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3-27 21:33:05
반전 영화가 보고 싶다면 | 영화 자백
모든 증거가 그를 향하고 있다.
오랜만에 주말에 한가로이 있다가,
넷플릭스에 올라 와 있던 영화 자백.
정말 한가로이 휴식할때 보고 왔는데?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재미있네?!
사실,, 포스터만 봤을때 음침하고 뻔한 내용과 뻔한 결말 인줄 알았는데
평점 8점인걸 보고,, 아리송 하면서 틀어봤는데
2시간이 순삭당하며 반전미 한가득 정말 있는 그대로 느끼고 왔어요~
역시!! 이런 반전미 가득한 영화는!! 아무런 기본 정보 없이 봐야
더욱더 알차게 보고 오는것같아요!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스릴러, 미스터리, 서스펜서
감독 / 각본 : 윤종석
출연진 :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
개봉일 : 2022년 10월 26일
평점 : 8.12
스트리밍 : 티빙,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왓챠
기획 의도
불륜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을 받고 향한 호텔에서 의문의 습격을 당한 유민호(소지섭)
정신을 차려보니 함께 있던 김세희(나나)는 죽어있고, 범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루아침에 성공한 사업가에서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유민호는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승률 100%의 변호사 양신애(김윤진)를 찾는다
눈 내리는 깊은 산속의 별장에서 마주한 두 사람,
양신애는 완벽한 진술을 위해 처음부터 사건을 재구성해야 한다고 말하고,
사건의 조각들이 맞추어지며 유민호가 감추고 있던 또 다른 사건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데...
두 개의 사건, 두 개의 시신
숨겨진 진실이 밝혀진다.
여담
영화 자백은 당초 2020년 11월에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 와 겹치면서 2년 가까이 개봉이 미뤄졌다.
이 영화는 원작 '인비저블 게스트'의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실제로 원작 줄거리가 다르지만, 진범과 사건의 진실은 같다.
영화 '인바저블 게스트'라는 영화도 어디선가 돌아다니는 걸 본 것 같았는데
포스터가 음침하고 재미없을 것 같아서 넘겼는데... 봐야겠어요!!+.+!!
후기 및 결말
영화 결말을 살펴보자면...
영화는 끊임없이 범인이 누구일까를 물어보며
꼬리에 꼬리를 잡으며 하염없이 범인 찾기를 하는 영화였습니다.
범인은 무조건 소지섭이라고 생각하며 봤지만,
마지막 김윤진이 진짜 엄마였다니... 저는 여기소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설마... 설마?! 설마!!!!!! 하면서 진짜였다니...
솔직히 크게 기대 안 해서 더 재미있게 봤어요!
무엇보다 김윤진의 영화 속 딕션이 계속 남으며 재미있게 봤던
반전이 한가득한 영화 자백이었습니다.
한줄평 : 뻔한 결말 속에 반전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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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개들의 왕이 행한 어떤 기적
이 글은 씨네랩에서 초대 받아 작성한 영화 리뷰입니다.
* 스포일러 주의
감독: 뤽 베송
출연진: 케일럽 랜드리 존스, 조조 T. 깁스
시놉시스: 어느날 밤, 한 심리학자는 유치장에서 만난 붉은 드레스의 남성을 상담한다. 그의 이름은 '더글러스'. 200마리가 넘는 개를 키우며 '도움이 필요한 이를 돕는다'는 그는 심리학자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학대 받던 과거와 힘겨웠던 장애인으로서의 삶, 그리고 그가 그 도시의 '다크 히어로'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사연을 털어 놓는다. 한 사회에서 개인의 비극적인 삶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세련되고 흥미진진한 스릴러의 형식으로 풀어낸, 거장 '뤽 베송'의 수작.
***
살다보면 인생에 끔찍한 비극이 몰아닥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인간 개인은 속수무책으로 그러한 불행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린다. 숱한 비애와 비탄에도 분명히 끝은 있을텐데도 그것에 시달리는 그 순간만큼은 그것은 영원할 것만 같고, 그로 말미암아 사람의 마음에는 깊은 좌절과 원망, 분노가 깃든다. 그 재앙이 차라리 천재지변이라면 차라리 낫다. 그건 '어쩔 수 없었던 일'일테니까. 그러나 그것이 사람에 의한 것이라면 어떨까? '피할 수 있었지만 피하지 못한' 재앙을 맛보았을 때, 사람은 외롭고 억울해진다. 원망은 사람과 사회와 하늘로 향하고 무엇보다도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 애석하게도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언제나 그런 재앙이 있고, 그래서 우리의 도시에는 언제나 비참이 도사린다. 이러한 비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우리는 우리에게 닥친 비극적 운명의 멍에를 어떻게 벗을 수 있을까?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그리고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아래에서부터 소개할 뤽 베송의 신작, <도그맨>에서 이러한 사회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재앙과 그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며 벗어나고자 한 인물의 이야기를 그려낸다.
1. 철장에서 자란 소년이 '도그맨'이 되기까지
어린 '더글러스'(이하 '더그')는 유년 시절의 어느 일부를 철장에서 보냈다. '투견으로 쓰일 개에게 먹이를 주었다'는 이유만으로. 지극히 가부장적이고 폭력적이던 아버지의 광기는 집안 어디에서나 도사렸다. 형은 아버지처럼 되어가며 가족을 감시했고, 어머니는 결국 그를 이기지 못하고 떠났다. 그러나 더그는 완전히 고독하지는 않았다. 그의 곁에는 개가 있었으므로. 더그에게 개들은 그와 같은 아픔을 경험하고 서로를 보듬어주는, 그의 유일한 가족이었다. 개들은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켰다. 그가 아버지의 학대 끝에 반신불구가 된 후에도, 그가 도움과 위안이 필요할 때면 언제나. 그런 그가 소위 '도그맨'이 된 것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https://youtu.be/CKHtgQzY3js?feature=shared
소년은 자랐고, 더는 그 끔찍한 집에 살지 않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학대의 흔적은 남았다. 다리를 쓸 수 없었고, 다리를 쓰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걷지 못한다는 것 이상의 것을 의미했다. 각박한 인간 세상은 '걸을 수 있는 사람'에 맞춰져 있으니까. 더그에 대한 사회의 취급은 길 위를 떠돌아 다니는 유기견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에디트 피아프의 명곡 '군중'의 노랫말에서처럼, 세상은 그에게 환희를 주었지만 곧 그를 거두어가버렸으므로 그는 절망과 분노를 이겨내는 방법을 익혀야 했다.
