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란2025-03-20 05:03:57
모두를 향한 아주 짧은 예고편, <파문>
정열적인 춤사위는 상복 안에 감춰진 붉은 드레스를 끄집어내고-
* 이 글에는 영화의 결말이 담겨 있습니다.
<파문> Ripples, 2025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모두를 향한 아주 짧은 예고편, <파문>
<파문>은 다르다. 인물의 서사만으로 진한 감정적 파동을 일으키는 <강변의 무코리타>(2021)나 <카모메 식당>(2006)과 같으면서도 다른 보법을 가진다. 마음이 아픈 인물들을 치유하기 위해 모든 영화적 요소를 감독만의 색깔로 버무린 방식과 이들이 긴 고통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화를 얻게 된다는, 이미 완성된 이야기가 아닌 완성 ‘되어가는’ 이야기, 즉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음미하도록 유도한 연출은 같다. 하지만 따뜻함이 가득한 치유 과정에 집중했던 전작들과 달리 <파문>은 블랙코미디 가득한 해방 과정에 몰두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인공의 삶을 ‘이미지’란 형태로 바꿔 보여준다. 극을 이끄는 주체가, 가짜 평화로부터 진짜 평화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요리코)이 아니라 그녀가 생산한 수많은 사진이란 점이다. 시각적 즐거움은 장면과 장면이 연결되는 그때, 의도적인 찰나의 멈춤으로 발생한다. 카메라 화면 구성과 편집점이 계획적으로 만든, 눈에 보이는 공백이라 요리코도 관여할 수 없다. 그 결과 요리코의 삶이 흐를수록 관객은 그녀와 그녀를 둘러싼 환경(일본 사회)을 사진으로 인식하는 낯설고도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출처: 영화 <파문> 스틸컷
요리코가 등장하는 첫 장면을 보자. 잠에서 깬 그녀를 반기는 건 남편의 발뒤꿈치와 그의 우렁찬 코골이다. 분명 흠칫할 상황이지만 그녀에겐 익숙한 아침 풍경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자는 부부(한 컷)를 통해, 함께 하지만 부부관계는 이미 멀어졌음을 단번에 알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아침마다 마트에 달려가 생수를 사고, 가족을 위한 밥은 생수로, 투병 중인 시아버지 밥은 오염된 수돗물로 하는 요리코나, 몸을 움직이는 것조차 버거우면서 며느리에게 성추행을 계속 시도하는 시아버지, 마당(꽃밭)은 애지중지하면서 방사능 괴담엔 무력하기만 한 남편, 가족보다 망해가는 세상에 더 관심 있는 아들까지 감독은 각 인물의 첫 이미지만으로 요리코가 처한 상황을 빠르고 정확하게 보여준다. 일본 여성을 향한 가족 내의 암묵적 희생 강요와 사회와 개인의 삶에 전반적으로 짙게 깔린 (대지진과 원전 사고로 인한) 무기력과 자포자기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특히 두 요소는 참을 수 없는 웃음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씁쓸함을 적재적소로 유발해, 블랙코미디의 맛과 이야기의 집중도를 끌어올린다.
요리코는 행복해 보이지 않지만, 딱히 불행해 보이지도 않는 기이한 평화에 갇혀 있다. 어찌할 수 없는 원전 사고와 다를 바 없는 ‘가족’ 덕이다. 세 사람은 요리코의 삶에 가족이란 이유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들은 열심히 뿜어대고 요리코는 기꺼이 흡수하는 식인데 그녀는 이 굴레에서 벗어날 생각이 조금도 없다. 심지어 남편의 가출(자발적 실종)과 시아버지의 죽음, 아들의 집 탈출로 혼자가 됐음에도 변함없다. 세 남자에게 치여 살다가, 사이비 종교(녹명회)가 만든 생명수(녹명수)를 믿으며 혼자 자유롭게 살게 된 삶은 당연히 전과 다르지만, 어디까지나 그녀의 착각일 뿐이다. 자기희생적 기질을 가진 요리코 마음에 사이비 종교가 가족을 대신해 들어온 것뿐이니까. <파문>은 이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요리코가 남편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화면이 끊기고 ‘수면 위로 물방울이 똑 떨어지는 아주 짧은 영상’이 삽입된다. 공백이 그녀를 흔드는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 ‘단절’로 변주해 나타나는 것으로, 아주 짧은 예고편과 같다.
출처: 영화 <파문> 스틸컷
단절은 그녀에게 반갑지 않은 과정이다. 방사능이 무서워 가출해 놓고, 암에 걸려 돌아온 것도 기막힌데 비싼 항암 치료비까지 요구하는 남편과 연상의 청각장애인 여자친구를 연락도 없이 데려와 결혼을 통보하는 아들, 아들과 헤어져 달라는 부탁을 당당히 맞받아치는 예비 며느리, 거기에 멀쩡한 물건에 하자가 있다며 제값의 반값을 요구하는 마트 진상 손님까지, 단절 이후 벌어지는 상황이 죄다 그녀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할 수 없다. 단절로 인한 그녀의 혼란은, 진정한 해방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니까.
