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7-11 22:42:27
사랑한다는 말만으로도, 그 존재만으로도 악당이 될 수 있다는 것.
영화 <러브 빌런> 리뷰
고요한 밤이지만 절대 조용하지 않은 두 사람의 사이는 독특하고도 요란한 빛 사이에서 잔잔하게 입맞추며 이어진다. 같은 방향을 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교환과 메구는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 내레이션이 들리며 실은 그렇지 않은 마음을 드러낸다. 이제 더 이상 교환을 사랑하지 않는 메꾸는 한때, 사랑했던 교환과 헤어지고 싶지만 여린 마음에 상처를 줄까 봐 어떻게 이별을 건넬지 깊은 고민에 빠진다. 메구는 교환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헤어질 방법을 찾을 수 있을까. 그는 교환의 옆에서 그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은 채,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메구의 옆에서 운전하고 있던 교환은 졸린지 껌을 찾다가 메구에게 있어서 헤어질 이유에 충분함을 가져다주는 행동을 저지르고 만다. 그렇게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넌 교환과 이미 정리를 끝낸 메구는 끝까지 제대로 된 의미를 의지 있게 전달하지 않는다. 의지가 사라진 소통은 곧 단절로 이어져 해방의 축제가 되어 메구 안에서 펼쳐지고 이별이 시작 된다.
이별을 선언했음에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교환은 메구에게 있어서 ‘러브 빌런’ 같고 헤어질 구실을 만듦과 동시에 소통하지 않는 메구도 교환에게 있어서 ’러브 빌런‘같다. 그렇게 서로에게 러브 빌런이 되어버린 그들은 메구가 먼저 추억이 되었던 모든 것을 쏟아내고 그것을 또 제대로 듣지 못한 교환으로 인해 완전한 소통 단절을 끌어낸다. 소통 단절은 곧 이별이다. 그렇게 ‘사랑의 슈퍼맨’이었던 메구는 ‘러브 빌런’이 되었다. 빌런이 되어서도 예의를 지키는 그들의 번쩍이던 사랑이 3년간의 추억을 게워내며 빛을 잃은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춘다. 이 영화는 이옥섭 감독이 독특한 영상미로 인해 시선을 끈다. 이들이 왜 이렇게 됐을지 감히 예상도 되지 않는 이야기를 움직이는 도로 위와 멈춰져 있는 이 집 위에서 그려낸다. 상상을 현실로 펼쳐내는 이 빛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마주하는 두 사람의 추억이 곳곳에 펼쳐지고 끝끝내 돌아갈 수 없는 두 사람의 이별도 곳곳에 펼쳐진다. 이런 독특함은 이엑구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더 덧붙인다.
Relative contents
-
-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를 이겨내는 우주적 다정함
해당 리뷰는 씨네랩의 초청을 받아 시사회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
인생의 수많은 선택의 갈림길은 우리를 다른 인생으로 이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무술 고수, 영화배우, 맹인 가수, 요리사 등등이 될 수 있고 심지어 돌이 되는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미국에 건너와 코인 세탁소를 운영하며 힘겹게 삶을 꾸려가고 있는 중국인 이민자 에블린(양자경)의 삶이 있다. 수북이 쌓인 영수증 더미에 깔리기 직전의 그는 쇠약해진 아버지(제임스 홍)를 돌봐야 하고 남편 웨이먼드(키 호이 쿠안)와는 이혼하기 직전이다. 세무당국의 세무조사와 남편의 이혼 요구 그리고 딸 조이(스테파니 수)의 여자친구 문제가 에블린에게 한꺼번에 덮쳐온다. 이런 에블린에게 모든 우주를 구하라는 임무가 주어진다. 모든 우주를 혼돈에 빠뜨리려 하는 ‘조부 투파키’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단다.
에블린은 여러 우주 중 하나에서 각 우주의 기술과 기억, 감정을 불러올 수 있는 ‘버스 점프’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인물이다. 알고리즘을 개발한 우주의 에블린은 능력이 출중했던 한 아이의 버스 점프 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그 아이는 모든 우주의 자아를 동시에 경험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무한한 다중우주를 혼돈에 빠뜨린 빌런 ‘조부 투파키’가 탄생한다. 이 조부 투파키가 세탁소를 운영하는 우주의 딸 조이다. 에블린은 다중우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딸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우주의 자아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게 된 그는 엄청난 지식과 힘을 얻었다. 무료하던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베이글 위에 올려버렸다. 가운데가 뻥 뚫린 검은 베이글 위에 온 세상을 올리자 그는 어떤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것은 ‘무’이며, 부질없다는 진실을.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이 부질없는 우주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진정한 죽음이다. 검은 베이글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조부 투파키의 블랙홀이다. 또 한 가지 조부 투파키가 원하는 것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에블린이 자신과 같은 것을 보는 것이다.
조부 투파키 혹은 조이는 끝없는 버스 점프에 갇혀 있는 셈이다. 그리하여 힘과 지식을 얻었을지 모르나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며 혼란함과 외로움을 느낀다. 버스 점프에 갇혀 있는 것은 어쩌면 자기 자신에게 갇혀 있는 것이다. 조이 역시 이 윤회와도 같은 끝없는 굴레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원하고 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이하 <에에원>)의 플롯을 간단하게 보자면, 모녀간의 싸움이다. 그렇기에 단 한 사람의 이해와 공감이면 딸이 가진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바로 엄마다.
