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NELAB2022-10-03 16:58:00
10월 1주 차, 최신 씨네 뉴스
안녕하세요.
영화/ OTT 전문 큐레이션 웹 매거진 씨네랩입니다:)
최근 국내외 영화 / OTT계에 어떤 소식이 있었는지 정리하는
최신 씨네 뉴스 타임이 찾아왔습니다!~!
그럼, 최근에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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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명필름아트센터, 한글날 맞이 <에.에.원> 특별 상영
ⓒ 명필름아트센터 인스타그램
명필름아트센터에서 한글날을 기념해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특별상영을 한다.
관람 시 한글 버전 티켓과 패러디 포스터 <돌> A2 포스터를 증정한다고 한다.
CGV+OTT, 정액제 상품 출시
ⓒ 특허청
CGV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과 결합한 월 정액제 상품 CGV를
출시할 예정이다. 정확한 가격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한다.
웹툰 <문유>, 4DX로 10월 개봉
ⓒ 네이버 영화
네이버 인기 웹툰 <문유>가 웹툰 최초로 4DX로 제작된다. <문유>는 지구로 향하는 운석 '파이'를
막기 위해 달로 갔다가 홀로 남겨진 주인공 문유의 고군분투 생존기를 담았다. 모션그래픽과 카메라를
활용한 움직임을 더하는 등 오감을 자극하며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해외
미드 <커뮤니티> 영화화 확정
ⓒ IMDb
스트리밍 서비스 Peacock에서 유명 미국 드라마 <커뮤니티>의 영화화를 확정했습니다.
영화 제목은 <Community: The Movie>로 원작 드라마의 여러 배우가 그대로 출연한다고 한다.
<헌트>, 제7회 런던아시아영화제 개막작 선정
ⓒ 네이버 영화
런던아시아영화제 측에서 지난 28일, 영화 <헌트>를 이번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개막작 <헌트>의 감독이자 주연인 이정재 배우가 개막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에놀라 홈즈 2>, 11월 공개
ⓒ enolaholmes 인스타그램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를 주인공으로 한 <에놀라 홈즈 시즌 2>가
11월 4일 오후 4시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한다. 전편의 주연이었던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과
헨리 카빌이 출연한다.
씨네랩 에디터 Hizy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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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대 제임스 본드
초대 제임스 본드이자, 제임스 본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20세기 영화의 아이콘! 숀 코너리 경은 188cm라는 큰 키와 체격으로 '미스터 유니버스' 중량급에서 3위를 차지하며 창대한 연기 인생의 막을 열었는데요. 아직까지도 영국의 많은 배우들이 일명 '엘리트 코스'를 밟은 데에 반해, 숀 코너리 경은 정식 연기수업을 받지 않은 채 데뷔에 이른 배우인데요.
그러던 1962년, <007 시리즈> 제1편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이후 5편의 007 시리즈에 출연하며 '제임스 본드'의 이미지 그 자체를 구축하였습니다. 시리즈 출연 편수로는 3대 본드 '로저 무어'에게도 밀릴뿐더러, 6대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가 당시 007 시리즈에서 활약하고 있었음에도, 지난 2020년 8월 북미에서 진행한 팬투표에서 '숀 코너리' 경은 최고의 제임스 본드 자리에 오르며 '제임스 본드 = 숀 코너리' 라는 공식을 입증해내기도 하였습니다.
그렇게 할리우드 대표 배우가 된 그가, 4,000억 원에 달하는 개런티를 거절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이는 지난 1999년, 그가 <반지의 제왕>의 간달프 역을 거절하면서 발생하였는데요. 당시 제작사였던 뉴 라인 시네마는 숀 코너리 경의 출연료를 영화 수입의 5~10%로 지불하겠다고 제안하였지만, 숀 코너리 경은 뉴질랜드 현지에 18개월을 머물러야 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했고, 이후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전 세계에서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그가 받을 뻔한 출연료는 4,000억 원에 달하게 된 것입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는 아직까지도 SF 판타지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명작인데요! 막대한 제작비와 긴 촬영 끝에 만들어진 만큼,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관련된 트리비아가 많습니다. 많은 이들을 '환상'으로 이끈 <반지의 제왕> 속 흥미로운 사실들을 '숫자'로 한 번 살펴볼까요?
잇츠 CINE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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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지의 제왕 3부작을 모두 확장판으로 보면 총 681분(11시간 21분)이 소요된다.
2. 반지의 제왕 3부작은 총 제작비 2억 8100억 달러 (3,200억 원)으로 29억 8100억 달러 (3조 4,000억 원)의 글로벌 수익을 냈다.
호빗족
1. 프로도는 호빗족의 특징인 지나치게 큰 발을 갖고 있음에도 시리즈 촬영 기간 동안 39번이나 넘어졌다고 한다.
2. 호빗족은 breakfast, 2nd breakfast, elevenses, luncheon, afternoon tea, dinner, supper 순으로 하루 총 7번의 식사를 한다.
기사
1.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 역의 크리스토퍼 리 경은 총 282편의 영화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다. (IMDB 기준)
2. 초대 제임스 본드 숀 코너리 경은 간달프 역을 맡으면 영화 수입의 15%를 개런티로 지급한다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약 4,000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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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화의 주인공인 프로도와 간달프는 단 한 번도 같이 씬을 찍은 적이 없다.
2. 시리즈 촬영에 쓰인 300마리의 말 중 단 한 마리의 말도 다치지 않았다.
J.R.R. 톨킨
1. 1969년, 원작 소설의 팬이었던 비틀즈는 존 레논(골룸), 폴 매카트니(프로도), 링고 스타(샘), 조지 해리슨(간달프)로 영화화를 꿈꾸며 직접 톨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톨킨은 편지로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2. 원작자인 J.R.R. 톨킨은 1,2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을 단 두 손가락으로 쳤다. 일명, 독수리 타법.
OTT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2020년 2월, 반지의 제왕의 드라마화를 시작했다. 1조 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되는 대작으로 알려져 있다.
역대 최고의 대서사시로 불리는 <반지의 제왕>.
그 뒤를 이을 대작 <듄>이 바로 오늘 개봉하였는데요.
