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파로2022-06-18 20:47:57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추천작] 키즈 도슨트와 함께 애니메이션을!
나쁜친구, 건전지아빠, 내친구물방울, 두려움을떨쳐낼용기, 친구에게양보!, 어떤하루/씨네키즈 - 5 플러스
이번 시간은 제10회 서울국제어린이영화제 씨네랩 크리에이터 기자단으로 참여한 일정 중 하나로, 영화에 대한 아이들 시선과 생각을 느낄 수 있는 키즈 도슨트와 함께한 국내외 단편 애니메이션 6편의 짤막한 리뷰입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을 뜻하는 도슨트, 어리지만 열심히 준비한 정민규, 김한나 어린이가 상영에 앞서 ‘나쁜 친구’, ‘건전지 아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었고, 관심 있게 볼 포인트를 짚어주었습니다. 상상력 가득한 시선으로 색다른 관점의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차분히 설명해 주어서 아이들의 노력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각 작품의 다양성에 대한 접근이 좋아서 짧은 단편 애니메이션이었지만 즐겁게 볼 수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주변에 있는 여러 사물, 생명체나 보이지 않는 존재에도 이름을 붙이고 말을 걸기도 하며 다양한 친구들을 만들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잊어먹게 됩니다. 이야기는 무엇과도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꿈같은 여섯 살 무렵의 시절을 보여줍니다. 한창 보살핌이 필요한 제연이, 며칠간 집을 비운 엄마와의 안부 전화에 친구 스위티를 언급하며 재잘거리지만, 상상 속 충치 벌레인 스위티는 결국 친해진 대가로 치과에 가게 되고 치료를 받은 뒤 둘 사이는 예전 같지 않게 되죠. 스위티가 전처럼 웃어도 고개를 홱 돌려 모르는 척하고 이제는 할머니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양치를 합니다. 그런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스위티는 어디론가 사라지죠. 하기 싫은 양치질에 생겨난 충치, 씁쓸한 치료의 기억과 함께 사라져가는 무형의 친구는 어떻게 됐을까요?
02. 건전지 아빠
털실과 구름 솜으로 제작한 인형 캐릭터가 눈길을 사로잡는 인간 가족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는 건전지 아빠의 일상을 따라가는 작품입니다. 아침에 잠을 깨우는 시계의 자명종, 점심에는 아이가 가지고 노는 공룡 로봇, 저녁에는 아빠 손에 쥐어진 TV 리모컨으로 활약하고, 새벽에는 전자 모기채로 가족의 밤잠을 방해하는 모기를 퇴치하는 열혈 아빠의 모습을 담습니다. 그리고 야외로 놀러 갔을 때 갑작스러운 폭우에서 가족들을 구하게 되는 손전등으로 자신을 희생하죠. 그렇게 건전지로서의 운명이 다 했나 싶었지만, 힘겹게 돌아온 집에서 아이들의 사랑으로 다시금 충천되는 모습을 담습니다. 의인화를 통해 가족 생계를 위해 노력하는 아빠가 아이들에게서 힘든 하루를 보상받고 위로받는다는 보편적 이야기를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03. 내 친구 물방울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식물 용을 만난 물방울이 함께하는 여정을 그린 작품으로, 처음에는 도움을 받는 입장이지만 계속되는 더위에 식물 용 또한 생기를 잃어갑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그를 구할 수 있음을 깨닫고 희생을 통해 다시금 생명을 지키게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죠. 우정과 희생이라는 테두리에 자연 순환적인 생태계의 그림을 넣어서 아이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짧지만 인상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줍니다. 파리의 디자인&애니메이션 사립학교 학생들의 작품인 만큼 표현에 있어서 더욱 간결하고 재미있게 그려져있습니다.
04. 두려움을 떨쳐낼 용기
바다를 무서워하는 해달이 자신에게 소중한 분홍색 조개 목걸이를 바다에 빠드리면서 두려움에 맞서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태어나고 가족의 품을 벗어나 새로운 환경과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저마다의 노력이 필요하고 낯설고 어색한 순간을 넘어 받아들이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죠. 해달에게도 두려운 그 순간, 자신에게 손을 내밀며 용기를 주는 존재가 나타납니다. 결국 새로운 세계를 향해 발을 내딛게 되는 아이들 또한 그러한 용기가 필요하고 이를 잘 이끌어 줄 부모를 포함한 주변의 역할이 중요하며, 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필요하다는 걸 말합니다. 누구나 처음은 어색할 수밖에 없고, 받아들이는 과정과 시간의 차이가 있을 뿐 그 순간을 뛰어넘어 나아가는 아이들을 올바르게 이끌어 줄 우리의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느끼게 해줍니다.
05. 친구에게 양보를!
한 아이가 아빠와 같이 잡은 물고기를 혼자서 사냥을 하지 못하는 새끼 곰에게 나누어주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아빠는 힘들게 잡은 물고기를 나누어주는 아들을 혼내죠. 결국 몰래 나눠주다 들키게 되고 아빠가 새끼 곰을 쫓아내려는 걸 막다가 절벽 아래로 떨어집니다. 아이는 그곳에 쌓여있는 물고기와 다친 엄마 곰을 보고 새끼 곰의 상황을 알게 되고, 아빠 또한 그 모습을 보고 구해주며 상처도 치료해 주죠. 이후 이야기는 전래 동화 속 은혜 갚은 까치처럼 상부상조하는 동물과 사람의 모습을 담습니다. 누군가를 돕는 것에는 사람과 동물, 개개인의 차별적인 모습은 필요하지 않겠죠?
06. 어떤 하루
서울 어느 공원의 물속, 2년간 기다림 끝에 유충에서 성충이 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 하루살이 하루와 닐리를 담습니다. 서로를 좋아하지만, 사랑을 하면 곧 죽게 되기 때문에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각자의 꿈을 쫓아가려 하죠. 하루만 살기에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많은 하루살이를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비유합니다.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모든 욕망을 버리고 살아가는 것도, 하루를 살기 때문에 후회 없이 즐기는 것도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이니까요. 결국 하루와 닐리는 하루를 살아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행복한 시간을 선택하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보고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해지네요.
나이대별로 ‘5 플러스’, ‘10 플러스’, ‘14 플러스’로 나누어진 섹션 중 언어장벽이 불필요한 작품들로 구성된 ‘5 플러스’를 통해 아이들의 도슨트를 듣고 6편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나보았습니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작품들이 아니기에 더 좋은 시간이었고, 보편적이면서도 다채로운 시선들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얼마나 공감하며 이해할지, 더불어 스스로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일지도 궁금했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행사가 끝이 나는데 남은 기간도 열심히 즐겨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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