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5-20 14:25:26
17살인 내가 깨어나 보니 37살?!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45편의 작품에서 감독을 맡은 알렉스 하드캐슬 감독과 믿고 보는 배우 레벨 윌슨의 만남!!
바로 <시니어 이어>입니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는 말이 이 영화를 나타내기 딱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전형적인 하이틴물이지만, 정말 가볍게 보기 좋은 2022년 버전 하이틴 영화입니다.
누가 출연하나요?
스테파니 | 레벨 윌슨
FILMOGRAPHY
시니어 이어 (2022)
어쩌다 로맨스 (2019)
캣츠 (2019)
AWARDS
CinEuphoria Awards, 2021
MTV Movie+ TV Awards
AACTA, 2020
어떤 내용인가요?
치어리더팀에서 단장을 맡고 있으며, 멋진 남자친구까지 있는 스테파니!
이루고 싶은 걸 모두 이룬 스테파니의 마지막 소원은 바로 졸업 파티에서 퀸이 되는 거였습니다.
경기 전, 멋진 치어리딩을 선보이는데,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착지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스테파니는 20년동안 코마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스테파니가 깨어나고 나서 낯선 얼굴, 낯선 환경에 혼란을 겪게 되는데요.
스테파니는 다시 학교에 돌아가기로 결심하고,
학교 교장이 된 친구에게 말해 고등학교에 돌아가게 됩니다.
20년이나 지났기에 많은 변화가 일어난 학교에서 스테파니는 잘 적응하고,
졸업 파티 퀸이 될 수 있을까요?
Reviews
"2022년 버전 하이틴 로맨스"
유명한 하이틴 영화를 보면 대부분 2000년대 초반에 나와 현 시대에 보면 조금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는데
<시니어 이어>는 2000년대 초반에 이야기와 2022년 현재의 이야기까지 담아 시대 변화에 따른 사회 변화, 학생들의 변화 등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미국 영화 <21 점프 스트리트>와 한국 드라마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까 떠오르는 이야기였습니다.
"기대되는 신예 배우들의 대거 등장"
<시니어 이어>의 조연 배우로 신예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데요.
물론 해외에서는 많은 활동을 하였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보는 배우들도 있었고요.
레벨 윌슨이 원탑 주인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배우들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습니다.
"추억의 팝송"
주인공이 2002년에 고등학교를 다녔다 보니 그 시절 팝송이 OST로 많이 나왔는데요.
신나는 추억의 팝송과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어 더욱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추억의 팝송 뮤비 패러디도 보실 수 있답니다!)
지금까지 <시니어 이어>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는데요.
어떠셨나요?
<시니어 이어>에는 패션과 하이틴 영화를 좋아한다면 알만한 특급 카메오가 등장하는데요.
궁금하다면 넷플릭스에서 <시니어 이어>를 시청해보세요!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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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서브스턴스 (THE SUBSTANCE, 2024)
거침없이 돌아가는 혐오, 옹호, 풍자의 트라이앵글
개봉일 : 2024.12.11.
관람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 : 스릴러, 고어
러닝타임 : 141분
감독 : 코랄리 파르쟈
출연 : 데미 무어, 마가렛 퀄리, 데니스 퀘이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보통 예리한 칼을 다룰 땐 조심스러워지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다르다. <서브스턴스>는 여성을 향한 혐오(일부 남성의 눈으로 담아낸 불쾌한 장면들이 있음)와 옹호, 사회 풍자라는 세 개의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고 정말 거침없이 휘둘러댄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심장을 자극하는 음악과 눈 돌릴 틈을 주지 않는 화면, 귀를 지나 손끝까지 생생히 촉감을 전달하는 음향. 이제 끝인가 싶을 때 한걸음 더 나아가는 파격적인 흐름. ‘이만하면 뭘 말하는지 지나가는 강아지도 다 알아듣겠어!’싶은데.. 그럼에도 이 영화는 브레이크가 고장 난 트럭, 아니 탱크처럼 미친 듯이 밀고 나간다.
<서브스턴스>의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받고 명예의 거리에 입성할 만큼 사랑받는 대스타였다. 별 안에 박힌 ‘엘리자베스 스파클’이라는 이름. 엘리자베스는 별, 스타라는 칭호가 어색하지 않은 빛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중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그는 이제 영화 속 캐릭터가 아닌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만 간간이 카메라에 얼굴을 비치는 신세로 전락한다.
엘리자베스가 50살이 되던 날, 그는 쇼의 프로듀서 하비에게 해고 통보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차 사고까지 당한다. 꽃다발, 케이크 하나 없이 가볍게 흩어지는 초라한 생일 축하로도 모자라 50살이 되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되다니. 최악의 생일이다. 엘리자베스는 환자복을 입은 채 눈물을 터트린다. 그때 그를 지켜보던 젊은 남성 간호사가 엘리자베스에게 인생을 바꿔줄 약물을 권유하고 엘리자베스는 그 약물을 통해 아름답고 젊은 여성 ‘수’의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
<서브스턴스>는 아름다움과 사랑이라는 목줄에 묶인 중년 여성 엘리자베스와 당연하게 그 목줄을 쥐고 있는 남성들. 그리고 그 남성들을 움직이는 유일한 존재, 생생하고 아름다운 여성 수(SUE)의 기묘하고 질긴 관계성을 그린다. 엘리자베스는 남성에 의해 스타가 되었다가 남성에 의해 버림받고 수가 되어 다시 남성들의 위로 올라탄다. 엘리자베스는 언젠가는 그들에게 버림받고 다시 추락할 거란 걸, 자신이 망가지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 위험한 기회를 놓지 못한다.
영화는 서서히 깨지며 분열하는 엘리자베스의 삶을 속도감 있게 담아낸다. 카메라에 담긴 조각난 엘리자베스와 수의 모습은 매혹적이면서 역겹고 눈물겹다. 금이 가버린 별과 그 위로 쏟아지는 수많은 오물들. 나에겐 그것들을 자연히 받아들일 무던함이 모자라다.
새우처럼 탈피하는 엘리자베스와 새우를 게걸스레 먹는 하비
여성의 삶을 좀먹는 남성들
50살이 된 엘리자베스는 남성들이 원하는 사회적인 여성성을 모두 잃은 사람이다. 촬영을 마친 엘리자베스가 긴 복도를 따라 화장실로 향하는 장면, 엘리자베스가 들어가려던 여성 화장실에 사용 불가 안내문이 붙어있다. 그는 눈치를 보고 남성 화장실로 향한다. 사용 불가가 된 여성 화장실은 남성들의 눈엔 더 이상 소비할 여성성이 남아있지 않은 엘리자베스의 처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간 남성 화장실, 엘리자베스는 충격적인 하비의 통화 내용을 듣는다. 여자는 어려야 해, 섹시해야 해, 25세부터 임신 가능성이 줄어든대, 새로운 애 구해! 온갖 더러운 말을 쏟아내는 하비의 뒤에서 엘리자베스는 숨죽인 채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엘리자베스는 여배우, 여성으로서의 인생이 끝났음을 실감한다. 이제 그가 받을 수 있는 꽃다발은 프로그램에서 정리되었음을 알리는 꽃다발뿐이고 오랜만에 만난 중학교 동창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장난 아닌 중년의 남성이 됐다. 반짝반짝했던 명예의 거리 속 별 모양 타일은 금이 갔고 다시는 촬영장의 조명을 맛볼 일은 없을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늙어가는 것뿐인, 다시는 주목받지 못할 공허한 중년의 인생. 엘리자베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헛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USB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건다. 약물을 받아온 엘리자베스는 욕실에 서서 활성제를 주사한다. 이내 바닥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하던 그는 몸을 구부린 채 움직임을 멈춘다. 이후 그의 척추를 따라 피부가 갈라지며 새로운 여성 수가 나타난다.
