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06-20 14:36:39
6월 4주 최신 개봉영화
6월 4주 최신 개봉영화 5편
2022년 6월 4주 개봉영화!
탑건: 매버릭 Top Gun: Maverick , 2021
톰 크루즈가 돌아왔다!
영화 "탑건: 매버릭"은 교관으로 컴백한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과 함께 생사를 넘나드는 미션에 투입되는 새로운 팀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항공 액션 블록버스터입니다
톰 크루즈는 36년 전 자신을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영화 '탑건'의 속편 "탑건: 매버릭"에 제작자와 주연으로 나섰는데요.
다양한 항공 액션도 모두 스턴트 없이 직접 톰 크루즈가 소화했다고 합니다.
또한 톰 크루즈가 생애 열 번째 내한이 확정되어 한국 방문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항공 액션의 리얼리티 끝을 보여주는 영화!
첫번째 추천영화 "탑건: 매버릭" 입니다.
----------------------------------------------------------------------------------------------------------------
룸 쉐어링 My Perfect Roommate , 2021
나문희X최우성
영화 "룸 쉐어링"은 까다롭고 별난 할머니 '금분'과 흙수저 대학생 '지웅'의 한집살이 프로젝트를 그린 영화입니다.
나이부터 성격, 가치관까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생애 처음 '룸 쉐어링'을 시작하는 과정을 통해 유쾌한 웃음을 전하는데요.
이순성 감독은 영화의 출발점에 대해 "노원의 한 도서관에서 룸 쉐어링과 관련한 팜플릿을 봤다.
할머니랑 젊은 대학생이 함께 살면 재밌는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룸 쉐어링의 두 주인공은 베테랑 나문희와 신예 최우성인데요
세대를 초월한 호흡이 기대가 됩니다.
혼자 사는 노인과 대학생이 하나의 가족이 되는 감동스토리
두번째 추천영화 "룸 쉐어링" 입니다.
----------------------------------------------------------------------------------------------------------------
감동주의보 2021
다시 돌아온 홍수아
영화 "감동주의보"는 큰 감동을 받으면 생명이 위험해지는 감동병을 앓고 있는 보영이 착한 시골청년 철기를 만나 꿈과 사랑을 이루어 내는 로맨스 코미디 영화입니다.
홍수아가 5년 만에 국내 관객을 만나는데요 "감동주의보"로 전화점을 맞을지 기대가 되고 있습니다.
남자주인공으로는 최웅으로 스크린 첫 데뷔인데요 항상 드라마에서 봤던 최웅을 스크린에서 만날수 있어 기대가 됩니다.
감동받으면 죽는다는 희귀질환인 감동병을 앓는 컬링 천재 보영,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시골청년 철기의 로맨스주의보
세번째 추천영화 "감동주의보" 입니다.
----------------------------------------------------------------------------------------------------------------
극장판 윌벤져스 : 수상한 캠핑 대소동 2022
‘'윌리엄&벤틀리' 애니메이션
영화 "극장판 윌벤져스: 수상한 캠핑대소동"은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등
대한민국 대표 TV 시리즈 애니메이션을 500편 이상 기획,제작하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게일의 새로운 프로젝트입니다.
2020년 코로나 예방 캠페인으로 제작된 윌벤져스 애니메이션 공익 영상이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자
"윌벤져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따뜻한 가족용 애니메이션을 만들면 팬들의 많은 호응이 있을 것 같다"라는
신창환 감독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특히 이번 애니메이션에서는 샘 해밍턴이 아빠 샘 캐릭터로 등장해 직접 본인 캐릭터 목소리 더빙을 했는데요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일 예정입니다.
동물과 대화하고 공룡 힘을 내는 초능력 가진 '윌벤져스'!
네번째 추천영화 "감동주의보" 입니다.
----------------------------------------------------------------------------------------------------------------
니얼굴 Please Make Me Look Pretty , 2020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 은혜씨
영화 "니얼굴"은 발달장애인 은혜씨가 양평의 문호리리버마켓 셀러가 되어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낸 다큐멘터리입니다.
'핑크 팰리스', '두물머리' , '잘 왔다, 우리 같이 살자'를 연출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은혜씨의 아버지인 서동일 감독이 연출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다운증후군 화가들이 많지만, 정은혜 작가는 7년이 넘는 꾸준한 활동으로 4천여 점에 이르는 작품을 완성하면서 작품의 가치 또한 뛰어나는데요
'천명의 얼굴'을 시작으로 북한산 우이역 공공예술 프로젝트 '달리는 미술관-2' 등 다양한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크레아에서 '같이 잇는 가치'문화예술 포럼의 아티스트 3인 중 한 명으로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은혜씨의 예술 가득한 사랑스러운 일상을 담은 영화
다섯번째 추천영화 "니얼굴" 입니다.
