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8-26 10:18:11
8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에이리언' 시리즈 부활 시킨 <에이리언: 로물루스>
페데 알바레즈 감독이 한정된 공간에서 액션을 능숙하게 연출한 점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후반에 등장하는 에이리언 최종 보스를 충격적이고 기괴한 새로운 형태로 그려내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말 동안 국내에서는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누적 관객 수 120만 명을 넘기며 1위에 올랐고, <파일럿>은 425만 명을 넘기며 2위를, <늘봄가든>은 20만 명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습니다.
한편, 북미에서는 <데드풀과 울버린>이 <에이리언: 로물루스>를 밀어내고 다시 1위에 올라섰습니다. 국내에서 196만 명을 기록한 <데드풀과 울버린>은 북미에서만 5억 8,88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두었습니다. 이로써 <데드풀과 울버린>은 <조커>를 누르고 역대 R등급 최고 흥행작 반열에 올랐습니다.
<데드풀과 울버린>에 뒤이어 <에이리언: 로물루스>가 2위, <잇 엔드 위드 어스>가 3위에 올랐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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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다리 안쪽에서
-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빛을 품게 되는 단어들이 있다. 의미가 크게 변하지 않아도 사회 흐름 속에서 그 농도나 채도 어딘가가 달라지는 것이다. '자수성가'도 그렇다. 70년대와 지금의 느낌이 많이 달라져 있고, 앞으로도 더 달라질 단어가 아닐까 싶다. '자自'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조차 점차 불분명해지고 있다.
<화이트 타이거>의 발람을 보며 함께 떠오른 인물은 <힐빌리의 노래> 주인공 JD였다. 동명의 소설을 각색한 영화인데, 소설 <힐빌리의 노래>는 개인의 지극히 자전적인 소설임에도 트럼프 시대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어준다고 언론의 주목을 받던 책이다. 그 이유를 찾아 JD의 회고를 따라가 본다.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인턴 면접을 앞둔 시점, JD는 갑작스럽게 누나 린지의 전화를 받는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다고 항변해 보아도 어쩔 수 없어, 그는 먼 길을 달려 다시 고향으로 향한다. 영화는 그의 여정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비추어 보이며 가족 전체를 훑어내린다. 정장을 차려입고 고고하게 앉아있는 변호사 무리가 대놓고 무시하는, 켄터키 지역 노동자 계층이 그의 뿌리다.
다소 거친 이웃들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고성 오가는 싸움을 벌이는 이웃들. 그래도 영구차 앞에서 모자를 벗어 예를 갖추고, 문제가 있으면 인맥을 동원해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힘내라고 다정한 말을 건네지는 않지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툭 건네거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평범한 이웃들이다. 단지 사회의 어떤 시스템에 훌륭하게 안착하지 못했을 뿐이다. JD의 엄마 베브도 예외는 아니어서 민들레 홀씨처럼 붕붕 떠다니며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생활한다. 아들에게 자기 실수를 미안하다 인정하며 찡긋 웃는 모습은 분명 사랑스럽지만, 아이들보다 훨씬 불안정한 상태다.
오늘의 JD는 분명 이들과 다른 곳에 서 있다. 세상이 말하는 "좋은" 일에 더없이 다가서서, 고상하고 가진 것 많은 사람들과 자신의 뿌리 사이에 중간자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소위 개천에서 난 용이지만 실은 불안한 자리다.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 옆의 자신이 황새 옆의 뱁새처럼 느껴지는 자리. 거기서 미끄러질까 불안한 자리. 자신이 뿌리 내리고 살아온 토양이 남들 눈엔 약점으로 비칠 거라는 사실을 깨달아버린 당혹스러운 자리.
거기서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자기 뿌리를 끊어낼 수도 없고 답습할 수도 없는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성장을 다하는 것. 어떤 출발점에서든 한 번에 한 발짝씩만 멀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것. 김애란의 단편에 밑줄을 그으며 생각한 적 있다. 그런 작은 한 걸음들이 이어져 우리를 다른 곳으로 데려간다는 걸.
아무리 바빠도 음식을 플라스틱 용기가 아닌 접시에 담으려고 노력하는 건 내가 부모 세대와 반 발작 다르게 사는 법이다. 말은 반보라지만 실은 결정적으로 다르게 사는 방식. (...) 평소 재이에게도 음료를 병째 마시지 말고 컵에 따라 먹으라고 잔소리한다. 그렇게 작은 것들이 나중에 큰 걸 지켜주기도 한다고.
_<가리는 손>, 김애란.가끔 개천에서 나는 용의 소식들이 어디선가 들려오지만, 더러 누구에겐가 잭팟이 터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지만, 그 또한 실은 모든 한 걸음의 총합이리라는 것을. 하물며 이무기도 아니고 카지노에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보통 날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한 발짝 두 발짝은 대단한 진전이라는 것을.
