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Choice Movie2022-10-26 11:41:11
10월 4주 최신 개봉영화
10월 4주 최신 개봉영화
2022년 10월 4주 개봉영화!
리벰버 REMEMBER , 2020
60년을 계획한 복수
영화 "리멤버"는 가족을 모두 죽게 만든 친일파를 찾아 60년간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와
의도치 않게 그의 복수에 휘말리게 된 20대 절친 인규의 이야기를 그린영화입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 이성민과 남주혁 만났는데요
80대 필주와 20대 인규를 절친으로 설정하며 세대를 뛰어넘는 케미를 완성시켰습니다.
영화 "리멤버"가 일제강점기를 소재로 한 다른 작품과 다른 가장 큰 지점은 이 이야기가 가족을 죽인 자들을 대상으로 한 필주의 개인적인 복수를 다루고 있다는 점인데요
역사책 속에 박제된 과거의 사실이 아닌,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개인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역동적인 스토리 속에 담아 전하고 있습니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넷플릭스 '수리남'의 윤종빈 감독 기획!
추천영화 "리벰버" 입니다.
자백 Confession , 2020
소지섭X김윤진X나나X최광일
영화 "자백"은 밀실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로 지목된 유망한 사업가 '유민호'와 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승률 100% 변호사 '양신애'가
숨겨진 사건의 조각을 맞춰나가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누명을 벗기 위해 호텔 룸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말하기 시작하는 유민호와 그의 진술에서 발견되는 허점을 메꿔가며 사건을 재구성해가는 양신애의
날 선 대화가 시종일관 날카로운 긴장감을 형성하는데요
두 사람의 팽팽한 심리전과 숨 막히는 대화의 줄다리기는 영화 "자백"의 결정적 관전 포인트입니다.
새롭게 밝혀지는 사건의 진실을 따라가는 재미와 속도감 넘치는 전개로 관객들을 스크린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소지섭, 김윤진, 나나, 최광일까지 독보적인 존재감과 카리스마의 네 배우가 펼치는 추리소설 같은 압도적인 몰입감!
추천영화 "자백" 입니다.
죽어도 자이언츠 Giants 'Til I Die , 2022
자이언츠의 40년 역사가 펼쳐진다.
영화 "죽어도 자이언츠"는 한국 프로야구 출범과 역사를 함께했으나 1992년 이후 30년째 우승이 없는 롯데 자이언츠와
'구도'(球道)라 불리는 부산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입니다.
1984년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무쇠팔' 고(故) 최동원과 지난 8일 LG와의 홈경기를 끝으로 선수 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한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그리고 이대호를 닮은 개성고의 배광률 선수를 통해 부산 야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만날 수 있는 점이 관점포인트 입니다.
30년간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여전히 롯데 자이언츠를 사랑하는 팬들의 이야기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의 40년 역사와 부산의 근현대사!
추천영화 "죽어도 자이언츠" 입니다.
Relative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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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 그리고 이름없는 여자들
<미싱타는 여자들>은 다큐멘터리 영화이나, 본문에 영화 전체 내용을 포함합니다.
*1.
올해도 훌쩍 가버렸다. 크리스마스를 보름 조금 넘게 앞두고, 청계천변에는 오색찬란한 등을 밝힌다. 일 년에 한 번, 청계천변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 그리스도의 탄생을 축하한다. 종교에 대해 말하는 건 아니고, 나는 언젠가 가장 낮은 자의 모습이란 뭘까 생각했다. 마굿간에서 태어났을지언정 백인 남성의 지위는 너무 높은 자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소설가 박태원의 작품 <천변풍경>에서는 한국전쟁 직후 대규모 판자촌을 이루며 살아갔던 청계천변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박태원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로도 유명하지만, 이제는 봉준호 감독의 외조부로 더 유명해진 듯하다.
그리고 시인 김종삼의 시 <장편2>에서도 청계천변의 이야기가 나온다. 아주 짧으니 인용해본다.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십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 짜리 두 개를 보였다.
이야기가 다른 길로 빠졌는데, 하여튼 청계천은 그런 곳이다. 복개된 청계천을 따라 동대문에서 시청을 거쳐 광화문까지 이어진, MB의 업적으로 칭송되는 바로 그 하천. 그 하천이 시작되는 동대문 평화시장은 아직도 뜨개며 자수, 캔들, 커튼, 봉제 등등 오만가지 부자재들을 사러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더 지난 시절에는, 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하얀 나비 꽃나비 담장 위를 날아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고 또 불어도 미싱은 잘도 돌았던 평화시장 피복공장이 있었다.
2.
우리는 전태일을 기억한다.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빈번히 거절당한 그의 몸에는 휘발유가 뿌려졌다. 불 붙은 그의 몸을 그 누구도 덮어주지 않았다. 불에 타들어가며 평화시장을 뛰었다.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치료도 못 받고, 어머니인 이소선 여사에게 후일을 맡기고 숨을 거두었다.
그 이후 무엇이 바뀌었을까. 전태일이 분신까지 해가며 외쳤던 '근로기준법 준수'가 지켜졌을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안다. 그러나 그 뒤에 누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나도 그중 하나이다.
한강의 기적을 말할 때, 흔히들 중공업과 국가기간사업을 떠올리지만 그전에 가발공장과 봉제공장이 있었다. 여자는 공부시키는 게 아니라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 어린 여자아이들은 공장으로 향했다. 아들을 공부시키기 위해서 딸들을 갈아넣는 일은 특별하지도 않았다. 우리 엄마와 이모들도 그랬다. 그렇게 공부한 아들들은 사무원이 되고 은행원이 되고, 대학에 가고, 판검사가 되는 동안 공장에 다니면서 살림 밑천을 대고, 달러를 벌어들이던 딸들의 이름은 지워졌다.
3.
청계피복노조는 전태일의 죽음 이후 결성되었다. 노동교실을 만들어 어린 시다와 미싱공 등을 교육시켰다. 그들은 교복 입고 학교에 가지는 못했지만, 노동교실에서 배움을 이어간다. 그러나 지배계층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피지배층이 똑똑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아무것도 몰라야 돈을 떼먹어도,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아도, 사람 취급을 안 해줘도 아무 말도 못하니까.
결국 노동교실을 지원하기로 한 사업주는 9월 10일까지 짐을 싸라고 통보한다. 그러니 어쩔 수 없다. 노동교실을 지키기 위해 9월 9일에 농성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죽고, 다치고, 구치소에 갇히고, 구속되는 일들이 발생한다.
