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7-11 22:42:27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도, 그 존재만으로도 악당이 될 수 있다는 것.
영화 <러브 빌런> 리뷰
고요한 밤이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두 사람의 사이는 독특하고도 요란한 빛 사이에서 잔잔하게 입맞추며 이어진다. 같은 방향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교환과 메구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내레이션이 들리며 실은 그렇지 않은 마음을 드러낸다. 이제 더 이상 교환을 사랑하지 않는 메꾸는 한때, 사랑했던 교환과 헤어지고 싶지만 여린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어떻게 이별을 건넬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메구는 교환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헤어질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그는 교환의 옆에서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메구의 옆에서 운전하고 있던 교환은 졸린지 껌을 찾다가 메구에게 있어서 헤어질 이유에 충분함을 가져다주는 행동을 저지르고 만다. 그렇게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교환과 이미 정리를 끝낸 메구는 끝까지 제대로 된 의미를 의지 있게 전달하지 않는다. 의지가 사라진 소통은 곧 단절로 이어져 해방의 축제가 되어 메구 안에서 펼쳐지고 이별이 시작 된다.
이별을 선언했음에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교환은 메구에게 있어서 ‘러브 빌런’ 같고 헤어질 구실을 만듦과 동시에 소통하지 않는 메구도 교환에게 있어서 ’러브 빌런‘같다. 그렇게 서로에게 러브 빌런이 되어버린 그들은 메구가 먼저 추억이 되었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그것을 또 제대로 듣지 못한 교환으로 인해 완전한 소통 단절을 끌어낸다. 소통 단절은 곧 이별이다. 그렇게 ‘사랑의 슈퍼맨’이었던 메구는 ‘러브 빌런’이 되었다. 빌런이 되어서도 예의를 지키는 그들의 번쩍이던 사랑이 3년간의 추억을 게워내며 빛을 잃은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춘다. 이 영화는 이옥섭 감독이 독특한 영상미로 인해 시선을 끈다. 이들이 왜 이렇게 됐을지 감히 예상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움직이는 도로 위와 멈춰져 있는 이 집 위에서 그려낸다. 상상을 현실로 펼쳐내는 이 빛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마주하는 두 사람의 추억이 곳곳에 펼쳐지고 끝끝내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의 이별도 곳곳에 펼쳐진다. 이런 독특함은 이엑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더 덧붙인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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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거울처럼 닮은 역사를 보여주는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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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여기, ‘좋은 빛, 좋은 공기’라는 제목의 영화가 있다. "좋은" 빛과 공기는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는 그 익숙한 단어들이 눈부시고, 환하고, 맑기 이전에 "좋은" 환경에서 비롯되길 소망하는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다.
최근 대중 예술의 사회성과 역사성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4월 29일 개봉하는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가 투쟁의 역사를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아 그 어느 때보다 시의 적절하게 관객들과 만난다. 누군가는 벌써 잊었고, 누군가는 어서 잊으라 하지만, 누군가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우리에게 일어났던 아픈 역사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영화는 살아있는 우리들에게 기억하라는, 앞서서 나가니 따라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는 1980년 전후, 신군부 세력의 같은 학살을 겪은 광주(光州, Good Light)와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 Good Air)라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두 도시에서 일어났던 거울처럼 닮아있는 아픈 역사를 통해 지금 여기 우리의 미래를 비추는 고고학적인 아트멘터리다. 대한민국과 아르헨티나의 군사 정권은 집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을 폭력으로 강압하여 각각 7천여 명의 사상자, 3만 명의 실종자를 만들었다. 두 나라에서는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의 투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당사자들의 목소리로 듣는 항쟁의 서사를 통해 국가 권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 죽음 등이 오늘날 우리 일상 안에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평범했던 그들을 움직이고 깨닫고 투쟁하게 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을 새로운 세대에게 전달해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를 다지고, 우리가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더 나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새로운 세대인 한국과 아르헨티나 학생들은 각국의 거울과 같이 똑같은 역사가 “과거가 남기고 간 아문 흉터가 아니라 치유해야 할 상처”라며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인 것에 공감한다. 당시의 생존자이자 기억의 공간 ‘에스마’ 관장인 알레한드라 나프탈 역시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는 현재에서 무엇이 필요한가와 연관해서 봐야 한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개념들, 역사적인 순간마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국 작가 최초 베니스 비엔날레 은사자상을 수상한 임흥순 감독은 <좋은 빛, 좋은 공기>로 더욱 확실한 작품 세계를 구축한다.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동시대 학살의 고통을 참신한 방식으로 직조하고 극적인 이야기와 감각적인 화면 구성이 돋보이는 예술로 승화해 역사를 함께 기억하는 우리에게 치유와 회복의 기운을 건넨다. 임흥순 감독은 “지난 역사, 타인의 고통, 사라져버린 사람들, 인간의 존엄성을 다시 생각하게 해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조금씩 발견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통해 광주를, 자연을 통해 인간을, 가상 현실을 통해 진짜 현실을, 고통의 역사를 기억하고, 고통이 되풀이 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과 희망을 가져 보고 있다”며 작품 의도를 전했다.
젊은 세대가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면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역사 인식과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최근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다양한 연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좋은 빛, 좋은 공기>를 통해 앞으로 더 좋은 빛과 더 좋은 공기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관객들의 따뜻한 추모와 애도의 마음이 모이길 기대해 본다.
