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3-23 03:21:00
3월 4주차 개봉작, 공개예정작 추천
<뜨거운 피> <벨파스트> <사운드트랙 #1>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3월 넷째 주 수요일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이번 주부터는 극장과 OTT 공개(개봉) 예정작을
한 번에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3월 넷째 주에는 어떤 영화가 기다리고 있을지!
한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뜨거운 피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범죄 | 한국 | 120분
감독: 천명관
출연: 정우, 김갑수, 최무성 등
개봉: 2022월 3월 23일
배급사: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주)키다리스튜디오
줄거리
부산 변두리 작은 포구 '구암'의 절대적인 주인 '손영감’(김갑수), 그의 밑에서 수년간 수족으로 일해온 '희수'(정우)는 무엇 하나 이뤄낸 것 없이, 큰돈 한번 만져보지 못한 채 반복되는 건달 짓이 지긋지긋하다. 1993년, 범죄와의 전쟁 이후 새로운 구역을 집어삼키기 위해 물색중인 영도파 건달들은 아무도 관심 갖지 않는 ‘구암’에 눈독을 들이고, 영도파 에이스이자 ‘희수’의 오랜 친구 '철진'(지승현)이 '희수'에게 은밀히 접근한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희수’는 갈등하고, 조용하던 ‘구암’을 차지하려는 밑바닥 건달들의 치열한 생존 싸움이 시작되는데...
관전 포인트
23일 기준, 예매율 31.2%를 돌파한 <뜨거운 피> 영화 <고령화가족>의 원작자 천명관 작가의 감독의 데뷔작이다. <뜨거운 피>는 김언수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봐도 재밌을 것 같다. 또한 이미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정우, 김갑수, 최무성, 지승현, 이홍내 배우가 만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벨파스트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미국 | 98분
감독: 케네스 브래너
출연: 주드 힐, 케이트리오나 발피, 주디 덴치 등
개봉: 2022월 3월 23일
배급사: 유니버설 픽쳐스
줄거리
맑은 날이면 골목에 나와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고 해질녘엔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 저녁을 먹는... 모두가 서로의 가족을 알고 아끼던 1969년의 벨파스트. 종교 분쟁은 벨파스트 사람들을 불안과 공포에 빠뜨리고 가족과 짝사랑하는 소녀, 그리고 벨파스트의 골목이 전부였던 9살 버디의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관전 포인트
239번 노미네이트되고 그중 45상을 수상한 작품 <벨파스트>. 27일 열리는 오스카에서도 7번 노미네이트되어 어떤 상을 수상하게 될지 관심이 집중됐다. 이 영화는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아내 관객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선물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사운드트랙 #1
출처 | 디즈니+ 코리아 인스타그램
개요: 음악 | 한국 | 4부작
감독: 김희원
출연: 박형식 한소희 등
공개: 2022월 3월 23일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20년 지기 절친인 두 남녀가 2주 동안 한 집에 ㅁ물게 되면서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로맨스 뮤직 드라마.
관전 포인트
디즈니플러스는 드라마 공개에 앞서 미리 음원을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선공개했다. 노래를 미리 들은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함과 동시에 기대감 또한 커져갔다. 두 남녀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지, 또 미리 공개된 음악이 어떻게 쓰였는지에 초점을 맞춰 드라마를 보면 재밌을 것 같다.
킹 리차드
개요: 가족 | 미국 | 144분
감독: 레이날도 마르쿠스 그린
출연: 윌 스미스, 언자누 엘리스, 사니야 시드니 등
개봉: 2022월 3월 24일
배급사: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줄거리
이미 아이가 태어나기 2년 전, 78페이지에 달하는 챔피언 육성 계획으로 무장한 리차드 윌리엄스는 두 딸 비너스와 세레나를 역사의 주인공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소녀는 아버지의 불굴의 헌신, 그리고 어머니의 균형 잡힌 시각과 면밀한 통찰력 아래 컴튼의 형편없는 테니스 코트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습을 거듭하며 부정적 예측과 전혀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던 불리함을 극복해 나간다. 불굴의 결단력과 조건 없는 믿음으로 가장 위대한 두 명의 전설적 스포츠 선수를 탄생시킨 한 가족의 감동적인 여정.
관전 포인트
<킹 리차드>는 134번의 노미네이트, 41번 수상으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작품 역시 오스카에서 6부문 노미네이트가 돼 어떤 상을 수상하게 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 영화는 윌리엄스 자매의 이야기를 담은 실화 바탕 영화이다. 실제 이야기를 먼저 알아보고 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거스트 버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개요: 드라마 | 스페인 | 129분
감독: 호나스 트루에비
출연: 잇사소 아라나, 이자벨 스토펠 등
개봉: 2022월 3월 24일
배급사: 엠엔엠인터내셔널
줄거리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8월의 마드리드 대부분 더위를 피해 휴가를 떠나지만 33살의 에바는 마드리드에 남기로 한다. 그녀는 축제로 들뜬 도시를 거닐고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자문한다.
