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7-29 04:01:24
7월, OTT 종료예정작 추천
<줄리 & 줄리아> <해리포터> 시리즈 <마스크>
안녕하세요! 씨네랩입니다.
벌써 7월이 끝나가고 있네요.
며칠 남지 않은 7월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7월이 지나면 더 이상 볼 수 없는, 넷플릭스와 왓챠의 종료 예정작을 추천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٩( ᐛ )و
줄리 &줄리아
07.31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프랑스로 향한 줄리아는 요리를 통해 힘든 타지 생활을 극복하며 전설적인 프렌치 셰프가 된다.
한편, 뉴욕의 요리 블로거 줄리는 1년간 줄리아의 책 속 524개의 레시피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cine pick!
프랑스 음식을 주제로 다룬 이 영화는 음식을 만드는 그 과정 속에서
관객들에게 용기와 열정을 전한다. 사랑스러움이 가득 담겼으며 편안하게 즐기기 좋은 영화이다.
해리포터 시리즈
07.31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이모네 식구의 갖은 구박을 받으며 살아가던 고아 소년 해리포터. 큰 기대 없이 맞이한 11번째 생일 날,
해리는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 초대를 받고 자신의 진정한 정체를 알게 된다.
cine pick!
전 세계에 많은 팬을 보유한 <해리포터> 시리즈.
국내에서 재개봉도 많이 했을 뿐더러 왓챠에서 독점으로 해리포터를 서비스했을 때
엄청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전 시리즈 모두 내려가기 때문에
왓챠를 구독하는 사람이면 꼭 보기!!
아메리칸 셰프
07.31
왓챠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일류 레스토랑의 셰프 칼은 유명 음식 평론가의 혹평을 받자 홧김에 트위터로 욕설을 보낸다.
이들의 말다툼은 화제가 되고, 칼은 레스토랑을 그만두기에 이르는데...
cine pick!
배고플 때 보면 절대 안 되는 영화 TOP 3 안에 들어갈 영화이다.
마블 '해피'로 유명한 '존 파브로'가 감독과 배우 두 역할 모두로 참여한 작품이다.
킬링타임용으로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쿵푸허슬
07.31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1940년대 중국, 건달 싱은 정장을 빼입고 홍콩을 평정한 도끼파처럼
폼나게 살고 싶지만, 그저 흉내만 낼 뿐이다.
cine pick!
주성치가 감독과 배우 모두를 맡았던 정통 무협 영화이다.
홍콩에서 개봉 첫날 오프닝 수익 신기록을 수립했고, 한국에서도
공개 당시 1위를 하기까지 하였다. 주성치 최고의 무협 영화라고 평가 받을 정도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마스크
07.31
넷플릭스 종료 예정작
ⓒ 네이버 영화
synopsis
우연히 고대의 마스크를 발견한 평범한 은행원. 호기심에 써보자
초인적 힘이 솟구치고 무한대의 능력이 발휘된다. 감히 넘보지 못했던 여성의 마음도 사로잡게 되지만 짜릿한 경험도 잠시.
마스크가 초래한 소동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
cine pick!
주조연의 뛰어난 연기력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시각효과상 후보작에 선정될 정도로
완성도 높은 CG까지 더해져 그 당시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작품이다.
유쾌함이 적절하게 섞인 히어로물로,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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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다 막시모프가 내 시간을 없애버렸어
그토록 기다리던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했다! <팔콘 앤 윈터 솔저>나 <로키>가 한창 방영중일 때 국제적으로 들려오는 평판만 확인할 정도였는데 실제로 볼 수 있게 됐으니 완전히 감개무량이다. 나는 사실 이 <완다비전>이 너무 궁금해서 나무위키로 슬쩍 읽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개봉했던 영화 <샹치 : 텐 링즈의 전설>이나 <블랙 위도우>와는 다르게 인물의 깊은 내면묘사가 이뤄져 알고 봐도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이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는데, 아마 직접 보면 알 것이다. 내면묘사가 단순히 인물의 양면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 드라마가 꼭 가져야 할 연출 지점과 어우러져 신기했다. 과연 <오징어 게임>과 자웅을 겨루는 글로벌 드라마답다.
주연은 두 명이다. 아이언 맨이 만든 똑똑한 AI 비전과 하이드라가 만들어낸 초능력자 완다(스칼렛 위치)다. 이 둘은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가 만든 커플로 깊은 사랑에 빠졌다. 배우 둘이 워낙 연기를 잘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것이다. 엘리자베스 올슨과 폴 베타니는 MCU의 히어로들 중에서 제일 몰입이 필요한 역할일 텐데 이번에도 무난하게 각자의 롤을 잘 소화해냈다. 나는 초능력자가 된다던가 AI가 된다던가 하는 생각을 단 1분도 해본 적이 없다. 근데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 답게 어떻게든 하는 걸 보면 역시 프로는 다른가보다 하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또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 같다. 엘리자베스 올슨 진짜 예쁜 것 같다. 같이 나오는 캣 데닝스도 물론 예쁘다. 근데 엘리자베스 올슨은 고상하게 아름답다. 심지어 연기까지 잘한다. 어벤저스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랑스러움부터 연이은 좌절로 인한 어두운 내면까지 깔끔하게 소화해낸다. 내가 배우면 이렇게 멋있게 연출해놓은 판 안에서 연기할 맛 날 것 같다. 또 폴 베타니 목소리 너무 섹시하다. 얼굴도 잘생겼다. AI 의상에선 몰랐는데 과거 미국에서 유행했던 코디를 입혀놓으니 '와 진짜 멋있다'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무튼 드라마는 배우들의 호연과 깔끔한 색감, 또 과거 미국 드라마들에 대한 오마주까지 아다리가 맞아떨어지는 삼박자 연출로 깔끔하게 잘 뽑혔다. 나는 이 장점들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드라마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단순히 마블 팬이라서 재미있는 작품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1. MCU 정주행, 필요한가요?
네!!!!!!!!!!!!!!!!!!!!!!!!!!!!!!!!!!!!!!!!!!!!!!!!!!!!!!!!!!!!!!!!!!!!!!!!!!!!!!!!!!!!!!!!
두 말하면 입 아플 정도!!!!!!!!!!!!!!!!!!!!!!!!!!!!!!!!!!!!!!!
- 이 이하부터 <어벤저스 : 엔드게임>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안 보신 분들, MCU 정주행하고 옵시다 -
2. 앞으로의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작품인가요?
