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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작가2022-02-12 22:59:37

이유없는 갈등은 없다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리뷰

지금 우리 학교는

줄거리

과학 선생님에게서 나는 수상한 냄새.

과학실에 감금되었다고 말하는 친구.

그리고, 사람들을 물어뜯는 학생들...

지금 우리 학교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본 리뷰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유없는 갈등은 없다

숨은 의미 찾기

드라마 내에서 좀비 사태가 발발한 가장 큰 원인은 ‘학교폭력’이었다.

아들이 왕따를 당하며 고통받는 것을 보기 힘들었던 이병찬이 아들에게 좀비 바이러스를 주입해 그를 좀비를 만들어 버린다. 아들과 아내는 집에서 관리했으면서, 그놈의 실험 쥐는 왜 과학실로 가져온 건지. 하여간 그 쥐에 물린 학생이 보건 선생을 물고, 응급실에 가서는 병원에 있는 사람들을 물어버리면서 좀비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사실 드라마는 전개되는 내내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각종 다양한 사회문제를 이야기한다.

임대 아파트 주민에 대한 차별적 대우, 미성년자 미혼모, 체육계 폭력사태, 대학 입시제도까지. 언뜻 보면 학교는 모든 사회 문제를 가두고 키워나가는 양식장과도 같아 보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답답해했던 것은, 이러한 사회문제에 대한 언급만 하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나연과 경수는 결국 화해하지 못했고, 미혼모는 홀로 공중 화장실에서 아이를 낳았으며, 하리는 국대에서, 미진이는 대학 입시에서 떨어졌다.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아이들은 결국 좀비가 되어버렸고, 간신히 좀비 떼들로부터 벗어난 아이들은 지독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이러한 산발적인 사회문제 나열을 두고 불만을 표출하는 이들이 많다. 많을 수밖에. 지지부진한 전개는 그렇다 쳐도, 이유도 없이 이토록 많은 인물들이 낭비되기만 하는 사태에 대해 짜증이 나지 않을 시청자가 어디 있단 말인가. 드라마가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고발하고자 했다면 이런 식으로 말하진 않았을 것이다. 명확한 주제의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논의를 끌어냈어야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좀비와 사회문제에 시달리며 12화 내내 몸부림치기만 할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다뤘어야 하는가가 아닌, “왜” 다뤘는가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시즌제’라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시즌 2를 염두에 두고 제작한다. 이는 일반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드라마와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일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전개 속도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다양한 떡밥을 던져놓고도 시즌 1에서 굳이 회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가장 크다. 그렇게 되면 시즌 1을 본 사람들은 자연스레 시즌 2를 기다리게 되는데, 이는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낸다. 그러니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일단 시즌 1에서 엄청난 어그로를 끌어줘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일단 좀비라는 소재, 자극적이다. 웹툰 원작으로 인한 홍보효과도 확실하다. 하지만 시즌 1에서 원작대로 깔끔하게 끝내버린다면? 제작사 입장에서는 매우 아쉽다. 그러니 여기에 '떡밥처럼 보이는 다양한 갈등상황'을 중간중간 섞어서 전개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이리저리 틀어준다면? 인물 사이에 끊임없이 갈등이 유발되고 문제가 터지는 와중에 시청자들은 이리저리 문제상황과 다툼에 휩쓸리며 정신을 팔게 될 것이다.

그러니 해결책을 내놓지도 않을 문제들을 나열하며 상관도 없는 문제들을 꺼내놓은 게 아닌가.

 

하지만 시청자들은 예전보다 훨씬 똑똑해서, 그런 눈속임 수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좀비 바이러스가 갈등을 조장하는 어떤 악의 세포라거나, 이러한 문제들도 생사의 기로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등의 의미만 부여했어도 이 정도로 참혹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시대가 변했다. 좀비물도 이제는 변화할 때다.

단순 재미만 추구하는 것도 때론 필요하지만,

정말 차별성 있는 좀비물을 만들고 싶다면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쩐지 찝찌입한 결말

감상평

원작을 봤는데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 오래전에 뜨문뜨문 봐서 그런 듯하다. 흐름을 주도하는 몇몇 인물과 특별한 상황들은 알지만, 그 외에는 전혀 모른 채로 봤다. 워낙 좀비물을 좋아하는 터라 재밌게 보긴 했지만, 이건 좀비물이라기보단 연애물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연애씬이 많았던 드라마.

너무 인물을 이유 없이 죽여버린다는 느낌이 많았다. 애초에 살려둔 인물이 너무 많아서 급하게 처리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적절한 때에 적절한 인물의 서사가 필요한데, 이놈의 드라마는 굵은 줄기는 없이 잔가지만 가득... 원작 볼 때는 분명 엄청나게 여운 남고 감동도 있었는데 드라마는 아닌 걸 보니 확실히 원작이 뛰어났던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장면에서 의아했다. 시즌 2 넘어가지 않고 그냥 깔끔하게 끝냈으면 했는데 결국 시즌 1에서 마무리가 되지 않고 끝났다. 대체 폐허가 곳에서 무슨 얘기를 할지도 모르겠고. 이러다가 '서울역'이나 '반도' 나는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시즌 2 보게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으니 정도면 제작사에서 의도한 대로 이득 같기는 하다.

작성자 . 담작가

출처 . https://blog.naver.com/shn0135/222645987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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