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별2025-07-13 21:16:28
서로를 향한 오해와 화해, 교복 속에 담긴 감정들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리뷰
서로를 향한 오해와 화해, 교복 속에 담긴 감정들
영화 <우리들의 교복시절> 리뷰
감독] 촹칭션
출연] 진연비, 항첩여, 구이태
시놉시스] 엄마의 강요로 대만 최고의 명문인 제일여고 야간반에 입학하게 된 아이는 짝퉁 엘리트가 된 것 같아서 부끄럽다. 학교의 전통에 따라 같은 책상을 공유하는 주간반의 책상 짝꿍 민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가까워지던 중, 민이 주간반과 야간반의 교복을 교환해 함께 땡땡이를 치자고 제안한다. 평범한 자신과는 달리 공부도, 놀기도 잘하는 민과 어울리며 다채로운 세상을 경험하던 어느 날, 첫눈에 반한 제일고의 인기남 루커를 민 역시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두 사람과 다른 세계에 속해 있는 것만 같은 못난 열등감에 루커의 앞에서 주간반 행세를 시작한다.
#스포일러 주의#
교복 속 명찰 색깔 하나로 나뉜 계급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1990년대 대만을 배경으로 주\간반과 야간반 학생들 간의 차별과 갈등을 다룬다. 시험 성적에 따라 나뉜 이 두 반은 하얀 명찰과 노란 명찰이라는 눈에 띄는 구분으로 나뉘며, 이 작은 차이는 곧 계급으로 고착된다.
이 장치는 한국 사회의 수능 중심 입시 체제, 그리고 학벌에 따라 서열화된 학교 구조와 닮아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다니는 ‘주간반’, 미달 성적으로 간신히 입학한 ‘야간반’. 이 설정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캐릭터 간 갈등의 뿌리가 된다. 야간반의 ‘아이’는 늘 누군가를 부러워하며 살아간다. 그런 그녀에게 주간반의 ‘민’은 모든 것을 가진 존재처럼 보인다. 그 감정은 사춘기 특유의 열등감과 우월감, 그리고 사회가 부여한 ‘명찰의 색’에 대한 민감한 반응으로 발전한다. 하얀 명찰을 감추고 노란 명찰 행세를 하던 아이의 선택은 잘못된 것이었지만, 그 안에는 사회가 만든 차별 구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있었다. 영화는 이 구조를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벽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결국 ‘야간반’과 ‘주간반’이라는 구분은 진짜 친구 사이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영화는 두 여학생의 관계를 통해 천천히 보여준다.
사랑과 우정, 그리고 성장
아이의 거짓말은 단순한 허영이 아니라, 자존감의 문제였다. 루커에게 좋아하는 감정을 품은 아이는 자신이 주간반이기에 루커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민이 아이의 정체를 폭로하면서, 모든 관계는 일시적으로 무너져 내린다. 이 장면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모든 인물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민도, 아이도, 루커도 모두 미성숙한 감정으로 상처를 주고 받지만, 영화는 이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시절 우리가 저지르곤 했던 유치하고 서툰 실수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영화의 전환점은 대지진이다. 모두가 흔들리는 순간, 아이는 민이 소중히 여기던 키링을 줍고, 그것을 돌려주기 위해 민을 다시 찾아간다. 그 순간, 두 소녀는 서로가 교복의 색깔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를 아꼈던 친구였다는 걸 깨닫는다. 갈등과 오해를 넘은 우정의 회복은,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또 하나의 핵심이다. 루커와 아이 역시 대학 시험장에서 다시 만난다. 더 이상 주간반과 야간반의 타이틀은 중요하지 않다. 이제 그들은 같은 시험지를 받는 동등한 존재일 뿐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 시험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관객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결과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 속에서 얼마나 진심으로, 치열하게 노력했는가."
우리들의 교복시절은 단지 대만 학생들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교복이라는 옷 안에 담긴 수많은 감정들 — 열등감, 우월감, 비교, 사랑, 우정, 성장 — 은 한국 사회를 살아온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영화는 말한다. 남들과의 비교 속에서 주눅 드는 대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한 그 ‘노력의 과정’에 의미를 두자고. 그리고 그 노력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자신에게, 스스로 박수를 보내자고. 그것이 바로, 교복 너머에 남겨진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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