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wr2023-12-18 07:38:19
연애와 연대 사이의 사랑
〈사랑은 낙엽을 타고〉

2023년, UN 자문기구에서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핀란드를 꼽았다(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최하위권인 57위다).* 무려 6년 연속 1위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고 해서 모든 것이 완벽하지는 않을 테다. 지상에 천국은 존재하지 않고, 행복은 상대적인 개념이니까. 핀란드 헬싱키를 배경으로 하는 〈사랑은 낙엽을 타고〉는 핀란드의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의 작품이다. 감독이 오랫동안 천착해온 핀란드 노동계급의 삶을 비춘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국제비평가연맹이 선정한 2023년 최고의 영화로 꼽히기도 했다.
안사는 마트에서 점원으로 일하고 홀라파는 건설 현장에서 일한다. 물건을 정리하는 안사와 기계로 무언가 작업을 하는 홀라파의 표정은 건조하고 권태롭다. 색깔에 비유한다면 무채색의 느낌이다. 기분 좋은 일은 없어 보이고, 조금은 염세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안사와 홀라파는 한 술집에서 처음 만나 호감을 느낀다. 통성명도 없이 데이트를 이어가던 둘. 그러던 중 안사가 홀라파에게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를 건네며 그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런데 홀라파는 그만 그 종이를 잃어버린다. 홀라파는 둘이 함께 있던 곳을 돌며 안사를 수소문하고, 홀라파의 연락 없음에 실망하고 있던 안사를 다시 만난다.
영화에서, 노동 현장에서의 생기 없는 표정과 사랑하는 사람을 찾을 때의 표정은 분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 대비는 서로 다른 사람에게서가 아닌, 안사와 홀라파 안에 함께 존재한다. 이들은 일할 때는 활력을 잃고, 사랑할 때는 기운이 샘솟는다. 불안정한 직장에서 당장 눈앞의 생계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과 사랑에 빠져 설렘과 애타는 마음으로 감정이 들끓는 사람은 한 사람이다.

이토록 선명한 대비의 공존은 둘의 사랑을 ‘연애’인 동시에 ‘연대’로 만들기도 한다. 안사와 홀라파는 비정규직이다. 그들의 고용 상황이 불안정하다는 의미다. 깐깐하고 까탈스러운 관리직원에게 자그마한 트집이라도 잡히면 바로 해고다. 실제로 둘의 직업은 수시로 바뀐다. 안사는 마트에서 버리는 물건을 챙겨가다가 해고당하고, 고용주가 마약 거래를 하다가 체포돼 직장이 사라져 일거리를 잃는다. 홀라파는 항상 조금은 술에 취해 있는 것이 걸려서 해고당하고, 장비 노후화로 산재를 당해도 그 원인이 술로 돌려져 해고당한다. 그럼에도 빈털터리인 둘은 사랑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혼자 있을 때는 흐릿하게만 보이던 미래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연애와 연대의 경계가 흐릿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라디오 방송이 반복해서 흘러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을 듯싶다. 라디오가 전하는 전쟁의 참상은 채널을 바꾸거나 꺼버리고 싶을 만큼 끔찍하지만, 안사와 홀라파는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방송을 들으며 같은 감정을 느낀다. 커다란 폭력은 사람들의 유대와 연대, 일상을 파괴하며 개별 인간을 단절시키지만, 역설적이게도 사람들은 위축된 채 서로 떨어져 있다는 공통적인 처지에서 무언가를 벼려내기도 한다. 안사와 홀라파가 그러하듯이.

그러나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연출이다. 투박하고 고전적인 화면 구성과 배우들의 연기는, 종종 능청스럽고 뻔뻔하며 동시에 비장한 대사와 만나 웃음을 자아낸다. 사회적 체면이나 가식 따위에 대한 고려 없이, 때로는 ‘망상’에 가까운 자기 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인물들은 영화가 그려내는 핀란드 노동계급의 삶과 그럴듯하게 어우러져 잔잔하면서도 파격적인(?) 코미디의 효과를 자아낸다. 산재로 병원에 입원한 홀라파에게 안사가 키스한 후, 그가 눈을 뜨는 장면은 이와는 또 다른 패러디의 효과를 낸다. 연애와 연대 사이의, 안사와 홀라파의 사랑은 생기 없는 표정으로 일상을 버텨내는 사람들의 삶이 바로 그들이 거주하는 세계로부터 반전될 수 있음을 무채색 세계에 따뜻한 유머를 곁들여 알려준다.
