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BBITGUMI2022-03-13 22:21:14
‘결과’보다 ‘과정’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2022)
우리는 성장하면서 계속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도전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무척 애쓴다. 청소년 시절에 가장 중요한 목표는 바로 시험이다.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그리고 궁극적으로 가장 큰 목표인 수학능력시험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좋은 시험 결과를 얻기 위해 무던히 애쓴다. 우리 교육 시스템 안에서 학교에 다니는 가장 큰 이유는 많은 것을 배우는 것에 있겠지만 결국에는 좋은 시험 결과를 얻기 위한 것이 가장 클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과목을 공부하고 또 시험을 보면서 누군가는 그 결과에 만족하고 또 한걸음 나아가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 든다.
삶의 많은 것이 그 시험의 결과에 의해 좌우된다. 현실이 그렇다. 수능 시험의 결과에 따라갈 수 있는 학교가 정해지고, 학교가 정해지만 그곳에서 다시 또 다른 시험 준비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 결과가 다시 직장의 질에 영향을 미친다. 한 사람의 삶 전체가 그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매달릴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시험에 매달리는 사람들은 한 편으로는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저 알고 있는 지식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그 ‘시험’이라는 것이 우리 전체 삶을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기숙학교에 다니는 수포자 지우의 이야기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수학 시험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지우(김동휘)의 이야기를 담는다. 지우는 현재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다니는 기숙학교에 다니고 있다. 과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홀로 남은 어머니와 떨어져 살면서 최대한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모든 과목 중에서 수학이 그를 가로막는다. 수학 성적은 하위권이고, 그것 때문에 그의 담임 선생님(박병은)은 일반학교로 전학을 권유한다. 그때 지우는 학교의 경비원이면서 숨은 수학천재 학성(최민식)을 만난다.
영화 속 학성은 개인사에 비밀을 가지고 있다. 늘 딸기우유를 먹는 그는 어느 날 수학 문제를 풀고 있는 모습을 지우에게 들킨다. 그리고 수학을 가르쳐달라는 지우의 부탁을 결국 받아들인다. 이렇게 둘은 스승과 제자 사이가 된다. 지우는 전형적으로 결과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인물이다. 반면에 학성은 과정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이렇게 두 인물을 대비시키면서 이들 간의 긴장감이 만들어진다. 이 모습은 일반적으로 결과를 중시하는 사회 교육 시스템과 그에 반하는 학성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 학성은 그저 과정에만 충실하라고 이야기하는 걸까. 아니다. 학성이 말하는 과정은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기 위한 밑바탕을 만드는 것이다. 수학이라는 학문은 정확한 결과를 내는 학문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그 결과를 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도 중요하다. 그 문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오는 도전정신과 희열감을 통해 숫자, 수식과 친해지는 과정이 있어야 원하는 결과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학성은 결과에만 집착하는 지우를 못마땅해하고 세세한 설명을 하지 않기도 하지만, 그런 태도가 지우에게 일종의 도전정신을 심어준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천재 수학자 학성
이 영화의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담임 선생님 근호는 전형적인 나쁜 선생님의 모습을 하고 있다. 다른 영화들에서 그동안 봐왔던 아주 전형적인 선생님의 모습이라서 좀 평면적으로 보이는 인물인데, 영화는 이 근호라는 인물을 이용해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까지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학성이 풀고 있는 방정식에서 결과를 중시하는 일종의 상수로 그려진다. 워낙 학성과 지우가 중심인물이 되다 보니 주변의 다른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근호와 같이 너무 평면적으로만 묘사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탈북자인 학성과 평범한 남한 학생 지우에게 접점이 없어 보이지만 영화는 그들 사이에 어떤 유사 부자의 감정을 넣었다. 아주 대표적인 장면이 둘이 앉아 된장찌개와 계란 프라이를 먹는 장면일 것이다. 밥 위에 계란을 얹어주는 학성의 모습과 그걸 받아서 맛있게 먹는 지우의 모습에서 그 둘이 현재 결핍된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 준다. 이 영화가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이 둘 사이에 만들어진 신뢰와 챙기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 또한 과정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답게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좋은 결과를 맺기까지의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학성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은 <천문:하늘에 묻는다> 이후 오랜만에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힘을 뺀 연기로 부드러운 목소리를 들려주며 과거의 회한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탈북 수학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우 역을 맡은 배우 김동휘는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과 <피터팬의 꿈> 같은 영화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적이 있다. 이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에서는 자신이 피해를 입더라도 자신의 목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고 힘든 일을 안고 가려는 조금은 소심하고 체념적인 지우를 잘 표현해냈다.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최민식과 김동휘
영화를 연출한 박동훈 감독은 많은 작품을 연출하지는 않았다. <전쟁영화>라는 단편 영화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단편 영화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그 이후, <소녀 x소녀>, <계몽영화> 같은 작은 영화들을 간간히 연출했었고, 가장 최근에 연출한 작품이 이번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다. 이번 영화에서는 결과에만 집착하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을 이야기하면서 그것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학생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학생들을 올바른 과정 속으로 끌어당기는 건 결국 과정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깨어있는 어른의 목소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결국 결과가 많은 것을 결정한다. 그것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것 못지않게 과정 역시 중요하다. 좋은 과정이 생략된 결과는 오래가지 못하고 머릿속에 남지 않고 증발되어 버린다. 영화 속 지우는 학성의 의도에 맞게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재미’와 ‘희열’을 느낀다. 조금 느리지만 그가 원하는 시험 결과도 얻어낸다. 그 이후 그 학생과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건, 결국 어른들의 몫이다. 영화는 다소 극적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수학’이라는 과목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보는 관객들에게 과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그 사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다시 전달된다. 무엇보다 그 모든 전달 과정이 지우와 학성의 따뜻한 관계를 통해 전달되고 있어, 영화를 다 보고 난 관객들은 기분 좋은 마음으로 극장을 나설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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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지금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어요. <라마와의 랑데부> 작업 중인 것은 사실이고, 그 각본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어요. <클레오파트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듄: 메시아>도요. 다시 카메라 뒤로 돌아갈 날을 기대하고 있어요. 다음에 어떤 일이 있을지는 두고 봐야겠죠.”
