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24:05
[JIMFF 인터뷰] OST 마켓 본선 진출자 5인을 만나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자 5인 인터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자 5인을 만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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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재능 있는 신인 영화음악가를 발굴하고 데뷔 기회를 제공하는 ‘짐프 OST 마켓’을 새롭게 선보였다. 뜨거운 관심 속 예선 심사 1차와 2차를 거쳐 본선에 진출한 5인의 음악감독(변동욱, 손한묵, 이명로, 정나현, 최종호)과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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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한묵 음악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손한묵:관객, 스태프 등을 거쳐 10년째 이곳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쇼케이스를 할 기회를 얻어 기쁩니다. 재미있게 잘 하고 가겠습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손한묵:저는 가사 없는 음악의 힘을 믿어요. 가사 없는 음악의 ‘전달력’에 매력을 느껴 OST 음악도 시작하게 되었어요.
국악과 서양악 모두 능통한 플레이어 작곡가로 유명하신데요. 손한묵:이번 영화제에서도 방준석 감독님 추모를 위해 국악 작업을 했습니다. 처음 방준석 감독님의 영화 '사도'를 보고 국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작년과 올해 영화나 드라마, 뮤지컬에서 사극을 많이 작업하며 국악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클래식 전공인데 섞는 것 자체를 즐겨 하다 보니 퓨전음악이라고 치부되지 않도록 작업하고 있습니다. 서양악이나 국악의 고유한 특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융합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손한묵:저는 락스타가 꿈이었는데 퀸이 등장했을 때 영화 장면처럼 이미 전 세계인이 아는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좋아하는 오지 오스본의 음악을 택하고 싶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손한묵: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영화, 단편, 다큐멘터리가 많아요. 예술이나 음악 하는 사람들이 음악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산업을 이해하기에 좋은 곳은 제천만 한 곳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손한묵:저의 꿈은 락스타인데 환호성이 넘치는 공연 관객 앞에서 락으로써 연주해보는 게 저의 꿈입니다. 영화음악도 락만큼 좋아하기에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꾸준히 하면서 다른 장르의 다른 매체의 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언젠가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 때가 오겠지만 그 기간이 최대한 늦추어지는 것이 저의 꿈이기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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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욱 음악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동욱:운이 좋았습니다. 쇼케이스 준비가 조금은 부담되었지만 예선 심사 1차와 2차를 붙어서 기뻤습니다. 같이 일하는 좋은 동료들도 만나 좋습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변동욱:원래 영상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학교 다닐 때는 저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졸업 이후 소개를 받아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면서 영상음악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보니 저의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JIMFF PLAYLIST 속 감독님의 음악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나요. 변동욱:장면에 따라 다르겠지만 어렵지 않고 들었을 때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변동욱:저의 명장면은 아직 오지 않은 것 같아요. 훗날 다가올 저의 명장면에서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영화 '시네마천국'의 OST가 흘러나왔으면 좋겠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변동욱:좋은 영화, 좋은 공연, 좋은 풍경 3박자가 잘 맞춰진 곳에서 잘 즐기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변동욱:좋아하는 일이다 보니 영화음악을 만드는 일을 오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 훌륭한 작품 만나서 계속 음악 만들고 나이 들어서도 재미있게 하는 게 저의 목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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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나현 음악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나현:본선 진출해서 너무 신나고 기대가 됩니다. 영광입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나현:재수할 때 드래곤 길들이기 보고 멋있어서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 음악에 참여하셨는데 특히 단편영화 참여작이 많으시네요. 정나현:대학교 3학년 때부터 단편영화를 시작했습니다. 감사하게도 당시 학생이셨던 감독분들이 입소문을 내주셔서 단편영화를 꾸준히 작년까지 해왔습니다. 그동안 작업한 상업영화는 액션, 스릴러 등 어두운 장르의 영화가 많았는데 시리즈물도 좋아하고 잔잔한 영화도 좋아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정나현:아직 인생의 명장면을 경험하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어떤 명장면이 나올지,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이 무엇일지 모르겠어요. 저는 예전부터 장례식장에서 틀고 싶던 음악이 있는데 '뜨거운 안녕'이 흘러나오면 좋겠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나현:영화 음악을 교육하고 신인 영화음악가를 양성하는 제천영화음악 아카데미가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음악 하시는 분들, 저희 음악도 앞으로도 많은 관심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정나현:필름 콘서트도 하고 싶고 아카데미상을 타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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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호 음악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종호:아직 얼떨떨합니다. 쇼케이스를 마치고 나서야 실감 날 것 같습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하고 쇼케이스 열심히 준비해서 잘해보겠습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최종호:음악을 하고 싶었습니다. TV나 영화, 애니메이션 영상물 보는 걸 워낙 좋아하고 노래나 연주보다 작곡에 흥미가 있었습니다. 영상음악은 여러 의미의 음악이 필요하고 작곡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 공부를 시작하고 제천국제음악아카데미에도 지원하며 지금까지 해오고 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을까요? 최종호:저는 제가 쓴 음악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아직 못 쓴 것 같아요. 언젠가 쓰게 될 저의 명장면에 어울릴만한 곡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종호: 4년째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참석하고 있는데 올 때마다 비가 맞아주어서 영화 개막식 때 늘 촉촉하게 시작합니다. 지금은 날도 개고 화창해서 돌아다니기에 좋습니다. 모쪼록 영화제 재밌게 즐기다 가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가요? 최종호:저는 길게 봐야 하는 꿈인데요. 언젠가 제가 만든 음악들로 콘서트 하면 좋겠습니다. 기왕이면 노력해서 콘서트 지휘도 제가 하는 것이 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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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로 음악감독 |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본선 진출하신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명로:본선 진출해서 가장 좋은 건 같은 업종이지만 각기 다른 곳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만난 것입니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기회를 얻은 것 자체로 행복합니다.
