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0932023-04-18 15:22:08
거북이처럼 느린형사, 토끼처럼 빠른 도둑 | 영화 거북이달린다
추억의 영화
오늘은 정말 오래된 작품을 가지고 왔는데.
혹시 영화 거북이 달린다를 아시나요?!
지금은 OCN 어디선가 느지막하게 할 것 같은 영화인데,
이 영화 참 매력적이고 순박하며 재미있는 작품이라 가지고 왔어요~
이 작품을 모르신다고요!? 괜찮아요~
나중에 티비 돌리다가 푸릇푸릇 한 정경호와 김윤석이 나온다?!
그럼 스톱하고 슬그머니 한번 보세요! 재미있거든요~
다시 보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 리뷰 시작해 보겠습니다~
기본 정보
장르 : 범죄, 드라마, 스릴러, 코미디, 액션, 어드벤처, 수사
감독 / 각본 : 이연우
출연진 : 김윤석, 정경호
개봉일 : 2009년 06월 11일
평점 : 8.43
스트리밍 : 티빙, 넷플, 웨이브, 쿠팡, 왓챠
기획 의도
"또 너냐? 다음엔 죽는다!"
"지발 잡히지 마라! 너는 내가 잡을 거야!"
대한민국을 농락한 신출귀몰 탈주범이 예산에 나타났다.
하는 일이라곤 지역 발전을 위해 소싸움 대회 준비뿐인 시골마을 예산의 형사 조필성.
다섯 살 연상의 마누라 앞에서는 기 한번 못 펴는 한심한 남편이지만,
딸내미의 학교 일일교사 1순위로 꼽힐 정도로 마을에서는 나름 알아주는 형사다.
소싸움 대회를 준비하던 필성은 강력한 우승후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훔쳐 나온 마누라의 쌈짓돈으로 결국 큰 돈을 따게 된다.
난생처음 마누라 앞에서 큰소리 칠 생각에 목이 메이는 조필성.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갑자기 나타난 어린 놈에게 순식간에 돈을 빼앗기고 마는데,
그놈은 바로 몇 년 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가 행방이 묘연해진 탈주범 송기태.
여담
드라마 거북이 달린다 작품은 지금은 흔하디 흔한 차량과 전투 액션신이 하나도 없는
순박 그 자체의 시골에서 인심을 더 넣은 유머를 통하여 내 돈을 찾고야 말겠다는
형사의 집념 하나로 범인을 잡는데 성공하는 순박한 영화이다.
이 영화의 보는 묘미 중 하나는 김윤석과 정경호의 생생하고 순박하고 파릇파릇함이
절로 느껴지며 볼 수 있는 매력 포인트 중 하나인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 결말을 살펴보자면.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시골에서 순박함으로 똘똘 뭉친 형사 조필성(김윤석)은
악바리 같은 근성 하나로 탈옥수 송기태(정경호)를 잡는데 성공하며
돈도 찾고 행복도 찾고 명예도 찾으며 그렇게 영화는 끝이 난다.
지금은 익숙한 액션과 총! 비행기 등이 등장하는 화려한 액션을 기대한다면
영화 거북이 달린다를 추천하고 싶진 않습니다.
느긋함과 정겨운 시골의 풍경 속에 악바리 경찰을 원한다면 영화 거북이 달린다
매력적이고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한줄평 : 집념의 형사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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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최동훈 감독님 열심히 하시잖아
세계가 무너지기 직전
이 영화의 주인공은 도사 무륵(류준열)과 이안(김태리)다. 이안은 드디어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신검을 되찾았다. 외계인 죄수를 쫓다 과거에 갇힌 이안. 이안의 아버지 역할을 했던 썬더(김우빈)를 찾아 다시 현대로 돌아가고자 한다. 하지만 이 신검에 대해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인물이 있다. 무륵이다. 사실 무륵은 자기 몸 안에 어떤 존재가 있다는 걸 체감한다. 분명 요괴일 것이라고 확신하는 무륵. 이 이상한 조짐은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도 알 수 있던 부분이었다. 무륵 안의 요괴를 확인하고 싶은 세 사람(무륵,흑설,청운). 이 세 사람은 신검으로 이(요괴)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어 한다. 하지만 신검을 쫓는 인물은 두 명 더 있다. 메인 보스 자장(김의성)과 맹인 검객(진선규)도 무륵과 이안을 쫓고 있던 것이다. 과거는 과거대로, 현대는 현대대로 문제가 일어난다. 신검 따라 움직이던 인물들은 현대의 우리들에게 발생한 문제가 있음을 알아채고, 이를 위해서라면 신검이 역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1390년의 고려와 2022년의 대한민국 사이를 움직이는 외계+인들. 어떤 인물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360억짜리 빌드업
이 영화에 대해 가장 먼저 쓰고 싶은 것은 이야기 전개다. 이 영화의 플롯은 어디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든다. 바로 우리 모두가 아는 스릴러/케이퍼 무비 장인 최동훈의 외길인생이 본작에서도 느껴지는 것이다. 1편에서 실망한 관객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이 2부에서는 우리가 알던 최동훈의 영화가 돌아왔다. 어떤 점에서? 이 영화 <외계+인 2부>는 한 가지 목표를 위해 인물들이 질주하는 플롯을 취하고 있다. 우리가 알던 최동훈의 영화처럼 말이다. 실제로 <도둑들>과 <암살>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무엇인가? 바로 ‘보석을 훔치거’나 ‘친일파를 암살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서 우리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캐릭터들이다. <도둑들>의 펩시와 휘발유, 마카오박이나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이나 염석진 같은 캐릭터들은 기억에 선명하게 남는다. 인물들이 간단한 플롯을 휘발유처럼 불태우는 것이다. 영화가 이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덕에 최동훈의 필모그래피는 극의 울림보다 재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니까 장르적인 쾌감을 맨 위에 두면서 각기 다른 인물들로 극의 개성까지 가져가는 것이다.