<듄>의 행보를 기대해보며,
오늘도 영화로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씨네랩 에디터 Cam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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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단히 슬픈 결말, <프리가이>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프리가이>의 결말은 대단히 슬프다. 이야기의 끄트머리까지도 유쾌함을 잃지 않다가 이토록 급하게 씁쓸함을 선사하는 영화도 흔치 않을 것이다.
<프리가이>의 결말이 왜 철저한 새드엔딩인지 설명하기에 앞서, 이 영화의 장점부터 언급해보고 싶다. <프리가이>는 유명 배우와 거대 자본이 투입된 영화치고 놀랍도록 매니악하고 젊은 언어로 만들어졌다. 나이 든 관객들을 완전히 배제해버렸을 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 중에서도 게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있다. ‘이 정도는 네가 이해할 것이라 믿어!’라는 듯이, 여러 게임의 설정, 아이템, 용어 등을 뒤섞어 놓으면서도 특별한 설명 없이 지나간다.
허나 이렇게 선택과 집중을 확실하게 해 둔 덕으로, 영화는 매우 뚜렷한 컨셉을 얻게 되었다. 유머는 타율이 높고, 어색함 없는 CG와 빵빵한 사운드, 질척거리지 않는 전개로 지루해질 여지도 없이 오감만족을 선사한다. 확실히 재미있다.
<프리가이>를 보다 보면 이 영화가 단순히 재미를 추구하는 것을 넘어서 은근한 메시지까지 담으려 했다는 것 또한 느낄 수 있게 된다. 이 세상에는 얼핏 주연과 조연이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것. 누군가가 자신에게 수동적인 역할을 강요하더라도 언제나 주체적일 필요가 있다는 것. 진정 자유로운 존재가 되라는 것. 단순한 교훈이지만 생각해볼 만한 지점인 것도 맞다. 코미디에도 최소한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 동의한다. 다만 그 메시지들이 이야기와 결정적으로 불협하고, 심지어 불쾌함까지 전해준다면 어떨까. 적절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프리가이>는 여러 영화를 연상케 한다. 나열해보자면 <트루먼쇼>, <그녀>, <매트릭스>, <13층>, <주먹왕 랄프>, <레디 플레이어 원> 같은 작품들이 될 것이다.
그중에서도 <프리가이>를 <트루먼쇼>와 비교하는 사람이 아주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주인공이 의문스러운 세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 본인도 모르는 새 수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존재라는 점. 중요하게 반복되는 대사가 있다는 점(“Don't have a good day! Have a Great day”, “good afternoon, good evening, and good night”)., 사랑하는 여인이 조력자로 등장한다는 점, 클라이막스에 바다를 건넌다는 점, 목숨을 걸고 세계의 끝에 도달하여 탈출한다는 점 등. 공통점이 굉장히 많다.
그런데 왜 <트루먼쇼>가 진한 감동으로 남아있는 것과 달리 <프리가이>는 씁쓸한 결말의 영화가 되었을까.
두 영화의 결말을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은 결국 주체적인 존재로서 자유를 얻지만, <프리가이>에서 ‘가이’는 진정한 자유를 얻지도, 주체적인 존재가 되지도 못한다. 만약 <트루먼쇼>에서 ‘트루먼’이 속편 <트루먼쇼2>를 통해 제2의 세트에서 다시 한번 주인공으로 등장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영화를 기쁘게 반길까? 이 세상이 세트이며, 모두가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트루먼이 다시 한번 관음의 대상으로 살아가게 된다면, 우리는 그 모습에서 감동할 수 있을까? 트루먼이 아무리 행복해 보인다고 할지라도 그가 목숨을 걸고 얻어낸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진정으로 믿는 관객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가이’는 트루먼과 다르게 목숨을 건 도전 이후에도 ‘프리가이’가 되지 못한다. 그는 여전히 게임 속 관찰의 대상이다. 자신의 사랑을 창조주에게 양보했다. 사랑을 잃고 친구와 재회한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가이’는 정작 직업마저 잃은 백수 광대로 남게 되었다. 에덴동산의 아담처럼 한량으로 사는 것이 그가 말하는 진정한 자유이고, 행복일까? 적어도 나는 설득되지 않았다.
영화의 결말과 주제가 일치하려면, 가이는 누구의 간섭이나 관찰도 허용하지 않는 주체적인 존재가 되어야 했다. 밀리와의 사랑 또한 이루어졌어야 했다. (어떤 방식으로 ai와 인간이 사랑할 수 있을지 구체적으로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키스는 밀리와 동업자이자 좋은 친구로 자신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달려가야 했다. 마지막 커플의 키스신이 야동을 보다 들킨 것처럼 황급히 끝나버리는 이유는, 어긋난 결말을 깨달아버린 감독 자신의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빵이야 어떻게 만들었든 생크림을 잔뜩 발라놓으면 입에 넣고 씹을만하듯이 유쾌한 상상력의 오락영화 자체로 본다면 <프리가이>는 그럭저럭 탑승해볼 만한 어트랙션이다. 하지만 <프리가이>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했다면, 정교한 방식이라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재미와 의미를 양손에 쥐고 가는, 좋은 영화들의 사례를 많이 만나왔다. 그런 면에서 <프리가이>는 재미는 잡았지만 의미는 잡지 못한 반쪽짜리 영화라고 평할 수밖에 없겠다. 프리도 되지 못하고 가이도 되지 못한 프리가이를 무어라 불러야 하나. 극장의 불이 켜질 때, 나에게 남은 것은 그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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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면과 혐오, 분노가 만든 폭력의 세계
지금 우리 학교는 (ALL OF US ARE DEAD, 2022)
“외면과 혐오, 분노가 만든 폭력의 세계”
개봉일 : 2022.01.28. (넷플릭스 공개)
감독 : 이재규, 김남수
출연 : 박지후, 윤찬영, 조이현, 로몬, 유인수, 이유미, 임재혁
개인적인 평점 : 3/5
지금 우리 학교는 줄거리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
동명의 웹툰 <지금 우리 학교는>을 원작으로 한 새로운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이 2022년 1월 28일 날짜로 공개됐다. 2021년을 뜨겁게 달궜던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에 대한 관심도가 상당히 높아진 만큼 ‘한국 드라마 콘텐츠’라는 타이틀을 달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시기가 아닐까 싶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공개된 <지옥>은 ‘한국 드라마 콘텐츠’로 큰 관심을 받으며 스트리밍 1위를 달성했고, <고요의 바다>는 1위를 찍지 못해 조금 아쉬웠지만 ‘한국형 SF’의 새로운 장을 열며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론 지금까지 공개된 시리즈들 모두 어떤 방향으로든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런데, 꽤 괜찮은 성공이 거듭되면서 기대감이 더욱 쌓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어딘가 모자랐던 걸까. 나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는 장단점이 뚜렷한, 완전한 성공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작품으로 남아버렸다.
