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않인2025-06-16 15:21:44

<씨너스> 속 뱀파이어화, 그리고 뱀파이어

<씨너스: 죄인들>(2025)

 

 

 

 

<씨너스(Sinners)>(2025, 라이언 쿠글러)

 

 

 

작품의 장면과 결말 포함

 

 

 

 

 

<씨너스>의 두 번째 오프닝은 위장이다먼저 영화는 (아마도 애니의스토리텔링으로 열린다생과 사의 경계를 허물어 혼을 소환할 능력이 있는또한 악마도 불러들이는/매혹하는attracts 목소리에 관한 이야기이어 1932년 미국 남부라는 배경을 알리는 간결한 문구가 화면에 뜨고앞뒤 설명 없는 상황이 뒤따른다지옥을 뚫고 달려온 듯한 몰골의 소년이 손잡이만 남은 기타를 들고 교회로 들어선다목사는 그를 알아본다대립하듯 마주보는 두 사람을 번갈아 조명하는 숏들 사이에 이질적인 상이 끼어든다관람을 마친 후의 관객은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게 되지만이 시점에서는 판별할 수 없다영화가 그 미지의 존재를 소년과 포개고 있다고 추측하게 될 수도 있다그동안 우리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성직자가 십자가를 들고 기도문을 외우면 괴로워하는 악마의 상을 수없이 봐 왔다첫 시퀀스에서 그 목소리The voice를 지닌 자가 악마를 불러들일 것이라는 정보를 얻었으므로관객은 기타를 쥔 소년이 위험한 존재라고 짐작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이후 전개를 따라가며 전자의 일부가 다시 이해되고후자는 완전히 뒤집힌다영화 후반부에 이 교회 씬이 재등장하면 관객은 아주 다른 것을 읽어내게 된다.

 

 

 

사실 라이언 쿠글러 감독의 세계를 대강이라도 안다면악마에 씌인 블루스 뮤지션이 십자가에 의해 구원받는 서사를 연상하도록 관객을 유도하는 제스처에 다른 속셈이 있음을 어렵지 않게 예상했을 수도 있겠다이 위장은 거기 속아넘어갔건 그 이면을 예상했건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미리 적으면악마에 맞서는 힘은 부두교와 블루스블랙 헤리티지에서 나온다러닝타임을 한참 건너뛰어 새미가 뱀파이어 수장 레믹에게 붙들리는 클라이맥스 씬을 보자프리쳐 보이인 새미가 기도문을 외우자레믹이 웃으며 그것을 따라 외기 시작하더니 뱀파이어들 모두가 합창한다이는 영화가 위장의 해체를 완료하는 장면이다.

 

 

 

 

 

환상을 퍼트리는 뱀파이어와 감염의 매개 메리와 그레이스

 

 

 

다시 오프닝으로 돌아가목사가 소년에게 기타를 내려놓고 악을 버리라고 강력히 애원하는 와중 영화는 하루 전으로 시간을 되돌린다이 다음부터 묘사되는 것은 스모크와 스택이 새미를 데리고 주점 오픈 준비를 하는 과정이다. 초점은 준비 단계 자체보다는 인물 소개에 있다오가는 대화와 행위로 과거사와 관계성이 드러난다그레이스슬림메리콘브레드애니가 장한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신호처럼 뱀파이어 악마 레믹은 충격음과 함께 화면에 뚝 떨어진다그가 퍼트리는 뱀파이어화는 좀비화를 수반한다물린 자들은 피를 필요로 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간을 감염시키기를 갈망하게 되며자아를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집단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이게 된다뱀파이어화와 함께 퍼지는 것은 서로에게 무조건 친절한”, 피부색을 인식하지 않는’ 거대한 연합체에 대한 환상이다이는 현재에도 All Lives Matter나 Equalism 같은 이름으로 존재하는차이를 뭉뚱그리고 차별을 덮는 휴머니즘적 태도들을 조롱하는 은유가 아닐까.

