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04 10:37:38
[BIFF 데일리]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영화 <청설> 리뷰
[BIFF 데일리]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영화 <청설> 리뷰
줄거리
손으로 설렘을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는, 청량한 설렘의 순간 대학생활은 끝났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하던 ‘용준’(홍경).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도시락 배달 알바를 간 ‘용준’은 완벽한 이상형 ‘여름’(노윤서)과 마주친다. 부끄러움은 뒷전, 첫눈에 반한 ‘여름’에게 ‘용준’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다가가고 여름의 동생 ‘가을’(김민주)은 용준의 용기를 응원한다. 손으로 말하는 ‘여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잘 듣기보단 더 잘 보고 느끼려 노력하지만, 마침내 가까워졌다 생각하던 찰나 ‘여름’은 왜인지 자꾸 ‘용준’과 멀어지려 하는데…
감독: 조선호
출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유난스러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길목. 영화 <청설>이 여름, 가을 자매. 용준과 함께 부산을 찾아왔다.
영화를 보기 전엔 ‘누가 봐도 여름에 딱 맞는 영화인데 왜 이 애매한 시기(정식 개봉은 11월)에 관객들을 찾아온 걸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운 싱그러운 여름과 배우들의 말간 얼굴은 이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걸로도 모자라 사뭇 차가워진 공기에 풋풋하고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모든 청춘 배우들에게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데뷔 초 또는 20대에 꼭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찍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보기 부끄러울 만큼 오글거리는 청춘물도 좋고 올타임 레전드로 남을 로맨스를 찍어준다면 더 좋다.
올해 나이 29세로 (촬영 당시엔 28세)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홍경 배우는 <청설>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20대 사랑 이야기’라고 하며 이 영화를 내보이게 된 게 굉장히 긴장되고 설렌다고 언급했다.
<청설>속 용준은 그의 긴장과 설렘을 그대로 안고 부드럽고 예쁘게 피어난다. 그리고 앞서 <20세기 소녀>로 부산을 찾았던 노윤서 배우와 첫 청춘 영화 필모그래피를 쌓은 김민주 배우는 여름, 가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해사한 웃음을 흩뿌리며 앞으로 두 배우가 보여줄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청설>은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떠오르는 젊은 배우들의 여름 청춘 로맨스라. 누구나 좋아할만 하지만 자칫하면 무색무취의 영화가 될 위험이 있는 소재를 선택한 이 영화의 차별점은 사랑을 뻔하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극의 주인공인 여름, 가을, 용준이 서로 수어를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말과 감정은 목소리가 아닌 손과 표정을 통해 표현되는데, 배우들의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은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 담백하고 진실하며 또 새롭다.
일렁일렁 찾아온 사랑
용준과 여름, 가을의 이야기는 텅 빈 자기소개서와 일렁이는 수영장 물로부터 시작된다. 어떻게 대학을 졸업하긴 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 자기소개서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용준, 물속에 있는 동생 가을만을 생각하다가 물 밖에 있는 자신을 잊어버린 여름. 두 사람은 가을이 희망차게 물길을 가르고 있는 수영장에서 처음 만난다.
용준은 수영장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 반대편에 서있는 여름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일렁이는 수영장 물처럼 용준의 마음에도 일렁일렁 사랑이 찾아온다. 수영장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 용준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듯한 설렘을 느끼며 열심히 여름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가 담고 있는 관계, 소통에 대한 메시지 또한 중요하지만 가볍게 훑어만 보더라도 일단 <청설>은 정말 예쁘고 풋풋한 작품이다. 따사로운 여름 햇볕과 초록 잎에 둘러싸인 용준과 여름의 모습, 그들의 반짝이는 눈만 바라보더라도 ‘아, 청춘이다’ 싶은 감탄과 만족감이 자연히 차오른다.
사랑,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는 것
용준은 외동아들, 여름은 떨어져사는 부모님을 대신해 수영 선수가 꿈인 동생 가을을 보살피는 언니다. 용준은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여름은 손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소통한다.
용준은 이 환경과 소통 방법의 차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조금 다르면 어떤가. 똑같은 방법을 이용하면서도 소통이 안돼 싸우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한데! 용준은 중요한 건 진심이고 자신이 조금 더 배려하고 조심하면 이 또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름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용준, 여름. 그리고 가을과 그들의 가족들이 가진 고운 배려심은 소통의 부재와 오해를 낳기도 한다. 수어를 사용할 줄 아는 용준은 다른 이들보다 여름, 가을 자매를 더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용준과 여름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여름, 가을 자매 역시 서로를 위해 노력하지만 털어놓지 못할 부채감을 갖고 있다.
