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10-26 11:41:11
10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0월 4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0월 4주 개봉영화!
리벰버 REMEMBER , 2020
60년을 계획한 복수
영화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의 이야기를 그린영화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이성민과 남주혁 만났는데요
80대 필주와 20대 인규를 절친으로 설정하며 세대를 뛰어넘는 케미를 완성시켰습니다.
영화 "리멤버"가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과 다른 가장 큰 지점은 이 이야기가 가족을 죽인 자들을 대상으로 한 필주의 개인적인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인데요
역사책 속에 박제된 과거의 사실이 아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개인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역동적인 스토리 속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넷플릭스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 기획!
추천영화 "리벰버" 입니다.
자백 Confession , 2020
소지섭X김윤진X나나X최광일
영화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누명을 벗기 위해 호텔 룸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하기 시작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에서 발견되는 허점을 메꿔가며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의
날 선 대화가 시종일관 날카로운 긴장감을 형성하는데요
두 사람의 팽팽한 심리전과 숨 막히는 대화의 줄다리기는 영화 "자백"의 결정적 관전 포인트입니다.
새롭게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는 재미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관객들을 스크린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까지 독보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의 네 배우가 펼치는 추리소설 같은 압도적인 몰입감!
추천영화 "자백" 입니다.
죽어도 자이언츠 Giants 'Til I Die , 2022
자이언츠의 40년 역사가 펼쳐진다.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는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역사를 함께했으나 1992년 이후 30년째 우승이 없는 롯데 자이언츠와
'구도'(球道)라 불리는 부산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입니다.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무쇠팔' 고(故) 최동원과 지난 8일 LG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선수 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그리고 이대호를 닮은 개성고의 배광률 선수를 통해 부산 야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는 점이 관점포인트 입니다.
30년간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롯데 자이언츠를 사랑하는 팬들의 이야기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와 부산의 근현대사!
추천영화 "죽어도 자이언츠" 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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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11월 신작!
넷플릭스 10월! 신작 추천5편
지옥
11월 19일 시즌1 공개
장르: 스릴러
크리에이터: 연상호, 최규석
출연: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어느날 기이한 존재로부터 지옥행을 선고받은 사람들
충격과 두려움에 휩싸인 도시에 대혼란의 시대가 도래한다.
신의 심판을 외치며 세를 확장하려는 종교단체와 진실을 파헤치는 자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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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비밥
11월 19일 시즌1 공개
장르: 액션
크리에이터: 안드레 네멕
출연: 존 조, 무스타파 샤키어, 다니엘라 피네다
스타일은 차고 넘치는데 주머니느 텅텅 비었다.
돈을 벌기 위해 태양계를 누비며 범죄자를 쫓는 현상금 사냥꾼 스파이크, 제트, 페이
세 사람은 스파이크의 과거로부터 도망 치려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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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이
10월31일 시즌1 공개
장르: 범죄, 스릴러
크리에이터: 이정흠, 성초이
출연: 이여애, 김혜준, 김해숙
경찰 출신의 보험조사관 구경이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지내던 그녀가 세상에 나와 연쇄 살인마를 쫓기 시작한다.
완벽하게 사고로 위장된 사건, 범인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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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
11월 19일 공개
장르: 코미디, 블록버스터
감독: 김지훈
출연: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서울 한복판에 발생한 거대 싱크홀
빌라 한 동이 통째로 땅속으로 꺼져 버렸다
폭우로 인한 추가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 더 큰 일 나기전에 나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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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노티스
10월 12일 공개
장르: 액션, 코미디
감독: 로슨 마샬 터버
출연: 드웨인 존슨, 라이언 레이놀즈, 갤 가돗, 리투 아리아, 크리스 디아만토풀로스 등
전 세계에 지명 수배가 내려진 미술품 도둑과 그를 추적하는FBI 프로파일러,
늘 한발 앞서 도망치는 사기꾼을 잡기 위해 둘은 어쩔 수 없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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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 앞 한 남자의 회한 그리고 따뜻한 마지막