씨네랩 에디터 J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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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떡밥 회수 성공! 딱 그만큼만
<외계+인 1부>가 공개되고, 1년 반 만에 2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초반 스타트가 좋지 않았던 터라 반환점을 돌고 마무리를 향해가는 길이 쉽지 않아 보였지만, 2부는 1부에서 뿌려 놓은 떡밥을 회수하는데 성공한다. 액션, 코믹 등 보는 재미도 괜찮다. 하지만 딱 그만큼 만이다. 멋지게 결승점으로 들어오기에는 태생적으로 힘이 부족하고, 뿌려 놓은 떡밥을 거둬드리는데 급급하다. 마치 2부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최대치보다 높게 잡고 가다 마지막에 가서야 이 모든 사실을 깨닫고 회수에 무게 중심을 두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2022년 외계인 죄수들에게 쫓기던 중 가드(김우빈), 썬더(김우빈)와 함께 고려 시대로 도망친 이안(김태리)은 홀로 성장하며 신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신검을 찾아야 미래로 복귀하고, 외계인의 지구 침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 외계인 자장(김의성)은 이안을 계속 추격하고, 무륵(류준열)은 이안을 도와 적들을 막는다.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무륵 안에 뭔가 있음을 직감하며 그를 계속 쫓고, 맹인 검객 능파(진선규)는 눈을 뜨기 위해 신검을 찾아 나선다. 한편, 2022년 서울에서는 외계인의 정체를 알게 된 민개인(이하늬)은 자신만의 대결을 준비하기 위해 채비를 한다.
1부가 방대한 세계관을 소개하고, 인물들의 전사를 소개하는 등 빌드업에 치중했다면, 2부는 이를 발판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스피디한 전개와 화끈한 웃음, 그리고 이안과 무륵의 관계에 집중한다. 여기에 약간의 반전이 추가되면서 1부와 다른 2부만의 면모를 보여준다. 1부를 안본 관객들을 위한 서비스로 초반 이안의 내레이션을 통해 전사를 확인할 수 있으니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2부는 1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50여 가지의 편집본을 완성한 최동훈 감독의 노력이 엿보인다. 이전보다 더 많은 이들이 쉽게 이 세계관에 빠져들 수 있도록 스토리와 액션 등 장르 영화의 재미를 부각시켜 진입장벽을 낮췄다. 하지만 1부의 단점이 2부에서 충분히 메워졌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가장 큰 아쉬움은 최동훈 감독이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중심 주제가 이 시리즈에서는 너무 가볍게 다뤄지거나 아예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가 최동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러 인물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하나의 물건을 가지려는 케이퍼 장르의 특장점이 도드라져 있다는 것,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말맛이 넘치는 대사,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과 이를 알아가는 진득한 과정에 있다.
감독이 창조한 캐릭터의 공통점 중 하나는 가명 혹은 1인 2역 이거나, (본의 아니게) 남을 속이는 데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다. 전자는 <범죄의 재구성>의 최창혁(박신양), <도둑들>의 마카오박(김윤석), <암살>의 안옥윤(전지현), 후자는 <타짜>의 고니(조승우), <암살>의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왜 가명을 쓰고 남을 속이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저마다 각자의 이유가 있지만,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찾아가기 위함에 있다. 특히 안옥윤은 후반부 쌍둥이 자매로 연기하며 자신은 친일파 집안의 딸임에도 이를 부정하고 독립군으로 사는 것을 결정한다. 고니는 구라가 판치는 도박 세계에서 발은 담근 후, 마지막 아귀(김윤석)와의 승부에서는 구라가 아닌 진실로 승부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다.
이 시리즈에서도 이안과 무륵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인간의 몸속에 외계인이 들어가는 설정에 기반, 자신의 몸에 설계자 혹은 누군가가 들어간 것으로 여기는 무륵은 계속 자신의 정체성에 물음표를 갖는다. 얼뜨기 도사인지 설계자인지, 그렇다면 부채에서 검을 집어 든 도술은 누구의 힘에서 비롯됐는지에 대한 궁금증 말이다. (스포일러라 밝힐 수 없지만)후반부 그는 이 모든 실타래가 풀린 후 멋지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성장한다. 이안도 무륵과 같은 내면의 여정을 겪은 후 똑같은 결과물을 얻는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얕고 빠르다. 무륵과 이안의 내면과 그 고민을 들여다보려고 하면, 어디선가 코믹함이 가미되고, 액션이 난무한다. 그리고 말 한마디와 장면 한마디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든다. 관객 또한 두 인물의 고민에 동참하고 그의 심리를 따라가려고 하지만, 그런 틈이 없다. 물론, 장르 영화에서 이런 부분은 부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장면 마다 캐릭터와 상황이 붕 뜬 느낌을 주는 시리즈 특성상 조금이라도 지면에 발을 딛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꼭 필요했다. 그래야 캐릭터에 마음이 가 닿으니까 말이다.
극 중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만남에는 헤어짐이 정해져 있고 떠남이 있으면 반드시 돌아옴이 있다)의 활용도 아쉽다. 영화는 이 말을 빌려, 서로 다른 시간과 세계에서 온 이들이 관계를 맺고 힘을 합쳐 외계인을 물리치는 이들의 관계, 더불어 결국 자신의 세계로 남고 떠나야 하는 이안과 무륵, 이안과 유사 가족(가드, 썬더)의 관계를 설명한다. 함축적으로 그 의미와 메시지 전달에 용이하지만, 주마간산의 느낌은 배제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와 가장 닮은 <전우치>가 다른 전작들보다 완성도가 낮게 평가되는 건 이번 시리즈가 간과한 이 부분이 결여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우치>에서 마음이 가는 건 주인공 전우치(강동원)도,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된 인경(임수정)도 아닌 치매 걸린 노파의 예언(운명)에 굴복하는 화담(김윤석)이다. 도사인 줄 알았지만, 요괴였고, 운명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 운명에 따라가게 되는 이 인물은 전우치와 인경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전우치와 인경과 달리, 화담이란 캐릭터가 가진 무게감과 생각할 거리가 더 많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결과적으로 <외계+인 2부>는 재미있게 즐기는 영화임에 틀림없다.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외계인이 나오고, 신선, 도사가 나와 한바탕 신나게 노는 영화가 이 세상 어디 있으랴.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뿐이다. 아쉽다. 360억 원의 제작비를 떠나서, 그동안 다수의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정립해 나갔던 감독의 영화라서 더 그렇다. 인생은 ‘회자정리 거자필반’ 아니던가. <외계+인> 시리즈는 이제 떠나보내고, 감독의 장점이 담긴 작품으로 돌아오길. 갈고 닦은 그만의 신검으로 관객의 가슴에 '콱' 찍어주길 바란다.
