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징2023-02-03 10:14:19
연예인이 밥 먹여 줘? 네!
'케이팝 제너레이션' 리뷰 feat. 덕후의 이야기
케이팝 제너레이션
(TVING, (목) 16:00 공개)
크리에이터: 정형진, 임홍재, 차우진
지난 1월 26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 '케이팝 제너레이션'! 보셨나요? 1세대 아이돌 강타부터 4세대 아이돌 엔시티까지 다양한 보이그룹, 걸그룹이 나와 화제가 되었는데요. <케이팝 제너레이션>은 단순히 아이돌을 관찰하는 예능이 아니라 그들을 사랑하는 팬의 이야기이자, K-POP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소위 '머글'도 다가가기 쉬운 프로그램이었답니다!
저도 케이팝 음악을 사랑하고 다양한 아이돌을 찾아보며 좋아하는 입장이지만 찐팬(??) 같이 앨범을 사고... 이런 적은 없거든요. 저에게는 생소한 문화지만 저렇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있다면, 그리고 나에게 그런 사랑을 주는 이가 있다면 그건 정말 이상적인 관계다라고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그와 반대로 '탈덕'한 팬의 입장도 나와요
오세연 감독님의 '성덕'이란 영화 아시나요
10대 시절을 바쳤지만 스타에서 범죄자로 추락한 오빠
좋아해서 행복했고 좋아해서 고통받는
실패한 덕후들을 을찾아 나선 X성덕의
덕심 덕질기를 담은, 2022년 실패 없을 올해의 최애작!
영화 '성덕' 줄거리
말 그대로 내가 좋아하던 나의 연예인이 한순간에 범죄자가 되어... 팬을 그만두어야 했던 현실 자각 타임(?!)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슷한 예로 모 보이그룹의 멤버의 불미스러운 사생활이 터지자 '좋아해서 죄송합니다'라는 영상을 찍은 유튜버 '유덕모' 님의 영상도 있죠 ㅎㅎ 유덕모 님들도 케이팝 제너레이션에 출연하셨어요 ㅋㅋ
또한 케이팝 산업의 다양한 전문가 분들은 물론 실제 일본의 앨범 가게에서도 인터뷰를 따 왔고, LA 에이티즈 생일 카페에도 다녀오셨더라구요! 제작진분들이 정말 케이팝의 위상을 알리기 위해서 이 나라 저 나라 다녀오신 흔적이 차고 넘쳐 . . . !! 고로 단순히 즐기기 좋은 예능 프로그램임과 동시에 K-POP 업계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기 좋은 현장감 생생한 다큐 같기도 하다는 점!
시청은 TVING에서 하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바라요~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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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인터뷰] 영화에 녹아든 시선
*국문 인터뷰 하단에 영문 인터뷰 번역도 함께 준비되어 있습니다:)
There is also an English interview translation at the bottom of the Korean interview:)
▶Date: 5 /5
▶Interviewee : Adam Wong (A)
▶Editor/ Interviewer : 윤채원 chaewon Yoon (Y)
in 북눅 전주(Booknook Jeonju)
Y: 제일 처음 ,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 (원제: The way we talk) > 이라는 제목만 보고 영화를 접했을 때는 ‘인물들이 이야기 하는 다양한 방식, 방법을 보여주는 이야기인가?’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인물이 이야기하는 방식보다는 오히려 인물들이 자신의 가치랑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에 이야기가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혹시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통해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 이야기 하고 싶었던 점은 어떤 것일까요?
A: 이 영화가 가지는 핵심 가치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예요. 사실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생각해 봤더니 지금까지 저의 모든 영화들은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더라구요. 그렇지만, 특히나 이번 영화는 굉장히 사전 조사도 많이 했고, 실제 사례들에 많은 기반을 두었고,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 잘 드러나지 않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아까 주제로 소통하는 방식에 대해 언급 해주셨는데, 소통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사실 진정한 나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을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죠. 우리가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과 얼마나 다르고, 또 비슷한지 알아야 하고, 그것은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에요.
영화 속 세 등장인물은 모두 소통 방식이 다릅니다. 한 명은 수어만을 사용하고(Wolf), 한 명은 인공 와우와 수어를 함께 사용하고(Alan), 한 명은 인공와우(CI)를 사용하여 수어를 사용하지 못합니다(Sophie). 저는 이들을 통해 '인공 와우를 착용했을 경우 더 잘 말할 수 있다' 이런 것들에 집중 했다기보다는 그들의 정체성이 가진 가치에 집중하고 싶었어요. 왜 그는 수화를 지금까지 계속해 왔는지, 인공 와우를 왜 거부하는 지에 집중했던 거죠. 울프는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했고, 가족들도 모두 수화를 사용하기에 어릴 적부터 그 언어에 익숙했던 반면, 소피는 후천적으로 청력을 잃게 된 케이스에다가 부모님은 모두 들을 수 있는 청인이잖아요. 그러니 그녀의 부모님은 아이가 아프다고 생각하고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가도록 치료 되길 바라는 거죠. 수어를 배우는 대신 인공 와우 이식 수술을 받고요, 그러나 인공 와우의 문제는 안경처럼 맞춘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좋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사람들에게는 실패 가능성이 되게 높아요. 인공 와우를 착용한다고 해도 근거리에서 들리는 소리와 원거리에서 들리는 소리를 잘 구분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에 적응이 어려울 수도 있죠. 앨런의 경우에는 수화와 말이 모두 가능하잖아요, 그는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데 ,사람들이 흔히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면 수화만 한다고 생각을 하죠. 그렇지만 사실 스펙트럼이 되게 광범위하고,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들이 가진 생각들이 서로 대치하기도 해요. 이것과 관련해 그들이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어떤 탐구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사회와 같이 협력하는지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Y: 방금 이야기해주셨던 것처럼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에서도 그렇고, 이전 작품들에서도 계속해서 감독님께서는 청춘이나 정체성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다루셨는데, 그런 주제들에 관심을 갖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A: 사실 뭐라 딱 떨어지게 설명을 할 순 없지만, 주제가 먼저 저에게 다가오고 그다음 그로부터 어떤 동기 부여가 되는 순간이 딱 찾아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10년 전에 제가 <댄스 스트리트 The way we dance >를 만들기 시작했을 땐, 제가 가르치던 학교 앞에 있는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왜 춤을 추지?’라는 생각에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진정한 나를 찾는(True self) 것이 저에게 너무 중요한 문제가 된 것 같아요. 저, 그리고 홍콩에서 뿐만 아니라 우리 세계에서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동시대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의 경우, 5년 전 우연히 한 단편 영화 대본을 받았는데, 그 중, 물에서 수어를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그전까지는 제가 청인이다 보니 말하지 못하는 것은 불리한 것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물 안에서 말을 사용하지 않고, 오히려 수화로 물속에서 훨씬 더 자유자재로 소통을 잘하는 것을 보고는 생각이 바뀌었죠. 그 영화는 아직 실제로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그 한 장면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우리는 흔히 그들을 청각 장애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것은 장애가 아니라 그들만의 문화인 거예요. 그래서 deaf가 아닌 대문자 D를 사용해 Deaf (고유명사)로서 그들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어느 날 친구, 그리고 농인분들과 같이 저녁을 먹을 기회가 있었는데, 그 식사 시간에 농인 친구들에게 만약에 나중에 기술이 엄청 발달해서 하루 만에 들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에 관해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들이 지금 그대로 사는 걸 선택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이미 그들의 문화가 형성되어 있는 거죠. 그때 뭔가 허를 찔린 기분이었고, 마침 그 자리에 프로듀서가 함께 있었는데 이걸 장편 영화로 만들어 봐야겠다고 함께 이야기하게 되었어요.
