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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파로2022-03-16 12:09:12

실제했던 비극보다 더 뜨거운 해방을 이끄는 크리스틴 스튜어트

영화 스펜서 리뷰

 

 

어색한 행동부터 불안한 눈동자까지 완벽하게 한 인물에 녹아든 포스터부터 해외 언론 매체들의 극찬까지 완벽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전 세계 각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27개를 석권하고 곧 있을 2022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까지 오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이 빛나는 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전기를 다룬 영화 스펜서 리뷰이자, 시사회 후기입니다. 작품은 그녀 인생 전체가 아닌 1991년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노퍽 해안의 왕가 저택인 샌드링엄 하우스에서 보낸 3일의 시간을 담으며, 가문의 성씨를 그대로 가져온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왕실의 강박적인 생활에 얽매인 채 고통받는 그녀가 한 사람으로 존엄성을 추구하며 스스로 나아가는 상징적 모습을 그립니다. 더불어 전형적인 전기 드라마의 형태보다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하는 심리 스릴러나 일종의 다큐멘터리처럼 관찰하고, 그 외 주변의 소재나 인물들을 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그녀의 마음을 투영해 보여줌으로써 상업성보단 예술성에 치중했다고 보시면 좋습니다. 만약 소재가 어렵게 느껴지신다면 ‘더 크라운’이나 ‘더 퀸’, ‘The Story of Diana’ 등 많은 영상매체들이 나와있으니 관람 전 미리 감상하시면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 거라 생각됩니다. 세상을 떠난 이후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아온 다이애나 비, 어떤 모습이 담겼기에 많은 호평들을 받았는지 본격적인 후기를 시작하겠습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영화 스펜서 정보 

그 누구도 전통 위에 군림하지 않습니다

‘A fable from a true tragedy’이라는 문구와 함께 군사훈련을 방불케하는 분위기 속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식재료들을 옮기고 

왕궁 수석 주방장 대런의 지시 아래 요리사들이 분주하게 준비를 시작합니다. 

1991년 영국 왕실의 크리스마스 디너가 진행되는 샌드링엄 별장, 

왕실 가족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이제 남은 이는 엘리자베스 2세와 다이애나만이 남았습니다. 

한편, 직접 운전해 오던 다이애나는 길을 잃고 

주변 카페에서 들려 길을 물어보며 찾아오는 중이었죠. 

묘연한 행방에 대런이 찾아 나서며 결국 만나게 되지만, 

재촉하는 그에게 자신이 자란 곳에 헤맸다는 푸념을 하며 

지각한 자신에 대한 식구들의 원망이 있을지 걱정하죠. 

작은 해프닝과 함께 결국 가장 늦게 도착하며, 

그녀가 그토록 싫어하는 왕실의 크리스마스가 시작됩니다.

 

예고편│ Trailer

원제 : SPENCER │감독 : 파블로 라라인│각본 : 스티븐 나이트│출연진 : 크리스틴 스튜어트,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잭 파딩, 잭 닐렌, 프레디 스프라이, 스텔라 고넷 외 多│장르 : 전기, 드라마│상영 시간 : 116분│개봉일 : 2022년 3월 16일│국가 : 영국, 독일, 미국, 칠레│등급 : 12세 관람가│평점 : 기자·평론가 7.0, 왓챠피디아 3.4, 로톤 토마토 신선도 83% 팝콘 52%, IMDB 6.7, 메타 스코어 76점│수상 내역 : 34회 시카고 비평가 협회상(여우주연상, 의상상) 포함 총 38개 영화제 수상(이 중 여우주연상 27개)│시청 가능 서비스 : 3월 16일 개봉 예정

 

 

 

 

영화 스펜서,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

저는 현미경 샬레 안에 놓인 곤충이에요

객관적으로 보자면 단순히 다이애나와 왕실 가족들이

 함께한 3일간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그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의 어지러운 심중을 대변하듯 부산한 재즈 멜로디의 오프닝부터 

삭막한 저택 내부의 분위기는 답답한 공기에 둘러싸여 

마치 공황장애를 겪는듯한 공포감마저 조성합니다. 

왕실이라는 이름 아래 규율과 억압으로 각자의 개성은 

말살당하고 생각과 표현의 자유는 박탈당한 채 시종일관 

불안한 시선으로 관객을 바라보는 처연함만이 상황을 대변할 뿐이죠. 

빡빡한 일정에 맞춰 정해진 옷을 입고 의무를 다해야 하는 생활은 

악몽처럼 묘사되고, 찰스 왕세자와의 갈등과 냉담한 왕가의 반응은 

그녀의 섭식 장애와 공황 등의 병적 증세를 극심하게 만드니 

이 자체만으로도 영국 왕실 안에서의 느꼈을 감정이 절실히 전해집니다.

 

 

 

 

작품은 이 같은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구속과 해방이라는 큰 주제를 두고 

상당히 많은 은유적 표현을 곳곳에 뿌려두고 마지막 장면을 위해 달려나갑니다. 

왕실의 에스코트 없이 길을 헤매는 시작에서 정체성을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기 위해 벗어나고픈 열망을 드러내며 

과거 자신이 입혀주었던 허수아비의 옷을 벗겨 챙깁니다. 