이는 새우의 탈피를 떠올리게 만든다. 새우는 성장하며 낡은 껍데기를 벗고 새 갑각으로 탈피하는데, 엘리자베스는 성장하는 새우처럼 낡은 중년 여성의 껍데기를 벗고 새로운 갑각인 젊은 여성의 몸으로 탈피한다.
엘리자베스는 수가 되어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한다. 엘리자베스의 오래된 액자가 보이고 몸을 숙였던 수의 상체가 올라오며 액자 위에 겹쳐진다. 이때 컴퓨터의 부팅 소리 같은 효과음이 삽입되며 엘리자베스의 인생이 새롭게 재부팅됐음을 알린다.
하지만 이 탈피를 마친 생생한 새우를 노리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극 중에 등장하는 모든 남성 캐릭터다. 대표적인 인물은 에어로빅쇼의 프로듀서 ‘하비’. 그는 엘리자베스에게 해고를 통보하는 자리에서 나이 든 여성에 대해 말하며 게걸스레 새우를 먹어치운다. 하비가 떠난 자리에 남은 수많은 새우 껍질들은 그가 남성으로서 얼마나 많은 여성의 삶을 뜯어먹었을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 외에도 하비는 자신의 여성 비서 이사벨라의 이름을 신디로 바꾸면서 이게 더 부르기 편하다고 우기고 아무렇지 않게 쇼에 출연했던 여성들의 액자를 싹 갈아치우면서 자신의 권력을 자랑한다.
처음엔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으로 오디션에 찾아간 수는 스케줄 따위는 상관없이 너를 원한다는 둥.. 하비에게 온갖 칭송을 받으며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결국은 하비가 만들어준 ‘새해 전야쇼’라는 목표에 휘둘리며 무너져가는 몸에 다시 활성제를 주사한다.
하비 외에도 극 중엔 여러 추한 남성 캐릭터와 그들의 시선을 암시하는 연출이 나온다. 이름보다 신체, 나이를 먼저 물어보며 이상한 품평을 하는 쇼의 심사위원들, 스파클 씨인 줄 알았다며 문을 쾅쾅 두드리다가 수를 보자마자 추파를 던지는 이웃, 수에겐 친절하고 엘리자베스에겐 위협을 가하던 트로이(수가 파티에서 데려온 남성), 새해 전야쇼에서 헐벗은 여성 댄서들을 반기는 하비와 백발의 남성들. 그리고 수의 가슴과 엉덩이만을 찍으며 열심히 화각을 조정하는 펌프 잇 업 쇼의 카메라 렌즈 움직임은 수축과 확장을 반복하는 사람의 동공을, 수의 몸을 탐내는 남성들의 시선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나마 동창 ‘프레드’는 극 중에서 가장 친절한 남성으로 표현되긴 하지만 그가 처음 엘리자베스를 만났을 때 한 칭찬마저 “여전히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구나.”라는 점에서 그의 친절이 진심으로 따뜻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수의 생생한 빛깔을 따라할 수 없었던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가 수를 놓지 못했던 이유
엘리자베스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다. 사람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다. 영화는 이 슬픈 욕망 중 일부인 ‘남성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마음을 매우 확대해 보여준다.
7일, 7일. 이 밸런스가 무너진 건 수가 첫 쇼를 녹화한 후 파티장에서 트로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날이었다. 수는 남성과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몸 교체를 미룬다. 수의 남성을 향한 욕망은 ‘7일마다 교체 예외 없음’이라는 문장에서 ‘예외’라는 단어에 집중하게 만들고 그는 정해진 양 이상의 안정제를 뽑아낸다. 다시 안정을 찾고 돌아온 수의 엉덩이를 감싸는 트로이의 손길이 화면 가득 채운다. 그것은 악마의 손길처럼 압도적이고 위협적으로 느껴지며 그 손길 한 번의 대가는 고스란히 엘리자베스의 손가락으로 돌아온다.
깨어난 엘리자베스는 불안감을 느끼면서도 리필을 받으러 창고로 향한다. 그리고 무언가에 쫓기며 들어간 카페에서 자신에게 약을 권한 젊은 간호사의 원래 몸을 만나면서 뭔가 잘못됐음을 느끼고 고민한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오래된 물건’ 박스를 엎어 오래된 엘리자베스의 몸으로 받았던 프레드의 쪽지를 찾는다. 흙탕물로 오염된 너저분한 쪽지. 엘리자베스는 그것을 가슴에 폭 안으며 안도한다.
엘리자베스는 어떻게든 수가 아닌 엘리자베스가 사랑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했다. 그는 갈라진 척추의 상처를 다시 봉합하듯이 척추를 따라 이어지는 원피스의 지퍼를 올리며 프레드를 만나러 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준비를 모두 마치고 수가 누워있는 욕실 벽을 닫고 나가려는 찰나, 생기 가득한 분홍빛 수의 입술이, 아름다운 수의 가슴이 눈에 들어온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분홍빛의 수의 입술과 새빨갛게 칠해진 텁텁해 보이는 엘리자베스의 입술. 분홍 바디 슈트 사이로 보이는 탄력 있는 수의 가슴과 빨간 원피스 아래 크게 눈길이 가지 않는 엘리자베스의 가슴. 엘리자베스는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치크와 립글로스로 생기를 덧칠하고 스카프를 덮으며 가슴을 가린다. 과도한 화장으로 얼굴은 점점 부자연스러워지고 시간은 속절없이 흐른다. 자연스럽고 사랑스러운 젊은이의 분홍빛을 아무리 따라 해보려 해도 진한 붉은빛을 가진 중년은 그 빛깔을 따라갈 재간이 없다.
엘리자베스는 생생한 여성이 되어 사랑받고 싶다. “They are going to love you. 모두가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 수에게 배달된 꽃다발 속 한마디. 그는 종료 주사를 손에 들고도 그 한마디에 흔들려 수를 죽이지 못한다.
욕심이 늘어가며 분리되는 두 사람
척추에서 안정제를 뽑는 이유
7일, 7일. 이 밸런스가 깨지기 전 엘리자베스와 수는 한 사람 같았다. 처음 쇼 오디션을 보러 갈 땐 엘리자베스가 수의 몸으로 하비에게 복수를 하러 가는 느낌이었고, 수는 엘리자베스의 또 다른 슈트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밸런스가 깨지고 점점 욕심이 늘어갈수록 원형인 엘리자베스는 수에게 잡아먹히게 된다. 카페에서 만난 남성 간호사의 원형은 엘리자베스에게 묻는다. “그쪽도 시작했나요? 당신을 먹어치우는 것.”