 

 

 

영화가 쌓아두었던 각 인물의 특징은 감염의 상대적 취약성그리고 누가 어떻게 감염되고 감염시키는가와 관련이 있다이를테면 동료에게 행사된 혐오성 법폭력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슬림은 스스로를 희생해 타인을 지킨다뱀파이어에 관한 지식과 영적 능력이 있어 전략적 구심점이 되는 부두교 주술사 애니는 감염되면 자신을 죽여달라고 스모크에게 당부한다뛰어난 블루스 싱어/댄서인 펄린은 마늘을 먹기는 싫어했으나 결정적인 순간 새미를 구한다더 취약하다/덜 취약하다는 당연히 악에 가깝다/선에 가깝다의 의미가 아니다이는 상대적이고 어느 정도 우연한 이며경우에 따라 인물이 실제로 그러한가보다 영화가 인물에게 부여한 상징성과 더 관련이 깊어지기도 한다이 점을 설명하기 위해 매개 역할로 배정된 메리와 그레이스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뱀파이어인 상태로 처음 건물 안에 들어오는 자가 백인의 얼굴을 한 메리라는 점뱀파이어들을 건물 안으로 들이는 대사를 뱉는 자가 인종분리정책의 직접적 대상은 아닌 그레이스라는 점은 의도적인 설정으로 보인다.

 

 

 

기차역 대화의 말미에 메리는 지옥에나 가라고 저주했고스택은 멀어져가는 메리를 향해 네 자리도 마련해 둘게라고 받아친 후 내 바로 옆에라고 속삭이듯 덧붙였다상대방에게 일부러 닿지 않도록 전달된 이 대사는 스택의 진심을 드러내는 와중 일종의 느슨한 복선 역할 또한 한다서로 사랑하는 매리와 스택의 관계는 복잡하다메리의 조상 중에는 흑인이 있으므로 당시의 원-드롭 룰에 따르면 그는 백인이 아니다그러나 인종은 (레이시스트들이 주장하듯)본질적인 것이 아니라 보이는 것’, 계획적으로 구성된 것이다후에 우리는 메리가 부유한 백인 남성과 결혼하도록 스택이 주선했음을 알게 된다여기엔 (특히 부유한 백인)여성이 남성의 울타리 안에 포함되는 역학과 흑인이 여전히 명백히 차별받는 노예해방’ 이후의 역학이 있다후자를 피부에 샅샅이 감각하는 스택은 메리를 인격체로 존중함에도 전자의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고전자에서 빠져나오려 하는 메리의 지속적인 주장은 후자를 염두에 두지 않는 것처럼 들린다이 관계는 남성과 여성흑인과 백인이 아닌 1930년대 미국 남부의 흑인 남성과 백인 여성의 관계다. (가부장제는 영화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은 아니니)이들의 사랑은 인종을 뛰어넘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질적인 관계를 맺을 때는 인종을 인식하지 않을 수 없다.

 

 

 

메리는 스택으로부터 주점이 적자라는 이야기를 듣고도움이 되고자 레믹 일행과 교류를 시도한 결과 감염된다영화는 메리를 영리하고 민첩하게 묘사함으로써 그의 행동이 부주의했다고 평가할 여지를 차단한다메리가 매개로 선택된 것은 그가 지닐 수밖에 없는 특권 때문이다백인의 얼굴로 흑인들의 공간에 드나들며 가족으로 환영받는 메리는 분리정책에서 자유로운 개인으로 보이기도 한다허나 한편으로 양쪽을 오가는 것은 그가 백인이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세 백인의 선의를 믿고 밖으로 나간 메리는 모두의 화합이라는 사상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스택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길 바라는백인이 아닌 인류human being로 인식되길 바라는 메리는 틀리지 않았다다만 영화는 메리의 감염을 통해그 바람이 시대 맥락과 사회적 상황을 무시하고 차별을 무화하는 막연한 관념심지어는 종교로 변질되는 모습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뱀파이어화된 메리는 별안간 그 복잡한 과거사가 녹아내리기라도 한 듯 스택을 유혹한다스택은 메리를 거부한 상태에서 거기 넘어간다스택과 뱀파이어-메리의 베드신은 애니와 스모크새미와 펄린의 것과 달리 부자연스럽고 이상하다침을 줄줄 흘리는 메리를 보고스택은 그거 침이냐고 묻는다메리는 좀 줄까?’라고 묻고스택은 달라고 한다이후 메리는 스택의 입 안에 침을 뱉는다이는 단지 페티시가 아니다이미 메리가 아닌 메리의/백인의 몸에서 떨어져나온 것을 스택이 아래에서 받아먹는 일련의 행위에위계와 취약성에 대한 은유가 있지는 않은가이들의 사랑에 애초에 위계와 동경이 내포해 있었다는 것이 아니라이 순간-감염되었고 감염시키는 백인과 감염되는 흑인 사이의 역학을 말하는 것이다영화가 1992년에 (레믹과의 끈은 끊어지고 뱀파이어화된 개별 신체만 남은햇빛은 보지 못해도 함께 펍에 입장할 수 있게 된 연인으로)스택과 메리를 재등장시킨 까닭은 어쩌면 이들이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오염시킨 것에 대한 사과의 표현은 아니었을까.  