-드니 빌뇌브-
최근 빌뇌브 감독은 <라마와의 랑데부>를 ‘강화된 <컨택트>’라고 묘사했는데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창조자인 클라크가 원작자이기 때문에, 이 작품도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줄 만한 SF가 될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9월 2주차 씨네뉴스 시작합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더 룸 넥스트 도어> 황금사자상 수상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첫 영어 장편 영화 <더 룸 넥스트 도어>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줄리앤 무어와 틸다 스윈튼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삶과 죽음, 안락사와 여성의 우정에 대해 다루며 영화가 상영됐을 때 18분간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고합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 세상에 존엄하게 안녕을 고하는 것은 모든 인간의 기본 권리”라며 “안락사는 정치적 문제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고 수상소감을 밝혔습니다.
드니 빌뇌브 <라마와의 랑데부> <클레오파트라> 프로젝트 “천천히 진행중”
드니 빌뇌브 감독은 <라마와의 랑데부>, <클레오파트라>, <듄: 메시아> 프로젝트를 모두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그는 <라마와의 랑데부>를 ‘강화된 <컨택트>’라고 묘사했으며, <라마와의 랑데부> 각본은 <듄>을 작업했던 에릭 로스가 맡고 있다고 합니다.
<클레오파트라>는 <1917>의 각본가 크리스티 윌슨-케언스가 각색을 맡았으며 캐스팅 목록이 유출되며 젠데이아가 ‘클레오파트라’역을 맡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12분간 기립박수 받은 <조커 폴리 아 되>
토드 필립스 감독의 영화 <조커: 폴리 아 되>가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12분간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호아킨 피닉스와 레이디 가가의 강렬한 연기가 돋보였으며, 새로운 인물들과 깊어진 서사가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영화는 기존 슈퍼히어로 장르를 재해석하며 아카데미 주요 부문 후보로 오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영화 <내부자들> 시리즈 확정 송강호 주연
영화 <내부자들>이 배우 송강호 주연의 시리즈로 만들어집니다.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내년 크랭크인을 목표로 시리즈 <내부자들>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드라마에서 송강호는 백윤식이 연기했던 ‘이강희’ 역을 맡아 대한민국의 판을 짜고 조직하는 인물을 연기합니다. <부부의 세계>,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연출한 모완일 감독이 연출을 맡고, <모가디슈>와 <암살>의 이기철 작가가 극본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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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요리하라, 이들처럼
요리는 정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웬만한 마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저도 누군가에게 요리를 해주고 나서야 깨달았는데요. 마음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서 요리는 사랑과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요리에 사랑이 더해진 영화는 어떤 모습일까요? 트란 안 홍 감독은 <프렌치 수프>라는 영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프렌치 수프>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프렌치 수프>는 2024년 6월 19일 국내 개봉작입니다.
프렌치 수프
The Taste of Things
Summary
20년간 최고의 요리를 함께 탄생시킨 '외제니'와 '도댕'. 그들의 요리 안에는 서로에 대한 존경과 배려, 그리고 사랑이 있다. 인생의 가을에 다다른 두 사람, 한여름과 자유를 사랑하는 '외제니'는 '도댕'의 청혼을 거절하고, '도댕'은 오직 그녀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출처: 씨네21)
Cast
감독: 트란 안 홍
출연: 줄리엣 비노쉬, 브누아 마지멜 외
이 영화의 한국어 제목은 <프렌치 수프>, 영어 제목은 <The Taste of Things>입니다. 제목에서부터 요리에 관해 작정하고 이야기하겠다는 다짐이 느껴지는 듯한데요. 코스 요리를 만드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오프닝 시퀀스는 그 다짐을 현실로 만들어 버립니다. 밥을 먹고 영화관에 들어갔기에 망정이지, 밥을 먹지 않았더라면 분명 제 뱃속에서는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요동쳤을 겁니다.
