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6-13 14:38:56
6월 2주 최신 개봉영화!
최신 개봉영화 5편
2022년 6월 2주 개봉영화!
브로커 Broker , 2022
송강호, 대한민국 첫 남우주연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에큐메니컬상 수상
영화 "브로커"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특별한 여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베이비 박스에 놓인 아기를 몰래 데려온 '상현'과 '동수' 하지만 아기를 두고 갔던 엄마 ‘소영’이 다시 돌아오고,
의도치 않게 세 사람이 함께 아기의 새로운 부모를 찾아 나서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베이비 박스로부터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를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유의 따스하면서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담아냈는데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칸 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째로 에큐메니컬상을 수상했습니다.
오래전부터 한국 배우와의 작업을 고대해왔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화사 집과의 만남을 통해 본격적으로 작업을 구체화하기 시작했고,
국내 배우, 국내 제작진과 함께 한층 리얼하고 따뜻한 감성을 그려냈습니다.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 이주영 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배우들의 특별한 시너지!
첫번째 추천영화 "브로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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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삼칠 2022
제2의 7번방의 선물
영화 ‘이공삼칠’은 열아홉 소녀에게 일어난 믿기 힘든 현실,
그리고 다시 일어설 희망을 주고 싶은 감방 동기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입니다.
아껴둔 사제 음식을 나눠주거나 칫솔, 수건 등의 생필품을 따로 챙겨주고 모아뒀던 책을 빌려주는 등
살벌할 것만 같은 예상과 달리 따뜻하게 보듬어주는데요
‘프로듀스48’ 출신의 홍예지 배우가 데뷔와 동시에 주연을 맡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김미화, 신은정, 황석정, 전소민, 윤미경까지 배우들의 열연도 관점포인트 입니다.
'7번방의 선물',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떠올리게 하며 여성 재소자들의 연대로 또 다른 웃음과 감동을 느끼게 하는
두번째 추천영화 "이공삼칠"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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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시내가 사라졌다 Missing Yoon , 2021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선정X배우상 수상 최고 화제작!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는 '열애', 'DJ에게', '공부합시다' 등
레전드 히트곡으로 조용필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전설적인 가수 '윤시내'가 자신의 마지막 콘서트 직전 돌연 사라졌다는 유쾌하고 엉뚱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영화제 예매 오픈 이후 초고속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관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는데요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이주영, 오민애, 노재원, 김재화 등이 출연해 독립영화계 어벤져스가 뭉친 풍성한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미테이션 가수 엄마와 관종 유튜버 딸이라는 독특한 설정과 신선한 조합,
그리고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가짜들이 진짜에 한 걸음 다가가며 자신만의 세상을 찾아가게 된다는 따뜻한 메시지!
세번째 추천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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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La Fine Fleur , The Rose Maker , 2020
신작 프랑스 코미디 영화
영화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은 파산 위기에 처한 장미정원을 지키려는 베테랑 원예사 베르네 부인과 신입 직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힐링 드라마 입니다.
망해가는 장미정원을 지키기위해 보호관찰 중인 사람들을 저비용으로 고용해 사고뭉치인 이들을 가르치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면서
장미 콩쿠르 우승을 노릴만한 장미 품종 개발에 힘쓰면서 펼쳐지는 프랑스 코미디 영화인데요
'프랑스 국민 배우' 카트린 프로가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장미정원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원예사 '에브 베르네' 역을 맡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프랑스 신작 코미디 영화
네번째 추천영화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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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체르노빌 After Chernobyl , 2021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촬영한 공포영화
영화 "애프터 체르노빌"은 약혼을 압둔 스티브와 케이트, 스티브의 오빠 데이브, 남동생 톰
이렇게 네 사람이 동유럽의 여행을 하던중 길을 잃고 원전폭발로 폐허가 된 도시 '체르노빌'로 우연히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공포 영화 입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에서 촬영을 했고 페이크 다큐형식인데요
체르노빌은 1986년 방사능 유출 폭발 사고로 아직도 방사능의 공포가 남아있는 곳입니다.
체르노빌의 공포가 다시 살아날
다섯번째 추천영화 "베르네 부인의 장미정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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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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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음악의 힘
혼자 산 지 오래된 사람들은 혼잣말을 잘한다. 혼잣말은 대개 말로 끝나지 않고 리듬을 부여받는데, 나이듦의 증거라고도 한다. 난 주로 '안경이 어디 갔을까'를 노래한다. 안경잽이들에게 가장 난제는 안경찾기이다. 안경이 있어야 안경을 찾는데, 안경이 없어서 안경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비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전에 어디에선가 이런 말을 들었다. 책 싫어하고 운동 싫어하고, 미술 싫어하는 사람은 있어도 음악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동서고금 어디에도 그들만의 음악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도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도 많은 것 같다. 슈퍼스타K, K팝스타, 위대한탄생, 미스트롯, 미스터트롯, 국민가수, 싱어게인... 노래 경연 프로그램만 해도 벌써 몇 개인지. 거기 나오는 사람들은 다들 어쩜 그리 노래를 잘하는지.
