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08-18 10:31:01
[JIMFF 인터뷰] 3년만에 세상 밖으로
'오랜만이다' 이은정 감독 인터뷰
3년만에 세상 밖으로, 이은정 감독의 '오랜만이다' |
개막식부터 이어진 비소식과 더운 날씨에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찾아주는 관객들이 많다. 이은정 감독은 첫 장편영화이자 음악영화를 선보이며 기쁜 마음을 전했다. 2020년 팬데믹과 맞물려 오랜 기다림 끝에 세상에 나온 영화 '오랜만이다'의 이은정 감독과 ‘연경, 음악, 그리고 이은정 감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
자기소개와 함께 간단한 영화 소개 부탁드립니다. 영화 '오랜만이다'를 연출한 이은정입니다. 영화 '오랜만이다'는 오랫동안 가수의 꿈을 꾼 연경이 서른 초반이 될 때까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 꿈을 포기할지 고민하는 시점에서 시작합니다. 어느 날, 고등학교 시절에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기타 하나가 첫사랑 현수로부터 배달되며 다시금 떠오른 첫사랑, 꿈과 현실 사이 청춘들의 고민을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를 구상하는 과정에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어요. 영화 제작사 대표님이 ‘지하철에서 첫사랑을 만나 보내는 하루’를 음악 영화로 오랫동안 기획하셨는데요. 제가 연출을 맡았을 때 코로나19로 인해 촬영을 1년 정도 멈추었어요. 그때 절반가량의 시나리오도 다시 썼거든요. 처음에 작성한 시나리오와 완성된 영화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촬영을 중단한 1년의 기간이 감독님께는 더욱 깊이 있어진 시간이 되었을까요? 영화 속 연경이도 꿈을 향해 도전하지만, 자꾸만 벽에 가로막히고 좌절하고 어쩌면 이 길이 나의 길이 아닌가에 대해 고민합니다. 사실 촬영이 중단되니 연경과 감정이 동일시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바뀐 시나리오를 감독님과 배우님들께서 좋아하셔서 나머지 절반을 새로운 시나리오와 합쳐 완성했어요. 기존의 시나리오는 로맨틱 코미디 성향이 강했다면 완성작은 훨씬 차분하고 음악인으로서 연경의 성장담이 주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가장 애정이 가는 인물이 있다면 누구인가요? 저에게는 이 영화 자체가 연경이 같습니다.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작업하는 가운데 촬영이 계속 중단되다 보니 “아냐 넌 할 수 있어, 될 수 있어”라고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연경이가 마지막에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데 울컥했습니다. 되든 안 되든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다면 감독님께서 좋아하는 곡 추천 부탁드립니다. 여고생 연경과 잘 어울리는 곡인 '천문학은 모르지만', 현대에서 부르는 '무지개'라는 곡을 추천드립니다. '무지개'를 들을 때 각자의 느낌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제가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감성인 것 같아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감독님께 어떤 의미인가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처음입니다.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어요. 저 혼자 3년 가까이 영화 '오랜만이다'를 끌어안고 있었어요. 언제 세상에 나와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러다 영원히 안 되면 어쩌지 불안감도 생겼어요.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저의 불안을 해소해 준 느낌이에요. 처음으로 극장에서 상영한 것을 보게 되어 의미가 있고 세상에 나왔다는 것에 감동이었습니다. |
8월 12일, 이은정 감독은 배우들과 함께 영화 상영 후 곧바로 음악 공연을 하는 ‘히든트랙’에 참석했다. 당시 관객과 가까이에서 만나 영화와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이게 진짜 음악영화제’라 마음에 와닿았다고 전했다. 이은정 감독은 연경과 음악의 연장선에 서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은정 감독은 영화 '오랜만이다' 음악들이 워낙 좋기 때문에 음원도 나오고 나중에 노래방에서 나오면 따라 부르고 싶다는 즐거운 꿈을 밝혔다.
글: 하이스트레인저 김미정 사진: 하이스트레인저 김시은
에디터 : 김문숙 |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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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확한 메시지가 담긴 쥬라기 세계관의 마침표
인간의 등장은 생태계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모든 것이 인간을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생태계에서 인간은 소중한 존재였고 무조건적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다른 생물들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서로 싸우고 죽이는 과정에서도 주변을 보호하면서 결국 그 수를 늘려갔다. 인간은 자신의 수를 늘려가면서 수많은 동식물을 대량으로 기르기 시작했다. 인간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수많은 약을 만들었고 편리함을 위해 수많은 플라스틱과 여러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꽤 많은 동식물들이 멸종의 위기를 겪고 있다. 인간은 그렇게 주변의 자연환경을 소비하는데 익숙해져 있고 심지어 동물들을 잡아서 동물원 같은 시설을 만들기도 한다. 모든 것이 인간 중심적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때문에 벌어지는 상황이다.
