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8-13 11:50:47
씨네랩 크리에이터가 선택한 꿈에 관한 필름
꿈
지난 주에 이어, 오늘은 씨네랩 크리에이터분들의 '꿈'을 주제로한 영화들을 만나보려고 하는데요.
잘을 잘 때 꾸는 꿈, 희망과 이상의 꿈, 허무한 기대나 생각의 꿈
다양한 시각으로 '꿈'에 관한 영화를 뽑아주셨습니다!
여러분은 '꿈'하면, 어떤 영화가 떠오르시나요?
크리에이터분들이 남겨주신 이유와 함께 오늘의 큐레이션 만나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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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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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것이 그 자리 그대로 있기를 바라는 마음, 피닉스
대체할 수 있는 기만, 대체할 수 없는 마음.
고통으로 이루어진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돌아온 넬리는 레네와 함께 고향으로 갑니다.
그러기 위해 검문소를 거치는데 고통으로 침철된 상처를 보여주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는 시대의 참혹함을 들여다볼 수 있었죠.
더 고통스러운 것은 얼굴 재건을 위해 성형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전과는 같은 상태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술로도 원상태로 돌릴 수 없었던 겉모습과 마음은 조니의 흔적에서는 찾을 수 있었는지 만류하는 내네의 말에도 조니와 함께합니다.
그와 함께하면서 시작된 기만을 비롯한 연극이 비극의 끝을 향하고 있는 걸까요.
넬리에게 소중하고 특별한 추억이 조니에게는 바래진 추억일 뿐이라는 게 슬퍼졌습니다.
그렇게 당연하게 여겨진 것을 잃어가며 소중한 것을 되찾게 되길 바랄 뿐이었죠.
복수보다 무서운 용서가 마지막을 맴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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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Every good thing in this word started with a dream"
이 세계의 모든 좋은 것들은 꿈과 함께 시작됐다
대부분 2005년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떠올릴 테지만 <웡카>는 1971년에 개봉한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오마주를 띄고 있다고 하죠? 21세기를 대표하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의 2024 <웡카>는 어떨지 이번주 개봉작 함께 알아보아요.
웡카
Wonka
ⓒ 네이버영화
개요: 판타지, 드라마 | 미국 | 116분
감독: 박영주
출연: 티모시 샬라메, 캴라 레인, 올리비아 콜램, 톰 데이비스, 휴 그랜트 등
개봉: 2024.01.31.
배급: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시놉시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여정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부터 시작된다! 마법사이자 초콜릿 메이커 ‘윌리 웡카’의 꿈은 디저트의 성지, ‘달콤 백화점’에 자신만의 초콜릿 가게를 여는 것. 가진 것이라고는 낡은 모자 가득한 꿈과 단돈 12소버린 뿐이지만 특별한 마법의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을 자신이 있다. 하지만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의지할 사람도 없는 상황 속에서 낡은 여인숙에 머물게 된 ‘웡카’는 ‘스크러빗 부인’과 ‘블리처’의 계략에 빠져 눈더미처럼 불어난 숙박비로 인해 순식간에 빚더미에 오른다. 게다가 밤마다 초콜릿을 훔쳐가는 작은 도둑 ‘움파 룸파’의 등장과 ‘달콤 백화점’을 독점한 초콜릿 카르텔의 강력한 견제까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는 길은 험난하기만 한데…
CINE PICK!
북미에서 1억 9천만 달러의 누적 흥행을 기록한 <웡카> 21세기 가장 핫한 배우 티모시 샬라메와, 휴그랜트의 대변신으로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작품으로 특히 <찰리와 초콜리 공장>을 봤던 이전 관객들에게 향수를 불러 일으킬것으로 보입니다.
추락의 해부
Anatomy of a Fall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스릴러 | 프랑스 | 152분
감독: 쥐스틴 트리에
출연: 산드라 휠러, 스완 아라우드, 밀로 마차도 그라너 등
개봉: 2024.01.24.
