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2-02-27 22:05:30
자칭 추리 덕후가 내리는 평
영화 나일강의 죽음 리뷰
한 신혼부부가 자신들의 럭셔리 신혼여행에 지인들을 초대한다. 그런데 이 신혼부부, 행복해 보이기는 하는데, 뭔가 불안정해 보인다. 사교계의 여왕이었던 리넷은 절친의 남자를 빼앗아 결혼했기 때문에 절친이었던 재키가 신혼여행 현장마다 나타나는 것에 병적으로 신경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재키에 대한 죄책감만으로는 사랑을 포기할 수 없었던 리넷은 신혼여행을 계속 이어간다. 그 현장에 희대의 탐정인 에르큘 포와로도 함께 초대받는데,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사치스러워야 할 여행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탐정 본능이 발동한 포와로는 신혼여행을 망친 주범을 찾아낼 수 있을까?
1. 2022년에는 흔하디 흔한 추리
이 영화는 영국의 유명 여류 추리 소설 작가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아가사 크리스티는 추리 소설의 강국인 영국에서 이름을 날린 만큼 다양한 테마로 추리소설을 집필한 만큼 개인적을 굉장히 좋아하는 작가이다. 개인적으로 미스 마플 bbc드라마도 좋아하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도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런데 이 영화 속의 원작이었던 나일 강의 죽음은 소설을 읽지 않았음에도 추리 플롯 자체로만 봐도 소설이 그렇게 재미있진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추리 플롯에 쾌감을 느끼기에는 내가 너무 많은 추리 소설을 읽어가며, 더 새로운 사건 추리를 원하는, 추리 덕후라는 점이 문제였던 것일까, 이 영화 속의 추리는 그저 신파일 뿐이었다. 다른 추리 소설에서도 이런 추리는 참 흔하디 흔하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를 를 보면서 예상했던 결말이었던 점에 대해 실망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결말로 가기 위해 질질 끌고, 계속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이유는 아마도 예상 가능한 결말인 플롯의 맹점을 가리기 위해서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내용이 별거 없으니, 이 내용, 저 내용 다 집어넣다가 결국 뻔한 결말로 진행되었구나 싶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집트가 가고 싶어지는
영화 속 배경이 신혼 여행인 만큼 부자 여자의 신혼 여행 순간을 관객으로서 공유받는 것은 허영심이 생길 만큼 부러워지는 경험이기는 했다. 상속녀의 이집트 신혼 여행을 나까지 초대받은 것 같은 눈호강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람세스 2세의 유적들을 구경하고, 신비의 나라 이집트를 구경하는 눈요기거리 재미는 확실히 있었다. 만 원을 내고, 이집트 여행 쪽집게 프로그램을 참가한 느낌이었달까. 여행 좋아하는 나에게는 여행 뽐뿌 제대로 오는 영상미였으니까.
하지만 이런 영상미 조차도 내용의 빈약함으로 인해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켰다는 느낌보다는 영화의 매력을 오히려 반감시키기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한대로, 내용이 별거 없으니, 내용의 빈약함을 숨기기 위해서 눈호강이라도 시켜주겠다는 심산이 보여서 이 영상미 요소는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을 하는 데에 있어서 더 부정적인 평을 하는 데에 큰 기여를 한 요소였다. 결국 추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추리의 쫀쫀함에서 오는 긴장감인데, 이걸 다른 요소로 메꾸려다가 오히려 영화의 전체적인 평을 악화시킨 결과만 초래했다고 본다.
