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2-01-28 22:28:41
전편을 계승하며 장점을 강화시킨 속편
-<해적: 도깨비 깃발>(2022)
살아가면서 잠시 목적을 잃어버릴 때가 있다. 그건 외부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개인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그냥 그대로 별다른 것을 하지 않고 시간만 보내게 되기도 한다. 어떤 집단도 마찬가지다 공통의 목표를 위해 앞으로만 달려가던 집단은 모두 하나의 목표를 보고 달려갈 때 더욱 화합하며 좋은 케미를 보여준다. 그 안에서 크고 작은 문제들은 있겠지만 그렇게 하나의 목표가 있다는 것은 큰 추진력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집단의 목표가 없어지는 순간, 그때부터 혼란이 시작된다. 구성원들이 이탈하게 될 것이고 리더의 교체 같은 조직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강력해질 것이다. 그 혼란 자체가 당장은 좋지 않겠지만 그것이 잘 수습된다면 다시 다음 목표를 설정하고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바다의 해적 집단과 육지의 의적 집단이 만나 하나의 목표로 달려가는 이야기처럼 보인다. 영화의 첫 장면에는 바다에서 난파당하고 작은 나무판자에 의지해 떠다니는 의적들이 등장한다. 의적들의 두목인 무치(강하늘)는 삶을 포기한 듯 보이는데, 죽음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그 순간에 해적들과 만난다. 해적의 두목은 해랑(한효주)이다. 의적과 해적 두 집단은 서로 활동영역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첫 만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두 집단 모두 각자의 특정한 목표가 없다는 것이다. 그저 생존을 위해 물건이나 음식을 훔칠 대상을 찾아 하루하루 먹고사는 것이 일상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의적과 해적이 만나 벌이는 티키타카, <해적: 도깨비 깃발>
그나마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해적들과 달리 의적들은 가진 것도 삶에 대한 의욕도 상실한 상태다. 자존심이 꽤 강해 보이는 의적 무치는 해랑과 자주 부딪히고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려 애쓴다. 해적의 배안에서 두 집단이 주도권 싸움을 벌이다가 우연히 발견한 지도 한 장은 새로운 목표를 만들어준다. 보물이라는, 힘든 삶을 벗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발견한 그들은 처음에는 그것을 독점하려 애쓰지만 이내 협력을 선택한다. 영화에선 무치와 해랑의 주도권 대결이 중반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이들이 보물을 찾아가는 단계 단계마다 긴장감을 만든다.
사실 영화 속 무치는 고려 말기의 무사 출신이다. 그와 함께 의적 활동을 했던 동료들도 대부분 무사 출신으로 조선 건국 이후 버림받고 떠도는 삶을 살고 있었다. 반면 해랑과 일당들은 해적 활동을 하며 오랜 시간 함께해온 인물들이다. 그러니까 영화는 나라를 위해 일하다 배신당한 집단과 나라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이어나가기 위해 그들만의 싸움을 했던 집단을 서로 엮어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게 만든다. 또한 그들이 찾으려 하는 보물이 고려 말기에 누군가가 숨겨놓은 마지막 물건이라는 의미에서 이미 사라진 고려의 마지막 유산을 찾는다는 의미도 있다.
영화 속 보물을 찾는 다른 인물은 고려 말기 무사 출신인 부흥수(권상우)다. 그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부상당한 동료도 죽이고 앞으로 나가는 인물이다. 어쩌면 그렇게 목표를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인물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한축으로는 무치와 해랑의 관계 중점을 두면서 그 반대편에는 무치와 부흥수의 대립을 넣어 영화의 극적 긴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앞의 관계가 긍정적인 협력관계로 발전하는 반면, 뒤의 관계는 과거 청산으로서 완전한 갈등관계로 진행된다.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은 코믹 어드벤처 장르에 맞게 시종일관 유머러스하게 진행된다. 2014년에 개봉했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 편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모든 캐릭터를 바꾸고 시대도 조금 다르게 설정하여 이야기를 구성했다. 코믹한 요소와 캐릭터가 적절히 들어가고, 다양한 액션 장면을 넣어 꽤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전편은 이야기의 구성이나 전개에 아쉬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새롭게 개봉하게 된 <해적: 도깨비 깃발>은 과거 전편의 특징들을 그대로 가져와 계승하면서 볼거리와 CG를 좀 더 보강한 노력이 눈에 띈다.