이 영화의 1부는 기존의 최동훈 필모그래피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듯했다. 이야기는 복잡했고, 인물들은 이 복잡한 설정을 설명하기 위해 소모적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1부와는 다르게 2부는 설명해야 할 것들이 많이 줄어들었다. 1부는 말 그대로 할 말이 많았다. 무륵 설명하고. 이안의 사정도 보여줘야 하고. 자장을 비롯한 빌런들의 악랄함도 묘사해야 하고. 썬더와 이안사이의 관계도 넣어야 하고. 가드와 썬더는 또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도 이야기에 들어가지 않으면 2부에서 매가리가 빠진다. 그런데 단적으로 설명만 하면 안 된다. 2부에서 이 모든 인물들이 영화의 핵심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가 남아있으니 관객들이 캐릭터에게 정도 붙여야 한다.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동훈 감독은 여러 장르를 혼합시키는 것을 골랐다. 실제로 1부는 코미디, 액션, 스릴러, 호러, 로맨스, 가족, 판타지, SF, 슈퍼히어로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며 이야기를 전개했다. 하지만 영화의 이 선택은 패착으로 돌아왔다. 1부의 러닝타임 안에 등장인물에게 정을 붙이는 건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했다. 너무 많은 소재들이 정리가 안된 탓에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다. 이 두 문제는 치명적이다. 인물들에게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이에 대한 여파로 골랐던 여러 장르를 병치시키는 선택은 낡은 연결고리만 강조시키며 단점만 부각했다. 대표적으로 외계인의 능력을 묘사하기 위해 들어갔던 썬더의 대사들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 또 이 영화에 도사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시간여행은 안 그래도 복잡한 플롯을 더 꼬아버리는 악영향을 끼쳤다. 실제로 과거 서사가 쭉 전개되다가 현대 이야기가 들어가면 썬더의 목소리톤에 질겁하며 이야기 몰입도가 깨진다. 최동훈 감독이 승부수로 던졌던 선택들이 반만 성공하고 반은 실패한 것이다.
본작 2부에서는 이런 단점들이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2부 초반부터 우륵이 왜 신검을 차지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1부를 보면 자연스레 알게 된다). 이안이 왜 절실하게 신검을 얻고 싶은지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가드와 이안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뺀질거리는 도사 듀오의 유머감각도 익숙해진다. 자장의 카리스마와 그의 속사정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부가 2부의 전제조건들을 해결시키니 감독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상으로 현재/과거를 왔다 갔다 하는 플롯도 정돈이 됐다. 이야기를 해결하는 데 있어 순번을 부여해서 순차적으로 해결하는 (비교적) 정돈된 플롯을 보여준다. 어? 인물에게 정을 붙일 수 있고, 순서대로 착착착 이어지는 플롯?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매력을 보여주는 김태리, 류준열 배우? <도둑들>이다. 그리고 플롯을 전복시키는 것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다. 최동훈식 케이퍼무비의 조건들을 이번엔 신선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최동훈의 시그니처에서 한 단계 진화된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영화의 엔딩과 관련된 부분인데, 이 거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방식에 이 엔딩은 두 작품을 요약하는 좋은 선택이었다. 상업적으로 실패할 확률이 높은 <외계+인 2부>지만 최동훈의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족쇄를 부수다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것 중 하나는 캐릭터였다. 바로 김태리 배우가 맡은 이안과 류준열 배우가 맡은 무륵이 그렇다. 사실 1부의 이안/무륵은 아쉬운 감이 있었다. 전자 이안은 섬세한 힘이 부족하면서, 감정적으로 매끄럽지 못했다. 캐릭터를 긴 시간을 들여 설득시켜야 하는데 영화 한 편으로 모든 서사를 설득시키려 했던 욕심이 과했다. 글쓴이는 가드와의 관계에서도 그걸 느꼈고, 이안이 두 도사를 대하는 방식에서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주인공이라면 원래 착해’에 기대는 것이다. 사실 본작 2부에서도 이 단점에서 벗어났다고 보긴 어렵다. 로맨스 영화로서 생뚱맞은 장면이 몇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부실한 서사에도 김태리 배우는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한다. 감정적으로 화내고 슬퍼하는 장면에서 김태리 배우의 장기가 돋보여 이야기의 윤활유가 된다. 후반부는 사실상 김태리 배우가 이끈다고 볼 수 있는데, 템포를 바꾸는 영화에서 이 인물을 중심으로 따라갈 수 있다는 점은 김태리라는 배우가 가진 장점을 십분 활용했다고 볼 수 있다.