영화는 이들의 마음속에 꼭꼭 숨겨진 진심과 온전한 이해라는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서툴고 어색하지만 용준, 여름, 가을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서로의 세상으로 뛰어든다.
홍경 배우는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은 후 이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 서로의 세상을 단단하게 구분 짓고,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수와 아픔이 넘치는 이 시대에 <청설> 같은 영화는 꼭 필요하다.
풋풋한 온기를 담은 영화 <청설>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11월
6일 극장을 통해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상영 시간]
10월 4일(금)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월 9일(수) 17: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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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IWFF 데일리] 진짜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Summary
고립된 종교 공동체 마을에서 사는 여성들은 마을 남성들이 저질러온 연쇄 성범죄의 끔찍한 실상을 알게 된다. 용서를 강요하는 마을 장로들이 도시로 떠난 동안, 여성들은 공동체의 대책을 논의하러 헛간에 모인다. (출처: 서울국제여성영화제)
Cast
감독: 세라 폴리
출연: 루니 마라, 제시 버클리, 클레어 포이, 벤 위쇼
우리나라에서는 감히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기 어렵습니다. 이전 직장에서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렇다"라고 답하면서도 괜히 주변 눈치를 보았던 저를 기억합니다. 혹시나 직장에서 그런 질문을 받거든,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야 '페미'로 낙인찍히지 않는다는 진지한 조언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가끔은 궁금증이 생깁니다. 이 단어를 오염시키고 오용하는 사람들은 과연 페미니즘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제대로 비판하기 위해서는 더 잘 알아야 하는 법입니다. 진정한 반페미니스트라면, 되려 페미니즘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죠. 바로 그런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 ⊙ ⊙
<위민 토킹>은 고립된 마을에서 오랫동안 이어져 온 성폭행 악습을 알게 된 여성들이 태어나 처음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이야기입니다. 2009년 볼리비아의 한 폐쇄적 기독교 마을에서 100명이 넘는 여성들을 소 마취제로 기절시키고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을 모티브로 하는 소설 원작 영화인데요. 이 작품은 이야기의 배경을 캐나다로 옮겼을 뿐, 실제 배경과 거의 유사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작품의 여성 캐릭터는 모두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로 등장합니다. '오나'는 강간범의 아이를 임신 중이고, '샬롬'은 강간 피해를 당한 네 살배기 딸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메알'은 강간당한 후유증으로 발작 증세를 보이고, '그레타'는 누군가의 폭력으로 인해 치아가 다 부러진 상태입니다. 이 모든 일들은 지금까지 여성들이 자는 사이에 영문도 모른 채 이뤄졌습니다. 마을 여성들은 악마의 짓, 사탄의 행태, 터무니없는 상상력으로 치부된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왔죠.
그러던 중 강간을 시도하려던 가해자가 처음으로 목격되면서 공동체의 남성들이 가해자의 보석금을 내주기 위해 마을을 비우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 사이, 여성들은 처음으로 토론이라는 것을 하게 되죠. '남성들을 용서하고 천국에 가는 것과 용서하지 않고 지옥에 가는 것 중 무엇을 택해야 하는가?', '싸워야 하는가, 떠나야 하는가?', '떠나는 것은 도망치는 것인가?', '억지로 하는 용서도 용서인가?' 한 번도 읽고 쓰기를 배우지 못했지만 그들은 민주적으로 투표하고, 한 번도 마음껏 생각해 본 적 없지만 그들은 열성적으로 토론합니다.
성폭행 가해자를 위해 보석금을 내주러 간 몽매한 남성들 덕분에 무지를 강요받아 온 여성들은 처음으로 생각할 권리를 되찾습니다. 영화의 제목처럼 마을의 여성들은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합니다. 헛간에 모여 고요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그들 주위에는 주체성의 아우라가 기쁘게 뿜어져 나옵니다. <위민 토킹>은 주체적으로 대화하는 여성들의 대사와 표정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발언하는 인물들을 바스트 샷으로 촬영하고 흑백에 가까울 만큼 화면의 색채를 제거했죠.
⊙ ⊙ ⊙마을의 여성들은 모든 남성들을 버리고 공동체를 떠나기로 합니다. 이는 가해를 저지르지 않은 마을의 남성들 입장에서는 억울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그저 남성일 뿐인데, 가해자와 같은 취급을 받고 버려지는 거니까요. 극중에도 비슷한 의문을 갖는 여성이 있습니다. "모든 남자가 가해자가 아닌데, 우리는 왜 모든 남자들을 떠나야 하는가?" 이에 대해 '오나'는 이렇게 답합니다.
