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2024-10-04 10:37:38
[BIFF 데일리]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영화 <청설> 리뷰
[BIFF 데일리]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
영화 <청설> 리뷰
줄거리
손으로 설렘을 말하고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는, 청량한 설렘의 순간 대학생활은 끝났지만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 고민하던 ‘용준’(홍경). 엄마의 등쌀에 떠밀려 억지로 도시락 배달 알바를 간 ‘용준’은 완벽한 이상형 ‘여름’(노윤서)과 마주친다. 부끄러움은 뒷전, 첫눈에 반한 ‘여름’에게 ‘용준’은 서툴지만 솔직하게 다가가고 여름의 동생 ‘가을’(김민주)은 용준의 용기를 응원한다. 손으로 말하는 ‘여름’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잘 듣기보단 더 잘 보고 느끼려 노력하지만, 마침내 가까워졌다 생각하던 찰나 ‘여름’은 왜인지 자꾸 ‘용준’과 멀어지려 하는데…
감독: 조선호
출연: 홍경, 노윤서, 김민주
유난스러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쌀쌀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길목. 영화 <청설>이 여름, 가을 자매. 용준과 함께 부산을 찾아왔다.
영화를 보기 전엔 ‘누가 봐도 여름에 딱 맞는 영화인데 왜 이 애매한 시기(정식 개봉은 11월)에 관객들을 찾아온 걸까’ 싶은 아쉬움이 있었지만, 스크린을 가득 채운 싱그러운 여름과 배우들의 말간 얼굴은 이 아쉬움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걸로도 모자라 사뭇 차가워진 공기에 풋풋하고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모든 청춘 배우들에게 바라는 점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데뷔 초 또는 20대에 꼭 풋풋한 청춘 로맨스를 찍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다시 돌아보기 부끄러울 만큼 오글거리는 청춘물도 좋고 올타임 레전드로 남을 로맨스를 찍어준다면 더 좋다.
올해 나이 29세로 (촬영 당시엔 28세) 마지막 20대를 보내고 있는 홍경 배우는 <청설>을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20대 사랑 이야기’라고 하며 이 영화를 내보이게 된 게 굉장히 긴장되고 설렌다고 언급했다.
<청설>속 용준은 그의 긴장과 설렘을 그대로 안고 부드럽고 예쁘게 피어난다. 그리고 앞서 <20세기 소녀>로 부산을 찾았던 노윤서 배우와 첫 청춘 영화 필모그래피를 쌓은 김민주 배우는 여름, 가을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해사한 웃음을 흩뿌리며 앞으로 두 배우가 보여줄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청설>은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다. 떠오르는 젊은 배우들의 여름 청춘 로맨스라. 누구나 좋아할만 하지만 자칫하면 무색무취의 영화가 될 위험이 있는 소재를 선택한 이 영화의 차별점은 사랑을 뻔하게 전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극의 주인공인 여름, 가을, 용준이 서로 수어를 통해 소통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말과 감정은 목소리가 아닌 손과 표정을 통해 표현되는데, 배우들의 빛나는 눈과 유려한 손끝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은 그 어떤 사랑고백보다 담백하고 진실하며 또 새롭다.
일렁일렁 찾아온 사랑
용준과 여름, 가을의 이야기는 텅 빈 자기소개서와 일렁이는 수영장 물로부터 시작된다. 어떻게 대학을 졸업하긴 했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것을 찾지 못해 자기소개서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용준, 물속에 있는 동생 가을만을 생각하다가 물 밖에 있는 자신을 잊어버린 여름. 두 사람은 가을이 희망차게 물길을 가르고 있는 수영장에서 처음 만난다.
용준은 수영장 입구에 들어오는 순간 반대편에 서있는 여름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일렁이는 수영장 물처럼 용준의 마음에도 일렁일렁 사랑이 찾아온다. 수영장을 뒤로하고 밖으로 나온 용준은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난듯한 설렘을 느끼며 열심히 여름을 향해 나아간다.
영화가 담고 있는 관계, 소통에 대한 메시지 또한 중요하지만 가볍게 훑어만 보더라도 일단 <청설>은 정말 예쁘고 풋풋한 작품이다. 따사로운 여름 햇볕과 초록 잎에 둘러싸인 용준과 여름의 모습, 그들의 반짝이는 눈만 바라보더라도 ‘아, 청춘이다’ 싶은 감탄과 만족감이 자연히 차오른다.
사랑, 서로의 세상을 이해하는 것
용준은 외동아들, 여름은 떨어져사는 부모님을 대신해 수영 선수가 꿈인 동생 가을을 보살피는 언니다. 용준은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고 여름은 손으로 감정을 표현하며 소통한다.
용준은 이 환경과 소통 방법의 차이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다. 조금 다르면 어떤가. 똑같은 방법을 이용하면서도 소통이 안돼 싸우는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한데! 용준은 중요한 건 진심이고 자신이 조금 더 배려하고 조심하면 이 또한 극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름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용준, 여름. 그리고 가을과 그들의 가족들이 가진 고운 배려심은 소통의 부재와 오해를 낳기도 한다. 수어를 사용할 줄 아는 용준은 다른 이들보다 여름, 가을 자매를 더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용준과 여름 사이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여름, 가을 자매 역시 서로를 위해 노력하지만 털어놓지 못할 부채감을 갖고 있다.
영화는 이들의 마음속에 꼭꼭 숨겨진 진심과 온전한 이해라는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달려간다. 서툴고 어색하지만 용준, 여름, 가을은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며 서로의 세상으로 뛰어든다.
홍경 배우는 영화의 원작 소설을 읽은 후 이 이야기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나 또한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 서로의 세상을 단단하게 구분 짓고, 같은 세상에 살면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실수와 아픔이 넘치는 이 시대에 <청설> 같은 영화는 꼭 필요하다.
풋풋한 온기를 담은 영화 <청설>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만나볼 수 있으며 11월
6일 극장을 통해 정식 개봉할 예정이다.
[상영 시간]
10월 4일(금) 16:00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10월 9일(수) 17:30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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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의 정치적 상황 속 해체를 감당하는 가족
클라우디아 레이닉 감독의 <퀸즈>는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국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하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최초 상영을 했다. <퀸즈>는 균열이 있는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또. 딸과 아빠의 여행과 일탈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애프터 썬>과 유사점을 보인다. 하지만 <퀸즈>는 그보다 깊게 페루의 당시 역사적 환경을 보여주며, 그 속 시민들이 처한 환경을 시사한다.