JD와 린지 또한 그렇게 한 발짝씩 엄마의 자리에서 걸어나왔다. 베브의 전철을 밟지는 않은 건 분명 그들의 노력이었다. 베브는 자신이 누리지 못한 것, 받지 못한 것들에 대한 회한을 쏟아내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 그 회한도 부모 세대에게서 온 것이지만. 린지는 그런 엄마에게 품었던 모든 회환까지 끌어안으며 자기 삶을 받아들인다. JD도 마찬가지다. 끝내 가족을 놓치지 않으면서 가족의 회한에서는 한 발짝 멀어진다. 그 뒤에는 할머니의 존재가 있었다.
할머니는 어린 시절부터 그를 강단 있게 가르친다. 먼저 싸우지 말되, 누군가 싸움을 걸어오면 꼭 그 싸움을 끝내라고. 어떻게든 가족이 도와줄 거라고 안정감을 전해주는 동시에, JD가 이 자리에 만족하고 멈추지도 않게 만든다.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게 손주를 독려하고, 삐뚤어질 틈을 주지 않는다. 힘든 상황에서도 기준을 잃지 않게 가르치면서 동시에 엄마와의 끈이 끊어지지도 않게 하는 존재다.
할머니는 노력해도 안되는 일 투성이인 세상에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고 JD를 호되게 가르친다. 그런 할머니의 가르침 덕분에 JD는 '한 발짝'의 차이를 가질 수 있었다. 등딱지에 상처 입은 거북을 보고 떼어버리자는 친구와 달리, 곧 나을 거라고 제대로 된 곳에 놓아주는 마음을. 힐빌리의 남성들에게서 흘러내리는 폭력이 불량한 십대들에게서도 터쳐 나올 때 그들과 끝까지 함께하지 않는 선택을. 훗날 성인이 된 JD가 아이들과 여자의 목소리 앞에서 감정 분출을 멈추었을 때, 실은 문 뒤에 숨어있던 더 큰 폭력도 함께 멈춘 것처럼. 아주 작은 것에서 작은 것으로, 그렇게 변해가고 나아지는 것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입지전을 이뤄낸 인물의 '감동 실화'로 많이 평가받는다. 노력의 힘을 가르치는 할머니와 그 말을 따른 끝에 성공한 손주라는, 그럭저럭 좋은 그림을 만들어냈으니까.
자기 자신이 싫어지고, 다 남 탓을 하고 싶어지고, 그래도 조금씩 계속 성장하기를 선택하는 것. 물론 중요하다. 옛날 같으면 모두에게 '감동 실화'였을 이런 이야기는 이제 반쪽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이는 공허한 울림이 되어 버렸다.
이 영화에는 노력의 뿌듯한 성과 못지않게,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면들이 얼마나 크게 작용하는지 깨닫게 하는 면면이 담겨 있다. 이는 불평등과 역차별을 외치는 백인 남성들에게는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없는, 이를테면 <화이트 타이거>의 발람 같은 이들에게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꿔볼 것들이다.
JD가 사는 세계에는 아동보호에 민감한 시스템이 있다. 도움을 요청하며 이웃집에 뛰어들어가면 상대가 아이의 부모라 해도 곧장 신고를 하고, 경찰이 금방 온다. "너에겐 일상일지 몰라도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사회에 있다. 물론 그런 어른들조차 닿을 수 없는 세계가 가족이지만, 최소선의 유무는 누군가의 생명을 가르기도 한다.
상대적으로 어렵기는 해도 JD가 노력으로 뭔가 바꿔볼 여지가 있었다는 점,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거란 믿음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것 또한 큰 차이다. 노력과 성과에 일정한 비례 관계가 있다고 믿는 사회에서 JD의 할머니는 무료 음식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그 모습을 보며 JD는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일을 돕는다. 지원이라곤 없는 나라, 노력의 의미가 내팽개쳐지기 십상인 나라에서라면 다른 모습을 보였을지 모른다. 발람의 할머니가 발람을 어떻게 대했는지를 절로 떠올리게 된다.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JD과 린지가 한 발짝씩 나아간 것도 결국은 그들의 노력이었다. 용서하겠다는, 나아가겠다는 노력. 그러나 노력이란 단어의 빛이 점차 바래가는 느낌을 부정할 수 없다. JD는 분명 선량한 인물이고 <힐빌리의 노래>는 그만하면 제법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힐빌리의 노래>를 위시하는 자들에게서 느껴지는 불편함은 그 때문이다. 특권의 존재를 감춘 채 노력만 언급하는 자들의 방패막이로 휘둘렀다는 점.
세상에서 더 이상 정공법은 성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가끔 불안과 함께 불쑥불쑥 올라온다. 불로소득이 노동소득을 이긴 지 오래되었으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층이 생겨 서로 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극도의 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제각각의 이유로 불행해져 버렸고, 어딘가 뒤틀려 있고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뿐이다.
"아니, 우리는 누군가를 따라잡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는 것. 밤이나 낮이나, 동료 인간들과 함께, 모든 인간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이다. 그 행렬이 앞뒤로 너무 길어지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뒤에 선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더 이상 서로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점점 더 드물게 만나고, 점점 더 드물게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위의 구절을 외웠던 기억이 난다. 두리토에게 누구의 말이냐고 물었더니, 아마 파농인 것 같다고 했다.