그덕에 내한 온 해외가수들이 감격하고, 음악영화들이 대박을 터뜨린다. 나도 음악영화들을 참 좋아하는데, 3일차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두 개의 음악영화를 보고 왔다. <코다>와 <노래로 쏘아올린 기적>이다.
이 영화들을 음악영화라고 감히 불러도 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노래가 주제이니 거칠게 음악영화로 분류해본다.
장애인 가족 속 비장애인 자녀, <코다>
<코다>는 농인가정의 청인 자녀를 뜻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아카데미에서 상 받았다 정도나 알았지, 전혀 아는 바가 없었던 터라 영화를 보는 내내 '이거 이래도 되나' 싶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와서 찾아보니 프랑스 영화인 <미라클 벨리에>의 리메이크판이었다. <미라클 벨리에>의 주인공 폴라는 초등학생이고 <코다>의 루비는 고등학생이다. 폴라 엄마랑 루비 엄마가 같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
폴라의 부모는 목축업에, 루비의 부모는 어업에 종사하고 폴라에게는 남동생이, 루비에게는 오빠가 있다, 정도가 바뀐 설정이다. 주인공이 청소년으로 설정되면서 남학생과의 풋풋한 하이틴 로맨스도 한 스푼 첨가되었다.
장애인을 부모로 둔 비장애인 아이는 한 번도 아이일 수 없다. 세상으로부터 부모를 지켜야 하고, 비장애인들의 세상에 부모의 언어를 통역해주어야 한다.
농인의 가정에 청인, 게다가 노래 잘하는 자식이라니. 이건 축복일까? 자식의 목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하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아예 노래라는 게 어떤 것인지 들어본 적이 없어 그저 물고기를 잘 잡은 것과 비슷한 기분일까. 감히 추측할 수 없지만, 그냥 영화에서 보여주는 대로 느껴본다.
영화는 비장애인의 장애인에 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자식인 루비마저도 부모를 도와야 할 사람, 지켜야 할 사람으로 여기고 자기 자신을 가족에게로 갈아넣고자 한다.
그러나 오빠의 말처럼, 루비가 태어나기 전에도 그의 가족들은 잘 살았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그럭저럭 살아왔다. 장애인을 보는 우리의 시선도 비슷하지 않은가. 정상인의 도움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존재, 사회에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장애도 있으면서 왜 애를 낳아서는, 거기에 속된 말들까지 덧붙여.
노래가 뜻대로 되지 않자 루비는 말한다. 한 번도 부모님 없이 해본 적이 없다고. 루비의 부모는 좋은 부모였다. 장애인은 장애를 가졌다뿐이지 스스로의 역할들을 해내며 살아간다.
장애인을 재단하고, 범주화하고, 자신만의 개념 속으로 밀어넣는 것, 즉 대상화는 혐오이고 폭력이다. 그건 장애인이 아니야, 내가 아는 장애인의 모습으로 행동해야지, 바람직한 장애인의 모습이 아니니 도울 필요도 없지, 장애인이면 착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이런 문장들이 랜선을 타고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폭력을 자행했는지 반성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음악은 <미라클 벨리에>가 좋았고, 영상미는 <코다>가 좋았다. 두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영화 후반부에 가서, 오디션을 볼 때 수어를 함께 사용하는 장면은 <미라클 벨리에>에서도, <코다>에서도 눈물이 났다. 다 알면서도.
폐허 속에서도 음악이 흐르네,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
영화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네 명의 아이들이 냄비 따위를 들고 노래를 해서 돈을 버는데, 벌이가 영 시원치 않다. 그중 노우르는 유일한 여자아이이자 모임의 리더이다. 어지간한 남자아이들보다 배포도 크고 용감하며, 똑똑하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 났지만 꿈이 크지 않은 동생 무함마드에게, "유명해져서 세상을 바꿀 거야"라고 말하라며 협박하는 무서운 누나이기도 하다.
이들은 물고기를 잡아 번 돈을 밀수꾼자에게 날렸지만 사원에서 코란 성가를 불러 돈을 벌어 악기를 마련한다. 무함마드는 동네 음악선생에게 과외도 받는다. 이후 결혼식 축가 등 돈 되는 대로 일을 하다가(그 어린 아이들이) 갑자기 누나 노우르가 신부전으로 쓰러진다.
너무 비싼 수술비 때문에 신장이식을 받던 노우르는 투석 중 사망하는데, 그 이후 무함마드는 대학에 진학하여 노래가 아닌 택시기사로 학비를 번다.