<미싱타는 여자들>은 청계피복노조의 노동교실을 지키고자 했던 어린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이다. 신순애, 이숙희, 임미경은 구속까지 당했다. 아주 오랜 세월 가슴에 묻고 살았던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세상 밖으로 풀어낸다. 세 인물은 각각 그시절에 함께했던 인물들과 대화 방식으로 그때를 회상한다. 회상의 단서는 주로 편지, 사진과 같은 사적인 기록물들이다.
이제와 돌아보는 사진 속 그들의 모습은 너무도 어리다.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녀들은 공장에서 잠도 못 자고 밥도 겨우 먹으며 일했다. 근로기준법은 개나 줘버린 시절이다. 전태일이 분신까지 하며 세상을 바꾸어보려 했지만 세상은 바뀐 게 없다. 그것도 모자라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까지 구속되기에 이른다.
여공들은 이소선 여사가 구속되었던 구치소 앞에서 밤마다 "어머니!"를 외친다. 어머니를 풀어달라고. 그런데 어머니, 어머니 소리 한다고 빨갱이란다. 이북에서는 김일성을 아버지라고 하는데, 이소선 여사에게 어머니라고 하니 빨갱이가 아니겠냐고.
거기다 9월 9일에 농성을 하니 빨갱이란다. 9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아냐고. 누가 알겠나. 학교도 못 다닌 어린 여자아이들인데. 김일성 생일이란다. 그리하여 그들은 별안간 빨갱이가 된다. 빨갱이라고 이름붙이는 순간, 모조리 잡아넣는 건 일도 아니었던 시절이다.
4.
여자의 일은 너무도 쉽게 지워진다. 얼마 전 계단청소를 하다 돌아가신 노동자가 '고된 노동으로 인한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던 일이 있었다. 결국 한 남성변호사가 노동체험을 하고, 그 일이 얼마나 힘든지를 증명해낸다. 독립운동을 했던 수많은 여성들이 있고, 노동운동, 인권운동을 한 여성들이 분명히 존재하나, 그들의 존재는 미미하다.
가발공장인 YH사건은 부마민주운동의 불씨를 당겼다. 그 역시 여성노동자들의 일이다. 그러나 누가 그들을 기억하는가. 뼈 빠지게 일한 아버지는 불쌍하지만, 그 집안을 돌보아온 어머니의 노동은 쉽게도 잊힌다.
<미싱타는 여자들>의 미덕은 과거를 재현하거나 동정하기 보다, 그동안 이름 불리지 않았던 이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기억하는 데 있다. 그시절 여공들은 그토록 뜨거웠던 젊은 날의 자신을 기억해낸다.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고생 많았다고, 잘 했다고.
얼마 전 한 대선후보가 최저임금보다 낮은 조건으로도 일할 사람 널렸다는 발언을 해서 뭇매를 맞았다. 국가의 역할이란 최저임금보다 적게 받아도 돈을 벌어야만 하는 절박한 사람과, 최저임금도 주기 싫은 업주가 매칭되지 않게끔 하는 것이 아닐까.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 싸워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아주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고, 고작 30년 전 이야기이다. 그들은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인물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미싱타는 여자들>을 보는 관객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태일이>도 12월 1일에 개봉을 했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캐롤도 없고 거리두기로 모임도 없는 조용한 연말이다. 가장 낮은 자의 모습이란 어떤 모습일까 다시금 생각해본다. 올겨울도 청계천에는 빛초롱축제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청계천을 따라 반짝반짝 빛나는 등불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씨네랩으로부터 초청 받아 시사회에 참석한 후 남기는 개인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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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의 복잡성과 사랑 메타포
변화와 혼돈이 공존하던 1990년대 홍콩.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으로의 반환을 앞두고 홍콩 사회는 불안과기대로 뒤덮인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홍콩의 미래에 대한 의문으로 불안을 느끼고 있었고, 동시에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특히 홍콩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서,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개인은 점점 더 고립감을 느끼기도 했다. 좁은공간, 빽빽한 건물들, 붐비는 거리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가까이 있음에도 심리적으로는 단절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홍콩의 빠르게 변화하던 도시는 동서양의 문화가혼재되어 나타났다. 할리우드 영화, 팝 음악, 패스트푸드 등 서구 문화는 홍콩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점점 깊숙이 스며들었고, 동시에 광둥어 문화와 생활상 등 중국적 정서를 지닌 홍콩 문화가 공존하면서 홍콩의 전반적인 영화, 음악, 예술에 영향을 미쳤다. 왕가위의<중경삼림>(重慶森林, 1994)은 당시 홍콩의 정서를 시각적으로 가장 감각적으로 담아낸 대표적인 영화로서, 단순한 멜로, 로맨스 영화가 아닌 시대의 초상화와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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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은 두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진 옴니버스 방식의 영화이다. 첫번째 에피소드는 하지무(경찰 223)와 금발 가발 마약밀매상사이의 이야기, 두 번째는 경찰 663과 페이의 이야기이다. 이 두 에피소드는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서로 깊은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두 에피소드는사랑과 고독, 그리고 잃어버린 관계에 관한 공통된 주제를 공유한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경찰 223은 이별의 아픔을 감자 통조림을 모으는 방식으로 견뎌내고, 두 번째 에피소드의 경찰 663은 과거 연인을 떠올리며 일상 속에서그녀의 흔적을 찾는다.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상실을 극복하려 하며, 이는 사랑의 유한성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하는 감정을 보여준다.
또한, 영화는 동일한시간 배경을 공유하며 두 이야기를 연결한다. 경찰 223이방문하던 음식점은 두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페이가 일하는 장소로 등장하고, 그는 경찰 663과 같은 경찰서에서 근무한다. 특히 두 번째 이야기 또한 경찰 223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데, 이때 경찰 223이 페이와 부딪히면서 시작한다. 경찰 663 또한 이 음식점을 자주 이용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는 인물들이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교차점 있는 설정을 통해 영화는 하나의 연속된 흐름을형성하며, 인물들이 직접적인 관계를 맺지는 않지만, 홍콩이라는거대한 도시에서 서로 스쳐 지나가며 존재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두 에피소드는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이지만, 이별과새로운 만남, 외로움과 치유라는 보편적인 감정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한다. 서로 다른 사랑의 형태를 조명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모두 비슷한감정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하나의 통합된 메시지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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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에서 색채와 카메라의 움직임은 영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서 작용한다. 영화는 어두운 푸른 색과 하지무(경찰 223)의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된다. 우리는 매일 많은 사람과 스쳐지나가지만,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은 없다는 것. 이는 도시의고독한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과 마주치지만, 정작 깊이 있는 관계를 맺기는 어렵다. 타인에 대해 알 기회는 점점사라져 가고,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부족한 현재는 단절된 개인이 만연한다. 영화는 내레이션 한 줄과 색채 만으로 이 영화의 주제를 암시한다. 당시홍콩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현대인들은 빠른 생활의 속도 속에서 개인의 삶이 강조되고 이에 더 집중하게 되면서 당연하게도 타인과 단절된 채 감정과맥락이 배제된 사회 속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갔을 것이다. 또한 어두운 푸른 색은 일시적으로 영화의관객들에게 다음 색체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한다. 관객이 영화의 분위기에 몰입하도록 도우면서, 한 순간에 차가운 감정을 유도한다.
