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9-07 10:12:48
알라딘 재개봉하기 전에 노래 들으며 쓰는 영화 리뷰
영화 <알라딘> 리뷰
얼른 개봉하길 바랐던 알라딘 속편은 안 나오고 알라딘 4DX 재개봉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릴 때, 애니메이션으로 보아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실사화 되면서 약간의 각색과 다채로움이 섞여 나름의 매력을 뿜어내어 1200만 명의 관객이 동원되었었다. 음악과 볼거리로 가득 찼던 만큼 여전히 나의 음악 플레이 리스트에 저장되어 있는 알라딘의 시작부터 끝까지 달려 가보자.

영화의 처음은 아빠가 아이에게 배 위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된다. 양탄자, 마법, 그리고 램프라는 단어와 함께 웅장하고 거대한 무언가가 음악과 몰려들어오며 본격적인 이야기의 서막을 알린다. 선택된 자만 들어올 수 있다고 말하는 동굴 속, 그리고 경이롭고 놀라운 신비한 Arabain Night를 예고하며 전환되며 보이는 알라딘. 그는 원숭이 '아부'와 함께 좀도둑질을 하며 살아가는데,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쟈스민을 도와주게 되면서 One Jump Ahead를 시작하게 된다. 경쾌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는 알라딘은 관리의 시선을 피하며 익숙한 듯 도망치는데, 쟈스민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어긋난 타이밍은 그들의 거리마저 멀게 만든다. 그 행동을 책임지기 위해 왕궁으로 들어가게 된 알라딘은 쟈스민을 만날 수 있을까.

왕궁으로 돌아온 쟈스민은 무례한 이웃나라 왕자를 만나게 되고 억지로 결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자는 술탄이 될 수 없다는 자파에 의해 쟈스민은 침묵(speechless)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알라딘은 날렵하게 궁으로 들어가 쟈스민의 방 앞까지 도달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나오는 중에 자파에게 납치된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끊임없이 동굴 속의 보석을 찾으려는 자파는 알라딘을 이용하여 램프를 가져오라고 시킨다. 자파의 배신과 아부의 순발력으로 램프 속의 Friend Like Me로 지니 설명서를 듣게 된다. *알라딘이 납치된 것을 모르는 쟈스민과 쟈스민을 그리워하는 알라딘의 desert moon은 뒤늦게 공개가 되었다.

지니 설명서를 통해 소원을 빌게 된 알라딘은 재스민 앞에 Prince Ali의 웅장함으로 나타나 A Whole New World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소원을 빌고 마음이 커질수록 본연의 내면과는 멀어지는 알라딘의 모습에 지니는 진심 어린 걱정을 하지만 스스로를 속인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검은 욕망의 손길은 알라딘에게 다시 뻗쳐온다. 알라딘은 위기를 겪으며 그동안 잃어왔던 자신을 되찾고 쟈스민은 speechless를 통해 꿈꿔왔던 꿈을 이룬다. 기존 애니메이션의 이야기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쟈스민의 독립성이 유독 두드러지는 실사 영화라서 더욱 재미있었다. 몇 가지의 아쉬움을 제외하고는 뮤지컬 영화와 디즈니 실사 영화로서의 매력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내가 바꾼 것은 너의 겉모습일 뿐, 너의 내면은 그대로야.
너 자신의 원래 가치를 믿어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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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러의 보디가드 2> 전 세계 박스오피스 접수하러 등장!
2017년 개봉한 액션 코미디 영화 <킬러의 보디가드>의 후속작인 <킬러의 보디가드 2>가 북미 박스오피스 차트 1위에 도전할 예정입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가 이번 주 북미에서 개봉하는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박스오피스 1위 달성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추측됩니다.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국내 2021년 6월 23일에 개봉 예정인데, 조우진 주연의 영화 <발신제한>을 제외한다면 딱히 경쟁작이 없는 상황입니다. 다시 돌아와서, 라이언 레이놀즈, 사무엘 L. 잭슨 그리고 셀마 헤이엑이 주연을 맡은 <킬러의 보디가드 2>는 16일에 개봉하여 오는 23일까지 1,500만 달러를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몇 안 되는 극장 개봉작 중 하나로서, 이 영화는 영화 사업이 코로나 침체기에서 회복됨에 따라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대형 스크린에서 공개된 첫 코미디 작품인데요. 이는, 슈퍼 히어로와 서스펜스 스릴러의 인기로 인해 많은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기에, 이번에 얼마나 많은 관객들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가 됩니다.
이번 후속작은 1편보다 더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의 제작비는 5천만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고, 1편은 6천9백만 달러의 예산이 소요됐습니다. <킬러의 보디가드>가 북미 박스오피스 티켓 판매 2,100만 달러로 시작하여, 북미 박스오피스 최종 7,500만 달러, 그리고 전 세계 1억 7,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다소 부족한 흥행 성과와 함께 극장 개봉을 마친 이력이 있기에, 줄어든 예산에 대한 문제점을 납득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킬러의 보디가드 2>는 마이클(라이언 레이놀즈)과 다리우스(사무엘 L. 잭슨)가 유럽 전역을 위기로 몰아넣는 미치광이들의 사악한 음모를 없애기 위해 다시 뭉치게 된다는 줄거리로, 다리우스의 아내 소니아(셀마 헤이엑)까지 합세한다는 차별점을 담고 있습니다.
