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5-05-27 11:54:18
유치한데... 재밌어... 당신의 길티플레져 영화는?
길티플레져
❣️Cinelab Curation❣️
여러분의 길티플레져 영화는 무엇인가요?
유치하지만.. 심장이 울리는 그런 영화요!
절대 안 볼 것 같았지만, 나도 모르게 이끌려 어느새 엔딩크레딧을 보게 되었던 영화들이 있지 않나요?
제게는 어릴 때 봤던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그랬는데요!
너무 유치해서 입을 틀어막고 보다가,
나중에 시리즈 마지막 편을 보고 나오는 길에는 너무 섭섭했던 거 있죠?😅
오늘은 이런 유치하고도 사랑스러운 영화들을 모아보았는데요🤍
여러분의 길티플레져 영화도 추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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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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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력 하나 없어보였지만 가장 큰 힘을 가졌던 믿음왕 시수 이야기,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친구의 적극 추천으로 보았던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드래곤이라기에 스펙타클한 재미짐일까? 하는 궁금함으로 영화관엘 갔다가 의도치 않은 감동을 받아 펄펑 울다 나왔다. 드래곤 ‘시수’는 굉장히 귀엽고 천진난만했는데 그 천진함 속에서 깊은 감동을 주었던 캐릭터였다. 예기치 못한 감동이 밀려와서 그랬을까? 여운이 상당히 강했던 작품이었다.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시놉시스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신비의 땅, 쿠만드라 왕국.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삼키는 악의 세력 '드룬'이 들이닥치자, 드래곤들은 인간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전설 속으로 사라진다.
500년 후 부활한 '드룬'이 또다시 세상을 공포에 빠뜨리자, 전사 ‘라야’는 분열된 쿠만드라를 구하기 위해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그러나, ‘라야’는 험난한 여정을 겪으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전설 속 드래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조했습니다.
환경이 조성된 후의 믿음이 아닌 먼저 믿음을 보인다는 것
여타 디즈니 영화와 마찬가지로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한 가지 주제를 향해 달려나간다. 그것은 바로 신뢰와 믿음이다. 개인적으로 믿음과 신뢰는 쌓아가는 것이고 하루 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래서 누군가를 믿는데 오래걸리는 편이고, 물론 한 번 믿으면 생각없이 믿어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믿음과 신뢰는 상호 간의 축적된 교류를 통해서 성립이 되는 것이가 여겼다.
이 말은 믿을만한 가치가 없거나 믿을 만한 행동을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상대에게서 신뢰와 믿음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불신이 베이스에 깔려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속 드래곤 시수는 믿어!! 믿으면 되는거야!!라고 줄곧 주장한다.
상대방과 나와의 관계에서 상대방보다 내가 먼저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믿어줌으로써 그 관계가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믿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야 믿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대방을 믿고 그 상대에게 믿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라. 이러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시수의 모습이 너무나도 멋져보였다.
주제와 상반되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만든 디즈니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의 주인공을 꼽아보자면, 라야와 시수 이렇게 둘일 것이다. 드래곤 시수가 절대적인 믿음과 신뢰의 상징이라면 라야는 불신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라야는 자신이 친구라고 생각했던 나마리에게 배신을 당하면서 쉽게 다른 사람들을 믿지 않는 불신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과 만나면 무력으로 그들을 제압하고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라야의 모습은 많은 현대인들들 대변하고 있는 듯 했다.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크고 작게 배신감을 느끼고 이러한 감정이 누적되면서 다른 사람들을 먼저 신뢰하기 보다는 의심을 하고, 신뢰가 가는 행동을 상대방이 보여야만 마음을 열고 믿을 가지기 시작한다.
불신의 삶을 살아가던 라야가 시수의 조언을 듣고 어떠한 조건도 없이 나마리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보내며 그 변화를 받아들임으로써 라야와 같이 현대인들도 신뢰와 믿음을 먼저 표현하는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용기를 함께 전달하고 있었다. 이러한 캐릭터의 상반성이 영화의 주제를 더욱 매력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가장 보잘 것 없어보였던 존재가 해낸 가장 위대한 일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은 드래곤젬을 획득하러 떠나는 여정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드래곤젬은 5개로 깨졌고, 나눠진 젬을 각각의 부족들이 하나씩 챙겨갔다. 중요한 점은 이렇게 나뉘어진 젬에 시수의 형제들의 능력이 나뉘어져 봉인되었다는 것이다.
