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8-18 21:48:42
말과 동시에 펼쳐지는 밀실의 공포
영화 <겟 아웃> 리뷰
개봉 당시 로튼 토마토 신선도 99%라는 이름으로 유명했던 영화였던 ‘겟 아웃’. ‘놉’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미루고 있던 조던 필 감독의 ‘겟 아웃’을 보게 되었다. 충격적이고 소름 끼치며 공포를 넘어선 놀라움이라는 말로 포스터가 장식되어 있는 이 영화는 직접적인 공포보다는 소름 끼치는 스릴러에 가까운 영화다. 인종차별을 필두로 가히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게 곳곳에 복선을 깔아두고 있다. 어떤 무서움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욕망이 펼쳐질 이 곳은 ‘겟 아웃’ 이다. 흑인인 크리스와 백인인 로즈는 연인 사이이고 로즈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간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로즈의 집, 직접적인 인종차별은 아니었지만 걱정했던 대로 여러 곳에서 묻어나는 편견들로 인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이상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애써 무시하며 로즈와 함께하는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어딘가의 밤에 빠져든다. 꿈같은 순간에서 빠져나온 크리스는 집에 빠져나가고 싶어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은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백인 손님들로 가득한 파티에서 크리스는 관심의 중심이 되고 흑인 손님에게는 흑인 특유의 문화를 느낄 수 없어 더욱 혼란스러운데, 카메라를 꺼내 들면서 크리스의 혼란은 더욱 커진다. 그가 겪는 이 모든 것은 어디에서 온 걸까.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사실 예고편도 보지 않았다. 공포 영화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기도 했고 진부한 결말이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내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모두 부수고 들어오며 어떤 장면도 지나칠 수 없게 만들었다. 겉보기에 사라진 편견들이 어떻게 곳곳에 파고들어 있는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드러내고 영화 자체에서도 소름끼치는 요소들로 펼쳐내는 마법을 펼친다. 특히 영화를 보고 나서 알게된 보이는 존재들에 의한 욕망으로 인해 더욱 몸서리 쳐진다. 무서운 장면들 없이도 무서울 수 있는 이 영화를 만나고 싶다면 추천 한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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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력으로 꽉찬 공드리의 복잡한 땅굴 체험하기
공드리의 솔루션북 (The Book of Solution, 2024)
상상력으로 꽉찬 공드리의 복잡한 땅굴 체험하기
개봉일 : 2024.08.14.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장르 : 코미디, 드라마
러닝타임 : 103분
감독 : 미셸 공드리
출연 : 피에르 니네이, 블랑쉬 가르딘, 프랑수와 레브런, 프랭키 월러치, 카밀 루더포드
개인적인 평점 : 3.5 / 5
쿠키 영상 : 없음
환상적, 몽환적인 분위기 또는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라면 이 감독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미셸 공드리’
<이터널 선샤인>부터 <수면의 과학>, <무드 인디고>, 드라마 <키딩>까지. 딱 ‘미셸 공드리스럽다’라는 말 외엔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독특하고 몽환적인 작품들을 선보였던 그가 <마이크롭 앤 가솔린> 이후 약 8년 만에 장편영화 <공드리의 솔루션북>으로 돌아왔다.
<공드리의 솔루션북>은 감독 미셸 공드리가 <무드 인디고> 후반 작업을 진행하던 3달간의 경험을 살려 만든 자전적인 영화로,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대부분의 작품들과는 다르게 미셸 공드리가 직접 파놓은 그의 깊은 흑역사 땅굴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불안한 주인공의 심리를 반영하듯 이리저리 툭툭 튀어나가는 이야기와 미셸 공드리 특유의 독특한 표현법, 기행조차 이해하게 만드는 배우들의 연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영화이며 마음가짐을 재부팅하게 만드는 거울 치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영화다.
희뿌연 머릿속에 흩어진 상상력을 붙잡는 마크마크는 최고의 영화감독이자 최악의 영화감독이고 나르시시즘과 우울함. 거기에 산만함과 타인을 향한 불신까지 갖고 있다. 최고이자 최악, 나르시시즘과 우울함, 산만함과 불신. 삶이 참 복잡하겠다 싶어 애잔하다가도 어쨌든 나랑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 그게 바로 <공드리의 솔루션북>의 주인공 마크다.
마크는 항상 바쁘다. 범람하는 수많은 상상력을 붙잡아야 하고 그것을 현실로 꺼내 영화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모든 자극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여기저기 찔러보기 바쁘다. 하지만 분주함에 비해 그의 최근 성적은 딱히 좋지 않아 보인다.
“이런 걸 만든다 해놓고, 이런 걸 보내셨어요.”
한창 편집 중인 신작을 틀어놓고 열린 회의. (마크의 표현을 빌려) 양복쟁이들은 입을 열자마자 혹평을 쏟아낸다. 그의 신작은 무려 러닝타임이 4시간에 달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니 재밌다기보단 심오한 영화에 가까운 듯하다.
영화를 향해 쏟아지는 혹평에 맞서던 마크는 옆에 앉아있는 동료 막스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막스는 냉정하게 양복쟁이들의 편을 든다. 몇 년을 같이 일했는진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동료라고 생각했던 막스에게 배신을 당하자 마크는 편집용 컴퓨터와 영화 파일들을 싸 들고 한적한 시골에 있는 숙모 드니즈 집으로 도망친다.