배급: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시놉시스
남편의 추락사로 한순간에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명 작가 ‘산드라’. 유일한 목격자는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과 안내견뿐. 단순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우발적 자살 혹은 의도된 살인? 사건의 전말을 해부해 가는 제76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CINE PICK!
칸 황금 종려상, 골든 글로브 시상식 외국어 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한 화제작 <추락의 해부>는 쥐스틴 트리에의 각본, 연출로 역대 3번째 여성 황금종려상 수상자가 되었으며, 독일의 3대 여배우에 속하는 산드라 휠러가 주연을 맡아 열연을 펼치며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의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두 세계 사이에서
Between Two Worlds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03분
감독: 엠마뉘엘 카레르
출연: 줄리엣 비노쉬, 헬렌 랑베르, 레아 카르네 등
재개봉: 2024.01.31.
배급: (주)디오시네마
시놉시스
저명한 작가 ‘마리안’은 고용 불안을 주제로 한 신작 집필을 위해 프랑스 남부의 연고 없는 항구 도시 ‘캉’으로 이주한다. 신분을 숨긴 채 청소부로 일하면서 노동자들과 교류하는 가운데 그들의 현실을 직접 보게 되고 점차 우정을 쌓아가지만, 정체를 더이상 숨길 수 없는 시간이 점점 다가온다.
CINE PICK!
영화 <두 세계 사이에서>는 위스트리앙 부두라는 소성르 원작으로, 프랑스의 국민배우 ‘줄리엣 바노쉬’가 주연을 맡으며 섬세하고 절제된 연기로 르포르타주 드라마의 장르적 특성을 살려내며, 비노쉬는 소설을 영화화하기 위해 원작의 작가에게 오랫동안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톰 새로운 시작
Astro Boy
ⓒ 네이버영화
개요: 애니메이션 | 미국 | 94분
감독: 데이빗 보워스
출연: -
개봉: 2024.01.31.
배급: 블루필름웍스
시놉시스
과학의 도시 메트로 시티. 최고의 과학자인 '텐마 박사'는 로봇 시험 가동 중 자신의 실수로 아들 '토비'를 잃고 괴로워한다. 그는 '토비'의 DNA와 하이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최고의 로봇을 탄생시키는데... 이제 시작이다!
CINE PICK!
데쓰카 오사무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할리우드 리메이크작으로 이 영화는 고전적인 아톡 캐릭터를 현대적이고 첨단 기술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배우 조병규, 김소원, 김강현이 더빙에 참여하며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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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가위 영화속 음식의 의미
왕가위 감독님의 영화에서는 식사씬이 빠지지 않고 등장합니다.
<중경삼림>의 파인애플 통조림 캔, <타락천사>의 맥도날드 햄버거,
<화양연화>의 국수가게 등이 있죠.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 년으로 해야지.”라는 영화의 명대사에서 알 수 있듯
통조림은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감정을 담는 메타포가 되기도 합니다.
왕가위 감독님은 한 인터뷰에서 “음식이라는 건 감정의 배출 창고 역할을 하고,
남녀 간의 욕망을 대신하는 의미도 된다”라고 밝혔는데요. 주인공이 음식을 먹을때의 표정은
어떠한지, 혼자 먹는지 혹은 누군가와 함께하는지도 영화와 인물들을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것 같습니다.
오늘은 왕가위 감독 영화의 식사씬과 영화의 명대사들을 준비했습니다.
기나긴 장마 기간동안 어디 나가기 어렵다면 음식과 함께 영화 한편 어떠세요?
영화속 등장하는 음식을 같이 준비해 놓고 주인공들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것 또한
묘미일것 같습니다.
화양연화花樣年華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온 ‘첸 부인’과 ‘차우’.
이사 첫날부터 자주 마주치던 두 사람은 ‘차우’의 넥타이와 ‘첸 부인’의 가방이
각자 배우자의 것과 똑같음을 깨닫고 그들의 관계를 눈치챈다.
그 관계의 시작이 궁금해진 두 사람은 비밀스러운 만남을 이어가고 감정이 깊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기 시작한다.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과 ‘아휘’
이과수 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보영’의 변심이 두려운 ‘아휘’와 ‘아휘’의
구속이 견디기 힘든 ‘보영’은 또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 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지는데...
