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필 K2022-03-22 17:41:25
철학적 고찰은 없고 영상미와 액션만 자랑한다
<극장판 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레시브-: 별 없는 밤의 아리아> REVIEW
필자는 원작 시리즈인 소드 아트 온라인을 단 한편도 보지 않은 사람이라 걸즈 앤 판처 최종장 같이 내용이 이해 안가면 어떡하나 우려가 많았지만, 다행히 본 영화의 내용은 1부의 리메이크 이기에 서사 이해에 전혀 문제는 없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가상세계에서 나갈 수 없게된다는 설정은, 마치 현재 실제로 가상현실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비판적 시선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와 같은 긍정적, 부정적 시선은 이를 심도 깊게 다뤄낸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같은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지만, 본 작품은 단순 오락성 액션만 존재할 뿐, 철학적 고찰은 전무해 안타깝다. 이러한 고찰을 할려고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한 호소다 마모루의 "용과 주근깨 공주" 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가상현실 이라는 심도 깊은 주제를 단순히 유희성 소재로 소모해버린 것은 아쉬울 따름. 다만 액션씬은 공을 들인 것이 눈에 띄일 정도며, 캐릭터들은 현재로서는 과하게 통상적인 재패니메이션 캐릭터들이라 특이점이 없지만, 빛을 되게 아름답게 활용하는 영상미가 일부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영화 외적인 부분으로 4DX 포맷이 다채롭고 세밀하게 설정되어있어, 4DX라는 포맷의 기술적 측면과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는 주목할만한 작품이라 생각이 든다. 심도 깊은 철학적 고찰은 전무해 예술적인 깊이는 없지만, 오락성 재미는 갖추고 있는 영화라 평하고 싶다. 솔직히 현재 TVA 기반 일본 애니메이션 중에는 오락성 마저도 전무한 캐릭터팔이만 존재하는 영화도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
*이 글은 원글 없이 새로 작성된 글이며, 출처란에는 작성자의 인스타그램 주소를 기재하고 있습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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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틱, 틱... 붐!' 리뷰
**영화는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왜 창작을 할까? 왜 손에 잡히지 않는 글자를 매만지는 걸까. 왜 그 험난한 과정을 인내해가며 버티는 것일까. 글이 잘 써지지 않는 날이면 이빨에 치석이 낀 것처럼 상당히 찝찝하다. 여기선 찝찝하다는 표현이 적절할까? 상쾌하지 않은 상태, 그렇지만 불쾌하다고 표현하면 지나치게 감정적이다. 나는 내 상태를 명쾌하게 진단했으니 좀 더 이성적인 표현이 어울린다. 갑갑한 마음에 아무런 단어나 덧붙일 수는 없다. 글은 오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 '치석이 낀 것처럼 잡념이 뇌의 시냅스를 막는다.' 흠, 시냅스를 막는다는 말은 적절한가? 의학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 비유인가? 이렇게 한 문장이 막혀버리면 어떻게 남아있는 이 광막한 여백을 채우지?
글을 쓴다는 건 저런 생각들의 반복이다. 나는 저런 생각의 흐름으로 글을 쓴다. 저 과정이 온전히 자판 위에서 벌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만 자정을 넘어서 두드리는 키보드는 대부분의 조용하다. 책상 위에 너저분하게 놓인 손목시계는 제 모양과는 상관없이 움직인다. 새벽 언저리에 들리는 시곗 소리는 그 웅장함이 천둥 같다. 초침이 분침을 밀어내고, 분침이 시침을 밀어낸다. 주기적으로 울리는 초침 소리는 둔탁하다. 초침이 부추기는 소리에 힘겹게 손가락을 자판에서 떼고 나면, 내가 글을 쓰는지 손가락이 지맘대로 움직인 건지 알 길이 없다.
조너선 라슨도 그랬다. 도저히 2막에 들어갈 곡을 써 넘길 수가 없다. 10분 앉아있다가 집에 날아온 고지서를 확인하고 시리얼을 먹고, TV도 좀 보다가 '자 이제 써볼까~' 하면 쓸 수가 없다. 아무 상관없는 설탕 노래는 그냥 영감이 솟아나서 세 시간 만에 뚝딱 만들었는데 정작 극에 들어갈 곡은 써내질 못한다. 그렇지만 멈출 수는 없다. 8년을 준비했으니까. 열심히 얻어먹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버틴 세월이 있으니까. 재능이라도 없다는 걸 미리 깨달으면 어떻게 포기라도 쉬울 텐데 말이다. 먹구름이 짙게 끼어서 비가 오겠거니 싶어 우산을 들고나갔더니 햇빛 한 줄기가 따라오는 모양새다.
전문가의 한 마디나 주변 친구들의 응원과 기대, 재촉하는 시간은 선택으로 밀어 넣는다. 삶에 대한 전방위적 압박에서는 선택의 순서를 매길 수가 없다. 순서가 사라지니 균형은 박살 난다. 과도하게 집착하며 시간을 투자하는 일이 있는가 하면 1초도 내어줄 수 없는 일도 생긴다. 판단의 기준은 이기적으로 바뀐다. 내 시간을 내 일에 투여하기 위해 사투를 벌여야 한다. 바로 앞에 놓인 길도 걷지 못하는데 주변을 살펴볼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시간을 들인 노력이 정량적인 결과치를 보장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궁지에 몰리면 초인적인 기운을 낼 수도 있겠으나 확신할 수는 없다.
