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DAY2022-07-20 09:06:27
아직은 미완성인 무슬림 히어로 탄생기
디즈니+ <미즈 마블> 리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뉴저지 주의 저지시티에 사는 무슬림 10대 소녀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그녀는 열렬한 슈퍼 히어로 덕후로 특히 캡틴 마블을 향해 상상을 초월할 팬심을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절친인 '브루노(매튜 린츠)'와 함께 어벤져스 행사인 어벤져 콘에 놀러 간 카말라는 캡틴 마블 코스프레 대회를 앞두고 외할머니한테 받은 팔찌인 '뱅글'에 의해 자신에게 초능력이 생겼음을 알게 된다. 이에 본격적으로 능력을 연습하며 슈퍼 히어로 활동을 준비하기 시작한 카말라는 그녀에게 힘을 준 뱅글이 현실과 분리된 또 다른 차원인 '누어 디멘션'과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집안사와 지구의 안전이 걸린 모험에 나선다.
디즈니+에서 공개된 <미즈 마블>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페이즈 4의 여섯 번째 드라마로, 평범한 고등학생이자 캡틴 마블의 열렬한 팬인 카말라 칸이 갑작스레 초능력을 얻어 히어로로 거듭나는 탄생기를 그린다. 사실 최근 MCU가 단기간에 많은 작품들을 쏟아내다 보니, 해당 작품만의 독특함이 없다면 그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섭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미즈 마블>은 범람하는 MCU의 세계관 내에서 충분히 생존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 가지의 고유한 특징을 다양한 장르적 재미로 엮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미즈 마블>은 갑작스럽게 히어로가 된 고등학생 카말라 칸의 이야기를 통해 1화에서 두드러지듯이 하이틴 드라마의 재미를 준다. 다음으로는 다른 히어로들과 겹치지 않는 특성인 파키스탄계 이민자 출신의 히어로라는 특징이 있다. 이는 뻔한 하이틴 드라마의 구도를 신선하게 포장해 줄 뿐만 아니라, 4화와 5화에서 역사드라마의 특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증조할머니의 유물인 '뱅글'의 힘과 관련된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있다. 이는 슈퍼히어로 장르 안에서도 MCU만이 줄 수 있는, 확장되어가는 세계관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을 준다. 그런데 세 장르의 특징이 한 데 뭉치는 순간 <미즈 마블>은 두 가지 문제점을 드러낸다. 6개의 에피소드라는 분량으로 인해 각 장르 안에서 필요한 이야기를 깊이 있게 풀어내지 못하며, 이에 더해 필요한 만큼 깊이 있게 이야기를 전개하지 못한 결과 장르적 쾌감도 퇴색된다.
<미즈 마블>에서 가장 먼저 부각되는 특색은 하이틴 드라마다. 특히 '상상력 소녀'라는 1화의 부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이틴 장르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발달하고 또 불안해하는 십 대들의 사춘기를 그려낸다. 히어로 영화 중에서는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고등학생에 불과한 피터 파커가 거미에게 물려 엄청난 근력과 특수한 능력을 지닌 영웅이 되는 것은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어야 하는 신체적 변화를 상징한다. 또 그러한 변화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아픔과 슬픔을 겪어야 하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청소년에서 성인이 되어가는 고단함이 함축되어 있다. 그의 이야기는 사춘기에 겪어야 하는 모든 변화와 그 당시에는 좀처럼 이겨내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변화의 무게감까지 담아내고 있다. 결코 빠질 수 없는 청춘 로맨스도.
새로운 히어로 미즈 마블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다. 스파이더맨이라는 히어로가 신체적 변화에 의한 삶의 변화를 중점적으로 묘사한다면, <미즈 마블>에서는 정신적 변화에 보다 초점을 맞추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카말라가 꿈꾸던 초능력이 그녀에게 발현되는 사건은 사춘기 청소년의 상상이 현실이 될 때 가능해지는 변화에 대한 비유이고, 캡틴 마블의 팬인 그녀의 모습은 대상이 아이돌 그룹이 아닌 슈퍼히어로일 뿐 현실성을 더해준다. 또한 카말라의 친구인 브루노가 꿈꾸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합격 소식을 듣게 된 것 역시 이 하이틴 드라마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하이틴 장르의 매력은 탁월한 연출 기법 덕분에 더욱 빛난다. 애니메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그녀에게 캡틴 마블과 새로운 초능력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며, 화면을 순간적으로 180도로 전환시키는 방식의 연출법은 카말라의 내면 속 환상과 덜 흥미로운 현실 사이의 간극을 잘 전달하면서 카말라 칸이라는 캐릭터를 멋지게 소개한다.
그다음으로 <미즈 마블>은 그간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문화적 배경을 전면에 내세운다. 특히 미국 사회 내의 무슬림과 서남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일단 파키스탄 전통 음식과 의상, 그리고 기도를 하기 전에 내는 일종의 외침인 '아잔 혹은 아단(أَذَان/ʾaḏān)'을 현대적으로 편곡한 ost는 이전까지의 MCU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마치 <블랙 팬서>가 아프리카 지역의 리듬감을 살려낸 ost로 찬사를 받은 것과 같다. 이는 주류 문화에서 소외되어 왔던 문화적 특성이 수용되고 조화를 이룰 때 사회적 차원에서 다양성이라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시청각적으로 매끄럽게 전달한다. 이처럼 여전히 낯설고 이질적이며 비주류인 문화적 배경을 중심에 놓은 결과, 드라마는 무슬림들의 '소외감'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성공한다.
