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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두미2022-07-10 17:01:37

희생하지 않는 엄마에 대하여

아이와 가족을 위해 희생하지 않은 엄마는 어떻게 되는가

영화 <로스트 도터> 포스터

 

 

 

로스트 도터 (THE LOST DAUGHTER, 2021)
장르 : 미국·영국·이스라엘·그리스, 드라마 │ 감독 : 매기 질렌할
출연 : 올리비아 콜맨(레다), 다코타 존슨(니나), 제시 버클리(젊은 레다) 외    
등급 : 15세 관람가 │ 러닝타임 : 122분

 

 

 

 

 

 

영화 <로스트 도터> 스틸컷

 

 

 

모성을 잃은 여자, 레다.     

 

 

 

왜 하필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기간에 이 영화를 보게 됐는지 모를 일이다. 갖기 전에 잘 생각해보라는 신의 경고였을까. 이 영화는 아이를 키우는 환희와 즐거움의 반대편에 존재하는 ‘희생’의 무게에 대해 말하는 영화다. 그것도 아주 적나라하고 노골적으로 말이다.         

 

 

 

대학교수 ‘레다’는 혼자 휴가를 즐기러 그리스 해변에 왔다. 그녀는 모래사장에 책을 펴고 앉아 누구의 간섭도 없이 홀가분한 시간을 즐기려 하지만, 그곳에 놀러 온 또 다른 사람들을 보게 된다. 대가족 단위의 시끄러운 어떤 가족들이다. 그 가족의 무리에는 한 젊은 여자가 있다. 서너 살쯤 된 딸을 키우는 듯한 그 여자의 이름은 ‘니나’. 어린 딸과 동행하는 젊은 니나에게, 레다는 자꾸만 시선을 빼앗긴다.     

 

      

 

 

 

 

영화 <로스트 도터> 스틸컷

 

 

 

아름답지 않고 희생하지 않는 엄마에 대하여  

 

   

 

레나에게도 니나와 같이 젊은 시절이 있었다. 이른 나이에 낳은 두 명의 딸도 있었다. 그러나 레다의 회상에서 그려지는 그녀의 젊은 시절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두 명의 딸아이는 징징거리며 레다를 보채고, 레다는 그런 아이들이 지겹다. 유망한 대학원생이었으며 꿈이 있었던 레다에게 아이들은 축복보다는 힘겨운 짐에 가까워 보인다.           

 

 

 

그러다 레다는 대학교수를 사랑하게 됐고, 그 길로 3년간 아이들을 버려두고 집을 떠났다. 말이 통하는 지적이고 섹시한 대학교수, 아이로부터의 해방감. 그런 것들이 지친 레다를 유혹했고 환상을 갖게 만든 것이다. 물론 레다는 결국 아이들이 그리워져 다시 집으로 돌아왔지만, 그 일에 대한 죄책감까지 씻어지는 것은 아니었나 보다. 그런 일을 벌인 지 십수 년이 지난 레다는, 뭔가에 씐 듯 해변에서 니나의 어린 딸이 가지고 놀던 인형을 훔쳐서 숙소로 가지고 온다.         

 

  

 

 

 

 

영화 <로스트 도터> 스틸컷

 

 

 

행복을 잃은 여자, 니나     

 

 

 

휴가를 즐기는 동안 레다는 니나와 부딪힐 일이 많았다. 니나가 잠시 어린 딸을 잃어버렸을 때 레다가 찾아다 준 날도 있었고, 딸 때문에 힘들고 불행하다는 니나의 하소연을 듣는 날도 있었다. 그녀와 만나면 만날수록 영락없이 레다는 자신의 젊은 시절이 겹쳐 보인다.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숙소로 훔쳐온 인형에 대고 자신의 젊은 시절과 두 딸들을 투영시켰다.           

 

 

 

그러던 중 레다는 니나가 남편을 두고 숙소 종업원과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레다가 편해진 니나는 불륜남과 거사를 치를 수 있도록 숙소를 빌려달라는 부탁까지 청해오는데. 레다는 그러기로 약속은 하지만 석연치 않고, 그걸 모르는 니나는 기쁜 마음으로 숙소의 키를 받으러 온다.    

 

      

 

 

 

 

 

 

영화 <로스트 도터> 스틸컷

 

 

 

지나가는 바람이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아이 때문에 힘들어하고, 그 지겨운 일상을 벗으려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려는, 자신과 너무도 닮은 니나를 꾸역꾸역 남처럼 대하려 했으나… 레다는 말해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네가 겪고 있는 그건 지나가는 바람이 아닐 수도 있다고, 아이를 키우는 내내 그런 기분이 들 수도 있다고, 그 산물이 바로 나라고.       

 

    

 

하나를 얻기 위해서는 하나의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게 인간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확실히 출산과 육아는 여자의 삶의 판도를 많이 바꾸어놓는 듯싶다.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아이를 케어하기 위한 품이 들기에, 아이가 얼마나 예쁘냐 와는 상관없이 지치는 것은 당연한 게 아닐까. 그러지 않고서는 모든 엄마들의 소망이 ‘육퇴(육아 퇴근)’일 수가 없잖은가.        

 

  

 

 

 

 

영화 <로스트 도터> 스틸컷

 

 

 

모성애라는 이름으로 짓눌리는 것들

 

 

 

물론 젊은 시절 레나의 일탈과 방황을 두둔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나 가보지 못한 자유의 길을 꿈꾸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가정을 저버리지는 않으니까. 다만 모성이라는 커다란 범주 안에, 너무나 큰 인내와 희생이라는 요소가 있다는 것에는 깊이 공감하고 싶다. 레나에게도 니나에게도 그리고 모든 엄마들에게도 모두 비슷한 위기와 고비가 있었으리라 이해하고 싶다.     

 

     

 

영화의 마지막. 레나는 자신이 니나 딸의 인형을 훔쳤음을 고백한다. 다 큰 어른이 돼서 왜 아이의 인형을 훔치고 모른척했는지 니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실 관객인 나도 이해하지 못한다. 누가 알 수 있을까. 아이를 버리고 3년간이나 외도를 했다가 돌아온 여자의 그 죄책감의 깊이를. 부디, 영원히 그 감정을 모르길 바라며 살 뿐이다.           

 

 

 

 

 

 

 

 

 

*  해당 포스팅은, 씨네랩(CineLab)으로부터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언론 배급 시사회에 초청받아 작성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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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우두미

출처 . https://brunch.co.kr/@deumji/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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