10초 건너뛰기가 당연해진 오늘날이지만, <프렌치 수프>는 건너뛰는 것 하나 없이 요리의 과정을 차분히 보여줍니다. 식기들이 부딪치는 소리, 물이 팔팔 끓는 소리, 재료들이 지글지글 구워지는 소리로 가득한 '외제니'와 '도댕'의 부엌은 고요하면서도 소란합니다. 쉼 없이 움직이며 음식을 만들어내는데도 부산스럽기보단 우아합니다. 그들이 얼마나 긴 세월을 이 부엌에서 보내왔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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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수프 같은 연애의 맛
'외제니'는 '도댕'이 상상한 레시피를 최상의 맛으로 구현해 내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지난 20년간 환상의 파트너로서 지내왔죠. 그 과정에서 사랑도 꽃폈습니다. 두 사람은 인생의 가을을 지나는 나이에 이를 때까지, 부엌과 인생에서 서로와 함께해 왔습니다. 언제나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신뢰하는 두 연인의 사랑은 마치 프렌치 수프와도 같습니다. 한 번 걸러 불순물을 제거한 수프는 맛이 다소 약해지지만, 맑고 부드러우며 색이 진한 수프가 됩니다. 그들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뾰족한 부분은 모두 걸러내고, 부드럽고 다정하게 서로를 대하죠.
미디어 전체를 통틀어 어른의 '어른다운' 연애를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근래 나는솔로, 결혼지옥, 고딩엄빠와 같이 자극으로 점철된(혹은 얼룩진) 사랑들, 또는 현실에서는 절대 없을 우연과 구원과 운명의 연속인 사랑들만 봐왔기 때문이겠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극에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저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저런 사랑도 있으니 나 정도는 괜찮아.', '저런 사랑이 어딨어? 이런 게 현실이지.' 싶어집니다. 불순물을 거른 듯이 순하디순한 사랑이라니, 참으로 낯설고 반가웠습니다.
요즘 세상은 너무 강한 맛만을 선호해서 서글픕니다. 그 맛에 익숙해지는 저 자신도 싫습니다. 부드럽고 진한 수프를 더 많이 맛보고 싶은데, 머지않아 그런 수프를 먹어도 '에잇, 밍밍해!' 할까 봐서 걱정이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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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극 중에서 '도댕'은 여지없는 사랑꾼입니다. 언제나 애정을 표현하고, 한없이 상대방을 걱정하며, 청혼하고 또 청혼합니다. 그러나 '외제니'는 조금 다릅니다. '외제니'를 사랑하는 모습이 분명하게 묘사되는 '도댕'과 달리 그렇다 할 애정 표현이 없습니다. 유독 등을 돌리고 있는 '외제니'에게 다가가는 '도댕'의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외제니'는 선뜻 뒤도는 법이 없죠. 몇 차례의 거절 끝에 '도댕'의 청혼을 받아들인 이후에는 몸이 거부라도 하는 듯이 지병이 악화되기도 합니다.
반추 끝에 이런 질문이 남습니다. ''외제니'는 '도댕'을 진정으로 사랑한 걸까?' 누군가는 '도댕'에게 아내보다는 요리사로 남길 바란다는 '외제니'의 사랑을, 사랑을 나누고자 방문을 두드리는 '도댕'을 진심으로 맞이한 것은 단 두 번뿐이었다고 말하는 '외제니'의 사랑을 의심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외제니'는 '도댕'보다는 요리를 더 사랑했을지도 모르지요. 요리를 더 자유롭게 사랑하기 위해, '도댕'과의 사랑을 선택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외제니'가 '도댕'을 분명히 사랑했다고 생각합니다. '외제니'는 '도댕'을 뼛속까지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었고, '도댕'의 음식은 오직 '외제니'에 의해서만 진정한 맛을 냈거든요. 상대를 뼛속까지 이해하는 마음은 사랑이 없다면 불가능합니다.
제 결론이 너무 단순하고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제게 사랑은 완전한 이해인 걸요. 서로 다른 답을 마음에 둔 채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영화를 보는 재미지요. 영화를 보신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습인가요? 당신은 '외제니'의 사랑을 어떻게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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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인물들은 사랑을 요리하고, 사랑을 먹습니다. 눈으로 보았지만, 오감으로 사랑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작품입니다. 다만, 사랑과 함께 입맛도 돋우는 영화이니 꼭 식사하고 보시길 권합니다.