시사회 참석으로 개봉 전 관람하고 작성한 리뷰 입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영화 <더 웨일>의 주인공 찰리(브렌든 프레이저)는 습관적으로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왜 계속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는 걸까. 그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등장하는 각기 다른 상대방에게 모두 미안하다는 말을 던진다. 그의 육중한 몸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정말 잘못을 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살다 보면 다양한 인생의 분기점을 만난다. 그 분기점 앞에서 우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식이 될지 그 선택의 순간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때론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어쨌든 선택을 해낸다. 그 선택에 따르는 결과는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 결과가 바로 볼 수 있게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이 지나야 그 결말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회한의 감정이 들 때에서야 비로소 그때 그 결정이 옳았는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죽음이 곧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는 자신이 했던 수많은 결정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중에서도 후회가 되는 선택들을 떠올리며 그것에 대해서 누군가에게는 사과를 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후회되는 선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선택으로 인한 행복한 순간들도 머릿속에 같이 맴돌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더 강렬하게 반복되는 감정은 후회와 미안함이다. 이제 더 삶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은 삶의 의지를 점점 떨어뜨린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주인공 찰리의 마지막 7일
영화 속 찰리는 죽음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다. 엄청나게 살이 찐 그를 옆에서 돕고 진료를 하는 친구는 간호사 리즈(홍 차우)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하지만 찰리는 병원에서 돈을 쓰기를 원하지 않는다. 리즈는 찰리가 살 수 있는 날이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건강이 좋지 않은 찰리는 육중한 몸을 스스로 가누기가 어려워 걸을 때도 보조기구를 활용한다. 그는 온라인 강의로 간간히 생활비를 벌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동성애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불운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그렇게 연인의 죽음 이후 찰리는 거의 집에만 갇혀 살게 된다. 찰리가 동성 연인을 만나기 전에 그는 이미 한 여자와 결혼을 했었고 딸 엘리(세이디 싱크)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혼 후 동성 연인과 함께하는 선택을 한다.
찰리의 그 선택은 힘들고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감히 그 선택을 했고 뜨겁게 자신의 사랑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 선택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 과거 부인이었던 메리(사만다 모튼)에게 상처를 주었고, 딸인 엘리에게도 큰 상처를 줬다.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찰리는 마지막 7일 동안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
찰리가 집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딸 엘리
마지막 7일 동안 다양한 사람이 집에 찾아온다. 친구인 리즈가 매일 찾아와 그를 진료하고 상태를 봐주고, 한 교회의 선교를 하러 다니는 토마스(타이 심킨스)가 우연히 집에 왔다가 찰리와 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부인 메리와 엘리도 찰리에게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 특히나 딸 메리와 찰리가 함께 있는 모든 순간들은 꽤 긴장감이 넘친다.
엘리는 아빠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있다. 반항적이면서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의지도 없어 보인다. 영화는 그를 바라보는 찰리의 얼굴을 가만히 비추며 그가 딸에게 던지는 말을 세세히 전달한다. 그의 딸을 향한 말들은 매우 늦었다. 그가 떠난 몇 년 동안 엘리가 겪었던 상실감은 지금의 찰리가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걸 찰리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들을 딸에게 전달한다.
엘리는 아빠와 대화하기 거북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빠를 찾아와 그의 앞에 앉는다. 수많은 비아냥과 분노를 솔직하게 내뱉는 그의 모습은 찰리에겐 딸에 대한 다른 면을 발견하게 만든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 그것이 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다른 오해를 만들지 않는다. 그렇게 찰리는 엘리의 마음속 깊은 곳의 언어를 발견해 나간다.
영화 <더 웨일>은 영화 내내 긴장감이 넘친다. 영화는 찰리의 집 안에서만 진행된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게다가 찰리는 고도 비만으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전혀 긴장감이 없을 것 같은 구성이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그의 앞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이용해 영화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찰리가 기분이 우울해져 음식을 마구 먹을 때 긴장되는 음악이 같이 연출되어 있어 혹시나 찰리가 죽지 않을지 숨을 죽이며 바라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영화의 말이 모든 인물들과의 대화를 마친 찰리가 딸 엘리에게 엘리가 쓴 에세이를 읽어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영화의 모든 감정들이 폭발하며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긴장감 넘치고 따뜻한 영화 <더 웨일>
이 영화는 찰리를 연기한 브렌든 프레이저의 영화다. 그는 고도 비만의 남자를 연기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굴곡들과 자신의 회한까지 캐릭터에 담아냈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미이라> 시리즈로 할리우드의 정상에 섰지만 그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혼을 하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동성에게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면서 예전의 샤프한 모습을 잃어갔다. 그래서 찰리는 브렌든 프레이저, 그 자체로 보이는 캐릭터다. 이 영화로 그는 배우로서 완전히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2011년에 개봉했던 <블랙스완>이나 <마더!> 같은 인물의 심리를 이용한 긴장감을 잘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이번 <더 웨일>에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을 바탕으로 긴장감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그가 그간 연출했던 어떤 영화보다 따뜻한 감정을 끌어낸다.