조너선은 웃음을 잃어간다. 예전에 친구들과 함께할 때는 웃을 수 있었다.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있어도 조너선의 농담은 먹혔다. 그때는 모두가 같이 웃었다. 서로의 인생을 이해할 수 있었다. 대장정의 마무리가 눈앞에 보이기 시작하면서 조너선은 초조해진다.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지 못하면 무너질 것을 알았고, 지난 세월이 무상해질 것을 알았기에 웃을 수 없었다. 점점 웃음을 잃어가던 조너선이 그나마 웃을 수 있는 건 철저하게 물질적인 순간들 뿐이었다. 능력이 발휘된다고 믿던 때뿐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그는 홀로 웃는다. 친구들은 모든 걸 쳐내고 몰두하는 조너선을 공감해줄 수 없었다. 그때의 그는 시간의 주인이 아니었기에.
앤드류 가필드의 연기도 놀랍고 온도가 그대로 느껴지는 화면도 환상적이었다. 빽빽하게 사람들로 구성을 짜서 느껴지는 압박감과 그걸 노래로 발산해내는 장면도 너무 좋다. 농담과 인생의 접점과 인간관계라는 저울이 선명하게 느껴지는 비유가 좋았다. 조너선의 선택 중에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없었다. 촘촘하게 꾸며진 장면들을 통해 묘사는 설득력을 더한다.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마무리되는지는 반드시 직접 봐야 한다. 창작 활동과 일상생활은 별개의 선로를 달리다 의외의 접점에서 만나 교차한다.
작가는 기획 의도를 다듬어내는 것 이상으로 준비할 것이 없다. 거창한 이유를 늘어놓기 시작하면 만드는 작품들이 교조적이게 된다. 좋아해야만 하는 이유로 가득 찬 작품들만 만들어진다. 당위로 가득 찬 작품은 관객의 시선을 통제한다. 그런 것보다는 실패할 수 있는 작품이 훨씬 낫다. 왜냐면 작품은 언제나 작가의 삶 일부분을 떼어내서 만들어지니까. 주관적인 느낌에서 자신의 창작물이 비루해 보일 수 있어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각자의 인생 트랙을 완주해내려는 것처럼 걸어가야 한다.
사진 출처 : 다음 영화 '틱, 틱...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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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이 촬영까지 한 작품들과 영화 제작시 이점
원래 영화감독은 다 할 줄 알아야 된다면서요?
영화감독이 연출,촬영까지 직접 한 작품들을 모아왔습니다.
감독이 카메라를 잡으면 그들의 창의적 비전이 화면에 더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영화의 스타일과 톤을 일관되게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죠
또한, 촬영 감독과의 의사소통 과정을 생략하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장면을 조정할 수 있어 작업 속도가 빨라집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고 수정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인데, 이는 각도나 조명, 배우의 연기 등을 실시간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합니다.
인디 영화나 저예산 영화의 경우, 감독이 촬영까지 맡으면 인력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어 제작비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촬영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시도할 수 있어 창의적인 장면이 탄생할 가능성도 높아지죠
영화감독이 촬영까지 맡은 작품들을 소개합니다.
백치들 줄거리
카렌은 아들의 죽음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 레스토랑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백치 행위 그룹에 합류한다. 처음에는 그들의 행동에 의문을 품지만, 점차 동화되어 백치 행위에 몰두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은 일상에 지장을 받게 되고, 흥미를 잃으며 그룹은 분열된다. 스토퍼는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가족들 앞에서 백치 행위를 하자는 제안을 하고, 대부분의 멤버들이 실패하며 그룹은 해체된다. 카렌은 가족들 앞에서 자신의 진실된 백치 행동을 보여주기로 결심한다.
킬러스 키스 줄거리
데이비 고든은 1라운드에서 애송이 로드리게의 강한 펀치 한방으로 나가떨어지고 난 뒤 복싱계에서는 더 이상 설 곳을 찾을 수 없어 보이는 복서다. 그리고 데이비와 바로 이웃집에서 창문을 마주하고 있는 글로리아 프라이스는 플레져랜드에서 직업적으로 활동하는 댄서. 글로리아는 그의 상사이자 애인인 빈센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려지만 그는 쉽게 그녀를 놓아주지 않는다.
별안간 데이비의 인생에 끼어 든 글로리아. 이로써 둘은 서로의 문제에 얽혀들게 되고 글로리아의 애인 빈센트는 둘을 극도로 시기한다. 결국 빈센트는 데이비를 죽이기 위해 청부살인을 요청하지만 실수로 데이비가 아닌 그의 친구가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한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데이비와 글로리아는 빈센트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하는데...
인랜드 엠파이어 줄거리
헐리우드 스타 니키 그레이스는 간절히 바래왔던 새 영화 슬픈 내일의 환희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영화는 폴란드 단편 47의 리메이크작이며, 원작의 주연 배우들이 살해된 미스터리가 있다.
촬영 중 니키와 상대 배우 데본은 역할에 몰입하며 현실과 영화를 혼동하기 시작한다. 그들은 원작 배우들이 넘지 말아야 했던 감정의 선 때문에 피살되었음을 알게 된다. 니키는 현실과 영화를 혼동하며 급기야 현실과 영화 속 세계를 구분하지 못한 채 시공을 넘어선 차원에 이르고, 초현실적 경험을 계속하게되는데...