관전 포인트
현재 <어거스트 버진>은 토마토 신선도 91%로 굉장히 높은 점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 영화는 칼로비바리영화제에서 FIPRESCI 상과 스페셜 멘션 상을 수상했고, 그 외에 다른 영화제에서 3번 수상을 하였다. 내가 누구인지, 자신을 찾지 못한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다.
파친코
출처 | Rotten Tomatoes
개요: 드라마 | 한국 | 8부작
감독: 코고나다, 저스틴 전
출연: 이민호, 김민하, 윤여정, 정은채, 정웅인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애플 티비 플러스
줄거리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원작인 이 대하드라마는 고국을 떠나 억척스럽게 생존과 번영을 추구하는 한인 이민 가족 4대의 꿈과 희망을 기록한다.
관전 포인트
총 8부작으로 이루어진 <파친코>. 1~4화는 영화 <콜럼버스>의 감독 코고나다, 5~8화는 영화 <푸른 호수>의 감독 저스틴 전으로 나누어 제작했다. 두 감독의 연출이 매끄럽게 연결됐을지가 궁금하다. 또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윤여정, 이민호 배우가 출연하면서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이스 에이지 : 벅의 대모험
출처 | 디즈니+ 코리아 인스타그램 / 유튜브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81분
감독: 존 C. 돈킨
출연: 사이먼 페그, 우카시 암부카, 빈센트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디즈니플러스
줄거리
거대한 빙하 아래 숨겨져 있던 세상 `잃어버린 세계`의 와일드한 애니멀 히어로 `벅`과 그에게 복수를 꿈꾸는 공룡 `오슨`의 불꽃 튀는 대결과 모험을 담은 스펙터클 어드벤처
관전 포인트
6년 만에 나온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의 6번째 영화이다. 전 시리즈였던 5편의 성적이 좋지 않아, 이번 6번째 시리즈가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인 벅의 목소리는 앞선 시리즈와 동일하게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와 <레디 플레이어 원>의 주연을 맡았던 '사이먼 페그'가 연기했다.
브리저튼 시즌 2
출처 | 넷플릭스 인스타, 유튜브
개요: 로맨스 | 미국 | 8부작
감독: 크리스 벤 듀즌
출연: 피비 디네버, 레게 장 페이지 등
공개: 2022월 3월 25일
스트리밍: 넷플릭스
줄거리
진실한 애정과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브리저튼 가문의 8남매. 그들이 런던의 상류사회에서 사랑과 행복을 향한 여정을 떠난다.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 원작.
관전 포인트
넷플릭스 유튜브에 공개된 <브리저튼> 시즌 2 예고편이 공개 13일 만에 398만 조회 수를 돌파했다. 조회 수에서 알 수 있듯이 <브리저튼>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즌 2는 브리저튼 가문의 장남인 '앤소니'가 주인공인 '나를 사랑한 바람둥이'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씨네랩 에디터 ria
Relative contents
-
- 황홀한 세계관만으로도 충분히 한 몫하는
스튜디오 지브리는 일본에서도, 전 세계에서도 독자적인 세계관과 매력을 겸비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이다.
그래서 흔히 어떤 작품을 설명할 때 "지브리 애니메이션 같다" 라고 부르는 이들도 존재할 정도이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 <사슴의 왕>은 실제로 감독과 스태프가 지브리 스튜디오 출신이므로 이 말에 충분히 적합할 것이다.
그리고 실제 스타일도 말이다.
동명의 소설을 기반으로한 극장용 애니메이션.
안도 마사시, 미야지 마사유키 공동 감독 작품으로 두 감독 모두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으로 유명하다.
또한 스태프들도 스튜디오 지브리 출신이라 실제로 본 영화의 스타일을 보면 지브리 느낌이 많이 나는 편이다.
소수민족의 전사부대 외뿔의 단장 반은 유일하게 살아남아 제국의 소금 광산에서 노예로 끌려가게 된다.
그러나 광산에 검은 맹수들이 습격해오고, 늑대에게 물리는 상처를 입었지만 버려진 여자 아이를 구해내게 된다.
한편 검은 맹수들로부터 퍼지는 전염병이 제국에 퍼지게 되고, 그로 인해 생기는 여러 여정의 이야기.
제작사는 그동안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프로덕션 I.G.인데다가 두 명의 감독 또한 지브리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에서 활동해왔기 때문에 확실히 영상미와 연출은 더할나위없이 훌륭하다.
