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6-10 17:52:24
그저 그 사이에 끼어 손을 드는 행동이 행동하는 것보다 더 주목받는 순간
<영화 플란다스의 개> 리뷰
‘플란다스의 개’는 동화처럼 따뜻하지도, 감동스럽지도 않은 퍽퍽한 빵같은 영화다. 부끄럽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내면을 감독의 손을 통해 기꺼이 드러내고 불편하지만 직면해야할 문제들을 나열한다. 분명 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지만 개를 위하는 사람보다는 나를 위해 개를 이용하는 사람들만 등장한다. 시간 강사 윤주, 부랑자와 경비원, 현남, 그리고 금방 다시 강아지를 산 집주인들까지.
시간강사 윤주는 시시각각으로 밀리는 상황에 스트레스가 가득한데, 계속 들려오는 개소리에 더욱 화가나 진원지를 찾으려 한다. 하지만 끝내 찾지 못한 윤주는 옆집 문 앞의 강아지를 발견하고 납치해서 지하실에 가둬 버렸다. 한편, 아파트 경비실에서 경리일을 하던 현남에게 어떤 꼬마가 다가와 삔돌이를 찾는 전단지를 가져와 도장을 부탁하고 현남은 아파트 내부에 강아지 전단지를 붙인다. 동창회에 참석한 윤주는 1500만원이라는 숫자에 착잡하기만 하다. 잠든 와이프의 배를 보며 술주정을 하던 윤주는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소리의 진원지를 드디어 발견함과 동시에 자신이 없애버린 강아지는 짖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하실로 가서 강아지를 찾아봤지만 사라진 강아지와 무서운 이야기가 그를 밖으로 내쫓는다. 마침내 찾아낸 강아지를 던져버린 윤주는 그 장면을 목격한 현남에게 뒤쫓기고 현남은 그 장면을 목격하여 윤주를 쫓지만 갑자기 열려버린 문에 잡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잔잔하던 영화의 흐름에 갑작스런 추격이 불어닥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소리의 진원지를 제거한 윤주는 와이프 은실이 데려온 푸들, 순자에 더욱 괴롭다. 짙은 연기가 지나가고 행방불명된 순자를 찾기 위해 전단을 붙이는 윤주의 모습과 초반의 현남의 모습이 겹쳐보인다.
산을 장미와 함께 올라가던 현남의 뒷모습을 한참 멍하니 바라보다가 돌아보는 현남에 눈이 번쩍 뜨였다. 돌아보는 현남이 거울을 꺼내곤 햇빛을 반사해 나의 시선을 이리저리 돌려 놓곤 한 곳을 들여다볼 수 없게 만든다. 방심하던 순간 드러나는 나의 표정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비춰지고 있지만 이 거리에서는 볼 수 없었다.
풋풋함이 가득하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플란다스의 개’에서 발견한 무기력한 인물들의 웃음을 볼수는 없었지만 얼떨결에 지나가는 일상의 모습을 마주한다. 그저 자신이 주목 받기를 바랐던 현남은 선의를 건넸지만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 다가오고 자신의 이득을 위해 그림자 안에서 움직였던 윤주와 경비원은 이득을 얻었다. 분노가 자연스레 자신보다 힘이 약한 이에게 이어지지만 그저 종이 한 장에 건넬 수 있는 돈이 여기에는 없고 저기에는 간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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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어요
영화 리뷰를 쓰기 전에는 꼭 스틸컷을 들여다봅니다. 스틸컷만 다시 보아도 영화관에서 느꼈던 생각이나 감정이 되살아나기 때문인데요. 언제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리뷰를 쓰기 전에 영화의 스틸컷을 쭉 훑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마음 한쪽이 자꾸 아릿해져 옵니다. '오늘도 리뷰 쓰기 쉽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며,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습니다.
때로는 애니메이션 영화가 그 어떤 실사 영화보다 큰 울림을 줄 때가 있지요. <로봇 드림>이 딱 그러했습니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어쩌다 가슴팍을 부여잡게 되었는지, 지금부터 그 이유를 이야기해 드리겠습니다.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은 <로봇 드림>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로봇 드림>은 2024년 3월 13일 국내 개봉 예정작입니다.
로봇 드림
Robot Dreams
Summary
뉴욕 맨해튼에서 홀로 외롭게 살던 ‘도그’는 TV를 보다 홀린 듯 반려 로봇을 주문하고 그와 둘도 없는 단짝이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해수욕장에 놀러 간 ‘도그’와 ‘로봇’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휩쓸려 이별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다려, 내가 꼭 다시 데리러 올게!” (출처: 씨네 21)
Cast
감독: 파블로 베르헤르
사랑했었던 우리를 기억해
<로봇 드림>은 외롭게 살던 어느 '도그'와 그의 삶에 생기를 채워준 어느 '로봇'의 이야기입니다. 딱딱한 기계의 대표 주자인 로봇이 생명체의 생기를 채워준다는 아이러니에서 시작하는 영화인데요. <로봇 드림>의 캐릭터는 특별한 이름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개인적인 애정을 담아 '도그'는 '강쥐', '로봇'은 '로봇이'라고 부르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로봇이는 강쥐와 많은 것을 함께 경험합니다. 음료를 나눠 마시고, 지하철과 버스를 타보고, 산책하고, 인라인스케이트를 타고, 춤추고, 게임하고, 손잡고…. 이 모든 일들을 처음 겪는 로봇이에겐 서툰 점이 많습니다. 강쥐가 손을 잡자, 그 손을 부숴버릴 것처럼 맞잡아 버리는 식이죠. 그러나 똑똑한 로봇이는 다시 살포시 손을 잡아주는 강쥐를 보며, 그의 마음을 자신의 마음으로 프로그래밍합니다.
어느 날, 강쥐와 로봇이는 해수욕장에 놀러 갑니다. 바닷속을 탐험하며 신나게 하루를 보내죠. 그런데 로봇이의 몸속에 너무 많은 물이 들어가 버린 탓일까요? 바닷가에서 쉬던 로봇이는 그만 먹통이 돼버리고 맙니다. 강쥐는 움직이지 못하는 로봇이를 어떻게든 집에 끌고 가보려 하지만, 그는 너무 무거웠습니다. 아직 눈과 입을 움직일 에너지가 남아있었던 로봇이는 강쥐에게 눈인사를 하며 웃어 보입니다. '얼른 가.' 로봇이의 얼굴을 마주한 강쥐는 무거운 발걸음을 뗍니다. '내일 꼭 돌아올게.' 하지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하필이면 그다음 날부터 해수욕장의 하절기 운영이 종료되어 해변 출입이 금지됩니다.
