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6-28 11:38:41
서로의 불시착이 외로움을 품어주는 착륙의 순간으로.
영화 <마카담 스토리> 리뷰
“모든 시작은 불시착”이라는 문구가 인상적인 영화 ‘마카담 스토리’는 서로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마주하지 않는 여섯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한 만남과 인연이 한없이 이어지는 이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비슷한 모양새로 흘러가 지루할 틈도 없이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마카담 스토리의 원제가 ’Asphalte’ 인 것처럼 잿빛이 가득한 이 도시를 비춘다. 홀로 살아오던 이들이 가지고 있던 내면의 외로움을 우연한 만남으로 채워가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내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을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상상력을 통해 더욱 극대화된다. 이들이 들은 정체불명의 소리는 울음 / 악령 / 호랑이라는 형체 없는 두려움에서 나오는 공포였지만 정체가 밝혀지며 왠지 모를 허무함이 몰려온다. 다만 끝내 아무도 잠그지 않은 무관심 속의 물체의 정체를 알려줌으로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감독의 바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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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고장 난 엘리베이터를 수리하기 위해 회의를 시작하고 스테른 코비츠는 엘리베이터 수리비 내기를 거부한다. 하지만 어느 날, 사고로 인해 엘리베이터가 아니면 이동할 수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자신에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비극이 눈 앞에 펼쳐지자 한동안 절망에 빠져 있었지만, 주민들이 이용하지 않는 밤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근처 병원의 스낵 자판기로 가 끼니를 해결한다. 그곳에서 만난 간호사와 매일 밤 만나 담소를 나누며 잿빛 같은 그의 하루에 빛이 조금씩 새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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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담 아파트에 이사를 온 잔 메이어는 작동이 잘 안되는 엘리베이터에 곤란을 겪고 있었고 그를 본 샬 리가 집에서 나와 그를 도와준다. 하지만 감사 인사도 없이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마는 모습을 바라보는 샬리의 모습. 그리고 며칠 후, 자기 집 앞에서 들어가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잔에게 다가간다. 문을 여는 동안 나누는 대화를 통해 알게 된 잔의 직업은 샬리의 궁금증을 더하고 그들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된다. 샬레의 소통 부재, 잔의 아들과의 소통 부재라는 의외의 공통점을 찾고 그렇게 맞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서로의 부재를 채워주는 순간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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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우주 비행사 존 매켄지는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하게 되고, 도움을 받기 위해 방문한 집에 ‘하미다’를 만난다. 불어를 모르는 존 매켄지와 영어를 모르는 하미다는 전혀 소통이 안 되는 불편함의 시간을 보낸다. 나사에서 존을 데리러 오기 전의 시간까지 ‘쿠스쿠스’를 비롯한 소통의 교감을 통해 가까워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소통이 안 되는 상황의 불편함에서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가는 따스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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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난한 이야기에 영화의 개성을 부여하는 윤여정의 마법
우연히 만난 선물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 최고의 건축가 조민서(윤여정)이다. 강연 중인 민서. 바글거리는 사람들과 함께 한 공간에 있다. 비단 최고의 위치라는 건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의미다. 화려한 삶을 즐기고 있다. 존경받는 민서. 강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호텔의 관리자가 민서에게 “뷔페 드시고 가실래요?”라고 묻는다. 거절하는 민서. 혼자 집으로 돌아간다. 넓은 집 적적한 민서를 기다리고 있는 건 민서의 반려견 완다다. 아들에게 전화해 보는 민서. 어머니의 근황이 단 조금도 궁금하지 않다는 듯이 그냥 전화를 끊어버린다. 밥 하기도 귀찮다.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민서. 이 민서의 라이더로 진우(탕준상)가 배정된다. 특별한 만남이 시작됐다. 안면이 트인 진우와 민서. 이 두 사람의 이야기가 반려견 완다와 함께 시작된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싱글남 민상(유해진)이다. 혼자 사는 민상. 민상은 깔끔한 타입이다. 깔끔한 타입이라는 점은 자기 소유의 건물에 세 들어있는 진영(김서형)에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의미다. 진영은 동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온갖 반려동물들이 모여드는 진영의 동물병원. 건물 여기저기에 동물들의 흔적들이 깔려있기 때문에 온갖 고통을 다 받고 있다. 그러나 민상에게 어마어마한 손님이 찾아온다. 바로 한국 최고의 건축가 조민서다. 공간 설계를 기획하는 일을 하는 민상에게 민서는 굴러들어 온 호박과도 같다. 좋아! 나 저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어! 그러려면 수의자인 진영이 너무나도 필요하다. 민상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도그보다 '데이즈'
이 영화가 제목이 ‘도그데이즈’인것과 다르게 다루고 있는 것은 인간 군상이다. 물론 반려동물들을 다룬 부분도 중요하지만 이 영화는 인물들이 이끈다는 점에서 휴먼드라마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관점에서 강아지와 등장’인’ 물을 투 트랙으로 끌고 가는 각본 역량과 연출이 좋았다. 글쓴이가 이에 근거를 대고 싶은 것은 김서형 배우가 맡은 진영 캐릭터와 윤채나 배우가 맡은 지유 캐릭터다. 진영은 수의사다. 이 수의사라는 직업이 동물들을 다룬 영화에서 중요한지는 두 말하면 손 아프다. 하지만 핵심은 이 캐릭터를 어떻게 다루느냐는 점인데, 이 인물에게 장르적인 재미 하나를 붙이면서 그 설정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사회적인 주제와 맞물린다는 점은 좋은 선택이 빛을 발한 부분이다. 또 지유 캐릭터가 이 영화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켜볼 만하다. 이 캐릭터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이 영화에서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쉽다는 것이 이 영화에서 가진 장점 중 하나다. 또 이 캐릭터가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 간의 관계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흥미롭다. 이런 입장에 놓여본 관객의 입장에선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글쓴이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행위의 속성을 손쉽게 설명하는 방식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인물의 관계를 반려동물과 사람의 사이로 치환시킨 것이다.
하지만 반대측면에서 이 영화가 반려동물들의 세계를 깊숙하게 다루지 못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이 영화가 다루는 문제 중 어떤 것들은 윤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것들이다. 이런 것들을 논의하는 것이 이 영화의 목적이라면 좀 더 탄탄하게 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대표적으로 영화 중반부에 진영과 민상이 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한데, 이 부분에서 드러나는 한 쟁점이 갑자기 확 들어온다. 근데 이 두 사람 중 하나 민상이 반려동물과는 영 친하지 않았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를 다룬 것이 설득력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작 이 문제를 암시하는 것은 다른 캐릭터다. 그러니까 영화 자체가 이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다른 캐릭터들의 서사에서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영화가 파편화된 것처럼 느껴진다. 각각의 소재들이 하나로 어우러지지 못하는 것이다.
이 점은 윤여정 배우가 맡은 조민서 캐릭터에서도 읽을 수 있다. 사실 앞서 쓴 바 그대로 이 영화는 강아지를 통해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잡고 있다. 이게 핵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게 핵심이다 하더라도 강아지들에 대한 내용이 어느 정도는 더 들어가야 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있다. 민서와 강아지가 어떤 사이고 무슨 관계인지를 더 비추는 것이다. 이는 민서의 서사가 과연 영화에서 어떤 것을 차지하는가? 와도 이어진다. 민서가 이야기의 핵심이 되어 극을 이끄는 것 치고는 윤여정 배우의 개인기에 많은 부분을 의존한다. 글쓴이가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이 부분에 있어 약간 모순적이긴 하지만, 한 편으로는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윤여정 배우의 캐릭터가 한 대사라고 해도 크게 이질감이 없었을 듯하다. 뿐만 아니라 이현우, 다니엘 혜니 배우가 끌고 가는 이야기에서 장르를 바꾸는 선택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 장면들은 큰 이질감이 되어 JK필름의 전작 <영웅>이 생각나 진부하게 느껴졌다.