류준열 배우가 맡은 무륵은 전적으로 소년만화의 클리셰를 따랐기 때문에 아쉬웠다. ‘슬램덩크’의 정대만이 도술을 쓰면 무륵이 되는 느낌? 하지만 이 인물에게 부여된 가장 중요한 서사가 있다. 바로 로맨스 / 성장서사다. 그리고 이 성장서사를 어떻게 소화하는지가 배우의 역량과 관련된 부분일 것이다. 류준열 배우는 이 두 가지를 쉽게 설득시킨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볼 수 있었던 내면 연기와 왠지 자연인 류준열에게 볼 수 있을 것 같은 코미디 연기를 자기 방식으로 십분 소화한다. 어떤 연기는 경우에 따라서 좀 오그라든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런 모습이야 말로 이야기의 엔딩과도 이어지며 2부의 서사를 다방면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바로 흑설과 청운 캐릭터다. 이 두 캐릭터는 1,2부에서 핵심 조연을 담당하며 시리즈의 웃음을 담당한다. 사실 글쓴이는 1부에서도 두 캐릭터가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다만 두 배우가 연기를 정말 끝내주게 잘한다는 걸 다시 느꼈다). 2부에서도 여전히 재미없었다. 이번에는 이유를 댈 수 있을 만큼 재미없었다. 왜? 이 2부에서 흑설, 청운 캐릭터의 유머는 1부에서 우리가 봐왔던 이미지의 연장이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어떤 장면에서는 이 부분을 위해 이 캐릭터들이 존재한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두 캐릭터 외에 2부의 핵심 조연이 된 인물이 있다. 바로 이하늬, 진선규 배우의 캐릭터들인데 각기 인물들이 할당받은 분량이 이야기 전체와 호응하는지는 의문점이 있다. 굳이 필요했을까 싶은 장면이 몇 있다.
내가 최동훈이야
이 영화에서 낯선 느낌을 받았다고 하지 않으면 무조건 거짓말이다. 사실 이 기시감은 1부 개봉 당시 글쓴이가 봤던 감독의 인터뷰에서 가져온 것이다. 어떤 시리즈인지 말하면 스포일러가 되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들이다. 플롯에서 이 시리즈의 일부 장면, 심지어 1편의 플롯을 가져온 느낌이 있다. 그리고 어떤 소재에서는 이 시리즈의 등장인물들과 겹쳐 보이는 점이 있다. 이런 기시감이 든다고 해서 무작정 따라 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최동훈 감독은 이 시리즈에서 매혹됐던 일부 장면들을 갖고 오면서 몇 개는 버렸고 몇 개는 선택했다. 사실 이 취사선택을 고른 연출법으로도 이 ‘외계+인’ 시리즈에 대한 최동훈 감독의 야망이 느껴진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는 욕심이 보였다.
굳이 이럴 필요가 있을까요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부에서 지적받았던 단점이 무엇일까? ‘난잡해요’ ‘대사들이 유치해요’ ‘과거와 현대파트가 호응하지 않는 것 같아요’ 등이 있다. 2부에서 이것들을 해결했다는 것은 ‘비교적’이라는 의미지 완벽하게 해결하지 못했다. 오히려 2부 자체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슨 말이냐? 영화가 1부와 다른 것들을 시도해야 하지만 전작에서 이야기했던 건 이어야 한다. 전자를 골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과도한 생략과 후자를 골랐기 때문에 느껴지는 ‘낯설게 하기’의 강박이 본작에서 둘 다 느껴졌다.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는 1부와 2부가 아예 별개의 영화처럼 느껴진 적도 있다. 또 2부에서 느껴졌던 묘한 인형놀이가 좌왕과 우왕의 서사에서도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아쉬움은 이 영화의 기획의도를 생각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만약 이 ‘외계+인’ 시리즈가 넷플릭스가 투자한 한 6부작 시리즈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짧은 기간 동안 긴 분량을 고르기보단 긴 기간 하에 여러 장면을 보여주면서 이야기의 밀도를 높이는 것이다. 심지어 이렇게 드라마로 시작했으면 차기작도 만들 수 있다. 시퀄로 이안의 솔로 무비를, 프리퀄로 가드의 영화도 만들 수 있다. 오히려 최동훈 감독이 정말 이 시리즈를 시도하고자 했던 이유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아마 투자자들이 많았나 보다
이 영화를 두고 설왕설래가 많을 수 있다. 워낙 1부가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장선상으로 자연스럽게 안 좋은 평가들이 따라오는 건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글쓴이도 1부 리뷰 쓰고 '인터넷에는 재미없다는 말이 많다'식의 악플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글쓴이는 이 영화, 그러니까 <외계+인 2부>가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런 시도 치고는 완성도가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최동훈 감독이기 때문에 이런 중구난방으로 쏴대는 플롯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중구난방으로 쏴대기 때문에 이야기가 난잡하고 유치한 것도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니까 많은 관객들이 이 두 영화의 호불호에 대해 다양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영화 호평하는 사람한테 쪼르르 달려가서 '너 돈 받았니'같은 소리를 하는 것보다야 훨씬 생산적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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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에서 본] 마지막에서야 빛을 봤는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벤져스, 2012>의 등장은 "슈퍼 히어로"장르를 대세로 올리기도 했지만, "협업" 일명 "크로스오버"를 통한 세계관의 설정은 업계 관계자를 떠나 해당 작품을 소비하는 관객들에게 기획의 중요성을 와닿게 만들었다.
그렇게, "디즈니"와 "마블"의 성공에 "워너"가 "DC"를 인수하며 후발주자로 나섰지만 결과는 아시다시피 좋지 않았다.
이번 <플래시>를 마지막으로 10년간의 작업은 막을 내렸다. - 아니, 내리지도 못할뻔했지만...영화는 온갖 일을 도맡는 "베리, "플래시"의 모습으로부터 시작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사람들을 구하던 와중에 "베리"는 뜻하지 않게 빛보다 빠르게 달리면, 과거로 갈 수 있다는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이에 과거로 날아가 살해당한 어머니를 구하는 데에 성공하나 그 일로 과거와 미래가 바뀌게 되고 마는데...1. 멀티버스마저 늦다니!
앞서 줄거리에서 소개한 "시간 여행".
이는 해당 영화에서 "멀티버스"로 소개되는 소재이나 이 자체만으로도 벌써부터 피로감이 몰려든다.