우주의 진짜 적은 ‘허무주의’와 ‘염세주의’다. <에에원> 속 베이글은 이 세상의 허무를 상징한다. 새하얀 공간에 둥실 떠있는 까맣고 가운데가 뻥 뚫린 베이글 말이다. 에블린이 싸워야 하는 것은 조부 투파키나 딸 조이가 아니라 세상의 폭력과 허무함 그리고 염세주의다. 이에 맞서는 단서는 남편 웨이먼드가 준다. 평소 웨이먼드가 세탁소 곳곳에 붙여놓은 하얀 바탕에 가운데가 까만 장난감 눈알은 베이글에 대항하는 다정함의 상징이다. 폭력과 고통 앞에서 자비와 연민을 가지라는 불교의 가르침처럼 에블린은 미간 근처 이마에 장난감 눈알을 붙이고 다정함의 방식으로 싸운다. 다른 우주의 어떤 누구라도 사랑으로 감싸 안는다. 손가락이 핫도그가 되어버린 우주일지라도.
멀티버스다운 영화적 스펙터클을 경험한 끝에 도달하게 된 곳은 다정함이다. ‘우리는 다정해야 한다’는 것을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어쩌면 이처럼 거창해야만 풀릴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 현재의 삶은 쳇바퀴 돌듯 반복되고, 세탁하고 세금 내는 일이 지긋지긋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른 우주의 또 다른 나, 멋진 삶을 사는 나를 꿈꿀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지금, 여기의 사랑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 모든 우주와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코인세탁소에서 세금을 내며 살아가는 이 삶을 사랑할 수도 있다. 에블린은 모든 우주의 자신을 보고 왔고, 어디든 갈 수 있지만 조이와 여기 있는 삶을 선택한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평범하게 여겨지는 현재, 여기의 사랑을 멀티버스의 차원에서 설명해냈다. 무한한 다중우주를 거쳐 온 우리의 지금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가 현재 여기에서 서로 다정함을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곧 기적임을 알게 된다.
-
- [DMZ DOCS] 사라진 노동운동의 A컷을 찾아라!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포스터
멜팅 아이스크림(Melting Icecream)
South Korea/2021/70min/홍진훤 감독 작품
모든 달콤한 것들은 녹는다. 녹아 없어지기에 더 달콤하다. 〈멜팅 아이스크림〉에서 ‘달콤한 것’은 노동운동이다. 영화는 90년대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시대의 노동운동의 푸티지를 몇몇 회고를 동반하여 풀어놓는다. 그리고 이 서사는 수해로 훼손된 투쟁 현장의 A컷 사진을 복구하는 서사와 교차한다.
두 서사의 교차가 의미심장하다. 훼손된 A컷 사진은 노동운동의 은유다. 모든 노동자의 연대 투쟁을 강조했던 사람들은 제도권에 들어간 후 노동을 버리고 ‘민주화’만 강조했다. 노동자와 함께 싸웠으나 성과는 독차지했다. 영화가 세 명의 ‘진보’ 대통령 시대의 노동 투쟁을 보여주는 건 노동을 뺀 민주화가 노동자의 삶과 노동 현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고발하기 위해서다. 그 결과 시민과 노동운동의 거리는 좁혀지길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멀어졌다. 영화의 마지막, 코로나 시대에 ‘필수 노동자’라 일컬어졌지만 금세 버려진 노동자 집회를 무심한 듯 힐끗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이 이를 증언한다. 이제는 더 이상 진지하게 고려되지 않는 노동 문제처럼, 훼손된 A컷 복구도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즉 〈멜팅 아이스크림〉은 철저한 실패에 관한 영화다.
지난 몇 년간 1970~80년대의 민주화운동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여 관객의 호응을 끌어낸 영화가 많았다. 이들 영화는 반동분자 취급당하던 시민들의 명예를 복권하여 집단의 역량으로 재의미화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의를 가진다. 그러나 〈멜팅 아이스크림〉을 보며 의문이 들었다. 왜 그들 영화에 함께 싸웠던 노동자(혹은 노동자인 시민)는 등장하지 않는가?
최근 개봉한 영화 〈재춘언니〉, 〈미싱타는 여자들〉이 떠올랐다. 〈멜팅 아이스크림〉의 문제의식에서 보면, 이들은 모두 변방으로 밀려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시 ‘중심’으로 옮기고자 노력하는 영화다. 언젠가 다시 맛볼 날을 기다리며,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즉 노동 관점의 소중함)을 추억한다.
*이 글은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 받아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기자단으로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제는 9월 29일까지 이어지며 상영작은 온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
- [JIMFF 데일리] 아름다운 노래를 쌓자
지난 세기에 태어난 사람 중 아바(ABBA)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예컨대 80년대 한국의 중학생이었던 나의 부모는 아바의 음악을 즐겨 들었고, 4명의 혼성 그룹이 둘씩 부부라는 이야기를 신기하게 여겼으며, 반짝거리는 옷을 입고 그들이 부르는 흥겨운 노래를 청춘의 순간으로 기억했다. 자동차 뒷자리에서 들은 그들이 틀어 둔 아바의 노래들은, 이후 90년대에 태어난 내게 ‘어린 시절 가족 여행’이라는 기억에 박제된다. 바깥으로 눈발이 날리는 강원도의 도로를 달리면서 듣는 <winner takes it all>은 어린 마음을 아련하게 흔들고, <dancing queen>은 경쾌하게 기쁨의 온도를 높였다. 비슷하게 아바의 노래에 기억을 포개 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들의 음반 판매량과, 음반 이후의 세대도 아바를 기억한다는 점, 게다가 영화와 뮤지컬로 여러 차례 그들의 음악이 새로운 세대를 계속 만났다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그 수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으로 늘어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 <아바: 더 레전드>는 그야말로 ‘더 레전드’인 아바의 음악과 그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던 70년대를 친절하게 조망해 주는 영화다. <Waterloo>로 센세이셔널하게 등장했던 유로비전 무대를 필두로 하여, 네 사람의 환한 미소가 담긴 흑백 사진과 익숙한 음악으로 문을 열고, 아바의 첫 싱글부터 되짚으며 그 아우라를 피부로 느끼게 만든다. 아바와 동시대를 살았던 사람에게는 자신의 추억까지 포함한 과거의 기억을 돌려주며, 그들의 음악이 남긴 반짝임만 느꼈던 이후 세대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음악의 낯선 서사를 잘 정리해 준다. 그러므로 누구와 함께 보아도 좋을,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단순히 전설의 시대를 선형적으로 정리하는 수준에만 그치지 않는다. 이미 ‘더 레전드’가 되어 있는 지금의 이면을 비춘다. 그들의 노래는 너무나 환하게 빛나고, 밝고 힘차고, 오랫동안 널리 사랑받았다는 걸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아바의 노력이나 그들이 겪은 무대 이면의 시간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70년대로 우리를 데려가는 이 영화는, 당시 아바에게 꽂히던 다양한 시선을 고루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알지 못하던 아바를 드러낸다.