생명을 따스하게
이 영화가 따스하게 느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생명에 대해 따뜻하게 다뤘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야기를 구성할 때 인물에 대해서 다방면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화법을 선택했다. 이 화법은 이 영화에서 특정 인물의 입에서 나오는 대사 한 줄에서도 느껴진다. 그리고 정아(김윤진), 선용(정성화) 캐릭터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설정에서도 읽을 수 있다. <도그데이즈>는 여기에 멈추지 않는다. 영화의 큰 줄기를 차지하는 두 요소를 중심으로 강아지들을 함부로 대하는 조금의 여지조차 주지 않는다. JK필름의 영화들이 억지 감동을 위해 캐릭터들을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던가 희생시킨다던가 하던 단점에서 벗어났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이는 동물들을 바라보는 윤리적인 거리감을 잘 지켰다는 의미임과 동시에 극후반부 엔딩으로 이뤄지는 귀결이 납득 가능하다는 장점으로도 이어진다. 무슨 말이냐? 이 영화의 엔딩은 덜컹거리는 부분이 많다 하더라도 설득력이 있다. 만약 이 인물들 중 누군가가 강아지를 괴팍하게 다뤘다면 이 인물들이 이런 동선으로 구성될 거라고 생각이 잘 안 든다. 연출과 플롯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그냥 작곡가도 K-POP 작곡가입니다만
물론 약간 작위적으로도 느껴지는 부분이 없진 않다. 바로 이 영화를 소개할 때 나타나는 문구 두 줄이 있다 ‘K-POP 작곡가’라는 문장과 ‘MZ 라이더’다. 뭐 이 두 단어를 쓰지 말라는 법이 있는 건 아니지만 굳이 이 두 개가 들어가야 할 필요가 있나 싶다. ‘라이더’와 ‘작곡가’여도 충분한데, 이 부분을 굳이 지적하는 이유는 이야기에 별 상관없기도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진 1차원적인 접근을 암시하고 있는 듯 하기 때문이다. 홍보 카피가 아닌 영화 내적으로 들어간다. 정아가 가진 모성이 이야기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이 모성을 이런 관계에서 가지는 것이 당연히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이 인물에 이입하기 쉽진 않다. 이 장면 앞에 누군가와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것만으로 이 인물이 이런 사람이라는 걸 파악하긴 어렵다. 이 감정이입의 어려움은 정아라는 왠지 모르게 ‘K-POP’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1차원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다룬 ‘모성’과 K-POP’은 공통점이 있는 것이다. 작곡가라는 직업적 특성(그것도 K-POP)과 부모라는 설정이 이야기에서 중요했다면 이 두 소재에 더 힘이 들어가야 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으로 강아지들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갔다는 점 역시 아쉽다. 왜 이 세계관엔 강아지만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어떤 영화에선 앵무새도 등장하는데, 고양이가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생명에 대해 다룬 영화치고 강아지만 등장하는 건 좀 의아했다. 이렇게 일부 소재를 힘 없게 다루는 방식 역시 JK필름의 수많은 전작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적당히 문화생활하는 40-50대를 타깃 삼고 기획한 영화의 느낌이 강하다.
또 이 영화를 마무리한다는 측면에서 민상이라는 인물은 의문부호가 있다. 물론 이 사람이 따라가고 있는 영화 내의 흐름이 어긋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고 우리 일상생활에도 이런 사람 많다(심지어 글쓴이도 이래 본 적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인물이 이런 캐릭터였다면 전반부에서 이에 대한 묘사를 더 던져주고 주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 아니 오히려 이 인물의 이런 성격을 굳이 이렇게 보여줄 필요가 없다. 글쓴이는 그런 연출 방식과 장면이 차라리 없는 것이 더 나았을 것 같다. 이야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것 같은 장면이 오히려 사족처럼 느껴진 것이다.
성장형 제작자?
이 영화는 JK필름의 향이 묽은 작품이기도 하다. 글쓴이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팬이라면 ‘JK필름’이라는 단어를 잘 알고 있다. 신파라는 요소를 한국영화계에 유행시킨 공이 큰 윤제균 감독의 제작사 JK필름. <해운대>부터 <공조 : 인터내셔날>까지 인위적인 전개로 영화팬들과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20/30대의 관객들 중 JK필름의 영화를 싫어하는 경우가 몇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실 JK필름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봐도 그의 향기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굳이 찾자면 있지만 무난하게 따스하고 재미있고 강아지가 귀여운 영화가 된 것이다. 글쓴이는 윤제균 감독을 위시한 JK필름의 관계자 분들이 많은 비판을 숙고해서 시나리오를 받은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글쓴이 생각 외의 전개가 어느 정도는 있고 이는 분명한 강점이니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도 무난하게 볼 만하다. 특히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시는 분들은 오열할 만한 장면이 몇 있다.
그리고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윤여정이라는 배우의 카리스마다. 우리 모두 윤여정 배우가 한국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족적을 남겼던 영화 <미나리>보다 이 <도그데이즈>에서의 연기가 훨-씬 훌륭했다. 이 인물은 카리스마가 있고, 카리스마 이면에 깔려있는 어떤 정서가 있다. 그 정서는 진우를 대할 때 진정성이 되어 행동의 근거가 된다. 이 서사 아래 이야기를 이끌거나 영화의 제작자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는 지점에서도 윤여정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두 가지는 사실 좀 상충되는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는데, 이 인물이 중심으로 플롯을 끌고 가다 보니 이입하는 데 있어 큰 무리가 없다. 배우가 영화에 강력한 탄력을 만든 것이다. 윤여정 배우가 연기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낀 장면도 몇 있는데 글쓴이만 체감할 건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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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나라 형사들의 공조보다 더 필요했던 것
누군가가 글쓴이에게 '10대 시절 중 뭐가 제일 아쉬우세요?'라고 묻는다면, 내 답은 간단하다. '모든 것이 전부 다'다. 성장했으니 후회도 하는 거겠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중 탑 3 안에 들 것은 역시 외국어를 배우는 것. 단순히 토익점수나 영어 수능 등급 때문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소통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메리트다. 일단 그리고 외국어 잘하는 게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다. 그냥 무엇이든 공부 열심히 하면 멋있지만 특히 외국어는 더 멋있는 느낌..?
외국어를 공부하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이것만 있겠어? 외국인 친구 사귀면 재밌을 것 같다. 어느 나라를 가도 날 반기는 사람이 있는 건 신기한 경험일 것 같다. 실제로 학교 다니면서 캐나다에 살지만 베트남 사람인 외국인 친구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친구 자체가 귀여워서 아주 즐거운 기억이었다. 또 베트남과 캐나다의 문화에 대한 걸 들었던 기억도 재밌었다. 외국어를 공부하는 것은 이렇게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그런데 만약 외국어를 공부하지 않아도 다른 나라의 사람과 만날 수 있다면 정말 신기한 일일 것이다. 그것도 내가 경찰이라 북한 사람과 힘을 합쳐 범죄자를 잡는 기억이라면 더 신기하겠지? 여기 남, 북한 형사가 두 번째 협동 수사로 북한의 범죄자를 잡으려고 한다. <공조 : 인터내셔날>이다.