앞서 엘리자베스-수의 변화를 새우의 탈피에 비유했었다. 이 탈피 이후 엘리자베스의 척추를 따라 남은 검은 흉터는 새우 등에 있는 검은 내장과 비슷해 보인다. 수는 자신의 원형이 되는 엘리자베스의 척추, 즉 그의 내장에 주사기를 꽂고 한도 끝도 없이 안정제를 뽑아낸다. 속부터 점점 망가지기 시작한 엘리자베스의 몸은 조금씩 썩고 굽어간다.
굽은 몸으로 TV를 보던 엘리자베스는 당장이라도 부서질듯한 다리를 겨우 펴고 하비가 준 퇴사 선물을 꺼내본다. “시간 보내기 딱 좋은 걸 샀어요.” 하비의 목소리와 함께 프랑스 요리책이 모습을 드러낸다. 엘리자베스는 이를 악물고 요리를 한다. 네 바람대로 빨리 시간을 보내고 남성들에게, 수에게 복수를 하러 가겠다는 듯이.
피순대, 칠면조, 송아지 뇌 조림… 의미심장한 요리들이 지나가고 TV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라는 타이틀을 단 수의 모습이 나온다. 분노한 엘리자베스는 수의 말들을 하나하나 비난하며 거칠게 칠면조 내장을 손질한다. 이때 영화는 칠면조와 수의 신체 부위를 번갈아 보여주는 편집을 통해 엘리자베스의 분노를 살벌하게 표현한다. 엘리자베스가 당장이라도 수의 내장을 뜯어 죽일 준비가 되어있는 것처럼.
외부가 아닌 내부로 향한 분노
누군가에겐 케첩과 다르지 않을 엘리자베스의 피
하나였던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서히 분열되며 서로를 죽이기에 이른다. 엘리자베스와 수를 망친 건 그들을 ‘남성에게 사랑받는 여성’이라는 상품으로 길들인 남성들의 권력이지만 엘리자베스와 수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이 사태의 책임을 남성이 아닌 서로에게 돌린다.
엘리자베스는 수가 자신의 시간과 생명을 뺏어가는 게 싫고 수는 굳어가는 엘리자베스가 가만히 앉아서 시간을 죽이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와 수는 서로를 타인처럼 지칭하며 비난한다. 이들의 갈등은 동일인의 내면의 갈등이 아닌 타인 간의 갈등, 세대 갈등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엘리자베스는 생명을 뺏어가는 수에게, 수는 종료 주사를 꽂으려 하는 엘리자베스에게 위협을 느낀다. 그래서 두 사람은 하나라는 충고를 잊고 서로를 죽이려 달려든다. 수는 엘리자베스를 죽이고 수도 엘리자베스가 죽은 후 서서히 망가진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수는 다시 한번 몸에 활성제를 투여해 엘리자베스와 수가 합쳐진 몬스트로 수로 부활한다. 그는 한껏 치장한 채 새해 전야쇼에 서지만 남성들은 그를 죽이려 한다. 이 세계에서 아름답지 않은 여성을 사랑해 줄 남성은 없다.
아름다웠던 여성의 절규와 피가 전방위로 뿌려진다. 그리고 더 이상 스튜디오에 설 수 없는, 스타로서의 생명을 다한 왕년의 대스타는 길거리에서 산산조각 나버린다. 마지막까지 남은 엘리자베스의 얼굴은 자신의 이름이 적힌 별 타일 위에 안착한다. 그리고 별이 가득한 하늘에 닿지 못한 3그루의 나무를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녹아내린다.
엘리자베스가 남긴 피는 영화의 초반부, 누군가 떨어트린 햄버거의 케첩과 비슷하게 표현되고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청소차에 의해 닦인다. 이는 사랑받기 위해 모든 걸 다 바친 여배우의 역겹고 눈물겨운 마지막 흔적이지만 하비와 같은 누군가에겐 길바닥에 엎어진 빨간 케첩과 다를 바 없는 더러운 오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이 영화도 누군가에겐 새로운 충격이 누군가에겐 그저 뜻 모를 B급 호러 무비 정도로 평가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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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말이 불러온 강력한 나비효과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영화 <드라이>의 시사회는 상당히 기대가 됐다. 소설이 원작이기에 그 밀도감이 탄탄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지만, 기대만큼의 만족도를 그렇게 크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카메라 구도들은 정말 좋았으나 스토리 자체의 허점들이 눈에 보여서 아쉬움이 남는 영화였다.
영화 <드라이> 시놉시스
불미스러운 일로 고향을 떠났던 에런은 친구 루크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보이는 루크. 유가족의 요청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에런은 여자친구였던 엘리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묻혀있던 두 개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드라이>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자신조차 속이는 거짓말
영화 <드라이>는 거짓말이 불러오는 재앙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조작한 서류가 화로 돌아오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일가족을 살인해버린 사람. 그리고 자신이 딸을 죽였지만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한평생 살아돠 치매가 걸린 상태에서 정말 다른 사람이 죽였다고 믿어버리는 사람.
영화는 이렇게 거짓말이 나은 비극에 대해서 풀어가고 있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자신마저 소기고 그 거짓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극 중 등장인물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 그 거짓말로 인해 영화 제목 <드라이>처럼 가뭄으로 땅이 뭉쳐있지 못하고 다 갈라지듯이 그 작은 마을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거짓말로 인해 갈려져 있다는 것을 잘 표현한 영화였다.
하지만 왜 연방경찰이 수사를 할까?
영화 <드라이>는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메마른 마을의 분위기 그리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그 건조한 환경까지 굉장히 잘 표현한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충분히 집중하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으나 계속해서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었다. 왜 지역 경찰이 알아내지 못한 것을 연방 경찰이 들쑤시고 다니는가?였다.
물론 개인 휴가 시간에 민간인 신분으로 지역 경찰에게 도움을 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경찰 사무실에서 CCTV를 돌려본다든지, 증거품들을 경찰 동행 없이 살펴본다든지 조금은 의아한 장면들이 있었다. 특히, 루크가 살인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는 점은 머리의 상처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지역 경찰은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이며 또 이 사건에 배당된 경찰이 단 1명에 불과하다는 것이 자꾸 몰입을 방해하도록 만들었던 요소였다.
이렇게 갑자기 사건들이 해결되다니
그리고 조금 맥이 풀렸던 것이 사건이 갑자기 해결된다. 마을 사람들을 탐문 조사하던 에런은 자신의 옛 친구 그레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루크의 아내가 찾아낸 단서를 발견하게 된다. 이 때부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더니 루크의 살인사건 진법이 밝혀지고, 과거 여자친구 엘리의 죽음은 아빠가 한 짓!! 이러면서 끝나버린다.
정말 당혹스러웠다. 초반 전개까지만 하더라도 탐문 수사를 하고 있었지만 주인공인 에런의 감정 변화와 그 묘사에 초점을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범인 잡기로 한 순간에 돌아선 느낌이라서 갑자기 애 노선이 바뀌었을까?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과거 20년 전 사건과 현재의 사건은 깊은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거짓말을 무마하기 위해 발생한 일이라는 공통점이 있었을 뿐이었다. 거짓말 안 치는 범죄가 어디있을까? 이러면 모든 범죄가 다 연관성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런 복선들에 대해서 텍스트로 읽었다면 그 반전이 조금 더 잘 드러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책이 스릴러의 느낌을 내기는 더 좋지 않았나 싶었다.