로봇이와 생이별하게 된 강쥐는 다시 해수욕장이 개장되는 날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로봇이 역시 강쥐와 다시 만날 날을 꿈꾸며, 그 자리에서 가만히 세 계절을 나죠. 그렇게 가을, 겨울, 봄을 거치는 동안 강쥐와 로봇이에게는 각자만의 새로운 날들이 펼쳐집니다. 서로가 희미해지다가도 다시금 선명해지는 나날들, 그 시간을 지나 강쥐와 로봇이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로봇 드림>은 강쥐와 로봇이의 재회를 손꼽아 기다리는 관객들을 앞에 두고, 그 후의 이야기를 서서히 풀어갑니다.
<로봇 드림>에 관한 여러 자료에서 '우정'을 강조하는 카피를 여럿 보았습니다. 시놉시스에서도 강쥐와 로봇이의 관계를 '둘도 없는 단짝'이라며 아주 친한 친구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것이 우정에 관한 영화라면, 제가 지금까지 사귀어 온 친구들은 모두 다 친구가 아니었을 겁니다. 단언컨대 이것은 '사랑', 사랑에 관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엔딩은 예전에 즐겨 보았던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한 대사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랑한다'는 단어의 반대말은 '미워한다'도, '싫어한다'도" 아닌 "'사랑했었다'라는 과거형"이다.
몸에 배어버린 사랑의 기억은 함께 듣던 음악만 들어도 나를 춤추게 하고, 내 입은 자꾸만 그때 그 음악을 흥얼거립니다. 미워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아니기에 재회의 순간에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기도 하죠. 헐레벌떡 다가가서 붙잡고는 '보고 싶었다'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둘은 사랑했었던 기억을 마음에 품고, 그저 사랑을 추억하는 것으로 끝낼 뿐입니다. 영화 내내 둘의 테마곡으로 등장하는 노래 'September'의 가사처럼 말이죠. "Do you remember?" 그리고는 지나간 추억을 뒤로한 채, 지금의 동반자에게 지난 사랑에서 배운 것들을 실천합니다. 손은 지나치게 꽉 잡지 않고, 바다에선 물이 들어가지 않게 조심하면서.
다정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이별과 만남, 이것을 어떻게 우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이걸 사랑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아주 성숙한 사랑이죠. 캐릭터에 특별한 이름이 없는 것도 수많은 이름들이 함께 경험하고 있는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요? <로봇 드림>을 감히 강쥐와 로봇이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판 <라라랜드>라고 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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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사하게 미소 짓는 로봇이의 성장기
<로봇 드림>의 특별한 점 중 하나는 이 영화에 단 한 줄의 대사도 없다는 것입니다. 감독과 제작진은 그럴싸한 말들이 귓가에 앵앵대는 소음의 세상에서, 대사 한마디 없이 서사를 만드는 마법을 구현했습니다. 대사가 없는 시공간을 살아있는 디테일로 채워 넣은 덕분에 어느 순간부터는 대사가 없다는 것도 잊어버리고 영화에 집중하게 되죠.
영화의 살아있는 디테일 중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바로 로봇이의 미소입니다. 로봇이는 언제나 활짝 미소 짓습니다. 저였다면 '인생이 어쩜 이래' 하며 찡찡거렸을 것 같은 순간에도 로봇이는 행복한 순간을 포착하고는 웃습니다. 저는 해변에 남겨진 로봇이를 걱정하면서도 그의 밝은 미소에 몇 번이나 저항 없이 입꼬리를 올렸습니다.
로봇이니까, 행복하게만 프로그래밍된 것 아닐까요?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로봇이는 기계라기보다는 세상, 사람, 사회, 감정을 처음 맞닥뜨린 어린 청년과 같은 존재입니다. 중간에 스치듯이 등장하는 다른 집의 로봇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을 마구 때리고 괴롭히는 집에 사는 로봇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로봇이는 무한한 사랑을 주는 강쥐를 만나 맑고 해사한 로봇이 되었죠. 그랬기에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자기 몸에 둥지를 튼 새들에게 따뜻한 대지가 되어줄 수 있었습니다. 로봇이에게 강쥐가 그러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일방적인 선택으로 관계가 형성되고,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따라 한 개체의 행복이 달라진다는 점에서 부모와 자식, 인간과 반려동물의 관계를 연상케 하기도 합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 동반자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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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계절에나 떠오를 또 하나의 영화가 생겼습니다. 이 작품의 매력을 더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One-Liner
꿈속에 그리던 당신에게 보내는 다정한 끝인사, "Do you rem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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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액션과 드라마의 황금비율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인도 마약왕의 아들을 구하다가 죽을 뻔했던 '타일러 레이크(크리스 햄스워스). 그는 동료인 '닉'(골쉬프테 파라하니)과 '야즈'(아담 베사)' 덕분에 간신히 살아난 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미지의 인물인 '앨콧(이드리스 엘바)'이 그에게 구출 작전을 의뢰한다. 조지아 마피아 두목인 '다비트'(토르니케 브지아바)의 아내이자 타일러의 처제인 '케테반'(티나틴 달라키슈빌리)이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 아이들과 함께 감옥에 갇힌 채로 남편에게 학대당하고 있으니 제발 꺼내 달라고.
이에 타일러는 망설임 없이 처제 구출 작전에 뛰어든다. 전 아내인 '미아'(올가 쿠릴렌코)'와 먼저 세상을 떠난 아들에게 지은 죄를 대신 씻어낼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계승과 변주
죄책감. 타일러 레이크라는 캐릭터의 전부다. 그는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아들 곁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인도 마약왕이 아들을 구출해 달라고 의뢰하자, 자기 아들을 겹쳐 보고는 불가능에 가까운 의뢰를 수락했을 정도.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반긴다. 닉의 말마따나 아들을 지키지 못한 고통 속에서 사느니 죽는 게 났기 때문.
타일러의 캐릭터성은 그가 죽음을 맞이한 듯 보였던 <익스트랙션>의 결말이 특히 인상적인 이유였다. 인질을 구하는 데 성공한 혈투 때문이 아니다. 죽음으로써 아들에게 속죄하고, 몸과 마음을 잠식한 죄의식에서 스스로를 빼내는(Extraction) 구출극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속편 제작 결정이 의아했다. 아버지로서의 서사가 훌륭히 끝난 가운데 속편이 사족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익스트랙션 2>는 영리하다. 화려한 액션 안에 이야기를 녹여낸다. 전편의 서사를 계승하되, 다른 방향으로 완결한다. 아버지 타일러의 서사는 깔끔히 마무리된다. 그는 사투 끝에 깊고 무거운 죄책감을 직간접적으로 떨쳐낸다. 그와 동시에 타일러는 아버지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두 번째 기회를 잡는다. 시리즈도 홀가분해진 타일러와 함께 새로운 임무에 나설 판을 까는 데 성공한다.
지평선과 빌딩이 만나는 액션
우선 <익스트랙션 2>는 액션 영화의 본분에 충실하다. 스턴트맨 출신 샘 하그레이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만큼 러닝타임 내내 눈을 사로잡는 액션이 가득하다. 액션 시퀀스는 크게 3개다. 조지아 감옥 탈출이 첫 번째 시퀀스다. 조지아 마피아 두목이자 다비트의 형인 '주라브'(토르니케 고그리치아니)의 추격을 피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펼치는 탈출극이 두 번째다. 마지막으로 타일러와 주라브는 비행장과 성당에서 정면으로 격돌한다.