가족들이 수면 위에서 요리코에게 가시 박힌 말을 내뱉을 때마다 그들의 발밑(수면)에서 시작된 물결이 그녀에게 닿는다. 이 흑백 장면들은 <파문>에서 가장 주요한 순간 포착이다. 가족의 이기심이 요리코의 고통 원인이자 전부임을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듯하지만, 자세히 보면 전혀 다른 얘길 하고 있다. 사실 그녀 또한 가족과 같은, 파문을 일으키는 자로 무수히 물결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피해자가 가해자였다는 얘기도, 가족이 더 괴로웠고 그녀가 덜 괴로웠다는 식의 결론도 아니다. 가족들 역시 그녀에게 영향을 준 만큼 그녀로부터 영향을 받았다는, 상황 자체를 인지하는 일이다. 하지만 희생과 침묵이 당연한 삶을 살아온 그녀였기에, 요리코는 자신의 파문을 보지 못했다. 상처받은 원인을 들여다볼 생각 없이, 또 자신에게 철저히 무지한 채, 고통받는 나를 계속 억눌러 왔던 것이다. 요리코는 진작 ‘여러 일을 겪은 나’란 사람을 정확히 파악하고 보살폈어야 했다. 가족들의 이기적인 행보에 화가 났고, 슬펐으며, 한없이 무력했음을, 그래서 고통스러웠고 외로웠다고 표현했어야 했다. 돌아온 남편의 칫솔로 화장실 세면대를 몰래 청소할 게 아니라, 자신이 정말 원하는 바를 말하고 행동했어야 했다. 요리코가 진심으로 바랐던 건, 꽃밭을 없애고 만든 고산수식 정원도, 정원을 정성스럽게 가꾸며 영혼 정화와 영혼의 차원을 높이는 희망도 아니었으니까.
출처: 영화 <파문> 스틸컷
진전이 없는 요리코에 단절은 진짜 평화를 가진 듯한 새 친구, 마트 청소부 미즈키를 소개한다. 미즈키는 요리코가 버거워할 때마다 어느새 나타나 위로한다.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들 때가 있고, 누구나 궁지에 몰리면 이성을 잃을 때도 있다고 말이다. 남편이 암에 걸렸든 말든 쫓아내라고 대신 화내주거나, 마음이 힘들 땐 녹명수를 마시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며, 자기가 하는 수영을 권하기도 한다.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이기까지 한 미즈키식 위로에 그녀는 반응한다. 그러나 미즈키 또한 내면이 곪을 대로 곪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어린 아들을 잃고 대지진으로 집이 엉망이 된 후 완전히 주저앉았다. 쓰레기장이 된 집에서 유일하게 깨끗한 건 수영복이었고, 유일하게 신경 쓰는 건 반려 거북이 한 쌍뿐이었다. 방식만 다를 뿐 두 사람은 서로 다를 바 없는 삶을, 몰래, 숨죽이며 살고 있던 것이다.
거북이를 돌봐주겠다고 약속한 요리코는 친구 집에 들어가자마자, 그동안 모른 척해 왔던 고통의 실체를 마주하고 오열한다. 자신에게 얼마나 무지했고 가혹했는지 깨달으며 그동안 삼켜왔던 울분을 토해낸다. 그리곤 미즈키가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것처럼,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집을 깨끗하게 치워주며, 힘들었던 자신을 함께 위로한다. 마침내, 요리코의 삶에, 서로에게 대가 없는 희생이 아닌, 대가 없는 치유가 발을 들인 것이다.
출처: 영화 <파문> 스틸컷
요리코는 거북이가 정원을 헤엄치는 걸 보며 그토록 염원했던 자유의 꿈틀거림을 느낀다. 처음으로 후련한 미소를 짓는 그녀만의 따뜻한 파문이 해방의 파도로 관객에게도 닿는 순간이다. 요리코의 깨달음 이후 단절은 사라진다. 여전히 아픈 남편과 살고 아들의 사랑도 말릴 수 없지만, 더는 그들의 파문에 힘겨워하는 요리코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귀한 녹명수를 권하는 교인에게 자기 발등을 내리찍는 눈물로, 숭배의 마침표를 찍는 그녀만 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남편 시신이 담긴 관을 든 사람들이 그녀와 함께 집을 나온다. 가짜 평화의 축소판인 고산수식 정원을 망가트리지 않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건너던 사람들은 결국 관을 떨어트리고 만다. 관 밖으로 나온 남편의 시신을 보며 모두가 당황한 그때, 요리코의 쾌활한 웃음이 울려 퍼진다. 당황한 아들의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원에, 해방의 파도에 몸을 맡긴 남편을 보며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그녀‥. 요리코에게 해방은 무엇일까. 그녀에게도 이제 진짜 평화가 온 걸까. 요리코는 단절이 주는 절망이, 사실은 희망임을 받아들이면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나에게서, 그들에게서 벗어났고, 동지를 얻었으며 함께 기쁨과 슬픔을 겪어내는 법도 배웠다. <파문>의 정체성이자 메시지 그 자체인 강렬한 포스터가 이를 증명한다.
