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9-09 22:58:04
괴롭힘은 관심의 표현이 아니다.
영화 <그 날의 우린> 리뷰
제목만 봤을 땐,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여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막상 보니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였다. 확실한 주제와 따뜻한 시선 그리고 단단함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주어진 은연중에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군가 정해주는 결말로 한정 짓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우리를 중심으로 한 단편 영화 '그날의 우린' 리뷰를 시작해보려 한다.

낯선 것의 시작은 우리에게 있어서 큰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준 우리의 모습을 본 건우는 그를 빌미로 이상한 부탁을 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은 황당하면서도 그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더욱이 상대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용하려는 마음은 그저 끔찍스러울 뿐인데도.

괴롭힘은 관심의 표현이 아니며 그저 폭력일 뿐이지만 아직도 은연중에 남아있는 사회의 편견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보편적인 시선은 아직 쉽게 바뀌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극 중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마지막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조금씩은 움직이는 것 같아서 우리를 응원하고 싶었다. 영화 '그날의 우린'은 2022 원주 옥상 영화제에서 볼 수 있으며 퍼플레이 온라인 상영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9월 10일 토요일까지 관람 가능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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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
가을에 만나보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30일 , 서커스 당나귀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당나귀EO 등 10월 첫째 주 개봉예정작 같이 알아보아요
30일
30days
ⓒ 네이버영화
개요: 로맨스, 코미디 | 한국 | 119분
감독: 남대중
출연: 강하늘, 전소민등
개봉: 2023.10.03.
배급: (주) 마인드마크
시놉시스
“완벽한 저에게 신은 저 여자를 던지셨죠” 지성과 외모 그리고 찌질함까지 타고난, '정열'. “모기 같은 존재죠. 존재의 이유를 모르겠는?” 능력과 커리어 그리고 똘기까지 타고난, '나라'. 영화처럼 만나 영화같은 사랑을 했지만 서로의 찌질함과 똘기를 견디다 못해 마침내 완벽한 남남이 되기로 한다. 그러나! 완벽한 이별을 딱 D-30 앞둔 이들에게 찾아온 것은... 동반기억상실?
CINE PICK!
<스물>이후 두 번째로 호흡하는 강하늘, 전소민이 부부로 다시 만났습니다! 두 배우 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연들이 등장한다고 하는데요 특히 이번 영화로 스크린 데뷔를 이룬 송해나, 엄지윤이 눈길을 끕니다
당나귀 EO
EO
ⓒ 네이버영화
개요: 드라마 | 폴란드 | 88분
감독: 백승기
출연: 산드라 지말스카, 이자벨 위페르 등
개봉: 2023.10.03.
배급: 찬란
시놉시스
가련한 눈망울의 회색 당나귀 EO는 세상의 전부였던 서커스단으로부터 구조된 뒤 폴란드와 이탈리아를 가로지르는 긴 여정에 오른다. 평화로운 농장, 훌리건으로 가득한 축구장 공포의 소시지 공장, 쇠락 직전의 저택... 다양한 공간을 오가며 겪은 인간 세계는 다정하면서도 잔혹하다.
CINE PICK!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 및 각본의 2022년작 폴란드 영화로 제 75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입니다. <당나귀 발자타르>에서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로 한 폴란드 서커스단에서 태어난 당나귀의 일생을 따라가는 영화입니다. 당나귀의 시선으로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직시하는 도전적 시도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독의 개성이 어우러진 작품입니다
크리에이터
The Creator
ⓒ 네이버영화
개요: SF | 미국 | 133분
감독: 가렛 에드워즈
출연: 존 데이비드 워싱턴, 젬마 찬, 와타나베 켄, 매들린 유나보일스 등
개봉: 2023.10.03.
배급: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시놉시스
“이것은 인류의 존망이 걸린 싸움입니다” 인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AI가 LA에 핵폭탄을 터뜨린 후, 인류와 AI 간의 피할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된다. 인류를 위협할 강력한 무기와 이를 창조한 ‘창조자’를 찾아 나서고, 그 무기가 아이 모습의 AI 로봇 '알피'란 사실을 알게 되는데…
CINE PICK!
<고질라>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연출, 각본, 제작을 맡은 오리지널 SF 영화로 감독은 인터뷰에서 “리얼리즘과 퓨처리즘을 동시에 담으려 노력했다.”라고 전했습니다. 여행 중 승려들이 사찰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로봇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팟 제너레이션
The Pod Generation
ⓒ 네이버영화
개요: SF, 멜로/로맨스, 코미디 | 영국 | 109분
감독: 소피바르트
출연: 에밀리아 클라크, 치웨텔 에지오포
개봉: 2023.10.03.
배급: (주)왓챠
시놉시스
임신/출산 2.0 이제는 팟이 대신 낳아드립니다. 기술이 자연을 능가하게 된 머지않은 미래. 거대 테크회사 임원 레이철은 승진하면서 모두가 탐내는 최첨단 자궁센터의 예약 기회를 얻는다. 알을 닮은 인공 자궁 팟, 모니터링 앱, AI 상담사까지, 상상할 수 없던 ‘팟 제너레이션’ 부모 되기 여정이 지금 펼쳐진다!