*https://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31210010002697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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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 스케이트> 러시아의 낭만과 현실이 담긴 로맨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0세기를 바라보는 1899년 겨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꽁꽁 얼어붙은 운하 위로 '마트베이(표도르 페도토프)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스케이트를 신고 빵 배달을 하며 살아가던 중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해고당하고, 분노에 가득 찬 그는 공산주의에 심취한 '알렉스(유리 보리소프)'가 이끄는 소매치기 무리에 합류한다. 한편 상류층 귀족 영애 '알리사(소냐 프리스)'는 매우 보수적인 가풍으로 인해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마음속으로만 간직한 채 마치 감옥에 갇힌 듯 답답하게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마트베이와 알리사는 우연한 만남을 갖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6월 1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러시아 영화 <실버 스케이트>의 내용은 언뜻 보기에 평이하다. 근대 유럽에서 펼쳐지는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 이야기와 그 멜로드라마 저변에 은은히 깔려 있는 여성 인권 신장 운동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이나 화제의 드라마였던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더 나아가 셜록 홈즈의 여동생이 주인공인 <에놀라 홈즈>와 같은 영화를 자연히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실버 스케이트> 속 사랑은 손쉽게 예상할 수 있는 통속적이고 감정적인 로맨스와는 결이 다소 다르다. 그 중심에는 젠더 권력관계의 전환과 공간적 배경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가 있다.
앞서 예시로 언급한 작품 속 로맨스는 대체로 상류층 남성과 평민 여성의 관계에서 이루어진다. 설령 남녀가 모두 귀족 집안의 자제라 하더라도 남성 측 가문이 혈통이나 전통, 권력의 측면에서 우위에 있는 상류층인 경우가 대다수다. <오만과 편견> 속 피츠윌리엄 다아시와 엘리자베스 베넷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브리저튼>에서도 나름 명문가라는 다프네의 가문이 자작 작위를 가진 것에 비해, 사이먼은 그보다 높은 공작과 백작 작위를 지니고 있다. 이때 여성이 남성의 신분이나 재력보다 그의 인품을 보고 결혼을 결심하는 전개는 결혼이 집안과 집안의 결합으로 여겨지던 당시 시대상과 뚜렷한 대립각을 이루며, 주도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을 부각하는 데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하지만 <실버 스케이트>는 이러한 관습적인 전개를 따르지 않는다. 남녀 주인공 간의 권력관계가 뒤집혀 있기 때문이다. 남자 주인공인 마트베이는 제정 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배달일을 하며 입에 간신히 풀칠을 하는 한미한 집안 출신으로, 그의 아버지 역시 거리 가로등 관리자에 불과하다. 반면에 알리사는 그녀의 아버지가 경찰청장 혹은 행정안전부 장관에 가까운 고위직을 맡을 만큼 최고위층 귀족 가문 영애다. 이처럼 남녀 간의 권력관계가 명백히 뒤 바뀌어 있다 보니 사랑의 결실을 맺기 위해 알리사가 내리는 결단은 단순히 여성 권익 향상의 범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대신 젠더 권력 너머의 기득권과 비기득권,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회적 강자와 약자에 대한 담론으로 나아간다.
실제로 마트베이와 알리사는 서로에게 그간 알 수 없었던 각자의 세상을 보여주며 호감과 사랑이 될 동질감을 싹 틔운다. 대학에서 화학 공부를 하는 게 꿈이지만 보수적인 집안의 격렬한 반대에 시달리는 알리사. 그녀는 귀족 연회에서 도둑질 중이던 마트베이를 신고하지 않는 대신, 그를 남편으로 위장시켜 대학 입학 허가를 받아내려고 한다. 그러나 그녀의 야심 찬 계획은 끝내 실패로 돌아가고, 그런 그녀를 보면서 마트베이는 마냥 강자로 보이던 귀족 중에서도 탄압받고 제약당하며 자유가 없는 약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편 마트베이는 운하 위에 열린 야시장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밤거리를 알리사에게 보여준다.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세상에서는 보이지 않던 이들, 그러나 자신 못지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고통받아 온 상인과 노동자, 농노의 삶과 그들의 민낯을 생애 처음으로 마주한다. 그들의 데이트는 단순한 불장난이 아니라 자신 외의 약자를 인지하고,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인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마트베이와 알리사의 사랑, 그것의 씨앗이 되는 동질감이 다른 인물과의 관계에서도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이 묘한 연대감과 동질감은 소매치기단의 리더인 알렉스와 그의 동료들에게까지 확장된다. 마트베이가 알리사를 데리고 시내 구경을 시켜주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그들은 마트베이의 소매치기 동료들을 만나 술집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알리사는 알렉스와 공산주의에 대한 짧은 토론을 벌인후 그로부터 <자본론>을 선물로 받는다. 그 이후 마트베이의 동료들이 술집에서 자신에게 큰 무례를 범하고 마트베이와 주먹다짐까지 펼쳤는데도, 또 알렉스가 경찰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인질로 붙잡았는데도 그녀는 <자본론>을 탐독함과 동시에 <자본론>을 자신의 과학책들과 함께 소중히 보관한다.