특히 소외감은 이슬람교와 무슬림들을 향한 선입견을 고발하는 방식으로 드러난다. 무슬림과 외부인의 일상이 충돌하며 무의식적으로 잠재된 편견을 보여준다. 알려지지 않은 히어로를 추적하는 '대미지 컨트롤' 요원들이 강압적으로 모스크를 수색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에 모스크의 이맘은 자신들은 법을 어기지 않았고 오히려 요원들이 신발을 벗어야 하는 모스크의 규정을 먼저 준수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또 쿠란의 가르침 따위는 필요 없다는 대미지 컨트롤 요원에게 자신이 인용한 문구는 에이브러햄 링컨의 것이었다고도 응수한다. 카말라의 절친인 '나키아(야스민 플레처)'가 히잡을 쓰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흔히 히잡은 여성 억압의 상징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모든 무슬림 여성이 히잡을 차별의 상징으로 여기지는 않는다. 나키아처럼 서방에 사는 여성 무슬림에게 히잡은 자신의 민족, 문화,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드라마는 주류에서 소외되어 평 면화되었던 무슬림들의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다양한 문화적 특성의 공존과 조화를 위해서는 비주류로 인식되던 특정 공동체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은 미즈 마블이라는 히어로만의 정체성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능력이 평번한 인간들의 눈에, 이 세계의 주류인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차원의 힘인 '누어'를 자유롭게 이용하는 점이 의미심장한 이유다. 이는 그녀가 존재 자체로 가시적인 세계와 비가시적인 세계 사이의 가교라는 의미다. 따라서 그녀는 직접적으로는 파키스탄계 이민자, 더 넓게는 미국 내 무슬림, 보다 확장시켜서는 <미즈 마블>을 보는 모든 소외된 이들과 비쥬류들을 대변하는 히어로나 다름없다. 심지어 카말라와 친구인 브루노가 아웃사이더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외감이라는 테마는 하이틴 드라마적 요소와도 잘 어우러진다. 이처럼 여러 장르적 특성을 하나의 주제 안에, 미즈 마블이라는 히어로의 정체성 하에 묶어내는 방식은 이 히어로의 다음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만 <미즈 마블>의 매력은 근래 공개되는 마블 작품들이 모두 공유하는 단점으로 인해 목표한 만큼의 임팩트를 주지는 못한다. 세계관 확장 혹은 확립을 위한 요소들이 난립한 결과 드라마 전체의 완성도와 재미를 깎아 버리기 때문이다. 카말라가 유전적으로 돌연변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등장한 핵심 소재인 팔찌 '뱅글'에 주목해야 한다. 쿠키 영상에서 의도치 않은 사건을 일으킨 것이나 5화에서 카말라가 과거로 이동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뱅글은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가능케 하기에 앞으로의 멀티버스 사가를 이끌 핵심적인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외계의 물건이 아무도 모르는 이유로 지구에서 발견되었다는 점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등장한 '텐 링즈'와의 공통점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다른 마블 작품들과 연계될 수 있는 수많은 가능성을 제시하는 점은 일견 <미즈 마블>의 매력 포인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학교와 가족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고등학생의 고충과 미국 사회 속 파키스탄 이민자 혹은 무슬림들의 아픔을 보여주느라 많은 분량을 할애한 상황에서 세계관의 확장까지 시도한 결과 자연히 드라마의 서사적 완결성이나 개연성은 희생될 수밖에 없다. 이 문제는 드라마가 인도-파키스탄 분열과 관련된 논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사실 인도-파키스탄 분할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영리하게 활용할 경우 짧은 순간에 카말라의 무슬림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MCU의 무대를 공간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확장시키기에 적합한 소재일 수 있었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과 <문나이트>처럼 카말라가 문화적, 역사적 배경과 진실을 찾아나가며 영웅으로 각성해 나가는 모습을 묘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즈 마블>은 역사적 사건을 다룰 때 요구되는 미묘한 균형을 잡지 못했다. 4화에서 카말라의 할머니는 자신이 파키스탄과 인도 양쪽에 모두 소속감을 가지고 있기에 이를 영국인들이 만든 국경이라는 추상적 개념으로 구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분리될 당시 파키스탄이 먼저 인도로부터 독립과 분리를 요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언급은 지나치게 단편적이고 백인 중심적인 시각의 설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힌두교도와 무슬림을 차별한 영국의 식민통치가 인도와 파키스탄의 분열을 낳았다고 이해한다면 카말라의 할머니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전달할 이야기가 너무 많았던 드라마는 정치적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채 당시 사람들이 겪었을 혼란만 배경으로 활용했다. 그 결과 예민한 역사적 사안은 지나치게 단순화되었고, 논란이 발생했다. 이는 세계관 확장 대신 보다 세밀한 사건 묘사를 통해 카말라 본인과 과거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쉬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이에 더해 부가적인 문제들도 생겨난다. 이야기의 키를 쥔 것처럼 보이던 '레드 대거즈'라는 단체는 MCU의 역사와 배경을 설명해준 이후로 분량과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다. 드라마의 주요 갈등이 봉합되는 마지막 회의 전개 역시 지나치게 빠르다. 액션의 비중이 지나치게 적은 것도 문제다. 물론 애초에 하이틴 드라마로 출발하였고, 첫 작품이기에 화려한 액션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스파이더맨도 하이틴 영화에서 나름의 규모와 퀄리티로 무장한 액션씬을 선보였던 것을 고려하면, 엄연히 히어로물인 <미즈 마블>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미즈 마블>은 제목과 달리 아이러니한 작품이 되고 말았다. 카말라라는 이름의 어원인 '카말'은 아랍어로 '완벽'을 뜻하며, 파키스탄의 공용어인 우르드어로는 '놀라움'이라는 의미다. 이는 카말라의 히어로 이름이 미즈 마블(marvel)로 정해지는 이유다. 다만 그녀의 탄생기인 <미즈 마블>이 아쉽게도 아직 완전치 않고 놀라기에도 충분치 않기 때문에 드라마는 제목과 내용 사이에서 모순된 측면이 존재한다. 과연 서로 다른 두 마블, 캡틴 마블과 미즈 마블이 만날 <더 마블스>에서는 보다 완성된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 섞인 채 기다려봐야 알 듯싶다.
P(Poor, 형편없음)
무슬림 소녀의 상상이 현실이 될 때. 그런데 상상이 너무 장황하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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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선택지를 만드는 것도 결국 나 자신이다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 보길 잘했다고 생각이 드는 영화. 종종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
영화 [미스트]는 이렇게 세 마디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더불어 원작 소설도 읽어보고 싶다. 확실히 스티븐 킹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들은 소설을 영상으로 전환했을 때,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극대화해주는 것 같다.
영화의 초반부는 흔하다고 생각했다. 주인공이 백인 남성인 것이 웃기다고도 생각했다. 너무 전형적이니까. 그래서였는지 마지막에 그런 생각들이 산산조각 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게 바로 미국식 자조인가 싶기도...
*아래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안개라는 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하고 작은 존재인지를 더욱 부각한다. 부각된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어 보면 그들은 모두 같은 공포에 휩싸여 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 사실 이 미지의 존재는 죽음과도 같은 말이다. 우린 죽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으니까. 그저 미지의 세계로 가버리고 남은 육체만을 볼 뿐이니까.
같은 공포 앞에 서 있어도 사람마다 대응하는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카모디 부인. 평소에도 음모론을 떠들어대는 그녀였기에, 동네 사람들은 안타까운 일을 겪고 정신이 반쯤 나간 여자로 치부했다. 하지만 상황이 악화될수록 그녀는 점점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가 된다. 실체 없는 두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실체 없는 믿음을 가지는 인간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카모디 부인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미지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허황된 믿음을 만들어냈다.
