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2022-04-17 12:59:24
#앵커 / The Anchor, 2022
또박또박한 두루뭉술
1. 어디, 안 힘든 사람이 있겠다만...
영화의 주인공 "세라"는 9시 뉴스를 진행하고, 방송국의 간판 앵커로 표면적으로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의 표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남자들이 득세하는 회의장'에서 유일하게 여성으로 참여한 모습은 "유리천장"을 뚫어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내 "세라"의 입에선 자신의 자리에 치고 올라오는 후배 "승아"를 깎아내리는 말이 나온다.
대개, 이런 영화들이 빠지는 "자가당착"에는 "남성"은 나쁘고, "여성"은 바르게 묘사하는 것인데, <앵커>는 이에 빠지진 않는다.
"조직의 구조"로 들어가면서, '갑과 을'이 아닌 '을과 을'이 대립하는 구도를 그려낸다.
그도 그럴 것이 끝을 제외하고는 극에서 "세라"와 "승아"는 직접적으로 감정을 드러낸 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감정을 건드린 건 "앵커"의 자리를 결정짓는 방송국들의 수뇌부들이니까...
2. 너만 아니었다면?
"암세포들도 어쨌든 생명이에요."
<오로라 공주, 2013>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상투적인 기분을 떠나 1. 숙주와 함께 하며, 2. 숙주의 생명을 다하면 같이 죽으며, 3. 무한히 성장한다.는 점에서 '태아와 암세포'는 꽤 많은 것들이 닮았다.
그런 점에서 극 중. "임신"으로 남편과의 불화를 겪는 "세라"와 "미혼모"의 이야기는 "경력단절 여성(a.k.a. 경단녀)"를 자연스레, 연상시키며 '과연, 여성의 "모성"은 임신과 함께 필연적인가?'라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건넨다.
강아지와 고양이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키우는 반려동물들의 종류는 날로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치타"는 아직 이뤄지지 못하는데 주된 이유로는 번식을 하지 않는다.
물론, 이 말고도 다양한 원인들이 있겠지만 이들의 서식지부터 드넓은 초원지대라서 천적들로부터 숨을 곳도 없다.
"대학생였지만, 딸의 출생으로 대학을 자퇴했고 남편이자 아이의 아버지의 정체는 몰라 가족들은 전화를 피했다"라며 딸과 함께 생을 달리한 "미혼모"와 함께 '임신'을 포기한 "세라"에게 "임신"은 축복보단 두려움, 생존이었을거다.
3. 고통의 정도에 비례하는 재미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사이코 스릴러"로 접목한 <앵커>의 모습은 재밌다.
이런 이유에는 '이야기의 개연성'과 '배우의 연기력'에 있을 텐데, 필자는 '배우의 연기력'에 좀 더 힘을 실어주고 싶다.
<써니, 2011>의 "본드녀", <한공주, 2014>의 "피해자"까지 맡은 작품 내에서 "천우희"분이 고통을 받으면 받을수록 재밌다고 느끼는 1인이다. (물론, <멜로가 체질, 2019>과 <비와 당신의 이야기, 2021>을 보면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고 봐야겠지만...)
그런 점에서 <앵커>는 "천우희"분의 징크스가 그대로 이어진 작품이고, 그녀의 엄마로 등장하는 "이혜영"분도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준다.
다만, '이야기의 개연성'에는 아쉬움이 생긴다.
범인이 드러나지 않은 "미혼모"의 이야기는 극 중. "세라"의 "트리거(trigger)"로 운용하는 제법 범위가 넓다.
하지만, 후반부로 진행할수록 "세라"와 그녀의 엄마 "소정"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이야기를 저 멀리 치워버린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잠시 까먹을 수 있겠지만, 부피가 커진 보릿자루에도 눈길이 자꾸만 가는 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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