Perhaps not men, but a way of seeing the world, and us women.
남성들은 문제가 없을지도 몰라. 문제는 세상과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들의 관점이지.
그렇다면 마을의 여성들을 지지하고자 하는 남성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마을 여성들의 헛간 토론장에는 '아우구스트'라는 남성 한 명이 있습니다. 오래전, 마을의 실체를 깨달은 부모와 함께 마을을 떠났다가 '오나'를 향한 연심으로 마을에 돌아온 인물이죠. 그는 가해자 석방을 위해 보석금을 내러 가는 대신, 글을 쓸 줄 모르는 여성들을 위해 회의록을 써줍니다. '아우구스트'는 그저 묵묵히 여성들의 토론 내용을 정리할 뿐, 거의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는 남성인 자신은 아무 말도 해서는 안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죠.
마을의 남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우구스트'처럼 가만히 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가 조심스럽게 제안하듯이, 남자아이들만큼은 달라질 수 있도록 가르칠 수 있겠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갈 어린이들에게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안전하고,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배우고, 나아갈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사실 이런 것조차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여성들이 마을을 떠나게 두는 것, 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쏘지 않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지지가 되니까요.
⊙ ⊙ ⊙더럽혀진 '페미' 논쟁 속에 숨은 진짜 페미니즘이 궁금하신가요? 그럼 페미니즘을 향한 날 선 감각들은 잠시 접어두고, <위민 토킹>으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해 보세요. 마을 여성들의 토론장에는 페미니즘의 본질과 스펙트럼이 그대로 녹아있습니다. 페미니즘은 궁극적으로 사회 전 영역에서 성별에 관계없는 평등을 꿈꿉니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의 생각은 넓은 범위로 존재합니다. '오나'가 용서와 복수 대신 남성들을 떠나자고 말하는 한편, '마르케'는 마을을 떠나는 것마저 망설이는 것처럼요. 페미니즘은 절대 한 가지 모습일 수 없습니다.
극 중에서 '오나'는 뭘 무너뜨릴지가 아니라 뭘 원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페미니즘도 이와 같습니다. 페미니즘은 남성들을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습니다. 영화 감상 후, 엔딩 크레딧 끝자락에 들려오는 잔잔한 자연의 백색 소음과 새소리, 그리고 아이들의 자잘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세요. 평화의 소리가 울려 퍼지는 안전하고 동등한 공동체, 여성들이 꿈꾸는 것은 단지 그뿐입니다.
Schedule in SIWFF2023.08.26(토)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MX관 19:302023.08.28(월)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MX관 16:00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간: 08월 24일 - 0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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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찾아서
영화 <어바웃 타임>리뷰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 인생영화 <어바웃 타임>의 리뷰를 작성해보려 합니다!
<사진출처 : 네이버 <어바웃타임> 영화 스틸컷>
<어바웃타임>은 팀의 아버지 빌이 팀에게 가족대대로 남자들은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는 가문의 비밀을 알려주며 시작됩니다. 팀은 이 능력을 이용해 여자친구를 사귀려 노력하는데 그렇게 만나게된 여자친구 메리! 팀은 메리와 완벽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시간을 되돌리고 되돌리며 자신의 실수를 하나하나 고쳐갑니다. 하지만 능력을 자주 사용하면 할수록 꼬여버리는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죠.
이 시련들을 팀이 어떻게 해쳐나갈지! 빌이 팀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진정한 인생이란 무엇일지 궁금하다면 영화 <어바웃 타임>을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어바웃타임을 보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첫번째, 바로 '시간여행'이라는 소재의 사용입니다
보통은 '시간여행'과 같은 초능력을 사용하는 인물이 나오면 슈퍼히어로 처럼 지구를 구하거나 나라를 구하기 마련인데 어바웃타임에서는 팀이라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주변사람들 끼리만의 일로 전개된다는 것이 인상깊었습니다. 주변사람들만의 사건들을 다룸으로써 다른 초능력 영화들과는 달리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고 인물 내면을 더 깊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두번째, 인생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알려준다는 것입니다
어바웃 타임을 보고 난 후 사람의 인생에 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처음 능력을 얻은 팀은 능력을 수차례 사용하지만 영화의 끝에는 능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모습을 통해 어쩌면 사람의 인생 중 순간순간에 행복함과 소중함을 느끼는 이유는 인생에서 단 한번만 경험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능력을 사용해 소중한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그때 그 감정을 다시 느낄 수 있겠지만 만일 수차례 다시 돌아간다면 과연 처음 느꼈던 감정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을까요? 점점 처음 그 순간의 감정을 잊게 될 것입니다.