이는 당시 러시아에서 약자였던 이들이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욕망이 있음을 서로 확인하고, 이러한 동질감을 토대로 연대할 기초가 만들어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악역인 듯 보이던 알렉스가 예상과 달리 끝내 마트베이를 동료로 인정하고 알리사를 살려준 것과 달리, 정작 알리사의 약혼자이자 러시아의 평범한 귀족 군인으로 기득권층의 핵심에 위치한 '아르카디(키릴 자이체프)'가 최종적인 악역으로 설정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따라서 마트베이와 알리사의 사랑 중 계급을 뛰어넘은 빙상장 위에서의 만남이 러시아의 낭만이라면 마트베이의 말에 담긴, 농노의 삶은 비참하고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는 기계처럼 다루어지는 사회상은 러시아 혁명이 발생한 이유이자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실버 스케이트>는 이러한 사회적 약자 간의 동료애와 연대감에 공간적 배경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를 더해 더욱 강조한다. 러시아 제국의 수도였고 지금도 러시아 제2의 도시라 할 수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바로 그 약자들의 피와 뼈로 만들어진 도시이기에 가능한 연출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표토르 대제의 명령으로 1703년부터 만들어진 신도시로, 강 하구 쪽 둑 위의 습지를 매립해 만든 도시였다. 매립 작업을 위해서 표토르 대제는 9년 간 연 4만 명가량 농노를 비롯해 전쟁 포로들을 강제 노동에 투입했고, 그 결과 1712년에 러시아 제국의 새로운 수도이자 일명 '뼈 위에 세운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탄생할 수 있었다. 새하얀 눈이 덮인 러시아의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경과 마찬가지로 하얀 뼈들이 토대를 이룬 현실이 영화의 공간에 이미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운하의 도시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을 모델로 삼아 건설된 역사는 스케이트가 영화의 주 소재로 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암스테르담 못지않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운하 덕분에 작중 대부분의 사건이 마트베이를 비롯해 스케이트를 타고 다니는 인물들로부터 발생하고, 피겨 스케이팅 기술을 적용시킨 듯 화려하고 독창적인 스케이트 액션신이 대거 등장하는 것 모두 자연스러운 것이다. 특히 도시의 상징성은 운하 위 스케이트 액션신에 새로운 의미도 불어넣기도 한다. 운하가 있어야 할 정도로 습한 땅에 노동자들이 피땀으로 제국의 수도를 건설했다는 역사는 그 자체로 사회적 불만이 가득한 스케이터 소매치기들의 활동이 단순한 도둑질이 아니라 제국에 불만을 품은 정치적 테러로 인식될 개연성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운하 위를 수놓는 소매치기와 경찰 기동대 간의 치열하고 필사적인 추격전이 기대 이상의 몰입감을 선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화는 단지 배경으로 남을 뻔했던 공간적 배경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면서 도시를 마치 한 명의 캐릭터처럼 활용한다.
이에 더해 <실버 스케이트>는 스토리 전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공간들의 전경, 부감을 군데군데 삽입하면서 분명 해피엔딩인 두 남녀의 로맨스를 일견 아련하고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특히 예카테리나 2세 시절 건설되어 현재 에르미타주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겨울 궁전이라든가, 겨울 궁전 바로 앞에 위치한 궁전 광장과 알렉산더 원기둥이 유독 눈에 띈다. 왜냐하면 겨울 궁전은 문화적으로도 유럽 열강들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서유럽의 예술품 수집하던 러시아 제국의 노력이 깃든 장소이자, 러시아 혁명의 서막을 장식한 '피의 일요일' 사건이 발생한 현장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소 불필요한 듯 보이는 이 장면들을 역사를 알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1899년 겨울을 나는 인물들과 러시아의 모습에서는 그들의 씁쓸한 미래, 그 비극의 씨앗을 미리 맛볼 수 있다. 그렇기에 <실버 스케이트>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를 넘어서서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결코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는 러시아의 낭만과 현실을 모두 잡은, 러시아만의 아련함이 잔뜩 묻은 사랑 이야기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차갑게 뜨거운 낭만과 아파서 아름다운 현실을 모두 잡은 러시안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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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RM이 주목한 사진작가 낸 골딘의 다큐 영화
영화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사진작가이며 액티비스트인 낸 골딘(Nan Goldin)의 삶과 예술, 그리고 편견과 부조리를 향한 투쟁을 담았다. 영화는 다큐멘터리임에도 2022년 베니스영화제서 최고 영예의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걸작이다.
연출은 아카데미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감독 로라 포이트라스(Laura Poitras)가 맡았다. 그녀는 낸 골딘을 가리켜, “인생에서 용감한 사람들을 많이 보았지만, 낸과 같은 사람을 결코 만난 적이 없다.”라고 찬탄했다.