그리고 이는 붉은 색과 푸른 색의 반복적인 사용으로서 답을 제공한다. 두 색은 선명한 대조와 빠른 편집 방식으로 훨씬 속도를 얻으며, 이전의색채와 밝고 강렬하게 대비되어 더 큰 시각적 효과를 준다. 특히 푸른 색으로 가득 찬 화면에서 인물에게비추어지는 붉은 색은 주인공들의 감정을 극대화한다. 경찰 223이 5월 1일이 되고 아미에게 전화하지만 낯선 남성이 대신 받는 장면과그가 마지막 통조림을 꺼내 먹는 장면에서 그에게 비추어지는 붉은색은 그가 느끼는 좌절감과 외로움을 보여준다. 여기서그는 사랑의 유통기한을 깨닫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존재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었을 것이다. 색채 대비의효과는 경찰 663과 페이에게서도 나타난다. 페이가 떠나간후 경찰 663은 푸른 색 속에서 고독하고 감정적으로 닫혀 있는 반면,페이는 비가 내리는 붉은 조명 아래에서 캘리포니아로 떠났다가 돌아오면서 훨씬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붉은 색과 푸른 색은 인물의 고독과 외로움, 그리고 열정과냉정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다.
노란 색은 붉은 색, 푸른색과 달리 단일하게 나타난다. 이는 금발 가발 여인이 인도인들을 잃어버린 후 바에 갔을 때나 그들을찾아 헤맬 때 볼 수 있다. 여기서 노란 색은 인물의 내면적 불안을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경찰 223의 파인애플 통조림에서도 볼 수 있다. 유효기한이 얼마 남지 않는 노란 색의 파인애플 통조림은 지난 사랑에 집착하는 그의 심리를 반영하면서 불안뿐만아니라 그리움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와 반대로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노란 색은 더 긍정적인 감정을 상징한다. 노란 가게 조명 아래에서 일하는 페이의 활기차고 밝은 성격은 이 색을 통해 부각되며, 그녀가 경찰 663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면서 노란 색은 더욱 진해지고의미 또한 극대화된다. 페이가 입고 있는 노란 색 옷과, 그녀가경찰 663의 아파트를 몰래 정리하면서 행복해하는 장면은 단순히 밝은 성격을 넘어 그녀가 순수한 사랑의설렘과 함께 희망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중경삼림>에서 색채는 단순한 미장센을 넘어, 인물의 감정을 반영하고 감독이전달하고자 하는 주제를 파악하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색채를 통해 관객들은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세밀하게 이해하고, 그들의 내면에 깊이 공감할 수 있다.
또한 <중경삼림>에서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촬영 기법은 주인공의 외로움과 고립된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슬로우 셔터와 클로즈 쇼트 등의 기법을 사용하여 주변에 잔상을 남기고 인물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거나, 반대로 먼 거리에서 촬영하면서 분주한 도시 속 그들의 고독한 모습을 포착한다.적절한 숏의 변화는 그들의 연결감을 강조한다. 경찰223이 화려한 네온사인과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달릴 때 오로지 그만 뚜렷하게 포착되고, 주변인들은전부 잔상으로 흐릿하게 보인다. 이는 금발 가발의 여인이 거리에서 걸을 때에도 동일하게 보여지는 방식이다. 특히 각도나 높이를 빈번하게 변화시키면서 관객에게 다양한 시점을 제공한다. 경찰 223이나 금발 가발의 여인이 달리는 모습에서 카메라가 빠르게 이동하거나 회전하는 장면은 도시의 분주함과 긴박함을강조하며, 인물의 심리적 긴장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중경삼림>에서 왕가위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스타일은 스토리텔링, 강력한이미지, California Dreamin’ 과 같은 음악과 더불어 관객들에게 시각적, 청각적 만족을 선사하며, 각 에피소드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영화가 많은 이들에게 더욱더 사랑받도록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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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을 보았던 이들에게 물어본다면, 아마 대부분 이 영화의 매력은그 누구도 형언할 수 없는 독특한 사랑이라고 답할 것이다. 이 영화에서 사랑은 여느 영화와 달리 이미틀어져버린 사랑에서부터 시작한다. 경찰 223과 663 모두 이별이라는 아픔을 겪은 인물들이며 상대방을 잊지 못해 파인애플 통조림을 사 먹고, 흔적을 정리하지 못하는 등 각자 과거에 머물러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미깨져버린 사랑은 사랑이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유한하고 불안한 것, 그래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것에 기대하고집착하게 하는 것이라는 관객들이 인물들에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이러한 사랑이라는이름으로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그들의 행동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설득력 있고 매혹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특히이미 실패한 사랑을 경험한 상태에서 주인공들은 상처를 극복하며, 외로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을 보여줄수 있고, 이들이 새로운 관계를 맺는 모습이 더욱 강조될 수 있다.
