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글 신고

댓글 신고

혜경2022-03-06 17:07:51

배트맨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다

영화 <더 배트맨> 리뷰

 

 

 

더 배트맨 (The Batman, 2022)

“배트맨에 드리운 그림자를 걷어내다”

 

 

개봉일 : 2022.03.01.

감독 : 맷 리브스

출연 : 로버트 패틴슨, 폴 다노, 조 크라비츠, 앤디 서키스, 제프리 라이트, 콜린 파렐, 피터 사스가드, 존 터투로

쿠키영상 : 1개

개인적인 평점 : 4/5

 

 

 

 

더 배트맨 줄거리

 

지난 2년간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범법자들을 응징하며 배트맨으로 살아온 브루스 웨인. 알프레드와 제임스 고든 경위의 도움 아래, 도시의 부패한 공직자들과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활약한다. 고담의 시장 선거를 앞두고 고담의 엘리트 집단을 목표로 잔악한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수수께끼 킬러 리들러가 나타나자, 최고의 탐정 브루스 웨인이 수사에 나서고 남겨진 단서를 풀어가며 캣우먼, 펭귄, 카마인 팔코네, 리들러를 차례대로 만난다. 사이코 범인의 미스터리를 수사하면서 그 모든 증거가 자신을 향한 의도적인 메시지였음을 깨닫고, 리들러에게 농락 당한 배트맨은 광기에 사로잡힌다. 범인의 무자비한 계획을 막고 오랫동안 고담시를 썩게 만든 권력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하지만, 부모님의 죽음에 얽힌 진실이 밝혀지자 복수와 정의 사이에서 갈등한다.

 

 

 

 

무려 세 번째 리부트 작품이자 배트맨의 또 다른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는 영화 <더 배트맨>이 드디어 개봉했다. <스파이더맨>이 리부트 될 때마다 생각했던 것처럼 처음 본, 나의 첫 배트맨 (크리스찬 베일)이 내 최고의 배트맨일 것이라고 굳게 믿어왔는데 <더 배트맨>을 보면서 그 믿음이 깨져버렸다.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이 밀렸다는 건 아니고,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이 또 내 마음속에 살포시 안착했다는 거다.

 

 

 

 

로버트 패틴슨의 새로운 모습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작품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여전히 로버트 패틴슨을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남주,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 나온 세드릭…으로 기억하는 관객들이 꽤 많다. 나 또한 2년 전쯤까진 로버트 패틴슨이 그간 다양한 필모를 쌓아왔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파격적인 금발 스타일도 멋지게 소화했던 영화 <굿 타임>, 데인 드한과 함께 인생을 담아내는 진실한 사진작가 데니스 스톡을 연기한 영화 <라이프>, 윌렘 대포와 함께 제대로 된 광기를 보여줬던 충격적인 영화 <라이트하우스>, 로버트 패틴슨이 가진 매력을 최대로 끌어냈던 <테넷>까지.

 

매번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던 이 배우가 ‘배트맨’이라는 히어로를 연기하게 된다는 소식 자체만으로도 기대감과 궁금증이 끓어올랐다. 과연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로버트 패틴슨의 이미지가 배트맨과 부합할 것인가. 싶었는데 이 모든건 기우였다. <더 배트맨>을 통해서 알았다. 로버트 패틴슨의 하관이 아주 매력적이라는 사실을. 거기에 코믹스에 나오는 배트맨의 옆모습과 그의 옆모습은 상상 그 이상으로 싱크로율이 높다.

 

 

 

 

<더 배트맨>의 강점

 

같은 주인공과 배경을 활용한 시리즈물을 ‘이전과 다르게’만든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더 배트맨>은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이 영화는 지금껏 보아온 배트맨 시리즈 중에 가장 박력이 넘친다. 웅장한 OST, 위엄이 느껴지는 배트맨의 발걸음, 어둠과 대비되는 강렬한 붉은색, 속도감을 제대로 담은 카 체이싱 장면과 명암, 가까운 거리에서 오는 타격감을 제대로 활용한 액션신들. 분명 ‘액션이 주’가 되는 영화는 아님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액션신들이 대부분 마음에 들었다.