그래서 그는 원래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로 한다. 금요일에는 트렌스젠더 바의 '에디트 피아프'가 되었다. 연기를 하고 분장을 했다. 비참이 깃든 얼굴 위로 분칠을 하고, 찰나 같은 순간 동안 바로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비로소 그를 '걷지 못하는 사람' 이상의 누군가로 보았다. 언젠가 짝사랑하던 연극 선생님의 말처럼, 셰익스피어의 세계에서는 그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다.
그러지 않은 날에는 '도그맨'이 되었다. '도그맨'은 불행한 개들과 사람을 거두고 도왔다. 그가 합법적으로 남을 도울 길은 흔치 않았으므로 그의 방식은 적지 않은 경우 합법의 영역 밖에 있었다. 그래서 위험했고, 그래서 때론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이윽고는 그의 운명을 끝을 향해 달려가게 했지만, 어쨌든 그는 그 일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2. 불행이 있는 곳에 신은 개를 보낸다
이러한 '도그맨'의 삶은 예수의 공생애와 닮아 있다. 그는 가장 더러운 개 철장에서 나고 자랐다. 장애는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수 없게 했고, 그래서 그는 더욱 고난 길을 걸어야만 했다. 그렇게나 고생했으면 사람을 미워할 법도 한데, 개들에게서 숭고한 사랑을 배운 더그는 가장 외롭고 힘든 이들을 위해 기꺼이 손을 내밀었다. '부의 재분배'라는 명목으로 값나가는 것들을 좀 훔치긴 했으니 숭고한 의미만으로 그 일을 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을테지만, 그가 보인 관용 또한 숭고하지 않다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다크히어로를 움직이게 한 동인은 '돈'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동감이었으니까. 그것은 대단히 숭고한 마음이 아닌가.
이러한 기독교적인 메타포는 영화의 말미에서 절정에 이른다. 인생의 모든 것을 고한 더글러스는 그의 벗들로 말미암아 유치장을 벗어난다. 휠체어에서 일어난다. 꺼져가는 생명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는다. 앉은뱅이를 고친 예수의 기적처럼. 그리고 마침내 외친다.
'저는 떠날 준비가 되었습니다!'
개들의 왕은 마침내 땅 위로 쓰러진다. 등 뒤에 거대한 십자가 그림자를 드리운 채. '대가는 치러졌고, 아픈 과거는 잊었다. 그 자리에는 어떤 후회도 남지 않는다'. 수없이 많은 그의 자식, 개들만이 그의 곁을 지킬 뿐이다.
https://youtu.be/4r454dad7tc?feature=shared
***
영화 <도그맨>은 불행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의 인생은 험준하기 그지 없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안에서 아가페적인 사랑을 찾는다. 비록 그의 생은 마감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사랑이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는 그를 비롯한 많은 이들을 비참하게 만든 세상에 대해 과격한 방식으로 저항한다. '홍길동'이나 '로빈훗'처럼 가진 자의 부를 재분배하고 가혹한 이를 응징하는 그의 방식은 그 옛날 로마 제국에 저항하던 급진혁명파인 '젤롯당'이 연상되기도 하고, '눌린자, 포로된 자'에게 기꺼이 다가갔다는 예수에 대한 묘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도그맨'을 사랑을 위해 알려지지 않은 혁명을 해 온 혁명가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사랑과 혁명. 이것은 어쩌면 영화가 제안하는 '비극을 이기는 법'일지도 모른다. 물론 우리가 더글라스처럼 개를 부릴 수도 없을테고, 불법적인 일을 일삼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만, 낮은 이들에게 기꺼이 사랑을 베풀고 우리가 처한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솎아내려는 시도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길 위를 떠도는 유기견들의 사정이 나아지게 하기 위해 개를 '사지 않고' 입양하는 방식을 택할 수도 있고, 장애인을 위한 법안이 통과되게 하기 위해 말 한 마디라도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의심이 가더라도 한번 해 보자. 그런 소소한 베풂이 이어지다보면 언젠가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 개를 다루는 사람의 이야기이지만 개가 폭력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뤽베송 감독은 아주 어릴 때부터 개를 키웠다는데, 그런 감독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거 같다.
++) 다양한 음악이 삽입되었는데, 특히 에디트 피아프의 노래들이 더글러스의 삶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영화를 보기 전후에 한번씩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상영 일정]
[부산국제영화제 10.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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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과 어울리는 영화.zip
안녕하세요!
이번 주도 잘 지내고 계시나요?
저번 주까지만 해도 날씨가 쌀쌀했는데
이번 주에는 제법 따스해 봄기운이 묻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곧 꽃이 만개한 길거리를 볼 수 있겠죠?
그래서 봄을 맞이해 봄에 보기 좋은 영화를
추천해 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4월 이야기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대학에 진학한 후, 고등학교 때 짝사랑한 선배를 마주친 우즈키.
사랑을 꿈꾸는 스무 살 소녀의 순수한 로맨스
cine pick!
<러브 레터>의 이와이 슌지 감독이 선보이는
두 번째 사랑 이야기.
설렘, 아련함이 마음속에 가득 남는 영화.
Streaming Service
웨이브, 시즌
봄날은 간다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복잡한 서울을 도망치듯 떠나온 혜원.
평화로운 고향에서 따스함을 새로이 느낀다.
자연의 소소한 기쁨 속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는 사이,
어느새 사계절이 지나 봄이 오고.
cine pick!
두 배우의 최고의 작품이자 리즈 시절을 담은 영화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말해본다.
진한 여운이 남는 영화.
Streaming Service
넷플릭스, 웨이브, 쿠팡플레이
초속 5센티미터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초등학교 친구였던 타카키와 아카리는 졸업과 동시에 헤어지게 된다.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이 남은 두 사람은 반년 만에 다시 연락하게 되고,
폭설이 내리던 어느 밤, 타카키는 아카리를 찾아 나선다.
cine pick!
영화를 보는 내내 각자 생각나는 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영화.
영상미까지 뛰어난 영화이다.
Streaming Service
웨이브, 왓챠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어릴 적에 부모를 여인 폴은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함께 산다.
폴은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해 그녀가
키우는 작물을 먹고 과거의 상처와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cine pick!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너무 예뻐서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도 감상할 수 있는 영화.
Streaming Service
웨이브, 왓챠
갓 헬프 더 걸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위태로운 방황의 시기를 겪던 이브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우정과 사랑을 나눈다.
그 시간들을 통해 자신이 정말로 원하고 잘하는 것을
깨달은 이브에게 뜻밖의 위기가 찾아온다.
cine pick!
빈티지한 색감, 음악, 패션이 만나
눈과 귀 모두 즐거운 영회.