이런 이유에는 경쟁사 "마블"에서는 <대혼돈의 멀티버스2022>라는 부제로 쓰여있듯이 '먼저'를 빼앗긴 점도 있겠지만, 질리도록 쓰고 있기 때문이다. - 물론, "DCEU"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는 개념이지만...
무엇보다 "멀티버스"를 차용한 작품을 보기 위해선 해당 작품뿐만 아니라 별개의 작품들까지 선행해야 하는 수고로움까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장르이다.그러나, 이런 걱정과 다르게 영화 <플래시>의 진입 장벽은 높지 않다.
이번 <플래시>에서 언급되는 영화들로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 1989>, <맨 오브 스틸, 2013>, 그리고 <저스티스 리그, 2017>가 있지만 해당 캐릭터들의 관계만이 인용된다.
그런 점에서 이야기 자체의 허들이 높지 않아 여느 슈퍼 히어로 영화처럼 즐기는 데에 무리는 없지만, 이런 부분이 "클리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결국, 영화 <플래시>도 영웅의 탄생 이야기로 우연한 사고와 실수를 덮기 위한 고군분투를 담아냈다.그럼에도, 해당 작품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이유에는 "멀티버스"라는 소재에 있다.
해당 소재부터 "정사(正史)"에서 "만약"이라는 가능성을 부여해 약간의 변화를 주는 데에 있다.
밝힐 수 있는 부분만 말해보면, 극 중. "벤 에플렉"이 아닌 "마이클 키튼"이 "브루스 웨인"이 되었으며 "슈퍼맨"이 아닌 "슈퍼걸"이 등장하는 차이는 똑같은 장면임에도 다른 느낌을 부여한다.
이외에도 영화에서 말하는 <백 투 더 퓨처>와 <풋루스>의 주인공이 다르다는 충격적인 사실까지 모든 게 흥미롭다.2. 그래서, 진짜로?
결론을 짓는다면, 영화 <플래시>는 "멀티버스"와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슈퍼 히어로의 탄생담을 가장 "DC"스럽게 끝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도 되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 건 "멀티버스"라는 소재에 있다.
앞서 말했듯이 "멀티버스"는 "정사(正史)"에서 "만약"이라는 가능성을 부여한 상상에 불가하다.
실체하지 않는 역사를 실제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패러독스"가 관객들에게 남는 것인데, 영화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배트맨과 슈퍼맨을 맡은 배우들의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혼란스러운 점이 이런 이유 때문이다.· tmi. 1 - 쿠키 영상은 1개로 마지막에 나온다.
· tmi. 2 - 2022년 10월. <플래시 2>의 각본이 완성되었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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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꽃다발의 의미
- 달라진 신발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책장
- 이어폰과 함께 듣는 음악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We Made a Flower Bouquet, 2021)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개봉일 : 2021.07.1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도이 노부히로
출연 :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키요하라 카야, 호소다 카나타, 오다기리 죠, 토다 케이코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각자 다른 꽃을 꺾어 이리저리 배치하고 꾸미면 예쁜 꽃다발이 하나 완성된다. 색, 질감, 가지의 길이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다발 안 꽃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것들이 원래부터 하나의 덩어리였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이런 꽃다발처럼 보이는 사랑을 한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무기와 키누는 막차가 임박한 지하철역 앞에서 처음 만난다. 서로 부딪히며 삐끗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막차를 놓치고, 어쩌다 보니 개찰구 앞에 있던 직장인 두 남녀와 함께 바에서 첫차를 기다리게 된다. 무기는 딱히 공감할 수 없는 직장인 남녀의 대화를 불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키누는 무기의 말과 표정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각자의 길로 찢어지려던 찰나. 공통점 하나로 말문을 트게 된 두 사람은 서로가 운명임을 직감한다.
무기와 키누가 생각하기에 둘은 서로 공통점이 너무도 많았다. 처음 만난 날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고,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같은 책을 읽었고, 같은 뮤지션을 좋아했으며 같은 날의 공연 표를 사놓고 가지 못한 것까지 똑같았다. 두 사람은 첫차가 올 때까지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다음을 약속한다. 그리고 상대의 사소한 행동에 설렘과 특별함을 느끼며 연인이 되고 나의 일부를 꺾어내 ‘똑닮은 우리’라는 하나의 꽃다발을 만들어간다.
무기와 키누는 이 꽃다발이 조화롭고 완벽하다고, 이대로 평생 가슴에 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는 화분 속 꽃과는 다르게 흙도 뿌리도 없는 꽃다발 속에 자리 잡은 꽃들은 각자의 속도로 시들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시들어가는 우리를 느끼며 이별을 생각한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다발,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말을 이렇게 오목조목 곱상하게 펼쳐내는 영화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누군가의 이상행동, 문제를 만드는 제3자,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잉 감정 등 호불호 포인트가 될만한 것들을 싹 배제한 채 최대한 담백하게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그린다.
시간의 흐름에 올라탄 연인
달라진 신발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책장
아르바이트와 학교 성적 유지 정도의 비교적 무겁지 않은 책임만 주어지는 나이에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라는 불안정한 흐름에 함께 올라탄다. 이들은 키누가 학교를 졸업할 때쯤, 부모님의 압박과 취업 문제, 작은 경제적인 문제를 맞이하지만 그것 또한 나름의 로맨스로 승화한다.
취업을 못해 집안에서 눈엣가시가 된다면 집을 나와 함께 살면 되고, 집이 역에서 멀면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행복한 데이트 코스로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점점 깊어지고 무기와 키누는 연인을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잠시 꿈을 접어두고 현실에 몰두하게 된다.