집을 떠나 사는 아버지는, 딸들과 유대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고, 그 연장선으로 딸들의 불신을 얻는다. 그런 아빠가 딸들과 함께 바다로 떠나는 행위는 ‘일상에서 멀어지는 일’이 된다. 당시 페루의 환경과 일상에서 벗어나며, 두 딸과 아빠는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일상에서 멀어지는 것이 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1990년대 페루의 역사적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2년, 페루의 54대 독재자 후지모리는 친위 쿠데타로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다. 10년여간 탄핵이 될 때까지 10년 3개여월 동안 재임하며 권위주의적, 반인류적 독재 정치를 자행했다. 후지모리는 일명 콜리나 부대를 창설해 민간인 50여명을 학살했고,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는 등의 부패를 거행했다. 이중국적이었던 후지모리는 일본으로 도주하지만, 결국 페루로 송환되고 징역 25년 형을 선고받는다. 하지만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는 2011년, 2016년에 페루 대선에 진출하며, 반성하지 않고 있는 후지모리 일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1990년 페루 독재의 형태, 그로 인해 민간인들이 위협당하는 모습이 <퀸즈>에서도 등장한다. 카를로스는 당시의 경제적 침체로 인해 택시 기사의 일을 하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벌이를 하지 못한다. 가족들에게 돈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를 당하는 그가 선택한 거래 방식은 ‘타이어 물물 교환’인데, 이는 누군가의 차에서 훔친 타이어였다. 훔친 타이어도 화폐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당시의 경제적 침체를 볼 수 있다. 또한, 영화 속 등장하는 당시 독재 정치의 잔상은 통금 시간에서 가장 크게 나타난다. 통행 금지 시간이 정해져 있어, 밤 늦게 거리를 다니기 위해서는 ‘취한 사람인 척’해야 했으며, 이는 총을 맞을 위기까지 가져오는 행위로 묘사된다.
딸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아빠 카를로스와, 혼란스러운 페루를 떠나 띨들과 이민을 갈 계획을 세우는 엄마 엘레나의 대립이 종결되는 사건 또한 통금 시간으로 발생한 사건에서 종결된다. 두 딸은 엄격한 엄마에게서 도망쳐 아빠를 찾는다는 이유로 집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 과정에서 둘은 통행 금지 시간을 어기게 되는데, 두 딸은 군인들의 성적 희롱 대상이 되며, 결국 군인에게 끌려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밤을 샌다. 미국으로 떠나는 것을 고집하던 엘레나는 딸들이 집을 떠난 이유가 ‘아빠를 찾는다’는 이유 때문이었기에 페루에 남기를 택한다. 아빠를 필요로 하는 딸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딸들이 정치적 환경으로 인해 위험한 사건을 겪었기 때문’에 딸들을 미국으로 보내고자 한다. 딸과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미성년자 출국 동의서를 작성해 주지 않던 그의 변화가 발생하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엘레나는 가정부를 고용할 정도로 재력이 있는, 페루에서도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가정을 꾸리고 있음에도 이러한 경험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카를로스-엘레나 가족의 형태는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딸들을 생각하는 것은 여느 부모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시사하는 지점이 바로 이 사건이다. 엘레나는 아빠와 헤어지길 원치 않는 마음으로 미국에 가기를 포기하고, 카를로스는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자라길 바라는 마음으로 미국에 가는 것을 동의한다. 하지만 결국 미국에 가게 되는 딸들과 엘레나의 모습은, 정치적 사랑은 가족의 물리적 거리가 멀어짐을 고사하고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다. 이들이 처한 국가의 모습에 일종의 굴복을 하는 모습은 씁쓸한 면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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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으로 둘러쌓인 세계에서 기대한 사랑
거짓으로 둘러쌓인 세계에서 기대한 사랑
영화 <무뢰한>
감독] 오승욱
출연] 전도연, 김남길, 박성웅
시놉시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스포일러 유의#
느와르라는 장르를 선택한 멜로
언더커버, 살인, 경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영화 무뢰한이 느와르 장르를 표방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본 이들 중에서 과연 무뢰한을 느와르 영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 느와르는 정재곤와 김혜경의 멜로를 위해 장르적으로 느와르라는 조미료를 조금 섞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살인마 박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이 일하는 술집의 언더커버로 들어가면서 밤에 만나는 화려한 혜경이 아닌 모든 일이 끝나고 아침 해와 함께 평범한 여성으로 돌아가는 혜경을 목도하면서 그녀가 가진 삶의 무게와 상처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된다. 자신 역시 현재 자신의 상황이 범죄자와 형사의 갈림길에서 그 정체성을 스스로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흔들리는 혜경을 보며 자신을 보는 것과 같은 측은함과 여성으로서의 매력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특히, 서로의 몸에 난 상처들을 공유하면서 그 상처가 전혀 아름다운 기억이 아님을 알게 되고 서로의 아픔을 말없이 이해해줄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그 둘은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기 시작한다. 하지만 정재곤은 경찰로서 박준길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사살을 하게 되고, 이를 목격한 김혜경은 배신과 분노에 치를 떨며 다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간다. 그렇게 다시 조우한 정재곤과 김혜경. 재곤은 혜경에게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자신은 배신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그런 그에게 혜경은 칼을 찌르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이처럼 영화 무뢰한 정재곤과 김혜경이라는 캐릭터가 서로를 경계하다가 잠시 공감하고, 그리고 한 사건으로 인해 헤어지는 어찌보면 사랑과도 같은 그 이야기를 느와르라는 장르를 통해 표현을 해내고 있었다.