전편과 비슷한 구도로 전개되지만, 장점이 더욱 부각된 후속 편
과거 남녀 캐릭터의 대립 관계를 그대로 무치와 해랑이 계승하고 있고, 유머를 맡았던 캐릭터 철봉(유해진)의 역할은 막이(이광수)가 이어받았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은 있지만 바다에서 벌어지는 액션과 육지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이 다양하게 섞여있어 조금 다른 박진감을 보여준다.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는 여전히 어색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오락영화라는 특성을 감안하고 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등장하는 유머들도 타율이 높은 편이고, 후반부를 장식하는 볼거리들도 꽤 시원시원하게 촬영되어 있다. 특히 마지막 쓰나미를 피하는 액션 장면은 어색하지 않게 연출되어있어 꽤 큰 볼거리를 선사한다.
무치 역을 맡은 배우 강하늘은 허술해 보이지만 꽤 실력 있는 의적 두목을 연기하는데 자연스럽게 유머러스한 인물을 담아냈다. 뽀글뽀글한 머리 스타일과 그의 행동이 어우러져 유머와 액션이 흥미롭게 느껴진다. 해랑 역할의 배우 한효주는 진지한 해적 단장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그가 평소에 맡았던 역할보다 더 과격한 액션을 선보이는 그의 힘 있는 액션 연기가 돋보인다. 반면 막이 역할을 맡은 배우 이광수도 그가 가진 특유의 유머를 선보이고 꽤 타율도 높다. 하지만 영화 내내 그의 캐릭터는 배신과 알 수 없는 행동이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특히 영화의 후반부 펭귄과 대화하며 벌이는 장면은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을지 의문이 든다. 영화의 분위기와 맞지 않게 괴상한 장면으로 느껴진다.
영화를 연출한 김정훈 감독은 과거 <탐정:더 비기닝>과 <쩨쩨한 로맨스>를 연출했던 감독이다. 모두 유머 코드가 들어가 있는 영화이고 특히 <탐정:더 비기닝>은 심각한 분위기와 캐릭터 유머 코드가 들어가 있었던 영화다. 그래서 이번에 그가 연출한 <해적:도깨비 깃발>은 그의 연출 스타일과 잘 맞는 영화였던 것 같고, 실제로 결과물도 그렇게 나쁘지 않다. 전편의 성공적인 부분을 잘 계승하면서 속편만의 매력을 잘 살려냈다.
결국 영화 속 의적과 해적은 그들만의 공통 목표를 찾아내 더 강력한 하나의 집단이 된다. 주요 캐릭터들이 겪는 일련의 과정들을 극장에서 직접 관람하면 좀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꽤 큰 규모의 한국 오락영화가 명절을 맞아 극장에서 개봉하게 되는데, 오랜만에 많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한국 영화가 개봉을 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유쾌하게 가족들과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에 설 명절에 흥행에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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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도깨비 깃발>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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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eserter Pursuit
D.P를 보게 된 이유는 단 하나 구교환 배우였다.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는 배우 겸 감독으로 알고 있었는데 2020년 연상호 감독의 <반도>로 상업영화에 출연해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반도>를 시작으로 <킹덤:아신전>, <모가디슈>에도 출연했는데 항상 무언가 아쉬웠다. 아니 신경 쓰였다는 표현이 더 맞다. 나만 느끼는 건 아니었다. 인터넷에서 "자꾸 신경 쓰이는 남자 - 구교환"이라는 글도 봤다. 더 엄청난 매력과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에서는 자꾸 입맛만 다시게 했다. <모가디슈>를 본 이유도 구교환 배우였는데 다 보고 나서 집에 가는 길에 화도 났다. "아 쫌만 더 나오게 해 주지!" <킹덤:아신전>은 더욱 그랬다. 그런데 이번에 넷플릭스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잔뜩 했다. 예고편을 보니 내가 처음 구교환 배우가 나오는 영화 <4학년 보경이>를 봤을 때 느꼈던 '이 남자 뭐지..?' 했던 모습이었다. 능청스럽고 잔망기가 다분한 모습. 내가 보고 싶었던 구교환 배우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8월 27일 개봉하자마자 바로 시청했다.