매력적인 캐릭터의 디자인과 세계관을 살려내는 영상미는 황홀함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장황한 소설을 2시간 조금 안되는 러닝타임에 담는것은 역시 무리였는지, 원작의 고유 명사에 대한 설명의 미흡이라던가 일부 장면들의 인물 감정 묘사가 급진적인 부분이 있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래도 TVA 연계 극장판과는 다른게 원작을 안 본 관객도 즐기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며, 앞에 서술한 영상미와 연출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애니메이션임은 부정할 수 없다.영상미와 세계관의 시청각적 미(美) 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한 애니메이션.
*이 글은 원글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
- 끔찍한 스릴의 유일한 피난처 <토리와 로키타>
" 저마다 홀로 아프리카를 떠나 벨기에로 온 어린 소년과 사춘기 소녀는
어려운 이민 생활에 맞닥뜨리지만 아무도 꺾을 수 없는 우정으로 맞선다. "
아프리카계 이민자 청소년인 토리와 로키타는 우정으로 연결된 위장 남매이다. 벨기에에서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체류증을 얻어야 하지만 사회에서 바라본 이들은 그저 거주의 이유를 증명할 수 없는 난민의 신분으로 취급된다. 그런 그들 앞에 놓인 생존 방식은 위험을 수반한 마약 운반과 같이 불법일 뿐만 아니라 노동의 대가를 인정받지 못하는 일들에 더불어 끊임없이 위협받는다.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노동을 위해 불법 체류증을 구하기로 할 때, 둘의 인생은 고통스러운 함정에 빠지게 된다.
<토리와 로키타>는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미성년자들이 직면하는 노골적인 위험과 성적 착취에 대해 보여준다. 또한 토리와 로키타의 ‘삶’을 위해 노력할수록 영화적으로 느껴지는 스릴은 비례하여 증가한다. 감독의 스릴러 장르적 연출 덕인지, 스릴러 장르에 학습되어 느끼는 스릴인지, 이들에게 더 이상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함에 느껴지는 스릴인지 그 경계에서 위태롭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실제로 현재 체류권 취득이 어려운 청소년이 받는 위협과 착취는 갈수록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기에 주류 사회의 그림자가 된 이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 위협과 착취 문제에 대한 해결에 대한 고민의 부재와 함께 행해지는 무책임한 관료적 결정에 대한 비판이라는 의견이다. 결론적으로 영화를 보며 느끼는 스릴은 인정받지 못한 채 살아가는 이주민이 삶에서 느끼는 끔찍한 스릴 체험이라고 볼 수 있다. 우정만으로 버틸 수밖에 없고, 우정이기에 서로의 피난처가 되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에 더욱 귀 기울여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
- 의미 없는 노출 수위와 반복되는 지루함
내 인생은 확실히 반전 영화의 연속이다. '이런 문제가 생겼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갖고 온다. 해결된다. 그 해결됨으로써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가 반복되는 게 나의 삶이었다. 이거 좀 반전 아냐? 이쯤이면 됐다 싶었을 삶의 과정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부분은 아무리 봐도 놀랍다. 이런 나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잘 알고 있는 지점이 있다. 바로 모든 인생이 다 똑같다는 것이다. 다음에 안 일어날 것 같았던 일이 형태만 다른 채로 돌아오는 것, 참 질리는 일이지만 이걸 피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드라이브 마이카>와 <소울>이 등장한 것 아니겠어?
이런 영화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던 것과 별개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각자의 사연을 듣게 된다. 그럼 내가 가진 사연이 금세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과 세상을 향한 미안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떠오르는 한 문장. 내 인생의 구체적인 성공담과 복수담을, 세상은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 누군가가 구체적으로 묻기 전까지 먼저 늘어놓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것이 내가 살면서 느낀 점이다. 그래도 내 뒤를 아내 건 자식이건 후배들이건 나의 이야기를 기억해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 내가 가진 상처를 그들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다. 한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들이 나란 사람을 바탕으로 픽션으로 제작된다면 그게 어떤 의미가 있나 싶다. 이 영화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 노마 진, 그러니까 마릴린 먼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금발머리를 한 영화 <블론드>다.
살아있단 건 너무 아픈 상처 같아
"살아있다는 건 너무 아픈 상처 같아"라는 노래 가사가 더 아프게 들려온다. 물론 기리보이라는, 우리나라 아티스트의 가사지만 이 문장은 주인공 노마 진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아예 태어나선 안됐나. 노마 진이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는 없었다. 왠진 모르게 어머니와 함께 사는 노마 진. 이 어머니도 온전한 상태는 아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던 어머니. 어머니는 진작에 딸을 버렸다. 보육시설에서 자란 노마 진. 자기 곁에 없었던 부모님을 뒤로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 배우가 되고자 한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잔 노마 진. 할리우드에 들어가고 난 후에는 자기 적성도 찾은 것 같았다. 이런 그녀를 세상은 마음대로 두지 않았다. 끊임없이 노마 진에게 접근하는 남자들. 노마 진이라는 사람에 메릴린 먼로라는 두 번째 이름이 붙어도 그녀의 처지는 변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접근하지 않는 사람들. 노마 진, 마릴린 먼로는 험난한 세상을 딛고 홀로서기에 도전한다.