영화 <드라이>는 에릭 바나의 감정 연기는 정말 좋았지만 작품 자체는 조금 의문이 들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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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치한 재미로 승부를 보다
이제 마블을 보려면 공부가 필요하다. 마블에 늦게 입덕한 자로서 영화 한 편 한 편이 개봉할 때마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렇게 토르 1, 2편을 몰아보고, 3편은 볼 시간이 없어서 위대한 유튜버 선생님들의 요약본을 보면서 복습을 하고 영화관에 찾아갔다.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 시놉시스"신을 죽이는 자, 신이 상대한다!"
슈퍼 히어로 시절이여, 안녕! 이너피스를 위해 자아 찾기 여정을 떠난 천둥의 신 토르. 그러나 우주의 모든 신들을 몰살하려는 신 도살자 고르의 등장으로 토르의 안식년 계획은 산산조각 나버린다. ‘토르는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 위해, 킹 발키리, 코르그, 그리고 전 여자친구 제인과 재회한다. 그녀가 묠니르를 휘두르는 마이티 토르가 되어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한다. 이제, 팀 토르는 고르의 복수에 얽힌 미스터리를 밝히고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전 우주적 스케일의 모험을 시작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 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에는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긴 영화영화 토르의 1, 2편을 보고 굉장히 진중한 컨셉에 조금 지루했었다. 3편은 요약편을 덕택에 이렇게까지 토르가 웃긴 캐릭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이번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처음부터 끝까지 깔깔깔 웃다가 나왔다. 토르 3편에서 분위기가 확 바뀌다보니 3편을 본 사람들 중에서 그 재미가 전작만 못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3편을 요약본을 본 터라 굉장히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자체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소비영화로서 2시간 깔끔하게 웃으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위험에 빠진 왕국들을 구하러 다니면서 보상으로 받은 염소 2마리,,, 한국의 고라니인가 싶을 정도로 비명을 지르는데,, 아주,, 재밌었다. 비명소리로 관객을 이렇게 웃길 것이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느슨해진 영화의 유머감에 한 순간에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신들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의 강력한 빌런 고르. 신 도살자인 고르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바로 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면서 신 도살자로 거듭니다. 가뭄이 찾아오면서 사람들이 모두 죽어가고 자신과 딸 밖에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자신이 섬기는 신을 만난 고르는 그 신에게서 자신은 필요 없고, 자신을 믿어주는 다른 이를 찾으면 된다는 말에 네크로소드를 가지고 신을 죽이기 시작한다. 이 장면을 보면서 신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의 백성을 져버린 신과 다르게 아스가르드 백성이 있기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토르의 믿음이 대비되면서 신은 자신을 믿어주는 백성들의 신념 속에서 피어난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근데 사실 나는 무신론자여서 이러한 장면이 꼭 신에게만 적용된다기 보다는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자신의 권력과 권위는 스스로의 힘이 아니라 자신을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의 신망으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확장해서 받아들였다.
우상은 우상으로 남는 것이 좋다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제우스가 너무 별로라는 점이다. 만화책에서 본 제우스는 저렇게 생기지 않았었다. 엄청난 위압감을 가진 신들의 신 제우스가 배불뚝이 아저씨로 나와서 순간적으로 엥?? 했던 장면이었다. 물론 외관으로 평가를 해서는 안되지만 상상했던 이미지와 너무 달라,,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하는 행동들 역시 자신들의 왕국만 지키면 되고, 다른 신들이 죽는 것에서는 상관없어하는 천하의 안하무인적인 태도를 보면서 토르는 그동안 자신이 존경하고 흠모한 제우스가 이런 존재라는 사실에 실망한다. 누구나 자신이 존경하고 본받고 싶어하는 존재들이 있지만, 정작 그들의 실제 모습을 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상은 가까워지지 않고 자신이 상상으로 우상으로서 존재했을 때 더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모습에 친근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제우스처럼 자신의 왕좌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게 된다면 엄청난 실망감이 몰려올테니 말이다.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마블 영화치고 그리 길지 않았던 러닝타임과 빵빵 터지는 유머요소가 있었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귀여운 만두신을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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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도 '다음 소희'가 나올까 두려워
생기발랄
헉헉대는 숨소리. 누군가가 숨 가쁘게 춤을 추고 있다. 안무실의 이 누군가는 선이 있는 이어폰을 끼고 있다. 고등학생인 소희.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기 때문에 굳이 수능 준비는 하지 않아도 된다. 그 대신 소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취업이다. 소희를 기다리고 있는 담임선생님. 담임선생님은 소희에게 '대기업 일자리가 들어왔다'라며 좋은 소식을 알린다. 대기업? 진짜? 하청 아냐? 반신반의하는 소희. 하지만 '한국통신'이라는 이름과 담임선생님과의 신뢰를 믿기로 한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소희. 사실 담임 선생님을 만나기 전에는 친구를 만났었다. 인터넷 방송 크리에이터인 친구. 같이 곱창을 먹고 있다. 친구와 단 둘이 있는데 맞은편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런 애들이 뭘 알겠냐. 쟤들은 세금이나 내겠어?" 시비를 걸어오는 아저씨 둘. 그 아저씨의 말에 화가 나 소희는 싸움을 벌인다. 덩치가 있는 남자들과도 싸우는 걸 마다하지 않았던 소희. 이렇게 강단이 있는 성격이었던 소희는 성격이 점점 마모되기 시작한다. 왜? 담임선생님이 권한 '대기업 일자리 현장실습' 때문에.
'그만두면 될 것 아닌가?'
영화 전체적으로 이야기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그만두면 될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다. 극 후반부에서 반복되는 이 대사. 사실 이 대사는 굉장히 합리적인 말로 보인다. 인간인 이상 우리는 삶의 과정 어떤 것이든 선택할 수 있다. 회사를 그만둔다? 그것도 실습생이? 이거 그만두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원래 회사, 그러니까 조직이라고 하는 것이 실습생 하나 빠진다고 해서 그렇게 큰 지장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그만둬도 알 빠 아니다. 또 어떤 관점에서 '네가 고른 회사'라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다.
영화는 그 논리를 완파한다. 인물의 선택지가 한정될 수밖에 없고 / 내적으로 그것만 골라야 한다는 것을 묘사하는 셈이다. 영화의 1,2부는 어떤 사건을 기점으로 나뉘어 있다. 한 사건을 분기점 찍고 소희가 처해있던 상황에 대해 묘사한다. 이는 즉 또래집단 내지는 주변인들에게 민감할 수밖에 없는 10대들의 내면을 보여준다는 것이 관련이 있다. 이 두 가지는 영화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우선 첫째. 소희가 회사를 그만두는 데 있어서 제약이 되는 인물이 있다. 이는 사실 초반부에 그렇게까지 두드러지는 사람이 아닌 듯 하지만,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사실상의 흑막이 되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또 이 캐릭터가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물고 물리는 연출로 묘사한다. 이 연출은 쉬워 보이지만 아니다. 이걸 촘촘하게 설계해야 이 '그만두면 될 것 아닌가?'를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어떻게 묘사했고, 2부에서 주인공 유진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글로 쓴다면 초 강력한 스포일러다. 그러나 이 리뷰에서 이 시스템 묘사가 어땠는지를 간략히 써보자면 글쓴이는 후반부 어떤 인물이 하는 말에 너무 화가 났다. 그런데 할 말이 없었다.
