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Hyun2024-07-02 00:01:40
치명적인 터프가이 & 섹시가이
영화 '핸섬가이즈' 리뷰
느슨해진 극장가에 생각지도 못한 복병이 등판했다. 외형은 더티 터프, 더티 섹시가 풀풀 풍기는데 내면은 큐티 뽀짝함을 갖췄다. 영화 '핸섬가이즈'의 매력에 푹 빠진 나머지 관객들은 웃참에 실패해 계속 웃음이 터진다.
'핸섬가이즈'는 뇌리에 강렬하게 박히는 외모를 자랑하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가 전원생활을 꿈꾸며 새집으로 이사 온 날, 지하실에 봉인됐던 악령이 깨어나며 벌어지는 잔혹 코미디다.
시작부터 두 캐릭터의 외모는 범죄자로 오해받는 '추남형'으로 정의하긴 했지만, 보는 이들에게 불호로 다가오지 않는다. 극 중 서로를 향해 '터프가이', '섹시가이'라 칭하는 등 되려 시선강탈하는 외모로 웃음을 유발하며 포문을 열어젖힌다.
'핸섬가이즈'는 단순히 두 주인공의 외모만으로 웃기지 않는다. 캐릭터들의 동심과 세심함, 배려심을 녹여 러블리한 남성 캐릭터로 발전시키는 등 캐릭터 설계를 훌륭하게 해낸다. 특히 상구는 지켜주고 싶은 크고 소중한 '쁘띠가이'로 매력을 철철 흘리면서 관객들을 제대로 홀린다. 상구로 분한 이희준은 이번 작품에서 연기력으로 정점을 찍는다.
호러 코미디 장르이긴 하나, '핸섬가이즈'는 웃음과 잔혹함 둘 다 잡겠다고 갈팡질팡하지 않고 웃음부터 공략하며 관객들을 제대로 터뜨린다. 그러면서도 오컬트스러운 분위기도 살포시 깔아 두며 균형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가 흥미를 끊임없이 유발한다.
원작의 할리우드 B급 잔혹코미디를 국내 정서에 맞게 잘 심어놓는 영리함도 발휘한다. 원작인 '터커 & 데일 Vs 이블'의 슬래셔 요소를 일정 부분 완화시켜 잔혹한 장면에서도 관객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B급 정서로 A급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핸섬가이즈'에 등장한 배우들의 연기도 웃음을 빵빵 터뜨리는 데 제대로 한몫했다. 이희준 이외 '자칭 터프가이' 재필을 통째로 집어삼킨 이성민과 두 주인공을 서포트하는 미나 역의 공승연은 확실히 눈에 띈다. 이들 이외 박지환, 이규형, 우현 등 조연들의 신스틸러급 연기는 영화 속 빅웃음 포인트를 선사하기도 한다.
다만, 영화 자체가 대중적이진 않다. 그래서 보는 이에 따라 확실히 취향을 탈 것이다. '핸섬가이즈'가 자신의 취향이라면 껄껄 웃다가 나올 101분이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이게 무슨 내용인가' 생각하며 와닿지 않을 것이다.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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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점을 뒤집는 천재감독의 명대사
천재? 괴짜? <이터널 선샤인> <무드 인디고> 등의
독특한 상상력으로 씨네필들을 사로잡은 미셸공드리 감독.
공드리 감독은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비주얼, 음악과 영상의 조화, 섬세하고 깊이 있는 대사들로
관객의 마음을 훔치는데요.
미셸 공드리의 영화 제작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공드리의 솔루션북>이 8월 14일 개봉합니다.
<이터널 선샤인> 2005
조엘은 아픈 기억만을 지워준다는 라쿠나사를 찾아가 헤어진 연인 클레멘타인의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한다.
기억이 사라져 갈수록 조엘은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 행복한 기억들, 가슴 속에 각인된 추억들을 지우기 싫어지기만 하는데... 당신을 지우면 이 아픔도 사라질까요? 사랑은 그렇게 다시 기억된다.
<무드 인디고> 2014
VIVID 칵테일을 제조하는 피아노를 발명해 부자가 된 콜랭과 당대 최고의 철학가 장 솔 파르트르에게 빠진 그의 절친 시크. 두 사람은 우연히 클로에와 알리즈를 만나게 되면서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시작한다.
PASTEL 서툴지만 진실된 고백으로 클로에와 결혼에 성공한 콜랭. 반면 시크는 알리즈와 함께 파르트르의 강연에 다니고, 그의 물건을 수집하는 등 값비싼 열정을 이어간다.
MONO 그러던 어느 날, 콜랭은 클로에의 폐에 수련이 자라고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되고, 치료를 위해 전재산을 바치기에 이른다. 한편, 시크는 콜랭이 결혼자금으로 건넨 돈마저 파르트르 물건 수집에 모두 써버리고, 이런 그에게 알리즈는 점점 지쳐간다.
COLORLESS 사랑하는 이를 위해 난생 처음 험난한 노동을 시작한 콜랭과 우상에 미쳐 사랑을 등진 시크. 마침내 두 사람의 사랑에 대한 환상은 색을 점점 잃어가는데…
<수면의 과학> 2006
삭막한 현실에서 벗어나 꿈 속에서 살고픈 드리밍 보이 ‘스테판’. 짝사랑하는 옆집 그녀 ‘스테파니’가 영혼의 짝이라 확신하지만, 그녀의 마음을 얻기란 꿈처럼 쉽지가 않은데… 꿈꾸는 모두를 위한 ‘스테판’의 Sweet Dream!
<마이크롭 앤 가솔린> 2016
작고 소극적이지만 섬세한 예술가, 마이크롭 ‘다니엘’. 그런 그의 앞에 나타난 가솔린 냄새 풀풀 풍기는 괴짜 모험가, ‘테오’. 첫만남에 서로의 특별함을 알아 본 소년들은 영혼의 단짝이 된다.
단조로운 일상에 지쳐가던 중, 길고 긴 여름방학을 맞아 다니엘과 테오는 프랑스 전국을 누비는 로드 트립을 계획한다. 가진 건 고철상에서 주운 잔디깎이 모터와 널빤지뿐. 우여곡절 끝에 제법 그럴싸하게 완성된 시크릿 드림카! 낭만 없이 볼 수 없는 미운 열여섯의 깜찍발칙한 반항이 시작된다.