일단 이 디즈니 플러스를 구독할 정도라면 인류 반이 날아갔었다는 극의 설정을 알고 있을 것이다. 타노스는 생명체 반을 날리기 위한 준비물을 모두 구하는 데 성공했고 결과적으로 <인피니티 워>에서 그의 목적을 이루게 된다. 그 과정에서 비전이 갖고 있던 마인드 스톤이 뽑히는데 이것을 계기로 그가 죽게 된다. 결과적으로 어벤저스는 타노스와의 전투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완다 역시 떠나보내야 할 것들이 있었다. 멘토 스티브 로저스와 나타샤 로마노프까지 그녀의 곁을 떠난 것이다. 가족, 친구, 사랑 모든 걸 다 잃은 완다. 그녀에게 기댈 곳이라곤 단 1도 없다. 그런데 드라마 1화부터 갑자기 죽은 줄 알았던 비전이 살아서 완다와 함께 등장한다. 우리는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아니, 비전 죽은 거 아냐? 와 아니, 갑자기 느닷없이 평범한 시트콤이 되어버린다고? 다. 이 두 가지가 이 드라마의 기본 설정이다. 작품은 이 두 가지의 미스터리에 대해 설명해주며 왜 주인공 둘이 이렇게 살고 있는지, 완다에게 비전은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이는 곧 <스파이더맨 : 노 웨이 홈> , <로키>와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에서 다룰 '멀티버스' 세계관이 열렸던 개연성을 보여준다. - 아, 이것을 설명해주는 건 스포일러가 아니다. 왜냐면 케빈 파이기가 완다비전이 멀티버스랑 관련 있다고 오피셜을 내렸기 때문이다. - 또한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하는 듯한 암시도 있었으니 MCU의 팬이라면 무조건 봐야 하는 셈이다. 아, 포스터에도 나오듯 완다 막시모프라는 인물이 '히어로냐 빌런이냐'의 양자택일 안에서 어떤 선택을 고르는 지도 굉장히 중요하니 새로운 안티 히어로의 등장을 지켜본다는 점에서도 볼 이유가 분명하다. 아, <앤트맨>에서 나왔던 지미 우와 <캡틴 마블>에서의 모니카 램보, <토르 : 천둥의 신>에서의 달시 루이스, <엑스맨>의 피에트로도 나오니 마블의 팬들은 즐겁게 보기 좋을 것 같다.
3. '빌런 혹은 히어로'? 갑자기?
'완다가 빌런이냐 히어로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고?'라고 포스터를 보고 의문점이 들 수 있다. 내가 그랬기 때문이다. 아니 한번 히어로면 영원한 히어로지 빌런이 된다고? 란 생각이 들었었다. 그러나 이 의문점은 내가 지극히 보는 사람의 관점에서만 생각했기 때문에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완다비전>까지 오기 전, 그녀의 처지를 살펴보자. 주인공이 사랑했던 인물들이 자기 의사랑 상관없이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 경험상 이럴 땐 누군가의 위로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막상 아무도 없으니 그녀가 감당하기엔 슬픔은 너무 컸을 것이다. 이렇게 단순히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 그녀의 처지를 복기해보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데 드라마는 그녀의 섬세한 내면묘사를 바탕으로 이 인물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공감하게 만든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히어로로 남을지. 강한 내면을 되찾음으로써 그녀의 자아를 다른 쪽으로 비틀지, 드라마는 철저한 미스터리로 우리들의 시간을 없애버린다. 결국 이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인물의 양면성에 대해 이해하게 될 것이다.
4. 이야기의 완성도는 어떤가요?
일단 1회독을 끝낸 지금 생각해 보니 딱히 구멍은 없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며 색감이 은근히 좋아서 이야기에 몰입하기 좋다. 또 도입 3화까지 살짝 지루한 구석이 있을 것 같긴 하다. 근데 그게 플롯의 누수때문이 아니라 천천히 내용을 만들어 가기 위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5번에서도 썼지만 빌런에게 읭? 싶은 구석이 있긴 하다. 근데 보기에 페널티가 있고 이런 건 아니다.
5. 빌런의 묘사는 어떠한가요?
기존에 마블의 빌런들을 돌이켜 봤을 때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았다. <샹치 : 텐 링즈의 전설>에서의 만다린,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의 벌처가 생각난다. 전자는 담당 배우의 엄청난 카리스마가 만든 느낌이 강하고 후자는 생활밀착형 빌런이라는 점에서 이해가 쉬웠다. 이 <완다비전>에서의 빌런은 이들과 살짝 다른 맥락이다. 이 빌런(들)은 엄브릿지형으로 볼 수 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재수가 없다. 또한 밑도 끝도 없는데 인물의 성격 자체가 그럴 법해서 납득이 안 되는 건 아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의 지모 대령의 정확히 반대 기능을 하는 악역인 셈이다. 현실에 저런 사람이 내 주위에 있거나 직장상사거나 후배면 진심으로 싫을 것 같다. 이런 가까이 가기 싫은 캐릭터를 잘 묘사해 나름의 긴장감을 부여한다.
6. 다른 히어로의 탄생? 무슨 뜻인가요?
이는 3번의 질문과도 이어진다. 완다는 앞으로 히어로가 될지 빌런이 될지 알 수 없는 캐릭터다. 이 인물이 후의 MCU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새로운 히어로의 탄생을 꼼꼼히 지켜보면 알 수 있다. MCU의 방향성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새로운 능력자와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
7. 고전 미국 시트콤을 오마주 했다던데?
난 한국인이기 때문에 어떤 드라마를 본떠왔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드라마를 연출하기 위해서는 시트콤에 대한 오마주가 이 극에서 무조건 들어가야 한다. 무조건. 오마주를 위한 작품이 아니다. 작품을 위한 오마주가 된 것이다. 또한 이런 연출 방식이 드라마의 호러, 스릴러 향 첨가에 도움을 준다. 기존에 장르영화와 드라마를 좋아했던 분들이라면 다른 재미요소가 될 것이다. MCU의 작품이 평단에서 호평받았던 경우가 드문 걸로 아는데 이 작품은 이 지점에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과연 <오징어 게임>과 자웅을 겨뤄볼 만하다.
8. 액션 맛집 마블, 이번에도 닉값 하나요?
액션이 많이 나오지는 않는다. 한 화에만 나오는 정도? 두 주인공 폴 베타니와 엘리자베스 올슨이 워낙 연기를 잘했고 CG도 매끄럽게 잘 뽑아서 극을 이끄는 흡입력이 좋다. 굳이 액션이 필요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해서 액션의 퀄리티가 별로냐? 난 좋았다. 등장인물의 특색들을 잘 살렸다.
4.5/5.0
강력추천!
디즈니 플러스를 처음 구독한 분들이라면 부담없이 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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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린 너머 세계 속으로… 스웨덴] 잔 아래의 세계
계급도를 그릴 때 피라미드형이 가장 자주 쓰이는 것처럼, <슬픔의 삼각형>에서도 계급이 있는 곳에 삼각형이 있다. 삼각형은 물질적이고 직관적인 이미지로 등장해 추상적이고 의식적인 단계까지 진화한다. 삼각형, 즉 계급이 등장할 때 항상 배경에 반복되거나, 불쾌한 소리가 낮게 깔린다.
칼과 야야가 차 안에서 다툴 때, 차의 와이퍼가 계속 움직이며 괴상한 소리를 낸다. 이때 둘의 대화를 클로즈업 쇼트로 연달아 보여주는 것이 아닌, 탁구공이 핑퐁하는 것처럼 둥글게 움직이며 둘의 사이에 있는 와이퍼까지 훑고 지나간다. 영화 속에서 카메라는 주로 작품과 현실의 경계를 이어주는 도구로 작용하지 카메라 자체가 인격적인 의미를 가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위 장면은 마치 둘 사이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둘을 번갈아 쳐다보는 듯한 효과를 준다. 칼과 야야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카메라까지 삼각형의 구도가 완성되며 칼과 야야 사이의 계급을 표시한다.
칼과 야야가 크루즈 갑판에 누워서 직원을 볼 때, 야야의 앞에서 직원이 웃통을 벗는 걸 질투한다. 칼과 직원 사이에 있는 위계가 드러나는 장면이며 칼의 특권 의식에서 출발한 질투가 강해질 때 날아다니던 파리는 한 마리에서 두 마리로 늘어난다. 이후 치프에게 직원의 행동을 이야기하러 들어올 때 파리 하나가 같이 따라 들어온다. 이후 파리는 사라지고 야야를 위한 약혼반지를 고를 때 태엽이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작게 들려온다.