어떤 생물이든 자신의 생존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그 생존의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좀 더 재미있는 걸 찾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탄생한 것이 동식물을 모아놓고 구경하는 시설일 것이다. 특히 동물원에는 수십 가지의 동물들이 갇혀서 인간의 구경거리가 된다.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인간은 재미를 느끼지만 정작 동물들은 본인들의 자유를 박탈당한다. 동물들에게도 자유에 대한 권리가 있는지 여러 의견이 있지만 자연 상태에서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이 가장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인간 중심의 생태계가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미치는 여러 악영향은 결국 인간이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쥬라기 공원> 세계관의 마지막 이야기
영화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90년대부터 시작된 <쥬라기 공원> 세계관의 마지막 이야기다. 시리즈 전체에 걸쳐 공룡이라는 생명체의 신비로움과 이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과거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어낸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는 공룡을 바라보는 경이로움이 잘 담겨있다. 이미 멸종한 생명체를 재탄생시켜 현실화하고 그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주로 악당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통제 시스템의 오류로 발생한 공룡들의 탈출과 반란이 이 시리즈 전체에 반복해서 담긴다. 2015년부터 이어져온 <쥬라기 월드> 시리즈도 이런 패턴을 똑같이 반복한다.
특히나 전작인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은 주요 등장인물들이 공룡이라는 생명체를 바라보는 관점이 담겨있다. 이 시리즈 안에서는 공룡이지만 살짝 생각을 바꾸면 이 관점은 다른 지구의 생명체 문제로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영화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클레어(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는 공룡이 통제 가능하다고 믿는 인물이었지만 그 시스템이 붕괴된 이후 그것을 통제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는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의 말미에 갇혀있던 공룡을 세상에 풀어놓는다. 공룡을 강제로 죽여서 사멸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도 있다. 바로 이안 말콤 박사(제프 골드블럼)다. 그는 공룡과 인류가 공존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다시 멸망하도록 놔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 방법은 공룡들의 구역을 정해놓고 자연스럽게 소멸되도록 하는 것이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 내내 이 두 주장은 반복된다. 하지만 이번 마지막 편에서는 자연스럽게 공룡을 세상에 풀어놓고 그들이 적응해가던 소멸해가던 그것을 자연스럽게 놔둬야 한다는 쪽으로 무게추를 옮긴다. 그것은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한쪽의 멸망이 될 수도 있다. 그 결과가 어떨지에 대해선 영화가 결론을 짓고 있지는 않다. 대신에 영화는 다른 대립 축을 추가로 제시한다. 영화에는 악당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주인공들과 대립각을 세운다. 악덕 유전 공학자와 악덕 기업이 공룡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서고 그것을 막기 위해 주인공인 오웬(크리스 프랫)과 클레어, 그리고 오리지널 멤버인 그랜트 박사(샘 닐), 엘리 박사(로라 던), 이안 박사가 그것을 막기 위한 방법을 총동원한다. 공룡을 이용하는 쪽과 공룡을 놔둬야 한다는 쪽의 대결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이어진다.
이번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은 전체 쥬라기 시리즈를 통합하여 결론을 내린다. 이번에 등장하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의 오리지널 멤버들은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멤버들과 함께 등장해 시리즈의 대단원을 책임진다. 이들은 영화의 처음부터 등장해 꽤 비중 있는 역할로 등장하고 과거와 마찬가지로 공룡과 다시 조우한다. 과거 시리즈의 팬들이라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오리지널 멤버들의 모습을 굉장히 반갑게 지켜볼 것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건 바로 인간 개입을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지금 현재 주변에 있는 동물과 식물들에 인간들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그들 스스로 자생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진정으로 그들을 돕는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완성도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명확해진 메시지
공룡을 처음 등장시킨 <쥬라기 공원>이 보여준 경이로움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그 강도가 많이 희석되었다. 그래서 <쥬라기 월드> 시리즈에서는 점점 많은 수의 공룡을 등장시켜 그것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이번 마지막 영화에서 그런 경이로움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 속에는 티라노를 비롯한 육식 공룡들이 대결을 벌이고 익룡이나 랩터 같은 다양한 공룡이 등장하지만 모두 그저 액션을 위한 등장으로 짧게 소비되어버리고 만다. 사실상 공룡의 추격이나 싸움에 인간이 개입할 요소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계속 지속되지 못한다는 단점이 더 커졌다.