출처: 영화 <파문> 스틸컷
상복을 입은 요리코가 비를 맞으며 해방의 파도를 휩쓸며 플라멩코를 추기 시작한다. 정열적인 춤사위는 상복 안에 감춰진 붉은 드레스를 끄집어내고, 대문을 나서면서도 계속된다. 그리고 마침내 들리는 활기찬, 감탄사 올레!! 하늘을 보고 활짝 이를 보이며 웃는 요리코가, 내면이 아픈 이들의 치유와 희망을 반드시 전하고 마는 감독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예고편이다.
영화 <파문> 포스터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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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는 포장지 속에 담긴 깊은 사랑
정신없는 포장지 속에 담긴 깊은 사랑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감독] 다니엘 콴, 다니엘 쉐이너트
출연] 양자경, 스테파니 수, 키 호이 콴
시놉시스] 미국에 이민 와 힘겹게 세탁소를 운영하던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시달리던 어느 날 남편의 이혼 요구와 삐딱하게 구는 딸로 인해 대혼란에 빠진다. 그 순간 에블린은 멀티버스 안에서 수천, 수만의 자신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모든 능력을 빌려와 위기의 세상과 가족을 구해야 하는 운명에 처한다.
시사회 초청을 받았지만 시간이 도저히 나지 않아서 보러가지 못했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 시간이 지나도 입소문을 타면서 꽤 오랜 시간동안 영화가 내려가지 않기에 이건 봐야하는 작품이구나 하고 영화관으로 향하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불친절한 설명 속 빠져드는 영화의 이해
지금까지 경험한 멀티버스 중 가장 정산만한 작품이었지만 이렇게나 이해가 잘됐던 작품은 드물었다. 멀티버스라는 소재가 사실 다른 차원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기에 이를 설명하고 풀어내는 것이 조금은 어렵게 진행될 수도 있고, 기존의 마블에서는 마블이라는 세계관 자체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멀티버스라는 세계를 이해하기엔 진입장벽이 있는 소재였다. 그러나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엣 원스>는 기존의 다 멀티버스 작품과는 다르게 가벼우면서도 그 멀티버스만의 매력을 굉장히 잘 풀어낸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역할이 바로 에블린 양자경에게 멀티버스의 존재를 알려준 남편 웨이몬드 키 호이 콴이 아닐었을까 싶다. 웨이몬드는 에블린에게 다른 세계가 존재함을 굉장히 압축적인 시간 내에 랩을 하듯이 빠르게 전달한다. 그 세계의 기술 상 천천히 처음부터 끝까지 자세하게 설명을 해줄 수 있는 시간적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관객 역시 에블린과 마찬가지로 당황스러움 속에서 이 영화의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했고, 이 영화에 더욱 집중하면서 간간히 전달되는 정보를 조합해서 양자경과 함께 이 난해하고도 정신없는 멀티버스를 점차 이해해나간다. 어쩌면 이렇게도 불친절한 멀티버스라는 배경 설명 덕분에 관객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영화를 이해하려 집중을 하고, 빠져들면서 멀티버스를 경험할 수 있었던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 아닐까 싶다.
모든 순간 나는 널 구할꺼야
정신없이 영화가 진행되며 B급 감성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순간 속에서도 이 작품에 대해 환호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주제를 잘 녹여냈기 때문이다.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에웡 올 앳 원스>는 엄마가 자녀를 이해하고 구하는 엄마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굉장히 뻔하고도 교훈적인 이야기여서 영화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이 작품이 왜 이렇게 명작이라고 평가받는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이러한 뻔한 이야기를 B급 감성으로 풀어내면서 완력 조절을 제대로한 S급 영화다.
그저 평범하면서도 바르게 자라기만을 바라는 엄마와 엄마의 평범과는 다른 길을 가고 싶은 딸 이라는 현 시대의 캐릭터를 다른 멀티버스에서는 모든 세계를 없애버리려는 거대악과 이를 막으려는 사람으로 등장시키면서 딸과 엄마와의 갈등을 조금 더 고차원적으로 연결시킨다. 그저 개인적인 한 가정의 이야길 풀어내지 않는다. 엄마는 이런 거대악이 된 다른 차원의 딸과 싸우면서 자신이 어떤 편견에 쌓여 있었고, 자신이 결국 원하는 것은 딸 행복과 같이 함께 하는 것을 깨닫고, 거대악와 딸을 향해 외친다. "모든 순간 나는 널 구할거야." 이 말을 듣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이가 어디 있을까. 정말 이러한 코미디와 B급 정서의 작품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멀티버스를 통해 탄탄하게 쌓아올린 엄마의 사랑이 가슴이 와닿아 감정이 터질 수밖에 없었다.정신없고 혼란한 포장지 속에 엄마의 사랑이라는 선물이 담겨 있었던 영화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새롭게 풀어낸 사랑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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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 시리즈를 잇는 진짜 속편!