일반적인 피라미드형의 계급도에서 최상층이 권력을 상징한다면 <슬픔의 삼각형>에서는 전경이다. 야야와 칼이 식당에서 사장을 처음 만났을 때, 부자 둘이 한 앵글에 잡히고 남은 꼭짓점은 후경의 직원이 채운다. 꼭짓점의 한 축을 담당하던 직원이 사라지자 바로 다른 직원이 나타나 그 축을 채운다. 이는 권력의 삼각형이 완성될 수 있던 건 직원과도 같은 피라미드의 아래에 위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임을 암시한다.
크루즈에서 직원과 부자가 동등한 위치에 서 있던 한 씬이 있는데, 직원이 수영하도록 종용하던 장면이다. 언뜻 보면 둘이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운데의 접힌 파라솔 여전히 권력이 작용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부자의 종용으로 모든 직원들이 미끄럼틀을 타게 된다. <슬픔의 삼각형>은 곳곳의 물건들로도 삼각형을 표현해 내는데, 여기서 가장 직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게 미끄럼틀과 와인잔이다. 일단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서는 최상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까지가 미끄럼틀의 완성이다. 삼각형의 꼭대기로 올라가 휴식할 수 있었지만, 그걸 가능케한 것도 최상층의 사람이고, 이 휴식은 일시적으로 그들은 다시 선장과의 저녁파티 준비를 위해 미끄럼틀을 미끄려져 내려와야 한다.
미끄럼틀을 통해 내려오게 된 것은 직원들 뿐만이 아닌데, 이후 이어진 선장과의 저녁에서 기체가 심하게 흔들리며 저녁파티에 간 상류층들은 구토와 똥물에 빠지게 된다. 그들의 허세와 권력은 가장 더러운 곳으로 떨어지며 권력의 삼각형은 깨진 것처럼 보인다. 이때 그들의 권력은 아직도 공고함을 보여주는 것이 와인잔이다.
상류층들이 싸지른 토사물들을 치우는 건 직원들이다. 이때 한 직원이 깨진 와인잔을 치우는데 와인잔은 영화의 거의 초반부터 계속 등장해왔다. 와인잔은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며, 물을 채우면 물을 채운 부분이 삼각형처럼 보인다. 또한 와인 자체로도 부의 속성을 가진다. 이 장면에서 와인잔은 완전히 박살나 깨진 것이 아닌, 잔을 잡는 목부분만 깨져있으며 안에 담긴 와인은 멀쩡하다. 직원을 자신이 잘라놓고 그 사실을 회피하고, 청소할 수 없는 돛을 가지고 트집잡으며 토사물과 인분에 뒹구는 더럽고 바보같은 권력자들임에도 권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토와 똥으로도 뒤집히지 않았던 삼각형이 뒤집히는 건 섬에서부터다. 무인도에 표류한 상황에서 최우선되는 건 생존으로, 유일하게 생존에 필요한 능력을 갖춘 아비게일이 권력을 쥐게 된다. 권력 구조가 재설정됨에 따라 기존의 ‘부’라는 권력 구조에 속하던 명품 시계들은 가치가 없어보인다. 그러나 이후 아비게일의 팔에는 부자들의 소유였던 명품 시계들이 매여져 있다. 무인도라는 공간으로 배경이 바뀌고, 권력 구조가 재설정되었음에도 무인도인줄 알았던 리조트의 뒤편처럼 여전히 생존은 부라는 권력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쉽게 뒤집혀버린다.
마지막 장면, 리조트의 엘리베이터를 본 아비게일은 영원한 권력을 위해 야야를 향해 돌을 치켜든다. 생존의 가치가 사라진 순간 다시 부의 권력에 편입되어 삼각형 밑바닥에 자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카메라는 아비게일과 야야 대신 어딘가 급하게 뛰어가는 칼을 비춘다. 칼의 목적지나 이유가 나오지는 않지만, 관객은 자연스럽게 칼. 아비게일과 야야의 삼각관계를 떠올리게 된다.
반복되어 제시된 삼각형이 관객에게 구도나 물건을 통해 삼각형을 찾는 것부터 시작해 인물의 삼각관계를 통해 삼각형을 떠올릴 수 있게 만들기까지가 영화의 완성이다. 아비게일이 야야를 죽이더라도, 칼이 어딘가에서 도망치거나 무언가를 쫓더라도 그들이 삼각관계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처럼 우리또한 우리 머릿속에 공고히 자리잡은 삼각형에서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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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만들었지만 너무나도 익숙한 장면의 조합이었던 영화 《범죄의 재구성》
한창 넷플릭스를 구독하던 시절 썸네일에 염정아가 너무 예쁘기에 손이 자동적으로 갔고, 플레이버튼을 눌러서 봤던 영화 《범죄의 재구성》. 가볍게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만큼 가볍고 재밌는 범죄오락영화였다. 다만 15년도 더 된 작품이라 그런지 진부함이 느껴져서 약간은 아쉬웠던 작품이기도 했다.
영화 《범죄의 재구성》 시놉시스사기는 테크닉이 아니라 심리전이다
사기꾼들의 속고 속이는 '리얼사기극'
사기 전과로 출소한지 한 달, 최창혁은 흥미로운 사기 사건을 계획한다. 그것은 바로 '꾼'들이라면 한번쯤 꿈꾸는 사상 최대 규모의 한국은행 사기극. 다섯 명의 최고 '꾼'이 한 팀을 이뤘다. 완벽한 시놉시스 개발자 최창혁을 비롯, 사기꾼들의 대부 '김선생', 최고의 떠벌이 '얼매', 타고난 여자킬러 '제비', 환상적인 위조기술자 '휘발류'.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믿지 못한다. 목표는 하나! 하지만 그들은 모두 서로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과연, 성공 할 수 있을까?난공불락 '한국은행'이 당했다. 그러나 결과는 사라지고 없다! 한국 은행 50억 인출 성공! 그러나 결과는 없다. 모두 뿔뿔히 흩어지고, 돈은 사라졌다. 분명 헛점이 없었던 완벽한 계획. 무엇이 문제였던 것인가?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부상당한 '얼매'가 체포되고, 도망을 다니던 '휘발류'는 도박장에서 잡힌다. '제비' 또한 빈털터리인 채 싸늘한 시체로 발견 된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이 아직 행방이 묘연한 '김선생'의 또 다른 사기극? 아니면 이 사기극을 계획했던 '최창혁'의 또 다른 시놉시스?