첫 장면부터 충격적이다. 낸 골딘이 연대해 투쟁하는 단체 <P.A.I.N>은 골리앗 새클러 가문과 그들의 기부금을 받아 이미지 세탁을 도운 대형 미술관에 드러누워 행동으로 성토한다. 낸 골딘과 <P.A.I.N>은 마약성 진통제를 무분별하게 판매하여 엄청난 부를 축적한 거대제약 회사와 그 회사를 소유한 새클러 가문이 죽음의 대가로 얻은 돈으로 기부한 자선기금을 거부할 것을 미술관과 대학에 요구하였다. 그녀의 활동으로 제약회사는 파산하였고,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새클러 가문의 이름이 지워져 갔다.
영화는 그녀의 사진예술이 세상을 변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절망에 처한 자신도 살렸음을 그려낸다. 낸 골딘은 50여 년 전 정치적 검열과 차별이 노골적이었던 시절에도 카메라에 세상의 터부를 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에이즈로 죽어가는 친구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았고, 사회적 금기와 직면하고 소외된 이들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러한 사진들은 정치적 행위라는 이유로 전시가 금지되었다. 낸 골딘은 사진이 예술인지 정치적 행위인지는 정부와 의회권력이 아니라 예술가와 관객이 결정한다고 소리 높였다.
낸 골딘에게 성정체성으로 집에서 쫓겨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언니가 있었다. 동성애자에게 가혹했던 시절 부모는 언니의 삶과 죽음을 감추기에 급급했다. 낸은 언니가 흔적 없이 죽은 후, 평생에 걸쳐 자신의 자취를 남기려고 몸부림쳤다. 낸에게 사진은 인생에 흔적을 남기는 수단이었고, 언어였다. 그녀는 가난과 차별, 생존을 위한 몸부림들, 남친에게 코뼈가 으스러지도록 폭행당한 얼굴도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은 자신을 살리는 해방구였으며, 고통과 두려움을 헤쳐나가는 생존 행위였다.
영국의 저명한 현대미술 전문지 <아트리뷰(ArtReview)>는 2023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을 선정하며 낸 골딘을 1위로 올렸다. BTS RM도 인스타그램에 낸 골딘의 사진집을 올려 그녀의 예술과 인생 여정에 관심을 드러냈다.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편한 마음으로 감상하기 힘든 영화다. 하지만 가장 밑바닥의 삶에서 고통스럽고 힘든 현실을 드러내는 사진들이 그 자체로 사람의 영혼을 건드리는 울림이 있음을 깨닫게 하는 소중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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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 with 씨네픽
안녕하세요, 씨네픽입니다! :)
6월 다섯째 주도 잘 보내셨나요?벌써 6월이 지나고, 7월이 찾아왔습니다.모두 6월 한 달간 고생 많았고, 7월도 힘내시길 바랍니다!-!그럼, 씨네픽과 함께하는 주말 박스오피스 분석과 한 주 동안 진행했던 씨네픽 예측 이벤트인'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도 같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그럼 시작해 볼까요?...국내 주말 박스오피스
1. <탑건: 매버릭> (-)▶ 보통 대부분의 영화는 한 주가 지나면 관객 수가 떨어지는데 <탑건: 매버릭>은 6월 넷째 주와 비교했을 때,
관객 수가 약 2만 명 증가하였습니다. 여러 SNS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더욱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동안 (7월 1일~7월 3일) 관객 수 114만 5,24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32만 9,111명을 돌파하였습니다.2. <헤어질 결심> (NEW)▶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헤어질 결심>이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하였습니다.
<헤어질 결심>도 <탑건: 매버릭>과 같이 SNS에 호평과 관련 콘텐츠가 많이 올라와 다음 주에
관객 수가 살짝 증가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주말 동안 (7월 1일~7월 3일) 관객 수 32만 166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0만 8,09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 줄거리
산 정상에서 추락한 한 남자의 변사 사건. 담당 형사 '해준'(박해일)은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와 마주하게 된다.
남편의 죽음 앞에서 특별한 동요를 보이지 않는 '서래'. 경찰은 보통의 유가족과는 다른 '서래'를 용의선상에 올린다.
'해준'은 사건 당일의 알리바이 탐문과 신문, 잠복수사를 통해 '서래'를 알아가면서
그녀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져가는 것을 느낀다. 한편, 좀처럼 속을 짐작하기 어려운 '서래'는상대가 자신을 의심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해준'을 대하는데….
3. <마녀 Part 2> (▼1)▶ 6월 넷째 주와 비교했을 때 한 단계 떨어진 3위를 차지한 <마녀 Part 2>.
주말 관객 수의 하락세도 살짝 크고, 이번 주에 <토르: 러브 앤 썬더>가 개봉하기 때문에 7월 첫째 주에는
순위가 한 단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주말 동안 (7월 1일~7월 3일) 관객 수 21만 3,104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50만 8,091명을 돌파하였습니다.
▶씨네픽의 이번 주 107회 예측 이벤트는 6월 다섯째 주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 예측 이벤트입니다.