긴 러닝타임, 길게 늘려진 답답한 이야기
<지금 우리 학교는>은 <킹덤>에 이어 넷플릭스에서 2번째로 제작된 한국형 좀비 드라마다. <킹덤>은 시즌당 4-60분 내외의 러닝타임을 가진 6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것에 비해 <지금 우리 학교는>의 러닝타임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그렇다고 <킹덤>이 특히 짧았던 것도 아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처럼 디스토피아를 소재로 사용한 <스위트홈>과 최근 공개된 한국 넷플릭스 시리즈 <D.P>, <마이네임>, <고요의 바다>, <지옥> 등이 모두 10편 내외로 구성되었던걸 생각해 보면, <지금 우리 학교는>은 눈에 띄게 긴 러닝타임을 갖고 있는 시리즈다.
한 회차당 60분 정도, 총 러닝타임은 709분에 달하는데, 처음엔 “원작에도 등장하는 인물이 워낙 많으니까.. 12화인 이유가 있겠지?”싶었는데, 시리즈를 다 보고 나니 “왜 12화까지 만들었지?”싶었다.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비판하고자 하는 부분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많았다는 부분은 어느정도 느낄수 있었으나, 깊게 표현됐다기보단 한번 쓰고 내팽개치고, 또 잠깐 보여주고. 하는 식으로 짧게 반복되니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차라리 8-10화 내외로 과감하게 쳐냈다면 지금보다 만족도가 훨씬 올라갔을지도.
여러 인물들이 만나게 되면 당연히 갈등이 생기게 되고, 어느 정도 고구마를 먹은듯한 답답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시청자들이 그 고구마를 견디는 이유는 갈등이 해소될 때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 즉 사이다를 꿀꺽꿀꺽 마시며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서인데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사이다가 부족하다. 숨 막히게 반복되는 답답한 상황과 고립. 갈등 요소가 해소되나? 싶은 순간, 갈등을 야기한 인물이 얼렁뚱땅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허탈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래... 상황상 어쩔 수 없지...”, “그래... 얘네 고등학생이잖아...”를 반복하며 마음을 달랬다.
다소 산만하게 느껴지는 구성과 납작한 인물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꽤 많은 캐릭터들이 나온다. 초반부엔 이름조차 제대로 외우기 힘들 만큼 말이다. 교내에는 청산과 온조가 주축이 된 무리와 하리와 미진이 주축이 된 무리, 은지와 철수로 구성된 폭력의 피해자 무리, 교내 최고 빌런 귀남까지 총 4개의 시점이 있다. 그리고 학교 밖엔 온조의 아빠 소주 무리와 도시로 들어온 스트리머와 형사 무리, 효산시 봉쇄 작전을 실행하는 사령관까지.
사실 등장인물들이 많은 건 단점이라고 할 수 없으나, 문제는 한 무리 안에서도 인물들이 따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있었다는 점과 각 무리가 갖고 있는 톤 자체가 서로 어울리지 않았다는 점이 있다. 곧 멸망해버릴듯한 세상이 주는 절망과 무거움을 작은 코믹 요소들로 중화시키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특정 인물들의 이야기만 너무 큰 변주를 준 느낌이라 아쉬웠다. 톤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으니 다양함보다는 산만함이 크게 느껴졌다.
정말 가감 없이 이야기하자면, 산만한 이야기를 꽉 잡고 갈 중심인물이 많이 없었다는 점도 이 시리즈의 단점이 아닐까 싶다. <지금 우리 학교는> 원작을 접한지 오래 지나서, 원작을 완벽하게 기억하고 있는 독자는 아니지만 이 시리즈를 보며 이런 생각을 정말 자주 한 것 같다. “얘 웹툰에서도 이랬었나?”
모든 인물들이 매력적이고 입체적일 순 없다. 그래도 이 산만함을 꽉 쥐고 끌어갈 수 있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았다면 그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4-5명 정도를 제외하고는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 크게 아쉬웠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서 시청 중에 지쳐버린 탓도 있겠지만 말이다.