사건을 추적하던 '차반장‘과 경찰은, 한국은행 사기극의 덜미를 잡게 된 결정적 계기가 한 여자의 제보 전화라는 것을 알아낸다. 용의자로 떠오른 이는 팜므파탈 사기꾼 서인경. 김선생의 동거녀인 그녀는, 한국 은행 극에 끼지 못했지만 항상 그들의 곁을 맴돌고 있었던 것. 그럼, 그녀가 결정적인 제보자일까?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장면전환이 너무나도 좋았던 작품
은행을 터는 사기극인만큼 은행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으면 이 사기 행각이 얼마나 철두철미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쉽게 파악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은행 하면 내 예금이 있고 내 돈을 넣어두는 곳이라고 밖에 생각을 안해서 그 안에서 어떻게 돈이 이동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편이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설명을 대사와 장면으로 알기 쉽게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은행이 이런 일을 하는구나!! 잘하면 모방범죄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되고 사기꾼이 괜히 똑똑한게 아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은행의 운영 방식에 대해 설명을 해주는 장면에서 꾼들이 모여 서로 떠들다가 은행으로 장면이 넘어가고 탈출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누운상태로 취조를 받는 과정까지 장면 전환이 굉장히 유려하게 이뤄진다. 분명 플래시백인데 현재를 함께 달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과거의 사건으로부터 현재까지 시간 이동이 꽤 길었음에도 그 갭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과거와 현재가 분리되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 연출이라서 굉장히 신선했다.
왜 똑같은 것 같지
솔직히 충분히 재미도 있었고, 배우들은 연기를 너무나도 잘했고, 연출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었다. 이 작품이 2004년에 개봉한 작품이기 때문에 15년도 더 지난 지금 영화 《범죄의 재구성》를 보고 있는 나에게는 영화 구성이 굉장히 익숙하게 다가왔다.
만약 개봉 당시 영화 《범죄의 재구성》을 봤더라면 우와~ 대박!! 시나리오 봐!!! 하면서 박수를 쳤을 테지만 이미 이런 범죄 영화들의 문법에 많이 노출된 상태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누군가를 속이고 그걸 또 속이고 경찰은 그것을 이용하고 뛰는 경찰 위에 나는 사기꾼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시퀀스들이 약간 머리 속에서 3초 스포 당하듯이 미리미리 짐작이 되다보니 약간 거품 빠진 콜라를 마시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많이 아쉬웠다.
캐릭터가 고정된 것도 아쉬워
또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배우들의 캐릭터가 고정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백윤식 배우나 이문식 배우 등 꾼으로 출현하는 배우들이 맡은 역할은 다른 영화에서 본 역할들과 굉장히 일치했다. 이름만 바뀐 배역으로 다시 등장하는 느낌이랄까? 배우들의 영화 캐릭터가 너무 고정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영화에서나 한 번씩 그 배역으로 만나봤던 배우들이어서 그 캐릭터의 소화력이 너무나도 좋긴 했지만 신선함과 새로움은 느낄 수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었다. 그래서 범죄의 재구성은 영화를 보는 내내 정말 잘 만들었다는 느낌은 강하게 받았지만 딱히 이목이 끌리지는 않았던 작품이었다. 만족스럽긴 한데 허전했달까?
너무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영화 《범죄의 재구성》를 봐서 실망감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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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너스> 속 뱀파이어화, 그리고 뱀파이어
<씨너스(Sinners)>(2025, 라이언 쿠글러)
* 작품의 장면과 결말 포함
<씨너스>의 두 번째 오프닝은 위장이다. 먼저 영화는 (아마도 애니의) 스토리텔링으로 열린다. 생과 사의 경계를 허물어 혼을 소환할 능력이 있는, 또한 악마도 불러들이는/매혹하는attracts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 이어 1932년 미국 남부라는 배경을 알리는 간결한 문구가 화면에 뜨고, 앞뒤 설명 없는 상황이 뒤따른다. 지옥을 뚫고 달려온 듯한 몰골의 소년이 손잡이만 남은 기타를 들고 교회로 들어선다. 목사는 그를 알아본다. 대립하듯 마주보는 두 사람을 번갈아 조명하는 숏들 사이에 이질적인 상이 끼어든다. 관람을 마친 후의 관객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되지만, 이 시점에서는 판별할 수 없다. 영화가 그 미지의 존재를 소년과 포개고 있다고 추측하게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우리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성직자가 십자가를 들고 기도문을 외우면 괴로워하는 악마의 상을 수없이 봐 왔다. 첫 시퀀스에서 ‘그 목소리The voice를 지닌 자가 악마를 불러들일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으므로, 관객은 기타를 쥔 소년이 위험한 존재라고 짐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후 전개를 따라가며 전자의 일부가 다시 이해되고, 후자는 완전히 뒤집힌다. 영화 후반부에 이 교회 씬이 재등장하면 관객은 아주 다른 것을 읽어내게 된다.
사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세계를 대강이라도 안다면, 악마에 씌인 블루스 뮤지션이 십자가에 의해 구원받는 서사를 연상하도록 관객을 유도하는 제스처에 다른 속셈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예상했을 수도 있겠다. 이 위장은 거기 속아넘어갔건 그 이면을 예상했건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미리 적으면, 악마에 맞서는 힘은 부두교와 블루스- 블랙 헤리티지에서 나온다. 러닝타임을 한참 건너뛰어 새미가 뱀파이어 수장 레믹에게 붙들리는 클라이맥스 씬을 보자. 프리쳐 보이인 새미가 기도문을 외우자, 레믹이 웃으며 그것을 따라 외기 시작하더니 뱀파이어들 모두가 합창한다. 이는 영화가 위장의 해체를 완료하는 장면이다.
환상을 퍼트리는 뱀파이어와 감염의 매개 - 메리와 그레이스
다시 오프닝으로 돌아가, 목사가 소년에게 ‘기타를 내려놓고 악을 버리라’고 강력히 애원하는 와중 영화는 하루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 이 다음부터 묘사되는 것은 스모크와 스택이 새미를 데리고 주점 오픈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초점은 준비 단계 자체보다는 인물 소개에 있다. 오가는 대화와 행위로 과거사와 관계성이 드러난다. 보, 그레이스, 슬림, 메리, 콘브레드, 애니가 등장한 후,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신호처럼 뱀파이어 악마 레믹은 충격음과 함께 화면에 뚝 떨어진다. 그가 퍼트리는 뱀파이어화는 좀비화를 수반한다. 물린 자들은 피를 필요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을 감염시키기를 갈망하게 되며, 자아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집단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게 된다. 뱀파이어화와 함께 퍼지는 것은 “서로에게 무조건 친절한”, 피부색을 ‘인식하지 않는’ 거대한 연합체에 대한 환상이다. 이는 현재에도 All Lives Matter나 Equalism 같은 이름으로 존재하는, 차이를 뭉뚱그리고 차별을 덮는 ‘휴머니즘’적 태도들을 조롱하는 은유가 아닐까.