데이빗은 마트에 있다간 희생양이 될까 무서워 마트를 탈출한다. 공포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또 다른 공포를 향해 뛰어드는 이 행동 역시 모순적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종종 우리가 선택을 한다고 믿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정해져 있는 최악의 비극을 피해 차악을 선택한다고 말이다. 영화는 그러한 우리들의 생각을 처참히 깨부순다.
도망가던 데이빗 일행은 결국 연료가 떨어져 동반자살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총알은 네 개, 사람은 다섯. 다른 사람들을 먼저 보내주고 데이빗은 차 밖으로 뛰쳐나간다. 그 순간, 안개가 걷히고 사람들을 태운 탱크가 지나간다.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가장 바보 같은 최악의 선택을 한 셈이다.
운명은 걷히지 않는 안개처럼 우리를 덮친다. 그 안에서 재고 판단해 봐야, 어차피 결과는 안개가 걷힐 때까지 모르는 일이다.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갯속을 걷는 우리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 때론 그 공포심이 극에 달해 절망감으로 치달으려는 때가 온다. 우리가 막아내야 하는 건 바로 그 순간이다.
희망과 절망은 종이 한 장 차이이기 때문에, 아주 미약한 바람에도 쉽게 넘어가 버린다.
바람을 견디고 정해둔 길로 꿋꿋이 나아가다 보면 공포는 차츰 사그라든다. 희망이 더 커질 때, 안개가 걷히면 그제야 자신이 걸어온 길을 확인할 수 있다. 인생에서 겪은 대부분의 일이 그 순간에는 크게 느껴졌지만 지나와서 보면 별것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
구조된 사람 중에는 일이 터졌을 때 마트에서 딸들에게 가야 한다며 홀로 길을 나섰던 여성도 있다.
그 여성은 단 한 번도 공포와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자신의 어린 딸들을 향해 발을 내디뎠고, 뒤돌아 보거나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녀는 삶에 대한 굳센 의지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데이빗보다 훨씬 긍정적이다.
어쩌면 우리가 모든 것을 최악이라고 믿기 때문에, 덜 나쁜 것을 고르려고 하기 때문에 나쁜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원한다면 터무니없어 보이는 선택지일지라도 선택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마음속에 도사리는 공포가 나를 자꾸만 자극하려 들겠지만. 최고를 선택한 사람이라면 그런 속삭임에 넘어갈 리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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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팜 스프링스> - ‘무의미한 오늘 속에서 찾은 가장 값진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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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스프링스 (Palm Springs, 2020)
개봉일 : 2021.08.19 (한국 기준)
감독 : 맥스 바바코우
출연 : 앤디 샘버그, 크리스틴 밀리오티, J.K.시몬스, 피터 갤러거, 메레디스 하그너
‘무의미한 오늘 속에서 찾은 가장 값진 의미’
아마도 올여름, 가장 재기 발랄한 로코물이 아닐까 싶은 영화 <팜 스프링스>.
'타임 루프 로맨스'라는 소재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소재다. 타임 루프 로맨스의 원조 <사랑의 블랙홀>과 많은 이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어바웃 타임>, <이프 온리>같은 타임 루프 로맨스 영화들이 파스텔 핑크와 같은 색감이라면 <팜 스프링스>는 핫핑크 빛이다. 마냥 얌전하지만은 않은 거침없고 유쾌한 로맨스랄까. 통통 튀는 영화의 색과 무해한 농담들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리고 내일이 없다는 듯 여러 모험에 도전하며 마음을 나누는 세라와 나일스의 모습과 이들이 던지는 농담은 보는 이에게 대리 만족과 가벼운 웃음을 선사한다. 거기에 시원한 풀장 배경과 청량한 색감이 더해져 그들의 파티에 함께 참여하고 있는 듯한 흥겨움은 덤으로 따라온다.
인생 최고 특별한 날로 기억될 결혼식 날에 갇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날을 살아가고 있는 나일스에게 누군가의 결혼식 날은 더 이상 특별한 날이 아니다. 날이 갈수록 능글능글한 말솜씨와 사람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은 늘어가지만 잠에서 깨고 나면 남는 게 없다 보니 그는 점차 오늘의 소중함을 잊게 된다. 나일스에게 오늘은 그저 똑같고 의미 없는 반복일 뿐이다.
지금까지 그래왔으니 당연하게 오늘도 역시 어제와 같은 하루일 거라 생각했는데, 사소한 실수로 인해 오늘이 조금 달라진다. 시간이 흐른 건 아니고, 나일스의 하루에 세라가 들어온 것이다. 어쩌다 보니 갇혀버린 같은 시간 속에서 나일스와 세라는 어제의 오늘과는 다른 특별한 하루하루를 만들어간다.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의 하루를 기억해 주는 유일한 사람, 무의미한 오늘을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사람. '영원히 반복될 오늘에 갇히더라도 이 사람과 함께라면 괜찮지 않을까?' 나일스는 오늘을 기대하게 된다.
나일스와 세라는 "이 사람들은 어차피 내일이면 잊을 거야!"라고 외치며 지금껏 해본 적 없는 귀여운 일탈과 과감한 장난을 반복한다. 두렵고 신경쓰이는 게 많았던 현실을 벗어나 모든 걸 예상할 수 있는 '오늘'에 갇히다니.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나에게 해가 될 것도 없고, 모든 게 내 손안에 있는 편안함이 나름 나쁘지 않다. 불안감과 위험 따위가 없는 시간들은 이들에게 안정감을 부여하지만, 이내 결국 사라질 것이 뻔한 오늘에 대한 무력감을 몰고 온다. 당장 무서울 것이 없으니 반복돼도 괜찮겠다 싶었던 하루가 무의미한 것이 되자 이들은 두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두려움을 외면하며 영원히 함께 갇혀있어도 괜찮을 것만 같은 사랑을 이대로 지키고 싶은 남자 나일스와 미뤄뒀던 두려움을 다시 마주하며 내 삶을 찾고 싶어 하는 여자 세라. 다른 목표를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닮아있는 운명 같은 두 사람은 이 사랑을, 내 삶을 지켜낼 수 있을까?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하루에서 만난 내 삶의 가장 큰 의미가 된 당신. 이 로맨스의 끝엔 오늘이 있을지 내일이 있을지 궁금하다면 <팜 스프링스>를 추천한다.