드라마는 탈영병을 잡는 군인들인 D.P조 이야기다. 그에 맞게 드라마는 처음부터 군대의 가혹행위를 보여준다. 상급자들이 하급자들에게 군기를 잡으려는 건지 그냥 괴롭히는 건지 모를 얼차려를 시킨다. 못이 길게 박혀 있는 벽에 머리를 박게 하고 로열젤리를 준다면서 하급자 입 안에 가래침을 뱉으려고 한다. 병장 황장수(신승호)가 이병 안준호(정해인)에게 언어폭력을 내뱉을 때, 부대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는 박 중사(김성균)가 등장한다. 하지만 박 중사는 그런 상황을 아무렇지 않아 한다. 이후에도 쭉 부대 내 상급자들은 가혹행위를 보고도 말리거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
안준호 이병과 한호열 상병(구교환)은 한 팀이 되어 박 중사(김성균)의 지시 아래 탈영병을 잡으러 다닌다.
그들이 탈영병이 된 이유는 그냥 군대가 싫어서, 치매 걸린 할머니를 보호하기 위해도 있었지만 보통은 군대 내 괴롭힘이었다. 그중에서 제일 마음이 아팠던 탈영병은 조석봉 일병(조현철)이었다. 유도를 배운 조석봉 일병은 사람을 때리는 게 어려워서 유도를 그만두었다. 상급자들에 괴롭힘에도 묵묵히 참고 자신보다 하급자들에게 한없이 친절하다. 하지만 끝이 없는 상급자들의 괴롭힘에 조석봉은 야위어간다.
결국 조석봉은 폭발해 상급자를 때리고 탈영한다. 그리고 자신을 지독히도 괴롭혔던 황장수 병장을 찾아가 납치한다.
그를 막기 위해 박 중사를 비롯한 D.P조들 뿐만 아니라 같은 부대였던 군인들이 무장해 쫓는다. 먼저 조석봉 일병을 발견한 D.P조들은 그에게 온갖 회유의 말을 한다. 한호열은 군대를 믿지 못하는 주석봉에게 우리가 함께 군대를 바꾸자고 말한다. 하지만 주석봉은 그 말에 냉소를 짓는다.
"저희 부대에 있는 수통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아십니까? 1953...
6.25 때 쓰던 거라고..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무장한 군인들에 둘러싸인 주석봉은 "뭐라도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지" 말하고는 황장수가 아닌 자신에 머리에 총을 쏜다. 나도 모르게 탄식이 나왔고 '왜 네가 죽어'라는 말이 나왔다. 왜 주석봉이 죽어야 했을까. 옆에 있던 황장수는 죽은 주석봉을 보고 죄책감을 느끼긴 했을까. 아니면 살아서 다행이다 안도했을까.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드라마를 다 보고 나선 마음이 무거웠다. 답답하고 회의감이 들었다. 그리고 나라면 방관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군대뿐만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이같은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건 우리보다 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안준호, 한호열, 주석봉보다 더 쉽게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들은 방관한다. 아니 무시한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또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준다.
"뭐라도 했어야지. 그들을 그렇게 둬서는 안 됐지."
드라마는 시작 전에 대한민국 병역법 제3조 문장을 띄운다.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저 문장이 섬뜩하게 느껴졌다. D.P조들은 살고 싶어서 도망쳐 나온 탈영병들을 다시 군대로 돌려보낸다. 그들을 ‘살리겠다는’ 이유로.
D.P조들은 그들을 살린 걸까 죽인 걸까..
스토리도 스토리였지만 드라마를 보는 내내 음악이 너무 좋았다. 음악감독이 누군지 찾아보니 학창 시절, 닳도록 들었던 프라이머리였다. '자니', '물음표', '시스루', '러버', 'Island' 좋은 노래가 너무 많아 손에 꼽기도 어렵다. D.P가 첫 음악 감독 데뷔작이라고 하셨다. 감각적이고 영한, 한마디로 인스타그램 감성이 느껴지는 음악들이었는데 드라마랑 참 잘 어울렸다. 구교환 배우로 시작했지만 음악뿐만 아니라 구멍 없는 연기들에, 연출에 오랜만에 깊이 여운이 감도는 드라마를 만났다.