OST 음악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명로:음악이 돋보일 수도, 혹은 영상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역할이 영상음악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상과 음악이 더해졌을 때의 시너지가 매력적으로 느껴져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영욱 음악감독님이 총괄 프로듀싱 맡고 작곡하는 음악팀인 The Soundtrackings로 활동하시며 영국 BBC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 음악 작업에 참여하셨습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이명로:박찬욱 감독님이랑 작업을 많이 하시는 조영욱 음악감독님의 제안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첫 드라마였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방송국인 BBC와의 소통이 처음이라 시스템이 없었어요. 당시 조영욱 음악감독님은 런던에 계셨고 작곡가 팀은 한국에 있었는데 감독님의 부재가 크게 느껴졌고 시차도 있다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습니다. 6부작 드라마였지만 영화 6시간 제작하는 것처럼 매 장면에 맞추어 하나하나 작업했는데 7년 음악 작업 중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성장하는 기회였고 음악도 최상으로 나와서 만족합니다. 당시 저희 음악과 영상을 보며 피드백을 받을 때 저희가 좋아하는 부분을 서양인들도 같은 눈으로 바라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은 언어가 아니니 느끼는 건 비슷하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실질적으로 음악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영화로 제작할 때, 명장면에서 흘러나왔으면 싶은 OST가 있으실까요? 이명로:제가 작업한 음악은 어두운 음악이 많은데 명장면에서는 밝은 음악이 나오면 좋겠어요. 앞으로 인생의 명장면은 많겠지만 이미 경험했다고 생각해요.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장면에서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면, 그게 제 인생의 명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명로:조영욱 감독님이 초이스 하신 5개 영화를 상영하는 마스터클래스를 추천드립니다. 제가 참여한 작품도 있고 감독님이 그동안 보셨던 것 중에 선정하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옆에서 보았는데 정말 많이 고민 하시면서 결정하신 영화들이라 기대하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제천국제음악영화제 OST 마켓 공연 역시 젊은 느낌으로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앞으로의 이루고 싶은 꿈은 무엇인가요? 이명로:어떠한 영화에 어떠한 음악을 썼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영화에 가장 잘 맞는 음악을 장르 가리지 않고 연출하는 영화음악 감독되는 것이 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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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케이스 하루 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맞이해준 본선 진출자 5인은 악기를 하나씩 잡으며 포즈를 취했다. 각자에게 주어진 15분의 시간 동안 현악, 밴드, 국악 등 자신만의 색을 담아 본인의 대표곡을 중심으로 쇼케이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들의 밝은 에너지는 영화음악 산업에 시너지를 불어올 것으로 기대해본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시은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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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 일때 가장 빛난다
어느 날, ‘파라다이스 힐스’라는 낯선 곳에서 깨어난 ‘우마’. 하지만 어떻게 누구에 의해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파라다이스 힐스는 외딴 곳에 고립된 섬이지만 그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것들로 가득하다. 초대된 모두에게 아름다움을 완성시켜주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던 그들이 이곳의 비밀을 하나 둘씩 알게 되면서 섬을 빠져나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지만 치료라는 명목의 또 다른 어두운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는 줄거리의 파라다이스 힐스.
파라다이스 힐스는 아름다운 장미 화원같이 꾸며진 섬에 여성들에게 맞는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곳이라고만 할 뿐 누가 자신을 여기로 데려왔는지, 왜 잠이 들었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실상은 잘 꾸며진 리조트형 숙소에서 지내며 짜여진 식단, 헤어, 메이크업을 강요받는다. 또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고 여가 시간만 가친 채 지내는데 단, 자기 전 우유 한 잔과 알약을 복용해야하는 의무가 있다. 이 또한 시설을 이용하는 여성들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뿐일까 온갖 가스라이팅으로 여성들을 지금의 본인보다 나은 사람으로 대체하기 위한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더 예뻐지기 위해, 더 날씬해지기 위해 등등 외관적 또는 심리적 '고쳐져야할 문제'를 가스라이팅을 통한 '치료'를 목적으로 존재한다. 주인공 '우마'는 점차 시설에 설명되지 않는 부분에 의문을 갖는다. 그러다, '아마르나'를 통해 이 곳의 비밀을 알고 '유', '클로에'와 함께 섬을 탈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다.