그러나 우연히 음악경연대회에 원격으로 참여하게 되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옛날 누나와 함께 투석하던 아밀을 만나게 된다. 무함마드에게 노래를 불러달라고 조르는 아밀을 보고 무함마드는 다시 한번 누나를 떠올리고, 노래를 부르겠다고 다짐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TV에서 '아랍 아이돌'이라는 경연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걸 알게 된다. 장소는 이집트. 가자지구에서 이집트까지는 사실상 갈 수가 없다. 그때, 무함마드는 예의 돈 떼먹은 밀수업자를 찾는다. 비자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밀수업자도 폭탄으로 인해 다리를 잃었다. 전쟁은 선한 자와 악한 자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파괴한다. 무함마드는 가까스로, 또 여러 사람의 도움을 얻어 겨우 이집트에 도착하지만, 표를 구할 수가 없다. 절망한 무함마드는 화장실에서 노래를 부른다. 무함마드의 노래소리를 듣고 옆칸에 있던 사람이 표를 주고, 무함마드는 경연에 나간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무함마드가 노래를 부를 때 가자지구의 사람들이 열렬히 환호하는 모습이다. 폐허가 된 마을에서도 음악은 축제가 되고, 한 명의 영웅을 응원하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마음을 모은다.
음악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폐허와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부르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를 구원하는 소리.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은 사실 스토리라인이 허술하다. 어떤 부분에서는 클리셰가 지나치고, 또 신파적이기도 하다. 부자연스러운 대사들과 연기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영화에 주목해야 한다.
<코다>가 헐리우드식의 전형적인 영화라면, <노래로 쏘아 올린 기적>은 우리에게 너무도 낯선 문법이다. 배우, 이름, 음악, 배경, 모든 것이 낯설다. 두 영화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문화에는 상대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악은 너무도 생경하였는데, 나는 외국의 음악이라면 팝이나 알지 그 외 문화권의 노래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무함마드가 얼마나 노래를 잘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감동 포인트를 찾는다는 것도 사실 너무 어려운 일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은 현재진행형이고, 지금도 수많은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의 사람들이 학살되고 있다. 지금도 이스라엘은 신의 이름으로 백린탄 등의 미사일을 쏘며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을 죽인다. 한때 홀로코스트를 겪었으면서도 팔레스타인의 민간인들을 다 죽일 기세이다.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정치적인 것을 동시에 말하는 것이 상당히 꺼려지지만, 한 개인으로서 시오니즘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는 없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 러시아의 편을 들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다수의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에 관심을 가진다. 자원과 관련되기 때문이 아닐까? 러시아의 석유, 천연가스와 우크라이나의 밀 농사가 각국의 경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반면에 아직까지도 내전이 그치지 않는 아프라카 대륙의 르완다, 최근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내전, 그리고 수십 년째 지속되는 팔레스타인 전쟁, 미얀마의 민주항쟁에는 관심이 덜하다.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기 때문이라고 예상해 본다. 가자지구에 미사일이 날아가도 우리나라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기 때문이다.
무함마드는 자신의 목소리로 가자지구의 상황을 알렸다.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나라일지라도 한 가수가 유명해짐으로써 가자에 대해, 팔레스타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실화여서 슬프고, 실화여서 다행이지만 또 불행이기도 하다.
폐허에서도 예술은 살아있고, 당장 집이 날아가고 사람들이 죽어도 사람들은 음악을 사랑한다. 그것이 음악의 힘일 것이다. 인류의 역사 이래 음악이 사라지지 않은 이유일 것이고,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일 것이다. 이 영화를 어찌 기존의 문법으로 재단하고 비평하겠는가. 그건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찾아왔을 때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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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년이 부모를 고소한 이유.