사진 제공: CJ ENM
평점: 2.5 / 5.0
한줄평: 떡밥 회수 성공! 딱 그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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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퀴어로부터 '보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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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관계‧감정‧경험을 포착해 섬세하게 재현함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온 셀린 시아마 감독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또 다른 관점은 퀴어다. 셀린 시아마의 영화 인물 중에는 여성인 동시에 퀴어인 자들이 많다. 감독은 이들이 마주한 고난과 그 고난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강인함을 놀라운 관찰력으로 포착해 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젠더 이분법과 이성애규범성 너머를 상상하게끔 한다. 슬픔이 깃든 퀴어 존재가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지를 그녀의 영화를 통해 따라가 보자.
먼저 〈톰보이〉(2011)다. 주인공은 10살 ‘소년’인 미카엘이다. 짧은 머리에 날렵한 체구를 가진 미카엘이 새로 이사 온 동네 친구들과의 놀이에서 축구, 수영, 힘 싸움 등을 능숙하게 해내자 친구들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정작 놀이에 나가기 전의 미카엘은 걱정 투성이다.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은 상의 탈의로 팀을 나눈다. 미카엘을 불안케 하는 건 자신이 윗옷을 벗은 팀과 그렇지 않은 팀 중 어디에 속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미카엘은 로레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생물학적 여성’이다. 그래서 상의를 벗었을 때 자신의 가슴이 다른 남자아이들과 달라 보일까 걱정한다. 수영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수영복 앞섬이 문제다. 원피스 수영복을 잘라 남자 수영복처럼 만든 미카엘은 수영복 앞섬이 불룩 튀어나오지 않자 고민 끝에 찰흙을 길게 만들어 페니스의 대용물로 수영복 속에 넣는다.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괜히 놀이 도중 침을 뱉는 것도 찰흙으로 만든 페니스와 더불어 미카엘이 ‘부족한’ 남성성을 메꾸는 방식 중 하나다. 이런 것들이 뛰어난 놀이 실력을 가진 미카엘을 위축되게 만든다.
영화 〈톰보이〉 스틸컷
흥미로운 건 미카엘이 찰흙 페니스를 보관해 두는 장소다. 미카엘은 찰흙 페니스를 자신의 빠진 이와 함께 보관한다. 빠진 이는 ‘자연’이고 찰흙 페니스는 ‘인공’이지만, 몸에서 떼어 보관할 수 있다는 점에선 같다. 그러나 미카엘에게는 빠진 이와 별 차이가 없는 찰흙 페니스가 누군가에게는 ‘결핍’의 기호로 읽힌다. 미카엘의 ‘진짜 이름’이 로레임이 드러난 후, 친구들은 잔인한 방식으로 미카엘의 성별을 확인한다. 미카엘을 ‘남자’로 알고 좋아했던 리사가 직접 미카엘의 성기를 만져 보게 함으로써 말이다. 미카엘의 페니스 ‘없음’은 그저 놀러 나가기를 망설이게 하는 일상적 불편함이었으나 성별 이분법이 군림하려 드는 상황 속에서는 수치심의 근거가 된다. ‘있고 없음’의 차원이 아닌 신체의 다름으로 독해되어야 할 미카엘의 음부가 결정적 낙인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잘못 짝지어진 인과관계다. 엄마의 강압으로 파란 원피스를 입고 친구 집에 찾아가 자신의 성별에 관한 ‘사실’을 말하는 미카엘을 수치심에 휩싸이게 하는 건 그/녀의 성기 모양이 아닌 그 모양에 대한 세상의 폭력적인 독해다. 미카엘은 눈물 흘리며 파란 원피스를 숲에 버린다. 찰흙 페니스와 마찬가지로 파란 원피스 역시 쉽게 몸에서 떼어 낼 수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아무것도 아닌 찰흙 페니스와 파란 원피스에 과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리사가 미카엘이 미카엘인 동시에 로레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말을 걸어 주기 전까지 미카엘/로레가 감당해야 할 슬픔은 너무 커다란 것이었다.
미디어는 늘 아이를 과잉보호의 대상으로 표상하지만, 성별이 모호하게 읽히는 아이는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 아이는 어긋난 결핍감으로, 부모는 편견 가득한 수치심으로 괴로워할 뿐이다. 〈톰보이〉는 성별 이분법이 존재에게 얼마나 큰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준다.
영화 〈톰보이〉 스틸컷
다음은 성적 지향과 이성애규범성의 문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굉장히 세련되고 치밀한 방식으로 성적 지향과 평등의 문제를 사유한다. 관계의 평등을 위해 영화가 주목하는 건 시선이다.
마리안느는 원치 않는 결혼을 앞둔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그리는 일을 그녀의 어머니로부터 의뢰받는다. 결혼에 대한 거부감에 초상화를 그리기 위한 포즈 취하기를 거부하는 엘로이즈에게는 산책 친구로 거짓 소개된다. 마리안느는 자신에게 주어진 6일 동안 엘로이즈를 면밀히 관찰한다. 생김새뿐만 아니라 사소한 동작까지도 관찰의 대상이다. 일상에서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그림을 그릴 때는 사소한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어려움에 봉착할 때면,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된 것처럼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엘로이즈의 성격과 몸짓, 표정을 자신의 몸에서 재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꼼꼼한 관찰과 다른 존재 되기의 과정을 거치는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사랑하게 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전개다.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워진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에게 자신이 왜 이 집에 왔는지를 솔직히 털어놓는다. 그리고는 엘로이즈에게 자신이 그린 엘로이즈의 초상화를 보인다. 그런데 엘로이즈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이게 나에요?”라고 되묻는다. 생명력, 존재감이 없다고 냉정히 평가한다. 마리안느는 발끈하여 자신이 그림을 그리는 규칙‧관습‧이념을 철저히 따라 초상화를 그렸으며 그러다 보면 엘로이즈가 제기한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도 있다고 반박한다. 그러나 마리안느의 자부심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녀는 자존심이 상해 자신이 그린 그림을 스스로 망치고 엘로이즈의 어머니에게 두 번째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이번에 주어진 시간은 5일이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첫 번째 6일이 익숙하고 관습적인 방식으로 엘로이즈를 관찰하고 그려 내는 시간이었다면, 두 번째 5일은 마리안느만이 그릴 수 있는 엘로이즈를 그리는 시간이다. 이 기간 동안,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외양, 습관뿐만 아니라 감정을 읽는 법까지 배운다.