영화가 쌓아두었던 각 인물의 특징은 감염의 상대적 취약성, 그리고 누가 어떻게 감염되고 감염시키는가와 관련이 있다. 이를테면 동료에게 행사된 혐오성 법폭력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슬림은 스스로를 희생해 타인을 지킨다. 뱀파이어에 관한 지식과 영적 능력이 있어 전략적 구심점이 되는 부두교 주술사 애니는 감염되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스모크에게 당부한다. 뛰어난 블루스 싱어/댄서인 펄린은 마늘을 먹기는 싫어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새미를 구한다. 더 취약하다/덜 취약하다는 당연히 악에 가깝다/선에 가깝다의 의미가 아니다. 이는 상대적이고 어느 정도 우연한 것이며, 경우에 따라 인물이 실제로 그러한가보다 영화가 인물에게 부여한 상징성과 더 관련이 깊어지기도 한다. 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매개 역할로 배정된 메리와 그레이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뱀파이어인 상태로 처음 건물 안에 들어오는 자가 백인의 얼굴을 한 메리라는 점, 뱀파이어들을 건물 안으로 들이는 대사를 뱉는 자가 인종분리정책의 직접적 대상은 아닌 그레이스라는 점은 의도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기차역 대화의 말미에 메리는 ‘지옥에나 가라’고 저주했고, 스택은 멀어져가는 메리를 향해 ‘네 자리도 마련해 둘게’라고 받아친 후 ‘내 바로 옆에’라고 속삭이듯 덧붙였다. 상대방에게 일부러 닿지 않도록 전달된 이 대사는 스택의 진심을 드러내는 와중 일종의 느슨한 복선 역할 또한 한다. 서로 사랑하는 매리와 스택의 관계는 복잡하다. 메리의 조상 중에는 흑인이 있으므로 당시의 원-드롭 룰에 따르면 그는 백인이 아니다. 그러나 인종은 (레이시스트들이 주장하듯)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 계획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후에 우리는 메리가 부유한 백인 남성과 결혼하도록 스택이 주선했음을 알게 된다. 여기엔 (특히 부유한 백인)여성이 남성의 울타리 안에 포함되는 역학과 흑인이 여전히 명백히 차별받는 노예‘해방’ 이후의 역학이 있다. 후자를 피부에 샅샅이 감각하는 스택은 메리를 인격체로 존중함에도 전자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전자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메리의 지속적인 주장은 후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 이 관계는 남성과 여성, 흑인과 백인이 아닌 1930년대 미국 남부의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관계다. (가부장제는 영화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아니니)이들의 사랑은 인종을 뛰어넘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관계를 맺을 때는 인종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메리는 스택으로부터 주점이 적자라는 이야기를 듣고, 도움이 되고자 레믹 일행과 교류를 시도한 결과 감염된다. 영화는 메리를 영리하고 민첩하게 묘사함으로써 그의 행동이 부주의했다고 평가할 여지를 차단한다. 메리가 매개로 선택된 것은 그가 지닐 수밖에 없는 특권 때문이다. 백인의 얼굴로 흑인들의 공간에 드나들며 “가족”으로 환영받는 메리는 분리정책에서 자유로운 개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허나 한편으로 양쪽을 오가는 것은 그가 백인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세 백인의 선의를 믿고 밖으로 나간 메리는 ‘모두의 화합’이라는 사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스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길 바라는, 백인이 아닌 인류human being로 인식되길 바라는 메리는 틀리지 않았다. 다만 영화는 메리의 감염을 통해, 그 바람이 시대 맥락과 사회적 상황을 무시하고 차별을 무화하는 막연한 관념, 심지어는 종교로 변질되는 모습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뱀파이어화된 메리는 별안간 그 복잡한 과거사가 녹아내리기라도 한 듯 스택을 유혹한다. 스택은 메리를 거부한 상태에서 거기 넘어간다. 스택과 뱀파이어-메리의 베드신은 애니와 스모크, 새미와 펄린의 것과 달리 부자연스럽고 이상하다. 침을 줄줄 흘리는 메리를 보고, 스택은 ‘그거 침이냐’고 묻는다. 메리는 ‘좀 줄까?’라고 묻고, 스택은 달라고 한다. 이후 메리는 스택의 입 안에 침을 뱉는다. 이는 단지 페티시가 아니다. 이미 메리가 아닌 메리의/백인의 몸에서 떨어져나온 것을 스택이 아래에서 받아먹는 일련의 행위에, 위계와 취약성에 대한 은유가 있지는 않은가? 이들의 사랑에 애초에 위계와 동경이 내포해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 순간-감염되었고 감염시키는 백인과 감염되는 흑인 사이의 역학을 말하는 것이다. 영화가 1992년에 (레믹과의 끈은 끊어지고 뱀파이어화된 개별 신체만 남은, 햇빛은 보지 못해도 함께 펍에 입장할 수 있게 된 연인으로)스택과 메리를 재등장시킨 까닭은 어쩌면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오염시킨 것에 대한 사과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그레이스의 경우는 어떤가, 그는 영화가 드리운 상징성 때문에 매개로 선택된다. 길을 사이에 두고 흑인 전용과 백인 전용 마켓을 운영하는 보와 그레이스 차우 부부 역시 양쪽을 오갈 수 있다. 영화는 두 사람의 자녀인 리사가 그레이스를 부르기 위해 흑인 전용 마켓에서 백인 전용 마켓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하나의 숏으로 연결해 촬영하며 이 점을 강조한다. 동시에 메리와 그들은 분명히 다르다. 아시안인 그들은 백인들의 공간에서 이를테면 ‘안 보이는’ 존재가 된다. 스모크가 총을 쏜 직후 백인 전용 마켓의 손님들은 카운터에 있는 그레이스를 ‘보지 않은’ 채 “유색인종”을 폄하하는 발언을 주고받는다. 반면 흑인 커뮤니티 내에서 이 부부는 메리처럼 손님으로서의 가족보단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의 가족으로 간주된다. 새미의 노래로 과거와 미래의 예술혼들이 소환되는 ‘I Lied to You’ 씬에서 영화는 중국 전통 극예술 재현을 잊지 않는다.
한편으로 영화는 보와 그레이스의 캐릭터에 미묘한 차이를 심는다. 첫 등장에서 보는 흑인 전용 마켓에서 일하고 있었고, 그레이스는 백인 전용 마켓에서 흰 앞치마를 입고 일하고 있었다. 새미의 아버지를 비롯해 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이들이 전부 눈이 시릴 정도로 흰 복장을 하고 있었음을 떠올려보자, <씨너스>에서 새하얀 옷은 단지 옷이 아니다. 스모크를 허물없이 반기는 보와 달리 그레이스는 총격 사건을 먼저 언급한다. 주크 조인트에서 스택이 메리에게 물렸을 때도, 보는 도우려 하고 그레이스는 선을 긋는다. 결정적으로, 그레이스는 건물의 봉인을 해제해 뱀파이어들을 안으로 들인다. 사실 부부의 반응이 다른 까닭은 성격의 차이나 자녀를 주로 누가 보살펴왔는가의 문제로 짐작된다. 뱀파이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면 마을로 향했을 수도 있으므로 그레이스의 걱정은 타당하다고도 생각한다. 허나 슬림이나 메리, 애니에 비해 얕게 다루어지는 그레이스가 ‘실제로 어떠한가’는 내 생각에 여기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영화가 보에 비해 그레이스를 조금 더 ‘백인적인 것’에 가까운 인물로 ‘정했기 때문에’, 그의 대사가 뱀파이어들을 안으로 들이는 것이다. 그레이스가 정말로 백인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상징성을 걸치고 있다는 뜻이다. 제 의지와 상관없이 감염을 품고 들어오는 메리의 경우 인물의 특권적 특성이 감염이라는 은유로 발현된다면, 제 의지로 뱀파이어들을 들이는 그레이스의 경우 영화가 부여한 상징성이 실제로는 그것과 상관없는 인물의 행동과 큰 그림에서 연결되는 것이다. 메리와 스택에게 불멸의 로맨스가 선사되었다면 그레이스에게는 이른 죽음이 배정된다. 그는 문이 열리자마자 화염병을 던지고, 한 뱀파이어의 심장에 말뚝을 찔러넣은 채 함께 활활 타오른다. (그 죽음은 자의로 보이기도 한다.) 그레이스를 뱀파이어화하지 않는 것은 관객의 미움을 받을 것이 분명한 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을 수 있다.