몸이 빛나는 능력,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능력, 안개를 부릴 수 있는 능력 등 시수의 형제들은 각각이 타고난 능력들을 활용할 줄 알았고, 이를 가지고 드룬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시수는 이러한 형제들의 능력과 달리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수영밖에 없었다. 시수 역시 의문스러워했다. 자신보다 자신의 형제들이 훨씬 뛰어났고, 자신은 그저 언니 오빠의 힘을 가진 드래곤젬의 힘을 퍼트렸을 뿐이었으니 말이다. 정말 천진하게 ‘나 수영잘해!!! 배영이 짱이지!! 한 번 볼래~~’ 이러는데 너무 귀엽지만 드래곤이 어쩜 저래 능력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하지만 특별한 능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수영을 잘하는 특기, 즉 물에서의 자유로움은 드룬들에게 치명적ㅇ었다. 드룬은 물에 가까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뢰의 힘을 가지고 잇었고 물을 이용할 줄 알았던 시수의 능력을 알아본 형제들은 마지막을 시수에게 맡긴 것이었다. 시수가 점점 생명력을 잃어가자 세상의 물들이 점차 사라지고 드룬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마저 사라지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그저 평범하게만 봐왔던 존재에 대해, 보잘 것 없는 것이라 느꼈던 능력에 대해 막판에 갈수록 점차 힘을 실어주고 전혀 보잘 것 없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믿음이 사라진 현 사회를 향해 신뢰와 믿음의 중요성과 존재 자체에 대한 가치를 함께 알려준 영화 《라야와 마지막 드래곤》. 역시 디즈니가 디즈니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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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봐서는 안될 욕심을 눈에 담다.
기가 막히는 코믹 연기로 늘 웃음을 주었던 유해진 배우가 '왕'이 되어 돌아왔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졌다. 특히 유해진 배우의 인터뷰 중에 첫 등장부터 웃으면 어쩌나 라는 말에 약간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가 말했던 것처럼 기존의 친숙한 이미지와 왕의 이미지가 매치가 되지 않아 이질감이 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의 전체 줄거리와 배우들의 연기가 매우 기대되는 가운데, 좋은 기회를 얻어 미리 시사회를 볼 수 있었다. 소현 세자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영화적 상상력을 더한 영화 ‘올빼미는 11월 23일 개봉 예정이다.
뛰어난 침술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경수, 그는 동생의 병을 고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형익에게 그 실력을 인정받아 어의가 되어 궁으로 들어가게 된다. 궁에 들어가며 꽤 오랜 시간 동안 동생과 떨어져야 했던 경수는 그럼에도 동생의 약값을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매사에 입조심을 해야 하는 궁중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반면 8년 동안 청나라에 갇혀있던 소현세자가 돌아오며 굴욕적인 역사를 마주한다. 아들이 돌아왔다는 기쁨도 잠시 인조의 불안감은 극도로 고조되며 전반적인 분위기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에 띄지 말아야 할 올곧은 시선과 알 수 없는 시선이 교차하지만 좁혀지지 않는다. 조선의 존폐보다는 그때의 치욕이 앞서는 모습이 그가 가지고 있는 욕망의 형태를 비치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권력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인조는 변화라는 낯선 두려움을 이겨내고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선의 존폐가 달린 문제에 서로 다른 욕망이 비치며 갈등이 극대화된다. 한편 보이지 않는 탓에 소리에 집중되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밤이 되며 스산한 분위기로 변한다. 그날 밤, 보지 말아야 할 핏빛 욕망을 눈에 담게 되며 그의 운명 또한 많은 변화를 맞이 한다.
욕심에 눈이 먼 자, 진실에 눈을 뜬 자의 영화의 갈래가 나뉘기 시작한다. 살기 위해 진실을 감출 것인지 진실을 밝히기 위해 본 것을 말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저울질이 시작된다. "안 보는 게 좋다고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그럴수록 더 눈을 크게 뜨고 살아야지."라는 말과 자신을 믿어주던 두 눈이 보려 하지 않았던 것을 선명하게 만든다. 그 선명함에 온 힘을 다하여 진실을 지키지만 자신의 지키려 했던 진실이 권력의 힘에 짓눌린 모습을 마주한다. 무모함을 이길 정도로 그가 믿었던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아버지의 모습보다는 권력에 눈이 먼 한 왕의 탐욕적인 모습을 그려 기존의 왕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왕으로서 느낄 수 있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끊임없이 손에 쥐기 위해 어떤 수단이든 이용하면서도 내내 불안한 감정이 그대로 얼굴에 드러난다. 다만 근엄함과 중후함은 사라진 열등감과 욕망으로 점철된 광기 어린 왕만이 남아있어 조금 아쉬웠다. 그런 아쉬움에도 사실에 픽션을 가미한 미스터리 스릴러는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펼쳐 그 단점을 감춘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틈 없는 연기가 영화에 잘 녹아들었기에 극의 몰입을 높였다. 특히 경수와 소현세자가 어둠 속에서 눈을 마주치는 장면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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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밀실의 서스펜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 초이스 : 장편 - <네버 파인드 미>
감독: 조시아 앨런, 인디아나 벨
출연: 조던카원, 브렌던 록 등
시놉시스: 폭우가 쏟아지는 밤, 한 젊은 여자가 낯선 집의 문을 두드린다. 홀로 살고 있던 노인은 그녀를 친절하게 돕는다. 천둥번개와 폭풍우에 집에 갇힌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호기심과 경계심에 잠식된다.