<스펜서>
올해 3월 <스펜서>가 개봉했다. 비극적인 삶을 살다가 간 다이애나 스펜서. 파블로 라라인 감독을 직접 인터뷰한 건 아니지만 난 감독이 이를 전면으로 보여준 게 다이애나가 느낀 행복감을 묘사하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심리 호러에 가깝게 등장인물의 목을 옥죄서 후반부의 카타르시스에 힘을 주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 이후 스펜서가 그려나갈 인생의 청사진이 더 슬프게 느껴지기도 한 것이다. 또한 '달리기'라는 운동의 성격을 차용해서 분출하는 에너지를 그린 건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 충분하다. 반대 측면에서 스펜서의 억압받는 삶을 보여주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영화에서 스펜서가 밤중에 슬쩍 일어나서 부엌에 몰래 들어가 뭔가를 먹는 장면이 있다. 이를 집사가 감시하는 장면이 기억난다. 기본적인 욕구가 제어되는 스펜서의 일생을 암시한 좋은 연출이었다. 스펜서가 뭐만 하면 헛구역질을 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선상에 놓여있다고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스펜서의 주변인이었던 매기는 아예 성적 취향까지 숨겼었다. 이렇게 파블로 라라인 감독은 섬세한 구석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서 답답한 스펜서의 일생을 깔끔하게 묘사했다.
이번엔 <블론드>다. 이 <스펜서>와 공통점이 많은 것 같다. 여성 원톱 주인공. 아나 데 아르마스 / 크리스틴 스튜어트라는 스타 여배우를 섭외했다는 것. 한 사람의 일대기를 다뤘다는 것. 남편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 베를린의 선택. 뭐 굳이 꼽자면 더 있을 여러 공통점이 있다. 이는 의상이라는 키워드에서도 읽을 수 있다. 노마 진은 불필요하다고 느낄 정도로 옷을 꽉 껴 입는다. 몸매가 드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스펜서>에서도 볼 수 있다. 또 자기에 대한 사진을 찍는 연출은 나름 꼼꼼했다. 역시 <스펜서>에서도 볼 수 있다. 엔딩까지 러닝타임을 끌고 가면 볼 수 있는 주인공의 처지도 꼽자면 공통점이 있다. 나체/질주라는 것은 다시 어린아이의 형태로 돌아감/원초적인 에너지 발산이라는 지점에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주인공'을 묘사한 방식으로도 볼 수 있다.
그리고 <패왕별희>
그 대신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스펜서>는 단적인 기간만 보여줬고 이 <블론드>는 긴 일대기를 보여줬다. 이는 후자가 <패왕별희>와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형식은 <패왕별희>를 빌렸지만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는 <스펜서>와 비슷했던 것이다. 다시 <패왕별희>로 돌아가서, 이 영화에서 장국영이 맡았던 주인공은 철저하게 시대에 희생된 인물이다. 물론 후반부 공리 캐릭터에게 폭언을 하는 부분이 제시되긴 하지만 이 사람은 정체성의 혼란을 문화 대혁명이라는 시간적 배경 아래에서 겪고 있다. <패왕별희>는 이 구분을 명확하게 했다. 바로 '경극에는 여자가 출연할 수 없음'이라는 설정과 퀴어 캐릭터라는 모순이 극에 창의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인물은 선택지가 없다. 당시에 보수적이었던 중국 사회가 없었어도 답답한데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것이다. <박하사탕>도 이 <패왕별희>에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주인공 영호는 자기가 선택했지만 분명하게 제시되는 시간적 배경 아래에서 점점 미쳐갔다.
다시 쓰자면, 이 영화는 <패왕별희>의 형식을 빌려 <스펜서>의 주제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닫혀있던 시대상. 그리고 그 안에서 휘청거릴 수밖에 없었던 여성 주인공. 공통점과 차이점을 기존 영화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분명한 특이점을 갖는다. 그런데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불필요한 게 너무 많아서.