취업만 성공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은 더 멀리 벌어진다. 두 사람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장면들이 점점 줄어들고 키누는 거실 창문 너머에, 무기는 방 창문 너머에 담기는 장면들이 많아진다. 말하지 않아도 늘 함께 신었던 흰색 스니커즈는 문 안을 바라보다 문 바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끝내 사라져버린다. 흰색 스니커즈가 있었던 자리엔 다른 모양새의 구두 두 켤레가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다.
무기는 ‘돈이 없으면 키누에게 밤일을 시켜보라’는 선배의 말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 취업을 준비했지만 막상 취업을 하고 나선 키누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다. 키누에게 상처를 줬던 딱딱한 면접관을 욕하던 그는 어느덧 그 면접관처럼 이마무라 나츠코의 ‘소풍’을 읽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키누에게 상처를 준다. 일에 휩쓸리던 무기는 학생 때처럼 영화, 책, 게임을 사랑하는 키누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몇 번의 갈등이 생긴다. 이때 각자의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엔 한때 즐거운 마음으로 공유했던 거대한 책장이 버티고 있다.
키누는 새로 나온 만화책이나 함께 보기로 했던 연극 등 예전에 무기가 좋아했던 것들을 주제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노력하지만 무기는 키누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키누는 이런 무기 앞에 앉아 빨래를 개고 옷장 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빨래와 함께 섭섭한 마음도 함께 접어 넣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이 완성되는 과정
하나의 이어폰을 나눠 쓰던 두 사람
오프닝신에 나온 무기와 키누는 “이어폰 하나를 나눠 끼고 듣는 건 둘이 다른 음악을 듣는 일”이라며 분개한다. 음악은 최소 스테레오 채널(2채널)로 구성되어 있는 콘텐츠라 왼쪽, 오른쪽에서 나오는 각자 다른 소리를 같이 들을 때만 그 음악을 제대로 들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은 모노 채널이 아니다. 연인이라 하여 사랑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할 순 없다. 다른 채널에 있는 연인이 어떤 사랑을 원하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고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노력한 것만 이야기한다면 그 사랑은 온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처음 고백하던 날, 무기와 키누는 한 이어폰을 끼고 레스토랑 점원 포린의 음악을 듣는다. 어렸던 무기와 키누는 한 이어폰으로 같은 음악을 듣고 ‘무기와 키누의 사랑’이라는 똑같은 꿈을 꾸며 노력한다.
무기는 키누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회사에 취업한다. 키누도 무기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취업을 하고 무기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취미 생활을 공유하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 어떤 사랑을 원하고 있는지, 그가 이 사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진 헤아리지 못한다.
무기와 키누는 첫 만남부터 수많은 공통점을 공유했기에 자연히 연인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기보단 무기는 키누가, 키누는 무기가 취업, 지인의 죽음, 시간이라는 변화 앞에서 자신과 같은 태도를 취하길, 같은 결말을 바라길 기대한다.
하지만 무기와 키누는 많은 부분이 닮은 타인일 뿐,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 무기는 키누가 열광했던 미라전을 무서워했다. 미라전을 보고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눌 때, 키누는 전시회 도록을 펼치며 흥분한 듯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무기는 애매한 표정으로 키누의 말을 듣다가 점원이 오자마자 재빠르게 미라로 가득한 도록을 덮어버린다. 키누는 무기의 가스탱크 영상을 보다가 깜빡 잠들어버린다. 무기는 키누가 가장 재밌는 장면에서 1시간 동안 잠들었다며 아쉬워한다. 두 사람은 이러한 사소한 다름을 알아채지 못하고 나와 다른 연인에 오래도록 실망하고 슬퍼한다.
무기와 키누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이별을 결정한다. 그리고 ‘똑닮은 우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고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미라전과 가스탱크에 느꼈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지금껏 듣지 못했던 다른 채널에 담긴 소리를 들으며 ‘무기와 키누의 사랑’이라는 꿈의 마지막 소절을 완성한다.
시간이 지나며 무기와 키누의 꽃다발은 싱그러움을 잃어갔지만 그 과정은 전혀 추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르고 시들어갔다기보단 완성되었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두 사람은 아름답게 말라붙은 우리라는 꽃다발과 함께 펼쳤던 베란다 커튼을 뜯어 정리하고 각자의 길로 향한다.
이별 후 두 사람은 각자의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고 다른 이와 각자의 연애를 이어간다. 현재의 연인은 음악을 듣는 방법부터 나와는 다른, 옛 연인처럼 나와 똑 닮았다고 말할 순 없는 사람이지만 무기와 키누는 그들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하고 현실적인 사랑을 찾는다.
사랑한다고 꼭 하나의 이어폰을 갈라 같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연인과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목표점을 가진 사랑을 하더라도 나의 것을 그에게 들려주고 그의 것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 그것 또한 사랑임을. 무기와 키노는 어린 사랑의 끝에서 그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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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 더 하이츠> 음악과 춤을 곁들인 라티노의 미나리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가족들과 이민 온 워싱턴 하이츠에서 잡화점을 하고 있는 ‘우스나비(안소니 라모)’, 동네 미용실에서 일하는 ‘바네사(멜리사 바레라)’, 엘리트로 온 동네 사람들의 기대를 받으며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한 ‘니나(레슬리 그레이스)’. 세 주인공이 각기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하는 사이 워싱턴 하이츠에는 무더운 여름과 함께 우스나비의 가게에서 판매된 복권이 당첨됐다는 소식이 찾아온다. 그러나 복권에 당첨된 이가 누군지 좀처럼 밝혀지지 않는 사이 하이츠 전역에 정전이 찾아오고, 거리의 사람들은 그들의 삶을 뒤바꿀 이별을 맞이한다.