<네버 파인드 미>는 한정된 공간에서 가질 수 있는 서스펜스를 극한으로 가져가는 밀실 스릴러 영화다. 영화에서 패트릭의 집 내부를 제외하고 등장하는 장소는 집 근처를 밖에서 찍는 정도가 전부다. 한 여자와 한 남자,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그리고 인적 드문 곳에 덩그러니 있는 집. 무척 간단하면서도 익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요소들로 이루어진 영화는 낯선 이에게 느끼는 미지의 경계심을 상기시키며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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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지 모를 액체를 주시하며 긴장한 듯 보이는 패트릭의 집에 한 여자가 문을 마구 두드리며 전화를 쓸 수 있는지 묻는다. 패트릭은 처음엔 여자를 경계하는 듯하나 이내 여자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제공하며 호의를 베푼다. 그러면서 비가 많이 와 밖에 나가기 힘들뿐더러 자신은 전화를 갖고 있지 않다며 비가 그치면 함께 차를 타고 공중전화로 가자고 설득한다. 낯선 이를 경계하는 건 집주인인 패트릭만이 아니다. 여자 또한 패트릭의 말 하나 행동 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그 호의들이 무척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재밌게 느껴진 건 이런 여자의 태도였다. 보통의 영화를 생각한다면, 호의를 바라며 누군가의 집 문을 두드리는 상황에서 을이 되는 건 으레 방문자의 입장이다. 더군다나 이 영화에서 방문자는 젊은 여성이고, 집주인인 패트릭은 나이가 있다고 해도 꽤 건장해보이는 남성이다. 이미 집에 들어왔고 궂은 날씨에 쉽게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남자의 심기를 거슬러 좋을 게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자는 남자와의 대화에서 거침 없이 말실수를 하며 빈틈을 보이고, 결국 남자의 심기를 거슬리게 만든다. 조금 과장한다면 마치 일부러 그러려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밀실에 함께 갇혀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에게 자의로든 타의로든 의지하게 될 수밖에 없다. 카드 게임을 시작하며 서로에 대한 오해를 깨닫고 미묘한 유대감이 생기는 장면은 마치 감독이 관객과 천연덕스럽게 밀당 게임을 하는 건가 싶게 느껴지는 장면이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낯선 이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낸 말과 실제 사이의 간극은 대화가 이어질수록 탄로 날 수밖에 없고, 서스펜스를 격화시키며 관객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관객을 밀어붙인다. 관객은 두 사람에 대해 영화가 관객에게 던지는 단서들을 조합해 추리를 하면서 보겠지만, 아마도 그 추리는 번번이 빗나갈 것이다.
빌드 업에 상당 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마지막에 몰아치는 십여 분 남짓의 시퀀스를 위해 존재하는 영화라 볼 수도 있겠으나, <네버 파인드 미>는 그만큼 러닝타임 내내 서스펜스를 놓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몰아붙이는 영화다. 99분의 시간 동안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며 부천 초이스 섹션에 선정된 이유를 톡톡히 보여준다. 조시아 앨런, 인디아나 벨. 두 감독의 이름을 미리 눈여겨봐야 함이 분명하다.