CINE PICK!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으로 이미 국내 관객을 만난 이 작품은 기술이 발달한 근 미래를 배경으로 인공 자궁인 ‘팟’을 통해 임신과 출산을 해보기로 한 신혼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제39회 선덴스영화제에서 알프레드 P. 슬로안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렇게 극장 개봉 영화, 총 네 편의 영화를 소개해 드렸는데 어떠셨나요?
그럼 남은 한 주도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씨네랩 에디터 Amy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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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체적 가스라이팅 사회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음.
아내가 계속 이혼을 요구하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아내 하퍼를 ‘사랑’한다. 그래서 하퍼가 이혼을 언급하자 물건을 때려 부수고, 핸드폰을 빼앗아 하퍼가 친구와 나눈 문자를 검열하고, 저항하는 하퍼의 얼굴에 주먹질을 한다. 그럼에도 이 ‘사랑’이 끝내 종결될 위기에 처하자 그는 아내와의 약속을 실천한다. 아파트를 둘러싼 창 형태의 펜스 위로 뛰어내려 처참한 몰골로 죽은 남자는 그의 소원대로 아내에게 트라우마‧죄책감의 형태로 끈적하게 달라붙는다.
영화 〈멘〉은 끔찍한 일을 겪은 하퍼가 시골의 저택으로 휴양을 떠나는 데서 시작된다. 한적한 데 위치해 근사하면서도 아늑한 느낌을 주는 저택은 몸과 마음이 지친 하퍼에게 최적의 장소인 듯 보인다. 집을 빌려준 남자도 다소 괴짜 같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친절하게 집 구석구석과 마을에 관한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첫 산책에서부터 이상한 일이 생긴다. 발가벗은 남자가 먼 곳에서 가만히 하퍼를 쳐다보고 있었던 것. 하퍼는 께름칙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친구와 통화하며 이 이야기를 들려주다 깜짝 놀라고 만다. 발가벗은 남자가 집까지 찾아와 하퍼를 쳐다보고 심지어 집 안에까지 들어오려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하퍼가 신속하게 대응한 덕에 경찰이 빠르게 출동하고 남자는 스토킹 혐의로 연행된다.
이상한 일은 반복된다. 이번에는 마을의 교회가 무대다. 숨바꼭질 놀이를 하자는 소년의 제안을 거절하자, 그가 다짜고짜 하퍼에게 욕설을 날린다. 뒤이어 등장한 목사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달래주는 듯 접근해 하퍼가 마음을 열고 자기 사연을 들려주지만, 목사는 이내 남편이 하퍼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사과할 기회를 주었느냐고 하퍼를 추궁한다. 남편의 행동이 ‘옳은 일’은 아니지만 ‘사형’을 당할 만한 일도 아니지 않냐며 남편의 죽음이 그를 너무 거세게 몰아붙인 하퍼 탓이라는 투로 말하는 것이다. 잔뜩 화가 난 하퍼는 마을의 술집에서도 비슷한 상황을 마주한다. 자신을 스토킹했던 발가벗은 남자가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이유로 풀려났다는 소식을 들었고, 사건을 담당한 경찰도 뭐 그리 심각하게 구냐는 듯 하퍼를 대했기 때문이다. 첫 만남 때부터 성희롱성 농담을 지속하는 집주인도 점점 하퍼의 신경을 긁는다.
인터넷, 전화가 잘 터지지 않는 시골이라는 조건은 하퍼를 추궁하며 몰아붙이는 남자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이다. 그들은 자신의 환경적, 육체적 우위를 바탕으로 계속 하퍼를 옥죄여 온다. 밤이 깊어가고, 불안과 분노에 휩싸인 하퍼는 마을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없는 괴물과 같은 모습으로 변해 하퍼를 직접적‧폭력적으로 단죄하려 든다.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남자가 죽은 하퍼 남편의 분신인 양 하퍼를 해치려 하는 것이다. 하퍼는 겁에 질려 도망 다니는 와중에도 정신을 잃지 않고 칼을 들고 자신을 해하려는 하나인 동시에 여럿인 남자들에 저항한다. 삽입 ‘당하는’ 대신 칼로 그들의 몸에 ‘삽입’하여 부상을 입히는 등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그로테스크한 형상으로 변하여 끊임없이 서로를 ‘출산’하는(즉 여성혐오를 재생산하는) 남자들에게서 하퍼는 극한의 공포를 느끼지만 결코 그에 굴복하지 않는다. 중간에 환각에 빠져 남자들의 목소리‧욕망에 무릎 꿇을 뻔한 위기를 맞기도 하는데 끝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싸움을 이어간다.
