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4-01-29 09:41:50
1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주간 박스오피스
개봉 첫 주 50만 명을 돌파한 <시민 덕희>! 한편 북미에서는 제이슨 스타뎀 주연 영화 <더 비키퍼>가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하는데요. 1월 4주차 박스오피스 같이 만나보아요!
[국내 박스오피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시민 덕희> 손익 분기점 160만 전후로 예상되며 개봉 첫 주 주말에 5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개봉 2주차의 <웡카>, 3주차에 개봉하는 다수의 작품들로 입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견되며 장기흥행엔 어려움이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제이슨 스타템 주연의 <더 비키퍼>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영화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 각본, <수어사이드 스쿼드> <퓨리> 연출의 데이비드 에어이가 연출한 액션영화로 <민 걸스>의 관객 수가 대폭 감소하면서 1위로 수월하게 올라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웡카>는 1억9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3위로 내려왔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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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로커는 결국 누구인가? 그리고 가족이란 무엇인가?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 브로커. 이 작품의 감독인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호불호를 굉장히 많이 타는 감독이라고 해서 걱정을 하며 영화관을 향했다. 전체적인 감상평은 불호까지는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호의 작품도 아니었던 그저 그런 작품이었다.
영화 <브로커> 시놉시스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상현과 베이비 박스 시설에서 일하는 보육원 출신의 동수. 거센 비가 내리는 어느 날 밤, 그들은 베이비 박스에 놓인 한 아기를 몰래 데려간다. 하지만 이튿날, 생각지 못하게 엄마 소영이 아기 우성을 찾으러 돌아온다. 아기가 사라진 것을 안 소영이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솔직하게 털어놓는 두 사람. 우성이를 잘 키울 적임자를 찾아 주기 위해서 그랬다는 변명이 기가 막히지만 소영은 우성이의 새 부모를 찾는 여정에 상현, 동수와 함께하기로 한다. 한편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형사 수진과 후배 이형사. 이들을 현행범으로 잡고 반 년째 이어온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조용히 뒤를 쫓는다. 베이비 박스, 그곳에서 의도치 않게 만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이 시작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브로커>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과연 누가 브로커인가?
영화 <브로커>를 보기 전 예고편만 봤을 때는 브로커 일을 하는 상현과 동수가 소영을 만나면서 브로커 일을 그만두고 그들끼리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래서 영화 제목 브로커가 가리키는 대상이 상현과 동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과연 누가 브로커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그저 돈만 바라고 아이를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라 정말 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찾으면서 돈에 집착하는 일반적인 브로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비춰진다. 오히려 이들을 쫓는 형사들이 브로커의 모습을 띤다. 아이를 팔려하는 현장을 덮치기 위해 사람을 매수해서 그 현장을 꾸미고, 아이를 팔기만을 기다리는 수진과 이형사의 모습을 보면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는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결과주의의 모습에 진짜 브로커는 오히려 형사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제 아이를 팔려고 한 상현과 동수, 그리고 소영의 잘못이 덜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잡기 위해 즉, 악을 잡기 위해 똑같이 악의 모습으로 그들을 잡는다면 그들과 무엇이 다른가?하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보육원에서 멀어져야 하는 삶
영화 <브로커>를 보면서 가장 가슴을 쳤던 대사가 있었다. “형은 이곳으로 돌아오면 안돼. 우리의 희망이잖아.” 보육원 출신인 동수는 보육원을 떠나 다른 곳에서 자리를 잡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런 동수가 브로커 일을 하며 새로운 부모를 찾기 위해 잠시 들른 보육원에서 같이 자란 동생에게 들은 말이다. 보육원 출신의 아이들이 다시는 보육원을 돌아오지 않아야 다른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다고 여겨진다는 것을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대사여서 굉장히 안타깝게 다가왔다. 그들이 힘들 때 그들을 품어줄 수 있는 안식처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가족의 이상을 그대로 표현하다