영화 전체에 관통하는 메시지는 꽤 명확해졌지만 나머지 부분은 아쉬운 점이 많다. 액션의 강도가 높아졌지만 이미 과거 시리즈에서 봤거나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많아 긴장감을 떨어트린다. 또한 오리지널 멤버들의 등장을 위해 영화 초반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그들의 서사를 보여주게 되는데, 그래서 이야기가 조금 늘어진다는 느낌이 있다. 악덕 기업의 사장은 너무나 단편적이고 바보 같이 묘사되어 있고 아무 대책이나 계획이 없는 것처럼 보여 허무하게 활용되고 퇴장해 영화적 긴장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이번 영화는 90년대부터 사랑받았던 <쥬라기 공원>과 <쥬라기 월드> 시리즈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통합하고 또 닫는다. 이제는 여려 영상기술의 발달로 공룡을 포함한 다양한 것들을 그래픽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니까 공룡을 화면에서 보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한 경험이 아니게 된 것이다. 공룡이 나오는 쥬라기 시리즈는 더 이어질 것 같지 않다. 이 시리즈가 줄곧 주장해왔던, 인위적인 인간의 개입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만든다는 메시지는 아주 명쾌하게 전달하고 있고 영화의 마지막에도 그 메시지는 반복적으로 전달된다. 결국 이 시리즈가 보여주고자 했던 그 결말, 바로 인간과 공룡의 공존이다. 영화적 완성도는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과거부터 이어져온 전체 쥬라기 시리즈를 끝맺음하기 위한 결말로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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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느와르를 경험할 각오, 전도연의 얼굴
9년 만이다. <리볼버> 이후, 전도연, 오승욱 감독이 손을 잡고 만든 <리볼버>가 관객을 찾아왔다. 제목부터 풍기는 하드보일드 액션의 잔향이 짙어 보이지만, 그 반대다. 뜨겁고 찐한 지옥 불의 붉은 향이 아닌 차디찬 냉기만 흐르는 녹야의 푸르고 녹색 향이 가득하다. 감정의 파고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보다는 최대한 보여주지 않고 감내한다. ‘리볼버’의 쓰임새만 보더라도 이를 알 수 있다. 격발이 아닌 격발하지 않는 것에 중점을 둔 작품. 이 영화를 볼 관객이라면 이에 대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그동안 만날 수 없었던 전도연의 얼굴도.
하수영(전도연)은 멋진 경찰이 아니다. 돈의 노예가 되어 비리를 저지른 경찰이다. 그 죗값으로 그녀는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교도소에서 2년을 복역한다. 혼자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7억을 주겠다는 의문의 남자 앤디(지창욱)의 말만 믿고 2년 동안 콩밥을 먹었지만, 정작 손에 쥐어진 건 아무것도 없다. 연인이자 앤디와 가깝게 지낸 임석용(이정재)은 자살로 위장한 타살로 세상을 떴고, 그를 도와줄 이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 그녀는 혼자라도 약속한 돈을 받아내기로 결심한다. 그런 수영 앞에 묘령의 여인 정윤선(임지연)이 찾아오고, 그녀는 과거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들을 차례로 만난다.| 더 이상 죄짓고 싶지 않은 한 인간의 몸부림!
<리볼버>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죄를 지은 사람이 더 큰 죄를 짓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영화다. 하수영이 시작한 이 이야기는 자신의 죗값을 치르는 과정처럼 보인다. 감옥에 들어가는 조건으로 받아야 하는 7억이란 돈은 행동을 위한 목적일 뿐, 정작 그녀에게 중요한 건 지옥이란 파멸의 길을 들어서지 않으며 본인 스스로 이 죄를 씻고자 하는 마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극 중 인물은 모두가 죄인인데, 비리 경찰은 물론, 돈을 위해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심지어 사람도 죽인다. 마치 발을 헛디디면 돌아올 수 없는 죄악의 강물에 빠진 이들이 수두룩하다. 수영 또한 그 강물에 빠졌던 이로써 더 이상 빠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야 교도소 복역 이후 정체성이 상실된 그녀가 과거 자신의 온전한 모습을 되찾고 사람답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영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신의 수가 다 읽힌다 하더라도 적을 향해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그녀의 이런 마음가짐과 행동을 알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리볼버다. 한 발이라도 쏘면 살인죄라는 더 큰 죄를 짓게 하는 이 총은 그녀의 의지와 신념을 시험하는 물건이다. 이를 건넨 이는 수영으로 인해 인생이 뒤틀려 버린 경찰 선배 민기현(정재영). 이 악독한 선배의 의중에 반기를 들 듯 수영은 차분히 그가 자주 사용했던 삼단봉도 함께 가져가고, 리볼버보단 이 무기를 더 많이 사용한다. 앤디와의 첫 격투 장면이나, 이후 후반부 숲 대결 장면에서 그녀는 총이 아닌 삼단봉으로 자신의 적을 처단한다. 마치 그 덫에 절대 빠지지 않을 거라고 민기현에게 보란 듯이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 가까이 하기 엔 너무 먼 수영, 다 이유가 있다?오승욱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리볼버>의 형식은 이소룡의 <사망유희>에서 가져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소룡이 총 7명의 악당과 싸워 이기는 것처럼 수영 또한 7명의 무뢰한을 만난다. 상대를 만날 때마다 사건의 실마리를 얻는 것 또한 같다. 물론 이소룡처럼 권격 액션이 아닌 구강 액션으로 승부한다는 건 다르지만, 수영은 이들을 만나면서 하나씩 잊고 지냈던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이런 스토리라인으로 인해 초반 수영에게 감정이입을 하기란 쉽지 않다. 플래시백을 통해 전사가 나오지만, 속이 텅 비어있는 듯한 그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무뢰한들을 만나면서 그녀가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고, 그래야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초반 멀어진 간극은 점점 좁혀진다. 물론, 차디찬 냉기와 차가움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지만 말이다.| 전도연의 새로운 얼굴을 마주할 각오!