삼국 공조
첫 번째 공조가 지니고 시간이 좀 지났다. 북한은 정부차원에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범죄자의 이름은 장명준. 북한이 아닌 해외에서 범죄행각을 지속하고 있다. 추적 중인 임철령. 추격 끝에 장명준을 포획하는 데 성공한다. FBI와의 실랑이를 잘 해결하고 그렇게 문제가 잘 해결되는 것 같았다. 미국 어느 길가에서 장명준을 검거한 채로 이동 중인 임철령. 부하 직원과 잠깐 대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발이 일어난다. 테러당한 수송차량. 갑자기 총격전이 일어난다. 의문의 괴한들은 장명준을 엄호한다. 수많은 FBI 요원이 사살당한다. 아수라장이 된 수송차량. 난장판이 된 틈을 타 장명준은 괴한들과 함께 탈출에 성공한다.
금세 임철령의 귀에 장명준의 근황이 들려온다. 남한으로 도망갔다는 말이 들린다. 남한이라. 임철령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명의 얼굴이 있다. 그래. 그 형은 잘 지내려나. 남한으로 돌아가 공조수사를 기획하는 임철령. 어렵지 않게 남한으로 귀환하는 데 성공한다. 형. 오랜만입니다. 강진태와 임철령은 다시 한번 더 범죄자를 잡기 위해 힘을 합친다. 그런데, 두 사람이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가 있었다. 미국 FBI가 이 사건에 개입한 것이다. FBI의 담당자 잭은 강진태, 임철령과의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채로 장명준을 잡기 위해 공조한다.
본분에 충실하다
5년 만에 돌아온 <공조> 시리즈의 신작이다. 장르는 역시 코미디다. 호러 영화는 무서워야 제맛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코미디 영화는 웃기면 장땡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글쓴이는 적지 않게 웃다 나왔다. 그리고 상영관 안의 분위기도 좋았다. 오히려 나를 제외한 관객들이 글쓴이보다 더 자주 웃었다. 이 영화에서 코미디를 만드는 방식은 다양하다. 일단 현빈, 다니엘 헤니 두 배우를 3초만 쳐다봐도 알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이 특징을 영화는 경제적으로 활용한다. 남북한의 긴장상태를 소재로 한 영화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코미디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인기 있는 팝 그룹이 어디야? 하면 딱 나오는 답이 있다. 근데 그 팀이 북한에서도 아예 100% 같은 맥락으로 쓰일 리는 없다. 이를 활용한 코미디도 적지 않게 보인다. 또 유해진 배우가 연기력으로 잘 살린 말장난 개그가 있다. "내가 무슨 ~도 아니고"식의 문장을 활용하는데, 이 멘트들이 걸핏하면 촌스러워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비슷한 말이 계속해서 반복됨에도 불구하고 질척이는 느낌이 없었던 건 이 말장난이 재미있다는 뜻이 될 것이다. 강진태가 집안을 이끌고 있는 가장이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다. 이 부부 코미디도 영화에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북한과의 공조라는 점에서 한국 국정원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데, 이 감시, 감청을 코미디로 활용한다. 각본가의 근성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러나 코미디 요소 중 최고는 임윤아 배우의 존재감이다. 이 영화는 임윤아 배우가 할 수 있는 많은 자원들을 10분 재활용한다. 임윤아 배우는 극 중에서 실업자로 나온다. 그리고 자기가 미녀인 걸 알고 있다. 걸핏 보면 모순되는 설정 같아 보이지만 이 배우는 이를 잘 소화한다. 화려하면 화려한 메이크업 방식대로 아이돌 센터의 클래스를 보여줄 수 있지만 뭔가 연약해 보이는 비주얼을 가진 임윤아 배우. 감독은 이 배우의 코디 방식을 너무 잘 이해하고 있다. 영화에서 '백수와 어울리는' 얼굴과 '역시 아이돌 센터 출신'이라는, 모순될 수도 있는 설정을 극에서 양립할 수 있게 설정했다. 극 초반, 임윤아 배우가 연기한 박민영을 유튜브 운영하는 크리에이터로 설정했다. 짤막하게 이 캐릭터가 화장하는 시퀀스를 넣는다. 그럼 딱 느끼는 건 '우와 진짜 예쁘다' 다. 이렇게 초장부터 관객에게 기선제압 아닌 기선제압을 보여준다. 이다음 장면에 가족끼리 밥을 먹는다. 뭐하고 묻냐는 진태 아내의 질문에 "유튜브를 하고 있다"라고 답하는 민영. 이어 곧 "1년 중 3만 6천 원". 두 가지 행동이 이 배우를 아주 살짝만 봐도 설득력이 있게 만들었다. 또 진태의 입에서 '임철 령이 돌아온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때 '임철령이 나에게 빠진 것 아니냐'라고 주장하는 민영. 이 허무맹랑한 주장이 러닝타임 후반부까지 어떤 식으로 변형되는지 보면 흥미롭다. 배우의 비주얼과 연기력을 잘 꿰뚫고 있었던 각본가, 감독의 좋은 수가 돋보였다.
또 이 영화는 코미디 이전에 액션 장르의 영화다. 범죄물이기 때문에 부랑자들과의 액션이 빠질 수 없다. 이 영화의 코미디 작동법과 마찬가지로 액션 잘 찍었다. 예고편에도 나온 장면이다. 임철령과 강진태가 다시 만나 인사를 하고 악당들과 싸울 준비를 한다. 의외로 싸움 잘하는 강진태. 주목해야 할 건 이때의 임철령이다. 예전에 두루마리 휴지로도 상대를 두들겨 패버렸던 임철령. 임철령은 파리채와 '이 음식'으로 악당들을 혼내준다. 이 액션이 터무늬 없고 있고를 떠나 현빈 배우가 몸을 잘 써서 느린 연출 방식에도 생동감이 살아있다. 맨몸액션뿐만 아니라 총기 액션도 좋았다. 초반부 총기 액션은 이 영화의 스타트로 손색없었다. 전조에 차량이 전복되고 총기 액션으로 넘어가는데 이때 전환이 부드럽고 박진감이 살아있다. 이 좋은 시작은 중후반부가 되면 강점으로 작용한다. 중후반부는 액션이 주가 된다. 이 액션 신(들)에 단점도 있긴 하지만 가벼웠던 분위기를 무겁게 환기하는 좋은 연출이 주가 됐다. 아이디어가 빛났던 부분도 있고 배우들이 고생했겠거니 싶었던 부분도 있다. 특히 후반부에서 두 배우가 보여준 세 배우의 맨몸액션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레이-인남의 액션 신을 보는 것 같았다. 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액션을 느리게 찍고 화면을 빠르게 재생한 걸로 알고 있는데 아마 이 영화는 그게 아닌 것 같았다. 배우들이 어떻게 액션을 보여줄지를 다 외우고 찍은 티가 잘 난다. 사실 주요 액션신이 영화의 핵심 줄거리와 크게 관련이 있어서 풀어쓰기는 좀 어려운 감이 있다. 그런데 분명하게 서술할 수 있는 건 액션과 코미디는 확실하게 잡은 영화라는 것이다. 그런데..