확답을 하지 않는 영화
많은 이들이 후기에서 이렇게 찝찝할 수가 없다며 영화평을 남기곤 했었다. 결말 부분만 봐도 김혜경의 칼에 찔린 정재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결론을 내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사실 영화 속 두 남녀, 정재곤과 김혜경 사이에서도 그 관계를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애매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이 둘이 과연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언더커버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그런 감정을 꾸며내는 것인지 처음봐서는 도통 알 수 없는 애매한 대사들로 영화는 진행된다. 이러한 애매함과 오묘함 때문에 감정선을 제대로 캐치하고 싶은 사람들은 결국 N차 관람을 이어나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를 반복해서 보다보면 대사에서 가려져 있던 캐릭터의 심리가 행동을 통해서 그리고 한 프레임에 잡히는 구도를 통해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 캐릭터가 현재 어떤 상태이고 상대방이 던진 질문에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캐치할 수 있다. 재곤과 혜경의 첫만남 후 해장국 집에서 대화를 나누던 그들이 거리로 나왔을 때, 서로에게 경계심을 품고 있을 때는 한 프레임 속에서도 여러 장치를 통해 둘 사이에 선을 그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점차 이들이 서로에게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이 둘을 가르던 선은 점차 사라진다. 하지만 재곤의 배신 이후 다시 만난 곳에서는 재곤이 혜경을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선이 등장하지 않지만, 혜경이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재곤을 선 밖에 두고 있다. 특히 칼을 들고 나가며 재곤과 조우할 때는 그림자 속에 있는 혜경과 빛 속에 있는 재곤과 같이 뚜렷한 구분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아마 혜경은 재곤의 행동을 배신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대한 존재에 환멸을 느끼고 있었지만 혜경을 알게된 순간부터 재곤은 자신은 일로써 해야할 행동을 했을 뿐 혜경에게만큼은 진심이었음을 알려주는 장치가 아니었을까 하는 나름의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둘은 순수한 사랑에 목말라 있었다.
그럼에도 확실하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두 주인공, 정재곤과 김혜경은 사랑에 목말라 있는 인물들이었다. 경찰로서 재곤은 다양한 범죄자를 만나며 그들의 거짓말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자신 역시 그들과 비슷해지진 않을까 하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으면서, 아내와 이혼을 한 상태다. 그리고 김혜경 역시 마담으로서 웃음을 팔며 다양한 사람들의 거짓에 노출되고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박준길이 자신으로 인해 살인을 저질렀다는 죄책감과 자신의 돈으로 도박을 하며 돈을 다 잃어버린 그에 대한 답답함을 가지고 살아간다. 이 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들의 환경이 거짓으로 둘러쌓여 있었다는 점이다. 그러한 거짓 속에서 재곤과 혜경은 서로에게 비슷한 상처와 아픔이 있음을 알게 되고,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이 아닌 그저 인간 정재곤과 인간 김혜경으로서 순수하게 서로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특히, 정재곤은 경찰이라는 직업적인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오히려 이영준이라는 새로운 인물로서 자신을 감추면서 이 변화가 오히려 정재곤에게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일깨우게 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서로의 정체를 숨기고 그저 대화를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친목을 다지는 가면무도회 속의 사람들처럼 말이다. 그렇게 자신 곁으로 온 혜경에게 재곤은 우리 함께 살까? 라며 혜경의 마음을 떠보자 해경은 ‘진심이야?’하면서 영화 속에 가장 행복한 미소와 기대감을 표현한다. 하지만 바로 재곤은 ‘그걸 믿냐’며 자신이 표현한 진심을 다시 쓸어담자 혜경은 활짝 열렸던 마음을 황급히 닫으며 그저 잡채를 먹을 뿐이었다. 이 장면에서만 봐도 혜경이 얼마나 순수하게 한 남자와의 사랑을 원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 기대에 재곤은 형사로서 언더커버였음 밝힘으로써 져버리게 되고, 더욱 큰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혜경은 자신의 순수함을 짓밟은 재곤에게, 그리고 순수했던 자신에 대한 분노를 칼로 재곤의 배를 찌르며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칼에 맞은 재곤은 그녀를 향한 마음만은 진심이었기에 상처를 감추며 동료 경찰들에게 먼저들어가라는 손짓을 하고 마지막까지 그녀를 지켜준 것이 아닐까 싶다.
영화 무뢰한은 남녀의 오묘한 감정선을 다룬 작품으로, 다시 볼 때마다 보지 못햇던 작은 요소들을 더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다. 다음에 다시 본다면 새롭게 발견한 요소들로 그 감정선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남기는 수작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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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니스 엔드
저니스 엔드
영화를 보다 보면, 어떤 느낌이 올 때가 있다. 이 영화가 그랬는데, 어느 순간, 이 영화는 매우 '개인적'이고 '연극적'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아무 정보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 1차 세계대전이 배경이었고, 영국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것만으로 선택했다.
영화를 다 보고 영화정보를 찾아보니, 내 느낌이 정확하게 맞아서 신기했다. 이 영화는 R. C. 셰리프가 1928년에 쓴 희곡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셰리프는 1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 장교로 참전했으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희곡을 썼다.
잘 알려진 것처럼, 1차 세계대전은 재래식 무기로 싸운 전쟁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전쟁이다. 나중에 2차 세계대전이 이 기록을 깨지만, 불과 20년 사이 무기의 발달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연합군은 4천3백만 명이 참전했고, 사망자와 실종자(사망으로 추정)를 합하면 1천만 명이 넘었다. 즉, 4명 가운데 한 명이 전사한 것이다. 여기에 부상자가 1천2백만 명이었으니 사상자로 보면 4명 가운데 2명은 죽거나 다친 것이다.
동맹국은 2천5백만 명이 참전했는데, 사망자와 실종자가 8백만 명이고, 부상자도 8백만 명 정도다. 사상자가 1천6백만 명이니 통계로 보면 동맹국 군인의 피해가 더 컸다.
