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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파로2022-02-16 22:17:57

죽음, 이별을 알아가는 8살 과거의 나에게 ​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리뷰

 

반려견 루와 헤어진 8살 소녀 사야카의 가슴 뭉클한 이별 여정을 담은 성장 이야기로

아쿠타가와상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재일 교포 2세 작가 이주인 시즈카의 동명 단편 소설을

각색한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40여 년간 꾸준히 작품을 출간하며 나오키상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물론,

몇 차례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일본 대표 문학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해서

그런지 아이의 순수한 시선을 따라 전개되는 차분함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주연을 맡은 니이츠 치세의 연기 또한 이를 확실히 강점으로 만들 만큼 포인트가 있었습니다.

근래 자극적인 영상에 지친 마음을 다독여주기에는 더없이 좋았던 시간으로

이런 은은한 느낌을 좋아하시는 관객분들이시라면 나쁘지 않게 보실 것 같네요.

첨부터 끝까지 이런 분위기예욤

왠지 나랑 똑같다고 느꼈던 것 같다

8살 사야카는 등에 큰 점이 있어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지만

용감하고 당찬 성격에 씩씩하게 다니는 밝은 아이입니다.

그렇게 긍정적인 생각으로 집으로 가던 중 거위 소리에 발길을 옮긴 펫샵에서 천덕꾸러기 루를 만납니다.

입양을 가기엔 너무 커버려서 아무도 데리고 가려고 하지 않아 샵 밖에 있었지만

소녀는 루를 보자마자 동질감을 느끼며 운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매일 루를 보러 가던 중 데려가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내다 버려지게 될 거라는 직원의 말에

부모님을 설득하게 되는데, 아빠에게서 개는 사람보다 빨리 죽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듣죠.

그리고 엄마에게서도 어렸을 때 키웠던 개가 죽었을 때 슬펐다면서, 지금도 떠올리면 슬프다는 말을 듣지만,

루에게 빠진 마음이 컸기에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며 루와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서로 친구가 된 루와 사야카는 아침, 저녁으로 동네 곳곳을 누비며 우정을 쌓아가던 어느 날,

몸집이 작은 그들만 들어갈 수 있는 바닷가 근처 벽의 조그마한 틈 너머 넓은 들판을 발견하고

둘만의 공간으로 여기고 매일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용도를 알 수 없는 철로를 발견하게 되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駅までの道をおしえて, 영제 : Show Me the Way to the Station│감독·각본(각색) : 하시모토 나오키

│원작 : 이주인 시즈카의 동명의 단편 소설│출연진 : 닛츠 치세, 오이다 요시 외 多│장르 : 드라마│상영 시간 : 126분

│개봉일 : 2022년 2월 17일│국가 : 일본│등급 : 전체 관람가│평점 : IMDB 6.6, 야후 재팬 3.4점│시청 가능 서비스 : 17일부터 극장 상영


소중한 친구가 사라진다는 건 상심이 크겠죠.

이별을 받아들이는 8살 소녀의 마음

​​

영화는 반려견 루가 세상을 떠나 그리워하는 사야카를 보여주며,

성인 역의 아리무라 카스미의 내레이션으로 과거를 회상하며 시작합니다.

만난 지 그리 반년쯤 지나 병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아직 어린 소녀에게 죽음이라는 것이 낯선 의미였고 볼 수 없다는 걸 인지하면서도

죽음을 받아들이지 준비가 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을 보여주죠.

그리고 루를 만나 온 동네를 누비며 둘만의 추억을 쌓았던 시간들을 이야기하며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고만 소중한 친구의 모습을 그립니다.

극의 흐름이 끊기지 않게 잔잔하게 깔리는 카스미의 목소리는 그 당시의 순수했던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며

어른이 되고 나서 되돌아보는 기억의 행복과 이제는 완전히 받아들이는 이별에 대한, 죽음에 대한 단상을 보여줘

아마도 반려동물을 키워본 분들이라면 공감 가는 부분이 분명 존재할 겁니다.

죽음은 늘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나이가 들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조금은 덜 힘든 것도 사실이니까요.

둘의 케미가 참 좋아요

이어서 둘만의 공간에서 추억에 빠져있던 소녀는 우연히 갈색 개 루스를 만나 이를 통해

학교 앞 재즈 카페의 주인 후세 할아버지를 알게 되면서 죽음을 맞이하고 이별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이어갑니다.

처음엔 혼나기도 하지만, 후세 할아버지에게 어릴 적 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이치로라는 아들을 잃은 슬픔,

어렸을 때 루와 똑같이 생긴 강아지가 있었다는 사실로 동질감을 느끼며 나이를 뛰어넘는 친구 사이가 되죠.

결말을 생각한다면 루와 과거의 비슷한 개, 그리고 현재의 루스가 두 사람을 이어주며

서로의 상처를 보다듬게 만들고 이별을 받아들이도록 이끄는 역할을 해준 느낌을 받습니다.

어른들을 위로하는 아이

어른이 되어서도 소중한 사람을 잃는 슬픔을 감내하고 받아들이는 건 매우 힘든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기에

아직 어린 소녀가 루를 잃은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그리워만 하는 것처럼

후세 할아버지가 아들을 잃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견디는 모습은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재미있는 점은 사야카가 할머니를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마음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토닥여 준 것처럼

후세 할아버지에게도 적절한 위로를 해주는 모습으로,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아픈 진실보다는 착한 거짓이라도 배려가 더 좋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죠.

본인의 마음도 아플 텐데 다른 이들을 감싸주는 8살 소녀의 모습은 아마도 이 여정의 가장 큰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강아지 연기력 갑!

마지막에 접어들며 다시금 맞닥뜨린 이별의 순간, 장르가 살짝 판타지 분위기가 바뀌지만

이미 이전 장면들에서 환상을 통해 그런 느낌을 나타냈기에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다만, 잔잔하고 슬픈 드라마에서 조금은 많은 듯해 보이는 슬로 장면들은 감정선을

끝까지 이어가기에는 너무 늘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슬픈 이별에 행복했던 추억을 떠올리는 사야카를 연기한 닛츠 치세,

소녀와의 우정으로 한층 성장하게 만드는 후세 할아버지의 오이다 요시는 이별을 기리는 특별한 이야기를 잘 마무리해줍니다.

여러 면에서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은 물론, 좋은 OST가 가득했고 전하고자 하는 의미도 확실했으며

이를 표현해 준 애니메이션 감독 신카이 마코토의 딸이자, 4살부터 연기 활동을 한 닛츠 치세와 루의 호흡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적절한 템포를 맞췄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 잔잔함을 선호하신다면 나쁘지 않게 보실 듯 하네요.

 

작성자 . 모모파로

출처 . 네이버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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