둘의 관계가 결정적으로 깊어지는 건 마리안느가 엘로이즈 또한 자신을 관찰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후다. 엘로이즈는 화가가 그림을 완성하기를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만 하는 시선의 객체가 아니었다. 엘로이즈 역시 마리안느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 동안 그녀를 관찰했다. 화가와 대상이라는 일방적인 관계는 허물어지고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며 신중히 탐구하는 상호적 시선이 생성된 것이다. 둘의 사랑이 만개하는 건 바로 이 평등한 시선 위에서다. 이성애자들이 젠더 권력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해 사랑에 실패하고, 그러면서도 규범적 사랑 바깥에 있는 성소수자의 사랑을 경멸하는 동안, 엘로이즈와 마리안느는 모든 위계적 시선을 거부하고 서로를 동등하게 만드는 시선을 교환함으로써 평등한 관계에 기반한 사랑을 창조해 냈다. 나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만큼 사랑 문제에 있어 이성애자의 무능과 레즈비언의 유능을 극명하게 대비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엘로이즈와 마리안느가 공유하는 평등한 응시의 의미와 가능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장면이 있다. 가사노동을 돕는 하녀 소피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낙태를 하려 한다. 이에 엘로이즈와 마리안느가 소피를 돕는다. 18세기 프랑스에서 낙태는 큰 위험을 동반하는 의료 조치였다. 마리안느는 괴로워하는 소피를 보고 고개를 돌리지만, 엘로이즈는 그런 마리안느를 돌려세우며 그녀의 고통을 ‘바라보라’고 말한다. 엘로이즈에게 시선은 사랑하는 존재를 탐색하는 관능적인 수단일 뿐만 아니라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윤리적 도구이기도 하다. 레즈비어니즘과 그리 연관되어 보이지 않는 낙태라는 주제가 엘로이즈와 마리안느의 시선으로 인해 주목할 만한 고통, 즉 동등하게 다뤄져야 할 정치적 의제로 부상하는 것이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그러나 누구보다 뜨겁고 윤리적인 사랑을 나눈 둘은 끝내 함께하지 못한다. 엘로이즈는 예정대로 결혼을 해야 하고, 마리안느는 새로 완성한 초상화를 넘긴 후 눈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다. 그들이 구축한 세계는 확장되지 못하고 허물어졌다. 남은 건 둘이 함께한 11일의 기억과 그 아름다운 시간을 기록한 그림뿐이다. 하지만 그녀들은 그림으로 남겨진 사랑을 ‘보며’ 서로를 추억한다. 그럼으로써 기억을, 서로가 나눈 경험과 관계를 연장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연상케 하는 압도적인 엔딩 장면은 엘로이즈가 마리안느가 일깨워 준 감각을 여전히 소중히 간직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가 들어 보지 못한 소리를 들려주었고, 엘로이즈는 몇 년 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를 들으며 격하게 흐느낀다. 마리안느가 일깨운 엘로이즈의 감각이 여전히 닫히지 않은 것이다. 불평한 젠더 권력에 기댄, 편견에 가득 찬 이성애규범성은 여기서 또 한 번 조롱당한다. 사랑이 개인의 의도가 배제된 정략 이성애 결혼이 아닌 이를 금지당한 레즈비언 연인 사이에서 피어올랐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랑에서 배제된 레즈비언에 의해 ‘보편’의 경지로 승화된 사랑이라는 테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 품은 황홀한 아이러니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스틸컷
셀린 시아마의 영화에는 여성의 가슴과 성기를 비추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그런데 이 장면을 비추는 방식은 다른 영화와 확연히 다르다. 셀린 시아마는 이성애 남성의 시선으로 늘 과잉 성애화되어 온 여성 신체를 퀴어 슬픔과 수치심, 여성의 고통, 쾌락을 환기하는 방식으로 담는다. 그녀의 영화에서 여성의 몸은 멋대로 분절되어 흩뿌려지지 않고 몸의 주인이 느끼고 감각하는 바를 전달하는 데 충실하다. 그리고 이런 재현이 영화의 모든 장면에 이어진다. 그녀가 담아낸 밀도 높은 여성들의 세계가 다른 관점으로 여성을 촬영한 장면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물이란 소리다.
거창한 주제를 다루는 영화가 어깨에 힘만 들어간 채 헛발질하는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이와 반대로 셀린 시아마는 페미니스트답게 구체적 삶 경험에서 추상적‧보편적 명제로 나아간다. '보편'이란 게 정말 있다면, 이는 관념과 공상이 아닌 구체적 경험과 감정에서만 도출될 수 있는 것일 게다. 그렇지 못한 보편은 구체적 경험과 감정을 억누르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셀린 시아마 영화 속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규범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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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주요 내용
- 영화 소개, 줄거리
- 꽃다발의 의미
- 달라진 신발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책장
- 이어폰과 함께 듣는 음악의 의미
- 엔딩 결말 해석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We Made a Flower Bouquet, 2021)
시듦을 인정하며 완성되는 사랑
개봉일 : 2021.07.14.
관람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장르 : 로맨스, 드라마
러닝타임 : 124분
감독 : 도이 노부히로
출연 : 아리무라 카스미, 스다 마사키, 키요하라 카야, 호소다 카나타, 오다기리 죠, 토다 케이코
개인적인 평점 : 4 / 5
쿠키 영상 : 없음
각자 다른 꽃을 꺾어 이리저리 배치하고 꾸미면 예쁜 꽃다발이 하나 완성된다. 색, 질감, 가지의 길이까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다발 안 꽃들을 보고 있자면 마치 그것들이 원래부터 하나의 덩어리였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이런 꽃다발처럼 보이는 사랑을 한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무기와 키누는 막차가 임박한 지하철역 앞에서 처음 만난다. 서로 부딪히며 삐끗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막차를 놓치고, 어쩌다 보니 개찰구 앞에 있던 직장인 두 남녀와 함께 바에서 첫차를 기다리게 된다. 무기는 딱히 공감할 수 없는 직장인 남녀의 대화를 불퉁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키누는 무기의 말과 표정에 흥미를 느낀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각자의 길로 찢어지려던 찰나. 공통점 하나로 말문을 트게 된 두 사람은 서로가 운명임을 직감한다.