나를 방해하는 양복쟁이들이 없는 곳, 어릴 적 추억과 따뜻한 숙모 드니즈가 있는 곳. 마크는 이곳이라면 자신의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그리고 예상대로 마크의 머릿속엔 끊임없이 여러 아이디어들이 떠오른다. 영화 중간에 집어넣을만한 애니메이션, 나뭇잎으로 만든 망원경, 그다음으로 만들만한 신박한 구성의 영화, 오래된 집을 새로운 베이스캠프로 꾸미는 방법까지. 그는 아침부터 새벽까지 쉴 틈 없이 무언가를 한다.
그런데 양복쟁이들이 “희뿌옇고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라고 평가했던 그의 영화처럼 마크의 행동들 또한 뭘 말하는지 알 수 없는 결과물들만 내놓는다. 주변인들은 마크가 현재 작업 중인 영화에 집중하기를, 누가 봐도 가망이 없는 곳에 투자하기보단 도움이 될만한 일을 하길 바라지만 마크는 그들이 자신의 소중한 상상력을 틀어막는다고 생각하며 점점 더 깊이 혼자만의 땅굴을 파고 들어간다.
- 아래 내용부터 스포 有
제목만 지어둔 솔루션북
해결책은 솔루션북에 있지 않다.마크는 온 세상이 나를 방해하고 주변 사람들은 다 나를 이용하려 든다고 느낀다. 우울과 불신에 빠져있던 그때, 마크의 머릿속에 갑자기 제목만 지어놓고 방치해뒀던 ‘솔루션북’이 떠오른다. 그는 빠르게 책상에 앉아 솔루션북을 펼쳐 머릿속에서 나오는 해결책들을 하나씩 적고 그대로 실행해간다.
하지만 몸으로 OST 작곡하기 같은 ‘이게 되네?’싶은 운수 좋은 성공을 제외하고 나면 솔루션북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해 주진 못한다. 영화가 그 자리에 멈춰있는 동안 마크는 동료들에게 실수를 반복하고, 사과를 위한 사과를 하고 또 그 사과를 하는데 실패한다. 그 결과 마크는 영화를 완성하지 못하고 또 다른 땅굴에 처박히고 만다.
마크는 자신의 상상력과 재능으로 영화를 만들고 자신의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할 걸작 솔루션북을 쓸 수 있을 거라 자신했지만 그건 다소 자만한 생각이었다. 마크는 혼자만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극 중엔 마크가 자신의 책상에서 테이프가 보이지 않자 크게 소리 지르며 테이프를 찾는 장면이 있다. 그때 내레이션은 “소리를 지르면 엄마가 장난감을 찾아줬는데 그 습관이 남아있다.”라고 말한다.
마크는 큰 목소리를 가진 독불장군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일단 큰소리부터 내고 보는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다. 마크는 무언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면 동료들을 향해 막말을 하거나 성질을 부리는데 주변인들은 패악질에 가까운 행동을 받아주며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준다.
결론적으로 ‘이 영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마크가 쓴 마크의 솔루션북이 아닌 마크와 함께해 준 사람들이었다. 가브리엘은 영화를 들고 튈 시간을 벌겠다며 주차장 입구에 벌러덩 드러눕고 실비아는 새벽 두시에 자다 일어나 마크를 위해 노트북을 켜고 샤를로트는 마크의 서툰 사과를 받아주고 그의 요구에 따라 성실히 편집을 이어나간다. 드니즈는 마크가 무엇이 되든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러닝타임 내내 이어지는 마크의 거친 도움 요청에 응답하며 마크와 영화를 함께 지켜준다. 동료들과 마크의 관계는 마치 끈끈한 모자(母子) 지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게 모두 힘을 합쳐 영화를 완성하고 마침내 시사회가 열리던 밤. 마크는 “영화 안 배우, 극장에 와주신 동료들, 드니즈에게 감사를 전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마크가 극중 인물들에게, 한때 마크처럼 행동했던 미셸 공드리가 자신의 주변인들에게 전하는 감사인사이기도 하다.
마크만큼은 아니지만 나 또한 엄한 곳을 보며 소리를 지르던 흑역사, 자신의 영화를 보지 못하는 마크처럼 내 책임감을 외면했던 흑역사가 있다.
그래서 감동과 감사, 미셸 공드리의 영화를 위한 노력 같은 것들은 뒤로 미뤄두고 이 좁고 복잡한 땅굴 속을 헤매면서 가장 자주 들었던 생각은 딱 이 두 가지다. “마크가 밉지만 불쌍하다.”, “다시는 마크처럼 행동하지 말아야지.”
*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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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화학물질로부터 대탈출 중
2019년에 우리는 괜찮은 코미디 영화들을 많이 만났다. 연초에는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이었고, 중반에는 이상근 감독의 <엑시트>였다.
<엑시트>라는 영화는 대학생 때 산악 동아리에서 이름 좀 떨쳤지만 이제는 만년 취업준비생인 용남과 용남의 옛 짝사랑이자 용남 어머니의 칠순 잔치의 웨딩홀에서 일하고 있는 의주가 알 수 없는 유독가스를 피해 탈출하는 영화다. 장르는 액션과 코미디. 분명히 무섭고 진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과 해학으로 풀어나가는 감독님의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유독가스는 '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이라는 말이 좀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화학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즘은 일반적으로 공업용으로 쓰이는 것들을 화학물질이라고 부르지만 말이다. 화학물질의 결합이나 화합을 통해 발견된 대표적인 물질은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셀룰로스에 질산과 황산을 가해서 얻어진 물질이기 때문이다.
온 도시를 유독가스로 뒤덮은 범인은 어떤 기업의 연구자였고, 연구 결과를 빼앗긴 것에 대한 일종의 복수 행위로 가스를 살포한 것이었다. 실제로 악덕 기업에서 연구자의 특허권을 빼앗든지, 연구 결과를 훔쳐 가는 사건은 종종 발생한다.