군인과 민간인 사상자 수는 당연히 2차 세계대전이 훨씬 많지만, 2차 세계대전의 무기는 1차 세계대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파괴적이었다. 1차 세계대전은 '참호전'이라는 특징으로 말할 수 있다. 전선을 따라 참호를 길게 파고, 진지를 구축한 다음, 적과 대치한다. 서로 막대한 피해를 입으면서 상대 참호를 점령해야 하고, 그렇게 병사들의 몸뚱이를 갈아넣으면서 전쟁은 끝없는 소모전으로 변해갔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문학작품이 많다. 가장 유명한 소설 '서부전선 이상없다'를 비롯해 최근에 개봉한 영화 '1917' 그래픽노블 '1914-1918' 등이 있다. 1차 세계대전을 다룬 책 가운데 존 엘리스가 쓴 '참호에 갇힌 1차 세계대전'을 보면, 이 전쟁이 '참호전'이라는 특징을 얻게 된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이 영화에서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참전 군인 대부분은 참호에서 생활한다. 전선을 따라 길고 복잡하게 만든 참호는 아군의 기지 역할을 하고, 안전한 방어진지이면서, 적을 공격할 때도 빠르게 기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적과 아군의 참호 거리는 불과 50미터여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으며, 상대방에게 심리전 - 음악, 방송 등 - 을 펼칠 수 있고, 심지어 적군이어도 임시 휴전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참호는 안전하지만 매우 비좁고 비가 오면 진흙탕으로 변해 발이 빠져 엉망진창이 되었다. 여기에 쥐가 들끓고, 미쳐 거두지 못한 아군 병사의 시신을 참호 바깥쪽에 땅을 파서 메워 벽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는 참호 생활의 어려움을 매우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 영화가 '개인적'이고 '연극적'이라고 느끼게 되는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그 하나가 참호생활의 묘사였고, 다른 하나는 군인들 - 장교와 사병 - 특히 장교들의 심리상태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롤리 소위는 이제 막 장교 훈련을 마치고 임관한 앳된 소위다. 그는 전방 연대로 전입 인사를 하러 왔다가 사단장을 찾는다. 사단장은 롤리 소위의 삼촌(외삼촌)이다. 이 정도 빽이면 좋은 보직을 받아 안전하게 군생활을 할 수 있겠지만, 롤리 소위는 최전방 대대로 배속해달라고 요청한다. 스탠호프 대위가 대대장으로 있는 그 대대로 꼭 배속을 해달라는 롤리 소위의 부탁에, 사단장도 어쩔 수 없다며 수긍한다.
롤리 소위와 스탠호프 대위는 전쟁 전에 함께 살던 사이였다. 롤리 소위의 집안은 명문가로 부유한 - 아마 귀족일 수도 있다 - 집안이었고, 그런 롤리의 저택에서 관리인으로 일하던 사람이 스탠호프였다. 스탠호프는 전쟁이 발발하면서 입대해 지금은 대위가 되었고, 사단에서 유명한 전설적인 대대장이 되었다.
반면 롤리 소위는 학군장교였다가 최근 8주 훈련을 마치고 이제 막 전방부대로 배속받은 신참이었다. 롤리 소위의 기억으로 스탠호프는 자신보다 나이는 많지만 가장 친한 친구였으며,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롤리, 롤리의 누나와 함께 셋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 추억이 있었다.
프랑스 최전선에서 독일군과 대치하고 있는 대대는 이제 막 직전 부대와 임무 교대를 하고, 앞으로 6일 동안 참호에서 대기하며 독일군의 움직임을 살피고, 방어 임무를 맡았다. 전선은 벌써 몇달 째 교착상태에 있었고, 소문으로는 독일군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될 거라고 하지만, 그런 소문 속에서 이미 몇 달의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롤리 소위는 전쟁 전의 스탠호프를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가 참호에서 본 대대장 스탠호프는 롤리 소위의 기억에 있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전입인사를 하러 온 롤리를 바라보는 스탠호프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친동생 같은 롤리였지만, 최전선에서 만나는 롤리를 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 그의 내부에서 뒤섞이며 심한 내적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눈동자의 흔들림만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스탠호프 대위는 전쟁이 발발한 이후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전설적인 군인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탁월한 지휘관으로, 많은 전투에서 승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가 지휘관으로 누구보다 병사 한 명, 한 명에 대한 애정이 깊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승리하지만, 그만큼 많은 병사를 잃은 스탠호프 대위는, 부하 병사들 한 명, 한 명이 똑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동료가 그렇게 허무하게 주검으로 변하는 장면을 보면서 비통한 감정과 그 감정을 누르고 전투를 치러야 하는 지휘관으로의 냉정함을 유지해야 하는 이성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킨다.
결국 스탠호프 대위는 견디기 힘든 감정을 억누르려 술을 마시게 되고, 거의 알콜중독에 이르게 된다. 롤리 소위가 스탠호프 대위를 만난 이후, 이야기는 스탠호프 대위를 둘러싸고 측근인 부하 장교들과 연대장의 대화, 갈등을 깊이 있게 보여주고 있다.
영국군은 첩보를 통해 3월 21일, 독일군이 공격할 거라는 정보를 얻지만, 확실한 정보를 알기 위해 스탠호프 대대에 독일군을 생포하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스탠호프 대위는 더 어두워진 다음 공격하자고 주장하지만, 연대장은 상급부대에 보고해야 한다며 오후5시에 공격하라고 다그친다. 이는 분명 병사들이 더 많이 죽게 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스탠호프 대위는 연대장에게 반발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친다.
두 명의 장교와 여덟 명의 병사로 침투조를 짜는데, 지휘장교로 스탠호프 대위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고, 가장 친하게 지낸 오스본 중위가 차출되고, 롤리 소위는 자원한다. 그렇게 독일군 생포작전이 시작되고, 열 명의 군인이 독일군 참호로 뛰어들어 독일군 한 명을 생포하는데 성공하지만, 살아돌아온 군인은 롤리 소위와 네 명의 병사였다.
전쟁에서 군인은 그저 소모품에 불과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전투에서 이기는 방법은, 수많은 젊은이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적군을 더 많이 죽이는 방법이 유일했던 전쟁이 1차 세계대전이었다. 그런 잔혹한 전술 앞에서 '인간'을 생각하는 스탠호프 대위의 심정은 갈갈이 찢겨나간다.
참호 안에서 일어나는 장교들의 갈등, 장교와 사병의 갈등은 연극적 요소가 강하다. 스탠호프 대위는 마치 햄릿처럼 보인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전쟁에 끌려들어온 '개인'이며, 명분이라고는 오로지 '국가의 이익'인데, '국가'는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지 명확하지 않다. 단지 '애국심'만으로 명분을 찾기에는 이 전쟁의 참혹함과 잔혹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개개인에게 깊은 내면의 상처를 입히고 있다.
스탠호프 대위의 대대가 참호로 들어간 지 나흘째 되는 날, 독일군의 총공격이 시작된다. 나중에 알려지지만, 이날의 공격은 독일군의 '춘계 대공습'으로 기록되었고, 단 사흘의 전투로 양쪽에서 무려 7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독일군의 포격으로 롤리 소위는 등에 부상을 입고 스탠호프 대위가 보는 앞에서 죽음을 맞는다. 스탠호프 대위는 포탄이 어지럽게 터지는 참호에서 전사한 병사들을 바라보며 망연자실한다. 그렇게 참호에 있던 영국군 대대는 전멸한다. 포연이 그치고, 전멸한 영국군 사이를 걷는 독일군은 방독면을 쓰고 있다. 1차 세계대전에서 독가스를 썼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인되었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스쳐가듯 잠깐 독일군이 방독면을 쓴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전쟁의 참혹성을 알리고 있다.