개봉 예정작인 <킬러의 보디가드 2>를 제외하고, 현재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은 <인 더 하이츠>와 <피터 래빗 2>가 이끌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영화 모두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HBO Max에서도 관람 가능한 <인 더 하이츠>는 총 1,14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피터 래빗 2>는 1,010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백신 접종으로 인해 되살아나는 극장 시장과 액션 코미디 장르의 귀한! 과연 <킬러의 보디가드 2>는 <인 더 하이츠>와 <피터 래빗 2>를 넘어서 북미 박스오피스 시장 1위에 안착할 수 있을까요? 국내에서도 6월 23일 개봉 예정이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씨네랩 에디터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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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카엘 하네케 - 히든
미카엘 하네케 - 히든
10년도 더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잊혀지지 않는 장면 두 개가 있었다. 그때는 감독이 누구인지 몰랐고, 다시 찾아보고 싶어도 영화제목도 몰라 찾지 못하고 있다가 엊그제 한 페친이 쓴 글을 보고 곧바로 찾아서 다시 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이 마카엘 하네케 감독이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 그의 작품은 이후에 만든 '퍼니게임'과 '아무르', '하얀리본'을 봤는데, 모든 영화가 다 관객의 마음을 몹시 불편하게 만든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기억에 또렷이 남은 두 장면은, 영화가 시작하면 보이는 길고 고정되어 있는 카메라 응시 화면이다. 프랑스 어느 지역의 도시, 평범한 주택단지를 무심하게 비추고 있는 이 카메라는 영화가 시작하고, 타이틀이 올라가는 동안 마치 스틸 사진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끔 사람이 지나가고, 자전거를 탄 사람, 자동차가 드물게 지나가지만, 카메라는 조금의 움직임도 없이 프레임을 고정한다. 좁은 골목과 주차한 자동차, 정면으로 보이는 주택과 그 뒤의 아파트. 특별하다고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그럼에도 이 고정되어 있는 장면은 왠지 기분 나쁜 느낌이다. 카메라에 보이는 대상-골목과 자동차와 정면의 주택과 아파트-을 관객인 내가 바라보고 있지만, 그 시선이 관객(나)이 아닌, 타인의 시선이라는 걸 관객(나)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관객(나)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시선을 강요당하고 있기 때문에 불쾌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 화면은 곧 리와인드되면서, 관객이 보고 있는 장면이 비디오테이프로 녹화된 과거의 어느 시점에 촬영된 장면임을 알게 된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는 사람은 조르주와 안느 부부다. 자기 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촬영한 비디오테이프가 비닐봉투에 담겨 문앞에 놓여 있었고, 부부는 이상하게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도를 달리해 찍은 비슷한 비디오테이프가 계속 문앞에 놓이고, 조르주는 누군가 자신과 가족을 위협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기억에 남는 두번째 장면은, 조르주가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알게 된 어느 아파트, 가난한 사람들-주로 이주민들-이 모여 사는 좁고 낡은 아파트의 주소로 찾아갔을 때, 그를 기다리던 마지드가 조르주 앞에서 칼을 꺼내 자신의 목을 긋고 죽는 장면이다. 이 장면 역시 카메라가 조금 멀리 떨어져 응시한다. 마지드는 조르주 앞에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자살하지만, 그의 죽음은 마치 등을 보이고 있는 조르주가 살해한 것처럼 보인다.
이 두 장면이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 까닭을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알았다. 영화 제목이 '히든'이라는 건 마카엘 하네케 감독이 의외로 관객에게 친절하게 힌트를 준 것이다. 이 영화에서 '히든'은 여러 개가 존재한다.
조르주는 프랑스의 중산층으로, 텔레비전에서 문학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그의 아내 안느도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다. 부부의 집은 중산층답게 부족한 것 없이 잘 꾸며져 있고, 특히 거실 겸 서재는 삼면이 책장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책이 빼곡하게 꽂혀 있다. 문학, 출판과 관련한 일을 하는 부부답게 지성인이며, 책도 많이 읽고, 책장에 꽂힌 책은 장식용이 아닌, 그들의 삶을 반영하는 책들이다.
하지만, 조르주와 안느는 다른 사람을 속이는 위선자들이자, 자신의 욕망을 합리화하고, 감추는 비열하고 타락한 지식인이다. 이들의 속내를 들여다보는 장면은 짧게 몇 번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도 이 부부의 위선적이고 이기적인 태도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비디오테이프가 계속 문앞에 놓이고, 누군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위협을 느끼자, 조르주는 범인이 누구일까 깊이 생각하다 가능성 있는 한 명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연일 수 없는 다음 비디오테이프에서 어떤 아파트가 보이고, 조르주는 그 아파트를 찾아가 그가 생각하고 있던 인물을 만난다. 생각은 했지만, 막상 만나게 되자, 조르주는 당황한다. 그것은 벌써 40년이 넘은, 오래된 기억을, 결코 유쾌하지 않은 기억을 소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르주는 마지드를 40년만에 만나지만, 곧바로 마지드를 협박한다. 자기에게 비디오테이프를 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마지드는 영문을 모른다. 40년만에 찾아와서 자신을 협박하는 조르주를 보면서, 마지드는 조르주가 어릴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40년 전, 조르주와 마지드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조르주의 부모는 프랑스 파리 외곽에서 꽤 부유하게 살고 있었다. 그때 조르주의 집에서 집안 일을 도와주며 함께 살던 사람이 마지드와 그의 부모였다. 마지드 가족은 알제리 사람으로,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이주했다. 조르주가 6살 때, 마지드가 닭을 잡는 장면을 기억하는데, 마지드는 작은 도끼로 닭의 목을 쳤고, 닭피가 튀어 마지드의 얼굴에 묻었다. 닭은 대가리가 잘렸어도 푸드덕거리며 뛰어다녔고, 마지드는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난감하고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조르주를 바라보고 있다.
그 사건 직전 또는 직후에 마지드의 부모는 사망한다. 영화에서는 아주 짧게, 조르주의 입에서 대충 얼버무리듯 나온 사건이 있었다. 조르주의 어머니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하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사건은 프랑스 파리 한복판, 생 미셀 다리에서 수백 명의 알제리인이 프랑스 경찰에 맞아죽고, 수십 명이 다리 아래로 뛰어내려 익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1961년, 10월 17일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 영화는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바로 이 사건을 말하기 위해 만들었다. 아주 짧게 언급하지만, 주인공의 운명을 모두 바꾸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1961년 10월 17일, 알제리인 약 3만 명이 세느 강이 흐르는 생 미셀 다리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이곳에 모이기 전에 발생한 사건들은 당연히 알제리 식민지 해방투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제국주의 프랑스가 식민지로 만든 알제리의 해방투쟁과 직접 관련이 있고, 프랑스의 국가범죄를 고발하는 영화인 것이다.
1961년 8월부터 알제리 민족해방전선(FLN)은 프랑스 경찰을 살해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까지 프랑스 경찰 11명이 FLN의 폭탄 공격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파리 경찰국장 모리스 파퐁은 10월 5일 파리 전역에 걸쳐 야간통행 금지령을 발표한다. 저녁8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5시 30분까지. 단, 프랑스인은 예외였고, 오직 알제리 무슬림 노동자, 프랑스 무슬림, 알제리의 프랑스 무슬림만 해당하는 통행금지였다. 이 시기에 파리와 그 근교에 살고 있던 알제리 사람은 약 15만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을 차별하는 프랑스 경찰의 통행금지 발표에 항의하기 위해 시위를 조직한 것이다. 그리고 10월 17일, 알제리인들이 생 미셀 다리를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프랑스 경찰과 공화국 보안기동대, 국가헌병대 등 국가폭력기관이 총동원되어 시위에 참여하는 알제리인, 모로코인, 튀니지인들을 체포했다. 그럼에도 이들 시위대가 끊임없이 몰려들자 마침내 발포를 시작하고, 총에 맞아 죽은 사람, 다리에서 떨어져 죽은 사람 등 무려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프랑스의 공식 입장은 1998년에 사망자 32명, 1999년 프랑스 총리실에서 센강에 버려진 시체 48명, 1961년 알제리 독립운동과 관련해 사망한 사람 246명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FLN의 발표는 1961년 한해 프랑스에서 죽은 알제리인은 사망 200명, 실종 400명, 부상 2300명으로 발표했다.