팜 스프링스 시놉시스
“오늘은 어제고, 내일도 오늘이에요…”
인생 최고의 날로 기억될 멋진 결혼식이 열리는 팜스프링스의 리조트
타임루프 세계관에 갇힌 남자 나일스에게 오늘은 100만 번째(?) 결혼식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세라가 나일스의 세상에 개입하면서
똑같았던 하루는 늘 특별한 오늘(!)이 되는데…
진짜 내일 없이 사는, 두 남녀의 썸머 코믹 로맨스가 시작된다!
* 아래 내용부턴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오늘 기분 어때요?”
“오늘, 내일, 어제 다 똑같죠.”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나는 탈라와 에이브의 결혼식 날. 홀로 결혼식 날에 갇힌 나일스에게 어제, 오늘, 내일은 모두 똑같은 날이다. 나일스는 같은 날을 살아가며 결혼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어디서 왔는지와 같은 정보들을 모으며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만의 상황극을 즐긴다. 현실에선 할 수 없는 여친 두고 바람피우기, 동성의 인물들 꼬셔보기, 결혼식 방해하기까지. 지금껏 해본 적 없는 수많은 일탈들은 처음엔 즐거움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지루하고 무의미한 행위로 변한다. 거기에 점점 더 사라져가는 ‘나 자신’에 대한 기억들. 나일스는 타임루프 속에서 나를 잃고 조금씩 지쳐간다.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세라와의 하루를 시도하던 날 밤, 세라가 나일스를 따라 타임 루프에 들어온다. 신부 탈라의 언니인 세라는 결혼식에서도 온갖 눈치를 보고 있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다. 실패한 결혼과 순간의 판단 미스로 저질러버린 신랑 에이브와의 하룻밤. 이 행복한 결혼식에서 죄책감과 눈치에 맘 편하게 웃지 못하고 술을 잔뜩 들이켜고 있던 세라에게 타임 루프는 안전한 도피처다. 세라도 역시 나일스처럼 처음엔 어떤 사고를 쳐도 깔끔하게 사라져버릴 오늘을 마음껏 즐긴다. 오늘의 실수를 책임질 내일이 없으니 사고도 마음껏 쳐보고 이런 일 저런 일에 뛰어들어본다. 그리고 어딘가 나와 닮은 나일스에게 사랑을 느끼지만 나일스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쳤다는 걸 알 게된 후 나일스와 거리를 두고 형체 없이 반복되는 하루에서 벗어나기로 결심한다.
오늘의 내 실수와 어제의 후회를 책임질 필요 없는 타임 루프는 분명 안전한 도피처다. 실수에 대한 책임도 그에 대한 죄책감도 어차피 내일이면 없는 일이 될 하루. 하지만 다른 이들은 오늘 나의 실수를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타임 루프에 갇힌 나는 나의 실수와 후회를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나일스는 타임 루프 속에서도 타인을 해치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한다.)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실수와 후회이기에 그것을 꼭 되돌릴 필요는 없지만, 내가 기억하는 나의 실수를 되돌리거나 변하려고 노력할 수 있는 내일이, 새로운 기회가 오지 않는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내 인생을 되찾아야겠어요"
우리는 보통 지난 실수와 후회를 떠올리며 다시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어제보다 한 뼘 더 성장한다. 하지만 타임 루프 속에선 이러한 성장을 이뤄야 할 이유도 이룰만한 기회도 없다. 세라는 타임 루프에 빠진 후 매일 아침 에이브의 침실에서 눈을 뜬다. 세라는 처음엔 그저 타임 루프가 선사하는 자유를 즐기기 바빴지만 나일스의 거짓말을 듣게 된 후 타임 루프를 방패 삼아 거짓말을 하거나 실수를 모르는체하는 게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현실로 돌아가면 분명 전처럼 눈치 보는 날이 반복될 테고, 어쩌면 결혼식 전날에 저질러버린 실수를 책임져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무의미한 하루를 반복하는 것 대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한 뼘 더 성장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나일스는 이제 제대로 기억조차 나지 않는 현실로 돌아가길 두려워한다. 세라가 동굴을 폭파시켜 현실로 돌아갈 거라 말하자 나일스는 “당신과 남고싶어요.” “여기 남아줘요.”라고 말하며 세라를 붙잡지만 세라는 단호하게 자신의 인생을 되찾겠다며 자리를 뜬다. 나일스는 세라의 빈자리를 바라보며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했음을 깨닫고 함께 현실로 돌아갈 용기를 낸다. 혼자 무의미한 오늘에 남아 현재에 안주하며 사느니 사랑하는 사람과 내일을 살아가는 것. 그게 진정한 의미 있는 삶이 아닐까.
"자네만의 안식처를 찾아봐."
어쩌면 우리는 항상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걸지도 모른다. 내일은커녕 당장 몇 시간 뒤에 일어날 일도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거창한 비유를 내려놓고 가볍게 말하자면 오늘 먹으려고 결정해둔 저녁 메뉴가 갑자기 품절이 되는 것과 같은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긴다면 또다시 고민을 반복하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하는 게 인생이다.
타임 루프 속에서 겪는 오늘은 모든 게 다 예상되는 정해진 일들의 연속이지만 진짜 인생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툭하면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나일스와 세라 역시 인생의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나일스는 정해진 길과 결과가 있는 타임 루프를 ‘나만의 안식처’라고 느끼며 타임 루프를 벗어나길 꺼리지만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세라를 보며 다시 삶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그리고 세라의 존재가 진정한 오늘의 의미이자 안식처임을 알게 된다.
내일이 오지 않는다는 건 결국 새로운 기회와 조금 더 발전할 나를 기대할 수 없다는 뜻이다. 타임 루프는 그저 반복되는 나의 실수를 가볍게 외면해도 괜찮다는 특권일 뿐, 달라진 나와 또 다른 인생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배경은 아니다. 시간은 의미 없이 낭비되고 있고 무의미에 갇힌 사람은 변하지 않는 오늘처럼 변하지 않는 삶을 산다.
