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드레2022-09-09 22:58:04
괴롭힘은 관심의 표현이 아니다.
영화 <그 날의 우린> 리뷰
제목만 봤을 땐, 풋풋한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여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막상 보니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영화였다. 확실한 주제와 따뜻한 시선 그리고 단단함이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주어진 은연중에 내재되어 있는 보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군가 정해주는 결말로 한정 짓지 않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택할 우리를 중심으로 한 단편 영화 '그날의 우린' 리뷰를 시작해보려 한다.

낯선 것의 시작은 우리에게 있어서 큰 혼란을 가져다주었다. 지금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다른 이에게 피해를 준 우리의 모습을 본 건우는 그를 빌미로 이상한 부탁을 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은 황당하면서도 그 피해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더욱이 상대가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이용하려는 마음은 그저 끔찍스러울 뿐인데도.

괴롭힘은 관심의 표현이 아니며 그저 폭력일 뿐이지만 아직도 은연중에 남아있는 사회의 편견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보편적인 시선은 아직 쉽게 바뀌기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인지 극 중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마지막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조금씩은 움직이는 것 같아서 우리를 응원하고 싶었다. 영화 '그날의 우린'은 2022 원주 옥상 영화제에서 볼 수 있으며 퍼플레이 온라인 상영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9월 10일 토요일까지 관람 가능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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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뜻함 뒤의 악의, 두 소녀가 갇힌 집
할리우드 제작사 A24는 다른 스튜디오들과 달리 독특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영화로 옮기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회사다. <유전>, <미드소마>, <펄>처럼 감각적인 공포 영화를 선보이는가 하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언컷 젬스>, <더 웨일> 같은 드라마 장르도 파격적인 방식으로 풀어낸다. 단순히 오락성과 작품성 중 하나만을 골라 집중하기보다는, 관객이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점이 A24의 강점이다. 그래서 A24의 로고가 뜨는 순간, 왠지 평범하지 않은 경험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된다.
오는 4월 2일 한국에 개봉 예정인 <헤레틱>도 그런 A24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기존의 공포영화에서 흔히 사용하는 점프 스케어나 피 튀기는 장면을 최소화하고, 심리적 압박감과 폐쇄감을 극대화해 ‘새로운 형식의 공포’를 시도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A24가 제작한 영화 중 7번째로 높은 흥행 수익을 거두었으나, 정작 한국에는 정식 개봉하지 않아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던 작품이기도 하다.
<헤레틱>은 두 명의 소녀 선교사가 외딴 지역에 사는 미스터 리드(휴 그랜트)의 집에 방문하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늘 그렇듯 문을 두드리고 자신들의 신앙을 전하려 애쓰지만, 비오는 날 만나게 된 리드의 집은 묘하게 불편한 기운이 감돈다. 거실의 불이 마음대로 꺼졌다 켜지고, 문이 잠기거나 창문이 어딘지 모르게 작고 답답해 보이며, 집주인 리드가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어쩐지 기묘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영화는 그렇게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폐쇄된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첫번째 감정] 미스터 리드의 따뜻함
첫인상에서 리드는 순수하고 인자한 노인처럼 보인다. 팩스턴(클로이 이스트)과 반스(소피 대처)가 노크를 하자마자 그는 문을 활짝 열고, “얼마나 날씨가 험악하냐”며 따뜻한 미소를 건넨다. 감미로운 차와 파이를 내오며, 별안간 찾아온 두 선교사를 흔쾌히 환대한다. 그 모습은 마치 오랫동안 누군가가 방문해주길 기다렸던 사람처럼 보이는데, 덕분에 소녀들은 ‘이 집에서 포교 활동을 순조롭게 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을 갖는다.
그러나 리드의 친절에는 미묘한 온도차가 숨어 있다. 처음에는 소녀들의 종교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듯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질문이 조금씩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교리나 신앙에 대해 묻는 것 같지만, 문득문득 끼어드는 리드의 말에는 다른 의도가 엿보인다. 이때 팩스턴과 반스는 말은 이어가면서도, 속으로는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관객 역시 리드의 웃음 뒤편에 감춰진 음산함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게 된다.
리드의 얼굴에 깊게 파인 주름은 처음엔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이구나” 정도로 해석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들이 마치 미로 같다는 인상을 준다. 따뜻한 미소와 구불구불한 주름 사이 어디선가 악의가 비죽 빠져나오는 듯한 기분이다. 이처럼 리드는 “마음씨 좋은 노인”이라는 첫 이미지를 무기로, 두 소녀를 천천히 자기 세계로 끌어들인다. 관객에게도 그 과정이 기이하게 설득력 있게 느껴지는데, 이는 휴 그랜트의 섬세한 연기가 만들어낸 섬뜩한 온기 덕분이다.