이 사건으로 처벌받은 프랑스 경찰은 한 명도 없었고, 프랑스는 이 사건 자체를 철저하게 은폐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프랑스 경찰국장인 모리스 파퐁이 나치 부역자였다는 것이다. 파퐁은 게슈타포와 협력해 유대인 1600명을 강제수용소로 보내는 공을 세웠다. 이 사실은 1997년이 되어서야 밝혀졌고, 모리스 파퐁은 10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마지드의 부모가 생 미셀 다리에서 뛰어내려-경찰에 의해 떠밀려 떨어졌을 가능성이 더 높다-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고, 마지드가 고아가 되자, 조르주의 부모는 마지드를 입양할 생각을 했다. 마지드를 입양했다면 이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조르주의 부모가 마지드를 고아원으로 보내게 된 결정적 계기는 조르주의 거짓말이었다. 조르주는 마지드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랐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지드의 입양을 반대했다. 그는 불과 6살 어린이였음에도, 마지드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거짓말을 부모에게 한 것이다.
조르주는 마지드를 만나고도 전화로는 아내 안느에게 아파트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거짓말 한다. 하지만 조르주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조르주와 마지드가 만나 이야기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를 안느가 보고 있었고, 그것을 본 조르주는 마지 못해 사실을 털어놓는다. 조르주의 변명은, 안느가 걱정할까봐, 라는 것이지만, 그가 이미 여러번 아내에게 거짓말하는 걸 본 관객은 조르주를 믿지 않는다. 그는 비열한 인간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아들 피에로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조르주와 안느는 아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당한 것이라 생각하고 경찰의 도움을 받아 마지드의 집을 찾아간다. 그곳에 아들은 없었고, 마지드와 그의 아들만 있었지만, 경찰은 두 사람을 체포한다. 다음 날, 아들 친구의 엄마가 집으로 데려다주면서 이 사건은 헤프닝으로 끝나고, 마지드와 그의 아들도 경찰에서 풀려나지만, 마지드는 조르주를 집으로 불러, 그가 보는 앞에서 칼로 목을 그어 자살한다.
아들이 왜 가출했는지 이유를 묻는 안느에게 피에로는 엄마 안느의 불륜을 의심한다. 안느는 직장 동료이자 가까운 친구인 피에르(이들 피에로와 이름이 비슷하다)와 친한 사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단지 가까운 동료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영화에서 안느와 피에르가 불륜 관계라고 단정할 만한 장면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안느의 태도에서 피에르에게 감정적, 정서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피에로는 그걸 눈치 채지만, 안느의 남편 조르주는 눈치 채지 못한다. 그리고 안느는 아들에게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아들 피에로나 관객은 안느를 의심한다.
마지드의 자살로 조르주는 경찰의 조사를 받고, 결백하다는 인정을 받고 사건은 끝난다. 하지만 마지드의 아들은 조르주를 찾아와 할 말이 있다고 한다. 조르주는 마지드의 자살이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그건 마지드 본인의 문제라고 강변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첫 장면처럼, 카메라가 피에로의 학교 입구를 고정해서 바라보고 있다. 학생들이 몰려나오고, 서로 웃고 떠들고, 계단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거나,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장면들이 보인다. 그리고 피에로가 학교에서 나와 계단에 서 있을 때, 마지드의 아들이 다가와 인사하고, 두 사람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는 끝나지만, 이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은 비디오테이프를 누가 촬영했고, 누가 보냈는가다. 감독이 아무런 단서를 보여주지 않고, 범인이 누구인가도 밝히지 않는다. 비디오테이프를 보낸 건 감독 자신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즉, 극(영화)에 개입해 극의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외부의 의도적 관계-또는 권력-로 보여주는 방식인데, 이때 '외부'는 진실을 드러내려는 '의지'라고 할 수 있다. 미국에서도 닉슨이 민주당 선거본부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도청한 사건을 두고 FBI의 수사를 방해한 것으로 드러나 사임하게 되는데, 이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을 신문기자에게 알리는 역할을 한 사람이 언론사의 입장에서는 '진실을 드러내려는 의지'였던 것이다.
누구도 말하려 하지 않는 사건을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자신이 직접 개입해 극의 인물에게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즉, 비디오테이프의 존재가 없다면, 이 영화는 설립할 수 없게 되고, 진실은 드러나지 않게 된다.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기억을 은폐하고,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기억을 왜곡, 조작해 합리화하려는 가해자에게 진실을 말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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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년에게 돌 던질 자 누구인가.
이 글은 2023.05.03일 개봉 예정인 영화 [클로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레오(에덴 담브린)와 레미(구스타브 드와엘)의 인생은 서로의 모습으로 가득 찬 시간들을 벽돌 삼아 쌓아 올린 성벽과도 같았다.
둘만이 할 수 있는 가상의 전쟁놀이에서,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적을 피해 달아나고 숨기도 했으며. 때로는 적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꽃이 가득한 들판을 숨이 헐떡일 때까지 달음박질치기도 했다.
견고한 성벽 안의 두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소년은 내달리고 온 날의 밤이면 잠 못 이룬 채 속살거리며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알 수 없는 불안을 가셔야만 했다.
그런 레미를 위해 레오는 노래를 불렀다.
무리에서 떨어진 오리와 도마뱀의 노래를.
절대 어울릴 수 없는 두 생명체이지만. 같은 감정을 나누고 있는 그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듯한 레오의 노래를 들으며. 레미는 깊은 잠에 들 수 있었다. 마치 두 소년의 모습도 영원히 그러하기를 바라는 꿈을 꾸면서.
하지만 누가 와서 두들겨도 무너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둘 만의 성은. 또래 친구들의 눈길 몇 번에 주저 없이 금 가기 시작했다. 성벽 밖에 선 채로 레오와 레미의 보호막을 와르르 무너지게 한 친구들의 얼굴이 무너진 성 안에서 보이던 순간. 레미는 늘 곁에 있던 레오에게 손을 뻗었지만. 레오는 성큼성큼 걸어가 친구들의 손을 잡고 멀리 떠나고 있었다.