잘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려워
영화를 보면서 계속 찜찜했다. 일단 첫 번째. 이야기에 균열이 너무 많다. 일단 박민영 캐릭터다. 이 인물은 왜 아직도 취업을 못하고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이 든다. 그리고 두 번째. 유투버라는 설정은 아예 불필요했다. 그냥 없어도 된다. 3만 6천 원이라는 설정을 넣어서 후에 코미디 요소로 쓰려고 이 인물을 유투버로 만든 것 같다. 그런데 굳이 그 장면에서 180만 원이라는 코미디 요소가 무조건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이 돈으로 무얼 하는지도 그렇게까지 중요한 건 아니다. 그냥 없어도 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극에서 매체를 너무 편의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장명준이 자금줄의 나이트클럽에 가서 돈을 요구하는 장면이 있다. 이것도 충분히 경찰에 신고할만한 장면이다. 그런데 그 장명준 일당이 행패만 부리고 이에 대한 책임은 없다. 임철령, 강진태가 악당들과 싸운 건 바로 뉴스에 나오는데 말이다. 또 다른 구멍은 국정원이다. 앞에서 서술한 대로 국정원이 이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한다. 이 국정원이 강진태의 집안을 도청, 감청한다. 이거 이래도 되나? 아예 민간인인데? 도청하는 대상인 강진태 가족은 과연 무슨 잘못인가? 이 도청 여부를 가지고 다른 캐릭터들이 보이는 행각도 물음표 치는 구석이 많다. 또 이 국정원 요원들이 인물들을 바탕으로 코멘트하는 장면이 있다. 아무리 코미디적 요소라지만 이 장면 자체가 아예 불필요하다. 이 코멘트가 임무에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다. 이렇게 안 넣어도 될 요소를 굳이 코미디로 살린 탓에 첩보전 양상이 몇 단계는 업그레이드돼야 할 영화의 흐름에서 집중을 깨는 악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 국정원 캐릭터들 중 한 멤버는 뭔가 이상하다. 굉장히 감정적이다. 좀 지나칠 정도로.
두 번째. 장르에 대한 연구가 안 보인다. 뭐 영화가 장르에 대한 연구가 무조건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니다. 이 영화는 그런 스릴러 영화의 고찰 없이도 충분히 재미있으니까. 그런데 이건 좀 너무하다 싶은 구석이 있다. 바로 빌런 장명준 역이다. 우리가 어떤 스릴러 영화를 볼 때 긴장감을 느끼는 방식 중 하나는 빌런의 서사를 느끼는 것이다. 아니면 악당의 캐릭터성을 확실하게 각인시키고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유감스럽지만, 이게 나의 방식이야'라고 강렬한 인상을 줬던 레이, <관상>에서 압도적인 첫 등장신으로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박혀있는 수양 대군, 손석구의 열연으로 임팩트를 줬던 <범죄도시 2>의 강해상이 그렇다. 또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은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저>의 버키나 <시빌 워>의 제모 남작을 보면서도 찾을 수 있다. 이 둘에겐 세뇌와 가족을 잃은 슬픔이라는 동기부여가 강력하다. 이 장명준은 두 예시에 끼지 못한다. 일단 초반부 차량 폭파 및 총격전 장면은 그 일당의 강력함만 느껴지지 빌런 장명준 자체에는 몰입이 안 된다. 극 중후반부까지 장명준 개인에게 할당된 액션 시퀀스도 상당히 부족할뿐더러 동기도 후반부에 잠깐만 느끼니 배우 진선규의 연기가 아니었으면 지루하다고 느낄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세 번째. 설정을 굉장히 편의적으로 활용한다. 무슨 뜻이냐면 '알고 보니' 식의 전개가 영화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나이트클럽 수색 신이 있다. 북한 사람 임철령과 남한 사람이지만 아저씨 나이인 강진태는 현실적으로 수색하기 어렵다. 그럼 누가 있어? 바로 박민영이 있다. 아름다운 미모를 뽐내며 활약할 것 같은 민영. 민영은 '알고보니' 클럽 죽순이었다. 그런데 이 민영의 행보를 유심하게 보신다면 알 수 있다. 이런 식의 전개가 극 전부를 이끈다는 걸. 비슷한 맥락으로 다니엘 헤니가 연기한 잭 캐릭터에도 이런 '알고 보니'식 전개가 있다. '알고 보니' 잭 캐릭터가 과거에 어떤 부서에서 일을 했었다. 뭐 그 부서에서 일한 건 좋다. 그러나 이 설정을 굳이 그런 식으로 보여줄 이유가 있나? 싶다. 초반부에 어떤 부분을 할애하더라도 이 부분을 묘사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었다. 그냥 단순히 한 문장 하나로 퉁치기엔 더 풀었어야 했던 떡밥이 많다. 또 이 인물이 주요 범죄자를 심문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이때 이 사람의 어떤 기억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의 해결책이 된다. 이게 흐름 상으로 보면 이상하다. 이 경험을 활용하는 방식도 기시감이 든다. 그냥 이 경험의 이유가 '다니엘 헤니가 잘생겨서' 밖에 없다. 이렇게 전체적으로 결과를 제시하고 과정을 '알고 보니'로 퉁치니 적지 않은 코미디 요소가 의문점이 드는 것이다.
이 편의적인 설정의 정점은 세 인물의 갈등이 고점으로 치닫는 시퀀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마치 짜기라도 했던 것처럼 이 사람들은 어디로 향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갈등 해소하기 위해 많이 가는 곳이 어김없이 나온다. 이곳에서 보여주는 모든 장면은 전부 조악하다. 또 앞에서도 언급했던 '가장 유명한 팝 그룹' 소재는 KPOP이라는 단골손님을 이제 너무 자주 봐서 질리기까지 하다. 그리고 현빈, 다니엘 헤니 두 배우의 공통점을 사용하는 방식은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상케 한다. 2005년에 썼던 방식이 2022년에 고대로 이어진다. 두 인물이 그런 장점이 있어서 파생되는 코미디는 민영과의 관계에서만 써먹어도 충분했다. 그런데 2절 3절까지 쭉쭉 이어지니 안 그래도 식상한 게 두 번 반복되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 진태가 공조수사 이전에 사이버수사대 소속이었다. 이 사이버수사대 소속이기 때문에 수사가 굉장히 용이하게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 이것도 1절만 하고 끝냈어야 했다. 수사 과정에서 충분히 장르적인 재미를 뽑아낼 수 있었을 텐데 모든 게 그냥 쉽게 사사샥 지나간다. '사이버 수사대 출신인 거 알지? 그러니까 그냥 이렇게 쉽게 지나간다 ㅎㅎ'의 전개는 극에서 한 번만 반복되는 게 아니라서 굉장히 아쉽다. 이 과정은 자체로만 보면 충분히 더 어려웠어야 했다고 본다. 또한 극초반부에서 진태가 수사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진태가 수사하기 위해서 어떤 기계를 들고 범죄자 소굴에 들어간다. 그 범죄자 소굴은 쉽게 진압된다. 그다음. 위조 여권 전문가를 포획하려 한다. 그런데 이때 경찰들이 너무 무기력하다. 최소한 가까이라도 있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후 카레이싱 액션에서도 진태가 사서 문제를 만드는 부분이 있다. 이 시퀀스 자체가 올드한 걸 떠나서 작위적이니 초반부가 몰입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후반부 주요 인물들의 주인공 버프는 '굳이?'싶다. 두 배우 멋있는 건 알겠는데 너무 그런 멋을 추구했던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 번만 보여주는 거면 모르겠는데 이게 세, 네 번쯤 반복되니 완성도에 금이 간다.
또 그 편의성으로만 활용한 설정은 카메라 촬영 방식에도 있다. 초반부 파리채로 액션 시퀀스를 벌이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이 영화는 슬로모션을 활용한다. 이 영화에서 이 액션은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임철령의 빠릿빠릿한 무력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극 중에서 <범죄도시>의 '마석도'를 연상케 하는 세계관 최강자로 묘사되는 임철령. 강력한 모습을 보여줘야 후의 모든 액션신에 설득력이 생긴다. 그러면 행동이 재빠르거나 진중해야 한다. 이 시퀀스에서 보여준 액션 연출 방식은 촬영 구도도 뭔가 김 빠지고 재빠르지도 않다. 어떤 편집 방식을 쓰기도 했다. 이 연출 방식 때문에 임철 령이 약해 보인다. 영화의 강약 조절에 아쉬움이 생기는 지점이다.