하퍼가 겪은 모든 일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겪는 실존적 경험과 관련이 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집착과 폭력을 휘두르면서도 여성에게 피해자 코스프레 하지 말라고 소리치는 남자(남편), 능글맞은 표정으로 웃으며 성희롱 ‘농담’을 일삼는 남자(집주인), 남자의 폭력이 ‘여자 탓’은 아니었는지 의심하는 남자(목사), 자기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여자에게 다짜고짜 욕하는 남자(교회 소년), 발가벗은 몸으로 여자를 공포에 떨게 하는 남자(스토킹 범), 그리고 이 모든 걸 대수롭지 않은 일 취급하는 남자(경찰) 등등. 하퍼를 몰아붙이는 이 사람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다. 이들은 개별 남성으로 존재하지만 여럿이 모였을 경우 문화규범, 사회제도가 되기도 한다. 전방위로 하퍼를 둘러싼 이(것)들은 하퍼에게 총체적 가스라이팅을 시도한다. 하퍼가 살아남는 방법은 단 하나. 칼을 들고 절대 자기 상식을 포기하지 않는 것뿐이다.
성경‧신화적 모티프를 과잉 차용하여 다소 작위적으로 느껴진다는 점, 여성 주인공의 감정을 리얼하기보다는 상황적으로 연출해냈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굳건하게 버티고 선 하퍼의 용기와 그가 맞서는 세계의 모습을 SF, 공포 장르로 절묘하게 그려낸 영화의 긴장감은 전반적으로 빼어나다. 〈멘〉은 남자들(Men)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개별 여성의 공포란 무엇인가를 고민케 하는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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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챌린저스 | 테니스 코트 위에서 피어난 삼각 로맨스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주니어 시절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대학 시절 부상 때문에 일찍 은퇴한 비운의 테니스 천재 ‘타시’(젠데이아). 그녀는 테니스 선수인 남편 '아트'(마이크 파이스트)의 코치를 맡아 테니스와의 인연을 이어간다. 그러던 중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눈앞에 둔 아트가 좀처럼 연패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자 타시는 남편을 챌린저급 대회에 참가시킨다.
그러나 타시는 자기 선택을 이내 후회한다. 아트의 어릴 적 절친이자, 자기 전 남자 친구인 ‘패트릭’(조쉬 오코너)의 대회 참가를 깨달았기 때문. 패트릭과의 만남을 가능한 피하려 한 타시. 그러나 테니스에 대한 열망이 사라진 아트와 달리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하는 패트릭을 보면서 그녀의 마음은 조금씩 흔들리고, 아트와 패트릭은 코트 안팎에서 타시를 사이에 둔 랠리를 시작한다.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테니스 영화
팬데믹을 거치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스포츠, 테니스. 과연 테니스의 매력은 무엇일까? 김기범 KBS 테니스 전문 기자에 따르면 테니스의 본질은 심리전이다. 정신적 무장이 흔들리는 순간 승부는 뒤엉킨다. 네트 앞 선수를 상대로 쉼 없이 뛰면서도 다음 수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위대한 챔피언들은 무섭도록 냉철한 평정심을 유지하는 심리전의 마스터들"인 이유이기도 하다.
달리 말해 테니스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유달리 코트 위 두 사람의 관계가 눈에 띄는 스포츠다. 단순히 공을 치는 게 아니라 상대와의 관계에서 어떻게 우위에 서느냐가 핵심인 것. 여기에 테니스만의 독특한 규칙을 더하면 테니스에는 새로운 의미가 깃들기도 한다. 테니스에서 0점이 '러브(Love)'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테니스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누가 사랑의 우위를 점할지 결정하는 승부이기 때문.
이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테니스 영화를 만들겠다고 결심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그의 작품은 대체로 인물 간의 관계, 특히 사랑의 감정과 에너지로 스크린으로 가득 채우는 데 집중하한다. 그의 신작 <챌린저스>도 마찬가지다. 스포츠 영화의 탈을 썼지만, 본질은 로맨스다. 테니스 랠리의 묘미를 120% 이끌어내되, 관객을 승패가 아닌 사랑과 우정, 욕망의 랠리 속에 빠뜨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단순한 구조로 극대화한 캐릭터의 힘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한 가지 특징은 '금기'다. 그는 사회적으로 널리 용인되지 않는 소재를 자주 다룬다. 동성애, 성인과 미성년의 사랑, 식인 등. 그래서 그의 작품은 소재를 관객에게 어떻게 납득시키느냐가 늘 관건이다. 관객이 구아다니노의 관점을 수용하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처럼 대중적인 작품이 탄생한다. 반면에 관객과 구아다니노가 어긋나면 <본즈 앤 올>처럼 외면받는 작품도 나올 수 있다.
이때 구아다니노는 영화를 극 예술 이전에 영상 예술로 대하는 듯하다. 정교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객을 이해시키지는 않는다. 어차피 금기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논리적인 접근은 역효과가 날 가능성이 크니까. 대신 그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에너지를 극대화해 관객으로 하여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영화에 빠져들도록 유도한다.
