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8-18 21:48:42
말과 동시에 펼쳐지는 밀실의 공포
영화 <겟 아웃> 리뷰
개봉 당시 로튼 토마토 신선도 99%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던 영화였던 ‘겟 아웃’. ‘놉’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미루고 있던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을 보게 되었다. 충격적이고 소름 끼치며 공포를 넘어선 놀라움이라는 말로 포스터가 장식되어 있는 이 영화는 직접적인 공포보다는 소름 끼치는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다. 인종차별을 필두로 가히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곳곳에 복선을 깔아두고 있다. 어떤 무서움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망이 펼쳐질 이 곳은 ‘겟 아웃’ 이다. 흑인인 크리스와 백인인 로즈는 연인 사이이고 로즈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로즈의 집, 직접적인 인종차별은 아니었지만 걱정했던 대로 여러 곳에서 묻어나는 편견들로 인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애써 무시하며 로즈와 함께하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어딘가의 밤에 빠져든다. 꿈같은 순간에서 빠져나온 크리스는 집에 빠져나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백인 손님들로 가득한 파티에서 크리스는 관심의 중심이 되고 흑인 손님에게는 흑인 특유의 문화를 느낄 수 없어 더욱 혼란스러운데, 카메라를 꺼내 들면서 크리스의 혼란은 더욱 커진다. 그가 겪는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온 걸까.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사실 예고편도 보지 않았다. 공포 영화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했고 진부한 결말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내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모두 부수고 들어오며 어떤 장면도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겉보기에 사라진 편견들이 어떻게 곳곳에 파고들어 있는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드러내고 영화 자체에서도 소름끼치는 요소들로 펼쳐내는 마법을 펼친다. 특히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된 보이는 존재들에 의한 욕망으로 인해 더욱 몸서리 쳐진다. 무서운 장면들 없이도 무서울 수 있는 이 영화를 만나고 싶다면 추천 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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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의 아픔이 가져온 크나큰 상실과 성장, "클로즈"
안녕하세요 ㅎㅎ
이번에는 관계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영화를 소개할까 해요~!
바로
2023년 5월 3일에 개봉하는
<클로즈>라는 영화랍니다^^
이 작품은 현재 해외에서 각종 수상을 했을 정도로 모두가 주의를 기울인! 주목할 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저는 메인 포스터에 나와있는 '레오'와 '레미'의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 둘의 관계는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 걸까?' 하는
큰 기대감과 궁금증에 휩싸였었습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이 둘의 관계, 애틋하고 각별해보이지 않나요??ㅎㅎ
앞서 예상했듯이 레오와 레미는 평소 형제처럼 사이가 각별한뿐더러 매일매일 함께 보낼 정도로 절친한 사이입니다.
처음엔 진짜 형제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이 둘은 너무나도 가깝고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였죠.
위 장면은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왼쪽부터 레오, 레미의 어머니, 레미를 가리킵니다.
전혀 이질감이 안 느껴질 정도로 가깝게 느껴지시죠?
레오는 레미와 레미의 부모님과 함께 앞마당에서 뛰어놀고 밥을 먹으며 같이 잠을 자면서 일상을 서로의 분신처럼 지냅니다.
그중에서도 레오와 레미는 한 방의 한 침대에서 눈만 마주쳐도 서로의 마음을 다 알 정도로 공유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데요.
영화에서는 레오와 레미가 한 침대에 누워 대화하고 바라보는 장면을 자주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장면이 더욱 눈길이 가고 기억에 남습니다.
침대 씬을 통해 서로의 감정이 변화되고 움직이는 걸 지레 짐작할 수 있도록 해주기에 더 마음이 가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두 사람은 중학교에 입학하여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아는 친구들이 없어서인지 레오와 레미는 서로에게 더 의지하며 기대는 모습을 보이죠.
화면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멀리 비추면서도 두 사람에게 초점이 가도록 비추고 있는데, 이러한 화면 구성은 그 둘 사이의 관계를 더 명백히 보여주는 구성이라고 저 혼자 생각해봅니다 ㅎㅎ
이러한 두 사람을 보고 학교 친구들은 '너네 둘 연인이 아니냐', '보통 친구 사이가 아닌데'와 같은 그 둘의 관계를 비웃는 듯한 반응을 보입니다.
바로 이러한 친구들의 말이 두 사람 간의 관계이자 영화의 핵심 포인트로, 사건을 뒤흔들 계기로 작용하게 됩니다.
여기서 레오와 레미는 서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듯합니다.
레미는 그런 친구들의 말에 타격을 입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반면,
레오는 너무나도 큰 타격과 상처를 입었는지 기분이 확 다운된 상태로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풀썩 눕죠.
그 이후부터 레오는 친구들의 말을 의식하고 점점 레미를 멀리하게 됩니다.
괜히 자신을 괴롭혔던 애들과 어울려 지내려고 노력하고, 레미와 함께 있어도 예전과 같이 서로 뒤엉키며 놀지 않습니다.
처음에 자신들만의 공간에서 서로 상황극?하며 놀았던 놀이도 이제는 예전같지가 않게 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오는 여전히 은근슬쩍 레미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레미의 상태를 확인합니다.
겉으로는 다른 친구들과 어울려 지냄에도 속으로는 여전히 레미에게 향해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는 장면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어째서일까요.