레미는 깨달았다.
오리와 도마뱀은 절대 함께할 수 없음을.
도마뱀;살기 위해 꼬리를 잘라야 하는.
레미의 모습은 영락없는 도마뱀의 그것이었다.
자신의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 어떤 거부감이 없어, 시시각각 변하는 한 아이의 감정을 얼굴 표정 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수 있었다.
그 감정이 혼자 오케스트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오는 두려움이건.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 어떤 거부감도 없었다. 그것이 혼자 오케스트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자리이기 때문에 오는 두려움이건. 레오를 향한 다각화된 마음이건.
숨길 이유가 없었다.
그 마음들은 모조리 진심이었고, 레미에게는 삶을 지탱하는 데 있어 감정 앞에 솔직한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였다.
그러나 레오는 어쩐 일인지 자신의 손을 놓고 자꾸 저 멀리 떠나가려는 듯했다. 레오는 더 이상 가상의 적군들을 볼 수 없었다. 아니. 보려는 의지를 상실했다고 말하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레오가 성벽 밖으로 주저 없이 발걸음을 옮긴 그 무렵부터, 레미는 함께 달리는 레오의 옆모습이 아닌 뒷모습을 보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축구, 다음엔 아이스하키. 그리고 영원히.
레오는 효과적으로 레미를 멀리했고. 그렇게 레미는 아주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혼자 남게 되었다.
처음엔 배가 아픈 것만 같았다. 레오와 멀어질수록 생기를 잃어가는 자신을 걱정하는 아버지에게도 배가 아프다고 말했지만. 기어코 그 말과 함께 눈물이 터져 나왔을 때. 레미는 배가 아닌 가슴이 아픈 것임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을 것이다. 고통의 근원지는 몸과 가까우면서도 멀었고. 정확하게 말할 수 없었지만 존재했으며. 실존하지 않길 바랐지만 생생하게 존재하는 생전 처음 느낀 이 고통에 레미가 과연 어떤 이름을 붙이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다.
도마뱀은 살기 위해 꼬리를 자른다고 했다.
하지만 레미에게 레오는 꼬리 정도가 아니었고. 새로운 꼬리도 레미에게는 필요 없었다. 레오는 레미에게 모든 것이었으며. 자신의 감정을 널뛰게 하는 장본인이었다.
오리의 곁을 떠나기로 한 도마뱀은 주저 없이, 레오의 곁으로 돌아올 수 없는 여행길을 선택했다. 영원히라는 단어의 무거움을 생각했을 때. 레미는 다시 한번 배가 아닌 마음이 아팠을 것이다. 어쩌면 아빠에게 둘러댈 때는 배와 가슴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었을지도 몰랐지만. 그때만큼은 명확하게 알았을 것이다.
오리;물 위에 떠 있기 위해 보이지 않는 발짓을 해야만 하는.
성 외곽이 무너지고, 친구들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레오는 본능적으로 자신이 친구들과 몇 걸음이나 멀어져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었다.
눈대중으로 보아도 이미, 그것도 꽤나 멀어 보였지만.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면. 그 정도는 따라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심이 선 순간. 레오는 레미의 손을 뿌리쳤다. 무리에 섞이기 위해서라면 레미의 슬프고 상처받은 모습 정도는 기꺼이 나중에 위로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신이 한 집단 속에서 효과적으로 섞이고 난 뒤에는.
레오의 모습은 겉으로 볼 때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완벽히 무리에 섞여 있다고 해도 이질감이 없었다. 그러나 레오의 갈퀴 달린 발은 그 누구보다도 필사적으로 물을 움켜쥐며 무리를 따라가고 있었다.
레미와 처음 다툰 그날도. 점점 더 자신의 마음속에서 커튼 뒤에 숨어 있기를. 아니 숨기기 편해지는 레미를 향한 마음을 보면서. 레오는 괜히 레미의 모습이 눈에 밟히기도 했지만. 그럴수록 레오는 나중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자신이 완벽하게 무리에 속하고 나면. 그때는 레미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허우적거리는 필사적인 발짓 자체에 집착하고 있었다는 것도 애써 외면한 채. 그마저도 나중엔 괜찮아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레오는 얼굴에서 모든 감정을 지워버리고는 열심히 갈퀴질을 했다.
그러나 레오에게 그 나중은 영원히 오지 못했다.
변명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던 속죄의 순간은 그렇게 영원히 레오의 인생에서 레미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문득 자신이 레미에게 불러주었던 노래가 생각났다.
왜 하필 두 도마뱀도, 두 오리도 아닌, 도마뱀과 오리였을까.
왜 같은 종에 속하는 두 마리라고 하지 않았을까.
레오는 이미 레미와 자신은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행동으로 이어져. 결국 레미에게 상처를 입혔음을 알게 되자. 그제야 레오의 눈에서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레미는 배가 아프다고 했었다.
레오도 지금 만큼은 배가 아프다고 둘러대고 싶었겠지만.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레미가 그랬던 것처럼 아픈 곳은 배가 아니라 마음이었음을.
시선;그리고 동일화
영화 속의 소년들은 시종일관 달린다.
때론 그 수단이 자전거이기도 하고, 자동차일 때도 있으며 달리기일 때도 있다. 레오와 레미는 그 어떤 배경을 두고서도 앞으로만 달릴 뿐. 절대 시선을 뒤로 주지 않는다. 허투루 낭비되어 공허함을 좇는 시선이 없다.
특히 레오의 시선은 레미가 죽음을 맞이한 이후로 정면보다는 측면의 모습을 많이 담고 있다. 아무런 표정, 감정도 없는 레오의 얼굴이 화면 가득 담길 때마다 과연 레오의 시선이 어디에 고정되어 있는지도 궁금하지만. 문득 레오를 바라보는 이 카메라의 앵글이 레미의 시선이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레미가 평생을 보았지만 결국 자신의 생 후반부에는 허락되지 않았던 레오의 옆얼굴. 레미가 더 이상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내내 잊히지 않고 존재감이 가득한 이유도 아마 이런 앵글 처리 때문일 것이다.
영화의 가장 큰 모티브가 되는 도마뱀과 오리는 처음엔 너무도 당연하게 구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레오가 눈물을 터뜨리는 말미에 가면 그 경계마저도 희미해진다. 무리에 적응하지 못했지만 나름의 방식으로 노력했던 레미의 모습이 오리 같기도 하고. 무리에 섞이기 위해서라면 꼬리정도는 뭐.라는 생각으로 레미를 밀어내는 레오의 모습은 도마뱀 같기도 했다.