소년은 자신을 이 세상에 태어나게 했다는 이유로 부모를 고소한다. 왜 이 소년은 부모를 고소한 걸까. 기적이 일어났지만 몰락한 곳, 가버나움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열악한 좁은 공간에 아이 6명이 방치된 이곳은 자인의 집이다. 또래 아이들이 학교에 다닐 때, 자인은 생계를 위해 어린 동생들과 함께 나가 매일 매일 일한다. 이렇게 고단한 삶 속에서도 주변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어려서 한없이 작은 자인의 힘은 역부족이다. 동생만큼은 꼭 지키고 싶던 자인은 부모에 의해 팔려 가는 동생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하르가 감자야? 토마토야? 꽃을 피우게?”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수 없는 곳에서 나와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외칠 수 있는 장소에 도달한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마법처럼 그 공간에 가만히 앉아있던 자인은 아이들의 공간과는 거리가 먼 곳으로 이동한다. 일할 곳을 찾지만, 어린아이를 채용하는 곳은 없었고 그곳에서 라힐을 만난다. 불법 체류자이지만 아르바이트하며 아들 요나스와 함께 살고 있었다. 라힐은 자인을 데려가 씻기고 요나스를 봐달라는 부탁을 한다. 하지만 등록되지 않은 삶을 지속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렇게 돌고 돌아 집에서 자신의 서류를 챙기러 왔건만, 그토록 지키고 싶었지만 지키지 못했던 동생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나고 자란 것과는 다르게 살 수 있다. 앞으로 어떻게 살고 어떻게 행동하는 가에 달렸다. 어른보다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자인은 쭉 자라온 환경과 비슷하게 살아가면서도 자신의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돌보아준 사람의 아이를 돌보아 주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아이들을 방치/학대하고 11살인 딸을 돈으로 팔아 출생신고가 안되어 있어 수술도 못받고 죽음에 이르게 했음에도 또 아이를 가진 부모의 모습을 보면 그저 웃음만 나온다. 부모로서의 책임감과 인간다움을 저버리고 이런 삶에서의 선택지가 이것뿐이라는 변명만 늘어놓는다. 극심한 빈부격차와 분열의 땅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는 집이라는 공간과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이 누구든 가질 수 있지만, 누구나 가질 수는 없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불행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식을 팔아넘긴 부모와 자식을 위해 불행을 끌어안은 부모를 옆에서 본 자인은 나고 자란 것이 다르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등록되지 못한 삶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기본적인 생활도 영위할 수 없는 자인이 부모를 고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부모에 의해 유령이었던 자인이 범법자가 되고 부모에게서 벗어나고 나서야 비로소 자인이 된다.
자인은 그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다.
그저 평범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랐던 자인은 이제야 웃는다.
자인의 웃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해진다.
자인, 행복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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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스트 레터
이와이 슌지 감독는 이 영화를 <러브 레터, 1995>의 정식 속편은 아니지만, <라스트 레터>을 집필할 당시에 러브레터를 어느 정도 의식했다고 한다. 다 보고 나면 <러브 레터>에 대한 답장처럼 도 느껴진다. 왜냐하면 <라스트 레터>가 감정을 쌓아가는 과정은 <러브 레터>와 아주 유사하기 때문이다.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초반부와 죽은 첫사랑을 잊지 못하는 후반부의 격차에서 애절함을 발생시키는 구조부터가 그렇다. 손 편지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그렇다. 세상을 떠난 첫사랑, 차마 전할 수 없었던 진심이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누구에게나 찬란했을 학창 시절의 추억을 꺼낸다. 순수한 청춘의 비밀이 밝혀지며 공감대를 넓혀간다. 피아노 건반에 발맞춰 아름다운 영상미로 감수성을 한껏 끌어올리는 연출도 동일하다. 이렇게 ‘남겨진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방식’으로 죽은 존재를 부활시키는 것도 <러브 레터>와 닮았다. 물론 세상을 떠난 사람과 닮은 인물이 등장하는 것도 동일하다.
그밖에 대학시절 사귀는 과정은 생략한 채 그 직전까지의 고교 생활만 다룬 것은 <4월이야기>에서, 그리고 두 소녀가 여름방학을 함께 보내며, 불꽃놀이를 하는 장면은 <하나와 앨리스>에서 가져왔다. 이렇듯 자신의 전작들을 적절히 재활용하면서 이와이 슌지다운 카메라워킹과 기법들을 선보인다.
그러나 <러브 레터>의 극적인 형식을 활용했으나 <라스트 레터>는 동어반복을 하지 않는다. 전작처럼 죽은 이를 추억하며, 후반에 이르러 진실을 드러내는 구조를 취하지만, 계절을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꿔 <러브 레터>를 부정한다. 이를 알 수 있는 것이 <러브레터>의 두 주인공인 나카야마 미호와 도요카와 에츠시를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는가를 생각해 보면 이와이 슌지의 어두운 면을 끌어들인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이와이 슌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첫사랑의 추억‘외에 다른 게 있다.
이 영화는 쿄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유리(마츠 다카코), 두 사람을 내세워 번갈아가며 내면의 심리를 드러낸 방식이다. 중년의 남녀가 그들의 학창 시절을 추억하고 노인세대의 삶도 다루고 부부관계, 동창회, 폐교 직전의 학교건물까지 다루고 있다. 결말에 이르러서는 2세들에게 무언가를 전해주려는 다소 복합적인 구조를 취했다. 그럼에도 초반의 정신없던 이야기가 중반쯤부터 정리되면서 안정적으로 끝맺는다. 감독의 연출은 때로는 산문처럼 느린 호흡으로, 어떨 때는 운문처럼 최소한의 장면으로 천천히 관객을 설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쿄시로가 왜 죽은 미사키와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살아가는지가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라스트 레터>의 구성이 느슨하며, 어느 부분에서 조금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어쩌면 이 영화는 아무래도 머리로는 ‘첫사랑 멜로’를 하고 싶었으나 가슴으로는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의심이 졸업식 축사를 전면에 내세운 포스터를 본 순간 확신하게 됐다. 졸업 축사에서 ‘꿈을 이루거나 혹은 이루지 못한 사람도 있을 테지만, 자신의 꿈과 가능성이 무한하게 여겨졌던 이 장소를 몇 번이고 떠올릴 것’이라며 감독은 '사랑'보다 '꿈'에 무게를 실는다.