이는 결혼 이전 자유로웠던 자신을 되찾겠다는 행동으로, 

결말에 이르러 왕실에서 주었던 옷을 걸어두며 

허수아비처럼 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또 한 번 드러내죠. 

이 같은 메타포는 왕실의 부속품으로 묶어두는 상징적인 진주 목걸이, 

자신을 옭아맨듯한 옛집 사이의 철조망 등 

여러 형태로 구현되는데 하나같이 왕실이라는 큰 규제에 

억압되어 있는 자신의 불행함을 그리는 데 활용됩니다. 

 

 

 

 

하지만, 자신이 자란 옛날 집을 향하면서 상황은 바뀝니다. 

본인의 처지처럼 폐가로 변해버려 더는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음에 계단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앤 불린의 환영이 

나타나 유년 시절부터 청년, 성년의 그녀가 들판 위를 뛰는 장면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며 스스로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유와 해방을 의미하는 들판이 존재하는 한 왕실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리고 자신처럼 사랑에 배신당하지 않기를 바라며 

가문의 옛집은 사라졌지만 자신만의 삶을 찾아 떠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죠. 

그리고 다음날 이어진 꿩 사냥을 막아서는 순간을 통해 

찰스 왕세자와 자신의 아들들을 분리시킴으로서 

더 이상 지옥 같은 왕실에서의 성장을 목도하지 않겠음을 확연히 드러냅니다. 

아마도 앤 불린과 다이애나라는 두 캐릭터가 가진 역사 속 상징성을 통해 그녀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드러냄과 동시에 그 발판이 되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It's not just me who loves you!

샐리 호킨스, 티모시 스폴, 숀 해리스 등 연기력에서 정평이 난 배우들과의 

호흡들이 든든히 떠받치며 때로는 주인공의 마음을 건드리고, 

클래식과 재즈의 기묘한 만남이 돋보이는 조니 그린우드의 스코어가 

올곧이 그 감정들을 탁월하게 표현해 주는 가운데, 역시나 

불안과 혼란의 사이에서 흔들리는 다이애나를 연기한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아름다운 외모는 물론이거니와 그녀가 왕실에서 느꼈을 모든 감정들을 

대사나 작은 행동까지 섬세하게 표현하며 

왜 수많은 여우주연상을 휩쓸었는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열연을 펼쳐줍니다.

 일대기 전체를 바탕으로 삶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특정 순간과 불안정한 한 심리를 바탕으로 한 전개되는 특수성에도 불구하고, 

온갖 화려한 장식들과 음식들로 꾸며진 별장에서 

그만이 느꼈을 불행과 외로움, 답답한 심정을 세밀한 연기를 통해 

극대화하며 꾸며진 현실임에도 동조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깊게 남겨주죠.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는 그녀의 모습은 

특히 아이들과 크리스마스 전날 밤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과 

폐허가 된 옛날 집에서 새롭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되돌아가듯 

과거 필름을 스쳐가는 독백 장면에서 두드려집니다. 

여기에서 왕실의 아이가 아닌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은 물론, 어린 시절 자신이 꿈꾸었던 삶에 대해 

파노라마는 강한 여운을 남기고 이제 더 이상 억눌려사는 왕세자비가 

아닌 다이애나로 돌아갈 것을 보여주죠. 이러한 함축적인 의미에서 

클래식하게 드레스 입은 채 고개 숙인 포스터는 근래에 본 것 중에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 같습니다. 실제 영상에서는 힘겹고 

버거운 가족 식사 후 구토하는 장면이지만, 결과적으로 왕가에 속한 

모든 것을 뱉어내는 중의적 표현을 심고 있기 때문이죠. 

정말 그녀의 연기는 실로 놀라웠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측면 때문인지 파블로 라라인 감독의 연출적인 특징이 큰 힘을 

발휘한다기보단 원 맨 쇼를 묵묵히 지켜보는 관찰자의 기분을 느끼게 합니다. 

물론, ‘재키’, ‘네루다’와 같이 실제 인물 그려왔던 전작들에서 

보여준 대칭 구도의 촬영 기법이나 화면 질감과 색감을 활용한 연출, 

과거처럼 느껴지는 그레인 필름 등은 오래된 동화 같은 영상미를 

남기며 날카로운 현악기의 연주가 깔리는 음향과 함께 

다이애나의 불안과 공포를 선명하게 대변해 주지만, 

그녀의 연기를 뒤따라가며 앙상블을 맞춘다는 느낌이랄까요? 

더불어 마지막 엔딩에 이르러 두 아들을 사냥터에서 구출한 뒤 

도로를 달리며 자유를 만끽한 뒤 패스트푸드 KFC에 들려 드라이브스루 주문에서 

마침내 자신의 이름인 ‘SPENCER’를 

당당히 외치는 모습은 해방이라는 묵직함으로 기억됩니다. 

허수아비처럼 영국 왕실에 다 빼앗겼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정체성이자, 

그 자체를 되찾아 온 그녀, 슬프지만 그 고귀한 아름다움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매기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처럼 그녀를 사랑하는 것 저뿐만이 아닐 테니까요.

ps. 근래 대다수가 그렇듯 이것 역시 상업성보다는 예술성에 취중해있습니다. 그렇기에 취향에 따라 지루하실 수 있습니다.

작성자 . 모모파로

출처 . https://blog.naver.com/mom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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