그러나 두 인물의 선택과 행동이 달랐으며. 이로 말미암아 절대 넘을 수 없던 차이가 있었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서로의 처지가 완벽히 달랐음을 레오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 장면이 주는 울림은 매우 크다. 레미와 웃으며 상상 속의 적군들에게서 도망쳤던 꽃이 만개한 들판에서. 시종일관 앞만 보던 레오가 단 한 번 뒤돌아 보는 장면이기 때문일 것이다.
레오라는 꼬리를 잘라내기 싫어 스스로를 내다 버리는 선택을 한 레미가 문득 생각난 듯. 레오는 뒤를 돌아보고 자신이 기꺼이 잘라낸 꼬리의 흔적을 슬며시 바라본다. 이해할 수 없었던. 혹은 계속 회피해 왔던 자신의 아픔과 레미의 아픔을 함께 이해한다는 듯이.
그리고는 시선을 들어 자신의 뒤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카메라의 앵글로 대변되는 레미의 시선과 눈을 마주치며 결국 레미에게 온전한 얼굴을 보여주는 모습은 그야말로 최고의 장면이자 뼈아픈 성장의 증거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면서
한 사람이 생을 마감했음을 알리는 순간을 이보다 고급스럽게 표현한 영화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서진 화장실 문을 보여준 채 머무는 단 몇 초의 시간은 그 어떤 영화에서 묘사된 것 보다도 정확한 정보와 복잡한 감정을 한 아름 던져주었다.
느린 전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이런 섬세함을 단 한숨도 놓치지 않았다.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이 마음에 와닿을 때마다 수백만 개의 파편으로 흩어져 그에 상응하는 숫자만큼의 상처를 영화 내내 마음속에 남겼다. 심장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듯한 경험 속에서도 화면에서 눈을 감히 떼어낼 수 없을 만큼, 영화는 아름답고도 슬펐다.
과연 레오에게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지막 장면에서 레오도 마음의 허물을 벗어던지고 조금 더 자라났음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다시 한번 감탄을 금할 수가 없었다.
씨네랩으로 부터 초청받아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글의 TMI]
1. 독일어 공부는 잘하고 있습니다.
2. 공부하느라+번아웃이 너무 심하게 와서 다 내려놓고 잘 쉬었습니다.
3. 매우 많이 회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클로즈 #씨네랩 #루카스돈트 #에덴담브린 #구스타브드와엘 #에빌리드켄 #레아드루케 #영화리뷰어 #munalogi #최신영화 #영화시사회 #브런치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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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불허전 리들리 스콧, 세련되었지만 아쉽다
'라쇼몽 효과', <라스트 듀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1950년 영화인 <라쇼몽>은 새로운 영화 기법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른바 라쇼몽 효과라고 불리는 기법은 하나의 사건을 두고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는 군상극을 기본 골자로 하여 사용됩니다. 통일되지 않은 여러 관점으로 사건을 각각 바라보고 있기에 각 관점별로 그 사건을 설명하고 묘사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왜곡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동일한 사건을 여러 화자가 각자의 왜곡된 시선으로 여러 번 반복하여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이 점차 그 사건의 진상과 사실에 다가갑니다.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주기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야기가 반복될수록 밝혀지는 진상과 예상치 못했던 요소 또는 반전의 등장 등 분명히 동일한 이야기임에도 매번 새롭게 느껴집니다. 이 기법의 의미를 알고 있거나, 혹은 <라쇼몽>을 감상한 상태이면 <라스트 듀얼> 또한 라쇼몽 효과를 사용한 군상극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듀얼>의 그것은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활용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카루주, 르 그리, 그리고 마르그리트가 전하는 진실이란 제목으로 크게 세 장으로 나뉜 <라스트 듀얼> 역시 결투 재판을 진행하게 된, 세 등장인물 사이에서 벌어진 한 사건을 각자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때 카루주와 르 그리가 술자일 때에는 라쇼몽 효과에 따른 각자의 관점의 차이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축하연에 참석한 두 친구가 화해를 하는 시퀀스에서 카루주가 술자일 때에는 본인이 먼저 손을 내밀면서 화해의 말을 건네고 르 그리가 이를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르 그리가 술자일 때에는 반대로 르 그리가 먼저 화해의 말을 건네고 카루주가 이를 받아들입니다. 그 외에도 르 그리와 마르그리트 간의 입맞춤을 두고, 1장에서는 화해의 의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행위로 묘사하는 데 그칩니다. 하지만 2장에서는 르 그리의 마르그리트에 대한 연모를 중점적으로 묘사하는 등 연출에서도 둘의 차이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두 장 간에 존재하는 차이들로 인해 관객들은 사실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직접 추리를 벌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서스펜스도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영화에 몰입하게 됩니다.
군상극과 라쇼몽 효과, 그리고 <라스트 듀얼>
1장과 2장까지는 정석과 같이 흘러가고 있다.
마르그리트의 '진실', 장르적 재미는 반감되지만 괜히 거장이 아닌
하지만, 3장 마르그리트가 전하는 진실에 이르고 나면 이전과 분위기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앞선 두 장과 달리 3장이 시작할 때 '진실'이란 단어만이 화면에 오래 남아있음으로써 3장의 이야기가 진실, 혹은 진실을 넘어선 사실임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라쇼몽 효과를 활용할 때 어떤 사건이 가지고 있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 그 사실이 명확히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습니다. 그 대신 사실을 확정 지을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들을 각 화자들이 진실이라고 믿고 있는,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본 사건의 곳곳에 메타포로 숨겨놓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이러한 단서들을 찾아내고 추리함으로써 군상극이란 장르가 가지고 있는 장점과 재미를 적극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스트 듀얼>은 3장의 이야기가 진실임을 밝혀버림으로써, 두 장에 걸친 추리와 추측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립니다. 즉 장르적 재미를 감소시키고 클라이맥스는 허무해집니다.