단점을 어느 정도 상쇄하는 영리한 좀비 액션
그럼에도 <지금 우리 학교는> 시리즈를 끝까지 완주한 이유.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좀비들과 펼치는 영리한 액션신들 덕분이었다. 학교라는 고립된 공간 속, 길쭉하고 좁은 복도의 특성을 활용한 아슬아슬한 액션, 교내 물품들과 건축 자재들을 이용해 구성한 영리한 액션들과 그 안을 유연하게 비집는 카메라의 시점. 그 모든 액션들을 받아쳐주는 좀비들의 그로테스크한 움직임. 그리고 역하게 느껴질 만큼 잘 만들어진 비주얼까지. 아쉬운 점은 다 미뤄두고, 이 액션신과 배경을 만들기 위해 담당자분들과 배우분들 모두 정말 고생하셨다는 칭찬은 아끼고 싶지 않다. 개인적으론 고지대를 선점한 상태로 이어진 액션신들이 인상 깊게 남았다. (특히 도서관 장면)
신선한 얼굴들
<지금 우리 학교는>에는 신선한 얼굴들이 대거 출연한다. <벌새>로 소중한 날갯짓을 보여준 박지후 배우,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유미 배우, 여러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탄탄한 연기력을 뽐낸 이상희 배우처럼 은근 낯이 익은 배우들도 있고, 언젠가 한 번쯤 봤었던 <슬의생>의 장윤복 역을 연기했던 조이현 배우, 영화 <생일>에서 설경구 배우의 아들 수호를 연기했던 윤찬영 배우, 조금은 낯설고 새롭게 느껴지는 로몬, 유인수 배우까지. 이 신선한 얼굴들엔 기시감 같은 뻔한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보여준 연기와 배우들 간의 합이 빈틈없이 완벽했다고 말하긴 애매하지만, 적어도 이들의 차기작이 궁금해지게 만든 시리즈라고는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순간에 지옥이 된 세상에서 꼬집고자 하는 것. 호불호가 갈리는 표현 방법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효산 고등학교에서 살아남은 학생들과 학교 밖, 효산시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퍼지며 한순간에 지옥이 된 학교 안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뿌리치고, 달려오는 좀비들에 맞서며 구조의 순간을 기다린다. 아이들이 갇힌 세상은 온통 공포와 괴성, 불신으로 가득하다. 학교 밖에서 이 사태를 알게 된 어른들은 아이들을 구하러 지옥으로 몸을 내던지기도 하고, 다수의 생존과 소수의 희생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드라마 안에 그려지는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공감과 울분, 분노 등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꼬집고자 하는 방향은 확실하다. 평화로워 보이는 학교가 누군가에겐 지옥일 수 있다는 것. 사실을 알면서도 외면하는 방관자들이 굉장히 많다는 것. 폭력의 구렁텅이가 깊어질수록 그 안에선 더욱 지독한 폭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폭력이 지배한 세상 속에서도 자신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가면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사회에 만연한 불신과 혐오 등등.. 방향성은 충분히 알겠으나 표현 방식에 대한 호불호가 꽤나 갈리고 있는 모양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건 이 문제들을 꼬집기 위해 사용된 국회의원 캐릭터와 가해자와 피해자 캐릭터들이 다소 일회성으로 소비되었다는 점과 논란이 될만한 폭력 표현 방식 등이 있겠다.
지옥 같은 학교에서 손을 잡는 아이들
폭력이 만들어낸 작은 멸망과 그 상황에서도 파이 게임을 하는 어른들. 아이들은 어른들을 기다리며 지쳐가고, 끝내 버려졌음을 알게 된 순간 더욱 견고하게 자신들만의 세계를 구축해간다. 그들의 작은 세계 속에선 믿음, 사랑, 우정, 희생이 교차하고, 이 모든 감정은 단 하나의 목표. 생존을 위해 사용된다. <지금 우리 학교는>의 등장인물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생존이란 희망을 놓지 않는다.
누군가에겐 천국, 누군가에겐 지옥이던 학교가 이젠 모두에게 공평한 지옥이 되어버린 상황. 희망 같은 건 가질 수 없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잠시나마 희망의 스파크를 튀겨본다. <지금 우리 학교는>을 보면 아이들끼리 손을 잡고 서로에게 몸을 기대며 휴식이나 수면을 취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순간들이 정말 좋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에게 기대는, 본능이자 깊은 믿음에서 나오는 행동들이 좋았다. 좀비가 창궐한 와중에도 수능과 고3이 될 내년을 걱정하는 팍팍한 분위기를 잠깐이나마 풀어주는 것 같아서.
좀비물이라기보단 하이틴 로맨스로 본다면
<지금 우리 학교는>을 설명하는 가장 큰 카테고리는 ‘한국형 좀비 드라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분야를 즐겨보는 팬들에게 <지금 우리 학교는>은 부족함이 많은 시리즈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한다. 클리셰로 가득한 진행에 생존을 앞에 뒀다기엔 예상보다 더욱 답답하게 행동하는 인물들까지. 특히 좀비물의 스탠더드로 불리는 <워킹데드>나 앞선 한국형 좀비 <킹덤> 정도를 기대했다면..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이틴 로맨스 초점으로 바라본다면.. 어쩌면? 좀비에 집중했을 때보다 조금은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잠깐의 탈출과 고립, 희생과 이별이 반복되며 자연스레 쌓여간 감정들이 언젠가 한 번쯤은 훅- 다가오는 순간이 있을 테니까. 슬픔으로든 아주 큰 분노로든, 그 어떤 형태로든.
감정을 제대로 마무리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남은 건 맞잡은 손뿐인 아쉬움이 가득한 시리즈였지만... 이를 계기로 ‘K-좀비’의 장이 더 넓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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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첫째 주 극장 개봉 & 예정작
“놀지 말고 영화 하나 만들자. 내가 출연하겠다.”
전도연 배우가 오승욱 감독에게 한 이 말로부터 탄생한 <리볼버>
오승욱 감독은 전도연 배우가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전도연 배우의 출연이 확정된 후에야 제작사와 투자사가 결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무뢰한> 이후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오승욱 감독의 신작 <리볼버>는 전도연 배우뿐만 아니라 지창욱, 임지연 배우가 주연을 맡아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제작 후 유럽과 아시아 주요 지역 172개국에 선판매된 화제작 <리볼버>!
8월 1주차 개봉예정 PICK 4작품을 소개합니다.
리볼버
Revolver
개요: 범죄 | 대한민국 | 114분
감독: 오승욱
주연: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개봉: 2024.08.07.
배급: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줄거리
“약속한 돈을 받는데 무슨 각오가 필요해”
꿈에 그리던 새 아파트 입주를 기다리던 경찰 수영은 뜻하지 않은 비리에 엮이면서
모든 죄를 뒤집어쓰면 큰 보상을 해준다는 제안을 받고 이를 받아들인다.
2년 후 수영의 출소일, 교도소 앞 그녀를 찾아온 사람은 생전 처음 보는 윤선 뿐 수영은 일이 잘못되었다고
직감한다. 잃어버린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해 보상을 약속한 앤디를 찾아 나선 수영은 그 뒤에 있는 더 크고
위험한 세력을 마주하게 되는데…
물은 바다를 향해 흐른다
The Water Flows to the Sea
개요: 드라마 | 일본 | 123분
감독: 마에다 테츠
주연: 히로세 스즈, 오니시 리쿠
개봉: 2024.08.07.