불필요한 것으로 가득 찬
원작 소설은 마릴린 먼로의 삶을 픽션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라고 한다. 사실 원작 <블론드>를 읽지 못했다. 그래도 이 영화가 각색하고자 했던 지점이 과연 무엇인가? 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군더더기로 이루어져 있다. 왜 영화에서 마릴린 먼로(아나 데 아르마스)가 신체부위를 노출해야 하며. 아버지를 사칭해서 청혼하는 남자와 왜 키스를 해야 하며. 구강성교 장면이 굳이 들어가야 할 이유는 무엇이며. 유산하는 모습을 굳이 구체적으로 연출한 의도는 무엇이며..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장면이 영화 구석구석 들어가 있다. 영화는 소설과 달라서 장면마다 제작자가 연출하고 싶었던 의도라는 게 있다.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여준다던가, 지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꼬아놨다던가, 따뜻한 감동으로 관객에게 에너지를 준다던가 하는 것 등등이 연출가 될 수 있다. 왕가위, 크리스토퍼 놀란,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왜 뛰어난 감독일까를 생각해보면 관객에게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진정성 있게 전할 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냥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름다운 이미지? 영상미? 내용이 아름답지 않아서 그렇게 와닿지 않는다. 여성 혐오적인 시대상? 그렇다기엔 극 중 마릴린 먼로가 고르는 선택지가 '단지 아버지의 존재가 어렸을 때부터 없었기 때문에'로 퉁쳐진다. <패왕별희>에서 장국영 캐릭터가 마음대로 자기 삶을 개척할 수 없었던 것과는 정반대다. 각본의 허술함이 너무 대놓고 드러나는 것이다. 아버지를 사칭해서 청혼하는 남자랑 같이 사는 여자가 어디 있어? 감독은 이런 노마 진의 삶이 기구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는지 이 시퀀스의 영상미를 아름답게 뽑았다. 근데 영상 아름답게 뽑은 게 대수인 건 아니다. 일단 이 사람은 여기서부터 그냥 쓰레기인데 여기에 또 넘어간다. 이런 식으로 분명히 처음부터 끝까지 노마 진은 선택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패턴으로 계속 속는다. 이럼 영화의 설득력과 진정성이 떨어진다. 자기가 선택한 것 아닌가? 뭐 어쩌라는 말인가? 여성 혐오적인 시대상에 대해 공부하려면 같이 업로드된 넷플릭스의 마릴린 먼로의 다큐를 보는 게 더 이득이지 않을까?
느껴지지 않는 미학적 아름다움
이렇게 줄거리랄 것도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일어난 애정결핍'이 무려 2시간 40분 동안 반복되기 때문에 리뷰랄 것도 없는 영화의 줄거리가 반복되고 있다. 이야기가 후반부에 노마 진이 어떤 처지에 놓여있다는 거 빼고는 같은 패턴의 연속이기 때문에 지루한 연출 방식이 더 고루하게 느껴진다. 또 주인공 왜 옷을 안 입고 사는지 궁금하다. 그냥 가벼운 잠옷 정도 입을 수 있는걸 왜 저렇게 나체로 자주 있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이렇게 반복적인 이야기를 병렬적으로 제시하다 흐물흐물하게 끝나는 엔딩을 보면서도 물음표 쳐지는 기분을 부정할 수 없다. 과연 어떤 걸 예술가로서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무의미하게 자극적인 내용의 반복이라 무엇에도 몰입할 수 없었던 답답한 이야기의 반복이었다. 영상미를 이쁘게 뽑았다기엔 내용에서 받쳐주지도 못했으며 왜 마릴린 먼로를 소재로 삼았는지도 의문이다. 또 굳이 실존인물의 실제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를 쓴지도 영화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그녀의 삶을 더 이해할 수 있었냐? 아니오. 실제로는 당당한 분이었다고 하는데 이 영화에서는 그냥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영상미가 예뻐서 시각적인 쾌감이 분명했나? 이야기가 구려서 집중이 잘 안됐다. 또 계속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니(심지어 사실도 아님) 집중도 안 된다. <스펜서>처럼 힘을 줄 수 있는 곳에서 임팩트를 줘 카타르시스를 줬나? 아니오. 이 영화는 그냥 아무것도 아니다. 단지 못 만든 영화가 되는 셈이다. 이렇게 직업윤리적으로 성실하지 못한 영화를 보면 많이 아쉽다. 단지 자극적이기만 한 것이 모든 예술의 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 이렇게 두루뭉술한 영화더라도 분명한 강점은 있다. 일단 영상미 자체는 잘 뽑았다. 계속 반복되는 내용이라 예쁜 영상미도 보다 보면 질리지만 뭐 화면비율이나 조명을 사용하는 방식은 인상적이다. 또 아나 데 아르마스의 명연기가 돋보인다. 노마 진은 극에서 엄청 자주 운다. 이 눈물연기의 패턴이 점점 달라지며 임팩트를 주는 건 대단했다. 또 아버지의 부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극본이 좀 과하게 전개되는데, 이를 구현하는 표정연기나 눈빛 연기도 좋았다. 주요 시상식에서 이름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퍼포먼스였다.