 

 

 

 

<더 배트맨>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설정

 

<더 배트맨>은 역대 배트맨 시리즈 중에 가장 어둡고 진중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로버트 패틴슨의 배트맨은 더 초췌하고 지쳐있으며 예상외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영화에 나오는 고담시는 그 어느 때보다 눅눅하고 어두우며, 전체적인 분위기는 히어로물보단 추리+누아르물에 가깝다. 어두침침한 배경이 대부분의 시간을 채우고, 러닝타임은 역대 배트맨 영화 중 가장 긴 176분이다. 가볍게 찾아볼만한 히어로물의 조건을 과감하게 제외한 이 영화는 히어로로서의 활약하는 배트맨의 모습보단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 사이의 간격, 밝혀진 진실과 지금껏 믿어왔던 것의 괴리감 사이에서 고민하고 변화하는 배트맨의 모습에 무게를 둔다.

 

영화의 시점은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으로 활동한지 약 2년이 지난 시기다. 브루스는 악당들을 처치하는 게 아버지가 남겨준 ‘웨인 가의 유산’이라고 생각하며, 밤낮을 바꾼 채 그림자처럼 고담시를 배회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도시는 더 썩어들어가기만 하고, 급기야는 시장 선거를 앞두고 ‘리들러’라는 정체불명의 연쇄살인마가 등장한다. 브루스는 배트맨을 자경단이라 칭하며 배척하는 경찰들 사이에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차근차근 수수께끼를 풀어나가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알게 된다.

 

 

곪아버린 도시. 두 개의 복수심

 

배트맨의 첫 등장 후 잠시 줄었던 범죄율은 다시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시장의 뒤에 있었던 마피아 팔코네와 그 밑으로 쭈욱 이어져있던 부패한 경찰, 정치인들. 복수심 하나만으로 버티기엔 너무 힘든 싸움이다.

 

브루스가 한껏 지쳐있던 타이밍에 등장한 리들러는 부정한 방법으로 정의를 추구해간다. 두 사람은 배트맨과 리들러라는 가면을 통해 얻은 새로운 인격으로 각자의 정의를 행한다.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 해도 죽는 게 정당화 되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 리들러가 정의를 추구한다는 말에 조금씩 수긍하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리들러의 행동마저 ‘괜찮은 것’이라고 일부 인정하게 될 만큼 고담시의 상태는 정말 처참했고 브루스는 뒤늦게 진실을 알게 된다.

 

 

 

 

복수와 정의 그 사이에서

 

이 영화보다 앞선 타임라인을 그린 <배트맨 비긴즈>와 그 이후의 이야기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 된 이유는 표면적으론 ‘도시를 위협하는 악당을 소탕하는 것’이다. 하지만 브루스의 과거를 파고 들어가 보면 그의 주된 목적은 ‘악을 처단하는 것’, ‘악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선을 행하다 도둑의 총에 부모님이 피살당하고, 범인이 제대로 된 벌을 받지 않는다는걸 알게 된 순간부터 브루스는 악에 대한 복수를 꿈꾼다. 그는 레이첼과 알프레드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고 배트맨이 되지만 진정한 히어로로서의 자세를 갖게 되기까진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더 배트맨>에 나오는 브루스는 딱 이러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다. 보통 직장도 2-3년쯤이 가장 권태로울 때인것처럼 그 또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의미가 있을까?”고민하기 시작한 거다. 분명 범죄자들을 잡는 게 내 일, 가족의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시간을 투자했는데 도시는 점점 더 어두워지고 본인의 마음 또한 전혀 편안하지 않다. 네 정체가 뭐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복수다.”라고 낮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에선 정의감보단 진한 분노, 권태 같은 것이 느껴진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을 보면 그저 온갖 감정에 찌들어 지친 사람 같기도 하고 말이다.