주인공들은 섬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치료'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되는데, 나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부적절한 일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내가 나로 존재하기 위해 싸우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압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직 아름답고 순종적인,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는 여성을 추구하는 섬에서, 가족에게서 벗어나길 바라는 우마는 그저 본인의 삶을, 본인답게 살고 싶을 뿐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듯 이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판타지 장르의 아름다운 동화같은 영화, 파라다이스 힐스는 여성이 여성과 연대하고, 싸우고, 사랑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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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 영화 <마녀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마녀(魔女) Part2. The Other One (2022)
감독: 박훈정
출연: 신시아, 박은빈, 서은수, 진구, 성유빈, 이종석, 조민수, 김다미 등
장르: SF, 액션, 스릴러
상영시간: 137분
개봉일: 2022.06.15
구자윤을 잇는 또다른 마녀의 등장
한바탕 살상이 벌어진 듯한 아크. 피칠갑을 한 '소녀(신시아)' 하나가 겨우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선다. 소녀는 주변의 모든 것들을 하늘로 띄울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지만 부상이 심한 상태. 도로를 걷다가 조직 폭력배들이 탄 밴에 발견되어 차에 타게 되고, 그 안에서 납치된 '경희(박은빈)'를 만난다. 소녀의 정체도 모르고 덤빈 납치범들은 그의 움직임 한번에 초박살이 나고, 그렇게 목숨을 건진 경희는 소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다.
한편, 2세대 실험체인 소녀의 탈출을 알게 되자 '백총괄(조민수)', '장(이종석)'은 각자의 방식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백총괄은 본사 요원 '조현(서은수)'를 시켜 소녀를 제거하도록 지시하고, 상해 지부에서 온 4명의 토우, 경희와 소녀에게 한바탕 당한 후 앙갚음을 위해 다시 나선 '용두(진구)'의 조직까지 같은 목적지로 향하며 경희와 소녀는 사면초가에 이른다. 조현의 작전이 예상되로 흘러가지 않게 되자 경희와 동생 '대길(성유빈)'의 희생을 막지 못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소녀는 아무도 감히 막을 수 없는 폭주를 시작한다.
스케일 커진 액션과 CG, 그것이 전부
전편과 비교했을 때, 제작비의 규모가 큰 차이로 커진 것은 아니지만 세계관의 확장으로 인해 액션신과 그래픽이 훨씬 화려해지고 스케일도 커졌다. 1편은 '구자윤'이 각성하기 전에 벌어지는 사건들도 비중있게 다루는 반면 2편은 '소녀'가 등장할 때부터 탈인간의 능력을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은 물론 강화인간 유니온, 중국 상해에서 온 2세대 실험체 토우 등 <마녀> 세계관에 속한 존재들이 대거 등장한다. 전작에서는 설명이 부족했던 설정들을 하나씩 풀어내고, 초인들 간의 대립 구도로 인해 볼거리와 이야깃거리 모두 풍성해졌다.
하지만 탄탄한 서사 없이 현란한 그래픽으로만 치장한 판타지 액션물은 화려한 포장지로 둘러싼 빈 깡통에 불과하다. 전편보다 액션신의 비중도 커졌고, 특수한 능력을 가진 초인들의 난립으로 볼거리도 많아졌지만 단지 그뿐이다. '소녀(신시아)'에 대한 스토리라인이 부족하고 상해 지부의 토우들은 강력한 캐릭터임에도 위압감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연기를 펼쳐 큰 규모의 전투신들이 긴박하지도, 흥미진진하지도 않다. 화면 구도 또한 인물들을 클로즈업하는 형태를 많이 취해 동작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고, 빠른 속도로 이뤄지는 액션들의 속도감이 즉각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마치 이 영화가 CG와 액션신을 얼마나 실감나게 잘 구현했는지 기술적인 부분을 자랑하는데 도취된 느낌이다. 이야깃거리가 많아졌음에도 이를 촘촘하게 연결해서 스토리라인을 유기적으로 만들기보다는 흩뿌리는데 그쳐 전개가 엉성하고 산만해졌다.
최고의 신스틸러, 서은수와 저스틴 하비
'마녀'로 칭해지는 '소녀(신시아)'가 주인공인 작품이지만 인물의 특성상 대사가 거의 없고, 작중 최강자답게 스펙터클한 액션신을 주도적으로 이끈다. 사실 그마저도 그래픽을 활용한 요소가 많다보니 전편을 이끈 '김다미'처럼 주인공으로서의 존재감이 크지 않다. 1편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등장인물의 수가 많다보니 캐릭터에 대한 시선이 분산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2편에는 유니온, 토우 같은 새롭게 출현한 미지의 대상들이 많기 때문에 주인공에게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다.