_<A가 X에게>, 존 버거.그러나 이 또한 오늘날의 인류에게 떨어진 과제일 뿐이다. 우리는 화평과 고통을, 미와 추를 함께 물려받는다. 힐빌리뿐 아니라, 화이트 타이거뿐 아니라 우리 모두. 누군가에겐 기회가 적게 열려 있고, 누군가에겐 그나마도 차단되어 있는 이 세상을 우리는 계속 인지하고 고민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끌어안으면서. 바톤 터치를 하면서. 눈 부릅뜨고 반 발짝씩 어제의 우리와 멀어지면서. 좁은 문을 열어가면서. 다음 사람을 위해 그 문을 잡아주면서. 서로를 위해 기꺼이 밤을 새우는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마음 아파하면서. 포기하지도 않되 누군가를 경멸하지도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렇게 서로 만나면서.
* 본 콘텐츠는 브런치 선이정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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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미의 행렬 (Funeral Parade of Roses)' 리뷰
아트나인 ‘재팬무비페스티벌’ 상영작 중 하나인 <장미의 행렬>을 봤다.
포스터 속 인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보게 됐는데 영화 자체도 포스터 만큼이나 스타일리시하고 강렬했다.
“나는 상처이자 칼날이며 사형수이자 사형집행인이다”라는 문구로 영화는 시작한다.
영화가 실험적이었다.
여러 이미지가 아주 짧은 시간 깜빡이듯 노출되며 인상을 남긴다든지 하는 독특한 편집이 많았다.
조금 패션 필름 같기도 한 부분도 있었고…
에디라는 게이보이(영화 속에서 쓰는 단어다)가 주인공이다.
그는 게이바에서 잘나가는 호스트로 마담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맨 얼굴의 에디와 화장을 하고 가발을 쓰고 화려한 옷을 입는 에디는 다른 사람 같다.
이 장면에서 사람은 누구나 가면을 쓰고, 가면 아래 가면이 또 있기도 하다는 대사가 나오는 게 인상 깊었다.
성매매 업소의 마담을 ‘엄마’라고 부른다는 말을 본 기억이 있는데
그걸 생각하면 생모와 마담, 두 가지 인물 모두에 대해 에디가 가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다룬 영화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머리 너무 예쁘고 자꾸 거울에 비친 이미지가 나오는 것도 자아 성찰, 또는 자아의 분리를 상징하는 것 같아 좋았다.
복선
스포를 절대 읽지 말고 봐야 된다. 그래야 이 영화가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 엔딩 때문에 원래는 별점 3점 정도로 생각하다가 4점을 줬다.
영화는 사람은 끊임없는 부정을 통해 영혼의 궁극에 이른다는 문구로 끝맺는다.
이렇게 나오는 문구들도 좋았고 위에서 말했듯 영화 자체도 스타일리시하고 실험적이다.
미장센도 좋고… 결말이 특히 충격(positive)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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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ㅇ난감 | 색다른 외관에 못 미치는 깊이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대학생 '이탕'(최우식). 어느 날, 그는 편의점에 난입한 취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퇴근길에 그들과 다시 마주쳤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급하게 자취방에 숨은 그는 미처 숨기지 못한 범행 도구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면서도, 사망자가 악독한 범죄자였다는 뉴스를 보면서 묘한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예상치 못한 목격자 '선여옥(정이서)이 등장하면서 이탕은 더 큰 난관에 봉착한다. '장난감'(손석구) 형사가 이끄는 수사망이 점점 그를 조여올 뿐만 아니라 여옥의 협박과 갈취도 그를 위협하기 시작한 것. 이에 자수와 도주를 두고 고심하던 이탕은 결단을 내린다. 모든 증거를 지우기 위해 살인자가 되어 살기로.
<살인자ㅇ난감>의 명암
한국 영화 시장에는 네 번의 성수기가 있다고들 한다. 여름 방학, 크리스마스, 추석과 설날 연휴.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특히 명절 연휴의 위력이 옛날 같지 않다. 작년 추석에는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설 연휴에도 <도그 데이즈>, <데드맨>, <아가일> 모두 외면받았다.
대신 그 자리를 OTT가 채웠다. 특히 넷플릭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오징어 게임>, <수리남>처럼 명절 연휴를 겨냥한 대형 한국 콘텐츠가 연달아 흥행하는 중이다. <살인자ㅇ난감>도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공개된 후 3주 차가 되도록 국내외에서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한 몸인 법. <살인자ㅇ난감>에는 성적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한국 콘텐츠의 고질병, 부족한 뒷심이다. 에피소드 8개 중 앞선 절반은 환상적이다. 출연진 말마따나 '팝(pop)하다'라는 표현이 안성맞춤인 독특한 연출이 정주행을 결심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풍경이 부산으로 바뀐 후부터 각 캐릭터는 표류하고, 극은 동력을 상실한다.
살인자의 난감함을 꽃피우다
<살인자ㅇ난감>의 매력은 예상을 과감하게 벗어나는 이미지의 향연에서 비롯된다. 이탕은 선여옥을 죽이려 한다. 그녀의 거실에서 머리를 향해 망치를 휘두르는 탕. 그 순간 화면이 전환된다. 탕과 여옥은 거실에 있지 않다. 웬 꽃밭에 있다. 그곳에서 탕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여옥의 머리를 망치로 후려친다.