탠저린 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 LA 도심에 탱탱볼 같은 그녀들이 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사랑스러운 트랜스젠더 ‘신디’는 자신이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의 남자친구 ‘체스터’가 진짜 여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디와 그녀의 절친 ‘알렉산드라’는 이 추문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LA 거리를 휘젓고 다닌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시작된 골 때리는 그녀들의 바람둥이 소탕 작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팬텀 스레드 줄거리
내 사랑이 널 완성할거야.
1950년 런던. 왕실과 사교계의 드레스를 만드는 의상실 우드콕의 디자이너 ‘레이놀즈’는 우연히 마주친 젊고 당찬 ‘알마’에게 첫눈에 반한다. 레이놀즈 인생 최고의 뮤즈이자 유일한 연인이 된 알마. 마치 환상처럼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레이놀즈가 만든 세상의 일부일 뿐인 그녀는 자신의 전부인 사랑을 걸고 그의 인생을 망치기로 한다.
데쓰 프루프 줄거리
텍사스 주의 작은 도시 오스틴. 인기를 한 몸에 끌고 있는 섹시한 라디오 DJ 정글 줄리아는 친구인 알린, 셰나와 셋이 모처럼 신나는 밤을 보낼 예정이다. 밤 새도록 동네의 바를 섭렵하며 신나게 웃고 춤추는 세 사람, 그러나 어딘가에서 조용히 이들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었으니….
자신 뿐 아니라 아름다운 미녀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에서 삶의 위안을 얻는 스턴트맨 마이크(커트 러셀 역)가 바로 그다. 자신의 차를 ‘100% 데쓰 프루프(절대 죽지 않는)’의 안전한 차라고 소개하며 안전귀가를 책임지겠다고 미녀들을 유혹하는 마이크. 어느 날, 또 다른 미녀들을 노리던 그는 인생 최고의 제대로 된 적수들을 만나게 되는데…!
씬 시티 줄거리
형사 하티건은 천사와 같이 순수한 댄서 낸시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총을 잡는다. 그러나 상원의원인 아버지의 권력을 이용하는 유괴범 로크는 낸시를 손에 넣기 위해 하티건을 죽음으로 몰아간다. 거리의 파이터인 마브는 하룻밤 사랑을 나눈 금발 여인 골디가 다음날 아침 싸늘한 주검이 되어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게 된 마브는 그녀를 위해 복수를 시작한다. 한편 올드 타운에서 부패한 형사반장이 살해당하는 사건에 휘말린 사진작가 드와이트는 타운의 보스인 게일과 함께 경찰의 비호를 받는 갱들과 한바탕 전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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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싫어서 | 모험은 위험할수록 좋으니까
계나는 한국을 떠난다. 한국이 싫어서, 여기서 더는 못 살 것 같아서.
그럭저럭 괜찮은 대학의 졸업장, 안정적인 직장, 오래 사귄 금수저 남자친구, 그와의 결혼, 조금만 버티면 다가올지 모르는 약간 더 나은 미래. 이런 것들은 계나에게 행복이 되어주지 못한다. 계나는 불확실한 내일을 기다리기보다는 지금 당장 행복하고 싶다. OECD국가 중 자살율 1위인 이곳에서 계속 살다간 ‘자살하거나 암 걸려 죽거나 둘 중 하나‘라는 비관적 결론에 이른 계나는 떠난다. 영하의 날씨에 어깨를 움츠리지 않아도 되는 따뜻한 나라로. 지구 반대편의 뉴질랜드로.
뉴질랜드로 떠난 계나의 삶은 순탄치 않다. 행인에게 영어 실력을 지적당하고, 인종차별을 일삼는 직장 동료도 있다. 한순간의 치기로 재판에 회부되기도 한다. 영화는 외부인으로서의 계나의 삶을 미화하지 않는다. 도망친 곳이 낙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계나는 여러 인물들의 죽음에 함께 있다. 이번이 마지막 겨울이기를 바랐던 고시생 친구 경윤의 죽음, 돈 대신 행복을 모으라던 희망 전도사의 죽음, 겉으로는 완전해 보였던 하준이 가족의 죽음까지. 계나는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디로 도망쳐도 나름의 추위와 슬픔은 존재한다는 것을.
계나의 행복은 소박하다. ‘춥고 배고프지만 않으면’ 행복한 계나에게 한국에서의 매일은 시리고 굶주리다. 겨울이 아닐 때에도 발걸음은 종종거리고 어깨는 한없이 움츠러든다. 모든 것에 계급이 존재하고, 자신의 위치에 집착하고, 타인의 인정에 따라 살아가야 하는 한국에서 계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자꾸만 매년 더 추워지는 겨울이다. 뉴질랜드가 계나의 낙원이 아닐지라도, 추울수록 가난이 드러나는 얇은 코트를 걸치고 한없이 초라해지지 않아도 되기에 계나는 그곳에서 자유롭다.
이 영화는 번잡하게 시점을 넘나들고, 감정이 넘치고, 결론이 모호한 불친절한 영화이다. 엔딩에서 계나가 어디로 가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영화를 관통하는 한 문장을 추출해 보자면 포기는 결코 뒷걸음질이 아니라는 말이 되겠다. ‘공기 좋고 햇빛 잘 드는 것’이 행복이라던 경윤은 마지막 기회를 포기하지 못해 시들었으나, 한 학기 남은 졸업을 포기하고 다른 꿈을 찾은 재인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한국에서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뉴질랜드로 온 계나는 뉴질랜드에서의 학위 또한 내던진 채 또다른 따뜻한 나라로 떠난다.