상영일정
7/2 20:00 - 21:39 CGV 소풍 11관
7/6 16:30 - 18:09 CGV 소풍 5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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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감정들이 불타지 않고 사그러든다
디즈니의 대표적인 고전 애니메이션을 꼽을 때, <백설공주>를 빼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1937년에 만들어진 이 애니메이션은 전 세계 관객들에게 ‘하얀 피부에 순수함을 지닌 공주’와 ‘거울 앞에서 끊임없이 자신의 미모를 확인하는 여왕’이라는 대비를 각인시켰다. 이 이야기는 사실 독일의 그림 형제 동화를 기반으로 하며, 옛날부터 ‘권선징악’과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장치로 활용되어 왔다.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버전으로 재탄생된 <백설공주>는 디즈니 고유의 색채와 어우러져, 뮤지컬적 요소와 마법같은 판타지가 더해져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최근 디즈니가 과거 애니메이션들의 실사화를 적극 추진함에 따라, 이번에는 <백설공주>가 그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이미 다양한 논란이 있었듯, 원작과 달리 백인이 아닌 라틴계 배우(레이첼 지글러)가 백설공주 역을 맡았고, 마녀 여왕은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의 갤 가돗으로 캐스팅되었다. 디즈니의 ‘새로운 시도’라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관객들은 “이 캐스팅이 과연 어울릴까?”라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무엇보다 <백설공주>라는 고전 서사가 가진 익숙함이 이미 강렬하게 각인되어 있어서, 이 실사화가 얼마나 설득력 있게 감정을 전달하는지가 관건이 됐다.
[첫번째 감정] 여왕의 욕심
이번 영화에서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는 새로 등장한 여왕(갤 가돗)과 대립 구도를 이룬다. 그러나 과거 애니메이션에서 여왕이 가진 욕망이 ‘왕국을 넘어 더 큰 세상까지 지배하겠다’는 식으로 느껴졌다면, 이번 실사판에서 여왕의 욕심은 의외로 꽤나 좁게, 사적인 영역에 머무른다. 여왕은 왕에게 접근해 미모를 무기 삼아 결혼에 성공하고, 결국 왕을 죽음에 이르게하고 왕국을 쥐락펴락한다. 표면적으로는 “정말 사악한 인물”이란 인상을 주지만, 커다란 비전을 가지기보다는 지금 손에 쥔 왕국과 아름다움만을 지키려는 데 급급하다.
이 때문에 여왕의 행동은 치졸하고 쪼잔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백설공주가 조금 더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죽이려 든다든가, 성에서 내쫓는 장면은 ‘저게 전부인가?’ 싶은 의문을 남긴다. 물론 동화 속 원전 역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가 되고 싶은” 여왕의 욕망을 보여주지만, 영화 속에서 조금 더 깊은 내면이나 거대한 야망이 드러났다면 훨씬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갤 가돗처럼 강인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가 맡았기에, 여왕의 욕망을 좀 더 웅장하게 그려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영화 전반에서 여왕은 끈질긴 악의를 유지하긴 하지만, 전체적인 스케일이나 동기에 있어 확장성이 부족하다. 미모 유지에만 집착하고, 백설공주를 질투하는 모습은 너무 전형적으로 묘사된다. 이러한 캐릭터성이 관객에게 통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채,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하는 의문만 남기고 만다. 조금만 더 과감한 설정이나 다른 인물들과의 역학을 보여줬더라면, 여왕이 가진 욕심이 제대로 살아났을 텐데 말이다.
[두번째 감정] 조나단의 당당함
원작 애니메이션에서 왕자가 백설공주를 구하는 존재로 그려진다면, 이번 실사판에서는 조금 다른 감정적 구도가 펼쳐진다. 백설공주의 호감을 얻는 인물은 조나단(앤드류 버냅)이라는, 다소 의외의 캐릭터다. 그는 기본적으로 두려움이 없는 인물로, 더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기 위해 여왕의 음식을 훔칠 정도로 소신 있고 선량하다. 용기와 선함을 겸비했지만, 그를 따르는 사람은 많지 않고 자신도 산 속에서 도적 생활을 하는 처지이다 보니, ‘진정한 리더’로 나아가기엔 장애가 많은 캐릭터다.
백설공주가 조나단에게 호감을 느끼는 이유는 명확하다. 바로 그의 ‘당당함’ 때문이다. 이는 기존 원작에 비해 변화된 지점이기도 하다. 원작 속 왕자는 다소 수동적으로 백설공주와 ‘운명적 사랑’을 맺었지만, 실사판의 조나단은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필요한 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줄 안다. 그래서 백설공주가 힘들어할 때도 말없이 곁에서 지탱해주며, 사실상 그가 ‘동화 속 왕자’의 역할을 대체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당당한 성격 덕분에 조나단은 백설공주가 힘겨운 상황에 처했을 때 결정적인 활약을 보인다. 여왕의 위협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태도는, 기존 ‘백마 탄 왕자’ 서사를 약간은 새롭게 변주해 낸다. 다만, 도적 신분이라는 설정 때문에 “과연 그가 왕이나 귀족에 비해 충분히 매력적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영화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당당함과 선함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새로운 ‘남성 캐릭터상’을 제시한다.