가만보면 이 영화에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인물들로 가득 차다. 짝사랑하는 또래의 학생을 피해 전학을 갈까 고민하는 소요카, 20년 넘게 차기작을 쓰지 못하는 소설가, 엄마를 잃은 슬픔으로 자신의 내면으로 천착해 들어가는 아유미, 유리 또한 덤덤해 보이지만, 첫사랑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그런데 노인들은 앞날은 모른다면서 힘차게 전진한다. 바로 '고희(70세)가 넘어 영어를 공부하는 할머니'와 그녀의 영어선생님이다. 이 분들은 일본의 고령층 즉, 미국과 패권 경쟁을 했던 ‘단카이 세대(団塊の世代)’를 상징한다. 이로 미루어 봤을 때 <라스트 레터>는 초식화된 중년의 '빙하기 세대(마츠 다카코, 후쿠야마 마사하루)'에게 앞으로 나아가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졸업 '축사'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일본의 10대들(히로세 스즈, 모리 나나)에게 품고 있다.
이 3세대 간의 애틋함은 단순한 첫사랑으로 해석될 수 없는 복잡한 성격을 지닌다. 다시 말해 이와이 슌지는 <러브레터>의 첫사랑 멜로 형식을 빌려 일본의 현주소를 안타까워하며 과거의 일본을 추억하고 있는 것 같다. 고로 미사키의 정체는 '80년대 잘 나갔던 일본 고도성장'일지도 모르겠다는 합리적 추론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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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볍게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추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저번주에 새롭게 시작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간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저희 씨네픽 인스타그램 댓글을 통해 팔로워분께서 주제를 신청해주셨는데요!
바로 이번 주제는 '가볍게 보기 좋은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이 게시물 혹은 씨네픽 인스타그램에 올라간 동일 내용의 콘텐츠 게시물에
자신이 보고싶은 영화에 대해 적어주신다면 다음 콘텐츠를 올릴 때 여러분들의 댓글을 바탕으로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1:1 맞춤 영화 큐레이션 시작해볼까요?٩( ᐛ )و
위시업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생 노잼시기에 나타난 마법같은 APP!! 이제 즐기는 일만 남았다?!
전학과 동시에 찌질이로 등극한 카일은 음색여신 대니를 짝사랑 중이다.
마음은 있지만, 다가갈 방법은 없는 카일! 우연히 소원을 들어주는 어플을 발견하게 되고,
반신반의하지만 원했던 것들을 적어본다. 노래, 인기, 운동실력까지!
모든 것을 이뤄주는 어플 덕분에 한 순간 인기스타로 등극하는데...cine pick!
하이틴 특유의 유치하고 귀여운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영화!
잭 에프론 주연의 <17 어게인> 작가님이 집필한 작품이다.
엄청나게 특별하거나 새로운 내용은 아니지만, 클리셰적인 요소를 보는 재미가 있다.
와일드 차일드
ⓒ 네이버 영화
synopsis
아빠의 여자친구가 집에 이사짐을 들여놓는 날, 파피는 친구들과 함께 그녀의 짐을 엉망으로 만든다. 화가 난 아빠는 파피를 영국으로 유학 보낸다. 부자 아빠 제리의 덕택으로 부러울게 없는 파피는 무슨일이든 자기 감정, 기분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때문에 같은방 친구와 티격태격한다. 그러나 구김없고 명랑하고 소릭한 파피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하는 친구들 키키, 케이트, 조시. 파피는 학교에서 일주일 정도만 있다가 다시 캘리포니아의 집에 돌아갈 생각으로 늘 말썽을 피우고 문제를 일으킨다. 하지만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케이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퇴학 당할만한 일들을 꾸미기로 한다. 결국 그들의 계획은 교장선생님이 아들 프레디를 사귄다는 소문이 나게하자며 치밀한 계획을 세우자고 한다. 이런 계획으로 인해 프레디와 점점 가까워지고 학생회장 해리엇의 질투는 극에 달하는데….
cine pick!
로맨틱 코미디 중 가장 가볍게 볼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하이틴 무비이지 않을까 싶다.
'엠마 로버츠의 발견'이라는 이야기 나올 정도로 주인공이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이다.