영화에서 유독가스라고 불리는 그 화학물질은 호흡을 곤란하게 하고 피부에 기포를 생기게 했으며 종례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아주 독한 물질이다. 우리는 이런 화학물질을 '유해화학물질'이라고 부른다. 유해화학물질은 독성이나 발암성을 띠고 있어서 사람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화학물질인데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아서 노출되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람이 직접 닿거나 섭취하였을 때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유출되어 공기 중의 물질과 반응하여 폭발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화의 끝까지 이 물질의 정체는 나오지 않는다. 놀랍게도 이 부분은 아주 현실적인 부분이다. 왜 현실적일까?
많은 기업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화학물질들을 사용한다. 그리고 그 화학물질들을 혼합하여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생각보다 우리나라에는 화학물질과 관련된 법들이 많이 있다.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화학물질 관리법」 이 두 가지 법을 대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간단히 '화평법', '화관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래는 「유해화학물질 관리법」이었는데 2012년 휴브글로벌의 불산(불화수소산) 가스 누출사고와 2013년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의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법을 분리하여 관리하게 된 것이다. 화평법은 국내에 들어오는 화학물질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정보를 만드는 것이고, 화관법은 화학사고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시행 이후에도 사고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엑시트>에 나오는 사건이 현실에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화학물질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5년 한 해 동안 2만여 개의 사업장에서 화학물질 5억 5천만 톤을 유통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화학산업이 세계 2위 규모이고 국내 최대 수출 분야로서 매년 400여 종의 새로운 신규 화학물질이 제조되고 수입될 만큼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도 한다. 그런데 그에 반해 화학물질 취급 시설은 점차 낡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화학단지 대부분이 7~80년대 가동되기 시작해서 적게는 20년, 많게는 50년 이상 가동된 시설이라고 한다. 실제로 2014년에서 2020년 4월 사이에 발생한 화학 사고의 522건 중 취급시설 관리를 소홀하게 해서 발생한 사고가 전체 화학사고 중 46%나 차지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고의로 살포한 것이었지만 노후 시설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니, 노후시설을 관리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고의라고 볼 수도 있겠다.
영화에서 이 물질이 어떤 물질인지 정확히 말해줄 수 없는 것은 정말 모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해화학물질을 관리하는 곳은 환경부와 그 산하기관인데 화관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시설의 수, 규모, 업종 등 전체 현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법이 바뀌면서 영업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시설이 정기 검사와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데 영업 허가가 면제된 시설은 신경 쓰지 않고 있기도 하다. 감사원 감사 결과 정기검사를 받지 않는 곳이 39%나 되었고 정기검사를 받지 않고 영업하다가 적발된 곳도 있었다. 사업자가 영업허가를 신청하지 않는 이상 영업허가가 면제된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에 대해 정부도 지자체도 모른다는 것이다.
사실 원주의 경우도 문막 공단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약품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원주시에 문의하면 강원도와 원주지방환경청에 문의하라고 민원을 돌린다. 하지만 돌려받은 두 곳도 대답해 주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다. 강릉의 수소 폭발 사고가 있었을 때는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기도 했다. 이처럼 유해화학물질과 관련해서 법적으로는 명확한 관리 주체가 있지만 현장에서는 적용되지 못하고 있고, 그러다 보니 사고가 터지면 책임 공방을 하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영화는 사람을 구조하는 중에 끝이 났지만 이런 현실이 있기 때문에 과연 도시가 회복될 수 있었을지 궁금했다.
정말 모르기 때문인 이유는 또 있는데 이는 기업의 '영업비밀' 때문이다. 화학물질을 제조하거나 다루는 회사에서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 공개하면 문제가 터졌을 때 빨리 대비할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영업비밀로써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인들이나 다른 회사에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공개 시 정말 영업상 손실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라에까지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제도가 있다니… 우리나라는 기업의 이득과 국민의 안전을 동일 선상에서조차 보고 있지 않은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그 물질을 사용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에탄올 대신 '메탄올'을 사용하여 실명한 노동자들에 대해 뉴스를 통해 보신 분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고가 난 지 한참이 지났는데 2020년에 들어서야 사업장의 잘못이 인정되었다. (참조: KBS 뉴스7, '메탄올 실명' 파견노동자들 4년 만에 손배 인정..."안전관리 방치 책임") 우리는 또 하나의 가족을 외치는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의 백혈병도 마주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화학물질은 하나의 물질일 때는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다른 물질과 만나서 반응하면서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하루하루 새로운 화학물질이 나오고 있고, 현시점에 있는 모든 화학물질의 특성도 파악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정말 조심히 다뤄야만 한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불보다도 더 위험한 것이 바로 화학물질이다.
<엑시트>에서 유독가스로부터 피해를 받는 존재는 '인간'으로 한정되어 있다. 사람이 그렇게 죽을 정도라면 나무와 동물은 분명한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불산 누출의 피해가 있었던 동네의 사진을 보면 나무들이 붉은색으로 모두 죽은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아주 힘겹기는 하지만 사람은 두 다리가 있어서 도망이라도 갈 수 있는데 나무는 그러하지 못하니 얼마나 애석했을까.