첫 번째 시퀀스는 현란하다. 12분가량 이어진 전편의 원테이크 액션 시퀀스와 비슷하다. 감옥에서 벗어나는 순간부터 기차를 타고 추격을 따돌리는 장면까지 20분에 가까운 원테이크 액션이 연이어 등장한다. 카메라는 자동차와 기차 내외부를 자유롭게 넘나들면서 속도감 있는 추격전을 담아낸다. FPS 게임을 보는 듯한 1인칭 시점도 역동성을 더해준다.
두 번째 시퀀스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호텔 건물에서 추격을 다시 한번 따돌리려는 타일러 일행과 주라브 간의 승부가 펼쳐지는 가운데, 앞선 시퀀스와는 다른 접근법을 선보인다. 감옥 탈출 시퀀스는 수평적이었다. 감옥 복도를, 운동장을, 도로와 숲 속을, 철로를 수평으로 가로지른다. 자연히 액션 동선도 앞뒤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호텔 시퀀스에서는 수직적인 움직임이 돋보인다. 주라브는 빌딩 밖으로 탈출하려는 시도를 봉쇄하고, 위아래에서 포위망을 좁힌다. 그러자 타일러 일행은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나가지의 헬기를 탈취해 탈출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헬스장 같은 호텔 내부 시설 혹은 즉석으로 만든 부비트랩을 활용한 다양한 액션이 등장해 눈을 사로잡는다. 방향성이 다르다 보니 액션 시퀀스는 길지만 지루하지 않다.
액션과 드라마의 황금 비율
그런데 세 번째 시퀀스까지 오면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이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액션 스케일이 줄어들고 화려함도 덜해지기 때문이다. 마지막 시퀀스의 경우, 타일러가 유탄 발사기를 활용하는 초반부를 제외하면 육탄전으로 가득하다. 앞선 시퀀스에서 등장한 헬기도 없고, 인원도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자연히 감옥 탈출 시퀀스 수준의 임팩트는 없다. 다리 위에서의 교전이 클라이맥스를 장식한 전편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액션만 놓고 보면 이 선택은 부적절하다. 전체적인 쾌감을 저하시킨다. 그러나 드라마까지 고려하면 오히려 신의 한 수다. 액션의 강도를 낮추는 대신 타일러의 과거와 아픔이 자세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타일러가 자기 자신을 구하는 또 다른 구출극이 모습을 드러낸다. 전편에서 이어진 죄책감의 서사를 끝낼 기회도 생긴다. 적절한 완급조절 덕분에 자칫 단순할 수 있는 이야기에 매력이 더해진 셈이다.
실제로 감옥 시퀀스 전후로 타일러의 감정선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새 삶을 누리는 그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처제를 구출하라는 미션을 받은 후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살아볼 이유를 찾는 것뿐이라고 닉에게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그나마 아들의 그림이 유일한 단서다. 그림을 바라보는 타일러의 눈빛에서는 새로운 임무가 단순한 구출 작전이라는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 있다.
구원과 두 번째 삶
반면에 호텔 탈출 시퀀스 앞뒤로는 타일러의 심경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액션에 힘을 뺀 만큼 드라마는 깊어졌다. 그와 ‘산드로(안드로 자파리쥐)’의 대화가 대표적이다. 아들과 비슷한 나이인 산드로에게 타일러는 여러 이야기를 건넨다. 아들이 죽은 이유, 자기가 지은 죄, 아들이 있다면 해주고 싶은 말... 마치 고해성사를 보는 듯하다. 그는 아버지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처조카의 힐난도 순순히 인정한다.
아내와의 재회도 마찬가지다. 여동생과 조카를 은신처로 데려가기 위해 타일러의 집을 방문한 미아. 타일러는 그녀 얼굴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아들이 투병 생활하는 동안 파병을 핑계 삼아 가족을 떠났던 과거를 자책할 뿐이다.
타일러의 서사는 가장 초라한 액션 시퀀스에서 절정에 다다른다. 처조카를 구하는 사투와 죄책감과 싸우는 혈투가 동시에 펼쳐지다 보니 감흥이 제일 진하다. 배경이 하필 성당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성당은 인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인간에게 새로운 생명을 주는 신의 건물이다. 타일러는 그 안에서 자기 죄를 씻어내고, 두 번째 삶을 찾는다.
이는 갠지스 강에 빠져 죽음으로써 속죄하려 했던 1편 결말과 묘하게 대조된다. 미아의 마지막 말처럼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진 타일러의 모습으로 보여주며 영화는 끝맺는다. 미아는 전 남편에게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들은 파병 간 타일러를 비난하지 않았다고. 오히려 사람들을 구하러 간 영웅이라 불렀다고. 그러니 더 이상 자책하고 괴로워할 필요 없다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맺음과 새 출발
그러다 보니 <익스트랙션 2>는 <007 스카이폴>을 보는 듯한 느낌도 준다. <스카이폴>도 액션을 초중반부에 몰아넣었다. 반면에 후반부에는 상대적으로 스케일이 작은 액션을 배치해 드라마에 집중했다. '제임스 본드'(다니엘 크레이그)와 'M'(주디 덴치)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했고, 빌런 '실바'(하비에르 바르뎀)의 존재감을 부각했다. 그 덕분에 <스카이폴>은 이후 <스펙터>와 <노 타임 투 다이>로 이어지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다.
<익스트랙션 2>도 마찬가지다. 타일러의 발목을 붙잡던 가족사를 완결하면서 전편의 서사를 능숙하게 마무리지었다. 다음 시리즈의 초석도 단단히 다졌다. 그의 새 삶을 응원하면서 이드리스 엘바와 함께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예고한다. 산드로나 주라브처럼 완성도가 아쉬운 몇몇 캐릭터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래서일까? 시나리오를 작성한 조 루소의 이름이 엔딩 크레디트에서 유달리 눈에 띈다.
Acceptable 무난함
액션과 드라마의 탁월한 완급 조절로 시리즈의 토대를 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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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운 노동에 영화라는 즐거움을 잊을 수 없어서
※영화 〈내일의 기억〉, 〈더 파더〉, 〈노매드랜드〉,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의 일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존 스타인벡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글쓰기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노동이라고. 하지만 달리 보자면 또 그만큼 즐거운 외로움도 없을 것이다. 이 플랫폼에 적을 둔 사람들은 진정으로 고독을 즐길 줄 알기에 오늘도 어김없이 글을 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생각만 쌓아 둔 채 글쓰기를 제쳐두었다. 그게 본심이 아니라면 나는 단지 외로운 노동을 애써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누가 뭐라고 한 적 없어도 글을 쓰기 위해 앉아있는 거라면, 분명 나는 그 즐겁고도 외로운 감정이 그리웠던 것이다. 본 영화는 늘어만 가고 쓰고 싶은 글은 산더미다. 특히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온지라 마음만 급하다. 이건 그간 봤던 영화들을 짧게 정리한, 말하자면 습작이나 초고와 비슷한 글이다. 아마 여기서 곧 발전할 글들이 생기리라 확신한다.