One-Liner
사랑은 프랑스 부엌에서 만나, 프렌치 수프를 먹으며, 매일 같이 요리를 하다가 온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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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과 북의 실감나는 모가디슈 탈출기
어두컴컴한 방의 테이블에 막 준비한 음식들이 보인다. 테이블에는 컵라면과 밥, 김치, 통조림 같은 간단한 음식뿐이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다. 남한 사람들이 먼저 음식을 먹기 시작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선뜻 그 음식을 먹지 못한다. 남한 쪽 사람 중 한 명이 밥을 바꿔 먹는 걸 본 이후, 그제야 북한 사람들은 숟가락을 들고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독이라도 있을까 봐 먹지 못했던 북한 사람들은 의심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까지 적국인 남한을 신뢰하지 못한다. 과거, 현재 등 어떤 시기에도 이에 대한 태도는 남과 북 모두 똑같다.
남한과 북한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밥을 먹는 장면은 영화 <모가디슈>의 중반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영화는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 발생한 내전으로 생사를 걸고 탈출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 당시 UN에 가입하기 위해 회원국인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 외교전을 벌이고 있었던 남한과 북한은 소말리아에서도 소말리아 정부의 지지를 받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때 남한과 북한 사람들의 거리감은 영화 중반에 그들이 밥을 먹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서로 같은 언어를 쓰고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서로 완전히 믿지 못하는 모습은 배고픔 앞에서도 상대방을 의심한다. 영화는 그 당시 남과 북의 거리감과 불신, 경쟁관계를 여러 에피소드로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다.
1991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탈출기를 그린 영화
영화의 초반에는 한국 대사관 사람들의 외교전을 긴박하게 그린다. 한신성 대사(김윤석)를 중심으로 안기부 출신 강대진 참사관(조인성), 서기관 공수철(정만식)은 소말리아 대통령과 고위급 인사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선물을 소말리아 무장단체에 뺏기거나 북한 림용수 대사(허준호) 일행에게 선수를 빼앗기기도 한다. 소말리아의 고위급 인사들과 미팅을 하는 모습을 통해 소말리아의 정치적인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주요 권력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소말리아의 상황은 반대 세력들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결국 힘을 키운 반군은 소말리아에서 긴 분쟁을 시작한다.
<모가디슈>의 이야기는 사실 한 줄로 간단히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급작스럽게 내전이 발생한 소말리아를 탈출하는 것이 바로 그 내용이다. 실제 있었던 상황을 영화적으로 각색했는데, 여러 상황이나 인물 구도를 복잡하게 가져가지 않음으로써 영화적인 긴장감과 속도감을 잃지 않았다. 남과 북의 대립과 각각에 속한 인물들의 생각도 복잡하게 꼬아놓지 않고, 단순히 탈출에만 집중한다. 사실 한신성 대사와 림용수 대사의 관계를 조금 더 감정적으로 가져가거나 아니면 서로 완전히 믿지 못하는 존재로 그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두 인물은 탈출에만 집중하며 그 사이에는 어느 정도 상대방을 신뢰한다. 또한 감정적으로 가까워지기보다는 딱 서로에게 필요한 만큼 동료 정도로 묘사된다.
영화에서 가장 적대적으로 부딪히는 인물은 강대진 참사관과 태준기 참사관(구교환)이다. 각각의 정보부 역할을 하는 그들은 마치 남한과 북한의 군대로서 대리전을 펼치듯 격렬하게 부딪힌다. 두 대사가 외교적인 차원으로 서로에게 접근한다면, 두 참사관은 좀 더 적대적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 실제로 격투까지 벌이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등, 이 둘이 부딪힐 때 영화의 긴장은 높아진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 두 인물은 서로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그런 두 인물의 관계가 오히려 더 영화의 현실감을 높인다.
영화가 전개되는 과정은 내전 발생 후 한국과 북한 대사관의 각기 상황이 나오고, 대사관을 습격받은 북한 사람들이 한국 대사관으로 오면서 모든 인물이 한 자리에 모인다. 그 후 각 대사와 참사관은 자신의 국가와 수교 관계에 있는 나라의 대사관에 각각 나뉘어서 방문하게 되고 다시 한국 대사관에 모여 모든 인물이 한 번에 탈출하는 구성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는 맨 마지막에 다시 남한과 북한이 각자의 길을 간다. 마치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긴장관계에 있다 다시 하나의 목적을 위해 모였다가 또다시 긴장관계에 처하는 것처럼 영화에서 남한과 북한 사람들은 두 갈래에서 한 갈래, 다시 두 갈래로 나뉘는 것을 반복한다. 이는 카체이싱 장면에서도 그대로 이어지는데 북한 대사가 다른 길로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장면이 대표적일 것이다.