그리고 걱정이 되었던 것은 하천이었다. 영화에서 유독가스는 결국 물을 뿌려서 잡는다. 물에 녹는 성질을 가진 수용성 화학물질이었던 것이다. 물과 비로 눈에 보이는 가스상 화학물질을 잡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화학물질의 성격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 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었을 때 어떤 현상이 일어나게 될지는 정말 어느 누구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고기가 떼죽음 맞을 수도 있고, 시간이 걸려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도 있고, 식수로 활용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생태계는 연결되어 있고, 눈에 보이는 위험이 사라졌다고 해서 위험이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낙동강에서 과불화화합물과 1.4-다이옥산이 검출되어서 식수로서의 기능을 의심받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화학물질로부터의 위험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공단이나 화학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만 사고가 일어난다는 법은 없고, 우리의 삶의 모든 곳에 화학물질과 유해화학물질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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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인 1부 (2022)
* <외계+인 1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외계+인 1부 (2022)
감독: 최동훈
출연: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김의성, 이하늬, 신정근 등
장르: SF, 액션, 판타지
러닝타임: 142분
개봉일: 2022.07.20
한국판 어벤져스를 향한 최동훈의 염원
<외계+인>은 2022년 현재와 1391년 과거의 시간대를 오가며 외계인 죄수들에 맞서는 주인공들을 중심으로이야기가 펼쳐진다.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 온 ‘가드(김우빈)’와 ‘썬더(김대명)’는 인간의 몸 안에 갇힌 외계인 죄수들의 탈옥을 막는 관리자로서 지구에서 살고 있다. 하루는 과거의 시간대에서 탈옥범을 잡다가 버려진 아이를 구하게 되고, 아이와 함께 계획에 없던 가족의 형태를 이루게 된다. 한편, 630년 전 고려의 시간대에서는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천둥을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이 각자의 이유로 신검을 손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삼각사의 신선 ‘흑설(염정아)’와 ‘청운(조우진)’, 그리고 가면을 쓴 도사집단의 수장인 ‘자장(김의성)’도 쟁탈전에 가세하면서 큰 싸움으로 번진다. 모두가 노리는 신검이 사실 외계인의 비밀과 연관되어 있음이 조금씩 밝혀지게 되고, 이안과 무륵의 오래 전 서사가 풀리면서 2부에 대한 궁금증을 안긴 채 1부는 마무리된다.
최동훈 감독에게 걸었던 부푼 기대
<외계+인>은 <타짜>, <도둑들>, <암살> 등으로 이어져 온 대중오락영화의 거장 ‘최동훈’이 7년만에 공개하는 신작이자 아직까지 한국에서 많이 시도된 적 없는 40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SF 판타지 장르의 영화, 그리고 내로라 하는 주연급 배우들을 내세운 멀티캐스팅 작품이라는 점에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한국형 어벤져스’를 꿈꾸었다던 최동훈 감독의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프로젝트는 현재와 과거의 시간대를 오가는 외계인을 소재로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했으며 2부에 걸쳐서 공개해야 할 정도로 방대한 서사를 갖고 있어 기술력 자랑에만 그쳤던 실패한 한국 SF 영화들과 분명한 차이를 형성한다. 비교를 하자면, 그래픽 한정으로는 ‘조성희’ 감독의 <승리호>와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수준이지만 내러티브와 캐릭터성 면에서는 <외계+인>이 월등히 낫다.
커진 규모 속 장기를 잃다
하지만 이를 재미나 높은 완성도와 직결시키기는 어렵다. 본작은 과거를 무대로 한 무협 활극과 2022년을 배경으로 한 SF 액션물 두 가지 플롯으로 이뤄진 작품이기 때문에 등장인물도 많고, 중심 사건은 끊이지 않으며 이야깃거리도 풍성하다. <전우치>나 주성치의 작품들이 떠오르는 고려 시대 부분은 전반적으로 코믹하고 가벼운 톤을 유지하는 반면 외계인의 우주선과 직접적으로 충돌하는 현재 신은 상대적으로 무겁고 전투의 스케일이 크다. 이렇듯 두 개의 플롯이 풍기는 분위기가 지나치게 상반되다 보니 하나의 작품에서 매끄럽게 어우러지는 느낌을 주지 않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될지 모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된다. <승리호>, <쿵푸 허슬>, <전우치>, 그리고 MCU 영화의 요소를 모두 찾을 수 있는 작품일 정도이니 끔찍한 혼종이라고 느끼기 십상이다.
러닝타임은 한정적인데, 풀어나가야 할 이야기는 많아 인물들이나 배경 설정에 대한 설명을 생략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많다. 물론 스토리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 이해에 불편을 주지는 않지만 장면들이 휙휙 넘어가는 식이라 전환이 어수선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불친절한 전개를 보여주는 와중에 정작 이야기의 속을 채운 알맹이는 꽉 차 있지 않다. 굳이 1-2부를 나눠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질질 끄는 부분들이 많고 관객은 이미 20-30분 전에 알아챘을 법한 내용을 등장인물은 한참 뒤에 깨닫는 식이라 지루한 구간도 있다. 한마디로 배경이나 인물 서사에 대한 설명은 부족한데, 사건들에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편집을 루즈하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시도해 보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은 감독의 의도는 알겠으나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감독 특유의 리듬감 넘치는 전개와 센스마저 자취를 감췄다.