다만 3장의 방향을 이렇게 설정한 데에는 어느 정도 참작의 여지가 있습니다. 현대에는 아직 약자의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 여성들은 여전히 수난을 겪고 있으며, 그에 대한 해방의 일환으로 소위 '미투'로 일컬어지는 운동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난이 명백히 존재하고 가장 극심하던 시기인 야만적인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하여 그들의 투쟁기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강인하고 진취적인 여성상의 등장인물을 자신의 영화에 자주 등장시킨 리들리 스콧의 특성상 이러한 급작스럽게 노선을 변경하는 듯한 전개는 노골적으로 보일 수는 있을지라도 놀랍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이렇게 노골적이고 명백한 주제의식을 관객들에게 전파하고 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라쇼몽>과 같이 진실이란 존재에 관해 다루고 있습니다. 마르그리트가 주장하는 진실이 사실로 받아들여졌지만, 이는 본인이 쟁취해 낸 게 아닌 결투 재판을 통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더군다나 마르그리트가 주장하고 있는 진실 또한 본인의 관점이 적용되었기에 남성들에 비해서는 사실에 더 가깝긴 하겠지만 왜곡이 존재하고 있음에는 틀림없습니다. 즉, 진실이란 무엇인지·진실이 어떻게 성립되는지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는 점을 통해, 괜히 리들리 스콧에게 거장이란 명칭이 붙여진 게 아니란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물론, 3장의 시작에서 '진실'이란 단어를 오래 노출시키는 노골적인 연출로 주제의식을 관객들에게 주입시키는 행위는 더 훌륭하고 완벽해질 수 있었던 <라스트 듀얼>의 만듦새를 제 손으로 깎아먹은 행태라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페미니즘이란 주제로 급 드리프트 시킨 3장, 그럼에도 진실이란 존재에 대해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감독의 능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꼭 페미니즘을 썼어야 했나?
비주얼리스트, 그리고 섬세하고 미묘한 차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배우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장기를 논할 때,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능력이 하나 있습니다. 극의 상황별로 적절하고 어울리는 아름다운 비주얼 활용 능력, 다시 말해 리들리 스콧은 비주얼리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능력의 일환으로, 리들리 스콧의 사극 영화 중에서 극한에 가깝게 고증을 따라가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라스트 듀얼> 또한 철저한 고증으로 이뤄진 영화입니다. 판타지 풍이 아닌 실제 중세 시대의 복식을 비롯해, 화살은 갑옷을 종잇장처럼 관통하지 않으며 튕겨나갈 때에는 언제든지 튕겨나갑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체인 메일을 손에 휘감아 적의 얼굴을 향해 수없이 내려치는 장면이라든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두 기사의 결투 또한 아름답게 그려내지 않고 목숨을 걸고 진행하는 만큼 처절하고 묵직하고 차갑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때 <라스트 듀얼>은 진실에 관해 다루고 있는 만큼 철저한 고증을 통해 감독이 진실에 관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뒷받침하고 있는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닌가 하는 재밌는 생각도 듭니다.
그 외에도, <라스트 듀얼>이 지닌 강점 중의 하나로, 배우들의 섬세하고 뛰어난 연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동일한 사건을 반복하여 보여주지만 그 사건의 화자가 모두 다르기에 모든 상황이 동일하게 비칠 수는 없으며, 동일하게 비친다면 결코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습니다. 물론, <라스트 듀얼>의 배우들 모두 그러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아주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르 그리가 마르그리트를 무작정 찾아와 강간하는 씬에서, 2장과 3장의 배우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미묘하게 유사하면서도 명백히 다르게 그려냈습니다. 2장에서 르 그리의 고백은 아름답고 우아하며, 마르그리트는 형식적으로 저항하며 그녀도 즐기는 듯이 묘사되었습니다. 하지만 3장에서 진행되는 대사는 2장과 다를 바가 없지만 상황은 정반대입니다. 르 그리의 고백에서 아름다움은 온데간데없이 뜬금없고 어색함 가득한 고백이었으며, 마르그리트는 진심으로 저항하며 처절하게 절규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눈에 띄게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씬 외에도 1장과 2장이 시작하는, 강을 건너 적을 향해 달려가는 시퀀스가 있습니다. 둘은 동일한 상황을 비추고 있지만 미묘하게 차이를 보이는 아담 드라이버의 표정은 1장과 2장에 큰 차이가 있으리라고 누구나 예측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서 아주 훌륭했습니다. 이처럼 미묘한 차이를 섬세하게 묘사해 낸, 배우들의 명연기를 아낌없이 칭찬하고 싶습니다. 번외로, 조디 코머는 <프리 가이>와 동일한 배우가 맞는지 눈을 의심할 정도로, 이 영화에서 정말 아름답게 등장했습니다.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는 단연코 <라스트 듀얼>의 백미. 그리고 비주얼리스트 리들리 스콧의 아름다운 비주얼 활용 능력, 철저한 고증은 영화의 주제와도 연관되어 있는 건 아닐지?
1장과 2장을 거치면서, 영화가 빌드 업해 나가는 양상은 정말 좋았고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하지만 3장의 도입부가 쌓아올린 빌드 업을 스스로 무너뜨린 느낌입니다. 분명히 진실을 말하고 있음에도 김이 팍 새 버렸고, 흥미 또한 떨어졌습니다. <라스트 듀얼>은 좋은 영화이면서 동시에 아쉬운 영화입니다. 아무리 포장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치명적인 그 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부분들은 모두 좋았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이 영화의 감상을 추천합니다 :)
본인 결정은 본인이 해야죠.
결과도 본인이 책임지는 거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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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으며 다시 만날 그 내일까지, 잘 지내자 우리
너와 나
이 영화의 주인공은 경기도의 어느 동네에 사는 세미와 하은이다. 세미의 마음이 두근댄다. 내일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날이다. 즐길 준비만 하면 된다. 하지만 세미의 수학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둘도 없는 친구 하은이다. 하은이도 가면 안 되나? 수학여행을 가려면 경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하은이의 집은 그렇게 지갑 형편이 충분하지 않다. 수학여행에 가지 않는 하은. 세미는 불안하다. 세미의 수학여행에 하은이가 없다면 재미가 절반으로 급감하게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방법이 없을까?
세미가 꿈에서 깼다. 불안한 마음이 생긴다. 안 그래도 수학여행 안 갈까 불안한데 꿨던 꿈이 생각하기도 싫었기 때문이다. 불안감이 불안감을 낳는다. 사실 오늘 하은이는 자전거에 치여서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만약 심하게 다친 거면 어떡해? 선생님에게 조르고 조른다. "직접 가보면 되잖아!" 가보기로 한다. 하은이게 가는 세미. 심장이 조금씩 두근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세미의 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기엔 너무 어렵다. 하은아. 난 널 사랑해. 너와 나, 행복할 수는 없는 걸까?