영화 <브로커>는 가족이라는 구성에 대해서 굉장히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상적인 고정관념인 엄마와 아빠, 그리고 유복한 가정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가족의 구성이라는 것이 엄마와 아빠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어서 사실 좀 껄끄러웠다. 요새 다른 작품들에서 기존의 존재를 대체할 필요가 없고 가족 구성원을 새롭게 만들 수 있다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그러한 작품들을 많이 보다보니 이 작품이 원하는 고전적인 가족구성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모습을 보면서 굳이 그래야 하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경제적으로 유복하고 능력있는 아버지와 따스한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감독이 원하는 가족의 이상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브로커>는 작품 자체의 지향성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았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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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링 이브> 작가인 에머랄드 페넬의 첫 장편영화 <프라미싱 영 우먼>
에머랄드 페넬 감독의 첫 장편 <프라미싱 영 우먼>은 주인공 카산드라(이하 ‘캐시’/캐리 멀리건 분)의 끔찍한 일을 당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친구 니나를 위한 ‘대리’ 복수극이다. 최근 여성 서사 복수극으로 유명한 왓챠의 드라마 <킬링 이브>의 각본가인 에머랄드 페넬은 악랄한 세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단편 블랙 코미디 <Careful How You Go>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런 탄탄한 각본 실력으로 <프라미싱 영 우먼>은 4월 개최되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 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각본이 얼마나 잘 짜여졌는지 문학의 본질 및 내용, 형식, 종류, 작법의 원칙, 조건 등을 가장 잘 다루어 인정받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비추어 어떤 부분이 부합하며, 어떤 부분이 부합하지 않는지, 또 그로 인해 어떤 효과가 발생하였는지 살펴보려 한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로그라인(한 문장으로 요약된 줄거리)’부터 보면, 영화에서의 로그라인은 ‘성폭행으로 자살한 친구의 복수를 하던 중, 옛 친구이자 본인을 짝사랑하던 남자 라이언이 등장한다’가 된다. 여기서 벌써 하나 짚어보아야 하는 부분은 잘 만든 로그라인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인 아이러니이다. 주인공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기 위해 캐시의 삶에 변화를 주는 ‘장애물’로 등장하는 라이언은 두 가지로 작용한다. 첫 번째, 캐시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다시 찾으려 하게 되는 도구, 두 번째, 복수를 그만두려던 캐시에게 가해자 알 먼로를 찾아가 복수를 마치게 되는 계기로 작용한다. 즉, 자아를 되찾도록 도와주는 대상이자 결말을 비극으로 이끄는 복수심을 터트리는 대상이 되는 셈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주인공의 운명의 변화에서 그 원인은 악행에 있는 것이 아니라, 중대한 과실(착오나 실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볼 때, 캐시가 라이언을 만나는 것은 캐시의 착오나 실수로 볼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유감이었던 점이기도 하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가 분류한 극적인 이야기의 네 가지 중 (반전/발견이 있는) 복합 비극에 해당한다. 이러한 플롯은 발견이나 인식에 바탕을 두고 주인공의 운명이 ‘지극히 행복한 순간’에서 ‘불행한 상태’로 바뀌는 순간까지의 이야기를 말한다. 여기서 인식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바뀌는 것을 뜻하며, 가장 바람직한 유형의 플롯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점에서 라이언의 등장과 역할은 캐시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바꾸어주는 아이러니한 인물이 되는 동시에 바람직한 로그라인을 완성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할리우드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보편적인 복수극의 형태는 대부분 가족에게 가해진 위해에 대한 복수가 주를 이룬다. 이유는 보편적으로 복수를 하게 된 이유가 쉽게 이해되면서 심정적으로도 절절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극적 행위란 가족 사이에 일어나지 않더라도 최소한 혈연관계나 ‘유사 가족’ 사이에서 일어나야 한다. 그렇기에 캐시의 가족이 아닌 가장 가까웠던 친구라는 설정은 그 절절한 심정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연대’까지의 확대된 의미를 담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설정된 관계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영화와 현실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른 살이 넘어서도 부모와 같이 살고, 의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던 재능에도 카페 아르바이트생 신분을 유지함을 통해 캐시가 잃은 것은 한 사람으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인 자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캐시의 엉망진창인 삶을 통해 당사자인 니나가 살아있다한들 온전한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투영시킨다. 그런 반면, 가해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알 먼로는 ‘촉망받는 청년’으로 대학을 무사히 졸업해 성공한 의사가 되어 누군가의 좋은 남편이 될 준비를 한다. 