배급: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줄거리
“여기 삼촌 혼자 사는 집이 아닌가요?” 요리 실력 최고인 까칠한 직장인, 여장 타로이스트, 해외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교수, 가족 몰래 만화가가 된 삼촌까지. 개성 넘치는 메이트들이 살고 있는 셰어 하우스에 고등학생 ‘나오타츠’가 새로 입주한다. “사카키 씨와 함께 있고 싶어요” 엄마와 헤어진 후 10년 동안 마음의 문을 닫았던 ‘사카키’는 첫눈에 ‘나오타츠’가 누구인지 알아보고, ‘나오타츠’ 역시 ‘사카키’와 얽힌 복잡한 인연을 알게 되는데…
디베르티멘토
Divertimento
개요: 드라마 | 프랑스 | 114분
감독: 마리-카스티유 망시옹샤르
주연: 울라야 아마라, 리나 엘 아라비
개봉: 2024.08.07.
배급: 찬란
줄거리
1995년, 파리 교외의 이민자 가정 출신인 ‘자히아 지우아니’는 지휘자의 꿈을 안고 파리 한가운데 있는
명문 음악 고등학교로 전학을 간다.
이민자 출신의 어린 여자라는 이유로 높은 장벽을 마주하지만 지휘에 대한 열정으로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눈에 든다.
음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었던 자히아는 다양한 출신의 친구들을 모아 특별한 오케스트라를 결성한다. 일명 ‘디베르티멘토’. 오직 손끝으로 세상을 움직인 17살 마에스트라의 감동 실화가 지금 바로 시작된다!
극장총집편 봇치 더 록! 전편
BOCCHI THE ROCK! Movie Part 1
개요: 애니메이션 | 일본 | 90분
감독: 사이토 케이이치로
주연: -
개봉: 2024.08.07.
배급: CJ CGV
줄거리
“혼자라면 ROCK을 해라!” 대인 관계에 서투른 소녀 ‘고토 히토리’는 무대에서 빛나는 밴드 활동을 동경해 기타 연주를 시작하지만, 여전히 친구가 없다. 혼자서 연습하며 실력을 키우던 중 자신의 연주 영상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어느 날 ‘결속밴드’에서 드럼을 담당하는 ‘이지치 니지카’가 먼저 ‘고토 히토리’에게 말을 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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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FF 데일리] 알고 보면 더욱 재미있을 이야기
SYNOPSIS.
2001년 인도의 어느 시골을 배경으로 한 <뒤바뀐 신부들>은 같은 기차에서 길을 잃은 두 어린 신부의 모험을 그린다. 재미와 감동을 선사하는 사건들과 예상치 못한 일들을 통해 두 사람은 자신과 여성성, 인생 자체에 대해 엄청난 발견을 한다.
PROGRAM NOTE.
인도의 국민 배우이자 감독으로도 활동하는 아미르 칸이 제작하여 화제를 모은 <뒤바뀐 신부들>은 2001년, 인도의 시골 어딘가를 배경으로 한 유쾌한 가족 코미디이다. 자야와 풀, 두 여인은 신부가 된 날 밤, 빨간 결혼 베일로 얼굴을 가린 채, 남편을 따라 같은 기차에 몸을 싣고 각자의 시댁으로 향한다. 풀의 남편 디팍은 한밤중의 혼잡한 기차에서 실수로 자야를 깨워 자신의 마을로 데려가지만, 집에 도착해서야 실수를 알게 되고, 반대로 자야의 남편은 풀과 기차에서 내리지만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풀을 기차역에 버려둔 채 사라진다. 이제 두 여인은 자신의 자리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야 한다. 좌충우돌 신부를 찾아 나서는 디팍과 덩달아 애가 타는 그의 가족을 오히려 위로하는, 자아실현을 위해 나아가려는 지혜로운 현대 인도 여성의 모습인 자야와, 수줍은 성격이지만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풀의 성격을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전진수)
돌이켜보면 나의 영화제 도장 깨기는 "인도 영화 찾아 삼만리"로 시작되었다. 넷플릭스에 있는 것도 여러 차례 시도해 봤지만 별로인 게 너무 많았다. 춤과 노래가 반복되는 거야 뮤지컬 영화라 생각하면 된다 쳐도, 개연성을 버리면서까지 흥겨우면 그만인 식의 전개 혹은 맥락을 끊고 들어오는 힌두 신 찬양 장면이 너무 재미없었다. 그런 내 눈이 들어온 것이 바로... <세 얼간이> 배우 아미르 칸이다.
그는 우리에게 <세 얼간이>의 주연배우로 가장 잘 알려졌지만, 자기 이름 내건 프로덕션을 운영하는 영화 제작자이기도 하고, 토크쇼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 모든 작업의 공통점은, 맥락 없고 개연성 없는 양산형 엔터테인먼트를 하지 않는다는 것. 아미르 칸 프로뎍션 작품들은 모두 여성 인권이나 아동 보호 등 인도 사회에 묵직하게 드리워진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한 상업영화들이다. <당갈> 과 <시크릿 슈퍼스타>는 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흥행도 해냈고, 국내에도 개봉했다.
<뒤바뀐 신부들>은 <당갈>과 <시크릿 슈퍼스타>를 연출한 키란 라오 감독의 신작이며, 여기에도 아미르 칸은 제작자로 참여했다. <당갈>과 <시크릿 슈퍼스타>도 좋아했지만, 이번 작품을 보고는 더욱 만족스러웠다. 전작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편하게 어필하는 영화다. 웃으면서 유쾌하고 편하게 볼 수 있고, 실제로 전주국제영화제 현장 반응도 너무 좋았다. 인도 향신료 '마살라' 맛이 이렇게 김치처럼 입에 착 붙어도 돼요?
참고로 이 작품은 해외 넷플릭스에는 오픈되었는데, 국내 계정으로 접속하면 나오지 않는다. 향후 개봉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인지, 넷플릭스에 서서히 오픈될지 모르겠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면 좋겠다. <세 얼간이>의 뒤를 이을 만한 인도 영화로 기억될 만한 작품이므로. 그 날이 어서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오늘은 이 영화에 대해 구구절절 이야기하기보다는 감상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써 보기로 한다.
결혼: 연애vs중매 너머 더 다양한 이야기로
인도에서 결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연애결혼(love marriage)와 중매결혼(arranged marriage)이다. 그건 만국 공통 아니냐고? 그렇긴 하지. 하지만 중매 혹은 선자리라는 말이 소개팅이라는 단어로 대체되어 가는 우리 나라만 보아도, 타인의 역할은 '소개' 선으로 축소된다. 결혼을 전제하고 만나더라도, 실제 그 사람을 만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게 일반적이다. 그 시간을 아주 빠르게 마치는 커플도 있기야 하겠지만, 아무튼 사진 한 장 받고 결혼하는 시대는 아니다.