잔잔하지만, 마음에 파동을 일으키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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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왓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우연히 발견한 인기 여학생의 비밀.
외톨이 남학생은 그렇게 그녀와 가까워진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후, 그는 알게 된다.
그녀의 무언가가 마음속에 살아남았음을.
cine pick!
포스터와 스틸컷에서부터 느껴지는 봄의 기운.
제목만 보면 뭔가 무섭게 느껴지지만,
제목이 무슨 뜻인지 영화를 통해 꼭 확인해 보자!
Streaming Service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왓챠, 쿠팡플레이, 시즌
리틀 포레스트
출처 | 네이버 영화
synopsis
복잡한 서울을 도망치듯 떠나온 혜원.
평화로운 고향에서 따스함을 새로이 느낀다.
자연의 소소한 기쁨 속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는 사이,
어느새 사계절이 지나 봄이 오고.
cine pick!
담백함과 수수함이 이 영화의 매력이다.
위로와 힐링이 필요하다면 이 영화를 추천드립니다.
Streaming Service
넷플릭스, 티빙, 쿠팡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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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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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베 얀손>, 인생 구석구석을 모험하며 살아간 토베 얀손을 기억하며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토베 얀손>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영화 <토베 얀손>은 무민 작가로 유명한 '토베 얀손'의 실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귀엽고 따스한 분위기를 풍기는 캐릭터 '무민'은 잘 알지만, 정작 무민을 만든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나도 그랬다. 그래서 내가 몰랐던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는 크게 토베의 예술가(돈을 벌기 위한 예술가와 진정으로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리는 예술가)로서의 자신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이야기, 가부장적인 시대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와의 갈등 이야기, 아토스와 비비카와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토베의 일과 사랑에 주목한 영화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그녀의 화려한 업적이 아닌 그 안에 깃든 에너지, 고뇌, 갈등 등의 '내면'도 면밀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 인생은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구석구석 탐험해야죠.
극중에서 토베가 직접 꺼내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대사가 토베의 삶을, 그리고 영화의 전체를 관통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토베는 살아가면서 단순히 무민 만화를 그리며 돈을 버는 예술가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을 이어나갔다.
만화가, 극작가, 소설가, 화가···
끊임없이 모험하고 탐험했다.
한편으로는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삶이자 바라는 삶의 모습이기에 영화를 보며 '부럽다',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인생은 하나의 모험이다.
그리고 그 모험을 알차게 채워나가는 것은 나의 태도와 마음가짐에 달려있다.
나도 토베처럼 구석구석 탐험해나갈 것이다.
- 독창성은 제 특기예요.
토베는 자신의 독창성을 살려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무민을 주인공으로 만화를 연재했고, 직접 쓴 무민 이야기를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이 독창성은 당시에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 사랑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특기가 무엇인지를 알고, 그 특기를 살려 무언가를 해낸다는 점에서 토베는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며 자동적으로 따스한 미소가 지어지던 장면이 있다.
바로 신문에 주기적으로 무민 만화를 연재하면서 많은 인기와 큰 성공을 얻은 토베의 싸인을 받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어린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설렘가득한, 잔뜩 상기된 얼굴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뻤다.
독창성과 순수함이 깃든 토베의 마음이 '무민'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에게도 전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괜시리 마음 한 켠이 몽글몽글해지는 장면이어서 더 기억에 남는다.
토베는 아토스와 비비카를 사랑했다.
토베가 제일 사랑했던 사람은 비비카였다.
서로를 못 만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토베는 여전히 비비카를 사랑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만화가, 극작가, 소설가, 화가를 전부 다 하고 싶다는 토베의 말에 비비카는 다 하라는 말을 건넨다.
이 순간이 참 좋았다.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고뇌하던 토베는 비비카의 '다 해'라는 말을 듣고 순간 마음이 탁 트이는 경험을 했을 것 같다.
가슴 속 어딘가에 응어리 져 있던 것들이 해소되는 기분이 들었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정체성에 대해 고뇌하고 있을 때 주변의 누군가가 선뜻 다 하라는 말을 건네준다면 참 큰 힘이 될 것 같다.
토베는 비비카를 제일 사랑했다.
비비카는 도시 파리를 정말 사랑했다.
이 사실을 온전히 깨달은 토베는 자신의 이야기의 일부 내용을 빌려 비비카에게 '너를 야생으로 놓아주겠다'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이 내겐 이제 그만 우리 둘을 서로의 추억 속에 묻어두자, 라는 말로 들렸다.
다소 가부장적인 사회 속에서 자신의 예술을 인정해주지 않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토베는 아버지의 앨범 하나를 건네받는다.
바로 토베가 신문에서 연재하던 무민 만화를 모두 오려서 모으고 있었던 아버지의 앨범이었다.
앨범이 펼쳐지고, 정성스럽게 스크랩된 무민의 모습을 보자마자 눈물이 나왔다.
살면서 반드시 '무언가를 잃고 나서야 진정으로 깨닫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이 장면 속의 토베도 마찬가지이다.
아버지는 어찌 됐든 토베의 작품을, 토베의 예술을 사랑하고 응원했다.
영화의 후반부에 창문을 열어 놓고 자던 토베의 집안에 강한 바람이 들어오며 책상 위에 놓여 있던 그림이 그려진 종이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지고, 커튼이 강하게 흔들리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모습을 보며 토베는 무언가를 깨달은듯한, 하지만 조금 오묘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토베가 미완성 그림인 <시작하는 사람>을 그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시작하는 사람'.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이 흥미로워하는 일을 모두 할,
인생의 구석구석을 탐험할 '토베 얀손'을 암시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참 멋있고 본받고 싶은 사람이다.
한 예술가의 삶을 영화로 만든 작품을 볼 때는 항상 괜시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지는 것 같다. 괜히 울적해지는 기분이다.
아마도 삶을 마감하기까지 끊임없이 했던 그들의 고뇌와 시행착오, 내면에 응어리 져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적나라하게 보게 되기 때문에 드는 생각 같다.
<토베 얀손>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히 포스터, 영화의 오프닝, 영화의 중반부, 영화가 끝나고 난 후의 엔딩크레딧에 토베 얀손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복잡한 감정들을 해소하듯이 열심히 춤추는 장면이 나온다.
이 춤추는 장면을 통해 그녀의 심정이 얼마나 복잡한 상태일지를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토베가 춤추는 것만으로도 무언가를 분출하고 싶다는 그녀의 감정이 스크린 바깥의 나에게까지 잘 전달되어 괜히 나까지 복잡해지는 것 같았다.