무조건 직진하며 자신만의 길을 가는 수영처럼, 오승욱 감독 또한 기존 느와르 장르를 답습하지 않고 자기 스타일대로 미니멀리즘한 느와르를 탄생시킨다. 장르적 쾌감은 덜하고, 뭔지 모를 배신감은 들지만, 장인의 손길로 만들어진 진귀한 물건을 보는 새로움처럼, 이 영화만이 느낄 수 있는 매력은 다분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전도연의 얼굴이다. 오승욱 감독은 ‘얼굴의 영화’라고 할 정도로 클로즈업을 많이 쓴다. 특히 전도연의 얼굴을 이렇게 가깝게 오래도록 본 영화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수많은 영화에서 인상 깊고 다양한 얼굴을 보여줬던 전도연임에도 우리가 보지 못했던 그녀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과 처연함, 후회, 슬픔, 피로 등 감정의 동요가 크지 않은 캐릭터임에도 미세하게 달라지는 이 노련한 배우의 표정은 그 자체로 영화를 계속 지켜보게 만든다. 어떻게든 관객을 설득하는 전도연의 연기, 그리고 마지막 비 오는 바닷가에서 내뱉는 ‘날숨’만 봐도 이 영화는 엔딩크레딧까지 꼭 봐야할 가치가 있다.
무채색과도 같은 수영과 달리, 적으로 간주되는 무뢰한들은 각기 다른 현란한색을 표출하듯 개성이 남다르다. 특히 절묘한 양다리를 걸치면서도 수영과 연대를 자처하는 임지연은 캐릭터의 이중성과 모호함을 무기삼아 한층 매력을 더하고, 지창욱은 극 중 불리는 ‘향수 뿌린 미친개’라는 닉네임처럼 그 느낌을 극대화하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김준한, 김종수, 정만식, 이정재, 정재영, 전혜진 또한 영화의 매력을 한층 살린다.
오승욱 감독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리볼버>는 허우 샤오시엔의 2016년작 <자객 섭은낭>을 떠올리게 한다. 무협 형식을 가져오되, 사람을 죽이지 못하는 자객을 등장시켜 우리가 알고 있는 무협 장르의 쾌감을 걷어낸 이 영화는 그 자리에 사랑하는 것(또는 대상)을 죽이지 않겠다는 인간의 신념을 넣는다. 결은 다르지만 수영 또한 그 신념과 맞닿아 있다. 죄인이지만 그보다 더 큰 죄를 지으며 밑바닥까지 가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인간답다.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극 중 수영의 차가운 표정 뒤에 숨은 마음의 격량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사진 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평점: 3.5 / 5.0
한줄평: 낯선 느와르 세상에서 인간다움을 격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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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투명한, 그래서 담백한 작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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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네 살의 존과 그의 네 살 난 아들 마이클. 엄마는 없다. 마이클을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고향이 그립다며 러시아로 떠났다. 존은 창문 청소부다. 큰돈을 벌진 못하지만 단골도 있고, 그가 일을 할 때면 동네 주민들이 마이클을 돌봐준다. 요컨대, 엄마가 없다는 걸 빼면, 존과 마이클은 별다를 것 없는 가족처럼 보인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다. 존은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다. 존은 입양기관 직원과 함께 마이클을 입양 보낼 가족을 찾아다닌다. 기준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평범한 가족(normal family)이면 좋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자신이 마이클에게 줄 수 없는 것을 줄 수 있는 가족이면 좋겠다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마음에 드는 가족이 쉽게 나타날 리가 없다. 여러 가족이 마이클 입양 의사를 밝혔지만 존이 보기엔 다 어딘가 부족하다. 집이 과하게 깔끔하고 완벽하다거나, 성격에 결함이 있어 보인다거나, 이미 양육하는 아기가 너무 많다거나, 아이를 인형처럼 여기는 것 같다거나 등등. 존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입양기관 직원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많은 가족을 소개해줬음에도 존은 마이클을 어느 가족에 입양 보낼지 결정하지 못한다.
이것만으로도 골치가 아프지만, 존에게는 하나의 과제가 더 있다. 존은 마이클에게 죽음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줘야 한다. 마이클이 죽음을 이해해야 왜 아빠와 헤어져야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네 살짜리 아이에게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까? 아빠가 죽은 딱정벌레처럼 움직이지 않는 딱딱한 상태가 되어버린다는 걸 마이클이 이해할 수 있을까?
〈노웨어 스페셜〉이 흥미로운 건 이 어려운 문제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우선 존이 어떤 가족에게 마이클을 입양 보내는지를 살펴보자. 영화의 마지막, 존은 이혼한 싱글 여성을 마이클의 새 가족으로 최종 선택한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원치 않는 임신을 했으나 임신 중지를 하지는 않았고, 출산 후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이를 위탁가정에 보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 된 그녀는 입양을 원했으나 남의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남편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해 이혼한 채 혼자 지내는 중이었다.
영화를 보며 존의 최종 선택을 유추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아픔과 현 상황을 꾸밈없이 털어놓은 유일한 사람이었다. 거짓 포장은 없었다. 싱글 여성이 입양에 불리한 조건임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아이를 원하는 마음만은 진심이라고 담담히 고백했다.
존은 마이클을 ‘정상가족(normal family)’에 입양 보내고 싶어 했다. 그런 존의 마음을 움직인 건 무엇이었을까? 마이클이 엄마의 사랑도 느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존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들여 마이클을 양육했지만, 싱글 대디는 규범 ‘바깥’의 존재이기에 늘 존의 마음 한편에 아픔을 남겼다. 존은 여자의 간절한 마음이 마이클에게도 있을지 모를 상처를 보듬을 수 있을 거라고 짐작한 것 같다. 혼자이기에 더 진한 사랑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여긴 것이다.