1. 내일의 기억 Recalled | 2021 | 서유민 | 99분
기시감, 흔히 ‘데자뷔 Déjà Vu’ 로 불리는 이 현상은 프랑스어로 "이미 본” 이란 뜻으로 최초의 경험을 마치 이전에 봤다고 느끼는 착각을 말한다. 처음 온 장소가 과거에 와 본 것처럼 익숙하고 방금 한 행동이 예전의 기억과 어렴풋이 일치하는 순간은 누구의 일상이든 찾아온다. 하지만 생사를 넘나든 큰 사고를 당해 이제야 의식을 찾은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누구든 그 진위부터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영화는 기억을 잃은 수진이 단란한 가정에서 겪는 기이한 데자뷔로부터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관객을 집중시키는 스릴러의 장르적 쾌감과 조각난 기억을 함께 맞춰가는 추리의 맛이랄까. 이미 여러 영화에서 써먹은 소재와 구상에도 이 정도 재미를 뽑아내는 감독의 역량은 눈길을 끈다.
그런데도 플롯을 영화가 쫓아가지 못한다는 기분을 받는다. 실마리를 풀어가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무의식의 깊이를 구현한 수직적 이미지가 툭툭 끊기는 영화의 편집을 만난다면 관객은 수진과 함께 혼란에 빠지고 만다. 모든 감독은 비장한 각오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화로 구현한다. 물론 그게 영화의 만듦새와 함께 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제는 ‘한국적 신파’에 치가 떨린다는 사람들을 보면 그간의 경험에 크게 덴 나머지 나름의 인장으로 넘길 수 있는 장면도 과민 반응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결말의 신파적 요소가 굳이 거슬린다면 〈해운대〉의 신파를 되새겨보며 이 정도면 영화적 기능으로 인정해 줬으면 한다. 만약 누군가가 등장 배우의 논란으로 영화도 보지 않은 채 덮어놓고 비판을 하고 싶다면 성인 수준의 상식에 미치지 못한 판단으로 드라마 전체를 망가뜨린 인물과, 이를 덮을 만큼 가십과 의혹만으로도 매장의 위기를 받는 인물 중 누가 현재의 가시적 해악에 더 가까운가를 생각해 보자.
2. 더 파더 The Father | 2020 | 플로리앙 젤러 | 97분
〈리어왕〉에서는 권력의 소용돌이에 비극적 선택의 첨병이 된 아버지로, 〈두 교황〉에서는 종교적 상징이자 시대와 평화의 ‘아버지’로 자신의 존재를 질문하고 토론하며 결국 내게 주어진 자리의 무게를 깨닫는 인물이 된다. 심지어 〈토르〉에서는 세상을 다스리는 신의 기원이자 두 슈퍼히어로의 아버지로 등장하는 ‘안소니 홉킨스’에게 〈더 파더〉만큼 노골적으로 현대의 아버지를 연기하는 것이란 어쩌면 심심한 작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탄탄한 각본을 여전히 놀라운 연기로 끌어가는 80대의 배우가 보여주는 진가는 그 모든 아버지의 모습이 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에서 조금씩 드러나도록 완급조절을 한다는 사실이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 ‘안소니’의 눈에 이 세상은 부조리하고 이해할 수 없다. 시공간의 왜곡과 변주는 원작인 연극을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였기에 가능했던 탁월한 지점이다. 내 눈앞의 무엇인가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내가 알던 세계가 의심받는 상황만큼 공포를 자아내는 것도 없다. 돌이킬 수 없어 더 안타까운 진실에 이해하려 애쓰는 안소니의 모습은 숙연하며 시종일관 놀랍다. 극적인 감정의 파고를 홀로 묘사하는 장면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영화의 제목이 ‘나 자신’이 아니라 ‘아버지’인 이유는, 그를 지켜보는 딸 ‘앤’이 바라보는 시선이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날마다 달라지는 아버지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딸을 연기한 ‘올리비아 콜먼’의 연기 또한 눈을 뗄 수 없다. 어떤 감정이든 금세 관객이 이해하도록 만드는 능력은 미묘한 표정과 눈빛이 대답해주고 있다. 결국 모두의 삶을 위해 내리는 어떤 선택의 장면에 보이는 처연함과 머뭇거림, 슬픔과 확신이 뒤섞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인간의 뇌와 우주는 놀랄 만큼 비슷한 구조와 패턴을 보여준다고 한다. 달리 ‘소우주’라고 불리는 게 아니다. 우주 宇宙라는 단어에는 ‘집’이 두 번이나 들어간다. 영화 속 인물만큼이나 중요한 주인공인 안소니의 집은 사라지는 인간의 기억이라는 집과 실제 물리적 공간인 집이 교차하고 어긋나며 공포와 혼란을 극대화한다. 뇌라는 우주가 사라지는 동안 나를 지탱하고 보호했던 집 역시 희미해져만 간다. 그렇게 하나의 세계가 사라지는 막막함이란 우주 공간에 홀로 남겨진 안소니를 두고 떠나야만 하는 불가역적 소멸의 정서와 조응한다.
3. 노매드랜드 Nomadland | 2020 | 클로이 자오 | 108분
올해 보았던 영화 중 최고를 꼽자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집과 일터,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은 ‘펀’은 밴 하나에 몸을 싣고 미국 전역을 유랑한다. 동명의 원작이 사회 현상을 포착하고 기록한 르포라면 영화는 책에 담긴 여러 인물을 펀이라는 가상의 인물에 대입해 미국의 역사와 사회를 헤쳐가는 유목민들, 더 나아가 인간의 실존과 삶, 영화의 근원에 관해 화두를 던진다. ‘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에 클로이 자오 감독은 집을 소거한 삶의 공백에 우리가 놓거나 놓지 않는 것들을 찾아가는 한 인간으로 대답한다. 제작에 참여한 프란시스 맥도먼드가 직접 출연한 영화 속 그는 모든 것을 잃고 떠도는 인물의 고독과 치열한 생의 모습을 마치 실존 인물처럼 연기한다. 사회 영화를 연상시키는 끊임없는 노동의 이미지는 배우라는 존재가 우리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치와 능력을 한껏 발휘한다. 해답을 바라는 구도자의 순례는 결국 출발했던 곳에서 다시 시작한다. 하지만 과거의 그와 지금은 다르다. 기억으로 가득 찬 집과 사막을 뒤로한 채 다시 떠나는 밴의 뒷모습은 영화의 완벽한 엔딩이다.