왜 사람은 어떠한 큰 사건, 계기가 생겨야지만 비로소 몰랐던 점을 깨닫게 되고 후회하게 되는 것일까요.
영화를 보면 바로 이 점이 제일 안타깝고 안쓰럽고 후회스러울 지경입니다.
레미는 갑자기 변해버린 레오가 낯설고 적응이 되지 않아서인지, 바뀌어버린 레오의 태도에 상처를 받았는지 하루가 갈수록 점점 피폐해집니다.
한순간에 제일 가까웠던 친구가 제일 멀게 느껴지게 되는 그 느낌은 어떤 느낌일까요.
레미의 입장에서는 감히 그 감정을 이루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가시, 큰 상처가 되어 마음에 슬프게 박혔을 테죠..
같이 있어도 같이 있는 것 같지 않는.. 어딘가 나만 홀로 버려진 땅에 서 있는 기분..
아마 그런 느낌이었겠죠, 레미는.
이들에게 기어코 큰 사건, 절대적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로, 레오의 가장 절친인 레미가 자살하여 죽었다는 것이죠.
레미가 죽은 이 거대한 사건이 레오에겐 가장 큰 영향력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때 이후부터가 영화에서 가장 말하고 싶었던 흐름이자 메시지가 아닐까 합니다.
내가 주목했던 건?
저는 영화 장면 중에서 제일 주목했던 부분이 두 가지가 있는데요.
바로 첫 번째는 포스터 속 장면처럼 레오와 레미가 꽃밭에서 뛰어다녔던 장면입니다.
둘은 각자가 느끼는 감정에 따라 꽃밭에서 뛰는 속도를 달리 조절합니다.
영화의 첫 도입부분 역시 레오와 레미가 신나게 깔깔 거리며 꽃밭을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때 둘은 서로 나란히 같은 속도에 맞춰 혹은 엇비슷한 속도로 꽃밭을 뛰어다닙니다.
초반에는 어떠한 장애물 없이 세상에는 레오와 레미 단둘이 존재했기에 가능했던 속도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환히 웃으면서 해맑은 상태로 달려가죠.
하지만, 레오가 레미를 점점 피하고 나서부터는 꽃밭에서 뛰는 이 둘의 속도도 점점 달라집니다.
같은 꽃밭에서 예전과 같이 뛰지만, 한 사람은 앞서 나가고 또 한 사람은 뒤로 뒤쳐지게 되죠.
서로의 거리가 점점 멀어졌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렇듯 꽃밭에서 달리는 설정을 통해 레오와 레미 이 둘만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었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 인상 깊은 장면이었습니다.
처음엔 같은 속도로 달리는 둘을 보고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함께 웃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변해가는 서로 다른 둘의 속도를 보고 마냥 웃으며 바라볼 수만은 없었던.. 뭉클해지며 가슴 한 편이 시큰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레오와 레미가 자전거로 달리는 장면인데요.
앞서 꽃밭에서의 달리기를 통해 둘의 거리감을 표현했듯이 자전거를 통해서도 이 둘의 관계를 표현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영화 초반에서 이 둘 역시 처음에는 학교를 향할 때 같이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다녔습니다.
장난도 치며 웃으며 자전거를 타고 비슷한 속도로 달렸죠.
하지만 둘의 관계가 변화가 있은 후부터는 자전거를 세게 밟아 서로를 앞질러 갈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웃는 얼굴이 아닌, 이 악문 표정으로 말입니다.
마치 자전거를 통해 자신의 화난 감정이나 속상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 같았습니다.
예언같기도 하고요.
이렇듯 레오와 레미가 꽃밭에서 달리는 모습이나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모습을 통해 이 두 명간의 관계, 거리감을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중요한 대목 같아서 저는 이 두 장면을 주의깊게 눈여겨 봤답니다!
영화 <클로즈>를 보고 저는 사람 간의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람이 주는 영향력을 감히 무시할 순 없구나. 하면서 말이죠.
그리고 레오의 심정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갔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자기 자신과 관련하여 별로 좋지 않는 말을 할 때, 비웃을 때 등등 그런 말들에 당연히 의식하기 마련입니다.
그 말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리지겠죠.
저는 상황을 대처하는 방식에서 레오와 레미가 서로 어긋난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레미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의식하지 않기로 판단한 것이죠.
레미에겐 그러한 사람들보다 레오, 즉 자기 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기에 말입니다.
그에 반해 레오는 다른 사람의 말에 더 의식을 했던 인물이었던 거죠.
이 차이에서 비롯되었던 건 아닌가 하는.
저도 레오와 같이 주변인들의 인식과 말에 영향력을 받는 사람인지라 공감이 갔습니다.
머리로는 가장 친한 친구인 레미에게 가야겠다는 건 알았으나, 행동이 그를 따라가주지 못했죠.
비록 레오는 절친인 레미를 안타깝게 잃고 나서야 레미의 소중함을 깨닫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 영화를 보는 우리만큼은 레오처럼 그런 후회를 남기지 말라고 메시지를 전달해주고 있다고 봅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나를 좌지우지할 게 아니라, 나를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살펴보는 시간을 더욱 가지라고 말이죠.