Y: 영화 속 인물의 대화나, 아이가 그리는 그림, 앨런이 찍은 사진 등 문어가 많이 등장했던 것이 인상 깊었는데, 혹시 특별히 문어를 언급하신 이유가 있는지, 혹시 문어의 움직임이 수화와 관련이 있어서는 아닌지 궁금했었어요. 저는 보면서 문어의 자유로운 움직임과 표정도 다양하게 사용하고 손 마디마디 유연하게 활용하는 수어가 유사하다고 느껴졌거든요.
A: 문어가 영화를 봤을 때 인상 깊게 다가왔나요?
Y: 네. 사실은 며칠 전에 한 영상에서 문어는 뉴런이 다리에도 있어서 다리 8개를 다 각각 독립적으로 유연하게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요, 그래서 인지 그런 문어의 자유로운 움직임이 표정부터 손 마디까지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수화랑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상 깊게 다가오더라고요.
A: 흥미로운데요. 사실 특별한 뜻이 있던 건 아니에요.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비롯한 농인에 대한 많은 영화들에서 바다도 많이 등장하는데, 바다 또한 저는 의도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림을 그리는 장면 같은 경우엔, 소피가 아이들에게 바다를 주제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도록 한 것이었는데 제가 생각하기에는 문어가 해양 생물 중 그리기 가장 단순한 느낌이 아니었나 싶어요 (웃음).
Y: 그렇군요(웃음) 아, 아까 영화 속에 세 가지 서로 다른 소통 방식이 등장한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영화의 도입부터 사운드 디자인이 다양하게 구성됐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혹시 이것도 관객이 그들의 소통을 경험해보길 원했던 마음에서 기획하신 걸까요?
A: 맞아요.그냥 글로써 읽었을 때는 인물의 심리가 이해가 잘되었는데, 영화로 만들고, 혹은 대본으로 쓰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사람들이 인물들을 이해하기 어려워 하더라고요. 이 기계가 왜 필요한 건지, 소피의 말에 울프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글을 총 4명이 함께 썼는데, 우리가 쓰면서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던 것들이 막상 대본화가 되니까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더라고요.
자신만의 개성이나 성격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건 어렸을 때부터 자라온 성장의 경험이에요. 예를 들면 처음부터 듣지 못했다던가, 아주 조금만 들렸다거나, 그러한 경험들인데, 이런 것이 단순히 이미지나 글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니까 사운드 디자인에 신경을 써서 관객이 그들과 유사한 히어링 포인트를 포착하고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Y: 사운드 디자인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해주셨는데, 사운드 디자인 외에도 이 영화를 연출하며 특별히 더 신경을 많이 쓰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물론 영화의 모든 부분은 중요하지만요. (웃음)
A: 농인의 문화가 어떤 다양한 측면에 침투해있는지 보여주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대본 구성부터 후반 작업, 촬영 등 모든 과정에서 이 Deaf 문화를 어떻게 투영할 것인가, 청인과 농인을 가리지 않고 영화를 봤을 때 모두가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자막 작업을 해야 할까 하는 지점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 중에서도 영화 작업을 위해 조사를 하다 보니 발견한 건데, 인공 와우를 사용해도 무조건 잘 들리는 건 아니고, 그것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의 문제도 많더라고요. 조사를 하며 그런 점들을 깨닫게 되고,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사운드 디자인에 더욱 신경을 쓰게 되었던 것 같아요.
Y: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벌써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되었네요.. 슬슬 마무리를 해야할 것 같은데 동시대 사회에서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영화의 역할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A: 너무 거대한 질문인걸요 (웃음) 음...사람들에게는 스토리가 필요하고, 특히 요즘 같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사람들에게 스토리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해졌고,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가야 되는지 의미를 찾아야 하고, 그러한 의미들이 더욱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가장 강력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스토리텔링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엔 극장 말고도 숏폼이나 틱톡, 유튜브와 같이 영상을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어요. 비록 이렇게 영화를, 스토리를 보여주는 방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영화가 가진 스토리텔링의 힘은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엔 주말에 가족끼리 영화를 많이 보러 갔었는데 요즘은 극장을 찾는 사람이 많이 줄었잖아요, 그런 측면에서는 한편으로는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이 이전보다 더 특별한 의미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Y: 공감이 가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다음 작품에서 그리고 싶은 인물이 있으신가요?
A: 아직 다음 계획은 없지만, 이 영화를 준비하며 오랜 시간 농인 문화에 대해 조사를 했고, 또 그 과정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서 다음 작품에서도 이 주제를 조금 더 이어가 보고 싶긴 해요. 한번만 촬영하기엔 자료들이 너무 아깝고 영화를 준비하며 농인에 대한 관심이나 영감이 더욱 많아져서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만 이번에는 수어 자체 뿐 아니라 수어 통역사에 대해서 조금 더 집중을 해보고 싶은데, 이번 영화보다는 조금 더 빠른 속도로 작업을 해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웃음)
Deaf culture은 한 가지로 특정할 수 없는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단순히 말로 분명히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일까, Gv와 인터뷰를 통해 만난 그는 주어진 시간 내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풍부한 이야기를 모두 표현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짧은 시간에 아쉬워하는 사람이었고, 그러한 모습은 그가 누구보다 이 이야기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사람이란 걸 느끼게 해주었다.
그가 영화를 설명할 때 항상 사용하는 단어 중 하나는 ‘스펙트럼’ 이다. 우리의 고정관념과 달리 농인의 세계와 인생에도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여러 가지 측면과 다양한 생활 방식이 존재하고, 그는 이런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인물들을 영화에 담음으로써 단순히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 세상과 협력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을지',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수 있을 지' 보여준다.
그는 5/7일 열린 GV에서 울프와 소피, 앨런의 아역을 맡았던 배우를 제외하고는 전부 농인 배우였으며 ,수어 담당 조감독과 함께 작업했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약 5년 간 그들의 문화에 대해 공부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등장인물이 그토록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에게 와 닿았던 것은, 어쩌면 농인, 그리고 사회를 향한 감독님의 세심하고 따뜻한 시선과 소통방식 덕분이 아니었을까?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 애정을 가득 품은 그와의 대화를 통해, 그리고 영화 <우리가 이야기하는 방법>을 통해 나는 작은 일상의 가치들과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돌아보며 나는 어떠한 따뜻한 시선과 방식으로 우리 사회를 바라보고 느낄 수 있을 지, 나는 어떤 존재로 타인과 소통하고 이 사회 속에서 존재하고 있는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
Y: The first thing I’d like to ask is about the title, The Way We Talk. When I first watched the film, I thought it might be about different ways of communication. But after watching it, I felt that it was more focused on how the characters explore their own identities and values. What did you want to convey through this film?