 

 

 

그레이스의 경우는 어떤가그는 영화가 드리운 상징성 때문에 매개로 선택된다길을 사이에 두고 흑인 전용과 백인 전용 마켓을 운영하는 보와 그레이스 차우 부부 역시 양쪽을 오갈 수 있다영화는 두 사람의 자녀인 리사가 그레이스를 부르기 위해 흑인 전용 마켓에서 백인 전용 마켓으로 이동하는 모습을 하나의 숏으로 연결해 촬영하며 이 점을 강조한다동시에 메리와 그들은 분명히 다르다아시안인 그들은 백인들의 공간에서 이를테면 안 보이는’ 존재가 된다스모크가 총을 쏜 직후 백인 전용 마켓의 손님들은 카운터에 있는 그레이스를 보지 않은’ 채 유색인종을 폄하하는 발언을 주고받는다반면 흑인 커뮤니티 내에서 이 부부는 메리처럼 손님으로서의 가족보단 함께 일하는 동료로서의 가족으로 간주된다새미의 노래로 과거와 미래의 예술혼들이 소환되는 ‘I Lied to You’ 씬에서 영화는 중국 전통 극예술 재현을 잊지 않는다.

 

 

 

한편으로 영화는 보와 그레이스의 캐릭터에 미묘한 차이를 심는다첫 등장에서 보는 흑인 전용 마켓에서 일하고 있었고그레이스는 백인 전용 마켓에서 흰 앞치마를 입고 일하고 있었다새미의 아버지를 비롯해 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이들이 전부 눈이 시릴 정도로 흰 복장을 하고 있었음을 떠올려보자, <씨너스>에서 새하얀 옷은 단지 옷이 아니다스모크를 허물없이 반기는 보와 달리 그레이스는 총격 사건을 먼저 언급한다주크 조인트에서 스택이 메리에게 물렸을 때도보는 도우려 하고 그레이스는 선을 긋는다결정적으로, 그레이스는 건물의 봉인을 해제해 뱀파이어들을 안으로 들사실 부부의 반응이 다른 까닭은 성격의 차이나 자녀를 주로 누가 보살펴왔는가의 문제로 짐작된다뱀파이어들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면 마을로 향했을 수도 있으므로 그레이스의 걱정은 타당하다고도 생각한다허나 슬림이나 메리애니에 비해 얕게 다루어지는 그레이스가 ‘실제로 어떠한가는 내 생각에 여기서 별로 중요하지 않다영화가 보에 비해 그레이스를 조금 더 백인적인 것에 가까운 인물로 정했기 때문에’, 그의 대사가 뱀파이어들을 안으로 들이는 것이다그레이스가 정말로 백인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아니라그러한 상징성을 걸치고 있다는 뜻이다제 의지와 상관없이 감염을 품고 들어오는 메리의 경우 인물의 특권적 특성이 염이라는 은유로 발현된다면제 의지로 뱀파이어들을 들이는 그레이스의 경우 영화가 부여한 상징성이 실제로는 그것과 상관없는 인물의 행동과 큰 그림에서 결되는 것이다메리와 스택에게 불멸의 로맨스가 선사되었다면 그레이스에게는 이른 죽음이 정된그는 문이 열리자마자 화염병을 던지고한 뱀파이어의 심장에 말뚝을 찔러넣은 채 함께 활활 타오른다. (그 죽음은 자의 보이기도 한다.) 그레이스를 뱀파이어화하지 않는 것은 관객의 미움을 받을 것이 분명한 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을 수 있다.