또 영화에서 가장 핵심으로 작동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주인공 소희의 행적이다. 글쓴이가 봤을 때 극에서 강점으로 작동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소희가 하는 행동들이 이해하는 분들이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사람은 철저할 정도로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없다. 우선 소희의 인간관계를 가족/친구/학교/직장으로 단정 짓는다고 해보자. 가족 관계에 대한 묘사가 초반부에 나온다. 소희는 밥 먹다가 멍-하니 엄마를 쳐다보는 신이다. 이 장면은 정주리 감독이 소희 같은 입장에 놓인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유심히 관찰한 듯하다. 이런 일이 있으면 있을수록 '주변 사람에게 말하지' 싶지만 사실 그게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또 이 소희를 둘러싼 어머니/아버지의 리액션도 주목할 만하다. 소희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는 사실 이런 상황을 익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들이 아니다. 이 소희의 바뀐 상황을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나름 꼼꼼한 캐릭터 묘사로 잘 표현했다. 또 이 꼼꼼한 묘사는 극에 입체성을 부여한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나? 그 사람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그래야 이 영화의 본질적인 부분이 구성된다. 다음은 친구다. 이 친구들은 보통 댄스학원에서 만나거나, 어릴 때부터 소희를 알거나 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다. 댄스학원에서 어떤 인물과 어떤 공통점이 있었는지, 또 한 사람은 어떤 관계이며 이 인물은 어떻게 묘사되는지에 대해서는 넘어가기로 하고, 후자인 '전부터 알던 친구들'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이 인물들은 소희랑 비슷한 입장에 놓이지만 어떤 차이점이 있어서 소희의 내면에 닿지 못한다. 이 차이점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영화를 본다면 감상이 넓어질 것이다. 미묘하고 사소한 지점이 소희에게 상처가 된 것이다. 다음은 직장이다. 직장에서의 일은 사실 살짝 아쉽다. 소희를 둘러싼 트라우마, 불안함이 직장에서 묘사되는 것은 좋았다. 좋은 소재였던 순위표가 두드러지는 연출이 2부에서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인물과의 관계는 너무 강한 템포로만 이야기를 전개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직장에서 위안을 얻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 직장의 두 인물은 영화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두 사람이다. 체감상 두 번째 인물이 좀 과하지 않았나 생각은 들기도 하지만 감상에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실화 바탕
영화는 2014년에 전주에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다뤘다.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 팀에 의해 수면 위로 떠올랐던 사건. 당시 이 학생이 일하던 곳은 살인적인 업무 환경과 현장실습생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진 임금 갈취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었다. 지금 이 문장만 읽어도 ‘얼마나 일이 고됐을까’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그런데 그 뚜껑을 열어보면 더 착잡해진다. 지금 당장 이 사건과 관련된 보도를 찾아봐도 어렵지 않게 당시의 업무환경에 대해 알 수 있다. 이 학생이 일하던 부서는 ‘해지방어부서’였다. 실제 통신사가 이런 영업방식이 있다고 서서히 이야기가 나오고 있던 곳이었다(왜냐하면 글쓴이도 이 회사에서 다루는 고객들 중 하나였다. 물론 상담사분들에게 폭언은 한 적이 없다). 통신사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보통 콜센터에 전화하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막말하는 경우가 몇 있다. 요즘이야 이 노동자분들의 감정노동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이 당시는 그런 것이 없었다. 이 말은 곧 그 오물 같은 폭언을 10대 소녀들이 다 감당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화는 이 소재가 갖는 특성들을 잘 살렸다. 우선 주인공 소희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다. 수능을 준비하지 않는 소희. 이 소희만이 가지는 특성들을 잘 이용했다. 소희가 아무리 멘털이 세다고 해도 이런 일들을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또 반대로 어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도 어렵지 않게 묘사했다. 이 소희의 나이라는 특성을, 극에 상상력으로 부여한 것이다. 이 10대라는 특성은 역시 학교생활이라는 점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 글쓴이는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왔다. 인간관계도 그냥 그저 그래서 실업계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사실 잘 모른다. 여기서 글쓴이와 같은 사람들이 소희의 서사에 몰입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를 10대가 갖는 성격적인 특성과 학교생활을 잘 결부시켰다. 이는 역시 2부에서 시너지가 있다. 이 2부에 등장하는 시너지는 극에서 반복되는 한 대사와 함께 영화의 진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정주리 감독의 직업윤리 의식이 빛난 부분이 크다. 후술 하겠지만 글쓴이는 살짝 아쉽다고 느낀 지점이 있다. 그러나 좋은 부분이 더 많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이야기를 1/2부 구성했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느낀다. 작년에 개봉했던 <네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가 기억이 난다. 이 영화가 처음 보면 장르적인 쾌감으로 잘 이뤄진 것 같지만 돌이켜보면 불필요하게 가학적인 장면이 몇 있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이 그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이 쓸데없이 소상했다는 점이다. 실화 바탕이었다? 그거 치고도 너무 설명하는 건더기가 많았다. 여기서 만든 1/2부 구성은 앞의 작품과는 다르다. 소희가 겪는 스트레스 묘사를 좀 더 줄이고 2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가는 것에 있어 효과가 크다. 이는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던 <더 글로리>가 생각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피해자 문동은이 겪는 아픔을 1화로 압축시켜 극에서 복수극에 집중시킨 것이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강약조절을 잘해놔서 소희가 그런 선택을 했던 실질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에서 그냥 돈 많고 부모님이 방치하니까로 퉁 친 것과는 다른 결이다. 두 번째로는 영화의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다. 이 장면 연출 좋았다. 자극적이지 않게 잘 짰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작품의 최고 강점이다. 반대로 이 장면 후에 등장하는 한 시퀀스는 왜 넣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또 영화에서 어떤 사건이 두 번 반복된다. 소희의 주변인에 관한 일이다. 이 분의 선택이 실제 그 콜센터에도 일어났던 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부분이 영화에서 왜 반복되는지를 생각해 보면 감상의 폭이 역시 넓어질 것이다. 이 반복되는 두 사건이, 정주리 감독이 현재 한국사회의 청년들이 처해있는 현 위치를 보여주는 듯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영화의 두 번째 강점이다. 그리고 1/2부 형식 자체가 역시 반복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2부에서는 2부 자체적으로 반복되는 일이 몇 개 있다. 이 두 반복을 차이점으로 표현하는 배두나 배우의 경험치는 역시 빛난다. 유진이라는 인물이 서사가 그냥 없는 수준인데 이 사람을 신뢰할 수 있었던 건 역시 배두나 배우 덕이다.
