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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wr2022-05-06 09:45:18

과감한 생략과 예술적 기교로 엿보는 사랑의 공식

영화 〈스프링 블라썸〉 리뷰

 

 

  〈스프링 블라썸〉의 원제는 ‘Seize Printemps’다. 직역하면 ‘16살의 봄’, ‘16살 청춘’ 정도의 의미다. 영화의 제목은 영화의 내용이기도 하다. 〈스프링 블라썸〉은 16살의 수잔이 35살의 라파엘을 만나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담았다. 그런데 이 영화, 범상치 않다. 감독이자 주연을 맡은 수잔 랭동의 데뷔작이라는데,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거치는 여러 단계를 굉장히 감각적으로 연출했다. 핵심은 과감한 생략과 예술적 기교다.

 

 

 

 

 

 

  16살의 수잔은 친구들과의 대화가 지루하다. 맘껏 재잘거리는 친구들 사이에 있음에도 그녀를 둘러싼 세상은 지독히 고요하고 무료하다. 일상의 따분함은 우연한 마주침으로 극복된다. 자신을 설레게 하는 남자 라파엘을 만난 수잔은 애타는 마음으로 탐색전을 벌인다. 라파엘도 수잔에게 호감을 보인다. 서로를 향한 마음은 점점 달아오른다. 학생인 수잔은 라파엘을 만날 핑계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라파엘은 그런 수잔을 사랑하고 아껴준다. 이렇게 둘은 연인이 된다. 그러나 둘의 사랑은 권태를 맞고, 알 수 없는 이유로 삐걱대며, 강한 애착으로 엮였던 두 사람은 다시 남남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스프링 블라썸〉은 다소 뻔한 줄거리의 영화다. 비슷한 줄거리를 가진 영화가 수도 없이 많다.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관객에게 새로움을 줄 수 없다는 소리다. 이에 수잔 랭동이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과감한 생략이다. 영화는 수잔과 라파엘이 거치는 사랑의 각 단계를 유기적으로 나열하지 않는다. 두 사람이 만남-설렘-사랑-권태-이별의 과정을 거쳤음을 알려줄 뿐 둘이 어떻게 감정에 깊이를 더해가는지, 왜 갑자기 권태를 겪고 이별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랑 궤적의 구체적 양상을 좇는 대신 궤적 자체에 집중한 느낌이랄까. 그들이 어떻게 경험과 감정을 쌓아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들이 거치는 사랑의 매 단계를 지켜본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수학 문제 풀이가 아닌 수학 공식, 영어 문장 독해가 아닌 영문법에 집중했을 때 더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수학과 영어처럼 사랑에도 공식과 문법이 있다면, 이것이야말로〈스프링 블라썸〉이 포착하고자 한 것 것이다. 우리는 이 건조하고 딱딱한 무언가를 알아야만 이를 ‘응용’해 현실을 해석할 수 있다.

 

 

 

 

 

 

 

 

 

  수잔 랭동이 줄거리의 평이함을 극복하기 위해 채택한 두 번째 방법은 예술적 기교다. 영화에는 사랑을 속삭이던 두 사람이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세 번 나온다. 흥미로운 건 두 사람이 춤추는 장면 역시 앞뒤로 자연스레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교감이 깊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쯤, 갑자기 음악이 바뀌고 약속이나 한 듯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제 막 서로를 향한 마음을 확인하고 설렘을 느끼던 둘이 카페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춤을 추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 두 사람의 춤은 서로가 깊게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상상 속 교감에 가깝다. 세 번의 댄스신 모두 굉장히 매혹적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잘 합을 맞춘 몸짓에서 두 사람이 서로를 깊게 의지하고 믿고 있음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이 영화에서 춤은 두 사람이 느끼는 기분 좋은 설렘과 사랑의 깊이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어지간한 대사보다 훨씬 강렬한 방식으로 말이다.

 

 

 

  요컨대, 수잔 랭동은 과감한 생략과 예술적 기예로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사랑의 단계를 관객에게 새로이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영화를 본 후, 왜 그녀가 영화가 수많은 영화제에서 후보에 올랐는지를 알 수 있었다. 과감한 스타일로 진부함을 혁신한 수잔 랭동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작성자 . rewr

출처 . https://brunch.co.kr/@cyomsc1/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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