영화 <더 웨일> 속 찰리는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던 것일까.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던지는 찰리의 태도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찰리라는 한 사람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찰리는 자신이 동성 연인에게 가기 위한 분기점에서 사랑을 택했다. 그가 딸을 버리고 싶어 떠난 건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은 영화 끝까지 계속 그를 괴롭힌다. 이 영화는 찰리의 마지막 7일을 다루는 이야기이지만 그가 가진 회한과 후회를 잘 정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꽤 감정적이고 따뜻한 이 영화는 힘든 상황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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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엉망진창 하이틴도 하이틴이니까!
엉망이어도 괜찮아 🤯
그게 하이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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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키 17 | 봉준호답게 일탈한 SF 모범생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빚을 내어 친구 ‘티모’(스티븐 연)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망한 나머지 사채업자를 피해 다녀야 하는 '미키 반스'(로버트 패틴슨). 아예 지구 밖으로 도망치기로 결심한 그는 정치인 '케네스 마셜'(마크 러팔로)의 외계 행성 니플하임 식민지 개척단에 합류한다. 티모와는 달리 아무 기술도 없었던 미키는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신체가 출력되는 '익스펜더블'로 자원한다.
온갖 생체 실험에 동원되면 죽고 출력되기를 16번이나 반복하면서도 여자친구 '나샤'(나오미 애키) 덕분에 4년의 항해를 견뎌낸 '미키 17'. 니플하임 행성 탐사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탐사 도중 외계 생명체 ‘크리퍼’를 조우하고, 죽을 위기를 피해 우주선에 간신히 복귀한다. 하지만 우주선에는 이미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었고, 복제 인간이 둘 이상 공존할 수 없다는 규칙에 따라 두 미키는 서로를 죽이려 든다.
봉준호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만남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복기해 보면 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한 작품 내에서도 의외의 타이밍에 장르를 변환하거나, 과감한 스토리텔링을 시도한다는 것. <기생충>에서는 '부자는 악하고 빈자는 선하다'는 고정관념을 뒤엎는 전개와 블랙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전환되는 구성으로 충격을 선사했다. 꼬리칸의 반란의 성공이나 실패에 얽매이지 않고 열차라는 시스템 자체를 전복하는 <설국열차>의 결말도 마찬가지였다.그렇기 때문에 <미키 17>은 기대만큼 우려도 컸다. '관습에 구속되지 않는 비틀림'이라는 봉준호의 특징이 할리우드에서 어떻게 다뤄질지 의문이었던 것. 워너 브라더스와 협업하고 제작비만 1억 2천만 달러가 투입된 <미키 17>은 <설국열차>나 <옥자>와는 또 다른, 엄밀한 의미에서 진정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였으니까. 규격화된 시스템과 봉준호가 어떤 조화를 보여줄지 걱정 반, 기대 반일 수밖에 없었다.
<미키 17>의 결과물은 전반적으로 할리우드스럽다. 전개는 SF 클리셰에 충실하다. 봉준호라는 명성에 비하면 깊이도 얕아 보인다. 다양한 철학, 종교, 윤리, 정치적 딜레마와 알레고리가 삽입됐지만, 어느 것도 진득이 다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특별하다. 디테일로 빚어낸 블랙 코미디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 즉, <미키 17>은 할리우드의 SF 모범생이 전학생 봉준호를 만나 펼쳐 보이는 성실한 일탈의 결과물 같다.
'봉테일'로 빚은 불쾌한 블랙 코미디
<미키 17>에서 가장 먼저 느껴지는 감정은 불쾌함이다. 특히 디테일하게 빚어낸 불쾌함을 토대로 이뤄지는 스토리텔링을 따라가다 보면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그 중심에는 3D 생체 프런터가 있다. 이 프린터는 일반 3D 프린터처럼 입력된 설계도대로 인체를 찍어낸다. 그런데 이 프린터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도 일상적이라서 그 자체로 기괴한 유머처럼 느껴진다.
프린터가 작동하는 방식부터가 그렇다. 외관은 MRI 기계처럼 깔끔하고 미래지향적으로 생겼지만, 정작 작동하는 방식은 옛날 프린터처럼 투박하다. 과거 프린터들은 출력물을 인쇄할 때 종이를 한 번에 매끄럽게 내보내지 않았다. 문서를 한 줄씩 인쇄하면서 덜커덩거리면서 조금씩 종이를 내보는 경우가 많았다. 이 프린터 또한 덜컹거리면서 미키를 머리부터 서서히 밖으로 뽑아낸다. 마치 종이 문서를 출력하듯이.