[두번째 감정] 반스의 의심
두 사람 중 먼저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쪽은 반스다. 팩스턴보다 한결 냉철하고 논리적인 면모를 보이는 반스는, 리드가 내놓는 말들에 무언가 꼬투리가 있다는 걸 빠르게 눈치챈다. 영화는 반스가 아주 독실한지, 혹은 단지 친구를 돕기 위해 전도 활동을 하는지 명확히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그가 상대적으로 세속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면 즉각 의심부터 하는 인물임을 암시한다.
리드의 대화가 알쏭달쏭해질수록, 반스는 하나씩 논리적으로 반박하기 시작한다. 문이 자동으로 잠기고, 조도가 계속 바뀌는 집 안에서 ‘혹시 우리가 갇힌 건 아닐까’라는 경계심을 키워나간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자신이 품어온 신앙과,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괴상한 현상 사이에서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과연 이 사람이 제기하는 질문이 단순한 신앙적 호기심인가, 아니면 전혀 다른 목적인가?”를 두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렇지만 의심이 모든 문제의 답을 주는 건 아니다. 이상한 낌새를 잡아도, 함정에서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 반스는 분명히 “이 집은 위험해”라고 인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탈출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끊임없이 리드가 던지는 미끼에 말려들면서, 불신이 불신을 낳고 갈수록 꼬여만 간다. 그렇다고 반스가 완전히 패닉에 빠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이 영화에서 가장 믿을 만한 인물은 바로 반스이며, 관객은 그녀의 시선에 의지해 이 집의 이면을 함께 탐사하게 된다.
[세번째 감정] 팩스턴의 믿음
팩스턴은 두 소녀 중 좀 더 신앙심이 깊은 캐릭터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본인이 진심으로 종교에 귀의했고, 그 믿음으로 포교 활동을 해내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리드의 호의에 별다른 의심 없이 순응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반스가 불안감을 호소하기 시작하고,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이상 현상이 어쩔 수 없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팩스턴 역시 주저하게 된다.
그럼에도 팩스턴은 가장 마지막까지 신앙적인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집 안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상황을 “내 믿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언젠가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방식으로 해석하려 든다. 반스가 이성적으로 문제 해결을 모색한다면, 팩스턴은 종교적 신념을 통해 “끝까지 견디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셈이다. 이런 상반된 접근 덕분에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팩스턴이 보여주는 호기심과 집착은 더욱 흥미롭게 부각된다.
결국 팩스턴이 맞닥뜨리는 마지막 시점에서는, 리드가 유도해온 괴이한 논리에 정면으로 맞선다. 차분하고 약해 보이던 팩스턴이 어떻게 반격에 나서는지를 지켜보는 건 이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결코 무너지지 않는 믿음”이 과연 어떤 국면을 열어줄지, 그리고 그 믿음이 리드의 끊임없는 조작과 통제를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관객은 팩스턴의 시선에 몰입하게 된다.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하게 되는 새로운 호러영화
<헤레틱>은 겉으로 보면 “종교와 신앙의 충돌”을 다룬 호러 영화로 보이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오리지널과 표절’에 대한 이야기를 교묘하게 엮어낸다. 영화 속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몇 가지 소재—모노폴리와 부루마블 같은 보드게임의 역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크립(Creep) 노래가 표절 시비에 휘말린 설정—는 마치 하나의 ‘보드게임’을 펼쳐두고 플레이하는 느낌을 준다. 집 안 곳곳에 배치된 기묘한 창문, 눈부실 만큼 화려한 벽지 등은 관객에게 소름 돋을 만큼 치밀한 미술 설계를 체감하게 만든다. 이 밀실 안에서 “이것은 진짜인가, 가짜인가?”라는 질문이 종교적 차원뿐 아니라 예술, 창작, 인간관계 전반에 해당하는 주제로 확장된다.
특히 휴 그랜트가 맡은 리드 캐릭터는 이전에 로맨틱 코미디나 가족영화 속에서 보여준 “스윗한 남자” 이미지와는 정반대다. <노팅힐>의 사랑스러운 남주인공, <웡카>에서 보여준 유쾌한 움파룸파의 일면이 여기서는 광기 어린 악역으로 돌변한다. 그의 많은 주름살이 처음엔 인자해 보이다가, 후반부로 갈수록 ‘미로 같은 얼굴’로 다가오는 이유가 바로 그 이중성에 있다. “이 사람이 왜 이렇게까지 괴이한 플레이를 하는가”라는 의문이, 극의 긴장도를 끝까지 유지시키는 동력이다.