할리우드의 뮤지컬 영화에게는 일관되게 기대하고 또 실망하는 대목이 있다. 이 작품들은 일반적으로 인간사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한다. 주인공들의 시련과 아픔은 해피엔딩을 위한 밑거름일 뿐이며, 종국에 그들은 원하는 꿈을 성취하고 보상을 받는다. 흥겨운 음악과 춤, 세련된 만듦새는 그 기쁨과 행복을 배가한다. 대신 결말에 이르기 위한 갈등의 해결 과정과 방식은 휴 잭맨 주연의 <위대한 쇼맨>처럼 지나치게 간략하고 도식화되어 얄팍하다는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이는 달리 말해 뮤지컬 영화가 일부의 변화만으로도 훨씬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데이미안 셔젤 감독의 <라라랜드>는 여전히 해피엔딩을 표방하면서도, 플롯을 살짝 비틀어 모든 것이 완벽한 유토피아적 결말의 반대쪽으로 향한다. 실제로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미아와 세바스찬이 필연적으로 져야 하는 현실의 무게감을 재즈 피아노의 건반에 담은 결말에는 씁쓸함이 한 스푼 더해져 있다. <스텝 업> 시리즈와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존 추 감독이 뉴욕시 맨해튼에 위치한 라틴계 이민자들의 동네, 워싱턴 하이츠에서 3일간 일어나는 사건들을 다룬 동명의 뮤지컬을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인 더 하이츠>도 마찬가지다.
<인 더 하이츠>는 겉보기와 달리 마냥 희망적이지도, 행복하지도 않다. 다양한 장르의 비트와 선율 위에는 라틴계 이민자들이 열망하는 꿈과 환상보다 현실을 묘사하는 가사가 먼저 얹혀 있다. 우스나비의 잡화점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일면을 포착한 오프닝처럼 영화는 크고 거시적인 사회적 구조와 문제가 아닌 개개인의 소소한 삶을 하나씩 짚어나간다. 그래서 우스나비, 바네사, 니나 등의 중심인물들에게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할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 우스나비는 고향 도미니카 해변에 있는 아버지의 상점을 다시 열겠다는 의지를 현실의 난관과 함께 음악에 담는다. 바네사는 동네 미용실에서 일하면서도 늘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픈 꿈을 위해 도시로 나가고 싶지만 많은 돈이 필요한 현실을 읊조린다. 니나는 스탠퍼드 대학에 진학하기 전, 특히 어릴 적 자신의 모습으로 회귀하고 싶은 심정을 노래한다.
하늘에 떠 있는 꿈과 환상보다 땅에 붙어 있는 현실에 주목하는 영화의 전반적인 태도와 정서는 주요 소재 중 하나인 복권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분명 영화는 관객으로 하여금 복권에 주목할 수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바삐 출근하는 와중에도 복권을 잊지 않고 사가며, 주인공들의 대사에서도 복권은 끊임없이 언급되면서 그 존재가 부각된다. 복권 당첨자가 우스나비 잡화점에서 나왔다는 소식에 수영장에 모인 사람들은 제각기의 희망을 화려하게 자랑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복권으로 이룰 수 있는 꿈을 신나게 보여준 뒤, 정작 복권은 갑작스럽게 자취를 감춘다. 이미 그들은 세 주인공의 노래에서 드러났듯이 그런 꿈이 결코 가능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단순히 노래와 춤만으로, 곧 우연한 복권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환상 또한 지니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인 더 하이츠>는 주인공들의 공간인 워싱턴 하이츠를 통째로 정전 속에 빠뜨리면서 그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꿈과 노래만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게 만드는 진짜 힘을 선보인다. 그 힘은 존재 자체의 소중함이다. 설령 현실이 너무나 어두울지라도 그들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한, 그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소중하며 더 나아가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기가 끊겨서 더운 여름날 무기력해진 워싱턴 하이츠의 사람들이 본래 늘 하던 대로 어제와 같이 오늘과 내일도 살아가자고 노래하고 춤추는 이유다. 비록 노래와 춤 그 자체가 직접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해도, 그 자체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늘 거리에서 그래피티를 그리던 '피트(노아 카탈라)'로부터 바네사가 옷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 것, 우스나비가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하이츠에 남는 것, 니나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버티기로 결심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메시지는 특히 워싱턴 하이츠에 사는 모든 이들을 마치 자신의 아이들처럼 키워 온 '클라우디아(올가 메레디즈)'의 삶에 집약되어 있다. 모두의 할머니였던 그녀는 정전으로 말미암아 거리가 혼란에 빠진 바로 그 순간 워싱턴 하이츠의 사람에게 가슴 아픈 이별을 고한다. 하지만 쿠바에서 미국으로 건너와 온갖 잡일을 하며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기어코 지켜낸 그녀의 인생사는 현재의 삶에 지치고 본래의 자리를 이탈해 과거로 돌아갈까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그 자체로 삶의 버팀목이 되어준다. 실제로 주인공들은 일확천금을 노릴 복권이 아닌 클라우디아가 수십 년 간 간직해온 손수건을 보면서 그녀가 그랬듯이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일상을 살자고 결심한다.
이 지점에서 <인 더 하이츠>는 마치 라틴계 이민자들을 위한 <미나리>처럼 느껴진다. 이민자들의 소소하고 평범한 삶의 일면을 다루고, 또 할머니가 이민자들의 험난한 적응기를 지탱해주는 힘이자 존재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일맥상통한다. 무엇보다도 메시지를 담은 소재가 각각 복권과 미나리로 다를 뿐, 미국 사회에서 비주류인 이민자로 살아남기 위한 조건으로 존재함으로써 일구는 변화의 중요함을 말하는 것 역시 똑같다. 자신의 꿈이 결국 실패로 귀결되었지만 할머니가 심은 미나리를 보면서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는 것을 배운 제이콥처럼, <인 더 하이츠>의 주인공들도 꿈꾸는 일들이 기적처럼 이루어지지만은 않는 평범함의 힘을 마음 깊이 간직한다.