사실 행복은 과대평가된 개념일지도 모른다. 거창해 보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도 사소하고 주관적이며 모두가 원하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지나온 길을 포기하지 못해 잔혹한 현실에 기대어 행복을 향유하지 못하는 청춘들에게 영화는 새로운 마음을 먹었다면 포기는 뒷걸음질이 아니라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도 된다고 말한다.
영화 속 재인의 삶이 ‘희망편‘이라고 한다면, 계나의 삶은 지독하게도 ’현실편‘이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뉴질랜드에 정착해서 살게 된 재인과는 달리, 계나는 서른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시행착오 속에 살고 있다. 그럼에도 또다시 한국을 떠나는 계나의 뒷모습이 쓸쓸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어떠한 다짐이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다시는 춥지 않겠다고, 더 따뜻한 곳을 찾고야 말겠다고. 이 시험에 붙지 않더라도 어딘가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겠지? 라고 묻던 경윤의 질문에 새로이 가방을 싼 계나는 이번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어때. 그걸 찾느라 좀 헤매면 어때. 그게 한국이 아니면 어때.
영화는 명확한 끝맺음을 주기보다는 그저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자꾸만 한국을 떠나려는 계나에게 어디로 가나 힘든 것은 똑같다고,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사는 것이 옳다며 참견하고 싶어진다면 그것은 당신의 자유다. 계나가 한국을 떠나 행복할 자유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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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소희야, 미안해
Summary
춤을 좋아하는 씩씩한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 졸업을 앞두고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복직한 형사 유진. 사건을 조사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고 그 자취를 쫓는다.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언젠가 마주쳤던 두 사람의 이야기. 우리는 모두 그 애를 만난 적이 있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Cast
감독: 정주리
출연: 김시은, 배두나 외
저는 종합고등학교의 인문계 학생이었습니다. 종합고등학교는 인문계와 실업계를 함께 운영하는 학교입니다. 동아리 활동을 제외하고는 학교에서 실업계 학생들과 만나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업계 학생들의 이름만큼은 매일 목격할 수 있었죠. 학교 정문에 붙은 플래카드에 '김OO(2학년) OO은행, 최OO(3학년) OO기업...'과 같은 취업 현황이 항상 적혀 있었거든요.
어쩌면 우리 학교에도 플래카드를 걸기 위해 희생되어야 했던 '소희'가 있었을까요? 복잡한 마음을 안고, 현장실습생의 죽음 이면의 진실을 그리는 영화 <다음 소희>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 ⊙ ⊙
<다음 소희>는 크게 1부와 2부로 나뉩니다. 1부에서는 현장실습에 투입된 고등학생 '소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고 마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트레스가 관성이 된 콜센터라는 공간에서 노동의 대가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실적 압박과 악성 고객 대응을 견디는 현장실습생의 현실을 '소희'의 관점에서 보여주죠. '소희'는 사무실 여직원이 된 기쁨에 열성을 갖고 일해보지만, 점점 고통받으며 메말라가다가 결국 자살을 선택합니다.
2부에서는 형사 '유진'이 '소희'가 떠나간 자리를 살피며 현장실습생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문제를 짚어나갑니다. 자살자에 대한 예의 정도로 수사를 시작했던 '유진'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현장실습생들의 현실을 마주하고 고통스러워하죠. 1부와 2부를 모두 깊이 있게 다루다 보니 영화는 2시간 20분가량으로 꽤 긴 편입니다. 그러나 과하거나 넘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 얼마나 많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가 담겨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완동물관리과 학생이 오직 취업률을 위해 전공과는 전혀 무관한 통신회사에서 일합니다. 부당한 이중계약을 통한 노동력 갈취는 당연한 절차처럼 여겨집니다. 저임금으로 고강도 감정 노동을 시키면서도 어떠한 존중과 배려도 없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에게는 '취업률을 떨어뜨린 복교생'이라는 낙인을 찍습니다. 어린 사회초년생을 괴롭히는 사회구조가 어떻게 이렇게 공고할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그만두었으면 됐잖아."라는 말을 쉽게 던지지만, 그 누구도 그만둘 수조차 없었던 '소희'의 상황을 책임지려 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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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는 춤추는 '소희'에서 시작해서 춤추는 '소희'로 끝납니다. 연이어 춤 동작에 실패하는 '소희'로 시작해서 끝끝내 춤 동작을 완성해내는 '소희'로 끝납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소희'로 시작해서 더는 현실에 없는 '소희'로 끝납니다. 실패하더라도 심기일전해서 일어날 만큼 활기와 열정이 있던 '소희'가 한겨울의 저수지에 몸을 던질 만큼 메말라가는 모습을 관객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소희'가 분명히 존재했던 공간들을 되짚어가는 '유진'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관객과 같은 무력감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유진'은 스마트폰 안에 담긴 '소희'의 유일한 유산(춤 영상)을 보며 분노, 회의, 좌절, 그리고 죄책감의 눈물을 흘립니다. 관객은 '소희'를 지키지 못한 '유진'의 허망함과 슬픔에 깊이 공감하게 되죠. 이것이 영화가 '소희'의 현실을 묘사한 1부에서 그치지 않고, '유진'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2부를 마련한 또 다른 이유일 것입니다.