중후반부의 긴박감으로도 숨길 수 없었던
이렇게 잘 만든 것도 있지만 단점이 그것을 상회하다 보니 재밌긴 해도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스릴러의 장르성을 좀 더 깊게 탐구했으면 이 좋은 배우들로 더 나은 결과물이 생길 수 있다는 아쉬움은 둘째로 친다. 분명히 서사가 더 들어가야 할 부분에 '너희들 이거 좋아하지?'를 의식해서 다 때려 박았으니 시각적 쾌감만으로도 영화가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임윤아 배우의 미모. 현빈 배우의 카리스마. 유해진 배우의 유쾌함. 진선규 배우의 연기력. 이거 우리 이미 영화 보기 전에 다 알고 있다. 단순히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제시됐다 뿐이지 영화는 이 요소를 1차적으로 활용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그러다 보니 영화에서 남는 게 과연 뭐가 있을까?를 돌이킬 때 다 아는 걸 말할 수밖에 없다. 임윤아 배우 예쁜 거 누가 몰라? 이제 어엿한 베테랑 배우 된 거 누가 몰라? 현빈 배우 멋있는 거 혹시 모르는 사람? 심지어 조연급이었던 김원해 배우의 연기는 <아수라>에서 봤다. 이렇게 거의 대부분 아는 것들, 그러니까 배우 고유의 매력을 캐릭터 영화로 둔갑시켜 러닝타임을 끌고 가니 좀 진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있다. 세 인물의 협동 이전에 장르 특성과의 공조가 먼저 이어졌다면 좋았을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기획에서도 의문이 있다. 삼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린다는 것이 영화의 제목 아닌가. 그럼 서로 의심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이 애매하게 퉁친다. 어쩌면 영화는 이걸 중심으로 뭔가를 더 전개하고 싶은 생각 자체가 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헌트>에서 고밀도의 첩보전을 봤던 우리는 이 영화의 연출력에 웃음이 나긴 하지만 솔직히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명절 특수 영화 좋다 이거야. 근데 그게 과연 전부일까? 엄마 아빠 극장에 데려가서 하하하 웃는 걸로 만족하기엔 강력한 라이벌로 <육사오>가 있고, 첩보전을 보기엔 <헌트>가 있다. 관객들에게 더 넓은 선택지를 고를 틈도 없이 주요 영화관에 이 <공조 : 인터내셔날>이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높다. 이 외부적인 환경 세팅과 아는 맛을 골랐다는 안정적인 선택 때문에 재밌긴 해도 잘 만든 영화라고 보기는 사실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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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넷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영화/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 보내셨나요? 곧 장마가 시작된다고 하는데요.
과연 장마속에서도 영화관을 찾는 관람객들이 많아질지 우려가 됩니다.
자 그럼 6월 넷째 주 주말 동안 극장가를 달군 영화들을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시작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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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6월 넷째 주, <범죄도시3>를 제치고 1위를 탈환한 <엘리멘탈>!
주말관객수 49만명, 누적관객 수 120만 명을 기록하였습니다.
960만을 넘겨 1000만이 코앞인 <범죄도시3>가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였고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3위에 올랐습니다.
1. <엘리멘탈>
한국계 재미동포 2세인 피터 손 감독의 작품 <엘리멘탈>이 <범죄도시3>를 제치며 1위에 올라섰습니다.
매출액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누적관객수는 100만을 넘겼습니다.북미에서의 흥행실패와는 달리 한국에서는 입소문을 타며 디즈니,픽사를 대표하는 또 다른 웰메이드 작품 <소울>보다 빠른 기록으로 장기흥행에 성공할지 주목됩니다.
2. <범죄도시3>
1위에 오래 머물러 있었던 <범죄도시3> 일일관객수는 현저히 떨어졌지만 개봉한지 한달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주말관객수 43만명을 기록하며 1000만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3.<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한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6월 21일 개봉하면서 주말 관객수 24만명을 끌어 모았습니다 이미 북미 박스오피스에서도 준수한 성적을 보이며 승승장구한 스파이더맨은 호평과 찬사가 이어지면서
기대를 한층 더 높였습니다. 특히 전작의 장점을 살려짜임새 있는 스토리를 더했다는 평입니다.
4. <귀공자>
김선호의 1년만의 복귀작 <귀공자>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영화로 평가되고 있으며
어떠한 입소문또한 들리고있지 않습니다.
5. <플래시>
에즈라밀러의 논란때문일까요?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16일 개봉임에도
성적이 오르지 않고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누적관객수 50만명에 그쳤으며 날이 지날수록 일일 관객수는 현저히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6월 넷째 주 북미 박스오피스 역시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1위를 차지하였고 <엘리멘탈>이 2위를 차지했습니다. <플래시>가 3위, 제니퍼 로렌스가 제작한, 출연까지 겸한 <노 하드 필링스>가 23일 개봉을하면서 4위, <트랜스포머: 비스트의 서막> 이 5위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총 수익 13억 달러를 넘어서며 미국에서도 역주행하며 1위 재탈환에 성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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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픽의 6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 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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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클라베 | 의심으로써 바로 세운 신비함과 믿음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교황 사망 이후 추기경단 단장 '토마스 로렌스'(랄프 파인즈) 추기경은 로마 가톨릭 교회의 새로운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 '콘클라베'를 총괄한다. 로렌스는 무사히 선거를 관리한 뒤 다음 교황이 뽑히는 대로 교황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교황청에서 일하는 동안 오히려 신앙심이 약해진 것 같았기 때문.
하지만 콘클라베는 그의 기대와는 달리 혼란스러워진다. 후보 간의 정치 공세가 시작되면서 유력 후보인 '알도 벨리니'(스탠리 투치), '트랑블레'(존 리스고), '아데예미'(루시언 음사마티), '베니테스'(카를로스 디에스), '테데스코'(세르조 카스텔리토) 추기경과 관련된 추문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이에 로렌스는 추문의 진상을 밝혀내는 데 집중한다. 그러는 사이 갑작스레 유력 교황 후보로 떠오른 그는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의심 위에 지어진 교회
예수의 열두 사도 중 토마스는 기독교 신자들 사이에서도 자주 회자되는 사도는 아니다. 초대 교황 베드로, 배신자 유다, 복음서 저자인 요한 등에 비하면 성경 속 활약이 부족하기 때문. 12 사도에 포함되지 않는 사도 바오로보다도 알려진 행적이 부족할 정도다. 그나마 부각되는 이미지도 부정적이다. 예수의 손과 허리에 난 상처에 손가락을 넣어 보지 않는 한 그의 부활을 믿을 수 없다고 고집을 부린 제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학적 관점에서 사도 토마스는 누구보다도 중요한 인물이다. 그의 의심은 가장 강력하고 명확한 신앙고백을 낳았기 때문이다. 그는 예수의 신성을 의심한 것에 대한 회개와 그리스도의 부활에 대한 환희를 담아 예수가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Dominus meus et Deus meus)”이라고 고백했다.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 그 자체임을 밝힌 토마스의 고백은 기독교의 근간인 삼위일체론의 근거가 된다.