종이와 연필보다는 머리에 곧바로 남는 멜로디를 찾아내는 순간, 키치한 옷차림의 “가벼운 팝” 그룹이라는 이유로 평론가들의 혹평을 뒤집어쓰거나 반대 시위에 맞부딪히거나 아바의 음악을 희화화하고 비하하는 목소리를 마주하는 순간, 그들의 음악보다는 관계나 옷차림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 성희롱적 발언에 더 관심이 있는 언론 앞에 서는 순간, 여성 멤버들의 관계에 대한 가짜 뉴스가 퍼지는 걸 들으면서도 실상은 건강한 경쟁심을 발휘해 무대를 준비하는 순간… 그 모든 순간들을 지켜보면서, 아바가 얼마나 건강하고 빛나는 아티스트인지를 새삼 깨닫는 한편, 아바가 아닌 다른 아티스트들의 이야기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많이 보았다는 기시감도 동시에 느낀다. 사람들의 반응은 그 시절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우리가 비판이라고 생각하며 던지는 말들 중에는 단순한 비난이 얼마나 그럴 듯하게 섞여 있는지, 수많은 말의 홍수 속에서 그걸 걸러내는 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안에서 길을 잃기는 얼마나 쉬운지 한 걸음 멀리서 보게 되는 기분이다. 그러나 아바는 ‘일의 기쁨과 슬픔’ 안에서 파도 타기를 계속하며 자기 세계를 확장해 결국 전설이 된다.
아바의 노래는 쉽고 다정하다. 그러나 동요처럼 마냥 해맑다는 느낌보다는, 그림자를 아는 빛 느낌이다. 기묘하게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기분이 들어 두근거리는데, 그 세계가 아바의 목소리처럼 밝고 힘차서 나를 해하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 정말 “영 앤 스위트 온리 세븐틴”의 마음이다. 그 아바의 노래가 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A면이라면, 이 영화는 마치 음반 B면에 들어있는 명곡 같다.
최선을 다해 자기 색깔을 기세로 밀어붙인 이들은 그렇게 A면과 B면을 아름다운 노래로 가득 채운 명반 같은 존재가 된다. 스무 살이 된 제천의 세월도 그러했으리라 생각하며, 개막작으로 더없이 완벽한 선택이었음을 느낀다. 앞으로도 길이길이 기억될 아바의 시간과 제천의 시간을 동시에 기대하게 된다. 이 두 이름에 포개진 추억을 가득 가진 모두의 시간까지 가득 담아, 오래오래 아름다운 노래를 쌓자.
[제20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상영일정]
9월 5일(목) 19:00 제천예술의전당(개막식)
9월 7일(토) 17:00 제천시문화회관
-
- [씨네피커 인터뷰] 프로덕션 대표 / 영화, 그리고 나
저는 지금 인천에서 영상 프로덕션 풀림 필름을 운영하고 있는 안소회라고 합니다.
Q. 자기소개 해주세요.
A. 저는 영화과를 졸업을 했고 연출을 전공을 했습니다. 연출을 전공을 하고 나서 졸업하자마자 했었던 거는 사실은 좀 강사 일을 좀 했었어요. 이제 입시학원에서 영화 제작반 같은 아이들과 같이 뭔가 호흡하면서 영화를 만드는 수업을 좀 했었고, 그다음에 예전에 아시던 감독님이 장편영화 독립 장편 영화 조 감독을 좀 부탁을 하셨어서 조 감독을 하고 그다음에 또 이제 계속 우연의 반복인데 사실은 그게 또 우연히 알게 된 제작사 대표님이 한번 이거 각색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 해서 각색을 또 하다가 군 문제를 해결을 해야 되는 상황이냐 이것들을 좀 불안정하지만 기다려야 되는 상황이냐 나는 갈래길에서 군대를 선택을 했었고 그 시기와 비슷하게 프로덕션을 창업을 했었던 것 같아요. 뭔가 영화라는 직업 혹은 영화라는 일을 한다는 것이 사실은 상당히 좀 불안정한 일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 것들을 좀 내가 마음 놓고 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단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런 생각의 끝에 도달한 결론이 이제 프로덕션 창업이었던 것 같습니다.
Q. 감독님의 작품 소개 해주세요.
A. 사실 화려하다고 할 것까지는 없는 것 같은데 그냥 뭐 열심히 했던 작품들이 운 좋게 성과가 좋았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작품에 썼던 것들은 사실 이렇게 밖에 잘 내놓지는 않는데 개인적으로 되게 애증의 작품이 하나 있습니다. 야쿠르트 형이라는 작품이 있었고 처음으로 영화제에서 대중들한테 선보였던 작품은 무단조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학교도 영화를 전공을 했다 보니까 단편 작업들을 꾸준히 해왔었는데 일단 크게 기억에 남는 작품 세 가지가 <무단조퇴>랑 <코리아타운>이라는 단편 영화랑 ,<이종>이라는 단편 영화 이렇게 세 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Q.영화 <이종>을 찍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사실 항상 GV 때 이 질문을 받았을 때 했던 똑같은 대답들이 있는데 촬영 감독이랑 같이 이제 학교 앞 술집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다가 진짜 졸업 작품으로는 좀 재밌는 걸 해보고 싶다. 흔히 말하는 단편 영화 독립영화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좀 재미없다 너무 지루하다 너무 심오하다 그런 것들이 아니라 진짜 재미있는 것들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그때 그 맥줏집에서 tv에 UFC가 나오고 있는 거예요.그래서 이종 격투기의 영화를 찍으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그리고 또 촬영 감독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그런 격투기를 되게 좋아해서 이런 것들을 한번 여기에 이제 서사를 담아보자라고 좀 시작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Q. 영화 <이종> 속 이정현 배우 섭외 비하인드?