많은 영화가 흥미와 재미를 높이기 위해 플롯을 이리저리 꼬곤 합니다. 그러나 <다음 소희>는 복잡한 플롯 대신 흘러가는 시간순으로 '소희'와 '유진'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냅니다. 그런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구성은 관객으로 하여금 당사자인 '소희', 그리고 관찰자인 '유진'에게 더 깊이 감정 이입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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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소희>는 영화 곳곳에 숫자와 이름이 가득한 실적표를 배치해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과잉 경쟁과 지나친 효율우선주의를 시각화합니다. 콜센터에서는 현장실습생의 실적을 비교하고, 본사에서는 지역별 콜센터의 실적을 비교하고, 학교에서는 반별 취업률을 비교하고, 교육청에서는 학교별 취업률을 비교하고, 교육부에서는 교육청별 취업률을 비교합니다. 효율만을 따지는 현장에서는 실습생들을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부속품 정도로 생각하죠. 과잉 경쟁과 효율우선주의 끝에는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 학생이 있습니다.
'소희'의 현장실습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모든 사람은 과잉 경쟁과 효율우선주의로 점철된 시스템만을 탓합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문제인 걸 알면서도 비판 의식 없이 시스템을 따르는 것은 명백한 잘못입니다. 단 한 명이라도 모른 체 하고 있던 문제들을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면, '소희'는 죽지 않았을 겁니다. 결국 우리 모두가 '소희'를 죽인 가해자인 셈입니다.
실제로 전주 콜센터 현장실습생 자살 사건이 벌어진 뒤, 정부는 고등학생 현장실습 제도를 폐지했습니다. 하지만 곧 고졸 학생의 취업 길을 막는다는 반발이 이어지면서 1년 만에 부활했죠. 현장실습 제도 폐지는 옳은 대처가 아니었습니다. 제도만 없애는 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일 뿐입니다. '다음 소희'를 지키려면 모두가 책임지고 바꿔내야만 합니다. 취업률을 올리기 위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일자리로 내모는 짓을 멈춰야 합니다. 과잉 경쟁과 효율우선주의를 부추기는 사회 분위기를 해소해야 합니다. 어린 사회초년생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합니다. 현장실습생을 비롯해 모든 노동에 대해 정당한 임금과 대우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는 '다음 소희'를 지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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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카드에 적힌 취업 현황을 보며 먼저 취업하는 또래들을 부러워했던 어린 날의 제가 떠오릅니다. <다음 소희>를 보고 나니, 그때의 제 생각이 활활 불타고 있던 우리 사회의 경쟁 시스템에 마른 장작 하나를 더 집어넣은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듭니다. 관객들의 마음이 담긴 포스터처럼, '소희'에게 보내는 편지로 글을 마칩니다.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세상이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Schedule in SIWFF2023.08.27(일)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4관 19:00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간: 08월 24일 -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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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성과 연결, 마블의 분위기 전환
우리는 살면서 계속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 처음 태어나 부모를 만나고 주변 가족들을 만난다. 그러다 자라면서 친구와 지인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렇게 조금씩 범위를 넓혀가는 관계는 만나는 횟수가 많아지면서 더 신뢰하고 의지하는 존재로 변해간다. 때론 다투기도 하고 멀어지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에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연결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과 함께한다. 가장 가까운 나의 가족을 만드는 일은 현재에는 꼭 결혼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누군가와 강한 연결관계가 되어간다는 건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 그리고 각자가 서로 연결되어있을 때 그 힘은 막강해진다.
인터넷의 발달로 우리는 가까운 곳의 관계뿐 아니라 먼 나라의 사람들과 연결될 기회를 만들었다. 인터넷 속에서 우리는 다양한 인종과 여러 성향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먼 곳의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또한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과 가까워질 기회도 있다. 그 관계에는 높고 낮음이 없고 다른 인종이라고 할지라도 강한 연결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기는 그렇게 다양한 연결의 모습이 만들어지는 때다. 어려움이 있으면 연대하고 서로 연결된 관계 속에서 힘을 얻어 행동으로 이어나간다. 아무리 큰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렇게 서로 연결된 힘이 있으면 쉽게 그것은 깨지지 않는다.
다양성과 연결에 대한 이야기
영화 <이터널스>는 다양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들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마블의 새로운 영화다. 영화 속 이터널스 주요 인물들은 포식자인 데비안츠를 막기 위해 지구로 온 히어로들이다. 7천 년 전 지구에 온 이후 주요 지역에 지구인과 생활하면서 주변에 나타나는 데비안츠를 사냥했고, 그 포식자들이 모습을 완전히 감춘이후에는 각자의 삶을 지구에서 보내게 된다. 그들은 우주와 이터널스를 창조한 '셀레스티얼'이라는 존재를 따르고 있으며, 지구로 와서 데비안츠를 사냥하는 것도 그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이터널스 조직을 이끄는 리더인 에이작(셀마 헤이엑)은 셀레스티얼과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존재로 그의 말에 따라 지구에서의 생활을 리드한다.