또한 알 먼로가 벌인 범죄의 자리에 있던 라이언 또한 소아과 의사가 되어 아픈 아이들에겐 구원자가, 자신이 좋아하던 여성에겐 안정적으로 보이는 애인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캐시의 실종 사건에 거짓된 증언으로 일조하고 알 먼로와 라이언과 비슷하게 그 자리에 올랐을 법한 남자 형사는 그런 행태의 여성은 그럴만하다는 태도로 그의 증언을 그러려니 하며 믿는다. 캐시 또한 ‘촉망받는 학생’으로 의대를 무사히 졸업하여 사회의 한 역할을 하며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가해자들은 이러한 기회를 니나와 캐시로부터 박탈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위치를 유지하여 권력을 얻고 또다시 카르텔을 만들어낸다. 영화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남성은 두 가지 부류로 나온다. 클럽 앞, 라이언이 캐시를 알아보자 캐시는 술 취한 연기를 그만둔다. 이때 여성이 술에 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도망가는 검정 베레모를 쓴 남성. 캐시에게 차이고 ‘너는 루저야’라고 부족한 점을 후려치는 라이언. 약한 사람 옆에 서서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느끼는 부류와 상대방을 깎아내림으로써 본인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이다. 이쯤 되면 영화에서 ‘좋은 남자’라고 말하는 남자들의 좋은 남자의 정의와 보통의 ‘일반적인’ 남자들에 기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영화에서 술에 취한 듯한 캐시에게 도와주겠다며 접근하는 남자들. 술에 취한 줄 알았던 캐시가 멀쩡한 상태가 되자 ‘나는 좋은 남자야, 나의 호의를 의심하지 말라’라며 황급히 자리를 뜨는 남자들. 과거에 성폭행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지만 본인은 무사히 졸업하고 결혼을 앞둔 채 새 신부가 좋아하지 않을 거라며 스트립 걸을 거부하는 알 먼로와 캐시 앞에 넉살 좋게 등장한 라이언은 ‘좋은 남자’일까. 라이언의 등장으로 캐시는 움직이게 되지만 복수극이라는 장르를 고려했을 때 완벽한 복수극은 되지 못한다. 캐시는 같이 일하던 친구 게일에게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 남긴다. 그리고 카메라 앵글은 그 목걸이를 받은 게일의 리액션이 아닌 목걸이의 이름을 마지막으로 담아낸다. 감독은 이 장면을 영화의 엔딩으로 채택함으로써 또 다른 복수극을 만들지, 원인을 개선할지, 중립이라는 명목 하에 침묵으로 가해자 편에 설 것인지 관객에게 묻는다. 알 먼로를 비롯한 가해자들은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을 짓밟는 류의 행위로 니나와 캐시의 자아를 파괴한 것이 아니다. 도대체 그들은 무엇을 위해 타인의 존엄성을 박탈을 하였던 것일까라는 의문과 그 와중에 라이언에게서 새 삶을 찾으려는 캐시의 노력에 또한번 역겨운 눈물이 난다.
영화는 실제 2016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촉망받는 젊은 남성(promising young man)’의 이야기를 비틀며 시작했다. 영화에서 끔찍한 일을 당한 건 캐시가 아니라 니나이다. 그럼에도 캐시가 복수극을 펼친다. 이를 통해 피해자의 삶, 그런 세상을 아슬한 벽을 두고 서 있는 남겨진 이로 살아가는 것을 보여준다. 라이언은 캐시가 자아를 잃어버린 채,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비극을 끝내는 트리거가 된다. 지금까지 영화의 역사에서 수없이 보여준 남성 성장물의 성장 도구이자 장애물이었던 여성의 역할 전환을 보여주는 동시에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마친다. 영화 속 놓여진 상황에서 여성과 남성에게 ‘사랑’이라는 것과 그들을 ‘규정’하는 맥락의 차이엔 폭이 크게 느껴진다. 니나의 희생으로 캐시가 복수를 계획하듯, 캐시의 희생을 위해 누군가는 복수극을 계획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촉망받는 젊은 남성’은 졸업 준비에만 몰두하면 되겠지만 유망한 여성들은 어디로 갔을까, 지금을 살고 있는 여성들이 더 이상은 누군가에게 복수를 계획하는 ‘프라미싱 영 우먼’이 아닌 자신의 길을 온전히 걷는 ‘프라미싱 영 우먼’이 되는 세상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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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년전 오늘의 영화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오늘부터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해볼까 하는데요.
바로 N년 전, 오늘 개봉한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오늘은 무려 17년 전에 개봉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영화 <러브레터>의 감독으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입니다.
하지만 <러브레터>와 같은 느낌을 생각하고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보신다면 조금은 놀라실 수도 있는데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이와이 슌지의 작품들 중 어두운 분위기의 작품들을 통칭하는 '블랙 이와이' 계열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보고 나면 힘이 쭉 빠진다는 평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상하이 국제 영화제에서 2관왕을 달성했으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와 요코하마 필름 페스티벌에서도 수상하였습니다.
최근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에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 오마주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웨이브, 티빙, 왓챠,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시청할 수 있으며,
극장 아트나인과 상상마당 시네마에서 상영 및 상영할 예정에 있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의 T.M.I
1. 왕페이의 공연
ⓒ 네이버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홍콩에서 왕페이의 공연을 보고 강한 인상을 받아 구상하게 됐다고 합니다.
2. 릴리 슈슈?