살다 보면 가족에게도 알릴 수 없는 비밀을 가지게 될 때가 있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라고 할지라도 모든 일들을 다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 비밀이 크고 작음과 상관없이 각자가 알고 있는 정보는 다르다. 그 가족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은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가족 모두를 위험에 빠트리거나 곤란하게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사소한 비밀들은 때때로 시간이 지나고 다른 가족에게 털어놓기도 하지만 큰 비밀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 동안 가슴에 묻어두기도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 그 비밀을 간직하는 데에는 큰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만 알고 있는 무언가를 말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마음에 큰 그늘이 늘 자리하게 되면서 어떤 이들은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지내기도 한다. 그렇게 멀어진 거리는 가족 간의 관계 또한 멀어지게 만들고 서로에 대한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남은 가족들은 그 위험에서 벗어나겠지만 그 위험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외로움과 싸우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그가 가지고 있는 그 비밀로 인한 위험이 비로소 세상 밖에 공개되었을 때 남은 가족들은 그제야 멀리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게 된다.
비밀을 지키다 생을 마감한 노인과 그 가족의 이야기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그 비밀을 끝까지 지키다 생을 마감한 노인과 그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그 노인의 이름은 이곤 스팽글러(해롤드 레미스)다. 영화 초반에는 그가 유령과 벌이는 사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실패하고 그가 죽음을 맞이한 허름한 시골집에 그의 딸과 손주들이 들어온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 가족은 어쩔 수 없이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그들은 그들의 가족인 이곤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손주들은 할아버지의 이름조차 모르고, 딸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가족을 버리고 갔다는 원망을 토해낸다.
이번 영화에서 중심이 되는 인물은 손주들인 피비(맥케나 그레이스)와 트레버(핀 울프 하드)다. 특히 피비는 할아버지와 비슷한 스타일의 안경을 쓰고 과학적인 지식과 실험에 관심이 많다. 그는 허름한 할아버지의 집에서 그가 남긴 이상한 기계들을 찾고 유령의 존재에 대해 연구했던 할아버지의 숨겨진 방을 찾아낸다. 그리고 마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상한 일들과 갑자기 나타나는 유령들에 대해 처음 눈치를 채는 인물이다. 즉, 이 영화 안에서 피비는 그 누구보다 할아버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그가 남긴 유산과 미스터리를 앞장서서 찾아가게 된다.
이곤의 딸인 켈리(캐리 쿤)는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매우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느 순간 갑자기 시골로 사라져 연락도 없이 지냈던 자신의 아버지는 켈리의 마음속에 가족을 버린 사람에 불과하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아버지의 마지막 집으로 오긴 했지만 그곳에서조차 그는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그는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라는 존재의 이름조차 알려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더 급한 것은 경제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자신의 자녀들과 하루빨리 그곳을 벗어나는 일이다.
할아버지의 비밀을 파헤치는 손녀 피비
켈리는 과거 조금은 이상한 괴짜였던 아버지의 모습을 피비에게서 본다. 피비는 과학적인 호기심과 지식에 관심이 많고 실제로 그것을 활용하여 뭔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 유령의 존재를 알게 되고 할아버지가 남긴 기계들을 이용해 그 유령들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오빠인 트레버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유령 사냥을 시작한다. 그가 유령에 대한 것을 하나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할아버지가 남긴 비밀의 껍질을 하나씩 벗겨나가는 것과 같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피비는 할아버지와 그의 딸 켈리 사이의 오해를 푸는 일종의 메신저로서의 역할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피비라는 캐릭터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1984년과 1990년에 개봉했던 <고스트 버스터즈> 시리즈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진짜 속편이다. 그러니까 2016년에 나왔던 여성판 <고스트 버스터즈>보다는 좀 더 정통성이 있는 속편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 시리즈가 조금은 괴상하고 톡톡 튀는 유머를 보여줬다면 이번 영화는 그렇게 톡톡 튀는 유머의 맛은 줄어들고 가족에 대한 드라마가 좀 더 보강되었다는 인상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기존 시리즈가 가직 매력을 일부 가져오고는 있지만 기존의 매력을 조금 줄이고 다른 매력으로 채워 넣었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인 피비를 제외하면 오빠 트레버나 다른 친구들, 그루버슨 선생님(폴 러드) 같은 인물들은 특별한 능력이나 역할 없이 기능적으로 필요해 넣은 캐릭터들로 보인다. 그들은 영화 속에서 중심인물로 부각되는 듯 보이지만 결국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을 해결하고 진행시키게 되는 건 피비뿐이다. 특히 이번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고스트 버스터즈> 1편의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1편에 등장했던 악령과 괴물들이 그대로 등장하고 해결방법 또한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에서 벌어지는 유령과의 대결이나 물리치는 장면들에서 새로움을 느끼기는 어렵다.