<공드리의 솔루션북> 2014
영화감독 마크는 자신의 새로운 걸작이 제작자들 때문에 망할 위기에 처하자 컴퓨터를 통째로 들고 숙모가 있는 마을로 탈출한다. 머릿속에 쏟아지는 아이디어들을 하나씩 실행하기 시작하는 마크.
세계가 인정한 천재 감독과 세상에서 가장 한심한 감독을 동시에 해내는 그는 영화의 완성이 늦어지자, 모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는 ‘솔루션북’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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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영원을 향해
영화를 처음 여러 번 보게 만든 영화가 매트릭스였다면, 영화를 보고 난 후 후유증이 이렇게 오래갈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던 첫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였다. 예나 지금이나 영화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책 보다 영화가 더 재밌어져 소위 명작이라고 말하는 영화들을 하나씩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 그중 나에게는 박찬욱 감독 영화가 가장 여운이 길게 남았고 항상 지루하지 않게 보았다. 영화 개봉 전 인터뷰에서 감독이 자극적인 장면이 는 15세 관람가에, 자신의 영화가 아닌 순수한 로맨스 영화로 봐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는데 정말 맞는 말이면서도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던 것 같다. (이후 스포일러)
출처: 유튜브 영화
영화에서 드러나는 내용만을 단순하게 따져보면, 이 영화는 불륜 영화에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계속 등장하는 자극적인 영화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본 이후 든 생각은 '나는 왜 이런 영화를 로맨틱하다고 생각하는 거지?'였다. 라라 랜드, 어바웃 타임, 혹은 건축학개론 같이 정말 유명한 영화들을 볼 때 보다도 더 두근거렸다. 아무래도 영화를 여러 번 볼수록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배우들의 표정 연기에 압도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출처: 유튜브 영화
이 영화가 왜 이렇게 여운이 길게 남을까를 생각했을 때, 가장 큰 이유는 영화에서 시종일관 흘러나오는 '안개'라는 노래인 것 같다. 음악 자체가 눈으로 보이는 장면들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두 배우의 분위기와 감정이 노래의 음과 가사에 딱 맞아서 묘한 감정으로 영화를 봤던 것 같다. 노래 때문인지 영화 속에서 계속 비가 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출처: 유튜브 영화
영화 속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을 꼽자면 초반에 해준이 서래를 취조하고 감시하는 장면이다. 만약 내가 경찰과 용의자의 로맨스를 다루는 글을 쓰게 된다면 수사와는 관련이 없는 장소를 배경으로 할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취조의 과정은 소개팅처럼 보이고 감시의 과정은 데이트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해준이 냄새를 맡는 장면을 봤을 때 사랑이 서로의 향기를 맡는 거라는 버스커버스커 '향수' 가사가 떠오르기도 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없는 안개와 같은 상황에서 대화와 관찰, 기록을 통해 끝없이 파고들고자 하는 것은 수사와 사랑이 맞닿아있는 지점일 수도 있겠다.
출처: 유튜브 영화
여주인공이 중국인인 이 영화는 서래가 '붕괴'라는 말의 뜻을 알게 됨으로 1부를 끝낸다. 후반 해준은 자신이 언제 사랑한다는 말을 했냐고 다그치지만, 서래에게 있어 해준이 했던 붕괴되었다는 말은 곧 사랑한다는 말 이상의 말이었을 것이다. 사랑 고백도 아닌 말을 녹음해 힘들 때마다 듣곤 했다는 것만 봐도.. 이 지점까지 보았을 때는 둘 사이 타이밍이 어긋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들었다.
출처: 유튜브 영화
1부는 삶의 목적이 없거나 결핍이 있어 불면증에 시달리고 졸음운전을 하고, 드라마를 보다가 소파에 앉아서 졸던 두 사람이 서로가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마침내 사랑하게 되어 자신의 존재 이유나 다름없던 직업윤리를 버리면서 붕괴되기까지의 과정이다. 이후 둘은 헤어질 결심을 하고 살지만, 결핍이 채워졌던 곳은 더 크게 비어 이전보다도 못한 생활을 이어간다. 서래는 드라마의 대사처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을 만날 수 없을' 방법으로 해준을 찾아가며 2부가 진행된다.
출처: 유튜브 영화
작중에서 해준은 해결하지 못한 미결 사건들의 사진을 방에 붙여놓고 잠을 잔다. 서래가 해준의 집에 초대되었을 때, 서래는 처음으로 미결사건의 뜻을 알게 되었다. 둘의 마지막 대화 때, 서래는 '당신의 미결 사건이 되고 싶었다.'는 말을 한다. 해준을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지만, 소유보다는 사랑이 더욱 커졌기 때문에 더 이상 상대를 붕괴시킬 수 없던 서래는 자기 자신이 미결 사건이 되어 영원한 사랑을 만드는 마지막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된다.
출처: 유튜브 영화
핸드폰을 바다에 버리는 것이 1부에서 해준의 사랑 방식이었다면, 2부에서는 서래가 똑같은 말을 하는 것도 영화의 핵심인 것 같다. 1부에서 녹음하는 사람은 해준이었고 2부에서 녹음하는 사람은 서래였던 것처럼. 결국 서래는 자기 자신을 바다에 버림으로써 이야기를 마무리짓고, 최후에 최후에야 해준은 상대의 의도를 깨달아 해가 질 때까지 서래를 찾으며 영화가 끝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바다를 좋아한다'는 대사를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계획을 다 이루고 바다를 택한 서래와 산으로 대표되는 '친절한 형사님'인 해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지막 통화에서 서래가 가장 중요한 대사를 중국어로 말했던 것은 항상 해준의 얘기를 번역하고 붕괴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랑을 키웠던 자신의 입장을 해준도 겪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유튜브 영화
영화의 주인공이 살인범과 불륜 남인 것은 변함없지만 피를 싫어하는 상대를 위해 수영장의 피를 다 빼고 청소하고, 삶의 근간이 되는 직업윤리를 버리기도 하며, 상대를 만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극단적이고 비현실적이면서 가장 낭만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한 번이라도 이런 영화를 본 적이 있었던가..
출처: 유튜브 영화+ 마지막 장면을 보고 떠올랐던 시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낮은 곳으로 - 이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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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상실을 겪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인사말
-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 시사회를 관람한 후 작성한 리뷰글입니다.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
살면서 우리는 내 삶 속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했던 이들과 이별하곤 한다. 이 이별의 순간이 잦을수도, 혹은 아직 경험을 못했을 수도 있다.