무기와 키누가 생각하기에 둘은 서로 공통점이 너무도 많았다. 처음 만난 날 같은 신발을 신고 있었고, 같은 작가를 좋아하고 같은 책을 읽었고, 같은 뮤지션을 좋아했으며 같은 날의 공연 표를 사놓고 가지 못한 것까지 똑같았다. 두 사람은 첫차가 올 때까지 쉼 없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다음을 약속한다. 그리고 상대의 사소한 행동에 설렘과 특별함을 느끼며 연인이 되고 나의 일부를 꺾어내 ‘똑닮은 우리’라는 하나의 꽃다발을 만들어간다.
무기와 키누는 이 꽃다발이 조화롭고 완벽하다고, 이대로 평생 가슴에 품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뿌리를 내리며 자라나는 화분 속 꽃과는 다르게 흙도 뿌리도 없는 꽃다발 속에 자리 잡은 꽃들은 각자의 속도로 시들기 시작하고 두 사람은 시들어가는 우리를 느끼며 이별을 생각한다.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다발,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말을 이렇게 오목조목 곱상하게 펼쳐내는 영화는 생각보다 흔치 않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는 누군가의 이상행동, 문제를 만드는 제3자, 슬픔을 극대화하기 위한 과잉 감정 등 호불호 포인트가 될만한 것들을 싹 배제한 채 최대한 담백하게 사랑과 이별의 순간을 그린다.
시간의 흐름에 올라탄 연인
달라진 신발과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책장
아르바이트와 학교 성적 유지 정도의 비교적 무겁지 않은 책임만 주어지는 나이에 만난 두 사람은 시간이라는 불안정한 흐름에 함께 올라탄다. 이들은 키누가 학교를 졸업할 때쯤, 부모님의 압박과 취업 문제, 작은 경제적인 문제를 맞이하지만 그것 또한 나름의 로맨스로 승화한다.
취업을 못해 집안에서 눈엣가시가 된다면 집을 나와 함께 살면 되고, 집이 역에서 멀면 커피 한 잔을 사들고 행복한 데이트 코스로 만들면 된다는 식으로.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는 점점 깊어지고 무기와 키누는 연인을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잠시 꿈을 접어두고 현실에 몰두하게 된다.
취업만 성공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될 거라 생각했지만 두 사람 사이의 간격은 더 멀리 벌어진다. 두 사람이 한 프레임 안에 담기는 장면들이 점점 줄어들고 키누는 거실 창문 너머에, 무기는 방 창문 너머에 담기는 장면들이 많아진다. 말하지 않아도 늘 함께 신었던 흰색 스니커즈는 문 안을 바라보다 문 바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끝내 사라져버린다. 흰색 스니커즈가 있었던 자리엔 다른 모양새의 구두 두 켤레가 어색하게 자리하고 있다.
무기는 ‘돈이 없으면 키누에게 밤일을 시켜보라’는 선배의 말에 자극을 받아 열심히 취업을 준비했지만 막상 취업을 하고 나선 키누에게 마음을 주지 못한다. 키누에게 상처를 줬던 딱딱한 면접관을 욕하던 그는 어느덧 그 면접관처럼 이마무라 나츠코의 ‘소풍’을 읽어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키누에게 상처를 준다. 일에 휩쓸리던 무기는 학생 때처럼 영화, 책, 게임을 사랑하는 키누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몇 번의 갈등이 생긴다. 이때 각자의 자리에 앉은 두 사람 사이엔 한때 즐거운 마음으로 공유했던 거대한 책장이 버티고 있다.
키누는 새로 나온 만화책이나 함께 보기로 했던 연극 등 예전에 무기가 좋아했던 것들을 주제로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노력하지만 무기는 키누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일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키누는 이런 무기 앞에 앉아 빨래를 개고 옷장 안에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빨래와 함께 섭섭한 마음도 함께 접어 넣는다.
- 아래 내용부터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랑이 완성되는 과정
하나의 이어폰을 나눠 쓰던 두 사람
오프닝신에 나온 무기와 키누는 “이어폰 하나를 나눠 끼고 듣는 건 둘이 다른 음악을 듣는 일”이라며 분개한다. 음악은 최소 스테레오 채널(2채널)로 구성되어 있는 콘텐츠라 왼쪽, 오른쪽에서 나오는 각자 다른 소리를 같이 들을 때만 그 음악을 제대로 들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은 모노 채널이 아니다. 연인이라 하여 사랑에 대해 똑같은 생각을 할 순 없다. 다른 채널에 있는 연인이 어떤 사랑을 원하고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고려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것, 내가 노력한 것만 이야기한다면 그 사랑은 온전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처음 고백하던 날, 무기와 키누는 한 이어폰을 끼고 레스토랑 점원 포린의 음악을 듣는다. 어렸던 무기와 키누는 한 이어폰으로 같은 음악을 듣고 ‘무기와 키누의 사랑’이라는 똑같은 꿈을 꾸며 노력한다.
무기는 키누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아 회사에 취업한다. 키누도 무기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 취업을 하고 무기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취미 생활을 공유하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연인이 어떤 사랑을 원하고 있는지, 그가 이 사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진 헤아리지 못한다.
무기와 키누는 첫 만남부터 수많은 공통점을 공유했기에 자연히 연인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들여다보기보단 무기는 키누가, 키누는 무기가 취업, 지인의 죽음, 시간이라는 변화 앞에서 자신과 같은 태도를 취하길, 같은 결말을 바라길 기대한다.