사진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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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은 ‘성장’의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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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오슬로에 사는 율리에. 그녀는 뛰어난 성적으로 의대에 입학했지만 이내 흥미를 잃는다. 의대 진학은 ‘최고’라는 인정을 위한 것이었을 뿐이기에 금방 싫증이 난 것이다. 자신의 관심사가 외과가 아닌 정신‧심리에 있다고 결론 내린 그녀는 심리학을 전공하나 이 역시 금세 그만둔다. 그다음은 사진 촬영이다. 요컨대 율리에는 방황 중이다.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아 방황하는 율리에에게 사랑이 찾아온다. 상대는 중년에 접어든 악셀이라는 남자로 풍자 만화 작가인 그는 지적이고 신중한 구석이 있다. 율리에는 그와 사랑에 빠지고 동거를 시작한다. 율리에와 악셀은 오랜 기간 만남을 이어가며 사랑을 키운다.
부유하던 율리에에게 안정감을 줄 최적의 남자였던 악셀. 그러나 율리에는 점차 자신이 악셀과의 관계에서 얻은 안정감이 무엇인지를 고민하며 혼란에 빠진다. 나이가 있는 악셀은 아이를 원하고 작가라는 직업 탓인지 모든 걸 정확하고 분명하게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그가 작품 창작에 몰두할 때면 율리에는 그의 뒤에서 외로이 기다릴 수밖에 없다.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 어느 날 말다툼 끝에 악셀이 “뭘 하고 싶은데?”라고 묻는다. 그러나 율리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 율리에가 악셀과의 사랑을 통해 갈구하고 얻어낸 것이 사실은 공허한 것에 불과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율리에 마음의 빈자리가 점점 커져가는 건 당연하다. 그 빈자리를 채울 새로운 남자가 등장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한 파티에서 만난 에이빈드는 악셀과는 많은 것이 다른 남자다. 다소 마른 체형에 이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악셀과 달리 에이빈드는 몸집이 크고 유쾌하며 다정하다. 율리에가 엑셀과의 관계에서 결핍을 느꼈던 감정, 관능의 교류도 훨씬 수월하다. 처음 만난 날 술에 취해 서로의 겨드랑이 냄새를 맡고 같은 변기에 소변을 보며 즐거워하는 율리에의 표정에서 그녀 마음의 방향은 이미 결정된 듯 보인다.
율리에가 사랑의 대상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결핍’이 키워드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삶의 목표가 없어 혼란스러울 때 만난 안정감을 주는 악셀, 감정적 공허함을 느낄 때 이를 충족해주며 등장한 에이빈드는 모두 율리에의 실현되지 않은 욕구를 충족해주는 대상이다. 그리고 율리에는 두 남자와의 사랑으로 자신을 더 잘 이해하게 되고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여러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즉 율리에는 사랑으로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완전한 나”, 즉 외부에 덜 의지하고 자신에게 말미암은 단단함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이 영화의 원제 ‘VERDENS VERSTE MENNESKE’와 영어 제목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는 모두 ‘세계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국어 제목인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도 비슷한 의미를 담았다. 그러나 율리에는 과연 ‘최악’일까? 악셀과 에이빈드와 사랑하고 이별한 후 성장한 율리에는 이기적인 여자일까?
그렇지 않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첫째는 여성이 늘 남성 주체의 확립 과정에서 소모되어왔다는 점 때문이다. 설령 율리에가 이기적인 목적으로 두 남자와의 사랑을 활용했다손 치더라도 멜로영화의 젠더 저울이 반대로 기울지는 않는단 소리다.
두 번째는 인간은 누구나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는 점 때문이다. 그 자체로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며, 이 욕구를 동반한 채 타자와 조우한다.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슬퍼하며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간다. 문제는 타자와 윤리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이지 타자와의 관계 그 자체가 아니다.* 불완전하며 열려 있는 존재는 누구나 타자를 필요로 한다. 율리에와 마찬가지로 악셀과 에이빈드도 그녀와의 관계에서 무언가를 학습하고 변화를 마주했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는 그들의 몫이다.