특히 이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그것도 순식간에, 빨간 피는 가능한 등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색다른 배경, 교차 편집, 짧고 담백한 묘사가 한 데 어우러지니 임팩트는 강렬하다. 잔혹함을 대신하는 상쾌한 이미지를 보면 '이 드라마는 다르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팝한' 연출의 힘은 휘발성이 아니다. 살인자의 난감함이 아름다운 화면과 대조를 이루며 더 명쾌하게 드러나기 때문. 의도치 않게 살인을 저지른 이후 충격에 빠진 이탕. 그의 정신적 피로감과 죄책감은 그가 선여옥을 죽일 때만큼이나 독특하지만, 기묘한 환각으로 표현된다. 그 덕분에 그가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잃고 점점 살인에 빠져드게 되는 일련의 흐름도 더 설득력 있게, 직관적으로 제시된다.
평범해진 살인자
하지만 <살인자ㅇ난감>은 첫인상의 이점을 더 살리지 못했다. <살인자ㅇ난감>의 신선함은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비롯한다. 핵심은 발상의 전환이다. 살인을 잔인하지 않게 다루는 연출과 미장센이 돋보였다. 문제는 다른 부문에서 발상의 전환을 찾을 수 없다는 것. 즉, 살인의 외양만 바꿨을 뿐, 이야기의 본질은 색다르지 않다. 그 결과 <살인자ㅇ난감>의 초반과 후반은 괴리감이 극심하다.
캐릭터의 완성도가 그 방증이다. 주인공 이탕은 자기 직감대로 사람을 죽이고, 사망자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자기 살인을 정당화한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대학생의 면모도 지녔다. 살인 이후 극심한 악몽에 시달리고, 자수를 결심하며, 가족의 품을 그리워한다. 이처럼 살인이라는 거대한 충격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청년이 이탕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이었다.
그런데 배경이 부산으로 바뀐 후부터 이탕이라는 캐릭터는 평범해진다. 그는 노빈의 도움을 받아 자기 직감이 옳음을 확인한 뒤 범죄자를 처단한다. 마지막까지도 범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은 채 정의롭다고 믿는 살인을 저지른다. 이처럼 "죽어 마땅한 놈들은 죽어야 한다"는 신념을 거침없이 실천에 옮기는 그는 다크 히어로에 가깝다. 살인의 무게감 때문에 괴로워하던 전반부의 이탕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살인 장난감도, 살인자 난감도 찾을 수 없다
'송촌'(이희준)과 장난감 형사의 존재감도 덩달아 유명무실해진다. 송촌은 본래 이탕의 내적 고뇌를 드러내는 장치여야 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을 죽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명확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탕에게 "죽어야 할 놈을 판단하는 너 스스로를 믿을 수 있냐"라고 묻는다. 살인 대상의 범죄를 인지하고 죽이는 자신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윤리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에 이탕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윤리적 딜레마를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그들 간의 차이점은 논제가 던져지자마자 퇴장한다. 분위기만 잡은 후에 이탕을 정의의 사도로, 송촌을 그에 맞서는 마지막 빌런 정도로 간략히 묘사한다. 그러다 보니 '살인자'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 것 같았던 첫인상을 후반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장난감 형사의 문제는 더 크다. 그는 범죄자를 법의 범위 내에서 단죄해야 하고, 죽어야 할 사람을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경찰 혹은 검사 캐릭터다. 자연히 그와 이탕의 대립은 익숙하다. 그 와중에 드라마가 은연중에 이탕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으니, 그와 이탕의 대립각은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이에 더해 평면적인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려는 노력도 적다. 장난감과 아버지의 묘한 관계, 아버지와 송촌의 과거를 토대로 형사가 살인자가 되는 이야기를 쌓으려 한 시도는 엿보이나 역부족이다. 세 인물 간의 감춰진 이야기가 단순한 애증과 부조리로 귀결되기 때문. 손석구라는 배우의 독특한 마스크가 아니었다면 더 희미한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
반복돼서 더 아쉽다
사실 후반부가 맥 빠지는 현상은 <살인자ㅇ난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한국 콘텐츠에서 볼 수 있는 문제다. 피카레스크 성향의 원작을 영상화할 때 선인-악인, 가해자-피해자로 나눌 수 없는 캐릭터가 단순해지면서 뒷심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스크걸>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웹툰 원작의 경우, 흥행이나 편의성을 고려해 대중적인 플롯에 맞춰 각색이 자주 이뤄진다. <살인자ㅇ난감>의 후반부도 마찬가지다. 연결성과 흐름은 깨져도, 이탕 중심으로 구도를 간략화했다. 장점도 분명하다. 한정된 분량 내에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 보여준 색다른 연출을 고려하면 결말로 향하는 과정이 평범하다는 인상도 부정할 수는 없다.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 나머지 용두사미가 된 셈이다. 객관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가능성과 잠재력을 스스로 옭아맨 <살인자ㅇ난감>이 유독 아쉬운 이유다.