최동훈의 매직도 안 통하는 캐릭터들
‘최동훈’은 개성 넘치는 캐릭터 구축에 굉장한 강점을 가진 감독이다. 이미 <타짜>, <도둑들>, <암살> 같은 대표작들을 통해 수많은 인물들을 등장시키면서도 주연과 조연, 하물며 특별출연까지도 관객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캐릭터성을 부여할 정도로 다채로운 인물 표현에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하지만 <외계+인>에서만큼은 그의 이러한 역량이 전부 발휘되지 않은 느낌이다. 이번에도 역시 조연과 특별출연까지 인지도가 높은 배우들을 기용했지만 톡톡 튀는 매력을 보이는 배역은 의외로 많지 않다. 1부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가져간 ‘김우빈’, 그리고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또 한 번 사격 액션으로 카리스마를 뽐낸 ‘김태리’는 개성이 부족한 캐릭터를 배우들이 가진 힘으로 끌고 가는 듯하며 빌런으로 분한 ‘소지섭’과 ‘김의성’은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기에 존재감이 부족하다. 극중 최강의 개그 콤비로 활약한 ‘염정아-조우진’만이 빛을 발할 뿐이며 허술하지만 능글 맞은 도사 캐릭터로 액션 활극을 이끈 ‘류준열’ 정도가 제몫을 다한다. 특히 현대 파트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서사가 크게 아쉽고 어린 ‘이안(최유리)’과 ‘가드(김우빈)’의 관계는 지나치게 한국적이라 식상했다.
나쁘진 않지만 그럼에도 아쉬운 기술력
매번 국내에서 많은 제작비가 들어간 SF 영화가 나올 때마다 ‘한국에서 이 정도 기술력을 구현했다는 게 대단하다’, ‘시도에 의의가 있다’라는 식으로 부족한 완성도를 감싸며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외계+인>의 CG 기술력은 대체로 호평하는 분위기고 개인적으로도 나쁘지는 않았다. 특히 ‘가드(김우빈)’의 전투용 슈트는 초기 ‘아이언맨’의 수트를 떠오르게 했는데, 매번 외화에서 레퍼런스를 삼아 왔던 감독의 특징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공중 액션신은 이제껏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화려하고 거대한 스케일의 전투 장면이었으며 MCU의 멀티버스와 닮은 차원 이동도 유치하게 표현되지 않았다. 다만 빌런으로 등장한 외계인들의 조악한 비주얼은 참신함이 부족해 보였고, 가드와 전투를 벌이는 로봇도 여전히 깡통 로봇 수준의 디자인이라 한숨이 나왔다. 물론 국내 영화에서 MCU 수준의 멋스러운 캐릭터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류의 영화가 제작될 때마다 로봇이나 빌런을 시각화 하는데 왜 매번 안일한 기획력을 보여주는지 의문이다.
후속작으로의 불안한 진입
<외계+인> 1부는 끝이 났지만, 사실 1부는 2부를 위한 빌드업일 뿐이며 본편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마치 <듄>이 1편에서 세계관과 등장 인물들의 초기 서사만을 설명하며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만 남긴 채 끝났던 것과 유사하다. 스토리의 부족한 재미, 난잡한 구성, 초중반까지의 지루한 전개 때문에 2편에 대한 기대감을 만드는데 실패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인물들이 한데 모이는 후반부에 극의 텐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면서 속편에 대한 궁금증을 미약하게나마 남겼다. 소재가 ‘외계인’인 영화인데, 아직 외계인과 주인공의 대립은 출발선에 그대로 놓여 있으니 이후의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안 궁금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1부에 크게 실망을 했지만, 그래도 나는 2부를 보러 갈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2편으로 이어지는 선로를 워낙 부실하게 건설한 터라 1부를 감상한 관객들 다수가 2부가 개봉할 때도 극장으로 향할 지는 의문이다. ‘한국형 어벤져스’를 만들겠다는 드높은 야심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이지만 현재로서는 최동훈 감독 커리어 사상 최악의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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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마음
영화 <로봇 드림> 리뷰
반려 로봇(Robot)을 가지게 된 도그(dog)
마치 미래를 그린 SF같지만, 배경은 아이러니 하게도 1980년대 뉴욕이다. 아날로그 감성이 가득한 빈티지 무드의 뉴욕에 사람같은 동물들과 로봇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소한 풍경. 하지만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물과 로봇은 지금의 우리와 너무도 닮아 있어, 마치 나의 이야기인 것 처럼 보게 되는 영화<로봇드림>
도그의 삶은 외롭다. 인스턴트 음식을 데워 먹고, 혼자 따분히 TV를 보는 삶 다른 건물의 따듯한창엔 다정한 커플들이 보이는데, 나만 외로운 것 같은 기분. 그러다 문득 TV속 광고중에 눈에 띄운 문구 ARE YOU ALONE? 도그는 눈이 반짝 빛나며, 주문을 한다. 로봇이다. 그 때 부터 도그의 삶은 달라진다. 종종걸음으로 택배를 기다리고, 조립 설명서를 읽으며 어려운 로봇 조립을 해낸다. 도그가 로봇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은 어쩌면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도그는 포기 하지 않고, 로봇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마침내 도그는 로봇과 ‘함께’ 라는 것의 기쁨을 누리는 일상을 살게 된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 처럼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처음인 로봇에게 도그는 많은 것을 알려주고, 보여준다. 손을 잡는 법 부터, 음악을 듣고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핫도그를 먹고 바다에 간다.
이 행복이 끝나지 않을 것 처럼 즐거웠지만, 도그도 로봇이 처음이라, 물놀이 후 멈춰 버린 로봇을 데려 올 수 없게 되어 헤어지게 된다. 로봇을 다시 일으킬 설명서를 찾고, 장비를 구해 다음날 다시 해변으로 달려 가지만 해수욕장을 문을 닫았고, 도그는 로봇을 데려오기 위해, 몰래 들어 가려다 경찰에 잡혀 가고 만다. 피치 못할 사정.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도그와 로봇은 그렇게 이별한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기에, 도그는 해수욕장이 개장하는 날을 메모해 냉장고에 붙여둔다.