함께 출연하는 소피 대처는 <컴패니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국내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다. 이번에도 반스 역으로서 차분하면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을 보여주며, 팩스턴 역의 클로이 이스트와 호흡을 맞춘다. 두 소녀의 미묘한 대비가 영화의 많은 부분을 견인하는 만큼, 캐릭터 간 케미스트리가 매끄럽게 형성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헤레틱>의 완성도에는 쟁쟁한 제작진도 한몫한다. 먼저 감독 스콧 벡 & 브라이언 우즈는 <콰이어트 플레이스> 시리즈 각본을 맡아 호러 장르에 확실한 흥행력을 입증한 듀오다. 밀실 구조를 극한으로 몰고 가는 연출, 사소한 디테일을 공포의 장치로 변환하는 솜씨가 탁월하다. 촬영감독 정정훈은 <올드보이>, <웡카> 등을 통해 독특한 화면 미학을 선보였는데, 이 작품에서도 밀폐된 공간과 화려한 미장센의 대비를 극적으로 표현한다. 미술감독 필립 메시나는 <오션스> 시리즈의 세련된 스타일에 더해,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이 집을 지옥의 한 단면처럼 형상화했다. 이처럼 현장감 넘치는 세트 디자인과 공포를 야금야금 스며들게 하는 촬영 기법이 결합돼, 관객은 마치 보드게임 속 말을 움직이듯 기괴한 심연으로 끌려들어간다.
종합해보면 <헤레틱>은 단순한 호러영화 이상의 재미를 선사한다. 종교와 믿음에 대한 철학적 담론, 창작과 표절의 문제, 두 소녀의 우정과 의심, 그리고 휴 그랜트가 선사하는 서늘한 이중성까지 다채로운 요소가 뒤섞여 관객을 사로잡는다. 무서우면서도 묘하게 빠져들게 되는, A24 특유의 심리적 공포가 흐르니 “이 집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꼭 챙겨볼 만하다.
4월 2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으니, 평소 A24가 만든 영화들을 좋아했다면 <헤레틱>도 분명 흥미롭게 보게 될 것이다. 만약 기존 점프 스케어 위주의 공포영화가 식상해졌다면, 이 밀실 스릴러의 서늘한 재미를 통해 새로운 공포의 영역을 경험해보길 권한다. 집 안 가득 퍼지는 의심과 믿음의 대립, 그 끝에서 기다리는 무언가는 예측을 뛰어넘을 만큼 묵직하다. 영화를 본 뒤 “진짜와 가짜”가 뒤섞인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신념을 붙들고 살아가야 할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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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마케팅사로부터 소정의 비용을 받아 작성되었으며, 내용은 주관적인 의견을 반영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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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1월 1주 최신 개봉영화!
경관의 피 The Policeman's Lineage , 2021
조진웅과 최우식의 만남!
영화 "경관의 피"는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경찰 민재의 위험한 추적을 그린 범죄수사물 입니다.
서로를 의심하고 감시하는 두 경찰이 새로운 수사에 투입되며 신선한 팀워크와 긴장감 넘치는 재미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경관의 피"는 카리스마 넘치는 존재감을 보여주는 배우 조진웅과, 새로운 연기 변신을 선보일 배우 최우식의 신선한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출처불명의 막대한 후원금을 받고 고급 빌라, 명품 수트, 외제차를 타며 범죄자들을 수사해온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
그리고 뼛속까지 원칙주의자인 신입경찰 민재(최우식)!
두 경찰의 색다른 팀워크!
첫번째 추천영화 "경관의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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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2게더 Sing 2 , 2021
씽의 후속작 씽2게더
'씽'의 후속작 "씽2게더"가 개봉을 하는데요
애니메이션 "씽2게더"는 오디션 그 이후 전 세계가 주목하는 쇼 스테이지에 오르기 위한 크루들의 고군분투 도전기를 그렸습니다.
'씽'을 통해 연기력뿐만 아니라 엄청난 노래 실력까지 인정받은 매튜 맥커너히, 스칼렛 요한슨, 태런 에저튼, 리즈 위더스푼, 토리 켈리 등
글로벌 흥행 스타들이 '씽2게더'로 완전체 컴백할 것을 예고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또한 대한민국 극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진영과 윤도현이 활약을 합니다
진영은 춤이 두려운 가수 조니 역할을 맡고 YB의 보컬 윤도현은 클레이역을 맡아 열연을 펼칩니다.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 빌리 아일리시, 아델, 숀 멘데스, 카밀라 카베요 그리고
BTS까지 글로벌 가수들의 히트곡들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들
두번째 추천영화 "씽2게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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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탄적일천 海灘的一天 , That Day, On The Beach , 1983
39년 만에 국내 정식 개봉하는 거장의 빛나는 데뷔작!
대만 뉴웨이브 거장 에드워드 양 감독의 데뷔작 "해탄적일천"이 39년 만에 국내 정식 개봉합니다다.
영화 "해탄적일천"은 어느 날 해변에서 남편의 실종 소식을 들은 ‘자리’와 13년 만에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어 고향에 돌아온 ‘웨이칭’,
두 사람이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해가는 시간을 그린 영화입니다.