더불어 존은 그녀의 ‘부족함’을 보는 대신, 그녀의 마음을 보았다. 정상가족이라는 규범은 누군가에게 수치심을 남기지만, 진심 어린 사랑은 그 수치심을 거슬러 결핍 있는 자들을 결속시켜주고 그럼으로써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아픔 속에서 피어나는 다정한 강인함. 이것이 마이클을 원하는 여자의 얼굴, 표정, 말투, 몸짓, 태도에서 존이 읽어낸 것이다. 정상가족이라는 규범에 상처받아온 존이 또 다른 상처를 응시함으로써 스스로의 아픔을 승화하는 것이다.
영화가 빛나는 또 다른 지점은 존과 마이클을 카메라에 담는 방식이다. 시놉시스만 들었을 때는 영화에 별 기대가 없었다. 오히려 인습적이고 뻔한 장면으로 눈물을 강요하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앞섰다. 하지만 기우였다. 영화는 단 한 번도 감정을 강요하는 법 없이 사랑하는 아들과의 작별을 앞둔 아빠의 감정을, 어린아이가 아빠의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처 입은 자들끼리의 만남과 치유를 덤덤히 그린다. 제목(Nowhere Special)부터 그러하듯, 거창한 의미나 심오한 해석의 여지를 숨겨두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보여줄 것은 이것밖에 없다는 듯 투명하게, 그래서 담백하게 작별의 과정을 담는다. 지속하고 싶은 관계가 중단될 수밖에 없는 누군가에게 〈노웨어 스페셜〉의 잔잔함이 큰 따뜻한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영화 전문 웹진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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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모메 식당 (かもめ食堂: Kamome shokudo/일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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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슬픔을 녹이는 기적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 분주한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다소 벗어나 있는,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은 '카모메 식당'에서 벌어지는 잔잔한 일상을 그린 영화이다.
카모메 식당의 주인은 일본인 여성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이다. 30대 중반에 가녀린 몸매를 지닌 그녀는 일가친척 하나 없는 헬싱키에서 일본식당을 열고 한 달째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식당의 큰 유리창 너머로 동네 핀란드 아주머니 셋만 호기심 반, 경계심 반의 눈빛을 던지다가 사치에가 눈을 마주치고 웃으며 목인사를 할라치면 후다닥 창가에서 떠나고 말기를 반복하는 게 그녀와 그녀의 식당이 받는 관심의 전부이다. 그러나 사치에는 느긋하다. 정성을 다하면 손님은 꼭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식당을 깨끗이 청소하고 유리잔을 뽀드득뽀드득 소리가 날 정도로 닦고 또 닦는다.
그러던 어느날, 일본에 관심이 많은 미남 청년, 토미(자코 니에미)가 식당 안으로 들어와 커피를 주문한다. 사치에는 식당을 찾아준 첫 번째 손님이 너무 고마워 그에겐 올 때마다 무료로 커피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독수리 오 형제'의 주제가 가사를 아느냐는 토미의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한 것이 남은 하루 내내 목에 걸린 생선 가시만큼 불편하고 답답하다.
퇴근길. 입안에서 맴도는 만화영화 주제가의 가사에 생각이 팔린 사치에는 동네 서점 한켠의 커피숍에 앉아서 두리번거리다가 일본어로 쓰인 책을 읽는 아시아 여성을 발견한다. 일본인이라고 확신한 사치에는 그녀에게 말을 걸어 '독수리 오 형제'의 주제가 가사를 알아낸다. 그렇게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와 사치에의 인연이 맺어진다.
미도리는 눈을 감고 지도를 짚어 결정한 핀란드로 무작정 떠나 관광을 하던 중이었다. 달리 갈 곳도 할 일도 없던 미도리는 함께 기거하지 않겠느냐는 사치에의 친절을 받아들여 그녀와 함께 지내며 무보수로 식당 일을 돕는다.
그러던 어느날, 중년의 핀란드 사내(마르쿠 펠톨라)가 식당을 찾아와 커피를 주문하더니 사치에에게 맛있는 커피를 끓이는 비결을 알려주고 홀연히 떠난다. 그 이후 사치에, 미도리, 토미는 환상적인 커피 맛을 보는 즐거움을 누리게 된다.
여전히 한가한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와 미도리, 토미의 일상적인 만남이 이어지고 있을 때 몸은 도착했으나 짐은 오지 않은 일본인 여성 마사코(모타이 마사코)가 식당에 와서 커피를 주문한다. 그녀의 황당한 사연을 들은 사치에는 갈아입을 옷이 필요하지 않느냐며 친절하게 묻는다. 그녀와 미도리의 친절에 마음을 연 마사코는 매일 식당을 찾는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며칠 동안 식당 밖에서 안을 쏘아보다가 결국 문을 열고 들어와 주문한 술을 마시고 취해 쓰러진 핀란드 여성 리이사(타르자 마르쿠스)를 마사코가 능숙하게 응급처치한다. 마사코가 핀란드에 오게 된 사연인즉, 오랫동안 몸져누워 앓던 부모님의 간호에 매달려 갇힌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소개한 핀란드인들의 엉뚱한 여유에 마음이 끌렸던 것. 부모님이 연이어 돌아가시자 마사코는 주저하지 않고 핀란드로 날아왔다고 했다.