<중경삼림>에서 각 인물들의 사랑을 다루는 방식은 정말 다양하고 복합하다.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5월 1일은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5월 1일은 경찰 223의생일이자, 여자친구인 아미와 헤어진 지 30일이 되는 날이다. 경찰 223은 파인애플 통조림을 통해 전 여자친구와의 연애를 5월 1일까지 회상하며, 시간이지나도 그 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에 대한 감정을 계속 간직한다. 그럼에도유효기간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처럼, 결국 그의 사랑은 끝이 난다는 것을 의미하고, 5월 1일이 되자 모든 통조림을 먹어 치우며 과거를 정리하려고 한다. 여기서, 그는 과거에 머물러 있음에도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변화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페이의 사랑은 <중경삼림>에서 가장 돋보였던 사랑 방식이다. 그녀의 사랑 방식은 매우독특하고 복잡하다. 경찰 663은 스튜어디스 여자친구에게실연을 당하고 그녀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고 그리움에 시달리는 반면, 페이는 호감을 가지게 된 경찰 663으로부터 자신의 사랑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페이는 경찰 663의 집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그의 전 여자친구의 물건을 몰래 자기의 것으로 바꾸고 경찰 663은 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간다. 집착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의사랑 방식은 캘리포니아에 대한 갈망을 해소하기 위해 실제 캘리포니아에 다녀와 스튜어디스가 되고, 경찰 663은 1년간 그녀를 기다리면서 끝내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이들의 독특한 사랑 방식은 도시 속 개인의 삶의 방식이모두 다양한 것처럼 관객들에게 사랑에 대한 다양한 물음표를 던지도록 한다. 경찰 223의 사랑은 좀처럼 과거에 머물러 있을 것처럼 통조림과 함께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5월 1일이 지난 후 한 순간에 금발 가발 여인을 사랑하게 된다. 여기서 사랑의 아픔은 정말 예기치 못한 사랑으로 덮이고 더욱더 무한한 사랑을 갈망하게 된다. 통조림의 유통기한처럼 사랑의 유통기한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경찰 223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사랑의 유통기한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랑하며, 끝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페이의 사랑은 겉으로 보기에는 순수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열망과 복잡한 감정이 숨어 있다. 그녀는 자신의 감정과사랑을 위해 상대방에게 강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고, 작은 일상 속에서도 특별한 순간을 만들고자 한다. 특히, 경찰 663의취향과 습관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물들이고자 하는데, 이는 그녀의 사랑이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욱 깊이있게 만들고자 하는 바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비이성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집착과 같은 그녀의 극단적인 행동은 사랑이 얼마나 강렬하고 복잡한지를 알려준다.
결국, <중경삼림>은 사랑의 복잡성과 다양한 형태를 탐구하며, 인물들이 겪는 내적갈등과 갈망을 통해 관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각 인물의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심리적 복잡성을 드러내고,이는 우리가 사랑을 바라보는 시각에 많은 질문을 던진다. 그들의 사랑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한정되지 않고, 홍콩 도시라는 배경 속에서 서로 얽혀 있는 인물들의 관계를 통해 더욱 복잡해진다. 서로 다른 사랑의 방식을 가진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은결국 사랑이 우리 삶의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한다. 이처럼 사랑에 유통기한이 정해져 있더라도, 그 안에서 감정의 깊이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끝없는 갈등과대립 속에서 우리는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더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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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트> 시대를 바꿀 개인의 역동성을 담은 액션의 향연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 일정 중 예상치 못한 테러 공격을 받고 가까스로 범인을 제압한 안기부 해외팀 팀장 ‘박평호’(이정재)와 국내팀 팀장 ‘김정도’(정우성). 뒤이어 도쿄에서도 북한 고위 관리의 망명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조직 내에 북한의 간첩인 '동림'이 침투했음을 확신한 박평호는 스파이 색출 작전에 돌입하고, 상부의 지시를 받은 김정도 역시 뒤질세라 동림을 쫓기 시작한다. 서로서로를 용의선상에 올려둔 채 조사에 박차를 가하던 해외팀과 국내팀은 먼저 찾지 못하면 첩자로 지목될 위기 속에서 치열하게 대립한다. 그러던 중 박평호와 김정도는 서로 숨기고 있던 은밀한 비밀에 접근하고,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의 실체를 깨닫는다.
사극이나 시대극을 보다 보면 유달리 영상화가 잘 되는 특정 시기가 있다. 여말선초가 대표적이다. 조선이라는 새 국가가 설립되던 혼란기를 배경으로 정도전, 이방원, 이성계, 정몽주와 같은 인물들의 피 튀기는 암투는 수없이 조명되고, 또 재조명되었다. 사무라이의 전성기가 열렸던 일본의 전국시대, 한나라가 무너지고 긴 혼란기의 시작을 알린 중국의 삼국시대, 이에 더해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도 수많은 작품의 모티브가 되었다.
흥미롭게도 이 시대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 질서가 무너지고, 국가와 법의 영향력보다 주먹과 칼, 총의 힘이 더 강하며, 개인들의 역동성이 두드러지는 시기다. 격동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 본래 지녔던 신념과 명분을 고수하거나 포기하는 이들의 대립, 과거의 질서를 따르는 이와 새 질서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갈등. 이러한 분열과 싸움은 심지어 한 개인 안에서도 치열하게 펼쳐진다. 그저 시대에 순응하여 장기 말처럼 살 것인지, 아니면 설령 꺾기는 한이 있더라도 하나의 주체로서 시대에 맞설 것인지. 그 덕분에 이들의 이야기는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는 감독 이정재의 첫 연출작인 첩보 액션 영화 <헌트>에서 화려한 액션보다도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두 주인공의 에너지가 눈에 먼저 들어오는 이유다. 1980~83년을 관통하는 팩션 영화인 <헌트>는 '이웅평 대위 미그-19기 귀순 사건'과 '아웅산 묘소 폭탄 테러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사건들을 선보인다. '장영자 금융사기 사건'도 잠시 스쳐 지나가며 '5.18 광주 민주화운동' 역시 한 축을 차지한다. 이에 더해 작중 북측 간첩을 지칭하는 암호명 동림은 안기부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간첩 조작 사건인 '동베를린 사건', 일명 '동백림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들은 여말선초만큼이나 혼란했던 전두환 신군부 초반부의 시대적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안기부의 고문 및 간첩 조작은 전두환 정권 치하의 불안정성을 상기시킨다. 간첩을 침투시키고 전면전을 준비하는 북한은 군사 정권을 위협하면서도 그들에게 명분을 주는 양날의 검이다. 대학 운동권들은 뚜렷한 목표나 수단에 대한 합의도 없는 뜨내기일 뿐이고, CIA로 대변되는 미국은 인권보다는 동아시아의 세력 균형 유지에만 관심 있는 존재다. 이들은 한데 모여 좀처럼 올바른 선택지를 알 수 없는 카오스와도 같은 무채색의 시대상을 그려낸다. 그래서 <헌트>는 불필요한 논란에 휩싸이지 않는다. 영화는 특정 사건에 대한 정치적 입장에 관심이 없다. 그저 사건에 휘말린 개인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고, 그들이 어떻게 시대의 풍파에 맞서고 있는가에 주목한다.