씨네픽 참가자분들이 예측해주신 6월 3주 차 박스오피스 순위의 결과는 어땠는지 다 같이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씨네픽 유저 예측 결과
정답자 비율(%)
▶ 한 주 동안 많은 씨네픽 유저분들이 박스오피스 순위를 예측해 주셨는데요. 박스오피스 1위를 80% 이상의 많은 유저분이 예측에 성공하셨고,
그다음으로 2위, 3위 순으로 많이 맞춰주셨습니다. 2위와 3위 역시 다른 영화와 비교했을 때 많은 분이 예측에 성공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참여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씨네픽은 다음 주에 더 재밌고 유익한 제108회 씨네픽 이벤트로 인사드리겠습니다! :)
4. <범죄도시2> (▼1)▶ 5월에 개봉한 <범죄도시2> 여전히 박스오피스 TOP 5를 지키고 있는데요.
저번과 누적 관객 수를 비교했을 때 약 40만 명이 증가하였습니다. 이러한 추세로 봤을 때 누적 관객 수는
1300만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이번 주가 TOP 5 안에 들어가는 마지막 주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주말 동안 (7월 1일~7월 3일) 관객 수 20만 129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1,241만 6,792명을 돌파하였습니다.
5. <버즈 라이트이어> (▼1)▶ 디즈니의 <버즈 라이트이어>는 4위에서 5위로 하락하였습니다.
스크린 수도 적고, 상영 시간도 대부분 이른 시간이라 관객 수가 점점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주말 동안 (7월 1일~7월 3일) 관객 수 2만 9,847명을 동원했으며, 총 누적 관객 수는 33만 959명을 돌파하였습니다.
북미 주말 박스 오피스
▶ <Minions: The Rise o Gru>가 개봉하면서 6월 넷째 주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모두 한 단계씩 하락하게 되었습니다.
미니언즈가 개봉하면서 <Lightyear>가 순위 밖으로 밀려 나갔습니다.
주말 동안(7월 1일~7월 3일) <Minions: The Rise o Gru>의 매출액은 108,510,000 (한화 약 1,407억)의매출액을 달성했으며, 총 누적 매출액 역시 동일합니다.<북미 박스오피스 TOP 5> (2022년 6월 17일 ~ 2022년 6월 19일)1. <미니언즈2> 1억 851만 달러 (누적 1억 851만 달러)2. <탑건: 매버릭> 2,554만 달러 (누적 5억 6,402만 달러)3. <엘비스> 1,900만 달러 (누적 6,732만 달러)4.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 1,565만 달러 (누적 3억 3,181만 달러)5. <블랙폰> 1,230만 달러 (누적 4,746만 달러)...씨네픽의 6월 다섯째 주 박스오피스 분석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이번 주도 건강한 한 주가 되기를 바라며씨네픽은 다음 주 월요일, 이 시간에 또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감사합니다!-!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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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 둘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히트맨2>와 <검은 수녀들>이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한국 영화 <브로큰>이 개봉합니다. 독립영화 <양치기들>로 주목받았던 김진황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하정우, 김남길 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최근 스크린에서는 다소 부진한 성적이었던 두 배우가 과연 <브로큰>으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데미 무어 주연의 <서브스턴스>가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무시무시한 뒷심을 발휘해 누적 관객 수 40만 명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또다른 웰메이드 영화가 극장가를 찾아왔습니다. 1972년 9월 5일, 방송 역사상 최초로 테러 사건을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된 일을 다룬 <9월 5일: 위험한 특종>이 개봉합니다.
앞서 1월에 파트1이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도 빠르게 파트2로 돌아왔습니다.
그럼, 오늘도 영화 보러 가볼까요?
브로큰
NOCTURNAL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99분
감독: 김진황
주연: 하정우, 김남길, 유다인, 정만식, 임성재
개봉: 2025.02.05.
배급: (주)바른손이앤에이
줄거리
어느 날 하나뿐인 동생 '석태'가 시체로 돌아왔다. 그리고 동생의 아내 '문영'은 자취를 감췄다. 동생이 죽고 진실이 잠든 밤, 분노가 깨어났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던 민태는, 자신과 같은 흔적을 쫓는 소설가 '호령'을 만나고 그의 베스트셀러 [야행]에서 동생의 죽음이 예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얽혀버린 진실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가운데, 형제가 몸담았던 조직과 경찰까지 개입하며 서로가 서로를 쫓고 민태는 동생이 죽은 그날 밤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분노의 추적을 시작한다.
9월 5일: 위험한 특종
September 5
개요: 스릴러 | 독일, 미국 | 95분
감독: 팀 펠바움
주연: 피터 사스가드, 존 마가로, 벤 채플린, 레오니 베네쉬
개봉: 2025.02.05.
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줄거리
1972년 뮌헨, 올림픽 생중계에 도전한 ABC 방송국 스포츠팀은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이고 있음을 알고 이를 생중계로 보도한다.