A. 센 이미지를 원했었고 저는 몸을 쓸 줄 아는 배우였으면 좋겠다고 고민을 하면서 찾아보던 중에 그때 또 당시에 <미스터 선샤인>이라는 드라마에서 되게 이미지가 강하게 나오셨었고 저 배우랑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PD님 한테 저 배우랑 나는 하고 싶다 해야겠다 그랬더니 뭐 알겠다 하고 하시더니 캐스팅을 해오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작업을 했었죠.Q. 영화 <이종>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A. 아무래도 <이종>이라는 영화가 되게 몸을 쓰는 영화고 실제로 액션 합이 되게 중요했던 영화였다 보니까 배우들이 되게 고생을 많이 했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이제 이정현 배우죠. 극 중에 겸수 역을 맡은 이정현 배우가 촬영을 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면서 딱 쓰러지는데 팔이 빠졌었나 발목이 돌아갔었나 그래서 되게 오래된 일이라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래가지고 잠깐 촬영을 멈췄던 기억도 있고 그런데 결국은 다시 또 반대쪽으로 돌려서 촬영을 하더라고요. 한 번은 연습을 하다가 이제 막 액션 합을 맞추다가 갈비뼈가 아프다. 그래서 제가 그때 막 녹용을 보내주기도 하고 그랬었던 기억이 나는 것 같습니다.
Q. 연출을 전공한 계기는?
A. 막연했던 것 같아요. 막연하게 꿈꿨었던 게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었고 그렇게 하려면 뭘 해야 할까 뭐 다양한 파트가 있잖아요. 촬영도 있고 제작자도 있고 미술 음향 다양하게 있는데 그중에서 내가 생각하는 것들을 그대로 이미지로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담아낼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했을 때에는 연출이 답이었던 것 같습니다.
Q. 입시반 강사시절 이야기해주세요!
A. 제가 가장 많이 맡았었던 바는 이제 입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 고2 기초반이라고 하는 반이랑 아이들이 영화를 제작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영화 제작반을 가장 많이 맡아서 했었는데요. 입시반에서 가르치는 것들 어떻게 보면 영화과 입시에 필요한 정형화된 것들을 가르치는 것보다는 그냥 영화를 가지고 아이들이랑 좀 재미있게 접근하는 것들이 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좀 더 잘 맞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랑 이제 같이 시나리오 아이템 기획 개발부터 콘티를 짜는 것들, 편집을 하는 것들 이런 것들을 좀 많이 했었고, 어쨌든 제가 배웠던 곳에서 누군가를 가르치고 있다는 건 되게 남들은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고 생각을 했었고, 과거의 나일 수도 있고 이들이 보는 게 그 학생들이 보는 게 미래 그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까 다른 곳에서 강의를 할 때보다는 조금 더 유의미했던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Q. 영화과 선택하게 된 계기는?
A.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큰 이유는 없었고요. 뭔가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있었던 있었었는데 현실적으로 어떤 방법을 선택해야 유명한 사람이 될 수 있어 그런 고민들을 한참 했을 때가 있었고요. 그러면서 제가 이제 진로를 고민할 때 초등학교 때부터 생활기록부에 직업을 어떤 걸 써놨을까 하고 쭉 봤더니 뭐 개그맨도 있었고 방송 작가도 있었고 그런 식으로 쭉 뭔가 그쪽이랑 연관된 직업들이 나오더라고요.
그러다가 영화과라는 학교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저기에 들어가면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을 되게 많은 사람들한테 하면서 좋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까 영화과를 자연스럽게 가게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안소회님의 인터뷰 영상은 [여기]서 확인 가능합니다.
-
- 에이리언 질주하는 속도로 휘몰아치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2142년에 살고 있는 20대 여자 레인 캐러딘(케일리 스페니)다. 어수선한 세상이다. 아니 더러운 세상이다. 웨이랜드 유타니라는 기업이 식민지로 삼은 지역에서 태어난 레인. 모든 사람에겐 강제노역이 주어졌다. 본인에게 할당된 강제노역의 시간을 가까스로 마무리 지은 레인. 다른 구역으로 이주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이주하기 위해 행정업무를 보던 도중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린다. 기업이 강제노역 시간을 2배(12000시간에서 24000시간)로 늘렸다는 말이었다. 좌절하는 레인. 좌절하던 도중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타일러에게 연락을 받는다. 타일러는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어떤 정거장에 잠입해 장비를 훔쳐 '이바가'라는 곳으로 이주하는 것이 타일러의 계획이었다. 여기서 죽던지 아니면 정거장에서 죽는 것이다.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한 레인. 정거장에 잠입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 정거장에는 비밀이 있었다. 에이리언들이 숨겨져 있던 것이다. 고개를 드는 크리쳐들. 과연 레인과 친구들은 위협을 이겨내 이바가로 갈 수 있을까?