변화도 의미도 없는 타임 루프 속에서 만난 최고의 인연은 서로에게 내일을 꿈꾸게 될 동력이 된다. 무의미한 하루 속에서 발견한 가장 의미 있는 그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조금 더 나아갈 우리를 궁금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내일’은 꼭 맞이해야 할, 가장 필요한 존재로 변한다. 내일을 맞이하게 되면 무의미한 시간을 반복할 때보다 걱정도, 부딪혀야 할 일도, 책임져야 할 것도 어마 무시하게 많아지겠지만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면 적어도 지루하고 힘들진 않겠지-싶다. 더 아름다워질 우리의 내일과 한 발자국 나아갈 나를 상상하며 내딘 내일을 향한 한 걸음엔 용기와 사랑, 믿음이 가득하다.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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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AN 데일리] 찌개와 어항의 소리
감독] 김수인
출연] 장서희, 강안나, 최소윤, 윤준원 외
프로그램 노트] “대학 가면 다 할 수 있댔지?” “알았어, 알았어.” 학교에 데려다주던 엄마의 잔소리를 적당히 웃어넘기는 듯하던 고등학생 딸은 그날 세상을 영원히 등지는 비극적인 선택을 하고 만다. 학교폭력,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 등 통상적인 청소년 문제를 중심으로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주변인 증언을 확보하면서 처음에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오묘하게 뒤틀린 모녀 관계를 발견하게 되는데….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장서희가 딸 인생의 성공을 위해 그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표독스러운 엄마 역을 맡아 실감 나는 연기를 펼친다. 고생스러웠던 지난 삶에 대한 보상심리로 자식의 인생을 통제하고드는 폭압적인 부모의 행동이 얼마만큼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현실 밀착 스릴러로, 관객에게 묵직한 경종을 울린다. (박꽃)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란 참으로 기묘하다. 코앞에서 싸우지 않아도 갈등은 감지되고, 통화의 일면만 듣거나 인사치레 같은 말만 들어도 상대와 관계의 거리감을 쉬이 가늠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에서 펼쳐지는 엄마 혜영과 딸 유리의 대화처럼, 유리와 함께 둘러앉은 사람들의 대화처럼.
혜영은 일에 바쁜 와중에도 자녀 교육을 끔찍하게 챙기는 엄마다. 학원 마치고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따뜻한 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밥상에 내놓는다. 딸이 끔찍하게 싫어하는 꽁치찌개를, 두뇌 발달에 좋다는 이유로 늘. 꽁치찌개가 끓는 소리는 어쩐지 거실 어항의 산소 발생기에서 나는 소리와 비슷하게 들린다. 기른다는 것과 잡아먹는 것의 소리가 같아진다는 것, 얼마나 비극적인 일인가. 독친은 그 소리가 들리는 지점을 포착한다.
*이하로 영화 <독친>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배우 장서희는 얼굴 가득 표정을 잘도 담아낸다. 피로와 짜증, 노력과 애착, 불안과 추궁, 아집과 독선 같은 것들을 덕지덕지 붙인 혜영의 얼굴을 하고, 그 감정들의 농도를 세밀하게 조절한다. 그 얼굴은 인간의 모든 것을 수치화해 등급을 매기는 일터에서 듣는 닦달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쏟아내는 지친 노동자의 것인 동시에, 자식을 향한 지독한 마음이 뒤섞인 것이다.
호러 영화가 아님에도, 엄마 혜영의 표정에서, 딸 유리의 표정에서, 냉한 기운이 자꾸 읽힌다. 그건 아마도 우리가 이 영화에서 목격한 것이 애정을 가장한 폭력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놓고 펼쳐지는 폭력도 소름 끼치지만, 애정을 가장할 때 더욱 교묘하게 피부 바로 아래 끼치는 소름이 있다.
애정을 가장한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상대를 직시하지 않고 변죽만 울리면서, ‘너를 위해’라는 말로 칭칭 동여맨 폭력에 몇 번 타격감을 느끼다 보면, “내가 잘못된 건가?”라고 스스로를 의심하게 된다. 폭력의 가해자를 탓하지 못하는, 그러다 또 그런 스스로를 탓하는, 생각의 굴레에 빠지다 보면 어느새 거미줄에 걸린 작은 곤충처럼 무력해지기 쉽다.
그럴 때 무심한 말들은 아프게 와 닿는다. 무심하다는 건 깊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뜻이므로, 거기에 진심 어린 애정은 없으므로. 담임 기범과 주변 친구들이 유리를 볼 때 집에서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애, 비뚤어질 이유도 없고 우울할 이유도 없고 그냥 반듯하고 행복한 애일 거라고만 봤듯이. 그러나 친구들은 이후 형사들의 질문에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가 이상했다고 말한다. 학교에 찾아와 예나를 찾는 혜영을 보며, 불쾌를 기민하게 감지하고 자리를 피했던 아이들이다. 결국 갈등은, 아픔은 어렴풋하게나마 감지될 수 있다. 누구도 유리를 그렇게 깊이 들여다보지 않았을 뿐이다. 이후에야 유리에 대한 기억들을 조각조각 모으다 보면, 사랑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다면 거기서 인간이 죽어가도 우리는 모르겠구나 통감하게 한다.
영화 속 아이들은 버티다 무너지기도 한다. 라이터로 마시멜로를 구워 먹을 수도 있고 속눈썹을 올릴 수도 있는 아이들에게 다짜고짜 담배를 의심하는 시선을 던지는 것은 어른들이다. 의구심의 시선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짐을 얹었다. 글만 보면 다 안다던 국어 교사는 결국 끝내 아무 것도 몰랐고, 정작 영화 후반부 유리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는 것은 철저한 타인의 몫이다.
사랑은 결국 직면하는 일이다. 예나는 직면했다. 유리를, 그리고 자신을. 그 결과 깨닫는다. 내가 주는 사랑이 상대에게 행복을 줄 거라는 오만, 사랑을 많이 받는 사람은 반드시 행복할 거라는 편견. 예나는 그 결론에 이르게 한 마음을 “믿음”이라 표현했지만, 나는 그 믿음이라는 말은 사실 “속단”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깊이 들여다보기 전에 섣불리 내린 결론을 믿은 것이므로. 예나는 속단의 위험을 깨달았고, 속단하지 않고 깊이 애정을 품으며 앓기도 했으니, 앞으로도 잘 살아갈 것이다. 공교롭게도 예나가 지망하는 직업 세계에서 꼭 필요한 깨달음이기도 하다.
유리에 대한 기억을 털어놓는 친구들 사이, 영화과 입시생이라며 옛날 영화에서 흰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말하는 아이가 있었다. 분위기를 가볍게 털고 넘어간 일화지만, 어쩌면 그의 말에도 일말의 진실은 묻어 있다. 영화에는 생각보다 많은 진실이 들어있다. 이 영화에도 그럴 것이다.