즉, 토마스는 흔히 간과하는 신앙의 핵심 중 하나, 의심을 상징하는 사도라고 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거나, 자신의 확신에 사로잡혀서 새로운 앎을 추구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신까지도 의심하는 사람의 믿음이 더 건강하다는 것. 실제로 토마스를 혼내는 대신 제자의 의혹을 풀어주고 확신으로 가득 채워준 예수의 모습에서도 맹신보다 의심을 강조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을 확인할 수 있다.
사도 토마스의 가르침은 에드워드 버거 감독이 로버트 해리스의 동명 소설을 영상화한 <콘클라베>를 통해 스크린 위로도 펼쳐진다. 또 한 명의 토마스,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이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를 관장하면서 깨달은 의심의 중요성이 정치 스릴러의 형식으로 드러나기 때문. 특히 그의 깨달음이 개인적, 종교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 사회적 함의로도 확장되기에 <콘클라베>는 더욱 흥미롭고, 의미심장하다.
의심하는 '토마스'
'토마스' 로렌스 추기경은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의 의심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전임 교황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의심한다. 추기경단 단장으로서 교황의 최측근인 그조차도 교황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 그는 교황의 사인이 무엇인지, 선종 전에 이상한 낌새는 없었는지를 캐묻는다. 더 나아가 교황이 마지막으로 접견한 사람과 처리한 업무는 무엇인지도 조사한다.
콘클라베 중에는 교황 후보로 거론된 추기경들을 의심한다. 특히 그들의 추문을 조사한다. 수녀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았다는 소문. 자신의 추기경직 파면 소실을 감추고 추기경들을 매수했다는 소문. 교황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거나, 라틴어 미사 부활 및 성소수자 차별과 같이 시대를 역행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까지. 로렌스는 새 교황이 결정되는 순간까지도 모든 추문의 진상을 확인하려 애쓴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기 자신을 의심한다. 유력 후보들의 추문이 하나 둘 사실로 밝혀지자 콘클라베 결과는 예측불가능해진다. 그 과정에서 로렌스는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유력 후보로 떠오른다. 진심을 담은 그의 강론이 결정적이었다. 콘클라베 전 미사에서 그는 십자가에 매달릴 때까지 신을 의심한 예수처럼 의심하는 교황을 달라고 기도했다. 그는 의심 없는 확신이 통합의 적이고, 다양성이 곧 교회의 힘이라 믿었으니까.
그의 강론은 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촉구하는 진보 성향 추기경들의 지지를 받았고, 그를 차기 교황 후보로 만들었다. 하지만 로렌스는 기뻐하거나 욕심내지 않는다. 과거보다 신앙이 약해졌다고 느끼는 그는 자신이 과연 교황직에 적합한지 의심한다. 더 나아가 다른 추치경들의 추문을 조사한 것이 교황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인지, 아니면 관리자의 업무에 충실한 것인지도 자문한다. 이처럼 끊임없이 의심하는 그는 실로 '토마스'답다.
의심으로써 쌓아 올린 스릴러
삼중의 의심 덕분에 <콘클라베>는 정치 스릴러로서의 쾌감과 종교 영화로서의 메시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다. 우선 로렌스가 모든 소문을 하나씩 확인해 나가는 과정은 탁월한 서스펜스를 조성한다. 로렌스도, 관객도 진실을 모르는 입장이다 보니 마지막 진상이 밝혀지기 전까지의 불안감과 긴장감을 지속적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
랄프 파인즈의 연기도 한 몫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 <007> 시리즈, <타이탄>과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에서 볼트모트, M, 하데스 등의 역할을 맡은 배우이지만, <콘클라베>는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다. 모든 이야기와 의도, 장르적 쾌감까지도 토마스 로렌스의 의심에서 비롯되는데, 랄프 파인즈는 냉정한 듯 흔들리는 눈빛으로 추기경이라는 지위 뒤에 숨은 인간적인 연약함을 표현해 냈기 때문이다.
한 소문에 관한 상반된 정보가 투표 전후로 제공되거나, 얼마 간의 텀을 두고서 소문의 진실을 확인하는 식의 완급조절도 인상적이다. 특정 캐릭터를 악역으로 단정하지 않으면서 정치극으로서의 스릴을 끌어올리기 때문. 관객이 캐릭터가 전혀 다른 추기경 중 호감 가는 인물을 응원하도록 유도한 뒤, 자신이 선택한 캐릭터의 진실과 그의 최후를 지켜보고 확인하는 과정의 긴장감과 묘미가 상당하다.
이에 더해 일반적이지 않은 배경도 정치극의 스릴을 강화한다. 카메라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콘클라베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교황 사망 시 반지에 표식을 남기는 것, 하얀 연기와 검은 연기를 만드는 방법, 투표 순서 및 방법 등. 이러한 디테일은 콘클라베의 신비함을 벗기고 속살을 들여다보는 관음증적 쾌감을 충족시키며, 정쟁의 서스펜스도 증폭시킨다. 관음증적 욕망과 권력욕이라는 인간적 욕망이 만나 서로 공명하기 때문이다.
스릴러로 벗겨 낸 신성함
이 대목에서 삼중의 의심은 종교적 메시지도 전해준다. 교황 선거를 정치 스릴러로서 풀어낸 <콘클라베>는 로마 가톨릭 교회의 신성함도 한 꺼풀 벗겨낸다. 실제로 카메라는 전통에 스며든 현대적 흔적을 포착한다. 최신식 호텔을 연상시키는 교황청 숙소, 어벤져스 기지처럼 자동적으로 닫혀서 외부와의 소통을 막는 창문, 투표지뿐만 아니라 염소산칼륨을 함께 태워서 만드는 하얀 연기와 검은 연기가 대표적이다.
현대적 이미지는 교회와 현실의 갈등, 전통과 미래의 모순을 시각화한다. 콘클라베의 속살을 보여줌과 동시에 가톨릭 교회의 속살도 함께 드러내는 셈이다. 실제로 극 중 추기경들을 둘러싼 추문은 사실 낯설지 않다. 이미 수차레 지적받고 공론화된 가톨릭 교회의 오래된 문제들이기 때문. 일례로 신부들의 성 추문과 교회의 조직적 은폐 시도는 <스포트라이트>나 <신의 은총으로> 같은 영화가 여러 차례 다룬 바 있다.
추치경들의 부패도 심심찮게 비판받고 있다. 당장 프란치스코 교황도 2020년에 죠반니 안젤로 베추 추기경을 시성성 장관에서 전격 경질한 바 있다. 베드로 성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고 교회 기금을 사적으로 활용했다는 문제제기가 경질 이유였다. 이에 더해 교회의 방향성 역시 뜨거운 감자다. 성소수자 및 이혼자, 타 종교인에 대한 처우와 관련해서는 교회 내에서도 좀처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즉, <콘클라베>는 전통과 관습을 고수하는 교회가 현대 사회에 발맞추지 못한 세태를 비판하며 변화를 촉구하는 영화다. 그렇기에 콘클라베가 열리는 시스티나 성당이 무너지는 장면은 의미심장하다. 로마 시내에서 발생한 테러로 인해 성당의 창문 한쪽이 파손되고, 추기경들은 부상당한다. 이 이미지는 교회와 세속을 가르는 강고한 경계의 붕괴와 현대 사회의 변화에 적응 못한 교회의 퇴락을 동시에 상징하는 듯하다.
문을 열어야 보이는 진리
흥미롭게도 <콘클라베>는 폭탄 테러가 발생한 순간의 연출을 통해 교회와 사회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로렌스는 삼중의 의심 끝에 자기 이름을 투표지에 적는다. 그가 투표함의 문을 열고, 표를 넣으며 함의 문을 닫으려는 바로 그 순간, 시스티나 성당은 폭탄 테러로 인해 먼지로 뒤덮이고 콘클라베는 중단된다. 사건이 수습된 뒤 콘클라베는 파손된 시스티나 성당의 창문이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로 재개된다.