기존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는 영화
이 영화는 기존 시리즈 팬들을 위한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연령을 낮추면서 새로운 팬들을 위한 장치들도 넣었지만 이 영화에 더 환호할 층은 바로 과거의 팬들이다. 기존 시리즈에 등장했던 고스트 버스터즈 카, 유령 잡는 기계들을 비롯하여 영화의 후반부에는 과거 시리즈의 고스트 버스터즈 팀까지 모습을 드러낸다. 이 영화에 관심이 있는 팬이라면 영화 정보에 업데이트된 배우 명단 중, 빌 머레이, 댄 아크로이드, 어니 허드슨 같은 기존 시리즈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들이 출연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화면에 등장하고 유령을 잡는 모습을 본 과거 팬들은 이 영화에 환호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강화된 드라마를 통해 가족의 화해를 그리지만 기존 팀원들과 이곤의 재회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존의 시리즈보다 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영화다. 이곤 스펭글러 역을 맡았던 배우 해롤드 레미스는 2014년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과거 원작 시리즈의 각본을 썼고, 다른 여러 영화들에 각본을 썼다. 또한 영화 <사랑의 블랙홀> 같은 인기 영화를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는 배우 해롤드 레미스에 대한 작별인사를 하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를 위한 여러 따뜻한 장면들이 영화 후반부에 담겼다.
이 영화를 연출한 제이슨 라이트만은 과거 원작 시리즈의 감독인 이반 라이트만의 아들이다. 사실 제이슨 라이트만은 이런 류의 오락영화를 만든 경험이 많지 않다. <툴리>나 <인디에어> 같은 잔잔한 드라마를 연출하는데 더 재능이 있었던 감독이지만 아버지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어냈다. 그래서 원작 시리즈에 비해 톡톡 튀는 매력은 부족하지만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드라마는 조금 보강되었다. 여러 가지 아쉬움은 있지만 과거 팬들을 위한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간단한 리뷰가 포함된 movielog를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
주로 말 위주로 전달되기 때문에 라디오처럼 들어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유튜브 Rabbitgumi 채널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 리뷰>
https://youtu.be/gTeB_1hLG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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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EONJU IFF 데일리] 사회 현상으로서 비틀스와 나비
시놉시스
<오늘 우리가 했던 말>은 1965년 8월 비틀스가 셰이 스타디움 공연을 위해 뉴욕에 도착하는 시점에서 시작한다. 영화의 제목은 현재의 순간이 되살릴 수도 없고, 잊혀지지도 않는 과거가 되는 때를 예견하는 비틀스의 동명의 곡에서 따왔다. 그러나 영화가 사용하는 레퍼런스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진다. (출처: 전주국제영화제)
Cast
감독: 안드레이 우지커 Andrei UJICĂ
출연: Tommy MCCABE, Therese AZZARA, Shea GRANT, Sarah MCCLUSKEY
리뷰
영화 시작 전 상영되는 짧은 인터뷰에서 안드레이 우지커 감독은 60년대 미국 음악산업에 지대한 타격을 준 British Invasion을 오늘날 K-pop과 비교하며 <오늘 우리가 했던 말>은 비틀즈에 관한 영화가 아니라 비틀즈가 사회에 끼친 영향에 대한 영화라고 말한다. 그 말을 반증이라도 하듯, 영화는 시종일관 비틀즈가 아니라 비틀즈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60년대 미국의 사회상을 훑는다. 뉴욕이 마비될 정도로 도로를 꽉 채운 사람들과 흥분을 이기지 못해 내지르는 고성들이 뒤섞인 호텔 앞은 가히 아수라라 불러도 좋을 정도다. 마치 소요의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듯, 정제되지 않은 푸티지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유령처럼 언뜻 내비치는 인물화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프랑스 예술가, 얀 케비의 손끝에서 재탄생한 10대 시절의 제프리(시인 제프리 오브라이언)와 주디(소설가 주디스 크리스틴)다.
영화는 제프리를 가이드 삼아 64년 비틀즈 방미 당시 뉴욕의 들뜬 분위기를 서술한다. 현실에 환상을 한 겹 덧씌운 영화 속 뉴욕의 풍경은 평화롭기만 하다. 시원한 분수가 뿜어져 나오는 공원에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해변에는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한가로히 햇볕에 취해있다. 그러나 관객은 곧 그러한 평화가 얼마나 부자연스러운지 깨닫게 된다. 공원에서는 오직 (백인)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쳐나고, 해변에는 수영복을 입은 (백인)들만 한가로히 햇볕에 취해있다. 감독은 이러한 반응을 예상이라도 한 듯 모래 위에 빽빽하게 누워있는 백인들 사이로 수영하러 나온 흑인 모자를 비춤으로써 되묻는다. 뉴욕에 거주하는 수많은 유색인종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이 뒤로 이어지는 영상들-LA 흑인 폭동과 할렘의 거리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흑인 차별에 대해 강력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프랑스, 어쩌면 알제리인의 인터뷰-은 관객 입장에서 다소 당황스러운 장면 전환이다. 이후로도 주디가 친구들과 부르는 비틀즈 팬송 외에 비틀즈는 다시 등장하지 않는다. 이거, 비틀즈에 관한 영화 아니었나? 팸플릿의 시놉시스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질 즈음, <오늘 우리가 했던 말>은 다시 비틀즈 공연장으로 향하는 제프리와 주디의 여정을 좇는다.