신들린, 그리고 한이 서린 음악들 - 레믹과 새미(들)
<씨너스>는 델타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인물들을 따라가며 다른 공간을 번갈아 보여주는 한편 시간선은 분리하지 않는다. 인물의 과거 회상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관객에게 공유하는 대신, 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발화해 주위 인물들과 공유하게 한다. 스토리텔링이 영화 안 청자에게 들리고 울려퍼지는 것이 <씨너스>에선 중요하다. 스택, 새미와 차를 타고 가던 중 슬림은 아직도 노역을 살고 있는 동료를 마주친다. 그가 겪은 폭력에 관해 슬림이 털어놓는 동안 화면에는 청각적 재현이 배경 사운드로 깔린다. 슬림의 대사와 그가 떠올리는 과거의 소리가 겹치며 재생되는 것이다. 과거의 소리는 슬림과 관객에게만 들리는 것이겠으나, 슬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스택과 새미도 어쩌면 그것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두 가지 사운드는 슬림의 신음으로 모이고, 그것은 싱잉으로 이어진다. 애초에 그것들은 블루스 ‘안에’ 있다고 영화는 이야기하려는 듯하다. 새미가 주크 조인트에서 아버지를 위해 쓴 곡을 부르는 것 또한 일종의 스토리텔링, 이 곡은 과거와 미래의 예술혼을 불러낼 뿐 아니라 그곳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각자의 모양대로 춤추게 한다. 뱀파이어를 매혹하는 블루스는 후에 그들에게 맞서는 무기가 된다.
블루스를 비롯한 블랙 헤리티지 뮤직들 말고도 영화에는 또다른 음악, 뱀파이어들이 합창하는 포크송이 등장한다. 이는 영화가 오프닝에 소개한 미디엄의 기원 중 하나이며 블루스와도 관련이 있는 아일랜드 포크다. 이와 더불어 영화가 숨겨둔 결이 드러난다. 레믹은 단지 미국의 백인이 아닌 상당히 나이든 아일랜드인 뱀파이어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기억하고 미국 내 차별을 겪었을, ‘터전을 빼앗긴’ 적이 있음을 언급하는 레믹은 1932년 델타에서 오히려 흑인들, 특히 자신과 같은 음악가인 새미에게 공감한다.(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레믹이 “그가 도달한 시점에 이 장소에 있던 인종적 정의가 존재하기 이전 시대를 살아온 자”라고 말한다.[Indiewire]) 그가 처음 등장해 조안과 버트에게 애원하는 씬으로 돌아가보자. 집 안쪽에 있는 KKK단 복장이 흔들리는 시선으로 잡히는 숏이 있는데, 이는 아마도 레믹의 시점숏이다. 그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델타의 동료가 덮어쓴 누명과 유사한 인종차별적 망상 서사다. 다만 대상이 흑인에서 아메리카 선주민, 촉토 “인디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뒤이어 찾아온 선주민들은 정중하게 위험을 경고하지만, 문을 연 조안은 불안해하면서도 겨눈 총을 내리지 않는다. 레믹이 백인성을 꾸며내 KKK단 일원인 백인을 먼저 감염시키는 것은, 전략적 선택이면서 일종의 대리 복수 겸 조롱(제 ‘종’차별에 제가 넘어가도록 하는)이 아닐까.
주크 조인트 입구에서 가로막힌 레믹은 제 손등을 쓸며 대수롭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듯 “이거?”라고 뱉고 실소한다. 처음엔 이 반응의 원인을 그는 스스로의 피부색을 인식하지 않아도 되는 백인이기 때문으로 읽었다. 허나 레믹의 헤리티지를 알고 나니 그에게 있어 그 ‘분리’는 ‘정말로 이상한 것’인 동시에 이해가능한 것이리란 판단이 든다. 스모크와 스택이 알 카포네 밑에서 일했었다는 점, 아일랜드 맥주와 이탈리아 와인을 훔쳐 주점을 꾸리고는 양쪽이 싸우도록 내버려두었다는 점을 기억해보자.(그저 범법적 비즈니스 전략일까, 혹시 어떤 복수의 일환일까.) 이와 더불어 20세기 미국에서 아일랜드 이민자들을 비롯한 가난한 유럽인들은 한때 백인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나, 흑인을 노예화하는 시스템에 포섭되고 동참하며 ‘백인으로 통합되었다’는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소수적 인종/민족을 분리하거나 묶으며 착취 피라미드를 만드는 인종주의의 역학, ‘아닌 것을 골라냄으로써 제 1의 종을 형성하는’ 종차별. 레믹은 이 구조를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미 증오에 사로잡힌 그의 목적은 흑인들과 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내 고통을 다들 느끼라’,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라’고 강제한다. 회유를 위한 위장처럼 들렸지만 레믹은 원하는 바를 순순히 밝혔다. KKK단, 그리고 사실상 KKK단을 허용하는 지배세력의 말살. ‘우리를 핍박한 저들’을 전부 해하려 한다는 면에서, 레믹은 <블랙팬서>의 에릭 킬몽거와 닮은 데가 있다. 이들은 ‘적들’을 파괴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수단화할 준비가 돼 있다. 레믹은 자신이 퍼트리는 ‘모두의 화합’ 사상을 스스로 믿지 않는다. 그가 상상하고 원하는 그림은 ‘I Lied to You’ 씬의 말미에 카메라를 등진 그가 바라보고 있는 상- 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모든 것이 불타는,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다.