<어바웃타임>은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하루하루와 모든 사건들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영화였습니다.어쩌면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하루도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면 무엇보다 소중했던 순간이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어바웃타임>의 명대사 하나를 보여드리며 포스팅을 마치겠습니다
인생은 누구나 비슷한 길을 걸어간다.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파노라마_에디터 권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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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됐지만 그 끝은 알 수 없던, <미드 90>
* 글에 영화의 결말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드 90 Mid90s, 2018 제작
미국 | 드라마 | 85분
감독: 조나 힐
시작됐지만 그 끝은 알 수 없던, <미드 90>
출처: 영화 <미드 90> 스틸컷
여기 태어나서 한 번도 사랑스러운 손길을 느껴본 적 없는 아이가 있다. 가족과 함께 살고 있으나, 진정으로 함께 산다고 확신할 수 없어 외로운 13살 사춘기 소년, 스티비. 아빠의 존재는 궁금하지 않고 엄마의 관심은 오직 생계유지이며, 형(이안)은 무차별적인 폭력만 가한다. 가족이지만, 큰아들 생일에 남자친구 얘기를 하며 부끄러워하는 엄마와 동생이 건넨 선물을 똥 씹은 표정으로 내던지는 형을 어린 스티비가 온전히 이해하기란 힘든 일이다. <미드 90>는 스티비의 삶을 이루는 시공간을 담아내는 일에 주력한다. 왜 왜소한 아이의 몸에 푸른 멍이 가득한지 설명하지 않는다. 처음엔 그를 방황하는 청춘으로도 표현하지 않는다. 매일 가족 눈치를 보며 아슬아슬하게 자기 세계를 구축하기 바쁜 아이에게 ‘방황’과 ‘청춘’은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가혹한 처사니까. 따라서 스티비의 세계는 외줄타기처럼 아찔하다. 불안이 가득한 사건들은 연속적으로 발생하고, 그 사건들은 전부 시작만 존재할 뿐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언제 어떤 사건이 스티비를 무자비하게 삼켜버릴지 짐작할 수 없기에 영화 <미드 90>은, 해피엔딩은 물론 치유 과정도 섣불리 기대할 수 없는 이야기로 우리를 맞이한다.
스티비는 형의 방 안에서 세상을 배우며 산다. 양아치 같은 형을 혐오하면서도 동경하고 닮고 싶어 한다. 우연히 거리에서 어른의 기세에 눌리지 않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동네 형들을 발견하기 전까진 그랬다. 형의 주먹질에 무방비로 노출됐던 스티비는 보드를 타고 도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낯선 그들에게서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저들과 함께라면, 자신을 옭아맨 현실에서 탈주할 수 있을 거란 강한 확신에 다음 날부터 동네 형들의 아지트 보드 가게로 출근 도장을 찍는다. 서클 눈치를 보며 며칠을 보냈을까, 마침내 서클 일원 로벤이 스티비에게 악수를 청한다. 스티비는 로벤의 ‘함부로 고맙다고 말하지 말라’는 첫 번째 가르침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그들의 언어를 열심히 배우고, 행동강령을 습득하며 서클에 스며든다.
출처: 영화 <미드 90> 스틸컷
"땡볕! 너도 갈래?"
서클의 입단 조건은 명확했다, ‘우리와 똑같이 하며 살 것’. 스티비는 거친 욕설과 도를 넘는 일탈을 일삼는 서클에 온전히 소속되기 위해 정말, 죽도록 노력한다. '멋들어진 보드를 타면서 술과 담배를 하고, 여자를 옆구리에 끼고 틈틈이 섹스를 즐기는 어른'이 되고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활용한다. 서클은 스티비에게 자유이자 꿈이며, 우정이자 사랑이 꿈틀거리는 곳,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절대적인 힘이자 유일한 자부심으로 정의된다. 형의 낡은 보드를 가장 아끼는 노래 테이프와 바꾸고, 위험한 도전을 서클 일원으로 함께하고, 엄마 돈을 훔치는 등 숱한 노력 끝에 스티비는 새 보드와 서클의 일원임을 인증하는 별명, ‘땡볕’을 얻는 데 성공한다. 아이러니하지만 드디어 그도 험악한 세상으로 내던져진, 방황하는 청춘이 된 것이다.