<챌린저스>도 마찬가지다. 한 여자를 사랑하는 두 절친. 두 절친을 가지고 노는 한 여성. 자칫 막장 드라마로 빠지기 쉬운 삼각관계다. 구구절절 설명해도 공감하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구아다니노는 <챌린저스>의 구조에는 크게 힘을 주지 않는다. 마지막 시합을 가장 먼저 보여준 후에, 플래시 백을 다수 삽입해 과거와 현재의 연관성을 부각하는 익숙한 구성을 취한다.
대신 <챌린저스>는 캐릭터를 빚어내는 데 심혈을 기울인다. 명확히 구분되는 세 캐릭터의 특징을 강조하고, 그들의 차이점이 빚어내는 갈등을 원동력 삼아 이야기를 끝까지 밀어붙인다. 특히 그 갈등은 주로 테니스 코트 위에서, 다양한 랠리의 형태로 드러난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과 사랑의 대상을 의인화한 뒤 코트 위에 맞부딪히는 식인 셈이다. 극 중 "테니스는 관계"라는 타시의 대사가 의미심장한 이유다.
코트 위에서 피어나는 삼각형
우선 <챌린저스>는 두 절친을 대조한다. 아트는 계산적이다. 단 1%라도 열세라고 판단하면 섣불리 나서지 않는다. 첫눈에 타시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녀가 자기에게 넘어올 완벽한 기회가 올 때까지는 친구로 남는다. 코트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하면 굳이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가 찾아왔다고 판단하자 미련 없이 테니스 코트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반면에 패트릭은 본능적이다. 고로 직선적이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생기면 앞뒤 따지지 않고 달려 나간다. 코트 위에서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천재인 그는 마음 가는 대로 라켓을 휘두른다. 코트 위에서의 규칙과 매너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두 친구가 한 여자를 두고서, 또 네트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맞부딪히는 건 놀랍지 않다. 추로스를 먹는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타시는 이들과 또 다르다. 오직 테니스만 사랑하는 타시는 함께 테니스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그래서 아트를 꺾고 US 오픈 주니어 대회에서 우승한 패트릭을 선택하거나, 메이저 대회 우승을 위해 그녀를 코치로 영입하겠다는 아트와 사랑에 빠진다. 이는 높은 랭킹에도 불구하고 열정을 잃은 아트와 순위는 낮지만 여전히 테니스를 사랑하는 패트릭 사이에서 계속 갈등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 영화 클리셰를 포기한 이유
따라서 <챌린저스>는 로맨스일 수밖에 없는 스포츠 영화다. 테니스와의 사랑과 타시와의 사랑을 나눌 수 없으므로. 두 절친의 우정도 마찬가지다. 아트와 패트릭은 테니스가 이어준 절친이다. 타시가 눈앞에 나타난 후로 관계가 끊어진 그들. 하지만 다시 한번 타시를 사이에 두고 경기를 펼치면서 그들은 코트 위에서 함께 한 추억을 비로소 되찾는다. 이는 둘의 치열한 랠리에 타시가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보면 누가 승리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트와 패트릭의 마지막 시합이 셋의 관계를 파멸로 이끌지 않기 때문. 오히려 셋 모두의 인생에서 사랑, 우정, 테니스를 향한 욕망이 완성되는 순간에 가깝다. 달리 말해 머리로는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셋의 사랑과 우정, 곧 '폴리아모리(Polyamory)'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인 셈이다.
이 관계성에 집중하기 위해 <챌린저스>는 스포츠 영화의 몇몇 클리셰를 포기한다. 중계진의 부재가 대표적이다. 보통 스포츠물에서는 중계진이 선수나 감독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며 극적인 상황을 조성한다. 하지만 <챌린저스>는 해설자를 없앴다. 대신 그 빈자리를 관객에게 양보한다. 세 주인공의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이 자기만의 관점에서 경기를 읽어 내도록 유도한다. 그 덕분에 세 주인공의 갈등은 더 첨예하게 느껴진다.
또 스포츠물에서 뺄 수 없는 라이벌 관계도 암시에 그친다. 천재 패트릭과 노력파 아트는 주니어 때부터 라이벌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재회한 순간, 영화는 라이벌리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아트가 패트릭의 낮은 랭킹을 지적할 뿐이다. 그들의 게임은 사실 타시가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느냐가 핵심이니까. 다만 그 대가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꾸밀 기회는 놓쳤다. 패트릭이 타시를 코치로 원하는 이유 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기 때문.
눈과 귀로 받아들이는 이야기
더 나아가 영화는 세 주인공의 관계를 감각적으로 보여주려 애쓴다. 일례로 그들의 관계가 코트 위에서 가장 단적으로 드러나기 때문에 가능한 역동적인 테니스 경기를 보여주려 한다. 선수 같은 느낌을 내려다가 실패할 지점은 아예 보여주지 않는다. 대신 공에 카메라를 붙인 구도로 랠리를 보여주거나, 감정이 실린 공을 3D 영화처럼 카메라를 향해 돌진시킨다. 그 결과 랠리 장면은 주인공들의 섹스 장면 못지않게 긴장감 넘친다.