ⓒ 네이버 영화
이와이 슌지 감독이 '릴리 슈슈'라는 가상 가수를 만들고, 릴리 슈슈의 홈페이지까지 만들며 그곳에서 릴리 슈슈의 정보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대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출판했습니다.
즉, 독자 참여형 소설을 만든 것입니다. 이렇게 제작된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한 영화가 바로 동명의 영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입니다.
3. 촬영
ⓒ 네이버 영화
영화는 대부분 아시카가 시와 오타 시에서 촬영했으며, 오키나와에서도 촬영을 했다고 합니다.
영화 속 핸드 헬드 촬영한 컷이 나오는데 이는 이와이 슌지 감독이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에게 직접 핸드 헬드 촬영을 배우도록 지시했다고 합니다.
또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은 일본 영화계 최초로 촬영부터 상영까지 모든 방식을 디지털로 작업한 영화입니다.
4. 20주년 기념 인터뷰
ⓒ 岩井俊二映画祭チャンネル 유튜브
일본 기준,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개봉 20주년을 맞이해 이와이 슌지 감독과 주연 배우들이 만나 스페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인터뷰는 아래 유튜브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qfneUlLxi8&t=315s
5. 쿠엔틴 타란티노
ⓒ 네이버 영화
<킬빌> <펄프 픽션>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좋아하는 2000년대 아시아 영화 중 하나로 꼽기도 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킬 빌>에는 릴리 슈슈의 곡인 '회복하는 상처'를 삽입곡으로 쓰기도 하였습니다.
<릴리 슈슈의 모든 것>와 비슷한 작품
<릴리 슈슈의 모든 것>과 비슷한 결의 영화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이제훈, 서준영, 박정민 주연의 영화 <파수꾼>.
<파수꾼>은 기태, 동윤, 희준 등 3명의 친구들의 시점으로 각자의 현재와 과거 시점에서 사건을 서술하고 죽은 친구의 아버지가 사건을 쫓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화 는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쿠팡플레이에서 시청할 수 있습니다!
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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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인과 악인, 그 사이에 서 있는 흑기사의 라스트 미션!
2015년 위험에 처한 콜걸을 도와주며 시작한 맥콜 아저씨의 여정이 끝이 났다. 약자를 위해 나선 흑기사 맥콜의 마지막 여정지는 이탈리아 시골 마을. 이곳에서 그는 시리즈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라는 그 임무를 멋지게 수행한다. 1, 2편과 마찬가지로 맥콜은 존 윅처럼 화려한 건(gun)격 액션이 난무하거나 제이슨 본처럼 리얼리티 액션과 거리가 먼 그저 무겁고, 조용하고, 강력한 한 방을 보여준다. 그것도 9초 안에. 더불어 시리즈를 관통하는 맥콜의 부채감과 선인과 악인 그 사이에 놓인 자신의 처지에 대한 고뇌도 잊지 않는다.
맥콜이 앉아 있는 곳은 어느 이탈리아 포도 농장 지하창고다. 보나마나 마피아 소굴인 이 곳에서 그는 시계 타이머에 맞춰 악인을 심판한다. 하지만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는 법. 등에 총을 맞은 그는 사력을 다해 차를 몰고 그곳을 빠져나가지만 결국 어느 해변 도로에서 의식을 잃는다. 마을 경찰관과 의사의 도움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맥콜은 상처가 아무는 동안 그곳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처음에는 이방인이었지만, 차츰 마을 사람들과 유대감을 나누는 그는 오랜만에 평화를 느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을을 공포로 몰아넣는 마피아 집단이 등장하고,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경찰관 가족은 물론, 사람들을 공격한다. 잠자는 맥콜의 코털을 건드린 마피아. 그것도 모른 채 오만방자함의 극치를 달리고, 맥콜은 보란 듯이 어둠 속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이들을 처단한다.
<더 이퀄라이저> 시리즈는 1980년대 중반 방영했던 <맨하탄의 사나이>를 각색한 작품이다. 감독과 배우, 그리고 주된 이야기는 달라졌지만, 근간은 1980년대 감성을 오롯이 옮긴 스타일과 권선징악의 주제는 변함없다. 약자를 위해 나서고, 악인은 무조건 처단한다는 맥콜의 기조는 영화의 중심이 되며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안긴다.
이번 3편에서도 그 기조는 변함없다. 주요 무대와 주변 인물이 달라졌을 뿐이지 맥콜의 흑기사 활약은 계속된다. 초반 등 총상 이후 지팡이를 든 그의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이는 후반부 지역 마피아를 상대로 인정사정 봐줄 것 없이 휘두르는 폭력의 파괴력을 더하기 위한 장치처럼도 보인다. 전편들 모두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지만, 3편의 액션 수위는 좀 더 강하다. 마지막 편에 걸맞은 피날레를 장식하듯 액션은 좀 더 강하고, 잔인하다. 물론 이를 자행하는 맥콜은 눈 하나 깜작하지 않지만 말이다.