시간이 흐르며 도그는 다시 일상을 살아나간다. 둘이 함께 들었던 음악을 들으며 로봇을 그리워 하고, 다른 친구들을 만난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삶의 즐거운 순간을 느끼며, 로봇을 떠올리지만 그 감정의 모양은 로봇과 다름을 느낀다. 한편 로봇은 모래밭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도그를 기다린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로봇은 꿈을 꾼다. 서로를 행복하게, 삶을 무지갯빛으로 다채롭게 채워 준 존재지만, 지금은 함께 할 수 없는 사이. 꿈은 그립고 슬펐다. 일상을 살아가며 그리워 하는 것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것 어느 쪽이 더 괴로울까? 모래밭에 파 묻혀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하루를 보내는 로봇의 일상을 지켜보는 동안, 이별의 참담함을 마음의 동굴 속에 들어가 겪어내는 사람들처럼 느껴졌다.
대사는 없지만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해주는 귀에 익은 음악들이 영화를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세심하게 연출 된 장면들로 각자 다른 사정에, 다른 방법으로 관계의 변화를 지나오는 사람들의 마음을 그리고 있어,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때로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들. 곁에 있는 사람의 눈과 표정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 오히려 대사가 없어서 더 많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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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도가 되어 덮친 솔직함
파도가 되어 덮친 솔직함
영화 리뷰 <더 웨일>
감독] 대런 아로노프스키
출연] 브렌든 프레이저, 세이디 싱크, 홍 차우
시놉시스]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낀다. 마지막으로 그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를 집으로 초대한다. 자신의 과오로 이혼한 뒤 그는 엘리를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엘리는 자신을 버린 아빠 찰리를 용서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런 그녀에게 찰리는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스포일러 유의#
한 사람의 감정이 파도가 되어 덮치다
영화 더 웨일은 변화해가는 찰리의 감정을 따라간다. 초반 찰리의 하루는 글쓰기 강사로서 온라인 강의를 하며 시작한다. 찰리는 논리적인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틀이 필요하고, 이것이 제약으로 느껴지더라도 이 틀은 좋은 글을 쓰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의 글을 읽고, 밥을 먹고, 티비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 한다. 하지만 때때로 스트레스에 못 이겨 폭식을 하고 만다. 폭식을 하면 할수록 찰리의 건강상태는 계속해서 안 좋아진다. 그리고 이를 자각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찰리는 또 폭식을 하고,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처럼 찰리는 초반 굉장히 강한 자기부정의 단계를 보인다. 선교사 토마스가 왔을 때도 자신을 좋게 볼 사람이 어디있겠냐며 그럴 수 있다고 굉장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등 초연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난폭함을 보이면서 토마스에게 자신의 꼴이 역겹지 않냐며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낸다. 더불어 매일 저녁 피자를 시키며 배달원과 직접적으로 보지는 못했지만 목소리로나마 친근감을 느낀 찰리와 배달원 댄. 서로에게 안부를 물을 정도로 가까워졌지만 찰리의 거구를 본 댄이 놀라며 사라지자 찰리는 자신의 상태를 비관하면서 더욱더 가학적일 정도로 폭식을 시작한다. 자기 비난의 단계로 넘어간 것이다. 결국 이 스트레스는 글쓰기 수업을 하는 학생들에게 틀은 상관없으니 제발 솔직한 글을 쓰라며 욕이 섞인 메일을 보내게 된다. 솔직한 글을 받아본 찰리는 드디어 자기 인정의 단계로 들어온다. 수업을 하면서 절대 카메라를 키지 않고 자신을 가리던 찰리는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솔직한 글은 그 어떤 글보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마지막 말을 전해준다.
글쓰기에서 솔직함이 가장 중요한 무기이듯, 인생에서도 특히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바라봄에 있어서 솔직함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찰리의 감정변화를 통해 3가지 단계로 잘 보여주고 있었다. 간단하게 3가지로 압축해서 말하긴 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굉장히 다채롭게 찰리의 감정이 표현된다. 그래서 영화의 배경이 거실을 벗어나지 않음에도 모든 화면이 너무나도 비슷한 배경임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이 찰리라는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한 인간이 감정적 좌절을 겪고, 어떻게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지 그 감정의 서사를 너무나도 잘 표현해주고 있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블랙스완에서도 한 인간의 욕망을 너무나도 잘 표현했었는데, 이번 영화에서도 무너지고 솔직해지는 인간의 용기와 그 감정을 파도가 덮쳐오듯이 온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지 않았나 싶다.