에드워드 양 감독은 데뷔작부터 걸출한 실력을 인정받아 제28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촬영상 수상, 제20회 금마장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노미네이트 등
내로라하는 아시아 영화제를 섭렵하며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내 대만을 대표하는 거장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시대적으로 앞선 중화권 여성 서사 담은 스토리
세번째 추천영화 "해탄적일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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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피아니스트 fausse note , Broken Keys , 2020
제73회 칸영화제 공식 초청작이자 새해 첫 감동 실화
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는 레바논 출신 지미 케이루즈 감독이 2016년에 제작한 단편영화 '녹턴 인 블랙'을 장편화한 작품입니다.
총성이 울리는 전쟁터가 된 시리아를 떠나기 위해 마지막 희망인 피아노를 구해야만 하는 피아니스트 카림의 이야기를 담은 감동 실화 바탕으로 한 전쟁 드라마죠
제73회 칸영화제에 공식 초청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제93회 아카데미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과 음악상 부문에서 레바논 공식 후보로 선정되어 그 작품성을 입증했습니다.
전쟁의 참상을 보다 사실적으로 담기 위해 IS의 근거지이자 이라크와 IS의 최대 격전지였던 이라크 모술과 레바논을 오가며 촬영되었고
레바논에서는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가 베이루트 거리로 쏟아져 나와 촬영이 중단되었으며,
스케줄을 전면 재조정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고 합니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삶과 죽음 사이를 위태롭게 가로지르는 피아니스트 카림의 긴박감 넘치는 속에서 희망을 노래하는 이야기
네번째 추천영화 "전장의 피아니스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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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 One Shot , 2021
95분 원테이크의 리얼타임 액션
영화 "원샷"은 예고된 테러의 배후를 아는 놈을 이송하기 위해,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들이 수감된 일급비밀의 섬에 도착한 네이비 씰과 놈을 탈옥시키려는 테러단과의 실시간 대결을 그린 원테이크의 리얼타임 액션 영화입니다.
원테이크로 촬영된 실시간 탈출을 그린 '원샷'은 미국 워싱턴을 위협하는 테러 정보를 입수한 CIA 정보 분석가와
네이비 씰이 검은 섬이라 불리는 테러리스트들의 수용소에 들어간 뒤 거대한 사건과 마주하면서 펼쳐지는
실시간 탈출이라는 독특한 스토리로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습니다.
액션 영화의 새로원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리얼한 탈출기를 그려내며
현장감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다섯번째 추천영화 "원샷"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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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국극을 이어가겠다는 처연하도록 결연한 의지
여성국극을 이어가겠다는 두 예술가의 처연할 정도로 강렬한 의지가 일렁이는 이 영화에서, 전반부의 한 장면과 후반부의 한 장면은 데칼코마니처럼 포개진다. 3세대 여성국극인 박수빈과 황지영은 여러 곳을 다니며 여성국극을 비롯해 판소리 등을 공연한다. 시설을 갖춘 공연장뿐 아니라 민속촌, 복지관, 지역 축제 등 무대는 다양하다. 종종 민망한 순간이 생긴다. 뭔가 볼거리가 있나 싶어 스윽 들어왔다가 이내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이나 축제 참여자들은 공연자를 머쓱하게 만든다. 무대를 준비하는 자와 관람하는 자 사이에 열정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은 두 사람의 예술 활동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의미일 터다.
두 사람의 공연장은 일본 여성가극단의 공연장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2층으로 된 전용 무대를 가진 일본 여성가극단은 탄탄하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 무대를 관람한 두 사람은 무언가를 이어나가는 양국 예술가 사이의 커다란 격차에 부러움을 느낀다.
영화의 후반부는 일본 여성가극단 공연장과 비슷한 규모의 무대에 두 사람이 1세대, 2세대 여성국극 레전드를 모아 함께 공연을 올리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낸다. 어느 해 저무는 바닷가에 앉은 박수빈, 황지영의 모습에 더해지는 박수빈의 내레이션처럼, 사라질 위기의 여성국극을 ‘3년만 더 해보자’는 다짐을 더 길게 연장하기 위한, 또 다른 시작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공연이었다.
두 사람이 연출자를 섭외하고, 여성국극 레전드 선배들을 만나고, 그들의 서로 다른 의견과 작품 해석을 어렵게 조율하고, 관객과 후원자를 모집하기 위해 접대하는 모습은 처연할 정도로 결연하다. 노래방에서 자신보다 한 세대 높은 (대부분은 남성인) 어른들과 술을 주고받고 노래를 부르며 어떻게든 공연을 성황리에 꾸리려 노력하는 박수빈의 모습이 특히 그렇다. 이 모습은 우리가 ‘예술가’를 상상할 때 쉬이 떠올리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모든 예술에는 무대 위의 아우라를 가능케 하기 위한 질척거리는 현실이 있기 마련이다. 불콰한 얼굴로 맞은편의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설득해내려는 박수빈의 모습이 강렬하게 강인시키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기어이 그토록 부러워하던 일본 여성가극단의 공연장을 한국에서 여성국극으로 재연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다. 93세 배우와 93년생 배우가 함께 무대에 올라 여성국극의 명맥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두 사람의 의지를 선배, 관객들과 함께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두 사람이 운영하는 여성국극 단체가 한 지역 예술의전당에 상주 단체로 자리 잡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이 영화의 결말 역시 이 연장에 있다.