3. 포와로보다는 그래도 셜록
영국은 추리의 메카인 나라인만큼 브랜딩이 잘 된 명탐정들이 많다. 셜록, 마플, 포와로 등등이 그런 브랜딩화에 성공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기존의 팬이 많은 탐정 캐릭터를 잘 연기하는 것은 배우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셜록 캐릭터를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위상을 잇는 명탐정 캐릭터는 봐온 적이 없을 정도로 새로운 탐정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케네스 브래너의 포와로 연기는 왜인지 모르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들었던 것 같다. 영국의 명배우를 감히 디스하는 상황이긴 한데, 이 문제는 배우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영화 속 캐릭터가 무매력이었던 데서 시작되었던 것 같다. 그만큼 포와로 캐릭터는 프랑스어같은 영어를 구사해야 하고, 명탐정만의 명민한 추리에서 오는 섹시한 매력이 있어야 하는, 다양한 특징이 있는 캐릭터인데, 이런 캐릭터적인 매력이 영화 속에서 너무 잘 드러나질 않았고, 각 특징이 따로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뭐랄까 추리 과정에서 인물들을 용의선상에 올려 추궁하는 모습이 굉장히 억지스러워 보였던 데다가 프랑스식 영어를 계속 구사하긴 해야 겠고, 탐정이니 머리를 계속 굴리고 있긴 한데, 그 머리를 굴리는 모습이 하나도 섹시해 보이질 않았다. 살인사건을 추리하다가 갑자기 다른 이의 애정전선 플롯이 나오는 것도 추리에 대한 집중력을 계속적으로 흐트러트리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정작 가장 중요한 플롯인 리넷이 누구에게 죽었는가의 여부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리넷의 죽음과는 관련이 없는, 이 사람 저 사람의 애정전선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는 포와로의 모습에서 뜬금없음을 느꼈다. 아, 캐릭터가 이러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뜬금없음은 그저 개인적 감정에서 비롯된 오지랖이었고, 정작 리넷의 죽음은 생각보다 생각해내기 쉬운 이유였음을 알게 된 후, 영화에 대한 기대가 짜게 식었었다. 이건 배우가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시나리오 속에 캐릭터가 매력이 없어서 거기까지가 한계였던 것이 아니었을까.
bbc 드라마 셜록의 캐릭터와 비교헀을 때, 왜 셜록이 더 빛났던 걸까. 셜록 캐릭터도 많이 재창조가 되어온 키릭터이기 때문에 굉장히 피로도가 높고, 추리 과정 자체도 너무 흔해 보여서 매력이 없을 수도 있는데, 드라마 속 셜록은 현대화된 21세기 셜록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은 점수를 준다. 셜록이 가지고 있는 고전적인 특징을 놓치지 않으면서, 추리 과정은 현대화된 과학 기술을 결합해 신선함을 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탐정 캐릭터가 가장 빛나려면, 추리가 긴장감있게 진행되어야 하고, 그 추리의 결과가 신선해야 하는데, 이 영화는 포와로 캐릭터의 외적인 요소들에만 집중한 나머지 추리 과정에 있어서 억지 긴장감만 주고, 막판에 추리 과정의 허점을 드러내 버려 탐정 캐릭터가 빛날 수 없었다. 캐릭터가 빛나지 않는 영화는 결국 기타 다른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좋은 점수를 주기가 싫어진다. 아니, 줄 수가 없다.
4. 총평
기존의 이야기가 인기가 있다고 해서 영상화가 되었을 때, 인기가 보장되었다고는 할 수 없다. 사람들은 계속적으로 신선함을 찾고, 과거의 인기있었던 이야기도 결국 각색, 재창조 없이는 좋은 평가를 받아낼 수 없음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통감한다. 요새, 웹툰, 웹소설 ip를 확보하려는 제작사들의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하는데, 웹툰, 웹소설로 인기가 있다고 해서 웹소설 원작 드라마, 영화화가 보장된 성공이 아님을 이 영화를 보면서 또다시 되새기게 된다. IP도 꾸준한 각색과 영상화 장르에 맞는 재창조를 거쳐야 그 장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킬 수 있음을 일부 컨텐츠 제작자들이 인지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영화를 보면서 너무 기존 포와로 캐릭터가 가진 장점을 믿었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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