결국 앨런의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다
찰리는 딸 엘리를 만나면서 그동안 자신의 마음 속에서 걸어 잠궈 두었던 엘런의 기억을 떠올린다. 272kg이라는 거구가 되기 전 찰리는 이렇게까지 초고도비만이 아니었고,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학교에서 남자 학생 앨런을 만나게 되고, 제자였던 앨런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부인과 자녀가 있는 상태로 말이다. 앨런은 이단교회를 믿는 아버지를 둔 학생이었는데, 그런 아버지로부터 벗어나고자 노력했지만 결국 자기 자신이 교회에서 버려졌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찰리와 함께하면서도 그 불안함에 못이겨 식음을 전폐하다 사망하고 만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본 찰리는 자신이 앨런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그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면서 점차 살이 찌기 시작했고, 초고도비만이 되면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어지자 더욱 더 세상을 거부하며 악순환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딸 엘리가 집에 온 뒤 퉁명스럽게 자신을 버리고 간 그날의 상황에 대해 집요하게 캐묻고, 찰리는 자신이 왜 순간 앨런을 선택했는지, 자신과 엘리에게 솔직해진다. 찰리는 그 솔직한 용기로 그간 걸어 잠궜던 앨런과 함께 쓰던 방을 열어본다. 엉망이 되어 있는 자신의 방과는 다르게, 너무나도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앨런과 함께 쓰던 방. 그 때의 추억에 잠기며 찰리는 방으로 들어가려고 불을 키지만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전등을 켜지지 않는다. 그리고 앨런이 읽던 성경책을 발견하지만 이 역시 손에 닿지 않아 읽지 못하고 결국 찰리는 앨런과 함께 쓰던 방의 문턱을 넘지 못한채 돌아 나온다. 찰리는 앨런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점은 ‘그림자’와 ‘닿지 않는 물건’을 통해 너무나도 잘 그려내고 있었다. 자기 자신에게 충분히 솔직해졌다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어 과거를 들여다 보려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그는 과거의 자신에게 완벽하게 솔직하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솔직함과 사회의 제약
찰리는 8살 이후 엘리를 직접적으로는 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저 엄마 메리를 통해 엘리의 소식을 전해들을 뿐이었다. 그리고 찰리가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고통스러울 때마다 반복하면서 읽고 들은 글은 딸 엘리의 모비딕 비평문이었다. 다들 찬양해 마지 않는 모비딕에 대해 15살 아이의 눈으로 정말 솔직하게 쓴 문장들이었다. 아빠가 자신을 버렸다는 이유로 엘리는 8살 이후 그 모든 화를 세상을 향해 내뱉고 있었다. 그렇게 학교에서는 낙제를 당할 위기에 처해있었고, 친구들은 없었으며. SNS에서는 이상한 글미과 날선 조롱이 섞인 문장들이 도배되어 있었다. 엘리와 함께한 엄마 메리는 그런 엘리를 보면서 엘리는 악마라며 찰리에게 털어놓는다. 오랜시간 엘리의 일탈과 비행을 보며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거의 10년만에 본 찰리의 입장에서 엘리는 악마가 아니었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소녀였을 뿐이다. 남들이 다 좋아해주는 표현이 아닌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표현할 줄 아는 엘리는 아빠이자 글쓰기 강사인 찰리의 입장에서는 눈부신 아이 그 자체였다. 자신 역시 글쓰기 강사로서 틀을 강조하며 세상의 시각에 맞춘 제약을 가르쳐왔지만 결국에는 글스기의 무기는 솔직함이라며 마지막 수업 때 모든 틀을 무시하고 솔직한 글을 쓰라고 이야기했듯이 엘리는 사회의 틀에서 보면 반항기 가득한 청소년일지 몰ㄹ라도 어느 누구보다도 솔직하게 세상과 대면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였다. 그런 엘리를 보면서 자신을 감추며 더더욱 거구가 되어갔던 찰리는 솔직하게 자신을 마주하며 결국 엘리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렇게 화해를 하는 아빠와 딸의 모습을 보면서 솔직함이라는 무기와 이를 막는 틀이라는 사회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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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지나간 것은 지나친 후에야 알 수 있다
나는 평생 나를 볼 수 없다. 눈으로 나의 전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다는 물리적 한계는 물론이거니와 가장 여리고 약한 면을 깊은 내면에 숨겨두어 세상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까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순간적인 반응. 그것들이 켜켜이 쌓여 자신마저 그 마음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럼에도 일상은 아무 영향을 받지 않는 듯하다. 내가 나를 잘 몰라도 하루는 무탈하게 흘러가다 끝이 나고,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하니까. 이쯤 되니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도 같다. 가끔 혼란을 맞닥뜨리긴 해도 다들 이 정도의 복잡함은 껴안고 살아가니까. 거창하게는 인간의 숙명이라 여겨도 될 것 같고.
혹은 나는 생각보다 나 자신을 잘 아는 걸지도 모른다. 무엇이 내게 편하고 불편한지 구분할 줄 아니까. 나름 평화롭던 일상. 균열은 언제나 나쁜 것에서 비롯되진 않는다. 미루고 미뤄온 나 자신에 대한 직시를 피할 수 없게 만드는 사람. 잘 모르겠는, 혹은 모르고 싶은 것마저 헤집어 놓는 사람. 그 사람의 등장으로 지극한 현실은 깨지고,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Synopsis
강릉에 있는 한 예술고등학교의 연극영화과, 수안은 하이틴 스타인 설이와 급격히 가까워지며 어느 늦은 밤 무작정 자신의 집으로 찾아온 설이와 함께 서울 여행을 떠나게 된다. 이후 서로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지만 오해가 쌓인 채로 설이는 수안을 떠나가게 되고, 훗날 배우가 된 수안은 설이에 대한 그리움에 겨울 바다로 돌아간다.
*스토리 전개상 주요한 스포일러는 거의 없습니다.
본격적으로 나의 미래, 그러니까 진로를 고민하는 시기는 언제인가. 어렴풋이 '나는 뭐 해 먹고살지?'라는 물음은 한두 번쯤 품어봤겠지만, 반드시 선택을 해야 하는 고등학생 무렵 아닐까. 갈팡질팡하는 또래 친구들이 태반이건만 드물게 제가 갈 길을 반짝이게 닦고 있는 소수를 마주치기도 한다. 수안에게 설이가 그랬다. 똑같이 연기가 하고 싶은 배우인데, 이미 드라마 주연을 몇 번이나 해본 설이.
흩날리는 긴 머리칼, 분홍 빨강 따위의 화려한 색조가 잘 어울리는 오목조목한 얼굴, 묘한 분위기까지. 짧은 머리칼에 화장기 거의 없는 수안과는 정반대의 삶인 걸 몸소 보여주기라도 하듯. 수안은 그런 설이를 보며 은근히 부러워하며 동경한다. 무얼 해도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은, 세상의 찬사를 몽땅 껴안는 그 애.