하지만 무기와 키누는 많은 부분이 닮은 타인일 뿐, 동일한 존재가 아니다. 무기는 키누가 열광했던 미라전을 무서워했다. 미라전을 보고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대화를 나눌 때, 키누는 전시회 도록을 펼치며 흥분한 듯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무기는 애매한 표정으로 키누의 말을 듣다가 점원이 오자마자 재빠르게 미라로 가득한 도록을 덮어버린다. 키누는 무기의 가스탱크 영상을 보다가 깜빡 잠들어버린다. 무기는 키누가 가장 재밌는 장면에서 1시간 동안 잠들었다며 아쉬워한다. 두 사람은 이러한 사소한 다름을 알아채지 못하고 나와 다른 연인에 오래도록 실망하고 슬퍼한다.
무기와 키누는 솔직한 대화를 나누며 이별을 결정한다. 그리고 ‘똑닮은 우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려놓고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미라전과 가스탱크에 느꼈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한다. 두 사람은 지금껏 듣지 못했던 다른 채널에 담긴 소리를 들으며 ‘무기와 키누의 사랑’이라는 꿈의 마지막 소절을 완성한다.
시간이 지나며 무기와 키누의 꽃다발은 싱그러움을 잃어갔지만 그 과정은 전혀 추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르고 시들어갔다기보단 완성되었다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두 사람은 아름답게 말라붙은 우리라는 꽃다발과 함께 펼쳤던 베란다 커튼을 뜯어 정리하고 각자의 길로 향한다.
이별 후 두 사람은 각자의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고 다른 이와 각자의 연애를 이어간다. 현재의 연인은 음악을 듣는 방법부터 나와는 다른, 옛 연인처럼 나와 똑 닮았다고 말할 순 없는 사람이지만 무기와 키누는 그들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하고 현실적인 사랑을 찾는다.
사랑한다고 꼭 하나의 이어폰을 갈라 같은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연인과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목표점을 가진 사랑을 하더라도 나의 것을 그에게 들려주고 그의 것을 이해하며 사랑하는 것. 그것 또한 사랑임을. 무기와 키노는 어린 사랑의 끝에서 그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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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의 전투기 조종 체험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개인적인 능력과 욕심이 최대로 표출되길 바란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 조직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목적이다. 실제로 그런 분위기는 조직을 발전시키고 다음 목표 달성을 쉽게 만든다. 좀 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은 다양한 조직에서 표출되고 있다. 그런데 그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는 하나의 전제 조건이 있다. 조직 내에서 그것을 행하는 것은 조직 구성원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생각해보면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조직의 어떤 규칙 안에서만 행해야 한다는 조금은 보수적인 조건하에서 그것들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현재 존재하는 조직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곳은 군대일 것이다. 군대 안에서는 개인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없다. 아주 강한 규칙이 존재하고 상관들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문화 안에서 개인의 개성이 드러나는 것은 힘들다. 군대에서의 목표는 단번에 성과를 보이기는 어렵다. 실제 전투와 전쟁에 투입되는 인원들은 상대방을 물리치고 살아남는 것에 목표를 둔다. 최근에는 그것이 기술적인 무기들로 인해 결정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과 능력이 그것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긴 어렵다.
엘리트 전투기 조종사 매버릭의 이야기
영화 <탑건 매버릭>은 1986년에 개봉했던 <탑건>의 후속 편이다. 1편에는 매버릭 대위(톰 크루즈)가 전투기 조종사로서 겪는 일들을 보여준다. 엄청난 전투기 조종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좀 더 개성 넘치는 성향을 가지고 있던 그는 최정예 전투기 조종사를 만들어내는 탑건 훈련학교에서 자신의 능력을 표출하는 과정에서 다른 인물들과 갈등을 겪는다. 친한 동료 구즈를 잃기도 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이 능력을 적절히 이용하는 모습이 담겼었다.
이번 2편은 전편 이후 36년이 지난 시점이다. 매버릭은 여전히 군에서 전투기 조종을 하고 있지만 높은 지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그의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군에서 반항아나 아웃사이더로 인식되고 있다. 영화에서 아무 명확하게 제시하지는 않지만 매버릭에게는 좀 더 높은 지위를 얻으려는 야심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전투기를 조종하고 테스트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 방식은 온전히 그만의 방식이다.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올리는 데에는 상부의 명령에 어느 정도는 반항을 해야 해낼 수 있다. 그건 과거에도 그랬듯 매버릭이라는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를 온전히 드러내는데, 그는 36년 전과 동일한 방식으로 보수적인 해군에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가 그렇게 버틸 수 있었던 데에는 오랜 친구인 아이스맨(발 킬머)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버릭은 다시 탑건으로 돌아가 교관이 되고, 젊은 파일럿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맡는다. 매버릭 자신은 전투기 조종을 계속하고 싶어 하지만 상부에서는 그의 마지막 임무로 그의 실력을 이어받은 뛰어난 파일럿이 만들어지길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을 받은 파일럿들은 실제 전투기가 투입되는 임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다.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 수행을 성공해 내기 위해 매버릭이 파일럿들을 교육하는 과정이 영화 내내 이어지는데, 이 모든 과정은 사실 1편에서 봤던 것과 거의 비슷하다.
즉,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전편의 구성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는 과거 1편의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장면과 내용으로 전개를 한다. 그래서 과거에 봤던 반복적인 이야기가 한 번 더 전개되는 것 같은 기시감을 준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 구성은 그렇게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인물들과 매버릭 간의 관계는 극의 긴장을 일으키는데 충분하고 중간중간 등장하는 과거 1편의 장면이나 과거 인물들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면서 <탑건>의 올드팬들을 만족시킨다. 또한 처음 이 영화를 통해 <탑건>을 보는 관객들에게도 신구 갈등이나, 동료와의 경쟁 등 익숙한 구도를 흥미롭게 구성해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만든다.
조금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반복하는 것을 택했지만, 대신에 이번 영화에서 힘을 기울여 집중하는 건 실감 나는 전투기 조종 장면이다. 아이맥스 카메라를 활용하고 배우들을 직접 전투기에 태워서 촬영한 비행 장면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굉장한 현실감을 느끼게 한다. 1인칭 시점으로 배우들의 표정을 담으면서 어떤 특정 상황이 벌어지고 그것에 대응하는 액션을 취할 때는 카메라가 바로 전투기 외부로 시선을 옮겨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만들어지는 현실감은 영화에 극적인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또한 영화의 말미, 실제 미션을 수행하는 장면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계속 전개되고 과거 1편에서 주 전투기로 등장했던 F14까지 재등장시켜 완벽한 전투 장면의 마무리를 보여준다.