세상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만 챙기기에도 바쁘니까요 ㅎㅎ
자신과 가까운 이들에게 관심과 애정을 쏟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레오'라는 한 사람이 전하는 메시지가 깊은 울림을 주는 영화 <클로즈>였습니다.
아름다움과 아픈 시련이 함께 담긴 영화랍니다.
여러분도 이 영화를 보시면서 주위 사람들을 한 번쯤 살펴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참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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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하고 개성있는 작품을 큐레이션하다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은 예술영화를 포함한 다양성 영화는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사해 주기에 극장에 꼭 필요한 작품이기도 한데요.
이렇게 다양하고 개성 있는 작품들만을 큐레이션 하여 소개하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이 있다는 사실을 혹시 알고 계신가요? 2016년, 임권택관 (CGV 아트하우스 서면)을 시작으로, 안성기관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박찬욱관 (CGV 용산아이파크몰), 그리고 최근 김기영관(CGV아트하우스 명동역씨네라이브러리)까지 포함하여 전국에 15개의 아트하우스 전용관을 보유하고, 3개의 아트하우스 전용극장을 보유하고 있는 그 주인공은 바로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CGV 입니다.
CGV에는 독립예술영화 전용관, 아트하우스의 풍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무료 회원제 서비스까지 있다고 하는데요. 아트하우스 Club을 대상으로 역시 '무료'로 지급되는 2021년 한정판 굿즈 '야광엽서'는 기.막.힌 퀄리티로 "아트하우스 = 굿즈 맛집" 이라는 공식을 다시 한 번 증명해냈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다양하고 개성있는 작품들만 모아 만든 굿즈 한 번 구경해볼까요?
잇츠 CINE PICK!!캐롤 (Carol, 2015)
드라마, 멜로/로맨스 | 영국, 미국, 프랑스 | 118분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 토드 헤인즈 | 출연 :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사라 폴슨My angel, flung out of space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확신하게 된다.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씨네pick : 캐롤과 테레즈의 첫 만남이 이루어진 '백화점 씬'과 여행의 순간을 담은 야광 엽서는 두 사람의 시선이 잘 보이는 엽서입니다.
정말 먼 곳 (A Distant Place, 2020)
드라마 | 한국 | 115분 | 12세 관람가
감독 : 박근영 | 출연 : 강길우, 홍경, 이상희우리 어디 멀리 가서 살까?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
그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며
조용했던 날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씨네pick : 역시, 팝아트 느낌의 엽서와, 스틸을 활용한 엽서 2종류가 출시된 이번 영화는, 특히 화천 풍광 속 별이 야광으로 표현되어 정말 멋지답니다.
좋은 빛, 좋은 공기 (Good Light, Good Air, 2020)
다큐멘터리 | 한국 | 11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임흥순 | 출연 : 차초강, 추혜성기억하는 한 살아있는 거다
평범했던 그들을 움직이고, 깨닫고, 투쟁하게 했던 국가 폭력의 기억은 이제 시대를 넘어 우리 다음 세대에게 전달돼 추모와 애도의 현재적 의미를 다지고, 우리가 정립해나가고자 하는 미래로 향해, 분명 더 좋은 빛과 더 좋은 공기가 될 것이다.
씨네pick : 어둠 속에서 볼 때 더 선명해지는 5.18 이라는 숫자는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애플 (Mila, Apples, 2020)
드라마 | 그리스, 폴란드 | 90분 | 12세 관람가
감독 : 크리스토스 니코우 | 출연 : 알리스 세르베탈리스, 소피아 게오르고바실리괜찮아요. 다들 잊고 사니까요.
원인 모를 단기 기억상실증 유행병에 걸린 ‘알리스’에게 유일하게 남은 기억은 이름도 집 주소도 아닌 한 입 베어 문 사과의 맛. 며칠이 지나도 그를 찾아오는 가족이 나타나지 않자 무연고 환자로 분류된 ‘알리스’에게 병원에서는 새로운 경험들로 기억을 만들어내는 ‘인생 배우기’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알리스’는 자신처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안나’를 만난다.
씨네pick :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소장'한다는 굿즈의 의미에 정말 부합하는 야광 엽서인 것 같습니다.
강호아녀 (江湖儿女, Ash Is Purest White, 2018)
드라마, 멜로/로맨스 | 중국, 프랑스, 일본 | 135분 | 15세 관람가
감독 : 지아장커 | 출연 : 자오 타오, 리아오판, 펑 샤오강17년 간의 질긴 인연
중국 산시성 다통시에 사는 ‘차오’와 이 지역의 조직보스 ‘빈’은 연인 사이다.
라이벌 갱단과의 싸움 도중 ‘차오’는 ‘빈’을 보호하기 위해 총을 발포하게 되고그로 인해 감옥에 5년간 복역하게 되지만 ‘빈’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찾아오지 않는다.
출소한 ‘차오’는 새로운 시작을 위해 ‘빈’을 찾아가지만 그는 이미 새로운 여자친구와‘차오’가 없는 대도시에서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었다.
시간이 흘러 ‘차오’ 또한 ‘빈’이 없는 일상에서 평온하게 지내고 있던 중에 ‘빈’이 찾아오는데…씨네pick : 느와르와 멜로가 잘 버무려진 영화인 만큼, 야광 엽서에서도 그러한 점이 잘 느껴집니다.