네 여성과 한 젊은 청년의, 주인과 손님이 구분되지 않는 사귐과 오감의 일상 속에서 '카모메 식당'의 손님은 점점 불어난다. 그리고 사치에가 핀란드에서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주먹밥을 주 메뉴로 내걸고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까닭도 밝혀진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두드러진 스타일은 negative volume과 긴 pause이다. 네가티브 볼륨이란 Herbert Zettl이 그의 저서 "Sight, Sound, Motion: Applied Media Aesthetics"에서 정의한 용어로, 한마디로 말하면 '빈 공간'이란 뜻. '빈 공간'과 자신만만한 '긴 호흡'은 핀란드의 영화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그것이 어쩌면 핀란드의 특징이며 매력인지도 모르겠다.
손님이 찾지 않던 '카모메 식당'의 빈 공간이 동네 손님들로 채워짐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빈 마음(외로운 마음)들도 우정으로, 삶의 좌표의 발견으로, 혹은 떠났던 남편이 다시 돌아온 기쁨으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러한 채워짐의 실현이 있기까지, 주인공들은 결코 서두르지 않으며 꿈이 이루어지리라는 믿음을 간직한 채 기꺼이 일상의 반복에 몸과 마음을 성실하게 싣는다. 그리고 그 긴 호흡의 삶 속에서 꿈을 이루기 위한 실천을 하는 동안 타인에 대한 관심과 친절, 배려 등 인간다움을 잃지 않는다. 사실 인간다움이란 긴 호흡의 삶에서만 찾아질 수 있는 덕목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위로하는 기적. 연기처럼 나타난 사내가 맛있는 커피를 끓이는 비법과 '코피 루악'이라는 주문을 사치에에게 알려준다. 돌아온 마사코의 가방 안에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버섯이 들어있다. 리이사의 남편으로 짐작되는 사내는 저주의 마법에 걸린 후에야 기적처럼 아내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기적은 각자의 슬픔을 위로하며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기까지 견딜 수 있는 기대와 희망을 품게 한다.
반복되는 미도리의 대사,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일이 있다"에서 드러나는 우주 혹은 운명 앞에서의 겸손함이 아마도 기적이 일어나는 자리인지도 모르겠다.
매일 똑같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듯 보일지라도, 일상 앞에서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하기만 하면, 사실은 우연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우리가 아직 깨닫지 못한 필연의 작용 방식이며, 그 작용의 법칙을 만들어내어 적용하는 절대적인 누군가가 있음을 문득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다(©2021. 최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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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이 글은
영화 [썬다운]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인용 및 퍼가시는 경우 출처를 반드시 표시해 주세요.
쳐다보기 힘든 여름의 태양 같던 영화계의 여름이 서서히 저물고 있다.
개봉 영화의 수(Number)도, 장르도 조금씩 변화하면서, 강렬하기 그지없던 여름에 대한 약간의 향수가 함께 마음속에 서서히 퍼져나가는 것 같다.
쓸쓸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들도 하나둘씩 개봉해 관객들의 마음에 남은 여름의 온기를 지켜주려 노력한다.
영화 [썬다운]은 이런 날씨처럼 인생에 있어서도 여름을 슬며시 비켜가 가을을 맞이하는 남자 닐을 통해 인생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짧지만 강렬하게 던진다. 과연 봉준호 감독도 좋은 말을 했을 법하다.라고 생각되는 순간이 꽤나 존재한다.
휴양지의 느긋하고 따사로운 바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아 보이는 닐의 마음과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진행되는 영화가 주는 부조화가 주는 재미 또한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키며, 많은 숙제 같지만 괴롭지 않은 생각도 함께 던져주어 오래 생각하며 자신만의 해답을 찾기 좋은 영화다.
태양을 피하고 싶었던 바닷가의 남자;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본다.
사진출처:다음 영화닐은 기어코 해변에 남기를 택했다.
어머니의 장례식을 피하고 싶어서. 아니, 추악하다고 말해도 모자라지 않는 진실을 말하자면 자신에게 주어진 현실에 자신의 몸을 담그고 싶지 않아서.
그러나 현실은 정오 때의 태양처럼 피할 수 없는 것에 가까웠다. 영화는 몇 번이고 가장 높은(중앙) 곳에 떠 있는 태양을 비추며 너 따위가 감히 현실을 피해 숨을 수 있을 것 같냐고 조롱하듯 작열하지만.
닐은 아무런 동요도 없는 얼굴로 조용히 눈을 감아버린다. 그는 단 한순간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던 태양을 자신이 없애버렸다는 잘못된 승리감에 도취해 억지로 마음의 평온을 끌어온다.
