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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필 K2022-05-13 07:42:10

쿠바 최초의 여성감독, 사라 고메스

다시, 주목할 만한 감독

다시, 주목할 만한 감독 칼럼은 오랜 기간 작품 활동이 없어 언급이 잘 안돼는 감독이나 한국에서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감독을 다시 주목해보자는 취지로 적는 칼럼입니다. 

본 칼럼 시리즈를 통해, 다시, 주목할 만한 감독들에 대해 알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사라 고메스 감독의 이름은 한국에서 비교적 생소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녀는 주류 영화계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쿠바 영화의 감독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영화를 나쁘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비교적 다른 대륙에 비해 소개가 덜 되고 특히 한국에서 아프리카 영화가 소개되는 경우는 영화제에서도 드문 것이 사실이니.

그 뿐만이 아니라, 사라 고메스 감독은 장편이 딱 한편 밖에 없어 더욱 그렇다.

바로 급진적이며 혁신적인 다큐멘터리, <어떤 방법으로> 이다.

 

사라 고메스 감독은 쿠바 대중 문화의 중심지인 과나바코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직접적으로 성차별과 인종 차별을 겪었다.

그녀의 이런 어린 시절은 이후 감독이 되어 만든 작품들에서 크게 드러난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신문사에서 근무하며 여러 기사들을 투고하기도 했으며, 여러 감독들과 함께 설립한 쿠바 영화 예술 및 산업 연구소(ICAIC)를 설립하고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쿠바의 여러 사회 문제들을 다루는 단편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며, 장편 영화를 위한 토대를 쌓아왔다.

이 과정을 통해 그녀는 쿠바 최초의 여성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첫 장편 다큐멘터리인 <어떤 방법으로>는, 1974년 ICAIC에서 제작하였다.

이 영화는 1959년 쿠바 혁명 이후 쿠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와 픽션이 혼재된 영화다. 

영화는 쿠바 사회를 교사 욜란다와 공장 노동자 마리오의 로맨스와 갈등을 담음과 동시에, 단순히 페미니즘 뿐만 아니라 교육과 아동복지, 노동자 인권으로도 담론의 폭을 넓힌다.

특정 계층에 대한 혐오와 우월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회 발전이라는 이상적 목표를 지향하는 다큐멘터리로서 모범적이라 평할 수 있으며, 다큐멘터리와 픽션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출이 선구적인 작품이다.

1977년 개봉 후, 인종과 젠더 갈등을 탐구한 최초의 영화라는 평과 함께 큰 주목을 받았다.

 

다만 사실, 이 작품은 사라 고메스 감독이 완전히 마무리 짓지 못한 영화다.

왜냐하면 영화 제작중이던 1974년, 천식 발작으로 인해 31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후반 작업 중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ICAIC에서 함께 근무하고 작업한 다른 스태프의 마무리로 1977년에야 개봉하게 된다.

 

이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이후로 많은 언급이 되지 못했는데, 이후 ICAIC의 조직 개편과 여전히 존재하던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 등 여러가지 이유로 그녀의 작품들이 검열되며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 영화 연구소에서도 1989년에 그녀의 영화들에 대한 자료를 모으고 나서야 등재가 되었으며, 단편들은 2007년에야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진행되어 ICAIC 아카이브에 묻혀 있던 영화들이 대중에게 다시 공개되었고, 어떤 방법으로는 바로 작년인 2021년이 되어서야 아스날 영화 및 비디오 아트 연구소에서 리마스터링 되었다.

 

사라 고메스 감독은 2011년까지 ICAIC에서 장편 영화를 감독한 유일한 쿠바 여성 감독으로 남았으며, 또한 현재까지 유일하게 본 기관에 소속된 흑인 여성이다.

그녀의 이런 사회적 활동과 영화 작품들의 시선은 당시 페미니즘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녀의 작품은 젠더 뿐만 아니라, 노동자, 아동 복지와 같은 사회 그 자체에 대한 수많은 문제들과 차별에 맞서 싸운 영화라 말할 수 있다.

현재 페미니즘의 주류가 급진적인 레디컬 페미니즘이고, 이러한 성향의 작품들은 대부분 특정 계층의 혐오와 우월을 내세운다는 비판점이 많다는 점에서 1970년대에 이러한 시도를 했다는 것은 정말 시대를 앞서갔다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녀의 영화가 비록 영화사의 변방에 존재하는 작품임은 부정할 수 없겠지만, 시대를 앞서간 그녀의 시선은 지금도 여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작성자 . 씨네필 K

출처 . https://www.instagram.com/cinephile_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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