인도에서는 여전히 가능하다. 특히 이 영화의 배경처럼 시골인 경우, 상대를 제대로 만나보지도 못한 채로 맺어지는 결혼이 가능하다. 비슷비슷한 아웃핏의 붉은색 웨딩 사리를 입고 두꺼운 베일로 얼굴을 가린 신부가 뒤바뀐다는 이 영화의 시놉시스 또한, 이러한 배경 위에서 성립 가능하다.
애초에 인도에서 결혼이란 두 사람의 연애 감정 그 이상의 것들이 많이 작용한다. 이 또한 만국 공통이겠지만 인도는 더더욱 그렇다. 워낙 다이나믹한 국가다 보니, 다양한 언어와 종교와 '가문' 수준으로 세분화된 카스트 등 다수의 역학 관계가 존재한다. 도시에서는 차라리 '돈'을 위시해 심플해진 현대의 '계급'이 작용하지만, 마찬가지로 이러한 조건들 또한 시골에서 더욱 강력하게 기능한다.
참고로 그 심플해진 현대의 기준들 또한 새로운 형태로 세분화되는데, 넷플릭스의 <매치메이킹 인디아: 중매를 부탁해>를 보면 흥미로운 면면을 발견할 수 있다. 현대 도시의 부자들은 저런 식으로 중매 결혼을 하는군, 이라는 한 줄로 요약될 수 있는 이 시리즈는 '밥 친구'로 좋으니 추천한다.
문제 해결: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다
많은 인도 영화가 보이는 특징 중 하나는 "보장된 해피 엔딩"이다. 춤추고 노래하며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문제가 뚝딱 해결되고 또 다 같이 춤추고 노래하며 끝나는 것이 전통적인 발리우드 영화의 인상이다. 발리우드 컬러를 걷어낸 작품들도 국내에 조금씩 더 소개되고 있지만, 그게 꼭 인도 영화의 '발전'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인도 영화도 다른 모든 산업과 마찬가지로 점점 발전하고 있지만 그 발전이 꼭 국제적 통용의 동의어는 아니라는 뜻이다. '마살라'만의 맛도 분명히 존재한다.
이 영화는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보장된 해피 엔딩의 맛 안에서, 인도 사회의 이러저러한 면면을 밉지 않게 담는다. 인맥에 좌지우지되지만 그나마도 좀 어설픈 정치인의 모습은, 그 나름대로 또 좀 든든하다. 많은 문제에 뇌물과 주먹을 개입시키는 인도 경찰의 모습 사이사이 또 그 나름대로 훌륭한 역량들이 돋보인다. 정석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는데 어찌저찌 에둘러 가다 보면 뭐가 된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되는 일도 없고 안되는 일도 없다"고들 한다. 유능하고 발빠른 행정 처리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대체 왜 공공기관의 정한 프로세스를 안내받지 못하는지, 혹은 안내 받은 대로 다 했는데 왜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때가 많지만... 인도는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인도가 게으르고 무능한 나라인 것은 아니다. 그냥 인도에는 인도식 방법이 있는 것이다. 수천 년째 얽히고설킨 이 뿌리를 현대 합리주의가 손쉽게 걷어낼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냥 거기에 몸을 맡기는 수밖에. (그리고 적절히 따박따박 따지며 화낼 타이밍과, 여성이라면 전략적으로 눈물을 뿌릴 타이밍을 파악하여 이 도전에 응전하는 수밖에.)
여성: 우리는 늘 선을 넘지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한 장점 중 하나는 아주 다양한 여성들이 나오며, 이 중 어느 한쪽만 옳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자기 집 주소도 남편의 이름도 입밖에 내지 못할 사람으로, 단지 집안일만 하고 아이만 낳는 사람으로 여성을 기르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 교육도 받고 일해서 돈도 벌고 아이도 낳고 아무튼 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두는 것이다. <시크릿 슈퍼스타>에서 눈물 뚝뚝 흘리는 어린 신부의 입으로 재현되었던 이 메시지는, 영화를 통틀어 등장하는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선택으로 더 은은하지만 강하게 발산된다.
특히 이 영화에서 농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영화는 2001년 마디아프라데쉬(Madhya Pradesh)의 한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아직 '유기농 농법(organic farming)'이 널리 알려지기 전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때부터 이미 화학 살충제를 사용하는 대신 보다 안전하고 환경에 영향을 덜 주는 방법들을 고민하고자 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이 여성이 향하는 데라둔이라는 도시는 반다나 시바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반다나 시바는 국내에도 <오늘부터의 세계> 같은 책이나 EBS <위대한 수업, 그레이트 마인즈> 시리즈 등을 통해 소개된 바 있는 환경운동가이다. 오래 전 삼림파괴에 맞서 나무를 끌어안고 버티는 '칩코 운동'을 조직하였고, (주로 서구권의) 거대 농업회사들이 종자를 통해 식량주권을 침해하는 상황 속에서 지역의 토종을 잘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그의 주장은 단지 세계화에 맞선 지역 주권의 측면만 바라보지 않는다. 이는 여성에 대한 착취와 궤를 같이 한다. 발전의 비용을 선진국이 개도국에게 전가하는 동시에, 여성에게도 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여성이 농촌에서 로컬한 종자를 가지고 농사를 짓는 삶을 긍정한다. 이러한 마음은 나브다니야(Navdanya)라는 단체 설립으로 이어졌는데, 영화 속 인물이 훗날 이 단체에서 일하게 된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 같다. 아무튼 에코페미니즘, 지구 민주주의, 다양성 강조 등으로 정리될 수 있는 그의 사상은 지금 같은 시대에 귀를 기울여봄직하다.