'이별', '상실'이라는 단어는 언제 마주해도 항상 낯설고 슬프기만 하다. 만약 이 단어가 '가족처럼 소중한 이', '내가 사랑하는 이'를 가리킬수록 그 슬픔은 배가 된다.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반려견인 '루'를 떠나보내면서 처음으로 '이별'을 겪은 8살 소녀 사야카(닛츠 치세)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일본 나오키상 수상 작가 이주인 시즈카의 동명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사야카는 운명처럼 '루'를 만났다. 길을 걷다가 '꽥꽥-' 소리에 이끌려 간 곳에는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놀림을 받는 강아지 루가 있었다.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던 사야카는 루를 보고 동질감을 느낀다.
루를 데려오고 싶다고 말하는 사야카에게 부모님은 '강아지는 사람보다 적게 살기 때문에 강아지와의 이별까지 모두 감당해야 한다'라고 신신당부했다.
마침내 사야카와 루는 함께 살게 되었고, 그렇게 둘은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언제나 루는 사야카에게 선물을 선사해주었다.
루와 함께하는 모든 시간들이 행복했고, 소중했다.
사야카와 루는 함께 전철이 지나가는 것을 한참이나 멈춰서서 지켜보기도 했고, 루가 발견한 비밀통로를 통해 엄청나게 넓은 초원을 발견하기도 했다. 함께 여름밤에 불꽃놀이를 보기도 했고, 지나가는 비행기를 빤히 올려다보기도 했다.
사야카가 혼자 하던 것들을 루와 함께 하고, 혼자 보던 것들을 루와 함께 보는 모든 시간들이 즐겁고 새로웠다.
루와 함께 하는 순간들은 벅찰 정도로 항상 행복하고 따스했다.
하지만 따스한 봄날, 사야카가 체험학습을 간 사이에 루는 심장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야카의 세상에서 너무나 큰 빈 자리가 생겼다. 루와 함께 산책하던 길을 혼자 걷고, 텅 비어버린 루의 집을 가만히 쳐다보고, 루와 함께 뛰어놀던 초원을 혼자 가고, 루와 함께 보던 하늘을 혼자 바라봤다.
루가 제일 좋아하는 행위는 지나가는 전철을 바라보는 것이었다.
사야카는 혼자서 그 전철을 바라보며, 이 자리에는 없는 루를 기다리곤 했다.
모든 풍경이 다 그대로인데 루만 없었다.
그러던 중 사야카는 루를 통해 알게 된 비밀 장소에서 새로운 강아지인 '루스'를 만나게 된다.
루스를 따라간 곳에는 후세 할아버지(오이다 요시)가 있었다.
후세 할아버지는 동네의 작은 음악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루를 떠나보낸 사야카처럼 사랑하는 존재인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사람이었다.
'사랑하는 이의 상실'이라는 같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던 둘은 각자 그리워하는 이를 만나기 위해 루스와 함께 가까운 바다로 소풍을 떠난다.
바닷가에 도착한 사야카는 루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후세 할아버지는 아들 고이치로와 함께 보냈던 시간을 떠올렸다.
실은 허상에 불과하지만, 이들은 각각 루와 고이치로를 직접 만나서 함께 따스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사야카가 현실에는 없는 루를 떠올리며 산책을 했던 것처럼 후세 할아버지는 아들 고이치로를 떠올리며 어릴 때 즐겨했던 캐치볼을 했다.
그리고 후세 할아버지는 병환으로 돌아가셨다.
아마도 사야카와 후세 할아버지가 떠난 이 짧은 소풍은 먼저 떠난 사랑하는 존재와의 '완전한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루가 찾은 비밀공간에서 사야카와 루는 짧은 철로를 발견했다.
왜 이 철로는 짧은지, 왜 끊어져 있는 것인지, 사야카는 도통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사야카는 마침내 깨닫게 된다.
어느 날 밤, 철로에서 사야카는 반대편에 서 있는 후세 할아버지, 고이치로, 루를 발견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가고자 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것일까? 사야카는 도저히 그쪽으로 갈 수가 없었다.
그리고 빨간색의 열차가 하나 들어오기 시작했고, 후세 할아버지와 고이치로, 루는 그 열차에 탔다.
사야카도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었다. 무언가가 자꾸 사야카를 막기 때문에.
주위를 둘러보니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엄마, 부인을 떠나보낸 남편, 할머니를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모습들이 보였다. 그들은 모두 열차에 타 있는 먼저 떠나보낸 이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후세 할아버지와 고이치로, 루도 사야카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넸다.
사실 그 열차는 저승으로 가는 열차였다. 루와 사야카가 발견한 곳은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태워가는 간이역이었다.
죽은 이들이 떠나는 역, 산 자가 죽은 이를 배웅하는 역.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경험한 사람은 모두 이 역을 안다.
그렇게 열차는 보이지 않는 저 너머로 멀리멀리 떠났다.
'훗날 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라는 사실만큼 아픈 문장은 없는 것 같다.
이별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보편적인 사실이지만 너무 가혹하다.
이 영화는 '사랑하는 존재의 상실'과 '상실(이별)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존재를 보내주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고 있다.
어린 소녀인 사야카는 사랑하는 반려견인 루의 이별을 겪고, 루의 빈 자리를 느끼고 그리워하는 과정을 통해 마침내 완전한 이별을 인지하게 된다.
이 점에서 한 소녀의 성장과정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동시에 이 영화는 사야카와 후세 할아버지처럼 사랑하는 이와의 상실을 겪은 관객들을 토닥여주기도 한다.
열차 안에서 눈빛으로 마치 '난 이제 괜찮아', '먼저 가서 기다릴게'라는 인사말을 전하는 듯한 먼저 떠난 이들을 통해,
그리고 간이역에서 먼저 후세 할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던 '어린 소년'으로 남아 있는 고이치로를 통해 (상실을 겪은)관객들을 간접적으로 위로해준다.
이 장면들을 볼 때 실제로 먼저 떠난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이 내게 따스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서 나는 그저 펑펑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간이역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루를 보내준 사야카는 '루스'라는 강아지와 함께 현실을 살아간다.
사랑하는 존재를 '보내주는' 것은 단순히 그 존재를 '잊는' 것이 아니다.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그와의 추억들을 마음 속에 간직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생 그 추억만을 잡고 산다는 것이 아니다. 그 추억을 마음 깊이 새기고, 드문드문 떠오르는 기억들에 간간히 웃으며 지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실의 순간이 매우 아프고, 슬픈 기억으로 남아있을 테지만 어쨌든 우리는 열심히 현실을 살아가면 된다.