'나인 인치 네일스'로 활동 중인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담당한 영화 음악도 인상적이다. <소설 네트워크>, <소울> 등의 영화 작업에 참여했던 그들은 앰비언트 스타일 음악으로 필요한 순간마다 긴장감을 고조한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에서 페이스북의 두 창립자 간의 갈등과 배신을 음악에 담아냈듯이, 이번에도 사랑의 작대기가 엇갈리는 순간마다 그 균열감을 탁월하게 부각했다.
젠데이아의 인생 연기
마지막으로 배우의 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더 크라운>에서 찰스 왕세자를 연기한 조쉬 오코너, 토니 상과 에미 상을 모두 석권한 마이크 파이스트의 연기도 훌륭했다. 하지만 특히 젠데이아가 인상적이다. 그녀는 HBO 드라마 <유포리아>나 넷플릭스 <맬컴과 마리>에서 주연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이미 보여줬다. 반면에 조연으로 참여한 <스파이더맨>, <듄> 같은 블록버스터에서는 미묘하게 어색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직접 제작자로 참여한 <챌린저스>에서는 다르다. 유독 빛난다. 구아다니노 감독과 협업이 신의 한 수로 보인다. 상술했듯이, 그의 영화에서는 사랑의 주도권을 쥔 캐릭터가 빛나야만 관객을 설득할 수 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티모시 샬라메가 일약 스타덤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젠데이아도 마찬가지다. 타시는 테니스라는 목적을 위해 두 남자를 부추기는 인물, 곧 킹메이커다. 테니스 코트 위에서 게임은 두 남주가 하지만, 정작 주인공은 타시다. 이처럼 본인이 중심에 서고, 상황을 통제하고, 가장 빛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자 젠데이아는 스크린을 자기 리듬대로 거침없이 휘어잡아 버렸다.
결정적인 전략 실패
다만 개봉일은 몇 안 되는 아쉬움이다. 과거에는 외화의 개봉 전략 중 2등 전략이 유효했다. 전체 개봉 영화 중 2등, 혹은 외화 중 2등 포지션을 차지한 뒤 낙수 효과를 살려 관객 수를 야금야금 늘리는 방식이다. <아바타>, <전우치>와 같이 개봉했는데도 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셜록 홈즈>가 대표적이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 한국 극장가에서 2등 전략이 유효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제 낙수효과는 사라졌기 때문. <서울의 봄> 이후 개봉한 <노량>은 흥행에 실패했다. 설 연휴 이후 개봉한 <파묘>는 7주간 1위를 차지하며 천만 영화가 됐다. 관객이 재미와 만족감이 담보된 대형 영화에 집중되는 경향은 나날이 강해졌다.
그렇기에 굳이 <범죄도시4>와 같은 날에 개봉해 초반 관객을 늘리기도 어렵고, 입소문을 퍼뜨리기에도 불리한 환경을 자초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감독의 명성으로 보나, 배우의 연기력으로 보나, 전체적인 완성도로 보나 <범죄도시4>의 흥행 광풍에 밀려 사라지기에는 아까운 작품이기에 아쉬움이 더 크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공이 아닌 사랑, 우정, 욕망을 치고 달리는 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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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 3주 최신개봉영화
10월 3주차에는 어떤 영화가 개봉을 하는지 한번 볼까요?
10월 3주 개봉영화 5편!
듄 Dune , 2021
인류의 먼 미래를 우주 대서사
영화 "듄"은 생명 유지 자원인 스파이스를 두고 아라키스 모래 행성 ‘듄’에서 악의 세력과 전쟁을 앞둔,
전 우주의 왕좌에 오를 운명으로 태어난 전설의 메시아 폴의 위대한 여정을 그린 작품입니다.
SF 역사상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프랭크 허버트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데요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천재 감독’ 드니 빌뇌브가 메가폰을 잡았습니다.
끝없는 지평선과 광활한 사막, 그 모래 위로 반짝이는 스파이스,
거칠고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막 행성 아라키스, 거대한 모래벌레와 스파이스 수확기,
벌새나 잠자리를 떠올리게 하는 우주선 등 압도적 스케일을 자랑합니다.
이번 영화는 2부작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 1부에 해당하는데요
오락적 요소에 집중하려다가 자칫 원작의 깊이가 희석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있기 때문에
빌뇌브 감독은 과감하게 1·2부로 나눴다고 합니다.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을 생각나게 하는 경이롭고 장엄한 우주 대서사!
첫번째 추천영화 "듄" 입니다.
예고편 보러가기▼
라스트듀얼: 최후의 결투 The Last Duel , 2021
세기의 거장 리들리 스콧이 다시 돌아왔다!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는 결투의 승패로 승자가 정의 되는 야만의 시대,
권력과 명예를 위해 서로를 겨눈 두 남자와 단 하나의 진실을 위해 목숨을 건 한 여인의 충격적 실화를 다룬 작품입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글래디에이터', '마션' 등 다수의 명작을 탄생시킨 거장인데요.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연출적 장점이 극대화된 신작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에서는
진실의 힘, 정의, 고발 등 현시대에도 공감 가능한 메시지를 전하며,
세대 불문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하는 또 한 편의 마스터피스의 탄생을 예고합니다.