의외로 작중 최고의 매력을 발산한 건 소녀를 쫓는 유니온 '조현(서은수)'와 '톰(저스틴 하비)'의 버디 케미다. 톰은 작중 유일한 개그 캐릭터로 까칠하고 시크한 조현과 투닥거리는 장면들을 만들어 작품의 무게감을 덜어준다. 조현과 함께 다니는만큼 액션신에서도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데, 특히 혼자서 자동차 문짝을 방패 삼아 미행하던 요원들을 상대하는 장면은 마치 '캡틴 아메리카'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서은수'는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들에서 연기력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적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마녀2> 출연진 중에서도 제일 기대를 안했던 배우인데, 뛰어난 전투력과 회복 능력을 보유한 '조현'이라는 캐릭터를 만나 연기 변신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그동안 드라마를 주무대로 활동했던 그는 밝고 명랑한 캐릭터를 많이 연기해 왔는데, 오히려 어둡고 강렬한 역할이 본인에게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개선된 연기력을 보여준다. 토우들을 상대하느라 죽음의 문턱까지 가기는 했지만 생존에 성공했고, 일반인은 다치지 않게 하려는 원칙과 양심을 가진 인물인만큼 후속작에서 어떠한 포지션으로 등장하게 될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시리즈를 잇는 교두보의 역할
2편은 독립적인 작품으로서의 정체성이 분명하다기 보다는 3편을 예고하는 교두보로서 기능하는 부분이 매우 크다. 감독의 시선이 2편을 건너뛰고 이미 3편에 도달해 있다보니 2편인 본작은 후속작에 대한 떡밥을 대거 투척하기만 하고, 깔끔한 스토리라인을 정립하는데는 실패했다. 그럼에도 많은 등장인물들을 바탕으로 후속작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하는데는 일부 성공했기에 2편이 실망스러웠음에도 불구하고 3편을 보려는 관객들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후반부에 특별출연으로 등장한 1편의 히로인 '구자윤(김다미)'가 사실 소녀의 쌍둥이 언니라는 사실이 밝혀졌으며 두 사람은 함께 일행이 되어 자취를 감추었다. 토우 하나쯤은 쉽게 뭉개버리는 언니와 약물에 의지해야 한다는 약점조차 없는 동생이 엄마를 찾겠다는 공통의 목적으로 뭉쳤기에 작중 가장 강력한 조합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구자윤과 마찬가지로 특별출연 정도의 분량이었던 '장(이종석)'의 정체도 아직 완전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2편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지만 아크를 관리하고 소녀를 쫓는 책임자인만큼 후속작에서 메인 빌런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장'의 능력은 아직 등장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3편에서 초인 자매에게 위협을 가하는 존재로 충분히 등장할 법 하다. 단, 2편에서 <마녀>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깎아먹은 터라 액션신과 그래픽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스토리라인을 보완하는 게 작품의 호불호를 결정 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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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산에는 우정과 인생이 있었다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에 참여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
산을 사랑한 두 남자의 우정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좋든 싫든 이 삶을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주어진 앞날은 예측불허하고, 그것은 때론 지난하고 때론 즐겁다. 끝없이 이어지는 산길처럼 우리의 인생에도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다는 이야기다. 영화 <8개의 산>은 이러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산을 사랑한 두 남자의 우정과 삶을 중심으로 그려낸다.
1. 피에트로와 브루노
토리노 출신 소년인 피에트로는 인생의 낙을 산에서 찾던 아버지를 따라 어느 산골 마을에 다다랐고, 바로 그 곳에서 시골 소년 부르노를 만난다. 젊은 사람이 죄 빠져나가고 그 마을의 유일한 소년이던 그는 또래 애들보다 부쩍 어른스럽다. 친구도 없이 외로운 나날을 보내던 어린 피에트로는 금새 그에게 매료된다. 두 사람의 우정은 언제까지고 이어질 것만 같았지만 앳된 우정은 어른들의 사정 따위에 쉽게 훼손되곤 하는 법이다.
소년이던 두 사람은 서른이 넘어서야 재회한다. 그 사이 피에트로는 이렇다할 좋아하는 일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다 아버지와 의절하다시피했고, 도시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하던 부르노는 벽돌공이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쭉 벽돌공 일을 했다. 두 사람을 다시 만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피에트로의 아버지였다. 산을 좋아하던 아버지는 종종 피에트로, 또는 피에트로와 그 친구인 브루노를 산에 데리고 가곤 했는데, 피에트로와 연락하지 않게 된 후로부터는 브루노를 친아들처럼 아끼며 그와 등반하곤 했던 것이다. 그런 아버지는 부르노에게 산 중턱에 있던 쓰러져가던 집을 고쳐 달라는 유언을 남겼고, 피에트로와 부르노는 그 유언에 따라 집을 수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은 바로 이 집을 말미암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다.