 

 

 

 

 

신들린그리고 한이 서린 음악들 레믹과 새미()

 

 

 

<씨너스>는 델타 곳곳에 산재해 있는 인물들을 따라가며 다른 공간을 번갈아 보여주는 한편 시간선은 분리하지 않는다인물의 과거 회상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관객에게 공유하는 대신인물이 자신의 이야기를 발화해 주위 인물들과 공유하게 한다스토리텔링 영화 안 청자에게 들리고 울려퍼지는 것이 <씨너스>에선 중요하다스택새미와 차를 타고 가던 중 슬림은 아직도 노역을 살고 있는 동료를 마주친다그가 겪은 폭력에 관해 슬림이 털어놓는 동안 화면에는 청각적 재현이 배경 사운드로 깔린다슬림의 대사와 그가 떠올리는 과거의 소리가 겹치며 재생되는 것이다과거의 소리는 슬림과 관객에게만 들리는 것이겠으나슬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스택과 새미도 어쩌면 그것을 듣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두 가지 사운드는 슬림의 신음으로 모이고그것은 싱잉으로 이어진다애초에 그것들은 블루스 ‘안에 고 영화는 이야기하려는 듯하다새미가 주크 조인트에서 아버지를 위해 쓴 곡을 부르는 것 또한 일종의 스토리텔링이 곡은 과거와 미래의 예술혼을 불러낼 뿐 아니라 그곳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각자의 모양대로 춤추게 한다뱀파이어를 매혹하는 블루스는 후에 그들에게 맞서는 무기가 된다.

 

 

 

블루스를 비롯한 블랙 헤리티지 뮤직들 말고도 영화에는 또다른 음악뱀파이어들이 합창하는 포크송이 등장한다이는 영화가 오프닝에 소개한 미디엄의 기원 중 하나이며 블루스와도 관련이 있는 아일랜드 포크다이와 더불어 영화가 숨겨둔 결이 드러난다레믹은 단지 미국의 백인이 아닌 상당히 나이든 아일랜드인 뱀파이어다영국의 식민지배를 기억하고 미국 내 차별을 겪었을, ‘터전을 빼앗긴’ 적이 있음을 언급하는 레믹은 1932년 델타에서 오히려 흑인들특히 자신과 같은 음악가인 새미에게 공감한다.(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레믹이 그가 도달한 시점에 이 장소에 있던 인종적 정의가 존재하기 이전 시대를 살아온 자라고 말한다.[Indiewire]그가 처음 등장해 조안과 버트에게 애원하는 씬으로 돌아가보자집 안쪽에 있는 KKK단 복장이 흔들리는 시선으로 잡히는 숏이 있는데이는 아마도 레믹의 시점숏이다그가 늘어놓는 이야기는 델타의 동료가 덮어쓴 누명과 유사한 인종차별적 망상 서사다다만 대상이 흑인에서 아메리카 선주민촉토 인디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뒤이어 찾아온 선주민들은 정중하게 위험을 경고하지만문을 연 조안은 불안해하면서도 겨눈 총을 내리지 않는다레믹이 백인성을 꾸며내 KKK단 일원인 백인을 먼저 감염시키는 것은전략적 선택이면서 일종의 대리 복수 겸 조롱(제 차별에 제가 넘어가도록 하는)이 아닐까.  

 

 

 