1950년대 전성기를 누린 여성국극은 여성들만으로 무대를 꾸린 무대 예술로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쟁 이후 가부장적 젠더 질서가 훼손된 틈새에서 피어난 예술로 ‘남자 같은 여자’들이 연기한 남역이 특히 인기를 끌었다(영화가 보여주듯이, 오늘날 예술의전당 여성국극 오디션에서도 지원자들은 대부분 남역을 원한다). 이를테면, 2세대 레전드 이옥천이 짧은 머리로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중성적인 목소리로 이 영화에 처음 등장할 때 뿜어내는 젠더 위계를 위반하는 미학을 예술 장르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여성국극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국극은 1960년대가 되며 빠르게 인기를 잃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성국극을 연구한 몇몇 논문이 말하듯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국가' ‘초남성주의적 발전주의 국가’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여성국극 배우들과 그 팬들이 형성한 젠더 역동성이 더 이상 사회적으로 용인되기 어려워졌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다시 남성이 주체가 되어 근대와 미래를 열어가려는 사회, 여성에게 ‘본연’의 역할로 회귀하기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여성국극이 설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여성국극이 처음 나온 지 80여 년이 훌쩍 넘은 지금, 그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젠더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지금이 어쩌면 여성국극의 새로운 계기가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전통도 꿈꾸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박수빈의 포부가 새로이 펼쳐질 계기 말이다. 〈정년이〉 등으로 다시금 환기된 여성국극에 대한 관심이 박수빈, 황지영의 간절함과 만나 '끊어질 듯 이어지고 사라질 듯 영원한 것'보다는 조금 더 힘 있는 방식으로 여성국극을 이어갈 계기가 되길 바란다.
*영화 매체 〈씨네랩〉에 초청받은 시사회에 참석한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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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아가는 총탄과 폭탄으로 개연성을 무마한 영화 《베를린》
하정우와 전지현의 투닥거리는 연기를 좋아하는데 영화 《베를린》을 보지 않아서 이번 기회에 봐봐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사실 처음 볼 때부터 그렇게 기대를 하진 않았다. 그저 멋지고 예쁜 배우들의 연기를 그저 감상하면 되는 영화였으니 말이다.
영화 《베를린》 시놉시스
거대한 국제적 음모가 숨겨진 운명의 도시 베를린.
그 곳에 상주하는 국정원 요원 정진수는 불법무기거래장소를 감찰하던 중 국적불명, 지문마저 감지되지 않는 일명 ‘고스트’ 비밀요원 표종성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뒤를 쫓던 정진수는 그 배후에 숨겨진 엄청난 국제적 음모를 알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위기에 빠진다.한편 표종성을 제거하고 베를린을 장악하기 위해 파견된 동명수는 그의 아내 연정희를 반역자로 몰아가며 이를 빌미로 숨통을 조이고, 표종성의 모든 것에 위협을 가한다. 표종성은 동명수의 협박 속에서 연정희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서 그녀를 미행하게 되지만, 예상치 못한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 해당 내용은 네이버영화를 참고했습니다.
이 이후로는 영화 《베를린》에 대한 스포일러가 존재합니다.
액션은 정말 멋있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글을 쓰자면 액션신은 정말 멋있었다. 화려한 멋으로 치장된 액션이라기 보다는 정말 저 상대방을 빠른 시간 안에 죽이겠다는 최적화된 동선으로 액션합이 맞춰져 있어서 굉장히 멋있게 다가왔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 2가지가 있는데 하정우가 끌려가는 전지현을 구하기 위해 승합차에 매달렸을 때, 두 사람의 감정이 애틋한 상태에서 구해보겠다고 애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전지현이 총상을 입어서 도망갈 수 없게 되자 쫓아오는 류승범을 없애버리는게 낫다고 판단한 하정우가 성치 않은 몸으로 들판에서 싸우는데 그 장면 역시 멋있었다. 약간 서부영화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근데 언제부터 애틋했더라?
정말 궁금한 점은 하정우와 전지현, 언제부터 영화 속에서 이렇게 애틋했을까? 하정우와 전지현은 극 중에서 결혼한 사이라고 해도 그렇게 알콜달콩 서로가 죽지 못해 안달난 사이는 아닌 것처럼 보였다. 내 기준 둘이 정략결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하정우를 처리하러 온 공작원들을 피해 둘이 도망가는 과정에서 뭐,,, 전우애??? 사선에서 같이 살아남아야한다는 그런 동지애가 발동한 것일까? 아니면 아기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갑자기 솟아난 부성애와 모성애 때문일까?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를 의심하고 믿지 못했는데 갑자기 서로만을 믿기 시작하고, 죽을거 뻔히 알면서 구하러 가고, 전지현이 죽자 처절하게 울고, 당황스러운 전개였다.
