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2-02-14 23:19:39
이별을 받아들이는 마지막 간이역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리뷰
영화 <만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게 있어>를 보러 가서 광고로 접한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홍보 티저 영상 속에서는 한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이별과 성장을 다룬 굉장히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시놉시스
소중한 건 기다리는 게 아니야, 찾으러 떠나는 거야!
새로운 세상을 알려주는 루가 봄과 함께 사야카 곁을 떠났다. 사야카를 처음 겪는 이별이 낯설기만 하다. 오래 전 아들을 잃은 할아버지 후세와 함께 헤어진 이들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사랑하는 존재들과 이별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은 한 역에서 이별을 받아들이고 다시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아름답게 풀어낸 추억의 한 장면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사야카와 루가 행복하게 초원을 뛰오는 장면이다. 어찌보면 무미건조할 수 있는 장면이지만 슬로우 모션과 클로즈업을 활용해서 둘 사이의 행복감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는 미장센을 선보였다. 상당히 긴 시간을 사야카와 루의 행복한 모습을 담아내는데 쓰고 있었다. 대사 없이 장면으로만 쭉 이어지는 전환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었을텐데 오히려 그 행복한 장면들을 계속해서 보고 싶게끔 만들었던 연출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아마 누구나 어렸을 때 티없이 행복해하며 뛰놀았던 시절이 있기에 자연스럽게 회상을 하게되면서 그 장면을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공허함을 표현하다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는 어린 배우가 공허함을 표현하기에는 그 감정의 폭이 얕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사야카 역을 맡은 닛츠 치세의 연기는 정말 대단했다. 현장학습을 다녀온 사이 세상을 떠난 루를 잃은 사야카는 루와 함께 놀았던 비밀기지, 함께 기차를 보았던 기차역, 그리고 루가 있었던 동물병원을 혼자 돌아다니면서 루의 흔적을 찾고, 추억에 잠긴다. 그리고 동물병원에서 루가 죽었다는 말을 다시금 들으면서 클로즈업 된 사아캬의 눈에는 정말 한순간에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사람의 공허한 눈빛이 담겨있었다. 어떻게 어린 소녀가 그 공허함을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극 중에서 닛츠 치세는 크게 울지 않는다. 눈에 눈물이 차올라도 펑펑 우는 장면은 없다. 눈물을 참아내면서 사랑하는 존재를 떠나보낸 분노, 우울함, 외로움, 공허함과 같이 있었던 순간을 생각하며 스쳐지나가는 즐거움, 행복, 따뜻함이라는 감정을 눈에 오롯이 표현해낸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감정이 배가 되어 전달됐고 관객이었던 나는 펑펑 울 수밖에 없었다.
이별을 받아들이는 소녀의 이야기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초반에는 도대체 영화 이름이 왜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행복한 사야카와 루, 그리고 루를 떠나보낸 외로운 사야카의 모습만이 비쳐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 초반 이상할 정도로 사야카와 루가 열중해서 땅을 파는 장면을 길게 보여준다. 철길과 같은 곳을 열심히 파고 결국에는 이 철길이 무엇인지는 밝혀내지 못한다.
루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이 철길이 무엇인지 밝혀진다. 바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태워가는 간이역이었다. 이 곳에서 사야카는 루를 떠나보낸다. 그 사이 재즈바 할아버지와 친구를 맺고 함께 여행을 가서 각각 자신들을 떠난 루와 아들을 맘나면서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했고, 할아버지 마저 병환을 돌아가신다. 사야카는 자신의 친구였던 루와 할아버지를 이곳에서 다시 만나고 마지막 인사를 건네면서 이별을 받아들인다. 그리소 루스라는 새로운 강아지를 만나 현실을 살아간다. 이별 후 직면하는 다양한 감정들을 고스란히 느끼며 진정으로 이별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존재를 보내주는 그 과정을 굉장히 담담하게 잘 풀어낸 작품이었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8살 소녀가 갑자기 찾아온 이별을 경험하면서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한층 성장하는 모습을 잘 담아낸 작품이었다. 담담하게 풀어낸 이야기가 꽤 오랫동안 심금을 울렸다. 간만에 감성적으로 촉촉하게 젖을 수 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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