전투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극한 상황이라 결코 낭만적이지도, 인간적이지도 않다. 죽음과 삶의 경계가 없고,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군인은 거의 본능적으로 행동하게 된다. 이런 대규모 살상전에서 살아남은 것이 기적이고 우연이라면, 전사한 병사 역시 그의 죽음은 우연일 뿐이다. 문제는, 인간의 존재가 이런 불분명한 명분 때문에 도구로, 소모품으로 소모되고 있다는 딜레마를 스스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병사 개개인은 전쟁의 거대한 구조를 깨뜨리지 못한다. 결국 구조의 틀에 갇힌 개인은 자신의 삶, 생명을 지키지 못하고, 죽음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가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며, 이런 모순과 갈등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인 것이다.
이 영화는 1차 세계대전이 배경이지만, 인간의 존재와 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인간들 사이의 갈등, 내면의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어 보편적 공감을 끌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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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기에 도전하는 쾌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받아 참석한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의 시사회 관람 후기입니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60대 여성 '낸시(엠마 톰슨)'. 교직에서 퇴직하고 아이들마저 성인이 되어 자신을 떠나 홀로 남게 되자 그녀는 처음이지 마지막으로 인생의 숙원이었던 버킷리스트를 실천에 옮기기로 결심한다. 단 한 번도 섹스에 만족해 본 적이 없으니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성관계를 갖기로 한 것. 그런 그녀의 앞에 젊고 매력적이며 자신의 일에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맥)'가 나타난다. 마침내 버킷리스트가 현실이 되려는 찰나에, 긴장해서인지는 몰라도 낸시는 리오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리오도 유려하게 답하며 그 대화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대화가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두 남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생의 방향성을 둘러싼 고민에 직면한다.
8월 11일에 개봉하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여러모로 놀라운 영화다. 수많은 영화팬들에게 익숙한 대배우 엠마 톰슨이 처음 노출 연기에 도전한 작품이자, 성매매자들의 이야기를 양지에서 다루는 영화이기도 하고, 성을 사는 이가 중년 여성이고 파는 이가 청년 남성이라서 거듭 예상을 빗겨나가는 영화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 어떤 작품보다도 선정적이고 논란으로 가득한 영화일 것 같다고 느낌을 받는 것도 자연스럽다. 그러나 첫인상만으로 평가받기에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를 관통하는 주제의 가치가 눈에 밟힌다. 이 작품은 단순히 성매수자와 성매매자가 네 차례에 걸쳐 만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상 밖의 사람을 만나 수십 년간 자신을 감싸고 있던 금기라는 단단한 알을 깨고 나오는 부화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목적이 단지 성적인 만남을 중계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낸시와 리오의 첫 만남에서부터 두드러진다. 카메라가 리오 그랜드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낸시가 아니라, 서비스의 존재 자체에 반응하는 그녀의 모습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남편과 사별한 그녀는 평생 사회의 규칙을 충실히 따른 인물이다. 은퇴한 60대 종교 교사였던 그녀는 대학원에 다니는 아들과 스페인에서 예술을 하는 딸을 하나씩 두고 있고,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결혼 생활을 유지했으며, 자신의 오랜 커리어도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그런 그녀는 리오의 서비스를 예약하면서 두 개의 서로 다른, 그러면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반응을 보인다.
낸시는 우선 섹스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다. 그녀는 섹스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담대하고 솔직히 드러낸다. 그간 자신의 느낌이나 감정 대신 남편의 쾌감만을 우선시했던 그녀는 경험한 상대방의 수나 다양한 체위에 대해 물어본다. 리오의 청산유수 같은 대답을 들으면서 그녀는 완벽해 보이던 자신의 삶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녀는 리오보다 오랜 기간을 살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것들, 그래서 공허한 것들이 많다는 현실을 알게 된다. 만약 그녀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를 그대로 두었다면 그녀를 감싸고 있던 알과 껍질들은 더 강해졌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리오 그랜드를 만나면서 낸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새롭게 눈을 뜬다. 그래서 그간 억압된 삶을 살던 그녀는 리오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크게 변하기로 결심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섹스에 도전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리오를 궁금해한다. 낸시는 수십 년간 자신의 삶을 구성한 원칙과 신념으로 설명할 수 없는 리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더 알고 싶어 한다. 그렇기에 리오를 대하는 그녀의 태도에서는 용기와 결함이 동시에 느껴지고, 깨달음만큼이나 깊은 고정관념과 편견도 함께 드러난다. 낸시는 리오가 숨기려 했던 사적인 정보를 캐내고, 호텔방 밖에서도 만날 수 있는 관계가 되었다고 착각하며, 당당하게 직업을 밝히며 어머니와의 관계를 회복해보라고 말한다. 정작 그녀가 모범적인 삶을 사는 아들을 지루해하고 정반대로 열정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딸을 골치 아파하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녀의 조언은 리오에게 모순적이다.
이는 모든 갈등이 끝난 뒤, 호텔방이 아닌 호텔 커피숍에서 리오를 만난 다음에야 낸시가 난생처음 오르가슴을 경험할 수 있는 이유다. 특히 리오와의 섹스가 아닌 스스로, 자신의 힘으로 오르가슴에 도달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마치 그녀가 섹스로 상징되는 스스로를 향한 억압을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녀가 타인에게 지닌 고정관념과 편견마저도 떨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한 단계 성장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지 섹스와 성매매를 다루는 영화가 아니다. 그것들은 그저 트리거에 불과할 뿐, 성을 비롯한 다양한 금기에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개인들이 비로소 금기를 깨고 자유로워지는 순간을 영화는 진정으로 그려내고 싶어 하는 듯 보인다. 그렇기에 리오에게 이별을 고한 낸시는 거울 앞에서 자신의 벌거벗은 몸을 바라볼 수 있다. 단순히 섹스라는 금기에 갇혀 있지 않고, 60여 년간 살아온 자신의 삶과 자기 자신마저 되돌아보는 것이다.