스스로의 인생을 어느 하나에 규정짓지 않고
구석구석 모험하며 살아간 '토베 얀손'을 이 영화를 통해 접하길 바란다.
그리고 '무민'과 그녀를 함께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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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위대한 작가 이전에 어머니가 되어가는 한 여성의 성장기
20세기 가장 유명한 아동문학 작가 중에 한 명으로 손꼽히며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인생을 통해 잘 알려지지 않은 10대 시절 성장기를 그리면서 집필한 작품의 기반이 된 모습을 비추는 실화 영화 <비커밍 아스트리드>! 전체적인 이야기를 구성하기보단 일부에 초점을 맞춘 작품으로 한 여성이 어머니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백하게 보여주는데, 아마 이런 부분은 연출을 맡은 여성 감독 크리스텐센의 섬세함이 돋보이는 점일 것입니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완벽한 내면 연기는 그 섬세함에 힘을 실어주는데, 이제 막 연기를 신인이라고 하기에는 무안할 정도로 극의 무게 중심을 잘 이끌어줍니다. 그럼, 본격적인 영화의 후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10대 소녀의 세상 살아가기
1920년대 초, 스웨덴 시골 마을에 농장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애정 어린 대가족의 구성원인 16살 아스트리드. 그녀가 쓴 에세이는 지역에서 꽤 알려지게 되고 아버지의 소개로 지역 신문사에서 인턴 기자로 일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일하며 기자로서의 역량을 꽃피우려던 때,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인 신문사의 편집장 레인홀드 블롬버그와 연애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 결과는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덴마크로 건너가 아이를 낳은 후 위탁 가정에 아이를 맡기고 스웨덴과 덴마크를 오가는 생활을 이어가게 되는데...
예고편│Trailer
감독 :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각본 : 킴 풉즈 아케손, 페르닐레 피셔 크리스텐센
출연진 : 알바 어거스트, 마리아 보네비, 트린 디어홈 외 다수
장르 : 드라마, 전기
상영 시간 : 123분
개봉일 : 국내 2021년 5월 12일
국가 : 스웨덴
등급 : 15세 관람가
평점 : 관람객 6.0, 네티즌 8.67, 기자ㆍ평론가 6.0, 로톤 토마토 프레시 96% 팝콘 80%, IMDB 7.1
어머니가 되어가는 그녀의 삶
영화를 오롯이 혼자서 이끌고 가는 아스트리드 역을 맡은 알바 어거스트 배우의 연기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인물의 전기를 그리고 있음에도 그녀의 10대부터 20대까지의 이야기를 함에 있어서 그녀가 쓴 삐삐 롱스타킹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짐작이 갈 만큼 주체적인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가부장적 당시 시대상을 탈피하며, 사랑에 대한 솔직함, 아들에 대한 사랑, 블롬버그와 가족과의 갈등까지 그녀가 헤쳐나가는 복잡하고 다사다난한 삶의 여정을 멋지게 표현해 줍니다.
그럼에도 페미니즘에 치우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맞지 않습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여성이 중심이 되기보다 소녀가 어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녀의 곁에는 사랑했던 블롬버그도 있었고, 묵묵히 바라봐 준 아버지 사무엘, 어머니 한나도 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인연이 될 스투레도 있지만, 이야기는 아들 라세와 아스트리드의 관계, 모성애를 보여주는 데 치중하고 있고 그 속에서 한 아이의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통해 성숙해가는 그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아들을 맡아준 마리가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현대 여성에게 전해주는 메시지
전 세계적으로 수십 년간 수많은 구독자가 이어진 삐삐 롱스타킹의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전기는 그녀가 힘들었던 청년기를 보고 있습니다. 시작점에 아이들이 보내준 생일 편지와 엽서를 보며 그 안에 적힌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보여주는 데, 아마도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이 영화에 있는 것 같습니다. 그녀가 겪었던 개인적, 사회적 문제가 밑바탕 되어 쓰였다고 말입니다. 이것을 풀어가는 과정을 통해 위대한 작가의 모습이라기보단 한 사람으로서의 모습으로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이렇게 따뜻한 이야기가 지금 같은 시기에도 잘 어울린다 생각 듭니다. 제가 너무 감상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중심에서 보이는 깊은 모성애와 더불어 한 여성의 성장, 그 캐릭터의 눈빛, 미소는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와 줍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이 과거의 여성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그 과정에서 보이는 메시지는 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이입되게끔 만들어져 충분히 만족하고 관람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불필요해 보이는 노출이나 따뜻함을 강조하며 늘어지는 전개는 개인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보여줘야 할 한 인물의 일부분은 착실히 전달되었다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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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girl의 그렇게 어머니가 된다
아시아계 감독이 아시아 사춘기 소녀의 빨간 맛 성장통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
동서양을 불문하고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이라는 사회를 경험하고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사춘기라는 질풍노도의 시기를 공통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반항심으로 가득 차 있거나 정서적인 혼란이 생기는 등 사춘기의 여러 증상에 대해 당장 사춘기를 겪고 있는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그 시기가 한참 지났음에도 대부분의 성인이 공감할 정도로 불안정한 시기의 대명사인 사춘기의 악명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합니다. 이렇듯 사춘기에 관해 전 세계의 적지 않은 인원들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만큼 사춘기 시기의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그들이 겪는 문제와 성장통을 다루는 이야기는 많이 영화화되었습니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 또한 청소년, 특히 여성의 사춘기를 소재로 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특이한 점으로 픽사의 모든 장편 애니메이션 중에서 아시아인으로 대표되는, 동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서양이 아닌 동양을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 처음으로 탄생했습니다.