-
- 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개봉 첫 주 50만 명을 돌파한 <시민 덕희>! 한편 북미에서는 제이슨 스타뎀 주연 영화 <더 비키퍼>가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1월 4주차 박스오피스 같이 만나보아요!
[국내 박스오피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시민 덕희> 손익 분기점 160만 전후로 예상되며 개봉 첫 주 주말에 5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개봉 2주차의 <웡카>, 3주차에 개봉하는 다수의 작품들로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견되며 장기흥행엔 어려움이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제이슨 스타템 주연의 <더 비키퍼>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각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퓨리> 연출의 데이비드 에어이가 연출한 액션영화로 <민 걸스>의 관객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1위로 수월하게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웡카>는 1억9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3위로 내려왔습니다.
-
- 그녀가 상실감을 극복하는 방법
가족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삶을 살아간다. 비록 조금 관점과 사상이 다르다고 할지라도 대화와 이해심으로 그 방향을 맞춰나간다. 어쩌면 태어나면서 맺어지는 가족과의 관계는 끊어지기 어려운 관계이고 그런 점에서 좀 더 이해하려는 마음이 더 생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아이에게 가족이 생기는 건 엄마의 뱃속에 자리한 순간부터다. 일방적으로 생성된 그 관계는 출산의 과정을 거쳐 현실 세계에서도 계속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삶을 이어나가다 보면 큰 상실감을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상실감은 가족 전체를 흔들고, 각자가 바라보는 방향을 흔들어 놓는다.
갑자기 찾아온 상실감은 어떤 경우에는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그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게 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가족을 흩어놓기도 한다.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극복해 나가느냐가 그래서 중요하다. 갑자기 찾아온 상실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사실 정해져 있지 않다. 각자가 그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직시하고, 또 어떤 방향으로 걸어 나갈지를 결정하고 나면 그 뒤에는 천천히 그 어려운 상황을 회복해 나갈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은 더 단단해지고, 비록 다른 방향을 보았더라도 다른 곳에 서있던 가족을 이해하게 된다.
아이를 잃은 부부의 상실감과 회복에 대해 다루는 영화
영화 <그녀의 조각들>은 출산 과정에서 아이를 잃은 부부와 그 주변 가족의 상실감과 트라우마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특히 영화는 아내 마사(바네사 커비)와 남편 숀(샤이아 라보프)이 바라보는 길이 어떤 식으로 달라져가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초반 출산일이 임박한 마사와 숀의 관계는 매우 좋아 보인다. 출산에 대한 기대감과 아이를 빨리 보고 싶은 설레임으로 가득한 그들은 출산 신호가 오자 조산사를 집으로 부른다. 그들은 병원보다는 집에서 조산사와 가정 출산을 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그렇게 영화는 초반 30분 동안 그들이 진통과 출산하는 과정을 아주 세세하게 관객에게 전달한다.
출산의 과정은 대체적으로 안전하지만 어떠한 경우에는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은 전문 인력이 있는 병원에서 출산을 한다. 개인적으로 출산을 하더라도 영화에서처럼 전문적인 조산사가 그 과정을 옆에서 돕는다. 출산의 과정에서 많은 부분은 부부가 원하는 부분이 반영된다. 영화 <그녀의 조각들> 속 마사와 숀도 병원보다는 집에서 출산하는 것을 선호했고 그 방법을 부부가 선택했다. 그들의 방법 선택부터 출산의 최종 단계까지 무언인가가 잘못된 것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영화는 그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원하던 조산사는 아니지만 꽤 친절하고 전문적으로 보이는 다른 조산사가 왔고 단계별로 출산 과정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어 마사와 숀은 큰 어려움 없이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난 지 몇 분 되지 않아 아이는 숨을 쉬지 못했고 구급요원을 불렀지만 아이가 거둔 숨을 되돌리지는 못했다. 영화가 이렇게 초반 30분 동안의 출산 과정을 아주 디테일하게 다루는 이유는 이것이 주인공 마사와 숀의 심리상태를 변화하게 하는 아주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30분의 그 과정을 보고 나면 사람에 따라 보는 관점이 다를 것이다. 그렇게 영화는 그 일련의 출산 과정들에 대한 판단을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넘긴다.