A: The central theme of this film is identity, the searching of true self After making the film, I realized that all of my past works have always been about the same topic. But this time, the film (The Way We Talk) is based it on real-life cases, and I thought it’s a good chance to me to talk about this topic that are still rarely shown in our society.
And I think communication can also be seen as a main theme because communication is very important to construct true-self, and I think true self be defined by “others’. To understand who we truly are, we need to research how we are different and similar to others—and that happens through communication.
The three main characters in the film all communicate differently. One uses only sign language to communicate other people(Wolf), another uses both sign language and a cochlear implant (CI) (Alan) , and the third uses a CI and doesn’t sign at all(Sophie). I wasn’t focused on whether someone with a CI could speak better—I wanted to highlight the value of identity. For instance, why did one character continue using sign language? Why did they refuse a CI?
Wolf was born deaf and his whole family uses sign language, so he grew up with it as his first language. Sophie, on the other hand, lost her hearing later, and her parents are hearing people. So they viewed her as “sick” and wanted her to be “restored” to her original state. That’s why she had cochlear implant surgery instead of learning sign language. But 'CI' doesn’t work the same way for everyone. They’re not like glasses that simply correct a problem—they often don’t work, or make it hard to distinguish between near and far sounds, making social adaptation difficult. Many people assume that deaf people only sign, but in reality, they have a wide spectrum. People make different choices depending on the situation, and their perspectives can even conflict with one another. I wanted to show how these characters explore their identity, and how they collaborate and communicate with society.
Y: This film, and your previous works have often deal with 'youth' and 'identity'. Did you have any special reason that you to tell these stories?
A: It’s hard to explain in a very structured way, but I think, always the topic comes to me first—and then later, some story that inspired me to develop the story. I have a moment of motivation that sparks everything. For example, when I made <The Way We Dance> ten years ago, it started with me watching some people dancing in front of a convenience store near the school where I was teaching. I thought, “Why are they dancing?” and that was the beginning.
More recently, finding one's true self has become very important. I think It’s not just about me or Hong Kong, but about the whole world. I feel that discovering our true selves is a value that we all need to reflect on today. As for this film, it started about five years ago when I happened to read a short film script. There was a scene where someone was signing underwater. As I'm a hearing person, I used to think of being unable to speak as a disadvantage, but that scene changed my perspective. Underwater, people can’t talk—but signers can still communicate freely. That struck me. That film hasn’t been made yet, but that scene stayed with me. We often refer to them as “hearing-impaired,” but it’s not really a disability—it’s a culture. That’s why I want to use a capital “D” in 'Deaf' to highlight their identity. One night, I had dinner with some Deaf friends, and I asked them: “If technology advanced and you could hear again in just one day, would you choose that?” They said no—they’d rather live as they are. That moment really struck me. My producer was there too, and we decided to make a feature film on this topic.
Y: I was really struck by how often octopuses appeared in the film—whether in the characters’ conversations, in the child’s drawings, or in the photos Alan took. I was wondering if there was a particular reason you chose to include octopuses. Was it perhaps related to sign language? While watching, I felt that the octopus’s fluid movements and expressive nature were quite similar to sign language, which also uses a wide range of expressions and the flexible movement of each finger.
A: Oh, the octopus made a strong impression on you?
Y: Yes. I recently learned that octopuses have neurons in their legs, so each arm moves independently and flexibly. And when I watched a movie, I thought moving of octopus looks like sign language, in freedom and flexibility. Especially, I thought it is similar with flexible finger moments and using facial experiences of sign language.
A: Interesting.. But actually, I didn’t include them with that intention. In the scene where Sophie teaches children, she asks them to draw the sea freely. I think the octopus is just the simplest marine creature to draw. (laughs) Also, many films about Deaf people—like those by Takeshi Kitano—often feature the sea, but actually, I'm not that intention and that's not my inspired. I was inspired this film by that earlier short film script, the one scene in that script, I felt that the ocean was a space where Deaf identities were fully expressed, a place where only they could communicate freely.
Y: I see (laughs). Earlier, you mentioned that the film features three different communication styles, and from the very beginning of the movie, I could feel that the sound design was quite diverse. Did you plan this with the intention of allowing the audience to experience their ways of communication?
A: Yes, exactly. When we wrote the script, everything made sense to us, but when we turned it into a screenplay and showed it to others, they had a hard time understanding, for example, Sophie needed the device or why Wolf was so angry at her. Four of us co-wrote the script, and what felt natural to us didn’t always translate well on screen.
We realized that each character’s upbringing—whether they were born deaf or lost their hearing later—shaped their personalities and ways of interacting. But I think just writing or showing that isn’t enough. So I paid attention to the sound design—to help the audience experience what hearing might be like for each character and to better understand them.
Y: Aside from sound design, what aspect of the film did you pay the attention to?
A: I focused on showing how Deaf culture permeates many aspects of life. From scriptwriting to post-production and shooting, I constantly thought about how to reflect Deaf culture and make it understandable to both hearing and Deaf audiences. Subtitling also was important. During our research, I learned that even with 'CI's, hearing is not guaranteed. There are many issues when the device doesn’t work properly, So that's why I put so much effort into the sound design—to show these realities clearly.
Y: As our conversation comes to a close, time has flown by so quickly. Before we wrap up, I’d love to ask—what do you think is the role of cinema in today’s society?
A: That’s a huge question! (laughs)
Umm.. I think people need stories—especially now, when the world feels more complex and unpredictable. There are more problems, more confusion. So people need meaning in their lives, and stories help with that. Cinema is one of the most powerful ways to tell those stories. Fewer people go to the theater these days. We now have short-form videos, TikTok, YouTube. Though the platforms have changed, I don’t think the storytelling power of cinema has diminished. And nowdays, watching a film in the theater has decreased, so watching a film in a theater become more special than before—maybe even more meaningful.
Y: Oh..Time's up. Last, do you have any specific characters you’d like to explore in your next film?
A: I don’t have any set plans yet, but after all the research I’ve done on Deaf culture, I feel like I want to continue exploring this topic. It feels like a waste to stop now—I’ve gained so many insights into the Deaf community. But this time, I’m interested in focusing more on sign language interpreters. And I also want to work at a slightly faster pace than with this film.
Deaf culture has various aspects that cannot be defined in one word, so it is difficult to express it clearly in words. Perhaps that is why, when I met him through an interview with GV, he was someone who regretted not being able to express or explain all the rich stories that could not be expressed in words in a given time, and this made me feel that he is a person who has more affection and interest in this story than anyone else.
One of the words he always uses when describing movies is ‘spectrum.’ Contrary to our stereotypes, there are many aspects and lifestyles that we have not thought of in the world and life of deaf people, and by including characters with such a diverse spectrum in the movie, he goes beyond simply showing their daily lives and shows us ‘how we can cooperate with this world,’ ‘how we can find our true selves,’ and ‘how we can communicate with the world while maintaining our individuality and identity.’