Acceptable 무난함
또 하나의 뒷심 부족을 목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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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러드 레드 스카이 / Blood Red Sky, 2021
요즘 영화를 보려고 해도 러닝타임이 2시간이 훌쩍 넘으니 이래저래 부담만 느끼는데요. 그럼에도 해당 영화를 선택한다는 건 그만큼 영화가 재밌거나 혹은 예고편을 기깔나게 찍었다는 의미일 거고요.
영화 <블러드 레드 스카이>는 전자보다 후자에 속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납치범들이 비행기를 탈취했는데 하필이면, 그곳의 승객 하나가 "흡혈귀"로 역으로 당하는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대개, 이런 영화들이 90분 내외의 오락 영화로 진행되는 반면에 <블러드 레드 스카이>는 121분인 만큼 그 이상의 재미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데요.
'과연, 어떤 영화이었는지?' - <블러드 레드 스카이>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의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여자는 아들과 함께 비행기에 올라섭니다.
그리고 별 탈 없이 비행기는 도착지를 향해 날아가지만, 납치범들에게 의해 점령되고 아들에게 위협을 가하는데요.
이에 여자는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의 본 모습을 테러리스트들에게 드러내는데...기대했던 것만 보여주면 안 될까요?
1. 안 어울리지만, 괜찮은 조합?
앞서 말했듯이 영화 <블러드 레드 스카이>는 시놉만 본다면, B급 영화의 느낌이 나는데요.
그래서 예상하기로는 90분 내외의 짧고 굵은 임팩트를 기대하겠지만, <블러드 레드 스카이>는 121분으로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라고 관객들에게 어필합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가 설정한 "흡혈귀"와 "엄마"라는 상충된 설정은 흥미로운 부분으로 보였습니다.사랑했지만?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인용하듯이 '흔히, 연인들은 서로의 살을 부대낌으로 애정을 확인하고 신뢰를 쌓아나가는데 이는 아기가 엄마와의 관계를 쌓아나가는 과정과 똑같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최고의 예절은 '비대면'과 '비접촉'입니다. 좀비 영화에서도 깨무는 것을 비롯해 침과 피와 같은 타액으로 감염되는 것을 생각하면, 사랑과 감염도 한 끗 차이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에서 사랑과 감염의 차이는 한 끗 차이로 다르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블러드 레드 스카이>에서의 "흡혈귀"와 "엄마"라는 설정이 맞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이 일맥상통하게 바라볼 수 있거든요.2. 행동에 앞서 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려는 관객들에게는 저런 의미보다는 앞서 언급한 납치범들이 역으로 당하는 이야기일겁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 <블러드 레드 스카이>는 빠르게 이야기에 들어가야 하지만, 관객들이 원하는 속도와 다르게 느리게 진입합니다.
대다수의 오락 영화라면, 납치범들에게 아이을 빠르게 위협하는 단계로 넘어가겠지만 해당 영화는 "왜, 흡혈귀가 되었는지?", "남편은 어떻게 죽었는지? 등의 설명을 해주는데요.
보여주니 보면서도 드는 생각은 '납치범들이 역으로 당하는데, 꼭 필요한가?'라는 물음표가 생기더군요.물론, 이해는 합니다만...
물론, 이런 장면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려는 의도는 충분히 압니다.
"괴수"가 출연하는 영화들에는 "어떻게 변하는지?"와 "무엇에 약한지?" 등의 일종의 규칙들을 세우고 이를 지켜야만 합니다.
이는 해당 영화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보여주는 장치로 만약에 '귀에 걸면, 귀걸이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로 자꾸만 번복된다면 이야기는 더 이상 궁금하지 않겠죠.
그런 점에서 해당 규칙을 설명하는 목적에서 보는 과거 에피소드는 맞지만, 이를 굳이 시간을 더 내어주고 해야 하는 필요성에는 의문이 생깁니다.3. 제발, 이렇게 애원합니다...
애당초 관객들이 바라는 <블러드 레드 스카이>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요?
대개, 90분 내외의 오락 영화는 다소 전개에 있어 일부 개연성에 문제가 생김에도 정선 없이 몰아붙이며 관객들을 압도하는데요.
야구로 예시를 들면, 투구를 하는데 빠른 퀵모션으로 타석에 서있는 관객들은 자세도 갖추기에 앞서 헛돌기만 하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는 121분으로 콘셉트에 비해서 넉넉하다 보니 관객들이 예상했던 위력이 나와주지 않는데요.
이에 대한 원인으로 "플래시백"인데, 자연스레 설명이 많아져 정작 관객들이 바라는 것에는 가장 늦게 도착하니 예상했던 장면에 대한 피로감은 더 느껴질 겁니다.하지 말라는 건 다하네.
그리고 무엇보다 피곤함을 느끼는 이유에는 캐릭터들의 행동에도 있습니다.
영화 <스크림>이 공포 영화에서 하지 말라는 행동들을 비꽜던 것처럼 영화 <블러드 레드 스카이>의 캐릭터들은 이런 행동들을 빠짐없이 해냅니다.