주크 조인트 입구에서 가로막힌 레믹은 제 손등을 쓸며 대수롭지 않은 것을 이야기하듯 이거?”라고 뱉고 실소한다처음엔 이 반응의 원인을 그는 스스로의 피부색을 인식하지 않아도 되는 백인이기 문으로 읽었다허나 레믹의 헤리티지를 알고 나니 그에게 있어 그 분리는 정말로 이상한 것인 동시에 이해가능한 것이리란 판단이 든다스모크와 스택이 알 카포네 밑에서 일했었다는 점, 아일랜드 맥주와 이탈리아 와인을 훔쳐 주점을 꾸리고는 양쪽이 싸우도록 내버려두었다는 점을 기억해보자.(그저 범법적 비즈니스 전략일까혹시 어떤 복수의 일환일까.) 이와 더불어 20세기 미국에서 아일랜드 이민자들을 비롯한 가난한 유럽인들은 한때 백인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나흑인을 노예화하는 시스템에 포섭되고 동참하며 백인으로 통합되었다는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소수적 인종/민족을 분리하거나 묶으며 착취 피라미드를 만드는 인종주의의 역학, ‘아닌 것을 골라냄으로써 제 1의 종을 형성하는’ 종차별레믹은 이 구조를 이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이미 증오에 사로잡힌 그의 목적은 흑인들과 연대하는 것이 아니다그는 내 고통을 다들 느끼라’, ‘내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라고 강제한다회유를 위한 위장처럼 들렸지만 레믹은 원하는 바를 순순히 밝혔다. KKK, 그리고 사실상 KKK단을 허용하는 지배세력의 말살. ‘우리를 핍박한 저들을 전부 해하려 한다는 면에서레믹은 <블랙팬서>의 에릭 킬몽거와 닮은 데가 있다이들은 적들을 파괴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수단화할 준비가 돼 있다레믹은 자신이 퍼트리는 모두의 화합’ 사상을 스스로 믿지 않는다그가 상상하고 원하는 그림은 ‘I Lied to You’ 씬의 말미에 카메라를 등진 그가 바라보고 있는 상음악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모든 것이 불타는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하는 세상이다.

 

 

 

레믹이 새미를 붙들고 목을 대뜸 물어뜯는 대신 구구절절 과거사를 늘어놓 까닭은새미야말로 그가 이해받고 싶었던 단 한 사람갈망하는 동시에 두려워하는 것을 지닌 이였기 때문일 수 있다결국 레믹은 새미의 음악적 상징-기타로 인해 치명상을 입고 스모크에게 심장을 뚫린다그가 증오에 사로잡힌 악마가 되면서도 지켜온 단 하나가 음악이었기에뱀파이어화된 채 오랫동안 살아온 그를 죽이는(해방시키는것 또한 음악이어야 했던 것이 아닐까새미는 레믹의 증오에도, ‘모두의 화합’ 사상과 닮은 종교에도 포섭되지 않고 기타 조각을 꼭 쥔 채 제 길을 떠난다. 60년 후 새미가 펄린의 이름을 걸고 공연하는 장면재회한 스택과 메리가 그의 음악에 감동받는 장면은 슬림펄린새미와 같은 이들이 전해 온 음악의 유산이 현재로 이어짐을 긍정한다분노에 매몰돼 너의 주변을 불태우지 말라, ‘모두의 화합이라는 예쁘장한 환상에 빠져 인종주의의 역사와 현존하는 차별을 무화하지 말라, <씨너스>의 자발적 죄인들이 블루스로 전하는 말씀은 2025년에 너무나 유효하다.

 

 

 

 

 

 

 

+

 

쓰고자 하는 내용이 주로 흑인이 아닌 인물들에 관한 것이어서 스모크와 애니의 이야기가 빠졌는데연결… 보단 비교해야 할 지점이 있어 엔딩만 언급한다스모크의 복수는 레믹의 파괴와는 다르다영화가 플래시백으로 강조하듯 그 스스로 한 말을 지키는 행위이며극단적인 저항이다영화는 픽션이라는 전제 하에 이 반격을 긍정한다죽어가는 스모크 앞에 나타난 애니는 연기smoke가 아이에게 닿는 게 싫다는 언어 유희로 스모크의 정체성을 내세에 가져오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도(그는 늘 스모크를 일라이자라는 본명으로 부른)그가 호그우드를 쏘는 행위는 암묵적으로 허용한다하나 더크리스천이 아닌 애니가 입은 흰색은 교회 신도들이 걸쳤던 흰색과는 다르다고 본다이승에서 바라보고 상상하는 막연한 구원과 순수믿음의 (어쩌면 백인성 추구의상징이 아닌사후에 다다른 낙원에서 얻은 평화를 반영하는 흰색이 아닐까.

 

 

 

 

작성자 . 않인

출처 . https://brunch.co.kr/@yonnu2015/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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