He said that, except for the actors who played the younger roles of Wolf, Sophie, and Alan at the GV held on May 7, all of them were deaf actors, and he worked with an assistant director, who in charge of sign language and studied their culture for about 5 years to make the film. The reason the characters in the film were able to communicate so freely, and their warm hearts touched us, was perhaps because of the director’s meticulous and warm gaze and communication style toward the deaf and society?
Thanks to Adam, through conversations with him, who was full of affection for what he wanted to say, and through the film <The Way We Talk>, I looked back on the values of small daily lives and the world around us, and thought about what kind of warm gaze and method I could use to look at and feel our society, and what kind of being I am to communicate with others and exist in this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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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우울이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기반하여 작성된 글입니다.
출처 : 왓챠피디아
"나는 쓸모없는 사람일까?"
한 고등학교 교실의 쓰레기통에서 주인 모를 유서 내용의 편지가 발견된다.
대입 시험을 앞두고 교감은 이 일을 묻으려고 하고, 정 선생은 우선 이 편지를 누가 썻는지부터 찾아보자고 한다.
"일기야, 안녕? 오늘부터 매일 일기를 쓰기로 했어"
편지와 학생들의 글씨 모양을 비교하던 정 선생은 편지 속 한 문장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오래된 일기장을 꺼내 든다.
열심히 쓰다 보면 바라던 어른이 될 거란 믿음으로 써 내려간 열 살 소년의 일기.
정 선생은 일기를 읽으며 묻어뒀던 아픈 과거와 감정들을 마주하고, 학생들을 위해 마음을 열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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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줄거리와 대표 스틸컷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연소일기>는 이른 학업 스트레스로 인해 심리적 고통을 경험하고 있는 어린 아이와 그런 아이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한 선생님의 이야기로 보여진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니, 단편적으로 스토리를 정리하자면 잘못된 내용은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보고 느낀 스토리는 위 내용이 주가 아니었다.
나는 보통 '공포'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가 아니면 정말 명작이라고 떠들썩한 작품(예를 들면 <괴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같은)이 아닌 이상, 크게 관심이 가지 않는다. <연소일기>는 이런 예외에 속하는 한 작품이었다. 2024년 11월 13일 개봉일 한참 전부터 포스터 디자인과 스틸컷에 나온 분위기, 스토리 등에 흥미가 생겨 '꼭 봐야지'라는 생각으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다. 이유인 즉슨,
출처 : (왼)네이버 영화 포토, (오)왓챠피디아
소년의 굳은 표정이며, 시선 처리, 낮게 가라앉은 분위기, 영화 제목의 배치, 색감 등 꽤나 완벽한 포스터 디자인이라고 생각했다. 특히나 짙은 새빨간 배경색은 옛 홍콩영화의 눅눅한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는 듯한 느낌을 주어 직관적으로 호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반면에 푸른 색감으로 구성된 포스터는 인물의 배치 자체가 조금 더 여백이 느껴지기는 하나, 그에 따라 이미지에 집중된 포스터보다는 확실히 영화의 내용이나 메시지 자체를 전달하기에 더 효과적이라고 느꼈다. 소년의 얼굴에 집중하여 복합적인 심리를 드러내는 방식과 소년이 처한 환경을 기반으로 심리를 추측하게 하는 방식이 각각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어 흥미롭기도 했다.
출처 : 왓챠피디아
위 두 가지의 스틸컷 또한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학교/학업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의자의 완벽한 배치와 그 가운데 텅빈 공간으로 인해 역으로 압박감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듯한, 나선형의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중심에 서 있음으로써 혼자서는 쉽게 파악할 수 없고 답을 찾기 어려운 현실에 처하고 있을 서사를 가늠하게 하는 주인공의 스토리가 너무 궁금했다.
익히 알고 있겠지만, 홍콩영화는 현재 왕가위 감독의 작품들로서 존재감을 잇고 있을 뿐 최근에 이르러 입에 오르내릴 만한 명작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홍콩영화 특유의 시그니처로 다시금 부상할 수 있는 작품이 기대되는 타이밍이었고, <연소일기>가 그러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어 감각적인 포스터와 스틸컷에 대한 호감과 더불어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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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1. 등장인물이 처한 갈등상황을 다루는 방식
극 초반까지는 주인공이 겪는 학업 스트레스/가정폭력, 정 선생이 겪는 직장 스트레스/유서 쓴 학생에 대한 걱정, 학생들 사이에 만연한 학교폭력/방관 등 '학교'라는 공간에 존재할 수 있는 '불행'을 그저 가볍게 늘어 놓는 수준이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으나 결말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수습하는 연출 덕분에 다행히 불쾌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보통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의 여러 갈등상황을 나열하다보면, 어느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감독 마음대로 취사 선택하여 실제 그러한 불행을 겪고 있을 사람들에 대한 예의 없이 나몰라라 하는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연소일기>는 각 에피소드를 가볍게 여길 의도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나 결과적으로 어느 하나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어느정도 수습하여 마무리한 정도에 불과했다.
여느 등장인물보다도, 학생들에 대한 집중이 가장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의 서사를 완성하기 위해 학생들의 서사를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를 보면서, 보고 난 후에도 계속되는 물음이 있다. 그래서 유서를 쓴 학생은 정확히 어떤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나? 그저 지나가는 성장통이었을까? 잠시만, 옆 학교에서 죽었다던 학생은 뭐였지? 왜 옆 학교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 학교에서 발생한 유서를 언급하지? 빈센트(극중 학교폭력을 당하던 남학생)는 학교에서 대놓고 폭력을 당하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고 그렇게 지나가는 건가? 그렇게 오래 고통 받았는데도, 마지막 인사로 치유가 되는 것인가? 등...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은 얻을 수 없다.
포인트2. 각 나이대의 감정, 경험에 대한 고찰
개인적인 경험에 빗대어 생각하자면, 나 또한 주인공과 비슷한 나이대에 우울을 경험했었기에, 사실 지금에 와서는 그 감정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고 희미한 감각일 뿐이지만, 그 당시의 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감정이었던 것은 확실히 기억한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서도 우울을 받아들이는 나의 심리적 대처방안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힘든 감정을 받아들이고 감내하는 내 방식은 극중 주인공과 너무나도 달랐다. 극중 아버지에게 훈육이라는 핑계 아래 심각한 폭행을 당하고, 어머니에게 다정함을 조금씩 경험하다가 한번씩 감정적으로 심하게 상처 받고, 유일한 또래인 동생에게 기대어보고 싶지만 늘 무시 당하는 주인공은 '애착인형'과 '만화책 속 대사'만으로 희망을 갖고 삶에 임하는 어찌 보면 과하게 순수한 반응을 보인다. 작품 곳곳에 나오는 주인공의 나레이션도 어린 아이답게 늘 밝다. 유소년 시절에 겪는 우울증을 더욱 심도 있게 표현했다면 영화 분위기와도 조화로운 모습을 보이며 더욱 효과적인 메시지를 던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동심'을 <연소일기>만의 방법으로 연출하고 싶으셨을 것으로 판단된다. 어린 주인공의 대처방식은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이루어진 시선을 접어두고 납득할 수 있다. 각자의 방식은 충분히 다를 수 있고 감독님께서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을 통해 표현하셨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정 선생이 학창시절 우연히 만난 연인 또한 인형을 좋아하고 혼자 목소리 내고 논다는 설정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더빙하는 걸 좋아하고 어른이 되어 어엿한 성우로서 전문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알 거 다 아는 학생이 혼자 놀 때 인형을 가지고 그렇게 논다는 부분은 조금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플롯에 있어 사소한 영향을 끼칠 뿐이지만, 나는 이러한 사소한 디테일에 거슬리면 작품 전체에 의문을 가지게 되는 거 같다.