이처럼 일반적인 프린터가 작동하는 익숙함과 프린터에서 종이가 아닌 사람이 출력되다는 낯섦 간의 괴리감은 미묘한 불쾌함을 조성한다. 이 불쾌함은 프린터 사용자들의 태도 때문에 증폭된다. 그들의 태도는 지극히 일상적이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하다. 핸드폰 게임을 하느라 출력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받침대를 뒤늦게 깔거나, 출력이 되는 사이 다른 작업을 하다가 출력물이 이상하다고 짜증을 내는 식이다.
문제는 프린터에서 종이가 아니라 미키 반스라는 사람이 출력된다는 것. 바로 이 지점에서 투박한 작동 방식이라는 디테일의 진가가 드러난다. 단지 사람을 물건 취급하는 세태뿐만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행위로부터 아무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그로테스크함을 더 구체적으로 짚어주기 때문. 유머러스한 연출도 한 몫하다. '사람을 출력한다'는 사안의 심각성과 가벼운 분위기 사이의 간극 덕분에 불쾌함은 극대화된다.
익숙함+봉준호=특별함
프린터에서 느껴지는 불쾌함, 인간의 존엄성을 아무렇지 않게 훼손하고 짓밟는 그로테스크함은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된다. 가짜 임무를 주고 미키를 우주로 내보내서 인체 방사선 실험을 한다. 새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보호 장비 없이 미키를 보내서 대기 상의 바이러스를 파악한 뒤 백신을 만든다. 저녁 만찬에 초대해서는 배양육을 임상실험하고, 부작용이 나타나자 내친김에 신형 진통제 효능까지 시험한다.
이 온갖 생체 실험에도 불구하고 미키는 일절 불평도, 반항도 하지 않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사채를 빌리고 돈을 갚지 못해 죽을 처지가 되자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쳐야 했으니까. 자본주의 시스템의 폐해를 다루는 이 대목은 SF 영화의 클리셰에 가깝다. <설국열차>의 꼬리칸을 익스펜더블로 바꾼 것처럼도 보이고, <아바타>에서 제이크 설리가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 기괴함과 유머가 뒤섞인 미묘한 분위기 덕분에 클리셰는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된다. 실제로 <미키 17>에서는 돈이 없어서 지구를 떠난다는 클리셰도 마치 생체 프린터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사채업자 '다리우스'는 돈을 안 받아도 되니 그저 사람이 죽는 모습을 즐기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이는 인명 경시 풍조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이미 인간의 존엄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세태를 고발하는 다른 차원의 효과를 낸다.
<기생충>에서 '박동익'(이선균)이 '김기택'(송강호)의 냄새에 묻은 가난함을 지적하는 것과도 유사한 방식이다. 선악 이분법을 활용하지 않고도 빈부격차를 실감케 한 것처럼, 인간을 액수로 수치화하지 않아도 이미 인간이 돈이나 다름없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처럼 익숙하고 강고한 클리셰의 벽에 봉준호다운 디테일이 균열을 일으키면서 <미키 17>의 폭은 넓어지고 깊이도 더해진다.
SF 모범생을 일탈시키다
클리셰에 봉준호 향을 첨가해 색다른 맛을 내는 방식은 <미키 17>이 해결책을 제시할 때도 유효하다. 사실 앞서 보여준 문제의식에 대한 <미키 17>의 답안은 너무 모범적이고, 순진하기까지 하다. 두 방향의 아가페적 사랑을 해결책으로 내놓기 때문. <미키 17>은 니플하임에 사는 크리퍼처럼 모든 생명을 아끼고, 나샤처럼 타인을 한 인간으로서 사랑하면 생명이 경시되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극 중 서로의 존재를 처음 인지한 크리퍼와 인간은 정반대 태도를 취한다. 인간은 크리퍼를 전부 죽이려 하지만, 크리퍼는 처음 보는 인간도 죽을까 봐 걱정하면서 구해준다. 또 종족을 위한 길이라며 미키를 17번이나 죽이는 인간들과 달리 크리퍼는 인간에게 잡힌 새끼 한 마리를 구하려고 모든 종족이 전투에 나선다. 즉, 모든 생명을 더한 만큼 한 생명이 소중하다는 <옥자>스러운 메시지를 인간과 크리퍼의 대비 속에 담아낸다.