배우가 아닌 실존 인물을 그대로 영화에 녹여내 가상의 상황을 연기한 등장인물들은 현실감을 더욱 높여준다. 연출과 실제를 넘나드는 영화의 연출은 가상 인물인 펀에게도 유효하다. 사실 펀을 연기한 프란시스 맥도먼드도 영화의 절반까지는 ‘펀’보다는 프란시스 자신처럼 보인다. 유목민 선배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드넓은 자연을 바라보는 펀의 모습은 영화의 인물이 아닌 다큐멘터리의 호스트로도 보인다. 그래서 〈노매드랜드〉는 중반까지는 미국의 사회 현실을 포착한 다큐멘터리에서, 그 이후 펀의 속마음이 드러나는 순간 그의 서사로 채워진다. 펀과 맥도먼드라는 두 인물이라는 정체성이 동화되고 중첩되는 과정은 영화라는 예술이 왜 인간에게 유효한가를 잘 드러낸다.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며 결국 커다란 서사가 자신의 이야기로 수렴하는 것이 곧 영화가 존재하는 이유임을 깨닫는다.
흔히 미국은 자동차의 나라라고 불린다. 거대한 쇳덩어리가 한 나라의 정체성과 상징을 드러낸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단단한 금속에 몸을 실은 유약한 인간은 그 넓은 땅덩어리를 쉼 없이 움직이며 지금의 미국을 만들었다. 유목민은 미국이 어떻게 건국하였고 여기까지 오게 된 그 정당성을 알려준다. 하지만 거창한 의미 안에는 피와 눈물로 맺힌 비운의 삶이 녹아있다. 노매드 nomad는 새로운 공간으로 이주 transfer 하기 위해 돌아다니지만 이는 곧 밀려난 이들의 피난처 shelter를 전제한다. 필그림과 아메리카 선주민, 개척시대에 희망을 찾아온 이들, 그리고 부동산과 경제위기가 몰아낸 차 안의 노매드들. 상징으로 추앙받는 한가한 말들에는 나라는 존재가 부유하는 미국인의 역사가 담겨있다. 그들은 여전히 떠돌아다니며 외면받는 존재이지만 바퀴 자국으로 미국이라는 땅에 궤적을 남긴다. 영화 속 미국이라는 땅에 잠든 오랜 역사가 새겨진 돌과 화석은 그래서 노매드를 닮았다. 단단한 돌에 새겨진 바람구멍은 국가와 사회를 구성하는 연약한 인간의 발자취, 더 깊이 들여다보면 단단하게 남아 있는 미국의 수많은 자동차에 담긴 인간의 삶과 기억을 나타낸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인간은 더는 그 자리에 없다. 하지만 기억하는 것이 살아있는 것이라고 말했던 빌처럼 우리는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는 한 화석처럼 영원히 살아남아 흔적을 남기고 말 것이다.
4.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 2021 | 샤카 킹 | 126분
흑인 민권 운동사에 빠질 수 없는 1968년,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서거로 혼란스러웠던 미국에는 극좌파 민권 운동단체 ‘흑표당’이 세력을 결집하고 있었다. 당의 두 창립자 휴이 뉴턴과 바비 실은 각자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폭압적인 재판을 받고 있었다. 흑인 민권 지도자의 잇따른 부재로 구심점을 잃기를 바랐던 미국 정부와는 달리 위대한 혁명가는 어디서든 뿌리를 내리기 마련이다. 흑표당 일리노이주 지부장으로서 투쟁을 이끌었던 20살의 대학생 프레드 햄프턴은 뛰어난 언변과 협상력으로 대중을 선동하며 후일을 도모하고 있었다. 이에 FBI는 그를 반체제 인사로 규정, 그를 감시하기 위해 비밀 정보원을 투입한다. 차량 절도와 FBI 사칭으로 구속 위기에 놓인 윌리엄 오닐에게 이 은밀한 제안은 거부할 수 없었다. 흑표당에 들어간 오닐은 그를 감시하는 동시에 점차 미국 사회의 불평등을 직면하고 헴프턴에 동화된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오로지 민중을 위한 혁명을 외친 ‘블랙 메시아’와 그를 감시한 ‘유다’의 삶으로 오늘날 여전히 유효한 미국의 역사를 보여준다.
BLM 운동과 트럼피즘의 후폭풍, 코로나 19의 확산으로 어느 때보다 소수자의 입지가 좁아 든 작금의 시기에 영화는 60년 전으로 돌아가 혁명과 변혁, 진보의 길에 둘러친 억압과 폭력을 드러낸다. 제목처럼 영화는 ‘유다’의 시선으로 ‘메시아’를 들여다본다. 전체주의와 국가주의의 광풍에 ‘유다’ 윌의 배신이란 너무도 평범한 시민이 사회와 상황 앞에서 생존이라는 목표에 움직이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오닐 역의 ‘라키스 스탠필드’는 고뇌와 갈등 앞에 선 불안한 심리를 생동감 있게 표현한다. 이분법적 사고에 매몰된 사회에서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오닐의 피폐한 모습은 인간성과 도덕을 상실한 파시즘의 권력에 신념을 강요받는 무력한 인간을 묘사한다.
공포의 시대에 어쩌면 당연해 보이는 생리에 헴프턴은 단호히 부정한다. 직설적이지만 정확히 핵심과 구조를 꿰뚫는 화술을 지닌 그는 권력이라는 적에 대응하기 위해 연대와 사랑을 내세운다. 뛰어난 선동가이자 정치가인 그는 누구와도 손을 잡을 배포로 무지개 연합을 만들어 세력을 규합한다. 맹방기가 걸린 백인 빈민 교회에 당당히 들어가 고통의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결국 그들을 설득해 당당히 남부의 깃발 앞 연단에서 백인들을 설득시키는 모습은 경이로우면서도 현대 정치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사유하도록 만든다. 위대한 인물을 연기하기에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다니엘 칼루야’는 그의 삶을 되새기며 뛰어난 연기를 펼친다. 클로즈업으로 잡아낸 연설 장면에서도 머뭇거림 없이 카메라의 시선을 이겨내는 칼루야의 모습은 리얼리티를 극대화하는 데 일조한다.
이념의 특성상 여성의 권익에 적극적이었던 흑표당과 국가의 대립에 한 축을 담당하는 뛰어난 여성 인물들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헴프턴의 연인이자 운동가인 데보라 존슨은 그의 마음을 다잡으면서 새로운 세대에게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에 대해 지적한다. 인간적이면서 강인한 여성으로 모든 상황이 종결된 마지막 장면에 잡히는 그의 감정은 많은 생각을 들게 만든다. 헴프턴의 동료 주디 하몬은 영화 내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진보적인 조직의 면모를 보이며 신념 앞에 불굴의 의지를 드러내는 역할을 소화한 ‘도미니크 손’의 커리어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시대의 영웅과 비극적 최후, 그리고 배신과 선택은 범죄 영화 〈무간도〉를 떠올리면서도 탁월한 정치 영화로서 그 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특히 소수자를 결합하는 연대의 유산은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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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체이탈자 / Spiritwalker,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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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한국 영화를 극장에서 본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손이 가는 국내 영화들이 없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시간이 없는 것도 있지만 <기적>과 <보이스> 이후 극장에 개봉하는 규모 있는 한국 영화들의 휴전도 적진 않았습니다.