2. 산을 사랑한 남자들
이 영화는 산을 사랑한 남자들의 이야기다. 피에트로는 아버지인 '조반니'의 산에 대한 애정을 이해할 수 없어했지만 산속에서 만난 부르노와의 나날을 좋아했고, 그와 재회함으로써 산을 좋아하고, 산을 좋아하던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부르노는 평생을 산에서 살아왔고, 산 바깥을 동경했지만 다시금 산으로 돌아왔다. 그에게 산은 삶의 터전 그 자체이다. 피에트로와 부르노에게 산이란 우정, 사랑, 삶이 있게 한 중요한 장소이다. 그러나 산은 언제나 변덕스러운 법.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초목이 무성하던 곳은 언제라도 비바람이 불고 눈보라가 휘몰아친다. 산의 이러한 모습은 마치 인생의 여러 장면들을 연상케 하는데, 실제로 영화 속 인물들의 삶 역시 아주 변화무쌍하다. 평온 끝에는 시련이, 고난 끝에는 다시 평화가 깃드는 그들의 삶은 어찌보면 비극적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잘 생각해보면, 실상 그것은 인간 전반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중에서 피에트로가 만났다던 네팔의 고승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세상에는 가장 높은 산과 나머지 여덟개의 산이 있고, 가장 높은 산을 잃은 사람은 나머지 여덞개의 산을 평생 방황한다'고. 어쩌면 이 말처럼, '삶이란 자신의 첫번째 산을 상실하고 남은 여덟개의 산을 떠도는 것과 다름없을'지도 모른다.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빙하와 물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여태 지나온 길을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 사람은 다만 나아갈 뿐이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우리의 첫번째 산을 그리며, 협곡과 절벽 너머로 나아가며. 어쩌면 조반니, 부르노, 그리고 피에트로가 산에 그토록 목을 매던 이유도 여기 있지 않을까?
3. 여덟 개의 산
극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아름다운 알프스 산의 전경이다. 그것은 아름답고 매혹적이면서 그와 동시에 관객을 압도한다. 깊은 심해를 바라볼 때와 마찬가지로 형용할 수 없는 벅찬 기분이 느껴지는데, 그런 탓인지 피에트로와 부르노가 그토록 그 산을 사랑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꽤나 잔잔하다. 마냥 즐겁지도, 마냥 우울하지도 않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들의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삶을 그려내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삶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살아가야하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아래와 같다.
1. 웅장한 알프스의 대자연: 말해 뭐하나? 스틸컷에는 감히 담기지 않는 웅장함이 있다.
2. 산을 사랑한 남자들의 행보와 인생 비교: 조반니, 피에트로, 부르노의 삶과 그들 간의 관계를 분석해보라.
3. 피에트로와 부르노가 처한 상황과 느끼는 감정에 따라 바뀌는 의상의 색 (이건 내 마음대로 추측한 것이긴 하지만 의외로 색과 상황이 일치하는 구석이 있다.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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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10월 1일 북미 개봉 확정!
앤디 서키스가 감독하고 톰 하디가 치명적인 카니지로 출연하는 이 슈퍼히어로 영화는 개봉 첫 주에 적어도 5천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예측할 수 없는 영화산업 속 상황을 볼 때,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의 티켓 판매를 6천 5백만 달러까지 촉진시킬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결국 극장들은 디즈니의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거의 한 달 전에 큰 스크린에 개봉된 이후 새로운 개봉작 없이 지내왔다. 그것은 곧 베놈의 흥행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기대하기도 하지만, 소니픽처스는 우리가 아직도 팬데믹의 상황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있고 그러한 기대를 경계하고 있다.
"베놈" 속편인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는 제작비가 1억 1천만 달러 들었으며, 여기에는 비싼 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 영화는 대부분 남성 관객들에게 어필하는데, 이러한 점은 남성 관객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영화산업이 팬데믹으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노력함에 따라, 젊은 영화팬들은 마블의 "블랙 위도우"와 "샹치", 그리고 유니버설의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라이언 레이놀즈가 출연하는 공상 과학 코미디 "프리가이" 의 박스 오피스 수익에 희망을 주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자관객을 대상으로 한 모든 영화가 히트를 친 것은 아니다. 워너 브라더스의 슈퍼히어로물 “수어사이드 스쿼드"와 파라마운트의 "스네이크 아이즈: 지.아이.조”와 같은 몇몇 흥행 실패작들이 있었다.
기대해볼만 한 점은 “베놈2”는 극장에서만 상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은 "프리가이"와 "샹치"와 같은 독점적인 대형 스크린 영화들의 수익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요소이다. 왜냐하면 디즈니의 "정글 크루즈"나 워너 브라더스의 "스페이스 잼: 새로운 시대"과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에 동시에 상영한 영화들은 극장에서 개봉된 이후 몇 주 동안 급격한 수익 하락을 겪었다.