<더 이퀄라이저> 시리즈는 액션에 치중한 작품이고, 악을 처단하기 위해 오로지 전진하는 한 남자의 단선적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 시리즈를 단순 액션 영화로 치부하지 않는 건 맥콜의 고뇌 덕분이다. 감독은 맥콜의 액션에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해 이 과묵한 남자에게 죄책감을 안긴다. 1편에서는 사랑하는 아내, 2편에서는 사랑하는 동료, 3편에서는 사랑하는 마을 사람들 등 실력이 출중한 요원이지만 결국 사랑하는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자괴감은 계속해서 그를 괴롭힌다.
이런 상황에서 맥콜은 1편에서 자신의 고뇌에 발버둥치고, 2편에서 과거 자신이 살던 집을 찾아가면서 내면의 고통을 들여다보며, 3편에서 이 모든 걸 고통과 속죄에서 벗어나 비로소 구원받는 지난한 과정을 통과한다. 특히 3편에서 마을 의사와의 대화 내용은 그가 구원의 길을 걷게 된다는 걸 암시한다. 의사는 맥콜에게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물어보는데, 정작 맥콜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이 말을 들은 의사는 나쁜 사람은 잘 모르겠다는 답변 조차 안한다며 그를 선인으로 인정하고 포용한다. 마치 예수가 죄인을 사하여 주는 것 처럼 말이다.
덴젤 워싱턴은 액션은 물론, 자신이 가진 연기 스펙트럼을 최대한 활용해 맥콜이란 캐릭터를 감정적으로 공감하게 한다. 그는 단순히 정의 구현에 그치지 않고, 이 남자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지를 스스로 만들어내는데, 이는 앞서 소개한 의사와의 대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액션의 파괴력이 현란한 촬영과 움직임이 아닌 감정의 진폭에서 비롯된다는 걸 스스로 증명한다.
<더 이퀄라이저 3>에는 특별한 손님이 참여했다. 바로 덴젤 워싱턴과 연이 깊은 다코타 패닝이 등장한다. 극중 CIA 금융 작전팀 소속 콜린즈 요원으로 나온다. 오지랖 넓은 맥콜 아저씨와 알게 모르게 공조 수사를 하는 다코타 패닝의 연기는 반가움 그 자체 <맨 온 파이어>에서의 연이 이 영화를 통해 이어졌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 물론, 캐릭터 구축이나 활용 면에서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한 장면 안에서 이들을 함께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큰 즐거움. 후반부 맥콜이 수많은 요원 중 콜린즈 요원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도 나오니 끝까지 집중하시길.
사진: IMDB
평점: 3.0 / 5.0
한줄평: 이름처럼 시원하고 마무리. 흑기사여 평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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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사를 이끌어 가는 대화
<우연과 상상>은 <드라이브 마이 카>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신작이자 세 편의 단편을 엮어 만든 소품같은 영화다. 걸작임에도 러닝타임이 길고 등장인물이 많아 관객을 부담스럽게 만들었던 전작과는 달리 <우연과 상상>은 두 시간여의 적당한 러닝타임에 편당 주요 등장인물의 수가 세 명을 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줄어든 등장인물의 자리를 꿰찬 것은 이들이 나누는 대화다. 이들의 대화는 때로는 독백의 형태로, 때로는 낭독의 형태로, 때로는 상황극의 형태로 발현되어 우연을 드러내거나 상상을 이끌어 낸다. 보다 스케일도 크고 로케이션도 다양했던 전작과는 달리 <우연과 상상>은 등장인물 수도 적고 배경도 한정되어 있지만 이들의 대화를 통해 밝혀지는 진실은 <드라이브 마이 카>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세계의 주목을 집중시켰던 <드라이브 마이 카>보다는 감독의 초기작 중 하나인 <열정>의 전개 방식에 <해피 아워>의 서사를 담은 것만 같은 <우연과 상상>은 하마구치 감독의 초심을 담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마구치 감독은 어째서 복잡한 비유나 상징을 이용하는 대신 직설적인 발화 언어를 사용하는 방식을 택했을까.