클래식의 향기 그대로
이 <에이리언 : 로물루스>를 보고 느꼈던 가장 큰 특징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장르의 전통을 계승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우선 공간의 특성을 활용해서 이야기의 서스펜스를 강화시킨다. 이 영화는 공간을 우주로 제한하며 인물들의 동선을 제한한다. 몸에서 피부를 녹이는 산성 액체를 분비하는 크리쳐가 있는데 밖으로 나가면 우주 한가운데다. 이 크리쳐랑 우주선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고 끝내는 게 영화가 되면 그건 에이리언 시리즈가 아니다. 둘 중 하나가 녹다운이 될 때까지 추격전을 벌인다. 이 추격전에 윤활유가 되는 장치 두 개. 신체훼손이다. 에이리언이라는 외계인은 우리가 알 수 없는 존재다. 이 알 수 없는 존재가 신체훼손으로 사람에게 겁을 주면 무서움의 넓이를 쉽게 예상하지 못한다. 또 갇혀 있는 공간이라 ‘쟤한테 걸리면 정말 끔찍하겠어’라며 이야기의 처절함을 만드는데 최적화다.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이나 <쏘우> 1편을 생각해 보면 이 서스펜스가 그렇게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 영화가 장르의 관습을 잘 적용한 것이다.
두 번째 서스펜스 요소. 벽과 물이다. 끔찍하게 생긴 크리쳐가 우주선을 쿵쿵거리고 돌아다닌다. 또 게같은 크리쳐가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인간들을 위협한다. 그럼 공간과 공간사이에서 도망 다니는 것이 중요하다. 이 추격극이라는 관점에서도 벽이 중요하다. 벽과 관련한 상황이 만들어지며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가 영화 안에서 중요하게 작동한다. 여기서 읽을 수 있는 벽의 성격. 기본적으로 어떤 존재의 이동을 제약한다. 크리쳐는 일반적인 사고방식 외의 것이 틈입한 존재다. 상상의 벽을 넘어 만들어진 존재가 괴물이다. 글쓴이는 이 크리쳐라는 것의 기본적인 속성과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 등치 되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사람들을 몰입시키는 것 중에서는 상상을 뛰어넘는 크리쳐들의 행보가 있다. 이 크리쳐가 어느 순간에 튀어나와서 캐릭터들의 얼굴을 덮칠지 모른다는 점에서 만들어진 서스펜스가 영화를 이끈다. 크리쳐의 모티브를 영화 안에 그대로 투영시킨 것이다. 이 문의 존재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영화는 물의 이미지도 차용한다. 원래 이런 영화(들)에서 물을 다룬다고 하면 생명의 탄생을 다룬다. 이 모티브를 영화가 이상하게 뒤틀어서 기이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이런 부분이 영화가 신선하다고 느낄만한 부분이다.
또 이 영화에서 중요했던 것. 에이리언의 생김새다. <더 씽>이라는 영화가 있다. 1982년 영화다. <에이리언> 1편과 함께 크리쳐물의 교과서로 불리는 작품이다. 이 글을 쓰다 글쓴이는 느닷없이 ‘the thing(1982) creature’라고 구글에 검색한다. 끔찍하게 생긴 괴물이 등장한다. 이 비주얼은 지금 봐도 끔찍한데 1980년대 초라는 시대상을 고려해 보면 혁명적이었다. 글쓴이는 이 <에이리언 : 로물루스> 후반부에 등장하는 크리쳐가 <더 씽>에서 따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크리쳐물을 왜 보러 갈까? 그거야 끔찍한 크리쳐가 만드는 서스펜스를 체감하기 위해서다. 이 영화는 그 기획의도를 충실하게 이행한 셈이다. 물론 기존 ‘에이리언’ 시리즈의 크리쳐들과 겹쳐지는 장면도 일부 있다.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은 시리즈의 시그니처라고 봐도 무방하면서 전작들 중 하나가 생각난다. 영화는 이런 식으로 크리쳐들을 끔찍하게 묘사하는데, 그냥 단순히 예전 것만 쓱 가져오고 끝난 것이 아니다. 그 장면을 어떻게 또 무슨 맥락으로 보여줬는지가 중요할 텐데, 이 영화가 어느 정도는 철학적/윤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사회와의 관계를 생각하게끔 만든다.
선택과 집중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장르의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이 만든 각본이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누군가를 해치우는 영화다. 그럼 당연히 추격극이 전제되어야 한다. 가령 <탈주> 같은 영화들을 생각해 본다. <탈주>의 추격극이 공허하게 느껴졌던 이유. 추격하는 과정은 단순한데 그 외적으로 보여줘야 할 것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고, 그 둘은 사실 큰 관련이 없다. 자유의지를 두고 싸우는 인물의 모습과 추격극이 크게 관련이 없으니 총알 안 맞는 인물의 모습이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 <에이리언 : 로물루스>는 레인의 동선과 한 캐릭터의 활용으로 영화에서 중요한 것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이 연출이 정말 중요했다. 영화가 크리쳐를 피하던지 / 죽이던지 둘 중 하나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교통정리를 잘한 셈이다. 후반 하이라이트 장면이 충격적으로 느껴졌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보는데, 그전에 불필요한 것들을 말끔하게 정리했으니 하고 싶은 것에 큰 효과를 줄 수 있었다.
또 이 영화가 장르적인 특성을 잘 살렸다는 점은 인물 수에서 온다. 인물 수가 적은 것은 영화가 영리하게 플롯을 끌고 가기 위해 고른 선택처럼 보인다. 이 영화가 다루고 문제들에 비해 인물은 6명밖에 안 나온다. 막 세계의 누가 어떻게 되고 우주의 운명이 갈리고 이랬다면 영화가 정말 보여주고자 하는 부분을 보여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반대로 캐릭터 간의 관계를 통해 후술 할 윤리적인 문제를 조명한다. 또, 적은 인원과 넓은 공간이라는 인원/공간 설정을 통해 인간에 의한 변수를 차단한다. 감독의 전작 <맨 인 더 다크>에서 소수정예로 나와 강력한 서스펜스를 보여줬던 것을 이 영화에서 그대로 승계했는데 자기가 잘하는 걸 선택하고 집중한 결과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사운드를 활용한 방식도 탁월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이 영화 최고의 강점이다. 크리쳐들이 뛰어다니는 소리, 찌지직하며 몸을 움직이는 듯한 소리, 공간적 배경이 우주인 탓에 일어나는 진공, 앤디의 목소리 톤을 활용한 연출까지 영화가 사운드를 통해 잡을 수 있는 장르적인 장점은 싹싹 긁어모았다. 글쓴이는 앤디가 "Run!"이라고 말하는 장면과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의 사운드 연출에서 보여주는 밀도에서 놀라웠다. 서울권의 관객들은 돌비관에서 봐도 충분할 듯하다.