아무튼, 전주 <장르만 로맨스>가 <이터널스>를 꺾고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섰으나 그 격차는 1만 3000여명에 불과할 만큼 압도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유체이탈자>는 누적 관객수 165,050명(11.26 기준)으로 현재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과연, 어떤 작품이었는지?' - 영화 <유체이탈자>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교통사고 현장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남자는 자신의 이름도 모른 채 응급실에 실려옵니다.
그렇게, 기억 상실증으로 여겨질쯤 갑자기 주변의 환경들이 일그러지고 낯선 장소에 떨어집니다.
반복되는 과정에서 그는 12시간마다 얼굴과 이름이 바뀌는 것을 알게 되고, 만나는 사람들이 "강이안"에 묶어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제, 그는 궁금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강이안"을 찾아야만 하는데...제목은 뭐가 빠졌다는데?
1. 다들 신선하다는데, 나는 익숙하다?
먼저, 영화 <유체이탈자>를 보고 온 이웃분들과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 해당 작품은 신선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는 '12시간마다 달라지는 인물'의 설정 때문인데요.
그 때문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야기로 이 모든 것들이 모두 신선한 설정 때문이라 생각하겠지만, <유체이탈자>는 상당히 클래식한 영화입니다.
'클리셰'적인 소재를 신선하게 포장해 풀어낸 요망한 작품입니다.넋 나가듯이 보았다.
영화 <유체이탈자>의 가장 중요한 소재 '12시간마다 달라지는 인물'은 결국, 나만 모른다는 것입니다.
근데, 몸은 저절로 반응하니 관객들과 주인공은 '이게 무슨 일인가?'싶다가도 자그마한 단서들을 통해서 "내가 누군지?'를 되묻게 합니다.
이미, <제이슨 본> 혹은 숱한 작품들에서 다루어낸 '기억을 잃은 특수 요원'으로 앞서 말한 것들을 보여주면서 관객들의 숨겨진 로망을 들춰내는데요.
이런 클래식한 감정을 '12시간마다 달라지는 인물'라는 설정으로 풀어낸 것까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2. 연기력이 받쳐줘야하는 소재
영화 <23 아이덴티티>는 제목대로 23개의 인격체를 지닌 "케빈"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유체이탈자>와 다르지만, 인격체를 교체하는 연출을 살펴보면 <23 아이덴티티>는 문을 열고 닫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들려줘 달라지는 타이밍을 보여주는데, 이외에도 마지막 장면에서는 눈과 입 등의 신체 부위들을 깨진 거울 조각마다 가득히 채워 넣어 ' 23개의 인격체'들을 멋지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유체이탈자>는 달라지는 캐릭터들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었을까요?연기력을 보여줘!
해당 작품에서는 "윤계상"분 혼자서, 이를 도맡아 다른 캐릭터들의 시점에서 달라지는 캐릭터들을 보여주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렇기에 이야기 중간마다 달라지는 그의 모습은 지켜보는 캐릭터들과 관객들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일체화시키는데요.
이 때문에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어려움도 겪겠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로망을 비롯하여 맞춰나가야 하는 이야기를 맞춰나갈 적극성을 키웁니다.
공통점이 없을 것만 같은 캐릭터들이 겹쳐지는 '미필적 고의'와 같은 접점은 뒷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들기도 하고요.3. 더 고생했는데, 티가 안나네
앞서 <23 아이덴티티>에 비해서, <유체이탈자>가 보여준 "캐릭터의 교체"는 더 여려운 방식을 택했습니다.
무엇보다 <23 아이덴티티>의 경우. 온전히 "제임스 맥어보이"만의 영역이었다면, <유체이탈자>는 "윤계상"분과 여러 배우들이 같이 했는데요.
같이 했기에 좀 더 시너지를 기대했지만, 이를 연기하는 배우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매번 달라지는 캐릭터, 그리고 합을 맞춰야 하는 상대역까지 이 모든 상황들을 통제할 수 있었을까요?
그렇기에 구심점을 잡아줘야 하는 "윤계상"분의 연기가 중요했는데, 이 점에서 잘했다고 생각하나 문제는 이 점에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군데군데 아쉬움이 새어 나온다.
<23 아이덴티티>는 달라지는 인격의 차이를 "여자" 혹은 "아이"같은 특징이 잡히는 캐릭터들로 관객들에게 "저 배우 연기 잘한다"를 말하지 않아도 알게 만들었다면, 이번 <유체이탈자>는 이런 특징들이 잡히지 않을 만큼 밋밋했습니다.
그나마, "박실장"을 맡은 "박용우"분이 가장 뚜렷했는데 극 중 기억을 잃은 상황이라 이를 완벽하게 재현하지는 못합니다.
어려운 방법을 택했지만, 결과는 쉬운 것보다 나오지 못한 것이죠.
여기에 이야기마저도 아쉽게 매듭을 짓고 말이죠.4. 경기의 성패는 마지막에 결정된다.
앞서 말했듯이 매번 달라지는 캐릭터들로 맞춰지는 단서들은 "수사"를 방불케 만듭니다.
그로 관객들은 스스로 <유체이탈자>의 조각을 맞춰나가 스스로 흥미를 붙여나갑니다.
물론, 그게 감독이 준비한 정답이 아닐지라도 재미를 붙이는 것은 틀리지 않을 텐데 문제는 좌르륵 펼쳐지는 "플래시백"입니다.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과거는 의도와 다르게, 딴 길로 샐지 모르는 친절일 수도 있겠지만 맥이 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그래도, 액션만이 위로해 준다.
이렇게 아쉬움이 생기는 이야기를 뒤로한 채 보여주는 액션의 모습은 나쁘지 않습니다.
보여주는 구성이 이제는 기성품이 되어버린 <존 윅>의 "건푸"로 새로움은 없지만, 나쁘지는 않습니다.
아예 새로울 것이 아니라면, 익숙함을 날카롭게 벼려내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유체이탈자>의 액션은 요즘 트렌드에 맞게 잘 나왔다고 봅니다.