기억이 흐릿해지면 흐릿해지는대로, 또렷이 기억나면 또렷하게 기억나는대로 그 추억들을 마음 속에 새기고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된다.
사야카도 앞으로 그럴 것이고, 나도 그럴 것이고, 다른 이들도 그럴 것이다.
따스한 봄날 같은 영화 <역으로 가는 길을 알려줘>는 2월 17일에 개봉한다.
점점 겨울이 걷히고, 봄이 다가오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이 영화를 꼭 관람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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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ㅇ난감 | 색다른 외관에 못 미치는 깊이감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던 대학생 '이탕'(최우식). 어느 날, 그는 편의점에 난입한 취객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퇴근길에 그들과 다시 마주쳤다가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만다. 급하게 자취방에 숨은 그는 미처 숨기지 못한 범행 도구를 떠올리며 불안해하면서도, 사망자가 악독한 범죄자였다는 뉴스를 보면서 묘한 위안을 얻는다.
하지만 안심도 잠시. 예상치 못한 목격자 '선여옥(정이서)이 등장하면서 이탕은 더 큰 난관에 봉착한다. '장난감'(손석구) 형사가 이끄는 수사망이 점점 그를 조여올 뿐만 아니라 여옥의 협박과 갈취도 그를 위협하기 시작한 것. 이에 자수와 도주를 두고 고심하던 이탕은 결단을 내린다. 모든 증거를 지우기 위해 살인자가 되어 살기로.
<살인자ㅇ난감>의 명암
한국 영화 시장에는 네 번의 성수기가 있다고들 한다. 여름 방학, 크리스마스, 추석과 설날 연휴. 하지만 팬데믹 이후에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특히 명절 연휴의 위력이 옛날 같지 않다. 작년 추석에는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거미집>이 모두 흥행에 실패했다. 지난 설 연휴에도 <도그 데이즈>, <데드맨>, <아가일> 모두 외면받았다.
대신 그 자리를 OTT가 채웠다. 특히 넷플릭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오징어 게임>, <수리남>처럼 명절 연휴를 겨냥한 대형 한국 콘텐츠가 연달아 흥행하는 중이다. <살인자ㅇ난감>도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공개된 후 3주 차가 되도록 국내외에서 넷플릭스 콘텐츠 순위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는 한 몸인 법. <살인자ㅇ난감>에는 성적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한국 콘텐츠의 고질병, 부족한 뒷심이다. 에피소드 8개 중 앞선 절반은 환상적이다. 출연진 말마따나 '팝(pop)하다'라는 표현이 안성맞춤인 독특한 연출이 정주행을 결심하게 만든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풍경이 부산으로 바뀐 후부터 각 캐릭터는 표류하고, 극은 동력을 상실한다.
살인자의 난감함을 꽃피우다
<살인자ㅇ난감>의 매력은 예상을 과감하게 벗어나는 이미지의 향연에서 비롯된다. 이탕은 선여옥을 죽이려 한다. 그녀의 거실에서 머리를 향해 망치를 휘두르는 탕. 그 순간 화면이 전환된다. 탕과 여옥은 거실에 있지 않다. 웬 꽃밭에 있다. 그곳에서 탕이 전속력으로 달려와 여옥의 머리를 망치로 후려친다.
특히 이 장면을 슬로 모션으로, 그것도 순식간에, 빨간 피는 가능한 등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색다른 배경, 교차 편집, 짧고 담백한 묘사가 한 데 어우러지니 임팩트는 강렬하다. 잔혹함을 대신하는 상쾌한 이미지를 보면 '이 드라마는 다르다!'라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팝한' 연출의 힘은 휘발성이 아니다. 살인자의 난감함이 아름다운 화면과 대조를 이루며 더 명쾌하게 드러나기 때문. 의도치 않게 살인을 저지른 이후 충격에 빠진 이탕. 그의 정신적 피로감과 죄책감은 그가 선여옥을 죽일 때만큼이나 독특하지만, 기묘한 환각으로 표현된다. 그 덕분에 그가 살인에 대한 거부감을 잃고 점점 살인에 빠져드게 되는 일련의 흐름도 더 설득력 있게, 직관적으로 제시된다.
평범해진 살인자
하지만 <살인자ㅇ난감>은 첫인상의 이점을 더 살리지 못했다. <살인자ㅇ난감>의 신선함은 소재를 다루는 방식에서 비롯한다. 핵심은 발상의 전환이다. 살인을 잔인하지 않게 다루는 연출과 미장센이 돋보였다. 문제는 다른 부문에서 발상의 전환을 찾을 수 없다는 것. 즉, 살인의 외양만 바꿨을 뿐, 이야기의 본질은 색다르지 않다. 그 결과 <살인자ㅇ난감>의 초반과 후반은 괴리감이 극심하다.
캐릭터의 완성도가 그 방증이다. 주인공 이탕은 자기 직감대로 사람을 죽이고, 사망자가 범죄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에 자기 살인을 정당화한다. 그러면서도 평범한 대학생의 면모도 지녔다. 살인 이후 극심한 악몽에 시달리고, 자수를 결심하며, 가족의 품을 그리워한다. 이처럼 살인이라는 거대한 충격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청년이 이탕이라는 캐릭터의 특성이었다.
그런데 배경이 부산으로 바뀐 후부터 이탕이라는 캐릭터는 평범해진다. 그는 노빈의 도움을 받아 자기 직감이 옳음을 확인한 뒤 범죄자를 처단한다. 마지막까지도 범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은 채 정의롭다고 믿는 살인을 저지른다. 이처럼 "죽어 마땅한 놈들은 죽어야 한다"는 신념을 거침없이 실천에 옮기는 그는 다크 히어로에 가깝다. 살인의 무게감 때문에 괴로워하던 전반부의 이탕과는 전혀 다른 인물이다.
살인 장난감도, 살인자 난감도 찾을 수 없다
'송촌'(이희준)과 장난감 형사의 존재감도 덩달아 유명무실해진다. 송촌은 본래 이탕의 내적 고뇌를 드러내는 장치여야 했다. 죄를 저지른 사람을 죽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점도 명확한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탕에게 "죽어야 할 놈을 판단하는 너 스스로를 믿을 수 있냐"라고 묻는다. 살인 대상의 범죄를 인지하고 죽이는 자신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윤리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에 이탕은 혼란스러워한다.