낸시의 섹스 파트너인 리오 그랜드도 다르지 않다. 그는 사실 상당히 신선한 캐릭터다. 열의를 다해 감정적으로 건강한 쾌락을 주고자 하는 파트너는 스크린에서 쉽게 만나는 인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건강한 성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는 낸시에게 진정한 섹스의 의미를 알려준다. 그는 섹스, 접촉, 쾌락의 관점을 모든 소통으로 확대한다. 섹스는 언제나 대화의 일부이며 친밀감과 교감을 향한 갈망이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되짚어 준다. 비록 그의 직업은 윤리적으로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섹스를 바라보는 리오의 시각만큼은 교과서적으로 건강하고 개방적이다. 그 덕분에 수치심을 느껴야 하고 통제해야 하고 몸을 가꿔야 한다는 규칙 하에서 살던 낸시는 자신의 신체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바뀐다. 사실 리오는 가족들에게 석유 회사에 다니면서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석유 탐사를 하고 있다고 말해놨는데, 이는 리오의 직업과 일맥상통하며 꽤나 섹슈얼한 알레고리처럼 보이기도 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그조차도 낸시와의 만남 이후 자신을 억누르고 있던 또 다른 억압과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이다. 세대가 다르면 섹스와 쾌락에 관한 이해도 다른데, 영화는 이를 놓치지 않는다. 실제로 낸시와의 네 차례에 걸친 만남과 대화, 그리고 갈등은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분기점이 된다. 고등학생 시절 어머니에게 문란한 모습을 보인 후 가족과 의절하며 성적인 수치심을 겪은 바 있는 리오. 이처럼 어머니와 연관된 깊은 상처는 자기 일을 잘할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정체성과 쾌락을 개방적으로 탐색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오에게 낸시와의 갈등과 말다툼은 또 다른 기회가 된다. 그는 본래 자신의 과거사를 고객에게 절대 밝히지 않는다. 다름 사람과의 다양한 육체관계와 소통을 즐기면서도 그 선을 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하지만 낸시를 만난 그는 때로는 규칙을 어기며 인간적 교류를 하고, 그 과정에서 그가 낸시에게 알려주었듯이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온전히 긍정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 자신의 치부라고 생각해서 완전히 단절되었던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펼치고, 리오 그랜드라는 가명 대신 그의 진짜 이름을 알아낸 낸시를 다시 만나며, 본인의 일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한다.
이처럼 두 남녀가 진정한 자신의 몸과 마음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는 그 이야기가 호텔 방이라는 한 공간에서 진행되기에 더욱 흥미롭다. 기본적으로 질감이 느껴지는 푸른 카펫과 소파, 베개처럼 관능성이 느껴지는 가구들의 배치가 눈길을 끈다. 또 그 방 안에서도 나뉘어 있는 공간들의 기능도 흥미롭다. 호텔 방 안의 공간은 크게 소파, 침대, 거울, 화장실로 나눌 수 있다. 이때 소파에서는 낸시와 리오가 서로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침대에서는 모험에 나선 낸시의 과감한 도전이 돋보이는 공간이다. 한편 화장실은 잠시 그들이 호텔 밖 현실을 만나는 공간이자 순간이다. 딸에게 걸려 온 전화를 낸시가 화장실에 받는 사이에 어떻게 하면 더 섹시해 보일까 하고 고민하는 리오의 짧은 고뇌를 담아낸 장면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거울에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마인드의 변화를 새삼 깨닫는 낸시의 사색과 해방의 쾌감이 담겨 있다.
하지만 눈길은 이내 방의 한쪽 면을 모두 차지하는 창문으로 향한다. 두 사람의 만남이 같은 공간에서 반복되더라도, 넓디넓은 창문에 담기는 조명과 풍경의 변화는 마치 외부 세계의 이야기들을 실내 공간 안으로 미묘하게 끌어들이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첫 만남에서는 맑기 그지없었던 창문 속 날씨는 선을 넘은 낸시와 개인사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리오가 다툼을 벌일 때 비로 가득하다. 이처럼 한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은 마치 낸시와 리오의 몸에 대한 비유 같기도 하다. 그들이 어떤 감정과 생각을 투사하느냐에 따라 호텔방은 대화의 공간이었다가 도전하는 공간이고, 갈등하고 싸우는 장소였다가 쾌감으로 가득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들의 몸도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공간적 배경을 활용한 스토리텔링을 보면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참으로 스마트한 영화라고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물론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그 자체로 논란일 작품이다. 소재이자 발단인 성매매를 둘러싼 논쟁의 연장선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작품임에 분명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것들을 둘러싸고 구매자가 판매자의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러나 성은 이야기가 조금 다를 수 있다.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남성과 달리 남성의 성을 구매하는 여성은 자신이 구매자이지만 판매자인 남성에게 우위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과 젠더 권력의 우열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성매매에 대한 전통적인 문제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신선하다. 사실 여성의 신체는 남성의 신체보다 자주 스크린에 전시되고 소비된다. 그런데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남성의 성과 신체를 판매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 문화적 서열을 역전시킨다. 덕분에 성매매를 둘러싼 옹호와 부정 사이에서 성매매를 매개로 만난 두 남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틈이 생겨난다. 물론 시작점이 성매매이기에 그 관계 자체가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는 것은 여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호불호를 이유로 눈길을 안 주기에는 금기 내지는 성역이라 여겨지는 소재를 이용해 보편적인 삶의 자세와 태도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도전적인 스토리텔링의 맛이 찰진 것도 사실이다. 소피 하이드 감독이 데뷔작 <52번의 화요일>로 제30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과 제6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수정곰상을 받은 이유가 새삼 느껴지기도 한다.
A(Acceptable, 무난함)
발칙한 소재를 끝까지 끌고 가는 뚝심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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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 스포일러 有
#시놉시스
인기 많은 젊은 정치가와 그의 유능한 비서 사이의 기묘한 관계를 취재하게 된 신문기자가 그들에게 숨겨진 과거가 자신의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펼쳐지는 스릴 휴먼 서스펜스극
🎵BGM : 드래곤 포니 - 꼬리를 먹는 뱀 (Ouroboros)
https://www.youtube.com/watch?v=axcHmayliNM
#끝없는 반전 속에서 찾는 진실
웃는 마트료시카는 끊임없이 반전을 거듭하는 전개로 시청자를 끝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하지만 단순한 반전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다.