솟구치는 시청률과 9억 명의 시청자까지, 생방송으로 내보내는 단독 특종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그들은 테러리스트들 역시 자신들의 방송을 보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올림픽 사상 초유의 테러 인질극 생중계! 방송을 멈출 것인가, 계속할 것인가!
데드데드 데몬즈 디디디디 디스트럭션: 파트2
Dead Dead Demon's Dededede Destruction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120분
감독: 토모유키 로카와
주연: 이쿠라, 아노, 시마부쿠로 미유리, 오오키 사에코, 와키 아즈미, 시라이시 료코
개봉: 2025.02.05.
배급: (주)올랄라스토리, 롯데컬처웍스(주)롯데시네마
줄거리
"거대 우주 모함이 드리운 도쿄의 하늘!
서로에게 절대적인 '카도데'와 '오란'의 캠퍼스 라이프!
지구가 망해가는 가운데, 대학생이 된 '카도데'와 '오란'. '오란'은 신비한 소년 '오바'와 재회하고 운명의 시간을 직감하게 되는데... "오란, 이제 곧 침략자도 인간도 모두 죽어…"
마침내 맞이하게 된 멸망 D-DAY!
"네가 여기에 있으면, 나도 거기에 있을 거야"
고양이키스 : 당신에게 마음을 여는 순간
Cat Kiss
개요: 드라마 | 대한민국 | 120분
감독: 황수빈
주연: 오동민, 류아벨, 신수아, 강정민
개봉: 2025.02.05.
배급: (주)모토
줄거리
“크리스마스 선물, 고양이로 해주세요!”
아내를 잃은 슬픔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동화 작가 ‘용희’. 아내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작업실에 들어갈 때마다 과호흡 증상이 일어나 오랫동안 그 방을 닫아둔 채 방치한다.
어느 날 그곳에서 ‘재인’이 몰래 숨겨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하게 되고, 집 천장에서 물이 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온 목수 ‘로언’은 그 방을 고양이 방으로 꾸미자는 제안을 한다. ‘용희’는 고양이를 책임져야 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지만 마지못해 고양이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재인’과 ‘로언’의 도움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로 인해 시작 된 새로운 일상 속에서 ‘용희’는 조금씩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고, 삶의 온기를 되찾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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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게 해 준 까치, 펭귄
누구나 갑자기 찾아오는 사고를 만날 때가 있다. 그 사고를 겪으며 다쳤던 부위가 치료 가능하다면 정신적 트라우마는 있겠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자신의 몸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회복에 대한 작은 희망이 있다면 회복을 바라보며 그것을 위한 운동이나 활동에 매진한다. 그것에 집중하면서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극복해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어 장애인이 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사고로 하반신 부위의 감각이 없어져 걷지 못하게 되고, 그것을 다시 회복하지 못하게 된다면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는 쉽지 않다.
그리고 그 당사자뿐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도 아픔을 느낀다. 호주에 살고 있던 샘 블룸과 그 가족들은 2013년 태국으로 여행을 간다. 그곳에서 어떤 관광지 옥상에 올라가 난간에 기대었다가 난간이 부러져 바닥으로 추락한다. 그는 그 과정에서 척추를 다쳐 하반신이 마비된다. 그는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고, 그의 남편 캐머런 블룸과 세 아들도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었다. 갑자기 가족의 한 사람에게 엄청난 변화가 온다는 것을 본인을 비롯한 모든 가족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샘과 그 가족에게 갑작스럽게 찾아온 그 변화에 적응하고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과정은 남편 캐머런 블룸의 책 포토 에세이 <펭귄 블룸>에 담겨 있다. 샘의 가족들이 한 사람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시간 속에는 우연히 만나 가족처럼 살게 된 펭귄이라는 이름의 까치가 함께 했다.
실제 추락사고를 당한 샘 블룸의 극복기를 영화화한 이야기
영화 <펭귄 블룸>은 캐머런이 쓴 책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여 만들어진 이야기다. 영화는 샘 블룸(나오미 왓츠)의 사고 순간을 생각하고 있는 큰 아들 노아(그리핀 머레이 존스턴)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여행지에서의 밝고 즐거웠던 모습과 함께 하필 그 날 그 순간에 블룸 가족이 그곳에 있었는지에 대한 노아의 안타까움이 잘 느껴지는 독백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정서를 알려준다. 그 정서는 바로 이어지는 샘의 모습과 반응을 보며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엄마보다 아빠를 먼저 찾는 아이들, 그리고 아직 자신의 힘으로는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기도 벅찬 상황은 슬픔을 넘어 절망을 느끼게 한다.