부모의 전폭적인 보살핌과 사랑, 자녀는 그에 대한 도리로서 효(孝)를 지켜야 한다는 부모 자녀 사이의 관계는 동양의 근본과도 같은 사상입니다. 그렇기에 아시아 부모 자녀 사이의 관계는 서양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하게 작용합니다. 이는 부모가 자녀를 올바른 길로 이끌고 둘 사이의 친밀도가 높은 등의 장점도 있지만 부모의 자녀에 대한 과도한 간섭 혹은 제약과 같이 구속력이 강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자녀가 사춘기일 경우 둘 사이의 갈등이 더 심화되곤 합니다.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이러한 아시아 어머니와 사춘기 소녀 사이의 갈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중국계 캐나다인인 도미 시 감독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쓴 만큼 둘 사이의 관계는 글로는 형용하기 어려운, 소녀의 숨 막히는 듯한 감정을 세밀하게 담아내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관계를 많이 경험해 보았던 우리나라 관객들이 특히 영화 속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메이에게 빠져들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이 영화는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하고 부모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보다 자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자 하는 사춘기 소녀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현실적이지만 사랑스럽게 그려냈습니다. 비단 사춘기 소녀뿐만 아니라 어머니 또한 어머니이기 이전에 소녀였으며, 그녀의 두려움과 부족함을 다루었다는 점도 호평할 만한 요소입니다. 이는 메이가 사춘기 시절의 어린 밍을 위로하고 끌어안는 클라이맥스 씬을 통해서 관객들의 감정과 공감을 이끌어내었던 연출을 예시로 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초반부에서 밍의 캐릭터성을 보여줄 때 아이의 감정을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치게 간섭하며, 심지어 학교에서 스토킹까지 하는 등 극성인 아시아계 어머니로서의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담고 있어 괜히 거북한 감정을 일으키게 만듭니다. 또한 3세대에 걸친 모녀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이 급작스럽고 애매하게 진행되며, 해소 이후의 상황을 '앞으로 사이좋게 지내게 되었답니다' 식의 좋게좋게 마무리하려는 모습은 많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아시아 가족의 특수성과 사춘기 소녀가 만났을 때,
그리고 어머니란 이름의 또 다른 소녀와 아쉬운 갈등 해소 과정
존경심 가득한 문화에 대한 헌사, 오마주와 연출로 담아내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보기 힘든 연출 하나가 유독 <메이의 새빨간 비밀>에서 자주 등장하였습니다. 장르의 특성상 과장된 표현은 모든 애니메이션에 담겨 있지만 이 영화는 앞선 두 회사의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부분에 과장된 표현을 담았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대표되는, 2D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초롱초롱한 눈 혹은 중국 당면을 뽑아내는 듯한 눈물 묘사를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이전의 픽사의 작품들에게서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연출이기에 해당 연출을 처음 접했을 때 '정말 픽사의 작품이 맞나?'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후술할 내용과 관련하여, 이 당혹스러운 연출을 아무런 의도 없이 사용하지는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액션하고는 1도 상관이 없어 보이는 주제의 영화이지만, 놀랍게도 독특하거나 스펙터클한 액션이 종종 등장하곤 합니다. 메이가 인간의 모습과 판다의 모습을 바꿔가며 건물을 뛰어넘는 씬과 밍의 거대한 판다가 돔의 좁은 틈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돔을 초토화시키는 씬은 이 영화가 가진 액션의 대표로 언급할 수 있습니다. 이때 메이가 모습을 변경해 가며 이동하는 씬은 마법소녀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동 방식이며, 밍의 거대 판다와 관련된 액션은 고지라와 같은 일본 괴수물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연출입니다. 즉, 해당 연출은 유명한 아시아권 문화들을 오마주의 형식으로 영화에 등장시킴으로써 그 문화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드러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과장된 표현도 아시아 문화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취지로써 사용한 연출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감독의 의도와는 별개로, 특히 과장된 표현은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통상적인 분위기와는 괴리감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괴하다고 느껴질 여지가 충분해,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만한 연출입니다.
아시아 문화에 대한 헌사로서 오마주를 영화에 담았으며, 픽사스럽지 않은 느낌을 주는
좋은 의미로, 혹은 나쁜 의미로 픽사스럽지 않다
여러모로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지금까지의 픽사의 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영화의 외적인 측면에서는 앞서 다뤘던 독특한 연출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내적인 측면으로는 서사가 가지고 있는 과감함이 여타 픽사 영화들과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는 픽사의 장점이자 강점으로 언급되곤 하던 독특하면서도 묵직한 무게감을 가지고 있는 서사와 주인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로봇이 사랑을 하고 장난감이 살아 움직이는 건 독특함이지 과감함이 아닙니다. 남자아이와의 스킨십을 하는 망상을 비밀 노트에 그리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씬 등을 통해,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사춘기의 사랑에 관해 노골적이고 솔직한 과감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픽사에는 <니모를 찾아서>와 같이 부모와 사춘기 자녀 사이의 갈등을 다룬 비슷한 주제의 영화가 있지만, 민감한 이야기를 직접적이고 과감하게 담아낸 경우는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처음입니다. 이렇게 내외적인 측면에서 이 영화만이 가진 독특함 덕분에, 기존의 픽사 영화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느껴집니다. 이 변화를 좋게 평가하는 기존의 관객들도 분명히 존재하겠지만, 과거 픽사 영화의 분위기를 더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좋지 않게 평가할 관객들이 다수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입장과 더 가깝습니다. 이따금씩 독특한 분위기를 가진 영화로서의 역할은 어울릴지 몰라도, 앞으로 픽사 영화의 분위기가 <메이의 새빨간 비밀>을 따라간다면 저는 더 이상 픽사 영화를 좋아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존 픽사 영화의 독특함과는 다른 과감함.
과연 한 번의 일탈인가, 변화의 초석인가
픽사 영화는 항상 시작하기 전에 짧은 단편 영화를 상영하고 나서 본편이 시작됩니다. 픽사의 유명한 영화 <인크레더블 2>이 상영될 때 역시 본편이 시작하기 전에 단편을 상영하였고, 이때 상영된 영화가 바로 <바오>였습니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란 주제를 가지고 대사 한 마디 없이 관객들에게 강한 충격을 준 단편으로, 본편보다 이 영화가 더 기억에 남는다는 평을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바오>를 제작한 감독은 바로 <메이의 새빨간 비밀>의 감독인 도미 시입니다. 어찌 보면 이 영화가 <바오>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라고도 보입니다. 그녀의 첫 장편 영화 데뷔작으로 본다면 무난하기는 하지만, 픽사란 타이틀이 붙어있기에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1시간 40분이란 짧은 러닝타임에 담아내기엔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앞으로 어떤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관객들에게 보여줄지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픽사가 가진 전통을 토대로, 본인의 색채를 어울리게 섞어 또 하나의 새로운 명작을 만들어 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빨간색은 행운의 색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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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습하면서도 독특했던 5년만의 '봉준호스러운' 금의환향
예술은 자기만의 색깔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노란색에도 개나리 노란색이 있고, 연노랑색이 있고, 진한 노란색이 있듯, 같은 계열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디테일과 각종 포인트들을 통해서 각 분야의 예술과 그 안에서 예술을 행하는 예술가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찾고, 만들어나간다. 영화예술을 현 시대의 예술이 선사할 수 있는 최정점의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영화예술만큼 그 색깔이 진한 예술을 더 이상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디테일, 구도, 연결 이음새의 모양, 세트를 만들 때에나 CG처리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려 할 때 등 형언하기 힘들만큼 많은 부분들에서 영화예술가들, 특히 감독들은 자기만의 색깔을 연구하고, 탐구하고, 제작하여 이 점을 의식하든, 무의식적이었든, 본인이 만들어낸 예술품에 자연스레 녹여들게 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감독님 중 항상 1순위로 꼽히는 감독님 중 한 분이신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론, 감독론, 그만의 색깔은 결코 따라하기도, 흉내내기도 쉽지 않아 보이고, 감독님 스스로도 그게 본인의 무기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군다나 이런 뚜렷하면서 미학적인 색깔에 새로운 터치를 가미하게 된다면 금상첨화이지 않을까?