영화는 남과 북의 사람들을 어떤 편견도 없이 그린다. 어디가 더 잘 살고 어디가 더 맞는 체제라는 정치적인 관점은 철저히 배제하는데, 그들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밥과 반찬을 먹는 것처럼 그들은 그 상황에서 만큼은 똑같이 탈출만을 바라보고 있다. 같은 의미에서 마지막 자동차를 이용한 탈출 장면에서도 남과 북의 사람들은 소속 국가와 상관없이 섞여 타서 탈출하게 된다. 또한 영화에서 그들 간의 교류는 크지 않지만 중반부터 만들어져 지속되는 그들 간의 서로에 대한 신뢰는 영화 끝까지 깨지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는 관점도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높은 완성도로 만들어진 카체이싱으로 느껴지는 영화의 긴장감
영화는 다른 국가의 반응이나 남한과 북한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을 보여주지 않는다. 온전히 모가디슈에서 두 대사관 사람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에 집중한다. 그래서 영화 속 인물들처럼 관객들도 같이 도시에 갇혀있다는 느낌이 들고 답답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내부의 인물과 상황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외부에서의 도움을 기대하기보다 주요 인물들이 어떤 방법으로 탈출을 할 수 있을지에 보다 포커스를 두고 영화를 보게 만든다. 그러니까 이야기는 병렬적으로 이 얘기, 저 얘기하지 않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직선으로 달려가기 때문에 끝까지 영화의 힘을 잃지 않는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후반부 카체이싱 장면이다. 차량 4대에 책이나 모래주머니 등을 총알을 최대한 막아내기 위해 설치하고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가는 과정을 담은 장면은 무척 박진감이 넘친다. 카메라가 차량 4대를 통과하면서 앞뒤의 상황과 차에 탄 사람들의 표정을 보여주면서 그 상황을 다채롭게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상황의 긴장감까지 디테일하게 전달한다. 이탈리아 대사관까지 4대의 차량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가면서 서로 여러 번 부딪치고, 총알을 받아내는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하다. 남한과 북한의 대사를 연기한 김윤석 배우와 허준호 배우의 연기도 좋지만 특히나 참사관을 연기한 조인성 배우와 구교환 배우의 연기가 특히 좋다. 서로 신뢰하지 못하지만 서로를 믿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끝까지 각자의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는 두 인물은 두 배우가 가지고 있는 카리스마적인 연기로 스크린을 압도한다. 영화 중반 두 배우가 서로 대립하며 아주 치열하게 격투를 벌이는 모습은 이제 막 만들어진 남한과 북한의 관계가 깨져버릴까 더욱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 약간은 어리바리하게 나오는 서기관을 연기하는 정만식 배우나, 대사 부인을 연기한 김소진 배우의 연기도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었다.
영화 전체를 아프리카에서 모두 촬영한 류승완 감독은 <베를린>의 로케이션 촬영을 경험을 통해 성공적인 로케이션 촬영을 이끌었고, <군함도>의 실패로 실화에서 올 수 있는 정치적 논쟁들을 어느 정도 비껴간 연출로 관객들이 영화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냈다. 마치 1990년대 그 당시에 방문한 듯한 아프리카 현지의 모습과 여러 가지 다양한 차량들도 영화의 사실감을 높인다. 무엇보다 영화는 감성적인 신파로 흐르지 않고 그들이 탈출을 완성하는 것에만 오롯이 관심이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바로 떠오르는 영화는 비슷한 탈출 영화인 <아르고>다. 배우 벤 에플렉이 연출한 <아르고>도 훌륭한 탈출극이었지만, 영화의 긴장감과 현실성에서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가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또한 총기 액션의 타격감도 살아있어 전쟁영화의 분위기도 꽤 많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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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1주차 신작 개봉 영화!!
8월에도 어김없이 돌아온 개봉영화 소개!
8월 1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8월 1주 개봉영화 5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The Suicide Squad , 2021
마블 감독이 DC감독 까지??
최악의 안티히어로들이 거대 빌런에 맞서 싸우는 DC영화의 기대작
수어사이드 스쿼드! 그 두번째가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가 개봉을 합니다!
이번 영화에는 '할리 퀸' 마고 로비가 다시 등장하고,
'블러드스포트' 이드리스 엘바, '피스 메이커' 존 시나, '릭 플래그' 조엘 킨나만 등 새롭고 화려한 라인업을 자랑하죠
마블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연출한 제임스 건 감독이
각본과 감독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마블과 DC가 만나 새로운 영화를 만들어 내는 거죠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 퀸 빼고는 아무도 기억이 안났던 슬픔을
제임스 건 감독이 만회할수 있을지!
첫번째 추천영화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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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그레이트 샤크 Great White , 2021
우리가 알던 상어영화는 잊어라!
영화 "더 그레이트 샤크"는 비행기 사고로 바다 한가운데 고립된 5인의 여행객들이
굶주린 식인 상어 떼의 습격과 죽음의 공포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내용입니다.
기존 샤크 무비에서는 본 적 없는 식인 상어 대 인간의 피 말리는 맨몸 사투부터
극한 설정과 예측을 뛰어넘는 전개로 관객들에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공포감을 선사할 예정인데요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47미터 제작팀부터
아쿠아맨, 고질라 vs. 콩 할리우드 최강 스릴러 제작진 총집결했다고 합니다'죠스','47미터' 시리즈를 잇는 상상초월 샤크 무비!