특히, 아들내미가 문젠데 엄마랑 어른들 말 안 듣고 뛰쳐나가는 모습처럼 "발암캐"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데요.(물론, 그렇지 않으면 이야기 진행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외에도 주식 중개인의 격리실 공개 등 121분임에도 이런 행동을 해야 하는 정당성을 입증해 주지 못한 영화의 많은 분량이 더더욱 아쉬움으로 남습니다.4. 그렇게 했는데도 못하면...
앞서 말했듯이 영화 <블러드 레드 스카이>가 바라는 목표는 사랑과 감염의 차이가 한 끗 차이임을 말해주려 했을 겁니다.
과연, 영화가 그 목적에 맞게 설명했는지를 관찰해해보면 실패로 보입니다.
결국, "모성"과 "본능"에 망설이는 엄마와 이를 바라보는 아들의 심리 묘사에 그 성과가 달려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마지막 장면은 가차없다고 느껴졌거든요.
이처럼 연출자가 의도한 목표가 실패했다면, 다음 목표로 잡은 오락 영화로서의 목적은 제대로 수행했을까요? - 그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앞부분만 잘 읽으셨다면 다들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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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그 문을 열지 마시오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제목 : <오픈 더 도어>
감독 : 장항준
출연 : 서영주, 이순원
프로그램 노트
: <오픈 더 도어>는 어느 밤 술에 취한 두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미국 뉴저지, 치훈(서영주)은 매형인 문석(이순원)과 함께 술을 마신다. 과거를 추억하던 두 사람은 애써 외면했던 불행까지도 길어 내게 되고, 감정이 격해진 문석에 의해 숨겨져 있던 비밀이 밝혀진다. 장항준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오픈 더 도어>는 과거를 되짚어가며 숨겨진 사연을 조금씩 풀어놓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한다. 숨겨진 그날의 진실보다 중요한 건 그에 이르는 과정이다. 4개의 챕터로 이뤄진 영화는 인물들이 불안과 의심으로 무너져 가는 모습을 조금씩 증폭시켜 나간다. 한정된 공간과 제한된 인물, 긴 호흡의 카메라를 활용해 밀도 높은 긴장감을 쌓아나가는 솜씨가 놀랍다. (송경원)
다섯 개의 섹션
영화는 총 다섯개의 섹션으로 나누어진다. 그마저도 시간의 흐름이 아닌, 섹션이 뒤로 갈수록 과거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의 특이점은 영화의 제목부터 말해주듯 섹션의 시작마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사실 이와 같은 사실을 자각하기까지는 네번째 섹션이 되서야 깨달았다. 문을 여는 행동은 '어떠한 선택'을 의미한다.
첫 시퀀스는 미국 뉴저지, 치훈이 매형인 문석의 집에 문을 열고 들어가며 시작된다. 둘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술에 취하니 그들이 꺼내서는 안될 이야기를 꺼낸다. 바로 '치훈'의 엄마이자 문석의 장모님의 살인 사건. 대화로 짐작해보면 그녀는 세탁소를 운영 중, 강도에 의해 살해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은 격해지고. 결국 문석이 숨겨진 비밀을 뱉어낸다. (첫번째 시퀀스 끝.)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긴 카메라 호흡 그리고 사운드의 매력
사실 공포 영화, 스릴러 영화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1위가 스토리 그리고 그 다음이 사운드라고 생각한다. 공포 영화 혹은 스릴러 영화는 귀를 막고보면 하나도 안 무섭다는 말이 딱 그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오픈 더 도어>는 고전적일 수도 있는 사운드로 그 긴장감을 살린다. 실제로 옆자리 관객분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귀를 막고 있었다. 나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써 긴 카메라 호흡의 지루함을 사운드로 채워준 듯 했다.
영화 <오픈 더 도어>는 긴 카메라 호흡 이야기를 빼 놓을 수 없다. 첫 시퀀스부터 컷 전환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호흡이 길다. 스릴러 영화에서는 관객들의 긴장감을 조성하기 위해 컷 전환하기 바쁜데 이 영화는 다르다. 치훈과 문석이 대화하는 장면에서 컷 전환이 거의 없었다.
영화를 관람할 당시에는 왜 호흡이 길지? 생각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렇기에 궁금증을 유발하였고 결과적으론 난 그 둘의 대화에 깊게 집중했다.
