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er_IN2022-04-18 16:01:53
2022년 개봉한 영화가 맞나 싶은 <야차>
2000년에 개봉했어야 했는데..
영화 <야차>
※ 스포일러가 많아요! ※
스파이들의 진짜 전쟁 영화라고 기대를 잔뜩하게 한 영화 <야차>가 지난 4월 8일 넷플릭스에 공개되었다. 영화가 말도 안되는 지점이 정말 많은데 가장 말이 안되는 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 영화가 2022년 4월 8일에 개봉했다는 점... 2000년 4월 8일에 개봉한 것이 아니라니... <야차>는 명백한 장르 영화로 액션 첩보물과 버디 무비의 특성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상업영화의 장르물이기 때문에 영화는 관객에게 장르물에서 보여줄 최소한의 만족감을 '반드시' 선사해야한다. '반드시'라는 말이 붙는 이유는 이 영화가 엄청난 메시지를 가지고 뭐 사회 이데올로기의 핵심을 관통한다거나 엄청난 미장센이나 연출로 영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애초에 영화 제작 목적이 '재미 = 많은 관객 = 돈'이다. 이 영화를 혹평하는 이유가 바로 이 점에 있다. 장르 영화의 매력을 찾을 수 없다.
첩보, 액션물에서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는 방식은 여러가지가 있다. 속이 뻥 뚫리는 멋진 총격신, 스파이들의 상상할 수 없는 작전과 계획, 서로를 속고 속이는 관계 등 말이다. <야차>는 이런 요소를 단 하나도 갖추지 못 한다. 주인공 설경구가 맡은 지강인은 상대방이 자동 소총을 들고 있는 와중에 무슨 이유인지 권총만 고집한다.(방탄복 착용도 솔직히 말도 안되는데 이는 작품 내에서 나름 핵심 요소로 활용되니.. 영화적 장치라고 이해라도 해본다...) 그러고는 50M 이상의 표적을 한 손파지법으로 모두 맞추는데 그러면서 자신은 단 한 발도 안 맞는다. 상대방이 단순히 아마추어 용병도 아니고 (아마추어 용병이라 해도 자동 소총을 가지고 권총을 상대 못 하는 것은...) 다 제대로 훈련 받은 정예 부원들인데 아무리 지강인과 블랙팀이 최청예라고 한들 모든 전투에서 절대적으로 압승하는 것은 영화적 허용도 정도가 있다.. 명색이 액션 첩보물인데 기본적인 총기 상식은 조금 지켜줘야하지 않을까 싶다... 아니면 차라리 블랙팀과 지강인에게 지상 최대의 요원이라는 서사라도 부여하였으면 억지로라도 이해했을 것이다.
다음으로 설경구의 블랙팀이 최정예 요원이라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모든 작전을 수행한다는 점도 영화적 허용으로 넘어가겠는데 그들이 수행하는 작전을 보면.. 전술이라곤 없다. 그냥 뭐 기존 첩보물에서 그럴듯한 작전 몇개 빼서 섞은 느낌이다. 옥상에 쥐를 푸는 거나, 땅굴로 들어가는 거나.. 솔직히 억지스럽다. 쥐 하나 풀었다고 뚫리는 경비 시스템이나, 그렇게 세상 모든 정보 가진 것 처럼 행동하면서 인질을 감금한 지하에 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나 조금만 생각하면 말도 안된다. 이 모든 사건이 지금 우연의 일치로 서사가 진행된다. 쥐를 푸는 것이 100% 경비를 뚫을 수 있는 필승 작전이라고 하기엔 변수가 너무나 많고, 지하에 땅굴은 없었더라면 애초에 인질을 구할 수 조차 없었다. 전래동화 마냥 극본이 우연과 운으로 얼렁뚱땅 넘어가 버린다.
첩보물에 꽃인 스파이들의 관계 묘사가 기가막히는 것도 아닌게 비슷한 영화 3편만 봐도 누가 이중 첩자일지 대충 보인다. (농담 안하고 영화 보면서 뒤통수 때릴 것 같은데? 싶은 인물이 모두 그런 인물이었다..) '배신'이란 요소가 첩보물에서 클리셰지만 몇번이고 꼬아서 관객을 속이려고 노력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너무나 정직하고 우직하게 '두더지'(영화 내 이중 첩자를 부르는 말)가 예상되니 그냥 의무적으로 장르 영화에 있어야할 장치이니 넣은 느낌이다. 양동근 배우가 두더지가 아니었어도 영화 진행에 전혀 문제가 없고, 애초에 그 장면 자체가 통으로 빠져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첩보물의 매력이 없다면 버디 무비의 매력은 보이는가? 그것도 아니다. 기존 액션 첩보물의 남성 주인공의 모습인 젠틀하고 정의감 있는 모습과 달리 지강인(설경구)은 거침 없고 폭력적이다. 이런 지강인과 반대되는 인물은 한지훈(박해수)으로 원리 원칙이 최우선인 정의감 넘치는 검사 역할이다. 이 둘의 대립과 화합은 영화 <야차>가 가진 메시지의 전부이다. '정의는 어떤식으로든 지켜져야 한다.'는 점 말이다. 버디무비 특징 상 우정을 다룬 만큼 둘의 정의에 대한 사상의 차이는 충분한 캐릭터들의 대립과 화해를 통해 좁혀지고 종장에는 하나로 맞춰져야 하는데 그런 점이 전혀 없다. 어떤 부분에서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지는지 대충은 알겠으나 설득력이 없다. 애초에 박해수가 맡은 한지훈이 너무나 수동적인 캐릭터로 나오기 때문에 캐릭터 매력이 너무 딸리는데 그마저도 설경구가 맡은 지강인 캐릭터가 거의 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 가니 말 다했다..
? 액션 영화라고 하기엔 조약한 연출과 10년은 지난 유행의 전투 장면, 첩보 영화라 하기엔 전략도 전술도 긴장감도 없는 작전과 대립 관계, 메시지 마저도 이렇다 하게 정답을 내놓은게 아닌 정치적 프로파간다 수준의 영화 <야차>.. 극장에 안나오고 넷플릭스 개봉인 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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