Relative contents
-
- 그럼에도 러브! 러브! 러브!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경제는 내리막길이고, 이곳 저곳에서 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어느 때보다도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며, 조금이라도 가져야 할 행복은 온 데 간 데 사라졌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랑이다. ‘사랑은 무신 얼어 죽을 놈의 사랑’이라 반박할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사랑, 사랑, 사랑이다. 핀란드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신작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척박한 세상에 그나마 행복이란 꽃을 피워내는 건 사랑이라 말한다. 특유의 괴팍한 유머와 건조하리만큼 무표정한 이 커플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 / 사진 제공 찬란
마트에서 일하는 안사(알마 포이스티)와 공장에서 일하는 홀라파(주시 바타넨)는 일을 마치고 동료와 함께 가라오케로 향한다. 그곳에서 이들은 서로를 눈여겨본다.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안사는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가져갔다는 이유로 해고당한다. 술과 담배로 무미건조한 삶을 버티는 훌라파는 거리에서 안사를 만나고, 카페, 극장 데이트를 나누며 오랜만에 따뜻한 시간을 갖는다. 그리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안사는 홀라파에게 전화번호를 적은 쪽지를 건넨다. 하지만 디테일이 부족한 이 남자는 그 쪽지를 잃어버리고, 마지막으로 헤어졌던 극장 앞을 서성인다.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 / 사진제공 다음 영화
의미하고 불필요한 전쟁에 시달리던 중,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주제에 관해 쓰기로 결심했다. 사랑에 대한 갈망과 연대, 희망, 타인에 대한 존중, 자연, 삶과 죽음이 바로 그것이다.
2017년 <희망의 건너편> 이후 은퇴를 선언했던 감독은 6년 만에 자신의 말을 주워 담고, <사랑은 낙엽을 타고>를 만들었다. 6년이란 시간 동안 다사다난했던 온 세상의 일들이 노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고맙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의 삶에 중요한 것들이 점차 잊히고, 상실되었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니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 / 사진 제공 찬란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이 씁쓸한 감정과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겪는 고용 불안, 경제 하락 등 먹고 살기가 더 힘들고 팍팍해진 삶은 그 우울함을 배가시킨다.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을 가져갔다고 해고당하거나(물론 가져가면 안 되는 건 맞다.), 힘든 삶을 잠시 잊고자 켜는 라디오에서 매번 음악 대신 전쟁 뉴스가 흘러나오는 건 이를 잘 보여준다. 알코올에 의존해 일을 하거나 가스통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등 은연중에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이들의 삶도 엿볼 수 있다. 특히 감독이 영화를 통해 집중했던 노동자들의 불안한 삶을 그렸다는 점은 극 중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표현되며 극대화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켄 로치 감독의 영화처럼 노동자들의 비루한 삶을 투영하는 사회 비판적 작품은 아니다. 앞서 소개했듯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사랑을 주제로 한 로맨틱 코미디다. 아이러니하게도 무미건조한 삶 속에서 우연한 이들의 만남, 재회, 데이트, 그리고 사랑이란 감정은 더 돋보인다. 과장이 아닌 너무나 담백해서 무색무취한 감정이라고 해도 그 오가는 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 / 사진 제공 찬란
돌고 돌아 비로소 재회한 이들의 첫 저녁 식사 준비 장면은 이를 잘 보여주는데, 멋진 데이트를 위해 식기를 고르고, 값싼 구색 갖추기용 술을 사고, 집을 청소하는 안사,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옷을 빌리고 꽃을 사는 홀라파의 모습은 여느 로맨틱 영화보다 더 설렌다. 그 설렘의 근원은 삶이란 지난한 여정을 가는 상황에서 피어난 사랑의 기적이라는 점일 것이다. 그 시간이 지나면 고된 일과 일상이 그들을 기다릴지언정 이 순간만큼은 만끽하고 싶은 그 소중함. 감독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갖고 싶어 하는 순간과 감정들의 고귀함을 스크린으로 옮긴다. 이 영화에서 그토록 노래 부르는 장면이나 음악이 나오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 건 이 때문이 아닐까.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 / 사진 제공 찬란
극 중 등장하는 사랑은 한 발 더 나아가 연대의 의미를 고취시킨다. 안사와 홀라파는 서로를 사랑하는 사람인 동시에, 힘겹게 살아가는 노동자들이다. 이들의 사랑이 힘겹게 이뤄지는 과정은 곧 같은 처지에 있는 이들이 서로 이해와 공감을 하는 과정과 일치해 보인다. 이는 이들의 관계에서만 빗어지는 게 아니다. 안사와 홀라파의 직장 동료는 물론, 홀라파가 입원해 있었던 간호사에게도 이 따뜻한 기류가 전파된다. 만약 안사와 홀라파의 처지에 공감하고 이들의 사랑을 응원하는 관객들이라면 스크린을 넘어 그 의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 스틸 / 사진 제공 찬란
누가 뭐라 해도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어울리는 영화다. 감독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어렵게 길어온 그 소중한 감정은 냉기만이 흐르는 작금의 시대에 작은 촛불과도 같다. 올 연말, 이 영화를 마주한다면 저마다 작은 촛불을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사랑하자! 러브! 러브! 러브!
평점: 4.0 / 5.0
한줄평: 냉기만이 흐르는 시대에 켜진 작은 촛불
*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 후 쓴 리뷰입니다.
-
- 공간이 필요한 이들을 위한 미소
담뱃값과 위스키 가격, 월세가 오른다. 통념상의 보통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무얼 먼저 포기할까? 질문한다는 것이 우스울 지경이다. 당연히 술과 담배를 포기하려고 할 테니까. 그런데 월세를 포기한다. ‘집을 포기한다’라는 개념의 등장이다. 미소(이솜 분)는 술, 담배와 집 중에서 집을 포기한다. 미소에게 술과 담배는 어떤 존재인 것일까? <소공녀>는 어쩌면 이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안고 결말로 향한다.
이 영화에는 이미 많은 추측과 해석이 뒤따랐다. 그래도 내가 이 영화에 생각을 덧붙이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는 의미 환기와 영화에 대한 재조명일 것이고, 둘째는 단순한 내가 이 영화에 대해서 얻은 감상 덕이겠다. 아직 <소공녀>를 관람하지 않은 독자라면 관람하기를 추천하고, 관람했던 독자라면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감상해 보기를 권하기 위해서다. 영화를 감상하길 추천하는 이유는 단순 영화가 좋기 때문이기만은 아니다. 영화가 좋고 나쁜지를 떠나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면 추천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됐다.