이를 기점으로 과거, 엄마 돈을 훔치기 전에 빗으로 자기 허벅지를 세게 문지르며 자신을 체벌했던 아이는 달라진다. 집 안에서 혼자 고독과 외로움을 피하고자 했던 자학을, 보드를 타는 서클 친구들과 함께 차들이 다니는 도로 위에서 마음껏 행한다. 그들에게 자학은 자학이 아니었다. 그들이 사는 세계에선 당연한 일과였고, 맥없이 흐르는 시간 속의 즐거움이었으며, 자연스러운 경험 축적이었다. "어차피 우린 여기서 이렇게 살다가 죽어, 그러니 그냥 즐겨!" 서클 일원, 존나네의 말처럼, 불합리와 불안정, 불건전함은 곧 삶의 규칙이자 지혜였으니까.
출처: 영화 <미드 90> 스틸컷
서클과의 교류에도 스티비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형의 무시무시한 폭력과 엄마의 강압적인 폭언은 계속됐다. 스티비는 하루빨리 그 누구도 함부로 자신을 건들 수 없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분노를 표출하고, 느껴보지 못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껴야 했으며, 이는 가족을 이해하는 일과 가족과 함께 사는 과정보다 훨씬 중요했다. 그 결과 스티비는 더 위험한 상황 속에 뛰어든다. 한 손에는 담배를, 다른 손에는 술병을 들고 다니며 기꺼이 몸을 땅바닥에 내리꽂는다. 그가 내놓을 수 있는 거라곤 종잇장 같은 몸뿐이고, 친구들과 평생 함께할 수만 있다면 온몸이 부서져도, 심지어 죽을 뻔해도 좋으니까. 스티비의 결연한 목표가 서클 일원들의 삶으로 연결되고 흡수되자, <미드 90>은 기다렸다는 듯 스티비에서 멈추지 않고 서클 개개인이 가진 속사정을 이야기 곳곳에 털어놓는다.
레이, 존나네, 4학년, 루벤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면서, 동시에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중이다. 영화는 서클 활동을 통해 이들이 사실 자기 미래를 향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음을 설명한다. 사회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보호받고 도움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발적으로 탈출해 자기와 같은 동족을 만나, 새로운 가족을 결성한 이들을 응원한다. 세상 밖으로 나온 스티비의 필연적인 성장통과 서클 친구들의 내일을 향한 의지를, 넘어지고 깨져도 끝끝내 일어나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는 스케이트보드로 전달한다. 또한 서클 이야기를 비행 청소년들의 사건 사고로 치부하지 않고 사회가 낳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임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 문제투성이인 서클이 이들의 유일한 안식처로 이해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고, 스티비가 보드를 타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는 장면이 등장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안도감에 씁쓸한 미소가 지어지는 이유이다. 이후 스티비는 존나네의 음주운전으로 크게 다치고 만다. 그러나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친구들의 우정과 연대에 활짝 웃는다.
출처: 영화 <미드 90> 스틸컷
영화 속 어른들은 행동하지만, 서클의 멈추지 않는 보드 질주에 한없이 무력하게 비친다. 도로의 무법자들을 막는 일과 비행 청소년과 자기 아들을 구분하는 일에 급급할 뿐이다. 하지만 <미드 90>은 어른을 절대 생략하지 않는다. 방관자든 제삼자든 구경꾼이든 상관없이 보드를 타는 서클 주변에 항상 위치하게 하고, 두 세계를 한 화면에 담는다. 본 영화가 시각적으로 더욱 의미 있는 건 서클의 성장통을 단독으로 노출하지 않고, 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혼란을 매 순간 함께 보여주기 때문이다. 목적은 당연히 두 세계의 통합. 영화는 그 귀중한 결과를 마지막 장면에 수놓는다. 병원에 입원한 아들을 찾아온 서클을, 아들의 진정한 친구들로 받아들이는 스티비 엄마의 깊은 이해와 따뜻한 눈빛으로 말이다.
<미드 90>은 그 나이를 겪어야만 하는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그린 작품이다. 성장을 위해 방황을 필수적으로 엮었고,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이들의 모습을 따스하게 비췄다. 이따금 현란하고 화려한 보드 곡예가 눈물짓게 하는데, 우린 이미 이 눈물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시작됐지만 끝은 알 수 없어 고통스러웠고 또 다행스러웠던 우리의 그때를, 그 간절했던 순간들을 잊었을 리 없으니까‥. 단언컨대 <미드 90>이 단순히 가혹하기만 한 영화였다면, 많은 이가 자전적 얘기를 담은 조나 힐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에 무한한 찬사를 보내진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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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3주 차, 최신 씨네 뉴스
광복절에 개봉한 <오펜하이머>가 벌써 70만명을 돌파했다고 하는데요!