포인트3. 눈에 띈 연출 방식들
1)
정 선생이 아내에게 남자애 목소리를 왜 내냐며 단순히 로맨스를 연출한 줄 알았던 장면이 마지막에 서사가 다 풀어지며 감정이 짙어지는 타이밍에 주인공의 일기장을 그 목소리로 읽어주는 포인트로 활용한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2)
처음 유서를 발견하고 어떤 학생이냐며 찾아 나서는 정 선생이, 반 아이들을 한 명 한 명 바라보며 그 학생의 목소리로 유서의 한 대목을 읽고, 또 다른 학생이 이어서 읽음으로써 유서 내용이 완성되는 연출은 매우 좋았다.
3)
당연하게도 주인공의 과거와, 현재의 정 선생이 동일시되는 연출로 쭉 이어지는 줄 알고 왜 이렇게 예상하기 쉬운 플롯으로 구성된 걸까, 싶었는데 한 번에 주인공의 동생으로 뒤집는 연출 타이밍이 정말 적절했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해당 씬 직전까지도 정 선생이 동생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은연중에 영화를 쉽게 판단하던 내 마음이 어린 정 선생이 주인공을 무시하고 은근히 자기만족감을 충족했던 것과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4)
스틸컷과 다른 분위기의, 대부분의 컷들이 과도하게 흔들리고 불안정하도록 연출한 부분도, 전체적으로 가벼운 분위기로 연출되어 무거운 주제를 보고 나왔음에도 마음 속에 무겁게 남는 무언가가 없었던 것도, 각 등장인물마다 심리적인 충격을 받을 때 삐ㅡ 소리로 일차원적인 본능을 건드려 심리적 불안을 조성하는 연출도 크게 취향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5)
엔딩 장면도, 엔딩으로 향하는 빌드업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주인공에게 무자비한 물리적/심리적 폭력을 일삼았던 아버지는 죽을 때 돼서 갑자기 왜 추억을 회상하는 것이며, 이 부분을 왜 감정 해소의 절정 씬으로 활용했는지 의문이었다. 또한, 작품이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는 주인공으로 시작했기에, 그러한 주인공의 옛 심정을 이해해보려 하는 정 선생(주인공의 동생)의 현재 장면과 함께 수미상관으로 마무리되는 건 예상 가능한 범위이기도 했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엔딩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주인공의 모습이 왜 나온 걸까? 애초에 판타지 장르도 아니거니와 현실 고발에 가까운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다가 지금의 정 선생과 어린 시절의 형을 둘의 추억 아닌 추억이 존재하는 옥상에서 마주하는 연출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도 대사 없이 표정만으로 두 인물의 복합적인 심리를 다시금 느낄 수 있도록 마무리해준 연출은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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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이 아쉬운, 죽음 직전 킬러의 복수극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잘못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행해진 일 때문이기도 하지만, 의도하지 않게 벌어진 일 때문이기도 하다. 죄책감이 마음속에서 드러나게 되는 기준은 개인마다 다르다. 죄책감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악행을 행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각자 지켜야 할 선을 정해놓고 그 선을 넘지 않으며 일을 진행하기도 한다. 어쩌면 개개인의 죄책감은 사회 전체의 도덕성 유지시키는 보이지 않는 힘일지도 모르겠다.
그 죄책감은 시도 때도 없이 아무 때나 나오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일상에서는 아무 느낌을 가지지 못하다가 어떤 조건이 생기거나 자신의 기준을 넘어서는 어떤 일이 생겼을 때 갑자기 마음속을 채우는 죄책감은 그것을 느끼는 당사자에게 고민을 선사한다. 그것이 자신이 속한 조직에 반하거나 더 나아가 조직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것이라면 더욱 그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그래서 그런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을 택하기도 한다. 은퇴 혹은 퇴직, 여행 같은 것을 행하면서 자신 속에 자리 잡은 고민을 해결하고 다음에 가야 할 방향을 선택하기도 한다.
킬러에게 죄책감을 주며 시작하는 영화 <케이트>
지난주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케이트>는 케이트(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가 죄책감을 느낀 그 시점부터 그의 마지막 결정까지를 담는다. 케이트는 청부살인 조직의 일원으로 의뢰를 받아 누군가를 암살하는 임무를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배릭(우디 헤럴슨)에게 암살 교육을 받으며 현재까지도 같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배릭은 일종의 팀장 역할을 하는데, 케이트와는 유사 부녀 관계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초반 그들은 일본 야쿠자 조직의 누군가를 암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암살 목표 옆에 그의 어린 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케이트는 조직의 압박에 방아쇠를 당겨 암살을 성공시킨다.
케이트의 죄책감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아이가 있으면 암살을 보류한다는 조직의 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던 조직은 해당 시스템의 잘못은 묻어두고 케이트에게만 죄책감을 심어준다. 자신이 암살을 완료한 사람 옆에 울고 있는 어린 딸 아니(미쿠 패트리샤 마티네)의 모습은 케이트의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 계속 그를 괴롭힌다. 어찌 보면 그 암살 시스템이 좀 더 나은 시스템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케이트가 가져다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스템은 그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케이트에게 모두 책임을 넘긴다.