[세번째 감정] 백설공주의 배려심
이번 실사판의 핵심은 역시 백설공주라는 캐릭터다. 과거 작품들에서 백설공주는 순수하고 착한 인물로만 부각되었다면, 이번에는 주위 사람들을 기억하고 세심하게 배려한다는 점이 크게 강조된다. 일곱 난쟁이는 물론이고, 마을 주민들, 심지어 적대적인 존재에게도 “네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해볼게” 같은 시선을 보이니, 그 선함의 폭이 훨씬 확장된 셈이다. 사실상 백설공주가 지닌 가장 큰 무기는 ‘배려심’이며, 주변 인물들이 그녀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 후반부를 보면, 백설공주는 여왕과 대결 구도에 서게 된다. 다만 힘이나 마법으로 압도하기보다는, 그녀의 배려심과 공감 능력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한다. 의외로 여왕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계기가 되는데, 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이 정도로 끝나나?” 하는 허전함도 없지 않다. 그러나 동화적 감수성을 생각하면, 백설공주라는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선함이 “정의로운 벌” 못지않은 힘으로 여왕을 몰아붙인다는 설정을 납득할 수 있다.
문제는 배우 레이첼 지글러가 이 배역에 완전히 어울리는지에 대한 의문이다. 영화는 그녀의 얼굴을 자주 클로즈업으로 비추며 감정선에 집중하려고 노력하지만, 워낙 백설공주의 ‘백인 이미지’가 우리 머릿속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이 많을 듯하다. 레이첼 지글러가 나쁜 연기를 펼친 건 아니지만, 캐릭터 해석과 비주얼이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인상을 준다. 이는 어디까지나 관객 개개인의 선입견과 기대치가 크게 작용하는 부분이긴 하지만, 결국 애니메이션 원작을 완전히 뛰어넘진 못하는 선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실사화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번 <백설공주> 실사판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보여주려 했을까. 기본 줄거리는 애니메이션과 동일하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뻔한 전개를 다시 보게 된 느낌이 강하다. 그나마 다른 점이라면 캐릭터 설정이 조금 바뀌었고, 뮤지컬 영화라는 점에서 새로운 노래들이 추가되었다는 정도다. 하지만 디즈니가 의도한 혁신적 변화라고 하기엔, 이야기 자체가 이미 너무 익숙해 긴장감이나 신선함을 크게 찾기 어렵다.
이번 캐스팅에 대해 반감이 있는 사람들은 “백설공주가 왜 백인이 아니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일곱 난쟁이가 실사로 표현된 어색함까지 지적한다. 실제로 난쟁이들이 전부 ‘작은 키를 가진 배우들’로만 구성되지 않았고,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오가는 모습에서 몰입이 깨진다는 반응도 꽤 많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 조합이 어색한 지점이 존재하는 건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연출을 맡은 마크 웹 감독은 과거 <500일의 썸머> 같은 작품에서 아름다운 화면과 섬세한 감정선을 잘 살려낸 바 있다. 이번에도 화사한 색감과 동화적 분위기를 적절히 배치해, 시각적으로는 꽤 매력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시각적 아름다움’에 머문다. 영화 전체의 매력을 완전히 끌어올리기에는 이야기가 너무 고루하고, 캐릭터 간 호흡 역시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종합적으로 볼 때, <백설공주> 실사판은 디즈니가 최근 시도해온 실사화 프로젝트 중에서도 “성공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원작을 사랑했던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흥을 주기엔 부족하고, 캐스팅 논란이나 난쟁이 표현 문제로 인해 호불호도 극명해질 듯하다. 물론 뮤지컬적 요소나 화려한 색채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겠지만, 굳이 추천하고 싶을 만큼 눈부신 성취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래된 감정들로 가득한 이 동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불타오르지 못하고 사그라져버린 느낌이 짙다.