트립 투 그리스 (The Trip to Greece, ★2021.07.08 개봉 예정★)
코미디, 드라마 | 영국, 그리스 | 103분 | 15세 관람가
감독 : 마이클 윈터바텀 | 출연 : 스티브 쿠건, 롭 브라이든난 나이 들수록 멋있어져
영국 유명 배우 스티브와 롭은 ‘옵저버’ 매거진의 제안으로
6일 동안의 그리스 여행을 떠난다.
터키 아소스를 시작으로 그리스 아테네, 이타카까지 [오디세이] 속
오디세우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낭만적인 여행을 통해
인생과 예술, 사랑에 대한 유쾌한 대화를 나눈다.
씨네pick : 아직 개봉 전 영화인 만큼, 실물조차 보지 못한 굿즈인데 사진만으로도 벌써 찬란하고 영롱한 굿즈입니다. 별빛 아래 그대의 눈빛에 치얼-스!
그래서, 이 영롱한 엽서는 어떻게 받을 수 있냐구요?
7월 8일 개봉하는 <트립 투 그리스>를 CGV 아트하우스에서 관람하시면 끝-! 입니다.
반짝이는 야광 엽서를 손에 넣는 그날까지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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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력 대신 음식으로 인간의 상실을 따뜻하게 케어해 준다
상실감을 잊기 위한 폭력 대신 이해와 포용, 과거는 과거일 뿐
모든 인간은 본인이 원하건 원치 않건 자신의 무언가를 상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상실이 인간에게 남긴 상처는 몸속에서도 가장 깊숙한 부위에 위치해 있어 쉽게 낫지도 않습니다. 상처가 주는 고통 또한 만만치 않기에 이 고통을 피하고 회피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러다 그 고통에 잠식되어, 어딘가 뒤틀린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합니다. 이때 상실로 인한 고통을 앓고 있는 이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해하지 못할까요? 상실을 다루고 있는 많은 영화들 중에서, 어떤 영화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주먹질을 비롯한 폭력으로 그 고통을 잊으려는 듯한 모습을 비추기도 합니다. 하지만 <피그>는 상실을 경험한 자가 또 다른 상실을 경험한 자에 대해 이해와 더불어 위로를 건네며, 깊은 부위에 숨어 있는 상처를 드러내게 하여 그 고통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영화입니다.
1시간 30분이란 짧은 시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영화 <피그>는 등장인물들에 대해 많은 설명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영화의 시작부터 등장인물이 어떠한 인물인지 알 수 있게 해 주는 나레이션이나 대사는 일절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신 여러 은유가 담긴 영상을 통해 어렴풋이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마치 힘겹게 걸린 시동과 함께 잠깐 움직이고 퍼져버린 낡은 트럭과 동일한 듯하게, 롭을 녹슬어버린 존재로 묘사하고 있는 연출이 그 예 중에 하나입니다. 이처럼 좋은 의미로 불친절한 인물 묘사가 이어짐으로써 롭이 과거에 범상치 않은 존재였음을 관객들이 짐작할 수 있지만, <피그>는 과거의 인간관계가 어떠했는지가 중요한 영화가 아닙니다. 상실이란 공통된 공감대를 중심으로 롭과 아미르, 그리고 그의 아버지와의 현재 관계를, 그로 인해 변화하는 본인의 감정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상실에 대한 따뜻한 우화, <피그>
불친절하지만, 은유로 가득한 캐릭터 소개
상실이 만든 상처와 고통을 안고 가는 법, 이 또한 자신의 일부일 뿐
세 인물 간의 관계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큰 롭과 아미르의 관계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첫 만남을 비출 때, 오직 아미르만이 대화를 이어나가고 롭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습니다. 더불어 롭이 자신의 납치된 돼지를 찾으러 아미르의 도움을 받아 도시로 이동할 때에도 그는 아미르의 차 안에서 틀어놓은 클래식을 꺼버리는 등 무례한 행동을 합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에게 할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기 힘든 기행을 벌이는 롭, 마치 세상과 담을 쌓고 마음을 닫은 느낌을 줍니다. 하지만 돼지를 찾는 여정을 거치면서 그들 간에 오가는 대화가 점점 길어지고 많아지는, 소통이 오간다는 변화가 발생했습니다. 롭은 아미르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건네며, 요리도 가르쳐 주기까지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마지막에 이르러 롭은 돼지를 찾기 위한 출발점이었던 식당에서 헤어질 때, 처음과 달리 아미르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신의 오두막으로 복귀하며, 아미르는 본인이 직접 클래식을 꺼버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즉, 이 여행을 통해 둘 사이의 관계가 개선되고 상실이란 공통된 상처로 공감대를 형성했으며, 이를 극복하는 성장 이야기를 유기적으로 엮어냈습니다.