딱히, 월등한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킬링타임"을 하는 데는 부족함은 없는 작품인데 이렇게 평가절하를 하는 데는 앞서 보여준 '신선한(?)'설정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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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무료한 목요일에 활기를 더해줄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한눈에 정리해 드릴게요 :)
그럼, 3월 넷째 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존 윅' 촬영 중 실수로 사람 머리를 벤 키아누 리브스
키아누 리브스가 <존 윅> 시리즈의 액션 씬을 촬영하던 중 실수로 누군가의 머리를 베어 버린 적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액션이 많은 <존 윅> 촬영장에서 어떤 종류의 사고가 발생했는지 묻자 키아누 리브스는 "실수를 한 적이 한 번 있는데요, 어떤 남성분의 머리를 제가 그만 칼로 잘라 버렸어요. 정말 끔찍했죠... 그리고 또 차에 치인 사람도 있었어요. 바로 병원에 갔고, 다행히도 괜찮았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존 윅 4>와 관련해서는 그가 그동안 찍었던 영화들 중 가장 육체적으로 힘든 촬영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12주 간의 훈련 과정을 거친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액션이었다고 말하며 특히 쌍절곤을 활용한 액션이 매우 어려웠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한 <존 윅 4>는 4월 12일 국내 개봉 예정에 있습니다.
박성웅 주연의 '웅남이', 평론가 혹평 논란 속에 박스오피스 2위 등극
지난 수요일 개봉한 한국 영화 <웅남이>가 23일 목요일 기준 누적 관객 수 5만 4783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개봉 이후 이틀 연속 2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좌석판매율과 좌석점유율이 현재 상영작 가운데 1위로 실 관람객 수치가 가장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해당 현상에 대해서 이용철 평론가가 씨네21을 통해 공개한 20자평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가 낳은 개그맨 폄하 논란에 의한 반사이익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아닌 연출자인 개그맨 박성광을 직접적으로 저격한 평가란 점에서 해당 평가가 뭇매를 맞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관객들 사이에 '직접 보고 판단하겠다'라는 분위기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11편 공개
올해 4월 27일에 시작되는 전주국제영화제가 한국경쟁 부분 선정작 11편을 공개했습니다. 한국경쟁 부문은 연출자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을 선보이는 섹션으로 국내 신인 창작자들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데요, 전주국제영화제 측은 올해 총 111편의 작품이 출품되었으며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극영화 8편, 다큐멘터리 2편, 실험 다큐멘터리 1편이 각각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심사를 맡았던 관계자는 다양한 색채의 영화들이 출품된 와중에 퀴어 장르가 특히 대세로 떠올랐으며 SF 장르의 영화, 영화 또는 예술 제작 과정을 다룬 작품들이 눈에 띄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선정된 작품으로는 박수연, 이유미 주연의 청춘 퀴어 드라마 <우리는 천국에 갈 순 없지만 사랑은 할 수 있겠지>, 어른이 되어가는 두 소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한소희 주연의 <폭설>, 여성 소리꾼 정의진의 이야기를 다룬 <수궁>, 탈북민 여성의 삶을 연대기 순으로 묘사한 <믿을 수 있는 사람>, 뇌졸중으로 자신이 출연한 영화의 사시회에 참석할 수 없게 된 여배우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와 상관없이> 등이 있습니다.
'듄', '닥터 스트레인지' 각본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 합류
영화 <프로메테우스>, <닥터 스트레인지>, <듄>의 각본을 집필한 것으로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 존 스페이츠가 넷플릭스 영화 <기어즈 오브 워>에 합류했다는 소식입니다. 영화 <기어즈 오브 워>는 무려 4천만 장이 팔렸던 동명의 유명한 비디오 게임을 실사화한 작품으로, 존 스페이츠는 해당 게임에 대해 역대 최고의 액션 게임 중 하나라고 평가하며, 자신이 이번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어 무척 기쁘고 흥분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에서 돌연 상영 취소된 '곰돌이 푸: 피와 꿀'
23일 홍콩에서 개봉 예정이었던 영국의 공포영화 <곰돌이 푸: 피와 꿀>이 돌연 상영 취소되는 사태가 발발했습니다. 기술상의 이유로 상영이 취소되었다고 보도되었지만 배급사 측은 당혹감을 표하며 자신들 역시 취소 사유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상황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의식한 검열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그간 중국 정부는 시진핑 주석이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이유로 관련 콘텐츠를 제한해 왔으며 2021년 홍콩에서는 '국가 안보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간주하는' 영화의 상영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조례 개정안이 통과돼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습니다. 한편, <곰돌이 푸: 피와 꿀>은 4월 중에 국내에서도 개봉될 예정이며, 일각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친근하고 귀여웠던 이미지의 곰돌이 푸를 저작권이 만료되자마자 일순간에 잔혹하고 끔찍한 캐릭터로 변모시켰다는 점에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폴 메스칼 주연 '글래디에이터2'에 배리 키오건 합류 논의 중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은 <글래디에이터 2>에 배리 키오건이 출연할 수도 있다는 소식입니다. <글래디에이터 2>는 12개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며 작품상을 비롯해 총 5개의 상을 수상했던 200년 블록버스터 히트작 <글래디에이터>의 속편인데요, 앞서 영화 <애프터썬>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폴 메스칼이 전작에서 사망한 주인공 '막시무스'의 연인 '루실라'의 아들이자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루시우스'를 맡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킬링 디어>, <덩케르크>, <체르노빌>, <그린 나이트>로 유명한 배리 키오건은 최근 영화 <이니셰린의 밴시>에서의 연기로 올해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트레이 에드워드 슐츠 감독의 신작 영화에 제나 오르테가, 위켄드와 함께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영화팬들의 기대감을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현기증> 리메이크작 출연 논의 중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걸작 <현기증>이 리메이크된다는 소식과 함께 주연 배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맡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영화는 BBC 드라마 <피키 블라인더스>의 작가 스티븐 나이트가 대본을 쓰고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그의 아내이자 영화 제작자인 수잔 다우니가 함께 제작을 준비 중에 있다고 합니다. 한편, 원작인 히치콕 감독의 <현기증>은 고소공포증을 앓는 형사와 미스터리한 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스릴러 영화로 2012년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에서 <시민 케인>을 제치고 역대 최고의 영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올해 7월 개봉 예정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로 먼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며, 박찬욱 감독의 HBO 드라마 <동조자>의 주연 배우로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년 크리스마스에 개봉하는 조던 필 감독의 4번째 영화
<겟 아웃>, <어스>, <놉>으로 연달아 호평을 받고 있는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영화가 내년 크리스마스 개봉을 목표로 제작 중에 있다고 합니다. 이는 <아바타 3>와 <소닉 3>가 개봉하는 2024년 12월 20일보다 일주일 늦은 날짜인데요, 조던 필 감독은 그가 앞서 발표했던 세 편의 영화 때와 마찬가지로 영화에 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덕분에 작품의 제목도, 장르도, 출연 배우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가 과연 어떤 작품으로 다시 관객들을 찾아올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이것으로 씨네랩이 들려드리는 오늘의 씨네뉴스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느덧 휴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네요! 따뜻한 봄날씨와 함께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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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맨 인 더 다크 2 / Don't Breathe 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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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에 개봉한 영화 <맨 인 더 다크>는 북미 2주 연속 1위와 벌어들인 총수익 $157,100,845는 제작비 990만 달러의 약 17배에 달하는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도 1,003,406명으로 스타 배우와 감독 없이 100만을 넘겼으니 속편을 만드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습니다.