두 번의 사랑 끝에 마침내 어른이 된 율리에는 평온해 보였다. 청년의 방황, 사랑의 열정, 결별의 아픔을 거친 율리에를 인상적으로 연기한 레나테 레인스베는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자격이 충분하다. 사랑하는 모두가 ‘최악’을 ‘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기를, 그리하여 율리에의 평온에 다다를 수 있기를.
*이를테면 페미니즘은 타자와 평등하게 만나기 위한 방법론, 인식론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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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셋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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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7월 4주차 개봉예정작을 소개합니다
한국에서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는 데드풀과 울버린 !
데드풀 실사영화 시리즈의 주조연 캐릭터들의 재등장은 물론, 영화 로건의 타임라인까지 등장하는듯 한데요!
한국에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고 개봉된 첫 번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자 영화 예고편 조회수가 3억 6천만회를 넘어서며 역대 최고 시청 기록했다고 합니다.
과연 데드풀의 대사처럼 마블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지
데드풀과 울버린
개요: 공포 | 미국, 이탈리아 | 89분
감독: 마이클 모한
주연: 시드니 스위니, 알바로 모르테
개봉: 2024.07.17.
배급: (주)디스테이션
히어로 생활에서 은퇴한 후, 평범한 중고차 딜러로 살아가던 ‘데드풀’이 예상치 못한 거대한 위기를 맞아 모든 면에서 상극인 ‘울버린’을 찾아가게 되며 펼쳐지는 도파민 폭발 액션 블록버스터
미니언즈 4
개요: 공포 | 미국, 이탈리아 | 89분
감독: 마이클 모한
주연: 시드니 스위니, 알바로 모르테
개봉: 2024.07.17.
배급: (주)디스테이션
슈트-업 하고 악당 전담 처리반 AVL이 된 ‘에이전트 미니언즈’와 미니언즈 만큼 귀여운 ‘그루 주니어’가 태어나면서 더욱 완벽해진 ‘그루 패밀리’. 이들 앞에 과거 그루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그에게 체포당했던 빌런 ‘맥심’이 등장하고, 오직 그루를 향한 복수심에 불타올라 탈옥까지 감행한 맥심은 그루 패밀리의 뒤를 바짝 추격하며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는데...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개요: 공포 | 미국, 이탈리아 | 89분
감독: 마이클 모한
주연: 시드니 스위니, 알바로 모르테
개봉: 2024.07.17.
배급: (주)디스테이션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읜 폴은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이모들은 폴을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만들려고 했지만 33살의 폴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이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한 폴은 그녀가 준 차와 마들렌을 먹고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되는데…
진주의 진주
개요: 공포 | 미국, 이탈리아 | 89분
감독: 마이클 모한
주연: 시드니 스위니, 알바로 모르테
개봉: 2024.07.17.
배급: (주)디스테이션
영화감독 진주는 촬영을 일주일 앞두고 촬영장소인 카페가 없어지는 일을 겪는다. 다행히 선배의 소개로 찾아간 진주에서 주환을 만나고, 영화 시나리오에 딱 맞는 낭만적인 카페 ‘삼각지 다방’을 발견한다. 50년 동안 지역 예술가들이 모이는 아지트였던 '삼각지 다방'은 사람들의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지만, 이곳 역시 철거가 예정된 상태. 엉겁결에 진주는 예술가들과 함께 철거 반대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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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HD의 미학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이 엄청난 강도의 노동을 포함한다는 것을, 친구들끼리 단편영화를 찍으면서야 실감했다. 한 장소, 한 가지의 소품, 한 명의 배우를 화면에 등장시키기 위해서는 주말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이 평일에 회사에 가서 하는 일들, 그러니까 전화와 이메일을 주고 받고 회의를 하고 영수증을 모으는 일을 수십 번이고 반복해야 한다. 이렇게 준비한 현장에서는 온갖 장비를 이고 지고 촬영 내용을 기록한다. 필요하다면 이것도 수십 번 반복한다. 그러면 비로소 어떠한 자국도 없이 매끈한 작품이 완성되는 멋진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스타 배우들과 일하면서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드라마를 넘나드는 영화를 작업해온 미셸 공드리가 팬데믹 이후 영화에 대한 영화를 내놓았다.<공드리의 솔루션북>은 영화 감독인 주인공 ‘마크’가 엉망진창이 되어가는 작품 제작 과정에서 직접 적어 내려가는, 말 그대로 해결책 목록이다. 그는 이제 막 촬영을 마친 영화의 제작을 거절당했다. 자신과 일하던 파트너마저 회사의 편을 들자 그는 제작과 편집 담당인 동료 둘과 필름을 전부 챙겨 시골의 고모 집으로 도망친다. 의욕을 잃은 그는 복용하던 약을 단숨에 끊는다. 그러자 그가 유년기를 보낸 동네에서 아이디어가 끝없이 튀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던 도중 빈 공책을 발견하고, 자신만의 솔루션들을 적기 시작한다.