<이터널스> 안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다양하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세르시(젬마 찬), 이카리스(리처드 매든)를 비롯해 테나(안젤리나 졸리), 길가메시(마동석), 킨고(쿠마일 난지아니), 마카리(로렌 리들로프), 파스토스(브라이언 다이리 헨리), 드루이그(베리 케오간) 그리고 스프라이트(리아 맥휴)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숫자도 많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특성도 다양하다. 백인, 아시아인, 남미인 등 인종으로 구분할 수도 있고, 양성애와 동성애 같은 성향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실제로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까지 포함되어 있어서 그 어떤 히어로 영화와 비교해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그들의 다양한 구성 자체에 이 영화가 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생태계에서 볼 수 있듯이 다양성은 생명을 순환의 고리에 넣어 오랜 시간 동안 존재할 수 있게 만든다. 다양성으로 인해 여러 포식자들이 등장하고 때론 그들 사이에 충돌이 생기지만 여러 아픔과 복잡한 사건들이 벌어진 이후에 좀 더 나은 존재가 탄생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세상을 번성하게 할 아이디어들도 등장한다. 그래서 이터널스의 구성원들이 가진 다양성은 그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되고 동기가 된다. 그들이 포식자가 된 데비안츠를 물리치는 일도 결국에는 지구 생명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함이다.
지구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지구로 온 이터널스
그들이 맨 처음 지구에 왔을 때부터 꽤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힘을 합쳐 괴물 데비안츠를 물리친다. 꽤 긴 시간 동안 그들은 함께하며 공통의 목표를 이루어 나가는데 힘을 모은다. 그들이 가진 각자의 특성은 지구 안에 존재하고 있는 데비안츠들을 물리치는 일이 원활히 진행되게 만든다. 결국 지구 안의 데비안츠를 모두 물리친 이후 목적을 잃은 그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오랜 시간 같이 지내며 각자가 가진 의견이 달라졌고, 가고자 하는 방향도 달라졌다. 그렇게 따로 생활하게 된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가진 힘도 서서히 약해진다. 개개인의 능력은 여전할지 몰라도 이터널스라는 집단의 힘은 줄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자신들의 힘이 필요하지 않는 시기가 도래했고 이에 그들 스스로 자신의 힘을 내려 놓았다는 점에서 그들은 데비안츠라는 파괴적 존재와 비교 했을 때 좀 더 나은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오랜 시간 지구에 머물렀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지구라는 행성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이것은 그들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도 힘을 주는 또 다른 근원이 된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말할 수 있을 그 애정은 지구인들이 싸우고 서로 칼을 찌르는 상황에서 그들을 도와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사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신적인 존재인 그들이 지구인들을 돕는 건 아주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왜인지 그들을 이끄는 셀레스티얼은 지구인의 일에 개입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다. 역사 속에서 수없이 잔인한 전쟁과 질병이 지구인들을 괴롭혀도 이터널스는 그것에 개입하지 못했다. 그것이 전 우주적으로 벌어졌던 이벤트인 악당 타노스의 악행에도 이터널스가 개입하지 못하게 된 이유가 되었다.
영화는 이터널스 멤버들 간에도 지구인의 일에 개입을 하는 것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것을 명확히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후반부 내내 멤버들은 하나로 뭉치는 모습이 아니라 계속 서로를 의심하고 밀어낸다. 영화 <이터널스>에는 셀레스티얼이라는 강력한 존재가 등장하고, 어떤 이유로 엄청나게 진화해버린 데비안츠가 등장함으로써 기본적인 긴장감을 바탕에 깐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높은 긴장을 불러오는 것은 이터널스 멤버들 간의 갈등이 폭발하는 때다. 실제로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도 이 구도는 계속 이어진다. 마지막까지 서로 간을 설득하며 연결을 시도하려는 모습은 마치 현재 다양한 인종들이 뒤섞여사는 현실에서 다양성의 융합을 통해 힘을 극대화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닮아있다. 결국 가장 큰 힘이 되는 건 수없이 발현된 다양성을 하나로 모아 융합하는 것이다.
영화는 과거에서 현재가 되기까지 각 구성원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하나씩 보여주며 영화의 중반까지 진행해 나간다. 그들 각자가 가진 사연이 결국 후반부에 이어지게 되지만 그 시간 동안 그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봐야 하기 때문에 조금 인내심이 필요하기도 하다. 15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서 너무나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그 모든 인물들은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기존의 히어로들이 아니어서 그들에게 익숙해지는데 필요한 시간에는 한참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기존 마블 영화에 비해 그 안의 캐릭터와 공감하고 그들의 행동에 의한 감정적 울림은 상대적으로 떨어져 보인다. 그래서 결말부 몇몇 캐릭터들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기존 마블 영화와 차별화되는 이 영화의 메시지
하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의 각기 다른 특성과 능력이나 그들이 향하는 방향 속에 포함된 영화의 주제의식은 다른 마블 영화에 비해서 또렷한 편이다. 여러 가지 설명이 미흡한 부분이나 캐릭터 행동의 변화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터널스 멤버들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떤 방향인지, 그리고 향후 이어질 마블 영화가 어떤 주제의식 안에서 진행될지를 보여준다는 개괄적인 의미는 가지고 있다. 이들이 가진 다양성과 그 다양성이 한곳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뚜렷한 주제의식이고 그것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도 강조되는 부분이다.