긍정적인 리뷰 또한 흥행에 청신호이다. 비평가들은 첫 번째 작품 “베놈1” 혹평했는데, 이것은 코믹 원작 매니아들을 거의 저지하지 못했다. 2018년에 개봉한 “베놈1”은 예상치 못한 흥행 성공을 거두어, 데뷔작에서 8천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북미에서 2억 1천 3백만 달러, 전 세계적으로 8억 5천 6백만 달러로 흥행했다.<더 매니 세인츠 오브 뉴어크>
<아담스 패밀리2>
"베놈2”가 미국 박스 오피스 1위를 쉽게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애니메이션 코미디 "아담스 패밀리 2"와 뉴저지 갱스터 '토니 소프라노"의 성장기를 그린 작품인 "더 매니 세인츠 오브 뉴어크”는 2위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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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 차은우, 변우석, 그리고 '핸섬 가이즈'
섹시하거나 터프한 타입
이 영화의 주인공은 험상궂은 남자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범죄 저지를 것 같이 생겼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재필과 상구. 무표정인데다 도끼나 밧줄 같은 걸 사고 있어 누구를 해치운 다음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아니다. 두 남자는 새 집에 대한 보수작업을 위해 이런저런 도구들을 사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어떤 무리와 마주친다. 그리고 그 무리에는 미나(공승연)도 있었다. 미나는 무리의 대장쯤 되는 골프선수 성빈(장동주)의 썸녀 되는 인물이었다. 성빈과 시비가 붙은 상구. 하지만 잘생긴 외모 덕에 6명의 무리들은 도망친다. 진짜 더럽게 생겼다. 씩씩거리며 차로 이동하던 미나 일행. 하지만 미나가 흑염소를 차로 친 바람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이 '미나가 예상하지 못하는 일'은 재필, 상구와 관련이 있었다. 물론 이 두 사람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두 남자가 새로 장만한 집이 여러 사건이 일어나는 곳이었다는 걸 예상할 리가 없잖아? 왜 자꾸 우리 집에서 사람이 죽고 난리야?
본 것 같지만 맛있어
이 영화에서 많은 분들이 좋아할 것 같은 부분은 강약조절을 잘했다는 것이다. 이건 영화의 장르적인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이 영화는 일종의 호러영화다. 그리고 그 호러 이면에 깔려있는 장르는 오컬트다. 이 오컬트를 어떻게? 와 무엇을?이라는 관점에서 영화가 적재적소에 장르적인 특징을 잘 배치했다. 가령 흑염소라는 동물이 이 영화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나 성빈 일행에서 유달리 튀는 인물을 활용하는 방식을 보면 재미있다. 이 두 캐릭터들은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다는 것과 동시에 이야기의 토대가 되어 서스펜스가 된다. 특히 한 인물은 영화와 상관없어 보이다가도 예상을 뛰어넘으며 극의 위기를 만드는데 이 배우의 연기나 캐릭터의 성격이나 극에서 톡톡히 감초 역할을 해낸다.
영화가 두 상황을 연달아 보여주는 방식도 영리했다. 어떤 점에서? 이 두 상황을 영화가 똑똑하게 활용하고 있다. 가령 영화의 기본적인 상황에 꼭 필요한 페인트와 시너가 있다. 이 두 도구는 특정 장면에서 인물들이 교감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측면에서도 쓰인다. 이 '반대측면에서 쓰이는 것'은 사실 영화의 많은 부분에서 반복되는 모티브다. 김 신부(우현)에 대한 부분도, 베이커 신부(제이미 호란)와 관련된 부분도 영화가 표면을 똑똑하게 활용했다고 볼 수 있는 점이다. 이 연출이 영화에 유효타로 작동하며 폭력 수위 묘사와 시너지를 내는데, 생각하지 못한 점에서 자극적인 게 들어가니 도파민이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영화가 장르의 관습을 굉장히 잘 알지 못하면 구사할 수 없는 연출이었다.
외모가 뭐 대수냐
영화를 보면서 두 번째로 흥미로웠던 것은 이야기의 핵심이 그대로 극 안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영화의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장면은 뉴스다. 한 앵커가 두 주인공에 대한 부분을 전달한다. 그럼 관객 입장에선 "아마 저렇게 될 거야!"라고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우리가 아는 영화들은 이런 식으로 전개해 왔기 때문에 관습을 따를 것 같다. 하지만 영화는 영리하게 이 부분을 빠져나간다. 이 '어떻게 빠져나가냐'라는 부분은 사실 영화가 내내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또 영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이 영화가 시선의 영화라는 점이다. 많은 장면이 있지만 예고에 나오는 것으로 근거를 들고 싶다. 바로 재필이 미나와 대면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재필은 시리얼 사이에 있다. 그리고 미나와 재필 사이에는 물건이 있다. 서로 대화하기 전에 이미 방해물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미나와 상구가 만날 때는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위로 내려다보는 구도이기 때문에 미나는 겁을 먹는다. 영화 안의 시선이 인물의 내면에 영향이 간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영화 안에서 벌어지는 모든 사건들은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결함이 있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영화 안에서 반복되는 특정 모티브를 유의 깊게 보시는 걸 추천한다.