두번째 추천영화 "더 그레이트 샤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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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나이트 The Green Knight , 2021
반지의 제왕 작가의 최고 걸작!
영화 "그린 나이트"는 가웨인 경과 녹색 기사의 명예를 건
목 베기 게임과 5개의 관문을 거쳐야 하는 거대한 여정을 그린 대서사 어드벤처 블록버스터입니다.
'반지의 제왕'의 작가 J. R. R. 톨킨이 세상에 처음 소개한, 중세시대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가웨인 경과 녹색의 기사'를 원작으로 하는데요
‘반지의 제왕', ‘호빗’, ‘어벤져스’, ‘혹성탈출’ 시리즈와 ‘아바타’, ‘킹콩’ 등의 영화로 비주얼 혁명을 일으킨
세계적인 디지털 그래픽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의 최첨단 기술력이 더해져
아름답고 황홀한 비주얼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스크린속에서 매혹적이며 예술적으로 그려낸
반지의 제왕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대서사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세번째 추천영화 "그린나이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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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더 무비 BLACKPINK THE MOVIE , 2021
전 세계가 사랑하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데뷔 5주년 기념 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는 4명의 멤버와 블링크를 비롯한
전 세계 K팝 팬들이 완성한 블랙핑크의 데뷔 후 5년과 무대를 담은 영화입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각 멤버의 개성에 꼭 맞는 세트장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모습과
스페셜 인터뷰, 그리고 10여 곡이 넘는 히트곡 무대들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현장감을 극대화해 재편집된 2021년 'THE SHOW' 및 2018년 'IN YOUR AREA' 공연 실황 장면은
전 세계 팬들에게 다시 한번 그날의 열기와 감동을 전할 예정입니다.
블랙핑크 데뷔 5주년 기념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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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 映画ドラえもん のび太の新恐竜 ,
Doraemon the Movie: Nobita’s New Dinosaur , 2020
도라에몽 50주년 기념대작!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은 도라에몽의 연재 시작 5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자
1980년부터 제작된 '극장판 도라에몽; 시리즈의 40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더욱 특별한데요
쌍둥이 공룡 ‘큐’와 ‘뮤’의 친구를 찾아주기 위해
6,600만 년 전 백악기 시대로 떠난 도라에몽과 진구의 공룡 대모험을 그린 이번 작품은
50주년 기념대작답게 더욱 화려해진 시간 여행으로 돌아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립니다
티라노사우루스, 트리케라톱스, 브라키오사우루스 등 백악기 다양한 공룡들도 등장해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전망입니다
어린이들을 매료시키는 ‘공룡’과 도라에몽의 만남
다섯번째 추천영화 "도라에몽 진구의 신공룡"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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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무나 달다, 달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기는 초콜릿은 카카오 농도나 첨가되는 재료의 종류에 따라 달콤한 맛부터 씁쓸한 맛, 짭조름한 맛 등 다양한 맛을 지니고 있다. 영화 '웡카'는 한 입만 먹어도 살이 찔 것 같은 치명적인 단맛을 내뿜는다.
'웡카'는 소설가 로알드 달이 집필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프리퀄 작품이자 서브 주인공 윌리 웡카(티모시 샬라메)의 과거사를 다룬다. 2005년 개봉한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아닌 1971년작 동명 영화의 세계관을 토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마술사이자 초콜릿 메이커인 윌리 웡카는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도시에 입성한다. 자신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초콜릿을 만들 자신은 있었으나, 도시 생활이 순탄치 않았다. 스크러빗 부인(올리비아 콜먼)에게 속아 낡은 여인숙에 묵다가 일꾼으로 전락했고, 마법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으나 초콜릿 카르텔 3인방의 견제 속에 고난의 연속. 심지어 웡카의 초콜릿을 훔쳐가는 움파룸파(휴 그랜트)까지 등장해 과연 초콜릿 No.1이 되려는 그의 꿈이 이뤄질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사실 '웡카'의 서사는 전형적인 권성징악형+성장 구조로 되어 있어 특별히 신선하거나 새로운 것은 없다. 대신 '웡카' 메가폰을 잡은 폴 킹 감독이 전작인 '패딩턴' 시리즈에서 선보였던 따뜻한 가족영화스러운 연출을 이번 작품에서도 선보이고 있어 저 연령층까지 부담 없이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웡카를 비롯해 주변 인물들, 심지어 영화 속 악당들까지 사랑스럽다. 스크러빗과 블리처(톰 데이비스) 콤비, 악랄한데 2% 부족한 듯한 초콜릿 카르텔 3인방은 저마다 매력을 뽐낸다. 특히 움파룸파를 연기한 휴 그랜트는 '웡카'의 최강 신스틸러다. 주황색 피부에 초록색 머리를 한 45㎝ 요정으로 분장한 그의 모습은 웃음을 유발하기 충분하다.