덕분에 <헌트>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시대의 파도를 헤쳐 나가는 개인들의 발버둥에 주목할 수 있다. 당장 <1987>, <택시 운전사>, <화려한 휴가>, 그리고 살짝 앞선 시간대의 <남산의 부장들> 등만 보더라도 생사와 옳고 그름의 갈림길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는 개인들을 그려낸 바 있다. <헌트>도 다르지 않다. 그 결과 <헌트>는 첩보 액션 영화 중에서도 <007> 시리즈보다는 시대극과 스파이 장르물을 오가면서 개인의 고뇌와 선택에 주목한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에 가깝다.
이 혼란의 중심에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와 ‘김정도’가 위치한다. 안기부 해외팀 팀장인 ‘박평호’는 조직 내 침입한 스파이 동림으로 인해 도쿄에서의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 실체를 맹렬히 쫓는다. ‘김정도’는 안기부 국내팀 팀장으로, 안기부 내에서의 스파이를 색출하라는 상부의 지시를 이행한다. 박평호는 김정도를 동림으로 몰아가기 위해, 김정도는 박평호를 동림으로 몰아가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렇게 <남산의 부장들>에서도 본 적 있는 2인자가 되기 위한 두 세력의 다툼이 이어진다. 이때 <헌트>는 영화 내외의 다양한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갈등의 양상을 다채롭게 변주한다. 우선 스타의 존재감을 활용해 긴장감을 조성한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조우했다는 화제성을 오프닝부터 영화의 동력으로 삼아 두 주인공의 관계를 단숨에 각인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또한 첩보 영화의 정체성을 모범적으로 살려낸 구현해낸 구성과 연출도 인상적이다. '첩보'는 '상대편의 정보나 형편을 몰래 알아내어 보고'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잘 만든 첩보 영화는 극 중 인물들에게 언제 정보를 공개할지 그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 긴장감을 지속시킬 줄 안다. 또 스토리텔링이 결국 관객들에게 어떤 정보를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걸 고려하면, 정보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첩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완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그래서 안기부 내의 첩자인 동림의 정체를 두고 전반부와 후반부가 극명히 갈리는 <헌트>의 구성은 영리하다. 서로 다른 의미의 '사냥(hunt)'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 대책 없이 부딪히는 전반부의 박평호와 김정도는 양극단에 서서 다른 극단을 제거하는 데 혈안이 된 권력의 장기짝에 불과하다. 그러나 동림의 정체라는 정보가 공개된 이후 그들은 같은 목적을 쫓는다. 서로가 감추고 있던 '불꽃 작전'과 '베드로 사냥' 계획의 일부에 대해 알게 된 두 주인공은 이제 동시에 1호라는 사냥감을 추적한다. 그런데 박평호와 김정도가 한 팀이 되었는데도 영화의 갈등선은 오히려 입체적으로 변한다. 북한의 전면전 계획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는 이와 그렇지 않은 이는 마지막 사냥의 목적과 의미를 두고 서로 다르게 판단하고 선택한다. 두 인물 간의 외적 갈등에 자기 자신을 쫓는 내적 갈등이 더해지는 것이다. 이는 수많은 사건 사이에서 권력의 장기 말이었던 이들이 시대를 거스르는 한 명의 개인으로서 움직이는 새로운 페이지의 시작을 알린다. 그렇기에 영화가 박평호와 김정도의 비밀을 공개할 때 그들이 문자 그대로, 또 상징적으로 손을 맞잡으며 사냥의 의미가 달라지는 장면의 임팩트는 대단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마지막까지 끝나지 않는 사냥의 중심에 위치한 두 인물의 타협할 수 없는 신념 간의 충돌, 곧 영화의 메시지에는 자연히 힘이 실린다. 남한과 더 나은 평화 협상을 끌어내기 위해 대통령 암살을 시도했던 북한 간첩 동림과 대통령을 암살하고 독재를 청산하여 광주에서 죽어간 수많은 사람의 넋을 달래주고 민주주의 실현을 꿈꾸었던 군인. 이들은 정당하지 않은 국가의 폭력은 절대로 용인할 수 없고, 대규모 유혈 사태가 필연적인 전쟁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도 남북의 군사적 대립과 유신정권의 붕괴, 쿠데타와 실패로 귀결된 민주화 운동으로 이어지는 시대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헌트>가 진정으로 비판하는 것은 그저 한 명의 독재자가 아니다. 서슬 퍼런 권력과 혼돈 앞에서 자기 자신을 포기한 개인의 무기력함이야말로 숨어 있던 진짜 내부의 적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방콕 테러 사건은 이 메시지를 역설적으로 풀어낸다. 블록버스터에 걸맞은 액션으로 가득한 클라이맥스이자 동시에 한국 현대사의 비극이 한 곳으로 집약된 고통의 현장을 그려낸다. 표면적으로 보면 두 인물은 모두 자신의 신념을 실천에 옮기는 데 실패한다. 한 명은 우려했던 대규모 살상 사태를 막아 세우는 데 성공했지만, 온전히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는 실패한다. 다른 한 명은 죄책감을 씻어낼 암살 미션의 성공을 목전에 두었지만 손가락 사이로 새어 나가는 모래 마냥 놓치고 만다. 하지만 모든 것이 파괴되고 무너져 잿빛 가득한 테러 현장에서 기어코 다시 총을 쥐고, 또 총을 쥔 이를 막아서는 이들의 모습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그들의 신념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권력에 충실했던 이들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역동적인 개인들의 에너지가 스크린 위로 분출되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박평호와 '조유정(고윤정)'이 바통 터치하는 <헌트>의 에필로그는 희망을 암시하는 듯 보인다. 혼란한 시대의 파도 앞에서 개인의 신념과 뜻이 꺾이는 듯 보이더라도, 끝내 한 발 더 나은 세상과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포기하지 않으며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를 꿈꿀 줄 아는 개인들의 역동성을, 아이러니하게도 시대를 극복하지 못한 개인들의 실패가 담아낸다. 이처럼 1980년대라는 시대의 틀에 갇히지 않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확장되는 영화의 끝은 강렬한 액션만큼이나 여운이 길다.
이러한 구성과 주제, 메시지는 <헌트>가 상당히 영리한 영화이기에 더욱 눈에 띈다. 사실 <헌트>는 단점도 적지 않다.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가 꽤 복잡할 뿐만 아니라, 1980년대 한국 현대사를 일정 수준 알지 못하면 100%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또 쉬어가는 틈이 없이 전력으로 내달리는 영화라서 피곤할 수도 있다. 스릴러라 하더라도 긴장감과 압박감을 조절하는 리듬감이 있어야 마지막까지 관객을 몰입시킬 수 있는데, 끝없이 정보와 사건이 쏟아지기에 벅차게 느껴질 여지가 있다. 이에 더해 폭발음과 총성이 난무하는 가운데 대사를 알아듣기 힘든 고질적인 음향 문제도 발목을 잡는다.