나사가 풀렸다고 느낄 수도
이렇게 기존의 관습을 영리하게 빗겨나간 <핸섬 가이즈>지만 어떤 관객들은 이야기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느낄 수 있다. 가령 재필과 상구가 집을 구하고 입주하는 과정은 영화가 성실하지 못했다. 숙련된 목수라고 하더라도 며칠 동안 그 모든 난장판을 수습하고 집을 바로세운 다는 것이 문돌이인 글쓴이는 잘 상상이 안 된다. 영화가 이 단점을 너무나도 잘 아는지 이야기의 단점을 미나 쪽에 둬서 시선을 분산시켰다. 일부러 두 남자의 모습을 안 보여줘서 둘의 보수공사를 상상하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템포라는 측면에서 갑자기 널뛰기한 것 같다는 단점은 어쩔 수 없다. 이 집 자체가 영화의 배경이다. 이 집과 관련된 두 남자의 애착이나 뒷배경 같은 부분을 성실하게 묘사해야 이 영화가 가진 장르적인 재미가 배가 되지 않았을까?
또 코미디 영화로서 구사하는 패턴이 단조롭다는 점은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이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왜? 외모 이면에 있는 내면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강조해야 영화가 통일성이 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가 지루해질 수도 있는 부분을 부지런하게 고른 것 같지는 않다. 가령 최 소장(박지환)과 관련된 서사는 영화가 중요한 척을 하지만 영양가는 잘 못 챙겼다. 이 인물을 더 현실성 있게, 그러니까 좀 더 인간적인 면모가 강조됐더라면 이야기가 입체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영화의 주인공인 미나는 초중반부 서사에서 신기할 정도로 아둔하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쯤 보이는 사람들은 다들 그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후반부 편의적인 전개를 생각해 보면 영화가 챙기지 못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반짝반짝 빛나다
이성민, 이희준 배우는 이 영화를 이끄는 데 있어 모자람이 없다. 특히 이성민 배우는 그동안 우리가 봐왔던 수많은 진중한 캐릭터들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대표적으로 이 캐릭터가 산을 질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어색해질 수도 있는 장면을 배우의 좋은 연기로 소화한 적절한 예가 될 것 같다. 이희준 배우는 이 영화의 역할을 맡는 데 있어 페널티가 있다. 이희준 배우는 이성민 배우처럼 평범한 아저씨 타입이 아니다. 그냥 잘생기지 않았나? 이런 걸림돌이 있음에도 상구의 내면을 훌륭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이 영화의 화룡점정은 공승연 배우다. 공승연 배우 연기하는 모습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보고 두 번째로 봤다. 이 분이 스타로서 가진 잠재력만큼이나 예술가로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야심이 가득한 것 같다. 이 영화는 공승연이라는 배우가 가진 야심을 표현하고 있다. 특히 영화에서 절규하는 장면을 보면 대단하다. 인물의 변화를 체화하는 방식도 흥미로운데 상구나 재필이 끌고 가는 플롯이 미나에게로 넘어가는 과정이 자연스러워 속도감 있는 전개에 큰 문제가 없다.
이런 시도만으로 훌륭해
글쓴이가 이 영화에 내린 총평은 적당히 재밌는 영화라는 점이다. 영화의 많은 부분이 콘셉트에 눌려 희생되는 감이 있긴 하지만 보시는데 지장은 없을 것이다. 우리 일상의 관점에서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영화에서 내적으로 근거를 다 두고 있기 때문에, 또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어렵지 않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낄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기획 자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한국영화에서 이런 타란티노 재질의 스릴러물이 있었나? 글쓴이는 잘 못 본 것 같다. 이걸 지나치게 자극적이지도 않고 적나라하지 않은 방식으로 깔끔한 이야기를 만든 각본가와 감독의 역량이 좋았다. 지금 극장가는 <인사이드 아웃 2>가 천하를 제패하고 있는데, 이 영화를 고려하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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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핑크빛으로 만드는 브라운 베어
늦은 밤 뜨근한 방바닥에 앉아, 소파에 비스듬히 어깨를 기대고 따듯한 차를 한잔 끓여 손에 잡고 컴퓨터를 켠다. 새로운 이야기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스토리를 따라가고 싶은 날이 있는가 하면, 편안하게 아는(!) 이야기를 열어 아름다운 장면을 온전히 즐기고 싶은 날도 있다.