두 번째로 롭과 아미르의 아버지 사이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오두막에서 지내면서, 자신의 식사보다 돼지의 식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만큼 롭에게 있어서 돼지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입니다. 도시의 모든 이들과 연을 끊었음에도 소중한 돼지를 납치한 자를 찾기 위해 그 도시로 다시 발을 들이게 됩니다. 돼지의 소재를 수소문한 끝에, 납치한 장본인은 포틀랜드에서 트러플 사업을 크게 벌이고 있는 롭의 아버지였습니다. 롭의 돼지를 별거 아닌 듯이 말하며 은연중에, 아니 대놓고 그를 무시하는 듯한 언행은 그의 화를 돋우고도 남을 법 합니다. 하지만 롭은 말없이 그의 집을 나오고 아미르와 함께 무언가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그와 아내에 관한 과거를 아미르를 통해 들었기 때문입니다. 롭 역시 사랑하는 자를 잃은 고통을 피하고 싶은 동질감을 느끼고 있음을 오두막에서 끝까지 재생하지 못하고 중단시켜버리는 씬을 통해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롭은 자신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간 자에 대해 폭력 대신, 그와 아내 사이의 소중한 추억을 장식했던 음식을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마치 자신 또한 그와 유사한 경험을 하였으며, 소중한 존재를 잃어버린 상실감이 주는 아픔이 어떠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말입니다. 더불어, 아미르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롭 또한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바라보며, 그 고통을 안고 가는 듯한 성장한 모습을 마무리에서 보여줍니다. 초반에는 끝까지 재생하지 못했던, 아내의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끝까지 재생하는 씬을 통해서 말입니다.
영화는 크게 세 챕터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세 챕터의 제목은 모두 음식의 이름으로 붙여졌습니다. '시골식 버섯 타르트', '엄마표 프렌치토스트와 해체주의 가리비 요리', '병, 새, 그리고 소금 바게트'와 같이 특이한 음식의 이름들은 각 챕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음식들이기도 합니다. 마치 음식에 이야기를 담아내어 그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으로는 음식을 주제로 하는 일반적인 영화들과 달리, <피그>는 음식을 요리하고 식사하는 과정을 의도적으로 비추지 않고, 비추더라도 흐릿하게 비추기만 할 뿐입니다. 마치 이 영화는 음식을 보여주고 그 음식을 즐기는 게 주가 아닌 영화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피그>는 인간관계에 관해, 그리고 상실감을 극복하는 방법에 관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한 인물이 치유받는 과정을 멀리서 보여주기만 할 뿐입니다. 이러한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식을 주로 하지만 음식이 주가 아니라고 말하는 연출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부자를 통한 한 인물의 성장 이야기
그리고 이를 멀리서 바라보기만 할 뿐 각자의 이야기는 각자가 써나가는 법
어두운 기운 가득한 배경과 아쉬운 촬영, 그리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부활
영화 <피그>의 배경이 되는 숲과 포틀랜드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특히 어두운 강물과 광활한 숲을 비추는 오프닝 시퀀스는 평화로운 분위기라기보다는 긴장감이 역력해 있습니다. 영화의 포스터와 첫 시퀀스를 보면 마치 이 영화 역시 피비린내 풍기는 복수극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극이 진행되면서 복수와는 거리가 먼 영화임을 깨닫게 되지만, 그래도 어두운 분위기는 좀체 가시지 않습니다. 상실이 주는 고통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여전히 그 상처는 몸에 남아있으며 결코 희망차게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아님을 명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이야기가 담고 있는 치유와 성장의 힘이 그 어두움 속에 따뜻함을 담아내었습니다. 이처럼 모두 모두 행복하게 살게 되었답니다 식의 밝은 분위기가 아닌, 어두움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하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배경을 영화의 주로 삼고 있는 부분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더불어, <피그>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기력 역시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과거 그가 출연했던 영화들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그의 명품 연기의 가치를 알고 있었기에, 최근 파산 위기에 몰려 필모그래피를 신경 쓰지 않는 다작으로 인한 평판의 추락이 무척 안타깝게 느껴졌고 다시 재기할 날이 오기만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그>는 그 재기의 발판이 되어준 영화였습니다. 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모든 이야기가 롭을 중심으로 따라가고 있는 만큼 배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한 인물입니다. 상실과 슬픔에 빠진, 회한 가득한 눈빛을 중심으로 니콜라스 케이지가 보여주는 연기는 오랜만에 과거 전성기 시절의 그를 보는 것만 같았습니다!