그러나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는 데 온 힘을 쏟은 결과 위와 같은 단점은 눈에 크게 띄지 않는다. 액션 시퀀스가 대표적이다. <헌트>의 액션은 기본적으로 양도 많고, 현장감을 잘 살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부닥친 주인공이 주도권을 잡지 못한 채 상황에 끌려가는 장면이 대다수라서 긴장감도 상당히 높다. 보여주기 위한 액션이 아니라,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해 꼭 필요한 암시와 복선을 액션에 담아낸 것도 인상적이다. 액션씬을 보다 보면 선뜻 이해되지 않는 의문점이 있는데, 그 의문점들이 한데 모이다 보면 영화의 반전과 전체 구조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에 더해 핵심적인 인물들의 감정이나 행동에 변화를 주는 분기점을 액션으로 표현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대표적인 것이 박평호와 김정도가 한데 뒤얽혀 싸우고, 계단을 뒹굴며 떨어지는 모습으로 끝나는 사내 난투극이다. 작중 유일한 일대일 맨몸 액션으로, 둘 중 누가 우위에 있고 누가 감정적으로 쫓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의 모든 메시지가 집약된 방콕에서의 테러 장면도 개인의 에너지와 역동성을 숱한 폭발 장면을 통해 분출시킨다. 그러다 보니 관객은 자연히 숨어 있는 단점을 굳이 들춰내는 것보다 확연하게 드러나 있는 장점에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감독 이정재의 데뷔작은 묵직하고 씁쓸한 첩보 액션의 참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E(Exceeds Expectations, 기대 이상)
총성과 폭발음 안에서 주체로 거듭나는 장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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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네트에게 오은영 박사님이 보인다.
분명히 다작 감독은 아니다. <소년, 소녀를 만나다, 1984>, <나쁜 피, 1987>, <퐁네프의 연인들, 1991>, <폴라 X, 1999>, <홀리 모터스, 2012>, 그리고 <아네트, 2021>. <아네트>는 <홀리 모터스> 이후 9년 만에 '프랑스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카락스 감독의 복귀작이며, 2021년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였다. 2020년 칸 영화제는 코로나19로 열리지 않았고, 2019년 칸 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은 마침 본 브런치에 있어 잠깐 소개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https://brunch.co.kr/@ppeeppae/3
작가주의 경향이 짙은 영화는 감독 그 자체가 된다. 그동안의 작품을 보면 자신에 대한 질문에서 사랑으로 넘어가 <아네트>에서 본격적으로 딸의 존재를 둘러싼 질문을 늘어놓는 것처럼 보인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 한가운데 위태로운 요트 위에서 추는 왈츠는 전쟁 같은 부부싸움을 수려하게 그린다. 이 장면은 <아네트> 포스터의 대표 이미지로 실렸다. <라라랜드, 2015>에서 미아와 셉이 함께 추던 왈츠와는 차원이 다르다. 카락스 감독은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감독으로서의 삶, 한 여인을 사랑한 남자로서의 삶, 특별한 재능을 가진 딸을 육아하는 아버지로서의 삶 사이에서 무수한 고민을 하였고, 그것에 대한 답을 <아네트>로 작성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그러나 답을 쉽게 공개하면 재미가 없을지 모르니 생각하고 또 생각하도록 몇 가지 장치를 마련하였다.
영화 <아네트, 2021> 포스터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감독>
스탠딩 코미디 쇼를 하는 헨리와 오페라에서 노래를 하는 안은 결혼 하여 부부가 되었다. 그러나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셀럽으로 사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가십거리가 되어 대중에게 소비된다. 헨리는 코미디로 대중을 '죽여주고', 안은 극 중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며 대중 대신 '죽어준다'. 대중은 날카로운 것 같다가도 때로는 한없이 우매하게 느껴지는 존재이다. 그들의 코드를 알아채는 것은 쉬운 것 같기도 하고, 어려운 것 같기도 하다. 결혼을 하고 난 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질문은 더욱 깊이를 더해가고, 꺼내고 싶지 않은 심연과 마주하기도 한다. 미래를 약속한 동반자는 나도 모르는 새 나를 옥죄는 경쟁자가 되어버린다.
바나나를 즐겨먹는 '신의 유인원' 헨리는 '킹콩', 사과를 즐겨먹는 '인간' 안은 '앤'을 닮았다. 헨리는 무대 위에 올라 대중에게 즐거움을 제공하지만, 분노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안은 소프라노라서 높은음으로 소리를 잘 낸다. 1930년대 초기 미국 영화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이들은 전통적인 셀럽이었다.
라라랜드에 사랑과 전쟁을 더하면
<한 여인을 사랑한 남자>
헨리는 안을 사랑해서 결혼했고, 딸 아네트를 낳았다. 그러나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수록 그 불똥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아내 안에게 튀어버린다. 지극히 못난 행동이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방법으로 자신의 불안을 달래고 있다. 금이 간 부부 사이를 붙여보고자 세 식구는 요트 여행을 떠나지만, 술에 취한 헨리는 강제로 안을 붙들고 왈츠를 추다가 바닷물 속으로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
헨리와 안 사이에는 한 남자가 있다. 이 남자는 안이 노래를 부를 때 무대 아래에서 피아노 반주를 했었다. 늘꿈에 그리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날 그는 이루지 못한 사랑인 안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린다. 실례한다고 하면서 독백과 지휘를 반복하는 이 장면은 영화의 백미로 꼽고 싶다. 사실 삼각관계의 완성은 서브 남자 주인공의 매력 발산이 아니겠는가.