한편 나샤의 사랑은 미키를 변화시킨다. 미키가 무기용 살상가스 테스트를 당할 때, 나샤는 그를 홀로 두지 않는다. 방호복을 입고 실험실 안에 들어가서 그가 죽을 때까지 옆에 있어준다. 또 티모가 다리우스의 협박 때문에 미키 17을 죽이려 할 때도 나샤는 목숨을 걸고서 그를 구해낸다. 이러한 아가페적 사랑은 우유부단하고 무기력한 미키 17을 각성시키고, 그가 케네스의 압제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 계기가 된다.
사랑의 힘을 찬양하는 메시지도 사실 신선하지는 않다. 하지만 여기서도 봉준호다운 색다름을 엿볼 수 있다. 미키 17과 나샤는 항해 중에 여러 섹스 체위에 이름을 붙였는데, 그중 하나가 케네스의 압제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신호로 활용된다. 아가페적 메시지를 순간 에로스적으로 풀어내는 유머 덕분에 진부할 뻔한 장면에 생동감이 깃든 셈이다. 이 또한 봉준호가 할리우드 SF 모범생을 변화시킨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악역을 무찌르는 사랑의 힘
한편, 사랑의 메시지는 정치 풍자의 영역으로도 확장된다. 미키를 출력할 때 가장 독특한 지점은 그의 기억과 성격이 보존되고 이어진다는 것. 바로 이 대목에서 마셜 부부가 상징하는 파시즘에 대한 경계와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의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미키는 존재 자체로 마셜의 이상에 반하기에, 그의 성장 서사는 그 자체로 케네스의 실패와 퇴락을 뜻하기 때문.
마셜 부부는 인간 중심주의와 우생학을 신봉한다. 식민지 행성 개척 프로젝트도 더 우월한 인류를 만들겠다는 비틀린 신념의 일환이다. '일파'(토니 콜레트)'가 만드는 '소스'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소스를 기준으로 사람을 구분한다. 소스를 즐길 줄 아는 우월한 종자와 즐기지 못하는 열등한 종자로. 더 맛있고 좋은 소스에 집착하는 그녀의 모습은 우생학에 기반해 니플헤임 행성을 개척하려는 케네스의 신념과 맞닿아 있다.
따라서 케네스가 보기에 복제품이라서 진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미키는 열등한 존재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복사되는 존재이기에 미키는 진정으로 진화할 수 있다. 미키 17과 미키 18의 만남이 미키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어주기 때문. 미키는 엄마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자기가 엄마 차에 있던 빨간 버튼을 누른 순간 교통사고가 발생해서 엄마가 죽었다고 믿는 것. 버튼이 실제 원인이었는지와는 무관하게.
미키 17은 또 다른 '나'를 만나 달라진다. 그는 우유부단한 자신과 달리 과감한 미키 18을 보면서 모든 미키가 죄책감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또 케네스와 크리퍼의 전쟁을 막기 위해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자폭 버튼도 망설임 없이 누르는 미키 18로부터 자신에게도 있을 가능성을 배운다. 마셜 부부가 등장한 백일몽에서 과거와는 달리 당당히 일파와 맞서는 미키 17의 모습은 그의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평범함의 힘을 믿다
미키의 변화는 평범한 사람들을 향한 격려처럼도 보인다. 현실적으로 대중에 속한 한 개인은 미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케네스 같은 독재자의 시점에서는 평범한 사람들이 수없이 복제된 미키의 집합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이들이, 대중이 미키처럼 자신의 가능성과 힘을 자각할 때, 케네스는 비로소 힘을 잃는다.
일례로 미키와 나샤는 번역기를 만들어 준 과학자 '도로시'(팻시 패런)나 일파의 지시를 불이행한 '지크 요원'(스티브 박) 등 자기 본분에 최선을 다한 평범한 대원들 덕분에 크리퍼를 몰살하려는 케네스의 전쟁을 막을 수 있었다. 즉, 자기 자신을, 연인을, 동료를,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는 평범한 이들의 가능성을 믿는, 달리 말해 민주주의를 신뢰하는 이야기가 <미키 17>인 셈이다.
다만 사랑이라는 주제와 정치 비판 간의 연결고리가 부각되지 않다 보니 <미키 17>의 의도는 온전히 전해지지 않는다. 미키 17과 미키 18의 협력 과정보다 갈등이 강조된 결과 미키 17의 변화와 성장이 조명받지 못한 것. 그렇다고 두 미키의 갈등을 제대로 다루지도 않았다. 나샤의 진짜 연인이 누구인지를 중심으로 둘 중 누가 진짜 '나'인지에 대한 존재론적 고찰을 보여주는 듯하다가, 돌연 둘의 갈등을 유야무야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수박 겉핥기처럼 지나가는 대목이 많은 나머지 정치 비판이 일차원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일례로 케네스는 정치와 종교의 결합, 극단주의의 심화라는 정치적 흐름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캐릭터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배경이나 개인사가 단편적으로 묘사되다 보니 케네스라는 캐릭터 자체가 다소 직설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거시적인 정치 흐름이 아닌 특정 정치인만을 겨냥하는 손쉬운 방법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는 셈이다.