아쉽기도 해
그렇게 직업윤리적으로 자극적이지 않게 묘사하지 않았고. 인물 내면묘사 좋았고. 배두나, 김시은 배우 연기 좋았고. 딱딱 맞아떨어지는 쾌감이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바로 영화에서 작동하는 성적인 소재다. 몇몇 인물의 대사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다. 그냥 불쾌했다. 불쾌하라고 넣은 신 같긴 한데, 이건 좀 그랬다. 별 의미가 없는 느낌. 이 성적인 대사는 소희의 친구인 '태준 오빠'와도 관련이 있다. 너무 직접적인 대사가 초반부에 들어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주인공의 두 친구는 좀 아쉽다. 어떤 인물 중 '크리에이터'있다. 이 직업적 특성은 극 중에서 별로 효과가 없다. 후반부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장면이 있긴 하다. 그런데 그냥 백수로 놔둬도 큰 문제는 없지 않았을까? 영화 자체가 젊은 영화다. 어린 학생들의 내면을 김시은 배우의 호연과 함께 잘 끌어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좀 어색하게 유튜브라는 소재가 들어오면 뭔가 이상해진다. 이 소재가 살짝 올드하게 느껴졌다. 또 소희와 묘한 관계가 있는 인물이 있다. 이 인물 서사가 살짝 이해가 안 됐다. 이 부분은 다른 분들이 다르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 사람이 이런 일을 겪는다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 난 지금 나라의 노예 생활을 하면서도 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다.
또 영화의 후반부에 극에서 중요했던 두 사람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이 부분 좀 아쉽다. 이 장면 바로 직전까지 유진은 관객의 분신으로서 활동한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뭐가 실체인지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각본과 연출의 수혜자가 된다. 검정으로 칠했던 의상과 힙합 댄스라는 내적인 표현도구까지 이 감정표현에 좋은 도구가 된다. 그렇게 대놓고 드러내는 것이 아니었던 게 인물에게 감정이입 할 수 있는 이유였는데 너무 말하는 느낌? 그리고 이 메시지에 대해서 살짝 반신반의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게 하면 말하는 사람의 짐이 덜 것이고 글쓴이도 어떤 것이든 다 할 입장이지만 그때까지 쌓아놓은 서사와 흐름이 좀 안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이는 영화 엔딩과도 이어진다. 한 3%쯤 부족해서 감정적으로 과한 느낌이 엔딩에서 더 두드러진다.
진짜 주인공
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김시은 배우는 아주 뛰어났다고 생각한다. 좀 어색한 부분도 있긴 했다. 욕을 잘 못하지 않았나 싶다. 그 외에는 감정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징그러울 정도로 많은 사무실 안에서의 표정연기, '그 장면' 연출, 비빌 곳 없는 현실까지 답답함을 드러내는 연기를 잘 보여줬다. 이거 찍을 때 20대 초반이었던 것 같은데 고등학생 비주얼과 말투가 나오는 것 역시 영화를 보고 분노할 수 없는 이유를 잘 닦아놓은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머리가 좋은 배우라고 느꼈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김시은 배우가 맡은 소희가 아니다. 바로 영화에서 지독하게 반복되는 한 단어다. 이 단어는 인물의 동기부여도 됐다가, 실체가 없는 어떤 것을 묘사하는 도구가 됐다가, 극에서 가장 중요한 방점으로 쾅 찍히기도 한다. 이 단어는 특히 2부 후반부에서 '실체가 없다'라는 말과 조응한다. 실체가 없지만 그 무엇보다 굉장히 강력하고, 저항할 수 없는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이 압박감을 여러분도 동의할 것이다. 이 압박감. 왠지 모르게 익숙해서 두렵다. 나도 이랬던 건 아닐까 싶어서. 정주리 감독이 이 부분부터 설계하고 인물을 짜 놓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문제 제기가 기억에 남을 것 같은 건 이 덕이다. 아. 시각적으로 어떤 도표로 형상화되기는 한다. 그런데 그건 정말 작은 상징에 불과하다.
이 진주인공. 몇 년 전부터 이게 문제라는 걸 봤던 것 같은데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사실 우리 한국사회에 멈춤이란 없다. 다음 소희? 당연히 나타날 것이다. 어쩌면 정주리 감독 같은 멋진 분들이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들어도 우리 사회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그럴 것이다. 글쓴이도 현장실습 일을 하며 부조리한 일을 겪었고, 아직도 그 생각만 하면 침대를 주먹으로 퍽퍽 때린다. 또 이 세상에 온갖 진상들은 많아서 여기서 겪는 괴롭힘과 스트레스는 사람을 좀먹기 충분하다. 글쓴이도 지금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20대의 입장에서 이런 것에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은 화가 난다. '그만두면 되지 않느냐?'라고? 인생의 모든 것을 다 통제할 수 있을 거라 믿는 멍청한 소리는 굳이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너무나도 불합리하다. 이 압박감 때문에. 이 압박감을 두고 과연 우리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글쓴이가 내린 답은 간단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사회에 부딪히는 이들에게 더 감사함을 표하는 것이다. 버텨줘서 고맙다. 또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을 혼자로 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사회에 부대끼는 많은 이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글쓴이도 앞으로 이 생활을 해야 한다. 두렵지만, 그래도 살아보자.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 모두 다 우리 생각보다 더 멋진 사람이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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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등을 밀며 성장하는 우리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해당영화는 씨네랩 크리에이터 활동의 일환으로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된 글입니다
홋카이도를 누비는 빨간 차. 그 안은 어쩐지 수상한 한 남자와 젊은 남녀의 조합으로 심상치 않은 여정임을 예고한다. 낯선 이의 차에 올라 목적지 없는 여행을 떠난다는 것, 그야말로 과거의 소재이기에 낭만이 확보된다. 어쩐지 어색함 만이 감돌 것 같은 이 조합은 예상외로 시끌벅적하고 도무지 예측이 불가능한 여정으로 향한다. 고전 로드 무비의 정석과도 형태를 보여주며 영화는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으로 홋카이도 길 위를 누비는 빨간 차 안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사실 빨간 차가 나오는 일본 영화는 그닥 낯설지 않다. 여러 화제를 모았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를 쉽게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작품에서 역시 차는 중요한 소재다. 내가 오롯이 소유하는 재산이자 동시에 날 어디론가 이끌어 줄 수 있는 이동 수단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목적지는 내가 정해야 하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 주는 것은 차이나 결국 조종간은 내가 잡고 있기에 차에 탄 나는 매 순간 선택을 내려야만 한다. 그것에 대한 부담감도 자유도 여정도 영화는 이야기한다. 4월 2일자로 개봉을 앞둔 <행복의 노란 손수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껄렁대는 청년 긴야가 모든 것을 털어 산 이 빨간 차는 뜻밖의 사람들을 태우고 홋카이도를 누비며 갖가지 사건들을 겪게된다. 그 무엇도 예정되어 있지 않다. 젊은이의 차답게 목적지도 없이 그저 기분에 따라, 도로를 따라 달릴 뿐이다. 하지만 그런 차엔 갖가지 이야기를 담은 세 사람이 타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하나 씩 잃은 상태로 이 차에 오르게 됐다. 그렇기에 당장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과연 나는 하룻밤 상대만을 원하나? 그저 기분전환 만을 원하나? 일자리만을 원하나? 이 빨간 차도 그 답을 알려주진 못한다. 다만 장시간 달려야 하는 좁은 평수의 차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점점 차가 밟는 도로의 색이 짙어질 뿐이다. 영화는 그렇게 다양한 구도로 인물과 차, 도로를 번갈아 조명하며 한치 앞도 모르겠는 여정에 메세지를 뚜렷이 한다.