영화 언어에서 발화 언어를 통한 서사 전개는 촌스러운 방식으로 여겨진다. 직접성보다는 간접성을 통해 수용자의 다양한 해석을 이끌어내는 예술은 정답을 이끌어낼 여지가 있는 직설적인 표현을 꺼려한다. 아예 언어가 배제되는 회화나 무용의 경우는 색감이나 예술가의 신체 등 다양한 표현을 사용하지만 발화 언어를 사용할 선택지가 있는 영화 예술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예술성을 평가받기도 한다. 대사에 복잡한 비유와 상징을 담아 직설성을 배제하기도 하지만 대개 발화 언어는 직접적인 표현 방법에 쓰인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중성을 담보로 하는 예술인 영화는 대사를 알쏭달쏭하게 꼬는 대신 관객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의미를 함축하더라도 직접적인 의미 전달과 간접적인 의미 함축이라는 두 역할을 수행하게끔 만들곤 한다. 이는 추리물을 포함한 반전 서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관객에게 반전의 충격을 안겨주려면 간단한 대사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반전 영화에서는 플래시백으로 시각적인 효과를 노리더라도 나레이션을 사용해 관객에게 충격을 안겨준다.
<우연과 상상>은 소소한 반전을 품은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플래시백이 전혀 없다. 등장인물들은 현재 시점에서만 존재하며 과거의 이야기는 전부 대사로 관객에게 전달된다. 플래시백을 영화 기법에서 제외하는 경우 관객은 한가지 의문을 품을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하는 대사는 전부 진실에 기반하는 것인가? 3화 「다시 한번」에서 아야(카와이 아오바 분)의 입을 통해 드러나는 반전은 아야만이 진실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관객은 아야의 말에 의구심을 느끼지 않는데 그 이유는 아야가 드러낸 진실이 진실인지 아닌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연과 상상>의 대화들은 내용의 진실성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관객이 느끼는 감정에 충실하다. 대개는 즐거움인데 대화가 <우연과 상상>을 한층 좋은 영화로 만들어주는 이유는 정작 대화를 나누는 등장인물들에게는 진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우연과 상상>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명언을 그야말로 충실하게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첫 에피소드인 「마법(보다 더 불확실한 것)」은 퇴근길 택시에 합승한 메이코(후루카와 코토네 분)와 츠구미(현리 분)의 대화를 오래도록 보여주지만 대화의 내용은 한 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츠구미가 새로운 남자를 만났고 마음이 잘 통하는 사람이라는 것. 중요한 것은 이 대화 직후에 이루어진다. 메이코는 택시에서 내려 어딘가로 향하고 그 곳은 바로 츠구미가 만난 남자 카즈아키(나카지마 아유무 분)가 일하는 곳이다. 카즈아키와 이코는 역시나 긴 대화를 이어가지만 대화의 내용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메이코가 이 장소를 떠나는 순간이 되어야 중요한 사건이 벌어진다. 카즈아키가 메이코를 따라가지 않는 것이다. 첫 에피소드에서 대화는 많은 것을 알려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인물들의 행동 사이에 존재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뿐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대화가 거의 들리지 않는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다. 그리고 카즈아키가 대화를 할 수 있는 유리창 내부의 공간으로 이동했을 때 발생하는 대화는 주로 메이코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첫 에피소드는 대화를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대화를 인물들의 행동을 연결하는 매개체로 혹은 맥거핀으로 유연하게 사용한다.
두번째 에피소드인 「문은 열어둔 채로」에서 관객의 시선을 가장 오랫동안 붙잡아두는 발화 언어는 나오(모리 카츠키 분)가 세가와 교수(시부카와 키요히코 분)의 책을 낭독하는 부분이다. 상당히 오랜 시간 일부러 민망한 부분을 골라 낭독하는 나오의 목소리는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유도하지만 동시에 세가와 교수가 보이는 반응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도록 만든다. 민망해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멈추게 하거나 화를 내지 않으며 낭독을 듣는 세가와 교수는 이 낭독을 즐기는 것일까 아니면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일까. 문을 닫으려는 나오의 행동만을 저지하며 긴 낭독을 듣고 나오의 고민상담을 해준 세가와 교수는 나오로부터 사건의 전말을 듣고서야 당황한 모습을 보인다. 나오의 질문에 대한 세가와 교수의 대답은 일반적으로 관객이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며 관객에게 쾌감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가 무용지물이었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이 에피소드의 결말 또한 전혀 다른 곳으로 향한다. 특히 가장 충격적인 결말은 나오의 발화가 아닌 오타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2화 또한 대화를 훌륭한 매개체로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대화를 발화 언어의 목적 그 자체에 가장 충실하게 활용한 에피소드는 3화인 「다시 한번」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에피소드의 가장 큰 반전은 아야의 입을 통해 전달되지만 아야와 나츠코(우라베 후사코 분)는 결론적으로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나츠코를 자신의 집에서 대접하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이어가던 아야는 사실 대화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어떤 정보를 알아내려고 했던 것임이 드러난다. 