출처 : 부산국제영화제
길어진 호흡에는 연기력이 필요하다
상기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영화 자체의 호흡이 길다. 그 말은 배우들의 엄청난 연기력이 필요하다. 영화에는 불안 그리고 의심, 균열,그리고 배신 등의 감정이 담겨있다. 조금이라도 비어보이면 무너져버리는 스토리. 그럼에도 <오픈 더 도어> 배우들은 깊은 연기력으로 그 틈을 꽉 채워주었다. 장르가 '스릴러'인데 배우들 모두 연기가 '스릴러'스럽다. 사실 영화를 선택한 이유에는 장항준 감독만을 보고 선택하는 바람에 배우들은 사전에 찾아보지 않았는데 기존에 조연으로 많이 보았던 배우들이기에 연기력이 보장된 것 같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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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CFF 데일리] 어린이에게서 비롯한 이토록 거대한 세계
파편들의 집/A House Made of Splinters
시몬 레렝 빌몽 감독/Denmark, Finland, Ukraine, Sweden/2022/88min
‘국제장편경쟁’ 세션
보육원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그 마음의 결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인근 어딘가의 보육원. 나는 이 영화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흔이 새겨져 있을 거라 짐작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부모의 알코올 중독과 폭력 등으로 보육원에 온 아이들은 전쟁 전부터 있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영화는 보육원의 몇몇 아이들이 그 안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담는다. 우정, 기대, 갈망, 희망, 슬픔, 실망……. 하나의 결로 묶어내기 어려운 여러 감정이 아이들의 얼굴에 묻어난다. 누군가는 엄마를 기다리고, 누군가는 다른 위탁가정으로 가는 친구를 떠나보내며, 누군가는 동생들과 함께 다른 보육원으로 옮기지 못해 눈물을 흘린다. 오랫동안 보육원에서 일한 선생님은 보육원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고 말한다. 문제 발생, 아이의 보육원 입소, 아이의 성장, 성장한 아이들이 삶에 지쳐 부모처럼 술을 시작, 아이 출산, 부모와 같은 문제 발생, 그들 자녀의 보육원 입소……. 비극의 패턴은 세습된다.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카메라가 아이들의 얼굴을 향한다는 점이다. 보육원에서 그 나이에 경험하기에는 지나치게 버거워 보이는 어떤 감정들과 씨름하는 아이들의 얼굴 말이다. 이들의 얼굴이야 말로 보육원을 둘러싼 정치/사회적 문제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얼굴일 것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
피터 위어 감독/USA/1989/128min
‘선생님 특별전: 쌤과 함께’ 섹션
교육이 서비스가 된 시대의 학교
오래전 봤던 영화를 굳이 영화제에서 다시 본 이유는, 요즘 학교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기 위해서였다. 학교가 점수, 대학, 성공의 도구인 사회에서는 삶을 가르치려는 스승과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바보가 된다. 실제로는 그 반대인데도. 학교를 성공을 위한 서비스 기관이라 생각하니, 서비스 종사자에게 만연한 갑질이 학교로도 넘어오는 것이 아닐까. 돈을 내면 높은 사람이 되어 대접받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도 문제고, 학교가 서비스 기관이 된 것도 문제니 ‘스승’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람의 자리가 학교에 남아날 리가 없다. 차라리 ‘공무원 마인드’로 학교에 다녀야 정신이 건강해지는 사회. 비록 비극적으로 끝났을지라도, 학교와 스승이 함께 고양되는 영화 속 장면은 현실에서 이제 더는 불가능한 것일까.
꿀꿀/OINK
마샤 할버스타드 감독/Netherlands/2022/70min
‘도담도담극장’ 세션
우리 식탁 위 맛있는 ‘반찬’의 과거
한 채식주의자 가정. 과거 소지지를 만들었던 할아버지가 느닷없이 찾아오고, 손녀 밥스에게 새끼 돼지를 선물한다.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속내를 의심하지만, 밥스는 선물받은 꿀꿀이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유대를 키워 나간다. 그러나 이내 할아버지의 검은 속내가 밝혀진다. 좋은 환경에서 키운 꿀꿀이를 소시지 대회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것. 밥스는 친구, 가족과 함께 할아버지에게서 꿀꿀이를 지키고 채식 소시지로 대회에서 우승한다. 우리 식탁 위의 맛있는 반찬이 그전에는 무엇이었는지를 환기하는 어린이 애니메이션.
이너 차일드/Inner Child
손민영 감독/Korea/2023/95min
‘국제장편경쟁’ 세션
영구치는 새로 나지 않는다고 말하자, 소년이 눈물을 흘린다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난 주호. 영구치가 흔들리는 것 같다는 느낌에 그 자리에서 또 새 이가 자라느냐고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가 다정히 주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영구치는 다시 나지 않는다고 알려준다. 주호는 눈물을 흘린다. 유치의 자리를 영구치가 대신했듯, 리셋해버리고 싶은 상황이 자기 앞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군인 관사에 사는 주호는 동네 형 일택의 눈에 든 후 괴롭힘을 당한다. 그러나 주호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주호에게 세상에서 가장 강한 사람인 아빠가 부대장인 일택의 아빠에게 머리를 숙이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주호는 이 문제를 자기 혼자 해결해야 함을 깨닫는다. 그러나 손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앞에서 머뭇거리다 올바르게 처신하지 못해 두 명의 친구마저 잃을 위기에 처한다.
감독은 언젠가부터 소년들의 서사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한다. 소년들이 마주한 세계는 해결의 실마리가 없는, 폭력에 갇힌 사회다. 영구치 이후에 새로운 이는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주호는 어떤 어른으로 성장했을까. 자신을 괴롭히는 그 무엇 하나 제대로 풀어낼 수 없는, 감당하기 힘든 폭력의 문제를 내면에 품고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사회 속에서.