오프닝 시퀀스의 라디오 스테이션은 계속해서 지금이 1964년임을 알리고, 주디는 비틀즈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친구들과 뉴욕 세계박람회(64년도 세계박람회의 주제는 '평화를 통한 이해'였다)를 구경한다. 영화는 끝까지 이것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지만, 1964년은 비틀즈가 미국 대중음악계 최초로 공연장의 인종 분리를 철폐한 해이다. 1964년 9월 비틀즈는 플로리다 주에 위치한 잭슨빌 게이터볼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앞두고 인종이 분리된 상태로는 절대 공연하지 않겠다며 인종분리 정책에 완강히 반대했고, 결국 유색인종과 백인이 분리되지 않은 최초의 공연이 시행되었다. 비틀즈는 이후로도 공식적으로 미국의 민권법을 지지하며 6-70년대를 지배한 히피-반문화를 촉발시켰다.
비틀즈뿐만 아니라 30년대 재즈부터 50년대 엘비스까지 음악은 언제나 사회적 장벽을 부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영화 초반에 삽입된 할렘 캬바레 장면은 대중문화가 지닌 사회적 힘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무대 위에서 미친 듯이 춤추는 흑인들 사이로 언뜻언뜻 백인들이 그들과 함께 춤과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통해 관객은 음악이 지닌 인류 보편의 환희와 즐거움을 체득한다. 제프리와 주디가 써내려 간 이야기에는 계속해서 나비가 등장한다. 변태하는 존재로서 나비는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상징한다. 우지커 감독은 "한쪽은 흰색의, 한쪽은 유색의 날개를 가진" 나비떼가 솟구쳐 오르는 이미지를 비틀즈의 공연장 영상에 접붙임으로써 음악을 통한 평화의 연대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상영스케줄
2025.05.01(목) CGV 전주고사 1관 20:30 (상영코드:162)
2025.05.03(토) CGV 전주고사 2관 13:30 (상영코드:325)
2025.05.05(월) CGV 전주고사 2관 10:00 (상영코드:504)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 기간
2025.04.30~20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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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고민을, 현대의 방식으로
<문라이트>, <미드소마>, <플로리다 프로젝트>, <미나리> 등 대중적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가진 힘이 굉장한 웰메이드들을 배출해낸 ‘A24’는 트렌디한 굿즈들과 더불어 현재 미국 독립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배급사이자 제작사이다. 나또한 그런 A24랑해를 외치며 A24의 신작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시사회 소식에 휴가까지 쓰며 코엑스 돌비시네마를 향해 달려갔다. 게다가 ‘다니엘스’로 불리는 다니엘 콴과 다니엘 쉐이너트 감독은 말도 안되는독특한 전작<스위스 아미 맨>을 연출하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의 대성공 이후 유니버셜 픽쳐스와 5년 독점 계약을 맺었다고하니 두감독과 A24의 콜라보가 다소 예측 불가했다. 또한 비평가 평론 위주가 아닌 MZ세대의 씨네필 성향이 강한 ‘레터박스'라는 영화 평론 사이트에서 해당 영화는 <대부>를 제친 <기생충>을 제치고 역대 평점 1위를 달성한다. 그리고 북미 평론가 선정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며 현재 강력한 아카데미 수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미국에서 입소문을 타고 성공해 국내에 상륙했지만 이러한 소식들이 전해지는 동시에 제목 음차번역 이슈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방구로 구원을 이루는 독특한 이야기를 그리던 감독이, 대체 멀티버스를 어떻게 그려냈길래 이렇게들 난리일까, A24는 어떤 이유로 이 영화 제작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중년의 이민자 여성이 연결되어 멀티버스(다중우주)를 통해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자신과 연결되고 이을 통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이다. 남편과 딸, 시아버지를 모시고 살며 빨래방을 운영하는 에블린은 세무당국의 조사에 응하게 된다. 게다가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고 갈등에 소통을 겪는 딸과의 관계에 시달리던 도중, 멀티버스의 자신과 만나게 된다.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족 내에서 ‘엄마로서의 삶, 두 번째는 에블린 ‘본인의 삶'이다. 간단한 이야기인듯하지만 이 두 소재 자체가 어찌 보면 상충하며 또 하나의 소재를 만들어 내는 듯하다. 엄마로서의 살아가는 삶에서의 남편과 딸과의 관계는 쉽지 않다. 딸의 존재는 에블린 ‘인생의 방해꾼’이자 ‘다음 세대의 나’처럼 보여진다. 멀티버스를 통해 만나게 된 빌런 ‘조부 투파키'는 현실에서도 다르지 않다. 평범한 엄마를 살기에 새로운 이해를 요구하며 갈등을 발생시키지 않는 딸은 그 어떤 엄마에게도 엄마의 역할에 있어 빌런이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동시에 자신과 같은 경험을 겪게 하고 싶지 않은 자매이기에 에블린은 그 빌런 조부 투파키를 포기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이 관계를 발생시킨 남편과의 관계 어떠한가. 가장 큰 아이러니를 느끼게 하는 지점은 에블린이 멀티버스를 통해 알게 된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사는 에블린들에게 남편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에블린의 인생에서 줄곧 플래시백 되던 20대 초반에 남편을 따라갔느냐 마느냐는, 말 그대로 인생의 갈림길에 놓인 가장 중요한 선택이 셈이 된다.