또한 맷 데이먼, 아담 드라이버, 조디 코머, 벤 애플렉까지 할리우드 대표 배우들이 등장해 개대를 모으고 있죠
14세기 프랑스를 충격에 빠뜨린 마지막 결투 재판!
두번째 추천영화 "라스트 듀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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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 Dongbaek , 2021
70년을 오가는 한 남자의 뼈아픈 기억
73년 전 전남 여수와 순천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을 다룬 여순사건,
1948년 10월 19일 여수시 신월동에 주둔한 제14연대 일부 군인이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일으킨 사건으로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었죠.
한국 현대사의 비극으로 기록된 여순사건을 주제로 만든 영화 "동백"이
19일 여수와 순천지역 영화관을 시작으로 21일 전국에 개봉을 합니다.
영화 "동백"은 여순사건 당시 아버지를 잃은 노인 황순철과 가해자의 딸 장연실의 세대를 이어온 악연을 풀기 위한
갈등과 복수 그리고 화해와 용서를 담은 영화인데요
신준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박근형이 황순철 역을 열연했으며
신복숙이 장연실로 분해 호흡을 맞췄습니다.
최근 특별법 통과로 재조명되고 있는 아픔을 담은 영화
세번째 추천영화 "동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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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A Leave , 2020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독불장군상, 독립스타상 3관
영화 "휴가"는 이란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으로 지난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부문에서 첫 공개된 이래,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경쟁 부문 대상, 독불장군상, 독립스타상 3관왕에 등극하는 등
국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찬 받고 주목받은, 명실상부 2021년 올해의 독립영화입니다.
"휴가"의 주인공 ‘재복’은 해고당했지만, 길 위에서 1882일째 천막 농성을 하며 진짜 하고 싶은 밥 버는 일 대신
행인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고, 다른 농성장과 연대하고, 농성장의 안살림을 책임지는 살림꾼인데요
응답 없는 길 위에서의 삶에 지칠대로 지친 해고노동자가 농성을 잠시 멈추고 집으로 짧은 휴가를 떠나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입니다.
이란희 감독은 그들이 천막을 떠났다가 결국 다시 돌아오는 까닭과
왜 그렇게 오랫동안 투쟁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휴가"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노동의 가치와 공동체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어느 해고노동자의 단단하지만 따뜻한 손길
네번째 추천영화 "휴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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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나이 선녀님 Burning Flower , 2021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 신드롬 재현하는 그 영화!
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강원도 산골 68살 임선녀 할머니가 누구의 도움 없이 바쁜 일상을 채워나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홀로 소를 키우고, 틈만 나면 못 깨우친 한글 공부를 하며, 짬을 내 새 집을 직접 짓는 임 할머니의 기록을 담았는데요.
드디어 꿈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한 선녀님에게 누군가는 그럴 돈이 어디 있냐고 묻고, 누군가는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이야기합니다.
또 누군가는 너무 늦었다고 , 누군가는 이젠 쉬엄쉬엄 살고 싶지 않냐고 묻습니다.
선녀님은 타인의 목소리보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의 소리에 더 귀를 기울였고,
결국 자신이 살 집을 직접 짓기 시작하죠
한번 마음 먹으면 망설임 없이 실행에 옮겨버리는 선녀님의 일상은
하루하루를 무기력하게 흘려보내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
그리고 매너리즘에 빠지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특별한 질문을 던집니다.
때묻지 않은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풍경까에 바쁜 일상 속 힐링을 선사하는
2021년 감동과 웃음을 전하는 웰메이드 다큐멘터리!
다섯번째 추천영화 "한창나이 선녀님"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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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 - 근래 나왔던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 가장 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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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
1981년, 코네티컷 주 브룩필드에서 살고 있는 어니 존슨은 악마에게 빙의되어 끔찍한 살인사건을 저지르고 만다. 미국 법정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지만 사실 이 일은 악마의 짓이라는 판단을 내린 워렌 부부는 살인사건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게 악마의 짓이라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이 악마를 끌어들인 또 다른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워렌 부부는 이 사건을 저지른 자가 누군인지를 알아내려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컨저링 유니버스'의 8번째 작품이다. 일단 꽤 재미있게 봤다. 근래 나왔던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 가장 괜찮았고, 이제서야 괜찮은 공포 영화를 꺼내놓은 것 같아서 참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역대급 오프닝
우선 오프닝은 끝내준다. 역대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매력적이고 놀라운 장면이었는데, 왜냐하면 [엑소시스트]의 오마주부터 시작해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의외의 과격함까지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내가 '컨저링' 영화들을 너무 순한 시리즈라고만 생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어린아이인 데이비드 글라쳇 얼굴에 피가 뿌려지는 장면에서는 꽤 흠칫했고 신부가 집을 올려다보는 장면의 구도나 데이비드가 몸을 기괴하게 비트는 신은 빼도 박도 못한 [엑소시스트]의 오마주라서 정말 반갑고 소름 돋는 시퀀스였다. 물론 이 오프닝이 끝나자마자 영화의 질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긴 하지만 이 도입부만큼은 정말 마음에 쏙 들었다. 거기다 감독인 마이클 차베즈의 연출 또한 꽤 괜찮아서 의외였는데, 알 사람은 다 알다시피 마이클 차베즈는 [요로나의 저주]라는 안일한 졸작을 만든 적이 있는 감독이다 보니 그의 이러한 발전이 의외이기도 하면서 조금씩 성장해나가고 있는 것 같아서 괜히 보기 좋았다.