영화 속 케이트는 자신의 팀장인 배릭에게 마지막 임무 완료 후에 은퇴를 하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 이후 임무 직전 누군가가 건넨 술을 마시고 방사능 물질 때문에 피폭을 당한다. 하루 뒤에 죽음을 맞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방사능 피폭에서 회복될 수 있는 기술은 영화 안에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영화 초반에 이미 주인공이 곧 죽음을 맞이할 거라는 것을 밝히고 영화를 전개하는 셈이다. 그 이후는 케이트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 두목을 찾아서 죽이는 것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와 비슷한 이야기, 캐릭터의 구도
케이트는 이 과정에서 자신의 죄책감을 만들어낸 소녀 아니를 만나게 되고 같이 자신의 원수를 찾아내기 위해 애쓴다. 영화의 전반적인 구도와 캐릭터의 관계를 보면 얼마 전에 개봉한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 속 주인공인 샘(카렌 길런)은 어떤 청부살인 조직의 일을 받아 살인을 하는 킬러다. 그리고 임무 수행 중 어떤 아이의 아빠를 죽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를 보호한다. <케이트>에서도 케이트는 자신이 아빠를 죽인 아니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아이를 보호하려 애쓴다. 또한 케이트는 암살 조직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복수를 하게 되는데 결국 그 끝엔 암살 조직과의 대결도 하게 된다. 두 영화 모두 여성이 조직에 대항하여 싸움을 벌인다는 점에서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두 영화의 캐릭터가 다른 점은 케이트를 움직이게 만든 건 온전히 죄책감이다. 그 죄책감이 현재의 상황을 만들었고 자신을 파멸시키는 결과를 불러왔다. 반면 샘을 움직이고 변화시킨 건 조직에 대한 반항심이 더 컸다. 그 이후에 죄책감과 복수심이 따라왔다. 영화 <케이트>는 시종일관 어둡고 진지하다. 액션의 강도도 굉장히 높아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케이트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사실적이고 직접적인 액션을 끝까지 보여주며 잔혹한 킬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가 잔인한 액션이 이어짐에도 경쾌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벌어진다는 점에서 두 영화의 차이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케이트>의 액션은 꽤 훌륭하게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인물 간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어렵다. 죄책감 속에 복수를 강행하는 케이트의 모습은 점점 죽어가는 상황 속에서 쓰러지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는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진다. 특히나 결국에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관객에게는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조금은 짜증 나게 느껴지게 한다. 또한 케이트와 아니가 만난 이후 두 사람은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두 사람이 별로 가까워질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갑자기 서로를 걱정하는 모습은 설득력이 없다. 영화 말미 케이트의 사과는 너무 갑작스럽게 내뱉어져서 관객들에게 어떤 감정도 주지 못한다.
케이트가 쫒는 두목 키지마(쿠니무라 준)의 변화도 당황스럽다. 그가 왜 영화 마지막 케이트와 같은 편에 서서 싸우는지에 대해 영화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뜻밖의 도움으로 목숨을 유지하는 케이트가 마지막으로 향하는 곳은 결국 자신이 평생 일한 암살 조직이다. 이미 우리가 많은 암살자 관련 영화에서 보아 왔던 복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는 깔끔한 영상으로 액션을 촬영해냈지만 스토리의 개연성과 캐릭터 간의 이상한 관계에 대해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주인공 케이트의 행동과 상황에 공감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화려한 영상과 액션에도 많이 아쉬운 이야기가 캐릭터
영화는 배경을 일본으로 함으로써 동양적인 이미지와 네온이 강조되는 거리의 모습 등으로 이미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실제로 한국 팝 음악이 나온다거나 일본의 음악이 배경으로 흐르고 일본어 대사들이 등장하며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그런 이국적인 영화의 배경은 이 영화의 강점이지만 나머지 부분은 실망스럽다. 주연을 맡은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만 고군분투할 뿐 악역이나 주변 인물들은 소품 정도로만 머무르며 영화의 틀을 만드는 것으로만 소비된다.
영화 <케이트>는 영화의 처음에 느꼈던 케이트의 죄책감을 어떤 식으로 해결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다. 영화 속에서 케이트는 복수심으로 끝까지 달려가다가 갑작스럽게 자신의 죄책감에 대한 사과를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 부분 역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내용으로 등장한 <건파우더 밀크셰이크>와 비교할 수밖에 없다. <건파우더 밀크셰이크>는 샘과 아이의 관계를 영화 초반부터 만들면서 두 사람 자체의 서사와 관계를 만들어갈 시간을 만든다. 그리고 영화 말미에 샘이 건네는 사과에는 진정성이 있다. 하지만 <케이트>는 주인공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하더라고 정작 그것이 화면 밖의 관객에게는 진심으로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케이트의 고군분투가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공허하게 느껴진다.
이 영화를 연출한 세드릭 니콜라스-트로얀 감독은 <헌츠맨: 윈터스 워>를 연출하며 장편 영화 연출 경력을 시작했다. 그 이전에는 여러 장편 영화의 비주얼 효과를 담당했던 그는 <캐리비안의 해적:죽은 자는 말이 없다>,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 같은 영화에서 비주얼 효과를 담당했다. 그가 최근에 연출한 <헌츠맨>과 <케이트> 역시 영화의 영상이나 효과 자체는 훌륭한 편이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구성이나 캐릭터, 이야기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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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고, 일상은 전쟁처럼 평화롭다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
The Earth Is Blue as an Orange
Cast
감독: 이리나 칠리크
Synopsis
싱글 맘 ‘안나’는 아이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돈바스의 전쟁 지역 최전방에 살고 있다. 영화에 대한 사랑이 깊은 ‘안나’ 가족은 전쟁 속 자신들의 삶을 영화로 찍어 나간다. 그들에게 있어 트라우마를 작품으로 만든다는 것은 인간으로 남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Review
영화 상영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굉음이 들려옵니다. ‘사운드 조정이 잘못되었나?’ 하는 생각도 잠시, 등골이 오싹해지는 깨달음을 얻습니다. 아, 이게 바로 전쟁의 소리구나. 러시아와의 국지전이 계속되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 사는 ‘안나’ 가족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는 사운드 하나만으로 늘 포격의 위험이 도사리는 전쟁의 중심지로 관객을 데려갑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어지고 있는 지금,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안나’ 가족의 이야기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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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견디며 삶의 터전을 지키는 사람들
무너진 건물,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 포탄이 떨어진 흔적, 도로를 달리는 군용 트럭.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에는 전쟁의 피해가 그득한 돈바스 지역과 그 안에서 고통을 고스란히 견디며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민들은 전쟁에 익숙해진 모양입니다. 포탄이 떨어졌을 때 고막이 찢어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웃으며 줄줄 읊어대는 돈바스의 아이들을 보면 알 수 있죠.
‘안나'의 아이들은 인터뷰 장면에서 전쟁 지역에서 사는 소회를 털어놓습니다. 포탄이 집으로 날아오는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감각이 생겼다는 아이, 전쟁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착한 아이가 될 수 있었을 거라며 서글프게 미소 짓는 아이, 모든 걸 사라지게 한 전쟁이 공허하다고 고백하는 아이. 도대체 아이들에게 이러한 트라우마와 고통을 안기면서까지 러시아는 무얼 얻고자 하는 걸까요?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포격에 대비해야 하는 ‘안나' 가족과 돈바스 지역 주민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그곳을 떠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위험을 무릅쓰고 터전을 지키려는 사람들을 마냥 답답해할 수만은 없습니다. 폭력으로 터전을 파괴하는 사람들에게 대항하는 법은 그 안에서 삶을 지속하는 방법뿐이니까요. 만약 돈바스 지역을 지킨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없었다면, 이 전쟁은 지금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치달았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돈바스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주요 갈등 지역 중 한 곳입니다. 2014년 3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무력 점령했고, 뒤이어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돈바스의 일부 지역을 점령했습니다. 2015년 휴전 협정이 이뤄졌으나, 국지전은 끊이지 않았죠.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점령한 이후, 돈바스 지역에서 끊임없이 벌어진 국지전의 실상을 '안나' 가족의 목소리로 고발하는 작품입니다.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이제 좀 살아보려고 애쓰는 '안나' 가족의 이야기가 알려진 지 고작 2년 만에 러시아의 공격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올해 자행된 침공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우크라이나의 전시 상황이 이렇게 오래 지속된 일인지 몰랐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이나 오랜 전쟁의 시간을 견뎌온 돈바스 주민들을 향한 안타까움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 ⊙ ⊙
전쟁 속에서 삶을 지탱하는 법
'안나' 가족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전쟁통의 비참한 가족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비극을 아등바등 견뎌내지 않고, 어쩐지 평화롭기까지 합니다. 악기를 연습하고, 실을 묶어 흔들리는 이를 뽑고, 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졸업 공연을 진행하고, 대학 합격을 기원하며 연등도 날립니다. 비록 졸업 사진의 배경이 무너진 건물이고, 그 사이로 군용 트럭이 지나가지만요.