그런데 드라마는 윤리적 딜레마를 깊게 파고들지 않는다. 그들 간의 차이점은 논제가 던져지자마자 퇴장한다. 분위기만 잡은 후에 이탕을 정의의 사도로, 송촌을 그에 맞서는 마지막 빌런 정도로 간략히 묘사한다. 그러다 보니 '살인자'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줄 것 같았던 첫인상을 후반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장난감 형사의 문제는 더 크다. 그는 범죄자를 법의 범위 내에서 단죄해야 하고, 죽어야 할 사람을 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경찰 혹은 검사 캐릭터다. 자연히 그와 이탕의 대립은 익숙하다. 그 와중에 드라마가 은연중에 이탕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으니, 그와 이탕의 대립각은 날카로움이 부족하다.
이에 더해 평면적인 인물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려는 노력도 적다. 장난감과 아버지의 묘한 관계, 아버지와 송촌의 과거를 토대로 형사가 살인자가 되는 이야기를 쌓으려 한 시도는 엿보이나 역부족이다. 세 인물 간의 감춰진 이야기가 단순한 애증과 부조리로 귀결되기 때문. 손석구라는 배우의 독특한 마스크가 아니었다면 더 희미한 캐릭터였을지도 모른다.
반복돼서 더 아쉽다
사실 후반부가 맥 빠지는 현상은 <살인자ㅇ난감>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한국 콘텐츠에서 볼 수 있는 문제다. 피카레스크 성향의 원작을 영상화할 때 선인-악인, 가해자-피해자로 나눌 수 없는 캐릭터가 단순해지면서 뒷심이 약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스크걸> 같은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유는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특히 웹툰 원작의 경우, 흥행이나 편의성을 고려해 대중적인 플롯에 맞춰 각색이 자주 이뤄진다. <살인자ㅇ난감>의 후반부도 마찬가지다. 연결성과 흐름은 깨져도, 이탕 중심으로 구도를 간략화했다. 장점도 분명하다. 한정된 분량 내에서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동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에 보여준 색다른 연출을 고려하면 결말로 향하는 과정이 평범하다는 인상도 부정할 수는 없다.
기대감을 한껏 부풀린 나머지 용두사미가 된 셈이다. 객관적인 성공과는 별개로, 가능성과 잠재력을 스스로 옭아맨 <살인자ㅇ난감>이 유독 아쉬운 이유다.
Acceptable 무난함
또 하나의 뒷심 부족을 목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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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윅' 시리즈의 총합체이자 진일보
복수는 나의 것
누군가 복수는 차갑게 해야 최고로 맛있는 반찬이라 했던가. 존 윅은 뭔가 연습하고 있다. 그의 주먹에서 대포 소리가 난다. 펑. 펑. 분노에 씌인 사람처럼 재활운동에 힘쓰고 있다. 카메라는 바워리로 향한다. 어딘가 향하는 바워리. 바워리의 도착지는 존 윅이 나무 허수아비를 샌드백삼아 쾅쾅 두드리고 있던 방이었다. 존에게 묻는 바워리. ‘준비 됐나? 존?’ ‘물론이지’ 존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머지않아 최고회의 장로를 암살한 존. 이제 시작이다. 시체 직전까지 갔던 존은 최고회의든 최저회의든 다 씹어먹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딘가로 향하는 윈스턴과 카론. 도착한 곳은 그라몽 후작의 방이었다. 장황한 소리를 들어놓는 그라몽 후작. 결론은 간단했다. 자긴 결국 인내심이 다 됐다는 것이다. 화가 많이 난 그라몽 후작. 1시간 길이의 모래시계가 다 되자 뉴욕 호텔을 폭파시킨다. 당황하는 윈스턴과 카론. 그라몽 후작은 두 사람에게 파문을 선언한다. 위기에 봉착한 윈스턴과 카론. 두 사람은 두 사람 나름대로, 존 윅은 존 윅의 방식으로 최고 회의를 향한 복수극을 계획한다. 세명 다 알고 있다. 이런 식을 반복하다간 끝이 없다는 걸. 그래서 어떻게? 윈스턴에게 뭔가 대안이 있는 것 같다. 과연 이 길고 긴 복수극을 존 윅은 끝낼 수 있을까?
형 왔다
4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이다. 기존 '존 윅' 시리즈 1,2,3편은 그야말로 액션 대잔치였다. 1편 처음부터 3편 끝까지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액션은 다 때려 박은 이 시리즈. 이 시리즈에서 액션 중 어느 것이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영화 전부 다 장난 아닌 것들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인상 깊던 장면을 뽑아보자면, 1,2,3편에 하나씩은 다 있다.
우선 1편이다. 영화의 이야기는 간단하다. 아내를 병마로 잃어 슬퍼하던 존 윅이 그녀가 남겨놓은 자동차와 강아지를 뺏은 인간들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 하나를 깡그리 몰살시킨다. 추후 개봉하는 2,3,4편보다는 액션에 감정이 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데 이를 구현하듯 서서히 하나하나 피격하는 존 윅의 사격솜씨가 느껴진다. 큰 저격용 총을 가지고 악당들의 머리통에 총알 박는 쾌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를 위해 총을 맞고 나서 난 후의 리액션 연기가 좋았다. 또 영화에서 좀 사족처럼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것도 이 액션 쾌감을 덧붙여준다. 무슨 말이냐? 존 윅이 아내랑 얼마만큼 친한지 그런 설명 필요 없다. 윈스턴과의 관계? 그냥 보면 안다. 이 사람이 얼마만큼 업계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었나? 어차피 싸우는 거 직접 보면 안다. 빌런의 카리스마? 그게 왜 중요해? 내내 때려 부수는 쾌감과 키아누 리브스의 비주얼로 액션의 끝판까지 영화를 끌고 간다.