 

브루스는 매일같이 정의를 행한다며 사용했던 복수라는 단어와 복수심이란 감정이 자신의 마음에, 이 도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 이제는 복수심과 분노를 극복하고 도시를 되살릴 방법을 찾아야 할 시기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다.

 

영화에선 어린 브루스를 닮은 미첼 시장의 아들이 나온다. 리들러의 첫 살인 대상이자 이번 시장 선거의 후보였던 미첼 시장. 브루스는 사건 현장에서 방 안에 앉아있는 시장의 아들을 발견하게 된다. 브루스 또한 미첼 시장의 아들과 같은 일을 겪었다. 시장에 출마한 토머스(아버지). 눈앞에서 목격한 부모의 죽음.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아이라는 생각 때문인지, 브루스의 렌즈에 담긴 영상을 보면 그가 시장의 아들을 꽤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장례식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 리들러의 추종자들과의 전투를 마친 브루스는 직접 물에 뛰어들어 시민들에게 향하고, 그가 제일 먼저 손을 내민 인물 또한 미첼 시장의 아들이다.

 

브루스는 가면을 벗게 된 리들러의 추종자가 “나는 복수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결국 복수는 도시를 변화시키는 게 아닌 붕괴시킬 뿐이란 걸 알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질긴 복수의 끈을 끊고, 도시의 희망이 될 시민들의 손을 잡는다. 악당들과 맞서는 게 아닌 시민들의 손을 잡고 그들의 앞에 서는 행위 자체에서도 브루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지만, 특히 브루스가 자신과 닮은 어린 미첼 시장의 아들을 구하는 장면은 그가 복수를 꿈꾸던 옛날의 자신을 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배트맨>은 배트맨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는 여정이다. 반복되는 그날 밤의 기억과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복수심으로 어두운 그림자가 되었던 배트맨. 브루스 웨인의 삶을 잊고 살던 배트맨은 이제 복수가 아닌 희망을 꿈꾼다. 그의 곁엔 소중한 사람도 있고, 새로운 희망이 될 청렴한 시장 벨라 레알도 있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토머스는 브루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브루스, 왜 우리가 넘어지는 걸까?” 

“그렇게 해서 우리는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더 배트맨>에서 브루스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에 필요한 건 희망이다. 흉터가 남을 수도 있지만 이를 이겨내면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같은 시리즈는 아니지만 두 캐릭터의 대사가 묘하게 이어진다. 브루스는 드디어 희망의 필요성을 깨닫고, 이 대사가 나오는 순간부터 영화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밝아진다.

 

 

 

 

 

기대되는 속편

 

들리는 이야기로는 로버트 패틴슨이 워너와 3편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놀란 감독의 트릴로지처럼 <더 배트맨>또한 3부작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속편은 5년 내’에 제작된다는 말을 들어 벌써부터 현기증이 나지만… 이 영화의 속편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복수심 대신 희망을 찾은 브루스 웨인의 변화가 궁금하기도 하지만, 더 큰 기대 포인트는 이 시리즈의 빌런들에 있다. 영화의 마지막, 리들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던 ‘신원 미상의 감옥 동료’. 거의 조커로 확정된 배리 케오간의 등장이 정말 기대된다. 그가 <더 배트맨>에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에 조커로 나오는 건 아닐까 은근히 기대했는데, 기대가 실제가 되었다. 엔딩 크레딧엔 정확히 적혀있지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조커 같은 웃음소리와 얼핏 보이는 입, 코믹스에 나온 조커와 비슷한 헤어스타일. 2편에선 배트맨의 영원한 숙적인 조커를 만날 수 있을듯하다. 거기에 이번 영화에서 엄청난 포스를 보여준 리들러, 폴 다노와 함께 나오게 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지 않을까?

 

 

 

작성자 . 혜경

출처 . https://blog.naver.com/hkyung769/222664923826

  • 1
  • 200
  • 13.1K
  • 123
  • 10M
Comments

Relative contents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