세상에 새로운 영화, 못 본 영화가 이렇게나 많은데 같은 영화를 수 십 번 보는게 지겹지도 않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N차 관람 마니아들은 알 것이다. 좋아하는 영화는 볼 때마다 행복하단걸. 그행복한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 봤던 영화를 다시 보기도 한다는 걸. 나의 수많은 N차 관람 영화 리스트들 중에도 특히나 좋아하는 영화는 한 장면 한 장면 모두 눈에 담아 두고 싶은 사랑스러운 영화 <패딩턴2>이다.
영화 패딩턴은 영국의 국민동화 <패딩턴 베어>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1편이 가족을 잃은 꼬마곰이 페루에서 영국까지 홀로 오게 되면서 런던에서 브라운 가족을 만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그렸다면 나의 페이보릿 <패딩턴 2>는 런던 생활 3년차 브라운 가족으로 지내는 패딩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패딩턴은 자신을 구해주고, 길러주었지만 지금은 혼자 남게 된 루시 숙모의 생일에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다. 바로 런던의 12명소를 소개하는 팝업북 ! 하지만 이 책은 패딩턴이 구입하기에는 비싼 가격이었고, 패딩턴은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열심히 돈을 모은다. 이제 거의 다 돈을 모았는데, 누군가 가게에 침입해 팝업북을 훔치는 것을 발견한다. 패딩턴은 쫒아가지만 도둑은 사라졌고 현장에 있던 패딩턴은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되고 만다.
하지만 패딩턴은 무시무시한 감옥생활마저 핑크빛으로(!) 또 행복하게 바꿀 수 있는 존재다. 사람들의 장점을 알아봐주고 기운을 북돋을 줄 아는 패딩턴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온기가 가득해진다. 패딩턴이기에 브라운 가족도, 교도소의 새 친구들도 패딩턴을 위해 팝업북 진범을 찾는데 최선을 다해 돕게 된다.
사람의 말을 하는 작은 곰 패딩턴 만큼 사랑스러운 이 영화의 매력은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에 있는 동화적인 세계관이다. 영국 최고층 건물에 근무하는 미스터 브라운이 등장하면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아닌 공중전화를 이용하고, 고속철이 있는 시대지만 조나단 브라운은 증기기관차 마니아이며, 주디 브라운은 오래된 인쇄기계를 찾아 신문을 만든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며,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 묻어 있다. 끝도 없이 넓은 세계관을 가진 해리포터, 나니아연대기, 반지의 제왕과는 다른 귀여운 현실형 판타지 <패딩턴 2>의 또다른 주인공이 바로 ‘런던’이기 때문이다. 런던의 12명소가 소개된 팝업북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 되고 있어,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런던에 가고 싶어진다. 루시숙모에게 꼭 런던을 보여 주고 싶었던 패딩턴을 이해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영화에서 특히나 귀여운 장면은 고작 작은 빨간 양말 하나가 전체 죄수복을 핑크로 만든 것이었는데, 패딩턴이 바로 빨간 양말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지만 주변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는 존재.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내 마음도 핑크빛으로 가득 차 행복해진다. 마음에 작은 핑크빛이 필요할 때 꺼내 볼 수 있는 영화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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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기대에 못미친 오컬트 블록버스터 / 퇴마록 애니메이션 / 원조 퇴마소설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퇴마록"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이 엔드크레딧 전에 하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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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레커닝> 메인 예고편
흑사병이 유행하던 20세기 초 유럽. 흑사병으로 남편을 잃은 그레이스는 전염병을 퍼뜨렸다는 누명을 쓰게 되고 마녀로 지목되며 마녀재판에 회부된다. 지하 어두운 감옥에 갇힌 그레이스는 고문과 핍박 속에서도 진실만을 얘기한다. 그러나, 그레이스가 갇힌 감옥에는 너무나 끔찍하고 엄청난 비밀이 숨겨져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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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예고편
“엄마, 어쩌다 그런 선택을 했어요?
난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정말로요”
엄마의 비밀을 찾아온 해외입양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의 아주 특별한 시간여행!선희 엥겔스토프, 한국 이름 신선희.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덴마크 가족에게 해외 입양됐던 선희는 한국에 와서 친생모를 찾는 한편,
한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의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다.
한 생명을 임신한 게 축복이 아니라 감춰야 할 비밀이 돼버린 채 출산을 기다리는 미혼모들.
이들에게 양육의 선택권을 주고 싶어하는 시설 관계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족의 반대와 한계 상황에 부딪친 엄마들은 결국 아기와 헤어지게 된다.
선희는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시간을 뛰어넘어
그 오래전 자신이 태어난 날 입양동의서에 사인해야 했던 엄마의 슬픔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되는데……
이제껏 우리가 한번도 만나본 적 없는,
해외입양인 감독의 가장 생생한 시선과 진짜 목소리가 마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