한국인들의 크리스토퍼 놀란 사랑이 대단합니다..! 반면 정우성 배우의 첫 연출작 <보호자>는 언론과
국내 감독들의 호평에도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영화, OTT소식 같이 알아볼까요?
<보호자> 박스오피스 7위, 이틀 내내 부진한 성적
배우 정우성의 연출 데뷔작 <보호자>가 흥행 부진의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주말에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오펜하이머>에 관객이 몰리면서 <보호자>는 지금까지 5만여 명의 관객수를 기록했고, 현재 추세라면 20만 명도 채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오펜하이머> 첫 날 55만명 1위
한국인이 사랑하는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공개 첫 날인 광복절 휴일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끌어모았습니다.여름 극장가 선두주자였던 영화 <밀수>의 오프닝 스코어 31만 명을 뛰어넘는 놀라운 흥행 저력을 실감케 합니다. 또한 이 수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작품의 역대 최고 오프닝 기록을 갈아치운 성적이기도 합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 7일 만에 관객 200만 돌파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가 개봉 7일 만에 누적 관객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김숭늉 작가가 2014년에 내놓은 웹툰 <유쾌한 왕따> 2부인 <유쾌한 이웃>이 원작으로 연출은 <잉투기> <가려진 시간>등을 만든 엄태화 감독이 맡았습니다
디즈니+, 가입자 수 감소 속 가격 인상
디즈니플러스 구독자 수 감소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가격을 인상하고, 비밀번호 공유 단속에도 나섰습니다. 월트디즈니는 오는 10월12일부터 광고 없는 디즈니플러스의 구독료를 기존 요금에서 3달러 추가한 월 13.99달러(약 1만8400원)로 인상합니다. 디즈니플러스는 지난해 12월에도 가격을 월 7.99달러에서 월 10.99달러로 올린 이력이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 걸작 10편 극장상영
전설의 배우이자 감독인 찰리 채플린의 대표작을 아트나인에서 16일부터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2023 찰리 채플린 특별전’ 행사에서 영화 <키드> <파리의 연인> <황금광 시대> <서커스> <시티 라이트>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살인광 시대> <라임 라이트> <뉴욕의 왕> 총 10편이며
오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허진호 감독 <보통의 가족> 토론토국제영화제 진출
영화 <보통의 가족>은 서로 다른 신념의 두 형제 부부가 우연히 끔찍한 비밀을 마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토론토 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 공식 초청받았습니다. 허진호 감독, 설경구·장동건·김희애·수현 등의 배우들이 토론토 국제영화제 참석을 확정하며 영화제에서 최초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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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이 찾은 작은 희망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모든 동물의 본능과도 같다. 아주 가까운 자식은 그런 돌봄을 받는 가장 기본적인 존재다. 아이를 키우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챙겨준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교류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정을 쌓아간다. 그 모든 과정은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끝이 나는 듯 하지만 그 아이가 또 다른 가정을 만들면서 다시 비슷하면서 다른 과정이 시작된다. 세대와 세대를 지나면서도 변하지 않는 이 과정은 아마도 모든 동물들이 자라면서 교류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들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지키고 돌보려고 하는 존재가 밥을 먹고 자신과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떤 심적인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계속 그 어떤 존재를 돌본다. 아이가 자라면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키우거나 식물을 키우며 무언가와 끊임없이 교류한다. 그렇게 무언가를 돌보는 행위 자체가 인간이 가진 하나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 큰 자식이 자신의 품을 떠나 독립할 때, 약간의 허무함과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일 것이다.
오존 파괴로 혼자 살아남은 주인공 핀치와 로봇 제프의 이야기
영화 <핀치> 속 주인공 핀치(톰 행크스)는 지구 오존 파괴로 거의 파괴된 지구에 살아남은 사람이다. 영화 초반 화면 속의 핀치는 낮에 특수한 장비를 입고 밖에서 활동을 하고, 밤에는 그나마 안전한 실내에서 생활한다. 주변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작은 로봇과 개 한 마리가 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개발자였던 그는 제프(칼레 랜드리 존스)라는 새로운 로봇을 개발한다. 그 외에 등장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지구 종말의 상황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핀치의 생활이 영화에 담긴다.
