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nymoushilarious2022-05-23 11:11:09
신동사 버전 혼혈왕자?
신비한 동물사전 덤블도어의 비밀
난 자타공인 해리포터 시리즈 덕후다. 나를 잘 아는 모든 인간은 내가 해덕인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해리포터의 스핀오프 영화인 신비한 동물사전 시리즈도 빠짐없이 영화관에서 관람해왔다. 사실 신동사 시리즈는 기존 해리포터에 비하면 새발의 피도 안되는 설렘을 선사할 뿐이라 내용이 기가막히게 재미있다기 보다는 신동사를 챙겨봄으로써 해리포터를 너무 사랑했던 과거의 나 자신을 추억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번 영화, 신동범<신비한 동물 사전과 덤블도어의 비밀>에 대해서 크나큰 기대를 하고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타는 쳐줄 것이란 기대는 했었다. 뭐, 해리포터 시리즈던 스핀오프던 언제나 나의 마법세계에 대한 환상은 충족시켜줬었고, 내용은 드라마틱하게 재미있진 않더라도 아직 해리포터 세계관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안정감은 아직 나의 동심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의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말하자면, 마치 혼혈 왕자를 봤을 때의 허망함이었달까.
1. 무엇을 위한 반전인지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핵심적 관계는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이다. 첫 장면에서부터 암시? 아니, 대놓고 드러내는 그들의 관계는 참 대단한 장치인 것 같지만 신선하거나 새롭지는 않다. 영화의 시작부터 드러내는 관계인만큼 반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 전체를 통틀어 이들의 관계성이 없으면 영화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셈이니,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시 말하자면, 그 관계성 때문에 영화가 특별해지는 대단한 새로움은 없었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꾸준히 긴장감을 주고자 했지만 정작 관객이었던 나는 영화를 통해 지루함을 느꼈다. 있을 거 다 있는 영화에서 왜 지루함을 느꼈던 걸까? 이 영화에는 덕질할 만한 배우(예를 들면, 칼럼 터너, 에디 레드메인 등등)이 있었고, 판타지 영화라면 응당 있어야 할 쫓고 쫓기는 신 등도 있었는데도 왜 영화가 기존의 시리즈물보다 재미가 없었던 걸까?
혹시 영화의 세계관, 해리포터의 세계관이 너무 많이 노출되어 이제는 지루해진 것일까? 내가 해리포터 세계관에서 이제는 졸업해야할 나이가 된 것일까 아니면 그냥 영화가 너무 뻔했던 것일까? 뭐랄까,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성으로 이 시나리오가 가진 답답함을 타파하고자 하는 의도는 다분히 느낄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 몸부림이 이 영화를 더 뻔한 시나리오로 남게 한 것 같기도 하다. 그 원인은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가 서로를 공격할 수 없는 일종의 변명거리를 만들어내 영화상에서 관객들이 보고싶어할 만한 두 캐릭터의 경계구분이 확실한 대립 구도가 모호해진 데에 있다고 본다. 즉, 대립해야할 캐릭터가 대립을 주저하니, 그 캐릭터들의 매력이 반감된 것이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중요했던 플롯은 미래를 볼 수 있는 그린델왈드를 교란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를 갈수록 덤블도어파 사람들은 그린델왈드를 교란시키는 데에 실패한다. 오히려 그린델왈드는 자신의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기가 죽였던 사슴을 되살려 민중들이 자신을 신봉하도록 선동하는 데에 이용할 생각은 덤블도어의 교란으로 생각한 것이라기보단 그저 처음부터 자신이 계획한 쇼의 함정에 자신이 빠진 것 뿐 아닌가. 그런 플롯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낄 수 있을까.
2. 이 영화는 혼혈왕자 포지션인 걸까?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는 기존 해리포터 시리즈의 혼혈 왕자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되었다. 혼혈왕자를 봤을 때를 회고해보자면, 뭔가 뜬금없이 스네이프가 혼혈왕자라는 사실이 밝혀졌었고, 관람 당시에는 그 사실이 꽤나 중요한 반전인 것 같긴 한데, 너무 흐지부지하게 영화가 끝나서 해리포터의 아류작이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시리즈가 다 끝나고 나자, 이 혼혈왕자 편은 해리포터 시리즈를 통틀어 꼭 관람해야 하는 필수 영화가 되었다. 이 편을 보지 않고서 해리포터의 수많은 떡밥들을 이해할 수가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 관람 당시에는 알 수가 없었지만 시즌이 다 끝나고 나서야 작가의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잇게 되었기 때문에 이번 신동덤도 그런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특별할 게 없어보이는 영화이지만 추후 제작될 신동사 시리즈에서 이 그린델왈드와 덤블도어의 관계성이 다음 영화를 보는 데 있어 큰 그림으로 쓰려는 전략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말이다. 지금은 지루하고, 뜬금없지만 그런 흐지부지함이 추후에 어떤 키로 작용할지 모르는 게 해리포터 사가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조금 더 두고보려고 한다. 이번 영화에 실망했다고 다음 영화까지 보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만큼 나는 이 대 서사시 시리즈에 진심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했지만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을 후회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칼럼터너 배우의 분량이 많아져서 기분이 좋았던 것도 한 몫 했고,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한 만큼 그 인물들이 다음 영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따라서 이번 영화에 대한 평이 바뀔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음 영화에서는 크리덴스의 역할과 주인공의 역할이 조금 더 잘 보였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는 뉴트 스캐맨더와 티나 골드스틴보다는 덤블도어의 사연이 주된 내용이기 때문에 기존 캐릭터들을 잘 살린다면, 이 영화 시리즈에 팬인 사람들에게 친근하게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관객들에게는 기존 캐릭터들이 소외되면서까지 새로운 자극을 바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마법 세계는 우리 마음 속에 영원하다"는 것을 각인시켜주는 영화로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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