다만 <인 더 하이츠>는 <미나리>만큼의 뭉클함이나 따스함까지 전달하는 데는 실패한다. 일단 철저히 라틴계 이민자들의 구체적인 삶과 일상을 들여다보는 작품이기에 한국인의 입장에서 공감하기 어렵다. 스페인과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 더 나아가 미국의 히스패닉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상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러닝타임 내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고 느껴질 여지도 있다. 영화의 이야기는 사실상 '자신의 꿈을 가로막는 문제들이 하나씩 있는 라틴계 이민자들이 뉴욕에서 열심히 살아가며 문제를 해결하고 꿈을 이루려고 한다'는 문장 하나로 축약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돌아가면서 털어놓는 여러 고충은 실상 크게 다를 게 없고, 오히려 캐릭터들의 감정선이나 사연을 도중에 뚝뚝 끊을 뿐이기에 영화는 자연히 늘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현실 안에서 꿈을 꾸며, 실제적인 해결책과 방안을 고민하는 라틴계 이민자들의 이야기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이는 존 추 감독의 몫이 적지 않다. 존 추 감독은 <나우 유 씨 미 2> 같은 영화에서 각본의 짜임새와 볼거리 중 후자를 중시한다고 비판받아 왔는데, 이 대목이 역으로 주인공들이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꿈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장점이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들의 눈앞에 있을 수 없지만 그들이 무엇보다도 바라고 있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바네사가 꿈을 노래할 때 맨해튼의 건물을 형형색색의 천들이 뒤덮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니나와 베니가 건물 벽을 걸어 다니며 춤을 추고, 니나가 자신의 현실을 한탄하며 노래할 때 거리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목격하는 것, 우스나비가 잡화점 한 구석에 마련한 공간이 진짜 해변처럼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전개가 유발하는 지루함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계속 귓가를 스치는 음악과 음악에 스펙터클을 더하는 군무가 그나마 상쇄해준다. 수영장에서의 군무 장면은 물이라는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감독의 전작인 <스텝업 3>를 떠올리게 하며, 싱크로나이징을 본 딴 수중 댄스의 등장은 한 발짝 발전한 것처럼 보인다. 정전된 직후나 오프닝 시퀀스에서 거리를 가득 매운 채 선보이는 칼군무는 해당 장면이 함축하는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그 자체로 열정과 흥분을 뿜어내는데, 이 역시 전작인 <스텝업 4>에서 플래시 몹을 활용한 댄스 장면들을 보는 듯하다.
따라서 <인 더 하이츠>는 현실을 더해 지나치게 뮤지컬스러운 정서는 덜어내고, 그러면서도 뮤지컬 고유의 스타일을 극대화시킨 결과 더 큰 매력을 뽐내는 영화로 재탄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더해 미국의 히스패닉과 라티노들의 존재와 이야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결코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설령 무시당하고 보이지 않는 대우를 받는다 하더라도 자신의 위치와 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인 더 하이츠> 역시 그 존재 자체로 가치 있기 때문이다.
A(Acceptable, 무난함)
<라라랜드>의 형식에 <미나리>의 메시지를 더해 라틴 팝으로 버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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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국에서 홀로 자생하는 미나리들에게
다우징 로드를 들는 노인의 뒤를 제이콥(스티븐 연)과 데이빗(앨런 김)이 조용히 따른다. 수맥을 찾아 우물을 만들 예정인 제이콥은 오랫동안 꿈꿔왔던 농장 경영을 위해 가족들과 아칸소로 이사를 결정했다. 병원을 가는데만 1시간이 넘는 변두리에 위치한 집을 본 모니카(한예리)는 심장이 약한 데이빗이 걱정이지만 제이콥은 농장일이 크게 성공할 거라 믿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인다. 시간이 지날수록 쌓여가던 마음속 앙금은 임계점을 맞아 폭발하게 되고 부부는 쌓인 감정을 서로를 향해 분출하기 시작한다. 부모의 싸움을 멈추고자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이들이 화해의 비행기를 날려보지만 화산같이 폭발하는 감정들에 의해 좌초되고 만다. 치열한 공방이 있은 후 부부는 모니카의 어머니자 아이들의 외할머니(윤여정)를 집으로 모시기로 결정하면서 이야기는 변곡점과 마주하게 된다.
<미나리>와 <페어웰>
<미나리>는 수많은 이들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낯선 타국의 땅으로 향했던 시절의 한 가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민과 가족 그리고 정체성이란 소재를 활용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룰루 왕 감독의 <페어웰>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두 작품 모두 봉준호 감독의 호평을 받았다). <페어웰>의 빌리는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면서 정립된 정체성과 중국의 뿌리 깊은 관습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데이빗은 할머니가 가족을 찾게 되면서 생전 처음으로 한국의 냄새란 것을 경험하게 된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낯선 것들의 침투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할머니가 있었다.
작지만 강한 미나리
제이콥과 모니카는 열심히 일하면서 가족들을 유지해 나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문제들로 인해 가족이란 공동체에 균열이 가기 시작된다. 위기의 순간 찾아온 할머니에게 데이빗은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 않아요”라는 말을 한다. 어린아이의 철없는 행동이라 치부할 수 있는 말은 영화의 핵심을 관통한다. 데이빗은 미국에서 자란 아이지만 제이콥의 영향으로 인해 한국의 정서를 주입받게 된다. 언제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되라는 아버지의 말을 통해 세상을 보는 데이빗에겐 쿠키조차 굽지 못하는 할머니는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다. 데이빗은 자신 안에 점점 커져가는 할머니의 역할에 대한 의구심을 풀기 위해 계속해서 질문하지만 연배 짙은 할머니의 노련함엔 대적할 길 없다. 그런 데이빗에게 할머니는 넌지시 미나리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미나리는 약이든 요리에든 어디에든 쓸 수 있는 쓸모 있는 존재라고...