이때 핵심은 '문'이다. 문은 로렌스의 의심을 상징하는 오브제이기 때문. 로렌스에게 문은 '판도라의 피토스'나 다름없다. 피토스 안에 무엇이 있는지 궁금한 판도라처럼 로렌스는 문 뒤에 숨은 진상을 찾을지, 아니면 문을 외면할지 고민을 거듭한다. 일례로 그는 행방불명된 보고서를 찾기 위해 봉인된 전임 교황의 방문을 열어야 할지 고민한다. 추문에 휩싸인 추기경들을 조사하기 위해 그들의 숙소 문을 열어야 할 지도 고뇌한다.
하지만 의심 끝에 문을 열면 그는 고통스러울지언정 진실에 한 발짝씩 가까워진다. 즉, 문은 의심을 멈추지 않을 때 비로소 진실과 진리가 보인다는 메시지의 상징이다. 테러 이후 성당 창문이 열린 채로 콘클라베가 재개된 이유이기도 하다. 반대로 그가 의심을 멈추고 투표함의 문을 닫으려는 순간, 콘클라베는 엉망이 된다. 마찬가지로 의심 없이 자신이 믿는 신과 교리에 대한 확신으로 무장한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스트에 의해서.
의심으로 빚은 <콘클라베>의 진의
테러 이후 다른 종교에 더 강경하게 대응하자고 주장하는 보수파 추기경들의 모습을 보면 언제나 그 누구든 의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더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최근에는 보수파 추기경들처럼 특정 이념에 경도되거나, 특정 사상을 확신하는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갈등이 재생산되는 악순환이 커지는 중이기 때문. 이는 <콘클라베>의 메시지에 종교적 차원을 넘어서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새로 뽑힌 교황도 의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교회 내에서 비주류 지역으로 여겨지는 분쟁 지역에서만 활동했고, 인터섹스이지만 스스로를 남성으로 규정하는 인물이다. 그의 활동과 정체성은 가톨릭 교회가 현대 사회과 교회 사이의 문제와 모순에 대해 관습과 전통에 의존하는 대신 새롭게 대응해야 함을 상징한다. 이는 그가 순결을 뜻하는 '인노첸시오'를 새 교황의 이름으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콘클라베>의 모든 플롯을 뒷받침하는 로렌스의 서사도 새 교황의 선출로 완결된다. 이는 콘클라베 시작 미사에서 의심하는 교황이 필요하다던 로렌스의 강론에 맞는 응답이 신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자신에게 아직 신앙이 있는지, 다시 기도할 수 있을지 의심하던 그는 콘클라베로써 답을 찾은 셈이다. 그렇기에 콘클라베 기간 동안 닫혀 있던 창문이 열림과 동시에 영화가 끝나는 결말은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끝없는 의심의 다른 이름, 진리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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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우리가 잊어버린 진짜 소통의 방식에 대해
Director
Iván FUND
Cast
Mara BESTELLI, Marcelo SUBIOTTO, Anika BOOTZ, Betania CAPPATO
시놉시스
아르헨티나 시골의 어느 먼지 나는 길, 반려동물과 소통할 수 있는 소녀의 능력을 팔아 기회주의적인 보호자들이 생계를 이어 나간다. 이게 마법이든 사기든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이 서비스는 진짜고,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은 보물이라는 것.
들어가며 :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심사위원 대상에 빛나는 <메시지>는 흑백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독특한 영화였다. 소재적으로 애니멀커뮤니케이터, 대안가족 등의 개념이 등장하지만 절대 영화의 본 목적인 '소통과 여백'이 존재해야 할 자리를 설명이나 억지 사건으로 채우지 않기에 더욱 순수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잊어버린 진짜 소통의 방식에 대해
아니카가 동물의 비공간에 채널링하여 그들의 영혼과 대화하는 방식은 고요하다. 침묵 속에서 감정을 교류하고, 그것은 아니카의 시적인 언어로 변환된다. 그녀는 여행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동물들을 만나며, 그들의 경험과 교류를 통해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배워나간다. 그 과정에서 의뢰인이 원하는 내용과 자신이 믿는 것 사이에서 부드럽게 중개를 해주는 건 미리엄의 몫이다. 운전을 하고 수금을 하는 로헤르는 이들을 목적지까지 잇는 사람이니 아니카에게 두 어른의 존재는 세상과 아니카를 이어주는 동반자적 관계가 된다.
흑백의 화면은 다채로운 자연의 풍경이나 서사적 장치보다 이야기가 가진 본질에 집중하게 만든다. 때문에 불친절도, 학대도 아니지만 어쩐지 무친절해 보이고 때로는 아니카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던 미리엄와 로헤르의 태도는 혹시나 모를 극적사건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 묘한 긴장감을 주기도 하다. 그러나 일이 없을 때 밴에 모여 아니카의 흔들리는 유치를 뽑아주기도 하고, 이빨요정에게 소원을 비는 아니카의 베개 밑에 짤막한 진실의 메시지와 함께 돈을 넣어주는 장면, 서툴게 조작키를 움직이며 인형뽑기를 하거나 아니카가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정신병원으로 향하는 여정에 동참해주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은 이것이 그저 말로 표현되지 않는 진짜 소통에 대한 이야기임을 확신시켜 준다. 이들은 식구였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 가족보다 더 관계의 본질에 가까운 사이.
<메시지>는 단순한 생계 수단을 위해 뭉친 세 명의 방랑자 존재 연합을 넘어, 어린 아이인 아니카가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의 진짜 목소리를 찾아가는 성장의 과정을 돕는 어른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영화의 마지막쯤 아니카가 미리엄에게 다가와 새의 영혼을 통해 미리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미리엄이 따뜻하게 아니카의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장면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세상에 이런 연대만 있다면 마음이 아픈 동물도, 사람도 없지 않을까 하는 순진한 희망을 품어보게 된다.
Schedule in JIFF
2025.05.02. (금) 21:00 CGV 전주고사 3관
2025.05.03. (토) 20:0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2025.05.06. (화) 20:30 CGV 전주고사 4관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4월30일 ~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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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도시가 비극을 기억하는 방법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가깝게 세월호 사건은 벌써 7주기가 되었다. 한국 사람이라면 그때 세월호의 모습은 잊기 힘든 장면이다. 하지만 여전히 진상규명이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고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망자를 완전히 보내지 못하고 있다. 그 와중에 어떤 사람들은 이제 이만 그 일을 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그 일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누구의 잘못으로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오게 되었는지를 알지 못한다. 원인을 파악하고 희생자들을 기억하려는 일련의 노력들은 앞으로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렇게 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것이 다음 한 발자국을 떼어 걸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조금 먼 과거를 보면 광주 민주화 항쟁을 떠올릴 수 있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저 일 년에 한 번씩 맞이하는 추모일에만 그 일을 한 번씩 생각한다. 하지만 유족들은 1년 365일 여전히 그 일을 생각하고 잃은 가족을 마음속에서 꺼내어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희생자들을 위해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일을 잊지 않는 것이다. 여전히 어딘가에서 희생자들을 폭도라고 이야기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과거는 과거로 묻고 아픈 것을 그만 들추자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이제는 과거를 묻어두고 앞으로 가자고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말은 과거에 대한 반성과 원인도 같이 묻어두자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원인에 대한 명확한 것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 이렇게 중요한 과거의 기억인 광주에서의 아픔을 찾고 기록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군부 독재의 비극적 역사를 똑같이 경험한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는 한국의 광주와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비슷한 사건 이후 남은 유족과 과거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다. 그 당시 상황을 자세히 파헤치는 것보다는 그때 희생당한 사람들의 가족들이 느끼는 감정적인 부분과 그들이 지금 해나가고 있는 일들을 천천히 보여준다. 두 도시는 모두 독재 군부에 의해 자행된 학살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다. 벌어진 행태도 비슷하다. 갑자기 길거리나 학교에서 사람들을 잡아가 폭도 세력으로 몬다. 그리고 죽이거나 특정 장소에 가두고 고민했다. 잡은 민간인들을 고문하는 일도 많았다. 마치 거울처럼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이 슬픈 역사는 굉장히 비슷해 보인다.