간단하고 먹먹하게
글쓴이는 이 <너와 나>를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라고 생각한다. 2023년이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이 생각은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영화가 가진 최고의 미덕을 이야기할 때 사랑을 형상화하는 방식을 가장 먼저 써야 한다. 이 영화에서 오고 가는 마음은 빈 공간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예를 들어 세미의 성격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세미는 불안하다. 왜 불안할까? 영화를 보다 보면 이유가 너무 간단해서 알기 쉽다. 안 그래도 간단한 이유라 몰입하기 쉽다. 하지만 이 몰입하기 쉬운 공감대가 영화의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 영화의 핵심이 된다. 핵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간단명료한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간단명료해서 이야기가 와닿는 것이 아니다. 이 영화에서 갈등을 다루는 방식은 사실상 사랑의 속성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다. 글쓴이가 생각하는 사랑의 속성 중 하나는 존재와 부재의 차이를 돌이켜보면서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존재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사랑했기 때문에 사라지면 아프다. 이 두 차이를 영화가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이 차이를 분명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각본은 환상적이다. 어렵지 않게 사랑이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지켜야 할 선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소재가 있다. 한국의 현대사에 대한 부분인데, 이 소재를 구체적으로 적는다면 아마 스포일러가 될 것이다(그러나 조현철 배우가 2022년 백상예술대상 남우조연상 수상 후 수상소감에 언급한 걸 아는 분들은 걱정하지 마시라. 사소한 스포일러다). 이 영화는 이 소재를 다루면서 주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적절한 선을 지키고 있다. 우선 이 영화가 이 소재를 다루는 건 합리적이다. 이 영화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하면서 사랑의 빈자리를 주로 담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있다 간 빈 공간을 묘사하는 데 있어 이 사건을 분기점으로 찍는다는 것에 효과적이다. 이야기 소재가 서사에 의미가 생겼다. 이 일이 단지 재미있게만 쓰이지는 않은 것이다. 또 이 영화가 대화하는 방식이 있다. 이 영화는 하은이가 세미에게, 또 세미가 하은이에게 하는 말에 관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때 두 사람이 처한 입장을 생각해 본다면 이 영화의 핵심이 우리가 아는 이 사건의 한 부분과 본질적으로 어울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이 영화에 수많은 이미지들이 들어간다. 거울이나, 시선이나, 동물 같은 것들이 영화에서 상징이나 암시로 들어간다. 하지만 이 상징 중에 ‘들어갈 법 한데 없는 티조차 나지 않는’ 이미지가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현철 감독이 이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겠다는, 섬세한 관찰력이 돋보인다.
다른 관점에서 윤리적인 선을 지킨다는 점 역시 훌륭하다. 우리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 이 부분들이 군더더기가 되어 감정발화의 목적으로 쓰이지 않았다는 점이 탁월하다. 영화에서 억지 신파극이 없었다는 의미다. 만약 이 영화가 우리가 아는 신파극처럼 전개된다고 하면 작품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영화 후반부에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있던 일을 하나하나 돌이키다 문득 완벽히 혼자인 나를 발견하고 엉엉 운다고 생각해보자. 어떤 관점에서는 그게 정말 슬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그런 이야기 전개가 폭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이입에서 오는 탄식이 아니라 상처받은 주인공을 보고 불쌍해서 울게 만드는 것이다. 후반부가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면 영화는 이 일을 단지 재미있으라고 사용한 셈이 된다. 영화가 후반부에 감정을 이입시키는 방식은 이 반대다. 사랑의 속성이 무엇인지 생각하면 인물들의 마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껴진다.
빛과 카메라
영화는 전체적으로 꿈을 꾸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 아래에서 이뤄진다. 온갖 뮤직비디오와 브이로그, 드라마와 영화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는 단골손님처럼 자주 사용됐다. 올해 초에 개봉했던 영화 중에서도 이를 찾을 수 있다. <가가린>은 영화가 주인공의 꿈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 연출법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다. 영화의 핵심과 등장인물의 처지가 어울리기 때문에 작품의 잔상이 관객에게 오래 남는 것이다. 이 <너와 나>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야기 내적으로 왜 몽환적인 분위기를 품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후반부에 설명한다. 이 ‘빛을 활용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든 이유’의 질의응답이 영화 내적에서 너무 간단하기 때문에 작품의 화법이 간단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이야기가 꿈처럼 느껴지는 것이 정서적으로, 이야기 상으로도 분명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인물을 담는 방식도 흥미롭다. 영화의 몇 장면을 보면 카메라는 불필요한 모습도 담는 것처럼 보인다. 거울과 관련한 장면이 그렇다. 영화의 두 번째 장면에서 카메라는 거울을 비춘다. 그런데 거울을 비추는 인물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인물을 직접 찍지 않은 것이다. 또 이 영화의 카메라는 단순히 이야기 내에서 인물들끼리 움직이는 모습을 찍는 선에서 끝나지 않는다. 어떤 사람과 대화하는 세미와 하은이의 모습을 보여줄 때 그 누구를 비추지 않고 두 주인공을 비춘다던가, 세미의 시점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다는 점이 그렇다. 이 장면은 왜 인물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가를 설명한다. ‘전지적 카메라 시점’이 되는 셈인데, 이 역시 영화에서 분명한 이유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촬영과 연출의 강점이 돋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하은이와 세미
이 영화의 주인공을 맡은 김시은, 박혜수 배우는 생동감이 넘치는 연기를 보여줬다. 하은이를 맡은 김시은 배우는 <다음 소희>에서의 연기보다 더 좋았다. 김시은 배우 입장에서 <다음 소희>에서의 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소희가 서서히 잠식된다는 연출은 이 실제 배우가 이런 경험이 없다면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너와 나>의 하은 역은 이 전제조건에서 더 나아가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 인물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다. 이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활짝 피고 미끄러지는 연기를 보여준다. <다음 소희>에서 연기도 보이면서 그 작품에서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다 읽고 연기를 했을 텐데, 이 입장에서 보면 김시은 배우가 ‘어떤 마음이셨나요?’ 물어보고 싶어 진다.