영화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의 특장점들만을 모아 그만의 색깔을 표출해낸 작품이면서 동시에 그가 앞으로 어떤 작품들을 또다른 어떤 색깔을 통해 표현해내려 하는지, 또 그걸 통해 어떠한 이야기를 어떠한 식으로 풀어내려 하는지 예고편을 보여주는 것같기도 한 흥미로운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 구조와 "미키"의 물아일체(物我一體)
영화 <미키 17>은 기본적으로 소설 원작 '미키 7'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같은 이야기, 같은 등장인물들을 두고 있지만, 봉준호 감독님만의 색다른 이야기와 영화적으로 추가한 캐릭터들을 통해 감독 본인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추가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시 태어난다는 것은 어떠한 걸까? 죽는 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이러한 질문들을 지속적으로 영화 내에서 인물들의 입과 대사, 행동을 통해서도 표현하지만, 가장 특이한 점은 이를 영화적 구조, 연출적 방법을 통해서도 그러하다는 점이다. 영화는 시작함과 동시에 주인공인 "미키 17"이 크레바스로 떨어져 기절했다가 다시 깬 상황을 보여준다. 이윽고 "미키 17"을 구하러 와준 줄만 알았던 친구 "티모"가 화염방사기만 챙긴 후 '넌 다시 재생하면 되잖아'라는 말을 전한 후 버리고 떠나기 전 '죽는 것은 어떤 기분이야?'라고 질문한다. 인상적인 건, 이 지점부터 "미키 17"의 목소리가 나레이션, 보이스 오버되고, 영화적 구조는 루핑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쩌다가 "미키 17"이 재생형 인간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과거사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는 영화의 종반부, 버튼을 눌러 재생장치를 폭파시키 전 일종의 트라우마가 상기되듯 다시 한번 루핑되어 과거의 시간대로 돌아가 니플하임 총사령관 "마샬"의 아내 "일파"를 만나게 되는 씬에서 반복된다.
영화는 루핑을 통해 영화 자체에 순환적 구조를 취하게 되는데, 이는 마치 주인공 "미키 17"이 죽음 이후 재생되는 삶, 반복되는 삶을 영화적으로도 구조화한 것처럼 보인다. 더불어, 그런 순환적인 구조를 영화의 극초반부와 극후반부에만 배치해두고, 정작 본 이야기에서 영화는 순환을 그리 사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영화는 "미키"의 죽음이 가볍게 처리되고, 소비되는 극초반부와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죽음을 맞닥뜨린 "미키"의 이야기를 다룬 본 이야기에 극명한 차이를 표현하기 위해 이를 구조적으로도 표출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앞서 언급했듯, 또 하나 영화가 흥미로운 점은 바로 보이스 오버이다. 봉준호 감독님의 이전 필모그래피를 보게 되면 본 작품만큼 보이스 오버를 빈번히 사용한 작품이 또 없다. 이런 차이가 존재할 수 있는 데에는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에서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에서의 주인공인 '기택 가족'을 영화는 주로 비추고, 그들이 겪는 이야기를 통해서 서사를 풀어나가지만 결코 그들의 이야기가 오로지 영화의 메시지가 되지는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 그들이 행하는 행동들, 겪게 된 순간들로 무언가 다른 메시지를 함축시키고, 관객들은 이를 통해 세 가족 간의 복잡한 관계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함으로써 그 메시지를 찾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영화 <기생충>의 기본 틀이다. 영화 <미키 17>은 그와는 달리, 오로지 "미키"라는 인물이 그동안 겪어왔던 시련들과 아픔들을 비추고, 사건을 헤쳐나가면서 결국 성장하게 된 일련의 과정을 관객들에게 직접 보여줌으로써 보다 주관적이고, 1인칭 시점스러운 관점에서 인물에게 이입할 수 있는 틀을 가지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시시각각 이야기의 배경사를 알려주고, 본인의 과거 이야기를 관객에게 소개하듯 들려오는 보이스 오버는 관객을 인물에게 몰입시켜 "미키"리는 인물이 변하게 되는 과정을 온전히 느끼게 한다.
- '봉준호'식 블랙코미디로 사회를 꿰뚫다.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이유를 솔직히 셀 수 없지만 그 중에서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블랙 코미디'이다.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 세계를 보게 되면 한번쯤은 어느 포인트에서라도 웃게 하고, 특유의 재치와 유머를 통해 관객들을 즐겁게 하지만 동시에 그를 통해서 사회적 통념을 꿰뚫게 하고, 유머가 지속되다 순간 바뀌어버리는 상황 속에서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스스로에게도 영화의 메시지와 질문을 반문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은 봉준호 감독님만의 영화적 센스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영화 <미키 17>은 이전 필모들과는 굉장히 다르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작품이고, 또한 특유의 재치와 유머에 사랑스러움까지 입혀져 이전 작품들에선 느낄 수 없었던 행복의 감정까지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결코 이런 점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우리 사회를 직시하게 하고, 마치 현 상황을 꿰뚫어 보기라도 하듯 지금 당장 우리가 겪고 있는 시대적 문제, 형언할 수 없는 혐오와 차별의 시대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작품이 바로 이번 작품, 영화 <미키 17>이었다.