한석규는 어쩌다 동료가 되었나
또 하나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남한의 한석규는 언제부터 하정우를 그렇게 챙겼나?다. 내가 영화를 대충 본 것일까? 아니 분명히 첫 장면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심지어 방아쇠까지 당겼던 사이인데, 하정우가 전지현 구하러 가겠다고 하니까 뒤에서 엄호를 해주질 ksg나 둘이 도망가는 거 류승범이 못쫓아오도록 총알까지 박혀가며 도와주질 않나, 그리고 총상을 입은 전지현을 마지막까지 간호한 것은 한석규였다.
그래서 약간 개연성 무엇? 영화 다시보기를 해야되나? 근데 그렇게까지 다시 보고 싶지는 않은데?? 이런 감정이 든 채 영화는 마무리되고 말았다. 전반적으로 베를린은 액션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보니 개연성에는 크게 중점을 안 둔 것 같아서 아쉬웠다.
개연성이 아쉬웠던 영화 《베를린》. 하지만 그 아쉬움이 느껴질 때마다 폭탄 펑~ 총알 피슉!! 날아가서 보는 데에는 재밌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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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때문에 만든 시리즈의 최후
스포일러 주의!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게임을 멈추기 위해 대규모 쿠데타를 시도했다가 처절하게 실패한 성기훈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쿠데타 진압 과정에서 게임 진행에 반대 표를 던졌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망하면서 게임을 멈출 수 있는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졌고, 이에 절망을 느낀 기훈은 실패의 원인을 겁먹고 탄창을 가져오지 않은 강대호에게 있다고 판단하여 그를 향한 원망을 내비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의 이름은 '숨바꼭질'로, 참가자들을 파랑 팀과 빨강 팀으로 나누어서 진행을 하는 게임이다. 파랑 팀은 제한 시간 이내에 생존하거나 게임 방을 탈출하면 통과할 수 있고, 빨강 팀은 칼을 들고 파랑 팀을 1명 이상 죽여야 통과할 수 있는 게임이다. 게임에 참가한 모두가 서로를 바라보며 걱정을 품고 있을 때, 빨강 팀이 된 기훈은 파랑 팀이 된 대호를 타깃으로 잡는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고 대호와 대면하는 순간부터 점차 변화하는 기훈의 모습을 담은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이다.
일단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재미있게 봤건, 재미없게 봤건 간에 <오징어 게임 시즌 3>에 대한 궁금증을 품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시즌 2와 시즌 3는 사실상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과연 전편(전반부)에서 쌓아놓은 이야기들을 이번 작품에서(후반부)에서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언가 보여줄 것이 많아 보였던 시즌 2와는 달리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애당초 하고픈 말이 있기나 했던 건지 의문일 만큼 총체적 난국을 보여준다. 문제점들이 너무 많아 어떤 점을 먼저 짚어야 할지 난감한 수준인데, 가장 큰 문제는 여기저기로 흩어졌던 이야기를 한 데 묶어 마무리를 짓는 데 실패했다는 점에 있다.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의 이야기 줄기를 가지고 있다. 분노 때문에 잃어버렸던 인간성을 되찾아가는 성기훈의 이야기, 섬을 찾아 형에게 만나려고 하는 황준호의 이야기, 진행 요원으로 참가했다가 박경석을 구출하기로 마음을 먹게 되는 강노을의 이야기. 이렇게 세 갈래로 흩뿌려진 이야기가 어떻게 하나로 묶일지, 각각 어떤 결말을 맞이하게 될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으나, 놀랍게도 이 드라마는 기대했던 것과 완전히 정반대의 흐름으로 간다. 기훈은 실패했다. 단지 쿠데타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실패했다. 그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고 대호를 죽였다. 무리하게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의 길로 몰아넣은 죄에 더해 살인까지 저질렀다. 준호도 실패했다. 그는 본래 기훈과 함께 섬을 찾아 게임을 막아야 했지만, 프론트맨의 정체를 함구해버리는 바람에 기훈은 인호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었다. 노을도 마찬가지다. 진행 요원으로 참가한 노을은 탈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가족을 버리고 도망갔다.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이러한 실패를 지니고 있는 인물들이 스스로 자신의 실패를 바로잡는 이야기로 나아간다. 즉, 이 작품은 속죄에 대한 이야기다.