비극적인 일 이후 서로 다른 대처 방식을 보이는 부부, 마사와 숀
출산 장면이 끝난 이후에야 영화 제목의 타이틀이 나오는데 영화를 보던 이들은 안타까움을 먼저 느낀다. 그리고 나서는 앞에서 본 사건에 대한 잔상을 통해 그것에 대해 판단하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전개되는 영화의 다음 이야기는 그 일의 원인 규명에 대한 일보다는 부부가 그 일이 벌어진 이후 대처하는 모습에 대한 것이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각기 다른 방향을 본다. 다르게 말하면 각자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방법이 달라진다. 먼저 마사는 아무렇지 않은 듯 출산 전 하던 활동을 이어간다. 사무실에 출근하고, 마트에서 장을 본다. 반면 남편 숀은 아이를 잃었다는 슬픔에 잠겨 울음을 터뜨리고, 그 일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 애쓴다. 그의 노력은 결국 그것이 누구 때문인지 책임을 돌리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두 사람이 대처하는 방식 중 어떤 것이 더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방법으로 그 일을 잊고 털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인데, 각자의 방식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두 사람의 관계에도 이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기 자신을 보고 혼자의 시간을 가지려고 하는 마사는 아이의 사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부검의의 말을 그저 말없이 듣고 있지만, 숀은 원인 없는 결과가 어디 있냐면서 화를 낸다. 마사는 자신의 안을 들여다보며 조각들을 맞춰가는 반면, 숀은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 애쓴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여러 번 충돌한다. 그러면서 이 둘의 관계는 깨질 듯 말 듯 아주 위태로워 보인다.
영화 속에는 또 다른 시선이 등장한다. 바로 마사의 엄마 엘리자베스(엘런 버스틴)가 그녀의 딸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엘리자베스는 자신의 딸이 그 일의 책임이 마사 자신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일깨워주려 노력한다. 그래서 그는 그 모든 책임을 조산사의 실수로 돌리려 애쓴다. 주로 법적 투쟁을 통해 조산사를 처벌하려는 노력이다. 엘리자베스는 그 일을 함으로써 자신의 딸이 좀 더 편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숀과 함께 마사를 설득하려 애쓴다. 그의 이런 시선은 어쩌면 제 3자로서 자신이 지켜낸 소중한 딸의 아픔을 최대한 덜어내려는 엄마의 모습인지 모른다. 영화는 이런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엘리자베스와 마사의 충돌과 관계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마사의 심리를 정확히 전달하는 배우 바네사 커비의 연기
영화는 출산 장면을 길게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중반에는 마사의 심리 상태와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보여준 후, 법정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마사는 긴 고민 끝에 그만의 해결방법을 찾는다. 그런 과정에서 어떤 관계는 깨지고 어떤 관계는 다시 더욱 단단해진다. 그가 여러 가지 일을 겪는 동안,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심리적인 변화 과정이 매우 설득력 있게 표현되어 있는데, 그것을 전달하는 것은 바로 배우 바네사 커비의 연기력이다. 그저 액션 블럭버스터 영화의 주연 정도로만 생각했던 바네사 커비는 이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한다. 눈물과 아픔을 억누르고 감정적인 반응을 내색하지 않으면서 그 상황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마사의 심리를 정확히 표현한 그는 작년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그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사실을 증명받았다.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는 관객들도 회복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완전한 회복은 아닐지라도 그다음 발걸음을 옮겨갈 수 있을 정도의 기운을 영화가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 마사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도 좋아하는 사과향은 그에게 선물처럼 다가왔다가 아프게 떠났다. 하지만 그 사과향은 완전히 그를 떠나지 않는다. 그녀의 기억 속에, 그녀의 사진 속에 그리고 그녀의 엄마인 엘리자베스의 기억 속에도 자리하며 마사의 다음 발걸음을 가볍게 할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그녀의 조각들 영화 리뷰>
-
- 머리 속에서 끝없는 노래로 재생되는 순간들
화양연화: 인생에서 꽃과 같이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
이 영화를 본지 몇 달이나 지나 벌써 2023년 2월이 되었지만 다시 글을 쓸 생각을 못 하고 있다가, 이대로 살면 큰일날 것 같아서 글쓰기를 포함해 놓고 살던 것들을 다시 잡기로 했다. 이터널 선샤인 이후에 굉장히 다른 느낌의 사랑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이터널 선샤인을 볼 때는 화창한 겨울 눈밭같은 느낌을 받았고 이 영화를 볼 때는 내내 장마 속에서 양말까지 젖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실제 영화 속 장면들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신문사 기자로 일하고 있는 주모운 부부와 비서로 일하고 있는 소려진 부부는 같은 날 같은 건물의 옆 방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저녁 시간마다 반복되는 배우자들의 부재로 인해 둘은 불륜의 낌새를 느끼고, 심지어 서로의 배우자들끼리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동병상련을 느낀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게 되고, 저녁 시간에 점점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시장에서 서로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마저 소중해지기 시작하던 어느 날. 집주인 손 부인은 소려진의 잦은 저녁 외출에 대해 경고하고, 둘은 자주 만나지 못해 오히려 마음이 깊어지는 상태에 이른다. 박수 받을 수 없는 사랑을 끝내기 위해 주모운은 싱가포르로 떠날 결심을 하고, 둘은 마지막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뒤 헤어지게 된다. 시간이 흐른 뒤 소려진은 주모운을 찾아가고 주모운은 소려진을 찾아가지면 결국 둘은 마주치지 못한다. 주모운이 앙코르와트의 수많은 구멍 중 하나에 무언가 속삭인 뒤 영화는 끝난다.