’멀티버스(다중우주)’는 최근 영화계에서 가장 핫한 주제롤 부상하며 다양한 영화들에서 이용하는 소재이다. 각 영화들이 모두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겠지만, 이 영화에서 어떤 이유로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이용했을지, 그 효과는 무엇이었을지 고려해보는 것이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멀티버스라는 형식은 결국 기존의 타임워프를 통한 다른 삶의 갈래를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이 된다. 기존에 있었을지라도, 지금 멀티버스의 개념이 좀 더 확립된 이 시점에서 공개된다(만들어진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다니엘스는 원래 남성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제작할 계획이었으나 각본을 쓰는 과정에서 주인공을 여성으로 바꾸며 여성 가장의 이야기로 비틀어보기로 한다. 이러한 감독의 시선 덕에 스토리는 더 강력해지고 더 많은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결국 ‘나’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할 때 동시대에 살고 있는 이들을 상상한다는 것은 기존의 아이디어처럼 느껴지지만 새로운 형식에서의 시도는 다니엘스와 A24의 관계처럼 완벽한 합을 이루었다. 여성에 삶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주인공 에블린을 통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가장 원초적이고 솔직한 고민을 생각할법한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데에는 대단한 능력이 있는 감독이 분명하고 생각하며 영화를 보고나니 완벽했던 박찬욱 감독의 한줄평을 인용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야단법석 왁자지껄 아수라장 대환장파티에서 막 빠져나왔는데 거울을 보니 내 눈에 눈물이”
*본 리뷰는 씨네랩 크리에이터로서 시사회 초청을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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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현재를 살아가다
대만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은 편인데다가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별로 안 좋아했는데 굉장히 재밌게 봤던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과 은근히 반전소재 있었던 것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었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시놉시스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넌 영원히 내 눈 속에 사과야!
학교 대표 얼간이 커징텅과 친구들은 최고의 모범생 션자이를 좋아한다. 수업 도중 사고를 친 커징텅은 션자이의 특별 감시를 받게 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션자이에 대한 마음이 커진 커징텅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고백을 하지만 션자이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렇게 15년이 지나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그 때 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까?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이 이후로는 영화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뭔가 하나씩 예상에서 어긋나는 재미
나는 영화를 볼 때 어느 정도 이렇게 되겠다 예상을 하거나 기대를 하며 보는 편이다. 그래서 그 예측이 어긋나거나 어긋나더라고 그 설명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 않으면 화를 내는 타입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정말 거의 모든 것이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갔지만 정말 재밌게 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션자이와 커징텅이 이어질 줄 알았고, 그래서 첫 장면에서 커징텅이 신랑이고 션자이가 신부인줄 알았다. 하지만 션자이는 다른사람과 결혼을 한 것이었다. 그리고 커징텅이 션자이와 함께 공부를 시작하면서 성적이 오르고 션자이와 커징텅 모두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뭐가 잘 될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하면서도 아무리 열심히 해도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센텐츠’들을 계속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정말 그 기대가 틀렸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센텐츠들이 영화 속에서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었기 때문에 아,,, 이래서 그 말을 했구나, 이래서 뜸을 들였구나 이해가 되다보니 그 어긋남이 즐거울 수 있었다.
유쾌하게 그려내는 비극이랄까?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정말 내용만 보면 굉장히 비극적이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이어지지 못하고, 원하는 대학에도 못가고, 뭘 먹고 살지 모르겠다던 커징텅은 갑자기 인터넷 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이루지는 못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다양한 센텐츠들을 통해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인생의 모든 사건은 나름 의미가 있다. 열심히 해도 아무 속득 없는 거 인생이 원래 그런거야. 시험 문체처럼 모든 일에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답이 없다 해도 늘 답을 알 수는 없다.”
그토록 원하던 것을 갖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는 것, 그래서 그저 주저 앉아 슬퍼하고만 있지 않는 주인공들 덕분에 유쾌함이 기본적으로 깔려있던 작품이었다.
현재의 감성과 일치하는 영화가 아닐까?
풋풋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전반적인 주제를 살펴보면 굉장히 현재의 감성과 일치하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10년전에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그 감성이 전혀 뒤처지지 않았다. 놀면 뭐하니?에서도 나왔듯이 비가 ‘포기하지마’라는 주제를 추천하자 이효리는 ‘포기해’가 요즘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주제라고 말한다. 요즘 사회는 안 되는 거 부여잡고 희망고문하지 말고 적당히 포기하면서 현새의 삶에 만족하며 그 소중함을 즐기는 것이 분위기다. 그러한 주제가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에서도 똑같이 등장한다.