그들이 이렇듯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힘은 다름 아닌 영화 제작에서 비롯됩니다.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는 영화를 찍는 가족을 찍는 영화입니다. 그들은 집 한쪽 벽면에 검은색 천을 걸어 인터뷰 공간을 만들고, 자신들의 경험을 토대로 전시 상황의 돈바스를 묘사하는 영화를 만듭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어 각본을 쓰고, 영화를 연출하죠. 언제 포탄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포탄이 날아오는 척 연기하며 영화를 찍습니다.
‘안나’ 가족은 황폐해진 도시에서 좋아하는 영화 촬영에 있는 힘껏 집중합니다. 그들에게 영화는 삶을 지탱하는 방법인 동시에 돈바스의 고통을 세상에 알리는 방법이죠.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는 영화를 찍는 ‘안나’ 가족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면밀히 들여다보며, 전쟁 속에서 한 가족이 어떻게 삶을 영위해 나가는지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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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는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의 시를 차용한 제목입니다. 파란 오렌지, 오렌지 같은 지구. ‘파랗다, 오렌지, 지구'는 논리적으로 전혀 연결되지 않는 단어들입니다. 그러나 ‘지구는 오렌지처럼 파랗다’라는 문장 안에서만큼은 세 단어가 모두 동등하게 존재하죠. 돈바스의 ‘안나’ 가족에게는 ‘전쟁, 평화, 일상’도 이와 같습니다. 전쟁도 일상이고, 평화도 일상이고, 결국 전쟁은 곧 평화인 거죠. 연결고리가 없어 보이는 단어들이지만, 그들의 삶 속에 세 단어는 동등하게 존재합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전쟁 속에서도 삶을 이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들의 일상은 전쟁처럼 평화롭습니다.
Schedule in SIWFF
2022.08.27(토)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8관 10:00
2022.08.28(일)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9관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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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와 다른 독보적인 매력, 북유럽 영화 8선
북유럽 영화 보신적 있으신가요? 혹은 좋아하시나요? 할리우드의 블록버스터 영화와는 달리 예술영화가 주를 이루는 북유럽 영화는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시나리오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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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을 공부하던 스물아홉 율리에는 자신이 진짜 원하는 걸 찾아 세상으로 나온다. 파티에서 만난 만화가 악셀과 사랑에 빠진 율리에, 하지만 삶의 다른 단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각자 다른 걸 원했고 조금씩 어긋난다. “내 삶에서 조연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율리에는 인생의 다음 챕터로 달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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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크루즈에 #협찬 으로 승선한 인플루언서 모델 커플. 각양각색의 부자들과 휴가를 즐기던 사이, 뜻밖의 사건으로 배가 전복되고 8명만이 간신히 무인도에 도착한다. 할 줄 아는 거라곤 구조 대기뿐인 사람들… 이때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 “여기선 내가 캡틴입니다. 자, 내가 누구라고요?”
오베라는 남자
고집불통 까칠남 ‘오베’. 평생을 바친 직장에서 갑자기 정리해고를 당하고,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던 아내 ‘소냐’까지 세상을 떠난 이후, 그에게 남은 것은 ‘소냐’를 따라가는 것뿐이다. 모든 준비를 마친 ‘오베’. 마침내 계획을 실행할 결심을 하고, 마지막 순간을 앞둔 바로 그때! 그의 성질을 살살 긁으며 계획을 방해하기 시작한 누군가가 있었으니 바로!!! 아무 때나, 시도 때도 없이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이웃들! 그의 삶에 제멋대로 끼어든 사람들! 과연 ‘오베’ 인생 최악의 순간은 반전될 수 있을까?
이노센트
이다와 안나는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한 직후, 또래인 벤자민, 아이샤와 친구가 된다. 네 명의 아이들은 어른이 개입하지 않는 순간, 특별한 잠재력을 깨워나가기 시작하고 벤자민은 능력을 이용해 사람들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과 장난으로 행해지던 어떤 일들이, 급기야 분노라는 감정과 이어지고 결국 친구들을 비롯해 주변에 위협을 가하기 시작하는 벤자민. 가장 순수하고, 본능적이었던, 그래서 더욱 파괴적이고 잔인할 수 있었던 잔혹한 동심의 세계가 펼쳐진다!
해시태그 시그네
카페 바리스타로 따분한 인생을 살던 '시그네'에겐 행위 예술가로 매거진 표지를 장식한 남자친구 '토마스'가 있다. 점점 유명해지는 '토마스' 옆에서 자꾸만 소외당하던 '시그네'는 인터넷에서 발견한 정체불명의 알약으로 남자친구의 사랑은 물론, 세상의 관심까지 독차지할 황당한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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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K로 담아낸 거대한 무의미
다큐멘터리에 스포일러랄 게 있겠으나, 그래도 스포일러를 포함한다고 미리 명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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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말은 비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이라 함은 현실이 아닌 것일진대, 현실은 참으로 지난하고 지리멸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일 '현실적인' 고민들로 머리가 터질 지경이다. 현실적으로 먹고 살 만한지, 현실적으로 내 수준에 맞는 사람은 누구인지,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투자하는 게 옳은지. 나아가 '현실적인 조언 구합니다'라는 게시판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현실적인'이라는 말이 앞에 붙는다는 것은, 극대의 행복이 아니라 어느 정도 고만고만한, 내 능력 한에서 최대로 가능한 정도를 말하는 게 대부분이다. 턱걸이 같다. 턱걸이를 넘기 위하여 우리는 얼마나 고군분투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의미는 턱걸이를 할 철봉 위에 있다. 그것을 넘어야만 의미를 갖는다.
요즘은 주식에, 부동산에, 코인에, 그러니까 돈이 곧 의미다. 자산을 증식하지 못하는 일은 무의미하다. 무의미하므로 행하지 않는다. 자기계발이라는 아름다운 착취 속에서 삶의 의미를 부지런히 찾아 보기도 한다.
그렇다면 무의미한 건 무엇인가. 모이지 않는 월급, 오르지 않는 노동가치, 그러므로 살 수 없는 부동산, 애프터 없는 소개팅에서 지불한 돈, 건설적이지 않은 잡담, 뭐 그런 것들일까.
의미와 기호로 가득한 세상 너머, 해발 1,500미터 고지에 '오제'라는 습지가 있다. 그 습지는 인간으로부터 무언가를 빼앗지 않고, 인간 역시 그 무엇도 앗아가지 않는다. 박혁지 감독은 <행복의 속도>라는 제목으로 카메라에 풍경을 담았다. 아니, 그 속에 살고있는 사람을 담았다는 게 더 정확하겠다.