다만, <피그>에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카메라 워킹과 관련된 부분이 많이 아쉬웠습니다. <피그>에서는 유독 핸드헬드로 촬영한 씬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특정 장르의 영화에서 생동감을 주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카메라 기법이 정적이고 가볍지 않은 영화에서 사용되었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핸드헬드가 어울리는 특정 씬에서 사용되는 경우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영화의 여백을 관객들이 체감하고 채워나갈 수 있도록 가만히 비춰주어야 함에도 화면을 고정시키지 않고 핸드헬드로 느리지만 끊임없이 흔들어대어 집중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한두 번 그런 거라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겠다만, 이러한 촬영이 몇 번이고 반복되다 보니 이해를 넘어 짜증을 불러일으키까지 하였습니다. 정말 이러한 촬영 의도가 무엇인지 질문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과거 전성기를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연기의 재림
어둡지만 따뜻함이 숨어 있는 배경, 그리고 그 배경이 가지고 있는 여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끔찍한 핸드헬드
마이클 사노스키 감독의 <피그>는 여러모로 이전에 리뷰했던 영화 <애플>을 떠오르게 합니다. 두 작품 모두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며, 상실이라는 고통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애플>이 가지고 있는 불합리함을 <피그>는 가지고 있지 않고 오히려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해 주며, 처음 보는 배우들보다는 좋아했던 배우의 등장이 더 반갑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아무래도 <피그>에 더 후한 평가를 하고 싶었습니다. 첫 장편 영화 치고는 정말 나쁘지 않았고 흥미로웠던 작품을 탄생시킨 마이클 사노스키,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궁금합니다. <콰이어트 플레이스 프랜차이즈>를 마무리하고 어떤 신선한 작품을 관객들에게 선보일지 기다려집니다 :)
당신이 늘 하고 싶다던 가게가 뭐였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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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퇴마 판타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한 건에 천만 원씩 받고 가짜 퇴마극을 펼친다고 알려진 사기꾼 퇴미사 '천박사'(강동원). 여느 때처럼 특수효과 기술자 겸 유튜버인 '인배'(이동휘)의 도움을 받아 가짜 퇴마를 펼친 그에게 귀신을 보는 눈을 지닌 ‘유경’(이솜)이 찾아온다. 거액의 수임료를 제안한 그녀의 요구는 단 하나. 자기 여동생 '유민'(박소이)에게 붙은 귀신을 떨쳐달라는 것.
이번에도 가짜 퇴마극을 준비하던 천박사. 그러나 그는 곧 다른 기운을 감지한다. 귀신을 만나면 울린다고 알려졌지만 평생 울린 적 없는 방울이 울린 것. 그와 동시에 천박사는 무당을 사냥하는 악귀 '범천'(허준호)에게 습격당한다.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그에게 인배와 '황사장'(김종수)은 사건에서 손을 떼자고 제안하지만, 천박사는 다른 마음을 먹는다. 그간 애써 외면한 과거를 마주하고, 당주 무당의 장손으로서 악귀와 싸우겠다고.
웹툰 실사화의 딜레마
웹툰 원작 작품을 영화나 드라마로 옮길 때 항상 같은 딜레마가 있다. 바로 '톤'이다. 웹툰은 과장되거나 비현실적인 톤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자연히 원작을 지나치게 충실하면 작위적이거나 오그라들기 십상이다. 반대로 그렇다고 원작 색채를 과하게 빼 버리면 팬덤의 불만을 산다. 웹툰 원작 작품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와중에도 눈에 띄는 반응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지 않은 이유다.
<기생충>과 <헤어질 결심> 조감독 출신인 김성식 감독의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는 위 딜레마를 정면으로 돌파한다. 후렛샤 작가의 '빙의'를 영상화한 이 작품은 철저한 선택과 집중의 미덕을 보여준다. 웹툰 느낌을 살린다는 목적을 위해 장르, 캐릭터, 볼거리에만 초점을 맞추고 질주한다. 뛰어난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은 없다. 그리고 그 계획은 결과물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가능한 신선하게 비트는 노력
<천박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개성은 장르다. 장르 자체가 신선하지는 않다. 몇 년 사이 오컬트나 퇴마물은 대중적으로 익숙해졌다. 최근 방영된 SBS 드라마 <악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한국형 오컬트'를 표방하는 작품이 꾸준히 제작됐다. 달리 말해 마을의 서낭당을 지키는 무당인 ‘당주무당’, 충청 지역 앉은굿에서 사용하는 무구 '설경'이라는 소재만으로는 확실한 차별화가 어렵다.
대신 <천박사>는 장르 자체를 변주한다. 우선 다른 오컬트 영화에 비해 밝고 가벼운 분위기를 취한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 <곡성> 등 많은 오컬트 영화는 '신적인 요소가 실재한다면? '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반적으로 어두운 톤을 유지한다. 그에 반해 <천박사>는 초반부터 <기생충>을 패러디한 도입부와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 무당의 사기극 같은 코미디를 적극 활용한다.
특히 코미디는 분위기 환기 이상의 용도로 영리하게 활용된다. 웃음은 <천박사> 세계관으로의 초청장에 가깝다. 웃음 포인트를 주로 인배가 맡기 때문. 극 중 인배는 천박사, 유경, 황사장과 달리 혼자만 무속 세계가 실재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영화는 이들의 괴리감을 주로 유머의 소재로 삼는데, 관객이나 인배나 처지가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관객 입장에서는 인배만 따라가도 <천박사>의 판타지에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다.
오컬트 영화의 일반적인 전개를 피해 가기도 한다. 퇴마물 주인공은 주로 희생자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악귀와 질긴 싸움을 펼친다. <천박사>는 다르다. 유민에게 퇴마 의식을 진행하는 천박사. 그런데 이때 악귀 범천의 선택이 흥미롭다. 그는 유민 대신 유경에게 곧장 달려든다. 또 그녀의 눈을 갖기 위해 여러 사람의 몸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며 천박사를 습격한다. 이 순간부터 <천박사>는 본격적으로 액션 활극을 펼쳐 보일 수 있다.
최소한의 설명
이처럼 각 장르의 장점만 모아 관객을 현혹하려면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야 한다. 영화 내 설명이나 묘사가 간단하고, 빠르고, 가벼워야 한다. 진득하게 여러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상이한 장르 간의 충돌로 인해 단점만 부각될 수 있으므로. 실제로 <천박사>는 미묘한 불협화음을 알아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으려 한다.