그냥 봐도 재미있는 영화지만, 인도의 현실과 접목하여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흥겨운 마살라 맛 너머 인도라는 나라의 변화상도, 그 사회를 담은 영화도 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2024. 05. 04. 16:30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상영코드 339)
2024. 05. 05. 20:00 메가박스 전주객사 1관 (상영코드 462)
2024. 05. 09. 11:00 CGV전주고사 1관 (상영코드 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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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만에 다시 만난 기념비적 SF
잘생긴 사람이 부산 사투리로 어떤 말을 한다. 남자는 입담이 엄청 좋다. 이 남자의 이름은 '사이먼 도미닉', 이하 '쌈디'다. 굉장히 좋은 행보로 AOMG의 사장을 지나 현재 한국 힙합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이 남자. 이 사람의 언더신에서의 행보는 아주 훌륭하다. 여전히 그는 한국 힙합의 전설이 되어 좋은 음악을 발표하고 있다(글쓴이도 쌈디를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이렇든 저렇든 이름을 처음 알리게 된 계기는 MBC의 <아바타 소개팅>이다. 그렇게 잘생긴 사람이 말을 저렇게 재미있게 한다고? 그 프로그램 자체의 아이디어도 신박했다. 일단 누군가가 직접 보이지 않은 채로 타인을 대하면 민망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차피 내 일 아니거든. 이 프로그램은 그 지점을 똑똑하게 활용하며 지금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몇몇 레전드 클립을 남겼다.
어떤 영화가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면 그건 대단한 일이다. 단순히 <범죄도시 2>에서 손석구 배우의 카리스마로 그가 스타덤에 오른 것도 굉장히 좋은 일이다. 일단 손석구 배우 개인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그런데 어떤 영화가 TV 프로그램 몇 개 만들다 못해 '아바타'라는 개념 자체를 갖고 온 것이라면 그건 감독이 선견지명이 있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아, 이 영화는 이 선견지명만 남기고 우리 기억 속에 남아있지 않다.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SF 명작이 되어 그렇게 남아있다. 12년을 돌아 메타버스를 꿰뚫은 영화를 만나보자. 다음 주 수요일 리마스터링으로 재개봉하는 <아바타>다.
아주 먼 미래
2150년. 상이군인 제이크 설리는 힘겨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가족도 없이 혼자서 사는 것 같다. 나라를 위해 투신했지만 보상이 노력한 만큼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세상에게 잊히고 있는 제이크. 어떤 술집에서 웬 부랑자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다. 정신을 차릴 즈음 누군가가 말을 건다. "이 자가 제이크야?" "맞는 것 같은데요." 남자 둘은 제이크를 끌고 어딘가로 향한다. 도착한 곳은 일종의 연구실이다. 여기가 뭐하는 데야? 처음 겪는 상황이다. 어리둥절한 제이크.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중 그레이스 박스는 싹수가 없다. 아무튼 제이크에겐 임무가 주어진다. 1kg당 2천 달러나 하는 물질 언옵테늄을 채취하는 것. 이 언옵테늄이 있다면 가상의 행성 판도라를 개발해 인류의 평화로운 삶을 기약할 수 있었다. 이를 위해 대규모 부대를 판도라에 파견하는 인류. 판도라에는 원주민 나비족이 살고 있었다. 인류는 나비족과의 공존을 위해 가상으로 된 몸 '아바타'를 만들어 외계인과의 소통에 나선다.
아바타를 통해 외계인과 통신하는 제이크. 임무를 하던 도중이었다. 원래 판도라에서 살던 외계 동물에게 공격을 받고 무리에서 낙오된다. 절망스러운 상황. 헤매던 제이크를 오마티카야 부족의 여전사 네이티리가 발견하고 그를 구해준다. 묘하게 시작되는 인연. 사실 네이티리는 제이크에게 화살을 겨눴지만 사살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바로 지역의 수호신 같은 존재 에이와가 이를 제지한 것. 제이크에게 뭔가 다른 걸 느끼는 네이티리. 살고 있는 고향으로 데려간다. 술렁이는 부족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이와의 계시를 받았다는 네이티리의 말에 제이크가 부족과 함께 동화되는 것을 허락한다. 제이크와 네이티리는 동상이몽인 채로 서로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과연 아바타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기념비적이라고 할 수 있지
글쓴이는 97년이다. 이 영화의 개봉 연도는 2009년이다. 이때 <무한도전>이 인기가 많았다. <무한도전>의 팬이었던 나. 엄마는 많이 바빴기 때문에 주말이 아니면 극장에 갈 수 없었다. 토요일 저녁 6시 40분. 애매한 시간대에 표 예매를 잡았다. <무한도전>이 삶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에 극장 가기 직전까지 엉엉 울었다. "우리 아들. 왜 그래? <무한도전> 보고 싶어?" 지금 다시 생각하면 이마빡을 손바닥으로 쳐버리고 싶지만 아무튼 그땐 <무한도전>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 3시간 분량이 끝나고 난 뒤 뭔가 신세계가 열린 느낌이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SF였던 <아바타>. 메이플스토리를 필두로 한 아바타 게임은 적지 않았지만 그걸로 이런 서사를 짰다는 건 굉장히 신선한 시도였다.
13년이 지났다. 마블이 휘황찬란한 영화들을 발표하고 드니 빌뇌브가 <듄>을 발표했다. 긴 시간 동안 SF 장르에 햇살 같은 축복이 내렸다. 그런데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아바타>의 임팩트를 넘어선 SF가 없었다는 것에 쉽게 동의할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도 파란 피부에 신기하게 생긴 외계인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또 무슨 날개 달린 외계 생물체를 달고 비행하던 쾌감은 지금 봐도 신선하다. 어릴 때야 '그때 그거 쩔었지'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분명하게 이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이 영화가 가진 시각적 쾌감은 제임스 카메론이라는 거장이 가진 연출력 덕택에 나왔다. 180분 동안 살짝 진부할 수도 있는 스토리를 매 번 다른 느낌으로 끌고 간 감독의 개인능력이 돋보인다. 괜히 기념비적인 SF가 아니다.