카메라가 집요하게 쫓는 대상은 대략 80kg의 짐을 지게에 싣고 걸어서 산장까지 가는 '봇카' 이가라시, 이시타카이다. 박혁지 감독은 광활한 습지를 4K의 해상도로 보여주고, 봇카들의 걸음을 뒤쫓는다.
나는 자본주의와 얼마간의 거리를 두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영화 초반 그들이 80kg를 지고 산을 오르고 걷는 걸 보면서 '모노레일을 깔면 안 되나?' 하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우리나라는 산 곳곳에 모노레일이 깔려 있어 필요한 짐이며 도구들을 실어 올린다. 모노레일을 깔면 무거운 짐들을 금방 보낼 텐데. 게다가 '몸빵을 하면 돈은 많이 벌겠지?' 라는 생각까지.
그러다 후반부에 가서는, 그런 생각이 얼마나 자본주의적이며 포드주의 비슷한지를 생각했다. 히말라야도 아닌 산을 걸어서 짐을 옮기는 행위를 경제적이지 않다, 즉 무의미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노동의 가치를 그만 자본과 연결시키며,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나도 역시 이 체제 속의 인간일 뿐이었다.
영화는 이가라시와 이시타카의 차별점을 조명한다. 둘 다 봇카이지만 둘은 꽤 다르다. 우선 이시타카는 '일본청년봇카대' 회장으로서 봇카를 널리 알리고자 하는 활동가이다. 겨울이 되어 오제의 산장도 문을 닫고, 봇카도 할일이 없어졌을 때 도시로 나가 봇카를 홍보한다.
이시타카가 걷는 도시의 거리는 오제의 속도와는 정반대다. 다급하게 점멸하는 신호등, 그에 맞추어 발걸음을 재촉하는 행인들, 다급한 발걸음 사이에 이시타카가 서 있다. 사람들은 봇카 일에서 어떤 보람을 얻는지 묻는다. 이시타카는 말한다. 산장이 있음으로써 내가 있고, 내가 있어서 산장이 있음이 좋다고.
행위에 보람이든, 의미든, 뭔가가 있어야 하는 걸까?반면 이가라시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것도 모자라 목에 카메라까지 걸고 걷는다. 오제의 풍경을 카메라에 섬세하게 담는다. 두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여름방학을 맞아 큰아들을 데리고 짐을 가져다 주던 산장에 가기도 한다. 잠자리를 잡고, 뛰어놀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본다. 이가라시의 아내는 농장에서 일한다.
때는 설이다.
이시타카와 이가라시 가족 모두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간다. 이시타카의 부모는 몸으로 하는 일인데 몸이 상하면 어떻게 할 건지, 그때 되면 어떻게 먹고 살건지를 묻는다. 물론 걱정되어서 하는 말이지만 이시타카의 표정은 어둡다.
이가라시는 노모에게 봇카를 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준다. 노모는 마치 아이처럼 그 풍경을 반긴다. 이제 가기 힘들어진 그곳, 그 나무, 그 꽃들. 계절과 햇빛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감탄한다.
힘들지 않느냐는 물음에 이가라시는 대답한다. 누가 기다리고 있고, 시간이 정해져있다면 힘들었겠지만 자기 속도로 걷다 보면 도착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다고.
생각해 보면, 등산을 할 때 나 혼자 느릿느릿 걸어가면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다. 그런데 여럿이 갔을 때 무리의 제일 끝에 산을 올라가면 그보다 힘들 수가 없다. 그때부터는 산의 풍경이고 뭐고 보이지도 않는다.
여기서 질문할 수 있겠다. 우리는 왜 힘든가.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
남들보다 빨리 걷기 위하여, 남들보다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하여 바삐 움직여야만 하는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인들이 등에 지고 있는 짐과 봇카의 짐 중 무엇이 더 무겁다고 말하기 쉽지 않을 거다.
카메라는 봇카들의 가쁜 숨, 무거운 발걸음을 집요하게 담다가, 그들의 가정으로 이동했다가, 또 오제의 광활한 자연을 비추기도 한다. 새로운 풍경이 아니다. MSG를 치지 않은, 그래서 맹맹하고 심심한 그들의 일상이다.
초반부에는 영화가 지루하다고 생각했고, 계속 이렇게 걷기만 할 것인가 생각했다. 기승전결도 없고 문제도 없으며, 변화라고는 오제에 찾아오는 계절 뿐인데. 114분의 시간을 어떻게 버티나.
봇카들이 걸음을 거듭하고, 나는 봇카들의 걸음을 눈으로 좇으면서 나는 어디로 걸어가고 있고, 어떤 의미들을 만들어내려고 애쓰고 있는지, 그 의미는 대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왜 내 눈에 아름다운 오제에 모노레일을 깔지 않는 저들이 이상했는가.
저들의 행위가 무의미하고 현실적이지 않게 보인 거지. 저렇게 힘든 일을 할 거면 도시에 나가서 돈을 버는 게 좋지 않을까, 같은 너무나도 현실적인 생각.
그래서 행복의 속도는 무엇일까.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다'라는 말은 사실 틀린 말이다. 속도는 방향을 포함한 벡터값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행복의 속도란 행복의 속력과 방향을 내포한 제목일 것이다.
느림이 마냥 행복할 수는 없다. 속력이 문제가 아니라, 어디로 가고 있으며 왜 가는지가 더 중요하겠다. 사물에서, 사람에게 덕지덕지 붙은 의미와 상징과 기호들을 걷어내야만 비로소 그것 자체가 보인다.
봇카들은 오제에 거대한 의미를 두지도 않고, 그들이 하는 일에서도 역시 내일은 더 빨리 가야지, 내일은 더 무거운 짐을 들어야지 하고 포부를 갖지도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자기 속도로 걸어갈 뿐.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어쩌면 너무 뻔하게도 윤동주의 <별 헤는 밤>이 떠올랐다.
우리들이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어쩌면 지난하고 외로울 길을 각자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기를 바라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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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보다 별로라고? / 여전히 기발한 연출의 병맛 영화 / 웹툰 암살요원 준 시즌 2 / 권상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히트맨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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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조제>
자신을 ‘조제’로 불러달라는 그녀. 처음 만난 그날부터 ‘조제’는 ‘영석’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남는다. 하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이 설레는 한편 가슴 아픈 ‘조제’는 자신에게 찾아온 낯선 감정을 밀어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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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섀도우 클라우드> 메인 예고편
폭풍우가 몰아치는 제2차 세계대전의 어느 밤,
극비 임무를 맡은 여성 비행장교 ‘개릿’(클레이 모레츠)이
이륙을 앞둔 폭격기에 탑승한다.
자신을 무시하는 탑승원들의 비난과 조롱을 당하며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 하부에 자리하게 된 그녀는
항공기에 매달린 괴생명체를 발견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적군의 비행기가 그들에게 무차별 폭격을 퍼붓고
‘개릿’은 자신의 극비 임무를 지켜내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일촉즉발의 상황
하늘 위 괴생명체와 폭격, 그리고 지켜야 할 비밀 임무까지!
반드시 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