킬러가 청부 살인을 하는 동안 그의 파트너는 주인 없는 방에서
침대 시트를 정리하거나 쓰레기를 검사한다. 그들은 동업한 지 155주나 되었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킬러는 이제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파트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 다른 방법을 선택한다.
한편, 수감번호 223 하지무는 5살 때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 통조림을 먹고 말을 잃었다.
밤마다 주인 없는 상점에 무단 침입해 장사하던 그는 어느 날 떠나버린 남자 때문에
힘들어하는 찰리를 만나고 그녀를 도와 밤거리를 헤매기 시작한다.
대만에서 살고 있던 아화는 홍콩에 있는 병원에서 진찰을 받기 위해
뒷골목 건달 소화의 집에 며칠 머물게 된다.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던 가운데,
소화와 아화는 점점 서로에게 이끌리게 된다.
하지만 자신의 의형제이자 뒷골목 양아치로 사고만 치고 다니는 창파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매번 다쳐서 돌아오는 소화를 견딜 수 없었던 아화는 그를 떠나게 된다.
홀로 남겨진 소화는 형으로서 창파를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사랑하는
아화에 대한 그리움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데...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는 매일 오후 3시가 되면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을 찾아간다.
그는 그녀에게 이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게 될 거라는 말을 남기며 그녀의 마음을 흔든다.
결국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되고 그와 결혼하길 원하지만,
구속 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비’는 그녀와의 결혼을 원치 않는다.
‘수리진’은 결혼을 거절하는 냉정한 그를 떠난다.
그녀와 헤어진 ‘아비’는 댄서인 ‘루루’와 또 다른 사랑을 이어간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도 역시 오래 가지는 못한다.
‘루루’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한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아 필리핀으로 떠나게 된다.
한편, 그와의 1분을 잊지 못한 ‘수리진’은 ‘아비’를 기다리는데…
1994년 홍콩,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은 경찰 223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술집에 들어온 금발머리의 마약밀매상 "그녀가 떠난 후 이 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
여자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고 있는 경찰 663 편지 속에 담긴 그의 아파트 열쇠를 손에 쥔
단골집 점원 페이 네 사람이 만들어낸 두 개의 로맨스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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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선형적 세계로의 첫걸음
* 스포일러 주의
* 지극히 개인적인, 횡설수설한 감상
1. '사피어-워프 가설'https://pixabay.com/images/id-1418613/
'사피어-워프 가설'이란 사람은 그 언어를 바탕으로 사고한다는 가설이다.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눈(雪)'은 지구 어디에서나 ''대기 중의 수증기가 찬 기운을 만나 얼어서 땅 위로 떨어지는 얼음의 결정체(출처: 표준국어대사전)'를 일컫는다. 그러나 한국인들은 그것을 함박눈, 싸리눈, 진눈깨비 등으로 정의내릴 때, 에스키모인들은 수십가지의 다양한 단어로 표현한다. 비슷하게, 인간이 볼 수 있는 '색(色)'의 스펙트럼은 동일하지만, 영어에서 각각 green과 blue라고 칭하는 범주의 색들을 한국어에서는 이 범주의 색을 '푸른색' 하나로 통칭할 수 있다. 한국 사람들은 신호등의 녹색불을 파란불이라고도 하고, 초록불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영어권에서는 언제나 green light지, blue light가 아니다. 즉, 사람이 사고하는 방식에 언어가 관장하는 것이다. 사피어-워프 가설이 아직까지 '가설'에 불과하기는 하지만(인간의 인지 능력을 직접적으로 측정할 길이 아직까지는 확고하게 개발되지 않았으므로), 그럼에도 우리는 많은 언어 현상에서 이런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체험하곤 한다.
이 가설은 작중 인물인 루이스가 헵타포드들에게 접근하는 가장 근원적인 밑바탕이 된다.