그렇게, 일찍이 속편을 결정했으나 문제는 곧바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연출과 각본을 맡았던 "페더 알바레즈"는 바로, <밀레니엄 시리즈>의 <거미줄에 걸린 소녀2018>와 <카오스 워킹2021>에 참여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결국, 이번 2편에서는 감독이 아닌 제작과 각본으로 물러나 시리즈를 이어나갔지만 지난 북미에서의 결과는 신통치가 않았습니다.물론, "코로나19"라는 특수적인 상황을 치울 수 없지만 들려오는 혹평은 저를 비롯한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요.
과연, 어떤 문제로 이런 말들이 오갔는지? - 영화 <맨 인 더 다크 2>의 감상을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영화는 전작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끔찍한 사고로부터 도망쳐온 "노인"은 "노먼"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그의 옆에는 "피닉스"라는 딸이 있습니다.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던 어느 날 "노먼"은 "피닉스"를 노리는 자들이 자신의 집에 침범했음을 감지하며, 잊고 있던 그 기억을 되살리는데...캐릭터는 여전한데, 상황은 달라졌네.
1. 언제, 액션 영화가 되었지?
앞서 말했듯이 제목에 쓰여있는 숫자로 보듯이 전작과의 비교는 필수불가결한 수순입니다.
무엇보다 2편은 어렵다고 하지만, 가장 쉬운 숫자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장점을 그대로 보완하되 단점은 고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평가와 흥행은 보장되니까요.
문제는 '이를 알고 있다'라는 전제하에 깔아두어야 하는데, 영화 <맨 인 더 다크 2>는 아쉽게도 이 점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액션이 이렇게나 많았나?
전작 <맨 인 더 다크>는 퇴역 군인의 집을 털기 위해서 찾아온 10대 청소년들이 되려 죽을 위기와 노인의 추악한 비밀까지 보게 되는 것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는 역관광당하는 이들에게 속 시원하거나 되려, 도둑들을 응원하는 '누가 악당이지?'라는 이성적인 물음까지 건네왔습니다.
물론, <맨 인 더 다크>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이성보다는 생존이라는 본능을 앞세운 스릴감이었지만요.
근데, 이번 속편에서는 이런 악의 대결이 아닌 <테이큰>의 "리암 니슨"과 <존 윅>을 보여줍니다.2. 언제부터 착한 역할이었다고?
앞서 말했듯이 영화 <맨 인 더 다크>의 큰 매력은 '누가 악인이지?'라는 질문에 섣불리 답하지 못하는 캐릭터 간의 구도입니다.
그런 점에서 "노먼"의 나쁨은 굳이, 이번 영화가 아니더라도 전작에서 보고 왔다면 전부 다 아실 겁니다.
그렇다면, 그를 위협하는 캐릭터들의 악함을 설명하는 것이 맞겠죠.
이를 위해 이번 속편에서는 "노먼"의 옆에 "피닉스"라는 딸을 등장시키는데, 이게 시리즈의 정체성을 헤친 결정적 패인으로 보입니다.애들은 좀...
그의 옆에 딸을 배치함으로 영화는 자연스레, "악 VS 악"의 구도가 아닌 "선 VS 악"의 구도를 띄게 만듭니다.
물론, 전작에서도 이런 모습이 전혀 없던 건 아니었습니다.
눈이 안 보이는 퇴역군인의 집을 턴다는 아이디어부터 "선 VS 악"의 구도를 띄운 채 시작했으니까요.
그러나 <맨 인 더 다크 2>는 이 구도를 전작과 다르게, 떨쳐내지 못하는데 이런 이유에는 이들의 동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전작에서는 이유를 설명하고 행동에 옮겼다면, 이번 속편에서는 이를 밝히지 않고 "피닉스"의 시점에서 집에 침범한 이들에게서 벗어나려는 장면을 보여주니 "악 VS 악"의 구도로 더 나가질 못합니다.3. 늘 10대하고만 싸울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영화의 달라진 전체적인 분위기는 영화의 장르마저 뒤바꿉니다.
영화 <맨 인 더 다크>의 원제는 'Don't Breathe'를 직역하면, '숨도 쉬지 말라'라는 긴장감이 전체적으로 깔린 작품입니다.
어찌 보면, "점프 스케어"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공포스러운 장면이 자연스러우나 이번 속편에 들어선 영화는 공포가 아닌 액션 영화로 변모했습니다.
극 중 책상을 방패 삼아 가스 폭발을 막아내거나 물에 누워있어 물결로 상대방들의 위치를 추리해 총으로 제압하는 모습은 <테이큰>의 "리암 니슨"이 아닌가 싶습니다.감독은 정체성을 캐릭터라고 생각하나 봐요.
제가 생각한 <맨 인 더 다크>의 정체성이 "스릴감"이라고 했지만, 정작 연출자가 생각하는 정체성은 "노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극 중 본드로 코와 이 구멍을 다 붙여 적을 제압하는 모습은 그의 전투력이 여전하다는 것을 말해주거든요.
근데, 문제는 그가 상대하는 캐릭터들의 극 중 설정이 그와 마찬가지로 퇴역 군인들로 대등하게 그려내어 전작에서 보여준 "역관광"같은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웠습니다.
아무리 여전한 주인공이라고 할지라도 그가 상대하는 적들까지 여전히, 철딱서니 없는 10대 청소년들은 아니니까요.4. 말과 주먹이 많아진 어르신
그리고 이번 속편에 들어오면서, 가장 아쉬운 건 판이 커졌다는 것입니다.
전작에서는 그의 집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이번 속편에서는 "피닉스"를 납치한 놈들의 아지트까지 확대되니까요.
전작에서 스릴감을 펼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장치였던 집은 그가 살아온 공간으로 설명이 가능해 외부에서 들어온 캐릭터들과 관객들이 더 무서움을 느끼게 해주었죠.
그런 부분에서 판이 커진 이번 속편은 이런 긴장감마저 스스로 무너뜨리니 아쉬울 따름입니다.이렇게, 말씀이 많으셨나?
여기, 또 달라진 것을 확인하자면 달라진 "노먼"의 캐릭터입니다.
'이렇게, 말이 많았나?'싶을 정도로 많은 대사량을 쏟아내는데, 극 중 자신의 딸 "피닉스"에게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까지 이번 영화에서 '그들의 관계가 어떤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는데요.
문제는 이 과정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위기가 있는데 이를 극복하는 단계가 상당히 급할 뿐이더라 예상치 못한 정도를 지키는 악당의 모습(aka. 애견인)까지 전개에 대한 아쉬움이 생겨나옵니다.
물론, 예상한 엔딩이기에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저를 비롯해 영화 <맨 인 더 다크 2>를 보러 온 관객들이 이 장면을 기대해서 CGV까지 보러 왔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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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이 영화를 보면서 스커트를 하게 됩니다 [영화리뷰/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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