헨리와 안 사이에 나의 무대를 갈망하는 지휘자가 있다
<특별한 재능을 가진 딸을 육아하는 아버지>
셀럽의 2세는 태어날 때부터 피곤하다. 탯줄을 자르는 순간부터 콘텐츠가 되어 대중에게 소비되기 때문이다. 아네트는 어머니를 잃었지만, 엄마의 재능을 물려받아 노래를 잘 부른다. 헨리는 망가져버린 자신의 꿈을 밀어 두고, 아네트를 데리고 다니며 전 세계를 누빈다. 아버지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고 있던 아네트는 마지막에 아버지와 정면으로 맞서며 '아버지를 사랑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슬픈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자신은 온전하게 사랑을 받기보다는 그저 착취당했다고 고백한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카락스 감독과 그의 딸 나스탸가 직접 등장한다. 공교롭게 나스탸의 어머니도 돌아가셨다. 영화의 처음에는 이제 영화가 시작한다고 알리며 조용히 집중하라고 공지하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영화가 재미있었다면 소문을 내달라고 당부한다. 카락스에게 천재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허용됐지만, 흥행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붙여지지 못했다. <아네트>는 카락스 감독의 첫 영어 영화로 아마존 스튜디오가 배급을 맡아 감독의 전작보다 더 많은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고 한다. 스크린을 뚫고 나오는 영화와 현실의 경계 허물기는 <아네트>가 카락스 감독의 것임을 드러내며 선명한 도장을 찍는다.
레오스 까락스 감독과 그의 딸 나스탸
아네트에게 오은영 박사님이 보인다. 아버지와 맞선 후 인형은 죽고, 사람이 다시 태어났다. 혹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사람이 아닌 인형처럼 대하지 않았는지, 그동안 아이를 착취하지는 않았는지 질문해보자. 그리고 온전한 사랑을 주겠노라 다시 한번 다짐하며 꼭 안아주자. 우리는 서로 너무 많이 사랑하니까. We love each other so much.
* 해당 리뷰는 씨네 랩(CINE LAB) 크리에이터 시사회 참석 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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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가 질문을 던질 때
좋은 영화는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철학적인 논쟁이나 윤리적인 이슈가 있는 주제를 다루는 영화들은 대부분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감독의 의견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서복> 이전에도 복제인간을 다룬 영화는 있었고 한국에서만 대성공을 거두었던 <아일랜드>의 경우 복제인간의 인권을 인정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아일랜드>가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액션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 논의의 여지를 주려고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황우석 박사의 논문이 발표되며 복제 이슈가 뜨거웠던 당시로서는 소재만으로도 질문을 던지는 것이 가능했다. 이후 여러 논란을 거쳐 생명체를 복제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전처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지금 이용주 감독은 복제인간 소재를 꺼냈다. 소재가 낡았다고 해서 영화까지 낡으라는 법은 없지만 <서복>은 소재를 가지고 논의에 들어가기보다는 소재와 논의를 보여주는 데서 그친다.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이 기헌(공유 분)에게 하는 질문들은 질문 자체로는 의미가 있지만 영화의 맥락과 어울리지 않아 기헌을 당황시킬 뿐이다.
<서복>이 던지려고 했던 질문들은 서복의 존재에서 파생된다. 서복은 인류의 질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해 탄생했지만 뜻밖의 부작용으로 염력을 가지게 됐다. 영화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아쉽지만 서복을 만들어낸 임세은 박사(장영남 분)는 별도의 목적이 있었다. 임 박사의 서복 제작 동기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수 있겠지만 깊이 들어가지 못하며 서복의 정체성의 근간을 이루는데도 불구하고 그의 고뇌를 잠깐 보여주는 선에서 머무른다. 비슷한 논의는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레플리카>에서 시도된 적이 있는데 역시나 액션영화로 마무리되었을 뿐이다. 아마도 임 박사의 동기에 대해서는 관객과 제작진 모두가 비슷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 파고들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임 박사는 서복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감정적인 캐릭터가 되어버렸고 장영남이라는 배우치고 영화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고 퇴장한다. 서복의 탄생 동기를 둘로 나눈 건 확실한 패착이었다.
연구소의 실장 신학선(박병은 분)이 서복에 대해 던지는 질문은 '서복이 과연 인간인가'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고 사람처럼 말을 하고 성장하지만 서복은 실험실에서 태어났고 인간과는 다른 능력을 지니고 있다. 애초에 탄생 동기가 인류의 복지 향상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서복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신 실장의 의견이다. 따라서 실험체로서 서복이 겪어야 하는 고통들은 신 실장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관객에게 서복이 인간이냐고 묻는다면 대다수는 인간이라고 대답할 것이며 인간이 아니라고 대답하더라도 서복이 인류의 복지를 위해 영원히 고통받아서는 안된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대답을 기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복이 박보검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서복이 인간의 형상이 아닌 생명체였다면, 혹은 서복이 박보검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면 다른 대답이 나왔을지도 모른다. 서복이 기헌과 함께 시장을 돌아다니는 장면에서 사람들은 모두 서복을 인간이라 인지하며 심지어 기헌에게 동생을 잘 챙기라는 연민섞인 시선마저 보낸다. 그렇기에 서복이 인간이냐는 질문은 논의를 넘어서지 못하고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거나 공감을 얻지 못한다. 동물실험마저 윤리적이지 않다는 논의가 나오는 시대에 복제인간이 인간인가/복제인간은 이용되어도 좋은가에 관한 질문은 신학선의 무자비한 캐릭터를 설정해주는 데 머무를 뿐이다.
서복을 탄생시킨 연구소 서인의 회장인 김천오(김재건 분)는 서복을 가지고 신의 역할을 하려 한다. 서복이 줄 수 있는 영생을 나눠줄 이를 악인이 선택하겠다고 한다는 발상은 꽤 낡았으며 그다지 유효하지도 않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런 일은 이미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의료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와 받지 못하는 자로 나뉘는 사회에서는 이미 평균수명에서 차이가 나며 의료 혜택이 동등하게 분배되는 곳에서는 정작 의료진이 희생을 강요당하거나 의료 수준의 질이 낮다. 자세한 논의는 이미 <식코>에서 마이클 무어의 무자비한 카메라가 다룬 적이 있다.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생명을 다룰 수 있는 시대는 오래 전에 도래했으며 관련 논의도 마무리된지 오래다. 차라리 사형제도 폐지 쪽이 이제는 동일 주제를 다루는 쪽에 가까워 보일 정도다. 영생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영생의 무의미함에 대해서는 뱀파이어물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간 기록이 있어 <서복>은 늦은 감이 있다. 결국 회장이 다루는 주제도 마찬가지로 회장의 판에 박힌 캐릭터를 만들어 주는 역할 이상을 하지 못하며 돈에 환장한 늙은이 캐릭터조차 식상해 주제도 캐릭터도 서사에서 별다른 특이점을 제공하지 못한다.