로맨스와 코미디 장르뿐만 아니라 성장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히로인 실격
ⓒ 네이버 영화
synopsis
오랜 소꿉 친구 ‘리타’를 짝사랑하고 있는 ‘하토리’. 자신은 ‘히로인’, 리타는 사랑의 ‘히어로’이자 운명의 남주로 언젠가는 리타와 연인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하토리. 그러나 어느 날, 리타가 왕따를 당하고 있던 아다치를 도와주게 되면서 아다치와 사귀게 된다. 리타를 아다치에게서 뺏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도중 초훈남 ‘코스케’에게 고백을 받게 된다. 리타가 너무 좋은 하토리, 하지만 코스케도 넘나 훈남인 것! 하토리 인생 최대의 고민이 시작된다.
cine pick!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들이다. 오글거리는 것을 못 견디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지만, 이를 견딜 수만 있다면 추천하고 싶다. 만화가 원작인 영화라 만화적인 요소가 많이 섞여있다.
팜 스프링스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cine pick!
타임루프물 영화가 정말 많이 나왔지만, 항상 재미있는 소재인 것 같다.
가볍고 유쾌한 사랑 이야기지만, 또 그 안에서 감동도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리얼리티하이
ⓒ 네이버 영화
synopsis
똑똑하지만 인기는 없는 10대 소녀 대니. 오랜 짝사랑의 관심을 끌게 된 순간, 고난이 시작된다.
내 남자를 낚아채다니! SNS 스타인 그의 전 여친이 맹공을 퍼붓는다.
cine pick!
주인공이 매력적이며 남녀 주인공의 케미 또한 보기 좋다.
특히 남자 주인공의 팬을 대거 생성한 작품이기도 하다.
풋풋한 이들의 모습때문에 보는 내내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이지와 오시
ⓒ IMDB
synopsis
부유한 집안의 딸 이지와 아마추어 복서 오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듯한 두 세상. 하지만 이 둘이 손을 잡는다면?
cine pick!
지금까지 소개한 작품 중 가장 센 캐릭터가 나오는 영화이다.
그래서 중간 중간 눈살이 찌푸려지는 요소가 나올 수도 있지만, 조금만 참고 본다면
꽤 잘 맞는 영화일 수도 있을 것이다. 거의 2시간 가까이 되는 영화이지만, 전혀 길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씨네랩 에디터 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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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리포터'를 볼 시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수능이 끝난 뒤 절망의 감정이 아직도 선명이 기억난다. 걱정했던 수학을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생각하며 안도했던 것도 잠시 4교시 외국어영역 마킹을 하며, 이십 번대부터 한 칸씩 미뤄 쓴 걸 알았을 때 이미 시험 종료가 임박했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손을 들어 새 답안지를 요청했지만, 다시 처음부터 마킹을 하기에 시간이 부족했다. 잘 못 된 걸 알았지만, 고칠 시간이 없다는 것. 잘 못된 걸 안 채로 제출해야 하는 상황은 아쉬움보다는 자책감이 컸다. “내가 왜 그랬을까?”에서 시작해 “나는 왜 이럴까.” “나는 형편없어.”까지 자꾸 나를 몰아세웠다.
집으로 돌아와 방문을 닫고, 멍하게 앉아 있었다. 이상하게 눈물도 나지 않았다. 그냥 혼이 나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부모님께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까?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답안지를 잘못 썼다는 것은 그냥 시험을 망친 아이의 변명 같이 느껴질 뿐이었으니까. 가채점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끝나버린 시험, 아니 끝나버린 인생인걸.이라는 심정이었달까.
입을 꾹 다물고, 40권이 지나서야 완결되는 만화책, 람세스나 로마인이야기 같은 호흡이 긴 소설책, 고2, 고3에 나온 비디오를 쌓아두고 보며, 현실 세상에서 멀리 떠나곤 했다.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현실은 잊혀졌고, 현실이 아닌 다른 세계를 오래 떠돌다 현실로 돌아왔을 때, 문득 우주 먼지 같이 작은 존재인 나의 고민이 하찮게 느껴져서 ‘아무렴 어때’라는 마음이 들었고, 무한한 시간 속에서 수능이라는 찰나가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바뀌게 되는 마법을 경험한 뒤, 힘든 마음이 찾아올 때, 무작정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은 아니지만, 수많은 인생의 날들 중에 컴퓨터를 열어 24시간 정도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시리즈 영화들을 보기 시작했다.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는 것도 좋고, 취향도 중요하지만 이럴 때만큼은 가능하다면 현실과 접점이 없는 영화를 고른다. 세계관이 확실한 영화들. 나를 다른 곳,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 스토리에 빠져들게 할 영화들이다. 최근에 새로 나온 시리즈들 중엔 디즈니플러스에서 <문나이트>나 <완다비전> <로키>도 즐겁게 보았지만, 그래도 역시 최애는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 시리즈> 다.