<소공녀>의 영문 제목은 ‘Microhabitat’다. 매우 작은 크기의 거주 공간이라고 직역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왜 그런 제목을 갖게 됐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소공녀는 주인공인 미소를 의미하고, 미소는 번듯한 집이 하나 없어 서울이라는 도시를 떠도는 여성이기 때문에 영제가 그런 것일까. 혹은 미소와 한때 밴드 생활을 즐겼던 인물들이 각자 사회로 떠난 일 때문일까.
Microhabitat는 누구의 처지에 대한 것인가
미소는 오르는 담뱃값과 위스키값, 월세 중에서 월세를 내지 않기로 결심한다. 임대료를 절약해 여유 자금을 만들고 조금의 저축을 하기 위해서다. 원래 살던 월세방이 그리 대단한 공간은 아니었다. 외풍이 심한 탓에 남자 친구와 관계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서울이라는 넓은 도시에서 아주 작은 방이었지만, 그 방에서 가구조차 거의 두지 않고 살아가는 미소가 ‘Microhabitat’에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미소’라는 이름이 그런 서식지의 개념에서 사용되는 표현임을 감안하면 재미있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집주인이 월세를 올려 받겠다며 미소의 집에 찾아왔을 때 바깥으로 기어 나오던 바퀴벌레의 모습에서 미소를 어렴풋이 연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바퀴벌레와 미소의 연관성에 대해서 주목해 볼 수도 있다. 어디서든 잘 살아가기로 유명한 바퀴벌레는 미소에게 닥친 시련, 그리고 그 이후의 일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미소는 월세를 내지 않기로 결심했고, 거처를 계속 옮겨 다니지만, 나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오히려 강인하게 살아가기를 보여주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의미에서 미소가 영제에 걸맞은 처지의 인물이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려웠다. 미소는 그 작은 방에서 벗어나게 됐고, 이제 미소는 서울이라는 하나의 도시 공간, 더 나아가 한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적 공간에서 어디에 가든 자신의 거처로 인식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미소에게 집은 없고, 월세에 대한 걱정은 없어졌다. 언젠간 다시 내게 될 임대료겠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아도 되고, 잘하는 일인 청소 일을 하면서 한두 푼 돈을 벌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면 된다.
그럼 어떤 이들이 ‘Microhabitat’에서 살아가는 처지인 것인가. 나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과거 미소와 함께 밴드 활동을 하던 ‘친구들’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주 작은 공간이더라도 ‘내어주는’ 일
미소는 옛날 친구들에게 찾아간다. 한 친구는 대기업에 취직했고, 한 친구는 시집을 갔다. 또 다른 한 명도 결혼했으나 이혼을 앞두게 됐고, 미소보다 나이가 많은 한 선배는 가족과 함께 집에서 살고 있다. 마치 단계별 시련을 겪는 판타지 이야기처럼 전개되는 양상이 은근한 재미를 준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미소의 친구들이 밴드에서 흩어지고 제 삶을 살게 된다는 점이다. 문영(강진아 분)은 대기업에 취직했지만, 여전히 역량을 키워 경력을 쌓고자 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점심시간에는 남몰래 숨어 수액을 맞는 신세다. 많은 직원이 있는 회사에서 좁은 곳으로 숨어 들어가 수액을 맞아야만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는 존재. 어쩌면 매우 ‘미소’적으로 느껴진다.
현정(김국희 분)은 시집을 가 시부모를 모시며 독박 집안일을 맡는 인물이다. 좁은 집에서 식사 준비부터 뒷정리를 도맡아야 하지만 음식 실력은 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짠하면서도 재미있는 캐릭터다. 그런 현정 또한 과거 밴드에서 연주하던 키보드를 보관해 둔 작은 방에서 숨을 돌린다. 미소와 함께 과거를 추억하며 눈물을 흘린다. 이 또한 ‘미소’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넓은 집에서 살고 있음에도 불구, 이혼을 맞닥뜨리게 된 대용(이성욱 분)이 작은 방에만 틀어박혀 술만 마시고 일상생활을 영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미소’적임이 드러난다. 한편으로는 록이(최덕문 분)가 집이라는 공간에 미소를 가두고 결혼을 강제하고자 했던 역‘미소’적임이 나타나기도 한다.
피날레는 부유한 남편을 만나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사는 정미(김재화 분)다. 그녀의 삶은 무척 풍요롭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정미는 그 넓은 공간에서 자신의 ‘심적’ 공간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고 불리는 장면 또한, 정미가 매우 적은 심적 공간을 미소가 침범해 온다는 심리적 불안감에 그 불안함과 분노를 토해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에게 미소는 어떤 존재인가. 집도 없으면서 술과 담배는 끊지 못하는 한심하기에 짝이 없는 존재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위로 한마디와 지금과 상황은 다르지만 아름답고 빛났던 과거를 돌아보게 해주는 기회를 주는 낭만적 존재인가. 그렇다면 ‘Microhabitat’는 누구의 처지를 말하는 것인가. 미소는 공간의 한계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다시 자신에게 그 한계를 만들려 하니 형편없이 비싼 월세에 곧 무너질 것만 같은 집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을 마주한다. 이젠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다. 공간에서 벗어난 미소가 영화의 종반부에서도 담배와 위스키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집 없이 떠돌아다니기를 선택한 것은, 그 이유는 어디에 있는 것인가. 진정 ‘Microhabitat’는 미소의 과거 밴드 동료들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미소는 그들에게 ‘살아갈 여지’를 조금이라도 제공해 주는, 그런 ‘미소서식환경’을 오히려 그들에게 확보해 주는 것이 미소라는 인물일 것이다.