다음 2편이다. 2편은 영화의 형식이 눈에 띄었다. 영화 초반부에 윈스턴이 컨티넨탈 호텔에 대해 계속해서 강조한다. 존과 카론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당연히 관객에게 하는 말이다. 이 강조한 규칙은 영화 전반적으로 작동하는 핵심이 되어 극을 이끈다. 단순한 서사였던 1편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간단한 2편. 그러나 이 지점에서 영화는 서사를 부여하기 시작한다. 4편으로 이어지는 존 윅의 감정선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보여주듯 영화 곳곳에서 존(키아누 리브스의) 감정연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물론 이 2편 <존 윅 : 리로드>의 액션도 굉장하다. 글쓴이가 뽑는 최고의 장면은 1편에 등장한 필기구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 떡밥을 회수했다는 것 자체도 나름 가치가 있지만 맨몸 액션의 쾌감이 이뤄 말할 수 없다. 또 이 작품 후반부에서 장소를 이동해 벌이는 격투신이 있다. 이 과정에서 나이프를 이용한 액션을 보여준다. 사실 ‘존 윅’을 위시로 한 액션 시리즈물에 사용되는 격투 연기는 행동이 재빠르고, 테이크가 짧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윈터 솔저와 블랙 팬서가 맨몸액션을 보여줄 때 샷이 짧게 구성되어 있다. 덕분에 장면이 확확 바뀌는 느낌이 들어 화려하다. 또 이 짧은 편집방식은 영화의 특성과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왜냐? 영화는 수많은 히어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다. 그러려면 샷이 짧아야 히어로들을 잘 보여줄 수 있겠지? 그러나 반대로 ‘존 윅’ 시리즈는 다르다. 어떤 액션을 뽑을 때 테이크를 길게 길게 가져가서 생동감을 살린다. 이 말은 곧 배우들이 이 액션 동작을 일일이 다 외워서 찍었어야 한다는 뜻이 된다. 배우들과 촬영팀의 열일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음은 3편이다. 3편에도 전작들과의 차이점을 부여한다. 바로 액션에 감정을 넣으려는 시도다. 이 영화의 서사 역시 단순하다. 규칙을 어긴 존 윅이 세계 도처에 깔려있는 킬러들과 대결을 벌인다는 설정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구조는 ‘존 윅이 무엇을 바라고 이렇게 처절하게 싸우는가’와도 관련이 있다. 이 핵심을 앞에 두고 내내 주파하는 영화라 처절함을 점점 더 강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았던 액션은 역시 총기 액션과 나이프 파이팅이다. 왜인진 잘 모르겠지만 사무라이라는 모티브가 영화에서 사용됐다. 좀 갑작스러웠던 설정 이긴 하지만 이런 설정들이 영화 나름대로 액션을 상징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시리즈의 총합체와 진일보
이 영화는 위에 상기한 1,2,3편의 장점을 그대로 다 때려 박았다고 볼 수 있다. 영화에서 도시 두 번 바꾼다. 첫 번째는 오사카, 두, 세 번째는 유럽으로 간다. 3편에서 동양적인 소재가 들어갔던 걸 암시라도 했던 듯이 이 작품에서 사 사무라이라는 이미지를 나름 멋있게 활용한다. 또 2부에선 존 윅이라는 킬러의 과거와도 관련이 있다. 사실 2편은 존 윅의 과거와 싸우는 영화라고도 볼 수 있다. 본작 2부에서는 존윅이 과거의 어떤 것을 청산하기 위해 무슨 행동을 하는 것이 중심이 되어 있다. 3부는 존윅의 현재와 과거를 다뤘다. 과거에서 맺었던 인연이 영화에서 반동인물이 된다. 그러나 이 인물이 들이닥친 현재는 영화에서 존과의 공통점을 이루는 지점이 된다. 또 존 윅의 현재가 얼마나 치열하고 내내 들끓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도시에서 사람들이 떼거지로 몰려와 원형을 이루며 싸우는 액션 신을 본다면 3편 <존 윅 : 파라벨룸>의 절실함이 더 깊게 느껴진다.
또한 시리즈의 진일보도 느껴진다. 영화를 보고 뭔가 알 수 없이 후련함과 우울함이 느껴졌다. 영화 전체적으로 존윅에게 깔려있는 처절함 때문이었다. 영화는 자유를 차지하려는 갈망을 3시간에 걸쳐서 보여준다. 그래서 그런지 총알 한 발 주먹한 방에 존윅의 마음가짐이 담겨있다. 이건 뭐 극후반부 하이라이트 신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반부 어떤 사람을 암살하는 장면에서 카메라를 멀리 떨어트려 인물이 혼자서 싸운다는 느낌이 들게 하고, 라디오를 등장시켜서 일대 다수의 갈등구조를 연상시키게 하는 부분이 그의 근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몇몇 장면에 ‘혼자’라는 느낌을 강화시켰고, 또 곳곳에 보이는 가족관계 묘사가 있어 존 윅이 얼마나 족쇄에 묶여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게끔 한다. 그냥 장르적인 쾌감으로 끌고 가던 전작과는 다르게 인간의 내면을 묘사하기 위해 액션이 쓰인 셈이다.
세계여행
영화는 아시아와 유럽을 이곳저곳 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우선 오사카를 공간적으로 설정한 장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오사카 하면 일본에 속해있는 도시다. 일본과 액션 하면 생각나는 것은 사무라이다. 뭐 사무라이가 일본의 역사에서 일정 비중 차지했다는 것엔 여지가 없다. 뭐 넣을 수도 있지? 그런데 이 사무라이에 대한 묘사가 좀 시대에 뒤떨어져 보인다는 것은 아쉽다. 아니 임진왜란 때 조총 쓰던 사람들이 너무 낡게 전투하는 것은 아닌가? 이 지역에서 킬러들의 존재감이 세서 망정이지 이 디테일은 영화에서 초반부를 설정하는 데 있어 크게 작용할 뻔했다. 물론 호평할 부분도 있다. 1부의 실질적인 주인공인 두 부녀는 정말 멋있게 캐릭터를 설정했다.
다음은 2부다. 2부는 영화에서 어떤 분에 따라 좀 루즈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듯싶다. 이는 3부에서 1,2부를 상회하는 강력한 임팩트가 3부에서 찍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다는 뜻이다. 이 말은 즉슨 2부가 약간 준비물같이 들린다는 점이다(물론 3부보다 못한다 뿐이지 여기서도 액션은 좋다). 그런데 뭐 3부도 마찬가지지만 방탄 정장을 무슨 치트키처럼 사용하는 감이 좀 있지 않았나 싶다. 다음 3부는 정말 굉장하다. 이 지역이 워낙 여행으로 유명한 도시다. 그래서 이 도시를 중심으로 우리가 잘 아는 랜드마크에서 액션신을 보여준다. 이때 묘사했던 도시의 풍광은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강점으로 묘사될 만하다. 또 이 도시의 문(?) 랜드마크에 실제로 가봤을 때 사람이 바글바글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디테일을 구현하듯 세계의 명소들이 갖고 있는 특성들을 적절하게 활용한다. 이 3부에서 액션신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대단하다. 특히 어느 교회엔가 들어가서 액션 신을 벌이는 부분은 촬영이 어마어마했다고 느낀다.