영화를 연출한 클로이 자오 감독은 <노매드랜드> 로 베니스 황금사자상,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감독상을 받는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여러 수상을 했다. <노매드랜드>에서 사람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 연결과 우정,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줬는데, 그런 감독이 가진 자신만의 이야기가 영화 <이터널스>에도 어느 정도 반영이 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 전혀 성향이 다른 두 영화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에서 조금은 통하는 구석이 있다. 마블 영화라는 조금은 특이한 영역에서도 클로이 자오 감독은 자신이 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을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그가 아시아계 여성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마블 히어로 영화에서 오롯이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이터널스> 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안젤리나 졸리를 비롯해 한국 배우인 마동석은 길가메시 역으로 등장해 그가 가진 특유의 타격감 있는 액션을 펼친다. 젬마 찬, 리처드 매든, 셀마 헤이엑, 쿠마일 난지아니 등 다양한 인종의 배우들이 출연하여 그들이 가진 특유의 감성과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영화가 가진 주제와 맞닿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비록 기존 마블 영화와 같은 밝고 오락적인 영화는 아닐지라도 앞으로 개봉할 마블의 다양한 영화들이 어떤 곳으로 향할지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마블의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게 하는 영화다. 또한 아쉬움은 있더라도 영화에 포함된 다양한 액션 장면은 여전히 이 영화가 마블 영화라는 것을 상기시켜 준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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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터널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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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트맨 대 슈퍼맨>, 스나이더 컷을 기다리는 이유
작년 5월 20일, 잭 스나이더 감독은 본인이 제작, 감독을 맡은 <저스티스 리그> '스나이더 컷'이 2021년에 HBO 맥스에서 공개될 거라고 발표했다. 프로젝트에서 그가 개인사로 하차한 후, 메가폰을 이어받은 조스 웨던 감독이 <어벤져스>를 의식한 듯 밝고 유머스럽게 완성시킨 <저스티스 리그> 개봉 후 혹평을 받으며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많은 DC 팬들은 스나이더 감독의 영화를 공개해달라는 캠페인을 온라인에서 개시해 왔고, 3월 18일에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는 마침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사실 팬들의 요구로 이미 개봉되었던 영화가 재편집되고, 심지어 공개에 이르는 경우는 그다지 흔한 사례가 아니다. 이는 바꿔 말해서 잭 스나이더의 비전과 세계관이 유달리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저스티스 리그>의 전편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고전적인 서사시와 신화에서 느낄 수 있는 숭고함이 바로 그 매력이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슈퍼맨(헨리 카빌)'의 승리로 끝난 슈퍼맨과 조드 장군 간의 격렬한 전투는 메트로폴리스를 파괴했고 일반 시민들에게 수많은 피해를 남겼다. 전투 과정에서 부하 직원들이 죽고 다친 모습을 생생히 경험한 브루스 웨인, '배트맨(벤 애플렉)'은 그동안 타락했던 많은 자들처럼 슈퍼맨 역시 언젠가 타락을 할 것이라 생각하며 사회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한다. 한편 마찬가지로 슈퍼맨을 경계하는 '렉스 루터(제시 아이젠버그)'는 슈퍼맨에 대한 논쟁에 불을 붙이고, 그 논쟁을 지켜보던 배트맨은 세계의 미래를 위해 슈퍼맨의 무모하고 제어할 수 없는 힘을 막기로 결심한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DC 히어로들의 팀인 '저스티스 리그'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를 가장 유명한 두 영웅의 대립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그 대립의 중심에는 팀 이름에 걸맞게 정의(justice)에 대한 상이한 신념이 위치한다. 영화의 영어 제목을 보면 대결을 의미하는 표시로 vs가 아니라 v가 사용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잭 스나이더 감독은 인터뷰에서 단지 두 영웅이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신념, 가치, 정의가 충돌하는 지점을 그려내려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두 영웅이 생각하는 정의는 어떻게 다를까? 배트맨에게 정의란 공포와 형벌이고 그 심연에는 의심이 존재한다. 어린 시절 부모님이 강도에게 살해당한 장면을 목격하고, 그들을 구하지 못했다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그는 박쥐들이 자신을 빛으로 인도하는 꿈을 꾼다. 그래서 그는 배트 시그널로 밤하늘을 수놓은 채 박쥐가 되어서 직접 수많은 범죄자들을 처벌하고, 그 과정에서 친구를 포함해 수많은 이들을 잃으며 점점 인간에 대한 믿음을 내려놓는다. 대상이 누구든 조금의 위험도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슈퍼맨은 도시 하나를 손쉽게 파괴할 수 있는, 반드시 막아 세워야 할 위협 그 자체다.
슈퍼맨의 정의는 정반대다. 그는 크립톤과 지구, 양쪽 부모님의 사랑과 신뢰 속에서 인류의 희망과 도움이 될 운명으로 자라났으며 사람들은 위기의 순간에 그의 가슴팍에 놓인 희망의 상징을 찾는다. 한편 그 역시 사람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자신에 비하면 무력하지만, 그들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가 불합리한 의회의 청문회에 기꺼이 참석하고, 사람들이 만든 질서를 파괴하는 배트맨의 정체를 추적하는 이유다. 그래서 두 영웅, 사람에 대한 의심과 믿음은 거듭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실제로 배트맨이 슈퍼맨을 처음 본 순간부터 그를 죽일 고민을 하는 데 비해, 슈퍼맨은 배트맨에게 기회를 주고 직접 싸우기 직전까지 그를 설득한다.