물론 '웡카'에서 티모시 샬라메를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반짝반짝 빛났기 때문이다. 그는 진 와일더(1971년), 조니 뎁(2005년)에 이어 웡카를 맡으면서 뮤지컬 영화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가창력, 춤, 연기 3요소를 소화해 글로벌 스타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순수하면서도 선량한, 불굴의 의지로 가득 찬 주인공으로 극 전체를 끌고 나간다.
명곡 'Pure Imagination(완벽한 상상)'을 필두로 경쾌하고 달달한 노래들과 화려한 군무, 통통 튀는 CG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두둥실 초코' 맛을 선사해 기분 좋게 만든다. 너무나도 달달한 '웡카'의 초콜릿 맛에 취해 기분 좋게 귀가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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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당신의 눈을 속이다: 세기의 미술품 위조 사건(2020)> 리뷰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쉽게 지나갈 수 있을까. 내가 넷플릭스에서 <당신의 눈을 속이다: 세기의 미술품 위조 사건(이하 당신의 눈을 속이다)>이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다큐멘터리를 튼 건 불가항력에 가까웠다.
예술의 역사만큼 위작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기실, 인간의 욕망과 돈이 결합된 분야라면 스캔들이 없을 수가 없다. 가치가 높은 대상이라면 스캔들의 폭은 더욱 넓고 깊어지리라. 당장 떠오르는 스캔들만 해도 적지 않다. 베르메르 위작으로 유명한 반 메헤렌은 물론이요, 올해 미국 올랜도 미술관에서 발생한 바스키아 위작 스캔들도 있다. 시선을 국내로 돌린다 해도 이중섭과 박수근의 작품으로 인해 미술계가 크게 흔들렸던 적이 고작 5년 전이다. 어쩌면 위작 스캔들은 전 세계의 박물관이나 갤러리라면 어디든, 또한 누구든 안고 있는 점화되기 전의 폭탄일 터다. 그러하므로 내가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기 전 가장 궁금해했던 건 이런 것이었다. 165년 전통을 자랑하는 갤러리가 위작 스캔들에 휘말렸던 이 사건을 대체 왜 공개했을까? (만일 다큐멘터리의 목표가 갤러리의 무고함을 밝히는 것이라면) 이미 자취를 감춘 갤러리의 결백을 주장한다 한들,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출처: Netflix
일단 <당신의 눈을 속이다>가 다루는 사건은 위에서 언급한 노들러 갤러리 스캔들이다. 이 사건을 아주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노들러 갤러리는 1846년에 문을 연, 긴 역사를 지닌 명망 있는 갤러리인데, 본디 1950년대 추상 표현주의에 퍽 취약했다. 그런데 어느 날, 노들러 갤러리의 전 직원이 글라피라 로잘레스라는 (자칭) 미술품 중개인을 노들러 갤러리의 전 관장이었던 앤 프리드먼에게 소개하였고, 글라피라는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과 등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화가의 그림을 거뜬히 가져왔다. 가문의 힘조차 업지 않았던 글라피라의 수완은 정말이지 대단했던 모양이다. 노들러 갤러리는 그를 통해 거의 20년 동안 60여 개의 위작을 판매하며, 총 8천만 달러(약 1,054억 원) 규모의 사기에 발을 디뎠다. 단순한 개인과의 거래였다 해도 문제가 작지 않을 텐데, 일류 컬렉터와 유명한 미술관들도 노들러 갤러리에서 위작을 구매했으니 미술계가 발칵 뒤집힌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앤 프리드먼이 Freedman Art라는 갤러리를 운영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이 사안은 종결된 지 오래이다. 그래서인지 다큐멘터리는 수사극, 추리극의 형태라기보단 일종의 인터뷰의 연속체로 기능하는 듯하다. 제작진은 영리하게도 시청자에게 결정권을 넘겨주는 방법을 택했다. 사법부가 호명한 피의자가 이미 명확히 존재하는 만큼, 굳이 다른 이를 지목하는 자극적인 방식을 택하지 않고, 어떻게 이 ‘파렴치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었는지를 느슨하게 재구성한다. 이를테면 그들의 태도는 이런 식이다. 사건은 이미 발생했다. 사기꾼이 있는 건 분명한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사기꾼의 범주인지를 밝히는 게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런 부분을 재조명하고 싶다. <당신의 눈을 속이다>에는 그렇게 초대받은 예술계 인사들과 심리학자가 있으며 모두가 한통속이라며 억울함을 강력히 호소하는 피해자와 당시의 상황에 대해 첨언하는 기자가 있다.