캐릭터 쇼
이 ‘존 윅’ 시리즈를 액션 시리즈물로 기억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글쓴이는 이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는 캐릭터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1,2,3편에서 존 윅을 제외하고 기억에 남았던 캐릭터가 몇 있다. 윈스턴 캐릭터가 1편에서 존을 도와주던 방식, 2편에서 여성 캐릭터와의 맞대결, 3부에서 할리 베리가 맡았던 역할 등 이 시리즈는 캐릭터의 멋을 살리는 데 있어 공을 많이 들인다. 이 4편에서는 이런 지점이 유지 내지는 강화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1부의 아키라, 2부의 ‘미스터 노바디’. 3부의 케인이다. 이 세 사람은 서사에서 중요한 입장에 놓임과 동시에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특성이 있다. 이 특성을 활용한 액션신을 명확한 촬영방식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서사에서 주요 인물로 작동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 캐릭터들 중에 견자단이 맡은 케인은 정말 훌륭하다. 60대 언저리의 나이와는 맞지 않는 날렵한 액션, 선글라스를 꼈지만 느낄 수 있는 황망함까지 액션 배우로서 이름을 날린 경험치를 톡톡히 보여준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으로 뽑는 부분인데, 아마 견자단의 액션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티켓 가격을 충분히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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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와 삶의 관계에 대한 스필버그의 회고록
운명처럼 다가온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곳은 무섭다. 어린 새미. 엄마, 아빠랑 손 잡고 극장에 가기로 했다. 극장이 무섭다는 아들의 말에 엄마 미치와 아빠 버트는 아들을 달랜다. "상영관에 가면 막상 사람들이 거인처럼 보일 거야. 근데 그건 다 연기하는 거라고." 귀엽게 설명한다. 용기를 내는 새미. 손 꼭 잡고 극장으로 들어간다. 새미와 부모님이 보기로 했던 영화는 <지상 최대의 쇼>다. 러닝타임이 재생된다. 영화에 정신이 팔려 미친 듯이 빨려가는 새미. 특히 그 영화의 한 장면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 장면은 기차가 추돌사고를 일으키는 신이었다. 대박! 어떻게 저렇게 만들지? 설마 진짜 기차를 부술리는 없을 테고. 금세 집으로 돌아가서 이 장면을 구현하고 싶어졌다.
집에 도착했다. 직접 그 장면을 만들어보는 새미. 아버지에게 핀잔도 듣지만 새미를 멈출 수는 없다. 꿈이 생기기 시작한 새미. 꿈을 영화감독으로 정했다. 현재 2023년의 누군가가 말해도 '정말?' 할 말을 1950년대에 했으니 오죽할까. 아버지는 이런 새미의 목표를 취미쯤으로 생각한다. 반면 어머니 미치는 생각이 다르다. 춤추는 걸 좋아했던 미치. 아들 새미가 영화감독으로서 잠재력을 펼치길 바라고 있다. 아무튼 새미 가족은 사이가 좋다. 카메라를 새미에게 사준 아버지 버트. 취미든 아니든 알 바 아니다. 이제 새미의 세상을 만들 때가 왔다. 꿈 앞에 나아가는 새미. 그런 세미 앞에 거친 인생사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신이 된 남자
한 분야에서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건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것도 이 방대하게 넓은 영화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됐다면 그 공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죠스>로 '블록버스터'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스필버그. 영화적 상상력은 공간과 시간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발현됐다. 외계인들과의 첫 만남을 묘사했던 <미지와의 조우>가 생각난다. 사실 이 영화를 지금 2023년 본다고 하면 살짝 루즈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봐도 신선하다고 느낄 부분이 몇 있다. 스필버그의 상상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 모두 다 <E.T>라는 영화를 알고 있다. 골판지 돌돌 말아 만든 것 같은 비주얼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외계인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어른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만들었던 스필버그. <미지와의 조우>가 스릴러/미스터리적인 특성을 띈 것과는 반대로 <E.T>는 동화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 분이 같은 장르 안에서 템포를 바꾸는 것에만 능한 게 아니다. 그냥 영화를 잘한다. 전쟁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릴러 <마이너리티 리포트> 로맨스 <영혼은 그대 곁에> 등 장르와 시대를 가로질러 압도적인 능력치를 보여준 것이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나이가 들면 늘 하던 것에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 사람에게 그런 건 없다. 물론 전체적으로 스필버그가 갖고 있는 영화적인 톤은 그대로지만 크고 작은 변화들은 지속해 왔다. 최근 작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까지 스필버그는 뭐에 홀린 듯 영화를 만들어왔다. 이 <파벨만스>는 스필버그가 홀렸던 ‘어떤 것’에 대한 영화다. 왜 영화를 사랑하게 됐는지를 러닝타임동안 옴니버스 형식으로 설명한다. 또한 두 번째로 영화를 만들 때 어떤 가치관을 바탕으로 만들게 됐는지도 보여준다. 또 가장 결정적으로 어떤 사람들이 청년 스필버그의 영화관에 영향을 줬는지도 보여준다. 엥? 그냥 전기영화 아니야? 이 영화는 뻔한 전기영화와는 다른 감이 있다. 바로 러닝타임 내내 이런 가치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피소드 하나당 하나가 아니라 사실상 이런 가치들이 하나로 묶여있는 듯한 연출법을 보여준다. 이는 영화의 핵심과도 이어져있다. 예를 들어서 주인공의 부모님은 입체적인 캐릭터다. 아버지 버트는 아들의 꿈이 취미라고 생각하지만 카메라를 사 준다. 또 이 버트라는 캐릭터는 아버지로서 굉장히 훌륭한 사람인 것으로 보이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어떤 문제가 있어서 영화의 핵심 사건에 원인을 제공한다. 또 어머니 미치는 아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이다. 또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아들의 꿈을 후원한다. 이 영화를 좋아하고 예술가적 특성이 마음 안에 있는 그녀가 결국 어떤 결과를 맞이하는지도 영화에서 재미있게 묘사된다.
