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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GUMI2023-02-26 23:08:02

죽음 앞 한 남자의 회한 그리고 따뜻한 마지막

-<더 웨일>(2023)

시사회 참석으로 개봉 전 관람하고 작성한 리뷰 입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영화 <더 웨일>의 주인공 찰리(브렌든 프레이저)는 습관적으로 계속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는 뭐가 그렇게 미안한 걸까. 왜 계속 상대방에게 사과를 하는 걸까. 그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등장하는 각기 다른 상대방에게 모두 미안하다는 말을 던진다. 그의 육중한 몸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정말 잘못을 한 것인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가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살다 보면 다양한 인생의 분기점을 만난다. 그 분기점 앞에서 우리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선택의 결과가 어떤 식이 될지 그 선택의 순간에는 알 수 없다. 그래서 때론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어쨌든 선택을 해낸다. 그 선택에 따르는 결과는 온전히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 결과가 바로 볼 수 있게 찾아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랜 시간이 지나야 그 결말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회한의 감정이 들 때에서야 비로소 그때 그 결정이 옳았는지 아니면 잘못된 것인지를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죽음이 곧 찾아온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는 자신이 했던 수많은 결정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중에서도 후회가 되는 선택들을 떠올리며 그것에 대해서 누군가에게는 사과를 하고 싶을 것이다. 물론 후회되는 선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선택으로 인한 행복한 순간들도 머릿속에 같이 맴돌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더 강렬하게 반복되는 감정은 후회와 미안함이다. 이제 더 삶을 이어가지 못한다는 생각은 삶의 의지를 점점 떨어뜨린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주인공 찰리의 마지막 7일

 

영화 속 찰리는 죽음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없다. 엄청나게 살이 찐 그를 옆에서 돕고 진료를 하는 친구는 간호사 리즈(홍 차우)다.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고 권유하지만 찰리는 병원에서 돈을 쓰기를 원하지 않는다. 리즈는 찰리가 살 수 있는 날이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건강이 좋지 않은 찰리는 육중한 몸을 스스로 가누기가 어려워 걸을 때도 보조기구를 활용한다. 그는 온라인 강의로 간간히 생활비를 벌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는 동성애 연인이 있었다. 하지만 불운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그렇게 연인의 죽음 이후 찰리는 거의 집에만 갇혀 살게 된다. 찰리가 동성 연인을 만나기 전에 그는 이미 한 여자와 결혼을 했었고 딸 엘리(세이디 싱크)도 키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혼 후 동성 연인과 함께하는 선택을 한다.

 

찰리의 그 선택은 힘들고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감히 그 선택을 했고 뜨겁게 자신의 사랑을 만들어갔다. 하지만 그 선택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 과거 부인이었던 메리(사만다 모튼)에게 상처를 주었고, 딸인 엘리에게도 큰 상처를 줬다. 그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찰리는 마지막 7일 동안 온전히 감당하고 있다.

 

찰리가 집에서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그리고 딸 엘리

 

마지막 7일 동안 다양한 사람이 집에 찾아온다. 친구인 리즈가 매일 찾아와 그를 진료하고 상태를 봐주고, 한 교회의 선교를 하러 다니는 토마스(타이 심킨스)가 우연히 집에 왔다가 찰리와 대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부인 메리와 엘리도 찰리에게 찾아와 대화를 나눈다. 특히나 딸 메리와 찰리가 함께 있는 모든 순간들은 꽤 긴장감이 넘친다.

 

 

엘리는 아빠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있다. 반항적이면서 삶을 정상적으로 살아갈 의지도 없어 보인다. 영화는 그를 바라보는 찰리의 얼굴을 가만히 비추며 그가 딸에게 던지는 말을 세세히 전달한다. 그의 딸을 향한 말들은 매우 늦었다. 그가 떠난 몇 년 동안 엘리가 겪었던 상실감은 지금의 찰리가 채워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걸 찰리도 잘 알고 있다.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말들을 딸에게 전달한다.

 

엘리는 아빠와 대화하기 거북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빠를 찾아와 그의 앞에 앉는다. 수많은 비아냥과 분노를 솔직하게 내뱉는 그의 모습은 찰리에겐 딸에 대한 다른 면을 발견하게 만든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다는 것, 그것이 한 사람을 움직이게 만들고 다른 오해를 만들지 않는다. 그렇게 찰리는 엘리의 마음속 깊은 곳의 언어를 발견해 나간다.

 

영화 <더 웨일>은 영화 내내 긴장감이 넘친다. 영화는 찰리의 집 안에서만 진행된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다. 게다가 찰리는 고도 비만으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전혀 긴장감이 없을 것 같은 구성이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감정과 그의 앞에 나타나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이용해 영화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찰리가 기분이 우울해져 음식을 마구 먹을 때 긴장되는 음악이 같이 연출되어 있어 혹시나 찰리가 죽지 않을지 숨을 죽이며 바라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영화의 말이 모든 인물들과의 대화를 마친 찰리가 딸 엘리에게 엘리가 쓴 에세이를 읽어보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영화의 모든 감정들이 폭발하며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긴장감 넘치고 따뜻한 영화 <더 웨일>

 

이 영화는 찰리를 연기한 브렌든 프레이저의 영화다. 그는 고도 비만의 남자를 연기하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인생의 굴곡들과 자신의 회한까지 캐릭터에 담아냈다. 브렌든 프레이저는 <미이라> 시리즈로 할리우드의 정상에 섰지만 그 이후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고 이혼을 하면서 금전적인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동성에게 성추행을 당하기도 하면서 예전의 샤프한 모습을 잃어갔다. 그래서 찰리는 브렌든 프레이저, 그 자체로 보이는 캐릭터다. 이 영화로 그는 배우로서 완전히 다시 일어설 수 있을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를 연출한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2011년에 개봉했던 <블랙스완>이나 <마더!> 같은 인물의 심리를 이용한 긴장감을 잘 만들어내는 감독이다. 이번 <더 웨일>에서도 한정된 공간에서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을 바탕으로 긴장감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는 그가 그간 연출했던 어떤 영화보다 따뜻한 감정을 끌어낸다.  

 

영화 <더 웨일> 속 찰리는 무엇이 그렇게 미안했던 것일까. 모두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던지는 찰리의 태도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찰리라는 한 사람에 대해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찰리는 자신이 동성 연인에게 가기 위한 분기점에서 사랑을 택했다. 그가 딸을 버리고 싶어 떠난 건 아니었지만 그때부터 가지고 있던 마음의 짐은 영화 끝까지 계속 그를 괴롭힌다. 이 영화는 찰리의 마지막 7일을 다루는 이야기이지만 그가 가진 회한과 후회를 잘 정리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꽤 감정적이고 따뜻한 이 영화는 힘든 상황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의 스틸컷은 [다음 영화]에서 가져왔으며, 저작권은 영화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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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RABBITGUMI

출처 . https://brunch.co.kr/@moviehouse/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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