따라서 이 작품을 보러 갈지 고민 중인 사람들에게, “거창한 기대는 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전한다. 디즈니의 과거 명작을 실사로 다시 만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다면, 혹은 백설공주에 대한 향수를 느끼고 싶다면 시도해볼 만하겠지만, 그 이상의 특별한 놀라움은 찾기 힘들다. 일상의 무거움을 잠시 내려놓고, 화려한 색감과 노래가 있는 동화 한 편을 보고 싶을 때 정도에나 가볍게 즐기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통해 “오래된 감정들은 더는 뜨겁게 타오르지 않는다”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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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함과 고루함 사이
<아쿠아맨>은 다 쓰러져가는 DCU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준 몇 안 되는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컨저링시리즈의 제임스완 감독이 만들어내는 활기찬 액션 쾌활극은 아쿠아맨이 처음 등장한 <저스티스 리그>에서 그의 활약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게다가 극 중 메라역의 엠마 허드의 이미지가 바닥을 치기 전이었던지라 <아쿠아맨>은 잘 만든 한 편의 오락영화로서 기능을 충실히 다하였다. 이런 괜찮은 작품을 전작으로 두고 있으니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이 기대되지 않을 수가 있으랴.
<아쿠아맨과 라스트 킹덤>의 줄거리는 기타 여느 버드무비와 큰 차이점 없이 평이하게 흘러간다. 전 편에서 감옥에 수감됨 이부동생 '움'과 함께 빌런인 '블랙 만타'를 소탕하고자 하는 내용이 기승전개로 매끄럽게 전개된다. 가족애라는 하나의 큰 주제 안에서 이부동생과 티키타카하며 적을 소탕하는 과정은 무척이나 익숙하기에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이번 영화 역시 오락영화로서 충분히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익숙함에는 한 끝차이로 고루함이 따라온다. 이미 이러한 히어로, 버드무비를 많이 봐온 관객들은 전혀 새롭지 않은 스토리에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본다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재미있게 볼 수 있지만 아쿠아맨의 색다른 무언가를 기대했던 관객들 또는 팬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흡사 <토르: 러브 앤 썬더>의 양분화된 관객의 반응을 보는 듯하다. 물론 무조건 모든 영화가 새로울 필요도 없거니와, 재밌게 잘 만들면 충분하지라는 생각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를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영화가 히어로영화라는 점에서 끊임없이 MCU의 전성기 때와 비교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버드무비의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실제로 주인공은 두 명이므로 시선이 두 캐릭터에 분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주인공인 엠마 허드의 논란과 DCU의 상황 등을 미루어 보았을 때 위험한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한 제임스 완 감독에 결정도 이해되는 바이다. 영화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오락영화로서의 기능은 충분히 다하였기에, 향후 시리즈를 내다보고 영화가 진행되는 것은 어쩌면 모험을 넘어 도박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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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하고인
산하고인
지아장커 감독 작품. 빠르게 변하는 중국의 현재를 세 개의 시간으로 나눠 보여주고 있다.
1999년 펜양.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는 같은 동네에서 자란 소꿉친구다. 20대 중반의 이들은 가깝게 지내지만, 서로 서 있는 위치는 다르다. 영화에서는 설명하지 않지만, 리앙즈는 부모도, 자신도 노동계급 출신의 노동자인 걸 알 수 있다. 진셩은 부모가 당 간부로 추측할 수 있다. 진셩이 20대에 탄광을 운영하는 자본가가 될 수 있었던 건 그의 능력보다는 그의 부모 능력으로 가능했을 거라고 미루어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오는 아버지가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 서로 다른 출신 성분이지만 세 사람은 가족처럼 가깝게 지낸다.
지아장커 감독이 직접 밝혔든, 중국에서 1999년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 중국에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본격 퍼지기 시작한 것이 1999년이라고 한다. 중국은 시장 개방 정책을 통해 '세계의 공장'을 나서서 맡게 되고, 수억 명의 중국인민은 공장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전국에서 대도시와 대도시 근교로 몰려들기 시작한다.
리앙즈와 진셩은 타오를 두고 삼각관계를 이룬다. 리앙즈와 진셩 모두 타오에게 자기와 결혼하자고 말하지만, 타오는 선뜻 한 사람을 선택하지 못한다. 리앙즈는 진실한 사람이지만 너무 가난하고, 진셩은 엄청난 부자라서 오히려 부담스럽다.
타오와 친밀하게 지내는 리앙즈를 본 진셩은 자기가 운영하는 탄광에서 일하지 말라며 리앙즈를 해고한다. 리앙즈 역시 구차하게 굽신거리며 일하기 싫다며 탄광을 그만둔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친구였지만, 사랑하는 여자를 사이에 둔 정적이자, 자본가와 노동자 계급으로 구분되어 있는 적대적 관계라는 것을 '사랑'의 관계를 통해 드러낸다.