그래서 기훈에게는 아이를 지켜달라는 약속이 주어지고, 준호에게는 섬을 찾아야 하는 의지가 주어졌으며, 노을은 경석과 경석의 딸을 지켜야 한다는 다짐이 주어진다. 여기까지의 구성은 뭔가 그럴듯해 보이지만 나는 오히려 속죄라는 소재를 끼워 넣으려는 본 작품의 시도가 굉장히 어설프고 게으르며 전체 서사를 망쳐버렸다고 생각한다. 먼저 기훈은 내게 보기에는 구원을 받을 자격이 없는 인물이다. 구원을 받을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살인을 저지르면서 자기 손으로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기훈은 누군가를 구해주는 한이 있어도 철저히 인간성을 잃고 폭주하는, 파멸의 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마는 기훈을 마지막까지 평범한 사람을 대변하는 존재로 만들려고 하며, 아이를 지키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그의 희생을 숭고하고 성스러운 행위로 묘사한다. 이에 대한 첫 번째 불만은 이해 가능한 범주를 넘어선 기훈에게 '평범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집어넣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에 대한 의문이고, 두 번째로는 아이를 구원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낡고 얄팍한 방식에 있다. <레옹>부터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까지 이어지는 '아이를 구하는 것으로 그 모든 죄를 속죄 받는' 방식은 이제 너무 고리타분하고 편의적이지 않은가?
그나마 상대적으로 그럴듯하게 서사가 완성된 기훈에 비해 준호와 노을의 서사는 처참하다. 준호는 막말로 분량을 통으로 삭제해도 상관없을 만큼 존재의 의미가 없는 인물이다. 섬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만 주어졌을 뿐, 그 이상의 가치를 부여받지 못한 탓에 준호의 서사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배처럼 작품에서 홀로 겉돈다. 심지어 섬을 찾은 이후에도 인호를 향해 "형!'이라고 외치는 것을 끝으로 활약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본 이야기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다 결말에 가서 아이와 456억이 주어지는데, '대체 왜?'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는 결말이다. 아이와 아무런 접점이 없는 준호가 왜 이런 결말을 맞이하는지에 대한 설득 과정이 전무하기 때문에 본 결말은 그저 황당하기 짝이 없다. 노을은 기훈보다 더 죄가 심각한 인물이다. 가족을 버린 것은 물론 직접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해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마는 다른 요원들이 장기매매를 하지 못하도록 참가자의 내장을 파괴해 줬으니 됐다는 식으로 면죄부를 주고, 경석과 경석의 딸을 살리는 데 성공하게 만들면서 노을을 아름답게 포장하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딸에 대한 그리움이 있고 안면식이 있는 사이여도 그렇지 왜 그렇게까지 경석과 경석의 딸을 구하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세상 모든 딸은 다 구할 속셈이 아닌 이상에야 목숨까지 거는 이유가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주연들의 이야기가 이 모양인데 조연들의 이야기는 말할 필요가 없다. 가뜩이나 주연 다루기도 바쁜데 나머지 조연들은 어떻게 퇴장시킬지 차마 신경을 못 쓴 감독은 각 인물들에게 가장 최악의 방식의 퇴장을 안겨준다. 쿠데타를 실패하는데 어느 정도의 책임이 있는 대호는 이후에 기훈과의 갈등을 더 길게 보여주거나, 나중에 기훈이 용서하면서 둘이 다시 합심하는 그림을 만들 수도 있었으나 작품은 기훈에게 더 큰 죄를 안겨주기 위해 그에게 손쉽게 살해당하면서 허무한 퇴장을 맞이한다. 현주는 등 뒤로 접근한 명기에게 저항도 못하고 단번에 사망하면서 올바른 행적에 걸맞지 않은 최후로 시청자를 허망하게 만든다. 금자는 방금 막 본 아이를 지키기 위해 친아들을 (사실상) 살해하는 놀라운 행적을 보이고 작품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기 위해 죄책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식으로 초라하게 끝맺는다. 세미와 타노스의 죽음으로 뭔가 보여줄 것 같았던 민수와 남규는 마약에 취해 별다른 활약도 못해보고 끝까지 약에 정신을 못 차리다가 죽는다. 그나마 명기와 준희가 납득할 수 있는 결말을 맞지만, 애를 낳고도 멀쩡하게 걸어 다니는 준희를 보고 있자니 마음만 먹으면 줄넘기도 쉽게 통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시청자 모두가 노을이 총을 가지러 엘리베이터에 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혼자만 모르다가 뒤늦게 눈치채는 멍청한 부대장, 아무런 활약도 못 해본 프런트맨, 마지막까지 존재 자체가 의문이었던 극한의 컨셉질을 하는 용궁 선녀, 그냥 사람을 죽이는 것 외에는 '오징어 게임'스러운 재미는 전혀 찾을 수 없었던 숨바꼭질, 뒤를 돌거나 땅을 짚어야 한다는 규칙이 없어서 심심했던 줄넘기, 시즌 1의 구슬치기와 징검다리와 너무 유사한 전개 흐름, 전혀 풀리지 않은 게임의 기원과 프론트맨의 과거사(타노스가 자식 얘기로 조롱하자 갑자기 화를 내는 모습에 대한 설명) 등 단점이 너무 많아서 다 꼽으려면 밤을 새워야 할 정도다. 더 심각한 건 작품의 교조적 태도로, 기훈의 "우리는 말이 아냐, 사람이야. 사람은..." 대사를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치는데 이는 인물들의 죽음을 오락으로 소비하는 시청자들을 가르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오만하다. 만약 정말로 그러한 의도로 넣은 장면이라면 죽음을 오락으로 소비하여 돈을 벌고 전당에 앉은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고, 더 나아가 데스 게임이라는 사람 죽이는 것으로 재미와 쾌감을 얻어내는 장르에서 이런 메시지를 담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만약 그러한 의도가 아니라면 연출을 단단히 잘못한 것이고.