갑자기 자신의 힘으로 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샘의 삶의 의지까지 빼앗아 간다. 남편 캐머런(앤드류 링컨)이 찍은 과거의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한참을 보는데, 그 사진들 속 샘은 모두 서있거나 걷고 있다. 과거의 자신이 가지고 있던 그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해 그것을 긴 막대기로 전부 깨트리는 모습은 그런 절망적인 감정 속에 있는 샘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가족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미안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이들을 돌볼 수 없고, 대부분의 육아는 남편이 도맡아야 했다. 에세이 <펭귄 블룸> 속에서 샘의 사고 당시 주변 사람의 증언이 나오는데, 사고 후 의식이 돌아왔을 때 그는 자신 때문에 가족 휴가를 망쳐서 미안하다고 계속 사과를 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점들을 봤을 때, 매우 이타적인 샘에게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었을 것이다.
영화의 제목에 펭귄이 들어간다. 하지만 가족의 구성원 중에는 펭귄 블룸이라는 인물은 없다. 펭귄은 블룸 가족 중 첫째 아들 노아가 발견한 까치의 이름이다. 펭귄처럼 까만 색깔과 하얀 색깔이 섞여있는 까치를 보고 노아가 지어준 이름이다. 아기 새였던 펭귄을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로 한 노아는 자신이 학교에 간 사이 엄마 샘에게 펭귄을 돌봐달라고 부탁한다. 그것이 샘과 펭귄의 첫 만남이었다. 처음에는 작은 그 까치를 거부하고 방치하지만 이내 그를 돌보기 시작한다.
샘과 가족의 트라우마 극복을 이끄는 작은 까치, 펭귄
극심한 트라우마 속에 있는 사람들은 때로는 다른 동물이나 아이를 돌보면서 정서적 치유를 경험하기도 한다. 말도 못 하는 작은 새에 불과했던 펭귄은 샘의 옆에서 샘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도 하고 함께 머무르며 샘에게 자신도 무언가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신기하게도 이 작은 희망은 샘을 밖으로 이끈다. 남편 캐머런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펭귄이 함께하면서 치유시킨 그 트라우마는 샘을 카약이라는 새로운 세상으로 이끈다. 치유의 시작은 펭귄이었지만, 그것을 완성시킨 건 카약에의 도전이었다. 상체 위주로 움직이면 되는 이 스포츠는 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는데,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실제로 긴 시간 노력한 끝에 샘은 호주의 국내 카약 대회에서 우승을 하기도 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샘을 비롯한 모든 가족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바로 대화다. 각자가 그 사고에 대해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다르다. 그것을 상대방에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오해는 커지고 관계는 깨지고 만다. 샘과 남편 캐머런은 영화 내내 계속 대화해 나간다. 때론 다투기도 하고 감정을 크게 드러내기도 하지만 이내 상대방에게 사과하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특히 영화 속 케머런의 말 중 인상적인 것이 있다. 자신이 아내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말이다. 아내를 더 동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무렇지 않게 대해야 할지, 더 강하게 이야기할지 등 어떤 태도를 취해야 아내의 기분이 상하지 않을지 그 적정한 선을 늘 고민하는 것이다.
샘의 사고를 직접 목격한 큰 아들 노아도 비슷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영화 초반의 독백에서 이미 보이듯, 노아는 그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샘이 떨어진 그 관광지의 옥상에 먼저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고 이후 노아는 선뜻 엄마 샘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한다. 그런 노아의 태도는 그 마음을 알지 못하는 샘에게도 영향을 주게 되어 두 사람의 사이를 점점 멀어지게 만든다. 그 멀어진 간극을 다시 메우는 건 솔직한 대화다. 영화의 후반부 등장하는 노아와 샘이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뭉클한 장면이다.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블룸 가족
실제 샘 블룸은 그 사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걸어간다. 그렇게 자신을 직시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바탕으로 삶을 계속 걸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그것이 어쩌면 아주 어려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를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만들어준 존재는 바로 까치 펭귄일 것이다. 샘을 그 작은 새와 시간을 보내면서 사진도 찍고 교류하며 조금씩 자신을 치유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 펭귄이라는 새의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다. 하지만 영화의 제목에는 ‘펭귄’이라는 새의 이름과 함께 ‘블룸’이라는 가족 이름이 같이 붙어있다. 블룸 가족에게 펭귄이라는 존재는 가족과 다름없는 존재라는 의미다.