어찌 이렇게도 태평할 수 있을까. 애써 도망쳐 도착한 바닷가 이건만, 그는 수영조차 하지 않는다. 그저 물 위에 둥둥 떠서 유영하는 것을 즐길 뿐. 단 한 번도 힘센 파도를 향해 육신의 힘을 모아 헤엄치지 않는다. 이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휩쓸려 가다 도착하는 곳이라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로 닐은 그저 인생을 유영한다.
그는 스스로의 인생에 대한 책임도 다른 사람의 손에 손쉽게 넘기는 것도 모자라, 미안하다는 말로 교묘히 책임들을 벗어난다. 그럼에도 자신에게 주어지는 이익만은 사양 않고 조용히 챙긴다. 이 현실과 인생을 향한 미적지근한 그의 태도는 닐의 주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서도 분노가 되어 닐을 향한 따가운 시선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닐은 원래 자신은 그런 사람이라는 듯. 또 한 번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따가운 시선들을 향해 또다시 눈을 질끈 감는다. 태양의 눈부심은 오롯이 그것을 들여다본 당신들의 몫이라는 듯한 태도로.
레다(로스트 도터)의 바다와 닐의 바다;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태도
사진출처:다음 영화애석하게도(?) 바다는 온전히 닐 만의 것이 아니었다. 옆에 있었다고 해도 그다지 위화감이 없을 만큼 멀지 않은 곳에. 영화 [로스트 도터]의 레다도 함께 있는 것만 같았다.
레다는 안식년으로 충분한 시간을 활용해 자신이 숨겨왔던, 혹은 낯부끄러웠던 모습을 바닷물에 씻어 다시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모성(엄마)과 인간으로서의 역할이 부딪치며 만들어낸 상처마다 들러붙은 소금과 모래알은. 그녀의 마음을 후벼 파다 못해 다시 쳐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트라우마를 들여다본 듯 소스라치게 한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쓰라림을 느끼면서도, 그녀는 자신에게 이 시간이 간절히 필요했음을 깨닫는다. 물론 해답을 찾아가는 그 과정은 몇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아프고. 피하고 싶을 만큼 부끄럽지만. 레다는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그마저도 자신의 모습임을 받아들이려 애쓴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피하려 하지 않았다.
모든 면에 있어서 모자라고 깨지고 뒤틀린 자신의 모습이지만. 레다는 용기를 내었고. 딸에게 전화를 걸었으며. 여태 쉽게 꺼내지 못했던 말을 던지는 것으로 떠날 채비를 시작한다. 그녀는 휴양지의 파도에 자신의 반성과 고뇌를 쓸어 보내는 것으로 안식년을 완성시키려 했을 것이다.
레다의 여정을. 조금은 개운하고 맑아진 표정으로 오렌지의 껍질을 벗겨내는 모습을 닐이 물끄러미 옆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정확한 사정을 다 알 수 없더라도. 레다의 웃는 얼굴을 보며 그동안 그녀의 입꼬리를 올라가지 못하게 꽁꽁 붙들고 있었을 비밀과 그녀의 속내가 얼마나 무거웠는지를 자신도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바랐다. 그랬다면 닐 또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닐 하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짐을 지고 있었는지 간접적으로라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비난할 수 있을까;그래도 태양은 진다.
사진출처:다음 영화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습니다.
조던 피터슨이 그렇게 인생의 무게를 자신의 어깨 위에 직접 짊어지라고 피 토하듯 말했건만. 스스로의 삶마저도 타인의 말과 손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되고. 서류에 사인하는 것 마저도 겨우 하는 이 남자를 보며 단박에 떠오른 문장이었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표정과, 인생에 있어 그다지 큰 목표도, 그렇다고 완전히 엇나가지도 못하고 우유부단해 보이는 태도. 오늘도 흐물흐물하고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그저 해변가에서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는 것만으로도 인생을 기꺼이 써버리는 중년의 남자.
차라리 여동생의 죽음을 대신하는 게 훨씬 나았을 거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 이 남자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밉기만 한 사람이냐. 고 묻는다면. 영화를 다 보고 나온 직후에는 선뜻 대답이 나오지는 않는다.
그는 인생에 대해서도. 그리고 결국 찾아온 죽음에 대해서도. 어떤 해명도, 변명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부연 설명마저 없이 입을 굳게 닫는다. 그것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이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생을 정리하고 있기 때문인지. 조금씩 헷갈리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앞서 뱉은 소설 [인간 실격]의 문장은 당신은 영화 초반부에는 분명 아마 이런 생을 살았을 거야.라고 생각한 관객이 떠올리기 쉬운 문장이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가면, 마치 닐의 독백을 영화로 만들어 낸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인생은 소설 속 주인공보다는 조금 더 길었고. 마지막도 조금 더 풍요로웠겠지만. 스스로의 인생 한 조각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며 실토하고 있는 셈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살았고. 이제 그 생이 끝나갑니다. 마치 일몰처럼 말이지요.
라고 말이다.
마치면서.
영화의 거의 모든 면이 참 요즘 트렌드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상영 시간마저 1시간 30분 남짓으로 충격적으로(?) 짧다.
그러나 이 급작스런 끝맺음마저도 참 인생의 한 부분을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살아볼 만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찾아오는 죽음과 엔딩 크레디트처럼.