마크는 관객조차 진력나게 할 정도로 제멋대로이다. 자신을 배신한 동료에게는 분노하고, 회사에서 가장 귀여운 여자 직원과는 어떻게든 잘 되고 싶어 하며, 영화 음악을 작업하면서 동시에 다음 작품도 찍고 싶어 한다. 완성 전에는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신념을 지키면서도 편집에 관여해야 하는 고집도 부린다. 이 와중에 동네 대표도 하고 싶고, 고모의 질병을 돌보고 생일 파티도 열고 싶어 한다. 생각과 계획은 너무 많고 그것을 자신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 상황을 공드리는 마치 ADHD를 앓는 사람들의 행동처럼 연출했다. 예컨대 마크는 옛날 물건들 중 솔루션 북을 발견하고, 거기에 쓸 테이프를 찾으러 다른 방에 들어 갔다가 솔루션 북은 까맣게 잊고는 종이를 오려 스톱 모션 장면을 찍기 시작한다. ‘증상’에 가까운 이 행동은 미셸 공드리 특유의 꿈 같은 연출, 즉 개연성이 없어 보여도 주인공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그의 특기와 잘 맞아떨어진다. 특유의 연출이 어떻게 완성되었는지를 또 다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말하는 이 영화는 ADHD 증상을 미학으로 바꾸어 놓는, 베테랑 감독의 영화 언어를 보여 준다.
정신 없는 편집 과정에서 마크는 자신을 지지하는 동료들과 함께 차근차근 할 수도 있는 것을, 괜히 일을 키우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는 아이디어를 들이미는 마크와 당장은 안 된다는 동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충동을 참지 못해 물건을 내던지거나 소리치고는 뒤늦게 사과를 하느라 바쁘기도 하다. 그럼에도 모두들 작품을 완성하고 싶어한다. 외딴 시골 동네에서 음악 스튜디오를 찾아 내고 오케스트라를 구하고, 심지어 영사를 척척 준비해 마을에서 상영회를 여는 것은 마크 옆에 있는 샤를로트와 실비아다. 그들은 버겁지만 이 모든 노동과 황당한 아이디어를 감당한다. 이 일을 대하는 태도는 각자 다소 달라 보이지만 이들 모두의 목표는 단 하나, 영화를 끝까지 마치는 것이다.