관객에게 전투기 체험을 하는 듯, 실감 나는 전투기 조종 장면
<탑건 매버릭>에서 설정된 임무 자체가 마치 매버릭이 그간 걸어왔던 삶을 보여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 불가능하게 보이는 임무는 전투기를 몰고 좁은 협곡을 낮은 고도로 통과하고 급경사를 올라갔다 내려오며 목표물에 미사일을 발사하고 탈출하면서 마무리된다. 그 임무의 코스에서 전투기 조종사들은 엄청난 집중력으로 구불구불한 산골짜기를 지나야 하고 엄청난 속도에서 느껴지는 중력을 참아내야 한다. 그렇게 정신을 잃지 않고 목표물 앞에서는 정확성 있게 미사일을 조준하고 발사해야 한다. 매버릭은 보수적인 군대에서 자신의 개성을 발휘하면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왔지만 그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구불구불하고 높은 중압감의 과정을 모두 견뎌내면서 여전히 최고의 자리에 있다.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이번 영화에선 다음 세대의 파일럿들에게 전수하려 애쓴다.
영화에는 루스터(마일스 텔러)라는 인물이 나온다. <탑건>1편에서 죽은 구즈의 아들이다. 매버릭과 굉장히 친했던 구즈의 죽음은 매버릭에게도 트라우마를 안겼지만 아들인 루스터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매버릭과 루스터, 이 두 인물이 상대에게 가진 응어리와 감정이 이번 영화를 끌어가는 주요 감정선이 된다. 마치 유사 아버지처럼 느껴지는 매버릭은 루스터에게 미안함과 잘해주고 싶은 마음을 함께 느끼지만 선뜻 먼저 다가가지는 못한다. 그 응어리가 어떤 식으로 해소되는지를 영화는 화려한 전투와 더불어 보여주고 있다. 이 두 인물 이외에도 매버릭과 페니(제니퍼 코넬리)의 관계도 보여주는데, 사실 영화에서 가장 긴장을 만들어내는 관계는 루스터와 매버릭의 모습이다.
영화 <탑건 매버릭>은 인물들의 갈등 구도를 단순화하고 파일럿들이 훈련받는 모습과 마지막 실제 임무를 해결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그렇게 영화를 단순화시키고 집중해야 할 부분에 확실히 공을 들이면서 굉장히 사실적인 영화가 되었다. 이 영화를 연출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과거 <트론 새로운 시작>이나 <오블리비언> 같은 비주얼이 훌륭한 SF영화를 연출한 경험이 있다. 그가 가진 촬영 기술은 이번 영화에서도 굉장히 크게 발휘되고 있다. 1편에 비해서 좀 더 화려하고 사실적인 전투 활공 장면은 마치 관객이 실제 전투기를 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매버릭 역을 맡은 톰 크루즈는 그가 왜 프로페셔널인지를 이번 영화에서도 증명한다. 실제 전투기에 타면서 사실성을 극대화시키고 영화에 박진감을 높인 건 배우가 가진 사명감과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이렇게 좋은 능력을 가진 이들이 모여 만든 영화 <탑건 매버릭>은 올여름 블럭버스터 영화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HYKIrZyvT8
Rabbitgumi의 영화이야기 유료 뉴스레터에도 영화 <탑건 매버릭>과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하여 읽어보세요! :)
https://rabbitgumi.stib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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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냉담함과 무관심의 시대에 도시 청춘들의 삶과 사랑
스리랑카 내전을 피해 생판 처음 보는 여인과 소녀를 데리고 가족으로 위장한 채 프랑스에 온 된 타밀 반군의 전사였던 주인공이 거짓으로 꾸려진 가족들을 지키는 또 하나의 전투를 치르는 과정을 담은 2015년 ‘디판’을 통해 68회 칸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올해로 일흔에 접어든 노장 자크 오디아르가 프랑스 차세대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셀린 시아마, 레아 미지위와 함께 작업한 신작 영화 파리, 13구 리뷰입니다. 배경이 되는 다인종 다문화 주거 지역의 이름 ‘Les Olympiades’라는 원제를 사용하는 만큼 그 안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을 상징하고, 특히 성적인 면에서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그들을 비춥니다. 무엇보다 흑백이라는 특징은 우리가 떠올리는 파리의 일반적인 이미지에 변화를 꾀하면서도 반대로 어느 대표 도시에도 적용될법한 묘한 현실감을 부여해 현시대를 관통하는 시대극의 형태를 완성시켰다 할 수 있죠. 더불어 이런 시각적 효과와 현대 사람들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에 대한 작가들의 고민은 3편의 단편 그래픽 노블을 하나처럼 매끄럽게 연결시켜 충분히 매력적인 플롯을 선사합니다.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 영화 파리, 13구 정보
난 연애할 생각 없어
일단 자고 본다는 자유로운 연애 철학의 콜센터 직원 에밀리, 할머니가 물려주신 집에 여자 룸메이트를 구하는 광고를 내지만 이름만 여자인 카미유가 찾아오고 그의 매력에 빠져들어 사랑을 나누고 룸메이트 사이가 됩니다. 그녀는 그와 좀 더 발전된 관계를 원하지만, 그는 그저 파트너라고 선을 그어버리고 이후 같이 일하는 단기 교사를 종종 집으로 데려오기까지 하죠. 결국 그의 새로운 여자친구에게 질투를 느낀 에밀리의 훼방은 그와 다툼으로 이어지고 다른 집으로 이사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지방에서 삼촌과 부동산 일을 하다 30대 늦깎이 법대생이 된 노라, 나이가 많은 그녀를 반겨주는 사람은 없었고 친해지기 위해 금발 가발을 하고 간 개강파티에서는 야동 사이트의 앰버 스위트라는 BJ로 오인받으며 온갖 추파와 소문에 휘둘립니다. 결국 학교 생활이 힘들어질 정도가 된 그녀는 파리에서 일을 알아보던 중 잠시 교사 일을 그만둔 카미유와 함께 부동산에서 일하게 되죠. 그러면서 자신으로 오인되었던 앰버와도 친구처럼 친해지고, 카미유와도 가까워집니다. 그리고 어느 날 중국 부동산 고객이 찾아오며 카미유는 에밀리에게 통역을 부탁하고 이후 그가 지인 교사의 파티에 둘 모두를 초대하게 되면서 상황이 이상해지는데...