반면 대화 자체가 목적이었던 나츠코에게 이는 충격으로 다가오는데 이후 대화를 이어가려고 하는 쪽은 나츠코가 아니라 아야다. 관객에게 가장 큰 충격을 전달하는 것은 이후 이어지는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진실이지만 서사를 마무리짓는 것은 폭로 이후에 이어지는 상황극이다. 특히 아야가 나츠코를 배웅하며 역 앞의 육교에서 벌이는 상황극은 대사는 상황극일지언정 두 캐릭터의 감정만큼은 진실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이 에피소드에서도 대화는 아야와 나츠코의 과거를 들려주고 스스로를 힐링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실제로 심리 치료에도 사이코드라마라는 비슷한 기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그다지 변화가 없는 배경, 적은 수의 등장인물을 가지고 대화만으로 흥미로운 서사를 이끌어 냈지만 사실 대화가 서사를 잇는 매개로서 작동한다는 점에서 <우연과 상상>은 영화 예술에서 대사의 활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굳이 어려운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지 않아도, 혹은 대사 없이 이미지로만 보여주려 하지 않아도 대사는 영화에서 많은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하마구치 감독이 증명해낸 셈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에 비하면 소소해 보이는 영화지만 <우연과 상상>은 초심으로 돌아간 감독이 관객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본 리뷰는 씨네랩의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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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적 사랑의 풍경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멜로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은 대개 진득한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기 마련이다. 〈타이타닉〉의 잭과 로즈,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과 클레멘타인,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철수와 수진, (멜로 영화는 아니지만 터무니없을 정도로 낭만적이어서 매력적인) 〈베이비 드라이버〉의 베이비와 데보라 등등. ‘운명’으로 엮인 두 개인이 여러 역경에도 불구하고 끝내 사랑을 쟁취해내는 이야기 말이다. 이들 영화는 현대인들이 사랑을 통해 갈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대변한다. 서로에게서 최후의 위안을 얻는 두 개인의 관계에는 사랑으로 구원받고자 하는 지친 현대인들의 욕망이 깃들어 있다. 영화적 재미의 측면에서도 낭만적‧운명적 사랑이 더 매력적이다. 어딘가 심심한 사랑은 각본가가 이야기를 전개하기가 어렵고, 드라마틱한 구석이 없는 멜로 영화는 관객에게 어딘가 찜찜한 구석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멜로 영화가 그리는 사랑과 현실의 사랑이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그저 영화의 소재가 되지 않았을 뿐, 현실 속 사랑의 빛깔은 영화보다 훨씬 더 다채롭다. 영화 〈파리, 13구〉는 그동안 영화가 담아내지 않은/못한 현대적 사랑의 풍경을 그린다. 중심 없이 부유하여 혼란스럽기에 사랑이라 부르기는 뭐하지만, 그렇다고 사랑이 아닌 것도 아닌 그런 두루뭉술한 감정의 모습을 띠는 사랑 말이다.
영화가 주목하는 현대적 사랑의 풍경은 청년들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못하는 시대 조류와 관련이 있다. 그 이유에 관한 자세한 분석은 차고 넘치니 생략하자. 핵심은 불안이다.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회적 존재로 생존하기 위해, 삶에서 의미를 길어내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동안 사랑이 사치가 되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조건이 가장 심층에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 불안은 정신적 공황으로 이어지고 그럴수록 사랑은 점차 멀어진다. 영화의 네 주인공 에밀리, 카미유, 노라, 앰버도 마찬가지다. 접촉하지만 깊이 있는 관계를 형성하지는 않고, 미련은 있지만 사랑이라 부르기는 머뭇거리며, 그마저도 복잡하게 뒤엉키는 감정들. 〈파리, 13구〉가 ‘낭만의 도시’라 불리는 파리를 흑백의 질감으로 담아냄으로써 전달하고자 하는 건 바로 이 혼란스러운 감정의 궤적이다.
아시아계 여성인 에밀리는 프랑스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대학을 졸업했지만 콜센터에 다닌다. 콜센터에서 일하기로 결정하자 오히려 부모님이 좋아했다는 그녀의 말은 유럽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여성이 마주한 현실을 단적으로 포착하여 전달한다. 그러나 자그마한 반전이 있다. 에밀리는 알츠하이머로 요양원에 있는 할머니 집에서 생활한다. 게다가 그녀의 언니는 의사로 일한다. 즉, 에밀리가 가난 때문에 콜센터에서 일하는 게 아니란 소리다. 그녀는 어떤 공허, 외로움의 상태에 있다. 어쩌면 콜센터도 이 감정을 달래기 위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콜센터는 '대화'가 가능한 공간이니 말이다. 이는 에밀리가 룸메이트를 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적극적으로 친밀한 관계를 모색하지는 않지만 혼자 있고 싶지는 않은 상태. 아마도 파리의 에밀리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의 수많은 청년의 모습이 이와 같을 것이다.