트롤리 딜레마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이 두 문제를 한 방에 축약하는 캐릭터가 있다. 바로 앤디다. 앤디가 내포한 첫 번째 딜레마. 앤디를 우리와 비슷한 인간으로 인정할 수 있을까? 에 대한 부분이다. 앤디는 합성인간이다. 합성인간이라 함은 인간이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이 합성인간은 인간과 인간사이에서 유대감을 이룬다. 동시에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일에 개입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 두 설정은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하다. 사람과 사람사이에 개입할 수 있으면서 사람과 유대감을 쌓는 존재는 세상에 인간 말고 존재하기가 어렵다. 반려동물들을 생각할 수는 있지만 이 영화와 유사한 사건을 그대로 겪는다고 보기엔 어렵다. 이 설정을 영화가 처절하게 활용하는데, 이런 앤디가 영화 안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이 장르적인 재미도 챙기는 선택이기도 했지만 윤리적인 고민을 수반시킨다. 과연 우리는 이런 존재를 인간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까? 이 두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인간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가 알고 있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하더라도 존중해야 할 이유는 분명히 있지 않을까? 이 생명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앞에 두고 질주하는 영화이니 만큼 윤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간다.
두 번째 문제는 공리주의다. 제레미 벤담을 위시로 한 공리주의를 다룬 철학자들은 많았으니 이미 많은 관객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영화가 다룬 특별한 조건이 있다. 이 공리주의에 대한 부분이 앤디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위에서도 서술했듯 앤디는 인간이 아니다. 앤디 같은 합성인간이야 어디 가서 구매해도 대체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주인공 레인은 이것을 거부하는 인물이다. 동생 같은 앤디를 지키기 위해 인물이 어떤 행동을 고수한다. 이 레인의 행동은 레인 외의 인물들과 전적으로 대치되며, 특히 어떤 캐릭터의 히스토리와 대비되며 ‘과연 객체를 무시하고 다수의 이익부터 따지는 것이 옳은가?’를 질문한다. 호러영화에서 이런 식의 딜레마를 다루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각본이 영리해서 캐릭터의 특성을 중심으로 잘 구현했다. 글쓴이는 앤디가 프로그래밍된 존재라는 점이 영화가 던지는 윤리적인 수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쓱 지나가는 설정이지만 감정이입의 깊이를 더한다는 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복제인간 유형
이 영화의 단점으로 뽑을 수 있는 건 캐릭터 설정이다. 글쓴이는 크게 두 인물이 마음에 안 들었다. 일단 비요른이다. 비요른은 위에서도 적은 영화가 다룬 윤리적인 문제에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이게 공포영화의 1차원적인 클리셰를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왜 이렇게 설정했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글쓴이는 이 인물이 아예 더 막 나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인물이 겪은 트라우마에 비해 세상 받아들이는 모든 것들이 적당히 찌질하다. 이 사람은 이렇게 1차원적인 캐릭터로 남지 않아도 됐다. 더 강력한 찌질함으로 무장해 사람들을 괴롭히는 캐릭터였어도 이야기에 큰 무리가 없는데 이 위험도에 비해 인물이 납작하니 이야기의 굴곡이 부드럽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예 더 찌질했으면 이야기의 마무리가 더 강렬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레인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이 영화에서 레인이 갖고 있는 성격 특성이 있다. 승무원 구성원들을 아낀다는 점과 앤디에 대한 애정 두 가지다. 후자는 잘 알겠다. 초반에 등장하는 레인의 설정 때문에 애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자는 영화가 굉장히 편의적으로 다룬다. 감정적인 몰입도를 영화가 성실하게 챙기지 못한 것이다. 레인을 지지하지만 옅게 지지하는 캐릭터 케이가 그렇다. 이 케이와 레인은 극 중에서 친하다는 느낌이 없는데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방식은 상호 간에 깊어 보인다. 영화 보기의 관습에 힘입어 ‘아 얘들 친하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냥 납득하고 넘어갈 수는 있지만 캐릭터의 개성이 없어 인장이 옅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장르영화로서 훌륭해
이 <에이리언 : 로물루스>를 총평하는 ‘재미있는 영화’라는 점이다. 누가 글쓴이에게 ‘야 지금 걸려있는 것 중에 뭐가 제일 재밌어?’라고 묻는다면 ‘이거!’라고 답할 수 있을 정도다. 너무 많은 걸 담으려고 했던 <빅토리> 감정적인 중심만 중요한 <행복의 나라> 평범한 게 장점이자 단점인 <트위스터스>에 비해 장르로서 / 감독 개인으로서의 향이 강한 영화가 이 작품이다. 대신 영화 안의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는 8월 14일 개봉작 빅 4에 비해서도 몰개성한 느낌이 있고, 잔인한 수위라는 점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가. 이런 장르물에 목말라 시원한 사이다 한 방을 기다려온 관객들 아닌가? 굶주린 관객들에게 시원한 마실거리가 될 <에이리언 : 로물루스>다.
-
- 달라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 과거 여자친구 '민서'(이엘리야)를 만난 그는 자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에 수혁은 오랫동안 몸 담았던 조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수혁이 자기와 함께 일할 거라 믿었던 보스 ‘응국’(박성웅)은 그의 선택에 실망하고, 오른팔 ‘성준’(김준한)에게 수혁을 감시하라고 지시한다.