그리고 미소 저널리즘
<소공녀>는 일종의 한국의 민낯을 드러내는 저널리즘적 영화다. 작품 내에 여러 풍자적 코드가 숨어있을뿐더러, 그 사실들을 소박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어떻게 보면 미소와 그 주변인들의 삶을 다큐멘터리적으로 그려낸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물론 일부 우스꽝스러운 연출과 촬영 기법이 사용되기도 한다)다.
한국 사회 기저에 있는 불편한 요소들을 잘 짚어내 영화에 녹이려 했던 시도는 좋았다. 그러나 그것이 잘 녹아들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노코멘트. 몇몇 장면에서는 불필요하게 사회적 상황이나 이미지의 차용이 있었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도 ‘미소 저널리즘’의 가치는 꽤 충분하다. 대한민국이 어떻게 많은 사람의 삶을 몰아넣는지를, 좋아하는 일이나 잘하는 일을 좇지 못하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을 여유를 지워내는지를 보여준다. 그것을 사회구조적 면으로 낱낱이 파헤치기보다, 좀 더 은유해 내고 주변인들의 에피소드를 통해 대인적 문제점들의 ‘현실적 비판’을 보여준다.
영화가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리고 감독들은 그 방법들을 선택하고자 한다. 메시지가 없는 영화가 무조건 좋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메시지가 없으면 속이 빈 강정과 같은 영화가 되기 때문이겠다. 그러나 너무 그래야만 한다는 압박에 빠질 필요도 없다. 좋은 가치를 담고자 하는 마음은 관객이 당연히 이해하겠지만, 그걸 잘못 담아내는 순간 자비는 현존할 수 없다. 남지 않은 대중의 자비와 날카로운 평단의 칼날의 앞에서 당당히 고개를 치켜들 수 있는 감독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래도 고개를 치켜들고자 했던 <소공녀>를 높이 산다. 조금은 삐뚤빼뚤했겠지만, 그래도 빼입어 대중의 앞에 서려는 인디 영화의 그 시도를 우리는 높이 사야 할 것이다.
-
- <스파이더맨:노 웨이 홈>거미 소년이 살아갈 익명의 삶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미스테리오’의 계략으로 인해 세상에 정체가 탄로 난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톰 홀랜드)’는 영웅으로 포장된 미스테리오를 죽인 살인자로 몰리면서 갑작스레 평범한 고등학생으로서의 일상을 잃어버린다. 문제는 본인뿐만 스파이더맨의 조력자로 알려진 여자친구 'MJ(젠데이아)'와 절친 '네드(제이콥 배덜런)'의 대학 진학까지 막힌 것. 이에 피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를 찾아가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맨임을 온 세상이 잊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실패한 닥터의 마법 때문에 뜻하지 않게 열린 멀티버스에서 피터가 스파이더맨이라는 사실을 아는 빌런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불시착한 빌런의 처리를 두고 피터는 닥터 스트레인지와 충돌하면서 더 큰 위기 속으로 빠져든다.
MCU로 돌아온 스파이더맨의 세 번째 이야기인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여러모로 어깨가 무거운 작품이었다. 우선 닥터 스트레인지를 등장시켜 향후 MCU가 펼칠 멀티버스의 맛을 보여주고, 다음 영화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워야 했다. 그린 고블린, 일렉트로, 닥터 옥토퍼스와 같은 과거의 빌런들과 추억이 된 두 스파이더맨의 복귀를 통해서는 지금까지 제작된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에 대한 헌사도 바쳐야 했다. 또 이른바 '홈커밍' 트릴로지의 대미를 장식할 필요도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이 수많은 과제를 한 가지 주제 안에서 엮어낸다는 점이다.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바로 익명성이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속 피터의 이야기를 간략히 요약하면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어 익명을 되찾고자 하는 사투라고 할 수 있다. 당장 피터의 얼굴이 뉴욕의 모든 전광판에 등장하는 오프닝은 영화 속 모든 사건의 직간접적 발단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익명성의 상실은 피터와 주변 사람들의 실제 삶까지 망가뜨리며, 이에 피터는 자신은 물론 친구들까지 대학 진학이 어려워진 상황을 타개할 방법으로 자신의 익명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주문이 실패로 돌아간 후 나타난 빌런들이 공통적으로 스파이더맨이 피터 파커라는 사실을 안다는 점, 또 빌런들을 막을 수 있는 궁극적인 해결책이 더 강력한 익명성의 획득이라는 사실도 이번 스파이더맨 영화가 말하려는 바를 잘 보여준다.