타오는 아버지와 고향을 찾아가는 기차에서 진셩과 결혼할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 사실, 무표정 자체가 사윗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걸 관객은 알아챈다 - 너의 미래는 너 스스로 결정하라고 말한다. 타오의 아버지는 리앙즈가 마음에 들었을 것이다. 리앙즈는 통신대학으로 법학과를 나왔는데, 스스로 지식인인척 하지 않고, 탄광노동자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타오는 리앙즈를 찾아간다. 바람에 먼지가 뿌옇게 날리는 포장되지 않은 도로를 걸어가던 타오 앞으로 갑자기 전투기가 추락한다. 놀란 타오는 그 장면을 한참 보다 다시 길을 걷는다. 비현실적인 상황이 벌어졌지만, 그것이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곧바로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타오는 어렵게 리앙즈의 집을 찾아가 리앙즈를 만난다. 그리고 청첩장을 건네면서 결혼식 때 와달라고 말하지만, 리앙즈는 고향을 떠나겠다고 말하고, 그날로 가방 하나만 들고 고향을 떠난다. 리앙즈의 마음은 어땠을까. 사랑했던 여자가 돈 많은 친구와 결혼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돈 없는 자신을 탓했을까.
타오는 아이를 낳는다. 아이의 이름은 '골드'다.
2014년. 리앙즈는 여전히 탄광노동자로 일한다. 그는 고향을 떠나 타관에서 일하고 있고, 결혼해서 얼마 전 아이가 태어났다. 15년 전, 고향을 떠나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땅에서 탄광노동자로 일하며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으니 그의 삶도 평범한 중국노동자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리앙즈는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병원에서는 더 큰 병원으로 가봐야 한다고 말한다. 리앙즈는 탄광 일을 그만두고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온다. 집은 그가 떠날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좁고, 먼지가 많이 쌓인 낡은 집.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물도 나오지 않는 움막 같은 집이다.
리앙즈는 고향에서 일할 때 가깝게 지내던 친구를 찾아간다. 다만 얼마라도 돈을 빌릴 생각이었지만, 그 친구는 리앙즈를 반기면서도, 탄값이 떨어져 탄광이 문을 닫을 처지라고 말하고, 자신도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로 돈을 벌러 갈 계획이라고, 보증금을 여기저기서 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진셩의 소식을 들려준다. 진셩은 예전보다 더 큰 사업을 하고, 상하이에서도 잘 나가는 자본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타오와는 이혼했다는 말도 한다.
직원 결혼식에 참석해 축하하는 타오. 고급한 옷을 입고 외제차(아우디 A6)를 타고, 많은 직원을 거느린 사장님이 되었다. 리앙즈의 아내가 타오를 찾아온다. 리앙즈가 아내를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리앙즈의 성격에 타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는 건 참지 못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가 이웃들이 말하는 소리 - 아마도 리앙즈의 가족을 도와주려는 선심에서 한 말이겠다 - 리앙즈의 어릴적 친구 타오가 성공했다는 말을 듣고 일방적으로 찾아온 것이다.
타오는 리앙즈의 아내를 반갑게 맞고, 리앙즈는 잘 있는지 묻는다. 리앙즈의 아내는 서럽게 운다. 그녀도 남편이 암투병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프고, 안타깝고, 고통스러웠으니 처음 보는 남편의 친구에게 속절없이 감정을 드러낸 것이다.
타오는 리앙즈의 집을 찾아가 리앙즈를 만난다. 병원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 누워 있는 리앙즈를 보면서, 타오는 치료비에 쓰라며 돈을 건넨다. 리앙즈는 고마운 마음으로 돈을 받지만, 그 뒤로 리앙즈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아마 리앙즈는 치료를 했어도 오래 살지 못했을 것이다. 리앙즈에게는 아내와 어린 아이가 있고, 이 두 사람은 다시 힘겨운 삶을 살아가야 한다.
타오는 진셩과 이혼했지만, 자식인 '달러'를 보고 싶어한다. 어렵게 진셩과 통화해서 '달러'가 비행기를 타고 타오에게 온다. 상하이국제학교를 다니는 어린 '달러'는 어려서 엄마와 헤어져 엄마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 지금은 아버지, 새엄마와 함께 살고 있고,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어서 중국말도 잘 못한다.
타오가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아버지가 고향을 방문했다 갑자기 사망한다. 타오는 아버지 장례를 치르고 아들을 다시 진셩에게 돌려보내면서 아들에게 집 열쇠를 준다. 언제든 네 집이니까 돌아오라고.