영화는 초반부와 중반부 심지어 후반부까지 "미키"에게 죽는 것은 어떠한 의미인지 물어보는 인물들을 마치 의도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관객에게 이 질문에 대해 결코 잊지 말라는 듯하는 것처럼 들린다. 물론 그들 중에선 진심으로 그 감정이 궁금해서 일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대부분 이 점을 통해 "미키"를 비꼬기 위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생각해볼 점은 "미키"가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은 맞지마 익스펜더블을 만든 사람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지구에서의 상황이 채무로 인해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이었어서 다른 선택을 하기 힘들었기에 내린 결론이었지만, 남들이 기피했던 익스펜더블을 선택했고, 극한직업이라는 사실까지도 알았지만 결론적으로 다른 이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먼저 해주는 개척자이면서 희생자이고, 영웅이기도 한 인물이 바로 "미키"이다. 그를 추대하고, 영웅처럼 모시지는 못할 망정 그들과는 다르다는 이유로, 어차피 다시 재생되기 때문에 처분해도 된다는 이유로 그를 무시하고, 매몰시키고, 버리는 행위들을 "미키"에게 일삼는 장면들이 빈번히 등장하는데, 이 점이 영화를 관람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새로운 곳을 개척하고, 이주 지역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어서 너무도 필요했기에 그 역할을 만들었지만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 역할로서 따가운 시선을 받는 직업을 택한 사람마저 무시하고, 천대하고, 끝까지 실험용 쥐로서 사용하려는 영화 속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이는 영화에서만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가 지금도 그러한 인식과 시선으로 인해 우리를 위해 험한 일까지 도맡아 고생해주는 이들에게 오히려 무시하고,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끔 한다.
영화 <미키 17> 속 "미키"만큼이나 중요한 인물이 바로 니플하임 총사령관 "마샬"과 그의 아내 "일파"이다. 리더십도 없고, 본인의 자유의지로 무엇을 하려는 듯한 생각도 없어보이는 "마샬"과 그를 뒤에서 조종하고, "미키"와의 식사 중 고통에 몸부림칠 때에도 본인의 카펫의 보존만이 중요했던 "일파"는 어찌보면 니플하임 행성 개척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젯거리로 보인다. 쓸데없이 큰 돌을 가져와서 하는 거라곤 돌 안에 이름을 새겨 기념을 하자는 얼토당토않은 행사를 개최하고, 탐사 중 동료가 눈 앞에서 죽은 대원들에게, 특히 "미키"에게 '너가 죽었어야지.'라는 말을 일삼으며, 심지어 대원 중 한 명인 "카이"에게 끔찍한 제안까지 건네는 "마샬"은 감독이 보여주고자 하는 최악의 리더의 표본이면서 동시에 그런 그의 죽음은 그런 리더의 말로는 이러함을 의도적으로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생각된다.
어쩌면 작품 속 "마샬"보다도 "일파"가 더 중요해보인다. 그러한 데에는 그들이 대화를 하거나 "마샬"이 무언가 연설을 하던 와중에도 "일파"가 자료를 주거나 연설 내용을 바꾸고, 바꾸게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바로 그녀가 '소스'에 극도로 집착한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그토록 소스에 집착했던 이유, 이를 영화에 연출한 이유엔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영화 속에서 언급되는 것처럼 "일파"는 소스를 첨가하는 건 그 행위 자체로 본인들의 고결성을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사람이 먹는 것이라고 말하기 힘든 음식을 제공받아 먹는 대원들과 달리 신선한 과일, 신선한 육류로 만든 무언가를 먹으면서, 심지어 소스까지 더해먹는 본인들은 평범한 그들과는 다른 무언가의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건, 다른 무언가로 존재하고 싶고, 군림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 소스를 첨가하는 이들이, 정말 남들과는 다른, 그래서 차별받고 무시받는 "미키"를 더 가세해서 무시하고, 멸시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그녀 자체가 소스이기 때문이다. 물론 음식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맛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서 신선한 원재료들로 만들어진 디쉬 위에 올려간 소스는 맛을 증폭시키고, 배하긴 하지만 그 자체로 음식이라고 표현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일파"의 과거 이야기는 영화 속에서 등장하지 않았지만 사실 "일파"라는 인물은 남편인 "마샬"이 니플하임의 총사령관이 아니었다면, 혹은 "마샬"과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그녀가 그토록 무시하는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보통의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마샬"을 뒤에서 조종하고, 종속시켜 스스로의 뜻을 풀어나가려 하지만 정작 구속되고, 종속되어있는 것은 본인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하는 "일파"는 원재료와 디쉬의 메인에서 벗어나지 못해 메인을 더 밝게 비춰줄 수 밖에 없는 소스에 불과하다.
니플하임에 이주하여 정착하게 된 지구에서 온 인간들. 맞닥뜨린 불명의 존재에게 그들은 '벌레'를 뜻하는 "크리퍼"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다. 마치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처음으로 도착하여 이미 정착해있던 원주민들에게 본인 마음대로 '인디언'이라고 명명한 것처럼 말이다. 인간을 해하려고도, 침범하려고도, 위해를 가하려하지도 않았던 "크리퍼"들은 미지의 존재에 그저 놀라 공포에 휩싸인 인간들에 의해 공격받아 한 마리가 죽게 된다. 이런 상황은 물론 영화적으로 연출된 상황이지만,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모두 우리가 역사적으로 꽤 반복해왔던 일들이다. 영화에서 언급되었던 것처럼 우리가 외계인인 상태에서 이미 정착해있던 원주민들, 토착민들에게 외계인이라는 별칭을 부여하게 되는 우리의 습관, 이는 인간의 오만함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인지, "마샬"의 행동, 그가 내리는 어리석은 지령들, 사람들의 "크리퍼"에 대한 인식들에서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사 속에도 깨알같이 이를 녹여내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재밌는 건 작중 시점이 2054년이라는 점 그리고 인간 재생장치가 개발된 시점이라는 걸 감안하고 본다면 우주선 내부나 니플하임 속 개발 상황이 굉장히 최첨단이고, 하이 테크놀로지스러운 분위기를 취할 수 있을텐데 그렇지 않고, 노출 콘크리트 카페와 같이 배관이 그대로 들어나고, 각종 가스들이 여러 군데에서 분출되는 배경을 보여주어어 스스로를 굉장히 우아하고, 고결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의 그 오만함을 깨뜨리는 또 다른 독특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 반복되는 죽음에서 벗어나 온전히 '나'가 되어 성장하다.
16번의 죽음을 맞은 "미키". 어느날 기계의 오류인지, 과학자들의 실수인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또 하나의 본인이 복제되어 "미키 17"과 "미키 18"이 공존하게 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카이"가 죽는 것은 어떤 느낌이냐고 물었을 때, 이에 대해 "미키 17"이 죽는 것이 아직도 두렵다고 말하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시간이나 목숨이나, 삶이나, 죽음 등을 뒤바꿀 수 있는 여타 영화들에선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그 반복되는 상황을 또 한번 맞닥뜨리게 되는 것들에 대해 그리 두려움을 느끼지 않거나 두려움을 느껴도 내색하거나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영화 <미키 17>에서의 주인공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 16번째의 죽음이 이어졌음에도 아직까지도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는 장면은 마치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라는 점에 대해 영화가 직접 답을 해주는 것만 같았다.