기헌이 서복에게 갖는 질문들은 보다 복합적인 편이다. 다만 기헌의 질문들은 본인 스스로가 갖는 의문이기보다는 서복이나 다른 캐릭터들이 던지는 질문을 흡수하는 것에 가깝다. 기헌은 서복을 통해서든 아니든 자신이 가진 질병을 치료하고 더 살고 싶어하는데 정작 그이유는 알지 못한다. 서복은 기헌에게 "내가 왜 민기헌 씨를 살려줘야 하는데요?"라고 묻지만 기헌은 대답하지 못한다. 이외에도 서복은 기헌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데 기헌은 잠시 생각해 보지만 결국엔 단 하나의 질문에도 스스로 답을 도출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기헌은 서복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삶에 대해 생각해 보지만 이를 통해 기헌이 한 단계 성장했다는 증거는 서사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기헌은 서복에게 연민을 느끼지만 이는 앞서 언급한 대로 서복이 인간의 형상, 특히 박보검의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복에게서 채취한 치료제로 삶을 연장하려던 기헌은 채취 과정을 알고 나서야 서복을 보호하려 든다. 서복에게서 치료제를 채취하는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다면, 서복이 실험실에서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정도라면 서복에게서 치료제를 채취하는 것은 정당한가? 기헌은 서복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도로 실험실로 데려오지만 스스로는 질문조차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캐릭터다.
마지막으로 서복이 서복 자신에게 갖는 질문들은 꽤나 심오하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에서 시작해서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삶의 의미에 대해서까지 질문한다. 서복은 자신이 누구의 DNA로부터 탄생했는지 알고 있었으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기원을 탐구하고자 한다. 서복을 연기한 박보검은 연민을 자아내면서도 때로는 무자비하고, 사회적 규칙을 배우지 못한 어린아이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서복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이는 배우의 역량 부족이라기보다는 서복이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서사에서 자리가 온전히 잡히지 않은 데 원인이 있다. 서복은 자신의 기원을 찾아내고 인류에게 영생을 주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탐구하면서도 결국엔 실험실로 돌아가길 자청한다. 단순히 기헌을 살려주기 위한 것이라면 영화 후반 서복이 내리는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 서복은 서사에서 가장 복잡하고 철학적인 인물이지만 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행동하는 경향이 짙다. 서복의 질문들은 시사점이 많지만 논의를 시작하기보다는 철학수업 첫시간에 듣는 질문을 나열할 뿐이다.
<서복>이 비록 낡기는 했지만 매력적인 소재를 발견한 건 사실이다. 서복을 통해 인간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에 대해 탐구하고 나아가 연구 윤리와 트롤리 딜레마까지 다루려 했던 노력은 영화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가 시사하려 하는 바가 캐릭터 설정에 머무른다면 박보검과 공유의 조합으로도 커버할 수 없다. 이용주 감독이 이전작들에서 보여주었던 밀도 있는 서사가 <서복>에서는 드러나지 않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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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갈망
오늘의 영화는 바로,
21일 개봉 예정에 있는 <헝거>입니다.
<헝거>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성장통을 SF적 상상력으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헝거>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주)디오시네마
정보
개요 SF | 한국 | 67분
감독 강다연
출연 김유나, 최윤우, 하시연 등
등급 12세 관람가
줄거리
부유한 빌딩 도시 속 삶은 여유롭다. 하지만 ‘유지’는 행복하지 않다. 가난한 이들이 산다는 하촌에 가면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그러던 어느 날, ‘유지’의 권태로운 하루하루가 뒤집힌다.
내가 아닌 내가 되고 싶던 성장통, 그 아픈 순간의 이야기.<헝거>의 T.M.I
출처: (주)디오시네마
<헝거>의 감독
<헝거>의 강다연 감독은 SF 소설집 『저기 인간의 적이 있다』에 참여한 작가이자, <블랙 뷰티>, <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연출한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강다연 감독의 영화는 한 편의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영화제 노미네이트 작품
<헝거>는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새로운 선택 - 장편' 부문과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경쟁'에 노미네이트 된 작품입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힘"
출처: (주)디오시네마
<헝거>는 '유지' 역을 맡은 김유나 배우를 필두로 '유민' 역의 최윤우 배우, '서진' 역의 정민정 배우 등
여러 아역 배우들이 영화를 이끌어간다. 이들은 극을 이끌어가는 힘뿐만 아니라 깊이 있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한국에서는 <우리들>, <벌새>, <남매의 여름밤> 등과 같이 아역들이 이끌어가는 영화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바가 있다.
<헝거>도 앞선 작품들에 이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독립영화 속 SF 장르"
출처: (주)디오시네마
독립영화 속 SF 장르는 그렇게 흔한 장르가 아니다 보니 <헝거>가 더욱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헝거>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영화는 보는 것인 만큼 매력적인 이미지를 구현해 관객들이 보고 빠져들게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헝거>는 제작비 4000만 원이 채 안 들어간 저예산 영화지만, 시각적으로도 매우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였다.
특히 메인 예고편 마지막 즈음에 나온, 허허벌판 속 커다란 구가 떠있는 모습은 흥미와 궁금증을 자아내는 장면이었다.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갈망"
출처: (주)디오시네마
'헝거'는 배고픔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했지만,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이라는 뜻도 가진 단어입니다.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어린 동생을 돌보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유지'는
진정한 나를 찾고 싶은 갈망을 느낀다. 그리고 '유지'는 마침내 처음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과연 '유지'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낯선 재미와 아역 배우들의 열연으로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
지금까지 영화 <헝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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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랩 에디터 Hi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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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과 함께 추락하는 영화, 문폴
재난 영화 전문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신작 문폴이 공개되었습니다.
이번엔 달이 추락해 지구와 충돌하게 되는 재난을 담고 있죠.
재난 전문 감독의 영화답게 달이 지구와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재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많은 재난 장면들이 이미 과거에 본 적이 있죠?
그래서 기시감이 많이 들고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이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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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언어의 정원> 예고편
사랑보다 훨씬 더 이전의 고독한 사랑의 이야기!
구두 디자이너를 꿈꾸는 고등학생 ‘다카오’는
비가 오는 날이면 도심의 정원으로 구두를 스케치하러 간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유키노’라는 여인과 정원에서 만나게 되고,
예상치 못한 만남은 비가 오는 날이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비록 이름조차 모르지만 걷는 법을 잊어버린 그녀를 위해
‘다카오’는 구두를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장마가 끝나갈 무렵, 그들 사이에는
뭔가 말하지 못한 것들이 남아 있는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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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 메인 예고편
서울 동쪽 끝, 거대한 아파트 단지.
그곳은 오래도록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마음껏 뛰놀고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 모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곧 철거될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계속 살고 싶냐고"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행복한 작별을 위한
아름다운 분투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