아마 글로리아/Àma Gloria
마리 아마추켈리 감독/France/2023/83min
개막작
특유의 섬세함으로 아이의 성장과 동시대 돌봄 회로의 역학을 함께 고민케 한다
클레오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돌봐준 글로리아를 엄마처럼 따른다. 글로리아도 그런 클레오를 무척 아낀다. 그런데 글로리아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이 온다. 글로리아의 어머니는 글로리아를 대신해 그녀의 자식을 돌봐주고 있던 터였다. 이제 글로리아는 자기 자식을 돌보러 고향으로 가야만 한다. 글로리아가 떠난 후 내내 그녀를 보고 싶어 하던 클레오는 방학을 맞아 글로리아가 사는 곳으로 향한다. 글로리아는 클레오를 반가이 맞는다. 그러나 글로리아의 아들인 세자르는 클레오가 반갑지 않다. 오히려 애정 어린 말과 몸짓을 주고받는 글로리아와 클레오를 보며 소외감을 느낀다. 정작 친자인 자신은 받아본 적이 없는 엄마의 돌봄이 다른 아이에게 향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세자르의 기분이 좋지 않은 건 당연하다. 그러던 와중 글로리아에게 손녀가 생긴다. 이번엔 클레오가 소외감을 느낄 차례다. 글로리아의 관심을 앗아간 아기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것. 그리고 글로리아와 클레오는 이 모든 과정을 거치며 더욱 다정하고 끈끈해진다.
이 영화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돌봄 회로를 비틀어 의미를 생산한다. 부국/부자 지역에서 아이를 양육하는 사람은 자신이 일할 동안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고, 빈국/빈곤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녀를 양육할 돈이 필요하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사람들은 이들을 고용해 돌봄 공백을 매우고, 빈국/빈곤 지역의 여성들은 아이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그들을 정서적으로 방치하는 데서 오는 죄책감을 견뎌야만 한다. 정작 자기 노동의 종착지였던 아이들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것도 문제다. 그러나 이처럼 삭막한 돌봄 회로에서 소중한 친밀성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클레오와 글로리아가 서로를 진정으로 아끼듯이, 세자르가 클레오를 조금씩 수용해 가듯이, 클레오가 글로리아의 손녀를 향한 질투를 걷어내고 성숙해지듯이. 〈아미 글로리아〉는 특유의 섬세함으로 아이의 성장과 동시대 돌봄 회로의 역학을 함께 고민케 하는 수작이다.
플래닛 B/Planet B
피터르 반 에크 감독/Belgium, Netherlands/2023/74min
‘지‧평‧선(지구의 평화를 지키는 선)’ 세션
새로운 세대의 감수성과 급박한 문제의식
열세 살 친구인 보와 루카. 이들은 기후 위기 활동가다. 플라스틱 공장이 들어설 숲을 점거하고,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촉구하며 거리의 차를 멈춰 세우며, 동료 활동가들과 치열한 논의를 전개하기도 한다. 2022년의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상영작 〈애니멀〉을 보면서도 느낀 거지만, 서구에는 기후 위기 문제에 천착하는 청소년 활동가가 참 많다. 다른 사회 운동에 비해 유독 그런 듯하다. 새로운 세대의 감수성과 급박한 문제의식이 기후 위기에 대항하는 정치와 행동을 벼려내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하는 것일 테다. 머리로는 이해한다면서도 일상의 변화에는 지극히 보수적인 어른들보다 청소년 활동가가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단 생각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태어난 그들의 행동과 생각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며 변화를 요구할지 기대하게 된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을 통해 기자로 초청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제11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는 9월 13일부터 9월 20일까지 진행됩니다. 영화 상영 시간표와 상영작 정보는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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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선(톰 홀랜드)'과 '설리(마크 윌버그)'가 함께 트레저헌터로
인류 역사상 최고의 미스터리와 보물을
찾아나서는 액션 어드벤처 블록버스터 영화
언차티드 영화 정보
감독: 루벤 플레셔
제작: 아비 아라드, 찰스 로븐, 알렉스 가트너
각본: 아트 마컴, 맷 할로웨이
출연: 톰 홀랜드, 마크 월버그, 안토니오 반데라스
장르: 액션
제작사: 컬럼비아 픽처스,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 너티 독, 아라드 프로덕션, 아틀라스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소니 픽처스 릴리징, 소니 픽처스 코리아
촬영 기간: 2020년 3월 16일 ~ 2020년 10월 29일
촬영 감독: 정정훈
개봉일: 미국 2022년 2월 18일
원작: 너티독의 언차티드 시리즈
제작비: 1억 2,0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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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이번엔 베트남이다? [범죄도시2]더 통쾌하고 짜릿하게 COME BACK? 5월, 극장가 싹 쓸어버릴(?)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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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앙투안은 얼떨결에 옛 애인의 딸 엘사를 보호하게 된다.
천사 같은 미소, 심장을 녹이는 애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5살 소녀가 낯설지 않다.
엘사도 앙투안에게 고백한다. "비밀이 있어요, 아저씨가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서로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면, 그건 우리가 특별한 사이이기 때문일 거야.
존재조차 몰랐던 우리,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