예고편│ Trailer
원제 : LES OLYMPIADES, PARIS 13TH DISTRICT│감독 : 자크 오디아르│각본 : 자크 오디아르, 셀린 시아마, 레아 미지위│원작 : 에이드리언 토미네의 그래픽 단편집 Killing and Dying│출연진 : 루시 장, 노에미 메를랑, 마키타 삼바 외 多│장르 : 멜로/로맨스, 드라마│상영 시간 : 105분│개봉일 : 2022년 5월 12일│국가 : 프랑스│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평점 : 관람객 7.48, 네티즌 7.67, 기자·평론가 7.0, 왓챠피디아 3.6, 로튼 토마토 신선도 82% 팝콘 60%, IMDB 7.1, 메타 스코어 76점│수상 내역: 74회 칸 경쟁부문 초청 및 사운트랙상, 57회 시카고 국제(특별언급상), 47회 세비야 유러피안(여우주연상)│시청 가능 서비스 : 현재 극장 상영 중
# 영화 파리, 13구 평점
널 사랑했어 지금도 사랑하고
우리는 젊은 세대들의 데이트 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아주 많이 접해왔기에 이런 덧없는 사랑놀이를 그리는 것에 형식적이고 진부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룸메이트 여성을 찾는 중 카미유는 여자 이름만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두 사람과 성인 BJ로 잘못 식별되어 삶이 뒤틀리는 노라가 예상치 못한 우연을 빙자한 오해를 통해 관계가 형성되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대부분의 일상에서 오해라는 부분들을 연속되고 사람들은 그저 그들의 하루의 또 다른 무작위적인 방향이라 생각하기에 다시 연결되고 떨어져 나가기를 반복하며 각각의 관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감독은 이러한 부분에서 문제를 삼기보단 그들을 이해하고 노력하는 시선으로 젊은이들의 성적인 활동을 단편적으로 보며 다음 번 방황이 지금보다 더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임을 그들의 독특한 관계와 일상으로 풀어나갑니다.
충분한 학벌에도 텔레마케팅이나 웨이트리스 같은 일들을 하며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머니에게는 대리인을 보내고 어머니에겐 거짓 전화를 하는 에밀리, 연애의 감정은 금방 사라진다고 믿는 이기적인 교사 카미유, 30대 법대생의 부푼 꿈이 일순간에 무너진 뒤 원인이라 볼 수 있는 앰버와 뜻밖의 관계로 발전하는 노라까지 예사롭지 않은 캐릭터를 사용하며 옴니버스 같은 묘한 교집합으로 클리셰 한 부분을 피해 갑니다. 원작의 제목처럼 죽음과 유사한 상징의 이별, 우울, 정체성의 혼란 같은 톤을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직업에서 가져오는 13구 지역의 사회적 이미지까지 다양하게 끌고 와 외적인 확장까지 보여주죠. 더불어 솔직하게 전면으로 드러낸 성생활의 이야기와 인물 간의 대화, 흑백이라는 영상미와 감각적인 편집들, 아티스트 RONE의 세련된 오리지널 스코어까지 사랑이 이뤄지고 사라지는 평범해 보이지만 독특한 멜로의 순간을 담아냅니다.
‘걸후드’와 ‘쁘띠 마망’,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과 같은 흠잡을 데 없는 스토리를 만든 셀린 시아마와 2017년 ‘아바’로 주목받은 레아 미지위, 노장 자크 오디아르가 이루어낸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그들의 개성과 다양성을 유지한 듯한 캐릭터들의 설정과 이를 연기한 루시 장, 노에미 메를랑, 마키타 삼바는 순간순간의 서로 다른 감정과 생각, 행동들을 훌륭한 앙상블을 선보입니다. 한편으로는 투박하고 뻔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캐릭터와 배우, 스토리의 매력이 잘 어우러진 사랑에 대한 어떤 순수한 마법의 연장선상을 그릴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청춘들의 사랑 또한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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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바디 리뷰 - 영화 노바디의 4가지 감상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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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 시작에 앞서...
01:21 1. 액션
03:10 2. 사운드 트랙
04:48 3. B급 유머코드
06:03 4. 떡밥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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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착하게 살고 싶었다. 참으려고 했다.
이제 나 건드리면 X된다!
비범한 과거를 숨긴 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을 사는 한 가정의 가장 ‘허치’
매일 출근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일과 가정 모두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한테는 무시당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강도가 들고 허치는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당한다.
더 큰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모두 무능력하다고 ‘허치’를 비난하고,
결국 그동안 참고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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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인 더 하이츠> 텐션 하이-츠 영상
꿈을 향해 더 크게 소리 질러!
'우스나비'에겐 도미니카 해변에 아버지의 상점을 다시 열고 싶은 꿈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좋아한 친구 바네사에게 아직 고백 한 번 못한 채 망설이며 지내고 있다.
'바네사'는 동네 미용실에서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도시로 나가려다 예기치 못한 사랑에 빠진다.
스탠포드 대학에 진학한 '니나'는 가족들과 마을 사람들의 기대가 부담스럽고,
연인 '베니'는 니나의 아버지이자 사장이 니나의 학비 마련을 위해
운수회사를 팔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스나비 가게에서 복권 당첨자가 나오고,
하이츠의 모든 사람들은 저 마다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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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뤼팽 파트 2> 공식 예고편
아버지를 벼랑 끝으로 내몬 펠레그리니.
그를 향해 복수를 시작했던 아산이 또다시 가족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이제 그에게 필요한 건 역전을 위한 계획, 그리고 목숨을 건 트릭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