영리한 점프 스케어
그런데 사실 이 영화에서 공포를 전달하는 방식은 [요로나의 저주]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그저 분위기를 조성해놓다가 빵하고 터트리는 방식, 그러니까 점프 스케어로 가득한데 작지만 큰 차이가 있다면 이 영화에서는 그 점프 스케어를 굉장히 영리하게 잘 사용했다. 비록 패턴 자체는 똑같지만 분위기를 조성해놓는 타이밍에서 긴장되는 음악을 까는 것이 아니라, 뮤트 효과를 넣어서 침묵시킨 뒤 터트릴 때 효과음을 몰빵해 놔서 타이밍을 눈치챈 사람도 놀랄 수밖에 없게 만든다. 거기다 물에 불려진 시체가 로레인을 공격하려는 장면은 점프 스케어가 아닌 분위기로 조이기 때문에 기존 '컨저링'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공포를 느낄 수 있고, 분위기 자체가 워낙 어두워졌다 보니 워렌 부부가 악마와 관련된 사건의 실마리를 밝혀내는 과정이 판타지스럽다기 보단 굉장히 진지해서 몰입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리고 줄거리에서부터 알 수 있다시피 워렌 부부가 이야기의 중심이 된 덕분에 이 두 캐릭터의 서사의 폭이 더 넓어졌고, 피해자 가족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1,2편과는 다르게 역대 '컨저링' 영화들 중에서 워렌 부부의 분량이 가장 많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컨저링의 그 느낌 그대로!
그리고 '컨저링' 시리즈 특유의 정서들도 잘 옮겨왔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컨저링' 시리즈라 하면 공포도 공포지만 기본적으로 가족애나 사랑을 중심으로 내세우는 시리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보기 매우 좋은 공포 영화 시리즈라고 할 수 있는데,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시리즈의 정서인 사랑과 가족애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면서 이 영화가 '컨저링' 영화임을 제대로 증명한다. 특히 후반부에 에드가 악마 숭배자에게 정신이 세뇌되어 로레인을 공격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 에드가 자신의 정신을 되찾게 되는 원인이 사랑이고, 신규 캐릭터인 어니와 데비의 사랑까지 넣어서 이러한 정서를 극대화시킨 덕분에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이 시리즈를 잘 이해한 것 같아서 참 다행일 따름이다. 물론 전작인 [요로나의 저주]에서도 가족애가 중심으로 나오긴 하지만 캐릭터 묘사의 실패로 와닿기는 커녕 오히려 오글거렸는데, 이번에는 나름 잘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이러한 요소를 혹평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컨저링' 시리즈를 안 본 건가?... 아니면 그냥 질린 건가.. 참 의문이다.
개연성은 절망적
그러나 단점 역시 많은 작품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컨저링 3: 악마가 시켰다]는 개연성 측면에서는 절망적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에서 머리에 ?를 띄우면서 봐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작중 어니의 여자친구로 나오는 데비가 왜 사람을 죽인 어니를 계속해서 믿고 사랑하는지에 대한 묘사가 불충분하다. 분명 남다른 애정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무려 사람을 자신이 보는 눈앞에서 살해한 남자친구를 왜 계속 사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이건 캐릭터 묘사의 실패라고 볼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메인 악역이라고 볼 수 있는 악마 숭배자는 아버지가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왜 악마를 섬기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물론 작중에서 어머니가 죽었다는 대사가 나오긴 해서 모친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건 단순 추측에 불구하고, 워렌 부부에게도 그랬던 것처럼 이 악역도 훨씬 더 깊이 있고 설득력 있게 다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 외에 아쉬운 점
그리고 데이비드의 몸에 붙어있던 악마를 자신에게 빙의시킨 어니가 어찌 된 일인지 본인이 악마에 빙의되었다는 사실은 까먹는다는 것도 의문이 간다. 물론 악마가 어니의 기억을 컨트롤하고 있다면 개연성에서 크게 어긋나는 대목은 아니지만, 악마가 기억을 컨트롤하고 있다는 묘사도 없고 분명 초반부에는 자신이 악마에 빙의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데도 워렌 부부나 타 신부에게 도움을 청할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 거기다 초반부에 너무 많이 들어간 페이드아웃도 문제다. 분위기 좀 내려는 건 알겠는데, 페이드아웃이 하도 많이 들어갔다 보니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도리어 영화 자체에 몰입을 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악마 디자인이 진부해터진 것도 아쉬웠고, 영화 끝날 때까지 전신을 다 보여주지 않다 보니 영화를 보고 나서도 악마의 디자인이 머릿속에 별로 안 남는다. 한 번쯤은 제대로 보여줄만 한데..