최고는 아닐지언정
이에 더해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가 여러 플롯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인상도 짙다. 크리퍼 번역기가 갑자기 튀어나오거나, 눈에 띄는 복선이나 암시 없이 함장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식이다. 티모나 카이 같은 미키의 주변 인물들이 명확한 쓰임새 없이 등장했다가 퇴장하는 전개는 과욕이 아닌가 싶다. 복제 인간 활용법도 '멀티버스의 나'를 등장시킨 MCU의 스토리텔링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어서 신선하지는 않다.
그래서 <미키 17>을 봉준호의 필모그래피 중 최고점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할리우드 SF 영화로서 성실하고 매끄럽게 만들어졌지만 특별한 지점은 보이지 않는다. 예상보다 블랙 코미디에 가까워서 큰 스케일이나 막대한 제작비도 와닿지는 않는다. 클라이맥스를 제외하면 우주선 내부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펼쳐지기 때문. 그 결과 전반부에 가득한 기괴함의 충격에 비해서는 후반부와 결말의 즉각적인 쾌감이 부족하다.
그 대신 곱씹을수록 풍미는 깊어진다. 봉준호다운 장치가 친절하고 모범적인 상상력 사이로 만든 균열이 덕분에 의도한 맛이 뒤늦게 느껴지는 것. 가까이서 보면 범작이지만, 멀리서 볼 때 수작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거대 자본과 작가의 창조성이 타협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처럼 보인다. 이렇게 <미키 17>은 봉준호 스타일로 소화한 할리우드 SF를 보여준 게 아닐까 싶다.
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봉준호가 제출한 할리우드 SF학 개론 중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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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레이드 러너'라는 세계관
7★/10★, 8★/10★
리들리 스콧이 연출한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과 로봇/인조인간의 경계를 질문하는 SF 영화의 계보에서 늘 손꼽히는 영화다. 시간이 지나 영화 수가 쌓이며 고민의 결과 방향성은 더 섬세해지고 예리해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고민을 상업 영화의 문법과 버무려 보편적 휴머니즘의 차원으로 밀고 나간 〈블레이드 러너〉의 성취는 결코 꺾이지 않는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연출한 후속작 격인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본 이후로는 이들 영화가 인간과 로봇/인조인간을 다룬 SF 장르 영화에서 아무도 넘보지 못할 왕좌에 올랐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블레이드 러너〉의 시간 배경은 인간이 우주에 식민지를 건설한 2019년이다.* 첨단 기업 타이렐은 인간의 모습을 본뜬 로봇 리플리컨트를 개발하고 월등한 신체 조건을 갖춘 이들을 우주 식민지 건설에 활용한다. 그러나 창조물은 때때로 창조자의 의도를 넘어서는 법이다. 리플리컨트는 독자적인 감정을 갖게 되어 인간의 욕심에 자신의 노동이 동원되는 데 반감을 품고 지구로 넘어온다. 기술의 한계로 4년으로 제한된 수명을 늘릴 방안을 찾기 위해서다.
‘블레이드 러너’는 인간을 ‘배반’한 리플리컨트를 사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에게 지구로 침입한 리플리컨트를 잡아들이란 명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데커드는 리플리컨트를 추적하며 그들이 단순한 기계 그 이상의 존재임을 점차 깨닫는다. 그러던 중 타이렐에서 근무하는 또 다른 리플리컨트 레이첼과는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결국 데커드는 지구에 몰래 들어온 4명(혹은 4개)의 리플리컨트를 모두 사살하는 과정에서 리플리컨트에 대한 편견을 거스르는 경험을 하고 그들의 존재를 다르게 이해할 방법을 학습한다. 데커드가 레이첼과 어딘가로 떠나는 마지막 장면은 그가 종種의 경계를 뛰어 넘었음을 보여준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데커드와 레이철의 도피에 상상력을 덧붙이며 시작한다. 주인공 K는 리플리컨트 신 모델로, 주체적 감정을 가지고 인간에게 반항했던 구 모델을 사냥하는 블레이드 러너다. 요컨대, K는 로봇을 사냥하는 로봇이다. 평소처럼 자기 임무를 수행하던 K는 어느 날 충격적인 현장을 마주한다. 아이를 낳은 것으로 추정되는 리플리컨트 유해를 발견한 것이다. 리플리컨트가 감정에 더해 생식 능력까지 있다면 인간과 로봇의 경계는 완전히 허물어진다. 이에 당국은 재빨리 K에게 이 사건을 추적하라 명령한다. 극심한 불평등 속에 살아가는 지구인들을 위로하는 건 자신이 ‘껍데기(skinner, 인간이 리플리컨트를 부르는 멸칭)’보다 낫다는 하찮은 자의식뿐이기 때문이다. 리플리컨트 문제가 종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넘어 우주 식민지 시대의 체제 존폐 문제로까지 확장된 것이다.