수혁이 언제든 자기 자리를 빼앗을까 두려워하는 성준은 아예 수혁을 제거하기로 하고, 세탁기라 부르는 2인조 킬러 커플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에게 일을 맡긴다. 하지만 그들은 수혁 대신 민서를 죽이는 실수를 저지르고, 수혁이 복수를 다짐하면서 상황은 성준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기 시작한다.
새로워야 한다는 강박의 부작용
정우성의 장편 연출 데뷔작 <보호자>는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Special Presentations) 부문, 제55회 시체스 영화제 경쟁 부문 오르비타(Orbita) 섹션, 제42회 하와이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어 화제를 낳았다. 사실 <보호자>는 정우성 감독의 의도치 않은 데뷔 무대다. 원래 연출자가 제작 도중 하차하는 바람에 갑작스레 메가폰을 잡았기 때문.
그래서일까? 정우성 감독의 절친인 이정재 감독의 연출 데뷔작 <헌트>에 비하면 <보호자>의 완성도는 여러모로 아쉽다. 특히 비슷한 장르 영화로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힌 티가 난다. 스토리가 평이하다 보니 액션을 연출하거나 캐릭터를 구축할 때 시도한 변화가 유독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런데 기존 작품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은 양날의 검이다. 영화 클리셰는 관객에게 인기가 있어서 거듭 사용된 기법이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익숙하다는 이유로 클리셰를 파괴하면 관객이 오히려 영화를 어색하게 느끼며 호응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다.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처럼. 안타깝게도 <보호자>는 이러한 실패의 역사에 한 줄을 더 보탠다.
스스로 잠재력을 막다
<보호자>의 기본 얼개는 익숙하다. 주인공과 여자친구, 딸의 관계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간편한 설정으로 가득하다.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은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했던 민서를 만난다. 그는 그제야 민서가 임신했고, 10년 동안 혼자서 딸을 키웠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심지어 암에 걸린 채로. 수혁은 이제라도 여자친구와 딸 곁에 남기로 결심하고, 민서의 부탁대로 평범하게 살려한다.
하지만 그의 결심 앞에는 과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그가 몸담았던 조직이 그를 자유롭게 두지 않는다. 수혁, 응국, 성준의 삼각관계도 새롭지는 않다. 조직을 떠나고 싶어 하는 과거의 2인자 수혁. 그런 동생을 이해하면서도 서운함을 감추지 못하는 1인자 응국. 예나 지금이나 수혁만 챙기는 큰형이 미운 현재 2인자 성준. 한국 누아르 영화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수없이 봐온 삼자대면이 펼쳐진다.
클리셰 홍수 속에서 제목과 소재는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한다. 영화는 '평범함'과 '보호자'라는 두 키워드를 내세워 이야기를 끌고 간다. 평범하게 살기로 마음먹은 수혁은 과거 동료를 만나 회포를 푼다. 응국은 그런 수혁을 비웃는다. 대조적인 두 장면에는 평범한 삶에 대한 자조와 회의가 담겨 있는 듯 보인다.
'보호자'라는 키워드도 거듭 언급된다. 민서가 사망했을 때 간호사는 수혁을 보호자라고 반복해서 호칭한다. 또 수혁은 딸이 인질로 잡혔을 때도, 결말에 도달해서도 자기를 아빠가 아닌 보호자로 소개한다. 민서와 약속한 평범한 삶을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끝내 보호자로 남는 듯하다.
문제는 수혁의 서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이야기와 설정이 새롭지 않다고 판단해서인지 영화는 많은 내용을 생략했다. 그 결과 관객은 스스로 이야기를 추측해야 한다. 자연히 영화는 진부해지고 재미도 떨어진다.
액션에 승부를 걸다
이에 제작진은 확실한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시나리오는 장르적 관성에 맡기고, 대신 디테일한 부분에서 새로움을 추구한다. 액션이 대표적이다. 한국적이지 않고 이질적인 장치가 여럿 등장해 눈길을 끈다. 사제 네일건, <스피어더맨> 시리즈 속 그린 고블린이 사용할 법한 폭탄 등.
캐릭터 별로 액션을 구분해 직관적인 재미를 주려고 노력한 지점도 인상적이다. 일례로 수혁에게 자동차는 분신과도 같다. 10년 전에 사용하던 승용차와의 재회가 그의 첫 등장일 정도. 자연히 그의 액션은 자동차 비중이 크다. 몸으로 부딪힐만한 장면에서도 최대한 차를 활용한다. 호텔 건물 정문과 로비를 차로 뚫고 들어가서 성준의 부하들과 싸우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성준은 작중 유일하게 총을 사용하며, 그의 부하들도 주로 맨몸 액션을 선보인다. 성준이라는 인물이 불안과 열등감, 질투심에 찌들어 있는 만큼 그 감정을 더 날카롭게 강조하려는 의도가 느껴진다. 우진과 진아의 경우에는 전혀 다른 결의 액션을 보여주면서 영화에 생동감을 더한다. 이 커플은 폭력을 게임처럼 생각한다. 즉각적인 재미와 쾌감을 추구하는 그들의 액션은 무겁기만 할 수 있는 영화에 숨통을 틔어준다.
실패로 귀결된 승부수
하지만 액션에 힘을 주는 승부수도 성공적이지는 않다. 우선 부실한 각본이 발목을 잡는다. 흔히 좋은 액션에는 내러티브가 담긴다고 한다. 최근에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7>이 좋은 예시다. 남녀 주인공 사이에 신뢰가 싹트는 과정을 액션에 녹인 결과 후반부 기차 시퀀스에는 강렬한 카타르시스가 담겼다. <보호자>는 반대다. 급한 전개 때문에 인물 사이에 감정이 쌓일 겨를이 없다. 그 결과 액션에는 액션 그 자체의 쾌감만 남는다.