이 영화를 보고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 것은 주모운과 소려진이 서로를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다. 해당 장면들에는 대사가 하나도 없고 똑같은 음악이 흘러나오며 장면이 느리게 재생된다는 공통점이 있는데, 사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는 해당 효과가 너무 자주 사용되는 느낌을 받아서 살짝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 현재까지 남은 알 수 없는 여운의 힘은 해당 장면들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로가 말 한마디 없이 눈인사를 하고 지나갔던 그 짧은 순간들은, 주모운과 소려진의 머리 속에서 평생 그 음악과 함께 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고 있을 것이다. 그 기억들은 몇 월 몇 일 몇 시로 기억되지도 않고, 어느 시장의 어느 골목이었는지로 기억되지도 않지만, 마주침의 순간마다 심장이 연주했던 하나의 노래로 뭉쳐져 아스라이 잡히지 않는 신기루처럼 머리 속에 맴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감독이 "나 이거 찍으려고 영화 만든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강조 되었고, 그만큼 내 머리 속에도 남았다.
마지막 장면을 보았을 때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처음 각자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뒤 분노했지만 결국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어버린 두 사람처럼, 이 세상에는 그렇게 완성되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이 마치 앙코르와트의 구멍 개수만큼 존재한다는 의미로 내게 다가왔다. 분노했던 대상의 감정을 그대로 느껴버린 그들을 비난하거나 조소할 수는 있겠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본 우리는 그들이 절대 이해가 안 된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불륜 영화이지만 불륜이라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점, 결국 서로 끝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마음 속에 남았다는 점에서 헤어질 결심을 한국의 화양연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나는 둘 다 너무 좋은 영화라고 생각하기에 위의 시각도 재밌다고 생각한다.
둘의 사랑이 쓸쓸하게 끝나며 영화도 끝이 나지만, 주모운과 소려진은 다른 어딘가에서 더 아름답고 찬란한 사랑을 시작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그 사랑의 시기가 화양연화일까? 아무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우리의 기억, 특히나 이루지 못한 애틋한 것에 대한 기억은 더욱 아름답게 포장되는 것 같다. 이루었으면 금방 식어버렸을 수도 있는 둘의 사랑이지만, 이루지 못했기에 오히려 가장 뜨거웠던 순간으로 마음 속에 남아 화양연화가 되었다. 다만 이렇게 미화된 기억은 현실의 장면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덧칠해 미술관에 걸어 둔 일종의 작품으로 분류해야 맞을 것이고, 따라서 현실을 사는 우리는 과거의 미술관에 매몰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화양연화는 언제 시작되어 언제 끝이 나는가. 또 인생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기억이 몇 개나 생길 수 있을까.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 모두 소중한 기억들이며 저마다의 노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머리 속에서 이따금 노래로서 끝없이 재생되는 그 순간. 그 순간이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 인생의 화양연화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말고.
-
-
- 두 번째 게임?에 앞서 복습하는 목숨을 건 방탈출 게임? '이스케이프 룸'
영화 흥신소 - 알고보면 쓸데없이 재밌는 영화리뷰
'이스케이프 룸2 : 노 웨이 아웃' 관람에 앞서 복습하는 '이스케이프 룸'입장료 없다는 말에 덜컥 들어와버린 방탈출게임장
우승하면 만달러의 상금을 받지만
실수하면 목숨을 받아가는 곳#출구가_입구 #원룸_데쓰매치
과연 이들은 이곳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
- 영화 <아-하 : 테이크 온 미> 메인 예고편
메가 히트송 'Take On Me'의 주인공 레전드 밴드 A-ha의 탄생과 성공 그리고 음악으로 연대하는 이들의 무대 위, 무대 밖의 진짜 이야기
전율의 이름 a-ha의 스크린 콘서트가 시작된다!
-
- 영화 <내가 날 부를 때> 30초 예고편
꿈을 이루기 위해 홀로 돈을 벌고 공부하며 고군분투하던 ‘안란’.
어느 날, 간절히 바라던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몇 번 본적도 없는 어린 남동생이 안란에게 덜컥 맡겨진다.
동생을 키우려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누나의 희생은 당연하다고 말하는 어른들.
“내 인생에는 너만 있는 게 아냐.
나에게도 우주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