2025년. 대학생 '달러'는 수업시간에 엄마가 없다고 거짓말한다. 피터(진셩의 영어 이름)는 돈을 많이 벌어 평생 먹고 살 걱정이 없는 자본가로, 가족이 모두 호주로 이민을 왔다. 하지만 영어를 할 줄 모르는 진셩은 영어만 하는 아들 '달러'와 정서적 거리가 생긴다.
수업시간에 교수는 90년대 중국에서 유행했던 노래라면 '산하고인'을 틀어준다. '달러'는 그 노래가 퍽 낯익다. 어디선가 들어봤던 노래라고 생각하지만, 어디에서, 누구와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달러'는 교수와 함께 집으로 가서 아버지를 만난다. 달러와 진셩이 대화하는 방식은, '달러'가 구글 번역기에 영어로 문장을 입력하고, 그것을 중국어로 번역해 아버지 진셩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주는 방식이었는데, 그렇게는 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래서 중국말을 잘 하는 교수에게 부탁해 자기의 생각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달러'는 대학 생활을 그만두고 싶고, 집을 나가서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아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듯 비웃으며 화를 내는 진셩. 중국의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의 갈등은 나라와 민족, 인종을 가리지 않고 비슷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아버지와 다투고 집을 나와 교수와 함께 관광용 헬리콥터를 탄다. 시끄러운 헬기의 소음 속에서 '달러'는 중국에 계시는 친엄마 이야기를 꺼내며 서럽게 운다. 그의 내면에는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던 것이다.
두 사람은 중국을 거쳐 교수가 살던 토론토까지 한바퀴 돌며 '달러'의 엄마도 만나보고 중국도, 캐나다도 돌아보고 오자고 말하며 공항에서 항공권을 구입하려 하지만, '달러'는 갑자기 마음을 바꿔 여행을 포기한다. 그에게 중국은 너무 멀고, 낯설고, 비현실적인 공간이다.
타오는 아들이 좋아하는 만두를 빚고, 눈 내리는 골목을 서성인다.
지아장커의 작품 가운데 비교적 덜 건조하고, 이야기의 맥락이 분명한 작품이다. 주인공 세 사람 가운데 아무래도 리앙즈에게 마음이 더 간다. 진셩은 젊어서부터 자본가로 잘 먹고, 잘 사는 인물이었고, 타오도 진셩과 결혼하고 이혼하면서 아마 큰 돈을 위자료로 받아 사업을 시작했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타오 역시 먹고 사는 문제는 겪지 않으며 나이 들어 가는데, 다만 자식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반면 리앙즈는 성실한 노동자로 일하지만, 결국 그는 암으로 고생하다 죽게 되고, 그의 아내와 아들은 역시 가난한 노동자의 삶을 살게 된다. 만약 타오가 진셩과 결혼할 마음을 굳혔더라도, 진셩에게 부탁해 리앙즈에게 작은 가게라도 차릴 돈을 건넸다면, 리앙즈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 영화는 주인공 개인의 세세한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핵심은 아니다. 이들 세 명의 친구가 서로 다른 운명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을 중국의 현실에 맞춰 그려 본 것이니, 개인의 삶은 많은 부분 생략된 것이 당연하다.
그럼에도 노동자 리앙즈의 삶이 고난으로 점철되는 것은, 중국인민의 현대사 역시 그렇다는 걸 의미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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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1. 28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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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쟁이 인스타그램: @marvel_jeng2* 영상에 사용된 모든 음악은 Epidemicsound 의 정식 라이센스 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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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압도적인 액션 / 역시 퓨리오사 / 안야 테일러 조이의 강렬한 카리스마 / 아역 배우의 독기어린 눈빛 연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으로 엔드크레딧 전에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영상이 잠시 나옵니다.
엔드크레딧 후에는 있나 싶은 허무한 영상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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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글리 시스터> 메인 예고편
“최근 10년 간 최고의 호러 영화” “신데렐라 스토리의 파격적이고 강렬한 변주” [어글리 시스터] 메인 예고편 공개! 당신의 예상을 뛰어넘을 최고의 바디호러🩸 [어글리 시스터] 2025.08.20 극장 대개봉 #어글리시스터 #THEUGLYSTEPSISTER #선댄스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BIFAN2025 #신데렐라 #바디호러 #공포영화 #8월20일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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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웅문> 예고편
무림의 전설이 시작된다!
주왕이 남긴 현무령에 대한 소문이 강호를 떠돌며
무림의 사대 세가는 암투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 중 청룡문과 남궁세가는 현무령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칼을 겨누며
강호에는 피바람이 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