<공드리의 솔루션북>은 영화 <무드 인디고>를 제작하던 당시의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 감독으로서의 자전적인 영화이자 자아성찰이 담긴 코미디이다. 주인공 마크가 제멋대로 굴고 끝내는 옆에 머물던 사람들마저 떠나가게 할 정도로 대책 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솔직하고 자조적인 유머를 구사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사랑을 발산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한계는 바로 선의와 신뢰에 의한 관계들이 없다면 마크는 예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냉혹한 사실이다. 상품으로서의 영화가 아니라 예술로서 영화를 보아주는 동료들과 자신의 엉뚱한 면을 이해해주는 고모 드니즈가 없다면 그는 수많은 아이디어에 짓눌리다가 영영 작품을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이들은 작은 마을이 계속 굴러가듯이, 여러 사람의 노동이 모여 완성되는 것이 바로 영화라는 멋진 사실을 보여 준다. 그러나 동시에 아무런 조건 없이 마크를 사랑해 주는 여자들, 특히 조용히 아파트에 들어와 엉망이 된 집을 손수 치워 주고 끝내는 가정이라는 새로운 ‘모험’으로 마크를 끌고 가는 가브리엘은 공드리가 연출하는 초현실적인 비주얼 만큼이나 꿈 같은 캐릭터이다. 마법 같이 이루어진 조건 없는 사랑, 아이를 낳는 것을 자신의 인생의 새로운 시작으로 여길 수 있는 것이 실은 권력이라는 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다소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쇼트에서 알 수 있는 점은 <공드리의 솔루션북>이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한걸음 다가가는 시도라는 것이다. 수없이 집적된 아이디어가 성가시게 느껴지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필요하기 마련이고, 거기서 반짝이는 혁신이 일어나기도 한다. 공드리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 만든 이 작품은 사랑과 관계를 가꾸는 것에 관한 작품이며, 동시에 영화를 제작하는 일이 어지럽고 추상적인 계획과 수백 번의 노동이기도 함을 보여주는 ‘영화에 대한 영화’이기도 하다. 또한 관객 앞에 선을 보이는 순간 영화는 만든 이들의 손을 떠나게 되고 감상과 해석과 왜곡은 전부 관객의 몫이 된다고 말하면서 관객에게 말을 건다. 심지어 마침내 관객의 반응을 조우하는 마크의 기분을 보여 주는 듯한 마지막 장면이 수줍음인지 수치인지 판단하는 것은 지금 영화를 보고 있는 우리다. 이렇게 <공드리의 솔루션북>은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영화에 대한 질문을 하고 결국 관객 가까이까지 다가오는 영화로 마무리된다. <무드 인디고>를 보고 마음껏 슬퍼해도 되듯이, <이터널 선샤인>을 보고 비극인지 희극인지 논하지 않아도 됨을 깨달았듯이 이번에도 우리는 영화 만들기를 말하는 공드리의 언어를 재미있게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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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왕실 탈출 전 3일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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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시사회를 갈 때부터 영화 <스펜서>의 예고편과 티저 영상이 항상 광고로 나오기도 했었고,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 역시 기대되는 게 컸어서 언제 개봉하나 기다리고 있었던 영화 <스펜서>. 사실 예고편을 볼 때부터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스펜서는 무슨 의미일까? 왜 영화 제목이 스펜서 일까? 궁금했었는데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본래 성이 스펜서였다. 이렇게 무지할수가! 상영관에 들어가서 영화를 보기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생애를 검색해서 쭉 훑어봤다. 영화 <스펜서>를 보기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알고 보는 것을 추천한다.
영화 <스펜서> 시놉시스영화 <스펜서>는 왕비가 되지 않고 자신의 이름을 찾기로 결심한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녀의 전 생애를 다룬다기 보다는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3일 간 펼쳐지는 왕실 행사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감정변화를 큰 이야기 줄기로 보여주고 있다. 3일간 자신의 본가 근처에 있는 왕실 별장에서 머물면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겪은 부담과 압박 그리고 해방에 대한 열망을 담아내고 있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스펜서>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보는 내내 우울하다
영화 <스펜서>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딱 들었던 생각은 ‘금요일인데 우울하다’ 였다. 분명 엄청난 기대감을 가지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는데 영화의 내용이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압박감과 부담감을 다룬 내용이다보니 보는 내내 우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기대를 충족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의 분위기가 너무 강력해서 헤어나오지 못한 것 같다. 이렇게 캐릭터의 우울함 감정이 그대로 전해졌던 경험이 별로 없어서 솔직히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그리고 나에게 있어서 크리스마스는 굉장히 따뜻하고 행복한 기념일인데, 영화 <스펜서> 속에서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압박감 그 자체인 크리스마스여서 굉장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 우울함과 안타까움을 극도로 느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2022년 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 전 세계 27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머리스타일부터 제스처, 그리고 억양까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습과 거의 비슷하게 등장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겪은 거식과 폭식증, 연약한 내면의 모습과 이곳을 탈출하겠다는 강인한 의지와 같은 상반된 요소들을 굉장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화려함 속에 가려진 압박감을 표현하다
인스타를 보다보면 영국 왕실의 규칙이나 관행들을 엿볼 수 있다. 남자 아이들은 어떤 옷을 입어야하고, 왕비나 여성들은 어떤 옷, 그리고 대공이나 왕들을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 그 드레스코드들이 항상 정해져 있다는 것이 신기했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이 반영되어 변주가 가능한 것인줄 알았는데 영화 <스펜서>를 보니 아니었다. 만찬 때 입어야 할 옷, 교회를 갈 때 입어야 할 옷, 저녁 식사 때 입어야 할 옷 등 하루에도 매번 옷을 갈아입어야 했고, 그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상부에 보고가 올라가는 타협의 여지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체제였다.