핵심 소재인 설경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이다. 영화는 오프닝에서 자막 한 줄로 모든 설명을 대신한다. “설경은 귀신을 협박하고 잡아 가두기 위해 경문과 문양을 한지에 조각한 부적이다.” 어떤 효과가 있고, 언제 사용해야 하고, 누가 쓸 수 있는지와 같은 자세한 설명은 찾아볼 수 없다.
다른 소재와 설정에 대한 설명도 단순하기는 매한가지다. 당주 무당의 역할, 손가락을 잘라서 만드는 주문의 정체, 범천이 무당을 사냥하는 궁극적인 목적, 칠성검에 깃든 힘... 하나하나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재이지만, 영화는 이 모든 것을 단순히 보여준다. 유경에게 신비한 눈이 있는 이유, 천박사에게 신기가 깃드는 묘사에 대한 설명도 없다.
내용 전개도 직선적이다. 천박사가 범천의 존재를 인지한 후 곧장 클라이맥스로 넘어가는 인상을 준다. 선녀 무당이라는 카메오를 활용해 '기승전결' 중 '승'을 생략하다시피 한다. 그 덕에 너무 단순한 장치들과 파훼법 같은 지점들이 여러 의구심이나 고민으로 떠오르기 전에 끝내버린다.
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캐릭터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천박사> 속 인물의 서사는 복잡하다. 풀어내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천박사의 집안 내력, 범천의 음모, 유경과 마을 주민들의 비극이 한 데 얽혀 있다. <천박사> 속 세계에 대한 설명도 필요로 한다. 여기에 중간중간 액션까지 곁들여 주려면 98분이라는 러닝타임은 꽤 촉박해 보인다.
이 대목에서도 <천박사>는 철저힌 선택과 집중을 보여준다. 모든 플롯을 천박사 중심으로 배치하면서 분량을 조절한다. 천박사의 개인사를 풀어낼 때 범천을 도우미로 이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그의 집안과 범천의 악연을 보여주면서 두 주인공의 서사를 동시에 풀어낸다. 이에 더해 천박사의 할아버지와 동생을 단순한 희생자, 피해자로 설정하면서 영화를 전반적으로 단순한 복수 서사 내에 위치시킨다.
유경의 개인사도 과감히 생략한다. 그녀는 사건의 발단이 되는 핵심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영화는 유경을 단순히 범천이 노리는 목적,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다루지 않는다. 그녀는 상황에 이리저리 휩쓸릴 뿐, 주도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녀의 부모, 그녀와 마을 주민들의 관계, 범천이 마을 주민들을 악용한 방식 등도 퇴마 판타지다운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기 위한 배경으로 소비된다. 철저히 플롯의 도구일 따름이다.
몰입은 되지만 폭발력은 없다
초중반부까지는 <천박사>의 선택이 적중한다. 코미디, 오컬트, 판타지, 액션 모두를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문제는 후반부다. 이전까지의 선택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온다. 화려한 CG가 천박사와 범천을 감싸고, 비장한 검투씬이 등장하지만 별다른 감흥이 없다. 물론 강동원이 기본적으로 액션을 잘 소화하는 배우인 관계로 액션을 보는 재미는 있다. CG도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기대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면서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하지만 범천을 물리치는 과정과 결과에는 쾌감이 없다.
중요한 원칙 하나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천박사>는 전쟁이 정치의 연장선이듯이 액션도 서사의 연장선이라는 사실을 잊은 듯 보인다. 전쟁이 국가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인의 행위라면, 액션은 인물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작가의 도구다. 즉, 서사가 쌓이지 않은 액션은 화려한 그래픽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천박사>는 인물의 서사를 쌓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았다. 딱 필요한 만큼의 과거사를 단편적으로 알려준다. 범천을 향한 원한이 얼마나 크고 그가 사기꾼 행세를 하며 어떻게 복수의 칼날을 갈았는지는 눈에 띄지 않는다. 즉, 천박사가 목숨 걸고 범천을 잡는 이유는 이해해도 그에게 공감하거나 몰입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모든 서사가 집중된 주인공이 이러니, 그에게 종속된 다른 캐릭터의 매력이 살아날 일도 만무하다.
결국 강동원이 장르다
그 결과 영화가 끝나고 남는 것은 캐릭터가 아닌 배우들의 비주얼과 존개감뿐이다. 강동원은 다시 한번 스타로서의 가치를 증명했다. <전우치>, <군도: 민란의 시대>, <검은 사제들>에서 봤던 강동원의 이미지가 묘하게 한 데 합쳐져 있다. 대중적으로 인식된 배우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캐릭터에 이식한 느낌이다.
반대쪽에서는 허준호의 무게감이 인상적이다. 자칫 경쾌함 이상으로 가벼울 수 있는 분위기를 적절히 가라앉히는 데 최적화된 모습이다. 박정민과 지수, 두 카메오도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등장해서 특유의 연기력과 비주얼로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다.