무관은 정말 서운해
사실 아카데미를 그렇게까지 신뢰하는 편은 아니다. 뭐 오스카에서 상 하나 못 받았다고 영화 가치가 떨어지나? 그런 건 없다. 글쓴이만 해도 작년 수상작인 <코다>보다 <드라이브 마이카>나 <파워 오브 도그>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건 좀 해도 너무했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엄청난 작품이라는 것은 변함없지만 감독상 정도는 줄 만 했잖아?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감독의 역량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느낄 수 있던 것과도 관련이 있다. 새미는 영화 안에서 몇 작품을 찍는다. 이 작품은 새미의 삶과 별개처럼 보이지만 사실 거의 그대로 현실을 담고 있다. 극 중 극이 품고 있는 서사 중 몇몇 장면이 현실의 어떤 지점에서 영화화되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정밀하고 섬세하게 이야기를 구성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현실과 영화와의 사이라는 지점은 영화의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과도 이어져있다. 그러니까 그 부분은 이 ‘현실과 영화사이의 교집합’은 곧 ‘새미의 예술관’, 즉 ‘스티븐 스필버그의 예술관’과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이렇게 토대가 단단해진 스필버그는 어떤 영화를 만들었을까? 아버지가 세계 2차 대전 참전 용사였다는 것(<라이언 일병 구하기>) 외로웠던 유년시절에 판타지적인 요소로 아로새긴 친구(<E.T>), 퇴색되어 버린 가족의 사랑(<A.I.>) 유대인의 관점에서 보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뮌헨>)까지 그의 실제 행보를 생각해 보면 이런 장면들이 작품을 보고 나서도 다른 감동처럼 느껴지게 한다.
또 이 영화는 인물에 대한 판단이 거리감이 있기 때문에 작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우리가 만약에 한 60여 년 동안 영화를 만든 감독이라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그 60년의 세월 동안 쌓은 입지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해 보자. 우리 지나가다가 만난 아무 나도 '어려운 시기 이겨내서 지금 행복하게 잘 산다'류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떠들곤 한다. 할리우드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이라면 이 드라마틱한 성장서사를 더 전하고 싶지 않을까? 영화는 냉정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인물을 판단하지 않는다. 자기 연민에 대한 이야기? 없다. 영화를 위한 거룩한 희생? 감정적으로 들끓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이 사건들을 어떻게 영화화할 것인가?'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감정적인 반응에 강점이 찍힌 건 작품 상영 후를 묘사하는 지점 쪽에 있다. 그래서 어린 시절 함께 살았던 가족들에 대해서 무작정 안 좋게 묘사한다던가, 영화에서 악역이라고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무조건 감싸준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생각해 보면 이 역시 영화의 핵심 중 한 부분('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영화화한다는 것')과도 닿아있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영화의 기술적인 부분도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영화 촬영은 엔딩과도 관련이 있다. 엔딩에서 그렇게 연출하지 않으면 이야기의 흐름이 깨지기 때문이다. 이 말은 영화에서 두 사람의 촬영방식을 구현해야 한다는 뜻이 된다. 새미가 찍는 극 중 영화, 스필버그가 기획한 장면 연출이다. 또 어떤 장면에서 빛을 활용한 촬영이 돋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미학적인 아름다움이 영화에서 품기는 분위기를 더 매력 있게 만든다.
이 둘이 부부
사실 이 <파벨만스>를 글쓴이가 전부터 기대했던 이유는 두 주인공 때문이다. 바로 폴 다노와 미셸 윌리엄스다. 폴 다노는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 선 굵은 연기를 한 것으로 많은 분들이 기억하고 있다. 또 <더 배트맨>에서는 적은 노출로 어떻게 하면 광기를 폭발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한 티가 났다. 이렇게 테크닉 화려하게 때려 박는 연기를 잘하는 것 같지만 이 사람은 따뜻한 역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연기력으로 두드러지는 부분은 다른 배우들 쪽에 좀 있기 때문에 이 사람의 테크닉이 다른 영화들처럼 두드러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폴 다노는 대체불가한 장점을 과시하며 안정적으로 극을 이끈다. <밀양>의 송강호 배우가 생각나는 연기였다.
미셸 윌리엄스는 연기의 정석을 그대로 옮긴 것 같았다. 폴 다노처럼 개성 있는 해석능력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미셸은 반대로 그 세계와 인물을 오롯이 이해하고 순간마다 서려있는 감정연기를 풍부하게 보여줬다. 이 마치를 가로지르는 캐릭터 특성은 호기심과 신선함이다. 뭔가 새로운 걸 찾아 나서는 성격인 미치. 이 신선함에 대한 강박은 인물을 후반부까지 이끄는 좋은 동력이 된다. 걸핏하면 몰입이 깨질 수도 있는 인물을 영화의 엔딩까지 적절하게 끌고 갔던 것은 이 미셸 윌리엄스의 덕이 크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양자경과 케이트 블란쳇이 유력했던 탓에 이 분이 엄청 언급된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 미셸 윌리엄스는 인물의 입체성을 이 세계가 품고 있는 질서에 근거했다는 점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했다고 느낀다.
모든 걸 포함하는 이야기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역시 엔딩이다. 그리고 아마 여러분에게도 가장 인상 깊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솔직히 처음 극장 문을 나올 때 '이걸?' 싶었다. 그런데 집에 가면서 다시 돌아보니 이 영화의 엔딩으로 이 장면만큼 깔끔한 게 없다고 생각했다. 이해가 어려운 분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의 첫 장면과 끝장면이 왜 그 부분으로 시작할까?를 생각해보신다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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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 윅 4 - 시리즈 최고기록 경신한 어나더 레벨 액션영화의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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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영상은 영화홍보사의 VIP 셀럽 시사회를 초대받아 다녀온뒤 제작된 영상입니다.
죽을 위기에서 살아난 ‘존 윅’은 ‘최고 회의’를 쓰러트릴 방법을 찾아낸다. 비로소 완전한 자유의 희망을 보지만, NEW 빌런 ‘그라몽 후작’과 전 세계의 최강 연합은 ‘존 윅’의 오랜 친구까지 적으로 만들어 버리고, 새로운 위기에 놓인 ‘존 윅’은 최후의 반격을 준비하는데,, 레전드 액션 블록버스터 [존 윅]의 새로운 챕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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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경관의 피> 메인 예고편
본격적으로 경관의 피 수혈 시작! 쫀쫀한 긴장감 X 폭발하는 수트핏 (그리고 내 심장❤) [경관의 피] 메인 예고편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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