이때 익명성이라는 특성이 현대 사회의 삶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작중 피터의 모습은 마치 현대인의 잔혹동화 같기도 하다. 피터에게 익명성이 뉴욕의 빌딩 사이를 웹(web) 스윙하며 스파이더맨으로서 살아갈 기회이자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패였듯이, 현대인에게도 익명성은 웹(web)을 통해 연결된 인터넷 공간을 열어주고 그 안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방어수단이 된다는 공통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 보호막을 잃은 피터가 무차별적인 비난의 표적이 된 것은 이른바 현실 속 '신상 털기'의 히어로 영화적 묘사나 다름없고, 이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악몽과도 같은 상황에 대한 간접 경험이라 할 수 있다. 피터가 학교 복도나 집 앞에서 수많은 카메라와 시선 앞에 서야만 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익명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노 웨이 홈>을 본다면 영화의 주요 소재인 멀티버스와 빌런들 및 또 다른 스파이더맨의 등장도 팬서비스 이상의 행간을 지님을 알 수 있다. 영화가 익명성의 야누스적 얼굴에 대한 경계심과 책임질 줄 아는 개인에 대한 희망을 노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성은 본질적으로 무한한 해방감과 동시에 그 못지않은 비도덕성을 내재한다. 그러다 보니 수많은 SNS와 커뮤니티, 게임에 존재하는 수많은 익명의 '나'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만큼 수많은 갈등을 빚을 수 있으며, 그 갈등과 충돌은 때때로 인터넷 공간 밖의 현실 공간에 존재하는 '나'에게까지 실질적인 피해를 안기기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MCU의 피터는 현실의 '나'이고, 스파이더맨이 존재하는 수많은 멀티버스는 익명의 '내'가 살아가는 수많은 공간이며, 피터가 스파이더맨임을 알고 찾아온 빌런들은 익명의 '내'가 만들어낸 충돌에 대한 메타포라고 할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이라는 쉽고 매끄러운 해결방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도 피터의 고민과 고난이 현실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결코 동화적으로 해결될 수 없음을 암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즉, 피터 파커로서의 삶과 스파이더맨으로서의 삶을 모두 살려는 게 문제라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말은 피터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이름들 간에 균형점을 찾지 못해 현실의 삶과 일상이 무너지는 모든 이들을 향한 지적인 셈이다.
또한 영화는 빌런들의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인 스파이더맨을 소환해 해결방안에 대한 힌트를 보여준다. 서로 다르지만 또 같은 존재로서 동질감을 느끼는 스파이더맨들은 공통의 경험을 토대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조언을 건네며 트라우마의 극복을 돕는다. 이때 멀티버스를 넘나드는 스파이더맨 간의 연대는 인터넷 공간 속을 부유하던 서로 다른 '나', 수많은 부캐들과 본캐 사이의 만남과 일치로 이해할 수 있다. 즉, 삶의 균형을 찾지 못한 뼈아픈 대가를 치러야 했던 피터가 또 다른 피터들을 만나 방황을 끝낼 힘을 얻었듯이, 현실의 '나' 역시 익명으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세상이라면 내적으로 단단해져서 삶의 주도권을 쥘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의 주도권이 곧 책임감을 뜻한다는 점에서 '큰 힘에 따르는 큰 책임을 깨닫는' 스파이더맨의 성장 서사 역시 새로운 보편성을 갖는다. 본래 고등학생에 불과한 피터 파커가 거미에게 물려 엄청난 근력과 특수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되는 것은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어야 하는 신체적 변화를 상징한다. 또 그러한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아픔과 슬픔을 겪어야 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우리 모두의 고단함이 함축되어 있다. 즉,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라는 이 유명한 대사는 슈퍼히어로가 되는 것 이전에 온전한 성인이자 개인이라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을 정의하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큰 힘과 큰 책임의 범주를 익명성이라는 맥락 안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한 명의 성인으로 성장하기 위한 보다 현대적인 조건을 제시한다고 볼 수 있다. 그 결과 원래도 성장 영화였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변화한 시대에 발맞추는 새로운 성장 서사로 탈바꿈한다.
이에 더해 익명성에 따르는 책임감이라는 메시지는 빌런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스파이더맨의 도덕성과 선량함이 영화 내내 강조되는 이유와도 직결된다. 작중 팟캐스트 진행자 혹은 유튜버처럼 묘사된 JJJ의 방향 설정에 따라 많은 이들이 대중이라는 익명에 기대어 스파이더맨을 비난하듯이, 현실에서도 가짜 뉴스 유포와 사이버불링은 더욱더 만연하고 있다. 영화는 이런 상황을 예방하고 고쳐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결국 익명으로 활동하는 개개인의 도덕성과 책임감에서 찾고자 한다. 그래서 개개인의 선량함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 행간을 담아낸 "누군가를 돕는 것은, 모두를 돕는 것이다(When you help someone, You help everyone)"라는 대사는 피터가 진정으로 친절한 이웃이자 익명의 히어로인 스파이더맨으로서 다시금 활동하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또한 MCU의 스파이더맨이 이전의 시리즈들과 달리 스파이더맨답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을 고려할 때, 익명성에 중점을 둔 이야기 전개는 '홈커밍' 트릴로지를 영리하게 마무리하는 최선의 선택처럼 보인다. 사실 토니 스타크가 선물한 최첨단 나노 슈트와 화려한 어벤져스 인맥을 가진 MCU의 스파이더맨에게서는 가난하지만 친절한 이웃이라는 소시민적 이미지를 찾기 어려웠다. 또 마블의 유일한 고등학생 히어로라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지난 두 편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사고를 저질러 버리는 피터는 스스로 책임을 질 줄 아는 영웅이라고 하기 어려웠다. 철저히 정체를 감추는 슈퍼히어로라는 정체성도 스스럼없이 통성명하는 스파이더맨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MCU의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보다도 아이언맨의 후계자라는 이미지가 더 확고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마블은 스파이더맨의 본래 특징이기도 한 익명성에 스포트라이트를 맞춰서 두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주제를 계승함과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덧붙이는 데 성공했다. 