결국 <천박사>는 캐릭터와 CG, 설정이 조금 독특할 뿐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무난한 명절 영화에 그친다.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의도대로 시작부터 끝까지 경쾌한 톤의 코믹 액션 오컬트 영화를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다. 계획대로 결과물이 정직하게 뽑힌 듯 보여서 비판하기도 애매하다. 단지 아쉬울 뿐이다. 한국 상업 영화 중 나름대로 신선한 시도가 엿보이는 장르 영화이기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
Acceptable 무난함
화려하나 어색한 CG만큼 오묘한 끝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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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FF 데일리] 1980년대 한국 이민자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감독: 정이삭
프로듀서: 크리스티나 오,디디 가드너,제레미 클라이너
출연진: 스티븐 연,한예리,앨런 김,노엘 조,윤여정
시놉시스
제이콥과 모니카는 아들인 데이빗과 딸인 앤과 함께 캘리포니아를 떠나 아칸소로 이사 오게 된다. 제이콥은 아내인 모니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무리하게 대출금을 끌어당겨 아칸소에 있는 농지를 사들였고 그곳에서 큰 농장을 만들려는 목표를 세운다. 모니카에게 있어 불편한 건 자신의 아들 데이빗이 심장병을 앓고 있어 병원까지 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과 바퀴 달린 허름한 트레일러 속에서 산다는 것이다. 반면에 데이빗은 아버지인 제이콥의 말을 잘 따르고 씩씩하게 생활한다.
하지만 모니카의 엄마인 순자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자 데이빗과 앤은 내심 불편해한다. 그건 바로 자신들이 기대했던 할머니와의 모습과는 딴판이라는 것이다. 데이빗은 할머니인 순자에게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과연 데이빗과 앤에게 할머니의 존재는 어떤 존재이게 될까?
데이빗이 기대한 순자의 모습은 쿠키를 구워주고 욕설을 쓰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미지를 깨부순 순자는 손자인 데이빗에게 화투를 선물하고 험한 말을 쓰며 쓴 한약을 먹인다. 그래서 데이빗은 오히려 순자가 오는 걸 반대했고 아빠인 제이콥과 엄마인 모니카가 더 싸우지 않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그러나 순자가 손자인 데이빗을 무척 아낀다는 걸 몸소 표현해 줬고 데이빗은 처음에는 느끼지 못하다가 순자가 뇌졸중에 걸리고 난 후에 조금은 알게 된다.
한편 제이콥은 자신의 고집으로 인해 농사를 망치게 된다. 오직 한국 품종의 씨드로만 고집했고 가족들이 물이 안 나와 불편한데도 상수도에 있는 물을 농사에다 무리하게 썼던 결과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상적인 목표를 펼치려고 하는 제이콥과 달리 모니카는 가족을 위해 현실적으로 살아가는 걸 원했기에 둘의 사이는 서서히 갈라지기 시작한다.
한국에서 살기가 힘들어 미국으로 이민 온 제이콥과 모니카는 서로에게 도움이 돼주려고 했으나 무리한 빚을 안고 살아왔고 먹고살기 위해 병아리를 감별하는 일을 해왔다. 빡빡한 한국 이민자의 삶은 쉽지가 않았고 아메리칸 드림은 힘들어진다.
이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에 실패한 한국 이민자들의 모습과 그로 인해 삶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병아리를 감별할 때 수컷 병아리는 폐기하고 암컷 병아리는 쓰일 데가 많아 폐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제이콥은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면서 데이빗에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자고 했지만 결국에는 그렇게 쓸모 있는 삶을 살지 못했다.
영화 미나리를 보고서 필자는 누구에게나 쓸모 있는 존재가 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쓸모 있다는 게 과연 무엇을 기준으로 매긴 걸까? 병아리를 감별하는 것처럼 사람도 감별되어 폐기되거나 쓸모 있게 되는 존재로 전략하고 만다. 오늘날에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한국 이민자들이 미국에 가고 있다고 한다. 그곳에서 부자가 되거나 가난하게 사는 거는 과연 쓸모의 여지일지 생각해 봐야 된다.
병아리를 감별해 쓸모 있는 것과 폐기되는 것이 있다는 게 나름 놀라기도 했다.
2023. 10.06 (금) 20:00 영화의전당 중극장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2023. 10.04 (수) ~ 2023. 10. 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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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유포자들> 메인 예고편
- “핸드폰이 사라지고, 나는 N번째가 되었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던 남자 ‘도유빈’(박성훈) 자신의 오랜 친구 ‘공상범’(송진우)의 유혹에 이끌려 클럽에서 잊지 못할 하루를 보낸다 그리고 사라진 전날 밤의 기억과 핸드폰 누군가로부터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수화기 너머 범인은 3천 3백만 원을 구해오지 않으면 ‘그’ 영상을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하는데… 오늘 밤, 숨기고 싶었던 모든 것이 잠금해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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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여름, 가장 차가웠던> 티저 예고편
예기치 못한 일로 자허의 어머니는 2년 전 살해됐다. 이 일로 자허와 그녀의 아버지는 인생의 중심을 잃는다. 레슬링팀에서 은퇴한 후 마땅한 직업을 찾지 못한 자허의 아버지는 도축장에서 육류 배달업자로 일하고 이로 인해 자허는 놀림을 받는다. 외롭고 무기력해진 그녀는 수치심과 불공정에 맞서기 위해 본인만의 도덕 규범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