드니 빌뇌브는 그가 여러 영화에서 선보인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스산한 풍경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언제나 그렇듯 그의 영화에는 황량한 배경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이 깃들어 있다. 드니 빌뇌브는 여기에 〈블레이드 러너〉가 처음 나온 이후 한껏 확장된 여러 철학적 물음도 영화에 적극적으로(물론 조잡하지 않은 방식으로) 끌어온다.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레이첼과 데커드의 아이가 아닐까 고민하며 당혹감과 기대감이 복합된 채 한껏 부풀어 오르던 K가 자신의 보조적 지위를 인지한 이후에도 실망하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데커드에서 K로 이어지는 장엄한 부자父子 서사가 어그러진 후, ‘인간에 순응하며 그들을 보조하라’는 자신의 존재 목적을 따라가는 K의 수동성은 역설적으로 그의 행위에 존엄성을 부여한다. 즉, K는 수동적 존재론을 성실히 수행하여 이를 숭고함으로 뒤집어낸다. 영화의 마지막, 그 모든 복잡한 상황과 다층적 질문 속에서도 우리가 안도하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이 때문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을린 사랑〉에서 시작되어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컨택트〉를 거쳐 이후 〈듄〉으로 이어지는 드니 빌뇌브의 장대한 필모그래피(내가 본 영화에 한정해서 말하자면)에 어울리는, 동시에 원작의 감동과 여운을 완벽에 가까이 계승하는 영화다. 〈블레이드 러너〉는 〈블레이드 러너 2049〉 덕에 다시 한번 자신의 영화적 수명을 갱신해내기도 한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 여정에 동참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2022년의 현실에서는 몇몇 글로벌 재벌이 인간의 우주 거주지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블레이드 러너〉의 상상력은 그저 조금 느리게 진행되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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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한 당신을 위한 영화
*이 글은 영화 시사회에 초대받은 후 작성되었으며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을 읽을 때 참고해 주세요 : )
우리의 마음은 늘 초조하다. 빠르게 성공해서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남들은 이미 저 멀리 앞서 가는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 든다.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감 속에서 자꾸 불안하다면 영화 '행복의 속도'를 통해 마음의 소리에 오롯이 집중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영화 <행복의 속도>
영화 <행복의 속도>는 일본의 '오제국립공원'에서 도보로 산장까지 짐을 배달하는 '봇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이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오제국립공원'은 일본 최대의 고산 습윤지로 2005년 람사르 협약에 등재되었다.
2356m 높이의 히우치가다케 화산 폭발로 지금의 자연경관이 만들어졌으며 군마, 후쿠시마, 니가타, 도치기 4개 현에 걸친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영화 속에서는 꽃이 만발하는 봄과 여름부터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까지 '오제'의 다채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행복의 속도>는 '봇타'로 살아가는 '이가라시'와 '이시타카',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3년간 기록했다.
자연보호를 위해 '오제'로 들어가려는 모든 것은 좁은 나무길을 거쳐야 한다. 산장에 필요한 각종 식재료와 생필품도 예외는 없어서 '봇타'가 두 발로 좁은 나무길을 걸어 짐을 배달한다.
촬영 중 길에 만난 방문객은 '이가라시'에게 '보통 어느 정도의 무게를 드냐'라고 묻고 그는 대부분의 '봇타'가 80~100Kg정도 든다.'라고 답한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같은 일을 하며 살아가지만, 각자의 삶을 들여다볼수록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이가라시'의 일상에선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사는 연륜과 여유가 느껴진다. 그는 20년 넘게 늘 같은 길을 걸으면서도 1초도 같은 순간은 없었다고 말한다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 그는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오제' 곳곳을 신중하게 담은 사진은 그가 '오제'를 향한 따뜻한 애정이 담겨있다. 심지어 산장이 문을 닫아 일거리가 없는 추운 겨울에도 누군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눈길을 치운다.