극화되긴 했지만 혜영의 초상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헬리콥터맘’이라는 단어가 신조어라며 신문에 나왔던 것도 옛날 일이 되었으니까. 사실 요즘은 혜영과 정반대 유형, 그러니까 자식에게 모든 걸 허용하는 방식의 양육자들이 세간의 화제가 되곤 한다. 인터넷에는 10년 이상 교사 혹은 강사로 살아온 사람들의 고충담이 넘쳐나고, 전문가들은 그렇게 ‘건강한 거절’을 경험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서 작은 거절에도 위축될 것을 지적한다. 아이를 잘 양육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사랑이라는 단어는 우상이 될 수 없다.
유리의 행적을 담은 CCTV 속 날짜는 2024년 6월, 지금으로부터 1년가량 남은 시간이다. 그 안에서 유리는 ‘빅 스튜던트’라는 애칭의 커다란 백팩을 메고 움직인다. 항공모함처럼 물건이 많이 들어가고 그만큼 무거운 가방이다. 학생 유리의 가방이 그렇게 무거워지기 전에, 민준이가 힘차게 동화책을 읽는 걸 끊지 않아도 될 기회가, 아직 1년은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혜영과 유리처럼 달려가는 현실 속 수많은 곳에, CCTV 속 숫자가 작은 희망의 이스터에그가 되길 바랄 뿐이다. 끝까지 사랑의 시선 하나로 버티던 아이들의 마음이, 어딘가에는 가 닿길 바랄 뿐이다.
2023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6/29~7/9) 중 상영일정
7월 1일 19:30-21:14 CGV소풍 4관 (상영코드 338)
7월 4일 19:30-21:14 CGV소풍 4관 (상영코드 634)
7월 6일 11:00-12:44 CGV소풍 10관 (상영코드 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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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TI_INFJ 영화인들 모아보기
내일 놀래? / infj : 생각해볼게 (놀 의향 / 생각해볼의향 없음)
웃으면서 거절 잘하는 인프제. 친한 지인들은 안다는 인프제의 영혼리스 리액션.. 하지만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마음은 정말 따숩답니다(?) 친구들의 고민 들어주기 장인, 도어슬램 장인, 혼자있기 장인.
알다가도 모를 인프제! mbti infj라고 밝혀진 영화인들 같이 만나보아요
✅ 친구들에게 내 성격 알려주기 (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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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의 나는 미래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4:3 비율의 화면, 창 밖으로 보이는 낯선 자동차, 머리를 땋아 내린 소녀. <롱레그스>(Longlegs, 2024)는 호러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미지로 시작한다. 우두커니 서 있는 차를 향해 걸어가는 소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면서, 관객은 벌써 마음 속으로 비명을 지른다. 그 사이 홱 고개를 돌리는 카메라가 점프스케어를 예고한다.
포스터의 온갖 불길한 이미지에서 연상되는 공포와는 달리, 영화는 수사물의 형식을 띤다. 우리의 ‘파이널 걸’이 될 주인공은 FBI 요원 하커이다. 그녀는 혼자이고, 일에 몰두하고, 약간은 어두운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어머니와의 사이가 소원하다. <롱레그스>의 중심이 되는 사건은 다름 아닌 연쇄살인이다. 딸이 열 네번째 생일을 맞는 날 아버지가 가족을 몰살하고 자살하는 사건이 20년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현장에는 알 수 없는 상징들과 ‘롱레그스(longlegs)’라고 적힌 편지가 남아 있다. 장기 미제 사건에 막 투입된 여자 주인공, 끔찍한 살해 현장의 재현, 범인의 정체와 악취미를 관객에게 공개하는 이 형식은 <양들의 침묵>(Silence of the Lambs, 1991)에서 물려받은 장르적인 유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롱레그스>의 특별함은 수사 과정에 틈입하는 호러 이미지이다. 가장 독보적인매력은 오래된 이미지 슬라이드처럼 4:3 비율의 화면에 담긴 풍경이다. 어린이의 시점에서 본 낯선 차, 연쇄살인마의 꺼림칙한 언행은 마치 옛날에 찍힌 홈 비디오처럼 등장하며 이야기를 열었다가 영화 중간에 기억이나 설명의 이미지로 작용한다. 참혹한 사건 현장, 부패한 시신, 마룻바닥 아래에 숨겨진 비밀이 연이어 등장하고 테이프에 녹음된 911 신고 음성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주인공인 하커가 사건의 실마리를 좇는 동안 불길한 이미지는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듯이 몽타주처럼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스터리는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커는 자신의 기억 속에서 무언가 끄집어내고, 니콜라스 케이지가 연기하는 연쇄 살인마는 순순히 체포된다. 의외의 사건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어렵게 잡은 살인마가 하커와의 심문 도중 자살을 택하고 마는 것이다. 그는 ‘헤일 사탄’을 외치면서 자신이 사라져도 범죄가 계속 될 것을 예고하고, 하커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생긴다. 이러한 흐름, 즉 20년간 숨어 있던 사탄 숭배자의 존재와 그의 죽음을 통해 드러나는 비밀은 단지 사건의 연보만이 아니라는 지점이 흥미롭다. 범인의 진술을 통해서, FBI의 우수한 요원인 하커의 촉, 예민한 감각과 해독 능력은 다름 아닌 그에게서 왔다는 것을 관객들은 알게 된다. 이 주술적인 힘은 하커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녀 자신 안에 있었다.
지금까지 하커가 사건을 파헤치도록 하는 에너지가 롱레그스 살인마의 설계에 의한 것이었다는 점을 알고 나면 영화는 약간의 깊이를 더한다. 그에게 소녀가 자라 어른이 되는 것, 가정(가부장제)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곧 타락이다. 하커가 다른 소녀들과는 달리 살아남고 성장을 ‘허락’받은 것은 딸을 살리는 대신 자신이 조력자가 되기로 한 어머니 루스의 선택 덕분이었다. 하커에게 어머니는 자신을 위해 희생한 존재이지만 동시에 자신의 머릿속에 침입해서 지배하려 하고 반인륜적인 행동을 일삼았던 살인마와 연결된 셈이다. 이 지점이 바로 <롱레그스>에 드리워진 또 한 겹의 공포이다. 가정에 군림하던 권력자가 사라져도 권력은 얼마든지 작용할 수도 있다는 비웃음, 그것 때문에 완전히 분리되고 만 모녀 관계는 영화 내내 관객을 괴롭히는 음향과 이미지만큼이나 거대한 공포이다.