일관되면서도 현대적인 주제와 메시지를 통해 MCU의 일원으로서, 동시에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일원으로서 어엿한 영웅의 탄생을 그려낸 것이다. 그렇기에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재미와 감동 사이로 쓸쓸함과 짠함이 흘러나오는 복합적인 매력이 넘치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도 인상적인 스토리텔링과는 별개로 몇몇 단점이 존재한다. 일단 수많은 캐릭터의 과거가 철저히 대사로만 언급되다 보니 이전에 나온 총 일곱 편의 스파이더맨 영화를 보지 않았거나 그 기억이 희미한 경우 영화의 전개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본질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또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처럼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이 실패하는 장면 등 영화의 수월한 전개를 위해 개연성을 포기한 몇몇 대목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블록버스터 영화로서의 볼거리가 기대에 못 미치는 인상을 남긴다. 비록 2억 달러가 채 되지 않는 제작비가 블록버스터 영화치고 적은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어설픈 CG 장면이 몰입을 저해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기 때문이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마법으로 인해 뉴욕의 공간이 뒤틀리는 장면은 <닥터 스트레인지> 1편 속 유사한 장면과 비교했을 때 부자연스러움을 숨길 수 없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자유의 여신상에서 펼쳐진 전투도 그 배경이 지나치게 어두워서 어떤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어렵다는 문제를 노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게 기념비적인 작품이라는 평가가 주어지는 것은 결코 과하지 않아 보인다. 이는 프랜차이즈의 일원으로서 서로 다른 제작사의 시리즈를 한 데 묶고, MCU의 일원으로서 멀티버스라는 세계관의 확장에도 한 몫하며, 홈커밍 트릴로지를 마무리 짓는 최종장으로서 그간의 비판점을 해결하는 어려운 미션을 준수하게 엮어낸 것만으로도 정당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현대적이면서도 일관된 익명성이라는 주제와 메시지를 통해 스파이더맨의 성장을 깔끔하게 마무리 지은 만큼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독립된 작품으로서도 호평받아 마땅한 슈퍼히어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익명이라는 거미줄을 잡고 마침내 영웅이 된 거미 소년
-
- 격한 호불호는 처음부터 예상된 것
(※ 영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5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조커는 5년 공백기를 무색하게 국내 관객들에게 핫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의 신작을 향한 반응이 극과 극 호불호가 갈리는데, 연출을 맡은 토드 필립스 감독이 이를 의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문제작으로 떠오른 영화 '조커: 폴리 아 되'는 2019년 개봉한 '조커'의 속편으로 2년 전 고담시를 충격에 빠트린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이 리 퀸젤(레이디 가가)과 운명적인 만남 후 내면 깊이 숨어있던 조커를 다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이 영화를 접한 관객들 대부분은 '난해하다'는 걸 느낀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공 아서 플렉의 망상 장애를 가감 없이 담아내고 있는데, 현실과 비슷한 망상으로 시작해 점차 더 심한 망상에 빠지는 그의 정신세계를 뮤지컬처럼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아서 플렉의 정신세계 및 영화의 구성을 쉽게 이해하려면 부제로 붙은 '폴리 아 되(Folie à Deux)'가 담고 있는 의미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폴리 아 되'는 둘 이상의 사람이 망상과 같은 정신병적 상태를 공유하는 현상으로, 공유정신병적 장애 등으로 많이 번역한다. 또 '되(Deux)'가 프랑스어로 '2'란 뜻으로 각각 주인공이 두 개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것과도 연결된다. 아서 플렉은 조커라는 이름을, 리 퀸젤은 할리 퀸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다.
전편에서는 아서 플렉이 조커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면, '폴리 아 되'에선 아서 플렉과 조커의 정체성 인식에 포커싱 했다. 이는 영화 시작과 함께 등장했던 조커와 조커의 그림자가 분열하고 다투는 애니메이션부터 반영하고 있었다. 아서의 변호사 매리언 스튜어트(캐서린 키너)는 이를 트라우마의 영향으로 탄생한 다중인격으로 입증해 그를 구하려는 반면, 리는 아서가 조커로 거듭났으니 조커로 살아가야 한다고 부추긴다. 법정 밖에서 무한한 지지를 보내며 조커를 우상화하는 광신도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리와 광기를 공유한 아서는 조커를 받아들이며 변호사를 해임하고 스스로 변호를 진행하는 등 조커가 되려고 하나, 그러지 못했다는 식으로 법정에서 고백하며 아서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조커라는 광기로 인해 할리 퀸이 된 리는 인간 아서로 회귀한 그를 떠나버렸고, 이후 조커의 광기에 영향받은 사이코패스의 각성을 바라보며 비극을 맞이한다.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전작에 대한 반성의 의미가 담긴 닫힌 결말인 셈.
'조커: 폴리 아 되'는 법정물 기반에 상당 부분 뮤지컬 형식으로 전개하면서 아서와 리 두 인물의 정신세계를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상당수이다 보니, 전편처럼 아치에너미의 광기 어린 폭주나 다크히어로 장르를 기대했던 관객들에겐 실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반응이 아서가 아닌 조커이길 바랐다가 실망하거나 배신감 느낀 광신도들의 반응, 스크린 밖으로 이어지는 아서의 비극을 관객들에게도 유도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상업영화보단 예술영화적인 측면이 강하긴 하나, 관객들이 영화를 쉽게 받아들이기에는 진입장벽이 제법 높다. 아서의 정신상태와 망상 세계를 반영한 뮤지컬 장면이 '그만!' 외치고 싶을 정도로 과하고 자주, 길게 나온다. 초중반까지는 신선했지만, 계속되다 보니 극 중 대사를 빌려 지루한 서커스장의 공연을 너무 늘어뜨려 활력이 떨어지고 지루함을 유발했다.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아서 플렉/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는 이번에도 스크린을 장악하는 열연과 아우라를 뿜어내며 강렬한 존재감을 피력한다. 리 퀸젤로 분한 레이디 가가 또한 그동안 등장했던 할리 퀸과는 색다른 매력을 뽐내며 눈도장받았다. 특히, 자신의 장기인 가창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
-
- 4월 셋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쿵푸팬더4> 100만 돌파!