결론
비록 아쉬운 점이 넘쳐나긴 했지만 그럭저럭 볼만했던 공포 영화. 근래 나왔던 '컨저링 유니버스' 영화들 중에서 가장 나았고, 가볍게 즐기기엔 무리가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엑소시스트] 뿐만 아니라 [샤이닝] 오마주도 들어가 있다. [샤이닝]을 단 한 번만 봤어도 알아차리기 쉬울 정도로 대놓고 나오니 해당 영화의 팬이라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평점: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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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독한 트라우마도 나아지게 되는 날이 온다.
시놉시스
타쿠미 아사는 중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친척인 코다이 마키오가 후견인이 돼주고 타쿠미 아사와 같이 살게 된다. 비참한 심정을 앓게 된 타쿠미 아사에게 중학교 졸업식이 다가오고 자신의 단짝 친구가 그 비밀을 말하게 된다.
결국 중학교 졸업식을 마치지 못하고 달려 나온 타쿠미 아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부모님이 있었던 과거만 바라볼 뿐... 그런데 타쿠미 아사를 곁에서 위로해 주는 코다이 마키오의 뜻밖의 행동에 따뜻함을 느끼는데? 과연 타쿠미 아사와 코다이 마키오는 서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타쿠미 아사는 외로움과 초조함을 달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친척인 코다이 마키오에게 어른이 되는 법이 무엇일까 물어보기도 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말한다. 그리고 자신의 단짝 친구가 동성애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밴드부 동아리에서 자신이 튀어 보이지 않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그러나 자신은 많이 사랑받지 못한 존재라고 생각이 들은 타쿠미 아사는 코다이 마키오처럼 언제나 사랑받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그렇지만 코다이 마키오도 자신의 언니인 타쿠미 아사의 엄마를 싫어했고 어린 시절에 있었던 일들이 치부가 되어 기억에 깊이 박혀버렸다.
사실 코다이 마키오는 베스트셀러 소설가였으며 정작 자신은 고양이도 키우지 못하는 형편이었지만 자신의 친척이자 언니의 딸인 타쿠미 아사를 후견인으로 받아들이면서 많은 변화를 얻는다. 예전의 코다이 마키오의 삶은 정돈이 안된 지저분한 방의 책상에서 소설을 적는 낯가림이 심한 성격이었다. 자신이 그렇게 된 게 타쿠미 아사의 엄마이자 자신의 언니 때문인데 코다이 마키오가 어렸을 적에 모욕을 많이 받았고 중학생 때 쓴 각본 20장을 버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비하하는 말도 서슴지 않게 들었고 그럼으로 인해 크면서 악착같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 원동력이 지금의 소설가를 만들어준 게 아니었을까 싶다.
타쿠미 아사와 코다이 마키오의 관계는 초반에는 서먹했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좋아진다. 타쿠미 아사가 코다이 마키오의 동창 친구를 만나면서 요리 레시피도 배우고 어른이 되는 법도 차차 알게 된다. 또한 코다이 마키오의 전 남자친구에게도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차차 어른이 되어가는 타쿠미 아사의 모습을 보면서 아직도 어른 아이처럼 행동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부모님을 교통사고로 이른 나이에 잃은 타쿠미 아사는 트라우마를 이겨내려 친구 간의 관계도 더 생각했고 주위 사람들의 눈치도 덜 보려고 노력한다. 상처가 깊은 과거의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을 했던 타쿠미 아사의 태도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이 영화의 메세지는?
트라우마는 언제나 따라다니고 무섭다. 그걸 이겨내는 행동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큰 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과거에서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언제나 비가 내릴 수만도 없고 언제나 해가 뜰 수많은 없다. 인생이란 어떤 일들이 벌어질 수 없는 미지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도 이 영화를 보면서 과거의 상처를 긍정적으로 극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도 얻었다.
그래서 이 영화를 한줄평으로 남기자면?
트라우마의 싸움은 나 자신이다.
※ 씨네랩의 크리에이터로써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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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서복> 1차 예고편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
그와의 특별한 동행이 시작된다!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요원 ‘기헌’은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을 받는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작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 것.
하지만 임무 수행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헌’과 ‘서복‘은 둘만의 특별한 동행을 시작하게 된다.
실험실 밖 세상을 처음 만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한 ‘서복‘과 생애 마지막 임무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싶은 ‘기헌’은 가는 곳마다 사사건건 부딪친다.
한편, 인류의 구원이자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서복’을 차지하기 위해 나선 여러 집단의 추적은 점점 거세지고 이들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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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르 : 러브 앤 썬더> 티저 예고편
위대한 신의 계획이란..? ❤️+⚡️ [토르: 러브 앤 썬더] 티저 예고편 최초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