룸메가 되고 싶다고 에밀리를 찾아온 사람은 카미유라는 이름의 남자다. 에밀리는 남자와는 룸메이트가 될 수 없다며 거절하지만, 카미유의 사정을 듣고는 그를 룸메로 받아들인다. 사실 카미유가 여자인 줄 알았다는 에밀리의 말도 의심쩍은 구석이 있다. 이왕 친밀성을 나눌 사람을 찾는다면 육체적 친밀성까지 나눌 수 있는 남자가 더 적합할 수도 있다. 그녀가 적극적으로 카미유를 욕망한다는 점도 정말 에밀리가 카미유의 성별을 몰랐는지를 의심케 한다. 어쨌든 둘은 동거를 시작하고 종종 섹스를 하며 조금씩 관계를 맺어간다.
그러던 중 화면이 바뀐다. 새로운 주인공은 노라다. 늦은 나이에 대학에 들어간 그녀는 공부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그녀를 인터넷 성인방송 진행자로 착각한 사람들이 이를 악용해 엉뚱한 소문을 퍼뜨렸기 때문이다. 결국 노라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학교를 그만둔다. 에밀리의 공허함이 그러하듯, 노라의 경험 역시 ‘보편적’인 데가 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여성이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심지어 자신이 피해자인 섹스 스캔들로 조직을 떠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에밀리에게 그러했듯, 노라에게도 반전이 있다. 노라는 호기심과 분노, 체념이 뒤섞인 상태에서 자신의 닮은꼴이라는 인터넷 성인방송 진행자 앰버의 방송을 시청한다. 그러고는 홀린 듯 돈을 내고 일대일 영상통화를 시작한다. 앰버는 동성 고객을 자주 만나봤다는 듯 원하는 것을 말해달라며 능숙하게 노라를 대한다. 그러나 노라가 고객으로 자신을 찾은 것이 아님을 알고는 조금씩 대화를 이어가며 에밀리‧카미유처럼 관계를 쌓아 나간다.
따로따로 진행되던 두 이야기가 만나는 건 파리의 한 부동산에서다. 학교를 나온 노라는 부동산에서 일을 시작하는데, 그곳은 박사 준비 중 돈을 벌기 위해 친구의 부동산을 대신 맡아 운영하는 카미유가 일하는 곳이었다. 에밀리와 몸을 섞으면서도 마음을 주지는 않았던 카미유는 노라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녀에게 다가간다. 노라 역시 카미유에게 끌린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장벽이 있다. 노라는 카미유와 만날 때마다 분위기에 맞춰 억지로 자신의 몸과 감정을 연출한다. 앰버와 대화를 나누며 진정한 위안을 얻기 시작한 그녀에게, 카미유와의 인위적 만남은 점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어느새 카미유를 사랑하게 된 에밀리, 에밀리와는 쾌락을 나누고 싶을 뿐 마음은 노라에게 가 있는 카미유, 그런 카미유에게서 답답함을 느끼는 노라, 한 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진 노라와 앰버. 이것이 세 명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이 맺은 관계의 지형도다. 저게 사랑인가 싶을 정도로 가볍지만 무시할 만한 무게는 아닌 감정, 인터넷으로 만난 관계는 진지할 수 없다는 통념을 조금씩 벗겨내는 감정, 희미한 호감이 있지만 적극적 구애로 전환하기는 애매한 감정. 이것이 바로 〈파리, 13구〉가 포착한 현대적 사랑의 풍경이다. 이 영화를 해피엔딩을 곁들인 로맨틱 코미디로 소개한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인터뷰*도 인상적이다. 그는 자칫 가볍고 무의미해 보이는 청춘의 감정을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그 안에도 행복의 가능성이 있음을 절제되었으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영화에는 넘치도록 강렬한 여성‧퀴어 캐릭터를 창조해온 셀린 시아마 감독이 각본에 참여한 흔적도 잘 묻어난다. 청년이 사랑하는 방식이 궁금한 사람 혹은 내 경험이 사랑이 맞는지 헷갈리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서 날카로운 통찰이 전하는 잔잔한 위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다시 한번, 파리는 낭만의 도시가 되었다.
*http://www.segye.com/newsView/20220428514629?OutUrl=naver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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