정반대를 바라보고 있는 두 영웅이 한 팀이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마음을 돌려야만 한다. 영화는 생각을 바꾸는 영웅으로 배트맨을 지목한다. 슈퍼맨을 궁지에 몰아놓은 그는 죽어가는 순간에도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슈퍼맨을 본다. 꿈속에서도 괴물이나 위험한 외계인 정도였던 그로부터 자신처럼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 수도 있는 한 사람을 목격한다. 위험은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믿을 수 있는 대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본인의 신념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마주한 것이다. 이후 슈퍼맨과 힘을 합쳐 둠즈데이와 싸우고, 슈퍼맨이 목숨 바쳐 희생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배트맨은 조금씩 생각을 바꾼다. 슈퍼맨의 장례식에서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팀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가 살아서 이루지 못한 것을 죽어서라도 이루게 해 주겠어"라고 말하는 이유다.
영화는 배트맨과 다양한 공통점을 지닌 렉스 루터를 빌런으로 등장시키면서 그의 변화를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배트맨과 렉스 루터는 모두 명망 높은 사업가이면서도 자신의 목적을 위해 법을 가볍게 무시하는 이중성을 갖고 있으며 영웅과 악당으로서 이중생활을 한다. 또한 부모가 없거나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성장배경의 영향으로 기본적으로 사람들을 의심하기도 한다. 슈퍼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둘은 그의 힘과 선함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한 가지 존재한다. 슈퍼맨을 직접 만난 뒤 자신의 신념과 생각을 바꾼 배트맨과 달리 렉스 루터는 그렇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언론의 프레임을 이용해 배트맨에게 슈퍼맨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면서 두 영웅의 갈등과 대립을 유도하고, 대중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루터. 그는 자신이 슈퍼맨의 부정적인 면, 잠재된 위험성만을 바라보듯 다른 이들도 그 면만을 바라보기를 원한고, 슈퍼맨을 직접 만난 후에도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며 자신의 신념을 바꾸지 않는다. 이러한 두 인물의 대비는 배트맨이 믿음과 희망을 가져야 한다는 슈퍼맨의 신념에 동조하게 되는 과정에 힘을 실어준다. 배트맨과 루터의 존재는 슈퍼맨의 선함과 그가 믿는 신념과 정의가 옳더라도, 그를 바라보는 인간의 태도와 관점에 따라 그가 선함과 악함 사이를 오갈 수 있음을 결국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캐릭터들이 지닌 사상, 가치, 철학의 차이를 잭 스나이더 감독은 전작인 <맨 오브 스틸>이 그러했듯, 고전적인 서사시와 신화를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풀어낸다. 예를 들어 슈퍼맨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구도로 등장하거나 그의 뒤에 해가 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영화는 제우스를 비롯한 많은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를 사실상 신의 위치에 둔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자신에게 거는 막중한 기대를 무거워하고, 자신이 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다고 절망하며, 그 가운데 산에 올라 아버지를 만나면서 마음을 다잡는 슈퍼맨은 마치 겟세마니 동산에서 기도하던 한 남자를 연상시킨다. 목숨을 바쳐서 지구를 구한 슈퍼맨을 보면서 그의 뜻을 따르기로 하는 배트맨과 그러지 않는 루터의 대조는 예수의 제자들 혹은 그와 함께 못 박힌 두 죄수들이 보여준 태도 변화를 닮았다. 이렇게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 방식은 전체적으로 진중하고 어두운 영화 톤에 더해지면서 '숭고함'이라고 부를 만한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상당히 직설적이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MCU와의 결정적인 차이점이다. MCU는 가장 아주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동기를 기반으로 서사를 진행하며 '인간미'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의에 대한 대립에서 만들어진 저스티스 리그와 달리, 어벤져스는 기본적으로 죽은 동료의 복수를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엔드게임>에서 마지막 타노스와의 대결 역시 결국 타노스에게 원한이 가득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복수하는 이야기였다. 물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처럼 그들도 자유, 통제, 책임을 사이에 두고 토론을 벌이지만, 그 토론은 이내 가족과 친구에 대한 애정과 관련된 이야기로 이어진다.
개봉 당시 <배트맨 대 슈퍼맨>은 대중적으로나, 상업적으로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상징과 비유를 읽지 않으면 매우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전개, 스케일은 크고 거대하나 시종일관 피곤하게 만드는 액션, 히어로 간의 애매한 분량 배분, 다음 시리즈를 염두에 둔 무리한 연출 등 여러 단점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배트맨 대 슈퍼맨>이 보여준, 다른 프랜차이즈와 차별화된 비장하고 숭고한 분위기의 세계관은 여전히 많은 팬들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특히 슈퍼맨의 죽음이 아직 잭 스나이더 감독이 구상한 서사의 중간 지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수많은 팬들은 자신만의 매력으로 재무장할 스나이더 컷을 기다리고 있다.
A(Acceptable, 무난함)
잭 스나이더 서사시의 확장을 맡은 2막. 그래도 그의 3막은 봐야 확실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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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흥신소-라떼극장] '반칙왕'에 텔XX비가 나온다고?
영화 흥신소 - 라떼극장 EP.01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에서 발견한 소중한 기억들
2000년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3위에 빛나는 영화
'반칙왕'과 함께 확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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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 #스포일러_없는 #리뷰
최신 외국 영화를 리뷰하고 추천합니다
영화 '조커'를 소개합니다여러분의 구독과 좋아요는
제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 작가 슈라 원칙
1.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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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he has tested me,
I will come forth as gold.
Job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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