 축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 대신 티나에겐 뛰어난 능력이 있다. 그 사람의 냄새만으로도 감정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다. 만약 누군가가 마약을 가지고 이 출입국사무소를 지나간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냄새로 쨘 하고 찾아낼 수 있는 것이 티나다. 이 티나는 동거인과 함께 살고 있다. 직업도 있고 같이 사는 애인 비슷한 것도 있어서 어찌 보면 평범한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티나에게 보레라는 남자가 나타나며 완벽히 전복되는 일상을 경험한다. 일상이 전복돼서 얻는 서스펜스가 영화의 전부인 것이 아니다. 영화는 티나가 갖고 있는 비밀을 서서히 공개하며 주인공의 한 개인으로서의 딜레마를 묘사한다. 또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에게 묻는다. 이 장면들을 보며 느끼는 생각들, 그거 다 네 입장에서 한 생각은 아닐까? 그게 맞는 걸까? 네 입장에서 한 생각들, 우리가 다 협소한 인간이라 그런 건 아닐까? 우리는 우리의 시각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할 수 없다. 이 시각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이 이 영화다.

 

 

 

2. 배우들의 연기 합은 어떤가요?

 

 

 

우리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보자. 나에게 시나리오 한 편이 왔다. 근데 그 내용이 '얼굴이 남들과 심각하게 못생겼으며 냄새로 인간의 감정을 파악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뭐 업이 연기인 사람이야 '이거야 쉽지' 싶을 수도 있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먼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판타지, 드라마적 내용을 배우들이 큰 거리감 없이 소화해낸다. 또, 영화가 가질 수 있는 단점을 연기로 극복해낸 부분도 있다. 덴마크 언어는 우리와 좀 많이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가? 실제로 비행기 타고 덴마크로 가려면 환승이나 장기간 비행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른다. 근데 이런저런 페널티가 있어도 몰입에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배우들은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3.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나요?

 

 

 

음. 이 영화는 아름다운 영화가 맞다. 근데 동시에 어마어마하게 불쾌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대사가 많거나 플롯을 꼬아놓은 문제가 아니다. 이게 자세하게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더 말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는 우리 머리 안에 있는 경계선에 대해 정면으로 들이받는다. 무슨 말이냐고? 내용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뜻이 아니다. 근데, 우리 상식 밖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도 있으니 마음의 준비하고 보시라는 뜻이다. 혐오스러운 장면은 없다. 우리 생각을 뒤집어놓을 뿐.

 

 

 

4.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지식이 있나요?

 

 

 

딱히 없다. 위에서 적었듯 보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야 한다는 것이 키 포인트가 될 것 같다.

 

 

 

5.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사실 영화를 가볍게 보는 분들에게 엄청 과하게 추천해주고 싶지는 않다. 3, 4번에서 적은 바와 같이 이 영화는 우리의 머리 안에 박혀있는 편견에 정면승부를 거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 보는 게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라면 '원래 영화가 이런 것도 말하나?' 싶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잔인하거나 야하거나 이런 높은 수위를 많이 접했던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불쾌한 골짜기에 면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이트 팬들이 본다면 2시간을 땅바닥에 버린다!라는 뜻은 아니다. 이들에게도 좋은. 근데 화들짝 놀라는 정도가 더 정도가 클 것이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 사실 우리 모두다. 왜냐면, 우리 이 세상에 하나도 안 힘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각자도 각자 나름대로의 고달픔을 살고 있겠지. 나는 이 스트레스가 세상과 내가 다르기 때문에 온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나만 해도 난 사회성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닌 것 같아서 혼자가 됐던 시간이 많았던 것 같다. 왠지 어떤 프로그램에 나온 무슨 참가자가 어디 나사 빠진 행동을 하면 '이거 나인가' 싶어 찔리는 게 나인걸. 반면교사 삼아 성장한다지만 왠지 모르게 나는 내가 싫을 때가 많다. 이런 내가 영화를 보는 2시간 내내 눈호강을 했다면 거짓말이지만 묘하게 느껴지는 위로가 있었다. 난 확실히 이 영화를 보고 불쾌했다. 그래서, 불쾌한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냈기 때문에 감독이 따뜻한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사회에게 불편함을 유발할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때? 어느 곳에선가 우리는 공감을 통해 각자로 서 있을 수 있고, 이런 식으로 손을 내미는 게 감독의 화법인데. 무작정 다 잘될 거라고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평범하지 않은 채로 여생을 살아야하기 때문에 더 강하게 서있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 것 같다. 그 현실적인 해결책이 이 작품일지도 모르고. 다만 중요한 건 혐오가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겠지?

 

 

 

 

 

#왓챠영화추천

작성자 . udong

출처 . https://brunch.co.kr/@ddria5978uufm/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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