레믹이 새미를 붙들고 목을 대뜸 물어뜯는 대신 구구절절 과거사를 늘어놓는 까닭은, 새미야말로 그가 이해받고 싶었던 단 한 사람, 갈망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것을 지닌 이였기 때문일 수 있다. 결국 레믹은 새미의 음악적 상징-기타로 인해 치명상을 입고 스모크에게 심장을 뚫린다. 그가 증오에 사로잡힌 악마가 되면서도 지켜온 단 하나가 음악이었기에, 뱀파이어화된 채 오랫동안 살아온 그를 죽이는(해방시키는) 것 또한 음악이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 새미는 레믹의 증오에도, ‘모두의 화합’ 사상과 닮은 종교에도 포섭되지 않고 기타 조각을 꼭 쥔 채 제 길을 떠난다. 60년 후 새미가 펄린의 이름을 걸고 공연하는 장면, 재회한 스택과 메리가 그의 음악에 감동받는 장면은 슬림, 펄린, 새미와 같은 이들이 전해 온 음악의 유산이 현재로 이어짐을 긍정한다. 분노에 매몰돼 너의 주변을 불태우지 말라, ‘모두의 화합’이라는 예쁘장한 환상에 빠져 인종주의의 역사와 현존하는 차별을 무화하지 말라, <씨너스>의 자발적 ‘죄인들’이 블루스로 전하는 말씀은 2025년에 너무나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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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자 하는 내용이 주로 흑인이 아닌 인물들에 관한 것이어서 스모크와 애니의 이야기가 빠졌는데, 연결… 보단 비교해야 할 지점이 있어 엔딩만 언급한다: 스모크의 복수는 레믹의 파괴와는 다르다. 영화가 플래시백으로 강조하듯 그 스스로 한 말을 지키는 행위이며, 극단적인 저항이다. 영화는 픽션이라는 전제 하에 이 반격을 긍정한다. 죽어가는 스모크 앞에 나타난 애니는 “연기smoke가 아이에게 닿는 게 싫다”는 언어 유희로 “스모크”의 정체성을 내세에 가져오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도(그는 늘 스모크를 ‘일라이자’라는 본명으로 부른다), 그가 호그우드를 쏘는 행위는 암묵적으로 허용한다. 하나 더, 크리스천이 아닌 애니가 입은 흰색은 교회 신도들이 걸쳤던 흰색과는 다르다고 본다. 이승에서 바라보고 상상하는 막연한 구원과 순수, 믿음의 (어쩌면 백인성 추구의) 상징이 아닌, 사후에 다다른 낙원에서 얻은 평화를 반영하는 흰색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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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점을 잃어버린 리부트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음모를 접한다. 초현실적인 공포스러운 존재부터 시작해서 정부나 기업이 어떤 음모로 세상에 나쁜 짓을 한다는 식의 여러 가지 떠도는 이야기들을 접한다. 그런 이야기는 일단 흥미롭고 재미있다. 우리는 어떤 일 이면에서 벌어지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확한 증거나 자료가 있지 않으면 그 이야기의 빈 곳을 채워 넣으려 노력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이야기를 채우기 위해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음모다. 작은 추정으로 시작한 그 이야기는 조금씩 세밀해지면서 음모론으로 점점 발전한다. 사람들은 이런 음모를 바탕으로 한 영화나 소설을 좋아한다. 무서운 공포 이야기보다는 조금 더 사회의 어두운 면을 꿰뚫어 본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거리를 던져준다는 점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한 요소가 된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라쿤시티>는 좀비물과 음모론을 뒤섞어 만든 액션 스릴러다. 주인공 클레어(카야 스코델라리오)와 크리스(로비 아멜) 자매는 부모를 사고로 잃은 후 라쿤 시티의 고아원에 맡겨진다. 제약 회사인 엄브렐라가 깊이 개입하여 관리되는 라쿤 시티에서 자란 자매는 함께 지내다가 클레어가 그곳을 이탈해 다른 지역으로 가게 되어 따로 생활한다. 영화는 무언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한 클레어가 다시 라쿤 시티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공포 액션 게임을 다시 리부트 한 영화 <레지던트 이블:라쿤시티>
클레어는 어린 시절부터 남들과는 다른 시선을 가졌던 인물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중 가장 의심이 많은 인물이고, 진실을 제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인물이다. 오빠인 크리스조차 클레어를 완전히 이해해주지 않기 때문에 가장 소외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다시 어린 시절 아픔이 있는 도시로 돌아간다는 것은 고아원에서 경험했던 미스터리를 확인하러 가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의 오빠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도 있다. 그저 외면하고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엄브렐라라는 거대한 제약 회사가 운영했던 라쿤 시티의 음모는 그를 더욱더 빠르게 그곳으로 끌어들인다.
영화에는 다른 인물들도 등장한다. 경찰서 신입인 레온(애번 조지아)과 베테랑 형사 질 발렌타인(해나 존 케이먼), 웨스커(톰 호퍼) 등이 크리스와 함께 경찰 팀으로 등장한다. 사실 이 인물들은 모두 1996년부터 출시되고 있는 게임인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 등장했던 인물들이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게임 [레지던트 이블]은 공포물과 음모론으로 이야기 뼈대를 만들고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특성을 결합시켜 만들어진 인기 시리즈다. 당연히 각 시리즈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레온, 질, 크리스, 클레어는 꽤 인기가 많은 캐릭터들이고 이번 영화에서 모두 등장하여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준다.
캡콤에서 제작된 이 게임 시리즈는 최근까지도 각종 게임기의 콘텐츠로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좀비물이 좀 더 대중화된 인기를 끌면서 액션과 미스터리를 함께 즐기려는 게이머들은 계속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 2002년에 개봉했던 <레지던트 이블> 은 원작 게임의 분위기를 적절히 살리고 앨리스(밀라 요보비치)라는 새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액션 영화였다. 게임 원작의 첫 번째 영화였던 1편은 게임의 팬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고, 게임을 접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1편의 성공으로 시리즈는 6편까지 이어졌고 앨리스를 중심으로 하는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
마지막 시리즈인 <레지던트 이블:파멸의 날>이 2017년에 개봉한 이후, 여전히 게임 시리즈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게임 시리즈의 영화화가 계속되는 것은 이 시리즈를 영화적으로 즐기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영화화가 게임 속 주인공들을 주변 인물화 시켰다면 이번 리부트 작품은 게임의 주인공들을 실제 영화의 주인공으로 택했다. 또한 영상의 분위기와 음악을 게임과 거의 비슷하게 넣어 좀 더 원작 게임의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쓴 흔적이 보인다.
원작 게임을 잘 살렸지만, 기존 영화 시리즈에 비해 아쉬운 완성도
음모의 단서를 찾아가는 클레어를 중심으로 각기 흩어져 있는 인물들의 서사를 각각 보여주면서 이들이 결국 한 곳에 모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영화는 이전 영화 시리즈에 비해 액션의 양을 대폭 줄이고, 미스터리와 공포 효과를 좀 더 극대화시켰다. 이 부분도 사실은 좀 더 원작 게임의 분위기에 맞추기 위함으로 보인다. 과장된 액션보다는 보다 현실적이고 조금은 투박해 보이는 액션 장면들이 화면에 그려진다.
이렇게 원작 게임의 분위기에 거의 맞추려는 노력은 이 영화 시리즈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없애버렸다. 화려한 볼거리인 스타일리시한 액션이 사라졌고, 한꺼번에 모두 등장하는 중심인물들은 각자가 가진 서사를 보여주긴 하지만 이들이 어떤 인물인지 알기도 전에 죽음을 맞거나 제대로 묘사되지 못한다. 또한 영화가 숨기고 있는 엄브렐라의 미스터리도 이미 모든 관객들이 알고 있는 뻔한 내용이기 때문에 음모론으로는 영화적 긴장감을 지속시키기는 어렵다. 게임에 등장하는 좀비 괴물이나 클라이맥스에 등장하는 괴생명체들은 게임에 등장하는 보스의 모습을 그대로 화면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들과 벌이는 대결이나 액션 장면은 너무 밋밋하고 단순해서 무척 대단한 외모를 그저 보여주기용으로만 소비하고 만다.
영화에서 클레어 역할을 맡고 있는 배우 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이전 시리즈인 밀라 요보비치에 이어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을 맡았다. 그는 직전 작품인 <크롤>에서 악어와 대결을 벌리고, <메이즈 러너> 시리즈에서도 좋은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번 <레지던트 이블:라쿤 시티>에서 그는 액션을 거의 보여주지 않고 그렇다고 엄브렐라의 음모를 완벽하게 파헤치지도 못한다. 그만큼 그의 연기가 빛날 수 있는 장면도 전혀 없다. 그 외에 다른 인물들은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인물이 없다.