인생에서도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들이 완벽하게 모든 것을 바꿔놓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야만 하는 인생 같은 영화였다.
또한 누군가의 인생의 한 부분만을 보고 입에 담는 것이 어쩌면 성급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어 몇 번이고 제목을 곱씹게 되는 영화다.
[이 글의 TMI]
1. 사실 [로스트 도터]도 봤는데 리뷰 못 쓰고 있었음.
2. 근데 쓰긴 해야 할 것 같음. 이 영화를 보고 그렇게 느꼈음.
3. 이제 추워져서 반팔은 정말 다 장롱으로 넣어야 할 듯.
4. 추석 기대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나란 인간.
#썬다운 #미첼프랑코 #팀로스 #샤를로트갱스부르 #헨리굿맨 #아주아라리오스 #베니스국제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심리스릴러 #영화추천 #최신영화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영화해석 #결말해석 #영화감상평 #개봉영화 #영화보고글쓰기 #영화망상쌉가능 #Munalogi #브런치작가 #네이버인플루언서 #네이버영화인플루언서 #내일은파란안경 #메가박스 #영화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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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4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이번주 씨네 뉴스는 국내외 다양한 소식으로 알차게 준비 해 보았는데요!
그럼,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6’ 6월 6일 공개
ⓒnetflix
2019 공개 이후 4년 만에 ‘블랙미러 시즌 6’ 가 돌아옵니다.
넷플릭스 측은 앞으로 ‘블랙미러 6’에 관한 더 많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총괄 제작과 각본을 맡은
‘찰리 브루커’는 ‘어느 때보다 충격과 다양함이 있을 것’이라고 전해 팬들의 기대감을 끌여 올리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공식 유튜브를 통해 시즌 6 예고편이 공개되었으며 공개 날짜는 6월 6일입니다.
익선동 ‘둘리 비디오 대여점’ 팝업 티켓 전석 매진
©워터홀컴퍼니
<아기공룡 둘리: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크린 귀환을 기념하여 열린
팝업 스토어 ‘둘리 비디오 대여점’이 사전 예약 매진을 기록하며 SNS 속 화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워터홀컴퍼니와 메가박스가 공동 기획한 팝업 스토어로 지난 19일 오픈하여 25일까지 익선 스페이스에서 운영됩니다.
‘아기공룡 둘리’는 5월 24일 개봉입니다.
영화 <귀공자> 김강우 역대급 빌런 캐릭터 예고
©NEW
영화 <신세계> <마녀>를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신작 <귀공자>가 6월 21일 개봉합니다.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배우 김강우가 역대급 빌런 캐릭터로 분해 더욱 기대를 더하고 있습니다.
한편 영화 <귀공자>는 김강우 뿐만 아니라 김선호, 고아라, 강태주까지 합류해 예측불허의 추격전을 펼칠 예정입니다.
디즈니·픽사 신작 '엘리멘탈' 6월 14일 개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신작 '엘리멘탈'이 6월 14일 개봉을 확정하며 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디즈니·픽사 최초 한국계 감독인 피터 손 감독의 두 번째 연출작이며
피터 손 감독과 이채연 애니메이터는 오는 30일 내한해 관객을 직접 만날 예정입니다.
영화 <엘리멘탈>은 불, 물, 공기, 흙 4원소가 살고 있는 ‘엘리멘트시티’에서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가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자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이야기입니다.
넷플릭스 미국 내 계정 공유 금지 시작
ⓒnetflix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본격적인 계정 공유 금지에 나섰습니다.
넷플릭스 계정은 한 가정 내에서만 공유될 수 있고 그 외 1인당 월 7.99달러의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아직 계정 공유 금지 안내가 없는 상황이나 지난 2월 뉴질랜드, 스페인, 캐나다, 포르투갈 등
4개국에도 계정 단속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CGV 6월 7일부터 톰크루즈 특별전 진행
©CJ CGV
CGV가 배우 톰 크루즈의 작품 7편을 모아 아트하우스 전관에 6월 7일부터 7월 4일까지 특별전을 진행합니다.
특별전에는 <탑건> <레인 맨> <어 퓨 굿 맨>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아이즈 와이드 셧> <바닐라 스카이> 등
총 7편이 상영되며 자세한 내용은 CGV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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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은 여러분의 큰 힘입니다https://www.youtube.com/channel/UCNqd...
▼무비워크 먹여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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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코끼리와 나비> 30초 예고편
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앙투안은 얼떨결에 옛 애인의 딸 엘사를 보호하게 된다.
천사 같은 미소, 심장을 녹이는 애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5살 소녀가 낯설지 않다.
엘사도 앙투안에게 고백한다. "비밀이 있어요, 아저씨가 누군지 알 것 같아요"
서로를 아주 많이 사랑한다면, 그건 우리가 특별한 사이이기 때문일 거야.
존재조차 몰랐던 우리, 너무 늦은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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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이브 <해리포터 : 호그와트 토너먼트> 예고편
해리포터 덕후들이 들으면 가슴 설렐 소식 도착. 기숙사의 명예를 건 호그와트 토너먼트. 토너먼트 참가자들은 기숙사의 명예를 걸고 해리포터 퀴즈에 도전하게 되는데.. 과연 최종 우승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