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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2021-02-26 00:00:00

꿈꾸던 나는 정말 행복했었는지

영화 <소울> 리뷰

 

새해가 지나고 더욱 내 자신의 앞길에 많은 고민이 들었었다지금은 누군가에게 말하기 창피하지만내가 궁극적으로 영화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성공한 덕후가 되고 싶다'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내가 좋아하는 배우는 몇 안 되었고영화를 종종 찍기도 하는 배우였으니 꾸준히 이 업계에서 일을 하다보면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회로 같은 거나는 그 단순한 동기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영화 업계에서 일을 해왔다.

 

 

하지만 코로나를 겪고일을 하다보니 내가 좋아하는 배우의 작품을 한다는 건 하늘의 별 따기(...) 보단 쉽지만 아무튼 그래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니 더 이상 일을 하기가 싫었다코로나로 인해 월급은 줄었는데 팀원도 줄어 일하기가 더욱 힘들었던 요즘나는 내 미래와 꿈에 대한 걱정이 너무나 많았다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극에 치달았고 아침에 눈을 떠서 출근하고회사에서 일을 하고잠에 드는 그 순간까지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야근을 하고월급도 못받아가면서 영화를 개봉시키는지 알 수 없었다나는 게으르지만 내가 추구하는 성취감을 얻지 못하면 항상 구렁텅이로 빠지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이다그래서 한동안은 굉장히 힘들었었다지금부터 말하려는 <소울>은 그럴 때 보게 된 영화고정말로 적절한 타이밍에 날 찾아왔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학교의 재즈밴드 선생님이지만궁극적인 자신의 꿈은 '재즈 밴드에서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하는 것'이었다그리고 거짓말 같이 유명한 재즈 뮤지션과 함께 공연을 하기로 한 날너무 들뜬 나머지 발 밑의 맨홀 뚜껑이 열린 것을 보지 못하고 아래로 추락한다그리고 그의 영혼은 지구에 아직 태어나기 전인 영혼들이 머무르는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진다

 

 

 

 

 

 

 

 

 

 

다시 지구로 돌아가 재즈 공연을 해야하는 그는 마음이 급하지만무턱대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지구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던 조는 아직 지구로 가지 못한 영혼 '22'의 멘토가 되기로 결심한다지구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지구 통행증을 발급 받으려면 영혼의 불꽃이 반드시 필요한데영혼 22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불꽃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조는 어떻게 해서든 22의 불꽃을 찾아주고대신 통행증을 받으려 한다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금 놀란 것은픽사는 절대 뻔하게 이야기를 전개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나는 무조건적으로 영화의 끝은 ''가 자신의 몸에 다시 들어가고재즈 공연을 멋지게 성공시키며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그것이 조가 영화 초반부터 닳도록 외치던 꿈이었으니까그렇게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며찝찝함 없이 갈증을 해소시켜줄 것이라고 혼자 확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 중반부갑작스럽게 조와 22는 지구로 떨어지게 된다제대로 몸을 찾은 것이 아니라, ''의 몸에는 '22'의 영혼이 들어가고 그 옆에 있던 고양이의 몸에 ''의 영혼이 들어간다지구 생활을 단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영혼이 성인의 몸을 제대로 다룰리가 없었다조는 22와 함께 필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이끌고 그 몸을 되찾기 위한 길을 떠난다이 순간부터 <소울>은 나그리고 우리가 짐작하던 스토리와는 별개의 길을 걷게 된다

 

 

 

 

 

 

 

 

 

 

 

 

우리는 어느샌가부터 ''에 집착하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수많은 매체 및 미디어에서 특별한 ''을 가진 사람들그 꿈을 이룬 사람들의 사연에 쉴 틈 없이 노출된다. 모두들 자연스럽게 꿈을 가지게 되고,  그 꿈을 이루려 부던히도 노력한다하지만 그 꿈을 이룬 이후라면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사실 내가 가진 ''과 그것을 이루는 것만 보통은 생각하지 꿈을 이룬 이후에 대해서는 대부분 관심이 없다

 

 

이동진 평론가와 김이나 작사가의 <소울> GV 영상을 보고 공감한 부분인데, ''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거치는 정류장 같은 것이지단순히 꿈은 인생의 '종착역'으로 바라보면 안된다는 것이었다우리의 삶인생이 ''을 이루기 위해서만 존재하면 안된다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가며 느끼는 맛있는 음식친구들과의 대화잠깐씩 느끼는 기분 좋은 바람이것들을 느끼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인생이고 삶 그 자체라는 것을 <소울>은 우리에게 말해준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주인공 ''에 완전히 이입했었다꿈이라고 믿었던 재즈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행복하지 않았던 조나도 한때는 '영화 일만 하면 정말 행복할 거 같다'라고 굳게 믿었었던 때가 있었다하지만 실제로 막상 일을 해보니 좋은 순간들도 물론 있었지만아닌 적이 더 많았고 "왜 하고 싶은 일을 하는데도 이렇게 불행할까?"라고 곱씹던 적이 많았다대학생 때부터 온갖 영화제 대외활동을 하며 영화계 일을 하는 그 순간을 꿈꿔왔지만현실은 그렇게 눈부시지 않았고 다른 직장인들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내 꿈은 영화계에서 일해서 성덕이 되는 거야입 버릇처럼 말했지만 내가 영화계에 일한다고 해서 그 일이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고기쁜 순간에 비해 힘든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

 

 

특히 코로나가 찾아오면서 얼어붙은 영화계에 관객들은 발을 돌리기 시작했고 나는 더욱 더 일할 의미더 나아가 삶의 의미를 잃었던 것 같다대체 나는 무엇을 위해 영화 일을 하는거지사람들이 관심도 없고 보지도 않을 영화를 위해 내가 이 개고생을 왜 해야하는 거지라고 하루에 쉴 틈 없이 물음표를 떠올렸다그렇게 지쳐있던 내게 <소울>은 어깨를 토닥이며 말을 건네줬다. "네가 바랐던 꿈이 네 인생의 끝이 아니야"라고내가 겪는 모든 순간들이 인생의 일부분이며일상을 겪어내는 순간들이 내 인생 자체고 그것이 소중한 것이라고 말이다그래서 나는 눈물을 펑펑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 이렇게 힘들어도네가 틀리지 않았어괜찮아. " 그렇게 누군가 말해주길 바랐던 거 같다

 

 

 


 

 

 

 

항상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입버릇처럼 "이 업계 언젠가 떠야지"라고 말하곤 했다하지만 좋은 영화를 보면 그랬던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이런 영화로 마케팅하면 정말 재미있고 신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어쩔 수 없는 이 업계의 노예인가 라는 생각도 한다

 

 

<소울>을 보고 나서도 딱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구나"라고좋은 영화를 보고 나면 '힐링'이 된다. '힐링'은 이제 너무나도 많이 쓰여 닳고 닳은 단어처럼 느껴지지만 이렇게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어 아쉽다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세계만나지 못할 캐릭터들이 내 마음을 울리는 보편적인 감정을 만들어낸다그것들은 나를 가만히 토닥여준다그 어떤 사람과의 대화보다도 가끔은 영화 속 캐릭터들이그들의 행동이 내게 위안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나는 그래서 어쨌거나 한동안 계속 영화를 사랑할 예정이다끊어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야근몬스터 작가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 test

출처 . https://brunch.co.kr/@minzy-daily/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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