반지의 제왕은 호흡도 길고 서사가 방대하여 오랜만에 보아도 다시 보이는 장면도 많고, 웅장한영상속에서 스토리에 빠지기가 좋고, 해리포터 시리즈는 내가 호그와트 재학생이 된 기분을 가지고 그 세계에 완전히 몰입해서 보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이랄까. (영화를 보며 주인공과 함께 마법 수업 속 주문을 외워야 함)
‘영어 답안 따위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초연해졌을 때, 부모님께 사실을 털어놓았다. 한참을 심각하게 듣고 계시던 아빠가 말씀하셨다. “4교시 끝날 때 알아서 다행이네. 1교시에 그랬으면 얼마나 마음이 더 힘들었겠냐. 운도 실력이다 생각하고 성적 맞춰서 일단 학교는 원하던 곳이 아니라도, 가고 싶은 과를 가서 배우고 싶었던 공부를 해봐. 그러고 나서 다음을 생각하렴.”
그렇다. 세상은 무너지지 않았고, 인생은 망하지 않았다. 별일 아니라는 말을 들으니, 별일 아닌 게 되었다. 학교의 이름보다는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고 나아가 보겠다는 다짐은, 그 후에도 좌절감이 생길 때마다 중요한 기준점이 되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더없이 기쁜 결과라면 조금 더 행복감을 누리고, 아쉬움이 남는다면 걱정하거나, 내일을 생각하기에 앞서 우선 나를 쉬게 했으면 좋겠다. 나를 둘러싼 작은 공간에 레펠로 이니미쿰(Repello Inimicum)* 주문을 걸어 두고 ‘충분히 애썼어. 정말 수고했어.’ 나를 돌보는 시간을 보내길. 모든 수험생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한다.
*레펠로 이니미쿰(Repello Inimicum)
어느 한 장소를 적으로부터 방어하는 마법. 라틴어 Repello와 Inimicus(적)의 합성어로, 해리포터 죽음의 성물 2부에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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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
씨름. 이 얼마나 낯선 운동인가. 영화 관람 전, 그런 생각을 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종목인데 다큐멘터리로 보는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런 의문을 알고 계시는지 영화 상영 전, 감독님이 짤막한 코멘트를 덧붙이셨다. 운동 종목으로 보면 낯선 스포츠일지언정 그 단어는 우리 일상 깊은 곳에 뿌리내렸다며.
힘들고 어려운 일이나 사건을 마주할 때 '문제와 씨름한다'라고 표현하는가 하면, 힘이 아주 센 사람에게 '천하장사' 수식어를 붙인다. 우습게도 사람의 마음을 여는 것은 이토록 작고 사소한 지점이다. 우리네 삶이 어찌나 평탄치 못한가. 몇 번이고 머릿속이나 입 밖으로 튀어나왔던 단어의 뿌리를 아주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무척 반가웠다.
그렇게 씨름, 특히나 여자씨름을 했었고, 하고, 앞으로도 할 사람들의 이야기에 서서히 스며들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소재 특성상 특별한 스포일러는 없다지만, 영화 내용 상당 부분을 담았다.
영화의 첫 장면을 명확히 기억하긴 어렵지만, 도입부는 떠오른다. '씨름'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이미지들. 그리고 씨름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인터뷰 형식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나같이 한 선수의 실력에 저마다의 방식으로 감탄하고 존경하는 모습이었다. 여자천하장사 타이틀을 최초로 걸고, 2대, 5대, 6대, 7대, 13대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가진 선수, 임수정. 일반인이 보기에도 대단한 횟수인데 같은 선수가 보기엔 또 얼마나 대단할까.
그의 초대 수상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화면이 무척 조악한 화질을 갖고 있어서, 눈으로도 체감했다. 모자이크 처리한 것처럼 무척 깨지던 화질부터 기술의 발전으로 해상도가 훨씬 큰 화면에 닿을 때까지 같은 자리를 지켰다는 사실을.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오래도록 해온 사람도 신기하지만, 최정상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온 건 더욱이 놀라울 일이다.
임수정 선수의 일대기만 해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쌓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영화의 재미나 가치는 훨씬 덜했을 것 같다. 씨름은 본디 상대가 있어야 할 수 있는 스포츠 아닌가. 씨름판에서 서로를 마주 보며 무릎을 꿇고, 샅바를 붙든 채 한 사람이 먼저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반대편 사람도 뒤따라 몸을 일으킨다. 상대를 자신의 품에 들이는 자세이니만큼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릴 만치 가깝다.
나의 숨소리가 상대의 귓가를 울리고, 상대가 내 귓가에 숨을 쉬고 뱉는다. 숨과 땀, 그리고 힘을 서로의 귓가에서 나누는 스포츠는 처음 보았기에 퍽 다정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선수들의 관계도 자매처럼 비친 것 같다. 투닥대는 말투나 장난기 넘치는 표정은 2000년대의 생활형 예능처럼 소박하고도 자연스러웠다.