#반전의 연속, 그리고 그 의미
처음에는 충격적인 반전들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점점 반전이 반복될수록 '이번에도 반전이겠지..'하는 체념의 태도로 변하게 된다. 이처럼 많은 반전을 이야기 전개의 장치로 활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시청자들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야기의 본질적인 구조 체제가 반전 속에서 작동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마치 '마트료시카 인형'처럼 겉을 벗겨도 또 다른 반전이 존재하며, 이는 권력과 시스템의 본질이 절대 바뀌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세이케 이치로 : 자아가 없는 자의 강함
세이케는 처음에는 자아가 없지만 능력이 많아, 그저 똑똑하고 영악한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인간처럼 보인다. 그러나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그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시스템을 장악하며 조정하려고 한 존재였다는 것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그는 원래부터 자아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환경 속에서 생겨난 것일까?
작품을 통해 보이는 세이케의 특성은 철저한 적응력과 감정의 배제이다. 그는 권력을 쥐려는 욕망이 크다기보다는, 그저 자신이 가장 효율적으로 살아남을 방법을 택했을 뿐이다. 오히려 강한 권력욕과 소유욕을 가졌던 인물들은 체제에 의해 제거되거나 무너진다.
#미치우에 카나에 : 끝까지 저항하고 진실을 택한 인물
미치우에는 세이케와 대비되는 인물이다. 그녀는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주체적으로 자신이 직접 본 것을 토대로만 판단하며 부조리한 시스템에 저항하려 했다. 결말을 통해 미치우에가 결국 패배를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나는 그녀가 패배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은 자신만의 도덕적 신념을 지닌 사람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녀의 선택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치우에는 "저는 세이케를 다시 보려고 해요. 그리고 제가 알게 된 것도 사람들에게 알려 줄 거예요. 모두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 믿어도 되는지요."라고 말한다.
미치우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는 아무런 변화가 생기지 않았지만, 나는 생각하는 개인 혹은 세상 속 누군가는 미치우에의 목소리를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미치우에는 단순히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세이케를 진정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적대적인 방식을 택하는 것이 아닌 진실을 알리는 방식을 택했다. 그녀의 선택은 단순히 패배로 끝났다고 볼 수 없는 대목이다.
"당신의 본질을 이해할 순 없어요. 하지만 알게 된 게 있어요. '저를 잘 지켜봐 주세요.' 그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이 도움을 요청한다고 생각했어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당신도 무섭잖아요. 자기 자신이 누군지 모르니까요. 세이케씨, 저는 당신을 계속 알아갈 겁니다. 그래야 당신을 구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의 본질을 타인이 정의할 수 있는가?
작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질문이었다. 세이케를 둘러싼 사람들은 그를 도구로 여기기도 하고, 때로는 무서운 존재로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세이케 스스로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끝까지 모른 채 살아간다. 미치우에는 그를 진정으로 이해하려 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지만, 결국 다른 사람들을 세이키의 진짜 모습을 알기도 전에 그를 선택해 버렸다. 이는 우리가 사회 속에서 얼마나 쉽게 한 사람을 정의하고,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그 사람의 본질을 판단하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 사람을 선택했다."
이는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회 속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도 보여준다. 이처럼 웃는 마트료시카는 반전을 통해 우리가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형적인 권선징악을 담고 있지 않기에 용두사미라는 평도 많지만, 이 결말을 통해 작품의 진정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무관심한 사회
우리는 지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하루에도 수많은 뉴스와 사건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몇 줄의 기사나 자극적인 제목만 보고 한 사람의 인생과 성격 등을 쉽게 판단한다. 그것이 정말 진실일까?
작품 속 미치우에는 세이케를 단순한 악인으로 규정하지 않고, 직접 보고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결말은 현실과 다르지 않아 더 씁쓸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발달한 SNS를 통해 빠르게 판단하고 깊이 고민하지 않으며 편한 결론을 선택한다. 한 사람의 삶이나 사건의 본질을 알기도 전에 단 몇 개의 정보만으로 선악을 나누고, 정의를 내린다. 이러한 사회적 태도는 결국 또 다른 세이케를 만들어내거나, 또 다른 용기 있는 미치우에를 외롭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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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더 노비스>, 시사회 리뷰
몇 달 전 지인에게, 나는 완벽함을 추구당하는 삶을 살아왔다고 말한 적 있었다. 며칠 뒤 생각해보니 나한테 완벽함을 요구하거나 강요한 사람은 없었다. 다시 생각해보니 완벽하게 일을 해냈을 때 주변에서 받았던 긍정적인 시선과 칭찬만 있었지 완벽을 몰아붙인 건 나 자신이었다. 오늘은 강박을 다룬 영화 <더 노비스>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novice [ |nɑːvɪs ] 1. 초보자 2. 수련 수사 3. 초보 경주마
대학 신입생 ‘알렉스'는 교내 조정부에 가입한 수 동급생 ‘제이미'에게 경쟁심을 느낀다. 늘 최고를 갈망하는 ‘알렉스’는 팀 1군에 들기 위해 훈련을 거듭하고, 스스로를 극한으로 내몰기 시작하는데…
영화가 시작하고, 신입들이 모인 자리에서 조정팀 선생님은 신입생들에게 차례로 조정팀에 들어온 이유를 묻는다. 알렉스의 차례가 되자 선생님은 알렉스에게도 똑같이 묻는다. 알렉스가 대답하려는 찰나, 누군가 등장하면서 자연스레 알렉스의 답변은 증발한다. 조정팀 선생님도, 관객도, 알렉스가 조정팀에 들어온 이유를 모른 채 영화는 계속 이야기를 풀어간다. 알렉스가 조정팀 1군에 들기 위해 광기에 가까운 노력을 하는 것이 영화의 주된 내용이기에, 알렉스가 조정팀에 들어온 명확한 이유는 더더욱 중요하고 궁금한 요소가 된다. 사실상 영화는 '알렉스의 조정팀 가입 이유 찾기'인 셈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그 이유를 찾으면 끝이 나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감독이 관객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가장 주된 내용이자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다.