새로운 로봇인 제프는 많은 지식을 전송받긴 했지만 실제로 걷고, 활동하는 것에 아직 교육이 필요한 존재다. 핀치는 제프를 교육시키고 알려주면서 폐허가 된 세계에서 그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그러니까 제프는 핀치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개를 돌보면서 남은 삶을 겨우 살아내고 있다.
핀치가 키우는 개는 '굿이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굿이어는 우리가 아는 여느 개처럼 정이 넘치고 인간 주변을 맴돌며 온기를 만든다. 핀치는 그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핀치가 로봇 제프를 만들어낸 궁극적인 이유 자체도 자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굿이어를 돌볼 수 있는 존재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제프는 그런 핀치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지만, 핀치는 자신이 만든 로봇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또 돌본다. 그저 바보 같은 인공지능 로봇에 불과했던 제프의 변화과정이 영화의 중반 이후부터 담긴다.
사실 영화 <핀치>의 중심인물은 핀치가 맞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핀치보다 제프의 영화로 보인다. 제프의 탄생부터 그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하나씩 보여주는 영화 속에서 제프는 그저 감정 없는 로봇이라기보다 하나의 인간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존재로 보인다. 그가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고, 또 실수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자 서사이다. 제프는 뭘 해도 서툴러 보인다. 실수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더욱 인간미가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온기가 느껴진다면 그건 모두 제프의 서툴고 어색해하는 그 모습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로봇 제프의 따뜻한 성장기
이 영화에는 악당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보호막이 사라진 지구의 환경이다. 환경이 만들어낸 토네이도와 폭풍은 아주 짧은 시간 이어지지만 아주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악당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보다는 핀치가 그토록 보살피고 지키려는 노력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데 좀 더 관심이 있다. 마치 부자 관계처럼 보이는 핀치와 제프가 서로 주고받는 대화들이 조금은 척박한 화면과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주인공 핀치 역을 맡은 톰 행크스는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인물을 다시 한번 연기한다. 과거 <캐스트 어웨이>에서 그랬던 것처럼 혼자 등장해 개와 로봇과 벌이는 그의 연기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이번엔 로봇 제프라는 존재가 있어 어느 정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고, 유머도 포함되어 있어 시종일관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든다.
이 영화를 연출한 미구엘 사포크닉 감독은 과거에 <리포맨>(2010)이라는 SF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다. 또한 <얼터드 카본> 같은 드라마 에피소드 연출하는 등 SF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핀치>는 지구 종말의 분위기 속에서 따뜻함을 담았는데 그 따뜻함이 누구도 아닌 차가운 이미지의 로봇에게서 느껴진다는 점에서 특이한 점이 있다.
영화 속 핀치가 돌봐주었던 굿이어를 위해 만든 로봇 제프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 되어간다. 그가 핀치에게 배운 것처럼 그는 어떤 존재를 똑같이 돌보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가 과연 굿이어와 교류를 하게 될지, 굿이어가 로봇이라는 차가운 존재를 받아들일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영화 <핀치>는 애플 TV에 공개되어 있다.
*영화의 스틸컷은 [IMDB]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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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로애락이 교차되어 빛나는 삶의 순간
2007년 장편 데뷔작 ‘모두 용서했습니다’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 세자르상 최고데뷔작상 후보에 올랐고,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2009년 ‘내 아이들의 아버지’,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한 2015년 ‘다가오는 것들’ 등 섬세한 연출로 사랑받는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여덟 번째 장편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을 보고 왔습니다. 2021년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오가는 ‘베르히만 아일랜드’로 칸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에 오른데 이어 마침내 제75회 칸영화제 독립 부문 감독주간 최우수유럽영화상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프랑스 대표 감독으로 우뚝 선 그녀의 최신작이죠.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담는 그녀의 시선 덕분에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확보해 지난 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이 밖에도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며 작품성과 화제성을 다시 한번 보여준 작품입니다. 근래 극장가가 조용한데, 얼마나 관람하실지 궁금해지네요. :)
※ 최대한 자제하였으나 일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니다.
“요양원의 할아버지보다 이 책들에서 할아버지가 더 느껴져”
시놉시스: 여덟 살 난 딸, 투병 중인 아버지와 파리의 매일을 살아가고 있는 산드라는 어느 날 오랜 친구 클레망을 만나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서 삶은 계속되고 때로는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하지만 아침은 여느 때와 같이 찬란하게 찾아온다.