황동혁 감독은 어느 한 인터뷰에서 <오징어 게임>(정확히는 시즌 2)이 재미없으면 그건 당신이 우울한 것이라고 발언한 적이 있다. 위험한 발언이지만 그래도 창작자가 스스로의 작품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다. 하지만 작품을 잘 만들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해야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오징어 게임 시즌 3>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졸작이다. 시리즈의 마무리로도, 데스 게임 장르의 재미로도, 인간의 속죄에 대한 이야기로도, 자본주의 비판으로도, 어느 것 하나 성취하거나 좋다고 할 만한 부분이 없다. 시즌 2와 시즌 3는 만들지 말아야 할 속편의 예시로 계속 소환될 것이며, 남은 것이라고는 감독의 오만한 태도뿐이다. 창작자가 자아도취에 빠져 작품을 만들면 이렇게 된다.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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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오리지널 <콜> 리뷰
이창동 감독의 '버닝'으로 혜성처럼 등장하며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전종서 배우.
그 배우는 차기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콜>에서
박신혜 배우와 두톱으로 영화를 이끌어가야하는 책임감 또한 맡게 됐다.
물론 세 번째 작품으로 할리우드 진출작인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이 국내외 영화제에서 공개되었으나,
국내 11월 24일 개봉 예정인 <연애 빠진 로맨스>(감독 정가영)가 전종서 배우를 세 번째로 만나볼 수 있게 되는 공식적인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오랜만에 다시 <콜>을 다시 보게됐고, 그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게 됐다.
*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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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초반부 서연(박신혜)은 병실에 계신 엄마(김성령)와의 짧은 면회(아버지는 20년전에 돌아가시고, 엄마와의 관계를 좋지 않음이 짐작된다)를 뒤로하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집 안에서 우연히 낡은 무선전화기를 발견하고,
정체 모를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게 된다.
발신인인 영숙(전종서)은 서연이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하곤 하는데 ,
결국은 과거의 20년전에 살고 있는 영숙과 20년후 현재의 서연이 같은 집에 살고있음을 깨닫게된다.
처음은 여느 젊은 또래마냥 소소하게 얘기를 나누고, 일상을 보내며 우정을 쌓아가는 듯하다가.
서연의 아버지(박호산)이 20년전에 화재로 돌아간 사실을 알고, 영숙이 자신이 과거를 바꿈으로써 아버지를 살릴 수 있지 않겠냐며 제안을 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서연은 다시 화목한 일상을 찾는 듯하나 되려 서연의 화목함은
서연과 영숙의 유대감을 깨뜨린 듯 하다.
(서연과 영숙은 그들의 불안이나 불행이 둘 사이를 결속해주는 유대감인듯 하다)
영숙 또한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는 서연에게 자신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위험한 요청을 하게되고,
급기야 위협을 하기 시작한다.
영화 <콜>의 Point.
1. 단편(몸값)에서 영화적 인정을 받은 신예감독(이충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
2. 두 여성인 배우를 전면으로 내세운 스릴러.
(많은 스릴러 영화들은 흔히 가해자는 남성, 피해자는 여성으로 설정하지만)/
<콜>에서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남자배우들조차 모두 죽는다
3. 영화적 설정이나 장치의 최소화
4. 서연과 영숙의 캐릭터. 특히 이제껏 국내영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영숙의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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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의 오류가 몇몇 보이는 영화이지만, 스릴러 장르의 세대변화 같은 것을 느꼈다고나 할까(젊어진 것 같다)
또한 군더더기 없어 보이는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한 한 편의 스릴러 영화처럼 느껴진다.
씨네랩 에디터 Hez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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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왓챠 <템테이션 아일랜드 시즌 1> 공식 예고편
[왓챠 익스클루시브, 2021년 7월 23일 공개]
결혼을 앞둔 네 커플이 아름다운 섬으로 떠난다.
선남선녀가 득실대는 템테이션 아일랜드에서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와
세상 짜릿한 사랑 확인 파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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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티저 예고편
폐쇄된 달 기지, 생존확률 10%의 미션 대원들이 살해되기 시작했다 SF 미스터리 스릴러 《고요의 바다》 12월 24일, 오직 넷플릭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