<롱레그스>의 결말은 의외로 희망을 남긴다. 하커는 이 사건을 자신이 끝내야만 함을 알게 되고, 끝내 연쇄살인의 고리를 끊는다. 롱레그스 살인마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소녀가 자신의 미래를 선택하기 위해, 다른 소녀들의 성장을 허락하기 위해 단호히 파괴를 선택하는 것은 그의 설계도에 없었을 것이다. 사탄에게 경배하는 대신, 하커는 생일을 맞아 마지막 희생자가 될 예정이었던 소녀의 손을 잡고 3인 가족의 집을 나서기로 한다.
개봉 전에 공개된 스틸 만으로 엄청난 기대를 불러일으킨 <롱레그스>는 예상보다 단순한 동기, 그러니까 사탄 숭배로 모든 것이 귀결된다는 결론 때문에 다소 밋밋한 이야기가 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커가 본능과 직감으로 암호를 해독하고 수사를 진척시키는 과정은 해답이 실은 자신 안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밝히는 중요한 이야기인 것에 비해 피상적이고, 서스펜스는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고 사그라든다. 호러와 미스터리, 추리 같은 다양한 장르 사이의 균형과 긴장을 조절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레이어가 충분히 드러나지 않는다. 다층적인 이야기의 가능성을 제시해 두고 결국 사탄이 악의 원천이라는 결론을 내는 결정은 호러 팬들을 설득하기에는 힘이 약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롱레그스>가 올해의 공포 영화 중 하나로 꼽히기에 충분한 이유는 호러 장르의 레트로 유행 사이에서도 트라우마와 암호, 증거물의 이미지가 독보적이라는 데에 있다. 이 이미지들이 주술적인 힘이 도사리는 세계에 묘한 리얼리티를 더하면서 매력으로 작용한다. 긴장감을 끊임없이 쌓아올리는 실력 또한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롱레그스>는 이렇게 불길한 에너지로 해방을 이야기하는 호러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 본 리뷰는 하이스트레인저 씨네랩에서 초대받은 시사회 참석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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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95회 아카데미 후보작 미리보기
안녕하세요!
영화/OTT 콘텐츠 큐레이션 웹매거진 '씨네랩'입니다.
현지 시각으로 다음 달 3월 12일에 열리는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대한 기대가 뜨겁습니다.
시상식을 기다리는 국내 영화팬들을 위해 CGV, 롯데시네마,씨네큐브등에서 후보작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상영 일정을 먼저 알려드릴게요 :-)
<CGV 2023 아카데미 기획전> : 2월 11일(일) ~ 3월 21일(화)
<씨네큐브 2023 아카데미 화제작 열전> : 2월 15일(수) ~ 3월 28일(화)
<롯데시네마 2023 아카데미 기획전> : 2월 22일(수) ~ 3월 12일(일)
그럼 이제 어떤 작품들이 상영될 예정인지 함께 알아볼까요?
더 웨일
The Whale
개요: 드라마 | 미국 | 117분
감독: 대런 아로노포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등
배급: (주)스튜디오 디에이치엘
개봉: 2023년 3월 1일
시놉시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CINE PICK!
A24가 제작 및 배급까지 맡은 <더 웨일>은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가 9년 만에 만난 10대 딸과 쓰는 마지막 에세이를 담은 작품으로, <블랙 스완>, <마더!> 등으로 유명한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신작입니다. <미이라>의 전설적 스타 브렌든 프레이저가 272kg 대학 강사 ‘찰리’ 역을 맡고 <기묘한 이야기> 시리즈의 '세이디 싱크'와 아시안계 배우 '홍 차우' 등이 가세하며 더욱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로 떠올랐습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3개 부문(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분장상) 후보에 오른 <더 웨일>은 남우주연상과 분장상 부문 수상이 유력한 것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니셰린의 밴시
The Banshees of Inisherin
개요: 미스터리, 서스펜스, 스릴러, 코미디 | 영국, 미국 | 109분
감독: 마틴 맥도나
출연: 콜린 패럴, 브렌던 글리슨 등
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개봉: 2023년 상반기
시놉시스
파드레익은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에서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 그가 교류하는 사람은 오랜 절친 콤과 마을 유일한 경찰의 아들 도미닉뿐이다. 어느 날, 콤이 파드레익에게 절교를 선언하고 그를 피하기 시작한다. 일방적인 절교를 받아들일 수 없던 파드레익은 계속해서 그의 주변을 맴돌고, 이에 콤이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면서 둘의 운명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CINE PICK!
골든 글로브 시상식,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아카데미 시상식 등을 휩쓸었던 <쓰리 빌보드>의 마틴 맥도나 감독이 연출을 맡고, <더 배트맨>, <신비한 동물 사전>부터 <킬링 디어>, <더 랍스터>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연기 내공을 가진 콜린 파렐이 주연을 맡은 '이니셰린의 밴시'는 평생 친구였던 두 남자 중 한 사람이 그들의 우정을 끝내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감독 본인이 과거에 집필했던 동명의 희곡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공개 이후 엄청난 호평이 쏟아졌고 국내 관객들에게는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습니다. 상반기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으며, 올해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브렌단 글리슨, 배리 케오간), 여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음악상 등 총 9개 후보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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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드라마 |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 104분
감독: 루카스 돈트
출연: 에덴 담브라인, 구스타브 드 왤레 등
배급: 찬란
개봉: 2023년 예정
시놉시스
온 가족이 함께 사는 목가적인 시골의 한 마을. 13세 소년 레오와 래미는 무엇으로도 깰 수 없어 보이는 친밀한 우정을 나누며 지낸다. 하지만 학교의 또래 아이들이 던지는 냉담한 시선과 조롱은 그들 사이를 점점 갈라놓고 결국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진다.
CINE PICK!
영화 <클로즈>는 2022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 2023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작으로 선정된 화제작입니다. 셀린 시아마, 배리 젠킨스, 션 베이커 감독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이 시대의 스토리텔러 루카스 돈트 감독 작품으로, 루카스 돈트 감독은 첫 장편 <걸>로 2018 칸영화제 4관왕을 비롯해 전 세계 영화제 32관왕, 40회 노미네이션으로 세계적인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어린 소년들이 마주해야 했던 변화의 계절을 시리도록 아름답게 표현한 이 작품은 “<400번의 구타>, <보이후드>가 자리한 영화의 신전에 이 아름다운 영화를 위한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Time Out), “부정할 수 없이 뛰어난 루카스 돈트 감독의 탁월한 작품”(BBC.com),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뒤흔들 울림”(IndieWire) 등의 극찬과 함께 현재까지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92%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TAR 타르
Tar
개요: 드라마 | 미국 | 158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케이트 블란쳇, 노에미 메를랑 등
배급: UPI 코리아
개봉: 2023년 2월 22일
시놉시스
무대를 장악하는 마에스트로, 욕망을 불태우는 괴물,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 이 이야기는 그녀의 정점에서 시작된다.