영화는 두 도시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 첫 번째가 실종자들의 유골을 찾는 일이다. 그 당시 두 도시에서는 희생된 사람들의 숫자가 많았다. 하지만 실종자도 굉장히 많았고 그렇게 갑자기 연락이 끊긴 사람들은 유골조차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 몇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 여전히 실종된 가족을 찾는 사람들이 있고, 특정 기관 주도로 땅속 어딘가 묻혀있는 유골을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그 작업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된다는 것 자체가 남은 가족들에게는 작은 희망을 선사한다.
가족을 잃는 슬픔은 어떤 것으로도 위로할 수 없다. 가족을 잃은 이후, 남은 가족들은 망자를 편안히, 그리고 곱게 보내려 애쓴다. 장례절차를 통해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면서 가족의 모습을 마음에 꾹꾹 넣어둔다. 그 마지막 인사는 작별을 의미하지만 남은 가족들이 그 슬픔을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다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신을 찾고 마지막 작별인사를 한 유족들은 그나마 슬픔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지만 그런 작별의 기회 조차 가질 수 없는 가족들은 삶을 이어가면서 잃어버린 가족과의 마지막 인사를 꿈꾼다.
과거를 보존하고 실종자를 찾으려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좋은 빛, 좋은 공기>에서는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희생자들의 가족 인터뷰를 담았다. 남은 가족들의 소원은 이미 나이 든 자신이 죽기 전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땅에 편안히 묻어주는 것이다. 그들은 군부 학살 당시 겪었던 일들을 마치 어제처럼 묘사한다. 가족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그들을 찾아 여기저기 다니다가 어떤 사람은 죽은 자식의 시체를 발견하거나 아니면 단서가 끊겨 더 이상 소식을 듣지 못한 경우가 모두 나온다. 그들이 가족의 마지막 모습을 묘사할 때 그들의 눈엔 눈물이 가득 고인다. 그 눈물을 아는 사람들은 남은 유골을 찾으려 무던히 애쓰고 하나하나의 유골을 찾고 분석해 나간다. 이것이 두 도시가 과거를 기억하고 정리해나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두 번째로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려는 노력이다. 이 역시 양쪽의 의견이 있다. 그 당시의 건물이나 물건을 옛날 그대로 보존하여 그때의 비극의 역사를 그대로 현재의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의견과 아픈 과거를 새롭고 더 밝은 모습으로 덮어쓰자는 의견이다. 이 영화는 그 아픈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그 당시의 역사가 있는 그대로 기록된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당시 군의관이었던 한 의사가 그 당시 군 병원 건물을 걸어가면서 내뱉는 말들이 인상적이다. 왜냐하면 그는 40년이나 더 지난 일을 아주 세세하게 기억하고 묘사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그가 느끼는 감정과 주변 인물들이 느끼던 감정이 전달됨과 동시에 그 당시의 처참함이 그의 말에서 느껴진다. 그 당시의 병원이나 옛 전남도청 건물을 있는 그대로 복원함으로써 과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기억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 역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지는 그 당시 실종자들이 갇혀있던 건물에 대한 묘사도 굉장히 비슷한 느낌으로 전달된다. 결국 잘 보존된 역사적 현장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역사가 무엇인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런 과거에 대한 복원과 보존 노력 역시 남은 유가족들이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그 당시 희생자들이 지키고자 했던 자신들의 권리인 자유와 민주주의가 이들의 희생으로 조금이나마 지켜지길 바라는 것, 그리고 국가 권력이 가면 안 되는 길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 영화는 두 도시에 남은 유가족의 그 당시 기억에 대한 발언을 함께 보여주며 이러한 노력이 중단되면 안 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기록과 복원에 대한 노력에서 조금 벗어나 과거 어머니들의 이야기도 덧붙이고 있다. 그 당시 자녀들을 잃었던 어머니들이 비슷한 처지의 다른 어머니들과 하나둘 모여 투쟁을 하게 된다. 광주뿐만 아니라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자녀를 잃은 어머니들이 거리로 나와 투쟁을 시작했다. 대부분 여자인 그들을 무시했지만 그들은 조금씩 세력을 키워 큰 투쟁의 불씨로 키웠다. 또한 그들은 나이가 든 현재 시점까지도 진상규명과 실종자 유골에 대한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현재까지 두 도시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실상과 아픔이 전달될 수 있었던 건, 이렇게 연약하게만 보였던 어머니들이 끝까지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속 그들은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들은 미래에 다시는 그런 아픈 일이 일어나면 안 되고 그것에 자신들이 할 일을 끝까지 하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어머니들의 투쟁
영화 속에는 현재 두 도시의 10대 학생들이 그 당시의 모습을 바탕으로 영상 예술 작품을 만드는 것이 간간히 나온다. 아주 먼 거리지만 영상으로 인사하고 그들이 느끼는 과거의 슬픔을 작품으로 담아내려는 그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영화의 연출을 맡은 임흥순 감독은 과거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타기도 한 미술가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의 영상 속에 담긴 과거의 여러 모습들은 하나의 미술 작품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좋은 빛이란 뜻을 가진 도시 광주와 좋은 공기라는 뜻을 가진 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벌어진 군부 학살은 굉장히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이때 나온 희생자, 그리고 유가족들의 모습은 거울을 보는 것처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대부분 흑백으로 구성된 화면은 광주와 브에노스아이레스스를 교차로 비추는데, 언뜻 보다 보면 이곳이 광주인지 부에노스아이레스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만큼 두 도시가 겪은 상황이 비슷하고 남은 과거의 건물이나 잔재들도 같은 모습이다. 결국은 두 도시가 하고자 하는 앞으로의 방향성도 같아서 두 도시가 과거를 담고 그리는 모습이 마치 하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영상이나 매체를 통한 연대로 이 두 도시가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영화에 담겼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얀마에서 다시 반복되고 있는 군부에 의한 비극에 대한 안타까움과 항쟁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에 대한 지지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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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CINEPICK AWARDS] 최고의 한국영화를 pick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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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자단의 마지막 여정 엽문4 :더 파이널 [영화리뷰 결말포함]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엽문4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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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소림천하: 제국의 부활> 메인 예고편
황실의 불교 탄압으로 흔적도 없이 불타버린 소림사의 마지막 후예 ‘득보’.
그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사기 행각으로 객잔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득보’의 객잔에 숨겨진 소림사 마지막 유산의 단서는 세력을 키우려는 권력가들의 야욕을 자극하고,
이를 갈취하려는 권력가들로 인해 ‘득보’는 살인 누명을 쓰고 하나뿐인 아들마저 잃는다.
복수를 결심한 ‘득보’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소림사 노승의 지도 아래 뼈를 깎는 고통으로 소림권을 수련하고,
그는 소림사의 후예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함께 자신을 모함한 사건의 배후에는 제국을 피로 물들일 음모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모든 악을 끝낼 결전의 시작!
전무후무의 소림 액션이 난세를 종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