하지만 전주에 비해 주말 관객수가 감소했는데요.
차주 <범죄도시4>의 개봉으로 박스오피스 순위는 큰 변동이 있을것으로 보입니다
<쿵푸팬더4>가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냈습니다. 하지만 1주 차 보다 관객 수가 크게 감소하며 간신히 정상을 지켜낸 것으로 보입니다. 2위는 1,178만 명을 달성한 <파묘>가 차지하였고, <남은 인생 10년>이 범상치 않은 흥행세를 보이며 3위를 기록했습니다. 마동석 주연의 <범죄도시4>가 개봉하는 오는 24일부터 박스오피스가 크게 변동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A24 작품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시빌 워>가 2주 차에도 1위를 지켜냈습니다. 납치된 ‘발레리나 뱀파이어 소녀’의 저택 탈출 호러를 그린 <애비게일>이 2위,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가 누적 수익 1억 7천만 달러를 기록하며 3위로 내려왔습니다.
-
- 크리스탈 큐레이션
<애프터 양>을 여러 차례 보았다. 얼핏 잔잔해 보이는 이야기가 마음에 뭉클함을 남겼고, 릴리 슈슈의 흔적도 반가웠으며, 영화의 소리들을를 듣는 것도 즐거웠지만... 결국 여러 차례 볼 때마다 들었던 수많은 생각들은 한 가지 질문으로 모여들었다. "기록의 큐레이션을 기억이라 부를 수 있을까?" 그 질문은 결국 "양은 누구인가?" 로 이어졌다.
<애프터 양>은 안드로이드 '양'과 한 일가족의 이야기다. 영화는 먼 미래의 언젠가를 배경으로 하지만, 과시적이고 웅장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세계는 아니다. 현재 '문화권' 혹은 '인종'이라고 구분되는 것들이 생활 곳곳에 아무렇게나 섞여 있어, 양의 가족도 백인 남성 제이크와 흑인 여성 카이라 두 부부가 중국계 아이 미카를 입양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고, 생활 속에도 다양한 문화권의 특징들이 묻어난다. 특히 이 가족의 삶에는 차(茶)에 관심이 많은 제이크의 영향인지 특히나 '동양적'인 것들이 많이 어우러져 있다.
이 독특한 가족은 미카가 뿌리를 잘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중국계(로 인지할 수 있는 외양의) 안드로이드 '양'을 데려왔다. 미카는 양을 오빠라는 단어(哥哥)로 부르고 둘 사이에는 유대가 점점 쌓여 간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양이 작동을 멈춘다. 이 영화는 양을 수리하기 위한 여정으로 시작되어, 양의 내부에서 메모리 뱅크를 발견하면서 양의 메모리를 들춰보는 여정으로 이어진다.
양은 3초 정도의 짧은 영상을 매일 남겼다. 사람이 일기를 쓰는 행위와 비슷하되, 3초라는 제한적 시간은 결국 양의 렌즈에 비추어진 모든 영상 중 큐레이션의 과정이 필요했다는 뜻이 된다. 어떠한 기준이 있었다는 뜻이 된다. 양의 기준은 무엇이었을까? 어쩐지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누군가의 추억을 엿보는 기분이 드는, 애틋하고 뭉클한 영상들이 지나간다.
우드 소재와 초록 식물이 가득함에도 어쩐지 생명의 기운이 크게 느껴지지 않는 인간들의 집에 비해, 양의 기억 속 장면들이 오히려 생동감 있고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벽에서 튀는 햇살, 널려 있는 빨래, 축복처럼 흩어지는 나뭇잎, 빙글빙글 춤추는 아이, 그리고 릴리 슈슈의 흔적. 더없이 '인간적'인 '기억'이, 인간이 아닌 존재의 '기록'에서 느껴진다.
영화 속에서 양의 메모리 뱅크는 숲의 형태로 시각화된다. 기록의 숲을 하나씩 들여다보는 일이 내 눈에는 마치 애도의 여정처럼 보였다. 수목장 형태의 납골당을 거닐며 그의 기억을 하나씩 함께 들추어 보는 것만 같은 기분. 다시 말해, 양의 메모리는 인간인 나의 눈에 기억으로 투사되어 들어왔다는 뜻이다.
기억의 큐레이션을 기억이라 부를 수 있는가? 나는 여기에 결국 YES를 택했다. 어디까지가 '인간적'인 존재인가, 라는 질문에 결국 나는 이런 안드로이드를 만난다면 인간으로 인지하고 수용할 수밖에 없겠다는 대답을 한 셈이다. 그러나 이는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양의 메모리 뱅크는 그 자체로는 그저 '기록'이겠지만, 기억을 가진 주체의 눈에 비추어 보이는 한, 기록의 큐레이션은 기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간 없이는 챗GPT가 오천 번쯤 업그레이드된다 해도 기록의 큐레이션에 머무를 뿐이다.