2. 인간과 외계인의 소통 방식은?인간과 전혀 다른 삶과 사고 방식을 가졌을 외계인들과 어떻게 소통을 할까? 인간이 인간의 언어를 바탕으로 사고를 한다면, 외계인은 그들 나름대로의 사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루이스는 언어학자답게 가장 단순하지만 성실한 방법으로 그들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바로 우리의 언어를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 사피어-워프 가설에 기반하여 생각하자면, 이는 즉 인간의 사고방식을 그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된다. 그리고 동시에, 이는 인간이 헵타포드'어'를 학습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인간의 언어가 선형적이라면 헵타포드어는 비선형적이다. 일련의 원으로 그려진 그들의 언어는 그 자체가 하나의 문장이다. 작중에서 이안은 이들 헵타포드들이 수초만에 이러한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을 경이로워하는데, 이는 작품의 후반부에서 모습을 드러나듯, 헵타포드들의 '비선형적인 시간'에 기인한다. 인간이 과거와 현재, 미래로 규정하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동시에 일어나는 어떤 현상이므로, 인간에게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장은 동시다발적이며 즉각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헵타포드 어는 또한 비음성적이다. 헵타포드들의 언어는 왜 음성(소리)과 유리되어 있는걸까? 그것은 아마 음성이라는 것은 선형적 시간의 차원을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소리는 언제나 처음과 끝이 있다. 그러나 문자는 동시적이다. 인간의 문자에는 한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헵타포드어는 다르다. 그들은 그들의 언어를 한 눈에 인식하고 이해할 수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별다른 도구 없이도 그러한 문자를 자유롭게 쓰고 지울 수 있으니 음성은 그들에게 그다지 필요한 언어수단이 아닐지도 모른다.
자,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헵타포드들은 대체 왜, 인류에게 왔는가.
3. 새로운 언어의 힘: 불안정함의 극복
지구를 방문한 외계인, 애봇과 코스텔로는 '인류에게 '무기'를 전해주러 왔노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무기란, 인간이 사로잡혀 있는 선형적 시간의 틀을 깬 새로운 언어를 전수하는 것.
언어를 전수받는 것이 왜 무기가 될 수 있나?
루이스는 헵타포드어를 익히면서 끊임없이 잔상을 본다. 영화 속에서는 마치 회상을 하는 것처럼 보여지던 장면들은 사실 루이스가 앞으로 겪을 일들이다. 즉, 헵타포드어를 학습함으로써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어떤 초월적인 시간관념을 가지게 된 것. 코스텔로는 이러한 전수가 3000년 후의 미래에 인류가 그들을 도울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어렵다. 헵타포드어를 배운 것은 루이스 개인이 아닌가. 심지어 루이스는 본인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눈치다. 다수가 아닌 개인이 배운 언어가 과연 인류 전체라는 거대한 집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영화 속에서 단편적 장면들을 살펴보면 이 의문에 대한 대답은 yes가 될 것이다. 섕 장군과의 만남에서의 휘장, 헵타포드어 책을 낸 장면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우리는 루이스가 결국 헵타포드어를 완전히 해독해내고, 이런 성과를 통해 헵타포드어를 인류에게 전수하게 된다는 점을 알게 된다.
자, 다시 헵타포드어가 어떤 무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자.
헵타포드어를 인류에게 전수한다는 건, 인류가 헵타포드어를 배운다는 것은 인류가 선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비선형적인 사고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먼 미래에, 모든 인류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알고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애봇과 코스텔로가 말하듯, 인류는 헵타포드들을 돕게 될 것이다.
왜? 지구 상에 떠있는 미확인 비행물체에 그토록 벌벌 떨며 저희들끼리 다투었던 인류가 과연? 이란 질문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크린 너머의 인류는 어떤 미지의 존재의 등장으로 인해 혼비백산하여 혼란에 빠진다. 사람들은 불안해 한다. 왜냐고? 그들이 대체 뭐하는 존재들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12개의 서로 다른 국가들이 서로 어떤 생각을 품고 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작중에서 얼마간 통신이 두절되었을 때, 전세계는 혼돈에 빠지지 않았던가.