물론 과거의 작품임을 감안해야 하는 장면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감안한다면 긴야와 아케미가 각각 어떤 성장을 겪게 되는지 이미 성장을 마친 어른인 유사쿠가 무엇을 되찾는지 더욱 분명하게 볼 수 있다. 첫 등장부터 실연의 아픔을 겪은 긴야는 그야말로 날라리, 양아치란 말이 어울리는 청년이다. 모든 것을 털어 '마쓰다 파밀리아'를 살 때마저 문에 걸려 넘어지는 젊은 긴야는 매 순간 가볍게 몸을 던지며 넘어지기 일쑤다. 이러한 긴야의 모습은 영화 러닝 타임 동안 확실히 관람객의 웃음을 책임지지만 어쩐지 덜 자란 아이처럼 그 무엇에도 조심성 있게 해내지 못하는 모습으로도 역시 그려진다. 이런 미성숙의 모습은 아케미를 대할 때도 드러난다. 아케미와의 만남이 우연이었던 것처럼 그는 중반부까지도 아케미를 그저 하룻밤 잠자리 상대로 생각한다. 그녀가 보이는 거부 표시를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이지 못하며 그저 관계에 있어 우격다짐으로 나올 뿐이다. 두 번째 숙소에 들어갈 때 역시 유사쿠의 훈계를 어리둥절하게 이해했던 그는 자꾸만 여정에 유사쿠를 끼워넣으려는 아케미의 행동에 삐치기도 한다. 하지만 유사쿠의 이야기에 점점 가까워질 수록 그는 보다 적극적으로 유사쿠의 여정을 응원하고 그의 선택에 눈물 흘린다. 아케미가 재차 유사쿠와 여정을 이어나가자는 긴야의 선택에 정말이냐 되묻는 대사가 있는 만큼 영화도 역시 그의 변화를 분명히 보여주려 한다. 영화가 후반부로 나아갈 수록, 긴야가 사람이 되어갈수록 더 이상 넘어지지 않는 것 역시 그 때문이다. 더 이상 넘어지지 않게 된 청년의 의미를 그 차에 오른 관객 역시 알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아케미에게 역시 나타난다. 남자친구의 바람으로 도쿄에서 실연을 겪은 아케미는 숫기 많은 청년으로 자신에게 돌진하는 긴야에 부담스러움을 표하지만 그와 내내 여정을 함께 할 정도로 호감이 있음을 보인다. 긴야의 성장 포인트가 미성숙함에 있다면 아케미의 경우 자신감이 없다는 것에 있다. 다른 여자를 찾아보라는 대사나 기껏 용기를 내 차를 몰았을 때도 긴야의 마쓰다를 건초더미에 처박아 혼나는 등 성장에 기회에 있어 여러 차례 좌절의 순간이 찾아오나 그는 어쩌면 유사쿠보다도 더 큰 목소리로 집으로 돌아가보자 외치는 인물로써 성장한다. 러닝타임 중 유사쿠가 물리친 깡패에 행태에 가장 목소리를 높이는 것 역시 아케미이다. 숫기가 없어서 긴야의 질문에 대답조차 제대로 못하던 아케미는 그렇게 점점 밝은 목소리를 되찾아가고, 긴야가 눈물 흘리는 순간에 기꺼이 달래주는 인물이 되어간다. 이렇게 두 젊은이는 자신조차 몰랐던 스스로를 발견하며 성장해나간다. 그리고 이렇게 그들을 변화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유사쿠의 어쩌면 가장 익숙하고도 뻔한 이별의 이야기이다. 이제 막 출소 한 낯선 아저씨와의 여정 그리고 순탄치 않은 홋카이도 길은 그들에게 확실한 시간을 제공해 준 셈이다.
유사쿠와 아케미 일행은 분명하게도 기성 세대와 젊은 세대로 나뉜다. 서서히 밝혀지는 유사쿠의 과거는 일본의 종전 시절과도 맞닿아있으나 아케미 일행의 삶은 그것과는 완전히 다른, 자신의 삶을 보다 멋대로 결정할 수 있으나 무엇에 가로 막힌 젊은 세대들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차이를 강조하기 보다는 그런 유사쿠의 등을 젊음의 패기로 힘껏 밀어주는 연대의 모습으로 나타낸다. 그야 세대를 막론하고 '사랑' 이라는 개념은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마침 홋카이도로 모이게 된 두 젊은 남녀는 도쿄에서 각각 실연을 겪고 떠나온 여행이라는 것에서 타인의 사랑을 위한 여정에 기꺼이 참여하며 자신들에게 결여되어있던 부분들을 성장시키고 끝내 사랑이라는 것을 찾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유사쿠의 재회를 보기도 전에 출발하는 차는 완전한 재회를 위해 빠져주는 것일 수 있으나 그 나름대로의 결말을 지어냈다는 점에 있어서는 유사쿠의 사랑을 보고 성장한 두 젊은이가 나름대로의 사랑을 또 해나간다고 역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한 차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것. 어쩌면 홋카이도를 누비던 빨간 차의 이야기는 다름 아닌 영화와 관람객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여전히 유바리 어느 집에는 노란 손수건이 펄럭인다. 바람 따라 누군가의 목적지임을 보여주는 이 손수건은 한 연인에게는 이정표이자 또 누군가에게는 그 자체로 집이 되어주기도 한다. 타인의 이야기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관객의 차례이다. 우린 어떤 손수건을 매달 것이며 어떤 이정표를 지나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을 것인가. 은은하게 번지는 주인공들의 웃음 위로 나 역시 웃음 지으며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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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세계 박스오피스 역대 흥행 기록 TOP 10
얼마 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 <아바타>(2009)가 중국에서 재개봉해 단번에 2천만 달러가 넘는 수익을 추가하며 루소 형제의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 한동안 내줬던 전 세계 역대 흥행 수익 1위 기록을 되찾았다. <아바타>는 20세기 폭스 배급작이었으나 현재는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자회사가 되었으므로, 이번 중국 재개봉이 굳이 흥행 1위 자리를 되찾기 위한 제스처일 것 같지는 않다. 소식이 들려오자 마블 스튜디오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축하하는 등 작은 이벤트 정도로 지나가는 분위기. 그래서 겸사겸사 글로벌 흥행 (수익 기준) 1위부터 10위까지 기록을 다시 살펴봤다.
*수익은 전 세계 합산(BoxOfficeMojo) 기준, 개봉일, 관람 등급은 북미 기준
*PG는 통상 우리나라의 전체 관람가, PG-13는 통상 15세 이상 관람가와 비슷
*국내 관객 수는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통계 기준
1위: <아바타>
*수익: 28억 3,367만 달러
*개봉일: 2009년 12월 18일
*관람 등급: PG-13
*국내 관객 수: 1,362만 4,328명
2009년 개봉한 <아바타>는 북미에서 7억 6,050만 달러, 해외에서 20억 7,317만 달러라는 경이로운 기록으로 누적 수익이 28억 3,367만 달러가 넘는다. 한때 <아바타>의 기록을 넘었던 유일한 작품이 후술할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뿐이며 <타이타닉>과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를 제외하면 20억 달러를 넘은 작품이 없으므로 꿈의 수치라고 할 만하다. 아마도 이것을 넘어설 작품은 카메론 감독 본인의 <아바타 2>가 아니면 당분간 없을 듯하다. <아바타>의 북미 바깥 시장 매출 비중은 73.2%로, 10위권 작품 중에서는 <분노의 질주 7>이 기록한 76.7%의 다음이다.