생각해 보면 제이크가 좋아하는 차와도 닮은 점이 있다. (손님이 별로 없는) 차 가게를 운영하는 제이크에게, 한 손님이 찾아와 '차 가루 tea crystal'는 없는지 묻는다. 결국 손님은 만족하지 못한 채로 가게를 떠났지만, 그 질문은 제이크에게 남아서 제이크를 이후로 차 가루를 이렇게도 저렇게도 내려 보고 양과도 대화를 나눈다.
찻잎의 블렌딩도 결국은 큐레이션이 아닌가. 말린 잎 가루 하나하나가 모여 한 잔 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일정한 취향을 가진 양의 기록도 기억으로 보일 수밖에.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은 이 영화 속 인간들이 사는 세상이다. 이들은 모두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춤을 추어야 하는 세상을 산다. 놀이를 빙자하고 있지만 이들이 추는 춤에는 무시무시한 전투의 도구들이 이름으로 붙어 있으며, 동작을 틀린 가족의 탈락은 허무하리만큼 간단한, VR 차단이라는 방법으로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신나는 음악이 흐르지만 자유롭게 몸을 흔들 수도 없는 세계, 어쩌면 이들이 사는 세계가 그토록 건조해 보이는 데에는 이 장면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인간들의 세계는 건조하고 딱딱한 틀에 잡혀 있는 반면에, 안드로이드 양의 기억에는 생명의 온기가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 거기에는 인간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릴리 슈슈로 대표되는, 과거 어느 동시대 함께 쭉쭉 마셨던 취향이.
안드로이드는 분명 인간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눈에 인간처럼 투사되어 보일 수는 있다. 몸과 시선을 가졌다는 이유로 우리는 이토록 감정을 이입하고, 인간과 로봇의 경계도 생각보다 쉽게 허물어진다. 그렇다면 우리의 경계를 허무는 것은 의외로 취향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예술을 무용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를 규정하는 것들, 이를테면 우리의 성별, 인종, 소속, 지나온 이력들은 우리를 드러내는 수단이 되는 동시에 이따금 우리와 타인 사이에 경계의 벽을 세우기도 한다. 그러나 취향만큼은 경계의 벽을 세우지 않는다. 인종이 같고 소속이 같은 누군가보다, 취향이 같은 누군가를 만났을 때 더 '나와 잘 통한다'고 느낀다. 다른 차이들이 좀 있어도 다시 보게 되고, 한 번 더 귀를 기울여 듣고 싶어진다.
이 영화를 연출하고 편집한 코고나다 감독은 한국계 미국인이고, 이 영화에는 미국 사회에 사는 '아시안'으로서의 생각들도 묻어나 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동아시아에서 온 여자'로 보일 나 또한 이 영화를 보는 시선에서 아시아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걷어낼 수가 없다.
(오래도록 할리우드 아시아계 캐릭터의 외형 클리셰였던) 부분 탈색 헤어스타일이나, 중국계 캐릭터가 무슨 드레싱 만들듯 가벼운 손길로 고추장을 만들고 있는 점, 한 캐릭터가 아이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아역 배우들이 계속 바뀌는데 쌍꺼풀이 있었다 없었다 하는 캐스팅... 같은 것들을 만약 백인 감독이 했다면, 같잖은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혀를 찼을 것이다. 편안하게 개량된 동양식 옷차림조차도 그래 보였을 것 같다. 혹시나 더 비하의 의미가 있지는 않은지, 거대한 아시아를 손쉽게 뭉개버리는 무지한 시선이 있다면 나는 그 영화를 좋다고 말하기 싫으니까, 가자미눈 뜨고 영화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감독이 아시아계 디아스포라 당사자이기도 할 뿐 아니라, 그 경계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있는 양의 맑은 눈빛을 보게 한다. 계속해서 구분 짓고 선을 긋는 세상에서, 경계를 넘어서는 취향의 조각을 모아, 부드럽게 통합되고 이어지고 싶어진다. 그렇게 나만의 차 가루tea crystal를 큐레이션하여, 향긋한 한 잔을 블렌딩해 나누어 마시고 싶어진다.
양은 무(無)가 없다면 유(有)도 없다고 했다. 양의 외형은 멈추었지만, 형태 없는 양의 기억, 미카와 양이 함께한 시간은 영원히 남을 것이다. 생각해 보니, 스산하지만 자꾸 돌아보게 되는 멜로디로 남아 버린 릴리 슈슈 또한 버추얼 아티스트였다. 여러 차례 보았던 <애프터 양>을 이제는 덮는다. 당분간은 망막이 아닌 기억에 소중히 묻어 두고 싶은 영화를, 차 향기와 함께.
-
- 영화 독전 2분만에 끝내는 리뷰, 그래서 이선생이 누구야?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 영화나 특정인물에 대한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영화 '독전'을 감상했습니다.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자, 故김주혁 배우의 유작이죠.
영화의 스타일은 독보적이지만 단점도 명백한 영화였습니다.영화 '독전'을 2분만에 제 나름대로 재밌게 구성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왓챠에서 '진상명' 팔로우 하시면 빠른 평 업데이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독전 #류준열 #조진웅
-
-
-
- 영화 <청춘선거> 메인 예고편
제주 최초 여성 도지사에 출마한 만 32세 고은영.
바꾸고 싶어서, 바뀌고 싶어서 선거에 뛰어든 사람들.
맨땅에 헤딩하면 어떤가. 맨날 후달리면 어떤가.
‘청춘’을 유일한 ‘선거전략’으로 삼았다?
무모하지만 판타스틱했던 청춘들이 온다
판타스틱 청.춘.박.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