뭐가 있냐면
일단 시각화 수준이 대단하다. 이 영화는 SF영화다. SF영화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일단 시각적인 게 중요할 것이다. 기존의 세계를 새로 만드는 게 이 영화의 주요 과제다. SF이니 만큼 기존에 없는 대신 설득력 있게 사실적으로 가상의 현실을 구현해야 한다. 이곳에서의 CG 연출은 우리를 설득하기 충분하다. 일단 나비족을 CG로 연출한 방식은 '적당히 신선하다'라는 말과 어울린다. 우리는 살면서 외계인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이 영화에서는 사람처럼 구성하되 외관만 살짝 빗겨 난 형식을 썼다. 또 부분적으로 근육질의 묘사도 인간의 것을 따온 것이 보인다. 다들 '불쾌한 골짜기 이론'에 대해 알 것이다. 기괴함과 신선함의 차이는 정말 간발의 차다. 그런데 이 영화가 초반부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유지하고 있었던 건 이 시각 연출의 힘이 크다. 또 판도라에 사는 외계동물 연출도 공룡을 연상케 하는 좋은 시각화였다. 우리 인류가 처음 탄생하기 이전에 공룡이 살았다. 그리고 판도라 역시 도시를 개발하기 이전이다. 이 점에서 '인류의 역사와도 닮으면서 신선함을 유지했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이 공룡들을 활용한 액션도 이 영화의 강점 중 하나다. 타고 다니는 동물이 있다. 이 타고 다니는 동물을 가지고 하는 전투신이 이 영화에서 제시되는데, 실제로 이 동물들을 타고 싸우진 않았을 것이다. 그럼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장면을 구성했다는 이야기인데 운동의 디테일이 구석구석 살아있어 생동감을 더한다.
이런 시각화를 뒷받침하는 이야기 구성도 눈에 들어온다. 사실 이 영화 줄거리 별 것 없다. 자연을 개발하려는 인간과 원주민의 대립은 우리 역사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이렇게 이야기를 설정한 건 어느 정도 노림수가 있다. 우선 철학적인 이야기를 담고자 했던 것도 분명히 의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감독이 하고자 했던 메시지와도 관련이 있다. 그런데 글쓴이의 생각은 이야기를 통해 힘을 주고 싶었던 것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시각화에 힘을 빡 주는 것이다. 이 영화는 '아바타'라는 매개체를 통해 외계 문명과 소통하는 인간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럼 3자의 관점에서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하는 게 뭘까? 외계인과의 신기한 소통 과정일 것이다. 그러면 이야기를 신선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시각화에 힘을 주는 것이 더 중요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야기가 조금 진부하더라도 액션과 CG에 힘을 주는 방식은 우리 요즘 할리우드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일단 올해 국내에서 800만 관객을 동원한 <탑건 : 메버릭>만 봐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베테랑 조종사 메버릭의 이야기가 서사의 전부다. 그럼에도 메버릭의 저세상 액션 하나만큼은 정말 끝장났다. 이렇게 이 영화가 후의 상업영화들에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건 그렇게 어려운 가정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외계인들과의 소통' 중 어떤 것을 소재로 삼았는지 생각해보면 이는 감독의 노림수가 꼼꼼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단 주인공 제이크의 인물 설정이 흥미롭다. 바로 하반신 마비라는 점이다. 이 하반신 마비라는 특성은 1) 초반부에 아바타를 연결하고 난 다음의 카타르시스 2) 아바타 프로젝트에 참여할만한 근거 제시 3) 후반부 인물의 선택지에 합리적인 근거 제시라는 점에서 꼼꼼하다. 또한 액션 신에서 탈것이 되어주는 동물과의 교감을 넣은 것, 후반부에 인류와의 대립이 있는 것, 네이티리의 전투신까지 '이걸 넣으면 영화의 시각적 요소가 풍부해질 것'을 고려한 티가 난다. 일단 아크란과의 교감과 비행은 극에서 중요한 위치도 차지하면서 불필요하게 삽입하지 않았다. 인류와의 대립 액션신은 핵심 인물들의 내적 변화를 꼼꼼히 만들었기 때문에 일반 관객들도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나?'를 설득할 수 있다. 또한 네이티리의 맨몸액션은 초반부에 이 인물이 어떤 캐릭터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방식 중 하나다. 이 사람이 내적으로 강인하지만 그렇다고 빈틈이 아예 없는 인물은 아니라는 걸 경제적으로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12년을 돌아 다시 직면하다
이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동하는 테마 중 하나는 '인간의 것은 과연 무엇인가?'다. 대사에서도 언급된다. '모든 에너지의 것들은 잠시 빌린 것이며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라고. 이 영화가 개봉한 2009년 12월부터 세계는 다양한 사건을 맞았다. 시간이 많이 지났어도, 팬데믹 사태를 겪어도 변하지 않았던 뜨거운 감자는 사실 명확했다. 바로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지구 온난화 문제였다.
감독이자 각본가 제임스 카메론은 이 지구 온난화 문제에서 환경에 대한 소재만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한 것 같다. 이야기 전개는 어디서 봤다. 또 소재는 우리 책에서 많이 읽을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익숙한 소재를 갖고 왔다고 해서 절대 깊이가 얕지 않다. 인류가 자기를 희생하기 위해 타자들을 어디까지 희생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과학의 진일보를 어디까지 바라볼 것인가, 복제인간은 과연 인간과 어떤 차이점을 갖는가, 미국의 자본주의 역사에 대한 논의, 대화와 소통 없는 의사소통 방식까지 영화는 다양한 층위로 이루어져 넓은 이야기를 한다. 과연 이게 2009년의 세계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일까? 아닐 것이다. 금세 우리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 생각난다. 팬데믹 사태를 불신했던 몇몇 정상들도 생각난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찾을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인형에 대한 논의는 뜨거운 감자였다. 이런 일에 대해 감독은 각각의 해결책도 제시하지만 결정적인 키워드로 어떤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뭐. 사람에 따라 고리타분하게 느낄지는 모르겠으나 사실 원론적으로는 맞는 말인 걸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10여 년을 지났지만 시대상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유효하다는 것은 제작자들의 인사이트가 탁월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단순히 눈요깃거리로 뛰어난 영화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삶에 대해 통찰해보면 좋은 영화가 <아바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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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기예르모 델토로의 피노키오> 공식 티저 예고편
아카데미 수상 감독 기예르모 델토로의 손에서 인기 고전 동화가 재탄생했다. 외로운 목수 제페토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마법처럼 생명을 얻게 된 목각 인형.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엉뚱하고도 반항적인 모험을 떠나는 피노키오의 이야기를 기예르모 델토로와 마크 구스타프슨 감독이 기발한 스톱모션 영화로 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