(아래 문단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알렉스는 매번 목표를 수정하고,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시키듯 자신의 노트에 목표를 꾹꾹 눌러쓰고 누구보다 일찍 자체적으로 훈련을 하고, 계절학기에도 굳이 수업을 들으며 훈련실을 방문해 훈련을 지속한다. 꾸준히 목표를 새기고, 선생님이 시키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훈련을 하는 알렉스는 일종의 '올바른' 훈련생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알렉스보다는 타고난듯한 제이미는 선생님이 시키는 훈련을 열심히 하며 선후배를 포섭하여 1군으로 가는 일종의 정치질을 더하여 목표를 달성한다. 결론적으로, 알렉스가 1군 최고가 되기 위해 하는 노력은 모두 ‘올바르다'라는 점에서도 알렉스의 목표는 그저 ‘1등'이 아닌 본인의 완벽함이었음을 증명한다.
영화에서는 알렉스가 조정팀에 들어온 이유는 설명해내지만 그 강박의 원천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알렉스의 강박에 대한 구체적인 서사가 없는 탓에 강박은 다소 정신병의 일부처럼 다뤄지는 듯 보인다. 강박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필요하고 모두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감독이 굳이 알렉스의 강박에 대해 설명하려들지 않은 것엔 이유가 있다는 의견이다. '누구나 가진 강박이기에, 지나친 강박은 삶을 헤친다.'이것이야말로 감독이 관객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맡은 로런 헤더웨이(Lauren Hadaway)는 국내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위플래쉬>(2014), <헤이트풀8>(2015),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2021)의 음향 파트를 담당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감독이다. 이러한 경력들 덕분인지, 영화는 관객에게 질문을 던져주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내며 구조적 완결성을 지닌다. 더불어,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 연기 천재로 이름을 알렸던 이사벨 퍼만이 주인공 알렉스를 연기한다. 놀라울 정도로 예전의 얼굴은 보이지 않아 새로운 역할에 몰입할 수 있지만 <오펀: 천사의 비밀>에서 보여줬던 눈빛처럼 <더 노비스>의 알렉스는 여전히 강렬했다. 또한 이사벨 퍼만은 이 영화로 작년 트라이베카영화제에서 최우수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앞으로의 연기 행보가 기대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프리미어에서부터 인기몰이를 시작한 <더 노비스>는 오는 5월 25일 개봉에 더불어 6월 5일 무주산골영화제에서도 만날 수 있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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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 스파이더맨 노웨이 홈에 누구나와요? 그 사람들 나오나요?
큰 스포일러는 없지만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영상이나 글은 영화 관람 후 읽어주세요! :)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기존 마블 영화의 팬이시거나 기존 스파이더맨 시리즈들을 좋아하셨던 분들에게는 선물같은 영화입니다.
그동안 모든 시리즈를 보셨던 분들이라면 그동안의 추억과 영화의 장면, 대사들이 많이 떠오르실 거에요.
마블이 작정하고 팬서비스를 해주는 영화 같기도 합니다.
자세한 리뷰는 영상에서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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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질라 vs 콩」 7시간 시리즈 20분 요약 + 7분 설명ㅣ결말포함 영화리뷰ㅣ고질라 대 콩ㅣ고질라 킹콩ㅣ고질라 대 킹콩ㅣ몬스터버스ㅣ건데ㅣ
? '고질라 vs 콩 (Godzilla vs. Kong, 2021)' 고질라 대 콩 예고편 분석
그리고 몬스터버스(몬스터 유니버스, Monsterverse) 시리즈 요약 정리
1. "고질라"(2014)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장르: 모험, 액션, SF
감독: 가렛 에드워즈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프랭크 대러본트, 데이비드 캘러햄 외
출연진: 에런 테일러존슨, 엘리자베스 올슨, 브라이언 크랜스턴, 와타나베 켄,
샐리 호킨스 외
촬영 기간: 2013년 3월 18일 ~ 2013년 6월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4년 5월 15일. 미국 2014년 5월 8일
음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
러닝 타임: 123분
제작비: 1억 6,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200,676,069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29,076,069 (최종)
한국 총 관객수: 709,734명 (최종)
2. "콩:스컬 아일랜드(2017)
제작사: 레전더리 픽처스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장르: 모험, 판타지
감독: 조던 복트-로버츠
제작: 존 제시니, 메리 패런트. 토머스 툴
각본: 맥스 보런스틴. 데릭 코널리, 존 개틴스, 댄 길로이
출연진: 톰 히들스턴, 브리 라슨, 사무엘 L. 잭슨, 존 굿맨, 존 C. 라일리 외
촬영 기간: 2015년 10월 19일 ~ 2016년 3월 18일
개봉일자: 대한민국 2017년 3월 8일, 미국 2017년 3월 10일
음악: 헨리 잭맨
러닝 타임: 118분
제작비: 1억 8,5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68,052,812 (최종)
월드 박스오피스: $566,152,812 (최종)
한국 총 관객수: 1,689,717명 (최종)3. "고질라:킹 오브 몬스터(2019)
감독: 마이클 도허티
제작: 메리 패런트, 알렉스 가르시아, 토머스 툴, 존 자시니, 브라이언 로저스
각본: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원안: 맥스 보런스틴, 마이클 도허티, 잭 쉴즈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
배급사: 워너 브라더스, 토호(도호) 영화사
장르: 모험, 액션, SF
출연진: 밀리 바비 브라운, 카일 챈들러 외
촬영 기간: 2017년 6월 19일 ~2017년 9월 27일
개봉일자: 미국 2019년 5월 31일. 대한민국 2019년 5월 29일
음악: 베어 맥크레리
주제곡: 일본 [ALEXANDROS] - Pray
러닝 타임: 132분
제작비: 1억 7,000만 달러
북미 박스오피스: $109,432,609
월드 박스오피스: $384,232,609
한국 총 관객수: 359,041명 (2019년 7월 4일 기준)
#고질라vs콩 #고질라_대_킹콩 #고질라vs킹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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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극장판 포켓몬스터 : 정글의 아이,코코> 메인 예고편
포켓몬의 손에서 자라
자신이 포켓몬이라고 믿는 소년 ‘코코’가
처음 만나게 된 인간 소년 ‘지우’와
파트너 포켓몬 ‘피카츄’의 친구가 되면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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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플랜 A> 메인 예고편
히틀러와 괴벨스가 자살하며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살아남은 유대인 일부는 '나캄'이라는 비밀 결사를 조직한다. "눈에눈 눈"이라는 구약의 가르침을 따르는 그들은 나치가 학살한 600만 명의 유대인에 대한 복수로 600만 명의 독일인일 살해할 계획을 세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