<미나리>는 매일 우리 옆에 있는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가족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세상에 자기를 증명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제이콥의 모습이 위선적 일지 모르나 공감 가는 이유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님의 모습이 연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한국을 넘어 타국에서도 이어지는 현실이 우리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미나리>는 가족이란 개인의 능력을 증명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꼬집는다. 할머니가 뿌린 미나리 씨앗은 낯선 토양과 물에서도 자연스레 숲과 같이 큰 군락을 이룬다. 이렇게 큰 집단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씨 하나하나의 우수성보다 같은 공간에 다 같이 살아갔기 때문일 것이다. 쓸모를 바라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함께하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라는 사실을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 한다. 그리고 가족이란 때론 피가 섞이지 않는 우리들의 이웃들에게도 적용된다는 소소한 사실 또한 잊지 않는 배려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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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원할 순 없지만, 영영 남을 이야기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다. 타인에게 기대와 실망을 경험해 본 만큼 스스로의 개인적인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수고롭게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물론 회사와 집을 바쁘게 오가는 쳇바퀴를 돌아가는 듯한 생활 패턴도 한몫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제법 성숙한 어른이니까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자기계발을 하며 혼자서도 곧잘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모이는 연말연시나 휴가철이 되면 창문에 홀로 비친 자기 모습과 마주할 때 묘한 씁쓸함을 곱씹게 된다. 마치 <로봇드림> 오프닝 속 도그의 모습처럼 말이다.
모든 인연이 그렇듯 조금씩 엉키며 둘이 다시 재회하기엔 점차 어려워진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둘 곁에는 새로운 단짝이 생긴다. 그리고 앞서 계속 만나지 못한 둘이 비로소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될 상황이 됐을 때 로봇은 그저 함께했던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로봇 드림>의 가장 큰 특징은 대사 한마디 없이 효과음 OST 그리고 조금은 유치하지만 볼수록 귀여운 애니메이션 그림이 스크린을 채운다는 점이다. 로봇의 기계음과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도그의 숨소리는 왠지 모르게 서글픈 순간도 종종 있다. 둘이 다시 즐겁게 뛰어놀면 좋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지만 세상 일이 모두 마음처럼 잘 풀리지 않듯 둘의 관계도 변하게 된다. 그래서 꼭 슬픈 이별 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엔딩에 삽입된 Earth, Wind & Fire의 September를 들으면서 코끝이 찡해지는 기운은 멈출 길이 없다.
<로봇 드림>처럼 사랑이든 우정이든 이별은 슬프지만, 우리에겐 기억이 남는다. 그 이별이 좋았던 나빴던 지 간에 그때 재밌었는데, 하고 입꼬리가 잠시나마 올라가면 그만이다. 곁에 있을 줄 알던 친구가 떠나고 영원할 것 같던 사랑도 끝나곤 한다. 아마도 우리는 은연중에 영원하지 않을 걸 알아서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때때로 서로의 시간에 잠시 살았다는 걸 기억하며 살아가는 게 아닐까. 그러니 부디 뜻하지 않은 이별에 짧게 슬퍼하고 종종 좋았던 날들을 떠올리며 틈틈이 웃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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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독전 2분만에 끝내는 리뷰, 그래서 이선생이 누구야?
** 스포일러에 민감하신 분들은 영화를 보시고 감상해주세요!
** 영화나 특정인물에 대한 비하의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영화 '독전'을 감상했습니다.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자, 故김주혁 배우의 유작이죠.
영화의 스타일은 독보적이지만 단점도 명백한 영화였습니다.영화 '독전'을 2분만에 제 나름대로 재밌게 구성해봤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왓챠에서 '진상명' 팔로우 하시면 빠른 평 업데이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
#독전 #류준열 #조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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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영화의 거리> 30초 예고편
영화 로케이션 매니저와 감독으로 부산에서 재회한 선화와 도영.
헤어진 연인에서 일로 만난 사이가 된 이들의
끝났는데 끝난 것 같지 않은
쎄한 fall in 럽케이션 밀당 로맨스가 시작된다!
♥ <영화의 거리> fall in 럽케이션 키워드 가이드 ♥
* 장르/배경: 로맨스, 현대물, 코미디, 전문직
* 관계: 연인>일.만.사, 재회물, 오래된 연인, 엇갈림, 밀당, 첫눈에 반한
* 여자 주인공: 로케이션매니저, 사이다녀, 능력녀, 유쾌녀, 우월녀
* 남자 주인공: 영화감독, 츤데레남, 뇌섹남, 능력남, 계략남, 후회남
* 이럴 때 보자: 헤어진 연인이 일로 만난 사이가 된 리얼 이불킥 로맨스가 보고 싶을 때
* 공감 대사: “니 진짜 사람 속 헤집어놓는데 뭐 있네. 여기 왜 다시 왔는데”
“일단 사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일한 땐, 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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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1차 예고편
전 세계를 속인 달 착륙 프로젝트?!🌕 마케팅 담당자 ”스칼렛 요한슨” VS 발사 책임자 “채닝 테이텀”의 불꽃 튀는 첫 만남! [플라이 미 투 더 문] 1차 예고편 공개🚀 2024년 7월 극장 대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