“늘 미래만 상상할 뿐 현재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지요.”
션자이가 고등학교 졸업을 하며 고별사를 할 때 했던 말이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뭐 그렇게들 발전을 좋아하는지,,, 그렇게 발전을 해도 또 그 원하는 자리에 가서도 발전해야 한다고 즐기질 못할텐데 말이다. 나는 지금 현재의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미래의 행복을 정말 이뤘을 때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션자이가 저 말을 하는 순간 너도...? 나도!!! 하면서 내적 하이파이브를 쳤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는 첫사랑에 관련된 이야기라는 틀을 가지고 있지만 그 내부에는 현재에 대한 소중함과 유쾌함을 다룬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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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복수를 끝내야 한다 | 영화 리멤버
과거의 역사를 바로잡고 잘못된 일을 처리하기 위해
60여년동안 복수 계획을 세운 알츠하이머 노인
"모든 기억이 사라지기전에 모든 복수를 끝내기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의 스토리만 들어봤을때 약간 솔깃? 쫑끗?! 하셨나요?
그렇다면 빌드업에 성공한것 같은데!
이번 영화 리멤버가 알츠하이머 환자가 복수를 실행한다고해서 보고 왔습니다~
그럼 영화 리멤버 리뷰 시작해볼게요!
기본 정보
장르 : 드라마, 복수, 액션, 버디, 범죄, 스릴러, 어드벤처
감독 : 이일형
각본 : 윤종빈
출연진 : 이성민, 남주혁
개봉일 : 2022년 10월 26일
평점 : 7.83
스트리밍 : 티빙, 웨이브
기획 의도
"부서진 차... 손에 묻은 피.... 권총 한 자루... 내가 왜 여기있는 거지?"
뇌종양 말기, 80대 알츠하이머 환자인 한필주. 일제강정기 때 친일파들에게 가족을 모두 잃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자 필주는 60여 년을 계획해 온 복수를 감행하려고 한다.
그는 알바 중인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질친이 된 20대 알바생 인규에게
일주일만 운전을 도와 달라 부탁한다.
60년의 계획, 복수를 위한 위험한 동행이 시작된다!
여담
영화 리멤버는 캐나다, 독일 합작 영화< 리멤버 : 기억의 살인자>의 리메이크 작품이라고 한다.
주인공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추측국들에 의해 가족을 잃는 피해를 보고 수십년이 흐른 후
고령의 병든 노인이 되어 복수에 나선다는 점이 동일하다.
영화 리멤버 피주역을 맡은 이성민은 노인 분장을 위해
4시간이 넘는 분장을 했다고 한다.
후기 및 결말
영화 리멤버 결말을 살펴보자면
죽은 김치덕 장군은 과거 친일행적이 알려지자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했으며, 인규는 필주를 면회하게 된다.
인규는 연치금의 최대치인 3백만원을 넣으며 그걸로 맛있는 것 많이 사먹으라고 말하며
의리를 지키지만, 필주는 알츠하이머 증세가 악화되어 인규를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에 의해 죽은 자신의 가족들은 기억해내며,
모두 착한 사람들이라 말하고 인규는 울먹거리게 된다.
여기서 인규는 "본인이 정말로 나쁜 짓을 저지른 것은 맞지만,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라고 말하며 그와 손인사를 기억해내며 인규에게는 착하게 살라며 서로 다독여주며
독방에 들어가는 필주의 멍한 미소와 함께 영화는 끝이 난다.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일제강정기를 배경으로 만든 영화 리멤버는
한 노인의 이유 있는 복수로, 맛깔나는 연기를 볼 수 있었다.
한줄평 :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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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의 가족] 끝장리뷰 | 재규(장동건)와 자동차 사고 상징 | 결말해석 | 악의 기원 | 가족의 맨살
[보통의 가족](2024)에 대한 헐거운 리뷰
Chapter 1 재규(장동건)와 자동차 사고
Chapter 2 부모 - 자식, 악의 기원
00:00 보통의 가족
01:29 장동건 집중
03:17 자동차 사고
06:06 부모와 자식
07:16 악의 기원
09:46 별점 및 한 줄 평
10:02 다음 리뷰 예고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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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관계의가나다에있는우리는>
- 전혀 연관성이 없는 세 청춘에게냉혹하게만 보이는 한국 사회 속에서꿈을 위해 노력하는 청춘의 첫 설렘을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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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킹메이커> 30초 예고편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 앞에 그와 뜻을 함께하고자 선거 전략가 '서창대'가 찾아온다. 열세인 상황속에서 서창대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선거 전략을 펼치고 '김운범'은 선거에 연이어 승리하며, 당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까지 올라서게 된다. 대통령 선거를 향한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고 그들은 당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 그러던 중 '김운범' 자택에 폭발물이 터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용의자로 '서창대'가 지목되면서 둘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는데... 치열한 선거판, 그 중심에 있던 두 남자의 이야기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