다른 주인공인 박혜수 배우 역시 탁월하다. 세미의 연기는 감정적으로 깊었다. 세미의 캐릭터는 하은이에 비해 단순하다. 세미는 사랑에 진심이다. 사랑에 진심이면 당연히 서투르다. 서투르기 때문에 사랑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 드러났다. 이 인물 묘사를 다른 관객 분들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다. 박혜수 배우는 이 이기심일지도 모를 마음을 내내 분출한다. 하지만 밉지 않다. 이 ‘밉지 않다’라는 거리감은 영화의 감정이입과도 이어진다. 영화가 점층법처럼 사랑의 잔상을 서서히 밟아가기 때문에, 느슨해진다면 인물의 감정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감정이입이 되야 보여주는데 용이하기 때문이다. 박혜수 배우는 이 영화에서 인물이 사랑에 빠진 순간이 가진 양면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이를 거리감을 유지하며 보여준다. 이때 더 어떤 마음을 보여주면 관객이 ‘세미가 하은이를 사랑하고 있구나’ 느낀다는 걸 알고 연기하는 것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이나 여타 드라마들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의 섬세한 모습이었다. 아마 박혜수 배우가 이 작품을 계기로 더 좋은 평가를 받을 것 같다.
내 사랑아
사실 영화를 보면서 아쉽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긴 했다. 바로 이 영화의 카메오와 관련된 장면이다. 영화가 고등학생들의 일상을 보여주고, 또 유머를 넣으려고 했다는 것이 이야기에서 잘 느껴지는 편이다. 그래서 조현철 감독이 이 인물을 이렇게 묘사한 것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순간마저 이 인물이 이랬어야만 했을까?라는 데에는 의문이 있다. 관객의 입장에서 흐름이 약간 끊기는 듯했다. 인물이 중언부언하는 것이 이야기의 흐름을 흐리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장면이 두 개 있다. 후반부에 이 영화의 사건이 직접적으로 들어간 장면이 그랬고, 노래방에서의 장면이 그렇다. 두 장면 역시 글쓴이가 너무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 대한 비판을 이 장면들로 근거한다면 납득이 될 것 같다. 이렇게 이 영화는 약점 같은 부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글쓴이가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다. 사랑이 왔다간 자리를 돌아본다는 점에서, 그 사랑의 의미를 우리에게 묻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누구나 이 영화와 같은 일을 겪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문장이다. 하지만 이 당연한 문장 아래에 우리가 무시할 수도 있는 여러 가지의 아름다움이 있다. 너와 나의 관계, 사랑의 의미,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선택해야 하는 것들, 예술이 사회에게 던지는 위로, 우리 반드시 내일 다시 만날 테니 잘 지내자는 약속까지. 그 모든 의미를 영화는 가로지르며 따스한 온기를 건넨다. 아마 글쓴이는 살아가다 이 영화와 관련한 무언가를 만나면 또 생각에 빠질 것이다(<헤어질 결심>처럼). 하지만 두렵지 않다. 이 영화와 꿨던 아름다운 꿈을 지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했고, 여러분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언젠가 우리 꼭 다시 만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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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모네이드의 씁쓸한 맛은 왜 그녀의 몫이 되었나.
여러 시선이 모여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면 우리는 어느 곳을 봐야 할까. 당연하게도 여러 시선이 모인 한 방향을 봐야 한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생각보다 사람들은 남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진실로 인해 발버둥 치듯 현실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레모네이드를 소개하려고 한다. 영화의 끝맛이 쓸지 달지는 보는 관점에 달렸다. 루마니아에서 온 마라는 미국인과 결혼하여 아메리칸드림을 꿈꾸고 있다. 다니엘과 함께하며 안정을 찾고 싶은 마라는 사랑해 마지않는 아들도 만났고 이제 영주권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왠지 모를 두려움에 둘러싸인 마라는 여러 문제가 얽혀 있어서 더욱 불안해진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고향으로 인해 그 상황을 견디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게 미국인이 되기 위한 발걸음을 내딛지만 그를 대가로 하는 현실을 맞닥뜨린다. 나아갈 수도 없고 뒷걸음칠 수도 없는 마라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디즈니랜드는 아니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나아가는 수많은 사람은 마라를 통해 비친다.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책임지고 동시에 잔혹해지며 거짓이 섞인 진실을 타협해야만 했다. 그것이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현실이자 현재였으니까. 이질감과 이분화된 개념들이 소외감을 불러일으켜 버겁게 느껴지지만 그런데도 나아가는 마라의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우직해서 이 사랑 섞인 환상이 환상이지 않기를 바랐던 마음이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특정인에게 일어나는 일이 아닌 만큼 영화가 내어주는 분위기가 굉장히 힘들게 느껴졌다. 상황을 전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상황을 어떻게 표현하는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 영화는 끊임없이 자기 세계로 빨아들이려는 사람들로 인해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깨닫는 방식이 아프게 느껴졌다. 타인의 약점 앞에 선 인간은 한없이 잔혹해지는 것 같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을 헤쳐 나가는 마라가 무사히 살아가길 바라며 이 영화의 달콤씁쓸한 맛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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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보다 별로라고? / 여전히 기발한 연출의 병맛 영화 / 웹툰 암살요원 준 시즌 2 / 권상우
영화직관하는남자 홍큐의 "히트맨 2" 후기입니다.
*쿠키영상은 따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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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풀어봤습니다! (이제 천만 배우!!)
영화 드라마 모두 마사지하듯 시원하게 이야기로 풀어드립니다!
씨네마사지 ?
영화 럭키부터 범죄도시2의 베트남 형사 트란까지!
감초연기 전문가 배우 송요셉님과 함께
범죄도시2 비하인드를 주물러봤습니다~
☑️ License of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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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eople Say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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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Paradis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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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unny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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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Young lov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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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Summer - Julian Avi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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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Need Someone - dy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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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Free - 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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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Palm Trees (feat. Joey Edwin)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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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Back To Summer - Nekz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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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Luvly - Joakim Karud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joakim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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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ay After Day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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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Blue Sky - Ikson
Soundcloud : https://soundcloud.com/ik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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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Bay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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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Nu Island - Day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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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Road Trip - Joakim Karu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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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Relax - Peyru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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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Love Lif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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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Feel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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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plore - LiQWY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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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awn - Vlad Gluschen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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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배드 헤어> 메인 예고편
1989년 LA,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국에서 일하는 애나는 스타 VJ가 되는 것이 꿈이다. 하지만 볼품없는 곱슬 머리 때문에 주변으로부터 무시당하기 일쑤다. 고민하는 그녀에게 특별한 미용실을 추천해 주는 동료, 애나는 그곳에서 찰랑이는 생머리로 다시 태어난다. 이후, 머리카락에 주문이라도 걸린 듯 모든 일이 잘 풀리기 시작하지만 애나는 곧 머리카락이 피를 갈망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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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크레이븐 더 헌터> 메인 예고편
모든 것을 집어삼킬 최악의 포식자 등장🩸 12월, 그의 사냥이 시작된다 [크레이븐 더 헌터] 메인 예고편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