출처: IMDb
사기꾼의 경계를 결정하기 전, 시청자라면 앤 프리드먼을 딱하게 여기든, 수상쩍게 여기든 ‘어떻게 그들이 취급한 작품이 위작이라는 걸 모를 수가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앤 프리드먼은 누구든 자신의 처지에 있었더라면 위작임을 알 수 없었으리라고, 자신 역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어쩌면 폐쇄적인 예술계의 특성상 특별한 이유 없이 감정을 맡기는 것 자체를 노들러 갤러리의 명성에 흠이 간다고 여겼기 때문일 수도 있고, 단순히 갤러리의 주인 측에서 압박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또한 위작은 인류의 역사 내내 번번하게 유통되었고 카렐 아펠 등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때로는 작가들조차 진품과 가품을 판별하지 못하니, 그의 말이 정당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관장이었던 토머스 호빙조차 자신이 15년간 살펴본 미술품 중 40%가량이 위작이었다고 말한 바 있지 않은가. 만일 프리드먼이 명예욕과 금전욕에 의해 의도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그의 잘못은 앤의 말마따나 ‘미술품과 사랑에 빠져’ 관습적으로 일을 처리한 데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 한들, 명예욕에서든, 금전욕에서든 그가 “위험 신호를 무시”했다는 사실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IFAR에서의 감식 결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니까. 허술한 프로비넌스를 눈 감은 것, 친분 있는 학자에게만 기댔던 것, 피상적인 몇 개의 견해에만 귀 기울이며 모든 신호들을 대수롭지 않지 여긴 시간들은 단숨에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그러나 앤 프리드먼의 동기가 어떠하든, 위작 구매자이자 사건의 피해자인 아트 컬렉터 데 솔레 부부의 분노를 달래는 데엔 역부족이다. 소더비, 톰 포드 인터내셔널 회장이라는 명성과 자부심에도 흠집이 생겼고, 금전적으로도 손해를 보았으며,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는 지난한 과정에서 시간 싸움까지 진행되었으니 당연한 일이다. 다만 동시에 미술계의 특수성에 다시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때로는 이렇게 믿을만한 이력서조차 없는 작품을, 화랑의 명성 혹은 딜러와의 친분만으로 거래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왜곡된 시장이지 않은가? 작품 감별을 위해 활용하는 방법이 고작 프로비넌스를 확인하며 극장의 우상에 기대는 것에 불과하다니. 무려 하나의 작품에 800만 달러를 지불하면서!
물론 미술계가 위작에 대해 늘 침묵하는 건 아니다. 당연하지만 모든 갤러리가 이토록 허술하진 않을 것이며, 위작 감별에 관한 전문가들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위작 거래를 최소화하기 위해 투명한 거래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엄정한 처벌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는 묻고 싶다. 과연 그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일까?
출처: IMDb
값어치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던 그림은 위작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후 앤 프리드먼의 변호사의, 루크 니카스의 사무실에 걸린 벽화가 되어 아무도 거들떠도 보지 않는 신세가 되었다. 정교한 위작이라는 걸 알기 전 감상자들이 경험했다는 작품의 아우라는 대체 언제 증발한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해 노양진의 해석을 인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물리적 대상은 유기체의 기호적 경험, 즉 우리의 ‘기호적 사상’을 통해서 비로소 기호적 해석의 대상인 ‘기표’가 된다(노양진, 2020)”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작품의 가치는 작품에 내재한 것이 아니라, 작품 외부에 있다는 이야기다. 위작이 활개를 치는 미술시장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미술품 외부에 있는 우리의 인식을 해체하고 바꾸는 데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시장이 예술을, 혹은 예술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삼켜버린 시대이므로. MZ세대의 아트테크 열풍과 같은 기사가 신문의 경제면을 휩쓸고, 이제 손에 쥘 수도 없는 토큰인 NFT를 이용해 작품을 쪼개어 소유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동시에 예술은 뒤샹과 워홀의 등장 이후 소비 이데올로기 하위에 존재하던 온갖 상품까지 넉넉하게 받아들였다. 보드리야르의 입장을 알고 있었다지만, 예술의 종말은 진작부터 거론되었다지만, “예술이 그저 상품으로만 남을 것인가?”따위의 질문이 아니라, “어쩌면 미술품이란 ‘상품’이라는 속성이 본질임에도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 많은 가치를 입혀 두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이 그야말로 피부로 느껴지는 듯하여 나는 두렵다. 세계를 해석하는 인간의 능력을 꺾어버리고, 사유를 헐값에 거래할 수 있다고 믿는 사회가 어떠한 도덕적 양태를 잉태하거나 공유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에.
출처: IMDb
같은 작품이라 해도 사람마다 저마다 다른 메시지를 읽어낸다. 내가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읽어낸 메시지는 앤 프리드먼이 운 좋게 풀려난 범죄자가 맞느냐, 아니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이었다. 21세기의 미술품은, 그 어느 때보다 상업 기호에 가까워졌다는 것. 어쩌면 ‘기호’조차 사라지고 예술이 자멸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리하여 우리는, 당신은, 아니 어쩌면 나는, 한때나마 예술이 존재했다는 흔적만을 쥔 채, 그것을 알아보지도 못하며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
오로지 그뿐이다.
참고문헌
노양진 "기호의 역전" 담화와 인지 27.3 pp.47-62 (2020) :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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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https://blog.naver.com/rainb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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