2위: <어벤져스: 엔드게임>
*수익: 27억 9,750만 달러
*개봉일: 2019년 4월 24일
*관람 등급: PG-13
*국내 관객 수: 1,397만 7,602명
<아바타> 이후 10년 만에 나온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북미 흥행 8억 5,837만 달러, 해외 흥행 19억 3,912만 달러의 성적으로 누적 수익 27억 9,75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서도 누적 관객 1,397만 명을 기록하며 매출액 기준 북미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중국과 영국 바로 다음의 흥행 순위를 나타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앞으로의 '마블'은 '엔드게임'을 넘어설 수 있을까': (https://brunch.co.kr/@cosmos-j/589)
3위: <타이타닉>
*수익: 22억 0,164만 달러
*개봉일: 1997년 12월 19일
*관람 등급: PG-13
*국내 관객 수: 197만 1,780명
1997년작이 역대 흥행 3위에 지금도 올라 있다는 사실이 일단 가장 경이롭게 느껴지는 부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I'm king of the world!"라는 수상 소감으로도 유명한, 당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주요 부문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국내 개봉 당시는 지금처럼 통합전산망이 없었으나 서울 관객 수 기준으로 197만 명 정도를 동원했다고 여러 기사 및 통계에서 언급되고 있다.
4위: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수익: 20억 6,845만 달러
*개봉일: 2015년 12월 16일
*관람 등급: PG-13
*국내 관객 수: 327만 3,879명
2015년 연말 개봉한 <스타워즈> 시리즈의 일곱 번재 영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20억 6,845만 달러로 역대 4위. 국내에서도 32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이 시리즈가 크게 환영받지 못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례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이기도 하다.
5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수익: 20억 4,835만 달러
*개봉일: 2018년 4월 25일
*관람 등급: PG-13
*국내 관객 수: 1,123만 3,176명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를 연이어 성공시킨 루소 형제 감독의 후속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가 20억 4,835만 달러의 수익으로 역대 5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국내에서도 1,123만 명이 넘는 관객 동원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6위: <쥬라기 월드>
*수익: 16억 7,051만 달러
*개봉일: 2015년 06월 10일
*관람 등급: PG-13
*국내 관객 수: 554만 7,463명
2015년 여름 시즌에 개봉한 <쥬라기 월드>가 16억 7천만 달러의 수익으로 역대 6위. 국내에서도 554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본작을 연출한 콜린 트레보로우 감독은 속편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연출은 참여하지 않았으나,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의 연출로 복귀할 예정.
7위: <라이온 킹>
*수익: 16억 5,787만 달러
*개봉일: 2019년 07월 11일
*관람 등급: PG
*국내 관객 수: 474만 3,295명
<정글북>(2016)을 성공시킨 존 파브로 감독의 <라이온 킹>이 16억 5,787만 달러로 7위. 흥행에는 성공했으나 영화에 대한 반응은 여러모로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국내에서는 474만 관객을 동원했다.
*<덤보>를 앞두고 다시 보는 디즈니 실사영화 흥행 정리(2019.03.13.): (https://brunch.co.kr/@cosmos-j/491)
8위: <어벤져스>
*수익: 15억 1,885만 달러
*개봉일: 2012년 04월 25일
*관람 등급: PG-13
*국내 관객 수: 708만 7,068명
8위는 15억 1,885만 달러의 글로벌 수익을 거둔 2012년작 <어벤져스>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이 본격적으로 흥행 보증 작품처럼 자리잡는 데 큰 역할을 한 작품. 2019년작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MCU의 한 페이즈가 마무리 된 지금으로서는, 이런 큰 이벤트를 만나기 위해서는 다시 몇 년이 더 걸릴 듯하다.
9위: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수익: 15억 1,525만 달러
*개봉일: 2015년 04월 01일
*관람 등급: PG-13
*국내 관객 수: 324만 8,904명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일곱 번째 영화인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 글로벌 역대 흥행 9위. 당시 배우 폴 워커를 향한 추모 분위기가 있었고 영화에 대한 좋은 반응도 더해지며 결국 시리즈 중 가장 성공한 작품으로 지금도 기록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324만 관객을 동원했다.
10위: <겨울왕국 2>
*수익: 14억 5,002만 달러
*개봉일: 2019년 11월 20일
*관람 등급: PG
*국내 관객 수: 1,374만 7,792명
<겨울왕국> 이후 5년 만에 속편으로 나온 <겨울왕국 2>는 전편보다 약 2억 달러 가량의 수익을 글로벌 기록으로 추가했다. 14억 5천만 달러. 국내에서도 전편을 뛰어넘는 흥행에 성공했다.
*<겨울왕국 2> 리뷰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 더 넓은 세상을 만나는 능력': (https://brunch.co.kr/@cosmos-j/924)
*11위~20위 영화도 아래와 같이 간략히 기록한다.
11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14억 280만 달러
12위: <블랙 팬서>(2018), 13억 4,759만 달러
13위: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2011), 13억 4,222만 달러
14위: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2017), 13억 3,269만 달러
15위: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 13억 1,046만 달러
16위: <겨울왕국>(2013), 12억 8,101만 달러
17위: <미녀와 야수>(2017), 12억 6,406만 달러
18위: <인크레더블 2>(2018), 12억 4,308만 달러
19위: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2017), 12억 3,600만 달러
20위: <아이언맨 3>(2013), 12억 1,481만 달러
언뜻 봐도 눈에 들어오는 사실은 상위권 대다수 작품이 디즈니(폭스 포함) 배급작이라는 점, 그리고 워너의 경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 이후, <아쿠아맨>(2018, 11억 4,848만 달러) 정도를 제외하면 글로벌 흥행 상위권 영화를 배출하지 못했다는 점 정도다. 1위부터 20위까지를 함께 보면 디즈니 작품이 아닌 영화는 <타이타닉>(파라마운트), <쥬라기 월드>와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유니버설), <분노의 질주> 7편과 8편(유니버설),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 2부>(워너브러더스)까지 여섯 편이 전부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물론 루카스필름, 마블 스튜디오 등을 자회사로 거느린 디즈니의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
이제 단순 극장 수익과 관객 수가 아니라 OTT 등 극장 외 플랫폼에서의 인기도 고려해야 하게 되었고 흥행 수치가 전부는 아니지만, 극장에도 봄이 오길 기다리며 정리해본다.
* 본 콘텐츠는 브런치 김동진 님의 자료를 받아 씨네랩 팀이 업로드 한 글입니다.
원 게시글은 아래 출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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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무파사: 라이온 킹"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따로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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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요원이 작전 중 총격당하고, PBI 요원들은 대규모 테러를 예감하고 촉각을 곤두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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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강아지도 '개' 귀엽다! 행복만 가득해지는 [도그데이즈] 메인 예고편 공개? 2024년 기분 '개' 좋은 영화 2월 7일은 극장에서 [도그데이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