영화 <미키 17>이 SF의 장르를 띄는 특징을 제외하고, 다른 어떤 장르를 차용했다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필자는 주저 없이 '성장 영화'의 장르를 띄고 있다고 말할 것이다. 물론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나 영화 <보이후드>처럼 성장 영화가 서사의 주를 잡고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작품을 전부 보고난 후면 영화가 성장 영화의 한 축을 서고 있음을, "미키"라는 인물이 성장했음을 그리고 최초에 영화가 타이틀을 보여줄 때 '미키 17~19'으로 넘어가는 장면이 종반부에서 '미키 반즈'로 변하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사고로 인해 "미키 17"과 "미키 18"은 공존하게 되었고, 이 둘은 '멀티플' 상태에 놓여지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미키 17"의 온순하고, 착하면서 다소 멍청한 성격과는 달리 "미키 18"은 다혈질에 항상 화가 나있는 성격을 가졌다. 영화가 성장 영화적 특성을 지닌다는 특징은 "미키 17"과 "미키 18"의 성격 차이 그리고 그 성격 차이가 결국 서로 융화되어 변하게 되었다는 결론에서 드러난다. 항상 누군가를 '죽일 것이다.'라고 말하는 "미키 18"의 최초 살해 타겟은 바로 "미키 17"이었다. 당연히 멀티플 상황이 발생하면 누구 하나는 죽어야 둘 다 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에 있어 "미키 17"은 늘 겪는 죽음이라 괴롭고, 공포스럽지만 이에 순응할 줄 알았으나 인상적인 대사 하나를 던지게 된다. '이번에 죽으면 정말 죽는 것만 같다.' 동일 인물이고, 두 인물 모두 하나의 몸에서 재생되어 서로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만 "미키 17"이 죽는다면 "미키 17"으로서의 재생이 이루어지지 않고 현실에 남겨져 있는 "미키 18"이 그 삶을 이어나간다는 사실은 굉장히 복잡하면서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된다.
서로를 죽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던 와중 "미키 17"이 "마샬"에게 받은 수모를 듣던 "미키 18"은 "마샬"을 죽이자는 결론에 도달하여 죽이려 다가가는데, 이 지점으로부터 영화의 변화가 시작된다. 계속해서 서로를 죽이려 하고, 서로의 존재를 탓하던 둘은 결국 서로에게 공감하고, 서로의 존재에 위안이 생겨 서로의 공통된 타겟인 "마샬"을 죽여야 되겠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이러한 인물의 관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각 인물의 성격마저 변하여 결국 성장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미키 17"과 "미키 18"은 같은 사람이지만 다른 인물처럼 비춰지게 되고, 외양만 같지 사실은 다른 인물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다. 그런 관점에서 "미키 17"의 고통을 다혈질적이고, 욱하는 성격의 "미키 18"이 공감하고, 위안하려는 모습, "미키 18"의 분노서린 성격을 억제하여 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이 한 몸 바치려 하는 쭈굴이었던 "미키 17"의 변화가 이어진다. 이는 영화의 후반부에 이르러 격발하게 된다. "마샬"은 급기야 "크리처"들과 전쟁을 펼치려 했고, 이를 저지하여 세상을 구하러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미키 17"과 "미키 18"은 밖으로 향한다. 각종 사투를 벌이다 스스로를 영웅 추대하러 나온 "마샬"을 죽이러 "미키 18"은 달려가 결단을 내리게 되는데, 그때 버튼 한 개만 누르면 "마샬"을 죽이는 동시에 본인도 함께 죽을 수 있는 상황과 부딪히다. 잠시 죽음에 망설이던 찰나, 그는 "미키 17"을 쳐다보고 버튼을 눌러 그를 희생해 세상을 구하게 된다. 늘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혈안되었던 "미키 18"이 결국엔 자신의 죽음을 선택함으로써 그 삶이 마무리되는 장면 은 "미키 18"이라는 인물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미키 17"에게도 변화의 또 다른 밑거름이 되어준다.
"미키"의 여자친구이자 작중 가장 강단있고, 리더십이 있는 "나샤"가 위원장이 되어 더이상의 익스펜더블은 존재하지 않음을, "미키"도 익스펜더블로서의 무시와 멸시에서 벗어나 인간들을 구한 영웅임을 선포했다. 재생장치 폭파 버튼을 손에 쥐고 있던 "미키"는 빨간색 버튼을 보고 잠시 생각에 빠진다. 그는 어릴 적 본인이 빨간색 버튼을 잘못 눌러서 엄마가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어느 누가 생각해도 억지라고 하겠지만 "미키"만큼은 너무도 이에 대해 진지해서 아직도 트라우마에 빠져있다. 생각에 잠긴 "미키"는 다시 과거 시간대로 돌아가 재생장치 앞에 서 있다. 그곳엔 소문으로 자살했다고 했던 "일파"가 있었고, 폭발로 사망한 "마셜"이 재생되고 있었다. "일파"는 그에게 너무도 심한 모욕서린 말들을 내뱉었고, 그녀의 손으로 붉은 피들이 모여 버튼의 형상을 띄게 되었다. 그녀는 본인의 특제 소스이니 한번 먹어보라고 전한다. 아마 그녀는 "미키"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건 모두 "미키"가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었던 수많은 트라우마들이 모여 만들어진 허구의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키 18"을 만나 세상을 구하고, 희생을 배우고, 다름을 알아가며, 본인에게 주어진 마지막 삶에 기쁨을 알게 된 "미키"는 "미키 18"에게 배운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버튼을 눌러 재생장치를 폭파시킨다. 영화는 최종장에 이르러 "미키"라는 인물이 어떤 식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성장하게 되어 어떤 선택을 하는지를 보여주면서 결론을 짓고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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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나르코 서브> 메인 예고편
마약단속국에서 인정받는 요원으로 누구보다 가족을 사랑하는 ‘스트라이커’.
여대생 납치 사건이 발생하고 비밀 작전에 투입된 그는
그동안 쫓아온 거대한 마약 카르텔과 이 사건이 연관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스트라이커’의 딸과 아내가 사라지는데...
납치된 가족 구출 VS 마지막 임무 완수
지상 최악의 범죄 카르텔과 전쟁을 시작한 그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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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베어타운> 공식 예고편
아이스 하키는 베어타운의 마지막 희망이다. 그러나 준결승전 전날 어린 소녀는 트라우마를 겪을 만큼 끔찍한 일을 당하고 마을은 혼란에 빠지는데.. 과연 베어타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