그의 곁엔 '봇타'라는 직업과 가치관을 존중하는 가족이 있다. 그의 아내는 부족한 생활비를 모으기 위해 틈틈이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어린 그들의 아이들과 함께 소소한 추억을 쌓기 위해 노력한다. '이가라시'는 아이와 함께 '오제'의 나무길을 걷고 산장에서 잠을 청한다. 그는 아들에게 말한다.
"사람은 오제에게서 뭘 뺏지 않고 오제도 사람한테서 뭘 뺏지 않거든."
아이는 자연스럽게 아빠가 하는 일을 알게 되고 '오제'와 가까워진다. 그의 가족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 감사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에 집중한다.
반면 '이시타카'는 야망과 혈기 넘치는 7년 차 '봇타'이다. 휴일에도 '오제' 밖의 TV송신소에 대형 배터리를 운반하는 일을 하다가 부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그는 '봇타'를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청년봇타대'라는 단체를 만들고 대표로 활동한다. 겨울엔 직장인처럼 양복을 차려입고 대도시로 나가서 '봇타'를 홍보하고 다양한 협업을 제안한다.
다큐멘터리 후반부에 눈 길을 걷던 그는 섬에 들어가 다량의 짐을 옮겨야 하는 큰 프로젝트가 성사되길 바라며 들뜬 표정을 짓는다. 그는 '오제'의 '봇타'가 아닌 전국에서 일하는 '봇타'를 꿈꾼다.
그의 바람과 달리 가족들은 '봇타'라는 직업을 걱정한다.
특히 그의 할머니는 겨울엔 산장이 문을 닫아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하다가 다치면 당장 돈 벌 사람이 없다며 속상해한다.
가족들의 말을 들으며 의례적으로 대답하는 그의 표정은 점점 굳어간다. 실제로 부상을 당했을 땐, 그의 아내와 함께 '직장인이라면 회사에서 보험을 받았겠지' 같은 아쉬운 대화를 나누게 된다.
Q. 당신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나요?
영화 <행복의 속도>는 짐의 무게를 두 다리로 견디는 '봇타'를 향한 존경의 결과물이다.
그리고'천천히 가도 괜찮아'라고 관객에게 건네는 응원이기도 하다. 거기에 비슷한 듯 다른 두 사람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인생의 속도보다 먼저 고민해야 하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어느 길 위에 있나요?'
예고편의 메인 카피인 이 질문은 '박혁지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감독은 2019년 DMZ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의 'Director's Statement'통해 두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생각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답한다.
또한 자신의 현실은 '이시타카'와 비슷하지만 '이가라시'같은 인물이 되고 싶었다고 답한다. 어떤 길과 방향을 선택하는지에 따라 우리는 '이가라시'가 될 수도, '이시타카'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이 어디에 서있는지 알고 가야 할 방향을 아는 사람에게 속도는 중요치 않다. 이 이야기를 단편적으로 드러내는 또 다른 예시가 영화 속에서 등장한다.
어느 날부터 '오제'에 등장한 헬기는 냉동식품처럼 빠른 배송이 필요한 짐을 운송하기 시작했다.
헬기는 금방이라도 그들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듯 보였으나 결국 헬기 회사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 철수한다.
일이 더 많아지겠다는 아내의 말에 '이가라시'는 더 나은 헬기 회사가 들어올 수도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빠르다는 이유로 언제나 목적지까지 도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느리기 때문에 가지 못할 곳도 없다.
지금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생각이 든다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을 점검하는 건 어떨까? 당신이 행복으로 다가갈 수 있는 첫 발자국을 내딛을 때까지.
참고자료
1. [해외 여행] 아내에게 ‘100점’ 맞은 트레킹 일본 오제국립공원 - http://m.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c09&nNewsNumb=002514100021
2. [ 한국어 ] 오제국립공원 – 尾瀬保護財団 - https://www.oze-fnd.or.jp/ko/
3. DMZ인더스트리 - http://industry.dmzdocs.com/kor/addon/00000002/history_fund_view.asp?m_idx=101191&QueryYear=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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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토베 얀손> 티저 예고편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가 토베는
삽화 의뢰로 알게 된 연극 연출가 비비카와
강렬한 사랑에 빠진다
자신의 캐릭터 ‘무민’을 연극 무대에 올리고
시청 벽화를 그리며 인정받기 시작한 토베
하지만 비비카는 파리로 떠나는데…
‘무민’ 작가로만 알고 있었던 그녀의 진짜 이야기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