CINE PICK!
<TAR 타르>는 베를린 유력 교향악단에서 여성으로는 처음 수석 지휘자로 선출된 저명한 지휘자이자 작곡자인 리디아 타르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클래식 업계와 더불어 혼란스러운 사생활과 창작의 고통 등 타르의 복잡한 내면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북미에서 개봉한 'TAR 타르'는 IMDB 7.1, 로튼토마토 신선도 90%, 메타크리틱 91점이라는 호평을 얻었으며, 독일어 말하기와 피아노 연주, 지휘 기술을 완벽히 소화해 극찬을 받았던 케이트 블란쳇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이밖에도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습니다. 촬영은 드라마 <파친코>를 촬영했던 플로리안 호프마이스터가 맡았으며, 편집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를 작업했던 모니카 윌이 함께했습니다. 특히 <조커>에 이어 의 음악을 맡은 힐더 구드나도티르의 음악 세계를 엿볼 수 있어 더욱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말없는 소녀
The Quiet Girl
개요: 가족 | 아일랜드 | 95분
감독: 콤 바이레아드
출연: 캐서린 클린치, 캐리 크로울리 등
시놉시스
1981년, 아일랜드의 한 작은 마을에 살고 있는 어린 소녀 카이트는 가난으로 당장 그녀를 돌볼 수 없게 된 그녀의 어머니에 의해 당분간 거의 남이라고 할 수 있는 먼 친척 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영문도 모른 채 생전 처음 본 부부와 함께 살게 된 카이트는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아내 에이블린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지만, 무뚝뚝한 남편 션은 이 모든 게 못마땅해 보인다. 하지만 그런 션도 카이트의 순수함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고, 어느새 이들 사이엔 떼어놓기 힘든 특별한 우정이 싹튼다.
CINE PICK!
<말없는 소녀>는 베를린영화제를 필두로 전 세계 수많은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올해 최고의 아일랜드 영화’라는 찬사를 받은 영화입니다. 많은 관객의 눈물을 자아낸 가슴 시리도록 슬프고 아름다운 휴먼 드라마로 온 가족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EO
EO
개요: 드라마 | 폴란드, 이탈리아 | 86분
감독: 토드 필드
출연: 사만다 드지말스카, 이자벨 위페르 등
수입: 찬란
개봉: 2023년 예정
시놉시스
동물의 눈으로 본 세상은 신비로운 곳이다. 우울한 눈빛의 회색 당나귀 ‘EO’는 삶의 여정에서 선한 사람과 나쁜 사람들을 만나고, 기쁨과 고통을 경험하며, 행운을 재앙으로, 또 절망을 예상치 못한 행복으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굴레를 겪는다. 하지만 그는 단 한순간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CINE PICK!
영화 <EO>는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 및 각본의 2022년작 폴란드 영화로, 올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제7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며, 로베르 브레송의 1966년작 영화 당나귀 발타자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한 폴란드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당나귀의 일생을 따라가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80대의 노장 감독이 선보이는 자연 다큐 스타일과 아방가르드풍 실험 영화와 VR 체험을 능숙하게 오가는 완숙한 솜씨와 장르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연출은 EO가 갈망하는 해방을 고스란히 옮겨놓아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외에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애프터썬>,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총 11개 부문 후보에 올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분장상/시각효과상/음향상 후보에 오른 <더 배트맨>, 의상상/미술상/음악상 후보에 오른 <바빌론> 등의 기개봉작도 함께 상영한다고 하니 아쉽게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던 영화들도 이번 기회에 함께 관람하시길 추천드립니다 :-)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YUMI였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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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에 누구나와요? 그 사람들 나오나요?
큰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상이나 글은 영화 관람 후 읽어주세요! :)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기존 마블 영화의 팬이시거나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선물같은 영화입니다.
그동안 모든 시리즈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동안의 추억과 영화의 장면, 대사들이 많이 떠오르실 거에요.
마블이 작정하고 팬서비스를 해주는 영화 같기도 합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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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드림걸즈> 컴백 예고편
브로드웨이 사상 가장 화려한 쇼 | 그대, 화려하게 꿈꾸어라! | 재능, 열정, 그리고 필요한 마지막 하나
디트로이트 출신의 여성 트리오 디나(비욘세 놀즈), 에피(제니퍼 허드슨), 로렐(애니카 노니 로즈). 꿈과 재능, 열정까지 가진 그녀들이지만 오디션에 실패하는 등 화려한 스타의 길은 멀기만 하다. 그런 그녀들은 쇼 비즈니스 계의 성공을 꿈꾸는 야심찬 매니저 커티스와 절호의 만남을 갖게 된다. 그는 그녀들이 가지지 못한 성공의 카드를 쥐고 그녀들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이제 그녀들은 최고의 인기가수인 제임스 ‘썬더’ 얼리의 백보컬로 투입, 기회와 경험을 쌓아 가며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으로 다가서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 커티스는 팀을 변모시키기 위한 계획을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한다. 음악 스타일 뿐만 아니라 리더인 에피 대신 뛰어난 외모를 가진 디나를 리드싱어로 교체하려는 것. 이에 에피는 반발하고 팀은 위기에 봉착하지만, 디나는 그렇게 찾아온 기회가 싫지는 않다. 이제, 더 드림즈의 운명는 어떻게 될까? 그녀들은 계속 노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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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다이노 마이 프렌드> 30초 예고편
용감한 다이노 특공대, 과거로 출동~!
공룡 세계에서 펼쳐지는 스펙터클한 어드벤처가 시작된다!공룡 연구를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난 뒤 사라진
친구를 구하기 위해 용감한 인턴 요원 ‘우디’가 출동한다.
최강 초식 공룡 스테고사우루스부터
무시무시한 지배자 데이노니쿠스,
공룡의 제왕 티렉스까지 모인 그곳!
신세계를 발견한 기쁨도 잠시, 뜻밖의 위기에 빠진 ‘우디’는
꼬마 공룡 ‘샤샤’의 도움으로 무사히 탈출하며 둘은 친구가 된다.
한편, 초식동물 마을을 탐내는 포악한 공룡 ‘디에고’의 등장으로
모험을 떠난 ‘우디’와 ‘샤샤’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맞닥뜨리는데..
과연, 두 친구는 위기에 처한 공룡 마을을 지켜내고
‘우디’는 무사히 현재로 돌아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