수안의 부러움은 열등감이나 질투로 번지지 않는다. 설이와 자신은 다른 사람이다. 수안은 이런 면에선 자기 자신을 잘 알기에, 세상의 뻔한 잣대나 몰지식함 앞에서도 네가 틀렸다고 지적할 수 있는 담대함을 지녔다. 설이의 눈엔 그 모습이 반짝거릴 것이다.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 나와 다르게 분명한 기준을 갖춘 사람. 유약한 자신과 다르게 단단한 느낌.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자신이 가장 가지고 싶은 면을 발견한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일상에 허덕이다 보면 스스로 느끼는 어렴풋한 찝찝함을 완전히 무시하고, 무시하다 보면 자신의 길이 옳았던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된다.
배우가 맡는 무수한 역할들은 지금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고로, 끊임없이 타인을 연기한다. 마치 내가 된 것처럼. 내가 나를 모르는 상태에서 사회에서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다른 사람들을 연기하다 보면, 그리고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자신보다 더 빠르게 알아차리는 익명의 대중을 보면, 마치 그들이 기대하는 내가 나 자신 같다. 아니, 그게 맞는 것 같다.
사회가 좋아하는 일반적인 특성을 모두 갖춘 사람은 언뜻 보면 행복할 일밖에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겉모습은 그 안에 든 것까지 비춰내지 못한다. 그럼 무엇이 속을 꿰뚫어 볼 수 있는가. 거울이다. 내가 마주하는 지금의 나는 내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듯해서, 그게 숨이 막혀서 도망치고 싶어 진다. 복잡한 내면을 잠재울 자극적이고 시원하고 재미난 것들로 시선을 돌림으로써.
수안과 설이는 서로가 있기에 모면이 쉬웠지만, 어느 순간부터 되레 어려워진다. 나를 비추던 거울은 눈길을 돌리면 그걸로 끝이다. 하지만 내가 아닌 타인은 마음대로 제거하거나 치울 수 없다. 나 자신을 가장 깊게 드러내는 존재를 막아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무엇보다, 피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다른 길을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러나 자유분방해 보이는 수안의 심연은 결코 설이와 다르지 않다. 어디로 가야 할지 헷갈린다. 자신에게 가장 편한 게 있다고 한들 그건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다르니까. 그래서 자신의 주체성을 드러낼 만한 시도를 꿈꾸며 미약하게나마 시작하지만, 함께 하겠다던 설이는 온데간데없다. 누가 먼저였을까. 가장 투명하게 서로를 비추던 거울은 얼룩이 덕지덕지 묻은 채 더 깊은 곳으로 묻어진다.
두 사람은 상흔을 남긴 채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듯했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동일한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이 답은 현실에서 치이고 살면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깊은 내면에 들어가려면 끝도 없이 희거나 푸른 것에 제 발로 들어갈 수밖에.
이로써 본래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넘어가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순간들을 맞닥뜨리며 투쟁한다. 꼭 붙어 다니던 어린 날의 둘은 제각각으로 분리되었다. 으레 좋다고 말하는 무형의 산물들을 얻고, 기꺼이 신기루처럼 놓치고, 결국엔 홀로 남은 자기 자신을 마주한다. 거세게 몰아치는 현실을 몇 번이나 온몸으로 부딪혀 낸, 그 시간을 모두 통과해 낸 나 자신을.
Schedule
- 2023. 04. 29 / 13:00 (230) 메가박스 전주객사 2관
- 2023. 04. 29 / 13:00 (235) 메가박스 전주객사 8관
- 2023. 05. 01 / 10:00 (411) 메가박스 전주객사 3관
- 2023. 05. 05 / 13:00 (822) CGV 전주고사 7관
제24회 전국국제영화제 (JIFF)
- 2023.04.27(목) ~ 2023.05.0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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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 알라딘 총정리 #9
환몽씨네 디즈니 특집 1편!
영화 알라딘 (Aladdin, 1992) 분석** 영상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올해도 내년도 디즈니꺼!
환몽씨네 '디즈니 라이브 액션' 특집!'알라딘'과 '라이온 킹'에 대해 재밌게 떠들어 봤어요 :)
1편에서는 알라딘 실사화를 기념해,
환몽씨네가 26년만에 애니메이션 알라딘을 이야기합니다.- 승승장구하는 디즈니
- 디즈니의 실사 프로젝트 ‘디즈니 라이브 액션’
- 알라딘이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
- 알라딘이 중국인이라고?
- 디즈니의 캐릭터 설정
- 영화주제 : Be Yourself
- 실사화에서 기대되는 장면!영화 '알라딘'을 보고 마구 떠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2편 '라이온킹'도 많은 기대해주세요!
#알라딘 #aladin #영화알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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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완벽한 축사를 준비하는 방법> 메인 예고편
PM 5:24 | 연애 거리두기 38일째, 소니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PM 6:56 | 소니아가 문자를 확인했다.
PM 8:07 | 소니아의 답장은 여전히 없는데 눈치 없는 누나와 예비 매형이 내게 결혼식 축사를 부탁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축사를 망치고 모두의 원망을 듣는 나의 미래가 눈앞에 보이는 것만 같아 두렵다.
그나저나 소니아는 왜 문자 답장이 없을까?
연애가 복잡한 나! 사람들과 섞이기 어려운 너?
관계가 서툰 우리 모두를 위한 공감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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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외계+인> 1부 런칭 예고편
올 여름, 가장 궁금하고 기대되는 새로운 세계의 시작! [외계+인] 1부 런칭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