모두의 선망을 받고 부러움을 받는 자리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의사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영화 <스펜서>에서는 옷과 음식들로 잘 표현하고 있었다. 건강을 위해서는 절대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면 안되고, 코스 요리에 맞춰서 음식을 먹어야 하며 정해진 식사 시간이 존재하는 이 융통성 없는 식사라니. 저런 곳에서 미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에 신기하기도 안타깝기도 했다.
혼란함과 불안함을 표현하다
영화 <스펜서>를 보면서 생각났던 작품은 영화 <블랙스완>이었다. 영화 <블랙스완>은 백조 연기는 잘하지만 관능적인 흑조 연기에는 약간의 부족함이 있는 주인공이 정신분열 증세를 겪으면서결국에는 흑조 연기를 완벽하게 해내지만 자신의 목숨까지도 잃게 되는 스릴러 작품이다. 물론 영화 <스펜서>가 스릴러 물은 아니지만 약간의 환각 증세를 보이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모습을 보면서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이애나는 영국의 왕 찰스에게 살해당한 왕비 앤의 모습과 자신이 비슷하다고 느끼면서 앤의 환영을 계속해서 본다. 그리고 자신을 잘 챙겨주던 메기의 환상 역시 보게 된다. 환영 속 메기와 앤은 다이애나 자신을 찾아가라며 용기와 응원을 북돋아주고 결국 다이애나는 자신을 옭아매고 있었던 진주목걸이와 드레스로부터 벗어나서 자신의 아들들을 데리고 별장을 떠난다. 자유롭게 떠난 그들은 가장 먼저 치킨을 먹으러 가면서 그 자유를 만끽하고, 다이애나는 스스로를 스펜서라고 다시 부르며 왕실의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영화는 마무리된다. 분명 영화 자체는 자유를 향해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마지막 다이애나의 씁쓸한 미소를 보면서 그녀의 마지막 생을 생각하게 되니 극 전반에 퍼져 있던 우울감과 압박감을 날려버리진 못했던 것 같다.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왕실 탈출 전 3일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스펜서>. 그녀가 어떤 압박감을 견디다가 왕실을 떠나 본인의 이름을 다시 찾게 됐는지 다이애나의 감정 변화를 너무나도 잘 표현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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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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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씨네마사지 비주얼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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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rovided by 브금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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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감과 패기로 똘똘 뭉친 강력계 형사 ‘강수’.
어느 날 그에게 마약 밀수입 등의 악질 범죄를 일삼는
거대 조직의 정보가 담긴 발신자 불명의 제보가 들어온다.
범죄 소탕을 위해 조직에 위장 잠입한 ‘강수’는
회장의 오른팔 ‘용식’ 밑에서 조직 생활을 시작하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한 팀이 된 두 사람은 묘한 우정을 느낀다.
“이런 일이 안 어울린다고, 강수 너한테는”
한편, ‘강수’는 계속되는 비밀 수사 중 신분 들통 위기에 처하고
사건을 파헤칠수록 조직과 얽힌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는데…
복수와 배신이 교차하는 세계에 뛰어든 두 남자,
누구도 믿지 못할 팀플레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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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춘정지란> 30초 예고편
우연과 악연으로 얽혔다? ? 성실하지만 가난한 선비, 금성 그 앞에 나타난 운명같은 상대, 혜성 그리고 둘을 쫓는 집착의 끝판왕, 서윤 애증으로 얽힌 세 남자가 그리는 로맨스 사극 ⟨춘정지란⟩ 5월 18일, 왓챠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