이렇듯 불확실성은 인류에게 공포와 절망, 그리고 혼란을 야기한다.
선형적인 삶에 놓여있다는 것은 미래에 어떠한 사건이 발생할지 알지 못한다는 것이며, 이는 곧 눈을 가리고 돌다리를 건너는 것과 같은 일이다. 두려운 것이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헵타포드어의 전수는 인류가 가진 이러한 불확실성을 제거한다.
이미 예정된 삶이라는 것은 한편으로는 절망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루이스가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딸이 죽음을 맞이할 것, 남편은 끝내 그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며, 그와는 결국 이혼할 것이라는 것 등의 사실을 미리 알아버리는 것처럼 미래는 때론 절망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루이스는 기어코 그녀의 삶을 받아들인다. 어쩌면 피하지 못해 받아들인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확실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미래의 한켠에는 그녀가 사랑하는 딸과 남편이 있고, 그녀는 그러한 삶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이러한 운명에 대한 순응은 루이스에게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토록 독불장군처럼 굴던 섕이 단 한 통의 전화로 마음을 바꾼 것이 그러하다. 선형적인 시간을 벗어난다는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던 불안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작품이 보내는 메시지는 희망적이다. 인류는 헵타포드어를 익힐 것이고, 우리가 본디 가지고 있던 시간적 흐름에서 벗어난 다른 차원의 사고를 영위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관용과 포용이라는 것 또한 싹트리라. 헵타포드가 3000년 후에 인류가 그들을 도울 것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아마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알지 못함에서 오는 고통에서 해방되어 평안을 찾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무척 불교적인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미 예정된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칼뱅의 예정설이 떠오르기도 한다. 현자의 돌을 접한 연금술사의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한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벗어나 원형적인 삶을 살았다던 고대인들의 사고방식(이집트의 미라, 한국의 조상신 숭배 등)이 머릿속을 스치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산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잘 모르겠다. 나는 아직 선형적 세계를 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거대한 불가사의 앞에서 인류는 한 없이 작고 초라하며, 나약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루이스를 비롯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헵타포드어를 해독해내고, 소통하고자 노력한다. 루이스가 지구 반대편의 중국까지 전화를 건 것, 이안이 루이스의 해독을 돕는 것, 루이스가 헵타포드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자 발벗고 나서는 것. 그러한 소통의 장면들이 그를 보여준다.
어쩌면 헵타포드들은 인류에게 있는 어떤 '씨앗'같은 걸 본 것은 아닐까? 말하자면 그들의 접촉은 인류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발화점이 된 것일지도 모른다.
작중 나오는 '논제로섬 게임'이라는 개념은 루이스왈, 윈윈(win-win), 협력 등과 유의어인데, 이는 결국 이 작품이 소통에 대해 가지는 개념과 일치한다. 소통은 어떠한 이득을 갈취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루이스와 애봇, 코스텔로가 서로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자 했던 태도와 그를 통해 서로의 사고를 이해하고 알아가게 된 일련의 과정들은 소통이란 것이 어떠한 성질의 것인지,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쯤에서 작품의 제목을 다시 돌아보자. 'Arrival'. 이는 도입, 또는 도착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다. 시작과 끝. 말하자면, 낯선 외계 생명의 방문은 ufo의 도착이자, 새로운 인류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재미있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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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남자의 활어회 같은 입담여행, <트립 투 그리스>
- 트립 투 그리스(The Trip to Greece, 2020)
제작 : 영국, 코미디 │ 감독 : 마이클 윈터바텀
출연 :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103분"소소한 행복감을 계속 선사하던 시리즈를 그리스에서 제대로 마무리한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영국 대표 배우 스티브 쿠건 & 롭 브라이든
환상의 팀워크로 완성한 낭만 가득 여행기
여행이 한결 다채로워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좋은 사람과 함께할 때, 그리고 여행에 대한 풍부한 교감으로 그 깊이를 확장할 때. 영화 <트립 투 그리스>의 두 남자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이 떠나는 여행은, 그 두 가지 여건을 충족시키는 여행이 아닌가 싶다.