예고편│Trailer
원제: Un beau matin, 영제: One Fine Morning│감독·각본: 미아 한센-로브
출연진: 레아 세이두, 멜빌 푸포, 파스칼 그레고리, 니콜 가르시아, 카미유 르방 마르탱 외 多
장르: 멜로/로맨스, 드라마│상영 시간: 113분
국가: 프랑스, 영국, 독일│등급: 15세 이상 관람가│수입·배급: 찬란
평점: 평론가 7.0, 왓챠피디아 3.3, 로튼토마토 신선도 92% 팝콘 69%, IMDB 7.0, 메타 스코어 86점
개봉일: 2023년 9월 6일
“삶은 어디에나, 언제나 존재한다”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스타일이 늘 그러했듯, 이번에도 파리에 사는 주인공 산드라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희로애락을 이끌어냅니다. 우리의 인생이 그렇듯, 동전의 양면처럼 한쪽은 상실과 슬픔이 존재하고 다른 쪽에는 사랑과 행복이라는 상반된 감정선이 흐르는 그녀의 모습에 빠져들 수밖에 없죠. 자전적 경험을 확장시키는 그의 스타일상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을 상기시키는데, 이번에도 ‘베르히만 아일랜드’ 집필 이후 깊어지는 아버지의 병세에서 영감을 얻어 직접 깨달은 가치와 진심을 담은 스토리는 더욱 친밀하게 와닿습니다.
한동안 ‘007’ 시리즈, ‘프렌치 디스패치’, ‘프랑스’, ‘디셉션’, ‘내 아내 이야기’까지 뇌쇄적이고 몽환적이며 혹은 화려하고 강렬한 인물을 연기했던 프랑스 대표 배우 레아 세이두는 주인공 산드라로 변신해 자신의 가치를 빛냅니다. 아주 일상적이고 평범한 캐릭터를 맡아 몸짓과 표정 하나하나까지 생생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그녀가 겪는 슬픔을 더 가까이 느끼게 해줍니다. 기본의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듯 수수한 스타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싱글맘으로 변신해 매 순간 변화를 맞이하는 산드라의 심경을 전달합니다. 배우 본연이 가진 신비로운 눈빛과 말투가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감정의 연장선을 더욱 깊게 연결해 주는 듯했습니다. 그만큼 산드라로 분한 레아 세이두의 연기가 친근함, 그 이상을 이끌어낸 것이라 생각됩니다.
누구나 경험하는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삶에서 찾은 작은 변화로 상실의 빈자리를 극복해 가며 조금씩 성장해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완성한 영화 어느 멋진 아침이었습니다. 일과 가족, 사랑 사이에 놓인 평범한 일상이 담긴 인생의 한 페이지를 통해 여러 순간들을 거쳐 위로와 희망을 얻고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고 있죠. 노쇠한 아버지를 향한 상실감, 새로운 연인 클레망과의 사랑 등 쓰디쓴 인내의 시간을 지나 다시 행복이 찾아올 것이라는 내일을 향한 기대와 위로를 전하면서 말입니다. 관객과 함께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을 공유하는 미아 한센-러브, 다음엔 또 어떤 장면을 담아줄지 기대해도 좋을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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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스타일 리메이크 / 로코의 정석 /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진영 다현 / 대만 원작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없지만 엔드크레딧과 함께 사진들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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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존 도우> 예고편
신원 불명의 시체 이른바 “존 도우”가 병원 영안실로 들어온 후 갑자기 되살아나고 병원은 공포에 휩싸인다. 정신과 전문의 다니엘이 그를 맡게 되고, 그가 기억을 되찾아갈수록 주변에 이유를 알 수 없는 죽음이 늘어난다. 죽음 저편에서 존 도우의 몸을 빌려 세상에 침입한 존재가 이 세상을 죽음으로 채우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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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션 임파서블: 루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마네의 ‘올랭피아’ 도난 사건이 발생하고,
연이어 폴 고갱의 ‘과일을 든 여인’, 반 고흐의 ‘우편배달부 조셉 룰랭의 초상’,
피카소의 ‘책을 든 여인’, 에드워드 호퍼의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까지…
세계 곳곳에서 유명 명화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범인은 바로 심리치료사 루벤과 그의 환자 미미, 페르난도, 조, 브루노!
루벤이 명화 속 주인공들에게 공격당하는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자
다 함께 문제의 예술작품 13점을 훔치기 시작한 것!
하지만 마지막 작전을 앞두고 사립탐정 코왈스키에게 덜미가 잡히고
현상금을 노리는 킬러들에게 쫓기기 시작하며 예기치 못한 위험에 빠지는데…
남은 명화는 단 하나!
마지막 한탕을 위한 팀 루벤의 미션 임파서블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