샘 블룸의 과거 인터뷰에 따르면 현재 블룸의 가족 옆에 펭귄은 없다. 2015년 어느 날, 어느 순간 밖으로 날아간 펭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때 아이들의 생일에 갑자기 찾아오거나 한 적은 있지만 아마도 지금은 완전히 독립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펭귄이 독립한 것처럼 샘도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를 독립시키는 힘을 준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영화에서 샘으로 출연한 나오미 왓츠는 과거 영화 <임파서블>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찍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실화의 가족 이야기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나오미 왓츠는 이 영화의 제작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편 캐머런 역을 맡은 앤드류 링컨은 미드 <워킹 데드>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배우다. 이 영화에서는 힘을 뺀 연기로 부드럽고 인내심 있게 가족을 돌보는 아빠로 따뜻한 연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펭귄을 연기한 실제 까치도 나는 모습만 CG로 처리했을 뿐 집안 곳곳을 누비는 장면은 실제로 촬영된 모습이어서 눈길을 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엔딩 타이틀이 올라갈 때, 실제 가족의 사진과 펭귄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끝까지 영화를 관람하면 더욱 따뜻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 넷플릭스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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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우리는 어른으로 자란다
이번에도 '믿고 보는 픽사 애니메이션'이었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다시 한번 힐링을 선사했다. 9년 만에 후속편으로 컴백할 만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13살이 되어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의 변화와 성장을 그린다. 그동안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을 담당해 왔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 이외에 불안, 당황, 따분, 부럽 등 낯선 감정들이 갑자기 들이닥친다.
1편에서 부모를 따라 고향인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를 떠나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오면서 낯선 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기쁨과 슬픔이 충돌하는 과정이 주류였다면, 이번에는 라일리가 다양해진 감정들과 함께 복잡 미묘한 시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는지 보여준다.
기쁨은 라일리의 좋지 않은 기억들을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면서 '나는 좋은 사람이야'라는 자아를 형성하지만, 부정적 상황을 미리 대비하는 불안의 영향력에 라일리가 또 다른 힘을 발휘하면서 기쁨이 만든 자아는 빛을 잃어간다. 하지만 라일리에게 닥칠 수 있는 부정적 상황을 미리 대비했지만, 불안이 만든 자아는 열등감 가득한 '난 부족해'로 탄생해 위기에 빠뜨린다.
1편보다는 스토리 구조가 단순해지고 깊이가 얕아진 느낌이 들지만, '인사이드 아웃 2'가 전하는 진한 메시지는 전편 못지않게 강력하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주로 겪을 법한 신념의 형성부터 자존감, 불안감, 이기심, 욕심까지 아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특히 불안이 일으키는 일련의 사건들은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겪게 되는 감정 이야기로 확대해 불안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어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위로한다.
동시에 아름다운 동심을 잃지 않는다. 기쁨을 포함한 기본 감정들의 모험을 통해, 사춘기를 지나 어른이 되어서도 잃지 말아야 할 솔직한 감정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으로 성장하는 라일리를 위해 모든 감정들이 손을 잡을 땐 '난 사랑받는 존재였어'라는 결론에 다다르며 울컥하게 만든다. '어른동화' 픽사의 저력이 여기서 느껴진다.
이번 편에서 새롭게 합류한 감정 캐릭터들과 라일리의 '비밀의 방'에 숨겨진 비밀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한다. 그중 비디오게임에서 튀어나온 랜스와 파우치는 웃음 신스틸러로 활약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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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세시대 공성전이 얼마나 처절하고 잔인했는지 리얼하게 보여주는 영화
영화에취한다 비지니스메일: allwey02@gmail.com
결말포함된 영상이니 시청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영화 :아이온크래드2
이 영화는 원 저작권자의 사용허가를 받은 영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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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1부] 감상평 - 팝콘무비로써는 합격이지만, 어딘가 헐거운 l 아주 약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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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팀업무비의 특성상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원하는 몇가지 요소들이 있습니다. 매력적인 빌런, 혹은 적대자일 것, 각각의 등장인물들의 능력들을 최소 한 번이상 임팩트있게 연출할 것. 작품이 그려내는 세계관이 관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이 될 것. 그밖에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제가 말씀드린 이 세가지만 갖춰져도 분명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일정 부분 긍정하게 만들 수 있을겁니다.
그렇다면 이번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는 어땠을까요? 오늘 영상은 스토리보다는 전체적인 감상평으로 이뤄져있으나, 리뷰의 특성상 캐릭터, 혹은 개연성에 관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기 때문에 작품을 감상하시는데 큰 무리가 없는 선에서 작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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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해피엔드> 메인 예고편
점멸등이 일렁이는 근미래의 도쿄. 음악에 빠진 고등학생 ‘유타’와 ‘코우’는 친구들과 함께 자유로운 나날을 보낸다. 동아리방을 찾아 늦은 밤 학교에 잠입한 그들은 교장 ‘나가이’의 고급 차량에 발칙한 장난을 치고, 분노한 학교는 AI 감시 체제를 도입한다. 그날 이후 그들을 둘러싼 모든 것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감독: 네오 소라 -출연: 쿠리하라 하야토, 히다카 유키토, 하야시 유타, 시나 펭, 아라지 -개봉: 2025년 4월 30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수입·배급: ㈜영화사 진진 -공동배급·제공: ㈜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류이치사카모토오퍼스 #네오소라 #Neo무비 #해피엔드 #Happyend #4월영화 #영화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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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브로커> 메인 예고편
"소중한 아기를 안겨드리는 큐피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가슴 벅찬 여정의 시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