스티브 쿠건과 롭 브라이든은 영국의 내로라하는 배우이자 입담꾼들이다. 그들이 함께 여행을 시작한 건 <트립 투 잉글랜드>에서였다.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은 이 영화의 영감을 실제 두 배우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 얻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유머와 풍부한 지식은 그렇게 ‘트립’ 시리즈가 되어, 잉글랜드에서 이탈리아로, 이탈리아에서 스페인으로, 이번에는 그리스로까지 넘어왔다.
중년 남자 두 명이 떠나는 여행이 그리 재밌을 줄은 미처 몰랐다. 마치 다듬어지기 전의 비방용 영상을 보는 것 같았다. 끊임없이 주고받는 서로를 향한 짓궂은 장난과 성대모사 등은 기본이고, 그때 그때 여행지에서 떠올리는 노래와 상황극 등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이어진다. 감독이 영감을 받았다던 두 사람의 대화가 어떤 것이었을지 짐작해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의 해박한 지식 또한 영화를 보는 재미에 한 몫한다. 두 배우의 나이는 50대다. 인생의 절반을 살아오는 동안 켜켜이 그들의 삶에 쌓여온 문화예술과 역사, 미식에 대한 잡다한 지식들은 그들이 끊임없이 농담 같은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적극 활용된다. 물론 영화 촬영을 위해 사전에 전달된 상황과 정보들은 몇 가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소수의 사전 정보를 제외한다면 절반 이상이 거의 두 배우의 즉흥적인 티키타카로 채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 영화의 정체성은 바로 그 날 것의 힘에 있었다. 여행지를 다니면서, 빼어난 음식을 맛보면서, 두 배우가 떠오르는 대로 아는 대로 이야기하는 것. 그리고 그 대화가 곧 씬이 되고 영화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트립 투 그리스>다.
그러다가도 문득문득 그들이 가족의 구성원이자 가장이라는 느낌을 선뜻 느끼게 하는 대목도 존재한다. 스티브의 아버지는 여행 중 병세가 심해지시는데, 그때마다 아버지의 상황을 아들로부터 듣는 스티브의 모습은 영락없는 50대 가장이자,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롭도 마찬가지다. 그는 시종일관 스티브를 놀리고 개구진 성대모사를 하다가도, 아내나 딸과 통화할 때면 영락없는 애처가 기질을 드러낸다. 두 배우의 사회적인 모습과, 개인적인 면을 둘 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묘미가 더욱 짙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두 배우가 함께 ‘트립’ 시리즈로 호흡을 맞춘 지도 어언 10년. 두 배우의 어디서도 본 적 없던 활어회 같은 형태의 여행을 보고 있자니, 이상은의 <삶은 여행>이라는 노래의 노랫말이 문득 떠오른다.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호흡을 맞추며 보낸 두 사람의 시간 또한 커다란 의미에서 여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다.
의미를 모를 땐 하얀 태양 바라봐 / 드넓은 이 세상 어디든 평화로이
춤추듯 흘러가는 신비를 / 오늘은 너와 함께 걸어왔던 길도
하늘 유리 빛으로 반짝여 / 삶은 여행이니까 언젠가 끝나니까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50대가 된 두 배우, 두 사람의 관록, 여행과 우정,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라는 뻔하지 않는 여행 테마, 날 것의 대화. 이 모든 요소들이 트립 시리즈를 관통하는 색이자 매력이 아닐까.
<트립 투 그리스>를 끝으로 트립 시리즈는 마무리가 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이 시리즈 덕에 알게 된 두 배우의 남은 발자취는 두고두고 응원하게 될 것 같다. 삶이라는 여행이 언젠가 끝난다던 이상은의 노래처럼, 두 배우는 서서히 노년이 되어가겠지. 하지만 두 사람을 보고 나면 인생이든 진짜 여행이든, 끝을 향해 가는 여정이 그리 두렵지만은 않아진다.