다큐멘터리 영화에서만큼 인물이 중요한 장르는 없다고 본다. 사람들을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 자체로 의미가 만들어지기에 진솔한 모습을 속속들이 담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물이 자신의 자취를 좇는 카메라를 어려워하거나 숨기려 드는 순간, 그가 풍기는 거부감이 일순 화면 너머로도 전해진다. 그 흔적이 보일수록 몰입은 어려워지고 만다.
<모래바람>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었던 건 이 영화에 담긴 사람들이 유쾌해서다. 그들 각자가 그러하고,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것이 그러하다. 쉽게 말해 케미가 있다. 어찌 보면 물 흐르듯 넘치는 자연스러움을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아침에 눈 뜨고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하루종일 시간을 함께 하고, 쉬는 날에도 함께 놀러 다니다 보면 눈빛만 봐도 척척 알아듣는 사이가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우리가 가족과 척하면 척하고 서로의 선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건 아주 어린 시절부터 쌓인 관계에서 나오는 일종의 노하우다. 하물며 훨씬 머리가 커진 때에 이토록 친밀한 관계가 된다는 건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한 것이고, 다른 말로 하면 그만큼 오래 씨름을 해왔단 의미이다.
운동하고, 시합 준비하고, 시합하고, 피드백을 주고받고, 다시 운동하고. 매일을 켜켜이 쌓는 작업을 고작 몇 시간 혹은 몇 분 안에 담아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서 묻어 나오는 그 자연스러움을 통해 착실히 쌓아온 매일을 얼핏 예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엇비슷한 방향을 똑같이 걷는 듯해도 종래엔 자신의 길을 개척하러 가는 모습이 인상 깊게 남았다. 여자씨름팀 '콜핑'을 주축으로 선수들이 자라나다가 또 다른 도전을 할 곳을 찾아 떠나는 게 정해진 수순으로 보일 정도로.
그들이 그려간 궤적은 우리네 삶을 엿보는 듯했다. 인생의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라서, 내가 걷는 길을 함께할 사람이 주변에 모여들고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그들 각자만의 길로 갈라진다. 앞서 말했듯 삶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므로.
이게 맞는 길인지, 내가 잘하고 있는지 아리송한 순간은 언제든 한 번씩 찾아온다. 순간이 길어지면 시기가 된다. 그 시기엔 몇 가지 이름표가 있고 말이다. 슬럼프 혹은 번아웃. 어딘가 구렁텅이에 빠졌거나 홀로 걸음을 멈춘 상태라는 예감이 들 테지만, 그런 이에게 주저 없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길이 맞다. 당신이 선택해서 걷고 있으므로. 과정에서 확신은 없어도 좋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채로 그저 자신의 것을 만들어 가면 된다. 결코 외롭진 않을 거다. 함께, 각자, 때로는 같이할 사람들이 언제든 있기 마련이니까. 물리적으로든 심적으로든.
종목에 상관없이 스포츠 경기를 볼 때면 종종 이런 맥락의 이야기를 응원으로서 건넨다.
괜찮아, 네 거 해.
하나씩 네 거 만들면 돼.어느 판에, 어느 길에 들어섰듯 내가 가진 걸 믿고 하나씩 해나가기. 과정으로서 완성하기. 씨름하는 우리 모두의 한판 승부를 응원하며, 글을 마쳐본다.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초청받아 관람 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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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 베이비 2 영화 후기 / 온가족이 즐기는 여름방학 가족영화 / 1편에 못지 않은 재미에 기발함은 그대로 / 형제는 용감했다 / 어른이를 위한 만화
영화직관하는 남자 영직남의 “보스 베이비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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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 수상작 브로커,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할 것
?Rabbitgumi 입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가 개봉했어요.
송강호 배우가 칸 남우주연상을 탄 영화이기도 하죠.
그 외에도 아이유, 강동원, 배두나 등 다양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답게 유사 가족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요.
굉장히 따뜻한 시선으로 이런 질문들을 하는 영화죠. 무척 따뜻해요.
영화의 이야기와 배우들의 연기는 어땠을까요?
영화가 어땠을지 알려드릴게요! :)
자세한 리뷰는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
그리고 제가 매주 일요일마다 영화에세이를 전달 드리는 Rabbitgumi 영화 이야기 뉴스레터에도 관심을 가져주시고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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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티저 예고편
예기치 못한 일로 자허의 어머니는 2년 전 살해됐다. 이 일로 자허와 그녀의 아버지는 인생의 중심을 잃는다. 레슬링팀에서 은퇴한 후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 자허의 아버지는 도축장에서 육류 배달업자로 일하고 이로 인해 자허는 놀림을 받는다. 외롭고 무기력해진 그녀는 수치심과 불공정에 맞서기 위해 본인만의 도덕 규범을 형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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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 메인 예고편
올해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 [그 남자는 타이타닉을 보고 싶지 않았다](감독 테무 니키, 핀란드) ? 2022년 3월10일 개봉 확정??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