액션 자체의 맛도 좋지는 않다. 아이디어는 반짝여도, 연출이 받쳐주지 않기 때문. 일레로 카 체이싱 장면에서 카메라는 추격자와 쫓기는 사람을 차례로 보여준다. 이어서 쫓기는 사람이 뭔가 일을 꾸미는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다음 장면에서 영화는 템포를 한 번 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여주는 대신, 추격자와 쫓기는 사람의 얼굴을 굳이 다시 보여준다. 결국 액션은 리듬이 늘어지고, 올드하다는 인상을 준다.
마지막으로 달라야 한다는 강박도 쾌감을 저해한다. 초반부 수혁이 카지노를 급습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수혁은 모든 조명의 전원을 끊은 후 카지노에 들어선다. 이때 수혁은 어두컴컴한 카지노 내부에서 홀로 칼에 손전등을 달고 다른 조직원을 공격한다. <스타워즈>의 라이트 세이버 액션을 보는 듯한 효과를 주려는 듯이.
문제는 따로 있다. 손전등 때문에 액션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화면은 어둡고, 손전등은 유일한 광원이다. 그 손전등은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비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자연히 화면은 환하게 빛나다가 어두워질 뿐이다. 심지어 카메라도 덩달아 흔들린다. 그 결과 이 액션 시퀀스는 현란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있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잠깐이나마 빛나는 가능성
새로워야 한다는 욕심은 캐릭터를 묘사할 때도 드러난다. 사실 일부 캐릭터는 꽤 인상적이다. 선악 구분이 없는 우진과 진아 커플은 과장에 과장을 보태 한국형 조커와 할리퀸을 보는 듯하다. 의외의 대목에서 냉소적인 코미디를 선보이기도 하고, 서로를 끔찍이 챙기고 아끼면서 전형성도 약간 파괴한다. 특히 우진이 매번 다른 버전의 과거사를 털어놓는 장면은 <다크 나이트> 속 조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이 커플도 영화 전체를 구하지는 못한다. 존재감은 강렬하지만, 그들이 정작 다른 캐릭터와 얽힐 때는 위화감이 느껴진다. 특히 수혁과의 관계가 부자연스럽다. 우진과 진아는 너무 가볍다. 돈만 받으면 되는 그들은 그저 게임을 즐기는 듯 보인다. 반대로 수혁은 너무 무겁다. 그는 아내를 죽인 원수, 딸을 납치한 파렴치범에게 복수하려 든다. 영화는 그 사이에서 좀처럼 균형점을 찾지 못한다.
결국 세 인물은 화학적으로 결합되지 않는다. 얽혀 있는 물리적인 시간은 길지만, 한 화면에서 서로 다른 영화를 찍는 것 같다. 다른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갈등 구조와 인간관계를 지나치게 꼰 것도 한몫한다. 수혁과 성준이 갈등을 빚는 몇몇 장면에서는 우진과 수혁이 순간적으로 같은 편 같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보호자>의 과욕과 강박은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결국 <보호자>는 "명배우는 명감독이 못된다"는 명제를 증명한 또 하나의 작품이 되어 버렸다. 의외의 대목에서는 나름대로 개성을 보여줬지만, 끝내 전체 완성도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래도 기대만큼 돋보인 김남길의 연기력, 예상외였던 박유나의 존재감, 그리고 정우성이라는 신인 감독의 가능성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든 차이를 만들고 싶었던 강박이 끝끝내 아쉽기는 하지만.
Dreadful 끔찍한
수습은 했지만, 완성은 못했다
-
-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 리뷰!! 절대 상어에게 문어지지마!!!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나의 문어 선생님을 K-문어 선생님과 리뷰 했습니다!
씨네마사지
? 황보랑 영화 보고 싶은 사람 모여라~?? ♀
거리두기 해제 기념 씨네마사지에서 첫 번째 이벤트를 열게 되었습니다 ?
다가오는 5월 18일에 개봉하는 범죄도시2를 황보와 함께 보고 싶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신청해주세요 ↓↓
https://forms.gle/sAATgsdoStRCPH7v8
*신청 마감 5월 6일 금요일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 드립니다 ?
-
- 리볼버 - 전도연, 임지연 배우 두 명 빼고 모두 오발탄
-
“약속한 돈을 받는데 무슨 각오가 필요해”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수영은 뜻하지 않은 비리에 엮이면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큰 보상을 해준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받아들인다. 2년 후 수영의 출소일, 교도소 앞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윤선 뿐 수영은 일이 잘못되었다고 직감한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보상을 약속한 앤디를 찾아 나선 수영은 그 뒤에 있는 더 크고 위험한 세력을 마주하게 되는데…#리볼버 #전도연 #지창욱
“약속한 돈을 받는데 무슨 각오가 필요해”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수영은 뜻하지 않은 비리에 엮이면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큰 보상을 해준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받아들인다. 2년 후 수영의 출소일, 교도소 앞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윤선 뿐 수영은 일이 잘못되었다고 직감한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보상을 약속한 앤디를 찾아 나선 수영은 그 뒤에 있는 더 크고 위험한 세력을 마주하게 되는데…
-
- 영화 <울림의 탄생> 30초 예고편
소아마비 고아. 한쪽 귀의 청력마저 상실한 그를 품어 준 북 만드는 장인.
이 각박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북을 만들어야 한다는
스승의 가르침을 새기며 이 악물고 버텨 온 60년.
이제 일흔을 앞둔 임선빈 악기장은 다른 한쪽 귀의 청력마저
잃게 될 거라는 비보를 접하고,
어린 시절 처음 들었던 그 북소리를 담은 대작을 만들기 위해
23년을 아껴 두었던 나무를 꺼낸다.
그러나 날씨도, 몸도, 전수자인 아들 동국과의 협업도 마음 같지만은 않은데...
60년 동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첫 북소리의 울림.
그 울림이 담긴 북을 만들 수 있을까.
-
- 넷플릭스 <낙원의 밤>
《신세계》《마녀》박훈정 감독의
가장 섬세하고 우아한 감성 누아르낙원의 섬, 제주에 어둠이 내린다 《낙원의 밤》
4월 9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