성격도 꿈도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행 메이트가 되어주었던 두 사람을 보는 103분 동안 너무 즐거웠다. 그리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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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표'를 따라 여행을 떠나세요
어떠한 사건이나 매개체로 인해 시간여행을 하게 되는 일 그리하여,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이 만나게 되는 것. 타임슬립은 많은 창작물에서 자주 쓰이는 소재이다. 무심코 어떤 문을 열었더니 다른 세계로 이어지기도 하고, 교통사고와 같은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과거로 시간여행을 해서 현재 세상을 바꿔 놓기도 하고, 때로는 우체통에 넣은 편지가 과거로 혹은 미래로 전달되거나, 우연히 얻게 된 무전기에서 다른 시간의 음성을 들으며 사랑의 감정을 쌓기도 하고,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도 한다. ‘음악’이라는 매개체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음악과 기억이라고 하면, 영화 <마담프루스트의 비밀정원>에서 마담 프루스트가 폴이 그리워하는 엄마를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며 어렸을 때는 기억할 수 있는 음악을 가져오라고 하는 장면이 생각난다. “추억은 음악을 좋아하거든.” 영화 속 에서 폴은 본인이 가져온 음악과 그녀가 준 차와 마들렌을 먹고 최면에 걸린 듯 잠이 든다. 무의식 속에서 어렸을 때의 기억의 조각을 맞추고, 몰랐던 진실을 깨달아 가는 장면을 보며, 새삼스레 음악이 가진 힘에 대해 생각했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을까? 우연히 들려온 음악에 지나온 어떤 한 시절을 떠올려 본 기억.
음악은 듣는다는 행위 만으로도, 내가 지나온 어떤 순간의 기억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법이 있으니까. 타임슬립이라는 소재에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음악과 타임슬립 어쩌면 뻔할지도 모르는 이 이야기들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풀어낸 영화 중의 하나는 바로 ‘말할 수 없는 비밀’이다.
아빠가 근무하는 예술학교로 전학 온 샹룬은 학교를 둘러보던 중 옛 음악실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피아노를 치는 샤오위를 만나게 된다.샹룬은 연주한 곡이 좋았다고 물어보는데 샤오위는 ‘비밀’이라고 답한다. 샹룬과 샤오위는 호감을 느끼며 함께 음반가게를 가거나, 자전거데이트도 하며 가까워진다. 샤오위는 샹룬에게 처음 만났을 때 자신이 연주했던 곡을 배워 보겠냐고 말하며 옛음악실에서는 절대 치면 안된다고 말한다.
샹룬은 졸업식날 샤오위를 위한 피아노를 연주해 주겠다고 약속한다. 샹룬은 샤오위에게 7시에 연습실로 오라는 쪽지를 건넸고 혼자 피아노를 치며, 샤오위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쩐일인지 샤오위는 오지 않고 칭이가 들어온다. 샹룬은 눈을 감고 있다가 샤오위인줄 알고 입맞춤을 했는데 둘이 입맞춤을 하는 모습을 본 샤오위는 상처를 받고 사라졌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 된다.
시간이 흘러 졸업식날이 되었다. 샹룬은 샤오위를 위한 피아노를 연주하고 샤오위는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 샹룬은 샤오뤼를 발견하고 뛰어간다. 친구들에게 샤오위를 못봤냐고 묻는데, 샹룬은 샤오위에 자신에게만 보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샤오위와 샹룬은 20년의 시간차이가 나는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었던 것이다. 옛음악실에서 ‘Secret’이라는 연주곡을 연주하면 시간을 이동한다는 것이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시간여행방법이었다.
시간을 뛰어넘어 피아노 선율을 따라 흐르는 첫살랑의 설레임을 담아낸 이 영화는 단순히 음악을 듣고 내가 겪은 어떤 시간대를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장소에서 연주하는 곡으로 시간을 이동할 수 있고, 시간을 이동하여, 처음 만나는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샤오위와 샹룬의 사랑을 그리고 이 영화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주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타임슬립의 비밀을 알려주었던 스토리와,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로 내게는 최고의 타임슬립 영화로 남을 <말할 수 없는 비밀>
‘음표를 따라 여행을 떠나시오. 처음 본 사람이 당신의 운명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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