영화 속 좀비의 모습은 기존 모습과 다소 달라졌다. 어눌하게나마 언어를 구사하고,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다. 만약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과거 영화 시리즈처럼 액션이 보강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겠다. 만약 다음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모든 인물을 중심에 서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인물들에 집중하여 서사를 풀어간다면 좀 더 흥미롭게 이야기가 전개될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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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트 이블: 라쿤시티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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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이지 않는 사냥꾼과 사냥감
처음 헌트라는 영화의 포스터를 보았을 때, 1980년대를 다룬 시대극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감상 전에 스포일러나 해석을 전혀 보지 않고 이 영화를 봤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봤다. 칸 영화제에 초청되고 거의 모든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은 데뷔작이라는 점 때문에 꽤 기대를 한 상태로 영화를 봤음에도 그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시나리오 자체가 흥미롭기는 하나 지금까지 없던 독창적인 얘기라고 볼 수는 없을 텐데, 연출을 통해 더욱 긴장감 있고 새로운 느낌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 출신 감독의 데뷔작이라는 배경을 전혀 모르고 봐도 센스 있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후 스포일러)
1980년대는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배경으로 쓰기 가장 좋은 시대이기도 하면서, 아직까지도 다루기 조심스러울 수 있는 시대인 것 같다. 영화 헌트에서는 '5.18 민주화 운동', '아웅산 폭탄 테러 사건', '이웅평 귀순 사건'등 실제 80년대에 발생했던 역사적 사건들의 재해석을 발견할 수 있다. 1980년대는 한국 현대사 속 민주주의의 암흑기이면서 경제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긍정적 흐름과 3저 호황에 기반한 여유가 있었던 시기이다. 공권력에 의한 폭력이 절정해 달해 수많은 아픔을 낳았기 때문에 영화 제작에 있어 조심스러울 수 있지만, 눈치 보지 않고 까내릴 수 있는 절대 악 한 명이 있다는 점에서 편한 면도 있을 것이다. 이는 타란티노의 오락 영화에서 악역을 나치로 설정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와 비슷하게 느껴진다. 해당 시기를 다룬 한국 영화들은 '1987'. '변호인', '화려한 휴가', '26년', '박하사탕' 등이 있는데, 대부분의 영화들이 사건 자체의 참혹함을 강조해 감정적 동요를 이끌어냈으며 그 정도가 과해 오히려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반면에 헌트는 1980년대를 배경 정도의 비중으로 설정해 놓고 이에 기반해 한국에서만 만들 수 있을 첩보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대극들과는 다른 훌륭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위의 이유들 때문에 이 영화는 큰 감정 소모 없이 볼 수 있는 오락 영화이다. 하지만 영화가 아무 의미 없는 장면들로 채워져 있거나,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작중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남산에서 왔다'라며 폭력을 휘두르는 장면이나 '우리는 혁명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민들을 총칼로 위협하는 독재를 끝내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민을 학살한 살인자를 인정하고, 조국을 등지고 살라니... 매우 모욕적이군요.'와 같은 대사들은 뻔하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으며, 영화 속 등장인물의 개성을 완성시키는 좋은 대사들이었다고 느껴진다. 역시 영화 속 불의에 대한 저항과 생명의 존엄성에 대한 강조는 우리 모두에게 항상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점은 당시 남산에서 행해지던 고문들에 대한 묘사가 꽤나 직접적이었다는 것이다. '이 선생'으로 짧게 등장하는 고문기술자의 모습은 보너스.. 너무 적나라해 흥행에 실패했던 '남영동 1985' 정도는 아니지만 통닭구이와 같은 고문들이 여과 없이 등장해 이 영화가 1980년대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시켰다. 개인적으로 선혈이 낭자한 장면들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무 타격 없이 볼 수 있지만, 고문 장면은 어느 영화에서 나와도 쉽게 쳐다볼 수가 없다.
시대극이 아닌 첩보 액션으로 이 영화를 보았을 때도 훌륭한 점이 많다. 시대의 특징을 잘 녹여낸 등장인물들의 설정은 이 영화 속 공기를 항상 긴장감 있게 유지시켜주며, 안기부라는 조직과 공간은 이 영화를 가장 한국적인 첩보 영화로 만들어주었다. 이 영화는 중앙정보부의 후신인 국가안전기획부의 국내 담당과 해외 담당 두 차장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첫 장면부터 두 차장의 갈등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헌트'라는 제목처럼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서로를 물어뜯으려 하는 사냥개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척을 하다가 어느 한 장면을 기점으로 사냥의 대상을 바꿈으로써 신선함을 주고 있다. 영화 속 반전이 드러나며 마치 영화의 장르가 바뀌는 듯한 신기한 느낌을 받았으며 지난 장면들 속의 복선이 떠올라 더욱 신나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안기부의 두 차장이 알고 보니 모두 대통령의 적이라는 설정은 배우들의 연기와 등장인물의 배경 때문인지 허무맹랑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위에서 설명했듯 이 영화는 역사적 사건들을 캐릭터 확립에 자연스럽게 활용해서 시나리오의 설득력을 높인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 한없이 가볍게 표현했을 때 '똥줄 타는 연기 갑'인 이정재 배우는 이번 영화에서 안기부 차장이면서 북측 간첩이라는 긴장 상태를 러닝타임 내내 표정으로 보여주고 있다. 항상 스트레스와 경계심이 강해 보이면서도 치밀한 성격을 가진 사람의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 소화하신 것 같다. 정우성 배우의 연기 역시 놀라웠는데, 작중 김정도는 국민을 지키는 것이 목적인 군인이지만 5.18 민주화운동을 진압했다는 것에 대한 PTSD를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 CIA 요원이 김정도에게 베드로 사냥을 그만두라고 했을 때 짓는 표정이나 동지를 자기 손으로 고문해야 할 때 보이는 표정은 이 영화 속 최고의 연기들이었다고 생각한다. 여담이지만 이정재 배우의 감독 데뷔작이라 그런지 정말 많은 스타 배우들이 카메오로 출연했기 때문에 한 명 한 명을 알아보는 소소한 재미도 있었다.
물론 장점만 가지고 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반전이 드러나는 그 시점까지 정말 손에 땀을 쥐고 영화를 보았는데, 그 이후 결말까지의 전개는 초반부에 비해 좀 힘이 빠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결말을 예측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도 있고, 모두가 기대했던 장면이 나오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추가적인 갈등이나 위기가 하나 더 발생했으면 결말까지 긴장감이 유지되지 않았을까...? 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또 이 영화가 투톱 영화이기 때문인지 다른 등장인물들이 모두 너무 기능적으로 활용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위에서 말했던 결말 부분이나 반전의 순간에 조연들이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이 좀 더 있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 두 가지를 제외하면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영화이다.
마지막으로 결말을 보았을 때 나는 '손에 피를 묻힌 자는 이루거나 되돌아갈 수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도와 박평호는 결국 자신의 대의나 목적을 위해서 손에 피를 묻히고 타인을 이용했던 인물들이다. 결말에서 두 명의 계획이 실패하는 것을 보면 결국 평화라는 것은 특정인 몇 명이 아니라 평범한 사회 구성원 대다수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점과, 독재자 한 명이 죽거나 엘리트들끼리 협상을 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감독이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 평화적 수단과 과정을 통해 이룩한 평화만이 정당화될 수 있으며, 더 길게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에 박평호는 유정에게 자신과는 다른 삶을 선물함으로써 시대의 변화를 약간 앞당겼다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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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즈미켈슨#칸_남우주연상#영화리뷰
이 영화 '더 헌트' 라는 작품으로 매즈 미켈슨은 칸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습니다. 간략한 내용은 아이의 거짓말로 인해 오해를 받으며 유치원 교사 루카스가 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사람들 속에서 자리를 잃어가는 내용입니다구독?부탁드려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영화 '더 헌트'
네이버별점 9.0#무비워크 #영화리뷰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결말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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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우릴 찾아오던 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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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nster Call X Monsta FMV
*source
Benee - Monsta
몬스터 콜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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